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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왕자'가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 가면 시내 한 복판에 조안 K. 롤링이 '해리 포터' 시리즈를 구상할 때 들렀다는 카페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 카페는 '해리 포터가 태어난 곳'이라는 선전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에딘버러는 여름 기온도 20도 위로 잘 올라가지 않는 북유럽형 도시입니다. 그나마 여름에는 맑은 날씨가 꽤 계속되지만 그 밖에는 쌀쌀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는 곳입니다. 여름 한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miserable" 하다고 표현하길 꺼리지 않습니다. 해가 지면 중세 도시의 면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교회와 종탑의 그늘에서 스물스물 귀신들이 기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절로 연출됩니다. 묘지와 지하실들을 도는 '유령 투어'가 인기를 끌기도 하죠.

이런 도시를 배경으로 탄생한 '해리 포터' 시리즈는 아주 처음부터, 밑바닥에 결코 아동소설답지 않은 어둠을 깔고 있었습니다. 1부에서 2부, 3부로 넘어갈 수록 조금씩 고개를 들던 이 음울한 기운이 극에 달하는 것이 바로 6부,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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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15세?)가 된 해리 포터와 친구들. 시리우스 블랙의 죽음 이후 호그와트는 학교로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짐 검사를 할 정도로 위기감에 휩싸입니다. 덤블도어는 옛날 볼드모트가 호그와트 학생일 때 그를 지도했던 슬러그혼을 다시 교수로 불러들이고, 해리 포터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죽음을 먹는 자(볼드모트의 추종자)가 됐다는 확신을 갖고 그의 뒤를 쫓습니다.

이런 사건들 사이로 성장한 해리와 론의 여자관계가 전면으로 부상합니다. 해리는 론의 여동생 지니가 다른 남학생과 데이트하는 것을 안타깝게 쳐다보고 매일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던 론과 헤르미온느(허마이오니라고 쓰지는 않겠습니다) 사이에서도 뭔가 일어날듯 일어날듯 하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마침내 해리와 덤블도어는 볼드모트의 가장 중요한 비밀에 접근하지만, 그 비밀을 안 대가는 생각보다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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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혼혈왕자'는 해리가 우연히 얻게 된 마법약 교과서를 옛날에 썼던 학생의 별명입니다. 사실 그 학생이 왜 그런 별명을 얻게 됐는지, 그가 누구인지는 꽤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기는 합니다만, 이름 자체가 극의 흐름에 큰 의미를 갖지는 않습니다.

이미 소설로는 7부까지 다 나와 있는 상태이기도 하지만 6부와 7부는 그저 드라마를 끝내기 위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영화도 마찬가지. 6편은 7편에서 거대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단계에 해당합니다.

이전까지 '해리 포터'의 매편은 볼드모트라는 거대악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항상 해리 포터의 성장과 희망을 담은 마무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6편은 그런 기대를 여지없이 짓밟습니다. 스토리의 음울함은 극단으로 치닫고, 볼드모트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어린 시절의 모습만 나옵니다), 악의 세력은 이미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는 전체 여덟 편의 영화 시리즈(마지막 7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두 편의 영화로 각각 2010년과 11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중 한 편으로 의미가 있을 뿐,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기엔 어려운 영화가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이 영화의 관객들은 인질이 되어 버린 상태이니, 꼬박꼬박 극장에 출석해야 하는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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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6부나 7부가 이런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저자 조안 K. 롤링을 포함해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오늘날의 결과를 낳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다니엘 래드클리프라는 배우라고 봐야 합니다.

2001년만 해도 너무나 동화 속 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했던 그가 '아즈카반의 죄수' 때부터 턱이 넓어지기 시작하고, 아무리 좋게 봐 줘도 10대 후반의 얼굴이 되어 버린 것이 소설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이미 소설과 영화가 한 배를 타고 나아가고 있는 마당에, 가장 핵심적인 인물인 해리 포터가 얼굴이 삭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으로 바꿔 버릴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스토리도 그에 따라 성장해야 하는 것은 작가로서는 불가항력의 일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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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러다 보니 무리도 꽤 따릅니다. 배우가 성장하고, 작가가 거기에 연령대를 맞췄으니 해리 포터와 친구들은 꽤 자란 상태이건만 하는 짓거리는 1, 2부때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나이와 몸은 성장했으되 정신적으로는 취약한 상태 그대로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죠.

사춘기의 주인공들을 그리다 보니 당연히 멜로드라마가 강조됐고, 여러 가지로 연애담들을 펼치고 있지만 이건 우리나라의 요즘 중학생들에 비해도 턱없이 유아적인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몸만 어른에 가까워지도 보니 불균형이 꽤 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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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섯 편의 전작이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성공 탓에 6편과 7편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책은 팔리고, 영화는 대박이 나는게 정상인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에서 초기의 발랄함과 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중간에도 얘기했듯, 어쩌겠습니까. 차라리 시작하지 말았다면 모를까, 이제 두 번만 더 견디면 결말을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텨야죠. 6편과 7편의 세 작품은 2009, 2010, 2011년 3년간 매년 개봉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전의 작품들처럼 2년 간격으로 개봉했다간 래드클리프가 30대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제작진을 마구 몰아치게 된 듯 합니다. 그때까지만 래드클리프가 버텨 주길(?)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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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래도 세 주인공 중 하나는 건졌다는 것이 6편의 유일한 위안거리입니다. 참... 잔인한 자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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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콩을 들다'가 얼마나 선전할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트랜스포머 2'가 전체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개봉관을 많이 잡지 못한 것은 분명한 일일 듯 한데 관객은 꽤 몰리고 있는 듯 합니다.

'킹콩을 들다'는 그 배경이 현재이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들과 많은 부분에서 겹칩니다. 장미란이 금메달을 딴 2008 베이징 올림픽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장미란은 출연하지 않았지만 한국 역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병관 감독과 이배영 선수가 나옵니다. 실명으로도 여러번 거론되는 전병관은 국가대표 감독 역으로, 이배영은 역도 심판 역으로 나오죠.

그런데 시점이 친숙하다 보니 과연 영화의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집니다. 일단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역도 동메달을 딴 이지봉 감독'은 실존 인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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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를 살짝 살펴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앞둔 여자 역도 선수 박영자(조안)은 출국 직전 옛 친구들로부터 소중한 추억이 담긴 앨범과 이지봉 선생님(이범수)이 남긴 동메달을 건네받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옛 추억에 잠깁니다.

10여년 전, 한 시골 여자중학교 교장이 테니스부와 사격부에 이어 역도부를 신설합니다. 하지만 코치로 내려온 '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지봉 선생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역도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그는 역도부를 형편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급식하는 곳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꿈은 그렇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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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떠오르는 궁금증은 88올림픽에서 역도는 어떤 성적을 거뒀나 하는 겁니다. 당시 52kg급의 전병관이 은메달, 82.5kg급의 이형근이 동메달을 땄습니다. 이형근 감독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때 남자 역도 팀의 감독을 맡았던 그 분입니다. 일단은 동메달이라는 점에서, 아예 없는 얘기는 만들어 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병관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다음 대회,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입니다.)

하지만 이형근 감독은 운동을 때려 친 적도, 술집 웨이터를 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범수와는 체급이 좀 다르죠. 이범수의 체격에 82.5kg급은 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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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재혁의 팔을 번쩍 들어주는 분이 이형근 감독입니다. 사진이 어찌나 없는지.)

'킹콩을 들다'가 끝날 무렵이면 이 영화가 실제 모델로 삼았던 고 정인영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화에선 이지봉 코치의 지도를 받은 학생들이 전국체전을 휩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지난 2000년 정인영 감독이 지휘하던 전북 순창고 여자 역도 선수들이 남긴 기록을 모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순창고는 5명의 선수가 출전해 15개 부문 중 14개의 금메달을 가져가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당시 박은진 이현정 등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습니다. 이밖에 순창고 출신 남자 선수로는 이배영이 있죠.

정인영 감독은 역도 영웅 전병관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분입니다. 본래는 역도 문외한일 뿐, 그냥 체육교사였던 이 분은 전북 진안 마령중학교에서 역도부를 창설하고 그때부터 이론서적을 읽어가며 선수들을 훈련시켰다고 합니다(이 분의 경력을 보다 보면 수영과 롤러스케이트 코치로도 명성을 떨쳤더군요). 이때 그 학교에 전병관이라는 소년이 발굴됐죠. 그리고 2000년, 전국체전 순창고의 신화를 남긴 뒤 그해 뇌출혈로 작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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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지도하던 선수들과 함께 한 정인영 감독의 모습. 영화에도 잠깐 이 사진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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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조안이 이 영화에서 박영자라는 이름의 선수로 나오는데, 박영자라는 실제 역도 선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01년 전국체전 당시 전북체고의 박영자 선수는 48kg급에 출전해 3관왕이 됐습니다. 이 선수 역시 순창여중 시절 정인영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전북체고로 진학해 여자 역도 유망주로 명성을 떨쳤더군요. 하지만 이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 무대를 밟지는 못했습니다. (굳이 진짜 선수의 실명을 쓴 이유는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라면 이 영화의 무대는 정작 보성이 아니라 순창이어야 했을 것 같은데, 여기에도 무슨 사연이 또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제 영화 얘기로 넘어갑니다. 많은 분들이 '우생순'과 비교하는 이 영화는 두 가지로 평이 갈릴 여지가 있습니다. 좋은 말로 하자면 정석에 충실하고 진정성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이를 나쁘게 말하면 굉장히 도식적이고 촌스러운 영화로 보일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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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의 역자도 모르는 소녀와, 역도에 더 이상 미련이 없어진 지도자가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극장에 가면, 여러분이 상상한 모든 것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극빈자 소녀, 다른 운동부와의 신경전, 미남 소년에 대한 짝사랑, 못된 다른 코치, 부상, 세상의 몰이해.... 순서대로 나옵니다. 그리고 주로 이범수의 대사에 나오는 70년대풍의 '공자님 말씀'도 가끔 몰입을 방해합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보는 사람들을 자지러지게 웃게 하고, 눈물을 짜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마 진정성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1등공신은 여섯명의 역도소녀들입니다. 정말 고교 운동부 선수처럼 보이는 이 아가씨들은 그야말로 영화 찍는 내내 죽을둥 살둥 뛰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이범수도 여느 때처럼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필생의 명연기로 꼽기엔 대본이 너무 정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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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사람이라면 교장 역의 박준금을 꼽게 됩니다. 아주 오래 전,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에서, 김수현 작가의 리메이크 '사랑과 야망'을 통해 연기파 중년 배우로 변신해(이유리의 시어머니 - 전노민의 어머니)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분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작살인' 코믹 연기를 보여줍니다. 아마도 '킹콩을 들다'에서 가장 창의적인 부분을 꼽자면 이 교장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이 영화도 '우생순'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트랜스포머의 압박이 무척 거세긴 하지만 이번 주말을 넘기고 이 영화가 얼마나 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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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보성여중은 실제로 있는 학교입니다. 서울에도 남산 자락에 보성여중-여고가 있지만, 차 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에도 보성여중이 있습니다. 역도부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있으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중앙여고라는 학교는 없는 지역이 없는 듯 합니다. 서울과 광주에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제주, 김해, 포항, 창원에도 있다고 합니다. 더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중 지리적으로 보성과 가장 가까운 곳은 여수 중앙여고인 듯 한데, 이 학교도 역도부가 있다는 정보는 전혀 없습니다. 학교와 관련된 부분은 그냥 이름만 빌려 왔다고 알고 있으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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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시사회에 온 장미란 사재혁 선수. 영화에 장미란이 나왔으면 정말 대박이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쉽습니다. '무릎팍도사' 때의 말솜씨를 생각하면 연기도 천연덕스럽게 잘 할 것 같던데.. 물론 선수는 경기에서 좋은 성적 보여주는 것이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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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2 - 패자의 역습'을 보고 왔습니다. 사정상 두번 볼 수밖에 없었는데, 두번째 관람은 생각보다 편하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느낌은 마이클 베이의 전작인 '나쁜 녀석들'과 '나쁜 녀석들 2' 를 보았을 때와 거의 같습니다. '분명히 더 커지고, 나빠진 건 없는 듯 한데 만족감은 전만 못하다'는 걸로 요약할 수 있겠죠.

'트랜스포머 2'는 실시간으로 관객과 함께 움직입니다. 영화의 첫 시퀀스는 중국 상하이에서 격돌하는 오토봇 군단(이 세계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좋은 로보트 군단')과 디셉티콘(역시 같은 의미로 '나쁜 로보트 군단)의 국지 전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나중에 '상하이의 절반을 날려 버렸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초반부터 '트랜스포머 2'는 물량을 쏟아 붓는 것으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1편에서 메가트론(디셉티콘의 리더)이 죽은 뒤에도 전투는 끊이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스토리 진행을 위해 심해에 버려진 메가트론은 되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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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샘(샤이아 라보프)은 대학 진학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합니다. 물론 대학 따위는 가지 않을 미카엘라(메간 폭스)와는 여전히 뜨거운 관계입니다. 하지만 1편 때 파괴된 큐브의 조각이 샘에게 이상한 영향을 미칩니다. 갑자기 이상한 외계 문자가 눈앞을 스쳐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인간들과 공조하고 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오토봇의 리더)은 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샘은 이제 조용히 살고 싶다며 거부하죠. 하지만 그러면 영화가 될 리가 없습니다. 여차여차에서 부활한 메가트론은 디셉티콘의 초기 대부(?) 격인 노장 로봇 폴른을 찾아가 아직 지구에서 얻을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백배합니다.

당연히 이런 얘기는 샘에게 나타나는 외계 문자와 관련이 깊고, 결국 샘과 미카엘라는 다시 전쟁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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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봤을 때만 해도 관객들을 압도한 감정은 '이야~~~~~~~~~~~~ 로보트다!'라는 것이었을 겁니다. 실제 화면에서 뛰어다니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서로 쿵쿵 부딪히며 싸우는 로보트들을 본 순간, 머리 속에 다른 생각은 모두 지워지고 말았습니다. 이를테면 스토리가 유치하다든가, 뭔가 전개가 부실하다든가.... 이런 생각들은 '야, 시끄러, 로보트나 봐'라는 생각 앞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1편 때의 감흥이 어땠는지는 그때 썼던 '마음속의 소년이여 일어나라'라는 글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동했었죠.

1편 때의 리뷰입니다. 흥분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감동이 2년을 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2편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1편과 2편을 비교한다면, 2편은 훨씬 더 많은 돈과 볼거리를 쏟아 부은 역작입니다. 2편에서는 양쪽에서 나오는 로보트 캐릭터만 42종이나 된다는군요(몇개나 확인하실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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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화려하고 과감한, 그리고 탁월한 CG 액션을 보면서도 2편을 대하는 심정은 '이거 뭔가 좀 비어 있는 것 같은데'라는 쪽으로 기울고 맙니다. 네. 사실 비어 있는 걸로 따지면 1편도 꽤 비어 있었죠. 그런데 1편에 비해 2편에선 영 정교한 전개가 아쉬워집니다.

이를테면 영화 중반 이후, 그러니까 샘의 대학 진학 에피소드가 지난 뒤 과연 샘의 부모가 계속 등장하는게 좋았을까, 그리고 그냥 큐브 조각이 아무 다른 조치 없이 메가트론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또 다른 큐브 조각으로 그냥 옵티머스 프라임을 다시 일어나게 해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와 같은 진행상의 이의 제기가 마구 하고 싶어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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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플롯의 돌아가기 문제입니다. 누가 봐도 우리의 주인공은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멀고 먼 길을 빙빙 돌아갑니다. 그럴 때 당연히 제작진은 관객들에게 '이건 이래서 돌아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을 해 줘야 하죠. 바로 그것이 잘 된 플롯과 엉성한 플롯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2'의 플롯은 열살만 넘어도 허점을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입니다.

'누가 이런 영화를 보면서 그런걸 신경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플롯이 정교해진다고 해서 소년 관객들이 실망하지는 않을 거란 점을 생각하면, 역시 이런 부분이 베이의 한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괜찮아, 내 영화 보는 사람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써"라는 식의 자세로는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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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역시 전혀 연구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1편보다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건 냉각수를 펑펑 쏟으며 통곡하는 연기를 보여준 범블비밖에 없습니다. 이야기가 장황해지고 액션 비중이 커지다보니 연기를 할만한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은 존 터투로(어떤 역으로 나오는지는 비밀입니다) 뿐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이클 베이는 2편을 향해 혹평을 퍼붓는 평론가들을 향해 "흥, 너희들 1편때도 망한다고 그랬잖아"라고 콧방귀를 끼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1편 때와 2편 사이에 2년의 시간이 있다는 걸 베이도 인정해야 합니다. 충분히 사랑이 식고 관객들이 냉정을 되찾을 만한 긴 시간이었던 거죠. (아, 물론 트랜스포머2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지 꽤 실망스럽다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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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 자꾸 반복될 우려가 있으므로 여기서 한번 정리합니다.

1. 트랜스포머2의 플롯은 극악이다.

2. 물론 1편때도 그랬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그때는 그런게 눈에 띄지 않았다.

3. 관객들도 2년 사이 서서히 냉정을 찾아갔다.

4. 결국 이제 그 플롯의 구멍은 로보트에 대한 감동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5. 그래서 2편을 보고 1편 때의 흥분과 감흥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여전히 가슴이 뛰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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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다 보니 어른 관객들에게 위안거리는 미카엘라의 등장 뿐인데, 미카엘라는 이번 영화에서 오히려 1편보다 역할이 축소되어 버렸습니다. 1편이 액션이었다면 2편은 그냥 평이한 멜로에다 손 잡고 뛰는 게 전부더군요. 그 달리는 액션 만으로도 흥분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아무튼 메간 폭스는 엄청난 물량이 투입돼 만들어진 CG에 결코 뒤지지 않는 볼거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대단합니다.)

2편의 결말은 누가 봐도 '3편도 만들테니 또 보러 와 주세요' 였습니다. 3편을 만든다면 어쩔 수 없이 또 보러 가긴 하겠지만, 그땐 미카엘라가 좀 더 나은 대본을 받아들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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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편에 비해 인간과 오토봇-디셉티콘간의 화력 차이가 너무 좁혀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1편 때의 디셉티콘이 인간의 화력으로는 감히 맞설 수 없는 강력한 존재들이었다면 2편에서는 인간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디셉티콘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연약하더군요. 이래서야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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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달린다'가 전혀 거북이같지 않은 걸음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는 딱 세 글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김.윤.석'.

애당초 김윤석 이외에 내세울만한 스타가 출연한 것도 아니고(설마 '내조의 여왕'의 선우선을 보러 이 영화를 선택하신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별히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10배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블러드' 같은 영화를 새까맣게 뒤로 제쳐 놓고 있습니다.

'거북이 달린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봐도 이 영화의 촌스러움이 그 한 비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북이 달린다'는 물론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입니다만, 재미있고 재미없고를 떠나서, 분명히 이 영화의 어느 한 모서리에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김윤석이라는 뛰어난 배우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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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싸움 대회를 앞두고 있는 예산 경찰서. 이미 형사들도 치안보다는 소 싸움 대회 사무국 직원들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형사 조필성(김윤석)은 다섯 살 연상의 아내(견미리)에게 무능한 남편으로 찍힌 지 오랩니다. 형사라는 무게감? 만화가게를 차릴 때 빌린 돈의 이자 갚기도 급급한 소시민의 지위에 깔려 버린 상태죠. 촌지 봉투를 거부할 자존심 같은 건 애당초 저 멀리 날아가 버린 뒤입니다.

그런데 이 소읍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가 나타납니다. 잘생긴 용모와 5:1로 싸워도 끄덕 없는 신출귀몰한 싸움 실력이 전설이 되어 인터넷에 팬카페가 있을 정도의 인물이죠. 우연한 사고로 정직을 당한 필성은 아내 몰래 목돈을 만들려고 아내의 통장을 슬쩍했다가 어찌어찌 해서 송기태와 마주 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인 강철중 형사도 아니고, 한낱 시골 형사가 전국 최강의 탈주범과 1대1로 맞붙어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필성은 개망신을 당합니다. 이렇게 해서 바닥까지 떨어진 필성의 복수, 혹은 체면 회복하기 대작전이 시작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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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가 대표하던 정서가 부산 사투리로 구현되는 '경상도 사나이'의 정서라면,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은근슬쩍 눙치고 넘어가는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입니다. 물론 매우 효과적입니다. 개그맨 가운데 충청도 출신이 많다는 건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한마디로 '액션은 경상도, 코믹은 충청도' 사투리가 최고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듯 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대립의 구도를 촌스러움 대 세련됨, 중년 대 청춘, 시골 대 서울, 생활 대 낭만, 현실 대 판타지라는 식으로 선명하고 잡고 있습니다. 탈주범 신창원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송기태를 세련미 넘치는 꽃미남으로 설정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라도 중년의 시골 형사보다는 미남 탈주범을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말입니다. 이런 경우 많은 구경꾼들의 머리 속에는 어느 쪽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어느 쪽이 해가 되는 존재인지 따위는 뒷전으로 밀려 버립니다.

바로 그런 대목에서, 과연 우리가 응원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짚어 내는 것이 이 영화의 순기능이라면 순기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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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발맞춰 주인공 조필성이 등장합니다.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안 다음에도 조필성은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개발에 땀난 듯, 뜨거운 철판 위에 놓인 거북이라도 된 듯 있는 힘을 다해 달립니다. 이 조필성은 정리해고 당한 도시의 40대 가장일 수도, 한 학기 500만원이나 되는 등록금 때문에 자식에게 대학 진학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아버지일 수도 있습니다.

촌스럽고, 술이나 퍼 마시고, 배는 불룩 나온데다 머리는 숭숭 빠지고, 입만 열면 저질스러운 소리나 해 대는 그런 '동네 아저씨'들이 사실은 구멍 뚫린 아내의 팬티에 속상해서 어쩔 줄 모르고 딸이 다니는 학교 1일 교사를 뽀대나게 치르는게 일생일대의 중대사인 아버지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어떻게든 세상이 돌아가게 하는 이 사회의 주축 구성원들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를 더욱 가치있게 합니다.

이런 영화가 깔끔하고 똑똑 떨어지는 영화 문법을 구사해서는 정나미가 떨어질 지도 모릅니다. 촌스러울땐 제대로 촌스러워야죠. 사실 담고 있는 내용 못잖게 '거북이 달린다'의 만듦새는 그리 유려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조명은 지나치게 어둡고, 음향은 울리기까지 합니다. 90년대 초반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매무새가 희한하게도 시골 소읍이라는 공간과 잘 어울린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김윤석이 무슨 인도 액션 영화 주인공처럼 나온 이 포스터는 뭐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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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영화엔 '후줄근한 아저씨 연기'라면 국가대표급인 김윤석이 있죠. '거북이 달린다'를 통해 김윤석은 송강호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을 또 한번 넓혔습니다. 물론 차이는 있습니다. '추격자'에 송강호가 출연했다면 아무래도 '추격자'는 소름끼치는 추격전 사이 사이에 훨씬 유머가 많이 개입된 영화가 됐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거북이 달린다'의 필성 역을 송강호가 맡았다면, 필성이 느끼는 무력감이나 좌절감은 많이 희석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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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태 역이 잘 어울리는 정경호를 보고 있자니 '자명고'가 더 안타까워지는군요. 그러니까 정경호가 전념해야 했던 건 '거북이 달린다' 쪽이었던 겁니다. '자명고'에서 조명과 의상에 기대기보다는 송기태 같은 캐릭터로 내실을 다져야 했던 단계였다는 게 훨씬 더 선명하게 부각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로 부각되는 두 명의 조연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 분이 1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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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쪽 사진에 나오는 배우의 이름이 신정근이라는 걸 알고 계신 분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사채업자나 나이트클럽 사장 역, 조폭 두목 역이 적역이었던 이 분이 출연한 작품 가운데 가장 싸움을 못하는 역으로 나오는 게 바로 이 '거북이 달린다'일 겁니다.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가 이 분의 입에서 나옵니다. "그러니까 누가 5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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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은 사진 왼쪽의 김희원. 필성의 후배인 특공무술 사범 역을 맡아 그리 길지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연기로 이 영화에 힘을 불어 넣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될 분인 듯 합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전국에 있는 어깨 처진 아저씨들을 위한 응원가입니다. 절대로 '젊고 잘생긴 놈들'과의 경쟁에서 포기하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물고 늘어지라는 격려의 박수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영화의 그런 분위기가 가끔 바퀴벌레도 지나가는 비닐 장판처럼 관객들을 쩍쩍 달라붙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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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네. 저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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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선우선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화면에 나오는 것 만큼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내조의 여왕'을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도 '어, 저 배우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는 충분히 해 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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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간 폭스와 메건 폭스가 거의 반반이군요. 어느 쪽으로 통일을 해야 할지... '메건' 쪽이 좀 더 정통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아무튼)

메건 폭스가 서울에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비행기가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오후 8시로 예정됐던 행사가 뒤로 미뤄지고 미뤄져 결국 '하기는 했는데' 그 장면을 기록한 사진이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오전 기자회견 전까지는 공항에서 찍힌 사진이 전부입니다.

온 이유는 당연히 '트랜스포머 2' 때문인데, 6월 초부터 폭스는 계속 외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이른바 '폭탄발언' 들 때문이죠. 남성지 GQ와의 인터뷰에서 폭스는 이른바 '여배우는 창녀다'로 요약되는 발언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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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대조 들어갑니다. (사실 메건 폭스가 하는 말은 버락 오바마가 하는 말보다 훨씬 번역하기 힘듭니다. 무슨 뜻인지 모를 말들이 너무 많이 나와요.;;; U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직 GQ 인터뷰의 전문은 구할 수가 없더군요. 대신 문제가 된 부분의 세 문단입니다. 사실 저 위의 사진은 지난해 GQ의 표지고, 이번 GQ의 표지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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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와 창녀의 비교에 대한 내용: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 배우들은 창녀(혹은 남창)과 같아요. 우리는 사랑에 빠진 척 하는 연기를 하는 대가로 돈을 받죠.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키스하거나, 만지거나, 정상적인 일부일처제하에서는 파트너 아닌 사람과 절대 하지 않을 짓들을 하는 걸 보고 그 대가로 돈을 내요. 그건 정말... 멍청한 짓이에요."

Comparing actors to prostitutes:  “When you think about it, we actors are kind of prostitutes.  We get paid to feign attraction and love. Other people are paying to watch us kissing someone, touching someone, doing things people in a normal monogamous relationship would never do with anyone who’s not their partner. It’s really kind of gross.”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나는 난잡할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성적으로 엄청나게 적극적이고, 내가 막나갈거라고 추측하죠. 그런데 난 전혀 아니에요. 난 차라리 내가 늘 올곧게 살기 위해서 내 방식을 바꾸는 것 보다는, 그냥 그렇게 난잡한 이미지를 갖는게 나을 것 같아요."

Her image:  “I have this sort of promiscuous image. People assume I’m really overtly sexually aggressive and that I’m this wild child. And I’m not like that at all.  I would rather have an image that is wild and promiscuous than to go out of my way to be proper all the time.

남자들이 그녀를 보는 시선에 대해:
"어떤 남자들은 내가 그저 눈이나 깜빡이면서 자신들의 노리개 구실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당장 꺼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On guys perception of her: “There are some guys who think I’m going to be this little cupcake who’s going to bat my eyes and be like a receptacle for them. I shut them down immedia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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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발언은 글자 그대로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그동안 '스크린에 비쳐지는 러브신이나 베드신'을 신성화하는 데 동원된 수많은 미사여구와 수사학을 생각하면 이 한마디의 위력은 정말 엄청난 거죠. 보는 사람들이 어떻든, 그걸 연기하는 사람이 저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건 한마디로 말 다 한 거니까 말입니다.

즉 포르노와 성애영화, 혹은 성인 클럽에서의 라이브 쇼와 '영상예술가'들이 말하는 고품격 에로티시즘이 과연 어떻게 다르냐는 해묵은 얘기에 대해, 지금까지 수많은 수사학의 방어벽 뒤에 숨어있던 여배우가 불쑥 튀어나와서 "그게 그거 아니야? 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라는 폭탄을 던져 버린 셈입니다. 참 재미있는 배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인터뷰에서 메건 폭스는 "마리화나는 하루 빨리 합법화돼야 한다. 합법화되는 날, 나는 가게 문 열기를 기다리는 긴 줄 맨 앞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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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메건 폭스의 폭탄 발언사는 지난해 이전부터 이어집니다. 특히 지난해 GQ와의 인터뷰에서는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고백했고, 그러면서도 "나는 양성애자지만, 양성애자인 여자는 상대하기 싫다. 내가 상대하는 여자에게서 남자의 냄새가 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일 것"이라는 얘기를 해 빈축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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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의 클라이막스는 동료 여배우인 올리비아 와일드(바로 위 사진)를 지목하며 '그녀는 정말 섹시하다. 안아 보고 싶다"고 러브콜을 한 것입니다. 동성애자가 아닌 와일드의 기분이 어땠을지 참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해 남자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할리우드 스타들의 '폭탄 발언사'는 뭐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죠. 특히 더 강렬하고 와일드하게 보이려는 쪽의 경쟁은 늘 치열합니다. 엊그제는 요즘 인기 상한가인 레이디 가가가 "조나스 브라더스와 자고 싶다"고 말했다더군요. 세 형제가 아직 어리다는 건 차치하고, 한번에 한명씩인지 동시에 세명 다를 원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막나가는 스타들 사이에서 리즈 위더스푼은 "이제 아이들을 생각해서 노출 신은 자제하고 싶다"고 말해 대조를 이뤘습니다. 아, 물론 위더스푼의 자세가 올바르고 메건 폭스는 글러먹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도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거죠.

아무튼 메건 폭스가 갖고 있는 생각이야 어떻든, '트랜스포머 2'는 무척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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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폭스의 모습입니다. 어젯밤 용산 CGV에서의 검은 드레스가 멋졌다고 하는데 어디를 봐도 사진 찍은 매체가 없군요. 기자회견 사진은 곧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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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를 보고 난 뒤 '이게 뭐야'라는 식의 반응도 꽤 나오고 있습니다. 또 아주 단순하게, '대체 그 장면은 왜 그런 거야?'라는 질문도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죠.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봉준호 감독은 몇 차례 안되는 인터뷰를 한 뒤 잠적해 버렸습니다. 쏟아지는 인터뷰 제의에 "이제 내 손을 떠났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엄밀히 말하면 그 대답은 봉준호 감독에게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감독이 '이건 이런 의미였어'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니 그건 내가 보기엔 ...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데?'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몇몇 사람들의 의견에 제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물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함께 생각해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 당연한 얘기로,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의 도가니입니다. 다른 생각의 개입이나 결말에 대한 지식 없이 영화를 보실 분은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시면 곤란합니다. 두번 경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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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준이는 진짜 바보인가?

도준이가 실제로는 바보, 혹은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인터넷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천재적인 사고력과 기억력을 갖고 있는데 일부러 본색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죠. 그럼 그는 왜 바보인 척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가 '바보인 척'을 하고 있다면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어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죠. 어머니가 다섯살 때 그를 죽이려 했다는 걸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는 일부러 살인을 저지르고, 어머니를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어머니가 자신을 풀어주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증거까지 확보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어머니의 양심을 끝까지 쥐어짭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처구니없는 얘기일 뿐입니다. 만약 '어머니를 괴롭히겠다'는 일념만으로 이런 온갖 짓을 저지른다는 건 그 자체가 바보라는 증거일 뿐입니다. 약간 의미가 다를 뿐이죠. 아무튼 무시해도 좋은 의견입니다.
그럼 도준이는 언제 바보가 된 것일까요. 암시하는 바로는 다섯살 때 먹은 농약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 같지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그럼 끝까지 바보일까요? 그건 마지막 질문으로 남겨두죠.

2. 진태와 엄마는 어떤 사이?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엄마가 진태를 범인으로 몬 뒤, 찾아온 진태가 하는 한마디입니다.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아무리 화가 나 있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친구의 어머니를 함부로 '너'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데서 나온 추론입니다.
또 이 장면 바로 앞에서 웃통을 벗고 있는 진태의 모습이 도준과 겹쳐지는 것은, 진태가 '(아들처럼)옷을 벗고 함께 자도 좋은 사이'라는 암시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고삐리들이 "도준이 엄마랑 그냥 잠만 잘까"라고 할 때 진태가 분노하는 것 역시 엄마와 진태가 보통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란 추정도 나오죠. 물론 이 부분에선 '확실하다'고 말할 만한 단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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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엄마는 왜 도준이를 죽이려 했나?

이 질문은 '도준의 아버지는 어떻게 됐나'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도준이의 아버지는 죽은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엄마는 벽장을 뒤져 도준이가 누군가와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절반을 찢은 다음 나머지를 사진관으로 가져가 깨끗하게 뽑아달라고 합니다.
사진을 왜 찢었을까요. 당연히 옆에 있던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도준의 아버지이기 때문이겠죠. 만약 아버지가 사별한 것이라면, 굳이 사진을 찢을 필요까지는 없을 겁니다. 도준의 아버지는 그때 어떤 이유에선가 엄마와 도준을 버리고 떠났고, 그로 인해 좌절한 엄마는 도준과 함께 죽으려 했을 것입니다.
혹자는 아버지가 떠난 이유는 다른 여자와의 불륜이었고, 그 결과로 태어난 것이 진태일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엄마는 아버지와 그 여자를 독살했고, 자신과 도준도 따라 죽으려다 실패했다는 것이죠. ...뭐 그냥 이런 해석도 있다는 정도.

(아래 트랙백을 보시면 엄마의 아들은 도준과 기도원 종팔이이며, 뽑아달라고 한 사진은 도준과 종팔이가 나란히 서 있는 사진 중 종팔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흥미롭습니다.)


4. 고물상 할아버지는 왜 그 자리에 있었나.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노인은 엄마에게 회상할때는 그냥 '그전부터 그 빈집에 몇번 갔는데'라고 하지만, 영상은 노인이 비닐 돗자리를 깔고, 쌀 봉지에 쌀을 옮겨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쌀은 당연히 아정에게 줄 화대인 것이죠. 노인이 경찰에 일찌감치 사건의 진상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도 이것으로 충분히 설명이 됩니다. 엄마가 마지막에 노인에게 '이 쓰레기야'라고 부르는 것도 그가 하려던 행동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왜 카메라에 다른 모든 남자들은 옆모습, 뒷모습, 잠자는 얼굴로 찍혀 있는데 이 노인만은 정면 얼굴로, 그것도 카메라를 보고 있는 모습으로 찍혀 있는 것일까요. 사실 저는 이 부분이 궁금합니다. '떳떳한 내부 고발자'임을 암시하는 대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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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정 친구를 뒤쫓던 두 고삐리는 왜 그렇게 쉽게 제압되나?

의외로 이걸 이해못하는 분도 있더군요. 세상을 너무 곱게 사신 분들이 아닐까... 그 친구들은 본드를 흡입하던 중이었습니다. 대개 비닐 봉지 안에 본드를 짜 넣고, 그 봉지로 코와 입을 가린 상태로 호흡을 하면 환각상태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맛이 간 상태이므로 저항하지 못하는 것이죠.

6. 왜 엄마는 출감을 맞이하러 가지 않았나

이 부분도 사실 의문입니다. 굳이 설명하려면 '남의 자식을 내 자식 대신 죄인으로 만든 데 대한 죄책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그냥 '엄마 없이도 혼자 살아갈 수 있게 된 도준'에 대한 암시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마지막 질문에서 다시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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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담배 피우는 임신부의 의미

엄마가 아정의 빈소에 갔을 때, 친척 여자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엄마에게 다가가 단박에 따귀를 올려붙이는 여자가 나옵니다. 만삭의 임부인데 담배를 꼬나물고 있죠.
아정의 유족들이야말로 아정의 죽음에 가장 책임이 큰 사람들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부모야 어찌 됐는지 모르지만 그 많은 친척들이 아정을 할머니와 단둘이 살게 하고, 먹고 살기 위해 매춘에 나서게 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죠. 만삭의 임부가 담배를 피고 있다는 것만큼 '무책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요.

8. 왜 외국인들이 현장검증을 지켜보고 있을까

현장검증 신에서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분명 무슨 의도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모르겠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본질적인 비극에 대한 목격자의 의미일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의 조국인 3세계 국가들을 후진국이라고 무시하는 이 나라에서, 먹고 살기 위해 매춘을 하는 여고생이 있다는 현실을 그들이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하는 문제 제기일 수도 있겠죠.
또는 그들이 범행에 어떤 관련이 있을 거라는, 혼선을 주기 위한 가짜 단서일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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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침자리의 효능은 무엇인가?

혹자는 도준이 이렇게 된 것이 다섯살 때 농약 사건이 있은 뒤, 엄마가 도준에게 모든 것을 잊게 하기 위해 침을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도준은 순간의 기억만 잊은 게 아니라 바보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죠.
이 주장을 그냥 웃어 넘길 수 없는 것은 약재상 주인이 얘기하는 '엄마가 작년에 (침을 놓다가) 친 사고'와도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즉 엄마는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는 아마추어 침쟁이라는 것이죠. 그 침이 원하는 대로 고통만을 잊게 해 줄지, 아니면 모든 것을 잊고 자기까지 잃어버리게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럼 마지막 엄마의 춤은 괴로움의 몸부림으로도, 망각의 환희일수도, 또는 아예 자아를 잃어버린 무의미한 몸놀림일 수도 있습니다.


10. 도준은 끝까지 바보인가?

어쩐지 마지막의 도준은 영화가 시작할 때보다 좀 똑똑해져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걸 중간에 농약 사건을 기억하면서부터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처음으로 엄마 곁을 떠난 것'이 도준에게 미친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도 없고 진태도 없는 공간에서 살아 본 도준은 이제 어느 정도 지각을 찾은 듯 합니다. 그럼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도 알아차린 걸까요. 아니면 엄마가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인 것도 알고 있는 걸까요?
거기에 대한 대답은 사실 열려 있습니다. 태연하게 엄마 앞에서 살인범이 왜 옥상에 시체를 옮겨 놓았을까 얘기하는 도준은 살인의 기억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듯 하지만, 엄마에게 침통을 건네 주는 도준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도준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엄마에게 불쑥 "엄마는 내가 죽인 거 알고 있어?"라고 말할지도 모르죠. 이것이 엄마를 한없이 절망하게 하고, 자신의 허벅지에 침을 찌르고 미친듯이 춤추게 하는 진짜 이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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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 이 영화를 볼 때는 '정신적으로 미숙하지만 사회의 주도 세력으로부터 절대적으로 옹호받는 존재', '특정 존재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애정과 집착으로 보호하는 존재', 그리고 '스스로는 정당하지만 과거의 잘못에 연루되어 있다는 이유로 정당성을 의심받는 고발자'에 대한 알레고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더군요.

이 영화는 영화 밖의 의미를 찾기 보다는 영화의 맥락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할 듯 합니다. 과연 '엄마'라는 이유로 그렇게 무한한, 때로 무책임한 애정을 퍼부어도 좋은가...하는 질문이죠. 그리고 출연하는 분량은 적지만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은 여고생 아정입니다. 어찌 보면 엄마와 도준, 그리고 사건 모두가 '어느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비참한 비극'에 대한 고발로 보이기도 합니다. 도준이 아정을 죽인 것이 살인이라기보다는, 지역 사회 전체가 이미 아적의 목을 누르고 있었다는 식의.

아무튼 봉준호 감독의 지난 영화들이나 마찬가지로 '마더' 또한 보고 난 사람들이 이런 저런 생각으로 완성해가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는 듯 합니다. 다양한 생각의 댓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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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런데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칸에서 '마더'를 본 관객들이 저 관광버스 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또 하나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인물들은 서로 성 없이 이름으로 통하는 사이입니다. 그만큼 작고 결속도 강한 사회임을 의미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자막을 잘 단들, 과연 그 의미가 외국 관객들에게도 전달될까요. 문득 우리가 외국 영화를 볼 때도 결국은 이런 문제에 봉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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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의 '블러드'의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난데없는 '왜색 논란'이 검색어로 떠 있군요. 참 흥미로운 반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작자도 일본 사람인데다 배경도 일본인 영화에 출연하는 걸 뻔히 다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왜색 논란이라니, 이건 어디서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정말 지능이 의심스러운 얘기더군요.

사실 영화를 본 사람의 입장에선 왜색 논란이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왜색 논란'이 더 크게 일어나서 영화의 작품성에 대한 논의가 거기에 가린다면 정말 다행일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 영화가 재난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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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골격은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애니메이션이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인 것으로 착각하고 계시는데, 오시이는 이 애니메이션의 연출자가 아니라 이 애니에 모티브를 제공한 소설 '야수들의 밤'을 쓴 원작자입니다. 사실 소설 '야수들의 밤'에 나오는 사야는 그냥 스쳐 가는 인물일 수도 있지만 이미지는 강렬합니다. 세라복에 일본도를 휘두르는 뱀파이어 킬러... (소설은 절대 비추입니다. 궁금증에 읽어봤지만 그 다음엔 집어 던지게 됩니다.)

일본 관동 지방의 미군 기지. 이유 없이 살인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령관의 딸 앨리스가 다니는 기지 내 미국인 고등학교에 일본 여학생 사야가 전학생으로 등장합니다. 이어 앨리스의 주변은 피로 물들고, 앨리스는 자신의 주변이 인간의 피를 먹고 사는 요괴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 요괴들을 상대하는 집단인 '협회'와 요괴들의 대혈전이 막 벌어지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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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두 문단 정도는 써 보려고 했는데, 더 이상 쓰면 결말까지 다 나올 것 같아 더 쓸 수가 없군요. 영화는 대단히 간결합니다. 우연히 앨리스와 사야가 만나면 결말까지 한 호흡입니다. 제작진은 뱀파이어 요괴들의 대장인 오니겐과 사야의 관계가 반전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절대 반전 아닙니다. 한마디로 줄거리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기는 매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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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미 수없이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CG의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우울합니다. 격투 장면에서 나오는 피를 진짜 피처럼 보이지 않게 한 것이 연출상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CG 처리가 된 피는 생사를 건 싸움의 심각성을 완벽하게 제거해 버립니다. 둥근 핏방울이 뭉클뭉클 떠 다니는 걸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요괴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의 처리 역시 1933년작 '킹콩'의 한 장면을 보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날 정도입니다.

전지현은 이 영화에 출연해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영어 대사로 연기할 수 있다는 믿음? 영어 발음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지만, 어차피 사야가 영어를 잘 해야 하는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에 거기서 점수를 딸 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사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하거나 증오 어린 표정만 지으면 되는 캐릭터입니다. 연기력을 보여 줄 기회는 더더욱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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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전지현은 앳되고 예쁘게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가장 큰 미덕이 100분 미만이라는 겁니다. 조금 더 길었다면 꽤 괴로울 뻔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속편 얘기도 나오던데, 과연 속편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 좋을까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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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분이라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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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가 칼 들고 나오면 됐다는 분들, 차라리! '엘렉트라'를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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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왜색 논란 운운 하시는 분들, 그럼 우동을 우동이라고 불러도 왜색입니까?
(요괴의 우두머리인 오니겐 역의 고유키입니다. 미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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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쿵푸'의 스타 데이비드 캐러딘이 73세로 운명했습니다. 1936년생. 4일 방콕의 한 호텔에서 목을 매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군요. 70대에 자살이라니...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로 왕년의 인기를 되찾았던 캐러딘은 올해에만도 두 편의 영화를 완성해가는 등 한창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죽음이 참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단 제게는 '킬 빌'의 캐러딘보다는 '쿵푸'의 캐러딘이라는 것이 훨씬 더 와 닿습니다. 아마도 캐러딘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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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쿵푸(Kung Fu)'는 1972년부터 3시즌에 걸쳐 방송된 인기 드라마였습니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국내에서도 TBC TV에 의해 '쿵후'라는 제목으로 방송됐습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 케인(데이비드 캐러딘)은 어찌 어찌 하다가 소림사 스님들에 의해 절에서 길러집니다. 당연히 고수가 됐겠죠.

그를 기르는 두 사부, 장님인 포 사부(케이 루크)와 칸 사부(필립 안)는 케인에게 무술 뿐만이 아니라 강한 자가 가져야 할 인격에 대해서도 빠짐 없이 가르칩니다. 그러던 어느날, 포 사부가 오만방자한 황제의 조카에 의해 살해당하고 분노를 참지 못한 케인은 황제의 조카를 죽여 복수합니다.

그리고 나서 케인은 미국 서부로 도피하죠. 당시는 쿨리(苦力)라는 이름으로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미국 서부의 금광-철도 건설 지대로 이동하던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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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건너간 케인은 미국인인지 중국인인지 구별하기 힘든 묘한 외모(미국인들의 시각에 따르면 그렇다고 합니다)로 박박머리에 모자를 눌러 쓰고, 쿵후 실력 하나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를 누빕니다.

이것이 드라마 '쿵푸'의 줄거리입니다.

첫번째 영상은 어린 케인에게 무술을 지도하는 포 사부와 칸 사부의 모습입니다.

 

한국인들에게 더욱 잊을 수 없는 것은, 이 드라마에서 칸 사부 역을 맡은 배우 필립 안이 바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이라는 이유 때문이죠. 아래 사진의 오른쪽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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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안 선생은 한국인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아시아계 배우로서 대표적인 인물이었지만 불행히도 맡은 배역의 90%는 중국인이었습니다. 당연히 당시의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인 캐릭터가 나올 일이 없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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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두번째 동영상은 특히 개인적으로 감회가 깊습니다. 이 당시 '쿵푸'를 보고 난 소년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꼽는 장면은 바로 소림사에서의 무술 단련이 끝났음을 알리는 통과 의식이었습니다.

숯불이 이글이글 피어나는 거대한 청동 화로를 양 팔뚝 사이에 끼어 옮겨놓는 것이었죠. 이 과정에서 양쪽 팔에 용과 호랑이의 부조가 화상으로 남는 겁니다(그때는 화상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문신이라고 해 버렸죠^^). 이 화상은 뒷날에도 케인이 소림사의 무승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그 옛날의 박진감은 온데간데 없군요. 아무튼 한번-.

 

 

캐러딘이 주인공 케인 역을 맡을 때, 당시의 경쟁자 중 우리가 기억할만한 인물은 이소룡입니다. 누가 봐도 이쪽이 더 적격이었지만 당시 제작진은 "아직 중국인이 미국의 메인 TV 시리즈 주인공으로 나서는 건 빠르다"며 캐러딘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소룡도 서양 혈통이 꽤 섞여 있지만 어쨌든 그랬다는군요. 아무튼 캐러딘이 어디서 무술을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액션 실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거의 슬로비디오 화면을 보는 것 같죠.

이 드라마가 3시즌 만에 끝난 것은 단지 캐러딘이 "그만 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시즌에도 드라마는 인기 일로를 달리고 있었지만 캐러딘은 너무 잦은 부상에다 이미지가 지나치게 고정되는 것을 우려해 이 시리즈를 끝내고 싶어 했다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미지는 이미 굳어질대로 굳어져 있었고, 다른 무슨 역할을 하건 사람들은 캐러딘이 그 자리에서 '호오!'하는 기합과 함께 적을 쓰러뜨리기를 기대했죠. 기억나는 건 미니시리즈 '남과 북'에서의 모습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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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쿵푸' 시리즈의 인기는 캐러딘을 몇 번이고 되살려냅니다. 영화판도 있었고, 1993년에는 '쿵푸: 전설은 계속된다(Kung Fu: The Legend Continues)'라는 제목으로 속편이 제작돼 4시즌 동안 인기리에 방송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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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는 2003년과 2004년 '킬 빌'의 1편과 2편에 나오면서 젊은 층에게도 강렬한 이미지를 남깁니다. 영화의 제목에 들어가는 '빌'역이니 어찌됐건 타이틀 롤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당연히 캐러딘의 출연은 어린 시절 '쿵푸'에 열광했던 타란티노의 취향입니다. 죽이 잘 맞지 않을 수가 없었겠죠. 그러던 그분이 그새 고인이 되셨다니 참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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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에 대한 추모곡은 좀 경쾌합니다. 많은 분들이 TV 시리즈 '쿵푸'의 주제곡이었다고 오해하고 계신 칼 더글러스의 '쿵푸 파이팅'입니다. '오호호 호-'하는 전주와 함께 불멸의 댄스 히트곡으로 유명하죠. 단 이 곡은 드라마 '쿵푸'나 데이비드 캐러딘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그 영향을 받은 것만은 분명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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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리뷰를 쓰는 것보다 '요리로 푸는' 시리즈가 더 몸에 맞는 것 같습니다. 뭐 이런게 스타일이라는 거겠죠. 이미 리뷰를 썼지만,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도 도마에 올려놓고 채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터미네이터4'에 대한 기본 입장은 이미 지난번 리뷰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그냥 웃자고 써 본게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별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의외로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는 개봉 첫주에 '박물관이 살아있다 2'에 이어 2위를 했더군요. 아무래도 어린이 관객들에겐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그리 약발이 없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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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CG 콘테이너로 1대분. 세번 우려낸 터미네이터 사골 300개, 크리스천 베일 75kg, 샘 워딩톤 80kg, 문 블러드굿 50kg, 기타재료(안톤 옐친, 헬레나 본햄 카터, 마이클 아이언사이드) 취향대로.
준비물: 작은 저수지 하나. 대형 토치 램프. 발전용 증기 터빈.

사회자: 네.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요리입니다. 오늘은 맥지(McG) 선생님을 모시고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제목이 좀 길군요. 그냥 'T4'라고 하는게 좋겠습니다.
맥: 저를 좀 소개해 주시는게...
사회자: 아유, 성질도 급하시간. 당연히 소개해 드립니다. 맥지 선생님이 그동안 만들어 오신 요리 중에서 그리 심각하게 소개드릴만한 건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패스트푸드업계에서 오래 종사하시다가 어느날 갑자기 희귀어 세 마리를 한데 넣고 푹 고은 요리에 '미녀 삼합'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맥: (헛기침) 미녀 삼총사.
사: 아, 네. 미녀 삼총사. 하하. 맞습니다. 가끔 그렇게 헷갈리기도 하죠. 그런데 정작 그 미녀 삼총사 요리에 진짜 미녀라고 할만한 재료는 하나밖에 없더라는 주장도 있더군요.
맥: 셋 다 미녀 맞습니다. 그러니까 두번이나 우렸는데도 국물이 나오죠.
사: 네. 그러고 보니 푹 고는데 재능을 보여주신 맥지 감독님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번 재료 역시 재탕도 아니고, 삼탕도 아니고, 무려 사탕입니다.
맥: 뭘 4탄 갖고 그래요. 저 사거리 007탕집은 지금 몇탕째 우려먹고 있는줄 알아요?
사: 거기는 그래도 이름만 똑같지 재료는 늘 바꾸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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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우리도 재료는 바꿔요. 이번엔 최초로 아놀드 햄이 안 들어간 터미네이터 요리를 선보일 생각이라구요.
사: 오오. 아놀드 햄이라면 쫀득한 육질 때문에 터미네이터 요리에는 필수 조건이라고 꼽히던 것인데 얼마전에 생산중단됐다더군요.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어? 그런데 저 재료 더미에 보니까 아놀드 햄이 있네요?
맥: 아. 그건 사실 포장만 똑같은 모조품입니다. 뭐 대략 맛은 나요. 사실 진짜 아놀드 햄을 넣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 햄이 벌써 유효기간이 다 지났더라구요. 만들던 회사 사장이 뭐 정치를 한다고 공장을 접었다든가... 아무튼 그래서 이번 탕에는 그냥 모조품만 살짝 들어갑니다.
사: 그런데 요리의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릇에 넣고 끓이고 고는 수준이 아니라 저수지를 요리 도구로 쓰신다구요?
맥: 하하하. 이거야말로 진정한 요리의 블록버스터지요.
사: 감동적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끓이죠? 바닥에 땅굴을 파고 불을 지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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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만화같은 얘기 하지 말아요. 그게 말이나 됩니까? 일단 터미네이터 금속 사골을 대형 토치에 가열합니다.
사: 그래서요?
맥: 자 이렇게 빨갛게 달아오르죠? 그럼 물에 던집니다.
사: 아이고, 칙 소리가 나는군요.
맥: 네. 이렇게 계속 달궈서 물에 던지는 겁니다. 이렇게 던지다 보면 물이 끓게 돼 있죠.
사: 얼마나요?
맥: 팔팔 끓을 때까지요. 블록버스터 정신을 모르시는군. 닥치는대로 쏟아 붓는거야! 물이 안 끓어? 그럼 끓을 때까지 붓는 거지! 자, 보라구. 끓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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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아, 네. 정말 장관입니다. 시청자여러분, 보이시죠? 네. 끓고 있습니다. 거의 국물이 쇳물로 보일 정도입니다. 이야, 보고만 있어도 흥분되는데요. 그런데 저 대형 토치는 뭘로 가동되는겁니까? 동력이 만만찮게 필요할텐데.
맥: 동력 하나도 필요없어요. 저 물이 끓잔아? 그럼 증기 터빈을 돌려서 토치가 가동되게 되는거죠.
사: 이상한데? 토치로 터미네이터를 달궈야 물이 끓는거 아닌가요?
맥: 그렇지. 그 토치는 물이 끓는 동력으로 움직이는거고.
사: 그럼 말이 안되잖아요. 토치에 동력이 없는데 어떻게 물이 끓...
맥: 다 돼요.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타임 패러독스 조리법이야. 원래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거지. 선배들도 다 이렇게 했어. 새삼스럽게 그런걸로 시비걸면 촌스러워요. 자, 중간에 이렇게 살짝 국자로 떠서 맛을 봐요. 어떻습니까.
사: 네... 그런데 이거 맛이 어디서 많이 보던... CG맛인데요? 한때 크게 유행했던 트랜스포머탕이랑 아주 비슷한 맛입니다그려. 감독 이름에 벌써 CG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가.
맥: 에이 이 양반이 맛을 몰라도, 그게 어디가 비슷해요. 이게 전통의 터미네이터 탕 맛이지. 어디 가서 무슨 사라코너탕 이런거 먹고 와서 딴 얘기 하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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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그게 그렇습니다. 이 T탕이 두번 우릴때까지는 진국이었거든요? 그런데 몇년 전에 어떤 듣보잡 조리장이 '세번 우려도 맛이 난다'면서 완전히 똥국을 만든 적이 있잖습니까. 그걸 보시고도 무려 네번째 재탕에 들어가신 용기가 가상합니다.
맥: 그래도 사람들은 좋아했다구.
사: 뭐 맛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좋아했을 수도 있죠. 아무튼 4탕은 어느 정도 욕먹을 각오를 하신 거 아닙니까.
맥: (입안엣소리로) 이런 사람한테 6탕까지 할 생각이라고 하면 뭐라구 할까?
사: 네? 뭐라구요?
맥: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튼 이번 4탕은 T탕 맛의 신기원이고, 이걸 통해서 그동안 T탕을 사랑해주셨던 분들이 서운하지 않게 계속 T탕 맛을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걸로 마무리...
사: 그런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또 있습니다.
맥: 또 뭐?
사: 원래 T탕의 초탕에서는 터미네이터 사골 국물 맛 말고 다른 맛도 많았거든요. 이를테면 그 콩 재료가 뭐였죠?
맥: 마이클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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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네. 그 아무튼 그런 부재료들의 맛이 감칠맛이 돌았는데, 이건 순전히 터미네이터 사골과 CG 맛이네요. 특히 박쥐 종류인 크리스찬 베일은 그 맛이 진하기로 정평이 난 재료인데, 아무리 맛이 진해도 저수지 물에 박쥐 한마리 넣고 맛이 나길 기대하면 안될 것 아닙니까.
맥: 정확하게 봤어요. 나는 부재료에 연연하는 요리사가 아니에요. 굵고 강하게! 이 음식의 주 재료는 어디까지나 희게 빛나는 터미네이터 사골과 CG란 말이에요!
사: 뭐 그렇게 우기시면 그럴싸하긴 한데, 그렇게 되고 나니 뭐가 특유의 맛인지 잘 모르겠다는 게 문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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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그럼 저기 떠 있는 샘 워딩톤이랑 문 블러드굿을 건져서 맛을 보세요. 얼마나 감동적인 맛인지. 이 기계문명과 인간미의 조화!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해!
사: 그런데 이것도 다 예전에 벌써 카메론 주방장이 다 우려먹은 맛입니다 그려. 오히려 왕년의 히트 요리 V탕에 들어갔던 마이클 아이언사이드 맛이 더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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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그럼 카메론 그 양반보고 다시 와서 끓이라고 하든가.
사: 글쎄 그럴 수만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명색이 T탕인데 식당가 손님 동원 기록에서 첫주 1위를 못했다는 것도 살짝 망신이군요.
맥: ...한국 분점에선 1등했다던데.
사: 첫주는 그렇더군요. 어디 둘쨋주에는 마더탕이랑 어떻게 되나 봅시다. 자, 오늘의 요리,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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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보면서 실컷 웃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장면들이 반복되는데도 왜 이렇게 웃기는 걸까요.

다들 아시는대로 '잘 알지도...'는 홍상수 감독이 일찌기 보여준 패턴이 그대로 재현됩니다. 특히 '생활의 발견'을 보신 분이라면 데자부 현상이 매우 심할 겁니다. 물론 이 작품만이 아니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나 '극장전'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이 그대로 재현됩니다. 남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건 어떻게 하면 극중의 여자들과 성적으로 교접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뿐이고, 어떻게 하면 이 놈보다 좀 더 우월하고 강해 보일까 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 소름끼치게 리얼한 장면들이 어떻게 웃음으로 소화되는지, 지난번 요리 포맷으로 다시 꾸며 봤습니다. 아, 이 '오늘의 요리' 스타일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영화를 보시고 읽어 보시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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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김태우 통으로 한 개. 고현정 소스, 엄지원 소스, 공형진 800g, 하정우 200g. 유준상 두 큰술, 정유미 1공기. 뒤켠에서 뜯어온 풀. 잔디도 가능. 실수해서 난초 이파리를 뜯어오면 대략 곤란.
준비물: 소주 100병, 담배 100갑. 맥주 50병.

사회자: 네,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요리는 온 세계에 한국 요리를 널리 알리고 계신 요리연구가 홍상슈 선생님입니다. 특히 비싼 재료를 싸게 써서 싸구려 요리를 맛깔나게 만드는 걸로 유명하신 분이죠.
홍: (눈을 흘긴다.)
사회자: 아, 네. 죄송합니다. 제대로 소개드리겠습니다. 유수의 세계 요리 축전에서 수상해 한국 요리의 명성을 드높이신 분입니다. 한때 또 이 분의 요리는 짙은 육향으로 유명했었죠. 돼지고기는 우물에 담갔다 조리해야 제맛이라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감자를 주 재료로 했던 '강원도의 힘',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크리스탈 그릇을 써야 맛이 난다던 '오! 수정', 그리고 우연히 조리대 근처에서 발견한 재료만 써야 한다던 '생활의 발견'... 모두 살색이 제대로 돌던 요리들입니다. 이야, 지금 생각해도 침이 넘어가네요.
홍: 인사는 안해요?
사: 아, 안녕하시죠?
홍: 엎드려 절받기구만. 대체 왜 그래요? 나에 대해서 뭘 안다구 그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 까칠하게 왜 그러십니까. 에이, 삐지지 마시구요. 하하. 오늘 소개드릴 요리 제목을 그냥 한번 강조해 보신 거죠? 말씀대로 요리 제목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입니다. 지지난번에 보여주셨던 '해변의 여인'과 재료가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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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재료가 중요한게 아녜요.
사: 네. 하긴 그렇습니다. 사실 한우 중에서도 김태는 워낙 육질이 좋아서 뭘 해도 맛이 나죠. 얼핏 보면 좀 뻣뻣한 듯 하고 싱거운 듯도 하지만 알고 보면 제맛이거든요. 생각해보면 다른 요리연구가 분들도 육향 짙은 음식에 이 김태우를 사용하더군요. 그 뭐더라, 짙은 김혜를 보글보글 끓이다가 김태우를 넣고 푹 고은...
홍: 얼굴없는 미녀탕.
사: 아, 네. 그겁니다. 드셔 보셨나요?
홍: 전 남의 요리 맛 잘 안 봐요.
사: 그러시군요! 네. 하긴 천재시니까. 아무튼 김태우를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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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에도 몇번 해 봤지만, 역시 김태우는 잘게 채쳐야 제맛입니다.
사: 그렇죠.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방식입니다.
홍: 그리고 주의할 건 요리가 정확하게 절반으로, 데칼코마니 형태를 이뤄야 한다는 거죠.
사: 네. 그렇군요. 김태우를 크게 썰어서 접시 가운데 놓고...
홍: 그 전에 숙성을 시켜야죠.
사: 뭘로 합니까?
홍: 소주랑 맥주에 담가요. 꽤 담가서 소맥에 절여졌다 싶으면 담배 연기로 훈제.
사: 왠지 요리하는 광경만 봐도 속이 좀 쓰려옵니다.
홍: 내 음식 처음 봐요? 소주랑 담배연기 빼면 음식이 안 되는데.
사: 알겠습니다. 아무튼 자, 숙성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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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숙성 끝났으면 튀겨요.
사: 튀기니까 꽤 커지는군요? 푸짐해 보이네요.
홍: 자, 이렇게 접시에 담고, 중요한건 아까도 말했지만 좌우 대칭.
사: 그렇군요. 왼쪽에는 엄지원 소스, 오른쪽에는 고현정 소스.... 어째 고현정 소스 쪽은 소나무 냄새도 나는 것이 맛이 더 진한데요.
홍: 농도는 같아요. 뭘 안다구 그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 (참는다) 재료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남은 재료들은 어떻게...?
홍: 뭐, 나머지 재료들은 큰 의미는 없어요. 하정우는 으로 큼직하게 썰어서 후라이팬에 볶으면 되고, 공형진은 좀 진을 짜내면 되고, 정유미는 그걸로 찰밥을 하면 되고... 요리가 끝나면 유준상에 올려 놓고 먹으면 되겠군요.
사: 그런데 듣고 보니 전부 말장난 같군요?
홍: 제법입니다. 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치곤 제법이군요.
사: 자꾸 그러시면 불쾌합니다. 저도 감정이 있습니다.
홍: 감정! 그거 정말 중요해요. 감정이 없으면 요리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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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이 음식에 들어가는 감정은 어떤 겁니까?
홍: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느끼는 감정. 수컷의 감정. 그래서... 직접 맛을 보세요.
사: 네. 맛은 아주 좋은데 먹어도 먹어도 허전하네요. 뻥튀기 맛입니다.
홍: 정확해요! 이제 보니 맹탕은 아니군요. 이 요리의 주제는 수컷들의 허장성세에 대한 비판이죠. 뭘 하려고 해도 서로 더 커보이려고 하고, 그런데 그 속은 이 튀김처럼 공허하죠.
사: 그런데 이 공허한 튀김 요리는 전에도 계속 만들어 오시던 것 아닙니까. 좌우대칭도 그렇고... 뭐 하나 새로운게 없는데요? 대체 이런 요리는 왜 만드는 겁니까?
홍: 그런 유치한 식견으로 요리 프로 진행을 해도 되는 건가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 에잇 정말. 유치해서 더 이상 못 보겠네. 다음부터 만나지 맙시다. 그리고 다음에 내가 한 얘기로 요리 설명하는데 써먹지 말아요!
홍: 당신이 이 요리의 맛을 모른다면 그건 인생을 모르는 거에요. 인생을 알면 알수록 이 요리의 진미가 느껴진다구.
사: 인생을 살아본 사람 중에도 댁의 요리 싫어하는 사람 많다구요.
홍: 물론이지. 왜 그런지 알아요? 그건 자기 살을 씹는 기분이기 때문에 그런 거야. 음식을 먹을 땐 음식의 재료와 자신을 떼놔야 하는 법이거든. 개고기 못 먹는 사람들은 개에 대한 애착을 못 버려서 그런 것처럼. 마찬가지로 자기 살 씹는 느낌인데 요리 맛이 나겠어.
사: ...듣고 보니 제법 그럴듯한데요?
홍:  그럴듯하긴 뭐가 그럴듯해? 이게 다 사기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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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놓고 해석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해석이란 대개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을 현실의 언어로 푸는 걸 말하는데, 더 이상 리얼할 수 없는 영상을 보면서 그걸 해석이라는 빌미로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가끔 어려운 심리학 용어까지 등장시켜가면서 말이죠.

등장하는 인물들의 비열한 야심을 비웃고, 낄낄거리고 웃다 나오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본 값는 다 하는 셈입니다. 아, 물론 몇몇 작품들은 안 그런 부분이 있죠. 그래서 저는 '생활의 발견' '오 수정' '해변의 여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순으로 홍감독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도 그 계열에 서 있는 것 같군요.

아무튼 이 영화에서 최고의 선택은 제목입니다. 뭐라 말하건, 어떤 상황이건 써먹을 수 있는 말입니다. 저라고 이런 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죠. '뭘 안다고 이렇게 주절거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요리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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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일 겁니다. 만들 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뒀다는 말처럼 장면 전환이나 사건의 연결은 상당히 영화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무슨 사건이든 댄 브라운의 작품은 일단 수수께끼를 풀 때 필요한 역사적인 근거나 당위성을 독자/관객에게 말로 설명해 줘야 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 1분 1초가 아까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도 랭던 교수는 누구에게든 옆에 있는 사람에게 현재 상황의 의미를 전문다답게 해설해줘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상으로는 자연히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딛고 만든 '천사와 악마'는 '다빈치 코드'에 비해 훨씬 개선된 오락 대작입니다. 일단 그런 말로 하는 설명이 꽤 줄어들었고, 액션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바티칸의 찬란한 유적이 볼거리를 제공해주니 금상첨화더군요.

론 하워드는 이번에도 톰 행크스와 음악의 한스 짐머,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 작가로 꼽히는 아키바 골즈만의 도움을 받아 아주 무난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언제까지 버틸지는 모르지만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리뷰를 그냥 쓰자니 좀 심심해서 스타일을 바꿔 봤습니다.

오늘의 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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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댄 브라운 소스 한 병, 톰 행크스 통으로 한개, 이완 맥그리거 2/3개, 스텔란 스카스가드 300g, 아민 뮬러 스탈 100g, 아키바 골즈만 적당량(조미료.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함), 아예렛 주어 약간(없을 때에는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크리스티나로 대체 가능)
준비물: 바티칸 관광 기념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큰 접시. 각각 물, 불, 공기, 흙이라고 써 있는 인두 네 개, 비상용 램프(영화 '쉬리'에서 썼던 폭탄 소품도 가능),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프린트. 보드카,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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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의 요리 시간입니다. 네. 오늘은 '천사와 악마'를 함께 만들어 보겠습니다. 요리연구가 론 하워드씨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시죠?
론 하워드: 아 예, 그럼요.
사: 시청자 여러분을 위해 잠시 설명 드리자면, 하워드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요리 신동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또 요리마다 독특한 이름을 붙이시죠. 그중에서도 인어 요리의 참맛 '스플래시', 불맛이 살아있는 '백드래프트', 무중력공간요리 '아폴로 13' 같은 걸로 특히 유명하십니다. 뭐 이런 요리들에 비하면 정작 요리 아카데미에서 수상하신 '뷰티풀 마인드'요리는 창의성이 좀 떨어진단 평도 들었습니다.
론: (헛기침)
사: 아, 죄송합니다. 그 요리에서도 제니퍼 코넬리 양념은 정말 최고였죠. 네. 최근에도 닉슨을 냉동시켜서 재료로 쓴 '프로스트/닉슨'의 맛은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천사와 악마'는 몇년 전에 선보이신 '다빈치 코드' 요리와 참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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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요리에 대해 모르면 말을 말라고.
사: 아니, 톰 행크스를 뭉텅 넣고 댄 브라운 소스로 지글지글 조린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때도 한스 짐머를 틀어놓고 먹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론: 그때 그건 프랑스 요리잖아요. 이건 이탈리아 요리고. 꼭 파스타가 들어가야 이탈리아 음식이란 편견을 버려요.
사: 아 그렇군요. 그럼 요리를 시작합시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뭡니까?
론: 톰 행크스를 통으로 쓰는게 중요해요. 이렇게 껍질을 벗기고, 이제부터 이걸 프로페서 랭돈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사: 랭돈...이 뭡니까?
론: 냉동 돈까스. 이 사람 정말 아는게 하나도 없군. 아무튼 '다빈치 코드' 때보다 재료를 심하게 다뤄야 합니다. 혼이 나갈 정도로 막 굴려요. 불에도 살짝 그을리고, 물에도 몇번 담갔다 빼요. 피도 좀 뽑아야 합니다. 무산소 상태에서도 처리가 필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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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아, 네. 확실히 그렇게 재료를 막 다루니까 맛이 좀 좋아진 것 같기도 해요.
론: 그렇지? 그리고 요리할 때 계속 옆에서 신부들이 기도 소리를 내는게 중요해요. 이 댄 브라운 소스는...
사: 그 댄 브라운 소스 말인데, 일각에서는 이게 움베르토 에코 소스의 싸구려 대체품이라고도 하더군요.
론: (목소리를 낮춰서) 사실 우리도 알지. 움베르토 에코 소스에 비하면 이건 소스도 아니야. 하지만 그 에코 소스는 맛이 너무 독해요. 특히 애기입맛들은 먹어도 맛을 몰라. 잘못 먹으면 굉장히 힘들어 하더라구요. 그런 걸 생각하면 댄 브라운 소스가 우리같은 싸구려 입맛엔 제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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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여기에 아키바 골즈만이라니, 참 MSG 조미료 덩어리를 만드시는군요?
론: MSG가 꼭 몸에 해로운 건 아니에요. 아무튼 이 소스랑 이 조미료를 합치면, 안성맞춤이야.
사: 뭐에 안성맞춤입니까?
론: 뭐긴 뭐야. 당연히 플래닛 할리우드에 안성맞춤이지. 그나자나 톰 행크스가 물에 푹 불었으면 이번엔 이완 맥그리거에 보드카를 뿌리고 불을 붙여요.
사: 이야, 정말 '백 드래프트'를 다시 보는 기분인데요. 그나자나 맥그리거 같은 재료는 이렇게 조미료에 뒤섞지 않아도 맛이 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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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이 음식에서 혼자 MSG를 거부하면 맛이 튀어서 안돼. 뭐 그럭저럭 잘 어울릴거야. 아이고, 좀 많이 탔네. 뭐, 그래도 괜찮아.
사: 제가 보기엔 이 부분의 처리에 당위성이 좀 부족하군요. 그런데 다른 재료들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론: 스텔란이나 아민은 모두 맛이 강한 재료들이니까 잘 씻어서 톰 행크스 위에 얹읍시다. 이렇게.
사: 어느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재료들이군요. 그럼 아에렛 주어는 어디에 쓰는 겁니까?
론: 아 그거? 그건 없어도 돼요. 습관적으로 향이 나는 재료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써 놨군. 지난번에 오드리 토투 향료를 썼다가 행크스 햄이랑 화학반응이 영 없어서 고생했지.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향료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요. 뭐 이 향초를 쓰나, '미수다'에 나오는 크리스티나를 갖다 놓으나 그게 그거야. 그냥 이탈리아 풍 향초가 들어갔다는 느낌만 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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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근데 정작 그 아에렛 향초는 이스라엘제던데... 참, 댄 브라운 소스도 지난번 요리 때와는 맛이 좀 다른데요?
론: 당연하지. 그때 그 소스를 마트에서 파는 걸 그냥 썼다가 얼마나 욕을 먹었다고. 다들 입맛은 귀신이야.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아무튼 그래서 이번엔 소스에 나만의 비결을 첨가했지.
사: 그래봐야 아키바 골즈만을 솔솔 뿌린 거겠지. 아무튼 이제 다 된 겁니까?

론: 다 됐소. 자 한입... 어때요?
사: 음.
론: 음 뭐?
사: 이야. 이 바티칸 성 피에트로 대성당 앞에 앉아서 먹으니까 맛이 기가 막합니다. 그런데 이 맛이 경치 맛인지, 음식 맛인지를 잘 모르겠군요?
론: 구별할 필요 없어요. 이 음식은 바티칸 경내에서만 팔 거니까. 밖으로 나가면 아무 의미가 없어. 이렇게 한손에 쥐고 바티칸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한스 짐머의 합창곡이 흘러나올 때 먹어야 제 맛이지.
사: 그렇군요. 그런데 이 톰 행크스 배에 찍힌 이 불도장같은 건 뭡니까? 일루...미...나티? 일루미나티가 뭐죠? 무슨 조명 회사 이름인가요?
론: (얼굴이 굳는다) 너무 궁금한게 많으면 명이 짧아져요.
사: 아 네. 오늘의 요리,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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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교황 선출 투표가 벌어지는 시스티나 예배당은 바로 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는 그 방입니다.

설마 진짜 저기서 촬영을 했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세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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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시스티나 예배당과 차이가 없습니다. 문득 20년 전 두고온 저곳이 참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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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X-33은 안 나옵니다. 아마도 제작비 탓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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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각종 블로그를 통해서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하 T4로 표기합니다)'에 대한 감회를 털어놓는 분들 중에서 1984년 12월 국내에서 개봉한 '터미네이터'를 극장에서 보신 분들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985년 1월,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아놀드 슈바제네거(당시 표기)'라는 생소한 근육질 남자의 포스터만 보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모두 기절해 자빠졌습니다. 영화가 너무나 충격적으로 재미있었기 때문이죠. 그때 처음 들어 본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이름은 이듬해 겨울, '에일리언 2'를 통해 '영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사람'이라는 인식을 굳게 해 줍니다.

사설이 길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경로나 순서로 보게 됐건 T1과 T2 를 보고 감동하고, T3에서 개실망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T4에 대한 최근 반응은 대부분 "T3가 수렁에 빠뜨린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구원이 될 만한 작품'이라는 것이더군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지금, 그런 평가에 찬성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주의: 이하의 글은 지금까지의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다 보지 않았거나, 이 시리즈에 별다른 애착이 없는 분들은 안 보시는게 나을 듯 합니다. 괜히 골치만 아플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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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 미국 텍사스의 한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사형수 마커스 라이트(샘 워딩턴)는 한 여의사(헬레나 본햄 카터)로부터 시신 기증 제의를 받고 수락합니다. 물론 사형이 집행되죠. 그리고서 2018년, 그는 자신이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도 모른 채 인간들과 기계들의 전쟁이 한창인 아수라장 속에서 깨어납니다.

이미 저항군의 주요 인사가 되어 있던 존 코너(크리스찬 베일)는 어머니가 남긴 유훈에 따라 어딘가에 있을 '아버지' 카일 리스(안톤 옐친)를 구해야 한다는 상념에 젖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인류의 저항군 사령부는 기계들과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놀라운 신기술을 얻는 데 성공합니다.

T4는, 당연한 얘기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의 역할을 할 운명을 띠고 이 세상에 태어난 작품입니다. 물론 시간상으로는 현재까지 나온 시리즈 가운데 가장 뒤의 시점을 그리고 있지만, 워낙 시간 여행을 전제로 하고 있는 작품인 만큼 T1의 원인을 제공할 사건들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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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해 시간표를 잠시 인용합니다.


1984. 5. 12. 사라 코너를 구하기 위해 카일 리스, 미래에서 와 T-800과 혈전 (T1)
1985. 2. 28. 존 코너 출생 (T1과 T2 사이)
1995. 6. 8. 스카이넷, T-1000을 파견. 저항군은 T-800을 보냄 (T2)
1997. 8. 29. 예정됐던 인류 절멸의 날. 그러나 T2의 결과로 사라짐
2004. 7. 24. 스카이넷, T-X를 보내 존 코너와 미래의 아내 케이트를 죽이려 시도. (T3)
2004. 7. 25. 스카이넷의 자각으로 기계의 반란 발생. 저지먼트 데이.
2018.          존 코너, 마침내 소년 카일 리스를 만나다. (T4)
2028.          존 코너, 저항군 사령관으로 열심히 스카이넷과 전투중 (T2의 한 장면)
2029.          (아마도) 저항군 최후의 승리, 존 코너가 카일 리스를 과거로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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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의 도입부. 많은 팬들의 머리 속에 잊혀지지 않는 영상이 등장합니다.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래의 어느 시점, 누드 상태의 터미네이터가 인간의 해골을 밟아 부스러뜨리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많은 감독들에게 영감을 줬고, 미래 시점에서 인간과 기계가 싸우는 처절한 대전쟁 드라마는 누구라도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되어 버리죠.

하지만 카메론이 T2에서 코너 모자가 T-800의 도움으로 사이버다인 사옥을 날려 버림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저지먼트 데이, 즉 핵전쟁의 날은 오지 않게 됩니다. 영화사들인 아무리 인간과 기계의 미래전쟁을 그리고 싶어도 그 상태로는 이야기가 이어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T3의 존재 이유는 그 자체가 아니라(비록 바보같은 속편이라고 온갖 욕을 다 먹더라도), 본격적인 미래 전쟁 이야기가 펼쳐질 T4를 위한 희생타였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시리즈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를 생각하면, T3는 물론이고 T4 역시 아니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터미네이터'의 세계는 과거와 미래가 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단선적 세계입니다. '백 투더 퓨처'와 마찬가지로 과거가 변하면 미래가 바로 변해 버리죠. 이 세계에는 다차원 우주관 같은 것이 끼어들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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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깊이 파헤칠수록 문제가 생깁니다. 이번 T4를 보면 스카이넷은 2018년 이미 존 코너와 카일 리스의 비밀을 알고 있고, 이들을 처단해서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다만 아직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시간여행 기술을 갖지 못한 상태죠.

그럼 왜 스카이넷은 - 대체 언제 시간여행 기술을 개발했는지는 모르지만 - 단 세 차례, 그것도 각각 한 시대에 한명씩의 터미네이터만을 보내 어설픈 암살 시도를 한 것일까요. 시간여행 기술을 개발하자마자 인류 저항군에게 박살이 났고, 시간이 없어서 세 번만 보낸 것일까요? 그 세번도 한 시대에 전부 몰아서 보냈다면 효과가 더 확실했을 것을, 굳이 세 시대에 분산시켜 보낸 이유는 또 뭘까요? 점점 얘기가 어설퍼지지 않습니까?

게다가 2018년을 무대로 한 T4에서 이미 아놀드의 얼굴을 한 T-800 모델이 등장합니다. 스카이넷이 과거로 자객을 보내는 2029년에 이 모델은 이미 개발 10년이 넘은 구닥다리 모델인 셈이죠. 그렇다면 살해 시도를 할 때,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았을 1984년(이후의 시도는 사라 코너가 '미래에서 언제 터미네이터가 올지 모른다'고 경계하기 때문에 점점 성공 가능성이 떨어집니다)에 가장 성능이 떨어지는 T-800을 보내고, 최강의 T-X는 엉뚱하게도 가장 뒤 시간대로 보내는 이유는 뭘까요. 또 1984년에 암살에 실패했다면 그 다음에는 1983년, 1982년으로 보다 앞선 시대로 보내는 게 당연한 생각 아닐까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합니다. T3가 관객들로부터 불평을 들은 것은 영화의 만듦새가 워낙 허술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지 못하고 T1과 T2에서 이미 다 써먹은 세계관과 스타일을 별 고민 없이 덧씌워 쓰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T3 제작진은 엉뚱하게도 바보같은 설정을 덧 씌워 이후의 속편 제작진에게 짐을 실컷 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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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존 코너의 아내 케이트죠.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가 "둘이 부부다"라고 선언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별 로맨스도 없이 그냥 커플이 돼 버립니다. 심지어 존 코너의 죽음과 케이트가 할 일까지 예언(?)을 해 버리죠. 그 바람에 어떤 속편을 만들건, 존 코너는 이미 꽉 잡힌 유부남이 되어 있어 어떤 로맨스도 불가능합니다.

또 이런 바보 짓들 때문에 T4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미래 사회에서 존 코너는 승리하는 직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을 것이고, 카일 리스 역시 1984년으로 가는 동시에 죽을 것이고, 앞으로 나올 일은 없지만 사라 코너 역시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쓸쓸히 죽을 겁니다. 한마디로 주인공들이 일시적으로 승리를 거둘 지 모르지만 모두 비극적인 운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운명이 다 정해져 버리고 나면 영화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어차피 다 비참하게 죽을 거 아는데 뭘 저렇게 열심히 싸우고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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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각한 문제는 존 코너의 역할에도 있습니다. 저항군을 이끄는 존 코너는 2018년, T4의 시점에서 10년 이상 더 싸워야 합니다. 혹시라도 그 전에 기계군단을 파멸시킬 기회가 생겨도, 존 코너는 그 이전에 최후의 승리를 거두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스카이넷이 시간여행 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전쟁이 끝나버리면 존 코너는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못 하신 분들: 그의 아버지 카일 리스가 사라 코너를 만날 방법이 사라지면 그는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죠.) 그러니까 이길 기회가 있어도, 최소한 10년 이상은 질질 끌면서 싸워야 합니다. 아, 물론 그 전에 져서 전사해도 안되니까 존 코너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결론은, 이렇게 파면 팔수록 허점이 나오는 이야기를 굳이 4편, 5편(아마도 나오고 말 것 같습니다)까지 끌고 가면서 이야기를 질질 끌어 T1과 T2가 보여준 전설적인 완성도에 자꾸만 흠집을 낼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보면 볼수록 과거의 영광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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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베일의 연기야 뭐 당연히 흠잡을 데가 없고, T2에 나오는 존 코너의 얼굴 상처까지 세심하게 재현한 맥G 감독도 할만큼 했습니다. 게다가 맥G 감독과 미술팀이 만들어 낸 다양한 종류의 미래 기계군단의 병기들은 참 찬탄을 자아냅니다. 플롯에서 자꾸만 발생하는 문제들을 볼거리로 덮는 데에 꽤나 성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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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배우들도 칭찬할 만 합니다. 마커스 역의 샘 워딩턴은 짧은 등장이 아쉬울 정도의 호연이었고, 문 블러드굿도 훌륭했습니다(화보로 볼 때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니 왜 자꾸 박정아의 얼굴이 오버랩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액션 연출은 찬사를 아니 보낼 수가 없더군요.

특히나 안톤 옐친은 '스타 트렉'과 전혀 다른 모습이라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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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3에 이어 이 영화 역시 아니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T4가 '인간의 심장과 기계의 몸을 가진' 마커스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고들 하는데, 아니, 깨놓고 얘기해서 이미 10여년 전에 나온 T2에서 인간의 흔적이라곤 껍데기밖에 없는 T-800이 벌써 인간성의 요체를 깨닫고 어린 존 코너의 아버지 흉내까지 냈는데 이제 와서 인간과 기계의 구분 운운 하는 건 무슨 진눈깨비 오는데 매미 우는 소리란 말입니까. 어처구니없는 얘기일 뿐입니다.

뭐 이렇게 얘기를 해도 보실 분들은 당연히 다 보셔야겠죠. 네. 영화가 그 자체로 재미 없는 편은 아닙니다. 다만 보면 볼수록 '이 시리즈는 결국 막장으로 치닫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게 됩니다. 좋은 시리즈를 한창 좋을 때 끝낼 수 없다는 점, 그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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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를 거쳐 국내에서 처음 시사회를 가진 '마더'를 드디어 보게 됐습니다. 상영 개시 시간은 20일 오후 4시30분이었지만 어찌나 사람이 많이 왔는지 5시가 넘어서야 영화가 시작되더군요. 물론 그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만한 영화였습니다.

개략적인 스토리는 이미 꽤 알려졌습니다. 한 시골 읍내에서 약재상을 하는 어머니(김혜자)는 좀 모자란 아들 도준(원빈)을 데리고 혼자 살아갑니다. 어느날 동네에서 여고생이 잔혹하게 살해되고, 도준이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상황은 별 의심의 여지 없이 도준이 진범이라는 주장을 확인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어머니는 혼자 애를 태웁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얼떨떨한 도준에게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라고 촉구하고, 한편으로는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단서를 찾아 다닌 끝에 어머니는 뭔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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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대략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인 '살인의 추억'과의 유사점입니다. 어느 지방 소읍에서 생긴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고, 살인사건에 그리 익숙지 않은 시골 형사들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벌입니다. 그리고 용의자로 몰린 도준의 모습에서는 아무래도 '살인의 추억'의 백광호가 떠오르죠.

박노식이 연기한 백광호가 누군지 모르시겠다구요. '향숙이'라고 해야 아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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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빈이라는 당대의 미남 스타가 연기해서 그렇지, 이 영화에서의 도준은 딱 "향숙이 예쁘다"라는 대사가 입에서 나오는 게 정상일 모습입니다.)

이런 의도적인 유사성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제대로 설명된 적이 없습니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다수 관객들이 '살인의 추억'을 봤다고 가정하면 많은 부분을 생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마더'에서는 도준이 체포된 뒤의 신문 과정이나 수사 과정, 현장 검증 등이 하이라이트처럼 지나갑니다. 그 과정이 대략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살인의 추억'을 본 관객이라면 안 봐도 본 듯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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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부는 약간 느슨합니다. 도준과 좀 못된 친구 진태(진구), 그리고 도준 어머니를 그냥 '어머니'라고 부르는 형사 제문(윤제문)의 관계를 설명하고 설정하는 데 좀 긴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죠.

마침내 사건이 벌어져도 관객의 궁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다시 봉준호 감독의 칼끝은 급소를 한방에 찌르지 않고 슬슬 변죽을 울리죠. 마침내 어머니가 사건 해결에 발벗고 나설 때부터 영화는 박진감있게 성큼성큼 진행되지만, 그 전까지의 진행에는 전에 없던 군더더기가 몇군데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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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일단 다른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 잘라 말하면 김혜자 여사의 연기를 빼놓고 도저히 얘기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이 배우에 대해 대다수 한국 관객들이 갖고 있는 인상은 때로는 인자하고 정 많은, 때로는 지치고 피곤한 어머니의 모습일 겁니다. 그런 그가 이번엔 '무제한의 사랑에서 오는 광기'를 연기합니다.

아마 누구도 김혜자라는 배우의 눈에서 이렇게 이글이글 타오르는 광기를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마더'라는 영화는 세상에 나올 가치가 있었다고 얘기할 만 합니다.

영화는 김혜자의 1인무(춤)로 시작해 역시 춤추는 김혜자에게서 끝납니다. 두 춤 모두 아주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슴에 사무치는 무언가(無言歌)를 느끼게 합니다. 과연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 도대체 모자간이란 어떤 사이길래 어머니를 이런 광기 어린 모습으로 이끌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이 영원히 안고 갈 것으로 보이는 80년대 운동권 문화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당시 한국 운동권에서 가장 강력한 투쟁력을 갖고 있는 단체는 바로 민가협(民家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였습니다. 네. 바로 구속-수감된 양심수들의 어머니들이 주축이 된 단체였죠. 그 위력이 어땠을 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어쩐지 이 영화에서도 그 시절의 느낌이 묻어난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김혜자가 연기하는 압도적인 어머니 상 때문에 이 영화는 교향곡이 아니라 김혜자 한 사람과 영화의 나머지 모든 요소가 협연하는 협주곡처럼 보입니다. 원빈과 진구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영화에서는 굳이 뭘 한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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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의 두 히트작,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 비해 '마더'는 좀 다른 느낌을 갖게 합니다. '살인의 추억'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두 형사의 고생담을 통해 80년대라는 시대의 한국을 담아냈습니다. '괴물' 역시 괴물 사냥이라는 소재를 통해 한미관계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풀어낸 영화였죠. 두 영화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 사이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고, 그만큼 영화는 풍부한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마니아들은 그런 상징의 의미 찾기로 숨바꼭질을 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었죠.

하지만 '마더'는 이 두 편의 영화에 비해 훨씬 직설적입니다. 더 이상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감추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골프장과 골프 클럽의 등장이나, 술자리에서 어머니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공 변호사의 장광설은 사실 지금까지의 봉준호 감독이 보여준 '은근한 비판'과는 좀 다른 방법입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만은 너무 노골적이고, 그런 의미에서 과연 영화의 진행상 저 장면이 꼭 필요할까 싶은 장면들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만듦새를 하나 하나 뜯어보자면 참 우아하고 날렵합니다. 대가의 솜씨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살인의 추억'과 비교해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보고 있으면 송강호의 공백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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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이 관객들을 상대로 막강한 위력을 뽐낸 데에는 두 가지 무기가 주효했습니다. 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의 긴박감과 수시로 터지는 어둡지만 효과적인 유머였죠. 하지만 이번 '마더'에서는 무겁게 침잠한 분위기에서 관객들을 쉴새없이 긴장하게 만드는 송강호 특유의 유머를 대신 날려 줄 배우가 없다는 점이 아쉽기만 합니다. 윤제문은 '비열한 거리' 이후 최강의 연기력을 갖춘 조연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머리 위에 드리운 송강호의 그림자가 너무 무겁게 느껴집니다.

봉준호 감독에게 매번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라면 그것도 꽤 욕심일 듯 합니다만, '마더'는 놀라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추억'에서 관객들이 느꼈던 아찔한 충격을 다시 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 등을 통해 관객의 눈도 한참 높아진 탓일 겁니다. 과연 이 부분이 관객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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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벌써 꽤 길어졌습니다. 영화의 세세한 부분에 대한 글은 몇번 더 우려먹을 것이 있을 듯 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보란 말이냐 말란 말이냐는 질문을 하신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그래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영화 보는 사람'이라고 어디 가서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두번 보는 건 선택이겠습니다만.]

네. 얼른 보시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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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 극찬을 날렸습니다. 이어지는 분위기가 너무나 뜨겁습니다. 칸에서 열린 '박쥐' 상영 때에는 온 관객이 10분간 기립박수를 쳤다는군요. 심지어 타임의 평론가 리처드 콜리스는 "마지막날 뭔가 상을 타고 말 것"이라고 단언했을 정도입니다.

솔직히 말해 이번 칸 영화에제 공식 초청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초청은 됐지만 수상이야...'하는 게 국내의 중론이었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는 워낙 화려한 감독들이 총출동한 분위기라서 무슨 상이든 받는다는게 그리 쉬워 보이지 않더군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런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주목이라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5일자 '타임'에 실린 '박쥐' 리뷰입니다. 글에서도 흥분이 느껴집니다. 당연히 링크를 하면 안 보실 분들이 대부분일테니 그냥 전문을 옮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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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st: A Priest Becomes a Vampire
http://www.time.com/time/specials/packages/article/0,28804,1898196_1898204_1898882,00.html


러브 스토리를 고를 거라면 기왕이면 미친 러브 스토리를 골라라. 키워드는 이렇다: 환락, 고통, 그리고 온갖 종류의 체액(주로 피). 박찬욱은 DVD 전문가들에겐 '복수 3부작'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며 감성적 폭력물의 숙달된 대가다. 그는 요즘 한창 뜨고 있고, 그리 기괴하지는 않은 한국산 심리 액션 영화 장르의 핵심 인물이다. 그리고 '박쥐'는 - '신부가 뱀파이어가 된다'는 아주 매혹적인 한 줄의 광고 문구와 더불어 - 박찬욱의 작품 중 가장 풍성하고, 가장 미친 듯 하고,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성숙한 영화다.

If you're going to do a love story, make it a mad love story. Get down into the essentials: ecstasy, pain and all the bodily fluids, especially blood. Park Chan-wook, best known to DVD connoisseurs for his Vengeance trilogy, is a past master of emotional violence. He's the soul of South Korea's vigorous, not to say kinky, psychological action movies. And Thirst — with its irresistible one-line sales pitch: a priest becomes a vampire — is his richest, craziest, most mature work yet.

신부 상현(한국의 슈퍼스타 송강호가 연기하는)은 친절하면서도 깨인 천주교 사제다. 그는 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마지막 기도를 낭송해주며, 한 고민하는 간호사의 고해성사에서 속죄를 위해 성모송을 20회 외우고, 햇볕을 쬐며 산책을 하고, 항우울제를 먹어 보라고 권하는 사람이다. 그는 또 심각한 채찍질 고행자여서 솟구치는 성적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허벅지를 내리친다(박찬욱의 '올드보이' 역시 좀 도가 지나친 자해행위를 자랑한 바 있다). 그는 고행을 통해 온 세계를 구원하려는 예수 그리스도적인 욕망을 갖고 있다, 그 소명은 그로 하여금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의학 실험으로 이끈다. 그 실험을 받은 다른 모든 사람은 죽었다.

Father Sang-hyun (Korean superstar Song Kang-ho) is a Catholic priest who's both caring and modern. He intones the last rites over terminally ill patients at the local hospital, and in confession he gives one troubled nurse the penance of 20 Hail Marys, a walk in the sun and a recommendation to take antidepressants. He is also a serious flagellant, whipping his thighs in mortification to suppress sexual urges. (Park's Oldboy also boasted more than its share of self-mutilation.) He has a Christ-like desire to save the world through suffering, and that vocation leads him into a medical experiment with dire effects: everyone else who's undergone it has died. (See pictures of the Cannes 2009 Red Carpet.)

그 실험 - 도대체 말이 안되지만 상관없다. 이건 공포영화니까 - 을 통해 혼자 살아남은 바람에 그는 소수의 신도 집단으로부터 모든 병증을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 믿음은 상현의 허약한 학교 동창생 강우(신하균)의 희망이기도 하다. 강우는 괄괄한 성격의 엄마(김해숙),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고 음울한 젊은 아내 태주(김옥빈)와 함께 살고 있다. 가족이 몰랐던 것은 그 훌륭한 신부가 실험 참여로 사소한 부작용-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겪었다는 점이었다. 그런 상황으로 인해 그는 가로등을 구부러뜨리고, 높은 담 위를 오르는 등의 장점도 얻지만, 이런 모든 장점은 단점에 비해 별 소용이 없다. 그에게 필요한 식량은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아무도 모르게 병원으로 침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신부복을 입은 한 남자가 바닥에 누워 환자의 링거 호스를 통해 피를 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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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xperiment — makes no sense, doesn't matter, this is a horror movie — is one he somehow survives, making him a figure of veneration to a small cult believing he can cure all ailments. That's the hope of Father Hyun's feeble school chum Kang-woo (Shin Ha-kyun), who lives with his termagant mom (Kim Hae-sook) and his strangely silent, sullen young wife Tae-ju (Kim Ok-vin). What the family doesn't know is that the good father has picked up a little side effect of the experiment: vampirism. The condition's benefits — he can bend lampposts, scale high walls — don't always outweighs its liabilities. The food supply he needs is hard to find in the local market. So, as you walk unawares into a hospital room, you might find a man in a collar and cassock supine on the floor, sucking the blood from a patient's IV bottle.

태주야말로 이 동정의 뱀파이어에게 딱 맞는 바로 그 여인이란 점이 드러난다. 성적 긴장감이 팽배한 한 긴 신에서, 그녀는 상현에게 키스하며 거의 그를 유혹에 빠뜨린다: 반면 그는 그녀의 매력과 그의 탐욕스러운 새로운 본성을 알아차리고, 두 남녀는 합방에 이른다. 이 관계로 인한 과도한 황홀경(ecstatic excess)은 영화의 후반부를 결정짓는다. 신성하기도 하면서 미치기도 한 이들의 사랑은 상징적이다. 그리고 영화는 - 이 영화의 프랑스어 제목은 성찬식때 사제의 말을 연상시키는 '이것은 나의 피'다 - 그들과 함께 미쳐간다. 캐릭터들의 강박관념을 혼합시키며, 장르상의 구속을 여지없이 풀어 버리며, 관객들에게 미친 것이 영화인지, 아니면 관객들 자신인지를 묻는 이 작품을 보는 것은 꽤나 해방감을 준다. 올해 하반기에 미국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사람들을 위한 우리의 조언은 "'박쥐'가 미친듯이 달릴 때 당신도 같이 미치라"는 것이다.

Turns out that Tae-ju is just the woman for this virgin vampire. In one long scene of sexual tension, she kisses Hyun and nearly seduces him; in another, he acknowledges both her attractiveness and his rapacious new nature and they consummate their relationship, one whose ecstatic excess will define the rest of the film. Their love is both sacred and insane: sacra-Mental. And the movie — whose French title translates as the liturgically evocative "This Is My Blood" — goes mad with them. It's liberating to watch a film that melds with the obsessions of its characters, that strips the moorings from genre expectations and leaves viewers asking whether the film has lost its mind or they have. Our advice to those who see Thirst in its U.S. release later this year: when Thirst goes nuts, go with it. (See the top 10 Cannes Film Festival movies of al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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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쉬리', '반칙왕',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과 박찬욱의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등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알리는 수많은 영화들에 출연했다. 이 배우는 트레이드마크인 둔감함(stolidity)을 통해 포복절도할 코미디에서 맹렬한 마초 역할에 이르기까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어울려 왔으며, 자신의 몸에 침투한 충동과 싸우는 신부 상현의 금욕적인 투쟁을 연기하는 데 있어 매우 적절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의외의 발견은 바로 22세의 아름다운 김옥빈이다. 그녀는 침묵으로 순종하며, 그리고는 열정을 추구하고, 그리고는 폭발하는 에로티시즘을 보여주는 태주라는 인물을 훌륭하게 연기한다 - 아니, 아예 그 인물 자체다. 그녀는 채털리 부인과 맥베스 부인이 하나의 우아하고 가슴에 사무치는 형태로 결합한 것 같다.

Song Kang-ho has starred in many of the films that mark the Korean renaissance: Shiri, The Foul King, Memories of Murder, The Host, Secret Sunshine and Park's Joint Security Area, Sympathy for Mr. Vengeance and Lady Vengeance. The actor's trademark stolidity, which lends itself equally well to deadpan comedy and high-voltage macho roles, is a suitable vessel for Father Hyun's stoic battle against the impulses that have invaded his system. But it's the lovely Kim, just 22, who is the revelation here. She can play — no, she can be — a creature of mute docility, then searching ardor, then explosive eroticism, then murderous intent. She is Lady Chatterley and Lady Macbeth in one gorgeous, smoldering package.

빌리 와일더의 '이중배상(Double Indemnity)'과 올리버 스톤의 '내추럴 본 킬러'의 플롯 요소에다 프란시스 코폴라가 '드라큘라'에서 보여준 농익은 관능을 더한 이 영화는 이번 칸 영화제의 평론가들에게 놀라운 기쁨으로 충격을 주었다. 마치 그들이 (역주:뱀파이어에게)달콤하고 육감적인 목 물림을 당한 듯이 말이다. 이 영화가 폐막식 날 뭔가 중요한 수상을 할 것임은 거의 보장돼 있다. 박찬욱의 '올드보이'는 지난 2004년 칸 영화제에서 2등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그 우수성으로 볼 때 '박쥐'는 그보다 더 큰 상을 받을 만 하다. (끝)

Blending plot elements of Double Indemnity and Natural Born Killers with the ripe sensuality of Francis Coppola's take on Dracula, the film has made festival critics sit up in startled pleasure, as if they'd just received the most luscious neck-bite. It's almost guaranteed to get an important citation on closing night. Park's Oldboy won the Grand Jury Prize, the second-place award here at Cannes, in 2004. On its merits, Thirst should do bette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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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너무 심한 격찬(?)이라 오히려 뭐가 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글을 쓴 리처드 콜리스(Richard Corliss)는 이번 영화제에 대해 타임에 기고한 다른 글, 'Cannes 2009: Great — or the Greatest — Festival?'에서 수많은 거장들과 명배우들의 등장으로 이번 칸 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축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인물입니다. 그 자신이 밝히고 있듯 '이번이 칸 영화제만 36번째 방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베테랑 평론가의 말이니 감히 누가 토를 달 수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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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는 이번 61번째. 그 절반 이상을 참여했다는 얘기군요. 이 글은 아내이며 역시 평론가인 메리 콜리스와 함께 쓴 것으로 되어 있는데, 'For two TIME.com critics, this is our 36th festival on the Cote d'Azur.'라고 되어 있으니 어쩌면 36회에서 몇번쯤 빠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후덜덜한 숫자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2009 칸 영화제에 대한 개괄 형식인 이 글은 http://www.time.com/time/arts/article/0,8599,1897891,00.html)

아무튼 콜리스는 그 글에서도 박찬욱, 미하엘 하네케, 마르코 벨로키오, 알랭 레네를 이번 칸을 빛내는 선두 거장들로 꼽고 있습니다. 이들 넷을 가장 먼저 꼽은 다음에야 이안, 샘 레이미, 페드로 알모도바르, 퀜틴 타란티노와 제인 캠피언을 꼽을 정도로 우리의 박찬욱 선생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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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올드보이' 때의 이 영광이 재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불과 5년 전인데 당시만 해도 박찬욱 감독이 이상할 정도로 어려 보이는군요.^^

일전에 썼던 '박쥐'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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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의 홍보 영상을 우연히 TV에서 봤습니다. 보고 나온 사람들이 무슨 질문엔가 '에? 정말요?'하고 반문하는 광경이 나오더군요. 뭘 물어봤는지는 좀 나중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상영 시간이 126분(2시간 6분)이란 걸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이었죠.

'그렇게 긴 줄 몰랐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잇달아 나오는 걸 보면서 참 괜찮은 홍보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영화가 길지 않게 느껴진다는 건 그만치 흥미진진하다는 얘기니까요.

그러고 나서 직접 영화를 봤는데 놀랍게도 그 홍보 영상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마도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가운데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 영화는 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롤러코스터의 속도감과 적절한 유머가 '어, 벌써 끝이야?' 하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원작? 몰라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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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트렉'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은 없어도, 그런 드라마가 있었다는 걸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1966년 9월8일부터 미국 NBC TV에서 방송되기 시작한 스타트렉은 우주 공간을 무대로 한 최초이자 최고의 드라마로 공전의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 첫번째 시리즈(T.O.S, 즉 오리지널 시리즈라고 불립니다)는 4년만에 막을 내렸지만 그 뒤로 40년에 걸쳐 수많은 속편과 외전, 그리고 11편의 극장용 영화가 만들어지는 등 외형상으로 볼 때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즈'를 능가하는 최고의 인기 우주 모험담으로 자리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인기를 모았다고 해 봐야 남의 나라 얘기긴 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국내에서 더빙 버전으로 이 드라마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AFKN 혹은 AFN은 수시로 이 시리즈를 다시 방송하곤 했지만 말입니다. 1970년대며 80년대에도 윌리엄 섀트너가 연기하는 커크 선장과, 레너드 니모이가 귀 뾰족한 스팍(스포크) 부함장으로 나오는 오리지널 시리즈는 계속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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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다시 패트릭 스튜어트가 피카드 함장으로 나오는 후속 시리즈, 또 그 뒤의 후속 시리즈가 줄줄이 나왔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시리즈의 상징은 바로 스포크 부함장이었죠. 레너드 니모이가 이 역할을 한 건 오리지널 시리즈의 4년 정도 뿐이었지만, 그 여파가 어찌나 강했던지, 일상 생활에서도 그를 외계인이라고 착각(?)하는 팬들 때문에 상당한 곤란을 겪을 지경이었다고 하는군요. 오죽하면 그의 자서전 제목이 '나는 스포크가 아니다'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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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귀 하나 떼고 본다 해도 사실 지구인같지 않은 얼굴.>

아무튼 '스타 트렉'의 장구한 역사에 대해서는 저는 말할 자격도 없고, 지금부터 연구할 기력도 없으니 이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물론 이 정도도 몰라도, 영화를 보고 즐기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드라마 '로스트'와 영화 '미션 임파서블 3'를 통해 액션 블록버스터의 총아로 떠오른 J.J 에이브람스는 이 너무도 유명한 '스타 트렉'이야기를 가지고 누구도 해 보지 않은 일에 도전합니다. 바로 오리지널 시리즈 주인공들의 젊은 날, 즉 이들이 첫번째 시리즈에서 모험을 펼치기 전 신출내기일 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을 품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스타 트렉 오리지널 시리즈의 프리퀄인 셈이죠.

이 용어보다는 리부트(Reboot)라는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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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원작보다 세월이 흐른 뒤에 나오는 프리퀄에는 몇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양들의 침묵'보다 11년 뒤에 나온 '레드 드래곤' 처럼, 오히려 시간상으로는 앞의 시대를 다루고 있는데 정작 주인공은 훨씬 늙어 보인다는 점이 대표적인 문제죠. 또 '스타워즈 에피소드 1' 처럼 '에피소드 4, 5, 6'보다 훨씬 앞의 시대인데 우주선의 디자인이나 영상의 화질 등은 훨씬 뒤의 시대처럼 보인다는 문제도 발생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주인공들의 젊은 날'이라고 한정해서 새로운 배우들로 왕년 추억의 스타들을 모두 대체해버리고, 익숙한 우주선의 디자인이나 무장 등을 가능한 한 원작에 가깝게 유지합니다. 조종석이나 사용하는 무기, 순간 이동장치 등이 드라마와 거의 똑같아서 감탄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주요 승무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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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체코프, 커크, 스코트, 맥코이, 술루, 우후라>

제임스 T 커크 함장 - 크리스 파인
스포크 부함장 겸 과학장교 - '사일러'로 더 유명해진 재커리 퀸토
레너드 맥코이 군의관 - '반지의 제왕'의 에오메르 칼 어반 (못 알아봤습니다.^)
몽고메리 스코트 기관장 -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사이먼 페그 (기대한 그대로의 모습)
니오타 우후라 통신장교 - 조 살다나
히카루 술루 조타수 - 유일한 동양인 캐릭터. 존 조.
파벨 체코프 항해사 - 안톤 옐친. 개봉할 '터미네이터 4'에선 카일 리스의 어린 시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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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이 스포크 역으로 거론됐다는..>

영화는 커크 함장의 아버지인 조지 커크가 위기를 맞은 전함의 임시 함장을 맡아 장렬히 전사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세월이 흘러 주인공들은 지구인과 외계인들이 결성한 우주 연합함대(스타플리트 Starfleet)의 승무원 양성 과정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스타플리트에 합류한 외계인 중에는 벌칸 행성 출신의 스포크가 있습니다. 인간에 비해 고도의 지성을 갖고 있는 벌칸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태어난 스포크는 이미 스타플리트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지만, 커크는 사고뭉치에 정학을 당하는 존재죠. 그런 그가 우연히 전함 엔터프라이즈에 타게 되고, 자신이 태어날 무렵 스타플리트에 닥쳐 왔던 위기가 재현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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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타 트렉'은 원작의 존재 유무를 떠나 '60년대 느낌의 SF로 회귀'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1990년대 이후의 SF 판타지는 "유치해 보이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아예 대놓고 "좀 유치해 보이면 어때. 재미있으면 그만이지"라는 태도를 아예 대놓고 과시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는 과학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낙관과 여유가 넘치던 시대였거든요. 그러니까 90년대 이후의 SF 영화들이 갖고 있는 리얼리티에 대한 집착, 현실에 대한 은유, 철학적인 깊이를 담으려는 시도 등을 싹 쓸어 버리고, '이건 그리스 신화나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엔터프라이즈 승무원들이 펼치는 신나는 모험담이면 돼'라는 자세를 꿋꿋하게 밀어부칩니다.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드라마 '스타 트렉'에서도 우주를 누비는 베테랑 승무원인 주인공들이 모두 실수 투성이의 신참들이라는 건 참신하면서도 계속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커크 함장 역의 크리스 파인도 오리지널 시리즈를 모두 봤지만, 거기 나오는 커크 함장의 신중하면서도 원숙한 함장 연기 보다는 '탑 건'의 톰 크루즈나 '스타 워즈'의 해리슨 포드 같은 연기를 지향했다고 하는군요. 실제 모습도 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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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영어 발음이 안 되는 러시아계 항해사 역의 안톤 옐친, 우주전함 워프를 시키지 못하는 조타수역의 존 조, 개발되지 않은 이론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는 선각자 역의 사이먼 페그 모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명연기를 보여줍니다.

이밖에도 행성 하나를 한방에 날려 버리는 규모의 거대한 액션, 인간 하나는 화면의 점으로도 표시되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 우주 전투 등은 '이것이 J.J. 에이브람스의 스타일'이라는 식으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한마디로 체급이 다릅니다.

5월 이후 한국 영화든, 할리우드 산이든 볼만한 영화들이 쏟아져서 즐겁습니다. 아무래도 시간들을 쪼개서 극장을 좀 더 자주 찾으셔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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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에릭 바나가 이런 분장을 하고 악역으로 나온다는 게 참 충격적입니다만, 정작 놀라운 카메오는 두 사람입니다. 일단 스포크의 지구인 어머니 역으로 위노나 라이더가 나옵니다. 꽤 나이든 모습으로 나오는데, 주름은... 설마 분장이겠죠?

또 한 사람은 이 시리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레너드 니모이. 무슨 역으로 나오는지는 그냥 비밀로 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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