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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TV 신에서 가장 열연하고 있는 배우로는 SBS TV '대물'의 고현정과 MBC TV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 배우 모두 팔색조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여배우로서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작품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두 배우에 대한 평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고현정은 '선덕여왕'에 이어 다시 한번 카리스마를 재확인했다는 호평에서부터, 사투리 쓰는 아가씨에서 아나운서, 그리고 대통령에 이르는 다양한 변신에 성공했다는 칭찬을 듣고 있는 반면 신은경은 '신들린 열연'이라는 말은 듣고 있지만 그 이상의 호평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작품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먼저 '대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그린다는 이 드라마는 고현정이 대통령이 될 결심을 하기까지를 그리는 단계입니다. 사투리 쓰는 아가씨에서 방송국 아나운서가 되는데 성공한 고현정은 카메라기자인 남편이 중동 위험지역에 무리하게 취재를 나갔다가 현지 반군들에게 인질로 잡혔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결국 남편의 죽음을 맞은 고현정은 왜 대한민국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 주지 않느냐는 항변을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대통령이 된 장면에서도 "더 이상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있어선 안됩니다. 그것이 제가 대통령이 된 이유입니다"라고 말하죠.
그 다음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 이 인물은 성공을 위한 집념의 화신입니다. 아버지에게 은혜를 입은 재벌 회장이 의리의 실현을 위해 자신의 아들과 언니를 결혼시키려 하자 깡패 출신 직원을 동원해 언니를 강간하게 하고, 자기가 언니 대신 재벌 아들과 결혼합니다. 그 재벌 회장 아들이 이미 임신한 내연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자 자기 대신 아이를 낳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 아이를 후계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방송가에 등장했던 막장 드라마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초 막장 스토리입니다. 그렇게 해서 다른 여자가 대신 낳아 자신이 아들로 기른 유승호가, 자신이 낳아서 어떻게 자랐는지도 모르는 딸 서우와 연인이 된다는 얘기죠. 전에는 드라마 한 편 정도를 만들 수 있었던 사연과 배신과 원한과 우연이 한방에 시청자를 집어삼킬듯 기세가 등등합니다.
고현정과 신은경에 대한 평가의 차이는 '대물'과 '욕망의 불꽃'의 차이입니다. 물론 '대물'이 흠 없는 걸작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설정은 억지 투성이고, 인물들은 어처구니 없는 대목에서 시청자보다 훨씬 빨리 흥분해버립니다. 감정을 절제해서 전달하지 못한다는 면에서는 사실 '욕망의 불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물'에서 고현정이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는 충분히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느끼는 분노에 개연성이 있고, 그건 한국인들이 작은 나라 사람으로 태어나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겪었던 일과 와 닿습니다. 비록 드라마 속의 작은 분풀이일 뿐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는 맛이 있습니다.
반면 신은경이 '욕망의 불꽃'에서 재벌가 며느리가 되고, 아들을 재벌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은 어떨까요. '나도 저런 상황이면 저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도의 공감은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얼마나 인간이 추악해 질 수 있는지 한번 보자'는 정도는 가능할까요? 여기에는 어떤 명분도, 어떤 메시지도 없습니다.
'욕망의 불꽃'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시청자들을 향해 '그래, 당신들이 비틀린 스토리를 좋아한다니, 사람들의 어두운 면을 좋아한다니, 거기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 주지. 자,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지독한 스토리야' 라고 속삭이는 목소리 뿐입니다. 진저리가 쳐 질 정도입니다.
지금 두 배우가 받고 있는 평가의 차이에는 개개인의 기량이나 실력보단 작품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주인공들이 기본적으로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느끼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욕망의 불꽃'에서 신은경이 연기하는 캐릭터나 그 주변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상은 참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그리고 '욕망의 불꽃'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대체 막장 드라마의 끝은 어디까지일지도 한번쯤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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