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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지요. 일단 리조트의 꽃인 아침식사부터 시작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베다나 리조트의 레스토랑은 한 곳입니다. 여기서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처리합니다.

 

 

베트남의 아침은 베트남 커피로 시작합니다. 전 세계 모든 호텔에서는 아침식사를 위해 자리에 앉은 손님에게 "Tea or Coffee?"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아이스커피를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워낙 덥기도 했고, 베트남 커피가 워낙 유명하기도 했고... 아, 물론 베트남의 아이스커피는 기본이 연유 추가 상태입니다. 그냥 블랙 상태의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려면 반드시 'no sugar, no milk' 라고 말을 해 줘야 합니다.

 

 

저는 커피든 아이스 커피든 평소엔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시고, 쓰고, 속이 아프고, 오히려 갈증을 더 부추기기 때문인데 처음 가본 베트남에서 마신 커피는 달랐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두잔까지도 마실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설탕을 조금 넣어도 좋고, 아예 베트남식으로 연유를 타도 좋습니다.

 

그리고 아침 식사 자리에 bucket of ice 는 필수. 아침부터 푹푹 찝니다. 

 

 

 

하지만 아무리 더워도 놓칠 수 없는 것은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이 쌀국수. 제가 별로 먹어 본 게 없어서 그렇긴 한데, 지금까지 먹어 본 쌀국수는 쌀국수가 아니더군요.

 

 

저렇게 생긴 누들 바에서 아침마다 취향대로 국수를 만들어 줍니다. 일반적인 쌀국수와 당면처럼 생긴 버미셀리 국수 중 선택, 그리고 쇠고기/닭고기/해산물(새우) 육수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닭 육수에 새우 꾸미를 얹고 숙주와 야채, 고수를 듬뿍 넣은 다음, 베트남에서 느억맘 Nuoc Mam 이라고 부르는 피시 소스에 엇 Ot 이라고 부르는 쥐똥고추를 썰어 넣은 장(태국에서는 똑같은 배합을 삑 남쁠라라고 부르죠)을 살짝 두릅니다. 여기에 다진 고추 양념을 조금 풀고 라임을 쭉 짜 넣으면 - 여기까지만 해도 침이 꼴딱 넘어갑니다. 후루룩 후루룩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더위와 매운 고추 맛으로 땀이 송글송글 맺힌 콧등을 슥 문지르는 맛. 달콤하면서도 시고 매운 국물을 쭉 들이키고 얼얼해진 혀를 아이스커피로 달래는 데 까지가 자동으로 연결되는 기본 동작입니다.

 

(그런데 대체 왜 한국에선 저런 베트남 국수를 먹을 수 없는 거냔 말입니까. 무슨 이유로 어디 가나 똑같은, 베트남 다시다 국물에 얇은 쇠고기 수육 말아넣고 억센 숙주 말아넣는 국수만 팔고 있는 것인지.)

 

 

 

아무튼 저렇게 테라스 같은 자리가 있고, 실내의 선풍기 아래 자리가 있는데, 비록 아침이라도 혹서기에는 감히 밖에 앉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쌀국수의 유혹은 이길 수 없으니 참.

 

 

 

가짓수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쌀국수도 있습니다. (밥 종류도 미리 주문만 하면 해 준다는...)

 

 

 

아, 주스 종류는 확실히 다양합니다. 오렌지, 파인애플, 수박, 패션푸르트, 믹스 푸르트 주스가 기본입니다. 모두 직접 간 것.

 

 

 

열대의 낙원답게 과일 테이블을 볼 때마다 행복해집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망고스틴은 기본 제공은 아니고 - 아마도 잘 상하기 때문인지 - 미리 말만 하면 준비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망고스틴을 굉장히 좋아하는 터라 이번에도 50개는 먹고 온 듯...

 

계절 탓인지, 베트남의 식생이 원래 그런지 망고와 드래곤프루트가 유난히 맛이 좋습니다. 수박은 요즘 지구상에 한국산 수박보다 맛있는 수박이 사라진 듯.

 

오른쪽에 나란히 있는 작은 항아리들에는 리조트에서 만든 잼이 담겨 있는데 파인애플 잼과 패션 푸르트 잼을 추천합니다. 특히 파인애플 잼은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밀어 내고, 크루아쌍의 no.1 파트너가 될 만 합니다.

 

 

 

아침 식사는 이 정도로 해 두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어 본 현지식을 일단 소개합니다.

 

 

 

이번에 베트남에서 만난 인생의 음식 중 하나인 분 띳 느엉 Bun Thit Nuong. 한국의 소면 비슷한 국수에 숯불에 양념해 구운 돼지고기를 얹고 약간의 야채, 느억맘과 베트남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는 음식인데 날 덥고 입맛 떨어질 때 정말 딱입니다.

 

어찌 보면 국내에서도 가끔 먹는 분 보 싸오 Bun Bo Xao라는 음식과 흡사한데, 직원에게 문의한 결과 분 띳 느엉은 넓게 펴서 구운 고기를, 분 보 싸오는 다져서 볶은 고기를 꾸미로 얹는다는 데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건 뭐 그닥 크게 두드러진 게 없었던 구운 새우+야채 볶음.

 

참. 새우는 베트남에선 톰 tom 이라고 부릅니다. '똠 얌 꿍'에도 '똠'이 들어가 태국어와 혼동하기 쉽지만, 태국어의 똠은 그냥 '국물'이란 뜻이고 새우는 꿍 Koong 입니다. 그래서 새우 국물이 '똠 얌 꿍'이 되는 것이더군요.  

 

 

 

일종의 퓨전식인 듯한 해산물 샐러드. 오징어, 새우, 견과류, 야채, 망고, 말린 국수 등등을 느억맘에 비벼 먹습니다. 무난하고 맛있습니다. 다만 전통 베트남 식은 아닌 듯.

 

 

 

국내에서도 많이 먹는 새우 쌈 전채 요리 고이 꾸옹 톰 Goi Cuon Tom. 고이 꾸옹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라이스페이퍼 쌈 요리의 통칭입니다. 한국과의 차이라면 야생 파 같은 식물을 저렇게 길게 뽑아 준다는 것. 물론 한국에서 먹을 때처럼 땅콩장이나 느억맘에 찍어 먹습니다. 역시 실패하기 힘든 음식.

 

 

 

해산물 볶음밥 Com Chien Hai San. 밥이 꼼 Com 이라서 볶음밥은 꼼랑 Com Rang 혹은 꼼찐 Com Chien 이라고 쓰는데 그 뒤에 밥 외의 부재료 이름이 들어갑니다. Hai San 은 글자 그대로 해산물. 거의 베트남을 대표하는 국민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 것 같고, 어디 가나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음식입니다.

 

물론 느억맘을 뿌려 먹는 게 포인트.

 

 

나가서 먹는 게 귀찮아 룸 서비스를 차려 봤습니다.

 

어쨌든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은 리조트 특성상 한국에서 음식을 적당히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합니다. 컵라면이나 봉지 김치는 기본 중의 기본. 전자렌지가 없어서 햇반을 못 드신다는 분들은 욕조나 세면대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욕조에 더운 물을 받아 적당히 담가 두면 밥이 됩니다. 각종 레토르트 식품도 같은 요령으로 드실 수 있습니다.  

 

물론 여행 비용도 상당히 절감되겠죠.

 

베다나 리조트도 절대적으로 비싼 리조트는 아니지만 식비는 꽤 듭니다. 주변에 식당이 없기 때문이죠. 호텔 식당에선 요리 1개 당 20만 동, 한화로 1만원 정도는 책정해야 하니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싼 편입니다. 아무튼 요리 2개에 음료면 50만, 3개면 70만 동 정도는 한끼 식사 비용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다음은 바깥 식당.

 

훼 시내 레스토랑 중 트립어드바이저에서도 꽤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유명 맛집 Les Jardins De La Carambole 를 들렀습니다. 불어는 일자무식이지만 카람볼레는 거리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카람볼레 거리의 정원' 뭐 대략 이런 뜻이 되겠죠. 한때 프랑스 식민지였던 만큼, 여기저기에 프랑스 문화의 흔적이 조금씩 남아 있는 느낌입니다.

 

 

 

뭔가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연상시키는 아담하고 조용한 분위기.

 

 

에어콘을 틀어 달라고 요청하면 대략 한쪽을 막아 놓고 틀어 줍니다. 하지만 지역 특성인지 얼음같은 냉풍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맥주 이외의 음료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도 아직은 그리 일반적이지 않은 느낌.

 

(의아해 하실 분들을 위해: 베트남에서는 맥주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게 대단히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베트남 중부를 대표하는 요리인 반 베오 Banh Beo. 찹쌀가루 반죽에 양념한 새우 소를 넣고 바나나 잎으로 싸서 찐 음식.

 

 

그런데 이것이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습니다(새우찰떡?).

 

양도 많지 않아 순식간에 홀라당.

 

 

 

동남아 지역에선 국가를 막론하고 흔히 먹을 수 있는 볶음 국수. 이 식당에선 유난히 버터 향이 강했습니다.

 

 

 

구운 새우와 밥(은 따로 시키지 않았는데 그냥 딸려 나옵니다). 익히 아시는 구운 새우 맛. 위에 얹힌 것은 고추와 파...같이 생겼지만 파가 아니고, 질겨서 씹히지 않는 그 동남아 특유의 야채입니다.

 

음식은 꽤 정갈하고 맛있는 편인데, 이렇게 세 가지 요리를 시키면 이 식당도 대략 70~80만 동 정도의 계산서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영어 메뉴판이 있고, 종업원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깔끔하고 아담한 분위기의 관광객 용 레스토랑은 이 정도가 평균 가격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끼니딩 최소 한화 2만원 정도 소요.

 

하지만 현지 식당 에 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놀랍게 싸고, 놀랍게 맛있습니다.

 

 

Nhà Hàng Bà Chanh (나항 바찬. 나항은 베트남어로 식당)

117 Bà Triệu, Xuân Phú, tp. Huế, Huế, 베트남

 

훼를 다녀오신 분이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갔습니다.

 

다만 주소는 조금 불안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식당의 페이스북에는 주소가 9 Truong Chinh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117 Ba Trieu 로 찾아갔을 때 택시 기사가 '저 주소는 여긴데 여기는 식당이 아니네...?' 하더니 행인들에게 길을 물어 다른 지점으로 찾아갔습니다. 이런 사연으로 짐작해 볼 때 어쩐지 실제 주소는  9 Truong Chinh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다시 물어 찾아간 장소도 원래 장소에서 멀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Ba Trieu 주변에 있는 것은 분명한 듯.

 

 

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명소인 빅C(큰 쇼핑몰...이라기 보다는 마트)를 바라보고 오른쪽 길이 Ba Trieu 입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쨌든 나항 바찬이 나오는 건 분명합니다.  

 

 

 

들어가 보면 한국에도 아직 많은 해변 가건물 횟집이나 서울의 염가 횟집 같은 느낌입니다.

 

 

 

수저 통과 땡땡무늬 컵이 정겨운 느낌.

 

 

 

일단 기본적으로 이따시만한 얼음통이 테이블마다 기본 제공됩니다. 저희는 외국인 식(?)으로 저 얼음통 속에 맥주와 음료를 담가 먹었는데 현지인들은 기본적으로 저 얼음으로 잔을 가득 채운 다음 맥주를 따라 마십니다.

 

일단 야채 요리가 먹어 보고 싶었습니다.

 

 

베트남어로 라 무엉 Rau Muong, 흔히 우리 말로 공심채, 혹은 물시금치라고 불리는 이 식물은 본래 나팔꽃 종류라 영어로는 그냥 Morning Glory라고 불립니다. 아무튼 저 공심채를 마늘을 넣고 살짝 볶아주면 아주 맛있는 나물이 됩니다. 이 볶은 음식을 라 무엉 싸오 토이 Rau Muong Xao Toi 라고 부릅니다. 한 접시에 3~4000원 정도. 그런데 반찬처럼 먹기에 딱 좋습니다.  

 

(물론 중국 음식이나 태국 음식 등에도 이 공심채 볶음은 자주 등장하는 메뉴죠)

 

 

 

뭐 봐도 알듯 말듯 한 메뉴판. 좌하단의 CAC MON KHAC 코너를 보면 맨 위의 Com Chien Hai San은 해산물 볶음밥, Com Chien Tom은 새우 볶음밥을 뜻한다는 정도만 알아도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밥 종류는 대개 3000~4000원 수준.

 

 

 

게 종류는 베트남에서도 아주 싼 편은 아니라서 저 게 1Kg이 50만 동이었습니다. 알 밴 암케는 60만동. 게는 베트남어로 꾸아 Cua 라고 합니다.

 

꽃게는 아니고 미국 서해안에서 먹는 던전 크랩과 비슷한 모양과 맛입니다. 조리 방식은 찜, 튀김, 팬 구이 등이 있는데 그냥 찌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크기 판단을 위한 손 등장.

 

 

단면입니다. 알과 살이 꽉 차 있어 한 사람이 한 마리 먹기가 힘들 정도.

 

 

...과 새우 볶음밥. 볶음밥도 베트남 특유의 불면 날아가는 '안남미'가 위력을 발휘하는 제대로 된 볶음밥입니다.

 

이렇게 배 터지게 먹고 65만 동. 이런 놀라운 가격이야말로 베트남 여행의 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료.

 

태국을 대표하는 거리 음료가 흔히 땡 모 반 이라고 부르는 수박 주스라면,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료는 이 넉 미아 Nuok Mia. 바로 사탕수수 주스입니다. 물론 베트남이라고 수박 주스를 안 파는 건 절대 아닌데, 거리를 지나다 보면 '넉 미아'라고 써 있는 가판대가 수없이 서 있습니다. 

 

 

이런 환경. 옆에 있는 사탕수수 수수깡을 그냥 착즙기에 꽂으면 요란한 커억 소리와 함께 즙이 아래로 흘러나옵니다. 거기에 얼음을 가득 넣고 마시면 끝. 사실 환경을 생각하면 상당히 비위생적인 불량식품임에는 분명합니다만, 현지 기분을 내고 싶다면 넉 미아 한잔 정도는 마셔 주는게 좋을 듯 합니다.

 

(몇번 시도를 해 봤지만 그럴듯한 레스토랑에서는 절대 넉 미아를 팔지 않습니다. 오직 거리에서만!)

 

 

 

물론 먹는게 인생의 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구경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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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밤에는 꽤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베트남의 밤 열시는 서울의 밤 열 두시. 두 시간의 시차라는 건 사실 시차 축에도 못 드는 시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찍 잠들고 일찍 깨어났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네 시 가량.

 

어렴풋이 커튼 너머로 밝은 기운이 비치는 것 같아 욕실을 통해 조용 조용 테라스로 나갔습니다.

 

그 다음엔 오 마이 갓.

 

 

난간 너머로 동쪽 하늘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됐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더군요.

 

 

고개를 들어 머리 위 하늘을 보면 아직도 집 못 찾아간 별들이 가득.

 

 

 

이른 새벽 일 나온 어선들의 통통통 엔진 소리가 새벽을 가르고 지나갑니다.

 

 

정말 바라바고 또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광경.

 

 

 

몇해 전 스페인 여행 때문에 산 RX100-2의 성능에는 100% 만족합니다. 오히려 가끔은 실제 눈으로 보는 것 보다 지나치게 과장된 색조를 뽑아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새벽 풍경만큼은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현장의 감동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내가 이 나이까지 산 것이 바로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구나 하는 생각이 목을 메게 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전날보다는 대략 한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났습니다. 슬슬 시차가 없어져 가는 과정인 것이죠.

 

그리고 또 한번 오 마이 갓.

 

 

사실 이 사진은 폰카로 찍은 겁니다.

 

 

 

정말 뭘 다른 걸 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

 

새벽 다섯시에 그냥 아무 갈등 없이 맥주 캔을 땄습니다. 행복합니다.

 

한시간 쯤 뒤, 카메라를 들고 나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동트기 직전의 핑크색 구름.

 

 

 

 

 

검은 산 실루엣을 감싸는 황금색 띠가 이렇게 아름다운줄 미처 몰랐습니다.  

 

 

 

 

조금씩 더 분홍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고 아침을 맞으면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마도 리조트 웨딩(?) 같은 것을 고려한 수변 공간. 밤에도 저기에 테이블을 놓고 앉으면 좋을 듯 합니다.

 

 

역시 물 위에 건설된 요가 공간.

 

 

친환경 리조트답게 이런 운동 공간에는 전혀 냉방 시설이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개별 객실과 스파 공간 외에는 에어콘 가동을 가능한 한 하지 않는 게 방침인 듯 합니다.)

 

땀으로 목욕을 하는 요가 수업. 하지만 몸은 확실히 가벼워 진다는 느낌. ㅎ

 

 

 

그리고 모든 리조트의 로망, 수영장.

 

긴쪽은 약 50m, 짧은 쪽은 15m 가량 되는 긴 직사각형 모습입니다.

 

선베드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객실 수에 비하면 적은 편도 아닙니다.

 

 

 

현지 웨딩 촬영 광경 도촬.

 

 

단지 수영장 수면에 그늘이 지는 자리가 없고, 저희의 방문 기간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은 데다 날씨가 워낙 뜨거워 수영장이 아예 기능 마비가 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한낮에는 수영장 물 조차도 차갑지 않게 느껴지는 불상사가.

 

 

 

 

 

오히려 밤 수영이 권장할 만 합니다.

 

아 물론 폭염 때문에, 밤 사이에도 물이 차갑게 식지는 않았습니다. (대낮보다는 나은 정도)

 

하지만 수영장 물에 누워 밤하늘에 가득 찬 별을 바라보는 맛은 또 다른 어디에 비교하기 힘든 재미입니다.

 

지저분하게 느껴질 정도로 별이 꽉 찼던 하늘을 한번 찍어 봤습니다. 

 

 

 

  

 

 

역시 다른 말이 뭐가 더 필요할까 싶은.

 

문명의 혜택이 그리운 분들에게 베다나 리조트는 약간 감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와이파이는 빵빵하게 터지지만, 가장 가까운 도시가 1시간 밖에 위치해 있어 다른 소통은 포기해야 합니다. 레스토랑도 사실상 1개 뿐이라 식사도 자칫 물릴 가능성이 있겠죠.

 

하지만 정말 문명으로부터의 도피를 생각하는 사람에겐 역시 perfect retreat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런 하늘 구경만으로도 숙박비를 다 뽑은 듯한 느낌이.

 

 

 

 

먹거리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다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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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것은 한번의 검색에서 비롯됐습니다.

 

마음이 울적할 때면 해외 유명 여행지의 사진을 검색해 보는 취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번 발리의 마야 우붓을 가게 된 것도 우연히 검색질을 하다가 보게 된, 우붓 행잉 가든 리조트의 사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어찌 어찌 하다가 사진 한 장을 보게 됐습니다.

 

바로 이 사진.

 

 

 

이 사진 한 장에 매혹돼 버렸습니다.

 

물론 페이스북을 보고 소개팅 상대의 외모를 판단하는 것이 위험하듯 단 한장의 사진으로 리조트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이때부터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취합해 나갑니다. 리조트의 이름이 베다나 리조트 앤드 스파 Vedana Resort and Spa 이고, 베트남의 다낭 Da Nang과 Hue 사이에 위치한 곳이라는 내용 정도가 바로 파악됩니다.

 

다낭이야 어린 시절 청룡부대 국군장병 아저씨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성장한 세대이니 당연히 들어 본 이름이지만 훼('후에'라고도 쓰는데 현지 발음은 확연히 '훼')라는 도시는 처음 들어 봅니다. 어쨌든 그 다음 순서는 리조트의 가격과 항공편 검색. 다낭까지는 인천 공항에서 직항이 수시로 다니고 있고, 리조트는 꽤 합리적인 가격(물론 약간의 행운이 겹치면서 초저가에 예약을 할 수 있었지만)입니다. 올 여름 휴가지로 결정합니다.

 

대개의 경우 리조트의 숙박 가격은 tripadvisor를 거치면 윤곽이 잡힙니다. expedia, hotels.com 등 세계 유명 예약 사이트들의 가격을 비교해 주기 때문이죠. 물론 동남아 지역 리조트의 경우에는 이런 예약 사이트에 비해 개별 호텔의 자기 사이트에서 더 싼 요금을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울러 제 경험에 비쳐 볼 때, 국내 여행사 가운데 '**지역 전문 여행사'들은 최하 하루 5천원 정도 씩이라도 싼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있으니, 충분히 검색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베트남을 그냥 '동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론 수도 하노이에서 구 월남의 수도 호치민(왕년의 사이공)까지가 육로로 1700KM나 되는, 남북으로 꽤 긴 나라죠. 남북한을 합친 면적의 1.7배 정도 면적입니다. 인구도 1억에 육박하는 큰 나라로 중국, 라오스,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 이후 한국처럼 분단의 아픔을 겪었고 남과 북의 경계가 위 지도의 후에-다낭보다 살짝 위쪽인 북위 17도 선이었습니다. 이후 남쪽을 지지하던 미국이 1975년 대대적인 철수를 감행하고, 통일을 이룬 뒤 한동안 심각한 경제 침체와 사회주의 철권 통치의 곤란을 겪다가 1990년대 이후에야 개방이 시작된 상황. 어쨌든 다 과거의 이야기고 21세기의 베트남은 한국인 관광객을 선호하는 나라가 된지 오래입니다. 베트남 지도에서 목적지 베다나 라군 리조트는 위의 빨간 화살표 지역.

 

 

베다나 라군 리조트는 엄밀히 말해 다낭 보다는 후에 인근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가장 가까운 공항은 후에 공항이고 약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리조트까지 택시를 이용하면 대략 50만 동(VND) 정도. 베트남과의 환율은 통상 20대 1로 계산하면 한국 돈으로 근사치가 나옵니다. 즉 50만 동이면 2만5천원. 10만 동 지폐가 5천원 짜리 지폐라고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죠.

 

어쨌든 후에 공항에 내리는 경우는 하노이나 호치민 같은 다른 공항에 일단 기착한 다음 베트남 국내선을 사용하는 경우에 한정될테니 여기에 갈 일은 없습니다. 뭐 장기 베트남 여행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후에 공항이 유리하겠죠.

 

 

 

한국에서 직항이 운영되는 다낭 공항까지는 대략 베트남항공이 가장 싼 요금을 제시하는 듯 합니다(저가항공 제외). 대략 4시간 소요. 화장실이 적다는 것을 제외하면 베트남 항공과 국적기의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유리한 점이라면 서울-다낭 노선에 오전 출발편이 있다는 것. 아쉬운 점은 귀환편의 서울 도착 시간이 오전 6시대라 짐을 찾고 나오면 시내 귀환이 강변북로/올림픽대로의 출근 정체를 피할 수 없다는 정도. 물론 전철을 이용하신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겠습니다.

 

다낭 공항에서 베다나 라군 지역까지는 대략 9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63Km밖에 안 되는데 대체 왜 90분이나 걸려야 하는지가 의문이었지만, 일단 속도 제한으로 시속 60km 이상으로 달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도로 사정도 원활치 않습니다. 물론 동남아시아 다른 지역이나 우즈베키스탄 외곽 지역도 도로 사정은 비슷했지만 이 나라 운전자들의 속도 제한 준수는 대단히 엄격하더군요.

 

그런 이유로 공항-리조트 이동 비용은 꽤 비싼 편입니다. 현지 택시 회사의 대절 차량을 미리 예약해 이용하는 것이 45달러로 가장 싼 편. 사실 이 정도 가격도 베트남의 기본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싼 편이지만 참고로 베다나 리조트의 호텔 픽업 차량을 이용하면 140만 동(VND), 약 63달러 정도 합니다. 모 한국 렌트카 업체에 문의해 봤더니 240만 동(약 110달러)을 부르더군요.

 

물론 얼마 전 인터파크 투어를 이용한 관광객이 베트남에서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안전을 중시해 믿을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그 베트남 투어가 '믿을 수 있는' 인터파크라는 브랜드 아래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 그러니 판단은 자기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한 택시 회사입니다. http://www.lefamilytaxi.com/hue-city-tour/

 

이 회사에 대한 트립어드바이저 이용자들의 평. 주장이 좀 엇갈리는 편입니다. 기사에 따라 복불복...? ^^

 

http://www.tripadvisor.co.kr/Attraction_Review-g298085-d5501680-Reviews-Le_Family_Taxi_Private_Day_Tours-Da_Nang_Quang_Nam_Province.html#mtreview_211212768

 

아무튼 저도 가는 길에는 이 택시를, 귀국편을 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할 때에는 호텔 차량을 이용했습니다. 마지막날은 밤 이동이라 그래도 좀 더 조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오전 11시20분 서울을 출발해 오후 2시 다낭 도착. 거의 없다시피 한 입국 절차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무시무시한 열기가 밀려옵니다. 차량 사진을 찍고 말고 할 의사를 싹 씻어내는 더위입니다. 얼른 차에 짐을 싣고 출발하자는 생각 뿐.

 

나이 지긋한 기사 양반 믹(Mihk) 씨는 인사 수준의 영어 실력. 호텔로 향하는 길에 하이 반 고개(Hi Van Pass)를 타고 가 줄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흔쾌히 수락합니다.

 

 

 

하이반 패스란 다낭-베다나 리조트(혹은 후에) 노선의 중간에 있는 고갯길을 말합니다. 위 지도의 2번 노란 도로를 말하는 것이죠. 현재는 1번의 산을 뚫고 직진하는 터널이 건설되어 있어서, 굳이 다닐 필요가 없는 길이 됐지만 그래도 인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도로를 달리며 바라보는 전망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동해안으로 가는 한계령이나 미시령 길과 비슷한 의미라고나 할까요.

 

 

 

 

사실 이런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세계 10대 드라이빙 로드' 운운 하는 선전 문구를 봤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다낭 근처 현지 여행사들의 여행 상품에도 이 길이 있을 정도더군요. 그래서 시험삼아 기사 양반에게 '터널 말고 그 길로 가 달라'고 한 겁니다.

 

이렇게 길 오른편으로 바다가 보이고, 멀리 다낭 시내가 보입니다.

 

 

 

구름과 바다를 보며 어느새 고갯마루에 도착.

 

 

 

 

가운데 차가 저희가 타고 온 찹니다. 토요타 VIOS. 현대 액센트 급의 차량이죠. 쾌적합니다.

 

 

 

월남전 시절의 유물인 듯한 경비탑이 있고, 위에서 보듯 간단한 음료류와 기념품을 파는 노점들이 있습니다.

 

캔 음료 하나에 3만 동. 베트남 물가의 첫 경험입니다. 일반 상점에선 2만 동 정도 받습니다.

 

정상이 약간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곶 같은 지점에 있어서 양쪽 모두 바다가 보인다는 게 특이합니다.

 

 

 

 

동남쪽을 보면 이렇게 다낭 쪽이 보이고,  

 

 

 

북서쪽으로는 다시 다른 바다가 보이는 형태.

 

 

고개를 다 내려온 곳에 아름다운 해변 마을이 보입니다. 랑 코 Lang Co 라는 곳입니다. 이곳도 유명 리조트가 건설되어 있고, 관광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평에는 '직접 가 보는 것보다 지나가는 차 안에서 보는게 더 아름답다'라고도...)

 

 

 

이렇게 물과 산이 보이는 길을 따라 하염없이 차를 달리면,

 

 

 

 물 한 가운데 있는 리조트에 도착합니다.

 

전체 객실은 빌라형이고 수영장 없는 육지의 빌라, 수영장이 붙은 풀빌라, 물 위에 있는 아쿠아 빌라의 세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풀빌라 중에 침실이 2개인 대형이 몇개 있죠. 아쿠아 빌라 중에도 침실 2개+수영장이 있는 대형이 하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객실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가 예약한 객실은 아쿠아 빌라.

 

 

이렇게 물 위에 건설되어 있는 집.

 

들어가면 넓고 으자자한 침대가 있고,

 

 

 

뭐 식탁과 TV,

 

 

왼쪽 창으로 보는 뷰는 이렇고,

 

 

 

침대에 누워 정면을 바라보면 이런 뷰가 나옵니다.

 

비가 잠시 뿌린 뒤라 살짝 흐린 모습.

 

그런데 9월이 우기라는 주장과는 달리 도착한 첫날 이후엔 아예 비 구경을 할 새가 없었습니다.

 

(대신 37도의 폭염이...;; 차라리 비가 좀 와 주길 바라게 됩니다.)

 

 

 

테라스로 나가 밖을 내다보면 이런 느낌.

 

 

 

오른쪽을 보면 올망졸망 다른 빌라들이 보입니다.

 

절대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지 않을 거리가 유지돼 있죠.

 

 

 

위성으로 크게 확대해 본 모습. 그러니까 아래쪽 1번 아래 지역에 메인 로비와 테니스 코트, 라이브러리(비즈니스룸) 등이 있고, 중간에 객실들이 있습니다. 2번 지역이 수영장과 레스토랑이 있는 지역, 3번 지역이 스파 및 요가 공간입니다.

 

메인 로비에서 스파까지는 넉넉잡아 7,800m 정도? 만약 낮에 걷는다면 단단히 땀 흘릴 각오를 해야 합니다. 구내 이동은 로비에 버기카를 요청하거나, 객실마다 자가용처럼 딸려 있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왼쪽 뷰.

 

 

 

욕실로 들어가면 2인이 충분히 들어갈 사이즈의 대리석 욕조가 있고,

 

 

아무튼 넓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변기가 욕실 바로 밖, 노천에 있다는 것.

 

 

 변기 뷰(?)는 이렇습니다. 하늘과 밀림을 보면서 용변을 보게 설계됐죠.

 

이 밖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친환경 리조트의 면모가 드러납니다.

 

 

 

한국보다 2시간 늦은 표준시 때문에 해가 일찍 뜨고 일찍 지는 편입니다.

 

노닥노닥 짐 정리와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은 이런 모습.

 

 

 

 뒤를 돌아 보면 이런 모습.

 

 

 

레스토랑 자리에서 바라본 이른 저녁 풍경은 이런 모습.

 

 

 

너무나 맛 좋은 후다 Fuda 맥주로 마침내 휴가가 시작됐음을 느낍니다.

 

살면서 가장 보람 넘치는 순간.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다음날 새벽 이런 하늘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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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인데다 온천 지대인 유후인의 2월은 꽤 따뜻했습니다만 곳곳에 눈의 흔적이 남아 있기는 했습니다. 워낙 큐슈 지역이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동네이기도 하다더군요. 심지어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 예매 안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기도 했습니다. <눈으로 인해 버스 운행이 예고 없이 중단될 수도 있음>.

 

이런 안내를 보면 한번쯤 '그럼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몇가지 이유 때문에 결국은 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우선 첫째, 버스가 훨씬 쌉니다. 둘째, 시간 면에서도 버스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직접 유후인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반면 기차는 하카다 역(후쿠오카 시내)까지 이동한 뒤 거기서 다시 기차로 움직여야 하므로 시간과 번거로움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셋째, 뭐 인생에 한번 쯤은 '예. 접니다. 지금 유후인인데 여기가 산골이라 폭설로 길이 끊겼다네요. 죄송합니다. 기차요? 기차는 현지 승객들로 꽉 차서 입석표도 없다고... 예. 상황 정리되는대로 복귀하겠습니다' 같은 전화도 한번쯤 해 볼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20여년간 회사 생활을 해 본 경험에 따르면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고민 말고...

 

유후인의 눈 흔적입니다.

 

 

유후인 온천장 료칸이나 호텔들은 거의 대부분 오전 10:30~11시에 체크아웃, 오후 2:30~3시 체크인의 스케줄을 따르고 있습니다. 2박 이상 투숙한 사람에게도 점심 식사는 제공되지 않으며, 특히 약간 외진 지역에 위치한 료칸들은 주변에 점심을 해결할만한 식당이 흔치 않은 편입니다. 대신 료칸들은 대부분 체크인/아웃 시간에 맞춰 무료 송영(送迎) 서비스를 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동네 구경에 나섰습니다. 나선 결론은... '왜 유후인에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이 다 똑같은 지 알겠다' 였습니다.

 

 

 

민가의 정원.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아무튼 예쁜 장식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료칸에서 시내 어디에 내려 주면 좋겠다고 묻기에 일단 유후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긴린코(金鱗湖)를 가 보자고 했습니다.

 

 

조용하고 예쁜, 그냥 관광엽서에 흔히 등장할 것 같은,

 

 

이름 그대로 금잉어가 헤엄치는 그런 호수입니다.

 

 

 

그리고 아주 작습니다.

 

혹시 경기도 운천의 산정호수를 가 보신 분이라면, 그 1/5 정도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천천히 걸어서 한바퀴 도는데 15분이면 충분한 규모.

 

 

뒤편으로는 신사와 신수가 있고, 산으로 오르는 산책로도 있습니다. 굳이 가 볼만한 풍광은 아닐 듯 해서 패스.

 

 

 

한국과 일본 관광지의 가장 큰 차이라면 역시 1) 뽕짝민요메들리 등의 기괴한 소음이 없다 2) 기념품 가게의 물건 종류와 품질이 확연히 다르다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큐슈산 다양한 식재료를 파는 가게들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몇 군데를 돌아 봤는데 저 식재료의 종류가 거의 겹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어느 가게를 가 보나 똑같은 물건을 팔고 있는 한국과는 전혀 다릅니다.

 

 

 

 

긴린코 주변의 개천 운하(?)를 따라 시내 쪽으로 걸어나옵니다. 날도 따스하고, 절로 걷고 싶어지는 길입니다.

 

 

크고작은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을 계속 만나게 됩니다. 가격이 싼 편은 결코 아니고, 최대한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를 생각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간판들만 봐도 매력적이죠.

 

 

 

 

예를 들면 고양이와 관련된 물건을 전문적으로 파는 이런 가게.

 

 

 

저의 상징물인 냥코센세가 가득합니다. 집안을 냥코센세로 채워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집에 냥코센세는 너 하나면 충분해!"라는 마나님의 일갈에 움찔.

 

 

 

반면 또 바로 그 앞집에는 강아지 관련 소품들을 집중적으로 파는 상점이 성업중입니다.

 

 

걷다 보면 유후인의 명소인 크라프토관 하치노스 게텐하신(クラフト館 蜂の巣 月點波心)이라는 가게를 만나게 됩니다. 크라프토(craft)라는 이름대로 목공예 중심의 공방. 비싸지만 정말 세심하게 만들어진 수많은 물건들이 여행자를 노립니다. 특히 여성 여행자를 동반한 분들이라면 매우 조심하셔야 할, 위험한 곳입니다. 눈이 뒤집어 집니다.

 

실내는 촬영 금지 지역.

 

 

걷다 보면 어느새 역전까지 와 버립니다.

 

유후인 시내 어디를 가든, 택시로 료칸까지 1000엔 이내에 도달 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한국에서 택시비 만원이면 꽤 먼 거리도 갈 수 있는 가격이지만, 유후인의 택시 기본 요금은 660엔... 1000엔이라봐야 한국 택시의 5천원 거리도 안 됩니다.

 

 

 

관광객들을 겨냥한 예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도 좋지만 이런 오래된 간판들도 뭔가 마음을 끄는 데가 있습니다.

 

 

한 60~70년대부터 그냥 그대로 이 모습이었을 것 같은 료칸.

 

물론 구경만 하고 간식을 챙기지 않으면 곤란하죠.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하다는 미르히 Milch.

 

 

맛있지만 홋카이도에서 매일 먹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맛에 비견될 정도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인생의 아이스크림이라고 느꼈던, 삿포로 스스키노의 제과점 센슈안(千秋庵)의 아이스크림에는 감히 미치지 못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처럼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우유맛과 얼음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성지 홋카이도로 직행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1921년 개점한 센슈안 본점을 꼭.

 

 

 

유후인 제일의 생크림 롤 가게라는 B-SPEAK에서는 정석대로 미리 주문한 뒤 보냉 팩으로 포장.

 

 

아, 물론 생크림 롤은 그냥 생크림 롤 맛입니다. 죽은 사람이 눈을 뜨고 절름발이가 벌떡 일어날 맛은 아닙니다.

 

원래 생크림 롤이라는게 다 맛있는거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맛없는 생크림 롤이 없음)

 

 

 

어쨌든 아무리 좁다고 해도 마냥 걷다 보면 어딘가에서 잠시 쉬어 가고 싶어집니다.

 

눈길을 끄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쿠쿠치(麴智)라는 이름.

 

 

유후인 역에서 도보 10분(이 정도면 유후인에선 꽤 먼 거리입니다^^).

 

뭐 다녀와서 검색해 보니 이미 꽤 유명한 곳이더군요.

 

 

 

일단 나무를 중심으로 한 정원과 인테리어가 탁월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예 자취를 감춘 듯한 석유 스토브의 정겨움까지.

 

 

 

홍차와 유자 모나카를 주문했습니다.

 

이 집에서 직접 만든 유자 모나카. 바삭한 껍질 안에 유자 향 가득한 팥 잼이 들어 있습니다. 절묘합니다.

 

 

 

바깥쪽에서 본 쿠쿠치의 정원.

 

 

 

도로 쪽에서 보면 왼쪽은 카페, 오른쪽은 제과 판매점입니다. 오른쪽 가게에선 유자 모나카를 비롯해 이 집에서 만든 다양한 과자와 수재 잼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뭔가 성의 있는 선물을 하시고 싶은 분들에게 적절합니다. 매번 공항에서 도쿄 바나나(이름과는 달리 일본 전국 각지에서 판매중)나 공항제 도리야키만 사 가신 분들이라면 특히.

 

 

메인 관광로는 다양한 상점과 카페, 관광객들로 붐비지만(이 거리의 모국어는 아마도 한국어인 듯. 일본어보다 더 많이 들립니다) 한 꺼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시골 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산책에 최적화.

 

 

 

귀환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들어가 본 유후인 역 대합실(버스 터미널과 도보 2분 거리인데 역 대합실이 훨씬 넓고 쾌적합니다).

 

 

동네 주민 미술 동호회(?)의 전시공간으로도 활용되는 듯. 갤러리 느낌의 높은 천장과 채광창이 예쁘고 플랫폼으로 통하는 문도 뭔가 시대착오적인 느낌이 드는, 딱 마음에 드는 공간입니다.

 

 

 

어떤 분들은 '여름 온천이 제 맛'이라고도 하시지만 그래도 온천은 한겨울. 같은 곳을 또 가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다시 찬바람이 불면, 분명 유후인 온천 료칸이 다시 생각날 듯 합니다.

 

 

 

 

수시로 뭔 짓(?)을 벌이던 이 두 녀석도.

 

 

 

 

지금까지 보신 내용은 2015년 2월 기준입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여름엔 이런 델 가야죠.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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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써놓고 올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잊고 있었습니다.

 

뭐 유후인을 여름에 가시는 분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올려 봅니다.

(저는 2015년 2월에 유후인을 다녀왔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겨울 기준으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빨리 겨울 포스팅을 정리해야 여름 포스팅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럼 시작. 앞글에서 이어집니다.

 

1. 유후인 료칸 야스하, 살짝 들여다 보기  http://fivecard.joins.com/1304

2. 일본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란? http://fivecard.joins.com/1305

3. 유후인, 야스하 료칸의 아침 식사는?  http://fivecard.joins.com/1306

4. 유후인, 왜 모든 사진들이 다 똑같을까?  http://fivecard.joins.com/1307 (예정)

 

 

저녁은 료칸 특유의 가이세키 요리로 배가 터지게 먹었으면, 아침과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도 소개를 해야 정상이겠죠?

 

아침은 저녁에 비하면 상당히 소박(?)합니다. 상식선에서..

 

 

일단 보시는 바와 같이 생선구이, 된장, 젓갈(명란젓), 샐러드, 나물 반찬, 연두부, 우메보시, 해초 반찬, 그리고 계란입니다.

 

계란은 온천에 찐 것.

 

 

 

조개국물의 미소시루가 일품. 옆에는 튀긴 두부찜입니다.

 

 

첫날의 생선은 삼치였습니다. 명란젓과 강된장 풍의 졸인 된장이 같이 나옵니다.

 

 

밥은 따로 큰 밥통에 나옵니다.

 

그런데 아침의 주인공은 바로 이 밥.

 

그냥 밥만 먹어도 기가 막힌 맛입니다. 밥에 대체 뭘 뿌렸는지 의심이 날 정도.

 

전기밥통으로는 절대 낼 수 없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메보시.

 

연두부.

 

 

사실 일본식 아침식사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터지만, 큰 밥통을 긁어 먹게 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담갔던 온천의 힘인지 모르겠습니다.

 

 

 

둘쨋날 아침은 살짝 메뉴가 달라져 있습니다. 삼치 대신 연어, 연두부 대신 각두부... 물론 뭐 밑반찬들은 비슷합니다. 명란젓과 샐러드, 우메보시 등은 공통 요소.

 

 

대신 다른 점은 이렇게 1인용 풍로에 베이컨 에그를 먹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점.

 

 

돼지고기 간장조림입니다. 흔히 니쿠자카라고 부르는 종류와 비슷합니다.

 

다른 음식은 다 맛있었습니다만 이 니쿠자카는 일본 요리의 특징상 비계를 제거하지 않아 상당히 기름진 맛이 납니다. 평균적인 한국 사람의 입맛으로는 그리 좋다고 하기 힘든... 뭐 그런 맛입니다. 물론 외국에 나와 모든 음식이 다 입에 착착 맞을 거라고 기대하는 게 잘못이죠.

 

어쨌든 아침밥을 싹싹 긁어 먹고, 부른 배로 다시 한번 온천에 풍덩 뛰어들었다 나온 다음 시내 구경을 나옵니다.

 

시내라고 해 봐야 읍내만도 못한 규모. 그래도 조그만 읍내에 꽤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시내 나들이는 곧 식도락 나들이가 됩니다.

 

 

 

자. 일단 유명한 금상 고로케. '일본 제일' 이라는 간판이 자랑스럽게 붙어 있습니다.

 

 

 

심지어 한글로까지. 그 좁은 유후인 바닥에 두 개의 매장이 있습니다. 정말 잘 되나 봅니다.

 

 

이것이 바로 개당 160엔 짜리 고로케. 물론 기본적으로 어떻게 해도 맛난, 기본에 충실한 고로케 맛입니다만 뭔가 좀 예민한 사람에게는 살짝 고기냄새가 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혹시 평소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고로케를 고르는 것도 방법일 듯 합니다.

 

 

 

이건 끼니 용으로 먹은 템뿌라소바. 그냥 기본적인 맛.

 

 

 

그리고 유후인을 대표하는 먹거리 중 하나라고 소개받은 유후인버거. 자부심이 대단해 보입니다.

 

 

특별히 패티가 크거나 두껍거나, 고기 맛이 남다르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마늘과 토마토 퓨레가 많이 들어간 듯한 소스가 독특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버거킹의 갈릭스테이크버거에 딸려 나오는 소스와 비슷한 맛...?

 

아무튼 특이하고 맛있습니다. 눈이 번쩍 튀어나올 정도로 맛있게 느끼지 않은 것은 제가 평소 햄버거 종류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살짝 케찹+양파+피클 맛이 아닌 햄버거가 좀 이단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훌륭합니다. 한번쯤 드셔 봐도 좋을 듯.

 

이렇게 해서 유후인에서 먹었던 '식사용 먹을거리'에 대한 내용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다음은 자질구레한 간식거리와 시내 구경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역시 동네가 조그맣다보니 별 신기한 건 없었습니다. 뭣보다 '왜 유후인에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사진이 똑같을까'에 대한 답을 알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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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ivecard.joins.com/1304 에서 이어집니다.

 

 

1. 유후인 료칸 야스하, 살짝 들여다 보기  http://fivecard.joins.com/1304

2. 일본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란? http://fivecard.joins.com/1305

3. 유후인, 야스하 료칸의 아침 식사는?  http://fivecard.joins.com/1306

4. 유후인, 왜 모든 사진들이 다 똑같을까?  http://fivecard.joins.com/13067

 

 

 

아무래도 료칸 여행은 식도락 여행을 겸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이세키 요리라는 특전이 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가이세키' 라고 한글로도 일본어로도 발음이 똑같은 회석 會席 요리와 회석 懷石 요리를 착각합니다. 전자는 격식을 갖춰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정찬 요리로 양도 많고 코스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후자의 가이세키도 다양하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도 용어로, '배고픔을 이기기 위한 간단한 식사'라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가이세키 會席 = 양이 많고 코스가 다양한 정찬 요리 

가이세키 懷石 = 다도에서 비롯된 간단하고 정갈한 소품 식사

 

역사적으로 연원을 따지면 會席요리는 일본 전래의 정찬인 혼젠요리(理, 4~5차례 상을 바꿔 들이며 대접하는 전통적인 손님 접대용 정찬 요리)에 懷石 요리의 형식이 영향을 미쳐 성립된 것이라고 하니, 전혀 무관한 사이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향하는 방향이 정 반대이기 때문에 혼동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발음이 같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잘못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일식당 중에도 나오는 요리를 보면 會席 쪽인데 한자는 懷石 이라고 써 놓은 집을 가끔 보게 됩니다.

 

아무튼 우리가 료칸에서 먹은 것은 會席(이제부터 이 글에서 쓰는 가이세키는 모두 이 會席 요리를 뜻합니다) 요리. 기본적인 가이세키 요리는 '전채1( - 전채2(前菜) - 맑은 국( - 생선회(お造り)- 구이(焼物) - 튀김(- 찜( - 초절임(酢物) - 밥(お碗) - 디저트'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야스하라는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 구성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식전주

오자쓰키(

 

 

 

이 료칸에선 이렇게 미리 한글로 된 메뉴를 줍니다.

 

일본 료칸은 본래 방으로 큰 상을 들여다 식사를 제공했고, 아직도 전통을 중시하는 일류 료칸들은 그렇게 한다고들 합니다만, 이미 대다수 료칸들은 별도의 식당을 마련하고 식사를 하게 합니다. 아무래도 방까지 상을 들이는 인건비 등이 만만치 않아 그렇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렇게 나와 먹는게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식전주. 복숭아 맛이 나는 달콤한 칵테일. 거의 술이 아닙니다.

 

 

오자쓰키(

 

 

젠사이(膳彩). 아귀 간과 두부, 치즈스틱을 햄으로 만 것, 가다랑어 무침, 호두 선, 사과 젤리, 새우 마요네즈 무침, 오징어 유자 매실무침, 농어 초밥... 아기자기해서 참 먹기 아깝습니다만 호로록 호로록.

 

 

 

 

 

 

생 와사비와 앙증맞은 강판 제공. 참 강판이 귀엽기도 하거니와, 생 와사비에서 매운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달다고 생각될 정도.

 

 

 

야스하의 특징으로 꼽히는 간장 젤리. 간장에 다섯가지 과일주스 등을 섞어서 굳힌 젤라틴 형태의 간장입니다. 가끔 장조림에 들어 있는 반 고형 간장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듯. 색깔별로 다른 향이 살짝 스치는 희한한 맛입니다. 아무튼 굿.

 

 

 

 

 

 

 

 

 

 

 

 

 

 

 

 

 

배가 부른데! 배가 부르다고!

 

 

 

  

 

다 보여드리는 건 뭐 귀찮기도 하고, 아무튼 다시 11코스의 가이세키 요리를 먹었습니다.

 

  

 

  

 

유일하게 이틀 연속 등판한 분고 비프. 아무튼 두번쨋날 저녁에도 여지없이 배가 터졌습니다.

 

이 포스팅이 마음에 드셨으면 아래 버튼을 한번 사용해 보시는 것도...^^

 

 

 

 

...그리고 다음은 아침식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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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처음으로 일본 료칸(旅館)을 다녀왔습니다. 일본 여행은 꽤 해 봤고, 당연히 온천도 가 봤지만 전통 료칸에 머문 것은 처음이라 꽤 궁금했습니다.

 

사실 일본에 가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료칸에 대한 로망을 갖고 가지만, 쉽게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료칸이라고 불리려면 당연히 온천이 있어야 하고, 전통적인 다다미방 숙소에 홑이불을 깔아 주는 서비스가 있고, 일본 전통 가이세키(會席. 일식집 중에도 가끔 다도에서 쓰는 懐石과 혼동해서 써 놓은 경우가 있는데 발음은 같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요리로 저녁 성찬을 차려준다는 점 등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받으려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개 료칸의 요금은 손님 1인당 가격으로 계산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위의 조건을 갖춘 료칸은 대개 1인당 1만엔 대부터 시작하고, 별채 방마다 개인용 욕실이 딸려 있느냐, 그리고 그 욕실이 노천 온천이냐 아니냐, 주위의 풍광이 얼마나 좋으냐, 식사를 방에까지 날라다 주느냐 등의 조건에 따라 가격이 점점 올라갑니다.

 

최고급 료칸 중에는 1인당 5만엔대까지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면 2인 1박에 한국 돈으로 100만원인 셈이죠(물론 제가 간 곳은 당연히 이런 최고급 료칸은 아닙니다;).

 

아무튼 사치라면 상당히 사치인 셈인데, 최근의 엔저 에 용기를 얻어 한번 질러 봤습니다.

 

총 4편의 글 중 첫편입니다.

 

1. 유후인 료칸 야스하, 살짝 들여다 보기  http://fivecard.joins.com/1304

2. 일본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란? http://fivecard.joins.com/1305

3. 유후인, 야스하 료칸의 아침 식사는?  http://fivecard.joins.com/1306

4. 유후인, 왜 모든 사진들이 다 똑같을까?  http://fivecard.joins.com/1307

 

  

 

유후인(湯布院) 역 전경. 만약 유후인만 갈 생각이라면 후쿠오카 공항에서 바로 연결되는 직행 고속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듯 합니다. 고속버스 터미널은 역 정면으로 약 30m 떨어져 있습니다. 편도 2800엔 정도. 2시간~2시간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그렇지 않고 후쿠오카 시내(하카다 역?)까지 들어가든, 큐슈의 다른 도시를 거쳐가든 하면 역을 이용할 일이 있겠죠.

 

아무튼 이번 여행의 목적은 아무것도 곁눈질하지 않고 그냥 료칸에서 쉬다 오는 거였기 때문에 바로 버스를 이용해 저 위치에 내렸습니다. 역전에서 료칸에 전화하면 차가 데리러 오거나, 택시를 이용하는데 택시 요금을 료칸에서 지불합니다. (물론 안 그런 곳도 있습니다. 예약할 때 확인 필요.)

 

 

역에 내리면 보이는 유후인의 랜드마크는 유후다케라고 불리는 저 흰 봉우리.

 

 

차를 타고 료칸으로 가는 동안에도 정면의 흰 봉우리가 보입니다. 역에서 유후다케 방향으로 가는 큰길이 유후인의 메인 스트리트입니다. 그리고... 금세 알게 되지만 유후인은 매우 작은 골입니다. 정말 두어 시간이면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마을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러니 차로 한 10여분 달리면 야스하(泰葉) 료칸에 도착합니다. 메인 스트리트 주변에도 료칸들이 눈에 띄지만, 메인 도로에서 건물이 약간 드물어질 때쯤 왼쪽 산길로 올라가면, 오르막길을 타고 좌우 양쪽에 료칸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약간 산속 같은 곳에 있는 편이 더 료칸 분위기가 납니다.

 

홈페이지는 http://www.yasuha.co.jp/index.htm  예약도 여기서 할 수 있습니다.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위에 보이는 건물이 1번의 메인 건물. 2층 건물로, 객실 몇개와 대욕장(이라지만 크지는 않음)이 있습니다. 2번 건물은 식당, 3번은 건물이 아니라 족욕장입니다.

 

 

족욕장에서 유후인 시내 쪽을 내려다보면 대략 이런 풍경입니다. 흰 연기는 온천수를 뽑아내는 수증기.

 

이 료칸을 선택한 건 '유후인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온천수'를 보유한 집이라는 설명 때문이었습니다. 유후인의 수많은 온천장 가운데서도 이 집의 원탕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뭐 무슨 근거인지 알 수 없지만 몸을 담가 본 결과 믿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일부 료칸들은 아직도 전화로만 예약을 받더군요.^)

 

http://www.jhpds.net/yasuha/uw/uwp3100/uww3101.do?yadNo=333257

 

 

 

객실과 객실 사이는 다 이런 회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눈비가 올때 편하도록.

 

 

위 지도에서 보면 7번 위치에 있는 방입니다. 다다미 8조짜리 별실이고, 전용 노천욕조가 바로 밖에 붙어 있습니다.

 

 

들어가 보면 이런 모습. 다다미가 깔린 끝에 2인용 탁자가 있고, 그 창밖이 바로 노천온천입니다. 왼쪽 문을 열고 나가면

 

 

이런 작은 욕실을 거쳐 바로 노천온천입니다.

 

 

이런 모습. 오른쪽은 관을 통해 온천물이 쉴새없이 흘러들고 있고, 왼쪽에는 냉수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온천 원수는 매우 뜨겁기 때문에 사람이 들어가기 전에 왼쪽 찬물을 틀어 대략 온도를 낮춰야 합니다. 찬물을 타면서 왼쪽에 있는 저 넓적한 판때기로 물을 아래위로 휘젓죠.

 

 

방에 이불을 깐 모습. 채널 5개가 나오는 TV 한대, 빈 냉장고 한대, 물을 끓일 수 있는 포트와 차 세트가 있고, 얼음물은 무한 공급입니다. 유카타는 당연히 공급.

 

야스하 료칸에는 일반 객실, 다다미 8조짜리 별채 객실(노천온천 포함), 12조짜리 별채 객실(노천온천 포함)의 세 가지 방이 있습니다. 당연히 뒤로 갈수록 비쌉니다. 8조와 12조의 차이는 방 크기 외에 온천이 있는 정원도 조금 더 넓은 듯 합니다. 하지만 2~3인 정도라면 8조 객실로 충분합니다.

 

 

 

노천온천은 욕조 위로 바로 하늘이 보이는 타입은 아니고, 지붕이 있어 비가 올 때에도 노천욕을 하는데 지장이 없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 있으면 왕년에 홋카이도에서 겪었던, '노천온천에 누워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는 맛'은 보기 힘들죠.^^

 

뭐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지만, 이 온천에 누워 울창한 수풀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순해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소개글들을 보면 야스하 료칸의 온천수는 은은한 푸른색을 띤다고 되어 있습니다.

 

바닥의 돌이 파란 색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은근히 푸른 느낌이 드는 건 맞습니다.

 

 

일단 온천을 본 이상 이성을 잃고 뛰어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 발 하나로 모든 설명 끝.

 

 

 

물은 쉴새없이 흘러들어오고 흘러나갑니다. 출수구의 저 흰 얼룩이나,

 

 

탕의 수위선에 어느새 생긴 흰 선을 보면 물에 석회질이 상당 부분 섞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새벽에 일어나 탕으로 나가면 이렇게 푸르스름한 안개까지. 분위기 좋습니다.

 

 

 

방 밖은 거의 항상 이렇게 온천수를 뽑아내는 수증기로 가득.

 

 

온천수의 성분 때문에 주위의 나무들이 저렇게 흰 색으로 뒤덮인다고 합니다.

 

 

다시 본관. 본관은 이렇게 거대한 화덕 주위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이 공간 바로 뒤편에 대욕장(공동탕)이 있습니다.

 

 

공동탕 안에는 당연히 이런 욕조와 일반 목욕탕 같은 벽면의 샤워 시설이 있고,

 

 

 

거기서 한번 더 문을 열고 나가면 대망의 노천탕이 있습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잘 꾸며져 있고 나무가 우거져 있어 개방감이 좋습니다. 전체적인 푸르스름한 색조도 좋고, 몸을 담그면 기분 좋은 짜릿함이 느껴집니다.

 

일부 지역에는 이 노천탕이 남녀 혼탕인 곳이 있지만 여기는 노천탕도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다만 바로 옆이라 소리를 지르면 들릴 정도는 될 듯...^^

 

 

물론 저런 공동탕도 좋지만 형편이 허락한다면 방마다 딸린 독점 노천탕의 유혹은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번거롭게 멀리 있는 욕장에 갈 채비를 할 필요 없이 그대로 옷만 벗고 탕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매력입니다.

 

밤의 모습. 쌀쌀한 날씨에 뜨뜻한 탕 안에서 몸을 덥히고, 너무 더워지면 밖으로 몸을 내밀고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서늘해지면 또 탕에 뛰어들고,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놓으면 금상첨화.

 

정말 저러고 있으면 세상에 부러운게 없더군요. 글자 그대로 PERFECT RETREAT.

 

 

 

 

 

 

자. 다음은 당연히 식사편. http://fivecard.joins.com/1305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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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ivecard.joins.com/1278 에서 이어집니다.

 

마야 우붓의 그림 같은 숲속 수영장.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리버 카페를 정면에서 바라보면 이렇다.

 

 

 

화창한 날씨 속이지만 오전까진 그늘 속으로 들어가면 서늘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셀카봉의 성능 테스트를 하려면 물에 들어가야...

 

아직 좀 차갑다.

 

 

 

사진으로는 이렇게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울 뿐. 정글 속의 수영장은 진정 아름답다.

 

 

 

리버카페 뒤로 나 있는 샛길로 언덕을 올라가 보면 이런 뷰가 나온다.

 

 

 

그리고 그 계곡을 따라 가면 끝없는 밀림.

 

약간 과장이 보태지긴 했지만 정말 밀림이다.

 

 

 

 

기억나시겠지만 마야 우붓은 호텔 경내로 강이 흐른다. 물론 강을 보려면 계속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꽤 한참.

 

그리고 강이 나온다.

 

 

 

 

 

호텔 경내에 이런 밀림과 급류가 흐른다. 어마어마하다.

 

 

 

위쪽을 쳐다보면 까마득한 밀림 속 절벽.

(그런데 이게 호텔 안의 정원...이라니까.)

 

 

 

그렇게 내려가고 내려가다 보면 폭포도 나온다.

 

 

                                                                다시 올라갈 길이 막막한 수준.

 

 

 

이렇게 호텔 안에서 대자연을 만끽하고, 흐르는 땀을 씻는다.

 

 

                                                  간신히 돌아온 지상. 이제야 살 것 같다.

 

 

저녁에는 호텔의 유일한 바에서 이브닝 드링크를.

 

영국식 풍습인지 오후 4시에 애프터눈 티를 준다고 되어 있는데, 사실 기대할 만한 서비스는 아니다. 티 두어 종류에 과일과 인도네시아 식 떡 종류가 나오는데 가짓수도 한가지 뿐인데다 양도 부실하다. 떨어지면 바로 바로 리필해 놓지 않는다. 예전에 다녀오신 분들의 경험에 따르면 이 애프터눈 티가 식사 대용이 될 정도로 풍성했다던데, 그게 호텔 경영에 썩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지금은 그런 흐뭇한 모습을 볼 수 없다.

 

아무튼 호텔에서 우붓 시내로 가는 셔틀이 오후 5시, 시내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셔틀이 5시30분에 끊긴다는 건 여행자 입장에선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다. 물론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손님의 수를 늘려 보겠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사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차라리 우붓에서 식사와 유흥을 좀 즐기고 사설 택시를 이용해 호텔로 돌아오는 편을 더 선호한다. 호텔 택시(라이드)를 부르면 4~5만 루피아, 우붓 시내에서 마야 우붓 정도로 들어오는 택시를 잡아 타면 딜 하기 나름인데 3만 루피아 내외다(처음에는 거리에 서 있는 택시 - 라기보다는 나라시 - 기사들이 한 5만 정도를 부른다). 어차피 한화로 3천원 내외라 크게 다투게 되지는 않는다.

 

우붓 시내에서 식사를 하면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으나 대략 10만 루피 이내에서 2인 식사와 음료가 해결된다. 반면 호텔 구내에서는 1인에 최하 15만 루피는 든다고 봐야 한다. 뭐 체면이 깎인다고 싫어할 사람도 있겠으나, 비용 절감을 생각하면 컵라면(포트 이용)이나 햇반(뜨거운 욕조 이용^^) 등을 사용해 방에서 간단히 식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셔틀을 타러 나와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호텔 로비를 보게 됐다.

 

 

우붓 시내는 그리 큰 볼거리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우붓 시내에 장신구며 전통 예술품, 혹은 공예품 등 살 거리가 많다고들 하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취향에 맞지 않았다. '우붓의 인사동'이라는 잘란 드위시타(Jalan Dewisita)를 가 봐도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붉은 선 정도가 가장 잘 발달한 쇼핑가. 그리고 왼쪽 아래로 보이는 사각형 운동장 아래 쪽으로 죽 내려가면 역시 번화가인 몽키 포리스트 로드가 나온다. 거의 한 집 건너 맛사지 샵과 식당, 카페가 있다. 맛사지는 60분 기준 10만 루피아, 한국 돈으로 1만원 정도. 태국보다도 엄청나게 싸다. 다만 스타일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흔히 타이 마사지라고 불리는 종류는 관절을 꺾고 근육을 주물러서 맺힌 곳을 풀어주는 방식이다. 안마에 더 가깝다. 하지만 발리 마사지는 진짜 마사지, 즉 기름을 피부에 문질러 흡수시키는 방식에 가깝다. 많이 걷거나 수영으로 지친 근육을 풀어 주는 데에는 큰 효과가 없다. 피부에는 더 좋을 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가격이 워낙 싼 탓인지 마사지 샵의 시설에 큰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좀 강하게 주무르는 안마를 좋아하는 취향이라 그런지 발리에서의 마사지에 큰 감흥을 느껴 보지 못했다.

 

물론 음식에 대한 한 우붓은 어느 집을 가거나 신뢰해도 좋다. MSG를 넉넉하게 써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뭘 먹어도 입맛을 당긴다. TRIPADVISOR에서 추천한 멜팅 웍 아룽(Melting Wok Arung)을 가 봤다.

 

 

 

이 집에서 추천하는 정식류가 4800~5800 원 수준. 저렴한데 맛도 훌륭하다.

 

 

인도네시아 전통주인 아락(Arak)에 레몬과 꿀을 탄 음료. 아락은 40도 가량의 독주다. 쨍한 느낌이 온다. 고량주같은 깔끔한 맛이라기보다는, 많이 마시면 바로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열대산 스피릿의 느낌이 있다.^

 

 

 

 

손님 중에는 서양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다만 프랑스계로 알려진 여주인은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센스를 갖췄다. 월드와이드 맛집의 지위를 즐기는 모양새라고나. 아무튼 맛도, 서비스도 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우붓 야경. 밤에는 제법 운치가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이 길을 세계 각국 청춘들이 가득 메운다고 한다. 10월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거리는 한산했다. 쿠타나 짐바란 같은 해변에는 서핑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온다고들 하는데, 과연 산속인 우붓에 오는 젊은이들은 뭘 기대할지 궁금했다. 래프팅? 하이킹?

 

 

우붓의 할거리 중에는 리조트 투어도 있다.

 

흔히 우붓 지역 리조트에는 두가지 뷰(view)가 있다고들 한다. 바로 밸리 뷰(Valley view)와 논 뷰(^^)다.

 

밸리 뷰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리조트 중에 앞서 말한 행잉 가든이 있고, 이 바이스로이(Viceroy)가 있다. 바이스로이는 모든 객실이 풀빌라인 고급 리조트다. 가격도 1박에 150만원 이상. 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해서 식사를 하러 갔다.

 

 

 

바이스로이 메인 풀의 위용. 저 수영장도 우붓 특유의 인피니티 풀(infiniti pool)이라 끝에서 저절로 물이 흘러 넘쳐 공중에 뜬 느낌을 준다. 저 밀림지대는 건너편 언덕이라, 수영장 끝 벽에 매달리면 일망무제의 호쾌한 뷰를 즐길 수 있다.

 

다만 뭘 먹어도 맛난 우붓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식사가 바로 이 바이스로이에서의 식사였다. 가격에 비해 맛은 그닥. 어쩌면 주 고객인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춰진 탓일 수도 있겠다.

 

 

 

식사 후에 정중하게 요청하면 버기 카를 이용해 리조트 구경을 시켜준다. 물론 구경은 공짜다.

 

 

150만원짜리 풀빌라의 위용. 모든 객실에서도 메인 풀에서 볼 수 있는 밸리 뷰의 위용을 즐길 수 있다.

 

다만...이런 리조트에서 1박을 하느니 나같으면 마야 우붓에서 5박을 하는 쪽을 택할 것 같다. 바이스로이가 멋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만치 마야 우붓이 마음에 들었다.

 

 

 

마야 우붓에서는 밤 시간에 야외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 엄밀히 말해 공연을 보려면 공연장 앞 테이블을 예약해야 하지만, 사실 2층의 바에서 내려다 보면 공짜다.^^

 

 

 

이렇게.

 

 

 

 

밤하늘과 리조트의 조명은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카메라가 너무 좋아서 생긴 풍경. 저 점점이 다 별이다.

 

바이스로이의 쭉 펼친 뷰가 아무리 좋다 해도 마야 우붓의 메인 풀 역시 뒤지지 않는다.

 

수영장 저 끝에 매달려 건너편의 계곡과 밀림을 바라보면, 1년 내내 그러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위에 지치면 이런 옆 동굴 공간까지 완비.

 

 

 

동굴 공간에 음식과 음료를 넉넉하게 배달시키면 2인 기준 한화로 3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아주 싼 비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호텔 휴가라고 생각하면 지출할 수 있는 가격.

 

 

그리고 종일 있어도 동포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마야 우붓이 취향이 아닌 것인지, 아니면 다들 관광을 나가신 것인지.

 

 

바에서 맥주 한잔을 즐긴 뒤 바라본 메인 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완벽한 휴양을 위해 태어난 공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했다.

 

다양한 외부 활동과 관광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지 않은 호텔. 하지만 어딘가 조용히 콕 박혀서 한없는 휴식과 낮잠, 햇살과 독서, 약간의 수영을 즐기면서 그야말로 retreat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호텔을 권하고 싶다. 글자 그대로 낙원의 다른 이름이라고 불러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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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늦은 휴가를 발리로 다녀왔다. 발리 얘기를 하면 다들 "해변에서... 좋았겠다" 라고 얘기하지만 이번엔 바다 짠 내음도 맡지 않고 돌아왔다. 발리 섬 한 복판의 우붓(Ubud) 지역에 있는 마야 우붓 (Maya Ubud resort & spa) 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언젠가 마야 우붓을 가리라고 마음 먹은지는 꽤 됐지만 이번에 마침내 실행에 옮기게 된 것. 그리고 마야 우붓은 기대를 전혀 저버리지 않았다. 지금껏 가 본 리조트 호텔 가운데 당당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었다.

 

마야 우붓의 메인 수영장. 한달 가량 지났는데 벌써 그립다.

 

 

 

 

이번에는 발리의 우붓 지역을 가겠다고 했더니, 현재 발리에 거주하며 발리 지역 탑클래스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발리 전문가 K씨는 "형, 우붓을 누가 가요? 한국 사람 아무도 안 가요. 거기 너무 멀고 별로야" 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정도에 마음이 흔들려선 안된다. ;;  

 

 

지도상의 위치는 보는 바와 같다. 아래쪽, Kuta라는 지명 바로 아래,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곳이 발리 웅우라이 국제공항의 위치다. 한국에서 발리로 가는 관광객의 90% 이상은 그 아래, 그러니까 South Kuta라고 써 있는 작은 반도 지역으로 간다. 공항에서 가까운 이 지역에 누사두아, 짐바란, 쿠타, 레기안, 스미냑 등 중요한 해변 관광지대가 몰려 있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유명 리조트 호텔들도 거의 다 이 지역에 있다.

 

하지만 처음 발리에 갔을 때 누사두아의 인터콘티넨탈을 갔고, 두번째는 짐바란 부근의 풀빌라를 갔기 때문에 이번엔 색다른 발리를 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말로만 듣던 우붓 지역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위 지도에서 보듯, 우붓 지역은 공항에서 북북동으로 꽤 떨어져 있다. 물론 절대 거리가 먼 것은 아니나 발리의 교통 사정이 썩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멀게 느껴진다.

 

 

 

구글맵으로 때려 보면 공항에서 마야 우붓 리조트까지 40km 내외. 택시를 이용하는데 갈때는 약 70분, 귀국 길에는 50분 정도 걸렸다. 갈 때 시간이 오후 6시 정도로 퇴근시간이 막 시작될 때라는 점을 생각하면 양호한 듯 하다. 하긴 공항에서 출발할 때 택시 기사가 "노 트래픽, 노 트래픽" 하면서 기도하는 시늉을 한 걸로 볼 때, "발리에서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 전언으로는 공항에서 우붓 갈 때 90분 쯤 걸렸다는 주장도 있었다.

 

말 난 김에 얘기하자면 공항의 택시 서비스에서 우붓까지는 25만 루피아로 가격이 매겨져 있었지만, 목적지인 마야 우붓은 우붓 외곽이므로 35만 루피아를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지도상으로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으므로 단호하게 "30만 루피아"를 주장했고, 관철시켰다.

 

(환율이 거의 일직선상으로 놓인 시점의 여행이었으므로 대략 1USD = 1,000원 = 10,000 루피아로 계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싼 가격도 가능. 한국어 상담이 가능한 우리발리 www.uribali.com 를 이용하면 25달러에 공항 픽업 또는 송영을 받을 수 있다. 5천원 차이가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발리에서는 꽤 큰 돈이다.

 

 

 

 

우붓이 뭐하는 데냐고 묻는 사람에게는 대개 이런 사진을 보여 준다. 처음 보면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어머, 이 호텔로 가시는 거에요?" 라고 말하면 조금 머쓱해진다. 이 사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붓의 행잉 가든(Hanging Garden) 리조트 사진이기 때문이다.

 

발리 남쪽의 해안가 호텔들이 자랑하는 것이 오션 뷰라면, 우붓 지역의 리조트들은 저 밸리 뷰(Valley View)를 자랑거리로 갖고 있다. 사진만 봐선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저 수영장과 건너편의 원시림 사이에는 거대한 계곡이 있고, 수영장 끄트머리에서 건너편 원시림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나 행잉 가든은 수영장을 2단으로 배치해 사진을 찍었을 때 밸리 뷰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즉 사진발이 최고인 리조트다.

 

행잉 가든은 이 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오늘날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1) 우붓 시내에서도 차로 20분 이상 떨어진 외진 곳에 있고 2) 이름 값을 하느라 비싸고(전체 룸이 풀빌라고 1박 최하 500불 수준), 3) 직원들의 수준이 떨어져 불친절하고 4) 음식이 그저 그렇다는 평도 얻고 있었다(tripadvisor에 나온 내용들이니, 행잉 가든 관계자가 혹시 항의하시려거든 그 쪽으로 하시기 바란다).

 

반면 마야 우붓은 1) 우붓 시내에서 차로 5분(3분?) 거리고, 2)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계절에 따라 조식 포함으로 230~300불 정도), 3) 음식 및 서비스가 최고라는 평이었다. 여기 하나 보태자면 사실 행잉 가든은 저 밸리 뷰 하나 뿐이지만 마야 우붓은 광대한 대지 위의 조경 하나하나가 예술적이라는 평도 있었다.

 

(숙박비의 차이는 행잉 가든은 룸 전체가 풀빌라고, 마야 우붓은 풀빌라 외에도 일반 객실이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방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풀빌라끼리만 비교한다면 행잉 가든이 훨씬 더 비싸다고 하기는 힘들다. 물론 개인적으로 풀빌라라는 형태의 방이 왜 선호되는지 모르겠다. 본인이 절대 다른 사람과 섞이고 싶지 않은 셀렙이거나, 수영복 알러지가 있어서 수영을 반드시 알몸으로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비싼 풀빌라에 묵는 이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마야 우붓으로 마음을 정하고 호텔 예약에 들어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호텔 홈페이지보다는 익스페디아나 호텔스닷컴이 더 싸야 정상인데 마야 우붓은 메인 홈페이지가 더 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한국 사람이 사기에 가장 싼 곳은 국내 사이트인 트래블발리(http://www.travelbali.co.kr/) 였다. 무슨 비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발리에 대한 한 분명히 가장 싸다"고 자부하고 있는 사이트다. 비교해 본 결과 확실히 그렇다.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마야 우붓의 모양. 남북으로 엄청나게 길다. 사진 위쪽, 그러니까 북쪽에 메인 출입구가 있고, 출입구에서 차로 1분 정도 더 들어 와야 로비와 메인 빌딩이 있다. 사진에서 보이듯 왼쪽(서쪽)은 논, 오른쪽(동쪽)은 강이 흐른다. 강이 있다는 것은 깊숙한 계곡이 있다는 뜻.

 

 

마야 우붓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위성 사진. 왼쪽이 우붓 시내 중심가, 오른쪽이 거기서 동쪽으로 쭉 가면 있는 마야 우붓이다. 왼쪽 중간의 네모 칸이 우붓 한복판의 운동장(아마 우붓에 가 보신 분이라면 반드시 보셨을 그 운동장이다). 호텔 하나가 우붓 다운타운 거리의 크기와 맞먹는다. 직접 가 보면 그 규모에 일단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호텔 한 복판의 메인 빌딩 확대 사진. 1번이 웨스트 윙, 2번이 로비, 3번이 이스트 윙이다. 4번은 레스토랑과 라운지 등 부속 건물, 5번 위치에 메인 풀이 있다. 웨스트 윙과 이스트 윙은 일반 객실이 있는 3층 건물. 사진 아래 쪽으로 이빨같이 풀빌라들이 박혀 있다.

 

 

 

웨스트 윙 2층의 일반 객실(수피리어 룸)은 평범한 동남아 지역의 호텔 객실이다. 당연히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온다. 별 장식 없는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좋았다.

 

 

침대 쪽에서 본 화장대와 기타 집기들. 왼쪽 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발코니가 있다. 물론 마야 우붓에서 발코니에 앉을 일은 별로 없을 듯 하고, 주로 빨래 너는데 사용한다.

 

웨스트 윙에 객실을 잡으면 서쪽의 논 뷰(Rice Field View), 이스트 윙에 묵으면 밸리 뷰가 보인다는 설명인데, 이 말만 들으면 이스트 윙이 좋아 보이지만 불행히도 이스트 윙은 울창한 숲 때문에 밸리 뷰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반면 웨스트 윙은 논 뷰..가 제법 쓸만하다.  

 

 

 

 

도착 첫날 밤을 지새고 다음날 아침 창밖으로 펼쳐지는 논 뷰. 평화롭고 정겹다.

 

 

 

자연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풍경. 가슴이 설렌다.

 

아침 식사!

 

 

레스토랑은 메인 빌딩 1층에 하나, 그리고 남쪽 끝에 있는 리버 카페에 하나 있다. 메인 빌딩 2층엔 바가 있다.

 

 

개방형 구조가 아름답다. 특이한 건, 이런 개방형 구조인데도 레스토랑 안에서 벌레를 거의 볼 수 없다는 점.

 

 

음식의 가짓수가 엄청나게 많지는 않지만, 맛은 매우 훌륭하다. 오믈렛도 잘 부치고, 특히 빵 종류의 수준이 높다.

 

 

 

물론 우리는 처음부터 과일에 탐닉했다. 특히 망고스틴. 조식 때마다 10개씩은 먹었다.

 

...그리고 바로 딴 망고스틴은 개미의 서식지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저 윗부분의 녹색 이파리를 뜯어내면 개미가 20마리씩은 나온다. 유독 망고스틴을 개미가 좋아하는 듯.

 

 

 

식당에서도 바로 밸리 뷰가 보인다.

 

사실 사진으로 이 밸리 뷰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말로 설명하자면, 사진 아래쪽의 연한 녹색 식물군과 사진 위쪽의 진한 녹색 식물군 사이에 바로 페타누 강이 흐르는 큰 협곡이 있다.

 

그러니까 이 뷰가 협곡을 끼고 있는 건너편의 밀림지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호쾌한 뷰인데, 사진상으로는 그 효과를 표현할 재간이 없다. 아무튼 직접 보는 뷰는 이 사진보다 1,000배 이상 멋지다.

 

 

 

레스토랑 바로 옆에 있는 메인 풀 역시 마찬가지.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끄트머리로 가면 일망무제의 원시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밀림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줄 정도.

 

하지만 일단 메인 풀보다 먼저 남쪽의 리버 카페 앞 수영장을 가 보기로 한다.

 

 

호텔 남쪽으로 향하는 길. 야자수가 펼쳐진 아름다운 길이다.

 

 

남쪽 끝. 리버 카페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그 엘리베이터 타워 앞에서 이 계곡 뷰는 절정을 이룬다. 물론 이런 사진으로 보는 뷰는 실제 풍경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직접 가서 보신다면 절대 거짓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남쪽 수영장을 내려다 본 모습.

 

이 두번째, 남쪽 수영장은 메인 빌딩이 있는 지대에서 약 5~60미터 가량 낮은 지대에 있다. 즉, 강이 굽이치는 계곡 아래 쪽에 있다는 말이다.강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밀림 속에 폭 파묻힌 느낌을 준다.

 

 

 

수영장 바로 밑으로 강이 굽이쳐 흘러간다.

 

 

 

내려와서 보면 이렇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선베드도 5~6개 뿐이므로, 오전인데도 경쟁이 치열하다. 숲과 계곡에 폭 파묻힌 곳이므로, 오전에는 사실상 수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물이 차다. 당연히 물속에는 아무도 없다.

 

 ....지만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오후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수영장 바로 아래로 저렇게 강이 흐른다. 셀카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각도 조절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음;;;

 

 

 

에라. 쉬자.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문제는 이게 이미 과거 시제라는 것... ㅠㅠ. 돌아가고 싶어요.)

 

 

http://fivecard.joins.com/1286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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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가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이 참 많다.

 

사실 스페인을 여행지로 결정한 뒤부터 나름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역시 현지에 가 보니 놓친 것들이 꽤 있었다.

 

핵심적인 내용만 정리하면 이렇다. 최신 유행에 따라 10개 항목으로 정리했다.

 

(대체 언제 다녀온 여행을 여태 우려먹고 있느냐는 분들이 꽤 많다. 하지만 팍팍한 삶 속에서, 그래도 아직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숨통이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마지막 마무리. 혹시 스페인에 가려고 준비하시는 분들은 지금까지 했던 포스팅들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http://fivecard.joins.com/search/스페인

 

 

 

 

 

 

1. 과일, 최고다.

 

 

오렌지, 멜론, 포도 등 거의 모든 과일이 상상 이상의 맛을 낸다. 특히 감 맛이 최고다.

(물론 사과,배와 딸기는 현재까지 한국산이 최고)

 

특히 위 사진, 'KAKI'라고 되어 있는 은 가을이라면 꼭 드셔 보시기 바란다. 수십년간 감을 먹어 온 한국인으로서 인생 최고의 감을 스페인에서 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시와 단감, 대봉시의 장점만을 취한 환상의 감이다.

 

 

 

2. 예약 시스템, 뭔가 조금씩 이상하지만 어쨌든

 

 

여행을 계획하셨다면 아마 렌페(Renfe)의 자주 다운되는 예약 시스템에 당황하셨을 듯. 하지만 제대로 기능하는 건 분명하다. 바르셀로나에서는 거의 반드시 T10(10회 탈 수 있는 지하철 패스. 저 위의 기계에서 살 수 있다)을 사용하시는 게 좋고, 알함브라 궁전이나 카탈루냐 음악당 공연 티켓을 인터넷으로 예매한다면, 어느 도시에서나 잘 보이는 라 카이샤(La Caixa) 은행 앞에 ATM 기계와 함께 있는 티켓 발매기에서 출력해 사용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두시길. 

 

 

3. 유로자전거 나라, 싸진 않지만 유용하다

 

 

여행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단순 안내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유로자전거 나라의 가이드들든 새로운 도시를 돌아 보는데 매우 유용했다. 특히 피카소가 자주 가던 카페에서 피카소의 일생 스토리를 듣고 피카소 미술관에 들르는 구성은 신선하고 많은 도움이 됐다.

 

 

4. 시장, 무조건 가야 한다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이든, 마드리드의 산 미구엘 시장이든, 시장을 가 보면 스페인이 달라 보인다.

 

시장(식료품 시장으로 특화된)을 가 보면, 물건을 사고 파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밤낮도 없다. 광장시장의 약간 밝고 예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5. 타파스라는 종류의 음식은 없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타파스(Tapas)는 음식의 사이즈다. 한국에서는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도 먹고 싶고, 깐풍기도 먹고 싶고, 난자완스도 먹고 싶을 때 인원이 적으면 방법이 없다. 하지만 스페인에선 그걸 모두 타파스로 시키면 된다. 서너 입씩 먹을 분량으로 여러가지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스페인의 식문화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다.

 

혹시 가게 된다면 타파스보다 더욱 미니멀한 핀초(Pincho)도 잊지 말고 드시길.

 

 

6. 식사 시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시에스타 시간에는 식당이고 가게고 모두 쉰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지만, 가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시에스타의 개념이 점점 흐려져 간다고도 하고, 그 시간에 사람들은 낮잠을 자는게 아니라 카페며 식당에서 계속 먹고 마시고 떠들고 있다.

 

아무 시간이나 가서 먹고 떠들고 마셔도 된다. 웬만한 바나 레스토랑은 심야까지 한다. 한국과 비슷한, 참 좋은 나라다.

 

 

7. 하늘, 평원의 하늘은 다르다

 

 

 

안달루시아의 하늘. 평원 위의 하늘은 구름부터 다르다.

 

 

8. 알함브라, 역사를 알아야 보인다

 

 

카스티야와 아라곤이 결혼으로 맺어지며 탄생한 대 스페인 왕국, 그리고 알함브라의 함락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이어지는 15세기 말 스페인의 황금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남부 스페인 여행은 의미가 반감된다. 가기 전에 대략의 윤곽이라도 파악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물론 유로자전거 투어 같은 곳에선 어느 정도 설명을 해 주지만, 공부는 스스로.

 

 

 

9. 달리, 상상 그 이상

 

 

바르셀로나를 간다면 인근 피게레스(Figueres)에 있는 달리 미술관을 꼭 가 보시길 권한다. 난 미술엔 개뿔 흥미 없어, 하시는 분들, 인간의 상상력이란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된다.

 

 

10. 야경, 가는 곳마다 꼭 놓치지 말길

 

 

밤의 고딕 지구를 한바퀴 돌고 나면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다. 으슥할 것 같지만 오히려 한밤중에도 어딜 가나 사람들이 와글거린다. 그래도 멋지다. 그리고 알함브라의 야경은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길(안타깝게도 봄, 여름에만 가능해서 나는 실패).

 

그리고 다음에 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들.

 

- 바르셀로나에서 분수 쇼 보기 (왜 매일 안 하냐고)

- 리세우 오페라 (그 날짜에 적절한 공연이 있는지가 행운의 시작)

- 톨레도에서 1박 (밤의 톨레도가 진짜라던데)

- 세고비아에서 돼지 통구이 (느끼하다는 사람도 있던데...)

- 달리가 살던 지중해의 어촌까지, 더 나아가 프랑스 국경까지.

- 그리고 국경을 넘어 모든 방문자가 '거기서 살고 싶다'던 리스본.

 

 

 

 

 

 

물론 이곳은 언제 가도 꼭 다시 한번 들르고 싶다. 매혹의 공간.

 

이렇게 해서 1년여(;;)에 걸친 스페인 여행기 끝.

 

곧이어 발리 방문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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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나긴 스페인 여행기의 마지막 편입니다. 지루하셨겠지만 이제 끝.]

 

기대 이상이었던 알카자르 덕분에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한 터라 톨레도의 나머지 지역 구경을 위해선 조금 서둘러야 했다.

 

사실 톨레도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엘 그레코의 도시라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이제 일단 엘 그레코는 뒷전. 우선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찬탄했던 언덕 위의 톨레도 뷰를 보기 위해 서둘렀다.

 

 

사상 최악의 길찾기 코스인 톨레도 관광에서 그나마 뭔가 트인 공간을 보려면 조코도베르 광장으로 가야 한다. 사실 처음에는 '뭐? 이따위가 광장이라고?' 라는 생각이지만, 톨레도에서 30분만 여기저기로 걸어 보면 '아, 이게 광장이구나'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톨레도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미로다.

 

그래서 조코도베르 광장의 저 M 사인이 보일 때 매우 반가웠다.

 

 

건물을 찍을 때는 사진에 표현되지 않지만 참 아름다운 날씨였다.

 

 

잠시 대기하며 배룰 채우고, 드디어 미니열차 Zocotren 출발. 요금은 5유로 정도고 약 40분 가량 톨레도 주위를 돌며 구경을 시켜준다. 톨레도 내부에서도 저렇게 다니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톨레도 내부엔 저 정도의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가 거의 확보되지 않는다. 조코베르 광장을 벗어나면 도보 이동만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못 봤지만, 만약 그 좁은 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려 한다면 한참 욕을 먹을 듯.

 

 

그러니까 이런 길은 여기 말고는 없다고.

 

 

성벽을 따라 난 도로를 통해 성 밖으로 나가기 전. 톨레도 성은 주변 지역보다 표고가 높다.

 

 

 

톨레도는 대략 이렇게 팝콘 알갱이 같이 생겼다. 보시는 바와 같이 외곽의 70%를 타호 강이 감싸고 있는, 평지보다 살짝 높은 고지대에 도시가 건설된 것이다. 방어를 위한 최선의 거점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굉장히 중요한 팁: 이 미니열차는 톨레도 시내를 빠져 나와 시계방향으로 도시외곽을 돈다. 그 말은 즉...

 

기차 안의 좌석은 한 줄에 약 4명씩 앉는 배치인데, 오른쪽 창가 쪽에 앉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 된다.

 

다들 저렇게 팔을 내놓고 촬영에 열중하게 된다. 그만치 풍광이 아름답다.

 

 

이렇게 해서 성 밖으로 나서면,

 

 

 

타호 강을 건넌다. 그림같다.

 

 

강 건너에서 시계방향으로 순환도도를 달리며 톨레도를 바라보게 된다. 오른쪽 자리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아까 가본 알카자르가 역시 도시의 상징답게 눈에 확 들어온다.

 

 

 

 

 

왕년에 쓰이던 다리와 정문.

 

이런 몇 군데의 포인트만 차단하면 톨레도는 그야말로 철벽 방어 태세가 된다.

 

 

 

남쪽으로 돌아 나오면 알카자르 말고도 볼만한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

 

 

 

아이 이뻐.

 

 

 

잠시 후 차를 뷰포인트에 세워 준다.

 

강 건너편은 절벽. 만약 성문을 통과하지 않는다면, 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 강을 건너고, 다시 톨레도의 성벽을 넘어야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대구경 화약무기가 발달하기 전까지 톨레도로 쳐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쉽게 알 수 있다.

 

 

 

 

오른쪽의 알카자르와 비슷한 높이인 첨탑이 톨레도의 카테드랄이다.

 

성-속 권력의 경쟁 구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살짝 다른 각

 

 

이런 장난을 쳐 보고 싶게 하는 참 아름다운 광경이다.

 

 

저 올망졸망한 골목길.

 

잠시 후, 저 골목길에서 좌절하게 된다.

 

저 골목 안에 갇히면 길찾기의 제왕도 당황하게 된다. 바로 옆에 저만한 높이의 대성당이 있어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 ...혹시 이런 것도 침략자에 대비한 설계인 것일까.

 

 

도시의 서편. 아무튼,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라 그냥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게 된다.

 

 

 

이건 동쪽 다리. 그러니까 정면의 성문(북문)이 있고, 다리는 동편과 서편에 하나씩 있다.

 

 

북쪽 성문을 통해 다시 성 안으로.

 

이제부터 본격적인 도보 톨레도 관광이 시작된다.

 

 

 

아니 웬 롯데리아...

 

근데 잘 보면 t가 하나 없다. 저 로떼리아는 복권. lotto와 같은 어원이겠지?

 

 

지금까지는 그나마 넓은 길. 사실 저렇게 차가 서 있지만, 톨레도 주민들은 대체 이 골목으로 어떻게 차가 다녀? 싶은 곳까지 차를 끌고 돌아다니는 듯 싶다. 뭐 동네가 동네다 보니 적응한 것이겠지만.

 

 

 

그런데 예쁘다 예쁘다 하고 다니다 보니 길을 잃었다. 뭐 여행 다니면서 길 찾는 거야 평소 일도 아니라고 자부했던 터라 아무 걱정 없이 잘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여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위를 올려다 봐도 저렇게 자기 머리 위의 하늘만 보여.

 

 

밑을 봐도 표지판 하나 없고...

 

 

저렇게 빤히 보이는 건물도 막상 가다 보면 길이 없고 건물은 사라져 버린다. 골목길의 마술이다. 나중엔 무서워진다.

 

 

한참을 헤맨 뒤에 가까스로 도착한 카테드랄. 저 첨탑이 그 도시 밖에서도 잘 보이던 바로 그 첨탑인데, 막상 도시 안에선 저 첨탑이 보이질 않는다. 물어 물어 간신히 찾았다. 골목이 하도 복잡하니 현지인들도 마땅히 가르쳐 주기기 쉽지 않은 듯. 톨레도 가시는 분들은 농담 아니고, 나침반을 휴대하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웅대한 카테드랄의 규모. 막상 대성당 앞에도 공터가 없으니 건물의 규모가 제대로 드러나는 사진은 감히 찍을 방법이 없다.

 

곧 내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청나게 크고 장대하다.

 

 

엘 그레코의 도시에 왔으니 역시 엘 그레코 앞에 서야 한다. 그가 1603년에 남긴 'Santo Doming'라는 작품.

 

 

 

이런 식으로 엘 그레코의 그림들이 전시된 공간을 살짝 지나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걸개 그림이 방문자를 반긴다. 아직 놀라면 안된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스페인 역사의 진짜 수도는 마드리드가 아니라 톨레도였다는 것은 카테드랄을 보면 안다.

 

 

이제 슬슬 익어가는 카테드랄의 기본 구조. 가운데에는 파이프오르간과 성가대석이 있다.

 

 

 

 

 

규모는 세비야 카테드랄이 더 클 수 있으나, 장식의 화려함은 톨레도 카테드랄이 훨씬 앞서 있다.

 

 

 

 

황금색으로 뒤덮인 장식 속에 곳곳의 이런 목각이 눈길을 잡는다.

 

 

 

진정 요란한 주 제단.

 

 

 

 

역시 딱 보면 알 수 있는 엘 그레코의 손길.

 

 

뜻하지 않은 곳에서 카라밧지오의 그림을 만난다. 그가 그린 San Juan Bautista.

 

스페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San Juan Bautista는 앞서도 말했지만 Saint John the Baptist, 즉 성경에 나오는 세례 요한의 스페인식 표기다. 어디선가 '바우티스타 성인'이라는 기이한 번역도 본 것 같다.

 

 

 

더 화려한 왕실 예배당(Capilla Real). 아무튼 이 카테드랄의 주제는 '화려함'이다. 금색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남용되고 있다.

 

 

고개를 돌려 위쪽을 바라보면 채광창을 통해 왕실 예배당으로 햇살이 비친다. 신비롭다.

 

 

 

그리고 그 앞쪽에는 엘 그레코의 12사도 그림이 있다. 익숙한 사람은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누가 봐도 엘 그레코'.

 

 

 

그렇게 해서 카테드랄과 이별하는 길.

 

 

 

 

 

부속 건물은 고승들의 묘지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카테드랄과 이별.

 

엘 그레코를 찾아 산토 도메 성당까지 가는 것이 당초의 목표였으나 불행히도 알카자르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잡아 먹고, 카테드랄을 찾느라 너무 헤매는 바람에 감히 산토 도메 성당을 찾아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미리 예매해 놓은 열차 시간이 달랑달랑.

 

어느 분이 톨레도는 관광객이 떠나간 오후 다섯시 이후가 진짜 끝장이라던데, 안 그래도 언젠가는 톨레도에서 하룻밤 자 보고 싶다.

 

 

 

그렇게 해서 톨레도 역으로 복귀.

 

 

그래도 톨레도에 오면 꼭 먹어 봐야 한다는 마사판(Mazapan)은 한 상자 샀다.

 

엄청나게 달다. 우유나 쓴 커피가 없으면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

 

이렇게 해서 스페인에서의 열흘간이 지났다. 총정리편은 별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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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Toledo. 실질적인 스페인의 역사적 수도. 현재의 수도 마드리드가 스페인의 수도가 된 것은 1561년, 펠리페 2세 때의 일이다. 그 전까지 마드리드는 작은 소읍에 불과했고, 스페인 역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럼 스페인의 빛나는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꼭 가야 할 도시는 어디일까. 사실 바르셀로나 - 그라나다 - 세비야 - 마드리드까지 '꼭 가야 하는 도시'를 잡아 놓고 그 틈새에 어느 도시를 가야 할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이슬람 유적의 코르도바와 절벽미의 론다, 피카소의 말라가, 백설공주의 도시(?) 세고비아와 요새 도시 쿠앵카 등등의 후보가 난무하는 가운데, 마드리드 일정에서 하루를 빼서 간다면 엘 에스코리알톨레도 중 골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엘 에스코리알 El Escorial 은 수도원/학교/묘지를 겸하고 있는 곳으로, 펠리페 2세가 마드리드에 천도한 이후 이 도시를 기념하기 위해 강력한 역사적 기념물을 남기고자 하는 야망으로 건설한 거대한 구조물이다. 더욱이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의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해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엘 에스코리알은 일단 교통이 좀 불편하고,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은 탓에 가 본 사람이 별로 없는데다, 대부분 장소들이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이라 뭔가 자료를 참고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사진을 못 찍으면 가 봤다고 잘난체 하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 아무튼 도보 이동을 매우 싫어하는 동반자가 있는 이상 이동 경로가 복잡한 건 그리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론은 : 첫번째 스페인 여행이라면 톨레도를 빼놓아선 안 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매우 잘 한 선택이었다.)

 

 

 

시내 중심부에서 가까운 남쪽의 아토차 Atocha 역에서 톨레도 행 AVE를 타는 것이 가장 손쉽고 빠른 길이다. 워낙 관광객이 많은 노선이라 그리 멀지 않은 길인데도 AVE가 다니고 있어 30분이면 도착한다. 왕복 요금은 50유로 가량 소요.

 

그래서 바쁘지 않은 사람이라면 왕복 10유로 정도면 해결되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단 버스를 탈 경우 1시간~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는 정보. 뭐 조금만 부지런했더라면 버스를 탈 수도 있었는데, 어찌 어찌 하다 보니 기차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순식간에 도착한 톨레도. 물론 톨레도는 중세의 성곽 도시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시내에 기차역이 있을 리 만무하다. 역은 성에서 차로 약 5~10분 거리에 있다. 걸어가는 것도 괜찮겠으나 30분 가량 소요. 별 고민 없이 택시를 탄다. 4~5 유로.

 

거리를 생각하면 아까울 수도 있겠지만 비싼 기차까지 탄 마당에.

 

 

 

그렇게 해서 순식간에 톨레도 성문 앞에 도착한다. 저 성문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톨레도가 시작된다.

 

 

 

택시를 타든 뭘 타든 바로 이 소코도베르 광장 Plaza de Zocodober 광장에서 내린다. 물론 광장이래봐야 농구 코트가 2개 이상 들어가기 힘든 크기다. 왼쪽의 'OPEN'이라고 써 있는 곳이 미니열차 Zocotren l의 출발/종착점. 자동차가 딸린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꼭 타 봐야 할 시설이다. 

 

 

소코도베르 광장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모습. 그러니까 남쪽 대문을 통해 톨레도 성에 입성해 소코도베르 광장까지 걸어 올라왔다면 바로 이 각도에서 도시를 바라보게 된다. 관광객들은 저어기 보이는 맥도날드(고성에 웬 맥도날드냐고 놀리지 말 것. 바로 옆에는 KFC도 있다. 엄청나게 잘 된다) 매장에서 왼쪽 길이나 오른쪽 길을 택해 걸어 올라가며 관광을 시작하게 된다.

 

일단 왼쪽 길로 올라갔다. 이유는 이 도시의 알카자르를 보기 위해서.

 

 

대략 엇비슷하게 비교하자면, 알카자르는 스페인식 성곽 도시의 방어 핵심 구조물이다. 외성벽이 돌파되어 적이 성 안에 밀려들어왔다고 할 때 두번째 수성전을 전개할 만한, 도시 안의 도시라는 느낌이다. 일본식 성이라면 천수각의 의미라고나 할까.

 

한편으로는 - 혼자 생각이지만 - 대부분의 스페인식 도시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두 건물은 알카자르와 카테드랄(대성당)이다. 카테드랄이 카톨릭의 귄위를 상징한다면 알카자르는 왕이나 영주의 세속 권력을 상징한다. 그래서 영주들은 알카자르를 건설할 때 카테드랄에 기가 죽지 않도록, 보는 이들이 위압감을 느끼도록 심혈을 기울인 것이 아닐까 싶다.

 

카테드랄은 화려하며 장식적이고 우아하되 알카자르는 남성적이고, 군더더기 없이 강직한 미감을 지닌다. 특히 톨레도의 알카자르가 갖고 있는 이런 매력이 극대화된 형태가 바로 엘 에스코리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나는 왠지 이런 쪽에 매력을 느끼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현재 톨레도의 알카자르는 군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를 들어가면, 이 거대한 건물이 얼마나 장구한 세월 동안 개축을 거듭해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적이 나온다.

 

 

 

그리고는 바로 전시 시작.

 

그런데 이 전시물이라는 것이 왕년의 밀덕 또는 어쨌든 잠재적 밀덕이라고 할 수 있는 10대~60대 남성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것인 반면, 여성 관람객들에게는 대체 이따위 것들을 왜 시간 내서 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들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런 식. 스페인을 천년간 장악했던 무어 인 기병의 기본 무장이다.

 

 

 

그리고 많이 보던 스페인식 풀 플레이트 Full Plate 갑옷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역시 사이즈는 작다.

 

 

이런 식의 챙 있는 투구는 불행히도 과거 우리가 익히 보아 온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선 별 감흥 없는 역할들의 전유물이었다. 특히나 영국 해적들을 영웅으로 그린 영화들에선 이 투구는 곧 '거드름은 피우지만 전투만 했다 하면 깨지는 스페인 세력'의 상징이었으니.

 

 

흥미로운 전시. 슬라이드를 이용해 역사적인 전투 현장을 저 노란색과 빨간색 부대 이동을 통해 설명한다. 바닥의 굴곡은 당연히 현지의 지형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역사 교육을 위한 박물관 등에선 충분히 활용할만한 모습이다.

 

 

 

 

대략 3층까지는 과거 알카자르의 자리에 있었던 옛 건물의 토대 발굴 현장을 같이 보여준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가면,

 

 

 

현재의 알카자르가 위용을 드러낸다. 네 귀퉁이의 첨탑을 빼고 대략 5~6층 높이라는 느낌.

 

 

 

 

내다보면 그 주위는 모두 평원이다.

 

 

 

어쨌든 이렇게 생긴 건물.

 

 

 

 

 

 

 

 

 

 

정교하고 아름답다. 손 크기까지 고려해 맞춤 제작하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능한 제품.

 

 

 

 

 

수많은 실전을 거치며 주인을 보호했을 갑주의 모습. (아니면 단순히 보관상의 실수로 때가 묻은...?)

 

 

이렇게 보면 저 갑옷의 주인공들이 그리 큰 체구는 아니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초기의 총기들은 외형만으로 참 매력적이다.

 

 

영어로는 Musketeer라고 불렀을 총기병.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총사 銃士 들의 스페인판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건물의 4층 정도로 올라오면 갑자기 화려한 장식적 공간이 나타난다. 이른바 '하늘 위의 중정 Pateo' 인 셈이다.

 

 

 

 

 

 

 

 

과거 왕가의 문장을 전시한 곳에서 확 눈에 띄는 문장. 바로 합스부르크 가의 상징인 쌍두 독수리다.

 

 

합스부르크 가라면 대개 오스트리아를 연상하지만 카를 5세(1500~1558, 스페인 왕으로서는 카를로스 1세)의 후손들은 대표적인 합스부르크가 출신의 스페인 군주다.

 

 

스페인의 카를로스 1세이자 신성 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의 문장. 아무리 봐도 스페인의 역사적 전성기는 페르디난드-이사벨라 부부의 결혼과 스페인 전토 통일(그리고 비슷한 시기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달), 카를로스 1세에서 펠리페 2세로 이어지는 15세기 말 ~ 16세기 시절로 여겨진다.

 

카를로스 1세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아들 '미남 필립'과 페르디난드-이사벨라 부부의 유일한 혈육인 요아나 공주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미 탄생과 동시에 네덜란드와 스페인 왕위를 확보했고, 할아버지 막시밀리안 1세가 죽으면서 신성 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현재의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의 상당 부분과 이 나라들의 모든 해외 영토를 한 손에 거머줜 강대한 권력자가 등장한 것이다. 먼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카를 대제(나라에 따라 샤를마뉴, 찰스, 칼, 카를로스라고 발음만 다르게 불리는 이름들의 조상) 이후, 그리고 19세기 초 나폴레옹이 유럽의 패왕이 되기 전까지 이렇게 넒은 영토를 독차지한 유럽에 없었다.

 

물론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독일/오스트리아에 기반을 둔 합스부르크 왕가의 종손이었기 때문이고, 그리 보면 카를로스 1세 자신의 스페인 혈통은 50%에 불과했으니, 굳이 따지자면 스페인 사람들이 이 왕에게 굳이 그리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비유를 하자면 명나라 황제가 조선 공주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조선과 명나라 모두의 황제가 되고, 그 후손들이 조선의 왕으로 이 땅을 다스린 뭐 그런 상황이라고 할까. 아무튼 스페인 왕이고 사후에도 아들 펠리페 2세를 비롯해 줄줄이 그 후손이 스페인 왕가를 차지한 데 대해 막상 스페인 사람들은 별 불만이 없는 것 같다. 어찌 보면 그런 논의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는지도.

 

(여담이지만 카를 5세의 후손들인 합스부르크 왕들의 대가 끊긴 1700년에는 역시 스페인 공주를 어머니로 두었지만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태어난 프랑스 왕가의 후손 필립 5세 - 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손자인 - 가 스페인 왕이 되면서, 부르봉 왕가의 스페인 왕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렇듯 스페인 왕의 계보를 보면 국내파보다는 수입파가 훨씬 더 많은데, 대체 왜 그런 일이 계속해서 벌어졌는지는 공부가 짧아 모르겠다.)

 

어쨌든 결론: 쌍두 독수리 가슴의 방패가 저렇게 복잡한 것은 저 문장에 들어가야 할 상징물이 그가 다스린 지역의 수만큼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 멋진 형이다.

 

 

 

 

느닷없이 등장하지만 세고비아의 알카자르. 바로 디즈니랜드에 있는 '백설공주의 성'의 모델이 되었다는 그 성이다.

 

물론 뮌헨에 가면 백설공주의 성의 모델은 퓌센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이라고 한다(사실 이쪽이 더 비슷하다).

 

뭐, 세계의 온갖 성 중에서 가장 멋진 것들을 모아서 지었겠지, 당연히.

 

 

 

 

 

 

대표적인 기병들의 군도인 사브르. 어찌 보면 무어 인들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어느새 현대로 넘어오면 스페인 내전기의 무기들이 등장한다.

 

 

바로 스페인 인민전선군 - 그러니까 프랑코에 맞서 싸운 쪽의 기본 스타일이다.

 

 

 

스페인 내전에 대한 기록은 이번 여행에서 가 본 스페인 어디에도 짙게 남아 있었다.

 

 

전시물은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 봐도 좋을 정도로 방대했다. 간혹 가다 이런 깜찍한 전시물도 있다.

 

나폴레옹 군대와의 전투 장면 묘사.

 

 

정원으로 나오면 보오얀 톨레도 교외가 펼쳐진다.

 

 

살짝 장난친 그림. 그리고 건물 밖에는 중세 ~ 근세의 무기들을 전시해 놓고 있는데 묘한 물건이 눈길을 끌었다.

 

 

아니 이 친숙함은 뭐지...?

 

 

 

 

 

영화 '신기전'을 보신 분들이면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가? 바로 조선시대의 다연장 로켓 무기인 화차의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신기전(神機箭)을 장착한 화차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다.

 

 

 

정면으로 보면 더 많이 보던 그 물건이다.

 

 

이름도 Hwach. 화차의 공식 표기인 Hwacha와 한끗밖에 다르지 않으니 중국이나 일본의 비슷한 물건을 가져다 놓은 건 아닌 듯 싶다. 저 설명을 독할 능력은 없으나 동양에서 온 물건(oriental로 추측해 보건데) 이라는 것은 분명한 듯 하다. 대체 어쩌다 이 화차는 이역 만리, 톨레도 알카자르 앞에까지 와 있게 된 것인지.

 

물건의 인연이 기구하기도 하다. 아무튼 아방(我邦)의 흔적을 만리 밖에서 만나니 실로 반갑기 짝이 없었다.

(이건 뭐냐 열하일기도 아니고...)

 

알카자르 방문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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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의 밤 풍경을 보기 위해 나섰다.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가 봐야 한다고 하는 곳은 마요르 광장 주변과 푸에르타 델 솔. 그래서 마드리드의 상징 중 하나인 마요르 광장 Plaza Mayor 근처로 나섰다.

 

 

 

마요르 광장 역시 스페인의 다른 광장들처럼 건물로 둘러 싸여 있다. 애당초 처음에는 광장이 있고 그 주위에 건물이 선 것이겠지만, 이제는 광장을 보기 위해선 건물들 사이로 난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

 

 

이런 느낌.

 

문득 지금도 약간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청계천 구 세운상가 언저리의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쇠락한 동네가 되어 가고 있지만 아주 오래 전에는 그 구름다리같은 청계천 상가의 기둥 아래로 제과점이며 술집, 금은방 같은 점포들이 이어졌다.

 

마요르 광장 주변의 고풍스러운 기둥과 가스등 느낌의 가로등, 그 노리끼리한 불빛 아래, 마드리드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와인을 마신다. 이야기가 넘쳐 난다. 구경꾼은 알 수 없는.

 

 

 

광장 안쪽. 당연히 북적이고 있다.

 

 

딱 나와 있기 좋은 날씨. 선선하고 보송보송하다.

 

 

펼쳐 보면 이런 모습.

 

 

광장을 둘러싼 건물 틈으로 나오는 문(물론 여닫는 문은 아니다) 하나 하나 마다 이렇게 이름까지 붙어 있다.

 

 

광장 서쪽으로 나오면 불이 환한 거대한 유리장 같은 것이 보인다.

 

사진을 클릭해 보면 건물 왼쪽 위로 간판이 있다. Mercado de San Miguel. 산 미구엘 시장이다.

 

 

 

이 위치. 대략 광장과 비교해 봐도 결코 만만찮은 규모다.

 

 

밤 열시 가까운 시간인데 아직도 불야성.

 

유럽 다른 지역 사람들이 스페인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거라고 한다.

 

(물론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와도 같을 거라고 생각된다.)

 

 

 

스페인에서 가는 곳마다 입이 즐거웠던 이유 중 하나는 풍성한 과일.

 

태양의 혜택을 받은 과일들이 진한 원산지의 맛으로 다가왔다.

 

 

가격도 꽤 괜찮은 편. 반건조 무화과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스페인. 딱 한국 밤 같은 생긴 밤이 있고, 그 옆에도 어디서 많이 보던 과일이 있다.

 

그렇다. 한국의 대봉시와 똑같이 생긴 감이다.

 

그런데 대봉시보다 100배쯤 맛있다. 모습은 대봉시지만 내용물은 단감인데, 딱딱한 단감이 아니고 살짝 말캉해서 망고보다 약간 더 단단한 상태의 단감(감 좋아하시는 분들은 어떤 상태인지 아실 수 있을 거다). 그 맛난 스페인 과일 가운데서도 가장 맛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기막힌 맛이다.

 

잘 보면 과일의 이름은 Kaki, 즉 일본어로 감이다. 일본에서 수입된 감이 스페인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이 꽤 고전적인 향취를 느끼게 한다면 산 미구엘 시장은 그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물론 시장 구석구석마다 이렇게 즉석에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게 해 놓았다는 점은 똑같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여건이다.

 

 

 

금요일 밤이다 보니 사람들이 와글와글.

 

 

그리고 문득 젓갈과 비슷한 신기한 비주얼 발견.

 

 

뭔가 지렁이 같은 비주얼이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저 Gulas라는 것은 스페인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별미로 장어의 새끼를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위의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 저렇게 마트에서 파는 Gulas는 큰 생선(주로 대구) 살로 만든 가짜 새끼 장어라는 것.

 

즉 장어의 비주얼을 가진 '새끼장어 맛살'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게맛살을 먹듯이 이쪽에선 또 이런 걸 먹는다.

 

 

 

빠에야에 와인까지 곁들여도 5유로. 싸다.

 

 

 

 

가격표를 보기 전까지는 오향장육인 줄 알았다. 삼겹살 같이 생긴 초콜릿 과자. 얇은 막을 여러 겹 붙여 튀겨낸 듯한 맛이다. 페스추리 Pastry 의 느낌?

 

 

 

같이 어울려 당장 뭘 먹고 싶은 분위기. 아예 끼니를 여기서 때울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그 자리에서 저렇게 굴을 까서 화이트와인과. 그리고 그 곁엔 친숙한 타바스코. 침이 절로 넘어간다.

 

 

영국처럼 모든 사람이 서 있는 펍의 분위기는 아니고, 웬만큼 앉을 자리가 있으면 다들 앉아서 먹는 느낌.

 

 

 

헉. 아구 ;;

 

바로 옆이 수산물 매장으로 이어지지만 냄새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한국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와 비교해도 그 반의 반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렇게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트 수산물 매장의 위생 관리가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위 이름표에서 볼 수 있듯 아귀는 스페인어로 Rape다. (영어 아니다)

 

이 이름표를 보고 웃음이 난 이유가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해산물 스튜 사르수엘라 Zarsuela를 먹었을 때, 웨이터에게 이 스튜의 국물은 뭘로 내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Rape가 주 재료라는 거였다. 대체 그게 뭐냐.

 

그때 그 웨이터 형이 그려준 그림이 이랬다.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는 건 저 그림을 보고 아귀라고 맞췄다는 것. ^

 

 

 

 

그리고 여러분이 스페인에 가시면, 꼭 드셔봐야 할 것이 - 물론 지금까지 꼽은 것도 엄청나게 많지만 - 바로 저 물건이다. 빨간 새우. 카라비네로 Carabinero 라고 한다. 저 선명한 붉은 색을 제외하면 한국 대하와 똑같이 생겼는데, 제철에 먹는 대하나 타이거 새우보다 조금씩 더 크다. 지중해 산으로 이탈리아에서는 감베로 로쏘 Gambero Rosso 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래 조그만 숫자를 보면 1Kg에 70유로. 대략 9만5천원 정도 되니 절대 싼 식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한번 맛을 보면 아마 잊지 못할 것이다. 살도 살이지만 대가리에서 정말 진한 국물이 나온다. 너무너무 맛있다.

 

지난번 글 http://fivecard.joins.com/1262 에서 소개한 벤타 엘 부스콘에서 먹으면 이렇게 나온다. 오른쪽 아래에 수줍게 숨어 있는 빨간 애들이 바로 쟤들이다.

 

 

 

시장을 나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여기가 바로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형태의 술집인 메손 Meson이 즐비한 산 미구엘 거리 Calle Cava San Miguel.

 

 

 

 

저 계단을 올라가면 마요르 광장으로 통한다.

 

 

그래도 한군데는 들어가 봐야 하지 않겠음?

 

 

물론 1년 내내 관광객이 밀어닥치는 곳이니 본래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겠지만, 그래도 뭔가 스페인의 정취가 느껴진다.

 

 

 

마드리드 특산물이라는 코시도 마드릴레뇨를 판다는 간판.

 

마드리드에 한 1주일만 있었어도 저런 집들을 찾아다니며 마드리드의 맛을 더 연구하련만.

 

이렇게 해서 마요르 광장 밤 풍경 스케치를 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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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의 둘쨋 날. 여전히 날씨는 흐리고, 동행인은 쇼핑을 원한다. 가난한 여행자의 마음에 그늘이 진다.

 

생전 처음으로 H 브랜드의 매장을 들어가 보고, 스페인을 대표하는 엘 코르테 잉글레스 El Corte Ingles 백화점도 가 보고... 뭐 그런 오전. 국내에서 살 수 없는 청바지를 잔뜩 샀다.

 

(여담이지만 국내 의류 메이커들은 허리 사이즈 34인치가 넘는 사람은 그냥 자루만 만들어 줘도 감사하며 입으라는 태도를 언제 버릴 지 궁금하다. 뚱보들도 디자인이 들어간 옷을 입고 싶다.)

 

 

 

그리고 찾은 곳이 바로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제2의 미술관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공식 명칭은 국립 아트센터 뮤지엄 레이나 소피아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꽤 길다. 프라도가 고전 미술 작품의 총 본산이라면 레이나 소피아는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곳이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파리의 퐁피두 센터와 비교할 만 하다고 할까? 본래 병원이었던 건물을 1986년 개축했고, 설립자인 레이나 소피아 왕비의 이름을 땄다.

 

저 대형 엘리베이터 박스가 붙은 쪽이 정문이라는데 정문은 사실 눈길이 별로 가지 않고...

 

 

 

후문 쪽이 진짜 현대 미술관 답다.

 

 

 

아무 것도 안 써 있는데 분명히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일 것 같은 대형 조형물이 서 있다.

 

나중에 보니 제목이 '붓놀림(Brushstroke)' 이라고. 그렇게 알고 보니 붓처럼 보인다.

 

 

천장과는 또 이런 조화.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의 식당이 괜찮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제가 한번 먹어 보겠습니다.

 

 

가격이 꽤 괜찮은 편.

 

그리고 비프 스테이크가 express menu에 있다는 점도 꽤 인상적이다.^^

 

 

 

식사와 함께 미술관을. 그리고 휴식을. 아주 좋은 느낌이다.

 

 

 

 

 

많은 분들이 이 미술관을 찾는 이유를 정확하게 안다. 2층 옆에 써 있다. 게르니카 Guernica 라고.

 

 

 

엘리베이터에서 바라본 풍경.

 

 

 

이 미술관도 마찬가지. 사진을 찍지 말라는 표시는 분명히 되어 있으나, 대부분 지역에서 사진을 찍건 말건 별 관심이 없다.

 

형식적으로라도 '사진을 찍지 말라'는 역할을 해야 할 안내원(?) 들은 꽤 많이 배치되어 있다. 하는 역할에 비해 사람이 많이 고용되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사회적 배려라는 느낌이다. 만약 사설 미술관이라면 정말 남아 도는 인력이 많다.

 

아무튼 그 사람들도 딱 한 군데, 게르니카 근처에서는 사진 찍기를 매우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그래도 게르니카가 어떤 식으로 전시되어 있다는 것은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건너편 전시실에서 찍은 장면.

 

저 방 안으로 들어가면 한 벽 가득 게르니카가 펼쳐져 있다.

 

매우 크다. 방 안에서는 어차피 그림 전체를 찍을 각도가 안 나온다.

 

 

 

 

1937년 4월26일. 히틀러의 독일 공군이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게르니카 마을을 폭격한 사건이다. 165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런데 배경을 알고 보면 더 기가 막히다. 당시 스페인과 독일은 전쟁중도 아니었다. 스페인은 내전중이었고, 뒷날 이 폭격은 프랑코가 독일 공군에 요청해 이뤄진 것임이 밝혀졌다. 바스크 인들의 민족주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공격이었다는 얘기다.

 

외국군을 요청해 자국 국민을 학살한 만행에 분노한 피카소는 강렬한 그림을 그려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전시하고 이를 규탄했다. 프랑코가 집권한 이상 이 그림은 스페인에 들어갈 수 없었다. 대신 뉴욕 현대미술관의 간판이 되었다. 프랑코 사후 그림이 돌아올 수 있게 됐을 때에도 스페인의 모든 미술관이 이 작품을 원했고, 경합 끝에 레이나 소피아가 최종 승자가 됐다.

 

 

 

피카소는 이후 이런 그림도 그렸다. '한국에서의 학살'. 6.25 전쟁 중 한국에서 양민을 학살한 사건이 어디 한두번이었을까. 이 그림은 그중에서도 황해도 신천에서 있었던 학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실은 대략 이런 느낌. 프라도 보다 세련된 느낌이 든다.

 

 

네 방향을 둘러 싼 본래 병원 건물답게 중정 patio 가 있고 가운데 제법 나무가 우거졌다.

 

 

 

인상적인 그림을 발견하긴 했는데 안타깝게도 제목과 작가 이름 적은 메모를 분실.

 

 

 

어디에나 별 관심 없이 학교에서 가잔다고 온 아이들은 구석에 '짱박히기' 신공을 구사한다.

 

 

 

 

 

이번엔 메모를 같이 찍었다. 루치아노 파브로라는 이탈리아 작가.

 

무라노 글래스를 이용한 작품이 매우 인상적이다.

 

 

 

 

반면 존 케이지의 '소리 전시'는 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현대미술도 분명 유행을 탄다. 그리고 '현대'라는 이름으로 1950년대 이후 치러진 수많은 실험들 가운데서 이제 걸러 낼 것은 냉정하게 걸러 낼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시에는 매우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에 와서는 미술관 한 구석의 자리를 차지하고 먼지만 쌓여가는 쓰레기 대접을 받는 것이 마땅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세월을 견뎌 내지 못하는 것을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일 아닐까.

 

 

 

레이나 소피아의 중정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이 애정행각을 펼치고

 

 

누가 봐도 칼더의 작품인 모빌 하나가 무심히 아이들을 내려다 본다.

 

 

엇 이건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인데?

 

 

알고 보니 호안 미로의 작품.

 

 

 

 

이 얼굴을 희화화 한 느낌이더라니까... 뭐 느낌이 안 오면 말고.

 

 

 

 마드리드의 하늘은 계속 부옇게 흐려 있고,

 

 

어느새 뉘엿 뉘엿 해가 넘어가는 오후. 건너편에 바로 아토차 역이 있다.

 

 

그러고 보니 레이나 소피아 바로 앞이 작은 호텔촌이네.

 

베란다에 나와 레이나 소피아를 보는 것까진 좋은데 바로 역 앞이라 꽤 시끄러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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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들렀던 두 군데의 맛집을 소개한다.

 

두 집 모두 어찌어찌 추천을 받아 간 집인데, 정말 훌륭했다.

 

먼저 카사 밍고 Casa Mingo. 통닭집이다.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가 알 정도로 현지에서 유명한 집.

 

그렇다고 비싸고 럭셔리한 집이 아닌 동네 맛집 같은 분위기이니 여행자에겐 더욱 좋다.

 

 

 

외관. 밤에 불이 들어오면 그럴싸한 위치다. 시내의 다운타운은 아니고, 왕궁에서 약간 남서쪽 외곽에 있다.

 

서울로 치면 마포나 여의도 정도의 위치?

 

 

스페인식 저녁 타임으로는 살짝 이른 8시였지만 손님은 꽤 들어차 있었다.

 

드시는 모습으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집의 주 메뉴는 영계구이 Pollo Asado, 즉 통닭이다.

 

 

 

초점이 흐려졌지만 주 메뉴인 Pollo Asado는 10.2 유로 정도. 그리고 이 집에서 꼭 맛봐야 하는 두 가지를 더 안내받았다. 하나는 시드라 Sidra. 그리고 또 하나는 아사디요 Asadillo y ventresca 다. 시드라 옆의 3/4는 아마도 리터를 말하는 듯(즉 750ml).

 

 

 

시드라는 영어로 사이다(Cider). 이 대목에 얘기하자면, 대체 왜 레몬 소다 맛의 청량음료가 왜 '사이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는지는 역사의 미스테리다. 미국의 세븐업이나 스프라이트에 해당하는 음료를 '사이다'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인 것으로 안다.

 

그 밖의 나라에서 사이다는 사과를 주 원료로 하는 와인을 가리킨다. 모든 사이다가 스파클링 와인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마셔 본 사이다에는 모두 적당량의 탄산이 들어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줬다. 와인이라고 했지만 도수도 10도 미만. 맥주보다 약간 독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아사디요 이 벤트레스카, 혹은 벤트레스카 콘 피멘토스라는 이름의 이 음식. 그리 맵지 않은 고추와 토마토에 간 닭고기를 함께 볶은(보기에 따라서는 졸인) 음식이다. 마늘과 양파도 상당량 들어간 듯 한 맛. 한마디로 한국인 입맛에 딱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고추참치 통조림의 양념 맛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 뽈로. 사전상으로 Pollo는 병아리를 뜻한다고 되어 있지만, 병아리라고 보기엔 만만치 않은 크기다. 한국에서 삼계탕 재료로 사용하는 웅추보단 최소 1.5배는 더 큰 사이즈. 기름을 쪽 빼고 껍질이 바삭바삭하게 구워 절로 침이 넘어간다. 냄새가 그만.

 

 

가게 한 구석을 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한때는 한국에도 많았던 저 닭 굽는 틀. 이집 특유의 오븐 안에서 뽈로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실 한국식 통닭은 저렇게 굽고 끝나지는 않았다. 왕년의 통닭 명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저렇게 전기 틀에 넣고 굽는 것만으론 껍질의 식감이 그리 바삭바삭해지지 않아 손님 상에 내 가기 직전에 통째로 기름에 한번 튀겨 낸다고 한다. 그런 비밀이 있었다는.

 

 

어쨌든 먹는 법은 단순하다. 닭 살을 쭉쭉 찢어서 아사디요를 소스로 활용해 발라 먹으면 된다. 아사디요 바른 닭을 먹다가 목이 막히면 시드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한국에 치맥이 있다면 스페인에는 시드라와 뽈로의 컴비네이션이 있었다.

 

맛은 최고. 아사디요 레서피를 알아 오면 국내 치맥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듯 싶었다.

 

 

 

정면 사진은 못 찍었으나 저 대머리 홀 서빙 아저씨, 관광객 응대의 기본기가 충실한 프로였다.

 

말이 통하고 안 통하고가 중요한게 아니다. 눈빛과 몸짓 하나 하나가 친근감을 더한다.

 

잘 나가는 집이라 그런지 회전도 꽤 빠른 편.

 

 

 

이 정도의 포만감으론 적절한 가격이라 여겨진다. 만족.

 

 

 

 

 

돌 벽에서도 관록이 느껴진다.

 

그 다음. 벤타 엘 부스콘 Venta El Buscon.

 

 

마드리드의 중심인 솔 광장 Puerta del Sol 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낮이나 밤이나 사람이 부글부글한 솔 광장의 곰 동상에서 동쪽으로 두번째 골목... 정도로 설명하면 될 듯. 찾기도 쉽고, 한참 걸을 필요도 없다. 그란 비아 주변에서도 충분히 도보로 도달 가능한 거리다.

 

Venta El Buscon은 좀 묘한 이름이다. Venta는 매상/수입/판매, Buscon은 사기/갈취 뭐 그런 뜻이라는데, 명색이 장사하는 집이면서 주인이 손님을 갈취한다는 뜻은 아닐테고, 느낌상으론 '이문 생각 없이 막 퍼주는 가게' 정도의 작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전에 어딘가 있었던 '주인이 미쳤어요' 정도의 가게 이름?

 

 

 

이 집에서 가장 가성비가 높은 메뉴로는 빠리야다 데 마리스코 Parrlliada de Marico 를 꼽는 분위기다. 뭐 이름은 길지만 우리말로 바꿀 때 '해산물 모듬'으로 불러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해산물이라고 하지만 어패류는 없고 모두 해양 갑각류. 바닷가재 Lagosta,  빨간새우 Carabineros, 닭새우 Cigalas, 대하 Gambas 가 나온다. 모두 맛으로는 한몫 하는 친구들이다.

 

18유로짜리 고기 모듬은 어떤 맛일지.^^

 

 

 

 

이건 안에서 문쪽으로 바라본 구도. 거리의 노천 식당이 가까이 있는데, 나름 보도는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반면 안쪽은 왁자지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기있는 동네 주점 분위기. 바며 테이블이며 꼭꼭 들어찼다.

 

 

 

 

도시 한 복판의 느낌이 절로 난다.

 

 

 

음식이 나왔다. 해산물 모듬 한 접시, 구운 야채(아스파라가스, 파프리카, 호박, 버섯 등) 한 접시, 그리고 전형적인 샐러드 한 접시.

 

구운 야채에서 나는 냄새도 향기롭기 그지없다.

 

 

꿀꺽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은 이쪽. 몇마리 까 먹다 말고 황급히 사진을 찍었다.

 

달고 감미롭다.

 

 

 

 

 

특히 전날, 시장에서 바로 저 빨간 놈들을 본 터였다.

 

스페인에 가시는 분들, 꼭 저 빨간 놈들을 드셔 보시기 바란다.

 

새우의 신기원이다. 대하도 맛이 좋지만, 저 놈들은 국물의 농도가 다르다.

 

아 침 넘어간다. ;;

 

잠시 후....

 

 

뭐 이렇게 될 수밖에...

 

밖으로 나오면 바로 솔 광장의 번화가로 연결된다.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걸어서 호텔로. 사실은 이 날이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그래서 맛난 음식에도 불구하고 조금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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