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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밤에는 소녀시대 멤버 중 8명(윤아 빼고 나머지 모두)이 출연해 초유의 '다수결 이상형'을 뽑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종전의 이상형 월드컵이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번 이상형 월드컵은 각 단계에서 승자를 8명의 멤버가 다수결로 가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죠. 짝수인 8명이었기 때문에 두어 차례 4:4 동률도 발생했지만, 그 경우에는 멀리 있는 윤아에게 문자 메시지로 부재자 투표를 하게 하는 기민함도 보여줬죠. 유쾌했습니다.
이상형 월드컵이라는 게임은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출연한 남자 연예인에게 수많은 여자 연예인 가운데 누가 자신의 이상형과 가장 가깝냐고 물으면 평소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사람도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A도 좋고, B도 좋은데 C 또한 매력적이군요'라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럴 때 누군가 기지를 발휘합니다. '좋아, 그럼 오늘 너에게 누가 진짜 너의 이상형인지 알게 해 주마'라는 상황입니다. 그 대상인 인물에게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여자 연예인을 32명(너무 많으면 16명^^) 정도 적게 합니다. 그리고는 적당히 대진표를 짜서 1:1로 경합을 시작합니다.
이 코너라면 대한민국에서 신동엽 이상으로 감칠맛나는 진행을 보여줄 MC는 아마도 없을 듯 합니다. 거의 모든 상황을 '몰고 가는' 식의 '깐죽성' 넘치는 진행은 그야말로 최고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최종적으로 남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것은 사실 매우 자명합니다. 물론 현실에서의 친분 관계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테고, 또 토너먼트 제도의 특성상 대진운이라는 것이 작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4강 정도는 충분히 갈 수 있는 두 후보가 32강에서 맞붙는 바람에 한명은 떨어지고 한명만 남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토너먼트는 스포츠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대진운의 또 다른 영향 - 이를테면 강팀끼리 먼저 붙는 바람에 입는 체력적인 손실이나 부상, 기량의 파악 등의 부정적인 요소 - 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마지막으로 남는 단 한명은 정말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아, 당연히 '예능적인 요소'는 빼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응답자가 정말 진지하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할 경우라는 것은 전제로 하고 얘기해야겠죠(또 모 출연자의 경우에는 일부러 '현장에 있는 아무개를 최종 정답으로 해 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출연자들을 놓고 볼 때, 의외로 진지한 눈빛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경험자들로부터도 '정말 1:1로 붙여 놓으면 사람이 솔직해지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하는 사람 자신도 재미있겠죠.
어쨌든 한 개인이 이상형 월드컵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단체로 진행할 경우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결과에 대해서는 꽤 인정할 만 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있을 듯 합니다.
개인과 단체의 경우 가장 큰 차이는 탈락표의 동향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각 정당의 대표 경선 때 많이 등장하는 경우죠. 1차로 A, B, C, D 등 네 후보가 입후보해 경선을 벌이고, 과반수를 넘는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결선 투표를 진행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봅시다. 이때 A와 B가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해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고 할 때, C와 D를 지지하던 표가 어디로 향하는지가 실제 패권을 결정하게 됩니다.
다수결 이상형 월드컵의 경우에도 누구든 초기에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가 탈락하는 경우에는 맥이 빠지고 결과에 대한 기대가 반감될 겁니다. 하지만 그 뒤에도 투표를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자신이 그럴듯하게 생각하는 차선 쪽으로 쏠릴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굳이 나눠 보자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남아 있을 경우에는 이 후보를 최종 1위로 만들기 위한 쪽으로 움직이는 포지티브(positive)한 행동 방식이 나타나겠지만, 그 후보가 탈락한 뒤에는 누가 더 좋아서라기보다는 덜 싫은 쪽을 위로 올려 보내는, 다시 말해 장점이 많다기 보다는 감점 요인이 적은 쪽을 선택하는 네가티브(negative)한 행동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감안해 볼 때 송승헌이 최종 승자로 꼽힌 것에는 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뭐 얼마 전 윤아/서현과 함께 문화부장관 표창을 함께 받은 인연 덕분인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투표를 통해 이름을 써 내서 다수결로 뽑힌 것보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거쳐 뽑힌 것이 더욱 설득력있게 느껴집니다. 대한민국의 우상인 '소녀시대가 뽑은 이상형'이라는 칭호는 꽤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사실 남자들로서는 꽤 부러울 일입니다. 이날 신동엽의 멘트 중 "여러분이 어떤 연예인의 전화번호가 알고 싶으면 그냥 가서 물어보세요. 그 분들도 아마 (소녀시대 멤버들로부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받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실 거에요"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그런 소녀시대가 뽑은 것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7일 소녀시대의 다수결 이상형 월드컵을 보고 나니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만약 이 다수결 이상형 월드컵을 적절하게 의미 있는 숫자, 예를 들어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정도까지의 여성 1000명 정도를 상대로 진행하면 어떨까요. 혹은 40대 여성 1000명 정도를 놓고 해 보면 어떨까요? 물론 여자들만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겠죠. 적절한 장소에 적당히 많은 인원을 놓고 조사를 진행해 '대한민국의 이상형'을 뽑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달콤한 밤' 제작진이 한번 특집으로 진행해 본다면 결과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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