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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세기의 결혼식'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법무법인에서 날아온 '보도자료 한 장'은 좀 실망스러웠던 듯 합니다. 물론 누구와 어떻게 결혼하는지는 당사자의 자유이지만, 이번엔 유독 서운함을 표시하는 팬들이 많은 듯 합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요즘 웬만한 연예인, 특히 톱스타의 결혼식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치러집니다. 외국 매체들 사이에서 벌어지던 '아무개의 결혼식 사진 독점 공개'는 이제 한국에서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스타들의 결혼식은 언제부터 보안 대상이 되었을까요. 시대순으로 되새겨 보겠습니다.
제 기억으로 스타들의 결혼식장 내부가 취재 금지 영역이 된 최초의 경우는 1998년 황신혜의 결혼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시절까지만 해도 스타의 결혼식을 취재 대상으로 하는 매체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현장에 나온 사진기자들끼리도 대부분 안면이 있는 처지였기 때문에 낯뜨거운 취재 경쟁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대략 현장에서 포토라인을 준수하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결혼식 당일, 처음 보는 보디가드들이 등장했고 취재용 카메라(누가 봐도 금방 티가 납니다)를 가진 하객은 결혼식장 로비에서 제지당했습니다. 이전까지 없던 일이라 승강이가 오갔지만, 결국 황신혜 측이 "결혼식장 내부 사진은 나중에 배포하겠다"고 얘기하는 걸로 합의가 됐습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식장 내에 너무 많은 취재 카메라가 있는 것은 좀 문제라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폐해가 극에 달했던 것이 2000년 조성민-최진실 부부의 결혼식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관심이 쏠렸던 결혼식인 만큼, 온갖 매체란 매체는 총출동했던 결혼식이었죠.
하이야트 그랜드 볼룸이라는 드넓은 결혼식장에도 불구하고 식장 안에는 앉은 하객보다 서 있는 사진기자가 더 많아 보일 정도로 취재 인력이 넘쳐났습니다. 결혼식은 패션쇼장을 연상시키는 T자형의 무대 위에서 진행됐고, 신랑 신부가 T자형 무대 위에서 객석 쪽으로 행진할 때에는 사진기자들이 일제히 무대 쪽으로 달라붙어 행진이 방해될 정도였습니다.
현장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조차도 '최소한 식이 열리는 식장 안에는 취재 카메라를 막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눌 정도였으니 말 다 한 셈이죠.
그래도 당시까지는 식장 내 취재 불가 방침을 내린 결혼식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2001년 가수 임재범의 결혼식은 꽤 화제를 낳았습니다.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결혼한 임재범은 식이 열리는 동안 사진기자는 물론 취재기자도 들어 올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래도 취재 기자들은 어떻게든 삼엄한 경비를 뚫고(?) 식장 안에까지 들어갔지만 내부 사진은 제대로 찍힌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때문에 박박머리로 삭발을 한 신랑 임재범의 모습은 그리 널리 보도되지 못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훨씬 나중 여성동아 인터뷰때 나온 사진입니다. 화질로 보아 임재범 측이 제공한 사진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차츰 식장 내 비공개는 연예계의 원칙이 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많은 스타들은 결혼식 장면을 보여주는게 팬들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일정선에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연예인 결혼식장에서는 식이 열리기 한시간 정도 전에 약식 기자회견을 갖는 것이 보통입니다. 신랑-신부 양측이 함께 나오는 경우도 있고, 부부 중 한쪽이 연예인이 아닌 경우는 한쪽만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무튼 대부분 취재진에게 식장 내 취재를 불허하는 대신 '결혼식용 사진'을 촬영하고 간단히 당일 소감을 말하는 자리를 갖는게 일반화된 것이죠.
하지만 이런 정도의 타협도 용납할 수 없는 스타들이 꽤 있었습니다. 특히 톱스타들일수록 그랬죠. 2007년 전도연의 결혼식을 시작으로 심은하, 김희선의 결혼식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식장은 물론, 식장 건물 전체가 취재진 출입금지 구역이 됐고 결혼식 광경은 절대 보안의 대상이 됐습니다. 대부분 '점잖은 집안과 결혼을 하기 때문에 소란을 피울 수 없다'는 이유들이었죠.
이들은 어쨌든 결혼식 시간과 장소는 미리 알렸고 전도연은 끝까지 결혼식 장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심은하는 결혼식장을 현장 중계했고 김희선은 사후에 남편과 함께 찍은 결혼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2007년 결혼한 전재용-박상아 커플은 아예 결혼식 사실을 감췄고, 결혼식 다음날에서야 그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죠.
아무튼 이때부터 취재진은 술래잡기를 벌였습니다. 결혼식장은 호텔 객실에 방을 잡고 15층 높이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하객 가운데 일부와 사전 교감을 해 사진을 제공받기도 하고, 결혼식이 열리는 호텔의 강 건너편에 있는 고층 건물에서 촬영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들이 동원됐습니다.
물론 요즘도 수많은 스타들은 결혼식 직전 '사전공개' 순서를 갖습니다. 권상우-손태영 부부도 인터뷰는 따로 하지 않았지만 결혼식 직전 취재진에게(엄밀히 말하면 취재진이 찍은 사진을 볼 팬들에게) 포즈를 취하는 순서를 가졌습니다. 강호동과 유재석도 신부들은 감춰 뒀지만 신랑들이 식장에서 미리 포즈를 취했죠.
아무튼 전도연의 결혼식이 원천 비공개 결혼식의 시작이 됐듯, 이번 이영애의 결혼식은 스타들의 해외 결혼식을 유행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지만, 결혼식을 가문의 잔치로 생각하는 한국인의 오랜 습관에 비쳐 볼 때 이런 결혼식은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가 될 듯 합니다.
해외 결혼식은 신랑 신부의 양가 주요 친척들이 해외에 거주하거나, 아니면 양가 모두 널리 친척들이 결혼식에 참가할 필요가 없을 경우에만 가능할 듯 싶습니다. 대단한 스타가 대단한 명문가와 결혼을 하는 경우, 결혼식을 멀리 해외에서 치러 참가하지 못한 가족들의 원망도 대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결혼식은 아직 '가족에 대한 의무'라는 성격이 강한 만큼, 비록 힘들게 취재 봉쇄를 하더라도 어쨌든 결혼식은 양가 친지들이 두루두루 참여한 가운데 정상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정작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은 '어떻게' 보다는 '왜'일 것이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연예인에게도 사생활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 외에 다른 것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영애 스스로 '내 사생활은 스타로서의 의무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팬들은 자신의 결정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남들이 동의하건 말건, 어쨌든 본인이 그렇게 선택했을 뿐입니다.
아무튼 신비주의를 금과옥조로 여겨온 이영애는 정말 온갖 매체를 따돌리고 은밀한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소문은 4년 전부터 돌았고, 지난 1월부터는 '결혼이 임박했다'는 결정적인 제보에 따라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결혼식 5일 전 남편 정씨를 만나는 데 그쳤습니다. 당시 정씨는 "결혼식은 특종을 줄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 했다는군요. 하지만 이런 약속은 참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정씨 인터뷰 기사 참조: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1212975)
할리우드 스타들은 조용하고 은밀한 결혼을 위해 진입로가 없는 고성을 빌려 결혼하기도 하고, 카리브해의 외딴 섬에서 치르기도 하고, 어느날 갑자기 시골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홍보담당자를 통해 간략하게 결혼 사실만 알리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찬성하지 않지만 어쨌든 본인들의 선택입니다.
아무튼 이런 결혼식을 취재하기 위해 해외 취재진들은 스쿠버 다이버를 동원하기도 하고, 헬리콥터를 띄우기도 하면서 철통같은 보안을 돌파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스타의 결혼식 장면을 보여주려는 기자들의 고민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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