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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V '열혈기자'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리얼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기자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12명의 도전자가 예선을 통과해 현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고, 그중 한명이 최종 선발됩니다.

공식적으로 세번째 미션은 일간스포츠의 간판 상품 중 하나인 취중토크. 스타와의 '술 한잔' 을 통해 솔직한 진심을 들여다보는 특색있는 인터뷰입니다. 초기에는 '취중토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인터뷰어로 나서는 기자도 주당 기자가 나섰고, 인터뷰 대상도 연예계에서 소문난 주당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진짜 인터뷰에서 누룩 냄새가 났죠. 하지만 영원히 그렇게만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가끔씩 '기사에서 술 냄새가 안 난다'는 비판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나 건강상의 문제로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 주당 중의 주당이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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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은 "사회에 나와서 한번도 나보다 술 센 사람을 만나 보지 못했다"고 공언하는 공식 인증된 주당입니다. 인기 연예인 중에는 참 술 센 사람이 많습니다. 사실 '30-30클럽(하룻밤에 양주 스트레이트 30잔과 폭탄주 30잔을 마셔야 가입할 수 있다는 클럽)'을 자랑하는 영화배우 정모씨^^를 비롯해 수많은 주당들을 만나봤지만 남희석만큼 위압감을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개그맨과 MC로 10년이 넘게 발군의 활약을 하고 있는 남희석은 현재 일간스포츠 지면에 '남희석의 아무거나'를 연재하고 있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합니다. 글쓰는 일로 10년 넘게 먹고 살고 있지만, 사실 남희석의 글을 보다 보면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물론 전문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문장을 쓰는 세세한 스킬이나 맞춤법, 어법에서는 걸리는 부분이 있지만 발상의 자유로움이나 전개 방식, 글을 시작하고 끝맺는 방식 등은 천부적인 소질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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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열혈기자'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스타와의 술자리 인터뷰는 제작진이나 저희나 꼭 한번 넣어 보고 싶은 아이템이었고, 이 코너를 넣는다면 최고의 적임자는 남희석일 거라고 생각했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 출연 요청을 했고, 장난기 넘치는 그는 "그거 재미있겠다"며 흔쾌히 응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해 인터뷰는 현장에서 인터뷰 대상을 만나기 전에 승부가 60% 이상 결정돼 있다는 것이 정론입니다. 얼마나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를 해 갔느냐가 인터뷰의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현장에서의 순발력이나 친화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사전 준비만큼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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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개인적으로는 도전자들이 남희석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해 오기를 기대했지만 제작진은 '깜짝 인터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출연자들이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남희석이 갑자기 출현하는게 가장 효과적일 거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선 양보를 해야 했죠.

설정은 이랬습니다. 남희석과의 취중토크를 앞두고 출연자들은 하루 종일 힘든 미션을 수행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도전자들은 '1차 미션 수행 뒤에 선배와의 술자리가 있고, 거기서 환담하는 내용을 촬영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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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의 의도대로 도전자들은 힘든 미션을 마쳐 홀가분한 심정으로 술자리에 모였습니다. 소주로 만든 폭탄주가 몇잔 돌았고, 다들 마음이 풀어진 상태에서 '남희석이 술집 바깥에 도착했다'는 사인이 왔습니다. 도전자들과 함께 술자리에 앉아 있던 저도 이제 가면을 벗을 때가 됐습니다.

"...기자라면 항상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지.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다가도 주변에 연예인이 나타나면 주목할 줄 알아야 해. 이를테면 지금처럼 저렇게 스타가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단 말이야."

'저렇게'하고 가리킨 순간 남희석이 술집 안에 등장하자 출연자들은 바로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출연자 A양은 나중에 "어? 정말 술을 마시다가 연예인을 만날 때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이것이 새로운 미션이라는 걸 알고 다들 바짝 긴장했죠.

남희석에게는 이미 "까칠하고 날카롭게 대해 달라"고 요청을 해 놓은 상태였고, 그는 역시 자기 역할을 120% 해냈습니다. 처음 술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폭탄주 제조자의 임무를 차지한 그는 "난 술 안 마시는 기자와는 친해지고 싶지가 않아요"로 시작해 출연자들의 기를 팍팍 눌렀습니다.

10대1이지만 대한민국 정상급 MC의 노련함과 기세 앞에서 도전자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더군요. '질문이 재미없어' '지금 기자회견하나?' '어디 술자리에서 필기를 하고 그래' 등등의 코멘트에 도전자들은 우왕좌왕하기 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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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남희석은 몇가지 인터뷰에 대한 팁을 주고 있었습니다. "'요즘 방송 뭐 뭐 하세요'라는 질문이 가장 기분나쁘다. 그정도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인터뷰하러 나온 사람의 자세 아닌가", "'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나요?'라는 질문도 수준 이하다. 정상적으로 질문을 하면서 에피소드가 흘러나올 수 있게 해야지." "특히 술자리에서는 술자리 분위기에 걸맞게 질문을 해야지. 허허 하하 웃다가 갑자기 정색하면 분위기가 뭐가 되겠나."

하프타임. 남희석이 바깥에서 취재진에게 "너무 재미있다. 이런 건 매일 해도 되겠다"며 신나하고 있을 무렵 저는 짐짓 도전자들을 혼냈습니다. 남희석의 기에 눌려 다들 기사 한 줄 쓸 게 없는 질문만 하거나 아예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결의를 다지더군요. 하지만 후반전에도 이런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워낙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기량차(?)가 컸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혼자 질문을 독점했다' '알맹이 없는 질문만 많이 하면 뭘 하나'라는 식으로 비판을 받은 도전자 B양은 화장실에서 혼자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또 가장 술이 약한 C양은 남희석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따라 마시다가 장렬하게 첫 전사자로 기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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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도전자들도 지리멸렬. 남희석의 팬클럽 회원이었다는 D군은 친분을 과시하긴 했지만 기사로 쓸 거리는 그닥 뽑아내질 못했고 E군은 "질문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몇 차례 커트당한 뒤 좌절했습니다. F군은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말문을 열지 못할 정도더군요. G군은 의욕은 돋보였지만 "예의가 없다"는 면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계란 기자들과의 만남이 즐거웠던 듯 남희석은 예상 시간을 훨씬 넘긴 3시간의 술자리가 끝난 뒤 "해장 겸 매운 짬뽕을 먹으러 가자"며 그때까지 살아남은 열혈기자들을 인솔하고 밤거리로 사라졌습니다. 이미 구도는 '형님과 동생들'로 짜여진 상태였습니다.

다음날 남희석은 남자 도전자 세명을 점찍었습니다. "연예인 입장에서 기자를 만나더라도, 어딘가 관심이 가고 끌리는 사람인 경우가 있어. 그런 게 좋은 자질인 것 같아. 아무개는 웬만한 연예인들이면 만나서 대화를 하더라도 '이 사람 봐라?'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 있어. 또 다른 아무개는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자세가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고, 또 아무개는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 제작진이나 저희 쪽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시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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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도전자들은 영화배우 장진영의 빈소와 이영애의 동선을 체크하는 '단순작업'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일명 '뻗치기'라고 불리는 작업입니다. 하염없이 시간을 낚시질하며 현장에서 기다리는 작업이죠. 법조 기자들은 검찰청이나 법원 앞에서 죽치고, 사회부 기자들은 경찰서에서 죽치듯 연예 기자들도 이렇게 시간과의 경쟁을 벌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됐습니다.

두세시간씩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서 있다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납니다. '내가 과연 이런 일이나 하려고 여기까지 왔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죠. 하지만 이들에겐 그것마저도 새로운 자극이고 신기한 현장 경험으로 여겨졌던 듯 합니다.

처음에는 '과연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기자를 뽑을 수 있을까'하는 비관적인 생각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시작한 뒤에는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이 퍽 행운이란 생각이 듭니다. '정말 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열정이란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전염성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P.S. 그나자나 회를 거듭할 수록 누군가를 떨어뜨리고 누군가를 남겨야 한다는 건, 점점 힘들어진다는 게 고민입니다. 생각같아선 다 데리고 있고 싶은데 말이죠.

남희석이 등장하는 '열혈기자'는 이번주와 다음주에 걸쳐 QTV에서 방송됩니다.

방송시간입니다.

화요일 오후 11시 (말하자면 '본방'은 이때입니다)
목요일 오전 1시
금요일 오후 6시
토요일 오후 9시
일요일 오전 11시
월요일 낮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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