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의 결혼을 놓고 화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영애라는 스타의 위치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비밀 유지를 위해 온 정성을 기울였는데 며칠 사이 결혼식장이라는 하와이의 한 호텔에서 이영애를 목격했다는 주장에서 남편의 신원에 대한 온갖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영애의 비밀 결혼은 몇가지 부분에서 초유의 사건입니다. 이영애 정도의 톱스타가 해외에서 몰래 결혼식을 올린 것도 처음일 뿐더러, 법무법인을 통해 보도자료로 결혼 사실을 알린 것도 처음입니다. 어찌 보면 새로운 시대의 막을 연 셈입니다.
사실 2년 전, 또 다른 스타가 새로운 시대의 막을 연 적이 있습니다. 바로 전도연입니다. 전도연의 결혼이 남긴 새로운 기록이라면 전도연은 그동안 몸담아온 연예계의 동료 배우나 관련자들을 일체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았고, 남편의 신원에 대해 전혀 공개하지 않았으며, 결혼식장의 안팎에서 일체의 취재를 불허했습니다. 이런 결혼식은 대한민국 연예계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2년 사이, 많은 것이 변한 듯 합니다. 여론의 방향이 정 반대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난 걸까요?
전도연과 이영애의 결혼식은 대단히 닮아 있습니다. 이영애가 '대장금'으로 세계 만방에 한국 대중문화를 알린 스타라면 전도연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월드 스타입니다. 연기력이라면 전도연은 이영애는 물론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한 수를 접어주는 빅 스타죠.
전도연이나 이영애나, 결혼식을 비밀리에 치른 이유로 든 것은 똑같습니다. '여자로서 조용한 결혼식을 치르고 싶었고, 스타에게도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는 있다'는 것이죠. 사실 전도연의 비밀스러운 결혼과 이영애의 결혼은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전도연의 시도가 없었다면 그 뒤의 수많은 보안 철저했던 결혼식도 없었을 것이고, 이영애의 이런 결혼 발표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2년 전 전도연의 결혼식에 대해 '전도연씨, 왜 숨습니까'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톱스타로서 이렇게 결혼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반응은 압도적으로 전도연에게 호의적이었습니다. '스타는 사생활을 누릴 권리도 없냐'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냐' 는 주장이 대부분이었죠.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옛날 글과 댓글 보러 가기: http://blog.joins.com/fivecard/7690496
2년전 일이라 기억들이 희미하실지 모르지만 당시 전도연 측의 정보 관리는 철저했습니다. 신랑의 이름이나 직업, 나이 등 모든 것이 비밀에 부쳐져 있었죠. 하지만 결혼식 당일, 참석한 하객들에 의해 신원이 공개됐고, 신혼여행지 공항에서 두 사람이 발견되며 세상에 알려진 것입니다. 직접 알린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2년 뒤, 그리 다를 것 없는 이영애의 결혼을 놓고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영애의 비밀 유지에 대해 '팬들에 대한 톱스타로서의 예의'를 지적하고 있더군요.
불친절한 톱스타, 이영애 http://v.daum.net/link/4019144
이영애,결혼의 자유와 스타의 책임 사이에서 http://v.daum.net/link/4024824
스타와 팬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든 이영애의 결혼 http://v.daum.net/link/4020262
이영애 결혼, 무시된 대중들 남편에게 집착하는 이유 http://v.daum.net/link/4023410
물론 그 반대 입장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조회수나 추천수에서 위쪽의 주장들이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 한 느낌입니다.
이영애는 결혼도 궁민 허락받아야 하는거임?? http://v.daum.net/link/4025126
이영애 결혼,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 http://v.daum.net/link/4033061
이영애의 결혼과 팬들의 빗나간 짝사랑 http://v.daum.net/link/4023297
왜 사람들은 전도연에게 요구하지 않았던 '톱스타의 예의'를 이영애에게는 강경하게 요구하고 있을까요? 이영애가 전도연보다 훨씬 스타이기 때문입니까? 그건 아니겠죠.
스타를 가족처럼 느끼고, 스타의 결혼식에는 온 국민이 하객이 된 것처럼 느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전도연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스타가 아닌 한 여자로서의 결혼'이 이영애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저는 참 궁금합니다. 물론 제 입장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전도연과 이영애에 대한 반응의 차이는 대중의 변덕일까요, 세상의 변화일까요?
P.S. 많은 분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겟습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는 댓글들이 많더군요. 이 글에 한해서 댓글 기능을 정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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