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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 극찬을 날렸습니다. 이어지는 분위기가 너무나 뜨겁습니다. 칸에서 열린 '박쥐' 상영 때에는 온 관객이 10분간 기립박수를 쳤다는군요. 심지어 타임의 평론가 리처드 콜리스는 "마지막날 뭔가 상을 타고 말 것"이라고 단언했을 정도입니다.

솔직히 말해 이번 칸 영화에제 공식 초청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초청은 됐지만 수상이야...'하는 게 국내의 중론이었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는 워낙 화려한 감독들이 총출동한 분위기라서 무슨 상이든 받는다는게 그리 쉬워 보이지 않더군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런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주목이라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5일자 '타임'에 실린 '박쥐' 리뷰입니다. 글에서도 흥분이 느껴집니다. 당연히 링크를 하면 안 보실 분들이 대부분일테니 그냥 전문을 옮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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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st: A Priest Becomes a Vampire
http://www.time.com/time/specials/packages/article/0,28804,1898196_1898204_1898882,00.html


러브 스토리를 고를 거라면 기왕이면 미친 러브 스토리를 골라라. 키워드는 이렇다: 환락, 고통, 그리고 온갖 종류의 체액(주로 피). 박찬욱은 DVD 전문가들에겐 '복수 3부작'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며 감성적 폭력물의 숙달된 대가다. 그는 요즘 한창 뜨고 있고, 그리 기괴하지는 않은 한국산 심리 액션 영화 장르의 핵심 인물이다. 그리고 '박쥐'는 - '신부가 뱀파이어가 된다'는 아주 매혹적인 한 줄의 광고 문구와 더불어 - 박찬욱의 작품 중 가장 풍성하고, 가장 미친 듯 하고,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성숙한 영화다.

If you're going to do a love story, make it a mad love story. Get down into the essentials: ecstasy, pain and all the bodily fluids, especially blood. Park Chan-wook, best known to DVD connoisseurs for his Vengeance trilogy, is a past master of emotional violence. He's the soul of South Korea's vigorous, not to say kinky, psychological action movies. And Thirst — with its irresistible one-line sales pitch: a priest becomes a vampire — is his richest, craziest, most mature work yet.

신부 상현(한국의 슈퍼스타 송강호가 연기하는)은 친절하면서도 깨인 천주교 사제다. 그는 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마지막 기도를 낭송해주며, 한 고민하는 간호사의 고해성사에서 속죄를 위해 성모송을 20회 외우고, 햇볕을 쬐며 산책을 하고, 항우울제를 먹어 보라고 권하는 사람이다. 그는 또 심각한 채찍질 고행자여서 솟구치는 성적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허벅지를 내리친다(박찬욱의 '올드보이' 역시 좀 도가 지나친 자해행위를 자랑한 바 있다). 그는 고행을 통해 온 세계를 구원하려는 예수 그리스도적인 욕망을 갖고 있다, 그 소명은 그로 하여금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의학 실험으로 이끈다. 그 실험을 받은 다른 모든 사람은 죽었다.

Father Sang-hyun (Korean superstar Song Kang-ho) is a Catholic priest who's both caring and modern. He intones the last rites over terminally ill patients at the local hospital, and in confession he gives one troubled nurse the penance of 20 Hail Marys, a walk in the sun and a recommendation to take antidepressants. He is also a serious flagellant, whipping his thighs in mortification to suppress sexual urges. (Park's Oldboy also boasted more than its share of self-mutilation.) He has a Christ-like desire to save the world through suffering, and that vocation leads him into a medical experiment with dire effects: everyone else who's undergone it has died. (See pictures of the Cannes 2009 Red Carpet.)

그 실험 - 도대체 말이 안되지만 상관없다. 이건 공포영화니까 - 을 통해 혼자 살아남은 바람에 그는 소수의 신도 집단으로부터 모든 병증을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 믿음은 상현의 허약한 학교 동창생 강우(신하균)의 희망이기도 하다. 강우는 괄괄한 성격의 엄마(김해숙),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고 음울한 젊은 아내 태주(김옥빈)와 함께 살고 있다. 가족이 몰랐던 것은 그 훌륭한 신부가 실험 참여로 사소한 부작용-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겪었다는 점이었다. 그런 상황으로 인해 그는 가로등을 구부러뜨리고, 높은 담 위를 오르는 등의 장점도 얻지만, 이런 모든 장점은 단점에 비해 별 소용이 없다. 그에게 필요한 식량은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아무도 모르게 병원으로 침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신부복을 입은 한 남자가 바닥에 누워 환자의 링거 호스를 통해 피를 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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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xperiment — makes no sense, doesn't matter, this is a horror movie — is one he somehow survives, making him a figure of veneration to a small cult believing he can cure all ailments. That's the hope of Father Hyun's feeble school chum Kang-woo (Shin Ha-kyun), who lives with his termagant mom (Kim Hae-sook) and his strangely silent, sullen young wife Tae-ju (Kim Ok-vin). What the family doesn't know is that the good father has picked up a little side effect of the experiment: vampirism. The condition's benefits — he can bend lampposts, scale high walls — don't always outweighs its liabilities. The food supply he needs is hard to find in the local market. So, as you walk unawares into a hospital room, you might find a man in a collar and cassock supine on the floor, sucking the blood from a patient's IV bottle.

태주야말로 이 동정의 뱀파이어에게 딱 맞는 바로 그 여인이란 점이 드러난다. 성적 긴장감이 팽배한 한 긴 신에서, 그녀는 상현에게 키스하며 거의 그를 유혹에 빠뜨린다: 반면 그는 그녀의 매력과 그의 탐욕스러운 새로운 본성을 알아차리고, 두 남녀는 합방에 이른다. 이 관계로 인한 과도한 황홀경(ecstatic excess)은 영화의 후반부를 결정짓는다. 신성하기도 하면서 미치기도 한 이들의 사랑은 상징적이다. 그리고 영화는 - 이 영화의 프랑스어 제목은 성찬식때 사제의 말을 연상시키는 '이것은 나의 피'다 - 그들과 함께 미쳐간다. 캐릭터들의 강박관념을 혼합시키며, 장르상의 구속을 여지없이 풀어 버리며, 관객들에게 미친 것이 영화인지, 아니면 관객들 자신인지를 묻는 이 작품을 보는 것은 꽤나 해방감을 준다. 올해 하반기에 미국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사람들을 위한 우리의 조언은 "'박쥐'가 미친듯이 달릴 때 당신도 같이 미치라"는 것이다.

Turns out that Tae-ju is just the woman for this virgin vampire. In one long scene of sexual tension, she kisses Hyun and nearly seduces him; in another, he acknowledges both her attractiveness and his rapacious new nature and they consummate their relationship, one whose ecstatic excess will define the rest of the film. Their love is both sacred and insane: sacra-Mental. And the movie — whose French title translates as the liturgically evocative "This Is My Blood" — goes mad with them. It's liberating to watch a film that melds with the obsessions of its characters, that strips the moorings from genre expectations and leaves viewers asking whether the film has lost its mind or they have. Our advice to those who see Thirst in its U.S. release later this year: when Thirst goes nuts, go with it. (See the top 10 Cannes Film Festival movies of al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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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쉬리', '반칙왕',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과 박찬욱의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등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알리는 수많은 영화들에 출연했다. 이 배우는 트레이드마크인 둔감함(stolidity)을 통해 포복절도할 코미디에서 맹렬한 마초 역할에 이르기까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어울려 왔으며, 자신의 몸에 침투한 충동과 싸우는 신부 상현의 금욕적인 투쟁을 연기하는 데 있어 매우 적절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의외의 발견은 바로 22세의 아름다운 김옥빈이다. 그녀는 침묵으로 순종하며, 그리고는 열정을 추구하고, 그리고는 폭발하는 에로티시즘을 보여주는 태주라는 인물을 훌륭하게 연기한다 - 아니, 아예 그 인물 자체다. 그녀는 채털리 부인과 맥베스 부인이 하나의 우아하고 가슴에 사무치는 형태로 결합한 것 같다.

Song Kang-ho has starred in many of the films that mark the Korean renaissance: Shiri, The Foul King, Memories of Murder, The Host, Secret Sunshine and Park's Joint Security Area, Sympathy for Mr. Vengeance and Lady Vengeance. The actor's trademark stolidity, which lends itself equally well to deadpan comedy and high-voltage macho roles, is a suitable vessel for Father Hyun's stoic battle against the impulses that have invaded his system. But it's the lovely Kim, just 22, who is the revelation here. She can play — no, she can be — a creature of mute docility, then searching ardor, then explosive eroticism, then murderous intent. She is Lady Chatterley and Lady Macbeth in one gorgeous, smoldering package.

빌리 와일더의 '이중배상(Double Indemnity)'과 올리버 스톤의 '내추럴 본 킬러'의 플롯 요소에다 프란시스 코폴라가 '드라큘라'에서 보여준 농익은 관능을 더한 이 영화는 이번 칸 영화제의 평론가들에게 놀라운 기쁨으로 충격을 주었다. 마치 그들이 (역주:뱀파이어에게)달콤하고 육감적인 목 물림을 당한 듯이 말이다. 이 영화가 폐막식 날 뭔가 중요한 수상을 할 것임은 거의 보장돼 있다. 박찬욱의 '올드보이'는 지난 2004년 칸 영화제에서 2등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그 우수성으로 볼 때 '박쥐'는 그보다 더 큰 상을 받을 만 하다. (끝)

Blending plot elements of Double Indemnity and Natural Born Killers with the ripe sensuality of Francis Coppola's take on Dracula, the film has made festival critics sit up in startled pleasure, as if they'd just received the most luscious neck-bite. It's almost guaranteed to get an important citation on closing night. Park's Oldboy won the Grand Jury Prize, the second-place award here at Cannes, in 2004. On its merits, Thirst should do bette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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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너무 심한 격찬(?)이라 오히려 뭐가 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글을 쓴 리처드 콜리스(Richard Corliss)는 이번 영화제에 대해 타임에 기고한 다른 글, 'Cannes 2009: Great — or the Greatest — Festival?'에서 수많은 거장들과 명배우들의 등장으로 이번 칸 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축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인물입니다. 그 자신이 밝히고 있듯 '이번이 칸 영화제만 36번째 방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베테랑 평론가의 말이니 감히 누가 토를 달 수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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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는 이번 61번째. 그 절반 이상을 참여했다는 얘기군요. 이 글은 아내이며 역시 평론가인 메리 콜리스와 함께 쓴 것으로 되어 있는데, 'For two TIME.com critics, this is our 36th festival on the Cote d'Azur.'라고 되어 있으니 어쩌면 36회에서 몇번쯤 빠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후덜덜한 숫자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2009 칸 영화제에 대한 개괄 형식인 이 글은 http://www.time.com/time/arts/article/0,8599,1897891,00.html)

아무튼 콜리스는 그 글에서도 박찬욱, 미하엘 하네케, 마르코 벨로키오, 알랭 레네를 이번 칸을 빛내는 선두 거장들로 꼽고 있습니다. 이들 넷을 가장 먼저 꼽은 다음에야 이안, 샘 레이미, 페드로 알모도바르, 퀜틴 타란티노와 제인 캠피언을 꼽을 정도로 우리의 박찬욱 선생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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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올드보이' 때의 이 영광이 재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불과 5년 전인데 당시만 해도 박찬욱 감독이 이상할 정도로 어려 보이는군요.^^

일전에 썼던 '박쥐'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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