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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X파일 냉면 육수의 불편한 진실] 냉면 육수에 대한 맛집 검증 프로그램이 화젭니다.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에서 2주 연속으로 냉면 육수에 대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첫번째 방송 내용은 '소위' 냉면 전문점들의 냉면 육수 가운데에는 진짜 쇠고기가 1%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내용이라 많은 공분을 샀습니다. 설탕과 식초, MSG와 쇠고기맛 조미료(즉 다시다)만을 배합해서 쇠고기 육수 맛을 낸다는 것이었죠. 워낙 신뢰도 높은 방송이라 반향도 컸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방송, 이번에는 냉면 한 그릇에 만원 안팎을 받고 있는 냉면계의 명가들은 어떤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습니다. 검증 결과는 '사실상 MSG를 전혀 쓰지 않는 집은 없다'. 여기에 대한 실망감도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정말 온당한 것일까요?

 

 

 

 

자칭 냉면 마니아로서, 방송 내용에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사실 냉면 육수의 문제는 JTBC '미각 스캔들' 에서 먼저 다룬 바 있습니다. 지난 7월15일 방송이 나간 '칡냉면의 비밀' 부분입니다.

 

 

 

 

 

 

위의 재료 표에서 '모도'라는 것은 닭고기 맛이 나는 분말 재료를 말합니다. 아마도 '아지노모토'의 '모토'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아무튼 이 내용에서 그치지 않고 '먹거리 X파일'은 칡냉면 아닌 그냥 냉면집에서도 고기 한점 들어가지 않은 육수로 냉면을 말아 낸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 검증 대상에는 서울 시내 곳곳에 널려 있는 수천군데의 일반 냉면집 뿐만 아니라, 이름만 대면 미식가들이 환장하는 유명 냉면집들도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두 차례의 방송에서 내려진 결론은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냉면을 하는 집은 없는 것 같다'입니다.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서울 시내의 유명 냉면집 가운데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맛을 내는 집은 애당초 없었습니다. 만약 이런 사실을 부정하거나, 그동안 '이집은 미원 같은 거 쓰지 않는 집이야'라고 자신있게 냉면집으로 다른 사람들을 데려가 온 사람들이 있다면 냉면 마니아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면 인공 조미료를 넣은 맛과 넣지 않은 맛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일 겁니다.)

 

배신감을 느끼는 분들도 꽤 있겠지만, 일단 우리가 냉면 육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차원을 나눠 생각해봐야 합니다.

 

1) 냉면에 전혀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는 집

2) 좋은 재료를 써서 육수를 내되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를 사용하는 집

3) 명목상 고기를 쓰기는 하지만 맛의 핵심은 조미료에 있는 집

4) 고기 0%에 조미료를 육수의 주재료로 사용하는 집

 

1차 방송은 4)의 비양심 업소들을 집중 고발하는 것이었고, 이 집들은 욕을 먹는 정도가 아니라 문을 닫아야 할 겁니다. 정말 나쁜 놈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방송 내용이 '아예 고기를 쓰지 않는 집'에 맞춰지는 바람에 3)의 업소들까지 '억울하다'고 나섰죠.

 

그리고 2차 방송까지 보고 나니 두 편의 방송 결과로 볼 때에는 2)의 집도 '문제 있는 집'으로 표현됩니다. 사실 저는 이 부분, 그러니까 2)의 업소들과 3)의 업소들이 똑같이 도맷금으로 넘어간 건 좀 억울하다고 생각합니다.

 

2회 끝에 소개된 '진짜 좋은 맛이 나는 집'(동두천의 평남면옥으로 추정됩니다. 저도 이 집은 가 본 적이 없습니다)도 마지막에 주인이 '육수에 조미료를 조금 넣는다'고 말을 해서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지 못합니다.

 

 

 

 

이를 포함해 두번째 방송에서는 서울 시내 세 곳의 유명 냉면집을 방문합니다. 첫번째 집은 처음엔 주인이 "냉면엔 안 쓴다"고 주장하다가 주방에서 조미료가 발견되자 당황하며 얼버무립니다. 두번째 집은 매장에선 안 쓴다고 하지만 육수 공장에서는 "한통에 420g정도 쓴다. 손님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조미료를 안 쓰면 '육수에 물을 탔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아예 분량까지 말해줍니다. 세번째 집에서는 아예 "어떻게 안 쓰냐. 쇠고기맛 조미료는 안 쓰지만 백색 MSG 분말(미원)을 쓴다. 손님들이 이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뭐 많이 가시는 분들은 외관만 봐도 금세 알아차릴테니 그냥 실명으로 씁니다. 첫집은 봉피양, 둘쨋집은 을밀대, 세째집은 우래옥입니다. 예전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특히 우래옥은 인공 조미료 사용을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안 쓰면 손님들이 외면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입니다. 가끔씩 소위 맛집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우래옥 냉면에 대해 '조미료 냄새 전혀 없는 육향' 어쩌고 할 때 보면 웃음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것이 그렇게 문제일까요.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은 재료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조미료로 비싸고 좋은 재료를 대신하려는 태도입니다. 넣어야 할 비싼 재료를 다 넣었다면, 그 맛을 더 화려하게 하기 위해 조미료를 넣은 것은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유는 두가지.

 

 

 

 

첫째. 저 위에서 거론한 세 집을 가 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냉면집들을 처음 방문했을 때 보이는 반응을 아실 겁니다. 시중의 일반 냉면집에서 흔히 '갈비집 냉면' 혹은 '분식집 냉면'이라고 불리는 시큼달콤한 냉면에 중독된 사람들은 위의 집들을 가서 쉽게 '맛있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거부감이 심하더군요. 가장 대표적인 반응은 '값은 더럽게 비싼데 밍밍하고 맹물같다'는 것입니다.

 

자, 좋은 재료를 투입하고 '조미료 많이는 안 쓴다'는 집들이 일반적인 손님들로부터는 '밍밍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럼 사람들로부터 '밍밍하지 않다'는 느낌을 줬던 집들의 경우는 과연 어땠을까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답은 뻔합니다. 다른 집보다 훨씬 덜 쓰고 있다는 게 확인됩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냉면을 만들어도 손님이 오지 않아 망하면 사실 식당을 한다는게 의미가 없겠죠. 우래옥이건 하동관이건, 분명히 조미료만 가지고 그런 맛을 낼 수는 없습니다. 조미료만 써서 똑같이 따라할 수 있다면 두 집 모두 이미 오래 전에 지금의 독보적인 위치를 잃었을 겁니다.

 

 

그 다음 두번째. 위에서 거론된 봉피양과 을밀대의 경우 제작진에게 "앞으로는 전혀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을밀대에서 육수 기술자는 "지금까지 우리는 다시마를 대량으로 써 왔다. 그래도 거기에 조미료를 조금 더 썼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쇠고기 육수에 다시마를 왜 쓸까요? 바로 다시마의 MSG 성분 때문입니다. 조개, 다시마, 새우, 게 등에 다량 함유된 MSG 성분이 음식 맛을 확 살아나게 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죠. 하다 못해 라면 한개를 끓여도 새우 몇마리나 게 다리 하나가 들어가면 국물 맛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가끔 '그건 천연 MSG'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게 바로 함정입니다. MSG는 다 같은 MSG입니다. 어디서 추출하건, 사람 몸에서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사용하는 양의 문제인데, 이미 FDA는 MSG가 유해물질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뭐 그래도 불안해 하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굳이 맛을 돋구기 위해 소량 사용하는 걸 불안해 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금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소금도 많이 쓰면' 몸에 해롭죠.

 

앞으로 '먹거리 X파일'에서 조미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인공 조미료'에 대한 이상한 결벽증을 씻어 내는데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처음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로 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이쪽

당신은 MSG 없이 살 수 있습니까? http://fivecard.joins.com/990

식객 맛집은 정말 MSG를 쓰지 않을까 http://fivecard.joins.com/1029

 

세줄 요약

 

1. 냉면 육수, MSG 사용 여부보다 고기 재료를 제대로 안 쓰는게 문제다.

2. 비싼 재료를 쓰는 냉면집들도 MSG를 넣는 건 손님 입맛 때문이다.

3. 재료를 제대로 쓰고 맛 때문에 MSG를 좀 넣는 것까지 반칙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P.S. 아울러 2편의 유명 냉면집 탐방에 참여한 두 명의 '전문가' 분들(어디 교수님이라는 한 분과 자연음식 연구가라는 분)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다른 음식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냉면 맛을 보시는 두 분의 자세는 정말 실망 그 자체입니다. (아, 나머지 한 분은 진짜 전문가 맞습니다. 제가 압니다.)

 

특히 아무개 교수님이 평남면옥에서 "냉면 육수가 투명해서 특이했다"고 하시는 대목에서 빵 터졌습니다. 명가 중의 명가인 평양면옥, 을지면옥, 필동면옥을 단 한번도 가 보지 않으신 모양이더군요.^^

 

P.S.2. 'MSG가 들어갔다'는 말에는 무슨 큰 일이 난 것처럼 반응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MSG 안 써 보려고 했더니 맛 없다고 손님 끊어져서 식당 망할 뻔 했다'는 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건 마치 설문조사 응답할 때에는 '교양있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 좋다. 요즘 TV 너무 저질이다'라는 답이 1등이지만 실제로는 막장 드라마 시청률만 하늘로 치솟는 현실과 거의 똑같다는 느낌입니다. 이런게 인지상정이겠죠.

 

P.S.3. 위에 나오는 4개의 냉면 사진은 각각 어느 집 냉면일까요? 냉면 마니아라면 그릇과 고명만 봐도 아실 겁니다.^^

 

P.S.4. JTBC '미각스캔들'과 채널A '먹거리 X파일' 모두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답공개: 위에서부터 봉피양 - 한일관 - 을지면옥 - 평양면옥입니다.

              3번을 '필동면옥'이라고 하신 분도 정답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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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뭔가 될 것 같은 노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월드와이드하게 엄청난 반응을 몰고 올 줄은 몰랐습니다. CNN에서도 이 노래 얘기가 나갔고, 그 유명한 로비 윌리엄스까지 자기 블로그에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했습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이고 있는 시대, 특히 유튜브를 이용한 문화 전파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시대에 이미 아이돌 그룹들을 통해 K-POP의 세례를 받은 해외 네티즌들도 이미 '강남 스타일'에 푹 빠진 듯한 느낌입니다. 경험담과 리액션 비디오가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문득 기시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특히 30대 이상이라면 말입니다. 1996년, 한 편의 중독성 강한 댄스 곡과 독특한 춤사위가 전 세계를 사로잡은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마카레나(Macarena)'입니다.

 

 

 

1996년, 두 명의 똥똥한 스페인 아저씨들로 구성된 로스 델 리오(Los Del Rio)라는 듀오가 '마카레나' 라는 노래를 불렀을 때, 전 세계인들은 묘한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니 이 묘하게 촌스러우면서도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고, 은근히 후렴구를 따라부르게 되는 이 노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후크송이란 말을 들어 보기도 전, 이미 전 세계는 마카레나에 낚여 갔더랬습니다.

 

 

 

 

1992년 결성된 로스 델 리오는 그해 룸바 리듬으로 '마카레나'의 원작을 내놨습니다. 이 노래는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등 라틴아메리카에서 히트하고, 차차 미국의 스페인계 커뮤니티로 확산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 시장을 잘 아는 스패니시 팝 스페셜리스트들의 눈에 띄어 새로운 편곡으로 1995년 세계 시장을 겨냥합니다. 

 

사실 유명 가수가 유명 작곡자를 써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해도 히트를 보장할 수 없는 것이 대중음악의 세계. 그러나 될 노래는 되고야 만다는 것도 이미 확인된 얘기죠. 무명의 두 아저씨가 장난하듯 부른 이 노래는 '아아아싸!' 하는 후렴구만큼이나 호쾌하게 차트를 치고 나갑니다. 베이사이드 보이 믹스 버전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무려 60주 동안이나 차트에 머물죠.

 

이 대목에서 지금 들어도 흥겨운 이 노래.

 

 

 

(물론 이분들이 '마카레나' 이후에도 계속 세계적인 톱스타로 군림하느냐... 그건 아니구요. 이 딱 한 곡을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뒤에는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 꽤 조용히, 그래도 의미있는 활동을 하셨다고 합니다. 듀오는 2007년에 해체되고, 각기 자기의 길을 가신다고 하는군요.)

 

사실 마카레나 얘기를 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니라,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왠지 제2의 '마카레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 때문입니다. 일단 머릿수는 다르지만 노래를 부른 가수의 체형(!)이 유사하고, 노래 스타일은 다르지만 중독성이 무서울 정도로 닮았습니다.

 

 

 

오죽하면 영국의 당대 팝 지존 로비 윌리엄스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이 노래 뮤직비디오를 소개했겠습니까.

 

 

 

포스팅 주소는 이쪽:
http://www.robbiewilliams.com/news-blogs/trying-to-figure-out-which-tracks-stay-the-album


그런 의미에서, 아직 못 보신 분은 없겠지만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어떤 매력이 이렇게 난리인지 다시 한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유튜브를 둘러 보시면 온 세계의 K-POP 마니아들이 '강남 스타일'에 얼마나 꽂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팬들의 비디오. 아래 비디오는 '오빤 강남 스타일'이 영어로 들으면 어떻게 들리는지(^^)를 알 수 있는 영상입니다. "open c***** style"  이라니... 살짝 불경스럽긴 한데, 그게 또 싸이 이미지와 어울립니다.

 

(아래 영상 강추.^^)

 

 

 

그 다음은 한 금발 소녀(?)가 뮤직비디오 전편을 자기 식으로 재구성한 작품. 노력상 정도는 줄 만 합니다. 꽤 충실한 재현입니다.

 

 

 

아래, 국내에서 나온 패러디 비디오와 한번 비교해 보시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합니다. 이건 요즘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빠야 대구스타일'. 그런데 이건 동원된 인력을 볼 때 제작진이 군소 프로덕션 급은 되는 듯.... (그냥 팬 개인이 만들었다기엔 공장 냄새가 좀 나죠?^^)

 

 

패러디가 다가 아닙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소감이나 반응을 찍어 올리는 MV리액션 영상은 팬들의 자기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리액션 영상의 조회수가 20만 건이 넘습니다.

 

 

 

'NamasteDwaejiKim' 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 두 친구는 이런 리액션 영상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돼지킴'이라는 뒷부분을 보면 뭔가 한국어도 좀 할 줄 아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별 볼 건 없는 이런 영상입니다.

 

그런데 조회수가 243,172회나 되다니.

 

 

 

인터넷은 있었지만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였던 1990년대 중반. 로스 델 리오가 미국으로 진출해 주요 음악 채널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전파하고, 마침내 '마카레나'를 히트시키기까지 1년 이상 걸렸다면 유뷰브는 이 모든 과정을 한달 안에 끝낼 수도 있는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너무 앞서 가는 듯 하지만, 이러다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에서 실제 히트곡이 되고, 온 세상 사람들이 '오퐈 캉남 스따일' 하며 말춤을 추는 날이 오는게 아닌가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비 윌리엄스의 노래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을 마무리로. 2003년 넵워스(Nebworth) 라이브의 첫 곡이었던 'Let me entertain you' 입니다. 6만을 헤아리는 엄청난 관중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로비의 모습은 그야말로... '폭풍간지'.

 

 

 

 

싸이도 언젠가 저런 관중 앞에서 말춤 추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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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가면 가끔 얼굴을 찌푸리면서 숟가락을 내려 놓고 "미원 맛이 너무 나"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단히 예민한 미각의 소유자인가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런 분들의 특징은 대부분 유명 맛집에 가면 군소리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우래옥이나 한일관 같은 곳에 가면 이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싼 식당일수록 조미료를 많이 쓴다는 건 당연히 사실일 겁니다. 그리고 좋은 재료를 많이 쓰는 비싼 식당에서는 양심이 있으면 조미료를 덜 쓰겠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유명한 맛집에서는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시곤 합니다.

 

물론 '전혀 쓰지 않는' 집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감칠맛이 나려면 자연스러운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싶은 곳에 가도 '저희 업소는 조미료를 쓰지 않습니다'라고 되어 있는 안내를 볼 때가 있습니다. 특히 그 안내가 허영만 만화 '식객'에 나오는 정도라면, 뭐 더 할 말이 없겠죠.

 

 

 

지난주 JTBC '미각스캔들'에서는 허영만 원작 만화 '식객'을 이용해 마케팅하고 있는 식당들을 점검하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식객'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 작품인가 하는 것은 새삼 여기서 거론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이날 방송의 취지는 '식객'에 누를 끼치자는 것이 아니고, '식객'이 여기저기서 음식점 선전에 이용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를 짚어 보자는 데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식객'에서 우리 전통 음식을 지키는 집으로 소개된 곳이 아니라, 그냥 스쳐 가는 가게로 나온 집까지도 "우리 업소가 '식객'에 나왔다"고 떠드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식객'의 본의 아닌 오류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대부분 업주들이 한 말을 그냥 그대로 전재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중엔 업주 측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비법에 따라 조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그 지역의 향토문화 연구자들은 그 말이 '아무 근거가 없으며, 현재의 조리법은 1980년대 이후에 등장한 것'이라고 짚어낸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비판은 만화 출간 때부터 간간이 있었고, 이에 대해 허영만 선생도 "'식객'은 맛집 소개서이지 한국 음식에 대한 연구서가 아니다"라고 직접 언급하신 바 있습니다. 즉 위에서 말한 조리법의 역사나 원조집 논쟁 등에 대해 만화 '식객'이 판가름의 기준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방송의 주제와 달리 눈길을 끈 것은 유명 곰탕집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뭐 좀 먹으러 다녔다는 사람은 다 아는 이 집(그냥 'H'라고 하겠습니다. 뭐 방송에서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업소의 이름을 굳이 제가 얘기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은 허영만의 '식객'에서 36-2-0-60이라는 암호같은 숫자로 소개됩니다.

 

 

 

그리고 그중 '0'이 바로 '인공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집의 국물에서는 그냥 쇠고기와 내장만을 우려 낸 국물맛이라기엔 조금 넘치는 듯한 감칠맛이 납니다. 물론 맛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입에 착착 붙습니다. 그리 놀랍지 않은, 친숙한 맛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맛을 느끼긴 했지만, 그동안 감히 'H 곰탕 국물에서 조미료 맛이 난다'는 말을 함부로 할만큼 용감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유명 맛집에 대한 경외심은 물론이고 '허영만의 식객'의 권위에 함부로 도전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각 스캔들' 팀은 이 집 양쪽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H는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말이 헛된 신화임을 밝힙니다.

 

명동 본점 관계자의 말입니다.

 

 

 

 

명동 본점은 물론, 논현동 분점(명동에서는 분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만 이 집도 본래 H를 운영하던 집안의 일원이 운영하는 것은 분명합니다)에도 똑부러지게 조미료 사용을 부정하지 못합니다.

 

 

 

사실 이런 일련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조미료'에 대한 기이한 민감함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남깁니다. 과연 'MSG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음식을 배척할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유명 식품학자들 조차도 'MSG가 해롭다는 것은 소금이 해롭다는 것과 같다. 소금도 많이 먹으면 해롭지만, 소금이 없는 식생활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MSG 사용 여부를 가지고 어떤 식당이나 음식의 질을 평가할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좋은 재료를 깨끗하게 조리하는 식당에서 소비자의 취향을 위해 MSG를 소량 첨가하는 것이 마치 도의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합니다.  (물론 건강상의 이유로 MSG를 먹으면 안되는 분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전에도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MSG 없이 살 수 있습니까? http://5card.tistory.com/990)

 

시판되는 라면 중에도 'MSG 무첨가'를 소리 높여 외치는 제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MSG 자체는 몰라도 MSG 성분이 주 성분이 된 복합 조미료 소비량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무가당 오렌지 주스'를 '당분 0'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무균질 우유'가 '전혀 균이 없는 우유'라고 생각하듯 말입니다. 이런 착각을 이용하는 상술에 이제 눈을 뜰 때도 됐습니다.

 

 

P.S. 이 글은 결코 H관에 대한 폄하가 아닙니다. 만약 조미료만 쓰면 모두 그런 맛을 낼 수 있다면, H관이 지금처럼 독보적인 위치를 구가하는 것은 '식객' 아니라 '식객' 할아버지의 도움이 있어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저도 그 맛을 좋아합니다. 며칠 전에도 명동점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하면 꼭 '나는 모르겠던데 왜 입맛 갖고 잘난척이냐'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아는 한에서 비교의 기준을 제시하겠습니다. 이 집과 H관의 국물 맛을 비교해 보시면 어지간해선 차이가 느껴지실 겁니다.

 

만약 MSG 맛을 뺀 설렁탕 국물 맛을 시험해 보고 싶은 분은 서울 시청 부근, 중앙일보 옆의 '잼배옥'을 한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집 주방장이 아닌 이상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서울 시내의 대다수 곰탕/설렁탕 집에 비해 현저하게 MSG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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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각시탈'의 남자주인공으로 주원이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상당히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원이 주목받는 신인이라 해도 '제빵왕 김탁구'를 빼면 경험이 너무 일천한 편이죠. 물론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이었던 윤시윤도 베테랑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각시탈'이라는 원작의 지명도로 볼 때 주원이 타이틀 롤을 맡는 것은 다소 어색해 보였습니다.

 

물론 그 뒤로 들려온 소문은 좀 더 기가 막힌 것이었습니다. '각시탈'이 항일 독립운동을 다룬 드라마이기 때문에 소위 'A급' 남자 배우들이 출연을 기피한다는 거였죠. 이미 한류스타가 된 주연급들은 고사하고(사실 이 드라마에 투입된 다른 물량을 셍각하면 한류스타급을 캐스팅하기는 애당초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하면 전체 제작비가 너무 올라가죠), 미래의 한류스타를 꿈꾸는 연기자들도 고개를 저었다는 얘깁니다.

 

업계 사람들에게는 이미 널리 퍼진 얘기였지만 이 이야기는 얼마 전 신현준이 '각시탈' 제작발표회장에서 입을 열어 온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참 씁쓸한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각시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동안 '한류'의 힘은 알게 모르게 한국 드라마에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수익성만 놓고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습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일본 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에 출연한 김태희를 놓고 일본 내에서 혐한류 파문이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 바람에 김태희를 모델로 썼던 일본 화장품 회사는 "김태희를 쓰지 말라"는 협박까지 받는 등 가볍지 않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아마도 '각시탈'의 기획안을 본 연기자들은 극중에서 신나게 일본 순사며 헌병을 때려눕히는 자신의 모습이, 먼 뒷날 일본에 진출해 '아이시테루'를 외칠 때 올가미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일본에서의 한류 인기가 엄청난 수입의 원천이다 보니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은 예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배용준 주연의 한류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기억하신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실 일입니다.

 

요즘 드라마 '광개토태왕'을 봐도 당연한 얘기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광개토대왕의 가장 큰 적은 후연을 비롯한 북방민족 계열의 국가들입니다. 중국 역사에서는 5호16국 시대, 만주와 화북지방에서 명멸했던 왕조들이죠.

 

 

 

 

하지만 '태왕사신기'에서 광개토대왕 담덕의 가장 큰 적은 최민수가 거느리는 '화천회'라는 정체 불명의 초국가적 범죄단체(?)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태왕사신기' 방송 당시만 해도 중국이 상당히 중요한 한류 시장이었습니다. 또 이른바 동북공정과 관련, 중국은 한국 드라마 속의 중국 묘사에 매우 민감한 입장이었죠. 그 때문에 주인공 광개토대왕이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내용이 '태왕사신기'에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이 당시에는 중국의 눈치 때문에 줄거리를 바꾸거나, 중국 내 촬영을 위해 대본을 두개 만들거나 하는 일들이 상당히 흔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태왕사신기'는 광개토대왕의 업적 중 하나인 왜군과의 전투를 삭제해 버렸습니다. 내물왕 때 신라에 침입한 왜군을 물리치고 신라를 사실상 보호국으로 만든 내용이 드라마에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습니다. 물론 이 역시 우연은 아니었죠.

 

심지어 '태왕사신기'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대결 또한 광개토대왕이 외적과 싸우는 내용이 아니라 같은 고구려인인 호개(당시 윤태영이 이 역할을 맡았죠)가 이끄는 반란군(?) 집단과의 내전이었습니다. 아마 이런 식의 서술이 바로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뒷심을 빼 놓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사례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연기자들이 '각시탈' 출연을 꺼렸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당히 이 역을 차지하고 열연을 펼치고 있는 주원을 칭찬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반대로, 드라마 속 국수주의를 부추기는 쪽으로 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일본에 대한 과거사 문제, 혹은 독도 문제에 대한 한 한국인이라면 분명한 입장을 취해햐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현세 원작 '남벌' 같은 정신나간 국수주의 역시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일본에 살면서 귀화한 것도 죽을 죄고, 일본인에게 성폭행당한 여동생이 자결하지 않은 것도 죽을 죄고, 그 시체를 썩을 때까지 메고 다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식의 비정상적 마초 분위기는 '한류를 위해 항일 드라마에는 출연하지 않겠다'는 기회주의보다 더 위험합니다.

 

 

 

 

한국 연예인들을 '항일 연예인'으로 몰아가며 민족감정을 부추기는 세력이 일본 내에서 다수파가 아니듯, 한국에서도 일본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이는 세력 역시 기를 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일부 할일 없는 사람들 중에는 최홍만이 일본 드라마에 출연한 일까지 비판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는 걸 보면, 결코 기우는 아닙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한민족 우수성의 상징'인 장훈 선수도 일본 드라마(1982년작 '료마가 간다')에서 일본 사무라이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득 일본에서 김태희를 놓고 '반일 연예인'이라고 주장했던 근거가, 지난 2005년 김태희가 펼쳤던 독도 사랑운동 때문이라는 사실이 생각납니다.

 

당시 김태희는 동생 이완과 함께 스위스 홍보대사였는데, 그 기회에 스위스를 방문해 사람들에게 독도 사랑 티셔츠를 나눠주며 독도 홍보를 한 적이 있었죠.

 

어쩌면 이런 사실들이 앞으로 독도 사랑 운동에 방해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무서운 상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야, 안돼. 나 다음 달에 일본에서 방송될 CF가 몇갠데." 만약 그런 한심한 생각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정말로 있다면, 예전에 배용준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발언한 뒤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진정한 팬이라면, 자기가 사랑하는 스타의 소신을 이해하기 마련입니다.

 

 

 

 

한국 연예인이면 한국의 입장을 당당하게 옹호하는 것이 중요하듯, 내한하는 일본 연예인들을 붙잡고 "독도가 어디 땅이야, 응? 독도가 어디 땅이냐고?" 하고 시비를 걸어 봐야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것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만큼이나, 국제 사회에서 한국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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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각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포스팅을 꽤 자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공을 들인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방송 내용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기 때문입니다.

지난주(그러니까 어제) '미각스캔들' 방송 내용은 '기름대창의 진실'이었습니다. 양대창집이 인기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전에는 내장을 징그럽다고 먹지 않던 여자 손님들도 요즘은 그런 거리감을 내던진지 오래인 듯 합니다. 특히 젊은 여성층 가운데서는 '고기보다 내장이 더 좋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세월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예전엔 여자친구에게 '곱창 먹으러 가자'고 하면 '이 사람이 날 뭘로 보나'하는 눈길을 느껴야 했는데...

하기야 호랑이가 사냥을 해도 제일 먼저 먹는 것이 내장이라고 하니 육고기보다 내장이 맛있다는 것은 자연계의 진리이자 포식동물의 본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내장 가운데서 곱창과 대창, 양에 대한 내용은 한번 눈여겨 볼만 하더군요.

특히나 그동안 고소한 맛으로 먹어왔던 대창의 진실을 아는 순간... 참 눈앞이 캄캄해지셨던 분들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일단 아는 것이 힘. 대체 대창이 뭐고 막창이 뭔지는 알고 나서 시작합시다. 먼저 소는 위가 네개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겠죠? 교과서에 나오는 소의 네 위 이름은 혹위-벌집위-겹주름위-주름위입니다. 하지만 이 위들이 식재료로 쓰일 때에는 순서대로 양, 절창, 천엽, 막창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런 명칭들이 흔히 그렇듯, 이 네 이름은 상당히 혼동됩니다. 일례로 양즙, 혹은 양곰탕이라고 불리는 음식에는 이 네가지가 모두 들어가는게 보통입니다. 2위인 절창은 그물 모양이 벌집 모양으로 진하게 박혀 있어 벌집이라고도 불리는데, 하동관 곰탕을 드셔 보신 분들에겐 절창이나 벌집보다 내포라는 이름이 더욱 익숙할 듯 합니다.

어쨌든 양은 흔히 구이, 절창은 탕, 천엽(처녑이라고도 쓰더군요)은 날로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탕, 막창은 구이로 먹는게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소 막창과 돼지 막창은 다르다는 것. 소는 제4위를 막창이라고 부르지만 돼지는 대장(큰창자)를 막창이라고 부릅니다. 원래는 똥창이라고 불렀다는데 듣기 좋은 이름으로 바꾼 거겠죠.

반대로 소는 작은창자를 곱창, 큰 창자를 대창이라고 간단히 구별합니다. 즉 우리가 그동안 먹어 온 소곱창은 대창과는 다른 부위입니다.

여기까지는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대창이 그런 비밀을 갖고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일단 대창과 곱창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모두 '곱'이라고 통칭하는데, 곱창의 곱이 맛있는 내용물이라면 대창의 곱은 그냥 기름덩어리라는 것을 몰랐던 겁니다.

아니, 사실은 알았겠지만 - 그 입안에서 구운 곱창이 터지는 고소하고도 부드러운 맛에 그냥 진실을 규명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린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곱일 수가 없는 것이, 손님상에 나오는 대창은 안팎을 뒤집은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곱이라고 생각했던 쇠기름은 원래 대창 밖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던 것이죠. 안이 아니라 거죽이었던 겁니다.

 

 

 

 

 

심지어 체인점 사장님은 대창을 먹지 않는다든가,

"우리야 잘 팔려서 좋지만 괜히 나중에 죄받을까봐 겁나지..."

대창을 파시는 분들이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말씀을 듣고 나면 대창에 대한 애정이 싹 식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팁은 양/대창 전문점에서 양 구이는 거의 이문이 남지 않을정도의 서비스 품목이라는 점. 사실 대창보다 양을 좋아하던 저로선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양구이 가격이 대폭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사실 자연계에서 육식동물들이 내장을 탐식하는 것은 위에서도 얘기했듯 맛도 맛이지만 지방 섭취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방은 그 자체로 동물들에게 매우 중요한 영양소죠. 다만 영양상태가 과다하게 좋은 현대인들에게는 좋은 먹거리라고만 하기는 부담스럽습니다.

아무튼 이런 의미에서 '미각스캔들'은 참 괜찮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대창 마니아였던 장성규 아나운서의 충격이 커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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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숨가쁘게 16회를 달려온 '아내의 자격'이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최종회에서 거둔 4.41%의 시청률(AGB닐슨,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6.03%의 순간 최고 시청률은 개국 4개월을 맞은 방송사의 기록으로는 대단히 화려합니다. JTBC 개국 이후 최고 시청률일뿐만 아니라, 지난 20년간 지상파 3사 이외의 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로 보입니다.

이런 호성적을 기록한 프로그램인 만큼 마무리도 성대해야 했겠죠. 2012년 4월20일 밤 서울 마포구의 한 고기집에서 '아내의 자격' 종방연이 열렸습니다. 물론 안판석 감독, 정성주 작가와 김희애, 이성재, 장현성 등 드라마의 주역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3개월간의 숨가쁜 촬영이 마무리된 만큼 다들 홀가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오후 7시 넘어 연기자와 주역들, 스탭들이 넓은 고깃집 뜰을 가득 메웠습니다.

 

안판석 감독님과 이성재.

정한용, 최은경, 이태란.

장현성, 임성민, 박혁권, 장소연이 보입니다. 뒤통수만 보이는 분이 이성재씨.

양해를 좀 구하자면 폰카로 찍은 사진들이라 화질이 영 엉망입니다. 카메라를 가져갔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계속... (다음번엔 꼭 카메라 가져가겠습니다.)

남선현 JTBC 사장님의 격려금 전달.

이어 주철환 JTBC 콘텐트본부장 진행으로 드라마의 주역들이 한마디씩 소감을 말하는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안판석 감독 옆의 분이 바로 오랜만에 명성을 확인하게 된 정성주 작가. '아내의 자격' 속 수많은 명대사의 연금술사가 바로 이 분입니다.

물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김희애. 최고의 공로자이자 여주인공인 김희애는 "참 연기가 하고 싶었는데...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취지의 인삿말을 했습니다. 김희애에게 박수를 보내던 사람들은 누가 처음이라고 할 게 없이 갑자기 '노래! 노래! 노래!'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뭐 이런 상황에서 가끔 장난으로 하는 외침이죠.

대개 이런 경우 박수를 받은 주인공은 몇번쯤 빼는 척 하다가, 사람들로부터 몇번 '우우'하는 함성도 좀 더 듣다가, 마지못한 척 살짝 노래 한 소절을 부르는 정도로 성원(?)에 보답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여주인공, 김희애는 이런 클리셰를 거부했습니다. 바로 '노~래, 노~래, 노~래'라는 외침에 한 세번 정도 울려퍼지자 바로 노래 모드로 넘어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무슨 노래일까요?

 

김희애 본인의 히트곡, '나를 잊지 말아요'였습니다.

1988년 3월, KBS 라디오 DJ 13명이 함께 낸 앨범 '우리 노래 어때요'에 수록된 이 노래는 당시 KBS '가요톱텐'의 3위까지 올라가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미 '아내의 자격'팀 회식에서도 김희애는 이 노래를 불러 여신으로 등극한 적이 있었다는군요. 아무튼 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김희애에게도 기분 좋은 하루였던 듯. 노래 실력은 동영상에 들어간 이 노래의 피날레 부분을 참고하시길.^^

아무튼 김희애는 이날 지난 2개월 동안 출연한 '아내의 자격' 대본에 대해 "마치 하느님이 다 내려다보고 쓰는 한마디 한마디 같았다"며 정성주 작가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기억에 남는 한마디씩을 정리하면,

 

"나는 3개월 동안 안판석 감독의 아바타였다!"

이성재의 절규. 연출자의 여주인공 편애(?)에 대한 남주인공의 반발일까요.^^

 

"액션스타로 거듭나겠다"는 최은경.

유난히 이 드라마에서 액션 신이 많았죠.^^

 

결이 역의 임제노, "안녕하세요. 드라마에선 5학년부터 나왔지만 저 사실 중2에요."

옆의 재훈이는 본명이 손성준이랍니다. 

결이와 아빠는 원래 이런 사이....

 

이날 쫑파티 현장에서는 그동안 촬영장에서 스틸 팀이 촬영한 사진들을 죽 붙여 놓고 '자기 얼굴이 붙은 사진을 떼어 가세요'라고 써 놓은 코너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진을 보다 보니 어느새 흘러간 시간이 피부로 느껴지더군요.

'아내의 자격'이 이렇게 끝났다는 아쉬움에 참석한 사람들은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이태란의 말, "이렇게 분위기 좋은 스태프와 일해 본 기억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언젠가 이 팀 그대로 다시 만나 작품을 해 보고 싶어요"라는 얘기처럼.

이렇게 해서 '아내의 자격'이 막을 내렸습니다.

 

'아내의 자격' 후속으로는 25일부터 새 수목드라마 '러브 어게인'이 방송됩니다.

첫사랑과의 재회라는 소재를 극대화하기 위해 김동률의 선율에 기댈 생각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노래의 오리지널 뮤직비디오에서 김지수가 주인공이었더군요.

김지수의 앳된(?) 모습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은 그보다 전혀 나이 먹지 않은 김지수에게 더 놀라게 됩니다.)

 

물론 그보다 앞선 23일, 바로 다음 월요일부터도 새 드라마 '해피엔딩'이 방송됩니다.

최민수 이승연 심혜진 박정철 소유진 소이현 강타 김소은.

이 정도면 호화 캐스팅이라는 말을 써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도 JTBC 드라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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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 인생의 중요한 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음식에 관심은 많지만 맛집 관련 블로깅은 상당히 자제해 왔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세상 천지의 맛집 고수들 사이에 감히 낄 자격이 있나 싶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최근들어 맛의 세계에 가끔씩이라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아무래도 '미각스캔들'이란 프로그램의 영향이 큽니다. 어느새 JTBC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된 '미각스캔들'은 그 말하기 힘든 맛의 세계를 수업중인 무사처럼 성큼성큼 누비고 있습니다. 물론 그 선두에는 '트루맛쇼'의 김재환 감독이 있습니다.

 

'미각스캔들'의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는 김재환 감독은 연출 못잖게 문필가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겨레21'에 기고한 글 때문에 권 아무개씨의 말 많던 해외 경력이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죠. 카메라 못잖게 글도 매섭습니다.

 

 

 

 

 

그런 김재환 감독이 '미각스캔들' 홈페이지에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제목은 '최종병기 MSG'. 제목부터 의미심장합니다.

 

어떤 내용일지 대략 짐작이 가시겠죠.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놀라운 내용이 많으실 겁니다. 한번 읽어 보시죠.

 

MSG를 검색해보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1908년 이게다 박사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국물 맛의 성분이 다시마의 글루타민산(Glutamic Acid)임을 밝혀내고 그 성분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아지노모도’란 이름으로 상품화했는데 그 강렬한 맛은 사람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요리사가 아니라 화학자가 발명한 마법의 맛, MSG(Monosodium Glutamate)의 시작이었다.

 

1960년대부터 MSG 과다섭취로 인한 두통, 메스꺼움 등 이른바 중국음식증후군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고 유해성 논란이 끊이질 않지만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절대 MSG의 마법을 포기할 수 없다. 한식 요리사들을 만나보면 순수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우려내 국물을 내려면 지금 음식값으로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거라고 말한다. 게다가 다들 화학조미료를 쓰는데 혼자 사용하지 않으면 MSG에 인이 박힌 소비자들이 그 식당을 외면할 것이다. 국제소비자연맹(IOCU)이란 단체는 10 16일을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로 정했다는데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이 소비되면 이런 날까지 정했겠는가.

 

 

 

 

통계를 살펴보니, 우리나라 MSG생산량 중 국내출하량은 2006 1,910만 톤에서 2008 1,242만 톤으로 오히려 준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에 가보니 심지어 MSG를 주로 생산해 성장해온 회사에서도 MSG를 쓰지 않은 조미료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라면과 같은 가공식품에도 MSG를 뺐다는 문구가 큼직하게 붙어있다. 광고만 봐서는 다 웰빙이다.

 

그럼 정말 MSG 사용량이 줄었을까? No! 이건 식품회사들의 마케팅 꼼수다. 옛날에 잘나가던 연예인 MSG양이 전신성형하고 개명해서 다시 걸그룹으로 데뷔한 거다. 식품 뒷면의 성분표기를 보면, ‘복합양념’ ‘00 시즈닝’ ‘감칠맛 조미분’ ‘00 분말’ ‘00 베이스’ ‘향미증진제’란 다양한 명칭의 변형 화학조미료들이 첨가돼있다. 단지 MSG라 불리는 오리지널 ‘L-글루타민산나트륨’만 빠진 것이다. MSG를 기본 원료로 하는 복합조미료 생산량 통계를 보면 2006 2,910만 톤에서 2008 5,377만 톤으로 급증했다.

우리나라 식당과 식품회사들은 절대 최종병기 MSG를 포기할 수 없다. 먼저 포기하면 먼저 망한다. 만약 우리나라 모든 식당에서 한날 한 시에 화학조미료가 다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요리사와 식당의 수준이 확실히 드러나게 될 테니 무척 재밌을 것이다. 비싼 가격을 받는 유명 파스타 집에도 화학조미료를 쓰는 나라니 일반 식당들은 오죽 하겠는가.

 

TV는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천연조미료 식당’들을 좋아한다. 방송사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이다. <트루맛쇼> 제작 당시 그 중 몇몇 음식점의 시료를 수거해 연구소에 테스트를 맡겨 보니 모두 다 꽤 많은 MSG가 검출되었다.

 

요즘은 정말 훌륭한 식당에서도 화학조미료를 쓴다. 수십 년째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정육점 한 곳에서 최고 수준의 암소를 납품 받아온 우래옥과 하동관도 MSG를 사용한다. 주방에 들어가 식자재를 꼼꼼히 살펴본 황교익 선생님에 따르면 우래옥 평양냉면에 메겨진 11,000원이란 가격은 전혀 비싼 게 아니라고 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고의 식당에서 최상급 식재료로 맛을 낸 그 훌륭한 냉면 육수에도 최종병기 미원이 투하되는 게 우리나라 요식업의 현실이다. 우래옥에서는 손님들의 입맛이 간절히 원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고, 하동관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MSG를 쓰고부터 장사가 더 잘됐다고 하지만, 우리는 피부미인 김태희의 쌩얼도 보고 싶다.

 

내가 먹는 게 내 몸을 구성한다. 만약 당신이 좋은 식자재와 아주 적은 양의 화학조미료를 쓰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받는 양심적인 식당을 알고 있다면 주인 분에게 정말 감사해야 한다. 나만 알고 있는 좋은 밥집은 소중한 공간이고 은밀한 즐거움이다. TV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식당이 진짜 맛집이다. 그 식당이 문 닫지 않도록 자주 가서 드시라. 좋은 소비가 좋은 사람들을 격려한다. (끝)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MSG에 대한 태도는 사뭇 이중적입니다. 먹는 음식에 MSG가 들어가 있다고 하면 눈을 크게 뜨고, 집에서 먹는 음식에 어머니나 아내가 MSG를 썼다고 하면 한숨을 쉬거나 잔소리를 합니다.

하지만 유명한 홍대앞 조폭떡볶이 집 조리 광경은 수만명이 봤을텐데, 그때문에 그 떡볶이의 매상이 떨어졌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가게를 차려 들어가기 전, 트럭 장사를 할 때 이 집의 떡 리필 장면은 그 자체가 볼거리였습니다. 커다란 솥에 떡 한보따리를 넣고 나서 커다란 바가지로 설탕 한 바가지, 미원 한 바가지를 넣는게 순서였습니다. 네. 떡볶이가 괜히 맛있는게 아니었죠.

마찬가지로, 조금만 맛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자신이 MSG를 써서 음식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밖에서 먹는 식당의 음식 맛에 MSG가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고급 식당과 저급 식당의 음식 맛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MSG의 마력이죠. 단지 고급 식당은 재료 7에 MSG 3으로 소기의 맛을 낸다면 하급 식당은 재료 3에 MSG 7로 비슷한 맛을 낸다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

한국 음식에는 MSG가 많이 들어가지만 외국식 요리에는 안 들어갈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유명한 양식 레스토랑에서도 베이스가 되는 닭 육수(치킨스톡)는 통조림 제품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는 MSG가 듬뿍 들어 있죠.

 

 

태국이나 베트남에 가면 왜 이렇게 음식이 입에 짝짝 붙는지 모르겠다는 분들, 다 이유가 있습니다. 두 나라는 세계적으로 MSG의 생산/소비가 선두권에 있는 나라들입니다. 한국에서만 조미료 쓰는 게 아닙니다.

물론 MSG라는 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게 아니란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마, 새우, 꽃게 등 "집어넣기만 해도 국물 맛이 확 살아나는" 식재료들은 모두 MSG의 전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글루타민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흔히 이들 '천연 재료'를 가공해서 만든 '천연 조미료'라는 것들 역시 성분은 화학 조미료와 마찬가지라는 얘깁니다.

결국 성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용하는 양이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식품영양학자들은 'MSG가 해롭냐, 아니냐는 논쟁은 소금이 해롭냐 아니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소금을 넣지 않고 맛을 낸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 소금도 많이 먹으면 고혈압이나 기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유죠.

그래서 윗글에서도 '조금 쓰는 정도'를 문제삼지는 말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적당히 넣어서 우리의 입맛이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면, 굳이 그걸 배척할 이유는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들이 붓듯 사용하는 식당들은 좀 자제할 필요가 있고, 소비자가 일단 현명해져야 그런 식당과 그렇지 않은 식당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달콤한 떡볶이를 1인분 2천원에 먹으려면 MSG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5천원짜리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주인이 MSG를 쓴다고 욕하면 그 또한 도둑놈 심뽀입니다. 그리고 혹시 MSG 거의 안 쓰고 좋은 재료로 맛을 내는 곰탕이 한 그릇에 2만원이라면(실제로 있습니다.^^), 그걸 도둑이라고 욕해선 안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공지, '미각스캔들'은 매주 일요일 밤 11시에 방송됩니다.^^

 

 

이 사진이 안 들어가면 실망하실 분들이 꽤 많을 듯 하여... 이제 만족하시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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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꽃등심'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본 건 한 20년 전 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그냥 등심구이, 그보다 더 전에는 '로스구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였죠. 그런데 어느샌가부터 '꽃등심'이라는 말이 쇠고기의 최고봉을 가리키는 말처럼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꽃살', '설화육' 같은 말들이 뒤이어 등장했죠.

물론 '꽃등심'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한참 뒤까지도 고기를 먹으러 가서 '마블링'이라는 말을 쓰면 뭔가 대단히 아는 척 하는 것으로 비쳐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시골 고기집에 가도 마블링을 얘기하게 됐으니 상전벽해가 된 셈이죠.

이제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마블링의 위력. 하지만 세상이 다시 한번 돌아 제자리로 왔습니다. 마블링이라는 것이 과연 가장 좋은 쇠고기의 절대적인 기준이냐는 질문을 던질 시점이 온 듯 합니다.

8일 방송된 JTBC '미각스캔들'에서는 '마블링 만능론'에 대해 의문을 던졌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우 육질은 일단 A, B, C로 나뉘고, A급은 다시 1++A, 1+A, A급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이 1++를 붙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는 바로 마블링의 모양이 절대적 역할을 합니다.

본래 마블링이란 기름과 물의 성질을 이용한 미술 기법입니다. 물 위에 유성 물감이 아른아른 번지는 모습이 매끈한 차돌 겉면의 무늬처럼 보이기 때문에 마블링이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쇠고기의 마블링은 눈꽃처럼 넓게 퍼지는 것을 최고로 치죠.

물론 그 마블링의 흰 색은 모두 지방입니다. 고기 끝에 뭉쳐 있다면 떼 버릴 지방이 고기 속에 골고루 퍼져 있으면(근내지방이라고 하죠) 박수를 받는 겁니다. 적당이 콕콕 마블링이 박힌 고기는 쉽게 질겨지지도 않고, 얇게 썰면 살코기와 지방이 사르르 녹아 버리는 느낌을 줍니다. 쇠고기 뿐만 아니고, 오도로라고 불리는 참치 뱃살에서도 마블링이 잘 된 것일수록 높은 품질로 쳐 주지만, 사실 취향에 따라선 느끼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쇠고기의 마블링은 9단계 표로 표시됩니다. 이 도표와 비교해 볼 때 8,9 등급 이상이라야 1++ 판정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거론됐듯, 전체 도살우 중에서 1++ 등급을 받는 고기는 7.8% 정도라고 합니다. 12마리 중 1마리 꼴입니다.

사실 방송에서는 마블링 때문에 2, 3 등급을 받는 소들이 속출해 축산 농가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엄밀히 말해 마블링의 가장 큰 페해는 먹는 사람의 건강입니다.

아시다시피 마블링이 많은 소는 절대 건강하지 않은 소입니다.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고 고열량의 먹이를 먹으면서, 심지어 알콜까지 섭취하게 해 만들어 낸 소가 근내 지방 축적이 많습니다. 사람으로 쳐도 운동따위는 뒷전으로 미루고 편안한 소파 위에서 뒹굴며 술과 고지방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피둥피둥 살찌는게 당연한 얘기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대목에서 잠시 묵념...)

방송에서는 막걸리를 소에게 먹이고 트로트를 들려주는 장면이 나왔지만, 일본에서도 최고급 무사시노 와규를 생산하는 농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맥주를 먹이고 클래식을 듣게 한다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이렇게 '기름기가 찬' 소의 고기를 먹으면 그 기름기는 다 어디로 갈까요. 당연히 사람의 몸에 마블링으로 박히기 됩니다. 물론 먹고 나서 모두 지방흡입으로 빨아 내실 분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런 형편이 아닌 분들이 1++ 고기를 포식하는 건 꽤 위험한 일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 사실 이 부분이 핵심인데 - 마블링만 박히면 정말 맛이 좋으냐 하는 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물론, 너무나 분명한 것은, 고기를 찍어 맛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마블링은 가장 확실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삶거나 찌지 않는 경우. 그리고 숙성하지 않는 경우. 생고기를 구워 먹는 조리법에서 마블링의 신뢰도는 대단히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아니 보기는 좋은데 고기 맛이 왜 이래' 싶은 경우가 분명 있습니다. 네. 마블링은 폭설이 펄펄 내리는데도 구워 놓으면 그냥 기름덩어리 씹는 것 같은 경우 말입니다. 마블링=절대적인 맛의 기준이라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소위 '기름 맛'에 대한 호오가 상당히 엇갈린다는 부분도 마블링에 대한 신화를 깰 수 있는 요인입니다. 이를테면 최고 등급의 와규는 아래 보시는 사진처럼 거의 연분홍색입니다. 지방과 육질의 비율이 저 정도가 되면 불 위에 올려놓을 때 이미 '녹기' 시작하고, 혀에 얹어 놓으면 그냥 스윽 흘러넘어가 버립니다. 씹고 어쩌고 할 여유도 없죠.^^ 이런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저런 와규가 그렇게 비싼 거지만, 개인적으로는 취향이 아닙니다.

기름 맛에 사람들이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 주변에서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기름치입니다. 기름치라는 물고기는 살이 25% 이상이 지방이라 먹으면 설사나 복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기름치 사용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 기름치가 회로 먹을 때는 참치(물론 최저등급의 허연 참치살), 구워 먹을 때에는 메로와 혼동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즉 이 '기름 맛'을 진짜 맛과 구별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울러, 저도 궁금한 맛입니다만 가끔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콩 먹고, 쇠죽 먹고 자란 소고기 맛'은 분명 지금의 마블링 지글지글 고기맛과는 전혀 다른 세계라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도 '유기농으로 기른 소' 들이 서서히 상품으로 등장하고 있죠.

물론 가격을 따져 보면 이 소들이 사료 먹여 기른 소보다 더 비쌀 수도 있겠지만(...계란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비싼게 당연한데, 한편에선 '비싼 수입 사료 안 먹여서 오히려 쌀 수도 있다'고 합니다), 왕년에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 드시던 '쫄깃하고 고소한 고기' 맛은 한번 보고 싶습니다. 몸에도 그 쪽이 훨씬 좋다니 말입니다.

P.S. 15일 방송되는 '미각스캔들'에서는 '대게의 비밀' 편이 방송됩니다. 동해안 대게 산지에서도 국산 대게는 실종되고 수입 대게가 국산으로 변신해 팔려나가고 있다는군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더 쇼킹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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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미스라는 조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지도 꽤 오래됐습니다. 대략 정의도 내려져 있죠. 고등교육을 받고 대략 전문직이나 대기업 등 안정된 수입을 갖고 있는 30대 중반 ~ 40대 초반의 미혼 여성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이들은 노후 설계보다는 자기 계발을 위한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문화, 패션, 피트니스, 미용 등 여러 분야의 주 소비층으로 각광받고 있기도 합니다. 흔히 이들의 성경은 HBO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문화적 취향은 뮤지컬(흔히 골드미스들이 없으면 사라질 장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에서 아이돌 마니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 골드미스로 분류되는 분들과 직접 대화를 나눠 보면 주변에서 보는 것과 제법 다른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흔히 이들은 '70년대 이후 경제적 풍요 속에서 성장했고, 자기 꿈을 이루지 못한 어머니 세대의 집중 지원을 받아 남자 형제 못잖은 교육 투자를 받아 한국 최초로 본격적인 여성의 사회 진출을 이룩한 세대'로 표현되곤 하죠. 이런 시각 이면에는 이들이 '결혼보다는 사회적인 성공을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는 분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4일, 완전히 리뉴얼된 JTBC 시사 코미디 쇼 '개구쟁이'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코미디와 다큐멘터리, 가짜 다큐멘터리와 진짜 전문가 토크가 오가는 구도는 다소 낯선 것이었지만,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속시원히 얘기해 보자'는 취지로 개편된 '개구쟁이'의 첫회 주제는 '당신은 왜 결혼하지 않습니까' 였습니다. 여기서 참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죠.

가장 핵심적인 답변은 '돈이 너무 들어서'였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소개된 바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커플당 결혼 비용은 1억7000만원대라고 합니다. 뭐 있는 분들에게는 별 돈 아니겠지만, 새로 모든걸 시작해야 하는 젊은 커플들에겐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입니다. 아무리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말이죠.

일반적인 서민 계층의 경우, 이 '돈 때문에 결혼 못한다'는 남녀들은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취업후 서울 시내 전세 마련에 17년 걸린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면 더욱 그 심각성이 두드러집니다.




그렇다면 궁금해지는 것은, 이런 금액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능력이 있는(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 소득을 감안하면 충분히 선지출이 가능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결혼 연령은 왜 늦어지고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특히 위에서 얘기한 '골드미스'의 등장은 이렇게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A-B-C-D 이론이 등장합니다. +


사회학 혹은 심리학 분야에서 이 ABCD 이론은 너무나도 상식화되어 있는 이론입니다. 더구나 지구상 인류의 수많은 문화권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맞아 떨어지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남녀를 모두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A,B,C,D 네가지 그룹으로 나누면(그룹의 수는 별 의미 없습니다. A,B,C 세 그룹으로 나눠도 마찬가지), 남자 A그룹과 여자 B그룹, 남자 B그룹과 여자 C그룹, 남자 C그룹과 여자 D그룹의 통혼이 가장 보편적인 혼례가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은 여자 A그룹과 남자 D그룹이 독신으로 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더라는 것이죠.

따라서 각 문화권에서는 여자 A그룹과 남자 D그룹에게 '독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시스템화하기도 합니다. 인도 불가촉천민 집단은 어려서부터 남자에게 요리와 빨래 등 가사 활동을 가르치고, 과거 제정 러시아의 한 시대에는 여자 중 최고 서열에 속하는 공주들은 아예 결혼하지 못하고 수도원에서 생을 마감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가(下嫁)라는 것을 부정해버린 것입니다.



20세기 후반 들어서는 아예 통계적으로 이 이론을 검증하려는 시도들이 수없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 가설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남자의 경우에는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결혼에 도움이 되었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별로 그렇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아래 링크로 인용한 조사는, 개방후 중국 상하이 지역의 남녀를 A,B,C 집단으로 나눠 분석한 것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중국 남성들은 결혼에 앞서 '자신의 통제력'을 중요한 요소로 삼았고, 여성들은 '존중의 대상'으로서의 남성을 추구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A그룹 여성의 경우, 같은 커뮤니티의 A그룹 남성들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 '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불안감이나 야심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위치에서 볼 때 대부분의 A그룹 남성들도 이들에게는 '신통찮은 녀석들'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 연구는 이런 A그룹 여성들의 경우 상당수가 '외국인'에게 눈을 돌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하이는 교수, 사업가 등 다양한 층위의 외국인들이 있고, 특히 영어에 능통해진 A그룹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이들과 맺어지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것이죠. (매우 그럴듯하고, 낯익은 얘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http://ezinearticles.com/?The-ABC-of-Shanghai-Girls---A-Lesson-in-Loneliness&id=1327315



대략 반만년 인류 문화사가 입증하고 있는 이 추세에는 사실 해결책이 없습니다. 권위주의 시대라면 A그룹 여성과 D그룹 남성의 수를 강제로 줄여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있었겠지만, 누구나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현대 문명 시대에 이런 식의 강제 균형은 불가능할 것이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어쨌든 설명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고학력/고연봉/고연령 남성군은 여전히 어리고 예쁜 여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반대로 여성은 아무리 '고학력/고연봉/고연령이라 하더라도 자신보다 우월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남성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인 듯 합니다.

결국은 사람이 변해야 이런 문제가 사라질 수 있겠죠. 남성들이 생각을 바꿔 자신들과 동등한 사회적 성취를 이룬 여성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시대가 오거나, 한편으로는 성공한 여성들이 자신보다 열등한 지위의 남성들을 피부양자로 생각하고 수용하거나(네. 실제로 일본에서는 골드미스들과 어린 꽃미남들의 커플링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통적인 부양-피부양 관계의 파괴인 셈이죠.^^), 어떤 식으로든 전통적인 남녀 관계의 틀과는 다른 형식의 관계들이 늘어나야 할 듯 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는 것이 필연이라거나, 혹은 반드시 지금보다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겠지만 말입니다.

'개구쟁이'는 이밖에도 다양한 문제들을 웃음으로 풀어냈습니다.



약혼자의 과거 남친은 이해해도 혼수 깎자는 말은 이해 못 하는 남자나,


결혼이 일종의 서바이벌 마켓이 된 것을 풍자하는 '위대한 며느리'(물론 '위대한 탄생'의 패러디입니다.ㅋ) 처럼 말입니다.

어쨌든 '개구쟁이' 첫회는 우리 사회의 이런 고민을 파헤치는 데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을 얻고 있습니다. 비록 첫회다 보니 약간 정리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조금 더 파고 들어야 했을 부분을 수박 겉핥기처럼 스치고 지나갔다고 볼 부분도 있겠지만 어디 첫 술에 배가 부를 수 있겠습니까. 차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다음주, 개편 2회차가 더 기대되긴 합니다. 이날의 주제는 '거짓말'. 특히 선거철이다 보니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대한 심도 있는 비판이 가해질 듯 합니다. 코미디를 통한 비판이 불편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원래 코미디란 사회 풍자에서 출발한 것임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 희극이나 희극인이 몸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날선 비판이야말로 진정한 코미디의 출발점이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시죠?

(어쩌면 다음주 '개구쟁이'는 회사 높은 분들이 보시면 놀랄 수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대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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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4일은 신화의 데뷔 14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지난 1998년 3월24일이 바로 신화가 데뷔한 날이었던 것이죠.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데뷔 14주년 기념이자 10집 발매 기념 콘서트 'The Return'이 열렸고, 공연장에 못 가신 분들을 위해서는 JTBC '신화방송' 2회가 준비됐습니다. 그리고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 멤버들이 데뷔 이래 가장 심하게, 가장 처절하게 망가지는 모습이 방송됐습니다.

물론 외견상으로는 '망가져 우스꽝스럽게 날아가는' 모습이었지만, 제게는 '신화방송'의 안착 축하 비행으로 보였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들의 비행 속에서 재회한 신화와 '신화방송'의 밝은 앞날을 보셨을 겁니다.



'신화방송' 1,2회는 SF특집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의 딸을 구하라' 편이 방송됐습니다. 게임 세대에 친숙한 RPG 미션 게임의 형태였죠. 해당 장소로 이동해 단서를 찾고, 그 단서에 따라 또 그 다음 미션을 해결하는 식의 진행이었고 지난주 1회의 미션은 '월이' 최홍만을 찾는 데까지 진행됐습니다.

누구도 최홍만 앞에선 피할수 없는 꼬꼬마의 굴욕....ㅋ




6대 1로 덤벼도 당할 수 없는 괴력의 거인 최홍만. 결국 투충 전진과 잼샌디 앤디의 활약으로 승리가 확보됐고, 다음 미션은 수영장 퀴즈. 공포의 플라잉 체어 게임이었습니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사용됐던 플라잉 체어는 그리 낯설 것 없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신화 멤버들이 하면 다르다는 것이 이날 여실히 증명됐습니다.




압권은 '플라잉 도중 예술 동작을 보이면 날아가는 벌칙을 면제받는다'는 것. 고기 동완을 제외한 다섯 멤버 가운데 가장 '몸'에 강한 투충 전진이 제1후보로 꼽혔죠.

하지만 테이프를 끊은 것은 의외로 육릭 에릭. 놀라운 반사신경이 펼쳐졌습니다.


부분확대해서 보면 이렇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공중에서 180도로 다리가 펴지는 운동신경.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여기 자극받은 투충 전진.



원숭이 자세로 역시 감탄을 자아냅니다.



코믹한 공중정지동작. 예능으로 단련된 몸이라야 가능한 자세가 분명합니다.

물론 그러는 사이 다른 멤버들도 하염없이 무너져갑니다.


 


KISS 멤버들을 연상시키는 저 뺨의 별...

시작할 때에는 원더우먼의 머리 위 티아라 한복판에 박혀 있던 게 어느새 흘러내린...


사실 이날 감동적인 것은 예능 초보인 필타 혜성의 분투였습니다.

플라잉체어를 본 순간 "나 이거 한번도 안 해봤는데..."라고 나지막히 중얼거린 그.
(에릭도 처음일 듯 하지만 - 본 기억이 없어서 - 혜성은 확실히 처음입니다.)

어쨌든 처음에는 확실히 부적응자의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미역 감은 타잔', '치마 벗겨진 타잔' 등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내며 그 '예능 초보'를 캐릭터로 만들어 내는 잠재력을 보여줬습니다.


비록 팬 여러분이 기대하셨던 '전라 토크'는 아니었지만, 첫회 녹화를 마친 멤버들은 다양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특히 원더우먼 복장으로 심하게 망가진 민우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했다면 정말 그렇게까지는 못 했을 것 같다. 우리 멤버들끼리 다 같이 하니까 한 거지. 더 이상 그 이상 내려갈 곳이 있나하는 생각도 들고..."라고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얘기했지만 이 망가짐은 망가짐이 아니죠. 오히려 이런 망가짐을 통해 신화는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가장 대중과 친숙한 아이돌'의 면모를 다시 한번 강화했습니다.

이들의 친화력은 왕년의 H.O.T도, god도, 동방신기도 갖고 있지 않던 이들만의 강점입니다. 데뷔 초부터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져진 친근감과 예능감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죠.

(이들의 뒤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그룹이라면 슈퍼주니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H.O.T-동방신기, 신화-슈퍼주니어 사이에는 참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신화에게서 약 10년 뒤 슈주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아무튼 플라잉 체어 위에서 슝슝 물 위로 날아가는 이들 멤버들의 모습이 제게는 14주년 자축 비행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비행 속에서 시청자들도 행복했습니다.

SNS를 통해 단편적으로 엿본 시청자 반응이지만 그야말로 칭찬 일색입니다.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디는 어설프게 가림.)


그런 의미에서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됩니다.



P.S. 가면 속 대통령 딸의 정체는 JTBC 임현주 아나운서였습니다.


미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현재 JTBC '뉴스4 - 박성태의 사사건건'과 '미각스캔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분도 앞날이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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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의 쇼킹했던 뉴스 중에 '해리 포터'의 여주인공 엠마 왓슨이 양익준 감독의 독립영화 '똥파리'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뭐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던 나날이라 자세히 훑어보지는 못하고 그냥 제목만 보는 수준이었는데, 놀라운 가운데서도 몇가지 궁금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1) '똥파리'를 언제 봤을까? 2) 그런데 '똥파리'의 영어 제목이 뭐지? Dung Fly는 아닐테고...^^ 뭐 그런 정도였죠.

며칠 뒤에 누군가 '똥파리'의 영어 제목이 'Breathless'라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흠. 리처드 기어 나오는 영화 제목과 똑같군..."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만화평론가로 잘 알려진 미디어 연구가 김낙호님의 트위터를 보고 의혹에 휩싸여 버렸습니다.

정말 엠마 왓슨이 추천한 것은 '똥파리'였을까요?



기사 내용을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엠마 왓슨은 최근 세계적인 패션지 보그(Vogue) 인도판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기사는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vogue.in/content/my-beautiful-life-emma-watson




그리고 인터뷰 기사 말미에, 몇가지 질문에 간단하게 답한 부분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디자이너로 이자벨 마랑 등을 꼽고, 좋아하는 영화로 "양익준의 '똥파리',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 그리고 리처드 커티스의 모든 작품"이라고 대답했다는 겁니다. 기사를 쓴 기자는 'Breathless'라는 영화 뒤에 친절하게 '양익준'이라고 덧붙여 놨습니다.

어떻게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안 한국 기자들이 이 내용을 대서특필하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보그가 무슨 듣보잡 매체도 아니고, 직접 인터뷰를 한 보그가 그렇다는데 누가 뭐라겠습니까.

그런데 김낙호님(@capcold)이 이런 부분을 지적하셨습니다.



(아래 capcold님이 직접 남겨주신 댓글, '고다르 감독님은 아직 살아 계십니다.^^)

흠...

사실 만약 영화에 대해 어느 정도 이상 관심이 있는 누군가 'Breathless'라는 영화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두 편의 영화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첫째는 영어로 'Breathless', 불어로 'A Bout De Souffle', 한국어로는 '네 멋대로 해라'라는 제목을 단 1960년작, 장 뤽 고다르 감독의 프랑스 고전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장근석을 한때 '허세남'으로 만들었던, "뉴욕 헤럴드 트리뷴!" 이라는 대사의 출처가 바로 이 영화입니다. ㅋ)



그리고 한편을 더 떠올린다면 리처드 기어 주연의 1983년작 'Breathless', 국내에서는 '브레드레스'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던 영화입니다. 사실 이 두 영화는 같은 영화죠. 자동차 도둑인 한 남자가 우연히 살인사건에 연루되고, 도망쳐야 할 상황에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목숨을 댓가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이야기입니다. 리처드 기어 판 '브레드레스'는 프랑스 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엠마 왓슨이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 심취해 있다는 것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는 겁니다. 왓슨은 2010년, 랑콤 광고 한편에 출연했는데, 단순히 출연한 것 뿐만 아니라 연출과 카피에도 자기 의사를 반영했고, 그 컨셉트는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런 내용은 당시 WWD라는 여성지와의 인터뷰에 나와 있습니다.
(원문은 접근이 안 되어 그 내용을 인용한 웹 문서를 가져왔습니다.)


얼마나 비슷한지는 직접 눈으로 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위쪽은 왓슨이 출연했던 랑콤의 광고, 아래쪽은 '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 진 세버그에 대한 트리뷰트 영상입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여러 장면을 짜깁기한 것입니다.









왓슨이 짧은 헤어스타일을 비롯해 의도적으로 세버그의 스타일을 추종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런 비교도 자주 되고 있더군요.



이쯤 되면 '어, 뭔가 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왓슨이 말한 영화는 고다르의 영화였던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가능한 가설은 "엠마 왓슨은 전후 설명 없이 그냥 'Breathless'라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영문 제목이 같은 장 뤽 고다르의 영화와 양익준의 영화를 혼동해 이 영화가 '똥파리'로 둔갑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보그' 인도판 기자의 양식을 믿는다면, 반대로 의혹이 일기 시작합니다. 만약 '보그' 기자가 엠마 왓슨을 인터뷰하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물었을 때, 전후 맥락 없이 그냥 "'Breathless'"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그 유명한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제쳐 두고, 리처드 기어 주연의 나름 컬트 영화를 제쳐 두고, 2008년작 한국 영화일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 해서 저렇게 자신있게 (   )안에 부가 정보로 넣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보그 기자가 아니라 세계 어떤 기자라도 이렇게 과감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그리 높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한국 기자라도 말이죠(오히려 이 경우엔 '똥파리'의 영문 제목이 'Breathless'라는 걸 모를 가능성이 더 크겠군요.^^).

만약 그 기자가 영화에 대해 문외한이고, Breathless가 바로 고다르의 'A Bout De Souffle'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차라리 그래서 imdb 같은 곳에서 검색을 했다면, 이 가능성은 더 낮아집니다.




...해서 제목도 의혹 제기로 끝났지만, 사실 제가 내릴 답은 없습니다. 정리하면 분명한 팩트는 (1) '보그' 인도판 기자는 왓슨이 말한 영화가 양익준의 영화라고 분명히 적었고, (2) 왓슨은 영문 제목이 같은 고다르의 영화 팬이란 사실을 이미 공표한 바 있다, 이 두가지입니다. 

물론 이 두개의 팩트는 '왓슨이 어딘가에서 양감독의 영화를 보고 매혹됐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공존 가능합니다. 왓슨은 프랑스의 고전 'Breathless'와 한국의 'Breathless'를 모두 좋아하고, 이번엔 (같은 아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이므로) 신작 영화를 추천했을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해명하지 않는 한 진실은 저 어둠 속에....


아무튼 그러고 나니 궁금증은 배가됩니다. 과연 왓슨이 추천한 영화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혹시 개인적으로 연락 되시는 분 있으면 한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의혹만 제기해 놓고 뭐냐고 따지시면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아무튼 궁금한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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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마침내 막을 올린 '신화방송' 첫회가 준 재미와 충격이 만만찮습니다. 

네. 솔직히 얘기하겠습니다. 원래 팔이란 안으로 굽는 법이라, 어지간하면 재미있다고 웃어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신화의 여섯 친구들이 열심히 해 주는 것만 해도 어디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정말 한시간 내내 웃음을 멈출 수가 없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이제 원조 아이돌인데...', '어쩐지 산만하고 어색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걸 다 매력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에너지가 이 여섯 남자들에게 있었던 겁니다.

이들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했습니다. '망가지는게 굴욕? 못 노는게 굴욕이지.'



매회 방송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고 밝힌 JTBC '신화방송'의 첫회 아이템은 'SF방송'이었습니다.

2052년(뭐 굳이 2052년일 필요는 없을 듯 한데...^^)의 어느날 대통령의 딸이 납치됐다는데서 시작합니다. 악의 세력으로부터 도전이 들어온 셈이죠. 그래서 지구인들은 오래전 아이돌 그룹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살고 있는 여섯명의 슈퍼 히어로를 소환합니다. 그들은 바로 제임스 본드, 600만불의 사나이, 원더우먼, 슈퍼맨, 타잔, 그리고 투명인간이었던 겁니다.


(...네. 뭐 여기서 이 설정을 갖고 따지셔서 뭘 하겠습니까.;; )

그렇게 정해진 캐릭터가



앤디 - 물총 든 제임스 본드



동완 - 뿅망치 슈퍼맨


에릭 - 스타일리쉬 600만불의 사나이

 


민우 - 공주병 원더우먼(!)


혜성 - 소심타잔

그리고...

투명인간인데 옷만 투명하고 다 보이는 전진...

등장하는 순간 폭소가 터졌습니다.


아마도 전같으면 '전진의 굴욕'으로 자리잡았을 듯한 전설적인 의상입니다.

박진영 이후 방송 사상 가장 센세이셔널한 의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옷을 입고도 너무나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전진의 강점.

'신화방송' 첫회의 MVP를 뽑으라면 단연 전진이었을 겁니다.



처음에는 다소 쑥스러운듯 가슴(?)을 가리는데 집중했지만


특유의 강펀치를 이용해 미스테리 힌트를 얻어내는 펀치볼 담당으로 활약,



거기다 심지어 단서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브레인 역할까지!



차 안에서는 이름짓기 놀이로 방송 분량 확보!

이렇게 해서 투충육릭필타잼샌디고기생선이 완성됩니다.

아무튼 이날 전진의 활약은 "창피한 옷? 어색한 설정?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아! 이렇게 판을 깔아 놓고도 제대로 놀지 못하면 그게 굴욕이지!"라고 외치는 듯 했습니다. 그의 종횡무진 활약에 다른 멤버들도 분발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예능 울렁증의 에릭도, 생경한 환경을 맞은 혜성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더군요. 그들의 이름을 건 쇼의 성공을 위해 사소한 자존심이나 책임 따위는 다 내던진 자세가 너무나 선명했습니다.




물론 이런 전진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신화를 모르는 어린 시민도 만나게 되고,



민망한 의상 탓에 얼굴을 가리고 팬들이 달아나는 굴욕,



허기를 자장면으로 달래 가며 녹화를 진행하기도 하는 고난,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인 신화 멤버들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신화방송'의 여건은 그리 탄탄하지 않습니다. 지상파가 독점하고 있는 한국 방송환경에서 지명도 부족한 신생 방송사 JTBC를 선택한 건 어찌 보면 현명하지 못한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이런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의리를 지켜 '신화방송'에 뛰어든 여섯 멤버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길을 직접 선택한 건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화 멤버들의 자신감 덕분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첫회를 보고 나니 확실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 정도까지 여섯 멤버들이 두려움 없이 몸을 던지는데 시청자들이 움직여 주지 않을리 없다는 생각이죠.


심지어 다음주에는 목욕신(!)까지 전파를 탈 모양입니다.

팬 여러분의 덕심이 집결되면 좀 더 빨리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P.S. 산만함이야말로 신화의 진정한 무기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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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가 전직이 전직이다 보니 신화를 만날 일이 없었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모른다면 이상한 일일 겁니다. 이만치 14년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팬들 곁을 떠나지 않았던 아이돌은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랜만에 6명의 멤버들이 모두 이렇게 생동감있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3월15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있었던 JTBC '신화방송' 녹화장에서의 일입니다.

4년만의 재결합, 의리, 월드스타, 이런 키워드들 사이에 어느새 '신화방송'이라는 말이 녹아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본 이들의 모습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이 얼마나 도타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했습니다.



(모든 사진은 클릭하시면 커집니다.)
사실 이번 토요일(17일)이 첫 방송이지만 15일 녹화는 3~4회째 정도에 방송될 내용입니다. 1~2회는 'SF채널'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녹화를 마쳐 편집중이고, 15일 촬영분은 '스포츠채널'에 해당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제목은 '이색 올림픽'. 그런데 종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런 종목도 있고,


이건 뭐랄까... 유도는 유도인데 상대의 옷을 벗겨야 이기는 유도. ㅋ


정상적인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몸으로 하는 건 항상 1등이었던 잔진도 무척 당황. ㅋ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들의 최강점은 바로 토크. 지난번 '200개국 동시송출 기자회견'에서도 수많은 이야기를 털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이날도 한가지 주제만 나오면 서로 공격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말, 말, 말... 이게 바로 신화의 특징이죠.



사실 이날의 기자회견이 시니컬하기로 유명한 기자들까지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건 단연 동완의 역할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다른 방송사에서도 러브콜이 많았을텐데)왜 JTBC에서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였습니다.

여러 멤버들이 대답했습니다. "가장 먼저 제안을 했고, 연출(윤현준 PD)도 우리가 하고 싶은 것에 가장 근접한 얘기를 해 주셨고,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았고..." 등등의 대답이 나오고 있을 때, 김동완의 입에서 정말 엉뚱한 한마디가 나왔습니다.

"저는 에릭씨한테 질문을 하나 하고 싶어요."


....응 나?

김동완의 질문은 이런 거였습니다.

"여자 아이돌 셋이 에릭씨에게 대시했어요. 그런데 그중에서 첫번째로 대시한 게 소녀시대였어요.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

다른 멤버들의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동완이가 오늘 운동하다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어요. 기자 여러분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심한 폭언(흔히 욕설로 분류되는... 다행히 현장에 온 기자분들은 아무도 이 부분을 기사화하시지 않았습니다^^)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로 기자회견장이라기보다는 막 노는 마당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동완이 하려던 말은 전후맥락을 따져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명이 잇달아 대시를 하더라도 가장 먼저 대시한 사람을 우선 보게 되고, 그 다음에 가장 먼저 대시한 사람이 누가 보든 최고(소녀시대)라면 굳이 다른 후보들을 고려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즉 "JTBC가 가장 먼저 대시했고, 제안도 가장 마음에 들었으므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을 소녀시대에 빗대 설명하고 싶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그 비유가 바로 와 닿는 비유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에게 '우우'하는 야유와 폭언(?)만 듣게 된 것이죠.


아무튼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건 혜성. 워낙 온갖 예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신화 멤버들 가운데서도 가장 청순함(?)을 지켜온 멤버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화 멤버들에 따르면 '신화방송'에서는 혜성도 다른 멤버들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망가진다고 합니다.

솔직히 제가 이날 가장 감동받은 것은 신화 멤버들의 의리였습니다. 윤현준PD와의 끈끈한 정, 그리고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끈질긴 견제와 반 협박을 뚫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에릭이 제작한 걸그룹 스텔라나 앤디의 틴탑에게까지 불이익이 간다는 협박도 있었습니다. 우월한 사업자의 입장에서 신생 방송사를 뭉개 버리려는 지상파의 압박은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것 이상입니다.)

정상의 아이돌 그룹으로 14년, 이미 방송가와 연예계의 생리를 모를 리가 없는 이들이 '함께 한다'는 신념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순수한 '돌쇠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신화방송'이 좋은 결실을 거둬야겠죠.





이날 녹화한 '이색 올림픽' 편에 앞서 17일 방송되는 '신화방송' 1회는 'SF액션'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딸을 구하라'는 제목으로 대통령의 딸이 납치된 상황에서 악당들과 싸우고 영애를 구출하는 신화 멤버들의 활약상을 담았습니다.

예고편으로 보자면 약간 만화적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신화방송'은 앞으로 매주 토요일 밤 9시55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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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우리는 비슷한 의문을 갖습니다. 왜 김치찌개는 7천원만 해도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그 많은 파스타집의 스파게티는 1만5천원에서 2만원까지 하는데도 그냥 대강 넘어갈까. 물론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과 스파게티를 파는 레스토랑은 식사 분위기를 만드는 내장 비용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지만, 그 고정비용을 꼬박꼬박 음식값에 포함시킨다 해도 너무 비싼 건 아닐까.

'트루맛쇼'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은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해 탄탄한 소견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극장용 '트루맛쇼'를 통해 이런 관심에 불을 붙인 김감독은 최근 JTBC에서 '미각 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TV판 '트루맛쇼'의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겨레21'에 에드워드 권의 문제에 대해 기고해 큰 반향을 일으켰을 정도로 글 솜씨도 만만찮은 분입니다. 이 분이 JTBC 홈페이지에 3월6일부터 제작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미각 스캔들' 의 제작일기라고 봐도 좋고, 그 자체로서 먹을거리에 대한 훌륭한 칼럼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본인의 양해를 얻어 그 글을 이 자리로 퍼오고, 제 의견도 덧붙여 보겠습니다.

'미각 스캔들'에서 요즘 하고 있는 '한국판 수퍼 사이즈 미' 실험에 대한 포스팅을 보시려면 이쪽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김재환 감독님의 기고문은 여기부터입니다.



식자재 공급업체 체험기

<한겨레 21>에 기고하려고 쓴 글인데 에드워드 권 때문에 시끄러워져서 더 이상의 매체 기고를 포기했다. <미각스캔들> 홈페이지를 열었는데 너무 썰렁해서 일단 이걸로 스타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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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공급업체 체험기

                                                                        * 김재환

프랜차이즈 업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조크가 있다. “당신이 어디서 정말 싼 식자재를 보았더라도 이 세상 어딘가에 그보다 더 싼 식자재는 반드시 있다!” 프랜차이즈는 정말 싼 식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메뉴 위주로 발달한다. 규모의 경제가 주는 혜택은 오직 본점만 누린다. 손님은 차라리 자신이 먹은 메뉴의 원가를 모르는 게 속 편하다. 알면 알수록 입맛만 떨어진다.

‘통큰치킨’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불하는 음식의 원가를 의심해보게 만들었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마케팅이 영세 상인들을 죽이는 약탈적 가격전략인지 소비자들을 위한 가격 거품빼기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다양한 꼼수를 생각한다면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무감각증을 흔들어 놓은 건 잘한 일이다.

<트루맛쇼> 취재를 위해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자들을 만나 식재료비용에 대해 물어보았다.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식재료 원가와 식당이 실제로 지불하는 식자재 코스트의 괴리가 큰 메뉴일수록 뛰어드는 업자들이 많아지고 프랜차이즈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한다. 황교익 선생이 쓴 <대한민국 음식문화박물지>를 보면, 한 때 국수 프랜차이즈 열풍이 분 건 값싼 미국산 밀가루로 만든 실국수에 초저가 중국산 멸치와 화학조미료가 있어 가능했다고 한다. 피자 프랜차이즈가 난립하는 건 커피를 빼고는 피자만큼 마진이 큰 장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저렴한 원가 덕분이다. 다른 식당들보다 음식값을 더 받지 않으면서 프랜차이즈 본점도 돈을 벌고 가맹점도 이익을 남기려면,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든지 식자재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든지 둘 중 하나다. 

식당을 직접 해보면 일부 식자재의 업자간 거래가격이 너무 낮은 데 놀라게 된다. 우리가 마트에서 포장 두부 한 모를 사려면 2~3천 원 정도 지불해야 하지만 일부 순두부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쓰는 두부의 공급가는 충격적이다. 손님들은 순두부를 비싼 웰빙 식재료로 알고 있으니 업자들 입장에선 사업성 있는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좋은 식당은 요리사가 직접 그 날 새벽에 당일 사용할 재료만큼만 장을 본다. 처음 오픈할 땐 누구나 그런 식당을 꿈꾸지만 한 달만 해보면 그게 얼마나 실천하기 힘든 꿈인지 알게 된다. 객 단가와 주류 매출 비중이 높고 재료의 신선도가 식당의 성패를 가르는 고급 스시집 주방장이라면 새벽마다 직접 장보러 다니는 게 당연하겠지만 저가의 대중음식점 사장님들로선 무척 힘든 일이다. 결국 식자재 공급업체를 찾게 되는데 겪어보면 정말 가관이다.



여러 업체들을 체험해본 결과, 처음 1~2주는 지불하는 돈에 합당한 꽤 괜찮은 식자재를 공급하다가 조금만 틈을 주면 이내 최하 품질의 식자재를 가져다준다. 때깔은 그럴싸한데 향이 하나도 없다. 어지간한 식당 주인들은 그 등급의 차이를 잘 식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니 식자재 납품의 세계는 가히 꼼수의 경연장이다.

심지어 공산품을 납품 받아도 암수가 등장한다. 우리가 오픈한 식당 ‘맛’에서 쿨피스를 서비스로 제공한 적이 있었는데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았더니 유통기한이 당일 끝나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충격을 받았다. 알고 보니 유통기한이 다된 물건만 처리하는 땡처리 블랙마켓에서 초저가에 가져다가 제값 다 받고 납품한 것이다. 싸구려 식자재를 공급받아도 주방에서 분노하지 않는다면 납품의 대가로 요리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관행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구석구석 리베이트 공화국이고, 세상은 알면 알수록 절망적이다. 

이태원에서 ‘이스트빌리지’라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오너셰프 권우중 씨에 따르면 상업적으로 성공한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음식재료비를 25% 내외로 맞추게 된다고 한다. 직접 농사를 짓거나 고향에서 부모님이 물고기를 잡아 보내주시지 않는 한, 싼 가격에 좋은 재료를 구하는 방법은 거의 없다. 결국 대부분의 ‘싸고 푸짐한 집 = 좋지 않은 재료 + 다양한 조미료 사용’이란 말이다. 권 셰프가 밝히는 일반적인 레스토랑의 영업구조는 이렇다.

매출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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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코스트 25~30%
인건비 20%
식당 임대료 10%
공과금 7~10%
기타 운영비 10%
마진 25% 내외

마진이 25%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테리어, 등의 투자비와 금융비용을 생각하면, 25% 마진에 웬만큼 손님이 들지 않고서는 오너가 가져가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자기 음식에 프라이드가 강한 오너 셰프들은 보통 매출의 40~60%를 식자재 코스트로 지출하다 보니 몇몇 대박 난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적자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요리사들의 딜레마가 있다.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선 식자재 코스트를 낮춰야 하고 코스트에 맞추면 좋은 재료를 쓸 수 없다. 게다가 일반적인 손님들의 혀는 식자재의 퀄리티를 논할 수준이 아니다. 오너 셰프는 늘 시험에 빠진다. 

식자재 코스트 스트레스에서 살짝 빗겨나 있는 복 받은 메뉴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파스타다. 이탈리안 요리로 유명한 어느 셰프에게 파스타의 매력에 대해 물어보니 재료비는 얼마 안 들어가는데 음식 값은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시니컬한 답변을 내놓았다. 동네마다 파스타 집들이 들어서고 프랜차이즈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건 그만큼 음식값에 바가지가 심하기 때문이란다. 김치찌개 하나만 봐도 기본 반찬 네 가지는 나가야 하니 파스타보다 원가는 더 든다. 게다가 한식 반찬은 손이 많이 가고 오래 보관할 수도 없다. 김치찌개는 7천 원 받으면 너무 비싸다고 하지만 피클 하나 주는 파스타는 1만 8천 원 받아도 비싸다는 말 안 한다. 말린 국수에 통조림 토마토소스, 냉동 해산물을 주로 쓰는 파스타 집이라면 식재료 코스트 2천 5백원도 안 나온다. 일부 프랜차이즈 파스타 집은 음식값을 지금의 반으로 낮춰도 버틸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음식값은 참 이상하다. 어떤 음식은 가격이 너무 낮고 어떤 음식은 완전 바가지다. 한식 가격은 상대적으로 너무 싸고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은 만만치 않아 식재료에 꼼수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식당 주인들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비싼 임대료 부담과 권리금 관행, 식당들의 과당 경쟁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불만제로>와 <소비자 고발>이 장수하는 이유다.

싼 음식 가격에도 식당들이 망하지 않는 건 MSG와 중국 덕분이다. 사실 우리는 중국이 가까이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 값싼 중국산 식자재가 없다면 지금 가격으로 김치찌개를 즐기는 건 불가능하다. 싼 가격에 싸구려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다.

과당 경쟁과 높은 식자재 코스트에 지친 식당주인들을 위로하는 건 역시 화학조미료다. MSG는 식재료의 쌩얼을 숨겨주는 짙은 싸구려 화장술이다. 황교익 선생님은 그의 저서 <미각의 제국>에서 우리나라 식당들이 싸구려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어도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MSG의 마법 덕분이며 좋은 음식을 먹자면 화학조미료부터 버려야 한다고 단언한다. 화학조미료 몇 숟갈이면 재료의 질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고 소비자들은 쉽게 구별하지 못하니 양심적인 식당 사장님들로선 미칠 노릇이다.

박찬일 셰프는 “요리사란 결국 재료를 다루는 사람이고, 자신이 만드는 요리 재료가 산지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좋은 걸 먹으려면 어떤 식당 음식의 맛이 식자재의 본성에서 온 것인지 화학조미료에서 온 것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래저래 MSG가 문제다.

맛의 세계는 너무 어렵다. 책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 우리 평범한 혀들을 위해 대단한 혀를 가진 분들이 수고해 주셔야 한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블로그에 좋은 정보를 올려주시는 선한 분들은 복 받을 것이다.

God bless you~^^

(원문은 http://home.jtbc.co.kr/Board/Bbs.aspx?prog_id=PR10010072&menu_id=PM10012549&bbs_code=BB10010137 )

                (유명 김치찌개 프랜차이즈 장호왕곱창의 제작 사진입니다.)

사실 영화 '트루맛쇼'를 통해 여러가지 메시지가 전해졌지만 그 중에는 '한국 사람들이 선진 식문화를 누리지 못한다면 그건 대중의 입맛 때문이다. 좋은 귀를 가진 청중이 많은 나라에서 음악이 발달하듯, 좋은 혀를 가진 사람이 많은 나라가 식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뭐 이건 사실 돌고 도는 챗바퀴 같은 얘기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식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어려서부터 좋은 음식과 재료를 판별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실제로 어려서 이것 저것 많이 먹어 본 아이들이 커서도 미식가가 될 가능성이 높죠^^), 그게 대대 손손 물림을 하기 마련입니다.

음식문화가 바뀌는 것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를 비교해 보자면 생선 요리, 특히 회 문화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만만찮아 보입니다. 반면 육류 가운데서 일본의 쇠고기 문화는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오래 전부터 쇠고기가 가장 고급 음식으로 대우받아온 한국에 비해 일본에서는 고대 이후 수백년 동안 쇠고기가 식재료에서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일본 평론가들도 "일본은 근대 100년 사이에 쇠고기 먹는 법을 새로 익혔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물론 모든 정보가 널리 공유되는 인터넷 시대는 이런 변화를 상당히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윗글에서도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블로그에 좋은 정보를 올려주시는 선한 분들은 복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절대 동감입니다. 뭐 개중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혀를 갖고 있는 분들도 분명 계시지만^^... 그래도 진정한 전문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절대 다수인 듯 하여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MSG에 대해서는 참 개인적으로 애증이 엇갈립니다. 유명한 맛집에서 진정 침이 넘어가는 이 국물에 분명히 다량에 MSG가 포함되어 있을 거라는 심증은 가지만, 까짓거 이 맛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어떠랴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뭐 이런 얘기는 나중에...

아무튼 글을 통해서든, 매주 일요일 밤 10시 JTBC에서 방송되는 '미각 스캔들'을 통해서든 김재환 감독과 그 일당들은 앞으로 때론 충격적으로, 때론 유머 넘치는 시선으로 지켜보는 분들의 혀를 자극해 갈 듯 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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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루맛쇼'를 보신 분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이 다큐멘터러가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트루맛쇼'는 TV에 소개되는 맛집들이 얼마나 기만적인 제작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보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과연 TV에서 아예 TV판 트루맛쇼를 방송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김재환 감독의 제작사 B2E에 이런 제안을 했죠.

3월4일부터 정규 편성된 JTBC의 '미각 스캔들'은 바로 그 결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김재환 감독이 제작 총지휘를 맡았고, '트루맛쇼' 제작진이 진행하고 있는, 최초의 '본격 TV 맛집 고발 전문' 프로그램이 탄생한 겁니다.

그리고 이 '미각스캔들'은 4일, 정규편성 첫 방송에서 이색적인 실험 프로젝트를 선언합니다. 바로 '편의점 음식만 먹고 한달을 살면 몸에 어떤 변화가 올까'를 알아보는 실험입니다.




사실 '미각스캔들'은 지난달 초, 설 연휴때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보내 제법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바로 '양념 치킨을 먹으면 안되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죠. 내용인즉, 상당히 많은 수의 치킨집들(동네 군소 치킨집들 뿐만이 아닌,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일반 프라이드 치킨을 튀기는 기름솥과 양념치킨용 치킨을 튀기는 기름솥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따로 관리하기만 한다면 별일 아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 프라이드 치킨을 60~100마리 정도 튀겨 낸 '헌 기름'으로만 양념치킨용 닭을 튀긴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기름은 육안으로만 봐도 시커먼 색이기 때문에 새 기름과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게다가 튀겨낸 닭의 색깔 역시 확연히 다릅니다. 당연히 맛도 다르겠죠.



하지만 '양념을 묻히면' 결과는 전혀 달라집니다. 양념에 버무리면 이런 정도의 차이는 강한 양념 맛에 슬쩍 묻혀 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순서를 바꿔 말하면, '양념을 발라 놓으면 구별을 못 하기 때문에' 굳이 새 기름으로 튀길 필요가 없는 것이고, 몇몇 치킨집 주인들이 이런 사실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대체 '몇몇'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방송상으로는 그냥 '일부'라고 표현됐지만, 김재환 감독의 말에 따르면 '상상보다는 훨씬 많은' 숫자라고 합니다. 양심적으로 장사하시는 치킨집 사장님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방송에 내보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앞으로 양념치킨을 꼭 드셔야 하는 분들이라면, 치킨을 주문하실 때 '그냥 프라이드 치킨을 주시고 양념치킨 소스를 넉넉하게 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듯 합니다.



어쨌든 첫회부터 꽤 강한 주제를 다뤘던 '미각스캔들' 팀은 정규 편성 이후 이색적인 실험에 도전했습니다. 바로 '한국판 수퍼 사이즈 미' 실험입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는 모건 스펄록 감독의 2004년작 다큐멘터리입니다. '볼링 포 콜럼바인' 류의 다소 장난스러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용인즉, '과연 패스트푸드만 먹고 한달을 살면 몸이 어떻게 변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흔히 우리는 '햄버거만 1년 먹으면(방부제 때문에) 죽어도 시체가 썩지 않는다', '라면만 1년을 먹으면 몸보다 먼저 정신에 이상이 온다'는 식의 도시괴담을 얘기하곤 합니다. 패스트푸드가 몸에 좋을 리 없다는 것은 누구나 들어 본 상식이지만 실제로 라면이나 햄버거를 눈앞에 두거나 냄새를 맡으면 입에 침이 고이는 것 역시 인지상정입니다.



아무튼 스펄록은 직접 실험을 했고, 그 결과 한달만에 자신의 건강 상황이 상당히 악화됐다고 밝힙니다. 11kg인가 체중이 늘고, 당뇨병과 심장병의 위협을 받게 됐다는 등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와 맥을 같이 하는 실험 결과는 꽤 많습니다. 2010년 '데일리메일'에는 사진과 함께 참 아찔한 내용이 실렸습니다. 2009년 3월에 사 놓은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세트를 1년간 사무실에 놔 둔 결과를 사진으로 비교해 볼 수 있었죠. 그 결과.... 햄버거 패티는 이상하게 말라 붙었지만 빵과 프라이는 '육안상으로 큰 변화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기사 제목은 '방부제의 힘' 입니다.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1258913/Happy-1st-birthday-Mother-keeps-McDonalds-Happy-Meal-year--gone-off.html

(물론 반론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떤 식품이든 미생물이 번식하려면 습기가 있어야 하는데 프렌치 프라이는 일단 바싹 튀긴데다 소금을 뿌려 두죠. 표면이 단단하게 굳은데다 소금기도 있고, 바람에 말려 더 바싹 마르고 나면 보존성이 극도로 좋아질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이건 방부제의 효능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쪽을 믿든 그건 읽는 이의 몫...정도의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아무튼 '미각스캔들' 팀은 '수퍼 사이즈 미'의 영향을 받아 편의점 음식으로만 한달 내내 세 끼를 먹는 실험에 들어갑니다. 제작진의 강 모 PD와 서울대, 숭실대 재학중인 두 남학생까지 3명의 젊은이가 한달 내내 편의점에서 식생활을 해결하는 겁니다. 비용은 끼니당 3천원으로 제한. (가운데가 영화 '트루맛쇼'에도 출연했던 강 PD입니다.^^)



편의점 식사의 문제는 꽤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고생이나 재수생들이 밀집한 학원지역에서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아 보입니다. 가장 성장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할 때 뭔가 미심쩍은 음식으로 한끼를 때우는 건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설마 한달만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 싶기도 한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끼니당 3천원이라는 가격이 좀 걱정스럽습니다. 바나나우유 하나에만도 1200원씩 하던데... 한끼 3천원이면 배는 곯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컵라면 1개, 삼각김밥 1개 정도면 음료수 사 마실 돈이 모자라지 않을까 싶네요.

(아울러 방송이 진행되다 보면 나오겠지만,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면 당연히 술 마실 일이 꽤 있을텐데 안주는 어떻게....? 그렇다고 술자리를 한달 동안 피하면, 금주의 효과로 건강은 오히려 좋아지는...?^^)



이런 저런 면에서 사뭇 궁금한 '편의점 음식으로 한달 살기' 실험입니다. 제 예상으로는 '수퍼 사이즈 미'와는 달리 상당히 체중 감소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이런 효과가 있다면 저도 한번 해볼 용의가 있습니다. ㅋ)

                           (하도 오랜만이라서 감격적이라 올려 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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