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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남자의 자격' 하모니 미션이 마침내 막을 내렸습니다. 근 2개월에 걸쳐 하나의 미션에 대한 방송이 진행된 것도 처음이지만 살을 찢는 것도 아니고, 마라톤을 하는 것도 아니고, 번지 점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종격투기를 하는 것도 아닌 합창 하나로, 그것도 인기 스타들의 집합도 아니고 글자 그대로 '어중이 떠중이 듣보잡'이 모인 33명의 합창단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마지막 방송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사람은 '챔프' 서두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물은 곧 다른 합창단원들에게도 전염됐습니다. 이 대형 미션의 마지막 초점이 그에게 맞춰진 이유는 뭘까요. 이 미션에서 '서두원'이 상징했던 것을 생각하면 답은 간단합니다. 그건 바로 '꿈'이라는 단어입니다.



서두원은 "노래하는 것이 꿈이었고, 평생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는 꿈이었는데 이렇게 이뤄졌다"며 눈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지휘자인 박칼린 음악감독에게,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에게, 더 나아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전국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는 노래방 간판만 봐도, '노래할 곳이 없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을 겁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녹음해서 CD까지 만들어 주는 곳이 즐비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걸로는 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노래하는 걸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도 혼자 노래방에 가지는 않습니다(뭐 굳이 필요하다면 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당연한 얘깁니다. 누구든 내가 노래를 하면, 누군가 그 노래를 듣고 호응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노래에 자신이 있다면, 어떤 큰 무대에서 노래하고 그 노래를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 주기를 바랄 겁니다. 이게 더 나아가면 왜 '슈퍼스타 K'에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지를 설명하는 이유가 될 겁니다.

서두원은 격투기 선수라는 스스로 선택한 직업과, 그 분야에서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버리고 뛰어들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이것도 죽기 전에 꼭 한번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은 꿈인 건 분명합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이경규는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는 단원들에게 "이거, 아무 것도 아니야. 이게 잘 되고 안 되고가 여러분의 인생에 무슨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그냥 잘하건 못하건 하면 돼"라고 얘기합니다. 분명한 사실입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서 노래하기 위해 당장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할 정도로 대단한 희생을 치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건 더 절실한 꿈이기도 합니다. 그런 꿈을 이룬 서두원은 비록, 합창대회에 나와 장려상을 받았다고 해서 인생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죽는 날까지 기억할만한 추억을 갖게 됐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것이고, 그 기쁨은 많은 사람들의 감동과 부러움을 샀습니다.

본래 '남자의 자격'에 속해 있던 이경규와 다른 멤버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어쩌면 모두 크고 작은 서두원입니다. 단복을 차려 입고 무대에서 노래하던 사람들 중에는, 노래하고 사람을 웃기는 것이 평소의 직업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아무런 보상을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노래할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심지어 그 중에는 점심때 순두부백반을 먹고 들어와 하루 종일 재미없는 액셀 프로그램을 돌리던 사람도 있고, 뉴스 시간이면 원고를 챙겨 들고 마이크 앞에 앉는 아나운서도 있습니다.



두어달 동안 방송된 '남자의 자격'을 통해 가장 강조되고, 끝없이 반복된 단어는 바로 '꿈'입니다. 이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 중 절대 다수는 하루 일과 중 점심시간때가 가장 행복한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드라마 보는 게 유일한 낙인 주부들입니다. 그리고 '남자의 자격'은 이 사람들에게 은근히 심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떤 질문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은 대체 꿈이 뭔가. 정말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에도 지금처럼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정말 그랬나. 혹시 지금이라도 예전의 꿈을 기억해 낼 수 있나. 꿈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생각은 없나.'



물론 이런 질문들은 살면서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질문들입니다. 누가 자극을 주지 않아도 불현듯 담배 연기와 함께, 소주잔 너머로 보이는 TV 화면 속에서, 집안 식구들이 황급히 비우고 나간 아침 식탁 너머로 고개를 들었다 금세 사라지곤 합니다.

'남자의 자격'을 보고 나서 가슴을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은 분들 중에도 90% 정도는 이 '하모니' 미션이 끝남과 동시에 그 질문을 잊어버리고 그냥 살던 대로 계속 살아갑니다. 하지만 나머지 10%, 아니 5%만 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면 '재미없는 세상'은 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마지막 연습때 단원들이 박칼린 음악감독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장면이 소개됐습니다. 그리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 방송에 출연한 박칼린 선생에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제가 보기에도 영화같았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꿈꾸는 법을 가르쳐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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