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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해피 선데이'의 두 축은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입니다. 후자가 이미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 됐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이 블로그의 포스팅 목록을 보시면 제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는지 충분히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간판은 분명히 '1박2일'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자의 자격'이 만만찮은 포스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박2일'의 앞 시간대에서 최강자는 단연 SBS TV의 '패밀리가 떴다'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패밀리가 떴다'의 힘이 부쩍 빠지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죠. 뒤늦게 투입된 멤버 때문이다, 빠져나간 멤버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문제다 등등 분석이 엇갈리는데 그중 한 요소는 '남자의 자격'의 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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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아 연예인들의 체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남자의 자격'의 포맷이 크게 독특할 것은 없습니다. 초기의 이 프로그램은 사실 큰 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다소 억지스러웠기 때문이죠. 최근 몇해 동안 이경규가 출연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는 이윤석이 있었습니다. 어떤 포맷의 프로그램이든 호통치고 다그치는 이경규와 거기에 벌벌 떠는 심약+신약 이윤석의 구성은 21세기 들어 방송된 '이경규 예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습니다.

그런데 '남자의 자격'은 전형적인 이경규 예능이면서 멤버 구성에 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윤석이 너무 많았던 거죠. 진짜 이윤석은 물론이고 김태원과 김국진도 사실상 '변형 이윤석'이었던 겁니다. 특공대 훈련을 가건, 뭘 하건 '몸' 쓰는 예능에서는 일단 먼저 쓰러지고 보는 멤버가 셋이나 되다 보니 차별화도 없고 지루하기만 한 그저 그런 쇼가 될 위기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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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21세기 예능의 화두는 캐릭터. 오래 되지 않아 촐삭대는 김성민과 시니컬한 할머니 김태원의 캐릭터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김성민은 '환상의 커플'의 얼떨떨한 남편 빌리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가는, 철없는 개구장이 역할로 자신을 부각시키기 시작했죠.

이에 비해 김태원은 대단히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어떤 때에는 세상 이치에 통달한 중년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떤 때에는 철없는 중학생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비호감이지만 어찌 보면 젊은이들이 보기에 '(쎈 척 하지 않는)귀여운 중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가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고 있는 '무기력한 중년 남자'를 대변하는 데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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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재 '남자의 자격'의 세 축은 이경규-김태원-김성민이고 나머지 멤버들은 말하자면 그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형국입니다. 윤형빈은 좀 더 버라이어티 적응기가 필요할 것 같고, 이정진은 처음부터 제작진과 본인의 의사에 차이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김태원 없이 맞게 된 '하늘을 날다2' 프로젝트에서는 김성민의 역할이 단연 빛을 발했습니다. '하늘을 날다2'는 F-16에 조종사와 함께 탑승해 초음속 전투기를 체험해 보는 순서. 남자라면 언젠가 한번쯤 꿈꿔봤을만한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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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빨간 마후라를 매고 '자신을 위한 프로젝트'에 뛰어든 김성민은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따발총 멘트'로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물론 효율로 보면 많이 떨어집니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하면서 다 웃길 수는 없죠. 하지만 이런 따발총 멘트는 주변의 다른 멤버들이 웃길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실제 방송에서도 김성민의 멘트는 거의 다 편집됐지만 그가 없었다면 이경규의 "쟤(김성민) 미친 거 다 찍었지?"같은 멘트가 살지 못했을 겁니다.

생방송이든 녹화방송이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시간은 죽은 시간입니다. 그리고 김성민은 고품질이든 저품질이든, '죽은 시간'을 최소화해 주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자의 자격' 멤버 구성상, 이런 '깔아 주는' 멤버의 의미는 각별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김봉창'이라는 별명대로 엉뚱한 대로 가기도 하는 멘트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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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진 공군 조종사 육성 훈련 코스 탐방. 아무래도 가장 기대를 모은 것은 평상시 중력(흔히 1G라고 표기됩니다)의 6배에 달하는 6G 중력의 체험이었습니다. 여기서 바로 화장실로 직행한 김국진, 중간에 실신한 이윤석은 이 훈련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죠. 이럴 때는 또 상대적으로 '건강체'인 윤형빈 이정진 김성민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이정진이 6G를 경험한 뒤 '생각보다 그리 심하지 않더라'고 하자 김성민은 아예 실제 조종사들이 초음속 모드에서 경험하게 되는 9G 체험을 해 보겠다고 '나섭니다'. (참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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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창' 김성민은 어쩌면 연기자로서의 스펙트럼을 한 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 '국민할매' 김태원은 진지한 록 뮤지션으로서의 색채를 무너뜨릴 위험을 무릅쓰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변신에 나섰습니다. 일단 예능계에서는 확실히 자리를 잡았지만 과연 본래의 영역에선 각각의 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아직 뭐라고 딱 잘라 얘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 둘의 활약이 계속되고, 여기에 기존 멤버들 중 2명 정도만 분명한 캐릭터를 잡아 준다면 '1박2일'과의 자리 바꿈도 결코 꿈은 아닐 듯 합니다. '남자의 자격'의 분전에 부쩍 눈길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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