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의 역사를 가진 동춘 서커스가 해체를 선언했다는 얘기를 듣고 쓴 글인데, 어느새 '해체는 없다'는 새로운 소식이 떴습니다. 일단 수원시가 상설 공연을 할 수 있는 부지를 무상으로 대여하기로 하는 등 각지로부터의 관심이 급한 불을 끄게 했다는 얘깁니다. 지난달 말, '마지막 공연'을 전제로 진행된 공연은 동춘서커스 역사상 가장 홍보가 잘 된 공연 중 하나였을 겁니다. 동춘이 아직 존재하고 있는지조차도 까맣게 잊었을 사람들까지도 '해체' 기사를 보고 '아, 아직도 열심히들 하고 있었구나'하고 생각했을테니까요. 하지만 들리는 말로는 그 공연에도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누구나 '동춘' 얘기를 하면서 유행처럼 '태양의 서커스'를 반찬으로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냥 그런 식의 단순한 비교가 과연 의..
세계를 휩쓸고 있는 '디스 이즈 잇'의 열풍에서 한국은 슬쩍 빗나가 있는 느낌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디스 이즈 잇'의 2주 한정 상영 방침이 바뀌어 연장 상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지방 몇개 극장에서 상영관이 축소되면서 '상영기간 단축'에 대한 헛소문이 돌고 있다고도 합니다. 마이클 잭슨 같은 대형 스타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에 대한 예우 치고는 좀 초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물론 개인적인 감상일 뿐입니다. 아무리 세계적인 스타라도 '추모의 열기' 혹은 '사후의 영광' 같은 것은 만들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순수하게 팬들로부터 시작된 감정이 일정한 임계치를 넘어섰을 때에나 조성될 수 있는 것일 뿐입니다. 문득 지난 세기를 장식했던 다른 스타들이 남긴 마지막 흔적들은 어..
참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축구라는게 본래 발로 하는 거다 보니 눈으로 보기엔 답답할 때가 많죠. 세 골째를 먹었을 때에는 저절로 채널이 돌아가더군요. 그렇게 어렵게 골을 넣고, 그렇게 쉽게 골을 내주다니.. 물론 8강이면 훌륭한 성적입니다. 당초 이번 대회가 시작할 때만 해도 목표는 16강 진출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20세 이전부터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리던 선수들이 팀을 이룬 상태에서도 16강 진출에 계속 실패해왔고, 이번 대회에도 카메룬-미국-독일과 한 조를 이루면서 '죽었구나'하고 생각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브라질-스위스-나이지리아와 붙어야 했던 2005년, 브라질-미국-폴란드와 한 조였던 2007년에 비해 유난히 나쁜 대진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벌써 일본 총선에서 만년 여당 자민당이 침몰하고 사실상 최초의 정권교체가 일어난게 지난 8월의 일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조용히 묻혀 지나간 사건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이쪽으로 가져올 타이밍을 놓쳐 버렸는데, 바로 일본 최고의 스타, 여자들이 매년 뽑는 '최고의 남자 연예인'에서 10년 넘게 일본 최고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기무라 타쿠야와 소속 그룹 SMAP이 관련된 사건입니다. 만약 한국에서 SMAP 정도로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여당인 한나라당을 공개 지지하며 '구관이 명관'이라고 옹호하고 나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기 있는 연예인의 한마디 한마디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가 되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일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굳이 이름을 달자면 'SMAP의 자민당..
'국가대표'가 감독판 상영 등으로 화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흥행 최고점은 지나친 듯 하지만 뒤늦게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 아직 적지 않은 듯 합니다. '국가대표'가 주는 메시지는 자명합니다. 21세기의 '겉으로는 최첨단'인 대한민국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타인에 대한 관용의 결여'라는 부분에 대한 비판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속 밥(헌태)은 스키 점프 대표팀의 정체에 대해 안 다음 자신이 이용당하고, 또 버림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국가대표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낀 사람들은 그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재일동포인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목: 국가대표 관객 800만 동원을 앞..
이영애가 소리소문 없이 귀국하려다 길목을 지키던 취재진에게 '적발'됐습니다. 느닷없이 카메라를 발견했으니 놀랐을 법도 한데 찍힌 사진을 보면 우아하기만 합니다. 역시 월드스타답게 취재진을 발견한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얼굴을 가리거나 어설픈 달리기로 '못볼 꼴'을 찍히는 우를 범하지 않았더군요. 사진들을 보니 입국검사장보다 훨씬 안쪽인 방역검색대 앞에까지 진출해서 찍은 사진도 있던데 이 지점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들어오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속사정을 알고 보니 취재진의 치밀함이 참 놀랍습니다. 경쟁매체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스타들을 추적하는 취재진도 고생이지만, 문득 소위 신비주의 노선을 가고 있는 스타들도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그렇게까지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보면서 든 생각은 - 누구라도 비슷했겠지만 - 정말 한 시대가 마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죽음과 비교하자면 결례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시대를 이끌고 가던 인물의 사망 소식이라는 건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분의 위업이나 생애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정리가 있었을 겁니다. 여기선 생략하고, 이 분의 죽음에 임해 '화해'를 표방하고 나선 김영삼 전 대통령에 눈길이 갔습니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DJ에 대해 "정신이 이상해도 보통 이상한게 아니다"라는 말로 원색적인 비판을 했던 YS입니다. 그런 그가 DJ의 병문안을 가 "화해라고 봐도 좋다"고 말하고, 추모의 코멘트를 하는 모습은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지난번 정우성의 기무치 파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보드카의 원조 전쟁(?)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책에서 그 이야기를 보고 시간이 좀 지난 터라 약간 부정확한 인용이 있었는데, 다시 참고해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나오는 책은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입니다. 최근 한국의 술 막걸리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몇몇 일본 대형 주류사들이 막걸리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김치-기무치 전쟁'이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습니다. 이번엔 막걸리 대 맛코리가 되는 셈이겠죠. 관심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정리해봤습니다. 제목: 막걸리 보드카는 어느 나라 술일까. 스카치 위스키의 고향이 스코틀랜드이고, 사케 하면 일본이듯 보드카라면 ..
영화 '해운대'는 해운대를 덮치는 가상의 쓰나미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에서 지진 전문가 김휘 박사(박중훈)는 부산 재해대책 당국에 메가 쓰나미의 공포를 역설하지만 당국자는 "이제껏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 당국자가 몰랐기 때문에 나온 반응입니다. 최근 30년간, 적어도 두 차례 한국은 쓰나미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1983년과 1993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두 차례 모두 '해운대'의 설정과 흡사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위력은 영화에 나온 메가쓰나미에 비해 한참 모자란 수준이었지만, 일본 연안의 해저 지진이 한국에 해일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기엔 충분했습니다. 특히 1993년엔 '우리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한동안 제기되기..
뉴스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면서 옷을 하나씩 벗는다. 혹은 아예 아무 것도 안 입은 여자가 뉴스를 진행한다. 처음 들으면 참 솔깃한 아이디어이기도 합니다. 네이키드 뉴스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시작됐습니다. 엄청난 인기라는 사람도 있고, 정작 보니 시시하더라는 사람도 있더군요. 사실 그렇습니다. 성인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른 자극적인 성인용 오락물에 비해 지독하게 단순하고 심심하겠죠. 여기에 살짝 뉴스라는 서비스를 얹어 상품으로 개발해 낸 발상이 웃음을 짓게 합니다. 뉴스를 보기 위해 네이키드 뉴스를 찾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런 뉴스도 뉴스 아니냐?'고 누가 물어보면 아니라고 말하기가 좀 궁색해 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네이키드 뉴스는 왜 뉴스가 아닌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키드 뉴스만 욕할 수 ..
다 아시다시피 사상 첫 남북 동시 월드컵 진출이라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실 우리가 지난 1986년 이후 단 한번의 실패도 없이(물론 2002년은 개최국이라 예선을 거치지 않았지만) 매번 월드컵에 진출하느라고 이걸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그렇지, 월드컵 본선 진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나라 수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는 아시아에 너무 많은 티켓을 주는게 아니냐(현재 4매)고 하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북한이 새로 본선 진출국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꽤 대단한 일이라고 할 만 합니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출전한 월드컵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축구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박두익이라는 북한의 축구 영웅과 8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 무렵, 한국 축구는 북한을 엄청나게 두..
나라가 큰 일을 겪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말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피력합니다. 어떤 말들은 명언이 되어 남고, 어떤 말들은 망언으로 기록됩니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세상에 알려진 인물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 마련입니다. '삼국지연의'에서도 유비는 육손에게 패해 죽기 직전, "새가 죽을 때가 되면 그 소리가 슬프고,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그 말이 선하다(鳥之將死, 其鳴也哀;人之將死, 其言也善)"고 말합니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이 되면 누구든 자신이 어떤 말로 남겨진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인가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의 마지막 말을 생각하면서 쓴 글입니다. 제목: 마지막 한마디 오슨 웰스의 고전 명작 영화 ‘시민 케인’은 언론 재벌 케인이 숨을 거두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3등,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칸 영화제는 황금종려상, 심사위원 대상, 심사위원상의 세 단계로 작품상을 시상합니다. 지난 2004년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이번에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니 명실공히 '칸의 사나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게 인지상정일 겁니다. 특히 타임지의 평론에서 "지난번('올드 보이')보다 마땅히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게 했기 때문일 것이고, 아무래도 이미 2등을 해 본 경험이 있끼 때문에 3등은 약간 맥이 빠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물론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감독들의 작품 20여편 중에서 네 작품 안에 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란 걸 잊어선 안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겨우 3등?'이란 식으로 대응한다면..
'서울대, 사실상 존엄사 인정'이라는 헤드라인을 본 순간 제 머리에 떠오른 것은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마지막 대목이었습니다. 요즘 존엄사, 존엄사 하지만 참 귀에 설게 들립니다. 예전에 쓰던 안락사라는 말과 뭐가 다른지 헛갈리시는 분도 많을 법 합니다. 존엄사로 부르건 안락사로 부르건,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떡밥인 건 분명합니다. 말을 바꿔 놓고 보면 이런 죽음은 일종의 자살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그걸 돕는 사람은 넓은 의미의 살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격하게 보자면 의료진이 거기에 참여하는 것은 심각한 의료 윤리 위반이기도 합니다. 이런 떡밥을 덥썩 물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튼 거기에 대해 쓴 글입니다. 전문가 분들의 지적이나 충고를 환영합니다. 아래 글에는 '..
극장에서 교황청이 폭파 위협을 받는 동안 진짜 교황까지 뉴스의 초점이 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겁니다. 영화 '천사와 악마'가 개봉하는 주간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중동 지역을 순방하면서 무슬림과 기독교도, 유태인들을 하나로 묶는 '공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더군요. 물론 현 교황은 지금까지 입만 열면 사고를 쳐 온 터라 이번 중동 방문을 놓고도 우려가 엇갈렸습니다. 심지어 '교황은 반유태주의자다' '지금이 십자군 전쟁 때인 줄 아느냐'는 말까지 들었던 적이 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이번 중동 방문은 자칫하면 제 무덤을 파는 결과가 나올 지도 모른다는 걱정들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별 무리 없는 순방을 마쳤지만 이스라엘의 일부 언론들은 "끝내 나치 독일에 의한 유태인 학살에 대해 독일의 책임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