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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이 TV에 나왔습니다. '박중훈이 TV 토크쇼를 진행한다'에 이어 '장동건이 나온다'는 건 충분히 주말 밤, 시청자들을 화면 앞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 만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KBS 2TV '박중훈쇼'는 비슷한 시간대 MBC TV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과 각축전을 벌였습니다. 안성기가 나레이션을 맡아 '라디오 스타' 콤비의 맞대결로 눈길을 끌었는데 쇼 프로그램과 다큐가 붙으면 당연히 오락 프로그램이 유리하겠죠. 하지만 두 개의 시청률 조사기관 중 한쪽은 '박중훈쇼'가, 다른 한 쪽은 '북극의 눈물'이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한쪽은 11.4%, 다른 한쪽은 9.5%로 집계했으니 '경이적인 시청률'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내용이 좋았으면 모르겠지만, '보다가 딴데로 돌렸다'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반응이 의미하는 것은 '박중훈과 장동건의 굴욕'일까요? 왜 이 정도의 성적밖에 거두지 못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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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너무나 당연한 사실부터 짚고 넘어갑니다. 현재의 연예계에서 일반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진행자가 박중훈이 아니라면 장동건을 TV 토크쇼에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최고 인기 토크쇼라고 할 수 있는 '무릎팍 도사'가 1년 넘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장동건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어제 방송에서도 말했듯 '연기를 통해서만 대중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방송에 출연한 건 결국 박중훈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는 얘깁니다. 그럼 그렇게 어렵게 불러 낸 박중훈 측에서도 장동건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대한 '부드럽게 다뤄야' 한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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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의 열렬한 팬들이라면 그 정도만으로도 만족할지 모르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에게는 '성인이 된 뒤에 사귄 여자가 몇이나 됩니까' '좋아하는 여자의 부위별 특징은' '밤에 혼자 있을 때는 뭘 합니까' 라는 식의 진행은 불만 투성이일겁니다. 물론 모두 나쁜 질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나 각종 연예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그 질문 하나로 끝나는 진행에 결코 만족하지 못합니다. 더 파고 들어가서 어느 정도 속 시원한 결말을 내 주길 바라는 거죠.

더구나 누구보다 장동건의 평소 모습을 잘 알고 있을 박중훈이라면, "저번에 술자리에서 보니까 이러이러한 모습도 보이던데..."라는 식으로 슬쩍 슬쩍 시청자들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었을텐데 매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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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빈약한 이유 중에는 녹화 시간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릎팍 도사'는 대개 4-5시간에 걸쳐 '게스트가 진이 다 빠질 때까지' 취조를 합니다. 그 정도로 '짜내고 짜내' 그걸 60분 내외로 편집해 두번에 걸쳐 방송하니 토크의 밀도가 다르게 느껴지죠. 장동건의 녹화 시간은 노래 부른 시간까지 합해 2시간 미만이었습니다.

물론 너무나 당연한 것은, 아무도 장동건에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이고, 그런 식의 적나라하고 날카로운 토크를 통해 '하늘 위에 사는 미남 귀공자'의 이미지를 훼손해 가면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로서 그에게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대체 뭐가 아쉽겠습니까.

그런 가운데서 장동건으로부터 주울 말은 "맥주 세 캔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다" "새벽 세시에 혼자 깨 있을 때, '20분 안으로 전화하는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그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뒷말 때문에 이 방송을 본 여자들 사이에선 "어떻게든 장동건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야겠다"는 농담 섞인 난리가 나기도 했죠.

여담이지만 장동건은 이날 세곡이나(^^) 노래를 불렀습니다. 김수희의 '고독한 여인'과 최대 히트곡인 '되고송',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 박중훈의 '비와 당신'은 제대로 불렀죠. 사실 '비와 당신'은 세 번이나 다시 불러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습니다.

왕년의 가수 출신으로 대만에도 진출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좀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최대 히트곡(?)인 '너에게로 가는 길'을 다시 부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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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말해 이 정도의 빈약한 토크로 시청률 두자리를 기록했다는 게 장동건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긴 현장에 나간 후배들의 얘기로는 KBS 아나운서들도 녹화 현장에 내려가 방청객 역할을 자청할 정도였다는군요. (부럽습니다.^)

아무튼 첫회의 지루한 진행은 장동건이 출연했기 때문이라고 치겠지만, 박중훈의 토크 진행 자체도 - 물론 첫회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 그리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일단 너무 툭툭 끊어지는 화법이 진행자로서는 감점 요인입니다. 그가 게스트였을 때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입장에서 보면 진행자로서 스피드 조절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장동건 아닌 다른 게스트가 나왔을 때에도 이런 식의 진행이라면 그건 아마 재앙 수준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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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깨를 숙이고 자리에 앉은 자세도 좀 불편해 보였습니다. 좀 더 높은 테이블을 써서 테이블에 기대든가, 아니면 다리를 꼬고 안락의자 깊이 앉은 자세에서 대화를 끌어가는 건 어땠을까요. 주말 밤이라면 이런 게 보는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줄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첫날 방송의 박중훈은 평소의, 특히 청룡영화상 인기상 시상 MC로 등장해 수많은 스타들을 '가지고 놀던' 여유 넘치고 노련한 모습이 아니더군요. 물론 워낙 뛰어난 감을 갖고 있는 분인 만큼 곧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이 정도의 관심이 몰린 것만으로도 '장동건 효과'는 충분히 본 셈이죠. 이제는 어떤 토크로 승부를 볼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분명한 건 '첫회처럼'은 두번 다시 안 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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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진행자로 나온 이현주는 알고보니 '연세대 얼짱'으로 꼽혔던 슈퍼모델이었군요. 하지만 방송 무대에서는 아직 갈고 닦을 점이 많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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