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KBS 2TV '해피션데이'의 '1박2일'이 상당한 모헙을 치렀습니다. 70-80분 정도 되는 프로그램 한회 내내 고비에 이를 때마다 치르던 복불복을 시작할 때 모두 끝내 놓고 1박2일 일정을 진행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박2일' 멤버들은 복불복 없이도 웃길 수 있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보여 준 셈입니다. 특히 복불복 말고는 별로 한 게 없는 서해안 무계획 여행 첫회에서 하이라이트는 빈 시골 정류장에서의 라면 끓여먹기였습니다.

저녁식사 전인 시청자들은 물론 저녁식사를 마친 사람들도 침이 넘어갈만한 광경이었죠. 여기서 강호동은 국수로 라면을 끓여먹는 것은 물론, 잘게 부순 라면을 죽처럼 만들어 먹는 '라죽'까지 싹싹 긁어 먹는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일단 다양한 옵션을 모두 결정하고 나니 서해안의 한적한 어촌으로 떠나는데 용돈은 단 1만원. 그리고 은지원은 낙오로 결정되고 나머지 멤버들 다섯명이 김종민의 차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물론 누구 차로 이동하든 운전은 역시 이수근.



한참을 가던 다섯 사람은 주어진 돈 만원을 어떻게 쓸까 하다가 가장 싼 라면을 사서 배 터지게 먹어 보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봅니다. 그래서 라면 10개와 계란, 그리고 1천원에 20개짜리 미니 호떡을 사서 먹기 시작합니다.

야외에서 라면을 끓여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이들은 나이를 생각하면 별로 먹지 않은 셈입니다. 물론 집에서 라면을 끓여 드시는 분들에게 라면 2봉지는 대단히 많은 양입니다. 20대라면 몰라도 30대 후반 이후라면 속이 더부룩해질 양이죠. 그렇게 따지면, 5명이 라면 10개를 나눠 먹는 건 꽤 많은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단순히 생각하면 간과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국물의 문제입니다.




다양하게 라면을 드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아주 덩치가 크지 않은 성인 남자라면 국물 있는 라면 2개를 먹는게 꽤 부담스러운 양입니다. 하지만 비빔면이나 짜장라면은 그렇지 않죠. 어지간한 사람은 1개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2개를 먹는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집에서 혼자 라면 2개를 끓여 먹는 것과, 야외에서 5명이 라면 10개를 끓여 먹는 것과는 심각하게 포만감에서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아마도 코펠의 크기, 김치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은 처음에 4개, 나중에 4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2개를 '라죽'으로 끓여 먹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변수가 되는 국물은 평소 집에서 끓여 먹을 때의 절반 이하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더 끓일 때마다 물을 다시 부어 보충했다 해도, 처음부터 10개 분량의 물을 넣은 것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일 수밖에 없습니다.




왕년 한국 권투 중량급의 스타였던 박종팔씨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니 배는 고픈데 돈이 없으니 만만한 먹을 거라곤 라면밖에 없었다. 후배와 둘이 살면서, 방 안에 버너를 피워 놓고 라면을 끓여 먹는데 둘이 먹기 시작하면, 일단 국물은 계속 끓이고, 국수는 먹으면 또 넣고, 먹으면 또 넣고 하면서 계속 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둘이 10개 먹는 건 금방이었다. 가끔은 밤참으로도 먹고 해서, 라면 100개짜리 한 상자를 사면 1주일이면 그만이었다."

그러니까 작은 솥(또는 코펠)으로 라면을 끓이면 같은 원리로 평소의 양보다 훨씬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날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라면 6봉지를 먹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다른 멤버들이 자기가 먹었다고 생각하는 양 보다는 훨씬 많이 먹었을 겁니다. 국물을 덜 먹으면 그만치 포만감을 덜 느낀다는 걸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강호동이 많이 먹는다지만, 전체 양의 60%를 먹었을 거라고는 좀...^^

(뭐 성석제의 단편 '대식'에는 고기 약 30인분을 먹어치우는 고등학생 씨름선수 얘기도 나옵니다만^^ 강호동이 현역 선수도 아니고, 그렇게까진 무리겠죠.)


게다가 한창 때인 남자 5명이 라면 8개를 끓여 나눠 먹고 다들 그만 먹겠다고 포기하는 건, 아무래도 연예인이다 보니 몸 관리를 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반인들이라면 훨씬 더 쉽게 더 많이 먹었을 게 분명합니다.^




뭐 검증을 하거나 하기는 힘든 얘기고,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어쨌든 비오는 날 라면 끓이먹는 광경은 강렬한 라면 소비욕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1박2일' 팀은 웬만한 라면 광고의 몇 배나 되는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쓰다 보니 또 침이 굅니다. 점심엔 어디 김치찌개 집이나 가서 사리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지적질 하나.



P.S. 지리산의 최고봉은 천왕봉이죠. 대청봉은 설악산의 최고봉입니다. 현장에 있던 강호동이야 잠시 실수로 그렇게 말했을 수 있지만, 자막까지 만들어 넣은 제작진이 이런 실수를 하는 건 곤란하죠.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추천)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