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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어른이 된 마당에 어디로 여행을 가더라도 동물원을 꼭 가는 편은 아닙니다. 심지어 세렝게티 사파리라면 모를까, 동물원을 가 보기 위해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을 벌였습니다. 그 동물원은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旭川) 교외에 있는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 '펭귄 하늘을 날다'라는 책과 영화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뭔가 늘 뻔한 동물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전기를 마련한 전설로 자주 인용되곤 합니다.

 

그 아이디어란 바로, 펭귄이 수영하는 풀 아래로 터널을 파 구경하는 사람들이 마치 하늘 위로 날아가는 펭귄을 보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그런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은 홋카이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아사히카와(旭川) 외곽에 있습니다. 삿포로-아사히카와는 거의 30분 간격으로 슈퍼 카무이라는 급행 열차로 연결됩니다. 소요시간은 약 80분 정도.

 

 

 

그리고 역전에 내리면 아사히야마행 버스로 갈아탑니다. 2012년 7월 현재 아사히야마 역전은 공사 관계로 약간 어수선한데, 아무튼 입구를 나서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가시면 됩니다. 길을 건너 모퉁이를 돌면 정류장이 있습니다.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면: 웬만하면 화장실은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해치우시기 바랍니다. 월요일인데도 버스 정류장에는 줄이 꽤 길었습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정류장으로 가서 줄 앞쪽에 서는 것이 현명합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행 버스 시간은 기차 도착 시간에 연동되어 있습니다. 버스로 30~40분 정도 가기 때문에, 자리에 앉지 못하면 가기 전부터 진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버스요금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삿포로~사히카와 왕복 열차표]+[아사히카와~아사히야마 왕복 버스권] + [동물원 입장권] 이 포함된 연계 티켓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티켓을 개별적으로 구매하려면 실제 판매 가격은 5900엔. 저는 이 가격이 에나프 투어(ENAF, www.enaftour.com) 여행 상품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아마 이보다는 조금 쌌을 듯 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갑니다. 입구가 절대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냥 시골 동물원이라는 느낌.

 

입구로 들어가시면 반드시 확인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동물원의 특징 중 하나인 '모구모구'라는 시간표입니다. 모구모구의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용은 '사육사가 먹이를 주며 그 동물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 되겠습니다.

 

제가 저 앞에 선 것이 11:40 정도였으므로 11:45의 오랑우탄이 있었지만 오랑우탄은 13:30에도 있으므로 패스. 이후 14:30 백곰, 15:15 바다표범(아자라시), 15:45 펭귄의 모구모구 타임이 남아 있습니다. 구경을 하더라도 이 시간은 기억해 두고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동선상 들어가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이 동물원의 간판인 펭귄관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통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펭귄 터널입니다. 사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규모가 크지도 않고, 터널의 길이가 길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터널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밝아집니다. 

 

생기기는 세계 어디 가나 있는 수족관의 수중 터널과 똑같이 생겼지만, 이 터널에서는 이런 새들이 마구 날아다니기 때문이죠.^

 

 

 

이러다 고개를 들어 보면 머리 위로.

 

 

쏜살같이 날아갑니다. 정말 펭귄이 새라는 게 실감이 납니다.

 

 

 

다들 환성이 터져나오죠. 여고생들로 보이는 소녀들은 '스고이' '가와이' 난리 났습니다. 너도나도 카메라를 꺼내 들고 '펭귄 사냥'에 난리가 납니다.

 

 

 

근데 어찌나 빠른지... (사실 똑딱이 카메라의 셔터 반응 속도가 느린 탓도 있지만) 잡았다 싶으면 이렇게 되기 십상입니다. 예측 사격(!)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잡을 수가 없습니다.

 

 

 

 

 

참 이 정도로 잘 빠진 '날아가는 펭귄' 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똑딱이로 펭귄 잡기가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한참을 해도 질리지 않더군요.

 

 

아저씨도

 

 

아줌마도

 

모두 펭귄 사냥에 넋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위로 올라갑니다.

 

구경하는 통로 배치상 정말 동물들이 가까이 느껴집니다.

 

 

 

사실 이 황제펭귄 종류는 가까이서 보면 굉장히 못되게 생겼습니다.

 

 

악당의 얼굴이죠.^ '배트맨2'의 악역인 암흑가의 두목 펭귄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가까이서 보고 나니 황제펭귄보다 이 땅딸한 녀석들이 더 맘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땅딸하다고 무시하면 곤란합니다. 훨씬 적극적이어서, 덩치큰 황제펭귄 종류보다 먹이를 먼저 먹습니다. 땅딸이들이 다 먹고 나서야 큰 놈들이 먹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놈을 만났습니다.

 

 

 

 

 

 

'해피 피트'에 나온 저 녀석과 똑같지 않습니까? ^^

 

 

 

아무튼 이런 지근거리에서 사람과 펭귄이 함께 하는 동물원은 처음입니다.

 

일설에는 이런 거리 때문에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도 합니다만, 오히려 이 펭귄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눈길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진해서 어슬렁거리며 포즈를 취해 줄 정도. (물론 동물 사정은 동물만 알겠죠.)

 

펭귄에 너무 심취해서 분량이 길어졌습니다.

 

 

 

정말 바다표범은 사진찍히기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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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처음 간 사람은 대개 오오토리 공원과 TV 타워, 스스키노의 밤거리와 홋카이도 도청사, 시계탑 등을 구경합니다. 그리고 삿포로 팩토리와 맥주 공장, 시로이 고이비토(白い恋人) 테마파크 정도를 가고 나면 그냥 별 볼 것 없는 도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실 삿포로는 서울이나 부산에서 살아 본 사람에겐 그리 큰 도시도 아니고, 역사적인 유적 같은 것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젊은 도시입니다. 젊은 도시이기 때문에 바둑판 모양의 잘 정돈된 시내와 일본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훨씬 여유있고 스케일 큰 공간 활용이 매력이긴 하지만, 볼거리 면에서는 떨어지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놀라운 볼거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놋포로 삼림공원(野幌森林公園)입니다. 현대적인 지루한 도시 속에서 한잔의 시원한 생맥주같은 숲이랄까요.

 

 

 

처음부터 보시려면 이쪽을 먼저 다녀오시는 것도 좋습니다.

 

 

둘쨋날은 맘 편히 삿포로 시내나 교외 일대를 구경할 요량이었습니다. 일요일이기도 해서, 당초 작정했던 관광지를 가자니 사람이 복작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삿포로 시내에는 그닥 관광지라고 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다 눈길을 끈 것이 '삿포로 예술의 숲'과 저 '놋포로 삼림공원'이었습니다. 둘 다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았고,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란 느낌은 들었지만 워낙 개인적으로 수목원을 좋아하는 터라 후자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삿포로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 가운데 놋포로에 가신 분은 별로 없는 듯 했습니다. 놋포로 삼림공원 안에 있는 '삿포로 개척촌'을 가신 분들은 좀 있는 듯 합니다만, 전체 삼림공원의 규모에 비하면 개척촌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의 인공 재현시설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삼림공원을 집중적으로 파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삿포로의 중심인 오오토리 역에서 도자이센(동서선)을 타고 동쪽 종착역인 신 삿포로 역까지 갑니다. 놋포로 공원은 역에서 버스로 10~15분 거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오오토리에서 신 삿포로 역까지 20분 정도 걸리니 시내 중심에서 30~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신 삿포로 역에서 버스 연결이 까다로울 수도 있습니다. 막상 내려 보니 신 삿포로 역의 버스 환승장이 너무 넓었고, 결국 연결 버스를 찾지 못해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900엔 정도 나옵니다. (기본요금 650엔)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마땅히 입구라고 할 만한 곳도 없습니다. 입구도 굉장히 많습니다. 일단 저는 오오사와구치(大澤口)라는 입구에 내렸습니다. 주차장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서 바로 시작되는 숲. 제대로 숲길을 향하기 전에 일단 준비해간 도시락을 풀었습니다. 바람이 좀 세게 불어서 그렇지 분위기는 아주 좋습니다.

 

 

숲도 좋고 햇살도 덥지 않게 따사롭고 (마트에서 사온 것이긴 하지만) 도시락도 좋은데... 바람이 너무 심합니다. (머리가 저렇게 되지 않은 사진이 없는데 대한 변명;;)

 

하지만 안내에 따르면, 그나마 이 자리(자연생태관)을 벗어나면 이런 식탁이나 벤치도 없는 그냥 숲과 길 뿐입니다. 쓰레기통도, 자판기도 없습니다. 그냥 이정표 뿐.

 

 

 

 

 

 

 

 

그리고서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일단 이쪽은 초원지대입니다. 물론 초원이라고 해도 주변의 인가가 보일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가다 보면 활엽수림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워낙 대규모 공원이라 그 안에 각각의 식생에 따라 특색있는 숲이 짜여져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좀 가다 보면 이 숲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곧 놀랍니다.

 

 

 

 

지도상으로 보시면 전체 공원에 비해 약 3시간 동안 돌아다닌 지역(왼쪽 위의 빨간 동그라미 안)의 넓이가 턱없이 좁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전체 공원을 횡단하거나 하려면 배낭에 식량과 음료를 채워 본격적으로 걸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 좋은 점은, 워낙 큰 규모의 숲이기 때문에 계속 걸어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좋다는 숲, 좋다는 수목원에 가도 사람이 바글거리면 숲의 느낌이 반감되어 버리곤 하지만, 여기선 2,30분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기 힘듭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갑자기 평원 위에 등장하는 삿포로 개척 100주년 기념탑.

 

 

 

혹자는 거대 로봇이 변신 중인 상태같다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리는 입자포의 포신 같다고도 하고. 어쨌든 뭔가 애니메이션적인 상상력과 엄청난 배포가 결합된, 무식한 물건이란 느낌은 분명합니다. 

 

1971년. 일본이 64년 올림픽 개최 후 세계 1등 국가로 진입하고 있던 시기의 자신감을 대변해주는 물건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홋카이도라는 이 드넓은 대지, 혹한의 겨울을 가진 땅을 개척한 포부가 엿보이는 그럴싸한 기념물이었습니다. 물론, 개척을 '당한'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 족과 이 개척 과정에서 상당히 많이 희생된 한인 징용 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만....

 

탑 정상으로 걸어 올라가는 계단이 나 있습니다만, 엄두가 나지 않아 역시 포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숲. 만약 겨울에 찾는다면 진짜 시베리아의 숲 느낌도 맛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초 예정은 '숲 가운데까지는 가 보자'는 것이었는데, 동행인과 저의 저질 체력으로 그랬다가는 나머지 일정을 자리보전으로 보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절한 지점에서 포기했습니다.

 

아무튼 눈이 내려 쌓인 뒤에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를 가득 채운 다음, 파카에 장화를 신고 한번 다시 와 보고 싶은 곳입니다. 플라스크에 담은 보드카나 위스키를 홀짝거리며 시베리아 기분을 내 볼수도 있겠죠.

 

 

노포로 삼림공원은 강추입니다만, 가시기 전에 신 삿포로 역에서의 접근 경로와 퇴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 삿포로 역에서 10번, 12번, 22번 등 여러 버스로 도착할 수 있는데 버스의 운행 간격이 1시간 이상입니다. 자칫하면 나올 때 미아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내린 정류장에서 꼭 다음 버스 시간을 확인하시고, 아니면 아예 나올 때에는 마음 편히 신 삿포로 역까지 택시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택시비 만큼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이게 아니면 아예 삿포로 기차역에서 하코다테 가는 길에 있는 JR 삼림공원 역까지 가서 걸어 들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쪽에선 진입로가 워낙 길어 본격적으로 숲이 시작되는 개척기념탑까지 가는데만 빠른 걸음으로 30분 이상이 소요됩니다. 체력에 자신이 있는 분들에겐 이게 더 간편한 길일 수도 있겠습니다.

 

http://www.pref.hokkaido.lg.jp/ks/skn/environ/parks/nopporo.htm

 

 

 

 

공원을 나서 찾아간 곳은 삿포로 팩토리. 어디를 가건 쇼핑몰을 안 가면 그 도시를 가본 게 아니라는 동행인의 지론에 따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일요일인데도 쇼핑몰은 지나치게 한산. 삿포로 팩토리가 기울고 있는 것인지, 삿포로 시 경제가 기울고 있는 것인지 아무튼 약간의 이상 신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 쇼핑몰에 가면 심심치 않게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이런 소소한 아이디어 상품들. 물론 가격도 싸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물건들이 눈길을 끕니다.

 

저 인형은 컵라면에 끓는 물을 붓고 라면이 익을 때까지 뚜껑이 덮인 채로 고정되게 도와주는 물건입니다. 몇개 사와서 선물로 뿌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840엔이면 만원이 넘는 가격이라 패스.

 

 

 

홋카이도에 왔으면 뭐니뭐니해도 대표 동물은 곰. 그래서 푸마 대신 쿠마(일본어로 곰) 티셔츠를 입거나,

 

 

곰고기, 사슴고기, 바다사자 고기 등의 통조림도 쇼핑할 수 있습니다. 야마토니(やまとに[大和煮])라는 것은 일본식의 장조림 비슷한 요리라고 합니다.

 

물론 맛은 절대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전에 들은 애기로는 '토할 것 같더라'는 말도 있더군요.^ 용기 있는 분들은 한번쯤 시도해 보실 만도.

 

 

 

삿포로 팩토리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과거 맥주 공장이었던 시설의 외관과 에이트리움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온실 모양 건물의 사이에 있는 작은 공간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여기선 역시 유명한 홋카이도 한정 판매 맥주인 삿포로 클래식을 마셔 줘야죠.

 

 

 

 

백년이 가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탄탄한 벽돌 건물의 구 맥주공장, 물놀이 하는 아이들, 기울기 시작한 햇살이 맥주잔에 비치는 걸 바라보며 삿포로의 일요일 오후가 저물어 갑니다.

 

맥주같은 숲, 숲 같은 맥주. 삿포로가 특별한 이유가 이런 거겠죠.

 

 

 

저녁식사는 가장 많이 기대했던 게 전문점. 게 요리에 대한 내용은 따로 정리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먼저 먹어야 할 것은? http://fivecard.joins.com/1017

 

 

다음날은 하늘을 나는 펭귄을 보러 아사히야마 동물원으로 갑니다.

실망했다는 분들도 있어 은근히 걱정했는데, 절대 헛걸음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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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막연히, 언제 홋카이도를 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줄곧 갖고 있었습니다. 2001년 겨울에 한번 간 적이 있었고 그 때의 기억도 참 좋았습니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겨울의 홋카이도는 눈의 천국이죠.

 

어디를 가나 도로에는 중앙선이 허공에 떠 있을 정도(눈 때문에 길 바닥의 선은 전혀 보이지 않음)로 눈이 쌓여 있는 설국. 온 사방에 눈이 쌓인 가운데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온천에 들어가 얼굴에 선뜩 선뜩 눈송이가 떨어지는 맛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 당시 온갖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며 국내에서 유명해진 장난감 도시 오타루도 멋졌죠.

 

그런데 언젠가 누가 "홋카이도가 겨울이 좋다지만 사실은 여름이 훨씬 더 좋다"고 얘기한게 계기가 됐습니다. 워낙 귀가 얇은 터라 '그래?'하고 솔깃했지만 이번 여름, 마침내 실천에 옮겼습니다.

 

 

 

2001년 겨울, 김민종은 '하얀 그리움'이라는 노래로 겨울 시즌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볼 수 없을 정도의 겨울 풍경을 위해 홋카이도로 날아갑니다. 저도 그 일행에 끼어 처음으로 홋카이도 땅을 밟았습니다.

 

바로 이 뮤직비디오죠.

 

 

뮤직비디오 중간에 나오는 설원 장면은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도야 호수 근처의 평원에서 찍었는데 바람 한 점 막을 곳이 없는 거대한 눈밭에서 하루 종일 촬영을 진행하는 걸 보고 몸서리를 친 적이 있습니다. 한 5분만 서 있어도 뇌 속의 수분이 모두 얼어붙는 것 같은 강추위였기 때문이죠. (네. 저는 본부 격인 버스 안을 거의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낮 일정이 끝나면 환상적인 온천과 맥주의 휴식을 기대할 수 있는, 참 괜찮은 출장이기도 했습니다. 겨울이라 해도 엄청나게 짧았죠.^^

 

 

 

사진을 보니 참 김민종군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군요.^^ 사진의 날짜가 1999년인 것은 사진기의 오류입니다. 당시만 해도 DSLR보다 더 컸던 코닥 디지털 카메라(거의 시제품)를 처음으로 들고 간 상황이었습니다. 메모리도 15~16장 저장이 고작이던 시절. 찍었다가 확인하고 후진 사진은 바로 지워야 했습니다. 오른쪽은 당시에도 이미 스타 사진작가였던 조선희씨.

 

아무튼 그해 겨울의 좋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홋카이도를 막상 다시 간다고 생각을 하고 보니, 이번엔 여행사의 힘을 한번 빌려 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가이드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패키지는 절대 사절. 다만 호텔과 교통편 예약을 해 주는 발전된 호텔팩 형태라면 괜찮을 듯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사 서치에서 어렵지 않게 에나프 투어(ENAF, www.enaftour.com)라는 회사를 발견했습니다.

 

이 회사의 장점은 주어진 코스대로 가지 않고 직접 일정을 구성해 자유여행을 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고 싶은 곳으로만 코스를 재구성해도 합리적인 가격이 산출됩니다. 총 4박5일. 하루는 아시히카와 행, 하루는 후라노 행으로 조절해 견적을 받았습니다. 견적을 받은 뒤 약간의 절충이 있었습니다.

 

요즘 온 사방에서 욕을 먹는 '파워 블로거지' 흉내를 한번 내 본 거죠("사장님, 제가 블로그에도 한번 쓰고 하면 홍보가 쫘악~~"). 그렇게 해서 아주 약간의 할인(정말 약간입니다. 견적 요금의 10% 미만 ^^;;;)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뭐 꼭 그래서라기보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 온 지금, 다른 지역은 몰라도 홋카이도를 갈 때에는 여행사의 자유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란 생각이 듭니다. 직접 숙소나 교통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긴 합니다만, 여러 모로 바쁜 사람들에겐 숙소와 교통편 예약에 꽤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차차 더 자세히 나올 겁니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그렇게 해서 신 치토세 공항에 내린 것이 오후 2시경. 흐리고 비가 쏟아질 거라던 예보가 무색하게 해는 쨍쨍 빛났습니다. 그래도 덥지는 않은 날씨. 22~23도 정도의 기온입니다. 시내까지는 1040엔짜리 공항 특급 전철로 직행합니다. 삿포로 역까지 35분. 운이 없으면 서서 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 고유의 날렵한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삿포로 역은 역시 일본답게 노숙자나 사창가, 우범지역으로 흔히 일컬어지는 대도시 역과는 전혀 다른 느낌. 대형 쇼핑몰이 잇달아 있어 도쿄의 시부야 역이나 서울의 용산역 같은 느낌입니다.

 

삿포로 시내는 쾌적하게 뚫려 있고 워낙 평지라 삿포로 역 광장에서 남쪽으로 쭉 뚫린 길을 바라보면 스스키노의 랜드마크인 기린맥주 전광판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보인다는 점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꽤 가까운 거리 같지만 실제로는 전철 두 정거장. 네. 걸으면 시간과 땀이 꽤 소요됩니다.

 

 

 

 

숙소인 그랜드 호텔은 삿포로 역과 오오토리 역의 어렴풋이 중간에 있습니다. 삿포로 역까지는 약 7분, 오오토리 역까지는 3,4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1층에 스타벅스가 있어 금세 눈에 들어옵니다.

 

삿포로의 명물인 구 도청사가 바로 뒤편에 있어 호텔에서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만 보고 가 보진 않았습니다.^

 

 

여러 면에서 삿포로의 고전적인 호텔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그랜드 호텔.

 

 

스타벅스 간판 뒤로 길이 막힌 듯 보이는게 삿포로 역사. 지척입니다. 참고로 이 넓은 길은 인도입니다. 정작 큰길은 오른쪽 지하도 입구 때문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리뉴얼을 통해 객실은 깔끔하게 마무리됐습니다. 특히 일본 호텔답지 않게 공간이 널찍합니다. 화장실도 사진은 없지만 꽤 넉넉한 공간. 방 안에 사무용 탁자 하나 정도만 있었다면 더 바랄 게 없었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쨌든 여장을 풀자 마자 기내식이 좀 부족했는지 '허기지다'는 마나님을 모시고 길을 나섰습니다. 목표는 스스키노 역 바로 옆에 있는 스미레. '도쿄 연예인들이 삿포로에 오면 꼭 들르는 집'이라는 말에 혹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라멘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인식한지 한 7,8년 밖에 안 됩니다. 아직까지는 미소라멘의 진득한 맛 보다는 쇼유라멘의 (상대적인) 깔끔함이 더 끌리는 편이죠. 하지만 삿포로에서는 아무래도 미소라멘이 더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예상 적중. 국물에 면을 말았다기보다는 짜장에 물을 약간 부었다고 할 정도로 진하디 진한 미소 국물. 쇼유라멘과는 달리 차슈를 넣지 않고 대신 간 고기를 꾸미로 넣어 줍니다. 면발과 함께 술술 넘어갑니다. 약간 신 맛이 나는 미소 육수가 만만찮은 내공을 보여줍니다.

 

반면 쇼유라멘은 뭐랄까... 간장이 본 육수의 강렬함을 전혀 잡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것이 삿포로 라멘 전체의 특징인지, 아니면 스미레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간사이에서는 라멘에 대만족을 표현하던 동행인이 스미레의 쇼유라멘에 질려 "이번 여행에서 라멘은 이걸로 끝"이라고 선언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라멘요코초와 신라멘요코초 모두 그냥 간판만 찍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혹시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하면: '요코초'란 골목을 말하는 것으로, 삿포로의 명물인 라면 전문점이 모여 있는 작은 골목입니다. 라멘요코초가 인기를 얻어 뒷날 신라멘요코초가 생겼죠. 모두 스스키노 역 주변의 잘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첫날인 만큼 무리하지 않고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입안을 정리한 뒤(아이스크림 이야기는 한방에 모아서 다시 소개합니다.) 숙소로 귀환. 잠시 오수를 취하고 느즈막히 저녁식사를 위해 삿포로 역사 상가로 향했습니다. 역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시집 '하나마루'를 가기 위해서입니다.

 

알려진대로 오후 8시30분인데도 늘어서 있는 줄. 안내자는 "3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한다"고 합니다. 뭐 그 정도는 기다려 주지.^^ 그런데 회전초밥인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삿포로 역사 빌딩에는 다이마루 백화점 - 스텔라 플레이스 - 에스타라는 이름의 상가가 한 건물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이 스시집 하나마루는 스텔라 플레이스 6층. 사진으로는 오른쪽으로 보이는(파란색) 다이마루 백화점 연결 통로 바로 옆에 있습니다.

 

 

 

가격표. 세금 포함하면 136엔에서 420엔까지 있습니다. 제일 비싼 420엔 짜리는 우니(성게알), 오도로(참치 뱃살), 통 아나고(붕장어) 등입니다. 환율을 감안해도 먹을만한 가격입니다.

 

(가격표는 클릭하면 커집니다. 돌아가는 접시 외에 먹고 싶은 스시가 안 보이면 종이에 적어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초밥 재료 몇가지 정도는 쓸 줄 아는 쪽이 일본 여행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저도 일본어는 못하지만 초밥 재료는 좀 아는 편입니다.)

 

 

맛있어 보여서 집었는데 뭔지 잘 모르겠더군요. 먹고 나서도... 뭔가의 껍질을 간장에 졸인 느낌? 아무튼 무척 짰습니다.

 

일본 어디건 바닷가 아닌 곳이 없겠지만 그래도 홋카이도에서 먹는 스시는 참 신선하다는 느낌. 꽤 열심히 먹고 있는데 옆의 커플은 벌써 세 그릇 째 장국을 추가해가며 엄청나게 먹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라아게까지. 남자도 남자지만 여친도 참 대단. (누가 일본 사람이 소식한다고 했냐고.)

 

반면 왼쪽에는 미국인인 것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 커플(?)이 열심히 '이쿠라' '오토로우' 해 가며 초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의 초밥 한 접시에 간장 한 종지씩을 먹어 치웁니다. 저렇게 짜게 먹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누가 한국 사람이 짜게 먹는다고 했냐고.)

 

 

아무튼 삿포로 클래식 나마비루 한잔에 대게 다릿살 스시. 최상의 조합입니다. 담백하고 달달한 스시의 밥알 하나 하나가 맥주를 타고 몸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느낌. 왜 서울에서 먹으면 이런 느낌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홋카이도 특산이라는 멜론 한 조각으로 마무리.

 

 

 

필 받은 김에 삿포로에서만 파는 한정 맥주를 사들고 귀환. 첫날이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오른쪽은 대기업 브랜드인 삿포로맥주의 홋카이도 한정판이지만 왼쪽은 아예 '스스키노 비어'라는 로컬 브랜드입니다.)

 

 

다음날 예고편은 노롯코 공원.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놀랄만한 대자연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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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 가 보신 분이라면 우유, 소프트 아이스크림, 옥수수, 징기스칸, 스프 카레, 홋(임연수어) 구이 등등 여러가지 답이 나오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보편적인 답은 '게'일 겁니다.

 

물론 제가 게를 좋아하는 것도 감안해야겠지만, 사실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 구석 구석에서 게를 싫어하는 문화권은 별로 없는 듯 합니다. 세계 어느 구석을 가도 게라는 동물은 대부분 '비싸고 맛있는' 종류에 속하는 편입니다. 그게 꽃게건, 킹크랩이건, 던전 크랩이건, 스리랑카 머드 크랩이건 말입니다.

 

그런데 특히나 홋카이도는 게의 산지로 유명하죠. 일단 세 종류의 게가 유명합니다. 다라바가니(たらばがに, 킹크랩), 즈와이가니(ずおいがに), 그리고 케가니, 털게입니다.

 

 

 

 

일단 잘 알려진 고급 게 전문점을 가 봤습니다. 좋은 걸 아껴뒀다 마지막에 먹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스무살때 만난 옛 친구의 충고대로 '일단 좋은 것부터' 먹어 봤습니다.

 

식당 이름은 효세츠노몽(氷雪の門). 사실 워낙 게가 유명하다 보니 가니쇼군이나 가니혼케 같은(눈치채셨겠지만 일본어로 게가 '가니'입니다) 거대 체인점들이 시내 곳곳에 있습니다. 또 게 전문점도 넘쳐나고 있죠. 그 가운데서도 뭔가 명가의 풍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에 혹해 찾아갔습니다. 호텔에 예약을 부탁하니 '아, 그집, 유명하죠' 라고 하더군요. 뭐 국내에서도 윙버스 같은 곳에 애저녁에 올라가 있습니다.

 

 

 

 

 

 

간판. 그럴듯합니다. 사실 웬만큼 먹으러 다니면 이제 간판만 봐도 대략 그 집의 내공이 보입니다. 왠지 믿어도 좋겠다는 느낌이 팍 옵니다.

 

목적이 목적이니만큼 '홋카이도 3대 게가 골고루 나온다'는 세트를 골랐습니다. 가격은... ㅠㅠ. 하지만 뭐 한번쯤은...

 

일단 전채 요리로 다코와사비가 나옵니다. 아주 쬐금 나옵니다. 짭짤하고 좋습니다.

 

 

 

 

 

그 다음에는 대게 다릿살이 회로 나옵니다. 물론 깔끔하고 시원한 맛입니다.

 

그리고 약간 잔인한 짓일 수도 있지만, 곧 상에 올라올 털게 한마리를 직접 보여 줍니다.

 

 

제법 큰 녀석입니다.

 

 

그리고는 샤부샤부.

 

 

한점 한점 익혀 먹는 풍미를 몰라 그냥 재료를 통으로 넣고 익혀 먹었습니다. 뭐 맛이 없을 리가 없지요. 육수에 파와 배추를 우려낸 시원한 국물도 그만입니다. 나중에 이 국물에 죽을 끓여 줍니다.

 

 

그러는 사이 한켠에서는 작은 풍로에 킹크랩 다릿살을 구워 줍니다. 꽤 시간이 걸리네요.

 

 

 

지금껏 먹어 본 방법 중 킹크랩 다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구수한 냄새와 함께 쫄깃한 맛이 그만입니다. 맛이 너무 좋아서 껍질까지 다 씹어먹을 지경입니다. 찌거나 삶는 것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저보다 더 게를 좋아하는 듯한 동행인도 당연히 엄지손가락 업.

 

 

 

그리고는 아까 본 그 녀석이 찜으로 등장합니다.

 

사실 털게는 상당히 먹기 불편합니다. 그놈의 털이 보기에도 징그럽지만, 까 먹으려 들면 은근히 손가락을 찌르기 때문이죠. 찔러서 아플 정도로 굵은 털은 아니지만, 그래도 깔끄러운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문점답게 깔끔하게 절반으로 갈라 나온 게를 보면 탄복하게 됩니다. 단면을 잘 이용하면 이렇게 살이 쏙 떨어져 나옵니다.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그만입니다. 물론 파먹는 노력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선 게살 무침 샐러드. 무심코 한입 떠먹은 다음에 찍어 양이 실제보다 더 적게 나왔습니다. 세 입 정도 나옵니다. 원래 샐러드가 맨 처음쯤 나와야 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아쉽지 않은 맛입니다.

 

 

마지막으로 튀김. 역시 부족함이 없는 맛입니다.

 

그리고 나서 아까 샤부샤부를 먹은 국물에 죽이 나오고(죽이라고는 하지만 밥을 넣고 오래 끓이지 않습니다. 끓는 국물에 밥을 말았다 싶은 정도에서 그냥 불을 끕니다), 유자 맛의 샤베트가 마무리로 나옵니다.

 

홈페이지에서 인쇄해 간 쿠폰을 제시하면 생맥주 한잔이나 청주 한 도꾸리가 제공됩니다. 니혼슈 한잔에 풍성한 식사를 마쳤습니다. 비싸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한번쯤은 누려 볼만한 호사더군요.

 

 

 

그리고 그 다음은 상당히 불만스러운 경험입니다.

 

워낙 유명한 게 산지이므로 게를 먹을 수 있는 전문식당은 매우 많습니다. 그중에서는 일본 특유의 식문화인 다베호다이(食べ放題)라는 형태의 가게들도 있습니다. 국내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집은 '에비가니갓센'이라는 집입니다. 에비는 새우, 가니는 게, 갓센은 뭔지 모르겠더군요.

 

 

 

약간 호프집 같은 느낌. 대각선 방향으로 스스키노의 랜드마크인 기린 전광판이 보이는 대로변의 좋은 위치입니다.

 

이 짐에서 1인당 4200엔을 내면 토막낸 대게, 킹크랩, 그리고 털게를 배가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단 시간 제한은 90분. 그리고 게는 모두 찐(혹은 삶은) 뒤 식혀 제공됩니다. 일단 차가운 상태에서 제공된다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다양한 세트에 따라 조금씩 제공되는 메뉴가 다르지만, 아무튼 이 4200엔 짜리 메뉴에는 전술한대로 세 종류의 게와 함께 게살 초밥, 그리고 새우튀김이 무한 제공됩니다. 부페처럼 집어다 먹는 형태는 아니고, 1차 제공된 음식을 모두 해치우고 그 다음 접시를 요청하면 음식이 더 나오는 방식입니다.

 

 

처음 제공된 접시는 이렇습니다.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위의 대게와 킹크랩 다리를 걷어 내면,

 

 

이렇게 털게 한마리가 수줍게 등장합니다. 아무튼 한 접시의 양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킹 크랩 다리를 까 보니 살도 통통한 것이 제법 먹음직스럽습니다. 차가운 식감이 그리 친숙하지는 않고, 간장 외에는 별다른 소스도 제공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지만 맛은 제법 그럴 듯 합니다.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만,

 

첫 접시까지만 그랬습니다. 두번째 접시부터는 확 달라지더군요.

 

첫 접시의 게는 그냥 까 먹기 딱 좋을 정도의 염도였습니다. 간이 살짝 싱겁지 않나 싶을 정도였는데, 두번째 접시는 어처구니없이 짜더군요. 식욕이 확 떨어지는 맛이었습니다. 첫 접시를 약간 무리하다 싶게 빨리 비웠더니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쨌든 짠 맛 앞에는 장사가 없더군요. 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물을 마셔야 하고, 물을 마시는 만큼 식욕은 역시 떨어지고. 도저히 두 접시 이상은 무리였습니다. 단품 메뉴 가격표를 보니 맨 처음 제공되는 저 접시와 비슷해 보이는 메뉴(대게 다리+킹크랩 다리+털게)의 가격이 3500엔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즉 4200엔짜리 다베호다이 메뉴를 주문하면 두 사람이 최소한 저 접시로 세 접시는 먹어야 본전(?)을 뽑는다는 얘기가 되는데, 만약 업주측이 이런 식으로 '소금물에 담근 게' 작전을 편다면 손님은 백전백패입니다.

 

실수였는지,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의도된 것이었는지 단 한번 가봐서 알 수는 없겠지만, 매우 불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좀 반칙이다 싶더군요. 삿포로를 다시 가게 되면 차라리 비싼 곳을 다시 가더라도 이곳은 전혀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무튼 이 업소를 나오면서 동행인에게 물었습니다.

 

"당분간 게 생각 안 나겠지?"

"응."

 

하지만 다음날, 스시 집에서 게살 초밥을 집어드는 동행인을 보면서 이거 참,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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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상해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으로 꼽히는 것이 소롱포입니다. 샤오롱바오라고도 하죠. 한자로는 小籠包라고 씁니다. 일부에서 소룡포라고 잘못 읽기도 합니다만, 소'롱'포가 맞습니다. 농구 할때 농자죠. 

샤오롱바오, 혹은 소롱포의 핵심은 겉에서 봐선 흔한 고기만두의 모습이지만, 일단 깨물어 보면 뜨거운 국물이 주륵 흘러나온다는 것입니다. 특히 거죽은 식더라도 속의 국물은 쪄 내온 그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잘 모르고 깨물었다가는 입천장이 홀랑 벗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입을 델 지라도 그 풍부한 육즙과 고기맛의 조화는 정말 별미 중의 별미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목에 나오는 원조 소롱포란 이미 상하이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남상만두점(남상만두점), 즉 난시앙 레스토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에도 두 군데나 점포가 열려 있었지만 2010년 8월말 현재 두 군데의 분점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소롱포 마니아로서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만만찮게 팬이 많은 딘타이펑은 여전히 성업중입니다만, 소롱포의 맛으로만 따졌을 때 난시앙과 딘타이펑을 견준다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입맛은 취향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고기로 치자면 꽃등심과 맥도널드 햄버거를 비교하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참고로 저는 맥도널드 햄버거 사랑합니다. 대단히 맛있습니다. 다만 햄버거는 그냥 햄버거고 라면은 그냥 라면입니다).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소롱포로는 딘타이펑의 라이벌은 그냥 크리스탈 제이드 정도. 가격대 성능비를 따진다면 노독일처가 더 낫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딘타이펑이나 크리스탈 제이드 모두 소롱포 외에도 다양한 다른 메뉴가 있어 가볼만한 곳이지만, 단지 만두만을 위해 간다면(둘 다 명동점일때를 가정하면), 그냥 취천루에 가서 교자만두를 실컷 먹으렵니다.



각설하고 지난 8월의 엄청나게 더운 어느 토요일, 상해의 난시앙 본점에 만두를 먹으러 갔습니다. 뭐 추울 때 먹으면 더 맛나겠지만 어쨌든 갔습니다. 위치는 잘 알려진대로, 상해의 가장 유명한 관광 스팟 중 하나인 예원 입구입니다.

난시앙 만두가 맛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건 오랫동안 상해를 다녀온 사람들의 논란거리였습니다. '비리고 느끼하고 맛이 없어서 토할 것 같았다'는 사람에서 '너무 맛있어서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죠. 흥미로운 것은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너 1층에서 줄서서 산 만두 먹은 거지?"라고 물으면 거의 97%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는 겁니다.

조금 더 고급 정보로 넘어가면 난시앙은 3층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1층은 입석(이라기보다 그냥 테이크아웃 내지는 야외에서 아무렇게나 펼쳐놓고 먹기), 2층과 3층은 식당의 형태이며 1층보단 2층이, 2층보단 3층이 훨씬 비싸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난시앙의 진면목을 보려면 3층으로 가야죠.

네. 3층 만두가 진정한 난시앙 소롱포입니다.



본격 여행철이 아닌 때, 그리고 평일이라면 2, 3층은 그냥 앉을 수 있는 경우가 꽤 많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제가 찾아간 시간은 토요일 점심때. 3층으로 입장하려는 줄이 2층 입구까지 늘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이 만두를 먹으러 바다를 건너 왔는데 이 정도의 난관에 포기할 수는 없었죠.

3층은 장흥루(長興樓)와 정흥루(鼎興樓)라는 두 개의 식당으로 분리되어 있고, 줄도 따로 섭니다. 물론 1, 2, 3층의 가격이 모두 다르지만 3층의 두 식당은 공통 메뉴인 소롱포의 가격은 같습니다. 단지 장흥루(난시앙, 즉 남상만두점이 한때 사용한 상호라고 합니다)는 전통적인 만두에만 집중하는 식당인 반면 정흥루는 만두 외에도 다양한 요리들을 팔고 있습니다. 식당의 모양새를 봐도 정흥루가 가장 고급스러운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튼 저는 소롱포 외의 다른 메뉴에는 관심이 없었으므로 장흥루로 줄을 섰습니다.



흔들렸군요. 어쨌든 가장 중요한 메뉴.



메뉴. 장흥루는 맨 위에서부터 스페셜 게알(48), 선육-돼지고기(30), 게살(30), 새우(40), 야채(28), 송이(88), 그리고 가장 비싼 게알샥스핀(108)까지 7종의 소롱포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칸에 있는 빨대로 빨아먹는 만두형 수프인 게알 탕파오는 22위안.

절대적으로 싼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기본형인 선육소롱포는 5400원 정도로 서울 분점보다 쌌지만, 비싼 축에 드는 송이는 16000원, 게알샥스핀은 19000원대의 가격으로 분명 서울보다 비쌉니다.

어쨌든 뭐가 제일 맛있는지 쉽게 알 수 없을 때의 방법. 일단 무식하게 많이 시켜봤습니다. 참고로 맨 위에 나오는 탕파오는 그냥 탕파오 맛입니다. 시원(물론 온도는 살벌하게 뜨거움)하고 고소합니다. 맛있습니다.^



물론 또 이렇게 다 시켜놓고 보니 서울보다는 확실히 싼 가격이군요. 5종의 소롱포와 탕파오 하나, 그리고 음료수까지 시켜서 55000원 정도입니다. (네. 게살 한번 먹어보고 통이 커진 듯 합니다.^^)



똑같이 생긴 소롱포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궁금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지금 위 사진은 게살 소롱포입니다. 살짝 노릇노릇한 기운이 돕니다.




주둥이에 살짝 참기름으로 보이는 기름 방울이 달린 것이 스페셜 게알.



그리고 이것이 최고가인 게알샥스핀. 혼동이 없게 하기 위해 가운데에 당근 조각 같은 것을 올려 놓았더군요. 뭐가 다른지 알기 위해 가져오는 순서대로 일일히 계산서와 대조해서 확인했습니다.

맛은 뭐 굳이 설명할 필요가.... 한판에 6개씩 30개의 소롱포를 둘이서 딱 2개 남기고 순식간에 모두 해치웠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배가 부른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죠. 사실 남긴 2개도, 기준으로 삼기 위해 시킨 선육 소롱포가 마지막에 나오는 바람에 남긴 듯 합니다. 아무래도 비싼 쪽이 더 맛이 화려하기 때문에, 다른 종류를 먼저 먹으면 그냥 선육 소롱포는 좀 느끼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서울과 비교하자면 약간 더 기름진 맛이라고 할까요? 이제는 갈수 없게 된 서울 분점의 육즙은 그냥 거의 순수한 닭 육수를 사용한 느낌이라면 상해 예원 본점의 육즙은 조금 더 복합적인 맛입니다. 닭 육수에 살짝 돼지 육수가 섞인 느낌도 나고, 참기름 맛도 꽤 느껴집니다. 물론 서울 분점에서도 느끼하다며 소롱포를 못 드시는 분이 있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은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밖에 서울점과 차이가 있다면, 자차이나 할라피뇨같은 반찬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느끼한 음식에 약한 분들은 유일한 반찬인 생강 초절임을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무료 리필(?)입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상해에 가서 가장 먼저 먹어야 할 것은 역시 남상만두점의 소롱포였습니다. 문득 오사카에서 난시앙 분점을 발견했을 때 들어가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물론 밥만 먹고 갈 수 없다는 의무감(?)으로 예원 산책에 나섰지만 이날 상해 지역의 기온은 현지 영자신문에 따르면 "상해시가 공식적으로 기온 측정을 하기 시작한 1873년 이래 가장 뜨거운 섭씨 40.7도(네. 너무 충격적이라 숫자를 다 외워버렸습니다)".

예원의 그림같은 정원도,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건물들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돌 바닥 건물에서는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더군요. 그냥 그 돌 바닥에 드러눕고 싶은 날씨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두 번의 상해 방문 때에도 가보지 못한 소주/항주 등의 명소들은 이번에도 방문지에서 완전히 제외. 결론은 '시원한 데서 먹고, 시원한 데서 쉬다 가자'에 합의하는데 0.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먹자판 여행기는 다음에도 이어집니다. 주-욱.

P.S. 그나저나 서울 난시앙 분점들은 대체 무슨 연유로 문을 닫은 것일까요. 장사도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서울에 돌아와 이런 참상을 보고 나니 상하이에서 난시앙을 들르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분점 폐쇄의 연유를 아시는 분은 귀띔이라도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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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가 > 상하이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해 명물 털게, 이정도는 먹어야  (59) 201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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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수륙의 명물이 모이는 중국 요리의 본산 중 하나. 북경-사천-광동 요리와 함께 상해 요리의 명성은 누구라도 익히 들었을 법 합니다. 그리고 상해의 그 많은 식재료 중에서도 가장 명성 높은 재료라면 상해 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지구상에서 게라는 이름이 붙은 동물 가운데 맛 없는 동물은 없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등껍질이 사람 얼굴같이 징그럽게 생겨서 아무도 먹지 않는다는 일본 세토나이카이의 헤이케 게(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나오는 얘깁니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도 일단 먹어 보면 맛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많고 많은 맛있는 게 중에서도 상하이 게, 정확하게 상하이 털게(上海毛蟹)혹은 큰 수문게(大閘蟹)라고 불리는 이 게는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특이합니다. 일단 큰 대자가 들어가는 이름에 비해 사이즈가 정말 기대 이하입니다.

  (이렇게 보면 엄청 커 보이지만, 실제 크기는 명함 한장 정도...ㅠㅠ)

상하이에서 게를 먹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웬만한 사람은 세번 놀랍니다. 첫째로는 게가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작아서 한번 놀라고, 두번째는 중국 물가에 비해서 그 작은 게가 무척 비싸다는데 놀랍니다. 세번째로는, 그 먹는 것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이 그 어린애 손바닥만한 게를, 이쑤시개와 귀이개 같은 전문 도구를 이용해서 20분씩 파 먹고 있는 걸 보고 경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몸통이 명함 한장만한 게가 대체 먹을게 뭐 있다고 그렇게 파 먹는지. 참고로 약 10년 전, 저는 상해에서 웬 중국 재벌가 아드님(당시 얘기로는 중국 6대 재벌의 후계자라고 했습니다)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상 위에 온갖 진미가 올라왔고 열심히 쩝쩝 먹고 있는데, 누군가 상해에 왔으면 게를 먹어야 한다고 한마디 한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재벌님은 즉시 지배인을 불러서(참고로 그 식당, 그리고 식당이 있는 건물이 모두 이 재벌님의 소유였습니다), 게 있느냐고 묻더군요.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듣고 안색이 변한 이 재벌님은 즉시 자기 기사를 시켜 게를 사오게 했습니다. ...네. 아무나 재벌 되는게 아니더군요.

다른 요리를 먹고 있는 사이 기사가 신속한 동작으로 사온 게가 그 식당의 주방 찜통을 거쳐 상에 올라왔습니다. 그 다음은 저 위에 쓴 대로 세번 놀랐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정교하게 속을 파 본다 해도, 그리고 그 작은 게가 제아무리 속이 꽉 차 있다 해도, 어린애 주먹만한 게 속에서 어른 주먹만큼 게살이 나올리는 없죠. 

중국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들이박고 게살 파는데 열중하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모두 여기서 뭘 더 먹으라는 거냐는 눈빛이었습니다. 더 없냐는 듯한 무언의 시선을 나누고 있는데, 눈치를 챘는지 재벌님이 한말씀 하십니다.


그: 상해 게는 원래 1인당 한마리만 먹는 거다.
나: 왜?
그: 이 게는 기본적으로 기운이 찬 음식이다. 두마리 먹으면 설사한다.
나: (정말일까...)


그로부터 거의 10년 뒤, 저는 그 말이 거짓말이란 걸 알아차렸습니다.


무더위 속의 상해. '꼭 가봐야 할 집'이라고 추천받은 집은 신광주가라는 집입니다. 남경동로(난징동루) 보행자 거리에서 북쪽으로 지척에 있는(전문용어로는 절강중로와 천진로의 교차점 근처라고 함) 집입니다.

골목도 허름하고, 가게도 그리 으리으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치우고 맛으로 승부하는 집'이라는 소개에 끌렸습니다. 객점은 2층부터. 좀 이른 시간이라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습니다.



약간 허름은 외관에 비해 가격은 오옷!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4가지 요리와 2개의 식사(?)가 나오는 2인용 코스가 940위안. 현재 시세로 약 16만원 정도 됩니다. 기준환율로 그렇다는 것이고, 카드사에 청구되는 금액이나 환전 환율을 생각하면 17만원 이상. 물론 상해 물가가 서울과 거의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싸다고 하지만, 이 정도 가격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주인은 자꾸 이 코스를 권하는데(물론, 이게 가장 싼 코스입니다. 바로 아래 보듯 더 비싼 코스도 있죠^^), 왠지 이 정도 가격에 나오는 국내 일식당 코스가 생각나는 겁니다. 사실 제가 일식집 코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는 쓸데없이 비싼 가격에 너무 음식을 많이 주기 때문이죠. 비싼 재료로 다 먹지도 못할 양의 음식을 내 오고, 그중 상당수는 재활용을 할 것이 뻔한 식당들을 왜 그리 무리하게들 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평생 몇번이나 먹어 보랴 싶어 940위안짜리 코스를 시켰습니다.

1번. 청증해겸(淸蒸蟹鎌). 여기까진 모두 아는 글자^^.



글자 그대로 찐 게 집게발입니다. 아, 이 집 요리의 특징은 먹기 편하게 껍질을 깐 채로 요리한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참고로 상해에서 찐 털게를 드셔 보신 분이라면, 그 껍질 까고 파내는 성의가 얼마나 인내를 요하는 것인지 잘 아실 겁니다.

저 집게발의 수를 봐선 10-15마리 분은 되어 버립니다. 먹을 땐 갯수 셀 생각은 못 했습니다. 나중에 가신 분들, 한번 세 보시기 바랍니다. 맛? 맛은 뭐 굳이 설명할 필요가...



2번. 해류회노순(蟹柳 /火+會/ 蘆筍)

간자로 써 있는 걸 번자로 바꾸기도 쉽지 않군요.^^ 아무튼 해류蟹柳는 게의 다리(얼마나 게 다리가 가늘고 길면 '바다의 버들가지'라고 했을까요), 노순蘆筍은 아스파라가스를 의미하는 듯 합니다. 불 화자와 모일 회자를 붙여 쓴 글자는 '함께 끓일 회'. 조리법을 말합니다. 글자 그대로 '아스파라가스와 함께 끓여 볶은 털게 다리살'입니다.


단물이 줄줄 나오는 게다리살과 아스파라가스의 향, 그리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사진만 봐도 군침이 절로 나옵니다.

참고로 저 사진만 보고 대단히 많은 양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듯 해서 덧붙입니다.


아이패드 아닙니다. 아이폰입니다.^^

네 개의 요리는 모두 같은 그릇에 나옵니다. 애개~ 하실 수도 있는 양이지만 상해 털게의 크기, 그리고 그걸 까는데 드는 공력, 털게의 가격 등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

3번 요리.

해분청초(蟹紛淸炒)입니다. 속살을 파내면 이렇게 가루 형태가 됩니다. 그 가루를 간장 양념으로 볶은 겁니다. 그걸 이렇게 밥처럼 퍼서 먹을 수 있다니, 감동적입니다.


밥에 비벼 먹거나 빵에 발라 먹어도 맛이 기가막힐 것 같지만 아무튼 그냥 마구 퍼 먹기로 했습니다. 행복합니다.

4번. 해고소은피(蟹膏燒銀皮)


해고라는 것은 게의 내장 혹은 고니, 혹은 몸 속에 버터처럼 축적되는 지방을 말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은피라는 것은 제가 중국 식재료에 어두워 잘 모르겠는데, 영어 설명으로는 transparent bean-curd라고 되어 있더군요. bean-curd는 흔히 두부를 가리킬때 쓰는 이름인데... 이건 두부보다는 청포묵의 맛이 났습니다. 뭐 한국에서도 콩묵을 안 먹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좀 색다르더군요.

베이스는 연한 카레 맛이 났고, 계란이 들어 있었습니다. 네. 태국 음식 푸팟퐁가리의 소스 맛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이건 그냥 퍼먹다가 뒤늦게 찍어서 초기 사진이 없습니다. 그만치 맛이 좋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요리만으로 양이 부족할까봐 식사용 음식이 나옵니다. 

1번은 해분반면(蟹紛拌麵). 게살 볶은 양념에 비벼 먹는 국수입니다.




2번은 해분소은둔(蟹紛小銀鈍). 게살로 빚은 미니 만두국. 


물론 사진만으론 크기가 짐작되지 않으시겠지만, 만두 하나가 500원짜리 동전 정도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아무튼 기분좋은 포만감이 밀려옵니다. 다 먹고 난 감상은... 평소에 게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생전에 한번쯤은 꼭 가 봐야 할 식당이란 겁니다. 특히 평소 게살을 좋아하시면서도 까는게 귀찮아 게 먹기를 멀리하셨던 분들, 그냥 받아 먹으면 됩니다.

처음엔 비싼 가격에 깜짝 놀라지만 먹다 보면 점점 더 가격에 납득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비싸긴 비쌉니다. 하지만 막상 드셔 보신다면, 중국의 인건비가 아니라면 도저히 저 가격에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겁니다.

P.S. 저렇게 먹고 절대 설사 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다. 짠돌이 중국 재벌 같으니. 참고로 신광주가(新光酒家)는 上海市 天津路 512호. 021-6322-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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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가면 먹어 봐야 할 것 중에서 에키벤을 꼽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에키벤(駅弁)이란 일본 의 기차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말하죠. 즉 역(에키)에서 파는 벤토(弁当)라는 말의 약자입니다.

일본에 가 보신 분이라면 일본 사람들의 도시락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을 잘 아시겠죠. 웬만한 편의점에서는 7-8가지 이상의 도시락을 판매합니다. 내용도 돈까쓰나 튀김에서 스시 도시락까지 다양합니다. 심지어 여객기 기내에서 주는 도시락도 따로 소라벤(空弁: 굳이 설명하자면 '하늘에서 먹는 도시락?)이라고 부를 정도로 도시락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하겠습니다.

최근에 일본에 다녀오면서 도시락을 다양하게 먹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가는 비행기에서 소라벤을 두번 먹었고, 도착해서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네 가지 에키벤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맛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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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는 해안을 따라 달리는 노선 중에 도카이도(東海道)라는 노선이 있습니다. 그 기차를 타고 이동할 일이 있었죠.

도쿄 역에서 두 종류의 도시락을 샀습니다. 하나는 가장 대표적인 도시락이라고 할 수 있는 마쿠노우치(幕の內) 벤토. 마쿠노우치는 일본에서 가부키 등 무대극을 보던 도중에 관객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먹었다는 도시락으로, 반찬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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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면 연어구이 한 토막을 중심으로 계란말이와 각종 생선/야채 조림, 새우, 어묵, 짠지 등 반찬들이 밥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1000엔.

또 하나는 딱 한가지 반찬에 집중한 일품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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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함량이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일본이 자랑하는 쇠고기 와규(黑毛和牛)로 만들었다는 햄버거 도시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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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뻔한 거라 왕건이만 확대해서 찍었습니다. 남자 어른 손바닥 절반 정도 크기의 햄버거와 구운 감자 한 조각, 버섯 한 조각, 브로콜리 한 조각이 딸랑 들어 있습니다. 980엔.

한국같으면 여기에 단무지라도 몇개 들어 있을테지만 일본에선 절대로. 어쨌든 이 햄버거 반찬 하나로 식사를 마쳐야 합니다. 솔직히 좀 버겁습니다.

물론 마쿠노우치건, 햄버거 도시락이건, 매우 답니다. 요즘은 한국 음식들도 점점 달달해지고 있지만 역시 일본에는 비길 바가 못 됩니다. 한국에서 음식에 고추가루를 뿌릴 때 설탕을 뿌린 수준으로 달죠. 단 과자는 좋아하지만 단 반찬은 싫어하는 저로서는 좀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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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의 다른 도시락. 이세만에서 잡히는 새우로 만든 도시락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본말로는 분명히 새우인데, 그림으로는 새우가 아니라 랍스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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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엔이라는 가격이 말해주듯 상당히 럭셔리합니다. 대형 새우 반마리가 저렇게 요염하게 몸을 비비 틀고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밖에 일본 동해안의 특산이라는 금눈돔(金目鯛, 긴메타이라고 합니다) 한 토막이 구워서 얹혀 있고, 양념한 해초를 밥 위에 뿌렸습니다.

뭐 단맛도 적고 해서 이번에 먹어본 에키벤 중에서 최고로 칠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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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가 들어 있는 '이즈(伊豆)풍' 종합 모듬 도시락입니다. 위에는 작은 생선까스와 야채 튀김, 삶은 소라가 통으로 한 개, 작은 오징어 간장 조림이 통으로 한 마리, 그리고 예의 다양한 조림과 다쿠앙, 밥 위에 뿌려 먹는 생선살 단 조림 같은 것들이 반찬입니다. 900엔.

물론 맛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역시 오징어 조림과 생선까스 정도를 빼면 제 입맛에는 너무 달았습니다. 소라를 통으로 삶아서 속살을 빼 먹으라고 꼬챙이까지 넣어 두는 세심함은 물론 일본 문화의 특징이죠.

어쨌든 네 종류 모두 일본 에키벤은 제 취향이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일본 음식은 단품 취향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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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음식들에 비하면 한 작은 소바가게에서 먹은, 면에 벚꽃가루를 섞어 반죽했다는 연분홍색의 사쿠라소바는 너무나 맛이 좋았습니다. 물론 소바 치고는 꽤 비쌌지만(두 판에 840엔+한판 추가 300엔), 깊은 맛이 느껴지는 쯔유와 함께 감칠맛도는 소바 향이 그만이었습니다.

한겨울에 소바 먹은 속을 달래라고 함께 주는 메밀국수 삶은 물도 구수하고 딱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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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렇게 태평양을 보고 왔습니다. 이걸로 당분간 힘을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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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살짝 바꿨지만 본래 '앙코르 와트, 가이드없이 4박5일가기(8)'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지나간 내용을 보실 분들은 왼쪽 Category에서 '여행을 하다가/ 앙코르와트' 폴더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씨엠립 여행 4일째. 서울서 안 하던 걷기 운동을 좀 하고 났더니 피로도 밀려오고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휴가라는 게 좀 농창거리는 맛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사 니르낫 군과의 계약도 2일째와 3일째 뿐. 실컷 늦잠을 자면서 게으름을 부린 뒤에 툭툭을 타고 맛집 순례에 나섰습니다. 사실 맛집이라고 소개를 하려면 좀 민망합니다. 기회만 있으면 북한 식당(이 시리즈의 2편에 집중 소개돼 있습니다)에 간 터라 현지 식당에 그리 많이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집 하나만큼은 정말 추천하고 싶습니다. 바로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히는 '아목'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아래 사진은 무슨 관계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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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가면 누구나 톰양꿈이나 뿌팟풍가리를 먹는다. 한국에 오면 불고기나 비빔밥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 캄보디아에 가면? 누구나 아목(amok)을 먹으라고 한다.

그런데 대체 아목이 뭐야?

거기에 대해 속시원히 설명해 놓은 곳은 별로 없다. 어떤 곳에서는 카레를 이용한 생선찜이라고 하기도 하고, 현지인 중에도 '코코낫 소스 등으로 양념한 고기나 생선을 바나나 잎으로 싸서 찐 것'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뭐 이런 아목도 있을 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설명할 씨엠립 시내의 레스토랑 위로스(Viroth)의 추천으로 올드 마켓 지역의 골목 안에 숨어 있는 맛집 '아목'을 찾아갔다. 위로스 측의 추천에 따르면 '베스트 아목 인 타운'이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식당 이름이 아목일까. 자부심이 느껴져서 신뢰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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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같은 곳이라면 절대 찾지 못할 곳에 있었지만 씨엠립은 워낙 작다. 씨엠립 최고의 유흥가(?)라는 올드 마켓 지역의 크기는 홍콩의 란 콰이 퐁 정도다. 두 바퀴만 돌면 못 찾을 곳이 없다.

캐논 S-30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아무리 꼬질꼬질한 동네를 찍어도 지중해 풍의 마을처럼 나온다는 것이다. 이 카메라로 찍으면 대단히 깔끔하고 잘 정돈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다. 감안하고 보기 바란다. 물론 워낙 어수선한 이 골목 안에서는 대단히 신경 써서 가꿔진 집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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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다시피 에어콘은 기대할 수 없다. 금방 따라 놓은 콜라가 이렇게 되는 건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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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전경은 이렇게 생겼다. 사실 전경이라고 할 것도 없다. 아래 층에 테이블이 세 개,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는 2층도 있지만 거기도 테이블은 세 개 이상 놓기 힘들 것 같다. 물론 외경에서도 볼 수 있듯 문 밖에도 테이블이 여러개 있다. 하지만 골목 안 분위기로 보아 별로 밖에서 식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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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카(Tom Kah) 수프(USD 4.5)와 모듬 아목 정식(USD 6) 두개를 시켰다. 먼저 나온 톰 카 수프. 코코낫 향이 진하게 풍기는 수프다. 맛? 전체적으로 톰양쿵에서 매운 양념을 빼고 코코넛 밀크를 넉넉하게 넣은 맛이다. 새큼한 맛이 사뭇 식욕을 자극한다. 나는 마음에 들었지만 마나님은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팍치(corriander)의 맛이 너무 강했나 싶다.

 드디어 메인인 아목 정식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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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문한 모듬 아목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새우 등 다섯 가지 재료를 사용한 아목을 조금씩 맛볼 수 있게 해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첫 술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너무나도 친숙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바로...

우거지 찜!

꽁치나 북어, 신김치 등에다 된장을 약간 넣고 푹푹 쪄서 만든 우거지 찜은 내가 워낙 좋아하는 반찬이다. 그런데 이 이역만리에서 먹는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음식에서 그 맛이 느껴지다니. 참 신기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코코넛 밀크와 섞인 약한 커리 양념의 맛이 된장 맛과 묘하게 겹쳐지는 것도 흥미로웠다.

아무튼 결론은 매우 유쾌하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맛이었다는 것. 앞으로 세계 어디를 가거나, 캄보디안 레스토랑에 아목이라는 메뉴가 있으면 안심하고 주문해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고향의 맛(물론 요즘은 세계 어디를 가도 캄보디아 식당보다는 한식당이 더 많겠지만)을 느끼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혹시라도 씨엠립에 갈 사람이 있다면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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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규모로 봐서 참 찾기 어려울 듯 하지만 막상 가 보면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정도의 정보(약도)도 없이 금세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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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물점과 마사지 가게 사이로 난 저 골목 안으로 약 30m만 가면 된다.

그런데 이거 보고 저 집 찾아 가실 분이 있으려나...?

아무튼 이걸로 씨엠립 기행은 마감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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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08년 8월에 런던에 가면 반드시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빌리 엘리어트 보기'였습니다. 워낙 많은 분들이 찬사를 뿌렸고, 2005년 이후로 영국에 갔다 온 사람들은 죄다 '빌리 엘리어트' 얘기 뿐이더군요. 올해 10월부터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이 열리고, 언젠가 한국에서도 무대에 올려질테니 보긴 보게 되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물론 다 아시겠지만 이 '빌리 엘리어트'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 엘튼 존이 노래를 만들어 붙인 뮤지컬입니다. 아마도 '아이다'와 '라이온 킹'을 제치고 엘튼 존 최고의 뮤지컬로 남지 않을까 싶은 작품입니다. 이 뮤지컬이 상영되는 극장은 웨스트 엔드의 다른 극장들과 좀 떨어진 빅토리아 팰리스 시어터였습니다.

저번 비싸게 먹기편에서 설명한대로 고든 램지가 운영하는 호스피탈 로드의 폭스트로트 오스카(Foxtrot Oscar)가 버스로 약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한 코스로 묶을 만 합니다.^ 아, 물론 이 극장은 런던에서 시외로 나가는 버스 거점인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의 바로 앞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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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빅토리아 스테이션에서 뒤로 바로 돌아서면 빅토리아 팰리스 시어터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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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 방향으로는 위키드(Wicked)가 상연되고 있는 아폴로 시어터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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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를 볼까도 생각했지만 '라이온 킹'의 경험으로 미뤄 볼 때 아동극은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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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앞에는 이미 줄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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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본연의 자세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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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안도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건 막이 오르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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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영화와 똑같습니다. 대처 수상 치하의 영국. 자원 고갈로 경제성이 떨어진 탄광에 대해 대처 정부는 감원을 비롯한 엄격한 경쟁력 강화 조치에 들어갔고, 광부들은 파업으로 여기 맞서고 있었습니다. 광부들의 생활은 악화될대로 악화됐고, 그런 가운데서도 소년 빌리는 우연한 기회에 무용에 눈을 떠 춤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빌리에게 춤을 가르쳐 주는 윌킨슨 부인과 일찍 죽은 빌리의 엄마(영화엔 안 나옵니다)가 겹쳐지는 장면이 좀 추가된 정도죠. 물론 무대에서 표현이 불가능한 경찰관과 시위대의 대립 같은 장면들도 상당히 잘 고안된 장치로 실감나게 보여집니다.

그러나 가장 나빴던 점은 대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는 점. 영어실력도 실력이지만 워낙 사투리 억양이 강하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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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결말은 영화의 결말과 살짝 다릅니다. 아,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어른 빌리는 이미 뮤지컬 중반에 등장합니다. 소년 빌리와 함께 '백조의 호수'에 맞춰 춤을 추죠.



그 분위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엘튼 존이 부르는 'Electricity' 뮤직비디오를 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이 노래는 -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 왕립 무용학교 입학 면접때 빌리가 하는 대답, "춤을 출때면 전기가 내 몸을 따라 흐르는 것 같아요"를 대신하는 곡입니다. 뮤지컬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장면이죠.




엘튼 존의 걸쭉한 목소리보다는 제 3대 빌리(초대 빌리라고도 하죠)인 리엄 모우어 군이 부른 버전이 더 잘 어울립니다.




이번 뮤지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인 'Solidarity'. "Solidari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라는 후렴구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빌리 엘리어트 전편의 예고편.




웨스트엔드에서 본 빌리 엘리어트의 소감을 정리하라면, 통상 수많은 뮤지컬들이 히트하는 노래가 있느냐 없느냐에서 성공과 실패로 갈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이 뮤지컬은 음악적으로는 그리 뛰어나다고 보기 힘듭니다. 'Electricity'를 비롯해 등장하는 노래들 중 '아, 이 노래!'할만한 곡이 귀에 쏙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은 탁월한 무대 연출과 소년 빌리들의 대활약으로 롱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원작 영화의 힘이 크게 작용했을테고, 소년 빌리에 초점을 맞춘 화려한 안무가 뒷받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만큼 이 뮤지컬은 무대를 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팬텀'의 오리지널 캐스트 CD가 전체 뮤지컬의 60% 정도를 갖고 있다면 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캐스트 CD는 기껏해야 30% 정도를 이해하게 해 줄 뿐입니다.

일부의 '뮤지컬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는 극찬은 좀 지나치다 싶지만 세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릴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반드시 감상할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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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원작 영화를 다시 참고했지만, 역시 빌리는 그리 착한 놈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왕립 무용학교에 합격했을 때, 빌리는 윌킨슨 부인에게 달려가 합격 사실을 얘기하며 "전부 선생님 덕분이에요!"하고 울먹여야 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영화와 뮤지컬에서 모두 윌킨슨 부인은 딸 데비를 통해 빌리가 합격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죠. 정말 배은망덕한 놈 아닙니까?

하지만 마음이 하해와 같은 윌킨슨 부인은 런던으로 떠날 때가 되어서야 기껏 찾아온 빌리를 축복해 줍니다. 빌리는 마지못해 "고향에 자주 돌아올 거고, 올 때마다 만나뵈러 올게요"라고(놈이 하던 행태를 보면 당연히 맘에 없는 얘깁니다) 말하지만, 윌킨슨 부인은 "아냐, 너는 그럴 리가 없어"라고 못을 박아 줍니다. 그리고 나서 말하죠.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가. 성공을 향해서."

그렇게 해서 빌리는 발레리노로 성공했고, 그동안 자신을 뒷바라지했을 아버지나 형은 그냥 나몰라라 했을 겁니다. 기껏 공연에 초대는 했지만 "뒤풀이 파티에 가야 해요"라고 가족들 앞에 그냥 등을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성공이란게 원래 이런 면이 있긴 하죠.


p.s. 2 브로드웨이 공연을 위한 미국 빌리 역 소년들의 오디션 장면입니다. 총 1500명이 지원했다는군요. 2분43초쯤에 저희가 웨스트엔드에서 본 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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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할 때 숙소 선택은 항공권 다음으로 골치아픈 요소입니다. 사실 모든 숙박업소가 파노라마 카메라로 자신들의 방을 보여주지도 않거니와, 그 보여주는 영상을 그대로 믿는다는 건 뽀샵처리한 미녀를 다 믿는 것과 같죠.

런던에서는 호텔을 이용할까 생각을 했지만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싸고, 평이 괜찮은 곳들은 귀신같이 매진이 되어 있더군요. 소형 호텔의 경우 2인 1실 1박에 50파운드 선이 하한선입니다. 더 싼 곳은 그야말로 여인숙 수준인 것 같고, 런던의 호텔 중에는 방마다 욕실과 화장실이 딸려 있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이게 무슨 호텔이야!). 여기에 8월이란 점을 생각하면 웬만큼 괜찮은 호텔은 훌쩍 70-80파운드를 넘어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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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고려해 본 숙소는 요즘 한국인들도 많이 이용한다고 하는 대표적으로 싼 호텔인 이곳(http://www.wardoniahotel.co.uk/)과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자쿠지도 있더군요^)을 갖춘 호텔인 이곳(http://www.rhodeshotel.com/default.html) 이었습니다. 그 중간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호텔(http://www.ibishotel.com/gb/hotel-5623-ibis-london-earls-court/index.shtml) 도 국내 여행사를 이용하면 표시가보다는 훨씬 싸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옵션을 고려하다가 막판에 민박 이용 쪽으로 확 꺾어 버렸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웬만한 가격에 조식 제공에다 민박의 가장 큰 약점인 욕실+사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숙소를 발견했기 때문이죠.

제가 이용한 숙소는 런던 히스민박(http://cafe.daum.net/heahthouse) 이라는 곳입니다. 몇가지 장점이 있지만 일단 가장 큰 장점은 교통입니다. 런던은 서울과 비교할 때 그리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도심 한 복판(런던 교통용어로 zone one)에 있느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하철 패스도 zone one과 zone two까지는 차이가 없죠. 더욱 중요한 것은 최종 거리, 즉 최종 전철역에 내렸을 때 집까지 얼마나 걸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민박집은 히스로 공항에서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와서, 런던 여행의 주요 거점 중 하나인 킹스 크로스를 지나 두 정거장만 더 가면 됩니다(공항에서 약 70분 거리). 그리고 전철역에서 뛰면 1분, 걸어도 2분이면 민박집 대문 앞에 도착해 있습니다. 뭣보다 공항에서 환승 없이 민박집 앞까지 도달하고, 거기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다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런던의 주요 관광 포인트에도 30분 이내에 대부분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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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서 몇발 안 걸으면 전철역이 보입니다. 화면 정중앙의 콩알만한 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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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로 이 역이죠. 한국처럼 1번출구 2번출구가 없어서 편합니다.)

홀몸이라면 도미토리(한 방의 2층침대에 4-6명이 자는 방)를 써도 무관하겠지만 그런 처지가 아닌지라 65파운드짜리 2인실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55파운드짜리 2인실도 있었지만 계단 오르내리는데 낭비할 체력이 없을 것 같아서..^

이 집의 2층 65파운드짜리 2인실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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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페의 안내 사진을 보면 한켠에 작은 책상이 있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커다란 더블 침대가 두개 들어 있습니다. 넓게 쓰면 2인이 적당하겠지만 어린이 포함 가족이라면 3-4인 정도는 묵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방의 상태는 대단히 청결합니다. 오른쪽에 꽤 큰 옷장이 있습니다.

무선인터넷 사용 가능합니다. 단 한국 기준의 속도는 기대하면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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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딸린 욕실.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는 악평(?)도 있었지만, 어느 기계나 말 잘 듣는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사용 요령만 파악하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샤워박스는 아내의 말에 따르면 "폐쇄공포를 느낄 정도로" 좁습니다. 한 변이 0.7미터 정도 되는 정사각기둥 형태입니다. 물론 영국에 가서 더 큰 샤워박스를 발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워낙 좁게 사는 사람들이라서. 적응하면 쓸만합니다. 온수사용에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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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대단한 강점이 있습니다. 사장님(여자분)이 아침 일찍 다른 일을 나가시기 때문에(식당 경영 쪽인 듯 합니다) 새벽 일찍 아침 or 점심을 도시락으로 준비해 주시는데, 음식의 수준이 프로급입니다. 이 도시락을 세번 먹었는데 매번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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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보이면 이런 별식도 나옵니다.^

저녁식사는 컵라면. 커피포트를 이용해야 하고 김치는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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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으로 이용되는 1층 공간. 깔끔하고 쾌적합니다.)

주인의 캐릭터도 매우 중요한 요소죠. 이댁 사장님은 학생 위주보다는 가족 위주의 손님을 원하는 분입니다. 따라서 늦은 귀가나 고성방가, 작취미성 등의 행동을 대단히 싫어하십니다. 아예 도미토리는 없애 버릴까도 고민중이라시더군요. 집안 관리는 좀 지저분하게 하더라도 냉장고에 항상 소주와 삼겹살이 들어 있는 형님 스타일의 민박 사장님과는 전혀 다릅니다.

따라서 이 집은 남들과 욕실을 공유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여성층, 호텔의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염증을 느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퍽 괜찮은 선택이 될 듯 합니다. 뭐 학생이더라도, 약간의 애교와 예의범절만 갖춘다면 간까지 다 빼주실 것 같은 분이기도 합니다(왠지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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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런던이든 다른 유럽 국가든, 호텔에는 슬리퍼가 준비된 곳이 꽤 많지만 민박집에서는 사정이 어떨 지 모를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실내용 슬리퍼를 준비하시든가, 도착해서 싸구려를 하나 사시는 걸 권장합니다. 실내에서도 밖에서 신던 신발을 신고 다니면 왠지 피로가 배가되는 느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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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물가를 생각하면 당연히 싸게 먹는게 급선무일수밖에 없어서 '싸게 먹기'편을 먼저 올렸습니다. 물론 그것도 그리 싼 편은 아니라는 뒤늦게 나타난 에딘버러 주민 한 분의 말씀에 조금 마음이 상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여행을 갔으면 궁상만 떨고 있을 수는 없죠. 멋진 데 가서 기분 내는 재미도 없으면 대체 여행을 왜 간단 말입니까. 제가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런던의 레스토랑입니다.

단 가격은 좀 비싸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라면이나 햄버거, 햇반으로 끼니를 때우던 분들도 가끔은 지갑을 풀어야 나중에 기억할 거리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비싸게 먹기 편을 먼저 보시면 눈을 버리실테니, 일단 '싸게 먹기'편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이쪽이 '싸게 먹기' 쪽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확 느낌이 오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제가 런던에서 가장 멋진 곳 중 하나로 추천하고 싶은 테이트 모던입니다.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레인보우 브리지를 건너면 나타나는, 겉모습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미술관입니다.

본래 화력발전소였던 곳을 개축했으니 외양이 그리 빛날 리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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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영제국은 오래 전에 빛을 잃었지만, 영국인들은 창의력으로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습니다. 영화, 뮤지컬, 대중음악, 패션 등등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영국은 여전히 최고의 선진국이죠.

그리고 그런 창의력이나 미적 감각의 근원이 이런 수준 높은 공공 미술관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료로 이런 멋진 공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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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히텐슈타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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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텔란의 '아베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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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의 '스타른베르크 호수'를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히 뿌듯한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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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의 7층에는 'one of the finest view of London'을 제공한다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이름은 그냥 테이트 모던 레스토랑. 하지막 막상 밤까지 영업하는 날은 금요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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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서 오른쪽 창 밖으로는 미국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세인트 폴 대성당의 탑이 보입니다.

당연히 창가 자리에 앉으면 테임즈 강을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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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뷰는 그냥 평범한 시내입니다.

런치 메뉴입니다. 사실 가격은 꽤나 비쌉니다.

Penne pasta with butternut squash, cavolo nero, salted ricotta and pine nuts £11.95
Deep fried Cornish haddock with chips, tartare sauce and mushy peas £12.50
Smoked haddock & cod fish pie £12.95
Fish of the day, fresh from the Newlyn day boats, Cornwall (Market price)
Roast Suffolk chicken breast with baby gem and herb rotolo £15.50
Char-grilled salt marsh leg of lamb steak with red onion, feta, mint & oregano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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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st Suffolk chicken breast with baby gem and herb rotolo를 골랐습니다.
(herb rotolo는 이탈리아풍의 둥근 말이 음식을 말합니다.)

그런데 닭 밑에 깔린 저 걸쭉한 소스가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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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토마토와 모짜렐라의 가벼운 요리. 카프레제는 본래 많이 먹는 음식이지만 이렇게 맛있는 조합은 처음입니다. 저 푸짐한 모짜렐라 치즈와 구운 토마토에서 나온 단맛이 정말 하늘나라의 조화를 느끼게 하더군요. 혓바닥까지 삼킬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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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요리의 국물이 아까워서 빵을 따로 시켜서 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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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테임즈강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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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경관과 음식 맛에서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게 합니다.

런던에 가시는 분들은 여유가 되시면 한번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단 두 사람의 점심으로 40파운드 정도는 각오를 하셔야 할 듯. http://www.tate.org.uk/modern/eatanddrink/restaurant.htm 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예약도 가능.


그 다음 장소는 유명한 고든 램지 선생이 경영하는 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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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든 램지를 모르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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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주제로 한 서바이벌 게임인 '헬스 키친'을 진행하고 있는 유명 요리사죠.

런던 시내에만도 램지가 경영하는 식당은 대여섯곳이나 됩니다. 모두 gordonramsay.com에 올라 있죠. 폭스트로트 오스카는 그중 하나로, 빅토리아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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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본 바깥. 저녁 첫 손님이라 그런지 비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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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내기용으로 시킨 아이리쉬 사이다 Magners.

Cider는 본래 40도 정도의 스피릿이라고 들었는데 이 사이다는 4.5%더군요. 사이다가 소다수와 동의어로 쓰이는 건 우리나라뿐입니다.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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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가 많이 든 딱딱한 빵.

메인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테이트 모던보다는 좀 싸군요.

아무튼 메뉴에 코코뱅이 있는 걸로도 알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프랑스식 요리입니다.

Confit duck leg with braised lentils £11.75
Sausages and mash with onion gravy £11.25
Lobster, salmon and crayfish pie £12.75
Casterbridge 9oz rib-eye steak with béarnaise sauce £15.75
Leek and stilton tart £10.25
Game pie £11.50
Beer battered hake with chips and pea purée £12.75
Braised pig’s cheeks £12.75
Foxtrot fishcake £11.00
Coq au vin £11.50
Whole pan-fried rainbow trout with toasted almonds £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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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가스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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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Sold) 뫼니에르. 지금 메뉴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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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로 만든 프리카세(fricasse). 감자, 당근 등 고기와 함께 와인 소스를 가미한 스튜.

빅토리아 역 근처가 숙소인 분들이나, '빌리 엘리어트'를 보러 가시는 분들이라면 들러 볼 만 합니다. 빅토리아 역에서 139번 버스를 타면 10분 정도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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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부러운 건 테이트 모던의 세계적인 미술품들 앞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수천명을 먹여 살리는 세계적인 크리에이터가 나올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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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 앤 칩스로 상징되는 영국에서의 식생활. 가장 영국의 물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될 때가 바로 밥값을 낼 때입니다. 1파운드=2천원이라는 환율도 환율이지만, 워낙 물가가 비싼 나랍니다.

다른걸 다 떼 버리고 햄버거 세트가 5파운드가 넘으니 말 다 했죠. 햄버거 세트가 만원 하는 나라는 아마 이 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뉴욕 맨하탄 어디를 가나 2달러가 거의 공정가인 핫도그, 런던에서는 약간 더 긴 소시지를 주는 대신 2.5파운드나 받습니다. 거의 2.5배 가격입니다.

이런 영국에서 조금이라도 싸게 먹고 구경다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궁극적으로는 사먹는 끼니를 줄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숙소를 민박집으로, 가능하면 아침 저녁 밥을 주는 민박집으로 정하는 것도 좋겠죠. 또 취사 가능한 유스호스텔을 골라 해 먹으면서 버티는 방법도 좋습니다.

그럴 형편이 아닌 분들이라면 조금이라도 싼 걸 먹으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는데, 위에서 말한 햄버거 세트 이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샌드위치는 3파운드 정도 하고, 맛이나 내용물도 훌륭하긴 합니다만 저런 것만 먹고 버티면 오래 못 갑니다.



물가가 런던보다 더 비싼 에딘버러, 그것도 도심에서 열리는 페스티발 기간 중에 싸고 괜찮은 식당을 고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두 곳을 조심스럽게 추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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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페스티발 홀 바로 옆에 있는 시티 레스토랑도 그중 한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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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보시는 메뉴. 이 식당의 breakfast입니다. "이건 아침밖에 못 먹잖아!"라고 하실 분이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단식 중단'이라는 breakfast의 어원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영국인들은 하루 중 아무 시간이나 breakfast를 먹곤 합니다. 그래서 'all day breakfast'나 'whole day breakfast'라고 써 붙여 놓은 집들이 꽤 됩니다. 이런 집들을 찾아 들어가면 하루 종일 이런 메뉴를 시킬 수 있습니다.

가격은 소형이 4.9, 보통이 5.9, 특대가 6.9파운드입니다. 위에서 보시는 접시는 보통이지만, 보통과 소형의 차이는 맨 오른쪽의 시커먼 덩어리뿐입니다. 저 덩어리, 드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코틀랜드의 명물(?)인 하기스(Haggi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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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스는 돼지의 위에 각종 곡물과 자투리 고기 등을 넣고 쪄 낸 요리죠. 조리 방법이 순대와 비슷한 만큼 저 덩어리도 아바이 순대 속을 버터에 비빈 듯한 느끼한 맛이 납니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사정없이 허기지지 않다면 굳이 먹고 싶지 않은 맛입니다.

아무튼 저 하기스 빼고 같은 접시에 토스트 2쪽과 음료(주스) 한 잔을 포함해 가격이 4.9라면 영국에서는 꽤 괜찮은 식사입니다. 물론 맛이 대단히 유별난 건 아닙니다만, 누구나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만 짜여져 있다는게 강점이죠.

참고로 베이컨이 베이컨이 아닙니다. 미국식의 뒤가 비칠 것 같은 베이컨을 생각하면 큰 코 다칩니다. 거의 삼겹살을 그대로 절여 놓은 듯한(짜기는 엄청 짜죠^) 두께가 제법 압박감을 줍니다. 웬만큼 양이 되는 분들도 한접시 다 먹으면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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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에딘버러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페스티발 시어터. 이 사진의 바로 왼쪽에 시티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하기스 못잖게 유명한게 소시지라고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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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에서 꽤 유명한 베들렘 교회 근처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오른쪽 길로 조금만 내려가면 MONSTER MASH라는 소시지 전문점이 있습니다.

외관 사진은 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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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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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에 그날의 메뉴를 주욱 써 놨습니다. 사실 왼쪽의 소시지 메뉴 맨 위에 '칠리 소시지'가 있었는데 제가 시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떨어졌다"며 지우더군요.

아무튼 꽤 여러가지 재료로 갖가지 소시지를 만드는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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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지의 길이가 12cm 이상 되는 대형입니다. 소시지 2개와 엄청난 양의 매쉬드 포테이토(머스터드가 들어 있어 그리 느끼하지 않습니다), 그레이비(양파가 많인 든 걸로 선택)가 나옵니다. 이걸로 두 사람이 먹어도 점심은 거뜬할 정도. 6파운드 정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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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서에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가 써 있군요.

사탕을 주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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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중심가인 로열 마일에서 베들렘 교회 쪽(에딘버러 국립 박물관 쪽 방향입니다)으로 가다 보면 이런 집이 보입니다. 사진을 키워 보시면 아래쪽에 'Birthplace of Harry Potter'라고 쓰여 있습니다. 네. 롤링 여사가 노트북을 펴놓고 '해리 포터'를 썼다는 가게죠. 비쌀 것 같아서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해리 포터 팬들은 한번 가 보실만 할겁니다.

아무튼 이 정도 가격이 직접 해 먹지 않고, 샌드위치나 노점 음식(핫도그)을 먹지 않으면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최저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에딘버러에서 식사를 해결하실 분들은 재료를 가져가는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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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기간이라고 맛자랑 시장 같은 곳도 열리고 있더군요. 온갖 식재료 가운데 바닷가재와 게를 파는 곳이 있어서 큰 맘 먹고 바닷가재 한마리(15파운드-3만원 정도)를 사다가 눈 딱 감고 라면과 함께 먹었습니다. 매우 고급스러운 라면이더군요.^

저 가게 옆에 서 있으면 맛 보라고 바닷가재 살을 조금씩 떼 주는데, 그냥 서 있어도 한 10파운드 어치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정도로 인심이 좋았는데 거기 비하면 바닷가재 값은 싸지 않더라는게 좀 안타까웠습니다. 차라리 덤 주지 말고 값을 깎아 줄 것이지...

사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은 좀 멋지게 먹을 때도 있어야겠죠. 그래서 다음번엔 '비싸게 먹기'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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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당연히 '하이랜드로 가는 길(2)'입니다. 아직 (1)을 안 보신 분은 그쪽부터 들렀다 오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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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거쳐온 호수들과 네스호는 물 색에서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일단 물빛이 지독하게 검습니다. 우리의 뻥기사 왈, "5미터 이상만 잠수하면 자기 손도 잘 안 보인다." 뭐 그런데 물 색으로 봐선 정말 믿을만 합니다.

물론 그늘진 곳에 있거나, 물이 워낙 깊거나 하면 검은 색으로 보이죠. 하지만 네스호의 물은 그런 수준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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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아니고 콜라색입니다. 왜 그런지를 물어봤습니다.

"호수를 구성하는 암반에 포함된 광물이 녹아 들어가서 그렇다."

그럼 마시면 콜라 맛이 날까?

"장난하지 마라. 마시면 죽을 수도 있다."

그렇군요. 네네. 그럼 네시는 어떻게 사나요?

"물고기도 많이 산다."

...음, 그럼 그 물고기는 먹을 수 있을까?

"너무 어려운 건 물어보지 마라. 나 동물학자 아니다. 가이드다."



아무튼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을 보다가 호수쪽으로 이동합니다.

왜 항상 멋진 호수에는 요트가 떠 있는 걸까요. 검은 물 위의 흰 배. 로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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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본격적으로 네스호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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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포트 오거스투스에서부터 네스호는 아주 가늘고 길게 뻗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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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아서 이 정도지, 저 앞의 산자락이 안 보이는 날이 태반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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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다리 쪽으로 오니 네스호와 다른 호수를 연결하는 갑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고도차이가 있는 두 호수를 이렇게 갑문으로 연결해 배가 왕래할 수 있게 해 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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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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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호수는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 동굴 같은 것으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 추정한답니다.

왜 추정만 하지? 연결된 곳 찾으면 될텐데.

"물이 꺼매서 안 보인다니깐!"

아니 양쪽에 사는 물고기한테 표지를 붙여 놓고, 물고기가 왕래하는지 보면 될 것 아닌가베. 이건 가이드가 화낼까봐 못 물어봤습니다. (사실은 영어가 짧아서 못 물어봄.)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귀향이라는 겁니다.

지도에도 포트 오거스투스까지만 나와 있고, 이제 귀환해야 오후 8시에 맞출 수 있다며 기세를 올립니다. 방심했다가 허를 찔렸습니다.


사실 네스호를 좀 더 보고 싶었거든요. 네스 호 연안에 있다는 유명한 우르크하트 성(Urquhart Castle)도 보고 싶었고, 혹시라도 인버네스 구경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투어 상품 중에 인버네스까지 가는 것도 있었는데 그걸 마지막에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죄인 듯 합니다.

참고로 우르크하트성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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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이면 더 멋질 것 같은 폐허입니다.

다음번에는 아무래도 인버네스를 한번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버네스에서 하룻밤 정도 자고 네스호 주변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와야 할텐데.^^ 뭐 거기를 안 가면 어디고 다른 곳을 갈 수 있겠죠.

그렇게 해서 기나긴 귀환 길에 올랐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도로는 그리 잘 닦인 편이 아닙니다. 거의 2차선 도로라 어쩌다 사고라도 나거나 수리중일 때는 온 도로가 정체상태로 변합니다. 데이 투어 날짜를 주말을 피해 잡은게 꽤 다행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오는 도중의 길도 매우 멋졌지만 정말 지치더군요. 필트로이라는 마을에 마지막으로 들렀습니다. '글렌의 군주'라는 드라마의 무대가 되는 멋진 도시라는데, 그냥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털자는 예쁘장한 쇼핑 타운이더군요. 별로 들러서 구경할 가치는 없었습니다. 그러려면 그냥 네스호나 더 구경하고 오지...

에딘버러로 돌아오니 이미 캄캄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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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발푸어 호텔. 웨이벌리 중앙 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열두시간의 하이랜드 투어가 끝났습니다.

다음에는 식생활편을 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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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드(HIGHLAND)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거의 모든 사람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저 모습일 겁니다. 물론 '아 그게 지명이었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하이랜드는 스코틀랜드의 고지대, 물론 고도상으로도 꽤 되겠지만 일단은 위도상으로 '높은' 지방을 말하는 거라더군요.

스코틀랜드의 풍광이 멋지다는 얘기은 진작에 들은 터라 지난번 2002년에 갔을 때도 데이 투어를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동네 여행사를 갔는데, 가장 유명하다는 하이랜드 투어는 무려 오전 8시 출발 - 오후 8시 귀환이더군요. 열 두시간.... '이거 차만 타다 마는 거 아냐?'라는 의구심이 가장 먼저 고개를 들어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가장 풍광이 아름답다'는 로크 로몽드(Loch Lomond - 스코틀랜드의 호수는 lake가 아니라 loch)와 '스코틀랜드의 심장'이었다는 스털링 성(Stirling Castle)을 도는 코스로 떠났습니다. 날씨가 흐린게 좀 불만이었지만, 제법 내륙인 로몽드 호수 위까지 날아온 갈매기들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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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찍은 사진)


그런데 돌아오고 나니 웬걸, 모처럼 간 스코틀랜드에서 네스호를 안 보고 왔다는게 자꾸 후회가 되는 겁니다. 사실 저는 무척 낙천적이라서 "다음에 가지 뭐"라고 아주 쉽게 포기하는 편입니다. (많은 유럽 여행자들처럼 '이번에 안 가면 언제 가랴'라는 식의 무리는 잘 안 하는 편이죠) 그리고 다음 기회가 왔습니다. 역시 12시간. 출발했습니다.

에딘버러에도 여행사가 몇개 있지만 요즘은 모두 시내 한복판 웨이벌리 역 앞의 인포메이션 오피스에서 일괄 대행합니다. 물론 여행사에 전화하거나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도 있죠. 가격은 대개 30-35파운드 정도 합니다. 단, 식비나 중간의 고성 입장료 등등은 절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큰 버스와 미니버스의 두 가지가 있는데,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길이 그리 곱지 않고 장기간 승차해야 하기 때문에, 큰 버스가 일면 유리합니다. 하지만 인포메이션 오피스에 따르면 큰 버스 기사들은 설명을 자세히 하지 않고 주로 녹음된 안내를 튼다는군요. 반면 미니버스 기사들은 개그맨 수준의 입담을 과시합니다. 물론 제대로 알아듣는 건 얼마 안 되지만, 2002년의 운전기사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망설이다가 작은 버스를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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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북쪽으로 올라간 붉은 선이 이 여행사 하이랜드 투어의 노선입니다. 에딘버러-트로잭-글렌 코-포트 윌리엄-포트 오거스투스-피트로키-에딘버러를 잇는 선이죠.)

하이랜드에 가보신 분들의 모든 여행기에 똑같이 등장하는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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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스코틀랜드 소 해미시(Hammish). 뿔 모양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에딘버러에서 나가는 길목의 휴게소가 여기 하나인 건지, 아니면 모든 휴게소마다 해미시를 풀어놓고 있는 건지, 시내를 벗어나 어느 정도 달리다 보면 꼭 해미시가 있는 곳에 풀어놓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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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인적은 뜸해지고, 대자연이 시작됩니다. 녹색의 땅과 검푸른 호수, 간간이 나타나는 으리으리한 고성들을 보고 있으면 잘 떠나왔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이것이 하이랜드'라는 듯한 특유의 지형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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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광활한 황무지. 큰 나무라곤 없는 땅입니다. 드넓은 민둥성이 땅을 히스류의 잡목들이 채우고 있죠. 당연히 색깔은 녹색과 헤더(히스 꽃입니다)의 분홍색 뿐입니다. 기이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운전기사의 설명이 충격적입니다.

"로마인들은 영국 북부-하드리안 성벽 너머-를 칼레도니아(Caledonia)라고 불렀다. 이 말은 게일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무가 많은 땅' 이라는 뜻이다. 하이랜드도 당시에는 울창한 삼림으로 덮인 땅이었다."

아니 그런데 왜?

"산업혁명과 함께 이 숲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나무들이 땔감이 됐고, 나폴레옹과 전쟁을 하면서 대영제국 함대가 됐다. 1차대전 이후 숲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지역, 50제곱마일의 광대한 땅은 완전히 죽음의 땅이 되어 버렸다. 나무가 없으니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큰뿔 사슴을 비롯해 동물도 사라지고, 생태계라는게 의미가 없어졌다."

물론 황무지가 된 하이랜드는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세상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희한한 풍광을 갖게 됐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대가가 이런 것이었다니.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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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리다 도착한 곳이 유명한 경승지라는 글렌 코. 한국 같으면 '세바위골' 정도로 불렸을 것 같습니다. 진안 마이산과 비슷한 지형입니다. 평지 한복판에서 갑자기 해발 1000m 정도 높이의 바위산이 불쑥불쑥 솟아 있더군요.

글렌 코가 절경....이라기 보다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겐 매우 의미있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합니다. 뭐 복잡한 얘기는 모르겠고, 요지는 캠벨 가문과 맥도날드 가문이 싸웠는데, 캠벨 가문의 어떤 작자가 무슨 고대 규약을 어기고 잔혹한 학살을 저질렀다는군요.

그 다음은 버스 기사의 히트작입니다.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아시는 분 있으면 교정 부탁드립니다.

"...이러저러한 뒤로 글렌 코 지역 사람들은 캠벨 가문 사람들에게는 잠자리를 제공하지 않는 전통을 갖게 됐다. 캠벨 가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한때 미국 가수 글렌 캠벨이 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모든 업소가 음식을 팔지 않는 것은 물론, '빈방이 없다'고 따돌렸다. 당황한 캠벨의 매니저에게 누군가 '이 동네에선 캠벨이라는 성을 쓰는 사람에겐 다들 차갑게 대한다'고 가르쳐 준게 그나마 친절한 행동이었다. 캠벨 측은 '나는 스코틀랜드와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 항변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결국 그는 그냥 다른 데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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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믿거나 말거나죠.

그냥 노래나 한곡. 'Rhinestone Cowboy'입니다. 저 얘기가 정말이라면 미국 아칸소 출신의 촌 아저씨인 캠벨 형, 정말 당황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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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북으로 북으로 달립니다. 그 사이에도 날씨는 화창했다가, 구름이 끼었다가, 비가 뿌렸다가, 다시 맑았다가를 반복합니다. 누군가 질문했습니다. "대체 하이랜드 여행에 가장 좋은 철은 언제야?" 기사의 대답. "7,8월이 좀 기온이 높긴 하지만 그때 오는 건 솔직히 반대다. 가장 멋진 철은 역시 9월과 10월. 그때 단풍 들면 정말 대단하지." 네. 대단할 것 같긴 했습니다. 하지만 7, 8월에도 낮기온이 20도를 밑도는 하이랜드에서 10월이면 충분히 얼음이 얼겠더군요.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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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에 슬슬 질려갈 무렵, 드디어 네스 호로 연결되는 호수들의 시작인 포트 윌리엄에 도착합니다. 위 사진 속의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네스 호는 포트 윌리엄에서부터 여러 개의 호수와 죽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다른 호수들과 네스 호는 물빛이 영 다릅니다.

민생고를 잠시 해결하고 도착한 곳은 네스호의 주둥이인 포트 오거스투스. 작지면 예쁘장한 도시입니다. 여기서 70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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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져서 여기서 한번 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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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중에 본 공연 중 제법 비싼(?) 공연 중에 에딘버러 페스티발에 참가한 부다페스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반 피셔 가 이끄는 이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서울에서 무서운 신예 김선욱과 협연해 눈에 익은 교향악단입니다. 그때의 감흥이 너무나 커서 이번에도 제일 먼제 예매한 공연. 5만원이었습니다.

대부분 100석, 200석짜리 공연장에서 공연이 이뤄지는 프린지와는 달리,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발(EIF: 이른바 공식 페스티발입니다)에 해당하는 공연들은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공연단체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서고, 공연장도 에딘버러에서 잘 나가는 5-6개 대극장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알프레드 브렌델이나 미샤 마이스키같은 노장들의 공연도 있었지만, 올해 EIF 메뉴 중에는 이 부타페스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와 앞서 얘기했던 매튜 본의 '도리언 그레이'를 선택했습니다. '도리언 그레이'는 세계 초연이라는 점이 확 끌렸고 부다페스트는 김선욱과 함께 무대에서 안 되는 한국말로 관객과 소통하려 애쓰던 피셔 선생의 모습이 너무나 정감있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죠. 아, 물론 '현으로 관을 감싸는' 그의 연주도 매력적입니다.

아래의 어셔 홀이 바로 에딘버러 페스티발의 상징 같은 극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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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약간 높고 2층이 상당히 앞쪽까지 나와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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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출신답게 이날의 주제는 집시 음악.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며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속에 들어 있는 집시 음악을 이반 피셔 본인의 해설과 집시 음악의 전문 연주자들을 통해 해설하는, 독특한 공연이었습니다. 역시 말하기 좋아하는 지휘자답게 이번 연주의 취지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집시의 바이올린이란 여러분에겐 헝가리 식당에 갔을 때 주인이 연주해주는 것(객석에서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실제로 이런 영화 장면이 꽤 있었죠)을 말할 겁니다. 그래서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식당 바이올린 연주자를 모셔왔습니다."

그렇게 연주를 하다가 새로운 순서.

"자, 이 분은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아들은 그렇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음악학교를 다닌 아들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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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아들 요제프 렌드바이(Josef Lendvay: 실제로는 '렌바이'라고 발음하는 것 같더군요)였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요제프 렌드바이의 이름은 똑같습니다. 시니어와 주니어로 구별합니다(아버지를 초치 렌드바이라는 미들네임으로 부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두 부자의 협연은 대단히 인상적이더군요. 특히 아들 렌드바이가 독주자로 나선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한 강렬한 느낌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렌드바이 부자의 '지고이네르 바이젠' 모습은 유튜브에서 구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아버지 렌드바이가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무궁동 Perpetuum Mobile'이 있군요. 이 집안 스타일은 화려한 테크닉을 요하는 곡들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하겠습니까.



다음은 아들 렌드바이의 차례입니다.

집시 음악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몬티의 '차르다스'.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과 함께 헝가리 음악에 녹아 든 집시의 멜로디를 가장 잘 대표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죠.



보시다시피 아들 렌드바이는 현재 '요제프 렌드바이와 친구들'이란 팀으로 활동중입니다. 중간에 나오는 실로폰 비슷한 타악기는 침발롬(Cimbalom)이라고, 피아노나 하프시코드의 원형일 수도 있는 원시 악기라는군요. 헝가리 음악의 특징을 이루는 악기입니다. 묘한 소리를 내더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친구들 전에 한국에도 왔었네요. 무식해서 저만 몰랐나봅니다. 뭐 아쉬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10월 24일에 또 온다는군요.^^ 왠지 공연 홍보가 된 듯 하지만 아무튼 반가운 마음에 링크를 소개합니다.

http://theater.ticketlink.co.kr/detail/place_end01.jsp?pro_cd=B004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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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물론 저만 그런건 아니겠지만, 요제프 렌드바이를 보고 있으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군요. 스타일 하며, 체형(현재 체형) 하며, 불꽃튀는 테크닉 하며... 누구겠습니까. 이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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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명절기인 Icarus Dreams Op.4를 오케스트라 반주로 편곡한 버전입니다.





하나갖곤 아쉽군요. 무려 23년 전, 제게 세상이 달라 보이게 했던 노랩니다.

I'll see the light tonight. 사무실인 분들은 이어폰을 끼세요.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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