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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방송계에서 김승우는 많은 예능 PD들이 눈독을 들였던 MC 후보였습니다. 90년대에는 이승연 김혜수 등 여성 톱스타들이 토크쇼 호스트로 재능을 뽐냈고, 지난해에는 박중훈이 토크쇼에 도전한 바 있었죠. 항상 새로운 사람을 찾는 방송계의 속성상 이번에는 김승우가 나설 차례라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주변의 채널을 통해 '김승우가 방송 MC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라면 해볼만 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스케줄만 맞았다면 한 시상식 MC로 나설 수도 있었습니다.)

배우로서의 인기도 인기지만 김승우는 타고 난 밝은 성격과 친화력을 자랑하는 인물입니다. 게다가 언변은 개그맨을 능가한다고 봐도 좋습니다. 사실 영화배우 가운데서는 신현준-정준호 콤비가 대표적인 개그 콤비로 알려져 있었지만 김승우의 입담은 이들보다 한수 위라는게 중론입니다.

그런 그가 진행한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가 첫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게스트가 김남주라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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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는 여러 모로 훌륭한 게스트입니다. 일단 '내조의 여왕'으로 지난해 성공적인 컴백을 했고 연말 방송사 자체 시상식에서도 뜨거운 눈물과 인상적인 수상수감으로 화제가 됐지만, 그동안 어떤 TV 토크쇼도 김남주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톱스타라고 해서 모두 토크쇼에서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스타들은 오래 전부터 토크쇼에 나오면 시청률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죠. 하지만 김남주는 시원시원한 성격과 매너로 일단 나오기만 하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다들 예측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승우가 진행하는 '승승장구'에서 첫회 게스트로 김남주를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그리 성공적인 선택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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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회. 당연히 소개할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김승우를 비롯해 4명이나 되는 보조 MC들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승우가 돋보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김승우와 김남주가 함께 등장함으로써 결과는 최화정을 비롯한 네 MC가 진행하는 토크쇼에 김승우와 김남주가 함께 출연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김승우는 토크쇼 진행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에 앞서 김남주의 남편으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됐습니다. 김승우 자신도 중간 중간 "나 MC야 MC"라는 말을 농담으로 던졌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엔 훨씬 더 심했을 겁니다.

김남주와 김승우가 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얻는 장점이라는 것도 충분히 있었을 겁니다.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겠죠. 하지만 첫회 한 회에 그런 장점을 얻은 것과 함께 김승우는 자신이 토크쇼를 진행할 만한 인물이라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부각시킬 기회를 전혀 얻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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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쇼와도 특히나 다르게, 김승우라는 배우를 호스트로 기용한, 김승우라는 배우의 40년 내공을 표면에 내건 토크쇼라면 다른 어떤 쇼 보다도 MC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초반의 역량이 집중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지금부터 보아야 할 것은 '아이리스'의 남성미 넘치는 북한 비밀요원이 아니라 인간미 넘치는 새로운 남자 진행자라는 점이 부각되어야 하는 겁니다.

물론 '승승장구'의 제작진은 지난해 '박중훈 쇼'를 구렁텅이에 빠뜨렸던 아마추어 제작진과는 수준이 다릅니다. KBS 예능의 에이스 중 하나인 윤현준 PD가 맡고 있는 만큼, 이런 기본적인 요소들을 모를 리는 절대 없습니다. 다만 이들에게는 '김승우 쇼' 첫 방송이 화제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이 MC로서의 김승우가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는 점보다 중요했던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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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청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기에는 좀 모호한 것도 사실입니다. 김승우와 김남주가 털어 놓는 얘기는 풍성했습니다. 그럼 과연 김남주가 나오지 않는 2회에는 뭘 기대해야 할까요. 사실 기대할 게 없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김승우에게 다음 주에는 뭘 기대해야 할 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남주가 나오지 않아도 이 쇼가 재미있을지는 전혀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보기에 '승승장구' 첫회는 이 쇼가, 김남주의 옆자리에 그냥 게스트로 김승우가 앉고, 메인 MC 자리에 유재석이든 신동엽이든 지석진이든 어떤 MC가 앉았을 때와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생각하기 어렵게 했습니다. 어차피 한번은 나올 거였다면, 김남주는 좀 더 아껴 두고 초반에는 김승우라는 MC가 어떤 캐릭터인지를 좀 더 확실하게 구축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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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인적으로 김승우라는 인물의 MC 자질에 대해 절대 의심하지 않으며, '박중훈 쇼' 때와는 달리 제작진의 역량에 대해서도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쇼의 초기 정착에 첫회 게스트가 김남주였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듯 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 뿐입니다.

P.S. 개인적인 기준으로 볼때 가장 첫회에 돋보인 사람은 우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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