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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볼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각양각색입니다. 주인공을 보고 고르는 사람(통계에 따르면 모든 조건 중에서 남자 주인공을 기준으로 고르는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감독을 보고 고르는 사람, 또는 특정 제작사(예를 들자면 전성기의 골든 하베스트나 워킹 타이틀)의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 등등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겠지만 제게도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실망하든 만족하든 '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어쨌든 보고 나서 말을 해야 하는' 감독에 속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론이 그렇듯 말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의 '벼랑 위의 포뇨'가 18일 국내에서도 개봉됩니다. 2004년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4년만이지만, '하울'은 원작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야자키의 오리지날 스토리로 된 작품은 2001년의 '센과 치히로의 모험' 이후 7년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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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간단한 줄거리를 보자면 이렇습니다. 주인공인 다섯살 소년 소스케는 벼랑 위의 집에서 선장인 아버지 고이치, 양로원에서 일하는 엄마 리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바닷가에서 놀던 소스케는 사람의 얼굴을 한 빨간색 붕어 한마리를 발견하고, 포뇨라는 이름을 붙여 친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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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히로가 성장한 듯한 씩씩한 엄마 리사)

하지만 포뇨의 아버지 후지모토는 인간 세상이 싫어 바다에서 살기로 결심한 마법사. 후지모토는 갖은 수단을 다해 포뇨를 바다로 다시 데려옵니다. 하지만 포뇨는 육지로 나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죠. 결국 포뇨는 수많은 동생들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실험실에 침투하는데 성공합니다.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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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뇨의 아빠인 마법사 후지모토)

'벼랑 위의 포뇨'는 한폭의 예쁜 동화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않은 작품입니다. 그만치 어린 관객들을 의식한 부분이 많이 눈에 띕니다. 예쁜 화면, 너무나도 앙증맞고 귀여운 캐릭터, 동화적인 전개 방식과 일체의 비극이나 희생을 배제한 플롯 등등이 어린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맞춤형 작품으로 결실을 맺은 셈입니다.

그런 한편으로 또 작품을 볼작시면 은근히 미야자키 선생이 뿌려 놓은 떡밥이 눈길을 끕니다. 그냥 그림만 보기에 심심한 어른 관객들을 위해 생각할 거리를 주자는 심산이겠죠. 뭐 당연히 이 작품의 포스터만 봐도 생각나는 '인어공주'나 '니모를 찾아서'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인어공주'의 막내 공주는 다리가 생긴 뒤에도 땅을 밟을 때마다 면도칼 위를 걷는 고통을 느꼈지만 다행히도 우리의 포뇨는 착한 제작자를 만난 덕분에 아무 통증 없이 땅 위를 달립니다.

그런데 아버지 후지모토는 자신의 장녀(포뇨)를 브륀힐데라고 부릅니다. 딸이 브륀힐데 라면 아버지 후지모토는 자동적으로 보탄(오딘)이 되고, 그 수많은 일본 명란젓 광고에 나오는 것 같은 꼬마 동생들은 발퀴레가 되는 거죠. 네. '벼랑 위의 포뇨'와 '니벨룽의 반지' 사이에는 제법 깊은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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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뇨의 동생들, 왠지 다음 사진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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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명란젓 광고입니다. 비슷하지 않습니까? ^)


이런 관계에 대한 추정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생명의 물을 마신 포뇨가 거대한 물고기로 변한 동생들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수면을 향해 솟구칠 때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유명한 '발퀴레의 기행'과 아주 흡사한 연주곡이 울려퍼집니다. 변주곡이라고 해야 할지도.

푸르트벵글러의 기악곡 버전 '발퀴레의 기행'입니다. 본래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중 2부에 해당하는 '발퀴레' 3막에 나오는 곡인데, 여기서는 발퀴레 역을 맡은 소프라노들의 목소리가 빠져 있습니다. 뭐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보신 분이라면 너무나 귀에 익었을 곡이죠.



 
바그너의 장대한 4부작 '니벨룽의 반지'의 근간이 되는 '니벨룽의 노래' 신화에 비쳐 보면 소스케 역시 지그프리트의 자리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죠. 브륀힐데는 아버지인 주신 보탄의 명을 어긴 죄로 봉인당하고, 난관을 돌파하고 그녀를 찾아올 만한 영웅을 만날 때까지 잠자는 신세가 되죠. '벼랑 위의 포뇨'에서도 후지모토는 포뇨를 공기방울 안에 가둬 둘의 만남을 방해하지만, 결국 포뇨의 엄마인 바다의 여신의 뜻에 따라 둘을 다시 만나게 하기도 합니다.

(그 다음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 듯 하여 색깔로 가려 놓겠습니다. 감수하고 보실 분이나, 이미 영화를 보신 분만 보시기 바랍니다. 마우스로 긁으면 글자가 보입니다.)

'니벨룽의 반지'의 마지막 4부 제목은 '신들의 황혼'입니다. 이 '황혼'은 북구 신화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라그나로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신들의 시대가 가고 인간들이 자신의 역사를 일궈나가기 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이 신화에서 주인공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는 비극적인 운명을 마치고, 그것이 신화의 종결을 상징하지만 포뇨와 소스케는 행복한 결합을 통해, 바다의 힘으로 인간들의 문명에 종지부를 찍으려던 아버지 후지모토로부터 인류 문명을 보호합니다. 어쨌든 '인류 문명의 재개'를 뜻한다는 의미는 통한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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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란맘마레)

포뇨의 엄마 이름은 '그란맘마레'라고 되어 있죠. Grandmom와 프랑스어로 바다를 뜻하는 mare의 합성어입니다. '바다 할머니' 정도가 되겠군요. 대강 봐도 농경문화가 발전했던 지역에서 숭상해온 대지의 여신(大母神, Magna Mater)의 해양판에 해당하는 바다의 여신입니다. 과문한 탓인지 바다의 주신을 여신으로 설정한 신화는 그리 접해보지 못해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소스케의 아빠 고이치가 탄 배의 선원들에겐 '관세음보살'로 보이죠.

어른 관객들에게는 소스케와 포뇨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너무 간단하고 단순하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결말은 활짝 열려있는 진행형이긴 합니다만, 미야자키 선생은 두 어린아이가 기존의 주인공들처럼 어려움을 겪는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듯 합니다.

아무튼 일본에서도 이 작품은 엄청난 흥행 성과를 거뒀고, 어린이들은 미칠듯이 좋아했지만 어른들은 '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뒤로 갈수록 너무나 단순해지면서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플롯 상의 문제들(대체 왜 소스케 엄마와 포뇨 엄마가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밀담을 나눠야 하는지 등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기도 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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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저는 심심해서 해 본 짓이지만, 사실 '벼랑 위의 포뇨'같은 영화를 보면서 이런 저런 신화와 연관을 지어 보는 건 상당히 바보같은 짓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스크린에 지나가는 곱고 귀여운 형상들을 보면서 가벼운 유머에 미소지으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닌가 싶은 거죠. 혹시 옆에 앉아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는 어린이들이 보이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입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메시지요? '벼랑 위의 포뇨'에서 받을 만한 메시지라면 이미 수십년 전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나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의 토토로'에서 충분히 다 받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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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미야자키는 소스케 캐릭터에 대해 "아들 고로가 다섯살 때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아들 고로'가 바로 욕을 엄청나게 먹은 '게드 전기'의 감독이죠.

주제가, 마냥 신납니다.^^ 정말 중독성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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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화제의 영화 '쌍화점'이 공개됐습니다. 예상을 뛰어 넘는 신체 노출과 자극적인 장면들이 일단 눈길을 끄는 가운데 보는 사람을 압박하는 긴장감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잘 봤지만, 자세한 리뷰는 일단 뒤로 미루겠습니다. 아직 개봉이 열흘 넘게 남은 터라.^^)

영화 '쌍화점'을 보면 막연히 이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 대의 이야기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과연 실제 역사와 얼마나 흡사한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과연 영화 '쌍화점'은 얼마나 실제 역사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거의 그대로 가져온 부분이 상당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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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점'은 왕(주진모)이 자신이 사랑하는 건룡위 수장 홍림(조인성)에게 왕비(송지효)와 동침하라고 명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처음에는 왕명을 따랐을 뿐인 홍림과 왕비는 점차 이성간의 사랑에 눈뜨고, 이들의 격정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집니다.

공민왕은 1351년 왕위에 오릅니다. 실제로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왕입니다. 우선 강도(강화도)를 나와 원에 입조한 이후 고려의 왕은 조-종의 칭호를 쓰지 못하고 왕으로 강등된데다 반드시 몽고 공주들과 혼인을 해 부마가 되어야 했고, 왕호 앞에 반드시 '충'자를 넣게 되어 있었죠. 충숙왕, 충혜왕, 충선왕 등이 그 예입니다. 공민왕은 굴욕의 '충'자를 떼낼 수 있을 만큼 자주적인 왕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 현종의 치세가 성군으로 꼽히던 전기와 당 멸망의 근거를 가져온 후기로 선명하게 갈리듯, 공민왕의 치세도 전기와 후기로 정확하게 갈립니다. 친원파 귀족들을 척살하고 북방 영토를 회복하며 홍건적을 물리치는 등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공민왕은 1365년, 금슬이 유달리 좋았던 왕비 노국공주가 난산 끝에 사망하자 정치에 뜻을 잃고 이때부터 신돈이 권력을 쥐어 고려말의 혼란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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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년, 신돈 마저도 반역죄로 척살되고(드라마 '신돈'에서 보듯 기득권 귀족들의 반발이라는 설도 유력합니다), 세상 일에 흥미가 없어진 공민왕은 1372년 명문 자제들 중 용모가 아름다운 자들을 골라 자제위(子弟衛)를 궁안에 두게 됩니다. 이때부터 공민왕의 동성애설이 세상에 퍼지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생각해 보십쇼. 궁 안에 거주하는 남자는 본래 왕 하나뿐인게 정상입니다. 나머지 남자는 모두 내시들 뿐이죠. 그런데 궁녀와 후궁들이 득시글거리는 궁 안에 미남 청년들을 풀어놓았으니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궁 안의 풍기가 문란해진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결국 자제위의 하나인 홍륜(洪倫)이 노국공주 사후 맞아들인 익비를 임신시킵니다. 내시 최만생이 이를 공민왕에게 밀고하자 공민왕은 대노하여 사실을 아는 관련자들을 모두 죽이고 입을 막으려 합니다. 이를 눈치챈 최만생은 오히려 홍륜과 결탁해 먼저 공민왕을 암살하죠. (일설에 따르면 동침 자체가 왕의 생각이었지만, 왕실의 안정을 위해 관련자들을 모두 죽이려 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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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은 이미 1363년 흥왕사에서 김용의 자객들에게 목숨을 잃을 위기를 겪었지만 내시 안도치가 대신 칼을 맞은 덕분에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운이 미치지 못했죠. 물론 왕을 살해한 자들도 사후 처리가 미숙했던 바람에 최영과 경복흥 등에 의해 모두 참살당하고 맙니다.

이상은 '고려사'의 기록입니다. 공민왕 사후 우왕-창왕-공양왕으로 세 왕이 더 왕위에 오르지만 사실상 공민왕의 죽음과 함께 고려조는 끝을 봅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사가들은 공민왕의 동성애나 신돈과의 어지러운 이야기 등은 모두 조선 왕조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조선 건국 세력들이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아무튼 이쯤 되면 '쌍화점'의 중요한 스토리는 거의 대부분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역사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어찌 보면 홍륜을 홍림으로 바꿔 놓았을 뿐 역사와 거의 똑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 물론 홍륜과 공민왕의 로맨스 같은 것은 역사책에 기록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죠.

공민왕은 정치와 군사에도 훌륭한 자질을 보였고, 한편으로는 유명한 화가이기도 했습니다. 충분히 사극의 주인공이 될만한 자격을 갖춘 왕이죠. 그의 그림 천산대렵도는 이 영화에도 등장합니다. 물론 - 영화 속의 그림은 종이에 그려지지만 현재 남은 천산대렵도는 비단에 그려진 것이란 차이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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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현재 남은 천산대렵도가 길게 찢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그 그림이 대체 왜 찢어져 있는지도 아마 아시게 되겠죠. 그렇게 따지면 '쌍화점'은 실제 역사와 아귀를 맞추기 위해 대단히 많이 노력한 영화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쌍화점'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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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쌍화점'의 이야기는 아서 왕의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위대한 왕인 아서는 왕비 기네비어가 자신의 오른팔인 랜슬로트와 사랑에 빠지면서 참을 수 없는 모욕과 질투로 타락해갑니다. 그리고 위 장면은 뭔가 이 스토리와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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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서와 랜슬롯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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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혹시 '달콤한 인생'의 강사장과 김실장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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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를 다 넣어 봅니다. 최고급 꽃등심에 싱싱한 전복, 참치 뱃살과 캐나다산 바닷가재를 전부 한 남비에 넣었습니다. 각각 먹어도 맛있는 재료들이니 한꺼번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최고의 요리가 나올까요? 불행히도 늘 그렇지는 않습니다.

'트로픽 썬더'의 진용은 화려하기 짝이 없습니다. 벤 스틸러가 연기파로 변신하려는 액션 스타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를 위해선 성형수술도 불사하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잭 블랙이 진지한 연기파로 변신하려는 악동 코미디언으로 나옵니다. 여기에 톰 크루즈, 닉 놀테, 매튜 매커너히가 조연(!)으로 나오는 이 영화가 과연 재미 없을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영화에서 스포일러를 따진다는게 별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아래 내용 중에 스포일러가 있다는 분이 계십니다. 물론 이 영화의 예고편에도 다 나와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래도 꺼려지시는 분은 여기서 멈추시는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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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면 서너개의 예고편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극중 스타들의 주요 경력이 지나가는 거죠. 터크 스피드맨(벤 스틸러)은 5편까지 속편이 나온 액션 영웅 시리즈로 대단한 인기를 모았지만 최근 하락세인 액션 스타입니다. 아카데미상을 노리고 발달장애 연기에 도전한 '바보 잭(Simple Jack)'역시 엄청난 혹평을 듣죠.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이번엔 월남전 당시의 실화를 다룬 대작 영화 '트로픽 썬더'로 재기를 노립니다.

'트로픽 썬더'는 월남전 영웅 포리프 테이벡(닉 놀테)의 회고록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스피드맨은 포리프 역을 맡고, 상대역인 흑인 오시리스 역으로 아카데미상 5회 수상을 자랑하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 커크 라자러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기용합니다. '한번 어떤 역할을 맡으면 DVD의 코멘터리를 녹음할 때까지 그 역할로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라자러스는 흑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피부색을 바꾸는 수술까지 감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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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뚱뚱이 가족 코미디로 인기를 끈 악동 배우 제프 포트노이(잭 블랙), 마초 이미지의 흑인 래퍼 겸 배우 알파 치노(알 파치노가 아닙니다^^, 브랜든 T 잭슨), 신인급 배우 케빈 선더스키(제이 버루철)이 합류합니다.

하지만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한 이들 톱스타들은 젊은 영국인 감독 콕번(스티브 쿠건)으로선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인물들이라는 게 곧 드러납니다. 당장 영화사 사장인 레스 그로스맨(톰 크루즈)에게 끌려가 혼쭐이 나는 콕번에게 원작자 포리프는 약간 정신나간 아이디어를 줍니다. "엉망진창인 배우들을 위험한 실제 정글에 내던지고, 곳곳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를 동원해 영화로 만들라"는 것이죠. 하지만 베트남 정글 속에 수없이 남은 지뢰, 마약밀매집단의 게릴라, 정글 속의 지독한 날씨가 개입되면서 영화는 이들이 상상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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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정도까지 소개해도 영화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기대가 만발합니다. 정말 기발한 설정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와 만족한 관객들은 많이 잡아야 20%, 냉정하게 보면 10%를 넘지 못할 겁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한국과 미국식 코미디의 온도 차이입니다. 1980년대 이후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코미디는 (1) 바보 흉내로 웃기려는 코미디, (2) 넘어지는 걸로 웃기는 코미디가 되었습니다. 영구 심형래와 맹구 이창훈 이후 바보 흉내로 성공한 코미디언이 없다는 게 방증입니다. '개그 콘서트'의 박준형이나 김대희가 살짝 시도를 했지만 그건 전체 코미디의 일부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리 성공적이지도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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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덤 앤 더머'류의 코미디가 상당히 중요한 장르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벤 스틸러의 특기인 화장실 유머가 결합되면 할리우드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물론 이 계열의 코미디로 한국에서도 패럴리 형제와 벤 스틸러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가 꽤 히트한 적이 있죠. (사실 저는 이 영화가 전혀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똥으로 웃기는 코미디를 대단히 싫어합니다.)

영화 초반에 잭 블랙이 보여주는 1인 6역(7역인가요?)의 코미디 역시 한국인의 유머감각에는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너티 프로페서' 역시 한국에선 그리 히트하지 못했죠. 이 영화의 '필살기'라고 여겨지는 톰 크루즈의 엉덩이 춤 역시 '분장하는데 꽤 애썼구나' 이상의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합니다. 요즘 한국인들의 웃음 포인트를 생각하면 장동건이 대머리 분장을 하고 나와서 춤을 춰도, '...애 썼다' 이상의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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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트로픽 썬더'류의 영화에서 배우들이 따발총처럼 쏴대는 욕설과 풍자를 몇 줄의 자막으로 옮겨놓는다는 건 대단한 무리입니다. 배우들이 한 줄 정도로 읊어대는 문장도 그 배경과 왜 웃기는지의 포인트를 설명하려면 세 줄, 네 줄이 넘어가야 할테니까요.

또 미국 관객들에겐 백인 배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흑인으로 변신해 사용하는 '흑인 영어', 그리고 백인이 흑인 흉내를 내는 것이 불만인 알파 치노 역의 브랜든 T 잭슨과 벌이는 실랑이가 그 자체로서 훌륭한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절대 다수 한국 관객(물론 저 포함입니다)에겐 똑같이 영어 쓰는 놈들끼리 쑈 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 관객들을 위해 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벤 스틸러가 잇달아 시도하는 '플래툰' '람보2'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 패러디 정도입니다. 잭 블랙은 이 영화에서 전혀 코미디를 주도하지 못하고, 그냥 짜증 내는 뚱보 역일 뿐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전혀 웃지 않는 표정으로 로버트 드 니로나 말론 브란도를 형상화한 듯한 '약간 미친 듯한 연기파 배우'를 웃음거리로 만듭니다만,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영화광이 아니라면 전혀 먹히지 않을 코미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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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픽 썬더'는 한마디로 코미디에 대단히 관대한 미국 관객들을 위한, A급 배우들이 B급을 표방하고 만든 영화입니다. 지나치게 내수에 초점을 기울이다 보니 수출용 상품으로서의 매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죠. 미국에서 8월13일 처음 공개돼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한 영화가 한국에선 12월11일에서야 개봉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생활이나 유학, 사업을 앞두고 자신이 얼마나 미국식 정서에 적응했는지를 테스트해 볼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단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스쿨 오브 락' - '아이언 맨'을 재미있게 봤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선택하시는 분이라면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걸 말씀드려야 할 것 같군요. 단단한 각오란, 아무런 기대 없이, 마음을 비우는 걸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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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닉 놀테와 매튜 매커너히는 오히려 꽤 웃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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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이 마침내 막바지로 치달았습니다. 마지막회를 남겨 둔 상태에서 소설 원작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김홍도와 신윤복의 화사대결, 즉 그림 대결 장면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한국 방송계에서는 '경합이나 대결이 나오지 않으면 사극이 아니다'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대결'의 미학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한방의학 드라마 '허준'에서는 살아있는 닭의 몸에 아홉개씩의 침을 놓는 구침지희가 나왔고, '대장금'에선 끊이지 않는 후계자 선발이 열렸죠. '주몽'에서는 태자 자리를 놓고 세 왕자가 경합을 벌였고, '이산'에서는 그리 중요하진 않았지만 송연(한지민)이 화사경합에 참가해 기량을 겨뤘습니다.

하지만 '바람의 화원'에서의 화사경합은 '이산'에서의 경합과는 중량감이 다릅니다. 참가자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인 단원과 혜원이었기 때문이죠.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마저도 '그림 대결에서의 박진감 묘사에는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던 화사경합을 '바람의 화원'은 어떻게 묘사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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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바람의 화원' 전체의 공과를 떠나 3일 방송된 화사대결은 한국 드라마에 남을 명장면 중 하나로 꼽을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화사대결을 위해 지난 몇회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던 드라마의 지지부진한 진행은 비판받아도 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작 소설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김조년은 정향과 윤복의 관계에 대한 질투로 사제간의 화사 대결을 벌이게 만듭니다. 이 부분에서 동기가 좀 납득이 안 가는 부분도 있고, 뭐하러 이런 짓을 벌이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 덕분에 시청자들은 최고의 가상 대결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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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결에 등장하는 그림은 신윤복의 '쌍검대무(雙劍對舞)'와 김홍도의 '씨름도'. 두 사람은 김조년의 발제에 따라 '쟁투'라는 주제에 맞는 그림을 각각 그려 제출합니다...라는 것은 물론 작품의 설정입니다.

실제로 이런 대결이 있었다는 근거도, 두 그림이 같은 시기의 작품이라는 근거도 실제로는 전혀 없죠. 다만 '대결'을 소재로 한 두 작가의 작품을 갖고 이런 설정을 만들어 낸 이정명 작가의 상상력은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쌍검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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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이 씨름도입니다. 두 그림 모두 너무나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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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도에서 동그라미를 친 부분이 바로 이 화사대결의 승부를 가를 수 있었던 김홍도의 '왼손 오른손 실수' 장면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왼손과 오른손이 바뀌어 있지요.

알고 보면 유명 화가들도 이런 실수를 한다고 합니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도 그런 실수가 있다는군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12/2007111200050.html

드라마에서는 이 실수가 김홍도의 의도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살짝 풍깁니다. 또 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김홍도는 황혼을 이용하죠. 황토색과 주황색을 주로 쓴 이 씨름도가 황혼녘의 햇살을 받으면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황토색 위주의 채색이 쓰인 것은 김홍도가 사실은 색맹이었다는 역사적으로 아무 근거 없는 설정과 맞물린 것입니다.

사실 김홍도는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또 있습니다. 바로 아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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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동도'에서도 오른쪽 아래에 앉은 악공의 손이 거꾸로 그려져 있습니다. 저 각도로도 악기를 잡을 수는 있지만, 연주를 할 수는 없겠죠.

아무튼, 장태유 PD의 사설을 풀어가는 솜씨는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화사 대결을 묘사한 손길은 매우 뛰어났습니다. 특히 씨름 그림을 그리기 위해 김홍도가 정지 상태의 사람들 사이를 누비는 장면이나 두 기생의 실제 검무 장면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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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원작에 나와 있는 두 그림의 숫자 균형 중 '쌍검대무'쪽의 7+2+7(그림의 상단, 중단, 하단의 사람 수)만을 살리고, 씨름도의 숫자 균형을 다루지 않은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이날 방송이 55분여만에 끝난 걸 봐선 편집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인 듯 하기도 하고...

보충 설명하자면 김홍도의 '씨름도'의 사람 수 배치는 좌측 상단에 8명, 우측 상단에 5명, 중앙에 2명, 좌측 하단에 5명, 우측 하단에 2명씩입니다.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으로 대각선을 그어 놓고 보면, 정확한 대칭이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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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선을 따라서 배치된 사람 수는 12명, 그리고 우측 상단에서 좌측 하단으로 대각선을 그어 봐도 12명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숫자의 배열을 보면 불균형 속의 균형이 보입니다. 이런 계산이 다 되고 나서 비로소 '거장 김홍도'가 그려 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대결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 주고 있을까요. 소설이든 드라마든, 두 사람의 대결은 무승부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 무승부란 신윤복의 승리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지난번에도 한번 얘기했듯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 대화원 김홍도에 맞서 이름조차 기록되지 못한 화원 신윤복이 그 시대를 넘어 지금에 와서 동등하게 평가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관련글은 아래 링크 참조)



당대에는 비루하고 천한 것으로 여겨졌던 파격적인 화풍이 세월이 흐른 뒤에 제 값을 인정받은 셈이라고나 할까요. 당시의 환경에서 이런 그림을 계속 그려왔던 신윤복이란 화가의 고집을 생각하면, 이 드라마를 반체제 드라마 취급했던 지만원씨의 얘기가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농담이지만 역시 무슨 얘긴가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 참조)



아무튼 '바람의 화원'은 두 화원의 대결을 통해 지지부진했던 중반의 기억을 씻고 깔끔한 마무리를 이룰 수 있을 듯 합니다. 비록 배우들의 이름값에 비하면 10%대 중반을 넘지 못한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봐야겠지만 나름대로 명품 드라마라는 이름도 얻었고, '그림그리기'라는 행위를 본격적으로 영상으로 옮겨 놓은 최초의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기념비를 세웠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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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과는 이렇게 안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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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위에서 잠시 얘기한 유명 화가 실수 시리즈 중의 하납니다. 이 그림은 고흐의 '해바라기(Sunflowers)'. 수많은 해바라기 그림 중 하나로 일명 '14송이 해바라기'입니다. 고흐 자신이 '14송이를 그린 해바라기 그림'이라고 이 그림을 지칭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 그림의 해바라기는 분명히 15송이라는 겁니다. 고흐가 잘못 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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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올드보이'를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어이없어 할만한 얘기였죠.

'올드보이'가 담고 있는 어둡고 음침하며 염세적인 분위기가 윌 스미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와 과연 어울리기나 한단 말입니까. 윌 스미스가 가발 쓰고 성형수술 하고 특수분장이라도 해서 최민식의 얼굴이 된다는 것 만큼이나 어이없는 얘기라서 많은 국내외 팬들은(국외에도 '올드보이' 마니아들은 많습니다) 격렬하게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그동안 언급을 하지 않던 윌 스미스가 모든 사람을 안심하게 할만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드보이'는 '올드보이'인데 박찬욱의 '올드보이'는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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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hool Rejects라는 한 영화 전문 웹진은 21일, 브라이언 깁슨이라는 필진의 글을 통해 윌 스미스가 자신의 '올드보이'는 박찬욱의 영화를 번안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건 전문을 보셔야 직성이 풀릴 겁니다.

제목: 윌 스미스는 올드보이가 박찬욱 영화의 번안작이 아니라고 말했다

윌 스미스의 '7 파운드(Seven Pounds)'의 레드 카핏 시사회에서 막 집에 돌아오는 길이다. 이미 두 번이나 오스카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던 이 스타는 벌써부터 오스카 관련 소문이 돌고 있는 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시사회 투어 중이다. 레드 카핏 시사회 풍경은 나중에 다른 글로 전하겠지만, 나는 스미스를 멈춰 세우고 몇가지 질문을 던진 뒤 함께 낄낄거리고 웃을 기회가 있었는 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내게 있어 가장 궁금한 소식은 그가 스필버그의 '올드보이' 판권 획득에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였고, 스미스는 이 뉴스에 대해 실망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이 소식을 거의 2주 전에 보도했지만, 그 사이 스미스가 내게 얘기해 줄만한 큰 발전이 있었다. 팬들은 벌써부터 이 리메이크와 스미스의 주연설에 대해 탐탁찮은 얘기들을 주고받아 왔다. 글쎄, 그의 입으로 직접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그는 분명히 스필버그의 '올드보이'에 출연한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스미스는 그가 박찬욱의 2003년작 영화를 번안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매우 강조했다. 그럼 대체 어떤 영화일까?

"우리는 지금 그 작업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영화 '올드보이'의 번안은 아니다. 우리의 영화는 바로 '원전'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의 원작 역할을 한 만화 말이다. 영화의 번안이 아니다" 라고 스미스는 말했다.

분명히 스필버그는 영화 '올드보이'가 아니라 원작 만화 '올드보이'의 판권을 구입한 것이다. 아마도 다음 질문은 "대체 그게 무슨 의미야?"라는 것일게다. 팬들이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무도 미국 관객들을 위해 (박찬욱의 영화보다) 더 나은 '올드보이'를 만들려고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건 스필버그가 원작 만화를 각색하려는 것이지 박찬욱의 걸작이 갖고 있는 뛰어난 점을 베끼려 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건 또 스필버그의 작품은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임을 뜻하지만, 사실 원작 만화와 박찬욱의 영화도 아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들어올 때까지 관심을 기울이시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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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스미스와 스필버그는 영화 '올드보이'의 원작이 됐던 일본 만화의 판권을 구입해 그걸 원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와는 다른 영화를 만든다는 얘깁니다. 미네기시-쓰치야의 만화 '올드보이'를 영화화한 새로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죠.

기사 원문입니다.

FSR Exclusive
Will Smith Says Oldboy Won’t be Adaptation of Chan-wook Park’s Film
Posted by Brian C. Gibson (
brian@filmschoolrejects.com) on November 21, 2008

I just came home from a red carpet premier of Will Smith’s film Seven Pounds. The star is on a tour of premiers promoting the film which is starting to create some major Oscar buzz for the already twice-nominated superstar. I’ll have a full red carpet report later, but first, I was able to stop Smith for a few questions, and a couple laughs. One of the hottest topics for me is Smith’s involvement in Steven Spielberg’s acquisition of the rights for Oldboy, and the actor didn’t disappoint on the news front.

We reported on this news almost two weeks ago, but there is a big development from what the star was able to tell me. Fans have already made themselves heard about their distaste for Oldboy being remade and Smith being the man rumored to take the lead. Well, we heard it straight from the star’s mouth that he is definitely starring in Steven Spielberg’s Oldboy…with a twist. Smith wanted to make a very strong point that this is not an adaptation of Chan-wook Park’s 2003 film. So what is it an adaptation of?

"We’re looking at that right now. Not the film though, it’s the original source material. There’s the original comics of ‘Oldboy’ that they made the first film from. And that’s what we’re working from, not an adaptation of the film…,” said Smith.

Apparently Spielberg wasn’t acquiring the rights to the film Oldboy, he was acquiring the rights to the original source material of the graphic novel ‘Oldboy.’ I guess the next question would be - what does this mean? This means that fans can rest a bit easier knowing that no one is trying to make a better Oldboy for an American audience. This means that Spielberg is free to truly adapt the source material and not try and copycat the brilliance of Park’s masterpiece. This also means that it will likely be an entirely different film, however, but the graphic novel is still very close to Park’s movie. So stay tuned as more details com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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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기자가 쓴 글은 아닙니다.^^ 저 FSR이라는 사이트의 성격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블로그와 웹진의 중간 정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도 필진이 10여명이나 되는 제법 큰 사이트로군요. 아무튼 저 글을 받아 쓴 뉴스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뉴스들의 논조는 거의 다 일치합니다. '다행이다. 좋은 영화 하나 망치나 걱정했는데. 스필버그, 잘 생각했다.'

그만큼 영화 마니아들이 '올드보이'를 높이 평가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을 걱정한 겁니다. 리메이크설이 한창일 때 해외 네티즌 반응 중에 이런 게 있더군요.

올드보이는 걸작이야. 너 바보구나. 예를 들어서, 스필버그가 만들고 윌 스미스가 출연하는 영화에서 근친상간 얘기가 다뤄질 리가 없잖아! 스필버그는 아마 망치를 워키토키로 바꿔 버릴 거야.

Oldboy is a classic, you are a moron..For one...a movie made by Speilberg and Starring Will Smith..isnt' going to be about incest...Is Spileberg will change the hammer to a walkie-tal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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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장면의 망치...;;;

물론 원작 만화와 영화 '올드보이'가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다는 점이 좀 걱정이긴 하지만(어쨌든 '올드보이'의 핵심인 15년간의 감금생활 같은 건 그대로 남겠죠), 만화에 등장하지 않는 박찬욱판 '올드보이'의 특징들은 스필버그의 영화에서는 제외될 거란 얘깁니다. 어찌 보면 스필버그와 박찬욱의 '올드보이' 각색 대결이 되겠군요. 은근히 '내 작품 망가질까봐' 걱정하셨다는 박찬욱 감독님(전해 들은 얘깁니다), 이젠 마음 편히 보셔도 될 듯 합니다.

혹시 "뭐야, 그럼 한국영화의 수출이 아닌 거야?"라고 실망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 스필버그가 '올드보이'를 리메이크한다면 제대로 만들 리가 없잖습니까. (대체 어떤 괴작을 만들지 궁금하기도하지만) 그렇게 만들려면 안 만드는게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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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미국에서 시사중이라는 '7파운드'는 윌 스미스가 일곱 사람의 인생을 바꿀 운명을 갖고 있는 세무서 직원으로 출연하는 영화라고 합니다. 로자리오 도슨, 우디 해럴슨과 함께 13세 소년 코너 크루즈가 윌 스미스의 아역으로 출연한다는군요.

성이 크루즈라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누구일까요. 그는 바로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입양한 흑인 소년입니다. 윌 스미스가 일찌감치 자기 역으로 찍었다는 후문이니 나중에 배우로 대성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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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2'는 전형적인 추억 마케팅입니다. 어찌 보면 14년 전의 인기 드라마 '종합병원' 동창회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1994년 '종합병원'이 방송될 때에 비해 환경은 사뭇 달라졌습니다. 당시의 '종합병원'은 그저 배우들이 하얀 가운에 차트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애정행각을 벌였던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와 달리 '본격' 병원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최근 들어 메디컬 드라마는 아예 순번이 돌아가면서 고정 배치될 정도로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 하트'의 순으로 방송되면서 모두 일정선 이상의 히트를 기록했죠.

그렇다고 셀레브리티들의 성형수술 열풍을 풍자한 미국 드라마 '닙턱' 처럼 특이한 설정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보면, 방송 전의 '종합병원 2'에는 '막차'를 탄 듯한 불안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19일 방송된 첫회는 이런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 하는 중대한 사명을 띠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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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첫회는 일단 스토리나 형식상의 차별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본래 '종합병원'은 '연속극'이 아니라 매회 하나의 에피소드를 수행하는 시추에이션 드라마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 특징이었고, '종합병원 2' 역시 첫회에서 수술 시연회와 동남아 근로자들의 숙소 붕괴 사고 대량 입원, 외과 신입 레지던트들의 면접이라는 세 가지 사건이 한 회에 완결되는 형태를 보였습니다.

김정은-차태현 조는 왕년의 '정신과 인턴 - 환자' 커플 때부터 다져 온 호흡이 유감 없이 빛을 발했고(자꾸만 그 드라마가 '종합병원'이었던 것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김정은-차태현이 함께 출연한 의학 드라마는 '종합병원'이 아니라 안재욱-김희선 주연의 '해바라기'였습니다. 그닥 나이가 어리지 않은 분들도 두 드라마를 혼동하시더군요.^^), '독사' 오욱철의 캐릭터를 이어 받은 군기반장 류승수의 모습도 친근감을 자아내더군요.

물론 이재룡-이종원의 '좋은 의사 - 나쁜 의사' 구도는 너무 많이 써먹은 전가의 보도지만 메디컬 드라마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이종원은 전형적인 '나쁜 의사'라고 보기 어려울 듯 해서, 오히려 이 드라마는 오랜만에 보는 '악역 없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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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면들이 있었던 반면, '종합병원 2'는 보기에 따라서는 심각한 문제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묘하게도 첫회 에피소드가 '의사는 어쨌든 환자 치료가 최우선이고, 병원은 치료도 치료지만 기본 수칙의 준수가 필수'라는 식으로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는데, 몇 군데에서 '기본'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바로 연출의 문제입니다. 70~80년대 한국 액션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격투 장면 도중 장면이 전환될 때, 배우나 엑스트라들이 '차렷 자세로 있다가' 갑자기 서로 치고 받기 시작하는 장면이 꽤 자주 눈에 띄곤 했습니다. 편집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앞서 정교함이 결여된 연출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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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감독 중에도 기타노 다케시처럼, 다소 어설퍼 보이는 액션 신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영화에 엮어 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라는 식의 거만한 당당함을 느끼게 할 지경입니다. 물론 기타노의 영화들은 피가 튀고 총알이 난무하는 장면까지도 어린아이들이 주먹다짐 하는 장면처럼 전혀 심각성 없이 가볍게 넘기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실함까지도 의도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하지만 '종합병원 2'의 매끄럽지 않은 액션 연결은 진지함이 생명인 메디컬 드라마의 농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시체도 연기를 한다'는 봉준호 식의 디테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심각한 응급 상황의 병원 장면에서 간신히 웃음을 참는 듯한 표정의 엑스트라들은 통제가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완전히 정지해 있다가 카메라의 주목을 받고서야 주-조연 배우들이 움직이는 장면이 몇 차례나 등장하는 건 비전문가인 저도 눈살을 찌푸리게 되더군요.

노도철 PD가 시트콤 연출자 출신이라서 "감히 시트콤 출신이 무슨 드라마를..."이라는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안녕 프란체스카'를 누구 못지 않게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이 연출자가 드라마 연출이 요구하는 정교함의 수준을 너무 안이하게 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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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2' 첫회에서 지적할만한 부분들은, 만약 '종합병원 2'가 시트콤이었다면 오히려 웃음을 주는 장치의 일부로 여겨질 수도 있는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의 살짝 어설픈 장면들은 시트콤이라면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트콤을 보는 시청자들과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마음가짐이 다릅니다.

조연들은 그렇다 치고, 아무리 응급상황이라지만 주연급 배우들의 대사가 도대체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된 것은 좀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응급실 장면에서는 이재룡 외의 배우는 무슨 말을 하는지 죄다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으로 연기를 하더군요. 물론 의학 용어는 발음하기 어렵고, 배우들의 입에 붙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웅얼웅얼 왈그락 하는 수준으로 떠들고 지나가서는 아무래도 곤란합니다.

이것 역시 연출자가 바로잡았어야 할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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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보고 탈락을 예감한 차태현의 전화기 배터리가 어머니와 통화할 때에는 딱 한칸 남아 있다가, 김정은의 자취방에 실려 간 다음날 새벽 합격 통지를 받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풀로 충전되어 있는 장면은 다른 드라마라면 '옥에 티'로 대접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아닙니다. '옥에 티'가 아니라 '티 속의 티'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드라마의 완성도가 끝날 때 쯤에는 어느 정도나 성장해 있을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스토리가 좋고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좋다 해도 디테일이 내내 이 정도라면, '종합병원 2'는 결코 '잘 만든 드라마'로 기억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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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드라마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차태현은 대체 언제까지 '엽기적인 그녀'에서 정지해 있을지,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습니다.

p.s.2. 앞부분에도 '닙턱' 얘기가 나왔지만, 이런 대학병원 이야기 말고 성형외과-피부과 이야기라면 오히려 한국에서 정말 엽기적인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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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회 청룡영화상이 20일 개최됩니다. 물론 경쟁 매체의 행사지만 이 정도면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다른 건 다 접어 둔다 해도, 여자 MC가 김혜수라는 것만으로도 다른 행사보다는 30점 정도 가산점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시상식의 규모나 수준에서 볼 때 한국 영화 시상식 중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를 준비하고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들의 수고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올해는 이 불황의 그늘이 영 어둡긴 하지만 그래도 시상식이 가까워지고, 후보들이 발표되면 누가 상을 받을지에 관심이 몰리기 마련입니다. 과연 올해는 누가 트로피를 안고, 누가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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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수상자는 시상식 직전에나 결정되는게 관례이니 아직 모든 후보가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게 좋겠지만, 이럴 때 밖에서 수상자를 점쳐 보는게 국외자들의 재미죠. 그래서 이번엔 하루 전인 19일, 순전히 재미로 수상자를 한번 찍어 보겠습니다.

물론 저라고 무슨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을 리는 없습니다. 그냥 관객의 입장과, 다년간 이 영화제를 지켜봐 온 경험으로 찍을 뿐입니다.^^ 나중에 진짜 결과가 나왔을 때 너무 많이 틀렸다고 타박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사진은 청룡영화제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겁니다. 한줄씩 가져오느라 좀 길어졌습니다. 혹시 깨진 글자가 거슬리는 분들은 사진을 클릭하면 크고 선명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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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 사실 시상식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할 부분이지만 작품상이 맨 위에 올라와 있군요. 이제 와서 다시 순서를 바꾸기도 귀찮으니 그냥 이 부문부터 생각해 보렵니다.

소거법을 써서 일단 먼 후보부터 제외하면서 줄여 보겠습니다. 우선 개봉 시기가 먼 작품들은 수상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세븐 데이즈'와 '우생순'은 그런 의미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 것 같습니다. '추격자'도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이미 대상을 수상했으므로 좀 뒤쳐지는게 정상인데 올해는 좀 상황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남는 작품이 '놈놈놈'과 '크로싱'인데, 두 작품 모두 정상적인 경우의 수상작들과 좀 거리가 있기 때문이죠. 특히 '놈놈놈'이 작품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좀 힘듭니다. 돈을 건다면 '놈놈놈'에 20, '추격자'와 '크로싱'에 40씩을 걸겠습니다. 딱 한편만 찍으라면... 고민 끝에 '추격자'.

(사실 어느 해나 이변은 있기 마련입니다. 개인적으론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살인의 추억'을 제치고 청룡 작품상을 받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 잊혀지지 않습니다 - 틀렸을 때를 대비한 탈출로 확보 차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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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상. 일단 나홍진 감독이 신인감독상 부문으로 빠진 게 변수입니다. 올해의 경우 감독상은 작품상 부문의 2위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을 듯 하기 때문에 좀 복잡합니다.

아무래도 작품상은 아니더라도, '놈놈놈'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볼 때 '놈놈놈'의 화사한 화면이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김지운 감독을 찍겠습니다.^ 어떤 경우든, 올해 작품상과 감독상을 한 작품이 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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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주연상. 후보가 여섯이 된 데서 주최측의 고민이 엿보입니다. '추격자'에서 김윤석과 하정우, '놈놈놈'에서 송강호와 이병헌이 들어섰기 때문입니다(정우성은...).

이런 점에 역점을 두고 볼 때 일단 김주혁과 설경구의 수상 가능성은 떨어진다 보겠습니다. 근접성의 원칙에 따르자면 아무래도 '놈놈놈'이, 연기의 밀도로 보면 '추격자' 쪽에 자연스럽게 점수를 주게 됩니다.

후보를 먼저 줄여 보면 '놈놈놈'에서는 송강호, '추격자'에서는 김윤석이 한발 앞서 있다고 봐야겠죠. 양쪽 모두 수상해야 할 이유에서는 백중세. 하지만 송강호가 지난해 드디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아 한풀이를 했다는 점에 눈길이 갑니다. 결론은 조심스럽게 김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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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주연상. 일반적인 시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연기를 뽑자면 단박에 공효진과 수애가 눈에 들어옵니다. 김윤진과 문소리는 근접성이 떨어지고, 손예진도 연기만 놓고 보면 훌륭하지만 '아내가 결혼했다'는 전통적으로 청룡상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가 아닙니다.

작품의 규모로 보면 수애가 유력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청룡영화상의 연기상 부문은 가끔씩 의외의 선택을 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2004년 '아는 여자'의 이나영같은 깜짝 수상이 이뤄질 때가 있어서 대단한 백중세로 예상합니다. 아무튼 공효진 수애 둘 중에서 굳이 찍으라면 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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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조연상. 엄태웅과 임원희를 일단 제일 먼저 빼겠습니다. 정경호도 아직까지는 후보에 오른 걸 영광으로 여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1감으로는 '영화는 영화다'에서 감독 역을 기가 막히게 뽑아 낸 고창석이지만, 시상식이 원하는 '얼굴'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죠. 그래서 박희순이 살짝 유리해 보입니다. 청룡상이 이제껏 유지했던 '시상을 통한 스타의 발굴'이라는 관점에서도 박희순에게 표를 던지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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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조연상. 여기서도 우선 김미숙과 박시연은 피하게 됩니다. 나머지 세 사람 중 사실 김해숙은 반칙입니다. '무방비도시'의 진짜 주인공은 손예진이나 김명민이 아니라 김해숙이기 때문입니다. 주연상 후보로 올라가야 마땅한 배우가 조연상에 들어 있다는 건...^

아무튼 발군의 연기를 보여준 김지영과 김해숙, 서영희 중 누가 수상자가 되어도 이유는 충분합니다. 심사위원들이 무엇을 중요시하느냐에 달렸죠. 일단 '영화상'의 순결성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영화배우'의 이미지가 강한 서영희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유동근이 한때 남우조연상을 받은 적도 있었고 이미 중견 배우이던 장동건이나 배용준도 영화배우로서 신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전통적으로 조연상은 영화계를 오래 지킬 새로운 얼굴에게 주는 게 보통입니다. 서영희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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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신인상. 아마도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분야일 겁니다. 이 영화상이 장동건과 배용준에게 준 상이 이번엔 소지섭의 차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명도 뿐만 아니라 연기로도 이제는 인정해줄만 하다고 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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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신인상. '거물'과 '진짜 신인'의 싸움이군요. 한예슬에겐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수상이 약간 부담이 될 것이고, 서우와 황우슬혜는 같은 작품에서의 경쟁이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수상자들을 고려해 볼 때 한예슬과 황우슬혜로 과감하게 압축. 근접성의 원칙에서 황우슬혜에게 조금 더 점수를 주는게 그리 부당한 건 아닐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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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상. 사실 소지섭보다 조금 더 쉬운 예측이겠죠. '영화는 영화다'와 '미쓰 홍당무'의 높은 완성도가 안타깝지만, 나홍진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서 빠진 이상 신인감독상을 다른 사람이 받는 건 정말 이변 중의 이변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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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주요 부문을 예측해 봤습니다만,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예측일 뿐입니다. 설마 심사위원들 가운데 이 글을 읽고 생각이 바뀌실 분은 안 계시겠죠.^^ 혹시 이 글에서 본인이 수상자가 아니었다고 해서 시상식을 불참하거나 하는 분들도 없길 바랍니다. 이거 그냥 장난이라니까요.

여러분도 같이 찍어 보셨습니까? 그럼 진짜 수상 결과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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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군사평론가' 지만원씨와 대표적인 우익 인사로 꼽히는 원로 작가 이문열씨가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문열씨는 미국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요즘 우익에 자살골을 넣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 발언에 대해 지만원씨는 "지적한 내용으로 보아 나를 지칭한 것이 분명하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좌경 방송이 내 발언의 요지를 왜곡한 것인데, 그것을 보고 나를 매도하다니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문열씨의 사과로 대략 마무리가 된 듯 합니다.

이 사건에서 누가 잘못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사실 별로 궁금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의 일들을 눈여겨 보니 대체 자살골이란 게 어떤 것인지는 잘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니면 이번 사태가 지만원씨의 사상적 커밍아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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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씨의 홈페이지(http://www.systemclub.co.kr)에 올라온 수많은 문근영 관련 글들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초기에 쓰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혼동을 막기 위해 지만원씨의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은 모두 파란 색으로 표시합니다.)


'다음'에서 류낙진 검색어를 치니 동영상이 뜬다. 내용은 예측한대로였다.

문근영은 얼굴 예쁘고, 연기 잘 하고, 마음도 예쁘고, 집안까지 훌륭하니 엄친딸에 딱이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그녀는 국민의 여동생이고, 그녀의 외조부는 통일운동가, 작은 외조부는 민주화투사, 외삼촌과 이모도 경찰 조사를 받을 반큼 애국자라는 뜻으로 선전을 한다.

빨치산은 통일운동가이고, 빨치산 가족은 집안 좋은 가족이고, 세상에서 가장 착한 일을 하고 엄친딸을 키운 집안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빨치산 집안은 아주 훌륭한 집안이라는 것이다. 이는 빨치산들의 심리전이며, 문근영의 선행이 선전되는 것만큼 빨치산 집안은 좋은 집안이라는 선전도 동시에 확산되는 것이다. 또한 저들은 문근영을 최고의 이상형으로 만들어 놓고 빨치산에 대한 혐오감을 희석시키고, 호남에 대한 호의적 정서를 이끌어 내려는 다목적 심리전을 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근영과 신윤복 프로를 띄워주는 조중동은 이런 심리전에 착안하여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문양의 선행을 문제 삼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그녀의 선행을 등에 업고 "보아라 문양은 훙륭하다. 그런데 그 가문은 빷치산 가족이다. 빨치산이란 통일운동가이고, 그래서 문양의 가문은 명분가문(좋은 집안)이다" 이렇게 선전하는 데 있는 것이다.



아마도 지만원씨를 이렇게 분노하게 한 것은 와이텐이라는 인터넷 방송사의 내용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방송 내용에 분명히 '....집안도 좋고, 엄친딸 맞는 것 같다'는 내용이 나오긴 나옵니다.



뭐 그런 방송을 보셨다면 흥분하시는게 어쩌면 우익 인사(?)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비쳐 보면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걸 '조직적인 심리전'이며 '조중동도 현혹되어 있다'고 주장하시는 건 참 쓴웃음을 짓게 합니다.

게다가 다음 부분은 한 단계 위의 상상력을 볼 수 있게 합니다. 바로 드라마 '바람의 화원' 속에 숨어 있는 좌익의 음모(!)에 대한 내용입니다.


갑자기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신윤복을 띄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자를 띄워서 기존의 정통사관을 뒤집는 것이며, 사회 저항을 정당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홍도는 역사에 기록된 인물, 신윤복은 기록되지 못한 인물이다. 기록된 이승만, 기록되지 못한 김구, 기록된 박정희와 기록되지 못한 장준하. 주몽을 통해 승리하지 못한 고구려를 띄우는 등의 심리전이 지속되어 오고 있다. 최근 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신윤복 신드롬도 이런 차원의 심리전이라고 생각한다. 패자의 역사를 정사로 만들고 기득권에 저항하는 민중의 저항을 아름답게 묘사하려는 것이다. 국가를 뒤엎자는 정신을 불어 넣으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생각 지울 수 없다.



그러니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인물을 띄우는 것' = '좌익의 심리전' 이군요. 이 분의 다른 글을 보면(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바람에 퍼올 수 없었습니다), 영화 '미인도'에서 신윤복 역을 맡은 배우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과격한 발언으로 논란을 유발시켰던 김민선이라는 것 역시 거대한 음모의 일각을 보여주는 증거인가봅니다.

'미인도'와 '바람의 화원'을 살펴보다가 신윤복 역을 맡은 두 여배우를 보고 "하나는 빨치산 손녀, 또 하나는 '청산가리', 이거 봐,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다 증거가 드러나잖아!"라고 발견의 기쁨을 느끼신 듯 합니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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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은 물론이고 전혀 역사에 기록된 바 없는 의녀 장금을 주인공으로 한 '대장금' 역시 대단한 좌경 드라마임에 틀림없습니다. 아, 허준 역시 별로 기록된 바가 없군요. '허준'도 좌경 드라마임이 분명합니다.

좌경 색채가 강한 '대장금'같은 드라마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한국은 좌경 이념을 세계로 퍼뜨리고 있는 선도국가였군요. '주몽' 외에도 '승리하지 못한 고구려'를 띄우려 했던 '태왕사신기'며 '바람의 나라', 곧 방송될 '자명고' 역시 좌경 드라마라는 굴레를 벗기 힘들 듯 합니다.

차라리 사극을 아예 금지하는 건 어떨까요?

다른 글에서는 또 문근영과 다른 의인들을 비교합니다.



(전략: 앞부분은 동아일보 광고 취소사태에 대한 내용입니다)

문근영 Vs. 다른 의인들

이 세상에는 평인들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러는 언론에 발표되지만 대부분은 오직 자신과 하늘만이 알고 넘어 간다. 일생을 바쳐 나병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 오웅진 꽃동네에 가서 온갖 궂은 일들을 묵묵히 해내며 일생을 바친 사람들, 자기도 먹고 살기 힘든 형편에 있으면서도 산동네를 매일 다니면서 세상이 외면한 인생들을 보살피는 사람들 등등 하늘만 아는 의인들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다. 이들은 언론들을 장식할 만큼 화려하게 큰돈을 내놓지는 못하지만 돈보다 더 귀중한 몸을 바치는 사람들이다.    

지난 2001년 일본 유학 중인 이수현씨가 일본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졌다. 그 후 일본인들은 해마다 그를 초무하는 행사를 진행해 왔고, 2006년에는 영화가 제작되어 10주간 연속 박스오피스에 오를 정도의 반응을 얻었다 한다. 하지만 일본과는 정 반대로 한국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가 하루 이틀 기사로 뜬 후 이내 잠이 들었고,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도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을 것이라며 수입이 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2006년 05월 25일에는 또 다른 지하철 의인이 일본에서 탄생했다. 한국 유학생 신현구씨(27세), 선로에 넘어져 있는 여학생을 보고도 승강장에 있던 20여 명 정도의 일본인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그는 거침없이 뛰어 내려 여학생을 구했다 한다. 한국에서도 목숨을 내놓고 타인을 살려내는 의로운 선행들이 많이 있었지만 크게 기사화되지는 못했다.

그 다음의 의인들은 돈을 내놓는 사람들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 이를테면 빌케이츠 같은 사람들이 그가 가진 돈의 일부를 헐어 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없는 의로운 일이다. 그러나 액수가 적다해도 자기가 가진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는 것은 빌게이츠 유의 의인들보다 한층 더 하기 어려운 의로운 선행이다.

얼른 과거의 기사를 몇 개 찾아보았다.  2002.05.30에는 40대 초반에 막 접어든 젊은 의사가 모교에 6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내놔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대구시내 중심가인 중구 삼덕2가 삼성안과의원 이승현(41), “그는 또 5년전부터 경북 군위·고령군 등 산골마을에 한 달에 한 번씩 무료진료,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수술, 부정기적으로 대학생 학자금 지원 등의 봉사와 기부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6.04.19.에는 “평생 농사를 지어온 80대 노인이 건국대에 장학금을 기탁해 화제”라는 기사가 있다.

2008.4.15.에는 “평생 가난하게 살아왔다는 할머니가 노년에 갑자기 손에 쥐게 된 토지보상금을 연세대에 찾아가 장학금으로 과감히 기탁했다”는 기사가 있다.

2008.8.14.에는 류근청 박사가 자식들에게는 돈 한 푼 안주고 모두를 털어 578억원을 KAIST에 기탁했다는 기사가 났다. 이 이야기도 하루 이틀 언론에 뜨더니 이내 잠잠해 졌다.

문근영이 6년간 8억5천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사실은 위와 같은 의로운 선행 중 어디에 속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그런데 문근영의 선행은 위의 선행과는 달리 파장이 아주 크다. 조중동까지 나서서 문근영을 띄우고, 다음에서는 전달력이 매우 큰 동영상까지 만들어 이상한 메시지를 확산하고 있다.

조선과 동아가 연일 문근영을 띄우더니 오늘(11.17)은 동아일보에 “제2의 문근영 자주 보고싶다”는 제하의 시론이 실렸다.(김용희, 평택대 교수·문학평론가) “익명의 기부자가 이름 밝히기를 거부하자 누리꾼들은 ‘이름 없는 천사’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문근영씨. 국민 여동생, 배우 문근영 씨였다. 누리꾼들의 놀라움과 찬사가 쏟아졌다.”

그녀의 선행을 미화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뜬  동영상과 글들은 선행을 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종의 음모를 연출하고 있다. 문근영은 예쁘고, 연기도 잘하고, 마음씨가 아름답고, 출신(광주)도 좋고, 외할아버지가 통일운동가이고, 작은 외할아버지와 외가 식구들이 민주화운동가라 집안이 좋으니 엄친딸(엄마친구 딸, 가장 이상형이라는 뜻)의 전형이라는 메시지요, 비전향장기수 빨치산을 통일 운동가로 승화시키고, 광주와 김대중을 함께 승화시키는 메시지인 것이다.      

문근영의 선행, 이 하나만을 놓고 보면 참으로 갸륵하고 고마운 일이며 기부의 모범으로 칭송할만하다. 그래서 그녀를 칭송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하고 사람들은 이를 문제 삼는 필자를 매우 이상한 꼴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꼴통, 꼴통이라는 의미는 고정관념에서 편집증 환자처럼 색깔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 꼴통이라는 필자는 선행 하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보기 때문에 다른 말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것은 선행과 선행을 띄워주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띄워주는 행태와 띄움에 내재한 숨은 메시지를 문제 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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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대략 요약하면 다른 의인들도 많은데, 그 분들은 그리 화제가 되지 않았다. 문근영을 지속적으로 띄우는 데에도 음모가 숨어 있다는 얘기 되겠습니다.

물론 - 그래서는 안된다고도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해 팔순 할머니 기부왕보다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여동생이 알고 보니 익명의 기부왕이었다는 것이 훨씬 더 화제가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써놓고 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라 죄송합니다.)

아마도 지만원씨가 문제삼은 동영상보다, 지만원씨의 글이 훨씬 더 '빨치산의 손녀이며 좌익 선동의 정수인 문근영에 대한 호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과연 지만원씨가 흔히 말하는 '고도의 **'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궁금합니다. 대체 지만원씨는 어느 쪽 편 일까요?

지만원씨는 17일 밤부터 시작된 수많은 보도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해명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해명이 잘 됐는지는 직접 읽어 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문근영에 대한 문답
 
 

문1: 지만원은 세상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 문양의 선행에 대해 문양 집안의 좌익이념을 문제삼아 파문을 일으켰는데 이는 구시대적 연좌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답: 어제부터 인터넷과 언론들은 저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확산히고 있습니다.

첫째, 지만원은 기부 문화에 찬 물을 끼얹은 사람이다.

둘째, 지만원은 아름다운 기부자를 빨치산 가족이라며 문제를 삼으면서 색깔을 씌우고 있다.

셋째, 지만원은 악풀의 진원지다.

이 모두가 거짓 모략입니다. 좌익세력에 의한 인민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부행위에 딴지를 걸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제는 기부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부행위를 등에 업고 빨치산 집안을 미화하는 데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기부 기사가 나온 11월13일부터 대다수 인터넷 매체들에는 문양의 외조부에 대한 기사가 도배돼 있었습니다. 저도 인터넷을 보고 비로소 외조부 류낙진씨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일생의 대부분을 빨치산 생활과 감옥생활로 채웠더군요. 그런데 도배된 글들의 대부분은 문양의 외조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보아라, 문양은 훌륭하다. 문양의 외조부가 통일운동가다. 빨치산 가문은 명문가다” 이런 식으로 표현돼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영향력이 있어 보이는 것은 인터넷 방송 why 10 news의 11월14일자 동영상이었습니다. 좌익이 아닌 이상 이 동영상을 보고 어찌 속이 상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문양의 기부행위에 감동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런 선행을 등에 업고 빨치산 가문을 명문가문으로 선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좌익들이 벌이는 심리전 행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2: 문근영 양의 외조부와 식구들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답: 저는 문양의 외조부가 빨치산이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11월14일, 갑자기 인터넷에 도배된 글들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글들의 대부분은 외조부에 대한 객관적 사실들만 올린 것이 아니라 “문양의 가문이 통일운동가문이자 민주화 가문이고 그래서 명문가다” 이런 글들이었습니다. 저는 빨치산 기문이 명문가라는 표현들을 문제삼은 것이지 선행에 딴지를 건 것이 아닙니다. 악풀의 진원지라는 말은 모략인 것입니다.

문3: 문양에게 전신적 고통을 주고, 불우이웃돕기에 찬물을 끼얹은 행동이 아닌가요?

답: 결과적으로 문양의 입장에서는 서글프고 속상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문양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사람들은 제가 아니라 문양의 아름다운 선행을 등에 업고 빨치산 가문을 명문가문으로 왜곡하는 불순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은 사람들 역시 이런 불순세력, 플러스, 일부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언론들이 제 글과 인터넷 글들을 비교하여 정확한 기사를 쓰지 않고 인민재판으로 지만원이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은 사람이고, 악풀의 진원지라고 매도한 것입니다. 언론들은 어째서 선행을 등에 업고 빨치산을 미화한 불순세력의 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그런 행위에 문제를 제기한 저를 공격하는 것이지 참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많은 언론들이 좌경화됐나요?

많은 언론들이 좌경화됐나요? 언론왜곡이 매우 심각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05년 3월 SBS방송이 "지만원이 강연에서 위안보 할머니들에게 은장도로 자살하라 했다"는 방송을 했습니다. 허위였지요. "은장도로 성을 지키던 시절에 국가는 아녀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위안부들의 울굴을 정치목적으로 거리에 내돌리지 말고 국가가 먼저 보상해야 한다"는 말을 이렇게 왜곡한 것입니다. SBS는 언론중재위의 권고도 듣지 않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인사에게 그렇게 함부로 하면 되느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판사가 써준 대로 정정과 사과의 의미가 드러 있는 보도를 하라고 했는데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3천만원 손해배상청구를 했지요. 2천만원 승소판결이 나왔습니다. 공정을 생명으로 해야 할 언론들이 어러면 되겠습니가? 이렇게 사람 잡는게 언론의 현실인 것입니다.

문4: 문양에 대해 글을 올리는 네티즌들 가운데 사상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있나요?

광화문 폭력 시위를 옹호하고 경찰을 매도하는 네티즌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이들이 사상적으로 건전합니까?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리지만 문양의 선행은 참으로 훌륭합니다. 이런 선행에 대해 칭찬하는 사람들을 향해 제가 왜 딴지를 걸겠습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선행을 격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선행을 배경으로 빨치산을 찬양했습니다. 이들이 사상적으로 불순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한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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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사랑의 연탄 5만장 북한에 전달(2004년 북한 직접 방문)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409200439

문근영 불법 이적단체에 거금 지원(데일리 서프라이즈 2005-04-08)

영화배우 문근영씨(18)가 최근 타계한 외조부 류낙진옹의 부의금 전액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에 전달, ‘통일기금’으로 써 줄 것을 당부했다. 부의금의 액수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5000만원에 달하는 큰 액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낙진의 묘비문: "통일애국열사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97152



이상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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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퀀텀 오브 솔러스' 리뷰를 쓸 때 제목을 '로저 무어가 그립다'고 달았는데, 이 탄식이 멀리 영국에까지 들린 모양입니다. 로저 무어 경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씀 하셨군요. "본드 무비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변해 슬프다(I'm sad that it has turned so violent)."

사실 그런데 인터뷰 내용을 읽다 보니 아직 '퀀텀 오브 솔러스'를 안 보셨다고 합니다. 뭐 '카지노 로열'은 보신 모양이니 그 톤은 대략 알고 있다는 뜻이겠죠. 아, 그리고 제목에 낚여서 '퀀텀'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내막은 지난 4일 발간된 본인의 자서전 얘기더군요.

아무튼 꽤 흥미로워서 본문을 옮깁니다.

당연히 녹색 부분은 제가 덧붙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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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로저 무어는 보다 폭력적인 본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Roger Moore dislikes the more violent Bond movie)

현대 관객들은 왕년에 로저 무어가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007 역을 맡았던 시대와는 달리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잔혹한 장면을 기대한다. 최소한 로저 무어는 그렇게 믿고 있다.

"나는 그 역할을 해서 행복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그토록 폭력적이 된 걸 보니 슬프더군요." 무어는 북미지역에서 금요일 개봉하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어둠의 007로 나오는 '퀀텀 오브 솔러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게 시대와 보조를 맞춘다는 거죠. 그게 바로 영화 관객들이 원하는 것일테고, 박스 오피스 수치로 드러났잖습니까." 무어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 말이 곧 내 본드(My Word is My Bond)"라는 자신의 회고록에 대해 말했다. (11월4일 출간됐군요. 알고 보니 인터뷰는 책 광고!)

런던에서 10월31일 개봉한 '퀀텀'은 2500만 달러의 흥행으로 영국의 주말 박스 오피스 기록을 깼다. 전 세계에서는 1억6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81세의 무어는 지난 1985년 자신의 7번째이자 마지막 007 작품인 '뷰 투 어 킬(A View to a Kill)'을 촬영할 때 폭력 신에 진저리를 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건 본드답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의 저서에서 무어는 자신이 10대 시절 BB탄으로 한 친구의 다리를 맞힌 이래로 총을 싫어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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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때에는 본드가 좀 더 터프해지길 원했던 가이 해밀턴 감독이 본드가 정보를 얻기 위해 본드걸 모드 아담스의 팔을 꺾으며 부러뜨린다고 협박하는 장면을 연기하게 했다. 무어는 "그런 종류의 캐릭터 설정은 나하고는 영 맞지 않았다. 하지만 가이는 내가 연기하는 본드가 좀 더 무자비해지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썼다.

"나는 '내 스타일의 본드'는 그녀를 먼저 침대에 데려감으로써 정보를 빼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제의했다. 내 스타일의 본드는 연인이고, 익살을 떠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나는 결국 가이에게 동의했다." (물론, 이 팔 꺾는 장면도 '침대'에서 이뤄지죠.^^)

무어는 아직 '퀀텀 오브 솔러스'를 보지 않았지만, '카지노 로열'을 근거로 짐작할 때 이 영화 역시 북미 지역에서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니엘은 본드 영화를 한 편 찍었고, '뮌헨'에도 출연했다. 여러 가지 역할을 했지만, 본드 영화를 한 편 찍은 뒤에는 그가 원하는 것 모두가 그의 얼굴에 담겨 있다. 그가 바로 본드다."

배우 인생을 통해 본드 역이나 TV 시리즈 '세인트', 혹은 토니 커티스와 공연한 '전격대작전(Persuaders)'에서의 역할에 의해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데 대해 무어는 "나는 아마도 위대한 리어 왕 역이나 햄릿 역의 배우들 중 하나로 기억되기를 바랐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고, 나는 본드 역을 맡은 덕분에 대단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 전격대작전이 뭐지? 하는 분들을 위한 참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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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비망록은 비비안 리, 메이 웨스트, 라나 터너 등 그와 함께 일했던 수많은 스타들과의 일화로 가득하다. 그는 또 '뷰 투 어 킬' 을 촬영하다가 그레이스 존스와 사이가 벌어진 사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녀가 듣는 시끄러운 음악에 질린 그가 그녀의 오디오 전원을 빼 버리고 벽에다 의자를 집어 던졌기 때문이었다. (...뭐 원래 터프하셨군요.)

런던 남부 지역 경찰관의 독자로 태어난 무어는 2차 대전 이전의 성장 과정과 전쟁 중의 생활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시골로 피난 갔다가 공습을 당한 사연, 또 태어나 첫 직업으로 만화영화 제작사에 취직했다가 해고당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징집됐을 때 전쟁은 이미 끝났지만 그는 연합군 점령하의 독일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제대할 때 그는 육군의 연예병과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쇼 비즈니스계 입문이었고, 이 무렵 그는 영국 가수 도로시 스콰이어스와 결혼했다.

"자네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야. 그러니까 (무대에) 들어설 때 활짝 웃으라고!" 그가 처음 무대에 설 때 레퍼토리 시어터(전속 극단이 있는 극장을 의미함)의 매니저가 한 말이다. 사실 이 말도 프로 스케이트 선수 출신인 첫 아내가 한 말보다는 훨씬 나았다.

"당신은 결코 배우가 될 수 없어. 얼굴이 너무 떨어져. 턱은 너무 크고, 입이 너무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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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충격적인 코멘트의 주인공이자 둔 반 스텐(Doorn Van Steyn)과 로저 무어. 정말 보송보송합니다. 디카프리오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원문입니다. 보러 가시기 귀찮은 분들도 있을테니. (오역 지적 환영)

Roger Moore dislikes the more violent James Bond
Tuesday November 11 12:45 PM ET
http://movies.yahoo.com/mv/news/va/20081111/122643635200.html

Movie audiences nowadays expect scenes of graphic violence in James Bond movies, unlike when Roger Moore played the super spy with a tongue-in-cheek humor, the actor believes. "I am happy to have done it, but I'm sad that it has turned so violent," Moore said before "Quantum of Solace," starring Daniel Craig as a darker Agent 007, opens in North America on Friday.

"That's keeping up with the times, it's what cinema-goers seem to want and it's proved by the box-office figures," Moore told Reuters in an interview about his memoir, "My Word is My Bond." The new Bond film opened in London on Oct 31, breaking the British weekend box-office record with a gross of $25 million. It has taken in more than $106 million worldwide so far.

Moore, 81, recalled being appalled at the violence in "A View to a Kill," the 1985 movie which was the last of the seven in which he played Bond. "That wasn't Bond," he said. In his book, Moore writes of his distaste for guns, ever since he was shot in the leg by a friend with a BB gun as a teenager.

While making "The Man With the Golden Gun," director Guy Hamilton wanted Bond to be tougher and had him threaten to break Maud Adams' character's arm to get information, he writes. "That sort of characterization didn't sit well with me, but Guy was keen to make my Bond a little more ruth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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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uggested my Bond would have charmed the information out of her by bedding her first. My Bond was a lover and a giggler, but I went along with Guy," the British actor wrote. Moore has not yet seen "Quantum of Solace," but based on Craig's first Bond film, "Casino Royale," believes it will be a success in North America too.

"Daniel has done one Bond and he was in 'Munich' and ... he's done a lot of stuff, but his face, after one Bond film, that's all he needs. He is Bond."

Asked about his own legacy as an actor known mostly for playing Bond and in TV series such as "The Saint," and "The Persuaders," with Tony Curtis, Moore said: "I would love to be remembered as one of the greatest Lears or Hamlets. But as that's not going to happen I'm quite happy I did Bond." His memoir is full of anecdotes about Hollywood and the stars he worked with such as Vivien Leigh, Mae West and Lana Turner. He also tells of his bust-up with Grace Jones during the filming of "A View to a Kill," when he forcibly pulled the plug on her stereo and flung a chair against the wall because she was playing loud rock music.

The only child of a south London policeman, Moore also writes about growing up before and during World War Two, of evacuation to the country and air raids and getting -- and being fired from -- his first job with a cartoon film company. By the time he was called up, the war was over, but he served as an officer in Allied occupied Germany, where he ended up in the Army's entertainment regiment. That was his entree into show business, along with his marriage to British singer Dorothy Squires.

"You're not that good, so smile a lot when you come on!" his first repertory theater manager told him. His first wife, who was a professional ice skater, was no less encouraging: "You'll never be an actor, your face is too weak, your jaw is too big and your mouth's too sm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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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경, 1927년 생이고 젊은 날을 온갖 고생으로 보낸 뜻에 '세인트'로 스타덤에 오릅니다. 하지만 '세인트' 때문에 007 역을 션 코너리에게 넘겨주고, 결국 1972년에서야 제 3대 본드로 취임합니다. 이후 7편의 007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죠.

로저 무어의 본드와 션 코너리의 본드는 섹시하고 유머러스하다는 면에서는 기본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각론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입니다. 코너리의 본드가 가끔 야비하고 잔혹하게까지 보이는 냉철함을 깔고 있는 반면 무어는 철저하게 느끼할 정도로 유들유들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무기로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미 본드 역을 맡을 때 45세였던 무어에게는 이언 플레밍의 007이 요구하는 액션을 소화하기엔 무리여서 '결국 지나치게 특수장비에 의존하며 007의 순수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세인트'나 '전격대작전'을 봤다면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본래 무어와 액션은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무어의 본드는 사이먼 템플러(세인트)나 싱클레어 경(전격대작전)과 사실상 똑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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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시절의 모습입니다. 007이나 세인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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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본드 무비 가운데 최악은 아마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일 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문 레이커'죠. 역시 '정통' 007 팬들은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한때 007 팬 사이트에서 '최고의 007 영화' 1위에 뽑히기도 했죠. 취향이 워낙 엇갈리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겁니다.

아무튼 제게는 이 분이야말로 최고의 007입니다. 물론 코너리 옹이 멋지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이 분의 능글능글함을 당할 사람이 앞으로도 누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혹시 조지 클루니?) 가장 멋진 본드걸도 이 분 시절에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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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유어 아이즈 온리'의 캐롤 부케입니다.

작품 목록은 하나 있어야겠죠?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 1973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Gun 1974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 1977
문레이커 Moonraker 1979
포 유어 아이즈 온리 For Your Eyes Only 1981
옥토퍼시 Octopussy 1983
뷰투어킬 A View to a Kill 1985

기회 되시면 책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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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퀀텀 오브 솔러스'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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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카지노 로열'이 끝난 뒤 약 30분 뒤의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베스퍼 그린의 죽음 뒤에 감춰진 베일 속 인물 미스터 화이트를 체포해 달아다는 본드(다니엘 크레이그)는 그의 부하들과 숨가쁜 카 액션을 펼칩니다. 하지만 그 결과 알게 된 것은 문제의 조직이 생각보다 훨씬 크고, 훨씬 강력하며, 훨씬 정교하다는 것 정도입니다.

손 대는 것마다 모두 죽여버리는 죽음의 천사 본드가 날아간 곳은 아이티. 여기서 본드는 친환경 기업 경영자로 포장된 악당 도미닉 그린(마티유 아말릭)과 복수를 위해 그에게 접근한 카밀(올가 쿠릴렌코)을 만나게 됩니다. 본드는 그린을 뒤쫓지만, 그린은 이미 미국과 영국 정부에게 유력한 조력자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 그에게서 손을 떼라는 명령이 내려오지만 본드가 그런 사소한 명령 따위에 얽매일 리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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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끝날 무렵에 이르러서야 거대 조직의 이름이 '퀀텀 오브 솔러스'라는 걸 가르쳐 주는 이 작품은 매우 이색적인 본드 영화입니다. 21편 혹은 22편에 달하는(23편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죠) 007 시리즈 전편 중에서 앞 편의 내용에서 그대로 이어 시작하는 경우는 이 영화 한편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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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크레이그가 새로운 007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온 세상이 반대자들로 떠들썩했지만 그가 주연한 '카지노 로열'이 흥행에서 대성공을 기록하면서, 반대의 소리는 쑥 들어갔습니다. 어떤 본드 팬들은 다니엘 크레이그와 '카지노 로열'의 방향이 이언 플레밍과 초기 본드 영화의 근원에 다가간 것이라며 옹호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옛날 블로그에서 오래 전에 펼쳐졌던 그 본드 논란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얘기가 - 제임스 본드가 왜 제이슨 본을 추종하고 있느냐는 주장을 비롯해서 - 전혀 새롭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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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본드의 2탄, '퀀텀 오브 솔러스'는 액션 영화로서 매우 훌륭합니다. 액션이 좀 지나치게 정신없긴 하지만, 액션에서 액션으로 건너 뛰는 솜씨는 매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너무 자주 권총도 아닌 주먹다짐이 등장하는 점을 포함해 대부분의 액션 시퀀스가 왠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준다는(굳이 제이슨 본을 다시 들먹이지는 않겠습니다)게 좀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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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두드러진 단점도 있습니다. 두 명의 본드걸이 출연하지만, 예전의 본드걸들에 비해 너무 초라합니다. 특히 본드와 하룻밤을 보낸 뒤 '골드핑거'의 오마주 신에 등장하는 처지가 되고 마는 영국 배우 젬마 아터튼은 여러 모로 실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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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본드걸이라고 할 수 있는 올가 쿠릴렌코 역시 영화 속에서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복수에 눈이 먼 아이큐 25짜리 캐릭터를 원망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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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영화에서 쿠릴렌코가 연기하는 카밀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 본드가 너무 빨리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도록 다리를 거는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영화는 106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도 러닝타임이 그렇게 짧았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그리 탄탄하지 않은 플롯을 감안할 때 러닝타임을 줄인 제작진의 과감한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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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저는 크레이그가 주도하는 새로운 본드 시리즈에 적대적입니다. 아마도 지금껏 로저 무어가 최고의 본드라고 생각하고, 로저 무어 시절에 성장해 다 큰 뒤에 션 코너리의 본드 영화들을 역사책 보듯 본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레이그 옹호자들은 크레이그의 스타일이 초창기 코너리의 스타일('위기일발' 이전까지의 액션형 본드)을 재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이언 플레밍이 묘사한, 해사한 미중년이 아니라 오른쪽 뺨에 상처가 있는 현장 요원형 본드에 더 어울린다고도 하지요.

하지만 기존의 본드와 크레이그 본드의 결정적인 차이는 유머 감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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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걸 다 떠나서 유머 감각이 없는 본드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퀀텀'에서 본드는 단 한 차례 유머를 구사하더군요. "우리는 교사들인데 로또에 맞았소." 위기에 닥쳤을 때 찡그리고 인상을 쓰는 것이 과연 본드일까요? 여기에는 정말 동의하기 힘듭니다.

옹호자들은 또 말합니다. 새로운 본드는 이제 만들어지는 과정이고, 그 본드가 완성될 때(아마도 다음 편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예전의 본드가 갖고 있던 아우라가 다시 찾아올 거라고. 하지만 지금 본드 제작자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그저 돈다발일 뿐입니다.

그 '새로운 본드'라는 것은 이미 '카지노 로열' 때 다 드러났지만, 제이슨 본과 '24'의 잭 바우어를 합쳐 놓은 듯한 잡종 액션 영웅일 뿐입니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 나오는 본드도 존중할 의미가 있겠지만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있는 본드는 20여편의 영화를 통해 자리잡은 새로운 캐릭터입니다.
사실 이런 얘기가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본드도 있고, 저런 본드도 있고, 세월이 흐르면 본드의 모습도 바뀌곤 하는 게 정상이겠죠. 저는 다니엘 크레이그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레이어 케이크'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주연급 배우의 역량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스티브 맥퀸 팬 중에서 과연 스티브 맥퀸이 007 역으로 나왔을 때 환호할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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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플레밍이 가장 강력하게 밀었던 본드는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나왔던 전형적인 영국 신사 데이비드 니븐이었습니다. 물론 플레밍도 '위기일발'에서의 코너리를 보고 극찬을 했지만, 이건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뜻이 아니라 코너리가 자신이 니븐에게서 기대한 요소들을 연기해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크레이그가 코너리나 니븐이 보여줬던, 침몰하는 배의 마스트에서도 연미복을 차려 입고 "그래도 아직 담배 필 시간은 있겠지?"라고 말하는 식의 여유와 유머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거기에 대해선 매우 비관적입니다. 하지만 크레이그의 본드 시리즈가 흥행에 줄곧 성공하는 한 이런 기대를 채워줄 또 다른 본드의 출현은 먼 미래의 일이 되고 말 것 같아 더욱 아쉽습니다.

이런 본드는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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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보드카 마티니를 마시지 않는 이 007은 영화 속에서 새로운 칵테일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스폰서 중 하나인 세계적인 보드카 메이커 스미르노프는 이 칵테일을 '베스퍼'라고 부를 모양입니다. 성분은 15ml Smirnoff Black Vodka, 45ml Gordon’s Gin, 7.5ml Lillet Bl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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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이라고는 하지만 40도짜리 술들의 조합이니 스트레이트를 먹는 거나 비슷하겠군요. 이걸 6잔 마셨으니 67.5 x 6 = 405 ml. 700ml짜리 위스키를(안주도 없이) 반병 이상 마신 셈이었네요. 주당 인정.




p.s.2. 로저 무어 경이 또 한 말씀 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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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도 과거의 인물이 돼 버렸습니다. 아직 66세면 한창 나이인데 '이름을 알 수 없는 암'이 사인이라니, 참 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이 20세기 후반 세계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의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은 대부분 영상물로 만들어졌고, 많은 부분에서 그는 소설가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5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8편은 직접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가 직접 연출한 작품들은 대부분 흥행에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최소한 원작의 힘 만으로도 그의 성과가 무시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그의 상상력이 개발한 새로운 세계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죠.

조상하는 의미에서 그의 작품들을 되새겨 보겠습니다. 그가 연출한 모든 작품을 보지는 못했으니 당연히 제가 아는 작품들 위주의 얘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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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크라이튼은 하버드와 캠브리지대에서 수학했고, 1969년 하버드 메디컬 스쿨을 거쳐 의학박사(M.D)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대단한 경력이죠. 'E.R'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그런데 6피트 9인치(2.06m)의 키는 의사로서는 너무 큰 키였다고 생각했는지, 작가로 변신합니다.

최초로 영상화된 그의 작품은 1971년작(모두 영화 기준) '안드로메다 위기(Andromeda Strain)'입니다. 외계로부터 온 미지의 유기체가 과연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연구하는 미국 과학자들로 구성된 비상 대책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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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책으로 읽고 나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외계로부터의 이런 위협에까지 대비하는 매뉴얼과 설비를 갖춰 놓고 있다는 데 대한 놀라움이었습니다. 그것도 1969년이라는 태고적에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 은근히 '역시 선진국은 다르구나'라는 생각도 끼어듭니다. (그리고 소설이 나온 1969년은 크라이튼이 메디컬 스쿨을 졸업한 해인데, 의대를 다니면서도 이런 소설을 써낼 수 있다는 것 역시 놀라웠습니다.)

아무튼 무대가 좁은 실험실 하나인데도 전편 내내 긴박감이 넘치게 하는 문체는 일품이었습니다. '안드로메다 위기'는 올해 TV 영화로 리메이크되어 방송됐더군요.

그 다음으로 제가 기억하는 작품은 1973년작 '웨스트월드(Westworld)'입니다. 70년대의 어느날 2부작으로 나뉘어 한국 TV에서 방송된 적이 있기에 TV 시리즈인줄 알았는데 극장용 영화였더군요. 크라이튼의 극장판 감독 데뷔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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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첨단 로봇 기술을 사용, 관광객이 14세기의 영국 기사도나 서부 개척시대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꿈의 성인용 놀이공원 웨스트월드에서 시작됩니다. 관광객들은 자기 마음대로 중세의 기사가 되거나 서부의 총잡이가 되어 살인과 섹스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컴퓨터가 폭주하고, 놀이공원은 살육의 현장으로 돌변합니다.

로보트 총잡이로 나오는 율 브리너의 무표정 연기가 일품이었던 작품.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게 넋을 잃고 두 시간을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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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80년대의 남성 섹스 심벌이었던 톰 셀렉이 주연한 '런어웨이(Runaway, 1984)'입니다. 놀랍게도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정식 수입도 되지 않은 1985년 서울 노량진의 한 다방에서였습니다. 당연히 자막도 없는 비디오로 봤지만 충분히 즐길만 한 활기찬 액션 영화였습니다. (나중에 더빙된 TV 방송때 보니 좀 지루하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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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선 곧바로 1993년의 '쥬라기 공원'으로 넘어갑니다. 소설이건 영화건 이 작품에 대해선 굳이 더 보탤 말이 없겠죠. 그의 경력의 절정이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 사이 살짝 감춰져 있는 것이 '떠오르는 태양(Rising Sun, 1993)'이라는 영화입니다. 사실 서구인의 시각으로 동양인을 보는 작품은 동양인들이 보기엔 어색할 때가 많죠. 전자제품 수출로 제2의 진주만 공격을 노리는(?) 일본인들의 음모에 션 코너리와 웨슬리 스나입스가 맞서 싸우는, 좀 어정쩡한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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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그의 원작 영화화는 미친듯이 진행됩니다. 마이클 더글러스, 데미 무어의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묘한 우화 '폭로(Disclosure, 1994)', 회오리바람(tornado)을 쫓는 과학자들 이야기 '트위스터(Twister, 1996)도 이때 영화입니다. 물론 이 중에서 최악의 졸작은 1995년작 '콩고(Congo)'죠.

원작 소설 콩고는 구 콩고 지역의 밀림 속에 감춰진 황금의 사원을 우연히 발견한 탐험대와 유적을 지키는 놀라운 수호자들(고릴라라고 말해도 재미가 떨어지진 않습니다) 사이의 대결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스릴러의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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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재미있고 박진감넘치는 원작을 갖고 코미디도 아니고 액션도 아닌, 어정쩡하고 한심한 영화가 나와 버린 거죠. 당부를 하나 하자면, '콩고' 원작을 보신 분은 절대 영화를 보지 마시고, 둘 다 안 본 분은 그냥 소설만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원작을 이렇게 망쳐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하긴 냉정하게 말해 크라이튼의 영화는 '쥬라기 공원' 1편에서 끝났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시리즈의 2, 3편도 그렇고, 그 뒤에 나온 '13번째 전사(13th Warrior)'도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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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역시 권하고 싶은 것은 소설 쪽입니다. 중세 베오울프 전설에 대한 참신하고도 신비로운 해설에다 아랍 문화의 흔적을 섞은 크라이튼의 솜씨가 빛을 발합니다. 하지만 크라이튼이 직접 나선 영화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죠. 아마도 이 시기의 크라이튼은 'ER'에 너무 힘을 많이 기울인 듯 합니다.

2003년의 '타임라인'은 영화와 원작 모두 기대 이하라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전혀 새로울 게 없는 타임 슬립 액션이었고, 캐릭터도 진부하기 그지없었으니 당연히 흥행에서도 대패했죠.

현재 할리우드에서는 '웨스트월드'의 리메이크와 '쥬라기 공원' 4편의 제작이 한창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가는 건 당연히 '웨스트월드'쪽이죠. 첨단 CG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더 강력한 영상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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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자나 크라이튼 옹이 이제 저 세상 사람이 되셨다니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군요. '타임라인' 이후로는 신작을 보지 않았는데 이제 유작인 셈인 '공포의 제국(State of Fear)이나 읽어 봐야 할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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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로 추정되는 시대. 중국 북서쪽 변방의 한 요새를 지키던 장군 왕생(진곤)이 유목민족과의 전쟁터에서 미녀 소유(주신)을 데려온 이후부터 성 안에서는 심장을 도려낸 시체들이 잇달아 발견됩니다.

왕생의 아내 왕부인(조미)은 소유를 의심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소유에게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없죠. 이때 왕부인을 사모하던 도법의 달인 방용(견자단)이 성으로 돌아오고, 우연히 여우 요괴를 쫓던 항마사 하빙(손려)과 마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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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피(畵皮)'의 원죄라고나 할까요,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열 중 일곱 사람은 '천녀유혼'을 떠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천녀유혼'의 영어 제목이 Chinese Ghost Story라는 데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혜안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 제목은 영화 한 편의 제목이라기보단 하나의 장르 이름으로 어울릴 만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영화 이후로, '중국의 미녀 귀신'을 소재로 한 아류작들이 끝없이 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화피'와 '천녀유혼' 사이에는 일단 똑같은 '요재지이'에서 원작을 뽑아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천녀유혼'도 마찬가지지만 '화피' 역시 원작의 이야기는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 남자가 미녀를 집으로 데려와 첩으로 삼고 희희낙락하는데, 길에서 만난 도사가 "당신 지금 혼이 빠져나가고 있어. 그냥 두면 오래 못 살아"라고 얘기를 해줍니다. 그러고 나니 정말 건강에 이상이 생기죠. 그러다 우연히 문틈으로 미녀가 가죽을 벗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가죽에다 그림(화장)을 그리고 있는 걸 목격합니다. 뭐 그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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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피' 제작진은 이런 단순한 이야기를 외로운 변방의 장병들과 요괴, 무림의 고수에다 심지어 요괴를 사모하는 다른 요괴(아마도 천년묵은 도마뱀 정도로 추정되는)까지 등장하는 복잡한 이야기로 바꿔 놓았습니다.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공간과 요괴의 습격이라는 주제는 고전 공포영화 '더 씽(The Thing)'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이야기가 초반 도입부에서 방용과 하빙이 등장하기까지 약 40분이 지나면 하품이 나기 시작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사건이 해결되건, 주인공들이 요괴에게 죽음을 당하건 뭔가 결론이 지어 져야 할 시점이죠. 하지만 이야기는 16부작 드라마처럼 지지부진하게 한참 동안 방황합니다.

정리는 커녕, 사람들이 계속 죽어 나가는 동안 '말하자면 주인공'인 왕생은 꿈과 현실을 오가며 아내 패용에 대한 사랑과 소유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방황이나 그 방황 과정에서 필연처럼 따라다니는 패용의 오해와 절망이 너무나도 전형적이라 관객의 짜증 역시 필연처럼 따라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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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불행히도 이 영화는 태어날 때부터 '천녀유혼'과 비교될 운명에 처해 있었습니다. 서극-정소동-장국영-왕조현이라는 황금의 멤버들이 만들어낸 역작 '천녀유혼'을 가슴 한 구석에 담은 관객에게 있어 '화피'는 우울하고 조악한 복제품의 운명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나아진 것은 CG 가술 뿐인데, 그나마도 영화에 대한 평가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결국 관객의 인내심을 기대하는 것 외에는 달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습니다.

'화피'는 중국어권 영화의 위기를 대변해주는 듯한 작품입니다. 지난 2006년 이후 중국 영화 거장들이 줄줄이 내놓는 대작들 중 도대체 이거다 싶은 영화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죠.

풍소강의 '야연'과 '집결호', 진가신의 '명장(投名狀)', 장예모의 '황후화(滿城盡帶黃金甲)', 정소동의 '연의 황후(江山美人)', 심지어 오우삼의 '적벽대전'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무협 액션과 결합된 스펙터클만 살아 있을 뿐, 따분하지 않은 영화를 찾아 보기가 힘듭니다. 한마디로 내러티브의 위기라고 해야 할까요. 볼거리만 있고 뭘 봤는지 기억나지 못하게 하는 이런 영화들의 범람은 결국 중국 영화의 쇠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게 자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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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올림픽 개최로 떵떵거리는 외형을 과시하면서도 속으로는 엉터리 분유 파동으로 갓난아이들이 죽어가는 중국 내정의 현실을 영화계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2005년작인 진개가(첸카이거)의 '무극', 서극의 '칠검하천산', 당계례-성룡-김희선의 '신화'까지 올라가 봐도 한숨만 짙어질 뿐입니다. 뭐가 문제인지, 깊은 반성이 필요할 듯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얘기하기엔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가 너무도 허술합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라고 생각되는 것은 두 스타 여배우의 모습 정도군요. 물론 거기에도 차이가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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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생 동갑인데도 조미의 얼굴에서 이제 세월의 힘이 느껴지는 반면('적벽대전'과 비교해 볼 때 이 영화의 조미는 3년 정도는 더 나이들어 보입니다. 의도된 분장인가 생각할 정도입니다), 주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한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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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이런 모습도 미녀 요괴의 기준이 된 이 분과 비교하면 어쩐지 초라해지고 마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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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미녀 요괴를 사모하는 도마뱀 요괴 소이(小易) 역의 척옥무. 어쩐지 연정훈을 연상시키는 얼굴이라 웃음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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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왕조현과 '천녀유혼'의 전설이 그리우신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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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홍조증이란 약간의 감정 변화, 심지어 약간의 온도 차이만 느껴도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새빨갛게 변하는 증세를 말합니다. 이것이 일종의 병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갖가지 치료 방법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피부병이나 마찬가지로 '절대 죽을 병은 아니지만 완치도 되지 않는' 증세인 듯 합니다.

안면홍조증에다 외모 컴플렉스가 심각하고 스토커 기질을 보이는 여주인공. 대체 이런 주인공을 누가 만들어 낼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요. 더구나 어떻게 이런 주인공을 가지고 사람들을 웃길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미쓰 홍당무'는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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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피부과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양미숙(공효진)의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여중 영어교사인 미숙은 고교시절 스승이자 이제는 같은 계열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종철(이종혁)을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철에게는 아내(방은진)와 미숙의 제자인 딸 종희(서우)가 엄연히 있죠. 게다가 예쁜 얼굴에 백치미 넘치는 동료 교사 유리(황우슬혜)와 종혁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는 사실까지 알아 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처를 받고 '소주 한 잔'으로 쓰라린 속을 달래며 새로운 출발을 결심하는 사람은 강한 사람입니다. 이런 강함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즉 '네가 아니면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이 어디 없을 것 같냐'는 생각이 사람을 강하게 합니다. 하지만 양미숙은 그런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기상천외의 독특한 해결 방식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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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난 누구라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독창적이고 싱싱한 캐릭터들입니다. 양미숙 같은 캐릭터라면 주변이 어떤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건, 왕따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겁니다. 늘 피해의식과 암울한 자기만의 상상에 갇혀 있고, 늘 기괴한 자기만의 해결 방식을 고집하면서 자기는 남들에게 피해 주는 것도 없는데 왜 남들이 자기를 좋아해 주지 않을까 의아해 합니다.

사실 사람들이 괴짜를 싫어하는 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거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뤄집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이 빗나가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일상은 엉망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서서히 그 주변을 피하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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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숙은 이런 괴짜의 매커니즘을 너무나 제대로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누구라도 마음속 깊숙한 곳에 조금은 열등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에게 마음을 열기도 쉽지만, 또 한편으로 양미숙은 누구도 똑바로 바라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바보같은 면을 증폭시킨 캐릭터이기 때문에, 너무 심하면 짜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속의 양미숙은 그 사이의 선을 적절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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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의 적'으로 묘사되는 이유리 선생은 언뜻 공주병의 흔적과 함께 '왜 다들 나만 좋아하는지 모르겠어'라는 식의 백치미가 돋보입니다.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착한 공주' 스타일이기도 하죠. 이런 캐릭터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진짜 예쁘기 때문이기도 하고(안 예쁜 공주는 매장당하기 십상이죠), 또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에 대해 기본적으로 선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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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겉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전따(전교 왕따)가 되어 있는 종철의 딸 종희. 자신이 친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 깊은 컴플렉스를 안고 있습니다. 아무튼 본질적으로 평범해지기를 거부하는 영혼(요즘 여중생 중에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아이가 몇명이나 있을까요?)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위 아이들과는 거리가 생깁니다.

볼수록 내공이 느껴지는 캐릭터들인데다 그 역할을 맡은 공효진, 황우슬혜, 서우는 모두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듯한 호연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혼연일체라고나 할까요.

이런 인물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나오는 이경미 감독의 솜씨 또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캐릭터에 곧 스토리가 담겨 있고, 스토리가 캐릭터를 다시 보여주는 데 있어 너무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솜씨 때문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 대목에서 정말 비교되는 올해의 영화는 바로 '놈놈놈'입니다. 2차원의 스토리와 2차원의 캐릭터가 그나마 따로 따로 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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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유머감각입니다. 영화 곳곳에서, 만화에서 곧바로 실사영화가 된 듯한 장면들이 관객들을 흔들어 놓습니다. 이미 유명해진 "러시아 어로 라이터를 섹시하게 말해봐!" 장면을 비롯해 영화를 보는 내내 심심함을 느낄 새가 별로 없었습니다.

결말은 '영화라는 건 메시지가 있어야지!'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만족시킬만 합니다. '왕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라고 말하는 건 사회적 패자(loser)들을 다루는 영화에서 너무 자주 등장해 진부하게 느껴지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왕따와 왕따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모습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더군요. 그걸 보여주는 방법도 매우 독창적입니다.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엄청난 대박은 아니지만 이런 영화를 알아보고 호응하는 관객이 꽤 있다는 것도 한국 영화의 희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한마디로 알이 꽉 찬 꽃게를 쪄서 쪽쪽 빨아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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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양미숙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하는 코트. 자세히 보면 영화 마지막의 고교시절 단체사진 촬영 장면에서, 종철의 옆에 선 (그리고 아마도 종철이 귀여워했을) 여학생이 입은 코트와 같습니다. 미숙의 뿌리 깊은 열등감을 표현해줍니다.

또 학교 축제 장면에서는 교장선생님의 복장을 그대로 코스프레한 여학생이 교장 선생님에게 혼나고 있는 장면이 얼핏 지나갑니다. 특정 장면에서 유리 선생의 구멍난 원피스도 웃음을 자아내죠. 한마디로 배경 하나에도 제작진이 신경을 썼다는 증거가 역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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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유리 선생 역의 황우슬혜는 연극 경력이 탄탄한 82년생, 종희 역의 서우는 중학생 역이지만 88년생으로 20세입니다. 사실 서우의 '엽기성'은 '옥메와까'라고 불리는 빙과 CF에서 익히 드러난 바 있습니다.

못 보신 분들이라면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고정관념을 깨 주는 CF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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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이 인터넷 사이트로 열리면서 참 여러가지로 역사가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역사상의 인물들을 한번씩 검색해 보는 재미도 있고, 거기서 가끔씩 의외의 발견을 하기도 하지요.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화가로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사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기를 기대하기는 좀 힘든 사람들입니다. 왕조실록은 아무래도 왕과 근신들에 의한 통치행위에 대한 일기의 성격이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천한 화공들이 다뤄지기엔 좀 무리가 있죠. 하긴 연산군일기에는 '왕의 남자'의 모티브를 제공한 공길이란 광대가 나오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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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검색 결과. 우선 '신윤복'을 검색했지만 영-정조대에 신윤복이란 이름의 인물과 관련된 기사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실망.

하지만 김홍도는 달랐습니다. 일단 첫번째 기록은 정조 5년(1781 신축 / 청 건륭(乾隆) 46년) 8월 26일(병신)의 기사로 '어진 1본을 규장각에 봉안하기 위해 화사 김홍도 등에게 모사를 명하다'라는 내용입니다. 여기 보면,

...이어 화사(畵師) 한종유(韓宗裕) · 신한평(申漢枰) · 김홍도(金弘道) 에게 각기 1본씩 모사(摸寫)하라고 명하였다.

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신한평은 바로 신윤복의 아버지죠. 그럼 김홍도와 신윤복이 알고 지냈을 가능성은 대단히 풍부해집니다. 아들이었건 딸이었건(^^) 이렇게 어진을 함께 모사할 정도의 사이라면 어려서라도 보긴 봤겠죠. 이때 김홍도는 36세의 한창 나이입니다. 기록대로 신윤복이 1758년생이라면 이때 23세로군요.

김홍도에 대한 기록은 두 차례 더 나옵니다. 저 기사가 나오고 바로 다음달인 9월 3일(임인), '익선관에 곤룡포를 입고 김홍도에게 어용을 그리게 하다'라는 기록이죠. '희우정(喜雨亭) 에 나아가 승지·각신을 소견하였다. 익선관(翼善冠)에 곤룡포(袞龍袍)를 갖추고 화사(畵師) 김홍도(金弘道) 에게 어용(御容)의 초본(初本)을 그리라고 명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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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우정은 창덕궁의 후원 안에 있는 아름다운 정자입니다. 마포구 합정동에도 희우정이 있다고 하는데 설마 그 희우정은 아니겠죠.

아무튼 14년 뒤인 정조 19년(1795년) 정월 연풍현감 김홍도에게 재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죄를 물으라는 공론에 관한 기사가 나옵니다. 화공으로 출세해 현감 벼슬까지 누리고 있었지만 정사에는 그리 밝지 못했던 듯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김홍도 관련 기록은 여기까지입니다.

일세를 풍미한 대 화가에 대한 기록이 이 정도라는 것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실록에 이름이 세번이나 오르내린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신윤복은 물론이고 조선 3대 화가로 거론되는 안견 역시 단 한번 이름이 나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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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에는 지난주부터 화산관 이명기라는 당대의 유명 화가가 등장했습니다. 김홍도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드라마에 흥미를 더 할 인물이죠. 물론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입니다.

당시 초상화의 1인자로 불리던 이명기는 생몰연대가 불분명하지만 1791년 어진화사를 맡았고 1795년 김홍도와 함께 '서직수 초상'을 합작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동시대의 인물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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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서직수 초상. 오른쪽에 '얼굴은 이명기가, 몸은 김홍도가 그렸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명기가 등장하고 보면 아쉬운 사람들은 많습니다. 특히 긍재 김득신이 이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게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김득신의 그림은 김홍도의 그림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위트있고 서민적인 화풍이 매우 닮아 있죠.

가장 대표적인 그림, '파적도(破寂圖)'입니다. 일명 '야묘도추(野猫盜雛: 들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치다)'라고도 하지요. 웃음이 절로 나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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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4년생으로 김홍도보다 9세 연하, 신윤복보다는 4세 연상인 김득신은 이처럼 김홍도의 화풍을 계승한 탁월한 화가였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자취를 볼 수가 없습니다.

또 있습니다. 1712년생인 최북입니다. 최산수, 최칠칠이라고도 불리는 최북은 상당히 광화사의 표본 같은 인물이죠. 시-서-화에 모두 능했다는 최북은 호방한 성품으로 널리 친구를 사귀고, 금강산에서는 그림을 그리다가 경관에 취해 물에 빠져 죽겠다고 시도를 했다는 일화가 전해 질 정도로 기인의 풍모가 깃든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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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1회에 안경을 쓴 김홍도의 모습이 자주 등장했는데, 최북이야말로 눈을 다쳐 줄곧 안경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는군요. 1786년 술을 마시고 길에서 객사했다고 할 정도로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인물인데, 이 드라마가 현재 조명하고 있는 시기가 정조의 즉위초인 1770년대 말에서 80년대 정도라고 할 때, 충분히 등장할 여지가 있는 인물인데 좀 아쉽습니다.

최북의 '한강조어도(寒江釣魚圖)'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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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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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올렸던 이 그림은 제목이 같은 겸재 정선의 '한강조어도'였습니다.


아무튼 '바람의 화원'으로 인해 조선 후기 회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니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나자나 간송 미술관은 10년 전에 가 보고 못 가봤군요. 어떻게 좀 더 넓고 시설 좋은 곳으로 옮기면 안될지 참 궁금합니다. 리움 정도의 시설이라면 더 바랄게 없을텐데 말입니다.



관련된 내용입니다. 일단 문근영.



다음은 왕년의 박신양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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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심 많고 매력적인데다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의 열혈 팬이라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여자. 다소 소심한 회사원 덕훈(김주혁)은 자신만을 위해 창조된 것 같은 인아(손예진)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지만 인아는 길들일 수 없는 여자입니다. 어떻게 한번에 한명만 사랑할 수 있느냐는 자유연애 신봉자인 인아를 결국 포기하지 못한 덕훈은 결혼으로 인아를 묶어 두려 합니다.

하지만 해피엔딩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인아가 '남편 하나를 더 두겠다'고 나섰기 때문이죠(이건 제목에 있는 내용이니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아내를 다른 남자와 나눠 가질 위기에 놓은 덕훈. 과연 덕훈은 어떻게 이 위기에 대항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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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의 베스트셀러 '아내가 결혼했다'는 수많은 영화 제작자들과 드라마 제작자들이 탐냈던 작품입니다. 원작이 그냥 인기만 끈 게 아니라 상당히 논쟁을 유발할만한 흥미로운 줄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서술형의 제목을 들은 대다수의 남자들은 이 글의 제목처럼 반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내가 또 결혼해? 그런데 그냥 가만히 내버려둬? 너 죽고 나 죽자고 결판을 봐야지!" 그래서 이 영화를 보던 어떤 사람은 분을 식히기 위해 극장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왔다더군요.

물론 뻔히 남편을 두고 있는 여자가 다른 남편을 갖겠다고 주장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나 원작 소설을 두고 말이 되는 걸 따지는 건 바보 짓이죠. 워낙에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걸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그 줄거리에 공연히 집착하다간 이 작품이 정작 하고자 하는 얘기를 놓쳐 버리기 십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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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남녀 관계를 연결해서 묘한 공통점을 이어가는 원작은 실상 두 가지 얘기를 독자에게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일부일처제라는 현재 문명국의 보편적인 제도가 인류의 전체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영원한 것이지도, 다른 제도에 비해 타당한 것이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전제로 한 도덕률이나 민법 조항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역시 개인의 선택에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굳이 폴리아모리(polyamory)를 옹호하는 건 아니죠.

두번째는 첫번째 주장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남들의 가정, 특히 부부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당사자들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영어 표현에는 skeleton in the closet이라는 것이 있죠. 좋은 얼굴을 하고 사는 남편이 사실 집에서는 바람을 피우는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죠. 남들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만한 고민은 차라리 별 것 아닌 편이며, 정작 심각한 고민에 빠진 사람은 아예 남들에게 털어놓을 생각도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 영화 속의 김주혁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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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작품은 자신 이외의 사람들에 대한 어거지와 목청 높이기의 시대에 관용과 역지사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세계관 안에서 너무도 당연한 것이 상대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덕훈이 인아를 가로막지 못하는 이유는 일단 인아가 너무도 매력적이고 사랑스럽기 때문이지만, 그밖에 인아가 하는 말을 자신의 논리로 공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여기서 덕훈이 폭력이나 욕설을 동원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부정한다면 그건 또 다른 영화나 소설이 되겠죠.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원작이 다져 놓은 길을 충실하게 가고 있습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좋은 이야기의 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화=재창조라는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어설프게 손질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일단 칭찬할 만 합니다. 정윤수 감독은 비록 흥행에선 쓴맛을 봤지만 전작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남녀 사이의 끈끈한 말장난에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 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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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영화가 소설의 판박이인 것은 아닙니다. 소설에서 남편 덕훈의 상상으로 그려지던 부분이 실제로 나타나기도 하고, 소설이 열린 결말로 끝나는 데 비해 영화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결말을 그려 줍니다. 아무래도 '흐지부지'를 싫어하는 한국 관객들의 취향을 생각하면 괜찮은 선택이란 생각이 듭니다.

캐스팅은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자는 '작품에 비해 너무 미인'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여러 인터뷰에서 "소설 쓸땐 인아가 왜 그렇게 매력적인지, 덕훈이 왜 인아를 떠나지 못하는지를 묘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영화를 보니 손예진의 웃음 하나로 모두 설명이 되어 버리더라. 영화가 소설에 비해 유리한 부분"이라고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 소감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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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말마따나 손예진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합니다. 상황이 말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시사회에 참가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손예진이라면 1/4이라도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손예진이 취향 밖인 분들한테야 별 수 없는 얘기겠지만 말입니다. 역시 이 배우에게는 '무방비도시'보다는 이런 모습이 더 어울립니다.

김주혁도 최고 수준의 개인기를 보유한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합니다. 축구로 비교하자면, 김주혁은 순식간에 서너명을 제치고 대포알같은 캐논킥을 터뜨리는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혼전 속, 상대 수비로 둘러싸인 한정된 공간 안에서 슈팅 각도를 확보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골을 뽑아내는 능력을 보유한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가 딱 좋아하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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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우 외에 다른 배우에 대해서는 굳이 할 말도, 해야 할 말도 없습니다. 그만큼 두 사람에게 거의 모든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라면 내수는 물론이고 한국 영화가 만들어낸 훌륭한 수출용 상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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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손예진의 노출에 대한 일부 기사들은 낚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노출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요즘 중학생들도 코웃음을 칠 수준이고, 유일하게 '노출'이라고 부를만한 장면은 대역이라는 것이 너무 쉽게 드러납니다. 물론 그 장면을 제외하면 손예진이 직접 촬영한 건 맞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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