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오래된 동네의 오래된 가게를 좋아한다. 유튜브스타인 선배가 굳이 익명을 포기해가면서 회사 이름으로 예약한 집이라 가슴이 설렜다. 성신여대 옆 동네 이름은 동선동, 골목 안을 가득 채운 샌드위치 전문점, 키토 푸드점, 패스트푸드 가게, 카페를 다 지나, 아마도 90년대 초에 성장을 멈춘 듯한 동네 골목 안에 있다. 밀양손칼국수라는 간판이 살짝 바랜게 벌써 신뢰감을 자아낸다.
칼국수의 친구인 생선전과 아롱사태 수육이 감동적인데 여기에 서울식으로 쨍한 김치에 말을 잊었다.
이 김치 맛을 봐선 간판의 '밀양'을 지워야 하는게 맞지 않나 싶은데 아무튼 들어갈 것 다 들어갔는데도 짜지 않은, 제대로 익은 김치 맛이 기립박수를 부른다. 석박지와 무생채도 완성도가 높다. 부라보.
여기서 사실 뭐라 덧붙이면 전부 사족인데, 사골 베이스의 메인 칼국수도 은은하고 고급스러웠다. 특히 마지막의 살짝 걸치는 참기름 한방울 맛이 그렇게 적절할수가 없었다.
당분간 밀가루를 자제하라는 의사 선생님들 말씀에 국수를 1/3쯤 남기고 나오는 가슴이 어찌나 쓰린지. 면종복배(麪從腹背), 국수를 추종하면 뱃속이 배신한다 하나 어찌 국수를 벗어나 살 수가 있을까...
'뭘 좀 하다가 > 뭐 좀 먹다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륜손칼국수, 이런게 찐 서울맛 (0) | 2023.12.03 |
---|---|
하카, 오리 말고도 풍성한 (1) | 2023.12.02 |
경리단길 여수댁, 생선찜을 서울에서 드시려면 (0) | 2023.11.30 |
캐롤스, 추억이 방울방울 (0) | 2023.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