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에 걸쳐 MBC TV '아이돌 스타 육상·수영 선수권 대회'를 지켜봤습니다. 사실 KBS 2TV의 '드림팀 시즌2'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전혀 새삼스러울게 없는 일이지만, 샤이니 민호의 운동신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 합니다. 물론 '드림팀' 쪽에서 보면 운동신경의 1인자는 민호가 아니라 상추(마이티마우스)죠. 상추가 출전했더라면 민호의 3관왕 독주는 그리 쉽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뭐 마이티마우스가 아이돌이냐 아니냐 하는 얘기도 나올수 있겠지만 명색이 록밴드인 씨엔블루나 트랙스도 나오고 채연이나 황보, 마르코도 나오는 판에 그런 얘기는 별 설득력이 없을 듯 합니다.)
그런데 암만 봐도 어색하고 이해가 안 가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옷 입고 수영하는' 초유의 수영대회에 대한 불만입니다. 도대체 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신경전이 오갔다는 것은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수영대회=수영복'이 상식이다 보니 이건 저절로 '아이돌 아이들을 벗겨 놓고 한번 보여주겠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로 연결됐을 겁니다. 뭐 늘상 터지는게 '쇼 프로그램에서 아이돌의 선정성'이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논란은 제작진에게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게 틀림없는 일이고, 결국 제작진은 고심 끝에 여자는 허벅지까지 오는 전신수영복, 남자는 상의에 흰 티셔츠를 입고 수영하게 했습니다. 참 코믹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전신수영복은 뭐 어쨌든 없는 옷을 만든 건 아니니 그렇다 치겠습니다. 그 사이에 레인보우 멤버들의 싱크로나이즈 시범이 있었는데, 아무리 '선정성'의 압박에 시달리는 제작진이라 해도 수영경기용 수영복을 입고 싱크로나이즈 스위밍을 시킬 수는 없었는지 이 경우엔 원피스 수영복이 등장했습니다. 그나마 허리에는 희한한 스커트를 달게 했고, 그것도 40초 편집으로 마무리해버렸습니다.
이쯤 되면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럴 거면 수영대회를 하지를 말지, 할거면 제대로 하든가, 아니면 말든가?'
위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여자 경기용 수영복은 뭐 원래 있는 옷이니 그렇다 치겠습니다. 그런데 대체 남자까지 옷을 입고 수영을 하게 한 건 뭐란 말입니까. 남자용 전신수영복이 금지되지만 않았으면 그걸 입했을지 모르지만, 수영복 재질도 아닌 티셔츠는 물속에서는 방해가 될 뿐입니다. 심지어 젖은 티셔츠 안으로 '비칠 건' 다 비치죠.
남자의 수영복 입은 상체가 얼마나 선정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방송사가 겁내는 '선정성 시비' 여론은 대체 누가 만드는 걸까요. 참 이해하기 힘든 나라의 이해하기 힘든 여론입니다.
아이돌 수영대회에서 민호가, 마르코가, 닉쿤이 웃통 벗고 수영하는 장면이 그렇게 선정적이라서 전국의 여자 청소년들이 음탕하게 변할 거라는 걱정이라도 든단 말입니까? 대체 그런 걱정은 누가 하는 걸까요? 만약 그런게 걱정이라면 전국의 남녀노소가 훌러덩 벗고 돌아다니는 캐리비안 베이 같은 음란 업소들부터 영업정지를 시켜야 하는게 아닐까요.
정말 눈가리고 아웅입니다.
수영장에서 수영복 입은 모습이 그렇게 두려워 할만큼 선정적인 거라면, 대체 가족 시간대 드라마에서 수시로 나오는 수영복 신은 어떻게 아무 문제 없이 방송되는 겁니까?
만약 이태임은 성인이라 괜찮고, 아이돌들은 상당수가 미성년이라 안되는 거라면, 고교시절의 박태환이 나오는 수영 대회 중계방송은 모두 19금이어야 했다는 걸까요. 박태환이 인기가 없거나 수영이 너무나 비인기종목이라서 관심을 끌 수 없다는 말(물론 농담입니다)은 별 설득력이 없습니다.
심지어 CF와 비교해도 참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드라마도 되고, 스포츠 중계에서도 되고, 광고에서도 되는데 왜 예능에서는 안되는 걸까요. 같은 장면도 드라마에서 보면 선정적이지 않고 예능에서 보면 선정적인 걸까요. 늘 겪는 일이지만 참 이해가 가지 않는 사고방식입니다.
대회 내용은 그냥 틀어놓고 있으면 눈길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웠지만 수영복 개그는 참 보기 안쓰러웠습니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그런 의미에서 내년부터는 새로운 패션을 추천합니다. 요즘 아랍 지역에서 유행하는 최신 모드 수영복이라고 합니다.
이거 하나면 노출 시비는 완전 차단입니다. 어떻습니까? 강력히 추천합니다.
P.S. 그나자나 매주 '드림팀'을 방송하면서 이 아이템을 이렇게 강력한 명절용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KBS 예능국은 군소리 좀 나오겠군요. 아이디어의 길이란 참 험난합니다.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기양 살다가 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박2일 설악산, 사람이 찍고 있었네 (19) | 2011.02.14 |
---|---|
직장생활 5년 넘으면 연애결혼은 어렵다? (19) | 2011.02.11 |
슈퍼맨의 저주, 다시 시작되나? (4) | 2011.02.05 |
1박2일, 이승기보다 어린 멤버가 필요해 (31) | 2011.01.31 |
K 연예대상, 김병만의 수상이 의미있는 이유 (15) | 2010.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