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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 김건모]

그동안 화제를 모았던 '히든싱어' 시즌1이 14회, 김건모 편을 통해 정리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지난 연말 박정현, 김경호 편이 파일럿 형식으로 방송됐고 3월부터 성시경을 시작으로 김건모까지 다시 열두명의 가수가 '히든싱어' 무대에 섰습니다. 총 14명의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시청률 면에서도 꽤 큰 반향이 있었고, 온라인에서는 그 몇배나 되는 화제가 쏟아졌습니다(혹자는 온라인에서의 반응을 보고 '히든싱어'가 동시간대의 '세바퀴'보다 시청률이 훨씬 높은 줄 알았다고도 합니다만 현재의 계산 방식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제기한 의견이 있습니다.

 

"대체 왜 원조 가수가 한번도 탈락하지 않느냐"는 것이죠. 누가 됐던 한두번은 원조 가수 대신 출연 모창자들이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입니다.

 

 

 

 

사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몇 차례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김종서 편이 상당히 아슬아슬했고, 그 외에도 많은 가수들이 1,2라운드에서는 혼란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4라운드까지 가서 '원조 가수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사람은 아직 없었습니다.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원조를 꺾으면 1000만원을 주겠다'는 떡밥을 내걸고 시작한 프로그램인 만큼, 누군가는 그 돈을 가져가는 것이 프로그램의 흥미를 위해서도 좋을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프로그램을 매회 보면서 느끼게 된 것인데, 솔직히 말해 처음 생각했던 것에 비해 원조 가수를 탈락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가수의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이전에 보이스 컬러가 워낙 독특해서 모창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백지영과 김종국이었습니다. 이 두 가수의 방송분은 워낙 모창자들과 원조 가수의 음색에 차이가 있어서 경쟁은 큰 의미가 없었던 회차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수의 출연분은 역설적으로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의 포맷이 '반드시 똑같이 부르는 모창자가 없어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회차였다고 생각합니다. 모창자들의 기능은 약화됐지만 대신 다른 요소 - 백지영 편에 출연한 미모의 모창자나 김종국 편의 케이윌 같은 요소 - 들을 강화해 보는 재미는 다른 회차에 비해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느 정도까지의 얘깁니다. 전혀 비슷하지 않은 모창자들이 나오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겠죠.^^)

 

아무튼 백지영이나 김종국, 김건모 처럼 A+급 가수들 가운데서도 '독특한 음색'을 주 무기로 하는 가수들이 선택될 경우, 도전자들이 이길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그리고 더 본질적으로, 뭐니뭐니해도 실력의 문제입니다. '히든싱어'에 출연할 정도의 가수라면 최소한 온 국민이 다 아는 히트곡을 4곡 이상은 갖고 있는 가수들인데다 최소 10년 이상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인물들입니다. 가수로서의 검증이 끝났다는 얘기죠.

 

이런 인물들도 처음 1,2라운드에서는 약간의 호기심과 함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전자들의 실력을 보고, MC 전현무의 깐죽거리는 위협성 발언을 들으며 3,4라운드에 가면 '내가 떨어져서 프로그램 최초로 망신살이 뻗치는 게 아닌가'하는 위기감이 생깁니다. 그럼 그때부터 '본 실력'을 발휘하는데, 그 다음에는 정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대부분 유감없이 보여주더군요.

 

사실 도전자들이 아무리 조홍경 원장의 트레이닝을 받는다 해도, 엄연히 아마추어입니다. 간혹 음반을 내고 활동하는 신인급 가수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 다수는 다른 생업을 갖고 있는 분들이죠. 이런 분들이 나와 같은 마이크를 잡고 원조 가수를 능가하길 바라는 건 엄밀히 말해 사회인 야구 에이스가 프로 구단의 1,2선발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길 바라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히든싱어'는 원조 가수로 출연한 인기 가수들이 왜 지금껏 지존으로 군림해 왔는지, 그들의 위력을 유감없이 드러낸 화력시범의 장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그럼 아마 이런 반론이 나올 듯 합니다. '그렇게 불가능한 거라면, 대체 왜 상금을 준다고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냐?'는 얘기가 나올 법 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 솔직히 말해 제작진도, '이렇게까지 현격한 차이가 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겁니다.

 

'슈퍼스타K'나 '보이스 코리아'에 나왔던 무시무시한 목소리 병기들을 보면, 이 친구들이 특정 가수의 노래를 집중적으로 훈련하면 시청자나 방청객들의 귀를 현혹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을 실제로 만들어 보니 역시 아마추어는 아마추어, 프로는 프로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번도 뒤집히는 경우가 없자 출연하는 가수들도 '첫번째 희생양이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서 더욱 더 분발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모창 출연자들이 이길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는 뭐 그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또 하나 확인한 것은 - 위에서 말한 백지영이나 김종국의 경우와 별개로 - 대다수 시청자들 역시 '끝까지 가면 결국 원조 가수가 이기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즐기게 됐다는 점입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지속적으로 상승한 시청률도 이를 반영합니다. 오히려 많은 분들이, '(누가 진짜 가수인지) 내가 더 잘 맟출 수 있는' 회차를 더 선호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그래서 '원조 가수는 명실공히 언터처블'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도 '히든싱어'의 공로 중 하나이며, 시청자들도 이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국민가수는 괜히 국민가수가 아니더라는 것이죠.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얘기했듯 사실 '히든싱어'는 그냥 노래 잘 하는 모창자들이 나와 원조 가수를 물리치고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그런 프로그램만은 아닙니다. '히든싱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확실히 알려준 것은 한 원조 가수의 노래를 그 수준까지 따라 부를 수 있으려면, 그 모창자의 삶에 이 원조 가수의 노래가 '단지 좋아하는 가수' '좋아하는 노래' 정도의 의미로만 남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 모창자들은 필연적으로 그 가수의 열렬한 팬일 수밖에 없고, 그들을 좋아하고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자기만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연이 '히든싱어'에서 공개되고, 많은 출연 가수들이 자신을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준 팬들과의 만남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그런 과정이 시청자들의 감동을 산 것입니다. '히든싱어'는 이미 이런 감동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돼 버렸습니다.

 

이번주부터 3주간 방송되는 총정리 '레전드 오브 히든싱어'와 왕중왕전은 그런 출연자들에 대한 보은의 기회입니다. 상금을 받아 간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왕중왕전 치러 최종 승자를 뽑자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왕중왕전이야말로 진정한 '히든싱어'의 축제라는 생각입니다.

 

 

P.S. 1. 노래도 노래지만 참 가장 인상적인 장면 하나는 바로 이 장면.

 

 

그리고 모창 출연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분은 역시 인간복사기, 이 분.

 

 

 

P.S.2. 그리고 위에서는 '원조 가수 탈락은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썼지만, 시즌 2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제작진은 어떻게 해서든 '시즌2에서는 반드시 원조가수를 탈락시키고 말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슈퍼 신인을 데리고 올 지, 룰을 좀 더 어렵게 바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시즌2에 출연할 가수들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듯 합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플라워 한마디로 감동 2013.06.02 13:58
  • 프로필사진 얼음칼 글쎄, 현장이 아닌 방송으로 본 경우에는 실력 차이가 프로와 아마추어 간에 그렇게 현격하다는 느낌은 안들었다. 그것보다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자꾸 애드립을 넣어서 내가 본인이다라는 걸 밝히는 반칙을 쓰기 때문인 것 같던 걸? 2013.06.03 13:51
  • 프로필사진 송원섭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 없이 '애들립을 넣을 수 있는 용기'도 실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겠죠.^^

    시즌 2에는 애들립에 대해 좀 더 강한 규제를 가하자고 하겠습니다.
    2013.06.07 16:39 신고
  • 프로필사진 음악은 .... 사실은 히든 싱어 관련해서 댓글을 한번 달아야지 하던차에 글을 올려주셨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해주셨네요....

    요즘 온가족이 가장 즐겨보는 프로가 히든싱어입니다.
    취향이 다른 집사람도... 그리고 세대가 다른 장모님도
    히든싱어에서는 다 같은 맘으로 애청을 하고 있습니다.
    (장모님과 IPTV에서 다시보기로 정주행했습니다. ^^)

    처음 볼때, 아..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가수들 입장에서는 가장 나오고 싶은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가수에 대한 최고의 찬사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랑 많아온 명곡들을, 그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온 많은 팬과
    특히 꼽씹어 들으면서 그 노래들이 인생의 일부분이 되었을 모창자들…
    라운드를 통하면서 그 노래의 정서와 기억에 싱크되는 시청자들과 현장 관객들까지……

    음악이 삶의 일부로 다가오되, 너무 진지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아서 좋은 느낌입니다.

    좋은 프로그램이라 꼭 오래오래 볼 수 있길 바랍니다.
    다만 히든싱어에 나올 수 있는 가수가 어느정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사실 있습니다.
    온국민이 아는 히트곡이 4곡이상...가창력있으면서...
    모창자들이 많을 정도로 사랑을 받는.... 가수들이 과연이라는 걱정도 됩니다.

    제작진 일동 화이팅입니다.
    2013.06.03 18:44
  • 프로필사진 송원섭 진정한 트리뷰트 프로그램이죠.^ 2013.06.07 16:39 신고
  • 프로필사진 라일락향기 김건모편 다 맞췄네요.^^ 글을 읽는 동안 제가 어느 가수와 음색이 비슷한지 불필요한 고민을 하고 있군요. 노래실력도 안되면서... ^^;; 2013.06.03 19:54
  • 프로필사진 송원섭 oggg 2013.06.07 16:40 신고
  • 프로필사진 미스띠 뒤늦게 시작해서 제가 좋아하는 가수순으로 보고있는중입니다. 재미도 있고 감동적이고 왜 미리 안찾아봤나 후회중이랍니다 ㅜ JTBC가 없으면 볼게 없는 요즘이네요 ㅎㅎㅎ 2013.06.06 13:37
  • 프로필사진 송원섭 왕중왕전도 재미있을겁니다.^ 2013.06.07 16:40 신고
  • 프로필사진 보컬진 원조가수를 못이기는 이유가 프로와 아마의 극복할 수 없는 현격한 실력차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아무리 잘 트레이닝을 하여도 원조의 음색을 100%복사 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비 전문가인 심사위원단들에게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사실 미묘한 실력차이의 인식이 아니라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이 각기 다르듯이 원조가수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음색 때문인것으로 생각됩니다. 2013.06.14 09:09
  • 프로필사진 지금 왕중왕전 보는중... 왕중왕전에 원가수들이 자리를 해줘서
    좀 더 재미가 있네요...
    지금 김성욱(작곡가 윤민수)씨 노래 듣는데...
    걍 술이야 불렀으면 쉽게 우승했을텐데 굳이
    어려운 노래를...ㅎㅎㅎ 잘 부르네요...
    여름엔 좀 더 충격적이길 희망합니다~^^
    한여름의 트리뷰트 축제 히든싱어~^^
    히든싱어가 잘 되려면 원곡 가수 활동이
    왕성해야 겠다는...
    2013.06.23 00:07
  • 프로필사진 김민 원조가수가 계속 이기는 이유로 실력차도 있고 독특한 음색차도 있겠지만, 가수에 따라서는 음반 냈을 때와 10여년의시간차가 있어서 도전자들이 이길 가능성도 있었지요.

    그 가능성도 차단되는 이유는 현장에서 최종 라운드 전에 원조 가수들과 도전자들의 얼굴을 공개한 채 직접 부르게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죠.

    끝까지 얼굴 공개도 하지 않았다던가, 최소한 직접 노출된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노래 부르는 과정이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3.08.06 01:32
  • 프로필사진 송원섭 그래서 현 시스템에서 원조가수가 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게 1라운드입니다. 1라운드 이후엔 그 '앨범과 달라진 음색'을 방청객들이 눈치채죠. 2013.08.09 09:31 신고
  • 프로필사진 오래방 이런 말들이 요즘 나돕니다. 마지막 라운드에선 거의 항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원조가수를 2번방에 배치한다라는 말들이요. 실제로 확인해보니 맞았구요. 이런 꼼수를 써서 원조가수가 여태껏 살아남은 경우가 많은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글구, 이 프로그램이 질려갈 때쯤에 원조가수를 또 한번 떨어뜨리는 작전?을 쓸꺼라는 루머도 나돌던데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꼼수로 버티려는 작전은 결코 오래 가진 못한다는게 제 의견입니다. 2014.09.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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