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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
 
보는 동안은 잘 봤다. 너무 자주 반복되는 추격 장면이 좀 지루했고 너무 말이 안 되는 줄거리가 몰입을 방해했지만, 일단 주제가 'Raiders' March' 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쿵쾅 반가웠다. 마지막의 ‘대체 안 아픈데가 어디야’(1편의 대사다)에서 뭉클하기도 했다. 그런데 보고 나오는데 조금씩 슬퍼지기 시작했다.
 
<옐로우스톤>의 스핀오프 중 하나로 현재 방송중인 미국 드라마 <1923>의 주인공은 해리슨 포드다. 족보상으로 <옐로우스톤>의 주인공인 케빈 코스트너의 종증조부 쯤 된다. 타협을 모르는 늙은 카우보이. 눈빛은 여전히 형형하지만 이미 말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 카우보이의 시대가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불굴의 투지로도 극복할 수 없는 그의 나이가 보는 이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하지만 <인디애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에 나오는 해리슨 포드는 극중 70세(존스 박사는 1899년생이었던 것이다)인데 내용을 봐선 대체 왜 70세인지 알 수 없다. 처음 세 편의 시리즈에서 존스 박사는 각각 37세, 36세, 38세였다.
 
70세를 맞은 1969년, 존스 박사의 펀치력, 주력, 근력, 지구력은 30대 후반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여전히 몸으로 거의 모든 걸 해결한다. 성배로 물을 마신 덕분인가. 2043년쯤 나올 <범죄도시 23>의 마동석을 미리 보는 것 같다. 영화 배경이 1940년 정도였다면 딱 어울릴 시나리오다.
 
아무튼 그 덕분에 ‘젊은 영웅’역할을 했어야 할 헬레나(피비 월러-브리지)는 방해꾼에 애물, 코믹 전담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소란스럽고 장황하다. 그냥 <플리백>을 보는 느낌이다.
 
이 영화의 제작사들은 만에 하나 늙은 챔피언이 은퇴하더라도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젊은 챔피언이 그의 영광을 물려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쓴 것 같다. 다행히 그 소원은 실현될 모양이다.
 
요즘 들어 자꾸 ‘위대한 왕국이 퇴색하는 것은...’으로 시작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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