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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황정음)에게는 장난치듯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 역할을, 세경(신세경)에게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의 역할을 해 주고 있는 지훈(최다니엘)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힘듭니다. 여기에 늘 세경에겐 뭐든 다 해주고 싶은 준혁(유시윤)이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죠.
김병욱표 시트콤의 마력인 '살아 숨쉬는 캐릭터'는 이 시트콤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세경 앞에선 꼼짝없이 동생인 준혁이 정음에게는 오빠처럼 대하는 것 역시 설정을 넘어 너무나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 4각관계가 더욱 흥미를 더합니다.
과연 이 4각구도는 어떻게 결말이 날까요. 물론 결과는 이 시트콤이 끝날 때에서나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미리 내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1. 준혁-정음, 지훈-세경
아마도 가장 순리에 맞는 배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준혁이 정음을 하대하고 정음이 거기에 대해 옥신각신하는 것은 그만치 정신연령이 맞는다는 얘기일 것이고(황정남씨...), 이렇게 다투다 보면 해리가 신애를 그리워하듯 어느날 갑자기 정음이 빈 자리를 보일 때 준혁도 그 공백을 느끼게 될 겁니다. 현재까지 준혁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준혁을 각성시킬 계기는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준혁과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이 나타나 갑작스레 정음을 자신의 적으로 지목하면 준혁이 그때 가서 정신을 차릴지도.
지훈-세경은 이 시트콤의 방송 초기까지는 꽤 유력한 후보였지만 최근들어 지훈-정음 라인이 꽤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어찌 될지 알 수 없게 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김병욱 감독의 취향상 이 커플을 쉽게 맺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때부터 '현실의 벽'이 무겁게 느껴지겠죠. 의사가 고등학교도 못 나온 자기네 집 가정부와 맺어진다는 것은 실제 세계에서라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죠(물론 그 가정부가 신세경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세경-신애 자매에게 호의적인 이순재 가족들도 이런 경우를 맞으면 쉽게 찬성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튼 치과에 누워 세경이 흘린 눈물에는 자신의 신세 한탄과 함께 지훈에 대한 약간의 야속한 마음이 들어 있다고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죠.
2. 준혁-세경, 지훈-정음
일단 지훈-정음은 언제든지 맺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훈에게 매번 당하기만 하던 정음도 슬슬 지훈이 꽤 괜찮은 남자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고, 지훈만 뭔가 사인을 던져준다면 두 사람은 곧바로 커플로 진행하는게 나쁘지 않을 겁니다. 제작진 측에서 보더라도 얘깃거리는 무궁무진합니다. (게다가 '인기투표편'에서 지훈은 정음에게, 준혁은 세경에게 투표한 것이 언젠가는 스포일러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의 문제는 준혁-세경이죠. 준혁이 세경을 어려워하고 좋아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세경이 과연 준혁을 남자로 느낄 수 있을 것인가가 장애가 될 듯 합니다. 이미 가장이 된 세경의 눈에 현재까지 준혁은 그냥 철없는 소년 정도로 보일 뿐입니다. 만약 이 커플이 맺어진다면 그건 최종회에서 '10년 후' 정도로 처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세경을 사이에 둔 지훈-준혁의 삼각관계
어찌 보면 현재 상태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라인이 본격화된다면 지훈-세경의 관계가 진행되면서 준혁이 괴로워하는 국면이 예상됩니다. 이 경우 정음의 위치가 애매해진다는 약점이 있지만 시청자들이 좋아할만한 소위 '막장성'은 최강이죠. 어찌 보면 '하이킥' 시리즈의 전통이 '이순재가 나온다'가 아니라 '삼촌과 조카가 한 여자에게 올인한다'는 것이 될지도...
아무튼 두 사람 중 어느쪽과 맺어져도 세경은 현실의 벽을 강하게 느낄 것이고, 이건 이번 '하이킥'의 주제를 보다 선명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4. 정음을 사이에 둔 지훈-준혁의 삼각관계
현재까지는 가장 가능성없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묘사된 정음의 성격상 어장관리(?)는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막장드라마라면 정음의 성격 따위는 갑자기 변할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김병욱표 시트콤에서 지금까지 구축한 등장인물의 성격이 그렇게 무시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 '어쨌든' 이 드라마의 핵심인 세경-신애 자매의 존재감이 갑자기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다른 쪽으로 아무리 세경이 두각을 보인다 해도 이 두 남자와의 관계가 사라지면 그건 세경 캐릭터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는 셈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정음을 좋아하는 두 남자 중 하나에게 세경이 매달린다...는 것 역시 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5. 지훈을 둘러싼 정음-세경의 삼각관계
같은 이유로 이 관계 역시 이 상큼한 시트콤을 뭔가 묵은 냄새 나는 옛날 드라마로 바꿔놓는 효과가 있을 것 같기만 합니다. 아무튼 지훈이 누구를 좋아한다 해도 쉽게 겉으로 드러내거나 금세 마음을 정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짧게라도 이런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은 항상 있죠.
6. 정음->준혁->세경->지훈의 돌고 도는 관계
'한여름밤의 꿈'을 패러디한 특집 한 회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다 누군가가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김용준을 사용한 코미디도 딱 5초 쓰고 말 정도로 '뻔한 것'을 거부하는 김병욱 감독님의 스타일로 볼 때 위의 경우의 수는 전부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예상 못한 무시무시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개인적으로는 1번이 기대됩니다만, 여러분들은 어떠실지도 궁금합니다.
P.S. 그나자나 김용준은 언제 다시 한번 제대로 나오는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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