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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시더군요. 이렇게 거의 모든 사람이 호응하는 영화가 참 드물다는 생각도 드는데, 은근히 글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쿵푸팬더'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꽤 있을 내용을 좀 정리해 봤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쿵푸팬더' FAQ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Q1. 대체 시푸는 무슨 동물인가?

A1. 지난번 올린 글에 대한 댓글에서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는데, 레드 판다(Red Panda) 혹은 레서 판다(Lesser Panda)입니다. 두 가지 이름이 혼용되는 동물이죠. 우리 말로는 너구리판다라고도 하고, 과천 서울동물원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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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2500마리 정도만 남은 희귀동물이고, 같은 판다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역시 너구리과의 동물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포 종류의 큰 판다의 공식 명칭은 '자이언트 판다'입니다. 아무튼 판다라는 이름 때문인지 이 동물도 주식이 죽순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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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Raccoon)와 별 차이가 없지만, 시푸와 너구리의 차이가 있다면 바로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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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줄무늬가 있는 탐스러운 꼬리가 레드 판다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시푸가 전형적인 레드 판다의 얼굴은 아니군요.

아무튼 시푸 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도 "무슨 동물을 연기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나도 처음 보는 동물이라 물어봤더니 '레드 판다'라고 하더라. 나는 처음에 그냥 대충 얼버무리는 줄 알았는데 다시 '작은 레드 판다'라고 정정해 주더라"고 했습니다.





Q2. 캐릭터들의 이름은 한자 의미와 어떤 관계가 있나?

A2. 매우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시푸(Shifu)는 마지막 영화가 끝난 뒤의 크레딧에 사부(師傅)라고 표기됩니다. 이건 '사부'의 중국 발음이죠. 캐릭터의 이름이 아니라 그냥 사부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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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대사부 우궤이 역시 오구(烏龜)의 중국식 발음입니다.

오구혹은 금구는 중국에서 말하는 남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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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왠지 이 분의 영향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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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의 무천도사죠.

이런 버전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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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무천도사 아니 우구웨이 노사부의 목소리로 출연한 분은 한국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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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죠? 영화 '매트릭스 리로디드(2)'에서 트리니티 뒤에 매달려 가던 키메이커.

랜달 덕 김이라고 불리는 분이죠.


반면 악당 타이렁(大龍)은 이름과 실제 캐릭터(표범)이 별 상관 없는 경우죠. 무슨 경우인지 타이렁이 호랑이라고 우기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백표 혹은 설표(雪豹)라고 불리는 흰 표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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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출생의 비밀(^^)을 의심케 하는 포의 아버지 이름은 평선생(平先生). 영어로도 미스터 핑(Mr. Ping)이고 오리가 아니라 거위(Goose)였습니다. 그 밖의 동물들은 모두 육안으로 보는 바와 같습니다.




Q3. '쿵푸 팬더'의 무술지도는 누가 했나?

A3.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트릭스'의 원화평이나 직접 성우로 참여한 성룡 정도가 무술지도(action choreography)를 맡았을 걸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독 중 하나인 존 스티븐슨은 "사람의 동작을 기본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동물 탈을 쓰고 무술을 하는 것 보다는 동물이 직접 무술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동물의 동작과 무술의 품세를 혼합하는데 주력했다"며 유명 무술가를 기용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래서 이 만화의 애니메이터들은 동물의 동작을 연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는군요.



Q4. 하지만 역시 기본은 소림오권 아닐까?

A4. 존 스티븐슨은 "당연히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퓨리어스 파이브와 소림 오권의 동물이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죠. 본래의 소림오권은 용, 호, 표, 학, 사의 다섯가지입니다. 여기서 용권과 표권이 빠진 대신 후권과 당랑권이 들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스티븐슨은 "여러가지 권법의 자세와 이념을 검토한 결과, 낮은 자세에서 상대의 약점을 노려 파고 들어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표권이 가장 '악당의 권법'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타이렁이 표범이 된 데엔 이런 이유가 있었죠.

아무튼 실제 오권 중 호권의 자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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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그리스의 기본 자세를 비교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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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권법을 연구했다는 말이 그냥 헛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Q5. 속편은 언제 나오나?

A5. 여기저기서 '이 영화는 본래 6편의 시리즈로 기획됐다'는 말이 있는데 출처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이런 문건은 눈에 띄질 않았고, 잭 블랙은 일단 칸 시사회를 마치고 "이미 2편의 시나리오가 완성된 상태다.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고, 흥행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어도 스튜디오 측이 6편까지 미래를 내다본다는 건 좀 무리죠. 물론 마음이야 먹을 수 있겠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1편도 개봉되기 전에...^^

2편은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1편에서 스토리 총책임자를 맡았던 제니퍼 여(여인영)씨가 2편에서는 감독으로 데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군요.



아무튼 잭 블랙과 함께 한 10편만 시리즈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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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 만세!



p.s. 저도 궁금한게 있는데 결국 해결 못한게 있습니다. 대체 시푸의 비기라는 Wuxi Finger Hold란 본래 어떤 무공을 말하는 걸까요? '오현지' 혹은 '철비파수'라는 중국 쪽에서 나온 주장이 있던데... 무협계 분들의 도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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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본 사람도 있고, 자진해서 보러 간 어른도 있을 겁니다. 과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재미있다'는 느낌 외에 아마 다른 걸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영화의 가치는 '재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만드는 사람들도 굳이 다른 가치를 담기 위해 단 1분도 낭비하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간판인 '슈렉' 때만 해도 외모지상주의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가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쿵푸 팬더'에서 그런 의미를 찾는 건 그야말로 시간 낭비죠.

하지만 그건 전혀 흉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위력은 정말 가공할 정도입니다. 상영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모를 정도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가 되면 너무 빨리 끝나는 게 아쉽다는 마음 뿐입니다.

줄거리는 - 굳이 얘기하자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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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성전인 제이드 팰리스에는 대사부 우쿠웨이(거북이)와 시푸(레드 판다 혹은 레서 판다)가 타이그리스(호랑이), 멍키(원숭이), 크레인(학), 맨티스(사마귀), 바이퍼(뱀) 등 다섯명의 유명한 제자들을 거느리고 살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 못잖은 인기를 누리는 이들은 마을의 국수집 아들 팬더에게도 동경의 대상이죠. 대사부 우쿠는 제자들 중에서 최강의 '용의 전사'를 선발하기로 하고, 대회 구경을 간 팬더가 우여곡절 끝에 용의 전사로 지명됩니다.

한편 시푸가 키워낸 최강의 제자이지만 승부욕에 눈이 멀어 뇌옥에 감금된 타이렁(표범)이 우연한 기회에 탈출에 성공하고, 타이렁은 스스로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해 제이드 팰리스로 발길을 돌립니다. 시푸는 어떻게 단기간에 팬더를 훈련시켜 타이렁을 막아야 할지 고민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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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수없이 많이 되풀이된 무협 코미디 영화의 기본에 충실합니다. 또 동물 친구들의 우정과 자기 혁신, '중요한 것은 마음 속에 이미 갖춰져 있다'는 천번 이상 되풀이된 메시지,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애니메이션은 관객들을 만족시키고, 열광하게 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자니 옛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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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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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습을 바꾼 셈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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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팬더의 특징을 알아차린 시푸가 만두를 이용해 팬더를 훈련시키는 장면 등은 그야말로 '취권'이나 '사제출마' 등 젊은 날의 성룡이 출연한 히트작들을 그대로 옮겨 온듯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아시다시피 할리우드는 이미 그런 시도를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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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포비든 킹덤'입니다.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당대 홍콩 무협 최고의 스타들을 기용해 다소 유치한 수준의 코미디를 만든다는 발상까지는 '포비든 킹덤'과 '쿵푸 팬더' 사이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을까요? 만화적인 액션? 액션에서는 오히려 차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이연걸과 성룡에다 와이어 액션과 CG의 힘이 더해진 '포비든 킹덤'의 액션 장면들은 진짜 만화보다 더 만화적이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하지만 문제는 배우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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젋은 날의 성룡같은 배우가 있다면 모를까, '포비든 킹덤'은 배우들의 연기가 안 그래도 어설픈 대본을 저 아스라히 먼 곳까지 날려 보낸 범작입니다. 하지만 '쿵푸 팬더'의 동물 배우들은 목소리 연기자들의 이름 값답게 제 몫을 해내죠.

어찌 보면 안젤리나 졸리(타이그리스), 잭 블랙(팬더), 더스틴 호프먼(시푸), 루시 류(스네이크) 등의 유명 스타들의 힘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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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목소리 뿐만이 아닙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쿵푸 팬더'의 애니메이터들은 타이렁에게 실망한 시푸의 깊은 후회, 그런 시푸가 자신에게는 사랑을 기울여 주지 않아 마음 속에 상처가 남아 있는 어린 타이그리스, 그리고 은근히 성깔 있는 팬더의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충분히 전달해줍니다.

이건 어찌 보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그래픽'에 엄청난 돈을 뿌려온 거대 제작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 '파이널 판타지'에서 최근의 '베오울프'에 이르기까지, 인간 배우들과 구별하기 힘든 애니메이션을 추구한 사람들이 '쿵푸 팬더'를 봤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외형이 얼마나 사람과 가까우냐'가 아니라, '그 캐릭터들이 얼마나 인간이 느끼는 것과 근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느냐'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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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환상적인 것은 마크 오스본 감독입니다. 아마도 '쿵푸 팬더'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모든 무협 관련 작품 중에서(물론 '와호장룡'을 포함해서) 가장 아시아의 무협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일 겁니다.

아마도 그만큼 진짜 무협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죠. 어떤 면으로는 성룡과 그 주변 인물들이 추진해 온 코믹 쿵후의 세계가 이제 전 세계인에게 먹혀 들 정도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렇게 탄탄하고 흡수력 좋은 대본을 만들어낸 건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코미디를 만들든, 공포영화를 만들든 거기에 '메시지'나 '의미', 혹은 '교훈'을 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한국 영화인들에게도 이런 영화가 좀 자극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무튼 미국내 흥행에서도 첫주 1위를 차지한 '쿵푸 팬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국내에서는 벌써부터 '슈렉'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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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런데 궁금해지는게 있습니다. 팬더의 아버지가 오리(?)인 것은 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팬더는 그냥 그 집안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뜻 뿐일까요?

아무튼... 잭 블랙은 역시 지존입니다.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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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좀 부실한 듯 해서 추가했습니다.

http://isblog.joins.com/fivecard/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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