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중에 본 공연 중 제법 비싼(?) 공연 중에 에딘버러 페스티발에 참가한 부다페스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반 피셔 가 이끄는 이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서울에서 무서운 신예 김선욱과 협연해 눈에 익은 교향악단입니다. 그때의 감흥이 너무나 커서 이번에도 제일 먼제 예매한 공연. 5만원이었습니다. 대부분 100석, 200석짜리 공연장에서 공연이 이뤄지는 프린지와는 달리,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발(EIF: 이른바 공식 페스티발입니다)에 해당하는 공연들은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공연단체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서고, 공연장도 에딘버러에서 잘 나가는 5-6개 대극장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알프레드 브렌델이나 미샤 마이스키같은 노장들의 공연도 있었지만, 올해 EIF 메뉴 ..
이번 여행의 목표였던 '8일에 공연 8개 보기' 미션을 마쳤습니다. 가장 비싼 공연은 런던에서 본 '빌리 엘리어트(60파운드)'였는데 가장 싼 공연은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발에서 본 '어새신(7파운드)'이었습니다. 거의 1/10 가격이죠. 물론 공연의 수준, 공연장의 수준, 배우의 수준 등 모든 조건을 무시하고 가격 차이만 강조한다면 말이 안 됩니다. 비싼 공연은 비싼 공연대로 제 값을 하죠. 또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쉽게 접하기 힘든 작품들을 실연 무대로 볼 수 있다는 건 에딘버러 프린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입니다. 이번 프린지에서는 '어새신'과 '리틀 샵 오브 호러' 두 편을 봤습니다. 나름대로 지명도는 꽤 있는 작품들입니다. '어새신' 은 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
뮤지컬의 역사가 그리 오래진 않지만, 이 장르는 현대 문명 사회에서 전통적인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의 간극을 연결하는 고리 문화의 역할로 충실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긴 두 문화의 세계 사이에 끼어 있다 보니 한 쪽으로부터는 너무 가볍다는 비판을 받는 반면, 다른 쪽으로부터는 오히려 어렵고 생경하게 느껴진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 여행의 모토 중 하나는 '원없이 공연을 보자'는 거였습니다. 에딘버러와 런던에서 여덟 밤을 지새는 동안 뮤지컬 4편(에딘버러에서 '어새신'과 '리틀 샵 오브 호러', 런던에서 '빌리 엘리어트'와 '레미제라블'), 클래식 공연 2회(에딘버러에서 부다페스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와 런던에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퍼포먼스 1회('패밀리'), 무용 공연 1회('도리언 그..
아시겠지만 매년 8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에딘버러 페스티발에는 공식 행사인 인터내셔널 페스티발과, 그 주변에서 열리는 프린지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공식 페스티발은 브로드웨이, 프린지는 오프 브로드웨이 식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겠죠. 세계적인 공연단체와 아티스트들이 으리으리한 공연장에서 뽀대 있게 공연하는 공식 페스티발이 열리는 동시에 온 시내의 수백개 공연장에서 수천개의 곁다리 공연이 열립니다. 연극, 음악, 뮤지컬 등 장르에도 아무 제한이 없죠. 당연히 한국 공연도 꽤 있습니다. 올해도 10여개 단체가 공연했다더군요. 물론 올해 열린 2000여개의 전체 공연 중에선 결코 눈에 띌 정도가 아닙니다만, 꽤 늘어난 숫자입니다. 지난 2002년에 갔을 때 한국 공연을 하..
이 멋진 공연장이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런던 한복판에 있는 로열 알버트 홀입니다. 2008년 8월 25일, 드디어 이곳에 들어오는데 성공했습니다. 감격의 눈물이 흐릅니다. 런던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로열 알버트 홀은 하이드 파크 남쪽에 붙어 있는 유서깊은 공연장입니다. 굳이 이름을 댈 필요도 없는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이 섰던 꿈의 무대죠. 20년 전, 홍안소년의 모습으로 이곳에 와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언젠가 이 안에서 공연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세상 참 좋아진 거죠? 이번에 본 공연은 BBC가 주최하는 프롬(PROMS)이라는 여름 특별 공연 시즌 중의 하나였습니다. 로열 알버트 홀과 BBC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셈 치고 저렴한 가격..
그러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에딘버러 페스티발에서 지난 22일 초연된 매튜 본의 신작 '도리언 그레이'를 봤다는 얘깁니다. 아시다시피 매튜 본은 '백조의 호수'를 남자 무용수들로 채운 걸로 유명한 안무가죠.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1890년 당시에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공포소설의 하나로 받아들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남자간의 금지된 사랑을 은근히 비치고 있는 줄거리(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 파문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에 경악한 사람도 있었겠죠. 이 시절에 비하면 매튜 본은 대단한 표현의 자유를 타고 난 셈입니다. 네. 마돈나의 남편인 가이 리치의 친구이며 클라우디아 쉬퍼의 남편인 영화감독 매튜 본이 아니라 무용계의 스필버그 취급을 받고 있는 바로..
반티아이 스레이를 나서서 씨엠립으로 돌아오는 동안 니르낫은 우리 부부의 침묵이 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즉 30분이면 다 보고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주요 조각들은 손상을 우려해 멀리서나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반티아이 스레이를 보려고 추가 요금까지 받으면서 비포장도로를 한시간이나 달려왔느냐는 비난으로 침묵을 해석한 듯 니르낫은 당초 예정에 없었던 프레 룹을 들렀다. 프레 룹은 앙코르 와트를 연상시키는 5탑형 사원으로, 대지 위로 우뚝 솟아오른 규모가 어쩐지 피라미드를 연상키는 거대 유적이다. 물론 앙코르 와트와 마찬가지로 역시 정면에서는 세개의 탑만 보인다. 특히 위 사진에서도 보듯 층층이 쌓아올린 돌은 붉은 색을 띤 라테라이트(뭔지는 모른다)라서 매우 선명한 느낌을 준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을 읽..
다음날 새벽 다섯시. 전날 '앙코르에서 일출을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계속 갸웃거리던 니르낫 군, "일단 해 보자"며 새벽에 약속을 했다. 워낙 캄캄하던 시간에 출발했지만 앙코르 와트 앞에 도착하자 어느 정도 사물의 윤곽은 보일 정도로 날이 밝았다. 그러나 두터운 구름. 이건 도저히... 그래도 혹시 붉은 기운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노심초사 기다리는데, 새벽에 깨워 데려나온 마누라는 어느새 병아리처럼 꼬박꼬박. 결국 해가 중천에 떠 버렸다(물론 구름 속으로). 어쩔수 없이 일단 호텔로 후퇴. 오전 10시부터 다시 스케줄 시작. 이번엔 앙코르 최고의 정교한 부조를 자랑한다는 반티아이 스레이로 향했다. 반티아이=사원, 스레이=여자라는 설명. 즉 '여인의 사원'이다. 예상보다 훨씬 작은 규모..
앙코르 와트는 생각보다 겁나게 크다. 그리고 의미가 만만찮다. 관광은 맨 아래, '해자테라스'라고 표시된 부분에서 시작된다. 흔히 이런 대형건물의 입구는 정남쪽에 있을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앙코르 와트의 입구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것 역시 의미심장하다. 서쪽은 당연히 망자의 방향. 거대한 앙코르와트는 산사람을 위한 건물이 아니라 죽은 자를 위한 건물임이 뚜렷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저 해자테라스에서 앙코르와트 쪽을 바라보면 이렇게 보인다. 탑문이 너무 커서 사원 중앙의 다섯 탑은 이 위치에선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저 중앙 탑문까지 약 300m를 걸어가고, 중앙 탑문에서 다시 한 300m를 걸어가야 마침내 사원이 시작된다. 사원 가는 길에서 발견한 기이한 생물. 분명히 고양이의 얼굴인데 사이..
날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비가 내린다. 그리 심하게 쏟아지는 비는 아니지만 먹구름 가득한 하늘과 함께 지금이 캄보디아의 우기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하는 그런 비다. 씨엠립 시내에서 앙코르 와트까지는 차로 약 15~20분 거리. 시내를 벗어나 앙코르 와트로 가는 대로변(그래봐야 4차선 정도 된다)에 소피텔과 메르디앙 호텔이 있다. 앙코르 와트가 저 멀리 보이고, 차는 좌회전해 다시 달린다. 이내 앙코르 종합 매표소에 도착. 대부분의 사람들이 40불짜리 3일권을 산다. 이 표를 사면 3일간 표를 보여주기만 하는 것으로 모든 주요 관광지의 출입이 자유롭다. 단 3일권부터는 사진을 부착해야 하므로 미리 사진을 가져가는 것이 현명하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줄의 길이가 장난 아니다. 모든 걸 ..
트랜짓을 포함해 7시간(시계상으로는 5시간. 한국보다 2시간 늦다)을 날아 씨엠립에 도착해 보니 오후 5시. 경주 시외버스 터미널 정도 규모의 공항이 막 풀어놓은 한국인 관광객들로 복작복작한다. '자리만 비즈니스석'에 앉은 덕분에 일찍 나왔는데도 앞 비행기가 풀어놓은 손님들이 많은지 입국장은 빽빽하다. 입국장이 혼잡한 가장 큰 이유는 캄보디아가가 입국 비자 형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여행자들은 도착후 미화 20달러와 사진을 제출하고 비자를 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미 비행기 안에서 비자 서류를 작성하게 되어 있는데, 이 처리가 시간을 잡아먹는다. 하지만 이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팁! 일단 배운대로 실행을 했다. 시장통같은 입국장에서 일단 제복 입은 사람을 발견, "V.I.P"라고 말했다. 무..
혹시 앙코르 와트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십니까? 아니면 씨엠립이라는 도시 이름을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아니면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시는 편입니까? 블로그를 옮기면서 옛날 글들을 조금씩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글은 옛날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이 전부 깨졌더군요. 옛날 블로그에서 손을 볼까 하다가 아예 옮기는 김에 새로 만지기로 했습니다. 요즘 부쩍 씨엠립과 앙코르 와트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적극 권장입니다. 특히 건기에 가실 수 있는 분들은 대단한 행운아라고 해야겠죠. 이 글들은 제가 무작정 다녀온 씨엠립 여행에 대한 얘기들입니다. 벌써 2년전 얘기지만, 그래도 아직은 정보로 쓸만할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류의 책에서 '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