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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의 첫 생방송 대결이 펼쳐지고, 하루에 무려 3명이 탈락했습니다. TOP11이 하루만에 TOP8이 된 거죠. 원래 계획이라면 TOP10  중에서 TOP8이 되는게 목표였겠지만 심사위원간 의견 불일치로 11명이 선발되는 바람에 3명을 한방에 떨어뜨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시청자 투표 평점이 너무 높았다'는 지적에 의해 심사위원의 평가 비중을 높여 시청자 투표 60, 심사위원 투표 30, 인터넷 투표 10이라는 배점 기준이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심사 기준과는 별개로, 첫번째 미션인 '리메이크 미션'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과연 주어진 미션이 실력 발휘를 위해 적절했느냐 하는 것이죠.

이런 시스템이라면 도전자들이 정말 다 마음속에서 자신들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승복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날 리메이크 미션은 '한국 가요사의 불멸의 히트곡들을 돌이켜본다'는 목적에 따라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수많은 히트곡들을 도전자들이 리메이크해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창작곡을 부르지 않는 한 '슈퍼스타K'에서 도전자들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리메이크인 셈입니다. 원작을 부른 가수와 도전자가 동일인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지금까지도 도전자들은 모두 기존의 히트곡들을 살짝 자기 스타일로 불러왔죠. 오히려 도전자 중 허각은 박진영의 히트곡 '너의 뒤에서'를 "너무 박진영 카피처럼 불렀다"는 이유로 탈락 위기에 놓인 적도 있습니다. 또 도전자 김보경은 "너무 기존 가수들처럼 '올드한 창법'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떨어지기도 했죠.

그런데 새삼스럽게 '리메이크 미션'을 마련한 것은 결국 위에서 말한 것처럼 1980년대 이전의 히트곡들을 재조명해보자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니 이게 정말 공평한 미션 평가 방법이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날 미션 마스터였던 작곡가 조영수가 아무리 최고의 뮤지션이라고 해도, 모든 노래가 히트할 수 없듯 11곡의 리메이크를 맡아도 그중 잘된 리메이크가 있고, 원곡에 비해 손색이 있는 곡이 나올 수도 있는 법입니다. 이론상으로 생각해봐도 어떤 도전자는 좋은 노래를 받을 수 있고, 어떤 도전자는 덜 좋은 노래를 받게 됩니다. 이 좋고 나쁘고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그 도전자에게 맞는 노래냐 아니냐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전자들은 배정받은대로 노래를 불렀고, 거기에 따라 혜택을 받은 사람도, 불이익을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어찌 보면 복불복인 셈입니다.

'슈퍼스타K'의 모델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는 최소한 출연자들에게 자신이 부를 노래는 끝까지 스스로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를테면 '1970년대 노래', '디트로이트 사운드', '퀸의 히트곡', '홀 앤 오츠의 히트곡' 등등 노래를 고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뒤 도전자들이 스스로 자기의 기량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노래를 선정해 도전에 임하는 시스템입니다. 당연히 노래를 어떻게 바꿔 부를까 하는 것도 도전자들이 직접 선택합니다.




결국 '슈퍼스타K'와 '아메리칸 아이돌'의 이런 차이는 출연자를 최고의 가수가 되기 위한 후보들로 대우하느냐, 아니면 그냥 방송사가 마련한 잔치를 빛내 주기 위한 소품으로 간주하느냐는 기본적인 이념의 차이에서 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슈퍼스타 K'의 출연자들은 모두 크건 작건 '나 자신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 기나긴 예선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모두 '자기 스타일'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어 왔습니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접어들고, 매회 '미션 대결'을 펼치게 되면서 출연자들은 점점 방송을 위한 도구가 되어가고, 최종 승자 선발의 기준은 점점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뒤로 가면 김지수나 허각이 댄스 실력까지 보여줘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TOP11 중 댄스 부문을 대표한다고 보여졌던 김소정과 이보람이 '한방'에 모두 탈락한 것 역시 대체 기준이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동안 이들의 후원자 역할을 해 왔던 박진영이 심사에서 빠지면서 바로 탈락하게 된 것인지도 그렇지만 다른 출연자들은 순수하게 '가창력'을 평가받고 있는데 두 사람은 댄스 도전자라는 이유로 춤을 추면서 함께 노래까지 해야 한다면, 그리고 나서 결국은 '노래 실력'으로 평가받게 된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게 너무도 당연해집니다.

그런 거라면 애당초 TOP11에 뽑을 이유가 없었던 셈이죠.




김그림을 좀 더 돋보이게 했던(?) 편집은 어차피 방송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생방송 선발 과정은 어떻게 해서든 '쇼적인 요소' '게임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도전자들의 '진짜 실력'을 평가하는 쪽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 시청자들은 남아있는 도전자들의 실력에 대해 마음 속으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누구를 찍을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이 굳어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장재인 김지수에 비해 다른 도전자들도 자기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복불복'의 요소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관심의 크기에 부응하는 신인 선발의 기회는 사라지고, 그저 한편의 오락 프로그램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게 걱정됩니다.

서바이벌 쇼의 특성상 분명 누가 떨어져도 떨어집니다. 결국 승자는 마지막 한 명이 되는 겁니다. 그 전까지 11명중 10명은 분명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 떨어지는 과정에서 이 대결이 '정당했다'는 느낌, 그리고 떨어진 도전자들에게도 이 세상이 예의바르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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