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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씨남정기]

 

꼴갑 저격 사이다 드라마 <욱씨남정기> 첫 두 편의 방송이 나간 뒤,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뭣보다 두 주인공의 역할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특히나 윤상현이라는 배우에 대한 재평가의 기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시대의 찌질남 남정기가 그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욱씨남정기'라는 대본을 받았을 때, 남정기라는 역할에 어떤 배우를 캐스팅해야 할지는 상당히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예를 들어 당장의 화제성이 우선이냐, 연기력이 우선이냐도 논의의 대상이었습니다. 원론적으로는 당연히 - 특히나 남정기 같은 캐릭터는 - 연기력이 우선이어야 할 것 같지만 요즘은 점점 화제성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오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윤상현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본인도 대본을 읽어보고 즉시 '이건 나만큼 잘 할 사람이 없다'는 자신감을 보였고, 뭣보다 윤상현 카드가 현실이 됐을 때, 대본을 읽어 본 사람 중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배우의 열의와 연기가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윤상현이라고 완벽한 배우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목소리는 좋지만, 열연을 하다 보면 가끔 발음이 뭉개질 때가 있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경우에 성우 같은 발성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때로 그런 발성이 역할에 훨씬 더 어울리기 마련입니다. 결점이 결점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이 있습니다. 어느 일터에나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윤상현은 압도적으로 전자에 속합니다. 육아...라기 보다는 아기 사랑 때문에 늘 붉은 눈으로 촬영장을 오가지만(새벽까지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서 눈을 붙여야 할 때에도 아기를 보면 너무 예뻐서 도저히 잠을 잘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늘 밝은 모습으로 다른 출연자들에게 에너지를 전파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사실 남정기는 소심을 넘어 자칫하면 발암 캐릭터입니다. 누구든 자기 집에 호수도 확인하지 않고 신발 신고 들어와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긴다면 웬만한 사람 같으면 당장 발끈해서 화를 내고 싸움을 벌였겠지만, 우리의 남정기는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죠. 연애를 했어도 정말 속터지게 했을 것 같고, 한마디로 21세기 한국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되기엔 덜 떨어져도 한참 덜 떨어진 캐릭터입니다. 실수도 잦아서 거기 대고 버럭 소리를 지르려고 하면 불쌍한 토끼처럼 움츠러들어서 심하게 뭐라 하기도 어려운, 마음 놓고 화내기도 쉽지 않은 답답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가 윤상현을 통해 표현되는 순간, 남정기 과장은 안쓰러운 마음에 왠지 도와주고 싶은 인물로 묘하게 살아납니다. 애정이 생겨 버리는 거죠. 이게 바로 이 배우의 진정한 능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끝까지 답답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답답이 남정기가 욱다정이라는 인생의 웬수이자 멘토를 만나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갈 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1회를 보고 나니 윤상현 이외의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했더라면 이 드라마가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뭐 저희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더군요. 쏟아지는 호평을 바라보면 배가 부릅니다.

 

그런데 의외로 1,2회를 보시고 엉뚱한 장면에서 궁금증을 느끼는 분들이 꽤 있는 듯 합니다. 예를 들면 남정기는 왜 갑자기 방에서 묘한 소리를 내면서 파스를 붙이냐, 대체 낮에 뭐 하는 거냐 (대부분은 다 아시겠지만 그 인부 아저씨 대신 일당을 벌어 갚기 위해 이삿짐 나르는 알바를 한 거죠) 등에서부터 남정기는 왜 부인이 없냐까지 다양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뭐 여기에 한꺼번에 묶어서 대답을 해 드립니다. 또 궁금하신 게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 남정기는 왜 부인이 없나?

▲ 상처를 한 것인지, 이혼을 한 것인지 궁금하실 분들이 꽤 있겠지만 남정기는 이혼남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 아니 그 성격에 왜 이혼을? 부인이 웬만큼 바가지 긁어도 잘 맞춰줬을 것 같은데?

▲ 전처 쪽에서 '너같은 남자랑 못 살겠다'고 한 셈인 거죠.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요. 이해가 갑니다.

 

- 동생 봉기(황찬성)와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듯?

▲ 1회에 나왔듯 정기의 현재 나이는 마흔하나. 봉기는 20대 중후반이니 최하 띠동갑 정도 되는 형제간입니다. 1회 아버지 용갑(임하룡)의 대사에도 있듯 "늘그막에 어디서 저런게 하나 튀어나와서..." 인 형제간이죠. 매일 맞을 짓을 하는 동생이지만 정기에게는 아들(?) 같아서 애틋한 동생입니다. 그래서 용돈까지 챙겨 줄 마음이 생기는 것이죠.

 

 

 

 

- 그런데 봉기를 너무 실감나게 때린다.

▲ 원래 친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영화 '덕수리 5형제'에서도 이미 많이 맞았다고... (참고로 임하룡씨는 제작발표회 때 "(황)찬성이는 심형래 이후로 가장 나에게 많이 맞고 있다. 이걸로 곧 큰 인물이 될 것 같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뭐 맞는 역할은 원래 맞아야 크는 겁니다.

 

- 1회에 엘리베이터에서 정기를 강제로 내리게 하는 사람은 누구?

▲ 1부엔 출연 분량이 없었지만 정기의 회사인 러블리 코스메틱의 실권자인 인사팀 신팀장(안상우)입니다. 본래 이 회사는 조사장(유재명)의 처가집 지분이 훨씬 컸고, 그래서 조사장도 처남인 신팀장에게 함부로 말을 못 하는 처지죠. 그래서 신팀장은 회사 인에선 안하무인으로 행동랍니다.

 

- 정기네는 아버지가 아파트 경비원인 서민이고 욱다정은 나름 상류층인데 같은 아파트 이웃이라는게 말이 되나?

▲ 혼자 살지만 넓은 집을 좋아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한 재산 형성에 아무 관심이 없는 욱다정의 성격상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주보는 집이라도 집안 인테리어를 보면 같은 단지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을 듯.

 

 

- 2회에 남정기에게 로케트 펀치 쏘는 여자는 누구?

▲ 은행 대출담당 여직원 역으로 출연한 신인 배우 김은지입니다. 참고로 윤상현씨와 한 집 사시는 분.

 

- 대체 아파트 복도에 자전거를 세워 놨는데 왜 65만원을 내야 하나?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10조 2항에 보면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복도 계단 등에 유모차나 자전거 등을 세워놓는 행위는 불법인 거죠. 그래서 이삿짐 나르던 인부는 그 자전거에 걸려 넘어지면서 팔을 다쳤다고 주장하며 보상을 요구한 것이고, 욱다정은 그 원인을 제공한 자전거 주인을 찾아 책임지고 보상을 하라고 한 것입니다.

 

 

- 조사장은 왜 계속 양갱을 먹나?

▲ 원래 긴장하면 당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개인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세요.

 

- 혹시 양갱이 협찬인가?

▲ 협찬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제과업체든 협찬해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꾸벅)

 

- 황금화학은 욱다정도 그렇고 지팀장(송재희)도 그렇고 너무 김상무한테 막말을 한다. 한국 회사에서 그게 가능한가?

▲ 좋은 회사라서... (먼산)

 

- 결국 이 드라마도 끝에 가면 남정기랑 욱다정이 연애하는 얘기로 갈거 아님?

▲ 사람 일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 같은...  글쎄, 일단 둘이 잘 어울리기는 할까요?

 

(뭐 오늘은 이 정도. 옥다정 쪽의 궁금증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3부는 3월25일(금) 저녁 8시30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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