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크리스텔(1952-2012)]. 1980년대를 살아온 남자들에게 있어 실비아 크리스텔이라는 이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포스팅했던 '책받침 속의 요정들', 그러니까 브룩 실즈나 소피 마르소, 왕조현 등과는 또 다른 의미입니다. '개인교수'라는 제목의 영화에서 느낄 수 있듯, 실비아 크리스텔은 그 시절에 10대의 나날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여선생님의 느낌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말 문화적으로 척박했던 1980년대, 그 어두웠던 시절에 처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신 분이랄까요. 젊은 친구들에게 농담으로 "한 30년 지나 아** *라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마 너희가 느낄 감정과 비슷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지만, 크리스텔 여사님은 소라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
빌보드 정상을 눈앞에 둔 싸이. 이제 한국인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김정일, 문선명, 싸이라는 우스개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살아있는 인물은 싸이 하나뿐인이니 당대에는 대적할 사람이 없는 셈이군요(반기문 총장과 잠시 고민했지만, 식자층이 아닌 전체 인류를 기준으로 할 때 UN 사무총장보다는 싸이가 더 유명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싸이의 '위업'은 이제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 버렸습니다. 한국인이 메이저리그와 분데스리가에서 성공을 거둔 뒤에도, 메트로폴리탄이나 바이로이트에서 주연을 맡아 무대에 올랐어도, 칸 영화제 주연상을 받아도, 심지어 유엔 사무총장이 됐어도 '빌보드 차트 정상'은 아직 꿈의 영역이었던 거죠. 그가 거둔 성공의 크기가 지나치게 커졌기..
'싸이와 김장훈', '김장훈과 싸이 사태'라고 불리는 당금의 사태를 보면서 참 씁쓸한 기분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실 겁니다. 현직 기자 생활을 하면서 유명인사와 스타들도 수없이 만나 보고, 요란한 사건도 많이 겪어 봤습니다. 유명한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싸우는 것도 여러 번 봤고, 또 그러던 분들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웃으며 화해하는 모습도 한두번 본게 아닙니다. 이런 경험을 많이 겪은 덕분에, 뭔가 예기치 못한 일을 겪은 분들로부터 조언을 요청받는 일도 적잖이 있었습니다(물론 그런 일에 대해 당시는 물론이고, 사후에도 입을 다물 것이라는 믿음이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받는 질문은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였는데, 역시 대부분의 경우 ..
요즘은 좀 다양해졌습니다만 예전엔 야외에 나가면 먹는 음식이 너무나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토종닭 백숙, 민물매운탕, 닭도리탕(닭볶음탕이라고도 합니다만...) 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오래 매력을 유지하고 있는 음식이 바로 토종닭 백숙이라고 하겠습니다. 토종닭을 먹어 본 일반인들에게 토종닭의 특징을 물으면, 백이면 백 '질기다'고 합니다. 저도 그리 많이 먹어 본 것은 아니지만, 다릿살조차도 가슴살 못잖게 퍽퍽하고 질겼던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이렇게 야외까지 나와서, 비싼 토종닭을 먹어야 할 이유가 있나'하는 생각까지 했었죠. 그런데 최근 방송된 '미각스캔들'을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먹어 온 토종닭은 토종닭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오페라를 가끔 봅니다만, 거기에 대해 포스팅하는 건 대단히 조심스럽습니다. 네가 언제부터 오페라 타령이냐고 면박을 당할 걱정도 좀 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는 철저한 무관심을,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는 지식 부족에 대한 지적이나 받을 거라는 두려움도 앞섭니다. 하지만 2012년 8월24일의 위대한 공연에 대해서는 뭔가 개인적으로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는 정명훈 지휘, 서울 시향의 연주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국내 초연이 이뤄졌습니다. 오페라하우스가 아니라 음악당인 이유는 무대 진행이 없는 스탠딩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국내 초연이라니... 바그너 오페라 공연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실 국내에서 바그너 오..
[꽃탕 3기] '꽃탕'이 벌써 1기, 2기를 거쳐 3기에 이르렀습니다. 매끈한 팔등신도 없고, 성인방송 출연자도 없고, 노이즈를 일으키는 도도한 유학파도 없고, 오직 진정성 하나로 시작한 '꽃탕'이 은근히 많은 분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있는 듯 합니다. TV를 통해 사랑하고 싶은 사람, 심지어 평생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는게 어쩌면 꽤 무리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꽃탕'이라는 프로그램을 알면서도, 그리고 거기에 등장하는 것이 꽤 적절해 보이는 사람 중에도 이런 요소 때문에 망설이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행여 TV를 통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경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방송을 보는 사람들에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외..
[먹거리 X파일 냉면 육수의 불편한 진실] 냉면 육수에 대한 맛집 검증 프로그램이 화젭니다.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에서 2주 연속으로 냉면 육수에 대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첫번째 방송 내용은 '소위' 냉면 전문점들의 냉면 육수 가운데에는 진짜 쇠고기가 1%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내용이라 많은 공분을 샀습니다. 설탕과 식초, MSG와 쇠고기맛 조미료(즉 다시다)만을 배합해서 쇠고기 육수 맛을 낸다는 것이었죠. 워낙 신뢰도 높은 방송이라 반향도 컸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방송, 이번에는 냉면 한 그릇에 만원 안팎을 받고 있는 냉면계의 명가들은 어떤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습니다. 검증 결과는 '사실상 MSG를 전혀 쓰지 않는 집은 없다'. 여기에 대한 실망감도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