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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의 '슈퍼스타 K2', 마지막 3명 중에서는 솔직히 누가 떨어질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흘러온 과정을 볼 때 세 사람 중 고정표가 가장 적은 건 허각이었죠. 존 박이나 장재인은 확고한 고정표를 안고 있었고,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기존 가수의 느낌이 강했던 허각에 비해 존 박은 블루스와 흑인 음악, 장재인은 포크 록 혹은 브릿 팝 느낌의 깔끔한 음악성으로 개성을 뽐냈습니다. 또 짧은 결선 기간 사이에 투표자들의 마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허각이 가장 불리할거란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허각은 오직 실력으로 이런 열세를 한방에 뚫어 버렸습니다. 허각이 부르게 된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는 오선지 저 아래에서부터 꼭대기까지를 다 써야 하는 힘든 노래입니다. 게다가 음의 진행도 일반적인 가요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노래죠. 이런 노래를 잘 부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그리고 허각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허각의 성공과 장재인의 실패 뒤에는 같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들 느끼셨겠지만 그건 바로 선곡입니다.


이날 세 사람은 모두 네티즌이 골라 준 노래를 불렀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 공모에서 허각은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존 박은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집', 그리고 장재인은 박혜경의 '레몬 트리(Fool's Garden의 동명곡을 리메이크한 곡입니다)'를 부르게 된 겁니다.

존 박에게 박진영의 노래를 골라 준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선곡입니다. 상식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윤종신이 지적한대로, 이 노래가 '노래를 잘 하게 보이는 곡'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이미 이 블로그를 통해, 이번 대회가 시작된 뒤로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선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해 왔습니다. 본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래를 할 뻔 했던 존 박이 특별 심사위원 이문세가 바꿔 준 노래 한 곡 덕분에 일약 돋보이는 도전자로 변신한 사연(이문세는 어떻게 존 박을 되살렸나?  http://fivecard.joins.com/858), 여기에 마이클 잭슨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선곡이 또 한번 존 박을 최강의 도전자로 거듭나게 했던 그 다음 도전(왜 강승윤 존박을 무시하나?  http://fivecard.joins.com/863), 그리고 비록 퍼포먼스가 당락을 결정짓지는 못했지만 허각과 강승윤이 돋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경우(강승윤, 잘 하고도 떨어진 이유  http://fivecard.joins.com/867)에 걸쳐서 말입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제가 주장한, 선곡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드라마틱한 노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니가 사는 그집'은 분위기 있는 노래이긴 하지만 이런 치열한 경합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돋보이게 해 줄수 있는 노래가 절대 아닙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장재인에게도 할 수 있습니다. 독특한 목소리와 가창력, 해석력을 겸비한 장재인에게 '레몬 트리'는 너무도 평이한 노래입니다. 절대 클라이막스를 형성할 수 없는 노래죠. 박혜경의 노래라면 'It's You'같은 노래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장재인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한 것이 장재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음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설마 그랬을 리는 없겠죠. 예를 들어 4위에 오른 노래가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라는 데서는 전에 장재인이 김윤아를 보고도 알아보지 못한 데 대한 자우림 팬들의 반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2위를 한 '어떤이의 꿈'같은 노래는 장재인이 재해석해서 부르면 꽤 좋은 결과를 낼 것 같은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일부 불순한(?) 세력의 선곡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레몬트리'를 부르게 한 것은 장재인을 지지하던 팬들의 선택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한마디로 안타까운 일이죠. 만약 남이 대신 골라 주는 거라면 윤하의 '비밀번호486'이나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 같은 곡들을 새롭게 해석해서 불러 보도록 하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혹은 히트곡은 아니지만 W&Whale의 '월광' 같은 노래도 궁금합니다.

그랬다면 장재인의 3강 무대가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보이진 않았을 겁니다.




물론 허각이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는 노래를 받은 것은 단지 행운만은 아닙니다. 그동안 주로 발라드를 부르며 고운 목소리와 탁 트인 고음을 자랑했던 허각은 바로 지난번, 미군 부대 미션에서 본 조비의 'You Give Love a Bad Name'을 화끈하게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이 미션에서 1등이었죠).

이 노래를 통해 허각은 그저 예쁜 목소리의 발라드 전문 가수가 아니라 꽉 찬 무대에서 제대로 로큰롤을 소화할 수 있는 재목이라는 점일 시청자들에게 확연히 일깨웠습니다. 오랜 행사 무대 경험이 큰 도움이 됐을 지도 모를 일이죠. 아무튼 많은 허각 팬들이 '하늘을 달리다'를 허각에게 권한 데에는 이 미군 부대 미션이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그러니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어쨌든 허각의 이날 열창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 평이했던 존 박과 장재인의 부진은 최약체로 평가됐던 허각을 1등으로 결승에 진출시키는 이변을 자아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이상한 선곡의 주역이 제작진...? ㅋ) 그리고 결승은 그동안 너무 친한 모습을 보여 '슈퍼스타 게이(줄여서 슈스게)'라는 농담까지 나왔던 절친한 존 박과 허각의 차지가 됐죠.



이번엔 허각의 가창력과 존 박의 폭넓은 인기 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 될 듯 합니다. 지난해의 서인국-조문근에 비쳐 '보나마나 존 박'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3강에서 허각이 보여준 위력은 슈퍼스타K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결승에서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고 보면, 매우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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