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하루가 다르게 전세계적인 인기곡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강남스타일'에 이은 2연속 히트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미 온라인은 해외의 형제자매(?)들이 만든 패러디로 가득합니다.
특이한 건 '강남스타일' 때와는 달리, 멜로디와 비디오를 살려 두고 가사는 자국어로 변환한 패러디들이 '젠틀맨' 발표 직후부터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남스타일' 때에는 한참 뒤에 등장했던 현상이죠. 이미 '강남스타일'을 통해 '어떻게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갖고 놀지'에 대한 학습이 끝났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싸이의 노래가 세계적인 인기곡, 싸이가 세계적인 팝스타로 거듭나기 위해 또 하나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싸이의 악마설', 그리고 '싸이의 노래에 악마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는 주장들입니다.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악마적 메시지(Satanic Message)가 들어있다는 주장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제목의 '젠틀맨' 자체가 영어권에서 악마를 상징하는 호칭 중 하나이며, 초반에 등장하는 네 명의 노신사가 이른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4기사를 상징한다는 주장입니다. 아시다시피 요한계시록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의 심판이 어떻게 내려지는가에 대한 내용이고, 그 종말의 과정에서 네 명의 기사가 지상에 등장합니다. 네 기사는 백,적,흑,청의 4색을 갖고 있으며 각각 정복, 전쟁, 기근, 죽음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활당무계하기 짝이 없지만, 뭐 그렇게 주장하시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20세기도 아닌 21세기에 '문화제국주의 첨병'이라는(이게 대체 언제적에 써먹던 얘기야...) 유령같은 논리로 싸이를 욕하는 무슨 교수님도 계신데 이 정도로 뭐랄 수 있겠습니까.
최근에는 또 이 노래의 후렴구인 '알랑가몰라'에 대해서도 해괴한 해석이 등장했습니다. 이를테면 alangamola를 쪼개서 alang(=a band), gamo(=coupling), la(=ah! 같은 감탄사) 이기 때문에 이 말이 '음란한 결합에 대한 찬사' 혹은 '동성애에 대한 옹호'를 뜻한다는 겁니다.
참 생각도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사실 근거는 전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일단 monogamy같은 현대어에서 보듯 gamo가 결혼이나 성적인 결합을 뜻하는 어근인 것은 맞고, la라는 단어도 실제로 있지만 alang이 a band(띠)를 상징한다는 것은 어디서 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저 부분들이 모두 저 뜻이라 해도 저런 해석은 견강부회일 뿐입니다.
사실 싸이에 대한 이런 기괴한 해석은 '강남스타일' 때 이미 시작됐습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각종 악마의 행위들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동영상.
싸이와 말의 관계... 등은 참 상상력이 흥미롭기도 하군요.
뭐 비슷한 게 많습니다. 싸이가 비밀결사 일루미나티의 악마적인 상징들을 뮤직비디오에 끼워넣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놀랄 게 없습니다. 웬만한 영화에 다 나오기 때문입니다.
저런 식의 주장을 하는 분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들끓었습니다.
왜 이런 주장이 자주 등장하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분들이 심심하기 때문 이런 분들은 이미 할리우드와 미국 대중문화계가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의 손에 장악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은 수시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내보내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경계를 무디게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도 한때 널리 퍼졌던 레이디가가 사탄설을 기억하실 겁니다.
저 뿔이 진짜 뿔이라는 주장부터... '팝음악에 나타난 사탄의 역사'라는 괴서를 한번 읽어 보시면, 사람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이 생깁니다.
이런 류의 주장은 끝이 없습니다. 폴 매카트니는 이미 60년대에 죽었는데 비틀즈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음모 때문에 지금까지 누군가가 대역을 맡고 있다는 주장.
반면 이미 죽은 엘비스는 지금도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목격되고 있다는 주장. 일각에서는 노인이 된 엘비스를 목격했다고도 하지만 또다른 일각에선 그가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기 때문에 영원이 젊은 모습이라고도 하죠. 그런 얘기가 싸구려 신문에 버젓이 실리기도 합니다.
싸이에 대한 음모설, 혹은 싸이의 악마설 등은 싸이 이전에도 수많은 팝스타들이 이미 딛고 지나간 자리일 뿐입니다. '***의 노래에 사탄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말에서 ***의 자리에는 우리가 아는 어떤 뮤지션을 넣어도 그 증거들이 인터넷에 넘쳐납니다. 비틀즈, 마이클 잭슨, 저스틴 비버까지 말 그대로 아무나 넣어도 됩니다. (심지어 사이먼 앤 가펑클을 넣어도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싸이의 노래에 악마의 메시지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아, 싸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팝스타가 된 거구나'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참 성장이 빠른 편이죠.
그리고 그런 얘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분이 있다면, 현재의 상황은 이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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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 주말 밤의 볼거리로 서서히 위력을 드러내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최근 김종서 편이 방송된 JTBC [히든 싱어]입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6명의 목소리가 한 가수의 노래를 부릅니다. 놀랍게도 여섯 명이 모두 똑같은 목소리입니다. 그런데 진짜 가수는 그중 하나뿐입니다.
그동안 '모창'이라는 영역은 명절 때의 특집 프로그램 정도의 의미밖에 갖지 못했습니다. 예능의 레드 오션 영역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히든싱어'가 그 의미를 바꿔놨습니다. 그동안 박정현, 김경호, 성시경, 조관우, 이수영, 그리고 김종서까지 여섯 명의 가수가 출연했는데, 출연한 가수 모두 출연자들의 수준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잇따랐습니다.
단순히 한 가수의 노래를 똑같이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 이런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재미는 물론이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었던 것이죠. 그건 바로 팬과 가수의 끈끈한 관계에서 오는 애정입니다. 특히 김종서 편에 출연한 시각장애인 이현학씨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1급 시각장애인인 이현학씨는 놀라운 노래 솜씨로 마지막 4라운드까지 진출했습니다. 여기서 이상학씨는 상금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미국에 있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소박한 사연을 전했습니다.
사연을 들은 김종서가 "내가 떨어지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
그리고 파이널 라운드입니다.
자, 이 셋 중 누가 진짜 김종서였을까요.^^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따르면 '히든 싱어'는 그냥 모창 프로그램이 아니라 팬들이 만드는, 가수에 대한 트리뷰트 프로그램입니다. 얼마나 자신이 그 가수를 사랑하고, 그 가수에 대한 애정을 자신의 목소리에 담아 부르느냐가 드러나는.
김종서 자신도 "조용필의 목소리가 갖고 싶어서 일부러 탁성을 내기 위해 성대를 망가뜨리려 한 적도 있다. 조용필씨가 골초라는 얘기를 듣고 그때부터 나도 닥치는대로 담배를 피웠다"고 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팬들의 이런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조용필씨는 현재 금연중입니다.^^)
사실 '히든싱어'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과 많이 다릅니다. 실용음악과 재학생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가수와 상관 없는 직업을 갖고 있고, 그리 넉넉지 않은 분들도 꽤 있습니다.
이 분들에게 특정 가수, 자신이 잘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수의 노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팬으로 시작했다가, 모창이 취미이자 특기가 된 사람들인 것이죠. 그래서 재미로 하는 모창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고, 그런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살아남는 것입니다.
'히든싱어' 이수영 편에 출연했던 김재선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남자 이수영'이란 별명으로 불리게 된 김재선씨는 "내가 힘들때 위로가 되었던 이수영을 직접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고, 이제 내 노래가 이수영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털어놔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물론 모든 가수가 히든싱어에 출연해 이런 감동을 연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팬이라고 해서 모두 비슷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그 자신이 모창왕으로서의 자질을 갖고 있는 신승훈. 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흉내내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히든싱어' 신승훈 편은 아직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신승훈씨와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분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승철 이은미 등도 마찬가지. 하지만 세상엔 워낙 사람도 많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들도 많다 보니 찾다 보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역시 독특한 목소리로 유명한 백지영도 흉내낼 수 있는 도전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몇몇 인재들이 발견되어 백지영 편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됐습니다.
성시경 편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방송된 6편 중에서, 오락 프로그램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박정현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문이 열리면서 여섯 명의 박정현이 똑같은 목소리로 같은 노래를 부르던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출연자 중 한 사람을 꼽자면 아무래도 김경호 편에 나왔던 원킬.
앞으로도'히든 싱어'는 바비킴 장윤정 등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팬심 가득한 분들을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그리고 어떤 가수든, 주변에 똑같이 흉내낼 수 있는 분들이 있으면 적극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만 해도 언제나 다시 야구를 시작하려나 했는데, 어느새 얼음이 녹기 시작했습니다. 3월2일이면 한국의 WBC 첫 경기가 열립니다.
본선 1라운드는 한국, 대만, 네덜란드, 호주의 네 팀 중 두 팀이 2라운드에 진출하는 조별 리그 방식입니다. 네덜란드와 호주가 언제부터 야구를 했다고 그러냐...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지만, 막상 내용을 까뒤집어 보면 그렇게 만만한 상대들은 아닙니다. 그리고 대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까다로운 상대죠.
그러니 응원이 필요할 때입니다.
류현진 추신수 등 핵심 선수들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전에는 그냥 건너가는 팀들로 여겨졌던 상대들도 상당히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오래 전, 대륙간컵 시절에도 한국이 너무 만만하게 봤다가 몇번 덴 적이 있는 팀들입니다. 제 기억으로 대략 4~5년에 한번씩은 한국이 네덜란드나 이탈리아에게 '덜미'를 잡힌 적이 있습니다.
특히나 이번 대회에는, 원산지(?) 개념이 별로 없는 선수들도 굳이 혈통을 따져 고향 앞으로 간 경우들이 적지 않은데, 네덜란드 팀에는 유명한 쌍포가 있습니다.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홈런왕 블라디미르 발렌틴과 이번 시즌부터 라쿠텐에서 뛰기로 한 앤드류 존스죠.
발렌틴은 2011-12 센트럴리그 홈런왕이고, 존스는 뭐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메이저리그 434홈런. 애틀란타 시절부터 치퍼 존스와 함께 존스-존스 타선을 구성했던 강타잡니다. 쇠퇴기라고는 하지만 나이는 이승엽보다 한살 적은 1977년생.
호주는 단 한명의 이름만으로도 위협적입니다. 옥스프링. LG의 10승 투수였던 그가 한국전에 등판한다면 낙승을 예상하긴 쉽지 않습니다. 옥스프링급의 투수가 물론 많지는 않겠지만, 호주가 투수진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호주는 두려운 상대가 될 수 있겠죠.
물론 네 팀 모두가 각각 10경기 정도씩 한다면 한국이 최소 6승4패, 적어도 7승3패 정도는 유지할 수 있는 상대들이긴 합니다. 하지만 단 한판 치르는 단기전에서는 어찌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위험은 그동안 WBC에서 한국이 한수 위인 것으로 알려진 일본을 연파해온 과거를 통해서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JTBC 행복자판기] 새로운 회사,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융단폭격하듯 이미지를 쏟아내는 방법이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나 그 널리 알려야 할 새로운 브랜드가 방송사인 경우에는 참 난처합니다.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는 지상파 4개 채널입니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노력을 해도, 지상파 3사에서 다른 채널 홍보를 위한 콘텐트를 방송해 줄 리는 없겠죠. 그러다 보니 신생 방송사는 스스로를 알릴 방법이 참 마땅치 않습니다.
특히나 그 브랜드가, 별 이유 없이 몇몇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다거나, 실제 담고 있는 콘텐트와는 달리 뭔가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을 피하고 싶을 때 참 할 일이 막막해집니다.
그래서 별별 생각을 다 해 본 끝에 나온 게 'JTBC 행복자판기'였습니다.
처음 봐선 뭐라 하기 힘든 기계입니다.
이렇게 생긴 기계가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1층 광장에 나타났습니다.
(물론 끝난게 아닙니다. 26일과 2월2일에도 같은 장소에 서 있을 겁니다.)
일반 음료수 자판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크기. 그리고 컨셉트는 맨인 블랙입니다. 요원들의 보호를 받는 비싼 기계죠.
(사실 기계를 보호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계 앞에 모이실 분들의 안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행사 전반을 간단하게 보시려면 이 동영상이 도움이 될 겁니다.
청소 아주머니를 당황하게 한 기계의 정체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담고 싶은 생각은 아주 간단합니다.
"저희는 여러분과 행복을 나누고 싶습니다. 기존의 방송사들이 하지 않는 참신한 방법을 통해서. 그리고 여러분 곁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런 메시지를 위해 직접 유동인구 많은 공간으로 나섰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저렇게 성황이었던 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좀 눈치 보는 시간이 필요하죠. 그러다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건 터칭 게임. 화면에 나타나는 숫자만큼 정해진 시간 동안 버튼을 두들기면 상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머리? 감각? 전혀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건 체력과 끈기. 두들기면 두들기는 만큼 상품이 나옵니다. 상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죠?
동남아 2인 여행권이 최고상품입니다. 그리고는 2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역시 20만원 상당의 목걸이(여자용), 5만원 상당의 외식상품권, 장미꽃다발, 그밖에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한 무릎담요, 보온병, 장갑, 목도리, 그리고 핸드폰 거치대에서 (간신히 꽝을 면한 분들을 위한^^) 뻥튀기까지 다양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다수 이벤트와는 달리 제세공과금도 저희가 부담합니다. 도전자들은 몸만 있으면 됩니다.
아, 몸으로 하실 일은 참 많습니다.
제기를 차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몸을 쓴다면 춤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이런 외국인에서,
이런 어르신까지 다양한 분들이 도전합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프로 수준의 열정!
이런 어린이들은 저희 맨인블랙 요원들이 나서기도 합니다.
물론 커플들이 도전하시면 더 할 일이 많습니다.
연인 안아 올리기는 기본이죠.
아, 물론 모든 남자친구가 연인들을 솜사탕처럼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안전요원들을 긴장시키는 분도...^^
뭐 풍선 터뜨리기 게임은 어린애 장난 같을 수도 있겠죠?
약간 과격한 분들.... 아, 커플댄스 현장입니다.^ (저 아래 동영상 3편을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관심 많은 어린이들은 단체로 댄스 경연대회를 펼치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TV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등장하는 '대박 터뜨리기' 게임이 현장에서 대 히트였는데, 사진상으로는 보여드릴 방법이 없군요. 저 위에 있는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벤트 첫날 진행 후 가장 많이 놀란 것이 젊은이들의 거침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댄스나 미션 도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커플 미션 가운데 가장 쉬운 것(?)이' 키스 10초' 미션이더군요. 당당하고 깔끔하게. 음;;; (개인적으로도 좀 늦게 태어나 볼 걸 하는 아쉬움이...^^)
그리고 이번 주, 다음 주 이어질 2, 3차 이벤트 때에는 또 어떤 모습들이 나올 지 기대가 더욱 커졌습니다. 물론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나, 구경하는 분들이나 모두 웃음을 띄우고 계셨다는 점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보람이 더욱 커졌습니다.
아무튼 다양한 도전자들이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은 동영상 한 편에 다 담기엔 모자라더군요. 아래 동영상들이 더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커플들의 키스 퍼레이드가 담긴 2탄...^^
그리고 화려한 댄스 위주로 편집된 3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지.
JTBC 행복자판기 이벤트는 이번 26일(토), 그리고 2월2일(토)에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집니다. 대략 피크 타임은 낮 12시에서 오후 5시 사이 쯤 될 듯 합니다. 물론 상품이 다 떨어지면 시간 전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남자의 그물건]이라는 제목을 보면 많은 분들이 김정운 교수의 저서 [남자의 물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가 숨어 있습니다.
상품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광고만 보고 물건을 고르는 시대가 아니죠. 많은 사람들이 광고 대신 블로그 후기나 상품평을 읽고 구매를 선택합니다. 그것도 뭔가 판매자의 입장을 대변한 듯한 사용후기는 외면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중에도 진짜 소비자의 입장에서 쓴 상품 후기(판매자의 지원을 받지 않은)는 드물기 때문에, 더욱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입니다.
[남자의 그물건]은 바로 그런 심리를 꿰뚫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그 첫회, 대한민국의 4대 휴대폰을 비교하는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4대 휴대폰이란: 다들 이름만 대면 아시는 전화기들입니다.
프로그램에서는 실명을 감추기 위해 갤선생, 아선생, 옵선생, 베선생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아마 각각 어떤 전화기를 가리키는지 알아보시기가 무척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가지 전화기는 세 번의 가혹한 테스트를 거칩니다. 세 차례의 실험을 통해 어떤 전화기가 최강의 성능(...이라기보다는 내구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자, 첫번째 실험. 전화기를 사용하다가 수세식 변기에 빠뜨렸다는 경험담은 꽤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전화기를 주머니에 확실하게 넣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황에서 소변을 위해 바지를 풀다가 풍덩 빠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변기 안에서, 그러니까 물에 빠진 폰의 입장에서 바라 본 모습입니다.^^)
실험 조건은 10초간 변기에 빠뜨린 전화기를 건져 내 (1) 깨끗한 물로 세척한다 (2) 분리시킨 뒤(물론 분리할수 없는 폰도 있죠) (3) 1시간 동안 건조시키고 (4) 다시 전원을 넣는다는 과정입니다. 전원이 켜져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OK, 아니면 실패죠.
상식으로는 '물에 빠뜨리면 스마트폰은 끝장'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 실험은 4개의 대표 폰 모두 통과했습니다. 10초간 물에 빠뜨렸어도 제대로 말리기만 하면 다시 작동시키는 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는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당장은 문제가 없어도 남아 있는 습기 때문에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여지는 있을 듯도 합니다만, 그건 방송이라는 환경에서는 측정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두번째 실험. 상당히 가혹한 조건입니다. (1) 빵 굽는 오븐의 온도를 섭씨 100도로 맞춰 놓고 (2) 1시간 동안 가열해 '구운' 다음 (3) 1시간 동안 다시 식히고 (4) 다시 작동해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보겠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미친 실험 조건이지만(실제 전화기의 사용 온도는 섭씨 0~50도로 규정돼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혹한 조건을 통과해 작동되는 전화기가 있는지는 솔직히 궁금합니다. 사실 위 자막에서 보듯, 전화기를 사용하다 보면 거의 100도에 가까운 환경에 전화기가 노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고온 때문에 기계 외면은 다들 조금씩 변형(우그러지거나 들뜨거나) 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4개 중 3개가 제대로 작동됐습니다.
갤선생과 아선생, 베선생이 작동에 성공한 겁니다. 아선생은 약간 액정의 가장자리에 손상이 가고 화면의 선명도가 좀 떨어지는 변화가 있었지만, 아무튼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명하신 것은 옵선생. 변기 테스트에서도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난 옵선생이었지만 이번엔 한번 잠들어 다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세번째 테스트는 더 무식합니다.
스쿠터, 중형차, 5톤 트럭을 갖고 차례로 전화기를 깔고 지나가는 겁니다. 일단 첫번째 스쿠터는 큰 무리 없이 모두 통과.
중형차에서도 대부분 통과. 하지만 세번째 트럭은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일순간에 액정이 산산조각나는 갤선생.
그래도 전원은 이상 없이 들어옵니다. 기능도 제대로 작동됩니다.
한번으로는 승부가 가려지지 않아 2차 승부에 들어갑니다. 트럭으로 '한 놈만 살아남을 때까지' 깔아뭉개는 순서인 것이죠.
5톤 트럭에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뭉개짐을 당하고는 당당한 갤선생, 아선생, 베선생이 모두 불귀의 객이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주자인 옵선생. 특히나 가열 실험에서 탈락한 불명예를 안은 터라 더욱 긴장되는 상황!
놀랍게도 트럭으로 두번이나 밟고 지나간 옵선생의 전원이 들어옵니다.
이로써 충격에는 가장 강한 휴대폰이란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렇게 해서 '남자의 그 물건' 첫회가 끝났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무식하게' 실제 상품을 가혹한 조건에서 실험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회 전화기가 던진 충격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지금부터 발열내의, 패딩 등 계절 상품부터 수만가지 상품들과 유명 브랜드들이 맨몸으로 실험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애당초 상품 협찬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서지는 전화기들은 모두 제작비로 산 것들입니다. 사실 누가 꼴찌가 될지 모르는데 협찬은 쉽지 않겠죠.^^ 결과가 1등이라면 모르지만 줄줄이 꼴찌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아무튼 '남자의 그 물건'의 실험이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상품 선택에 기준으로 작용하는 날이 올지, 한번 기다려 보겠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프로그램을 짜내라는 압박은 창작자들에겐 천형과도 같은 것입니다. 특히나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서와 작가들에겐 더없이 무거운 압박입니다. 그렇게 기를 쓰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연구하는데도 사실 수많은 프로그램들 가운데 그다지 특이하다거나 창의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만치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지고, 경쟁도 치열하다는 뜻이 되겠죠.
JTBC의 '상상연애대전'은 일단 '새롭다' '참신하다'의 차원에서는 종래의 어떤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새로운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죠. 못 보던 것이라고 해서 죄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 이게 보다 보면 빠져드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굳이 솔로대첩이 벌어지고 있는 날 이런 포스팅이라니, 분개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항상 우리에겐 '정신승리'라는 비전이 있지 않습니까. 어떤 프로그램인지 일단 한번 감상.
프로그램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미녀 연예인 여자친구의 마음에 드느냐'입니다. 세트에 네 명의 젊은 일반인 남성이 출연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니터를 통해 여자 연예인 출연자와 1:1로 소통을 하면서(물론 이건 상상이구요^^)연애 현장에서 수시로 맞닥뜨릴 수 있는 디테일한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합니다.
최종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포상은 그 미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첫회에는 다비치의 강민경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세트에서 문제를 풉니다.
문제는 이런 식.
물론 당연히 고르는 답변에 따라 점수가 다르게 적용됩니다.
점수의 기준은? 그건 당연히 데이트 상대인 강민경의 취향이죠.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실제로 데이트를 한다 해도 남자들은 똑같은 입장입니다. 앞에 있는 여자분이 '대다수 일반적인 여자들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상식적인 여자' 라는 것을 전제로 데이트를 진행하지만, 사실 이 여자분이 어떤 특정 분야에서는 '아주 독특한 비상식적 취향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복불복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상식선에서 판단이 이뤄집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문제가 분명 있죠.
예를 들면 이런 경우. 상대방의 성격에 따라 답에 큰 변화가 있습니다.
이렇게 비교적 정상적인 문제도 있는 반면, 무서운 문제도 있죠.^^
바로...
이렇게 온 세상 남자들을 전율에 떨게 하는 문제도 나옵니다. "오빠, 오빠는 내가 몇번째 여자친구야?"
(참고로 말씀드리면 강민경양은 "네가 세번째지만, 난 네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타입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난 네가 처음이야. 정말이야. 무조건 네가 처음이야"라는 답을 정답으로 생각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당당했던 선수들이
이런 선언을 받고 나면
이렇게 좌절하는게 보통입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아무튼 세 차례의 대결을 통해 최종 승자가 된 1인은 강민경양과 커피 한 잔을 나누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민경양은 손수 케이크를 떠 먹여주고, 미스트를 뿌려 주는 등 치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40이 넘은 남녀 시청자들에겐 어쩌면 '이게 뭐 하자는 짓'인지 모를 뜨악한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아직 피가 뜨거운 남자 시청자들은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고 합니다. '나도 모르게 문제를 따라 풀고 있더라'는 남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마음이 젊어지는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요.
세 MC들의 입담도 보는 재미에 한몫을 합니다.
주로 남자 출연자들을 질타하는 쪽이지만, 어느새 도저히 남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강민경양의 만행(?)에 분개해 '나 같으면 안 만나고 그냥 집에 가겠어요!'라고 외치고 있는 MC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뭐 시청자들의 충실한 대변자라고나...
표면을 볼 때 누가 뭐래도 남성 취향의 프로그램이라고 해야겠지만 여자분들이 보시기에도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기서 저걸 고를 수가 있지?'라며 경악하는 동안, 어느새 당신은 남자들이 특정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게 됩니다.
[우리는 형사다]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됐습니다. 정식 명칭은 JTBC TV '당신을 구하는 TV - 우리는 형사다'입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만족했던 제목은 아닙니다.
방송이 나가기 전, 개인적으로도 '왜 이렇게 길고 설명적인 제목이 필요할까'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만큼 좀 더 감각적인 제목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제목은 경찰들의 일상이나 수사 과정을 6mm 카메라로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제목, 특히 '당신을 구하는 TV'에 강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방송을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의 목숨을 왔다갔다 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던 겁니다.
'우리는 형사다'는 한국 최초(그리고 제작진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형사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범죄 현황과 그 예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 첫회 후반부에는 실제 범죄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을 알려주는 '긴급전화 SOS' 코너가 방송됐습니다. 오래 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생극장' 코너를 연상시킵니다. '한밤에 택시를 타는 경우'에 대한 안전 대처법입니다.
예를 들어 한밤중 길에 나선 여성 출연자 앞에 두 대의 택시가 서 있습니다. 1번 택시에는 온화한 얼굴의 운전기사가, 2번 택시에는 다소 험상궂은 운전기사가 타고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느 택시를 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자, 1번 차
2번 차입니다.
어떤 차가 더 안전한 차일까요?^^
(정답은 저 아래쪽으로 내려가시면 있습니다.)
아무튼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조금만 더:
'우리는 형사다'의 스튜디오에는 강력, 사이버, 성폭력, 조직폭력, 장기미제 사건, 프로파일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던 대한민국 최고의 형사들이 직접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범죄 예방에 대한 지식을 전달합니다.
물론 그렇게만 있으면 너무 딱딱해 질 것을 대비해 MC는 이휘재가 기용됐습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형사들에 대해 잘 아는 연예인,
지금은 손 씻은(?) 왕년의 스트리트파이터 김창렬도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첫회의 주제는 성범죄. 폭증하는 성범죄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이 소개됐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천사가 되려고 하지 마라'.
여성들의 동정심을 이용해 못된 짓에 사용하는 흉악범들이 늘고 있는 상황. 예를 들어 길을 잃은 척 하는 어린이의 집을 찾아 준다며 어린이가 이끄는대로 으슥한 뒷골목으로 갔다가 범죄의 위기에 노출됐던 여성의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이밖에도 '요 옆 건물 3층까지만 짐을 좀 거들어 달라'는 할머니의 청을 들어 줬다가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공범에게 노출된 사례도 있었죠.
또 여성들의 노출이 성범죄의 온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등장, "실제 사건 발생 비율을 보면 바지 입은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오히려 더 많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구에 비해 한국의 성범죄 재범률이 높은 것은 낮은 형량과 합께, 성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는 위축되어 조용한 생활을 하므로 모범수로 감형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
한마디로 성범죄의 주역들이 얼마나 비열한 존재들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여성에게는 못된 짓을 하지만 자기보다 강한 남자 죄수들 사이에서는 기가 죽어 지낸다는 얘기죠.
후반부. 위에서 소개했던 택시 퀴즈가 포함된 '긴급전화 SOS' 코너입니다.
한밤중에 혼자 택시를 타는 상황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꽤 있을 겁니다. 실제로 꽤 많은 사건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1번과 2번 택시 중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택시는 무엇일까요?
현장 방청객 중 약 75%가 '1번 택시'를 선택.
아무래도 운전기사의 인상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한국에서 합법적인 택시는 모두 번호판의 가나다라 표지가 '아, 바, 사, 자' 로 되어 있다는 것. 그 밖의 번호판은 모두 무허가 택시입니다. 1번 택시의 번호판은 '가'로 되어 있죠.
정식 등록된 택시가 아닌 만큼, 범죄에 이용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즉 택시 기사의 인상을 보기 전에 일단 번호판을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달리는 차에서 음료를 권하는 기사,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는 기사에겐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도 나왔습니다. 상황에선 기사가 통화를 하다가 "내 전화기의 배터리가 다 닳았다"며 손님에게 전화기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화기를 건네자 기사는 창을 열고 밖으로 전화기를 던져 버린 다음 광란의 질주를 시작합니다.
특히나 휴대전화는 한밤의 생명줄과 같다는 지적. '강호순도 위장 택시를 몰면서 피해 여성들에게서 제일 먼저 전화기부터 빼앗았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방청객들의 얼굴에도 충격이 스쳐갑니다.
한밤에 택시를 타는 경우엔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행선지나 현재 위치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 그리고 여자 승객은 무조건 뒷자리에 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물론 대다수 선량한 택시기사들께서 이런 프로그램을 보시면 '우리가 무슨 범죄집단이냐'고 불쾌하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을 이용한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를 예방하기 위해 택시 승객들이 조금은 예의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더라도 이해해 주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이를테면 택시를 탄 승객이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 자기가 탄 택시 번호를 불러 준다든가 할 경우에 말입니다.
첫회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실시간으로 SNS 반응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필요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느낌.
범인 체포에는 귀신이지만 방송에는 초보인 형사님들이 긴장이 좀 풀리시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소개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당연히 놀자판이 되면 안 되겠지만.^^)
매주 목요일 밤 11시.
'무릎팍 도사'가 당신의 생명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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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인생의 뮤지컬'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우습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본 뮤지컬 중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레미제라블'을 꼽게 됩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님의 수많은 걸작들이 눈에 밟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음악의 완성도나 구성을 볼 때 '레미제라블'을 능가할 작품은 아직 인류의 뮤지컬 역사에 나오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클로드 미셸 숀버그(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현대 음악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같은 이름이고, 한때 친척이라는 정체불명의 소문이 돌았지만, 본인이 직접 아무런 혈연 관계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과 알랭 부브릴이 만들어 낸 이 위대한 작품은 1985년 초연 이후 한국과는 별 인연이 없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라이센스와 무관하게 해적판(?) 공연이 이뤄진 적이 있었고, 1996년과 2002에 해외 공연진의 방문이 있었을 뿐입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를 갈 기회가 있었던 일부 운 좋은 사람들 외에 대다수 국내 팬들은 이 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0주년 기념 DVD에는 '레미제라블'이 공연된 17개국에서 온 각국의 장발장들이 등장하지만 그 가운데 한국은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공연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그것도 묘하게 할리우드 영화판 '레미제라블' - 물론 수십번 영화화된 작품이지만 이번엔 영화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영화입니다 - 의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말입니다.
일단 이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2008년 포스팅에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그쪽으로 가 보시기 바랍니다. 똑같은 동영상을 자꾸 퍼 오거나, 똑같은 얘기를 자꾸 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지난주 용인 포은아트홀까지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제작사의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왜 용인에서 초연을 하고 지방 순회를 한 뒤 다시 서울에서 공연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하루 빨리 이 공연을 봐야겠다고 몸이 달아오른 사람들은 많았고, 평일인데도 객석은 빽빽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의 공연. 만약 이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레미제라블'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본래 '레미제라블'의 상징으로 꼽혔던 회전무대는 사라졌지만 무대의 깊이며 볼거리에서는 조금도 손색이 없었고, 역시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앙상블은 관객의 전율을 자아낼 만 했습니다.
예를 들어 1막의 끝곡인 'One Day More'나 두 차례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에서 잘 조율된 파워풀한 합창은 왜 사람들이 '레미제라블'을 사상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부르는지 충분히 보여줬다고 할만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몇몇 장면만으로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정말 대단한 공연을 보았다'고 느낄 것이고, 평생을 잊지 못할 감동을 간직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레미제라블' 마니아들에겐 역시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듯 합니다. '레미제라블'은 웅대한 합창과 비주얼 외에도, 수많은 뮤지컬 스타들이 일생을 두고 부르고 싶어하는 솔리스트용 명곡들로 채워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장발장의 'Bring him home', 팡틴의 'I dreamed a dream', 자베르의 'Stars', 에포닌의 'On my own' 같은 곡들이 그렇죠. 또 중반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들어 보면 앙졸라라는 배역이 왜 젊은 뮤지컬 지망생들의 피를 끓게 하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최고의 배우들을 모았다는 캐스트가 이런 명곡들을 얼마나 소화했나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이건, 사람들이 알피 볼이나 코엄 윌킨슨, 리아 살롱가나 마이클 볼 같은 일세를 풍미한 명가수들의 목소리로 이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앙졸라를 한번 시도해 보련만, 아저씨의 로망은 역시 자베르가 부르는 Stars...정말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노래.)
게다가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 해도, 이번 '레미제라블'의 가사 번역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영어 가사에 맞게 만들어진 노래를 다시 한국어 가사에 맞추는 일이 쉬울리는 없습니다만, 그동안 수없이 많은 공연들이 번안 공연되었다는 점에 비쳐 생각할 때, 이번 공연의 한국어 가사는 아무래도 많은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일각에서 '한국어 가사가 좋았다'는 리뷰들을 볼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음표에 맞게 가사를 꽉꽉 채워넣다 보니 한국어의 특성에 맞는 의미 전달은 무시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관객들이 가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 데에는 뭔가 아직 박자가 맞지 않는 듯한 음향 조절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큰 책임은 한국어 가사에 있습니다.
(물론 모든 노래의 가사에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이 오페라처럼 송스루 스타일이다 보니, 오페라의 레시타티보에 해당하는 부분의 한국어 가사에서 집중적으로 문제가 노출됩니다. 끊어읽기라는 한국어의 특징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가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은 상대적으로 가사가 자연스러웠던 떼나르디에 부부에게 관객들의 호응이 매우 컸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할 듯 합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문제들을 고려한 다음 '레미제라블'의 주역들이 살려 줘야 할 핵심적인 명곡들의 처리를 놓고 평가하자면, 역시 장발장 역의 정성화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더군요. 공연 전에는 '과연...?'하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지만, 공연을 보고 나니 정성화야 말로 최선의 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 서막 부분에서는 미묘한 조바꿈에서 섬세함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지만 후반부, 특히 'Bring him home'에서 정성화는 '국가대표 장발장'으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대작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의 카리스마도 다른 배우들을 압도했습니다.
팡틴 역의 조정은은 오케스트라에 묻혀 'I dreamed a dream' 후반부의 노랫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배우의 음량을 고려해 전체 음향을 조절하는 데 실패한 것이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에포닌 역에 더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지만(몇년 전에 이 공연이 들어왔다면 단연 조정은이 에포닌 역으로 관객의 눈물을 쪽 빼는 명연을 보여주지 않았을까요),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아 낮은 평가를 받는다면 개인적으로 참 아쉬울 듯 합니다. 이번 공연의 에포닌 박지연도 물론 매우 훌륭합니다.
(아쉬움에 올려 보는 조정은의 On my own)
반면 앙졸라, 마리우스, 코제트 역할은 여러가지로 아쉽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앙졸라 역에서 좀 더 남성적이고 결의에 찬 목소리를 기대했습니다. 앙졸라가 마리우스 같아선 곤란하지 않을까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배우들이 '뽕끼 있는 발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물론 전체 공연의 틀 안에서 보면 위에 든 아쉬움은 정말 소소한 아쉬움에 불과합니다. 일단 공연을 보신 분이라면 무슨 말인지 심히 공감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또 사소한 문제는 다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원작이 매력적입니다.
지난 6월 뮤지컬 어워즈에서 갈라 형태로 보여진 One Day More 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출연진을 더 사랑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포은아트홀로 지금 가신다면, 이 버전의 One Day More는 학예회라고 생각하시게 될 겁니다. 그만치 현재 공연 팀의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용인이 너무 머신 분은 내년을 기약하시길. 뭐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꽤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뮤지컬 팬이라면 어쨌든 한번은 봐야 할 작품이니 말입니다.
P.S. 곧 개봉할 영화판의 예고편입니다. 앤 해서웨이가 부르는 'i dreamed a dream'이 나옵니다만, 글쎄 그닥 인상적이지는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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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박치기]라는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장성규]라는 신인 아나운서의 이름 역시, 들어 보신 분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초, MBC TV '일밤'의 '신입사원'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물론 '패밀리가 떴다'나 '남자의 자격', '1박2일'같은 동시간대 프로그램에 밀려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신입 아나운서를 뽑는 오디션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화 한다는 발상은 꽤 신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난히 튀던 장성규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친구는 그 발랄한 끼에도 불구하고 '너무 설친' 탓인지 최종 선발자에 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를 원하는 회사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현재 JTBC 아나운서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연기도 합니다.;
현재 이 친구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김국진의 현장박치기'입니다. 물론 당연히 JTBC 프로그램입니다(직원이라 다른 데에는 못 나갑니다). 제목은 '김국진의 현장박치기'지만, 최근에는 거의 '장성규의 현장박치기', 혹은 '김장(김국진+장성규) 박치기' 정도로는 불러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요즘 비중이 큽니다. '현장박치기'라는 프로그램은 다른 설명 다 필요 없이, 제작진이 다소 무모할 정도로 이슈의 현장에 뛰어드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알고 싶다'나 '추적 60분'에서 '스폰지'에 이르는 폭넓은 화제 속으로 들어가 현재의 상황을 '예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프로그램이죠.
지금까지 다룬 소재들을 보면 정말 다양합니다. 연애 못하는 남자, 무속의 세계, 성교육, 중년 여성의 일탈, 욕, 성형수술 등등입니다. 그리고 최근 방송에선 '뽕필(트로트)의 세계'로 가 보기도 했습니다.
[실비아 크리스텔(1952-2012)]. 1980년대를 살아온 남자들에게 있어 실비아 크리스텔이라는 이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포스팅했던 '책받침 속의 요정들', 그러니까 브룩 실즈나 소피 마르소, 왕조현 등과는 또 다른 의미입니다.
'개인교수'라는 제목의 영화에서 느낄 수 있듯, 실비아 크리스텔은 그 시절에 10대의 나날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여선생님의 느낌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말 문화적으로 척박했던 1980년대, 그 어두웠던 시절에 처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신 분이랄까요.
젊은 친구들에게 농담으로 "한 30년 지나 아** *라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마 너희가 느낄 감정과 비슷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지만, 크리스텔 여사님은 소라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포스를 가진 분입니다. 한마디로 레벨이 다른 배우였죠.
1980년대 초. 까까머리는 아니었지만(두발 자유화는 일찌감치 이뤄졌습니다) 교복과 자유복을 왔다갔다 했던 시절, '차타레부인의 사랑'이라는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됐습니다. 1981년의 일입니다. 그야말로 1980년대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만 합니다. '레이디 채털레이'가 아니라 '차타레 부인'이라는 게 1980년대 한국의 문화 저변을 대변해주는 표현인 것이죠.
[두발 자유화는 1982년입니다. 공연히 혼동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쓰다 보니 시제가 좀 헝클어졌군요.^^]
이 영화 이후 한국 영화에서는 수많은 '부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유명한 애마부인(애마=엠마누엘이라는 것도 유명한 얘기죠)을 비롯해 강남부인 장미부인... 뭐 끝이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 시절, 남학생들에게는 '반드시 봐야 할' 몇 편의 영상물이 있었습니다. 브룩 실즈의 '푸른 산호초', 피비 케이츠의 '파라다이스' 등이 대표적이었죠. 절대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갖가기 경로를 통해 반드시 봐야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물건들이었습니다. 어딘가에서는 VHS를 통해 계속해서 복제가 이뤄졌고,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볼 수 있었던 건 거의 끊어지기 직전의 더러운 화질이었지만 그래도 당시엔 모두 황홀해 했습니다. 그리고 그 끝, 궁극의 자리에 '엠마뉴엘'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그럼 자네 '엠마뉴엘'은 봤나? 오. 같이 얘기할 레벨이 되는군. 우리 더 깊이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해 보세. 이를테면 입술에 침을 놓는 행위가 정말 환각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을까?" 뭐 이런.^^)
'엠마뉴엘' 시리즈는 솔직히 당시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저렇게 자유분방한 생각의 사람들과, 저런 행위를 해도 받아들여지는 세계, 그리고 이런 영상물을 유명 배우들이 찍고, 그런 영화를 사람들이 버젓이 볼 수 있는 세계. 이런 당시의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일인 것이죠.
(이같은 분위기는 사실 2012년의 한국과 1970년대의 프랑스를 비교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프란시스 레이의 음악으로 유명한 77년작 '빌리티스'같은 영화를 35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만들 수 있을까요. 아마도 불가능하거나, 참여자들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일겁니다.)
아무튼이 영화들이 흔히 말하는 포르노(네. 요즘보다는 한 1000배쯤 구하기 힘들었지만 어쨌든 있었습니다)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장님도 알 수 있었습니다. 형편없는 화질이었지만 그 영상미, 음악, 감각적인 연출, 배우의 연기, 모든 면에서 비교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죠. 그 당시에도 일부 교사들이나 몰지각한 학생들은 "엠마뉴엘? 그거 프랑스 포르노 아니야?"하는 망발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즉시 '도저히 같이 인생을 논할 수 없는 자'들의 낙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극장에서 '개인교수'가 개봉하고, 이 영화는 서울시내 각급 재개봉관(당시에는 극장마다 등급이 확실했습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외화를 1차 상영할 수 있는 '개봉관'은 서울 시내에 불과 10개 정도. 나머지는 이 극장들이 1차 상영한 영화를 받아 재개봉했죠)으로 풀려 나가면서 엄청난 열풍을 일으킵니다.
당연히 이 영화도 미성년자 관람불가. 하지만 관리감독이 치열한 개봉관과는 달리 재개봉관들은 사실상 단속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개인교수'는 재개봉관, 재재개봉관(대개 영화 2편을 한꺼번에 트는 동시상영관이었습니다)에서 대박을 기록합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 주변에는 몇개의 이런 재개봉관(뭐 흔히 3류극장이라고 불렀습니다)이 있었는데, 그중 여러가지 여건으로 보아 가장 많은 사랑을 받던 J극장은 이 영화를 무려 6개월 넘게 상영했습니다. 동시상영관이었으니, 파트너 영화를 계속 바꿔 가며 6개월간 이 영화를 틀어 댄 것이죠. 물론 손님이 없었으면 틀었을 리가 없겠죠.^^
('개인교수'가 상영중인 극장에선 매번 비슷한 장난이 벌어졌습니다. 누군가 저 뒷자리에서 '꼰대다!'라고 소리를 치며 후다닥 뛰어나갑니다. 그럼 전 극장의 수백명 관객들이 모두 벌떡 일어나 우루루 몰려나가다가 장난이란 걸 알고 '어떤 XX야!'라고 소리치며 자리로 돌아오는 뭐 그런 식이죠. 네. 80년대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폭발적인 호응을 보인 건 사실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야말로 10대 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엄마 없이 부자 아버지와 함께 저택에 혼자 사는 소년. 아버지가 사업차 집을 떠나고 빈 집엔 늙은 가정부, 젊은 가정부, 운전기사뿐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젊고 예쁜 가정부가 묻습니다. "내 알몸이 보고 싶어? 그럼 오늘밤 내 방으로 와."
15세라기엔 너무나 순진해빠진 주인공(물론 그 덕분에 위기를 모면합니다만...). 그리고 옆에는 그때그때 맞는 듯 하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조언을 해 주는, 딱 납득이같은 친구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통해 주인공을 '어른'으로 만들어 주고, 바람처럼 그의 곁을 떠나갑니다.
청소년기의 남성에게 이보다 더 황홀한 판타지는 없다고 봐도 좋겠죠. 그래서 이 영화의 전반부, 주인공 필리가 공항에서 아버지를 배웅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Fantasy'가 내내 흐릅니다. 이것이 바로 실비아 크리스텔이라는 배우를 한국에 연착륙시킨 작품, '개인교수'의 핵심입니다. 영화의 성애 묘사 수위는 '차타레 부인의 사랑'이 훨씬 높지만, 바로 이 '관객 맞춤형 서비스'가 위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이 시리즈의 위력은 끊임없는 재생산에서도 나타납니다. 매트 라탄지 주연의 '마이 튜터'같은 짝퉁 영화를 비롯해 일본에서는 SMAP의 이나가키 고로와 조애나 파큘라가 주연한 '일본판 개인교수'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그리고 수없이 많은 AV나 포르노를 통해 이런 류의 판타지가 재현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국내에서 개봉되진 않았지만 '에어포트79'도 TV를 통해 소개됩니다. 흔히 '에로 배우' 취급을 받았던 크리스텔이 알랑 들롱의 상대역인 미녀 스튜어디스로 나오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합니다. '그래. 우리의 크리스텔 선생님은 그냥 그런 영화에만 나오는 후진 배우는 아니었어!' (으응?)
1985년, 크리스텔은 영화 '마타하리' 개봉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합니다. 당시 포르노와 자신의 영화를 구별하는 기준에 대해 "포르노에선 그냥 성행위를 하지만 나는 감독의 연출에 따라 성애를 연기한다"고 대답한 것은 이후에도 많은 경우에 기준이 됐습니다. 어딘가의 인터뷰에서는 IQ가 150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었는데 뭐...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 아무튼 당시 MBC TV '쇼 2000'에 출연해 이덕화 아저씨와 끈끈한 눈길을 나누며 농담을 하던 장면은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사실 크리스텔의 전성기는 19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중반까지의 10년 정도였던 듯 합니다. '엠마뉴엘'의 정규 시리즈는 4편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실제 시리즈는 '엠마뉴엘'에서 '굿바이 엠마뉴엘'까지 세 편이라고 봐야죠. 1984년의 4편째는 크리스텔의 매력을 어떻게든 이어가 보자는 비즈니스의 결과물입니다.
'나이든(사실 요즘의 32세면 날아 다닐 나이지만 당시 32세의 여배우는 '중견급'이었습니다) 엠마뉴엘'이 최첨단 전신 성형 기술을 통해 젊고 파릇파릇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이었는데, 그 '새로운 엠마뉴엘' 역으로 미아 니그렌이라는 신예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 탄생은 실패.
이후에도 1993년 '포에버 엠마뉴엘'을 필두로 '늙은 엠마' 크리스텔과 '젊은 엠마' 마르셀라 월러스타인(Marcela Walerstein, 하나 위 사진입니다)을 포진시킨 7편의 TV 시리즈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만, 이 역시 별 반향은 일으키지 못합니다. 아, 1992년에는 정인엽 감독의 '성애의 침묵'에서 유혜리와도 공연.
결과적으로 90년대 초 이후에는 괄목할만한 활동이 없었던 셈이니 만년에 생활고를 겪었다는 이야기도 아마 사실일 듯. 사실 크리스텔은 연기력으로 평가받을만한 명 연기자는 아니었습니다. 경력의 어느 한 시점에서부터 커리어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나 훈련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에 와서 보기에 크리스텔은 그냥 경력의 정점에서 소비된 배우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사실 크리스텔은 절세의 미모를 가진 배우는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한 글래머도 아니었죠. '개인교수'에서 유명한 '옷 벗는 신'에서의 가슴 클로즈업은 대역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크리스텔을 생각해보면 그 외모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치명적인 백치미'라고도 불렸던 '아무것도 몰라요' 풍의 눈빛이 그랬고, 세상 어떤 것을 보여줘도 '난 이해해요'라고 말할 듯한 입술이 그랬죠.
빌보드 정상을 눈앞에 둔 싸이. 이제 한국인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김정일, 문선명, 싸이라는 우스개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살아있는 인물은 싸이 하나뿐인이니 당대에는 대적할 사람이 없는 셈이군요(반기문 총장과 잠시 고민했지만, 식자층이 아닌 전체 인류를 기준으로 할 때 UN 사무총장보다는 싸이가 더 유명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싸이의 '위업'은 이제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 버렸습니다. 한국인이 메이저리그와 분데스리가에서 성공을 거둔 뒤에도, 메트로폴리탄이나 바이로이트에서 주연을 맡아 무대에 올랐어도, 칸 영화제 주연상을 받아도, 심지어 유엔 사무총장이 됐어도 '빌보드 차트 정상'은 아직 꿈의 영역이었던 거죠.
그가 거둔 성공의 크기가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에 지금은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싸이가 '미국에서 뜬다'는 소문이 돌 때만 해도 그 성취를 폄훼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중음악 안의 '고급음악 애호가' 계층이었던 거죠. '아이돌이 판을 치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저열함'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싸이가 엄청나게 떠 버렸다. 이제는 세계인의 노래가 된 ‘강남스타일’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서 1억회가 훨씬 넘게 플레이됐다. 톰 크루즈가 트위터에서 싸이를 먼저 팔로(follow) 했고(싸이월드로 쳐서 설명하자면 먼저 ‘일촌 신청’을 한 셈이라고 치면 된다), 인기 여가수 케이티 페리가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 시상식장에서 싸이의 볼에 키스하는 장면을 전 세계 네티즌들이 지켜봤다. 최고의 팝 아이돌 저스틴 비버의 프로듀서 스쿠터 브라운과 매니지먼트 계약까지 했으니 미국 시장 진출도 초읽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국내 반응은 어떨까. 당연히 대중은 환호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도 1996년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의 아저씨 듀오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에 비교하며 21세기 SNS 시대의 새로운 성공 사례로 꼽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싸이의 성공’을 폄훼하려는 시선이 보인다. 이른바 ‘수준있는 음악 청취층’이 그 핵심에 있다.
이들이 싸이를 보는 시선은 ‘신기해서 어떻게 떴지만 그게 얼마나 가겠느냐’에 머물러 있다. 세계 최고 시장인 미국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됐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마카레나’가 그랬듯 ‘재미 요소’가 주목받는 것이지 싸이라는 뮤지션이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싸이의 ‘미국 진출’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과 ‘K POP의 인기는 실체가 없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평소에도 아이돌 음악 중심의 국내 음악시장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이다. 미국이나 일본 대중음악의 힘은 수많은 장르의 음악이 공존할 수 있을만한 시장의 포용력에 있으며, 따라서 10대 아이돌 그룹만이 구매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은 발전 동력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본과 아시아권을 넘어 미국과 유럽, 남미 시장에서까지 – 물론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기는 하지만 – K POP의 시장 형성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이건 한국 대중음악의 후진성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사람들에겐 참을 수 없는 현상이다. 영화계로 치자면 심형래 감독의 ‘D-WAR’가 미국 시장에서 호평 받았을 때(물론 다행히도 그런 일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국내 영화 평단이 받았을 충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선은 최근 런던 올림픽 개-폐막식 때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폴 매카트니에서 뮤즈, 퀸에서 조지 마이클까지 지난 50년간 세계 음악시장을 지배했던 수많은 영국 뮤지션들의 향연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이때 등장한 논리가 “과연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누구를 내보낼 것인가? 소녀시대? 빅뱅?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는 식의 주장이었다.
의외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사실 궁금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가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되어야 부끄럽지 않을까.. 혹시 조수미나 신영옥, 박태환이나 김연아가 하는 것은 소위 '국위선양'이고 싸이나 소녀시대는 아니라는 이분법일까.
한국인들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수십년간 ‘고요한 아침의 나라’나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 같은 고상한 인상을 심으려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현재 세계인이 인식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조용하긴커녕 무서운 변신 속도로 선진국에 진입하는 역동적인 나라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렇듯 '남들의 시선'을 우리 마음대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인들이 싸이의 말춤이나 한국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 없는 한국만의 고유 상품이면서 젊은이들을 끌어당기는 세련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외의 한국 문화 요소들이 그동안 이런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은 세계 각국에 충분히 대체할만한 자체적인 유사 상품이 있거나, 드물기는 하되 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그들의 판단 기준과 취향이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의 강점이 온 세상에 드러나면서 우리 스스로도 놀라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기 전, 우리는 미국의 홈런 타자들이 한국 투수의 공에 줄줄이 삼진을 당하는 날이 올 거라고 꿈꾸지 못했다. 삼성이 소니를 앞지르는 회사가 될 줄도 몰랐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귀한 줄 몰랐던 것들이 남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는 일들도 나타난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해외 시청자들이 밤잠을 설치게 될 줄 몰랐다. 물론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싸이의 춤을 따라 춘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다.
싸이나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유치하고 난잡하다고 싫어하는 사람은 물론 있을 수 있다. 그건 분명히 취향의 문제다. 하지만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성공 사례에서 굳이 그들만 제외하려 들어선 곤란하다. 싸이, 부끄럽지 않다. (끝)
시청앞 광장의 열기, 빌보드 차트의 영광 속에서 감히 싸이를 폄훼할 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들은 없는 듯 합니다만, 8월말~9월초까지만 해도 애써 싸이의 미국 시장 성취를 깎아내리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이를테면 국내에서 한때 온라인으로 붐을 이뤘던 '뚫훅송' (인도 가수 달라맨디의 '투낙투낙툰'입니다. 웬만하면 다들 아시겠지만 한때 SBS TV '웃찾사'에서 만사마 정만호가 등장할 때 나왔던 '뚜룩뚜룩뚜~~'로 시작되는 곡이죠) 정도로 그냥 그러다 말 것이다, 미국에서도 주류 음악 듣는 사람들은 안 좋아한다, 그리고 늘 등장하는 '우리 사촌이 미국 사는데 전혀 인기 없다고 하더라' 등등.
(물론 이 노래가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저도 이 노래 좋아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어지는 것이 '전문가 집단'의 '한번은 어쩌다 됐을지 모르지만 그냥 그러다 말지 않겠느냐'는 평가들이었습니다. 왜 이런 평들이 나왔을까요. 간단합니다. 한국에서도 인정하기 힘든 노래가 '팝의 본고장'에서 뜬다는 것을 용서하기 힘들었던 겁니다.
몇년 전의 일입니다. 어떤 대중음악상 시상식을 앞둔 준비 회의에 선정위원(심사위원은 아닙니다) 자격으로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한국의 그래미상을 표방하는, 음악 장르별 시상식이었습니다.
꽤 옛날 얘기인 것이, 이 시상식의 '댄스/일렉트로닉 부문' 예비 후보에 '텔미' '아이러니'가 수록된 원더걸스의 데뷔 앨범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때 선정위원 중의 한명인 대중음악 전문가 한 분이 마침 앞에 있던 원더걸스의 앨범을 두 손가락(네. 두 손가락입니다)으로 들고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것도 우리가 후보로 추천해야 합니까?"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선정위원들이 앨범은 들어 봤냐고 묻자 "들어보진 않았는데 뻔한 것 아니냐"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물론 전원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 자리의 다른 인사들이 강력하게 맞서 원더걸스는 후보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을 포함해 당시 그 자리에는 '어떻게 원더걸스 같은 앨범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외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정말 언더그라운드에 있던 뮤지션이 어느날 갑자기 해외에서 붐을 일으켰다면, 싸이나 아이돌을 싫어하시던 분들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싸이의 경우도 오늘날같은 '빌보드 2위'의 쾌거가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분명 가능성의 차이는 큽니다. 싸이나 슈퍼주니어의 노래들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퍼포먼스죠. 강렬한 안무와 리듬, 반복적인 후렴구는 분명 국경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싸이에 앞서 비 영어권 언어로 된 노래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사례들을 살펴봤는데, 6곡 중 리듬감이 강조되지 않은 노래는 없었습니다. 더구나 유튜브의 시대, 안무와 비주얼의 중요성은 더욱 더 중시됩니다.)
(한달 전쯤 올라온 영상이지만, 미국 대학 마칭 밴드(Marching Band)들이 싸이의 노래를 갖고 공연을 한다... 저는 사실 이게 가장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이건 정말 '외국 문물, 신기한 것에 관심이 많은 일부 얼리 어돕터들' 만의 인기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내 록이나 힙합 뮤지션에게 과연 언어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무기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윗글에서도 강조했지만 K-POP이 먹히고 있는 것은 현재 그들에게 없는 요소를 강점으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한국의 언더그라운드가 같은 장르의 미국 주류 뮤지션들(네. 이쪽에서는 주류죠)의 틈새를 공략할만한 독자적인 무기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아이돌과 대형 기획사 중심의 한국 대중음악계에 문제가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한국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문제는 문제고, 박태환이나 김연아의 성취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김연아를 가리켜 "정상적인 학교 교육의 테두리 밖에서 오직 한가지만 한 덕분에 전인교육이 부족한 한국적인 기현상이 낳은 결과"라고 비아냥거려 봐야 과연 누구에게 설득력이 있을까요.
(아울러 '대체 왜 싸이를 가리켜 B급이라고 하는지', 혹은 '싸이의 성공과 김기덕의 성공을 왜 비슷한 선상에 놓고 보는지'를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지만, 이 얘기까지 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건 다음 기회에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싸이, 빌보드 석권] 싸이가 빌보드 차트 11위까지 오르는 초강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주 64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는데 2주만에 11위라니, 이제는 1위에 오른다 해도 놀랍지 않을 듯 합니다. 하긴 이미 소셜 차트 1위와 아이튠스 1위를 차지했으니 빌보드 1위도 결코 꿈이 아닙니다.
'강남스타일'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제2의 마카레나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글을 쓴지 한달 남짓 지났는데 이렇게 무시무시한 가속이 붙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아무튼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춤을 가르치고, 사이먼 코웰과 인증샷을 찍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럽에서 술잔을 나눈다니, 이제 국내에서 싸이를 보기 힘들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 설명 들어갑니다. 싸이가 만약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다면 대략 사상 7번째 기록을 세우는 셈입니다. 무슨 기록일까요?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바로 '영어가 아닌 언어 가사로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 노래' 부문에서 역대 일곱번째라는 뜻입니다.
서구인들, 특히 미국인들의 자국어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자막으로 외국영화 보기'가 그들에겐 대부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 마찬가지로 외국 언어로 된 노래를 소비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차라리 연주곡이 히트하기가 훨씬 쉽죠.)
지금까지 여섯 곡의 '비 영어 가사'로 된 노래들이 빌보드 핫100의 정상을 밟았습니다. 물론 그중 한 곡은 잘 알려진 '마카레나'입니다. 그럼 그 전의 노래들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놀랍게도 리키 마틴이나 샤키라, 셀린 디온은 아닙니다.
90년대의 슈퍼스타 리키 마틴이 부른 노래들 가운데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차지한 노래는 '리빈 라 비다 로카(Livin la Vida Loca)' 단 한곡 뿐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제목만 스페인어 일 뿐(영어로는 대개 'crazy life'라고 번역됩니다), 가사는 모두 영어죠.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foreign language hit 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샤키라도 2005년의 'La Tortuna'가 차트 22위에 오른 정도가 최선입니다.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그 유명한 '헤이'도 미국 핫100 성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어려운 HOT100에 올라 미국 시장을 석권했던 노래들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 역사를 살펴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핫100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1958년 이후 핫100 1위를 기록한 '비 영어 가사' 히트곡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실 제가 알기론 6곡인데 좀 불안합니다.^^ 혹시 다른 사례를 알고 계신 분들의 제보 부탁드립니다. 당장 수정하겠습니다.
Volare - Domenico Modugno, 이탈리아
1958. 8월부터 5주간 1위(연속은 아님)
이탈리아 가수 도메니코 모두뇨의 '볼라레'가 현재까지는 가장 오랜 기록인 듯 합니다. 요즘도 각종 CF 등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노래죠. '볼! 라~레'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입니다. 지금은 집시 킹스(Gipsy Kings)가 리메이크한 빠른 템포의 뉴 버전이 훨씬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원곡의 느낌은 이렇습니다.
Dominique - the Singing Nun (Sister Smile) 벨기에
1963. 12.7~4주 연속
'싱잉 넌'이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벨기에 수녀(진짜 수녀 맞습니다) 지니 데커스(Jeannie Deckers)가 부른 노래입니다. 가사는 불어. 국내에도 오래 전부터 '도미 니크니크니크니크 즈을거워라~~~'하는 번안 가사로 잘 알려진 노래죠.
이 노래 외에도 왕년의 '비 영어 히트곡'들은 대부분 세계적인 히트곡들이기 때문에 제목은 몰라도 들어 보면 너무나 친숙한 곡들입니다.
Sukiyaki - Kyu Sakamoto 일본
1963. 6.15~29 (3주)
지금까지 '아시아권에서 미국 진출에 성공한 가수'를 꼽으라면 항상 큐 사카모토가 거론됐고, 사실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이 노래의 제목은 '우에오 무이테 아루코(上を向いて歩こう), 즉 '위로 보고 걷자'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된 영국 음반사 사장이 이 노래의 영국 발매를 결정하면서 '저 제목으론 도저히 승부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죠. 그래서 일본어 단어 중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스키야키'를 제목으로 붙이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리메이크 연주곡으로 발매된 이 노래는 서정적이고 친근한 멜로디 덕분에 히트하게 됐고, 일단 곡이 히트하자 음반사에선 아예 일본어 가사가 있는 원곡을 다시 발매했습니다. 이것이 미국까지 퍼지며 불같은 인기를 누렸고, 핫100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싱글 음반이 1300만장이나 팔리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미국내 발매 음반 사상 역대 10위권의 기록입니다.
Rock Me, Amadeus - Falco 오스트리아 1986. 3.29~4.12(3주)
이제는 제가 기억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남 가수 팔코는 독일어 노래로 핫100을 석권했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일렉트로닉 댄스 곡이라는게 특징. 비슷한 아이디어로 가제보의 'I Like Chopin'이라는 노래도 나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Chopin이 '초핀'이 아니라 '쇼팽'이라는 것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팔코는 이 노래 외에도 비장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Jeannie'라는 노래(한때 나이트클럽의 '부르스 타임'에 단골로 등장했던 곡입니다)로 미국은 아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한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이 노래는 거의 금지곡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가사가 '강간 미화'라는 시비에 휘말렸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이는 뮤직비디오는 알고 보면 살인범 스토커와 그 피해자 사이를 환상적으로 묘사한 것이었죠. 후렴구 외에는 전부 독일어 가사라 아시아 지역에선 반향이 적었던 듯...^^
La Bamba - Los Lobos 멕시코
1987. 8.29~9.3 (3주)
비행기 사고로 간 비운의 초기 록 스타 리치 발렌스는 이 노래 한 곡으로 지금껏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1987년, 그를 추모하는 영화 '라 밤바'가 개봉됐죠.
영화 자체는 엄청난 히트작이 아니지만 멕시코 뮤지션 로스 로보스에 의해 리메이크된 노래 '라 밤바'는 다시 한번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습니다. 리치 발렌스가 1958년에 부른 원곡은 차트 22위 정도에 그쳤지만 1987년의 '라 밤바'는 3주 연속 핫100 정상을 지켰습니다.
Macarena - Los Del Rio 스페인 1996. 8.3~11.2 (14주)
마지막은 지난번에도 소개했던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입니다. 당시 자세히 소개했으므로 여기서는 재론하지 않겠습니다. 못 보신 분은 이쪽.
지금까지 예로 등장한 노래들을 보면 스페인어가 2곡이고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과 일본이 하나씩입니다. 사실 미국 내 인종 비율을 생각하면 스페인어 노래는 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 빌보드 핫100 1위를 다섯번이나 기록한 엔리케 이글레시아스도 그 1위곡들은 모두 영어 노래들입니다.
현재의 기세를 볼 때 싸이는 아마도 핫100에서 정상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현재까지의 히트 사례들을 볼 때, 비록 싸이가 지금 '강남스타일'을 영어로 개사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국에서의 그 다음 히트를 기대한다면 아무래도 영어 가사로 된 신곡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할 듯 합니다. 단독 작업이든, 저스틴 비버와 같은 히트 아이돌과의 공동 작업이든 말입니다.
(물론 이 '신곡'에는 과거의 히트곡들을 영어로 개사해 발표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쪽 시장에서는 뭐든 다 신곡일테니.)
(그리고 아래는 '강남스타일'에 심취하신 어느 백인 아저씨. ㅋ)
쇼 비즈니스만큼 예측이 어려운 세계도 드문 만큼, 싸이가 '강남스타일' 이후에 어떤 식으로 미국 커리어를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위에 있는 여섯 뮤지션 가운데 저런 불멸의 히트곡 외에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이어간 경우는 없습니다. 대부분이 '로또에 맞듯' 성공을 경험했고, 그 이후 새로운 시장에 적응할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싸이 역시 누구도 예견하지 못한 깜짝 성공이란 면에선 마찬가지지만, 현재 상황은 이들과 사뭇 다릅니다. 그 자신의 프로듀싱 능력, 작곡을 도와주는 파트너 유건형(왕년에 '언타이틀'로 유명했죠), 유창한 영어 실력과 타고난 언변, 전 세계적으로 밀리지 않을 끼, YG의 본격적인 뒷받침, 미국 내 메이저들의 지원 등 상당히 유력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근래 몇년 사이 세계 시장에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K-POP의 저변도 싸이의 지원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더걸스도 화이팅.^^
그런 의미에서 싸이가 21세기의 '마카레나'를 넘어 21세기의 '리키 마틴'이 될지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될 듯 합니다(뭐 외모를 얘기한 건 아닙니다^^). 너무 야무진 꿈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싸이가 엘렌 드 제너리스 쇼나 SNL에 출연할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한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기원의 뜻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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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북극곰 사진의 진실] 그러니까 발단은 한 후배 기자의 페이스북에서 너무나 귀여운, 갓 태어난 북극곰 사진 하나를 본 것이었습니다. 사진을 클릭해 보니 해외 무슨 공공 페이스북에서 공유된 사진이었고, 설명은 아주 간단히 '어린 북극곰(Polar bear cub)'이라는 것이었죠.
후배 기자의 설명은 '너무 작긴 하지만, 공룡 알도 타조알 사이즈인 걸 보면 쑥쑥 자라는 모양...' 운운 하는 것이었고, 그땐 그냥 '뭐, 좀 작은가보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냥 넘어가면 안되는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네. 인터넷의 세계,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세계에는 그냥 믿으면 안되는 지뢰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잠시 망각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사진입니다. 백곰인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나게 귀엽고 조그만 생명체가 사람의 손에서 귀염을 떨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무튼 사진설명에 백곰이라고 되어 있으니 "세상에!"하고 백곰이라고 믿었죠.
그리고 이 사진을 트위터로 내보냈습니다.
그랬더니 600회가 넘는 리트윗. 역시 '사람들은 귀여운 걸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트위터에 날려 보낸 수천개의 트윗이 이 곰새끼 사진 하나만도 못하구나' 하는 자괴감이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반응 중에는 '이거 인형이에요'라는 것들이 몇개 있었습니다. 뭐 처음엔 그냥 무시했죠. 예쁜 여자 사진 올리면 '이거 뽀샵이에요' '이거 인형이에요' 라는 댓글이 기본으로 달리던 시절도 있었고...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니 영 찜찜한겁니다. 아니 무슨 백곰이 강아지도 아니고, 어떻게 조만한 새끼를 낳을수 있나 싶은 거죠. 게다가 어디선가 들은 얘기로는 '백곰은 꽤 자라야 눈을 뜬다더라'라는 것도 생각나고. 혹시 저게 정말로 인형? 아니면 다른 동물의 새끼? 혹시 처음 생각한대로 코알라? 아니면 백곰 조산아?
...뭐 갖가지 의혹이 밀려옵니다.
검색 개시.
그리곤 이상한 것이 발견됩니다.
문제의 백곰?은 생명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타티아나 스칼로주브(Tatiana Scalozub)라는 분이 팔고 있는 곰 인형 패턴의 페이지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분은 자기가 만든 곰 인형 사진을 올려 놓고, 그 인형들을 만들 수 있는 봉제 패턴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분이었습니다.
요즘은 좀 다양해졌습니다만 예전엔 야외에 나가면 먹는 음식이 너무나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토종닭 백숙, 민물매운탕, 닭도리탕(닭볶음탕이라고도 합니다만...) 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오래 매력을 유지하고 있는 음식이 바로 토종닭 백숙이라고 하겠습니다.
토종닭을 먹어 본 일반인들에게 토종닭의 특징을 물으면, 백이면 백 '질기다'고 합니다. 저도 그리 많이 먹어 본 것은 아니지만, 다릿살조차도 가슴살 못잖게 퍽퍽하고 질겼던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이렇게 야외까지 나와서, 비싼 토종닭을 먹어야 할 이유가 있나'하는 생각까지 했었죠.
그런데 최근 방송된 '미각스캔들'을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먹어 온 토종닭은 토종닭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군요.
토종닭이 질긴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댑니다. 요즘 많이 먹는 일반 양계장 닭은 한정된 공간에서 먹이를 먹고,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자라기 때문에 지방 함량도 높고 살이 무르다는 겁니다. 하지만 토종닭은 풀어 놓고 기르기 때문에 온 몸이 근육질(?)이고, 그래서 질기다는 것이죠.
이때문에 시골 토종닭 전문점(?)에 가 봐도 주문을 하면, 거의 예외 없이 "토종닭이라 삶는데 오래 걸린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또 그렇게 오래 삶아서 나온 닭도 턱이 아플 정도로 질긴게 보통이죠.
그렇지만 방송에서 직접 닭을 삶아 본 결과, 토종닭이라고 살이 질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일반 육계와 비교해 볼 때 비슷한 시간을 삶으면 거의 비슷하게 살이 문드러집니다.
게다가 맛을 보는 사람들도 "생각과는 달리 쫄깃쫄깃하다"고들 합니다. 사진에 나오는 것은 현재 유통중인 공인 토종닭, '우리맛 닭'과 '한협 3호' 중 '한협 3호'를 삶은 것입니다.
그럼 대체 왜 식당에서 파는 토종닭은 질겼던 것일까요. 이유는 진짜 질긴 닭, 즉 늙어서 쓸모가 없어진 노계들이 토종닭으로 둔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축산업계에서 규정하는 노계란 그냥 나이 먹은 닭이 아니라 산란종의 닭 가운데서 나이를 먹어 더 이상 알 생산력이 없어 헐값에 팔려 나온 닭이라는군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토종닭은 질기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오히려 역이용해서, 본래 요리용이 아닌 닭(노계는 보통 동물 사료나 닭고기를 이용한 소시지 등 육가공식품용으로 팔린다고 합니다)을 속여 팔고 있었던 겁니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이런 '질긴 토종닭'과 관련된 어처구니없는 사연을 보면 몇해 전 불처럼 일어났던 '수타면 논란'이 생각납니다.
방송을 통해 면을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뽑는 '수타면 짜장'들이 각광받으면서 너도 나도 수타면으로 짜장면을 요리한다고 나섰을 때 일입니다. 이때 수타면을 처음 먹어 본 사람들은 '이게 국수냐 수제비냐' '수타면 수타면 하더니 영 아닌 것 같다'는 혹평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한가지. 수타면이라는 간판을 걸고 실제로 '손으로 국수를 뽑아 내기는' 하되 기술자도 제대로 배운 기술자가 아니고, 손님이 늘자 시간도 부족하고 하다 보니 대충 만들다 만 수타면이라 국수의 굵기가 일반 기계면의 1.5~2배 가량 되는 수타면이 나온 겁니다. 이렇게 되면 국수에 양념이 제대로 배지도 않고, 최악의 경우 국수가 덜 삶아져 나오기도 합니다.
본래 장인들이 만든 수타면, 약간 과장을 보태면 머리칼처럼 가느다란 수타면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당시의 '수타면 붐' 때문에 오히려 수타면을 거부하게 된 것이 어쩌면 근래의 토종닭 상황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당장 저부터도 '토종닭=질기고 맛없는 닭'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으니 말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토종닭은 위에서 말했듯 '우리맛닭'과 '한협 3호' 두 종류입니다. 그나마도 6.25 등을 거치며 아예 토종닭의 씨가 말랐던 것을 어렵게 종을 보존해 길러낸 것이 이 두 종류라는군요.
일반적으로 진짜 토종닭은 다리가 늘씬하고 발달해 있어 육안으로 구별된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맛닭은 발목이 저렇게 검은 것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또 일부러 닭을 염색하기라도 하는 작자들이 나타날까 겁납니다.
문제는 일반 육계가 30일이면 상품으로 나오는데 비해 토종닭은 60일 이상 키워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결국은 고급 음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나고야코친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뭐 그냥 '닭고기가 뭐 그리 비싸'라고 할게 아니라, 명품은 명품으로 취급하는 태도가 필요할 때입니다.
사실 오페라를 가끔 봅니다만, 거기에 대해 포스팅하는 건 대단히 조심스럽습니다. 네가 언제부터 오페라 타령이냐고 면박을 당할 걱정도 좀 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는 철저한 무관심을,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는 지식 부족에 대한 지적이나 받을 거라는 두려움도 앞섭니다.
하지만 2012년 8월24일의 위대한 공연에 대해서는 뭔가 개인적으로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는 정명훈 지휘, 서울 시향의 연주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국내 초연이 이뤄졌습니다. 오페라하우스가 아니라 음악당인 이유는 무대 진행이 없는 스탠딩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국내 초연이라니... 바그너 오페라 공연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실 국내에서 바그너 오페라의 공연이 이뤄진 사례 자체가 대단히 드물더군요. 저도 언젠가 '탄호이저'를 공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게 자그마치 1979년이더군요. 그 뒤로는 2005년 일본 오페라단 초청 공연, 그리고 2009년의 바그너협회 공연 정도.
물론 바그너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무대 장식이나 대형 합창단 등 '규모'가 크게 필요 없는 작품입니다. 오히려 무대가 거의 필요없어 이런 형식의 콘서트 퍼포먼스에 적절한 작품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도 힘든 것은 일단 공연 시간의 문제가 크다는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대개의 오페라가 4시간을 넘나드는 만큼 연주가 어렵고, 그 어려운 공연을 소화해 낼만한 바그너 전문 성악가(한 관계자에 따르면 '소처럼 노래하는 성악가'^)가 드물다는게 문젭니다. 물론 국내에 없다는 거지 한국이 낳은 위대한 베이스 연광철 같은 바그너 전문 가수들은 본고장에서 활약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단 공연 개요부터 정리.
트리스탄과 이졸데
지휘 정명훈
연주 서울 시향
출연
테너 (트리스탄) : 존 맥 매스터 _ John Mac Master, tenor (Tristan)
바리톤 (쿠르베날) : 크리스토퍼 몰트먼 Christopher Maltman, baritone 베이스 (마르케 왕) : 미하일 페트렌코 _ Mikhail Petrenko, bass (Konig Marke) 테너(젊은 선원, 목동) : 진성원 _ Sung Won Jin, tenor (Ein junger Seemann, Ein Hirt) 테너(멜로트) : 박의준 _ Eui Joon Park, tenor (Melot) 베이스(조타수) : 김장현 _ Jang Hyun Kim, bass (Ein Steuermann)
합창 : 국립합창단 _ The National Chorus of Korea 합창 : 안양시립합창단 _ Anyang Civic Chorale 연주 : 서울시립교향악단 _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공연의 우수함을 제가 감히 평할 수는 없겠지만, 전막 내내 지루한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바그너 오페라는 '마이너 공연'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었겠지만 이날 공연은 이미 두어달 전에 매진이었습니다. 저도 공연 약 5일 전, 예매 취소된 표를 운 좋게 사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자발적 관객'은 역시 '공짜표 관객'과는 엄청난 차이였습니다. 일단 국내 어지간한 오페라 공연과 기침소리의 양에서 비교가 안 될만큼 정숙성이 뛰어났습니다. (제발 기침 참기 힘든 분들, 지루한 공연 보고 있으면 목이 간질간질해서 미칠 것 같은 분들, 굳이 예술의전당까지 와서 기침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비싼 공짜 표도 있는데 오페라 한번 보러 갈까' 하시는 분들, 괜히 가래 돋는 공연 보면서 기침 하지 마시고 차라리 그냥 버리세요. 어차피 1막 끝나고 다 가실 거잖습니까.) 아무튼 지금껏 본 어느 오페라 공연과 비교해도 만족도 면에서 뛰어난 공연이었습니다.
(괜히 또 흥분... 저도 뭐 사실 가끔 졸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유명한 유럽 중세의 전설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대략 이렇습니다.
1막
아일랜드에서 콘월로 건너가는 배 위. 트리스탄이 숙부인 웨일즈와 잉글랜드의 왕 마르케의 신부감인 이졸데를 호위하고 가는 여정입니다. 아일랜드는 마르케 왕의 군대에 패했고 강화를 위해 공주인 이졸데를 왕비로 내놓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배 위에서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미워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이졸데의 약혼자였던 아일랜드 기사 모롤드가 마크 왕을 선제공격했지만 실패하고, 모롤드는 목이 잘려 돌아옵니다.
얼마 뒤 아일랜드 해안에서 이졸데는 표류된 사람을 발견합니다. 이졸데는 비전의 의술로 그를 살려내는데, 본인은 가명을 대지만 이졸데는 그가 자신의 약혼자를 죽인 기사 트리스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하지만 그의 눈을 보고 차마 죽일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트리스탄은 건강을 회복하고 아일랜드를 떠나지만 얼마 뒤 마르케 왕의 군대를 거느리고 돌아와 이졸데를 왕의 신부감으로 데려간다고 말합니다.
배 위에서도 트리스탄은 이졸데와 눈길을 마주치는 것조차 거부하고,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은혜를 원수로 갚은 자'라고 부르며 행동에 대해 사과하라고 강요합니다. 그리고 시녀 브랑게네를 시켜 가전의 비약 중 죽음의 약을 가져오게 합니다. 적국의 왕비가 되는 치욕을 감내할 수 없으니 원수 트리스탄과 함께 죽겠다는 거죠.
하지만 브랑게네는 주인을 살리기 위해 약을 사랑의 미약으로 바꿔놓고,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죽는 대신 불같은 사랑에 빠져 버립니다.
2막
콘월의 성에서 마르케 왕의 왕비가 된 이졸데와 트리스탄은 밤을 틈타 밀애를 이어갑니다. 브랑게네는 트리스탄의 친구 멜로트가 눈치챈듯 하니 조심하라고 하지만 사랑에 눈먼 이졸데에겐 조심성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 왕이 사냥을 떠난 사이 밤이 새도록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밀회를 즐깁니다. 이들에겐 밤이 해방이요, 낮은 죽음입니다. 패륜을 저지르고 있는 이들에게 사랑과 죽음은 이들에겐 하나입니다.
So sturben wir, um ungetrennt. 우리 죽어요, 떨어지지 말고
ewig einig ohne End' 끝없이 영원한 하나로
하지만 날이 새자 마르케 왕과 멜로트가 들이닥칩니다. 마르케 왕은 '네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나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믿을수 없는 미녀를 데려오더니 이게 무슨 배신이냐'라며 참혹한 배신감을 토로합니다.
변명할 수 없는 트리스탄은 이졸데에게 같이 죽겠느냐고 묻고, 이졸데는 호응하는 가운데 이들을 용서할 수 없는 멜로트가 공격해 옵니다. 트리스탄은 싸움에 응하는 대신 멜로트의 칼에 몸을 던져 치명상을 입고 쓰러집니다.
3막
브르타뉴에 있는 트리스탄의 성. 충실한 시종 쿠르베날에 의해 브르타뉴로 옮겨진 트리스탄은 의식을 찾지 못하는 중태였지만 이졸데가 오고 있다는 말에 다시 한번 연인의 얼굴을 보려는 일념으로 몸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이졸데와 마주하는 순간, 숨이 끊어지고 맙니다.
절망하는 이졸데. 이어 마르케 왕과 멜로트, 브랑게네가 다른 배로 따라와 상륙합니다. 쿠르베날은 이들이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잡으러 온 것으로 생각하고 공격해 멜로트를 죽이고 자신 또한 살해당합니다. 하지만 마르케 왕은 이들을 용서하고 두 사람을 맺어 주기 위해 온 것이었죠.
결국 비탄에 빠진 이졸데는 유명한 사랑의 죽음(liebestod)를 부르고 쓰러져 죽어갑니다.
이 아리아가 결국 한편의 오페라를 압축한 느낌을 줍니다. 트리스탄은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하고(이름조차도 어원은 '슬픔'이라는군요), 어둠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다가 연애마저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이졸데와 비극적인 사랑을 하다가 이승에서는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을 저승으로 미뤄 버립니다. 이 정서가 총정리된 것이 바로 이 아리아입니다.
이 오페라가 초연될 무렵(1859년)에는 이 노래를 가리켜 '로렐라이의 노래와 가장 유사한 노래'라는 평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나가는 사공의 넋을 빼어 배를 침몰시켰다는 로렐라이의 요정이 부른 노래가 아마도 이런 느낌이었을 거란 얘기죠. 그럴싸하게 이승의 노래가 아닌 듯, 노래는 몽환적이고 관능적입니다.
전설적인 바그너 가수 비르기트 닐손의 노래입니다.
오늘날의 대표적인 이졸데 전문가 발트라우트 마이어의 버전.
마이어가 부른 이 노래의 버전만 해도 10여개 검색될 정도.
제가 갖고 있는 DVD도 마이어의 1995년 바이로이트 판입니다.
르네 콜로와 기네스 존스가 부른 '트리스탄과 이졸데' 2막의 듀엣입니다. 이 오페라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리베스토드'의 멜로디가 그대로 재현됩니다. 사실상 같은 노래인 셈입니다.
중세 전설의 트리스탄 이야기는 다양한 버전으로 확장됩니다. 서로 뒤섞이는 전설의 속성에 따라 어떤 버전에서는 트리스탄이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 가운데 한 멤버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영화 '킹 아서'에도 트리스탄이 나옵니다. 이 영화에는 랜슬로트도 같이 나오는게 좀 어색합니다.
랜슬롯과 트리스탄이 공존하기 힘든 것은, 아서 왕의 이야기에서는 본래 랜슬롯이 트리스탄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친구이자 군주인 아서를 배신하고 왕비 기네비어와 불륜을 맺는 주역 말입니다.
그래서 아서 왕 이야기를 다룬 최고의 영화 '엑스칼리버'에서는 랜슬롯과 기네비어의 밀회 장면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1막 전주곡을 사용합니다. 관능적인 느낌이 일품입니다.
뭐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바그너 음악을 많이 차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인트로에서부터 '신들의 황혼'에 나오는 '지그프리트의 장례' 음악을 쓰고 있죠. 이 음악은 마지막 장면, 아서 왕의 죽음 때에도 되풀이됩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널리 알려진 음악은 그 당시까지 마이너 음악이었던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브라나' 지만, 아서 왕 전설과 성배, 그리고 이 영화 속 퍼시벌이 바로 바그너 악극 '파르지팔'의 주인공이라는 점 등을 생각해 보면 이 영화 속의 바그너 사용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랜슬롯-기네비어 이야기와 트리스탄-이졸데 이야기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약물'의 존재입니다. 격정을 이기지 못한 랜/기 커플과는 달리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약물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이 약물의 존재는, 마지막에 마르케 왕이 두 사람을 용서하는 이유(그러니까 '어쩔 수 없었다')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면 뭔가 멜로드라마의 요소가 약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랑이 두 사람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애절함도 훨씬 덜하죠. 물론 해석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스토리로 보면 이졸데가 트리스탄에게 그토록 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처음에 그를 치료하고 살려 보낸 것이 이미 감정의 동요 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트리스탄이 배 위에서 한사코 이졸데와 대면하기를 거부하는 것, 또 본능적으로 이졸데가 건네는 약이 독약이라고 느끼면서도 복용을 거부하지 않는 것은 - 트리스탄이 기회만 있으면 죽고 싶어 안달인 염세적인 인물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 이졸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즉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미 끌리고 있었고, 약물의 역할은 도덕률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의 본능을 일시에 폭발시킨 정도...라고 보는 것으 적절한 해석일 듯 합니다. 그리고 마르케 왕이 굳이 미약의 핑계를 댄 것은 사랑하는 조카의 사랑을 용서해 주기 위한 언턱거리 정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결론은 하나. 하루 빨리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포함해 국내에서 바그너 오페라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