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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한국을 꽤 잘 아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 저것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한국 연예인들 쪽으로 화제가 넘어갔는데, 이 사람은 송혜교, 전지현, 손예진 등 한국의 국가대표급 미녀들에게 전부 X표를 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난 원래 baby face를 싫어해'

송혜교라면 그럴 법도 하지만 한국인의 기준으로 나머지 배우들까지 그리 동안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는데 그의 다음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 TV는 어려 보이기 위한 전쟁터같다. 모든 사람들이 나이보다 젊게 보이려 노력하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저절로 될 리가 없지 않나. 왜 그게 자연스럽지 않다는걸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건가."

뭐, 당연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내가 몇살로 보이냐'는 일반인들에게조차 실제 보이는 나이보다 2-3년 정도 깎아서 얘기해 주지 않으면 토라지는게 요즘 세상이니 말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동안으로 꼽히는 주철환 전 OBS 사장이 새 책 '청춘'을 내셨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10년 젊게 사는 법'입니다. 참고로 이분은 올해 만 55세입니다. 직접 대면해 나이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랍니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이 책은 '동안으로 살아가기 위한 비결'이란 느낌을 줍니다. 사실이지만, 이 책의 단 한줄도 '노안을 방지하기 위한 식품/피부마사지/운동법/보톡스 시술/성형수술/주름제거 화장품' 등에 대한 내용에 할애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가장 비슷한 내용이라면 "동북 중-고교 재학때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동안 그늘에서 응원을 한 결과 좀 더 오래 흰 피부를 간직하게 된 것 같다" 정도입니다.^^

그럼 대체 뭘로 동안을 만들라는 걸까요. 그 부분에 대한 이 책의 입장은 매우 단호합니다. '동안(童顔)의 근거는 바로 동심(童心)'이라는 겁니다. "뭘 먹으면 젊어지냐는 질문에 나는 일단 '마음을 먹으라고 대답하겠다"는 부분이 서문에 나옵니다. 즉 철들지 않는 마음이 바로 동안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13권의 책을 내신 이 분의 저서를 훑어보면 거의 모든 책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놀라운 수준의 말장난입니다. ㅋ

'젊어선 1억 모으기보다 추억 모으기가 낫다' '내가 생각하는 겸사겸사란 겸손하고 사랑하자는 말의 강조형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훔쳐라. 우리말의 훔친다에는 도둑질이란 뜻과 걸레질이란 뜻이 있다. 걸레야말로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존재 아닌가?' '무모한 사람은 무지하고 모순된 행동을 하지만 용감한 사람은 용서하고 감사할 줄 안다' '부자유친-부드럽고 자상하고 유연하고 친절하게'...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분을 가까이서 접한 분들은 이 책에 나오는 건 약과 수준이란 걸 충분히 아실 수 있습니다. 수시로 쏟아지는 신조어와 정리, 두운과 각운을 이용한 댓구 만들기 등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저는 그래서 "아마 말장난으로는 대한민국 랭킹 2위일 것"이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서문에도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장차 늙은이가 될 젊은이와, 늘 젊은이로 살고 싶어 하는 늙은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미 애늙은이로 살고 있는 젊은이들과, 왜 내가 젊게 살아야 하는지를 의아해 하는 노인들에겐 아무 가치가 없는 책일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집필 배경을 생각하면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작 이 분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한창 현역이시지만, 사실 55세라는 나이는 우리 사회에서 '정년'이란 글자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의 분위기에서는 정년까지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것만도 사치라고 할 수 느낄 사람이 꽤 많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55세란 나이가 결코 많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60대에도 예전의 4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몸이 젊은데, 세상은 그 분들에게 '이제 당신들은 퇴물에 가깝다'고 강요하곤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분들에게 '겉만 젊어 보일 필요가 없다. 속이 젊어야 한다. 속이 젊으면 아직 당신은 청춘'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겁니다.




젊어 보이기 위해 보디빌딩을 하고, 거대한 챙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조깅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고, 보톡스 주사를 맞고, 이마 주름을 당겨 펴는 것도 어떤 분들에게는 의미 있는 삶일 겁니다. 특히 50/60대에도 20대가 입는 첨단 유행을 소화하려 하고, 능글맞게도 딸 같은 분들을 탐욕의 대상으로 삼는 분들도 나름 인생이 만족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아니라면 권할만한 책. 개인적으로는 '청춘'이란 제목을 들으면 김창완의 '청춘'이란 노래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책의 '청춘'은 예전 교과서에 나오던 민태원의 '청춘예찬'의 정서에 훨씬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딱 두가지만 더 걸고 넘어가겠습니다.^



P.S.1.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의심나는 분들은 영어사전에서 SKINSHIP 쳐 보세요.^



P.S.2. 당연히 불쏘시개로 쓰일수 있겠지만 모나리자는 종이와 물감으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이 그림은 포를러나무로 만든 나무 판에 그려진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훨씬 잘 타겠죠.^^


P.S.3. 혹시 방송 관련 비화나 스타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시는 분들은 매우 실망하실 겁니다. 이 분 책을 10권 넘게 쓰셨습니다. 그런 얘기는 당연히(?) 다른 책에 다 나옵니다.^^




흥미로우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표 추천을 좀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별것 아니지만 제게는 꽤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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