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연예계를 돌이켜보면 참 굵직한 사건 사고가 한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자연 사건으로부터 최진실 유해 도난사건, 마이클 잭슨의 죽음까지 충격적인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쁜 일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는 걸 어제 깨달았습니다. 바로 휘트니 휴스턴의 복귀 소식입니다. 무려 7년만의 일이군요.
수많은 명가수들이 명멸하고 있고, '노래 잘 하는 여가수'에 대한 대명사도 어느새 "니가 무슨 휘트니 휴스턴이냐?"에서 "니가 무슨 머라이어 캐리냐?"로 바뀐지 오래지만 그래도 제 마음 속에는 진정한 이 시대 최고의 여가수는 휴스턴이라는 생각이 남아 있습니다. 셀린 디온도, 머라이어 캐리도, 알리샤 키스도 감히 거기에는 따를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 복귀에 대한 생각(감격?)을 담았습니다.
[송원섭의 두루두루] 휘트니 휴스턴, 누나가 돌아왔다
지난 2월 8일 그래미상 시상식장, 휘트니 휴스턴이 '올해의 R&B 앨범' 부문 수상자를 발표하기 위해 무대로 나서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수상자도 아닌 시상자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상을 받은 제니퍼 허드슨마저 "다른 사람도 아닌 휴스턴으로부터 상을 받다니"라며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그 휴스턴이 최근 새 앨범을 내놓고 복귀를 선언했다. 7년만의 일이다.
'도대체 휘트니 휴스턴이 뭐길래 이 호들갑일까'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휴스턴이 판 음반의 수는 1억7000만장에 달한다.
전미 음반산업협회(RIAA)의 통계에 따르면 휘트니 휴스턴은 미국 내에서 지금까지 5400만장의 앨범을 팔아 역대 20위에 올라 있다. 여자 가수로는 네번째다. 특히 단 5장의 앨범으로 낸 성적이라는 게 경이적이다.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앨범 '휘트니 휴스턴'을 내놨을 때 그는 이미 관심의 대상이었다. 어머니 시씨 휴스턴은 그래미상을 수상한 관록의 가스펠 가수였고, 사촌인 디온 워윅은 이미 톱스타가 되어 있었다. 여기에 R&B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이 대모(代母)라면 그 성장 환경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이런 경우 주로 등장하는 것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격언이지만 휴스턴은 예외였다. 세번째 싱글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Saving All My Love for You)'가 빌보드 싱글 차트를 석권하는 등 5곡이 잇달아 히트했고 앨범은 14주 동안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휴스턴의 추종자들이 등장할 정도로 그의 가창력은 여성 디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가끔 경쟁자로 꼽히는 머라이어 캐리조차도 "아레사 프랭클린과 휘트니 휴스턴이 없었다면, 그 후배들인 우리들 중 아무도 지금처럼 노래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높이 평가했다. 1992년 케빈 코스트너와 공연한 영화 '보디가드'도 주제가와 함께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고, 아이들 스타 출신인 바비 브라운과의 결혼도 화제였다.
그러나 지지 않는 해는 없었다. 2001년, 앨범 6장에 1억 달러(약 1240억원)라는 초유의 계약에 성공했지만 가정 불화와 마약의 충격이 밀려왔다. 2007년 이혼이 성립되며 외신은 폐인이 된 휴스턴의 모습을 전송해왔다. 전 세계가 디바의 실종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마침내 6집 '아이 룩 투 유'의 발매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초 그래미 시상식 전야제에서 휴스턴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전성기의 힘은 기대할 수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앨범도 마찬가지. 예전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편안해졌다는 느낌이다.
오는 9월 14일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는 휴스턴을 두고 외신은 "지난 10년간 가장 흥분되는 음악인의 복귀"라고 타전하고 있다. 올해 46세를 맞은 전설의 디바가 과연 "진짜 전설은 이제부터"라는 장담을 실현할지, 지켜보는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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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휴스턴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과 머라이어 캐리가 처음 나타났을 때의 충격을 비교하자면 전자가 훨씬 큽니다. 이유는 당연히... 머라이어 캐리는 앞에 휴스턴이 있었기 때문이죠.
휴스턴 이전에도 많은 훌륭한 R&B 가수들이 있었지만 스타일은 다릅니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후계자를 꼽자면 차라리 디온 워윅이 더 가까울 것이고, 다이애나 로스는 흑인이지만 흑인 본연의 창법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흑인 여가수의 싱싱한 힘과 탄력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R&B의 틀을 넘어 보다 팝적인 사운드를 완벽하게 소화한 여가수는 아마도 휴스턴이 처음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디바의 시대를 열었다'고 말한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그리고 휴스턴의 등장은 많은 후배 여가수들에게 '아, 나도 저렇게 노래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줬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 면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코멘트는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캐리가 휴스턴에 대해 한 말은 2005년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가끔 자신의 후배 여가수들이 부른 노래를 듣다 보면 '흠, 이건 날 따라한 거잖아'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거죠. 하지만 자신도 분명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저 말을 한 것입니다.
원문은 http://www.usatoday.com/life/people/2005-04-10-mariah-carey-cover_x.htm 관련 부분을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She gives kudos to some of her successors, notably Keys, whom she praises as "talented and very much involved in everything she does musically."
And Carey doesn't pretend to be unaware of the influence that her ornate, technically dazzling vocal style has had on many of Idol's female contestants ? or a lot of their peers on the pop and R&B charts, for that matter.
"There are definitely moments when I hear things that I've done, very specifically, repeated on record," she says. "And I'm like, 'Hmmm, that's interesting ? did I get publishing (credit) on that?' "
But Carey quickly adds, "We've all been influenced by other people. None of us would sound the same if Aretha Franklin hadn't ever put out a record, or Whitney Houston hadn't.
휴스턴의 감동적인 장면들은 한둘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첫 손에 꼽는 것은 오래 전에도 한번 소개했던 1989년 그래미상 시상식장에서 부른 One Moment in Time입니다. 이 노래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미국 중계방송 주제가로 사용됐습니다.
동영상 기준으로 3분대 후반에서 4분대 전반에 걸쳐 도달하는 클라이막스의 아름다움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라이브에서 이런 가창이 가능하다는 것이 경이로울 정도죠.
예전에는 유명 가수들의 그래미상 시상식 라이브를 모은 Grammy's Greatest Moments라는 편집 음반에 이 라이브가 담겨 있었는데, CD 버전으로 들으면 그 장면에서 관객들이 터뜨리는 탄성도 생생하게 들립니다. 요즘은 워낙 CD 자체가 귀한 시대가 돼 놔서... 어디서 팔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느끼셨습니까? 다음은 1994년 버전의 I'm Every Woman.
이 노래를 안 들으면 들은 것 같지가 않겠죠. '웬다이아'입니다. 2000년 버전.
신곡은 퍼올 수가 없게 돼 있습니다. 여기선 광고로 만족하시고, 가서 들으세요.
I Look to you 링크: http://www.youtube.com/watch?v=dwlEkiiREFA
아무튼.... "돌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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