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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의 '슈퍼스타 K'는 날이 갈수록 한국 방송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케이블 TV 프로그램 한편이 8%대의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죠. 특히 27일 밤 방송분은 순간 시청률이 10%를 넘었습니다.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8%에 미치지 못하는 프로그램 천지입니다. 케이블 TV에서는 아직도 시청률 1%면 '대박'으로 칩니다. 물론 최홍만이 나오는 K1 처럼 일시적으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한국 방송사가 기획한 프로그램이 이런 시청률을 매회 보이고 있는 건 지금까지의 경우를 돌이켜 볼 때 기적이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물론 그냥 기적이라기보단 지난 10여년간의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는 거라고 봐야 할 겁니다.



이런 역사적인 프로그램이고, 칭찬할 일 투성이인 프로그램이지만 2년째를 맞은 '슈퍼스타 K'에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이미 칭찬은 온 사방에서 받고 있는 만큼, 이번 포스팅에서는 약간의 쓴소리를 하고자 합니다). 처음으로 이런 대형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작년이라면 다소간 문제점이 보이는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지난해에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이 올해에도 그대로 답습되는 것은 좀 문제라고 봅니다.

가장 묻고 싶은 것은, 결선에 진출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아예 파이널 10 선발이 안 될 후보자들을 굳이 출연시키고, 예선을 통과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40대 이상의 출연자들이나 10세 이하의 어린이, 그리고 연주자가 포함된 그룹의 선발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재능이 없는데 무리하게 뽑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분들은 그저 대회 초반의 '화제용'으로 그냥 소비되고 마는 것이 아니냐는, 대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7일 방송은 각 지역 예선을 통과한 150여명을 50명으로 줄이고, 이 50명을 5명씩 10개 조로 나눠 그룹 미션(중창)을 치르게 하는 데까지를 다뤘습니다. 그 150명에는 상당수의 '특이한' 후보들이 선발됐습니다. 40세 이상의 참가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고, 7세의 막내를 포함한 엄마와 세 남매 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명 이상이 팀을 이룬 여러 멤버들도 있었습니다.

일단 40세 이상의 참가자 가운데서는 단 한명도 살아남아 50명에 들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슈퍼스타 K'가 글자 그대로 미래의 슈퍼스타가 될 인재를 뽑는 프로그램이라고 치면, 40대 이상이 최종 1위로 선발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죠.



물론 40대 이상 참가자를 처음부터 막지 않은 이유도 알 듯 합니다. 아마도 폴 포츠라든가 수잔 보일 같은, 예기치 못한 보석 같은 참가자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건 어찌 보면 좀 과욕입니다.

폴 포츠나 수잔 보일, 그리고 미성의 소년 섀힌 자파골리처럼 나이가 많거나 혹은 나이가 너무 어린 참가자들이 뽑혀 화제가 된 것은,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슈퍼스타 K'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 두 프로그램은 출발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글자 그대로 전 국민 장기자랑 프로그램이고, 여기서 뽑힌 팀은 여왕의 생일날 펼쳐지는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는 것이 '유일한 혜택'입니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뽑는 과정은 '가수로서의 성공 가능성' 같은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심지어 장르도 노래 하나만이 아니라 연기와 춤 등 '장기'라고 할 수 있는건 모두 포함됩니다. 합숙이나 그룹 미션 같은 것도 없죠.

반면 '아메리칸 아이돌'은 철저하게 '미래의 아이돌 스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역 예선의 콘텐트화, 가혹한 팀 미션, 주제에 따라 적응력을 보는 주제별 미션 등 '슈퍼스타 K'의 뼈대는 모두 '아메리칸 아이돌'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탑 10 정도에 드는 최종 후보들은 합숙으로 단련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슈퍼스타 K'에서 40세 이상의 참가자나, 7세의 어린이를 뽑은 것은 '아메리칸 아이돌'의 시스템에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요소를 너무 무리하게 끼워 넣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무리는 7세의 강화란 어린이에게서 금세 드러났습니다. 물론 강화란 어린이의 노래 솜씨는 기가 막혔고, 박진영 심사위원의 말대로 마이클 잭슨이나 재닛 잭슨 처럼 어린 나이에 두각을 보인 엔터테이너들이 있지만 그들이 이런 단기간의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뽑힌 것은 아니죠.

7세 어린이를 5명씩 10팀이 치르는 그룹 미션에 끼워넣은 건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그룹 예선까지 15시간이라고 초침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7세짜리 어린이와 함께 연습을 해야 하는 팀은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소속됐던 팀에서 강화란 어린이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보낸 것도 가혹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머지 팀원들에게는 글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 팀원들이 그런 선택을 강요당한 셈이죠.

두번째 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 노래 맞출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 다들 잠 잘 시간을 줄여 가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일곱살 어린이에게는 역시 잠이 우선이었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시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다섯시간 이상 잔 팀은 없을 겁니다. 그걸 생각하면 일곱살 짜리를 데리고 있는 팀은 아동학대를 감행하거나, 아니면 단체 탈락을 무릅쓰고 어린이에게 적정 수면시간을 제공해야 할 상황이었던 겁니다.

결국 시간이 늦자 강화란 어린이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먼저 자러 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연습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나머지 멤버들에겐 참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대회의 진행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곱살 어린이를 '어른들의 경쟁'에 포함시킨 제작진이 무성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를 방출시킨 첫번째 팀원들이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이 대회를 평생의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한 것 역시 제작진이 방조한 상황일 뿐입니다.




아울러 그룹으로 출전한 사람들을 찢어 놓는 그룹 미션을 생각하면, 사실 그룹 참가자는 아예 예선에서 뽑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다양한 참가자가 나오는 것이 방송상 '볼거리'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다음의 그룹 미션 상황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예를 들어 5명이 한 팀인 타란툴라는 전원이 노래하는 그룹이 아니라 보컬과 연주가 구분되는 팀입니다. 이 팀원들도 하나씩 쪼개져서 그룹 미션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한 팀의 멤버가 같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게 그룹 미션의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명씩 10팀이 출전하는 그룹 미션에서 최종 선발자는 10명. 한 팀에서 1명꼴로 선발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연주자의 기여가 얼마나 높을지는 모르지만 한 팀의 5명 중에서 드럼이나 기타 연주자가 뽑힌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슈퍼스타 K' 제작진은 한 대회에서 밴드, 중창단, 래퍼, 댄서, 보컬을 모두 보여주고 싶을 지 모르겠지만, 이건 참가자들에게는 대단히 불공평한 대회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슈퍼스타 K'가 모델로 삼고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은 철저하게 '프로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솔로 가수'를 선발하는 데 조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1차 대회를 통해 대회의 성격은 이미 공개되어 있는데 그런 불리한 조건을 알면서도 출전하는 팀들은 그런 조건을 감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참가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도 '슈퍼스타 K'가 계속될 것이 분명한 이상, 다음번에는 좀 더 세심하고 정교한 경쟁이 이뤄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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