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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TV 시리즈 'A 특공대(A-TEAM)'가 국내에 방송될 때 저는 이미 '어린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추억의 외화이긴 하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아니었죠. 하지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A 특공대'는 보는 사람을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극장판 'A 특공대'가 나왔습니다. 조지 페퍼드가 연기했던 A 특공대의 핵심인 한니발 대령 역을 리엄 니슨이 맡았다는 건 조금 예상 밖이고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BA 역을 한때 프라이드 미들급의 강자였던 퀸튼 잭슨이 맡았다는 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작 드라마 'A 특공대'를 설사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 영화는 충분히 권할 만 합니다. 보는 내내 심심할 새가 없이 웃겨 줍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개봉관이 적게 잡혀 있더군요. 자칫 자리가 없어 영화를 못 볼뻔 했습니다.



'A 특공대'의 세계를 이해하시는데 역사적 배경 같은 것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드라마에서 네 명의 특공대원들은 월남전 출신의 베테랑으로 설정돼 있지만 영화에선 이라크가 이들의 활동 무대입니다.

영화는 아주 맨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대체 왜 이 네 주인공이 쫓기는 도망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작전의 귀신인 미 육군 특전부대의 한니발 대령(리엄 니슨)은 멕시코에서 페이스(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다가 우연히 전 특수부대원인 괴력의 사나이 BA(퀸튼 잭슨)를 만납니다. 셋이 힘을 합쳐 달아나던 이들은 육군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이 아닌 파일럿 머독(샬토 코플리)을 만나 처음으로 네 사람이 함께 뭉칩니다.

그 뒤로 한 팀이 되어 수많은 전공을 세운 이들은 이라크 전장에서, 후세인의 잔당들이 정교한 100달러 위조지폐를 찍어내는 동판을 몰래 빼돌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판 회수를 위해 나섭니다. 미육군 정보국의 소사 요원(제시카 비엘)은 이들에게 그 사건으로부터 떨어지라고 경고하지만 그 말을 듣고 손을 떼면 A 특공대가 아니겠죠.

말로는 액션/코미디라는 장르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 영화가 절대 진지한 액션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건 등장하는 만화적인 캐릭터들을 슬쩍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성공률 100%의 지략가이자 시가 연기를 뻑뻑 뿜어대는 한니발, 여자를 유혹하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는 페이스, 어지간한 적들은 맨손으로도 물리치지만 결정적으로 "맨정신으론 절대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BA(그러나 매회 한번씩은 꼭 비행 장면이 나온다는...), 그리고 뛰어난 파일럿에 천재 엔지니어지만 "어떻게 하면 죽음에 조금 더 가까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를 매일 궁금해 하는 중증 정신병자 머독이라는 4인방. (네. 개인적으로 제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머독입니다.)




오리지날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들은 그야말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느끼함의 화신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조지 페퍼드(앉은 사람)는 그야말로 태어나기를 한니발로 태어났고, 뺀질 연기의 1인자인 덕 베네딕트(맨 왼쪽)도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록키3'를 통해 세계에 알려진 미스터 T(맨 오른쪽)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드와이트 슐츠(가운데 뒤) 역시 머독 연기로 아직도 기억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4인조는 과거 4인조를 그대로 재현하려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리엄 니슨이 한니발 치고는 너무 진지해 보인다는 정도? 한니발의 본래 캐릭터를 살리려면 좀 더 만화적인 낙천성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의 리엄 니슨은 왠지 '테이큰'에서 딸을 유괴한 갱단을 때려부수러 가는 열받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크게 여유로워진 것 같지 않아 조금 부족했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 정도가 이 역할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랬다면 브래들리 쿠퍼는 다른 배우로 대체되어야 했겠지만 말입니다. 일설에는 브루스 윌리스가 한니발의 물망에 올랐다던데, 그것도 괜찮았을 듯 합니다.



영화 'A특공대'는 TV 시리즈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에겐 최고의 선물입니다. 원작의 배경은 살짝 바뀌었지만 그 천하태평의 낙천적인 유머감각은 여전합니다. 보는 동안 조금의 걱정도 할 필요가 없고, 주인공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액션으로 미션을 하나 하나 깨 나가는지를 보면서 때가 되면 웃어 주면 그만입니다.

혹시 A특공대가 뭔지 모르는 분들에겐 이 영화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지,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런 분들이라도, 충분히 두 시간 동안은 세상의 골치아픈 일들을 잊고 푹 빠져들 수 있는 영화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아,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을 10개 이상 보시고, 그 영화들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갖고 배우들의 연기가 어떠네 각본이 어때네 얘기하는 건 좀 어울리지 않는 듯 합니다. 형편없어서가 아니라, 패스트푸드처럼 딱 그렇게 짜여져 있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미노 피자가 레스토랑 피자보다 맛있고 맥도널드 햄버거가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맛있을 수도 있다는 건 다들 아시는 얘기일테니 귀찮은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입니다.



P.S. 영화판을 보시면, 대체 왜 BA가 비행기를 못 타게 됐는지 알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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