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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 여수댁(혹자는 여수집이라고도 한다). 덕자찜 한번 먹자는 따거의 말씀에 우루루 모였다. 병어찜이나 덕자찜이나 대개 갈치조림이나 별 다를 것 없는 국물에 푹 졸여 국물도 떠 먹고 살점도 들어 먹고 하는 게 일반적인데, 경리단길 시장의 여수댁은 하얀 덕자찜을 낸다.
왕년에 민어집으로 유명했던 팔판동 병우네(코로나 지나고 보니 어디론가 사라짐)에서 먹어 본 뒤로 하얀 덕자찜은 처음이다. 덕자 사진 옆의 전화기는 크기 비교를 위해 누군가 내민 것.
50cm는 되어 보이는 덕자병어를 홍고추 대파 썰어 넣고 담백하게 잘 쪄냈다. 두터운 흰 살을 떠내 양념 간장 뿌려 파와 함께 입 가득 넣고 씹으면 고소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일품.
물론 비싸서 아무 때나 먹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여럿이 한입씩 먹는 재미가 있다. 메뉴판을 보면 덕자 외에도 가오리 민어 등 고춧가루 넣지 않은 생선찜이 전문. 서울에서 여수식 맛을 볼 수 있다는 기쁨이 있다.
추가로 생선구이. 서대, 좀 작은 민어, 조기가 나온다. 괜히 이름만 드높아서 여수 가는 사람들이 먹어 보고 실망하는 군평선이는 필요 없다. 앞으로도 여수 가시는 분들, 맛이 없는 것은 아니나 뼈만 많고 살은 한 숟가락인 군평선이를 그 가격에 먹느니 다른 맛난 생선들을 잔뜩 드시길.
모두 살짝 반건조해서 구운거라 고소한 풍미가 그만. 여기에 닭똥집 제육 같은 기본 안주들이 매우 충실하고, 일단 자리에 앉으면 나오는 기본 찬에 파김치, 돌김, 돌게장이 훅 달려든다.
돌게장(사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올 때 살짝 눈짓을 하면 양푼에 밥 비벼 먹으라고 계란후라이까지 같이 주시는 센스가 일품. 후식으로 나오는 구운 가래떡에 설탕 궁합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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