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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케이블채널 tvN에서 '80일만에 서울대가기'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됐습니다(우선 가장 궁금하실 것부터 보면 비밀번호는 dream80이랍니다^.) 아무튼 제목부터 참 관심을 끕니다. 한국 중년 남녀의 공통적인 관심사라면 돈과 교육이 1,2위를 다툴텐데 그중 하나를 정면으로 겨냥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겁니다. 진지하게 성적을 올릴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EBS를 보는게 낫겠죠. 이 프로그램은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공부'를 갖고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를 시험해보는 프로그램이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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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프로그램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일찌기 MBC에서는 '공부의 제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의 왕도를 가르쳐주겠다'고 나선 적이 있고, 또 '꼴찌탈출'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학능력이 매우 낮은 학생들의 성적을 단시일내에 끌어올려 보겠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희한하게도 이 두 프로그램의 MC였던 이윤석과 김진수가 이번 '80일만에...'를 진행하는군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과 '80일만에...'의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열등생을 데리고 하건, 우등생을 데리고 하건 '성적을 끌어올린다'는 전제는 분명히 같습니다만 예전의 프로그램들은 어딘가 느슨한 면이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즉, '언제까지 어느 정도나 성적을 올린다'는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좀 더 폭넓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여지가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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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다릅니다. '80일'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서울대'라는 공간적인 제약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즉 '80일 안에 (현재 성적으로 보아 서울대에 가지 못할 학생들이) 서울대를 가게 하겠다'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설정이 정직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첫 방송에서는 7명의 고3 및 재수생들을 모아 놓고 합숙 수험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화면상으로 나타난 수능까지의 시간은 80일도 아닌 75일. 7명 가운데 과연 서울대를 가는 학생이 나올까요?

유력한 후보자는 지난해 연세대와 고려대를 지원했다 낙방했다는 재수생입니다. 이 정도라면 단기간에라도 입시에 도가 튼 유능한 강사들이 본격적으로 지원한다면 서울대를 갈 수 있을 듯 합니다. 그 나머지 학생 가운데서도 서울대를 진학하는 학생이 나온다면 이 프로그램은 꽤 성공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꽤 큰 금액이 될 제작비는 스타 강사들의 홍보비와 입시관련 용품의 PPL로 상당 부분 커버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의 제목, '80일만에 서울대 가기'는 다소 기만적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그만이지만,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뭐 어쨌든 나머지 학생들도 성적이 꽤 오르기만 한다면 뭐라 탓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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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프로그램은 입시지옥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한국의 입시현장을 고발하는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과도한 기대는 금물입니다. 세상에 공부의 왕도라는게 있을리가 없죠. '성적올리기의 왕도'라면 어느 정도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일곱명의 학생들이 과연 성적이 오르는지 안 오르는지에 대한 변형 게임 쇼일 뿐입니다.

지원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최정예 전문가들로부터 무료로 지도를 받는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만치 방송으로 인한 귀찮은 요소들도 감내해야 합니다. 조명과 카메라의 방해로 공부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가끔은 '좀 더 재미있는 방송'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일장일단이 있는 조건을 이겨내고 예상보다 좋은 학교를 간다면 뭐 누구라도 불만 없겠지만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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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학생들에게 과도한 동정을 할 필요도 없을 듯 합니다. 대개 자체 경쟁을 통해 단 한 사람만 살아 남는 절대 다수의 서바이벌 쇼에 비해 이 학생들은 그 안에서의 경쟁 같은 것은 경험하지 않아도 좋기 때문입니다. 이것만 봐도 이들은 결코 불행한 편이 아닙니다.

또 이 프로그램의 성공에서 최대의 관건은 이들의 입시 결과겠지만 그 사이에 시청자들을 잡아 놓으려면 아무래도 출연자들이 드라마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들이 공부하는 중간에 보이는 감정의 변화나 발산이 화면으로 드러나야 할텐데, 과연 수험생들을 상대로 그런 밀착된 카메라 워킹이 가능할지도 궁금합니다.

아무튼 현재 가장 큰 관심은 이 영악한 쇼 프로그램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에 몰려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계속 시청자들의 관심을 잡아 놓을 수 있을까요. 첫회는 비교적 성공적이었지만 2회에서도 그런 호응이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성공한다면 최초의 '성공한 교육 버라이어티 쇼'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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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비슷한 소재의 일본 드라마 '드래곤 사쿠라'도 내년 1월쯤 한국 드라마로 리메이크 될 예정입니다. 그야말로 교육 붐이군요.


P.S.2. 오랜만에 이윤석과 김진수를 보니 '허리케인 블루'가 절로 생각나는군요.



블로그 방문의 마무리는 화끈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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