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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유명한 박성혜 전 IHQ 본부장이 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혼자 빛나는 별이 있느냐'는 영화 '라디오 스타' 대사의 변형입니다.

최근 몇년 사이 매니지먼트업계에서 여성 대표들의 목소리가 꽤 높아졌습니다. 특히 이 분들은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성혜 전 본부장도 그중 하나였고 김민숙 바른손 대표, 이주영 스타파크 대표, 이정희 아바 엔터테인먼트 대표, 심영 KM컬처 이사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죠. 특히나 박성혜씨는 김혜수, 전도연, 지진희, 염정아, 임수정, 황정민 등이 톱스타로 올라서는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인물입니다. (물론 그냥 그 회사의 본부장이었다 이런 의미는 아닙니다).

그런 잘나가던 그가 어느날 모든 복록을 마다하고 미국 유학을 떠난다더니 다녀와서 열심히 책을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계속해서 '도대체 왜'의 연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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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이 분을 잘 알 리가 없으니 우선 왕년의 시네21 기사를 보시는 게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 분이 '잘나가던 시절'의 하루를 누가 쫓아다닌 내용입니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4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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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꽤 오랜 시간 잘 알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책 내용을 보니 신기한게 많더군요. 광고 카메라맨이던 지진희를 설득해 배우로 만든 건 알았는데 이미 오래 전, 대학 시절에 유명 가수들을 데려다가 잠실 학생체육관을 가득 채우고 이벤트를 벌였다는 것까지는 몰랐습니다.

어쨌든 박씨가 연예 바닥을 휘젓고 다니던 시절은 어느 유명한 감독님이 어느 유명한 매니지먼트사 대표와 논쟁을 벌이다가 "이런 XX, 매니저면 운전이나 잘 하면 되지..."라며 소리를 질렀다는 시절입니다. 그런데 박씨는 최근에서야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운전도 못하는 매니저가 대체 어떻게 살아남아서 업계를 주도했는지는 참 의문입니다. (물론 이 책에는 소상하게 내용이 나옵니다만, 그 내용을 제가 소개하는 건 곤란할 듯 합니다. 책도 팔려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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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가까이서 본 박이사님은 참 호기심 많고 잘 빠지는 사람입니다. 뭘 하나 좋아하면 푹 꽂히는 스타일이고, 역지사지를 잘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주변 사람들, 특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솔직히 기자와 매니저라는 관계상 저한테 뭘 특별히 잘 해준 기억은 없지만,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잘 해준 기억도 별로 없는 그냥 공평한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희한하게도 이 책이 나온 날짜가 1월10일. 그리고 이 책의 뒷부분에는 '15년을 그녀와 함께 일했다. 그녀가 일을 그만 두겠다고 한 날 하늘이 쪼개지는 줄 알았다'는 김혜수의 추천사가 들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 기사가 터졌고, 아무도 본인들로부터는 코멘트를 따 낼 수 없을 때, '한국에서 김혜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책을 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온 사방에서 인터뷰 제의가 들어왔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말을 수십차례 반복해야 했다고 합니다.

조금만 영악한 사람이라도 살짝 책 선전이 될 정도로만 얘기를 '흘렸겠지만', 이 사람은 그럴 인물이 못 됩니다. 하긴 참 '비즈니스 감각 없는 매니저'라는 얘기를 칭찬으로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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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국까지 다녀온 마당에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인디 음악쪽 일을 해보려고 한다'더군요. '그걸로 무슨 돈이 되겠느냐'고 말리는 척 했는데 그래도 하고 싶답니다. 하긴 옛날에 저한테서 공연 티켓깨나 뜯어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사람이 뭐 그렇게 계산에 밝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한국 연예산업에 벤처와 우회 상장 바람이 불어 개도 수표를 물고 다닌다던 시절, 한국에서 제일 큰 매니지먼트사의 2인자로 있으면서도 '한 30억쯤 챙겼지?'라는 질문에는 '챙기긴 챙겼지. 근데 그게 따지고 보면 언젠가는 주식이 올라서 그 정도 될 거라던가...' 라고 할 정도로 셈이 어두웠죠.

한마디로 이 책,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그렇게 자기 실속 안 챙기고 스타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살았던 사람(이런 식으로 쓰고 있으니 왠지 추도사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스타들의 가장 친한 친구로 남은 사람의 기록입니다. 어떻게 하면 스타들을 키워서 돈 벌고 성공하고 유명해질 수 있을까가 궁금한 사람이 볼 책은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남자들이 판 치는 세계에 들어가서 자리를 굳힐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컴플렉스를 이기고 자기 역량을 펼칠 수 있는지에 궁금한 여자들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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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블로그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는 구절도 있습니다. 매우 기특합니다.

(근데 이보셔. 물론 이름만 소개해도 어떻게 찾아 오겠지만 도메인은 덧붙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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