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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한가지만 집중해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세 드라마 모두 궁금해서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어젯밤에는 리모콘을 여기저기 돌리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볼만한 배우들과 탄탄한 라인업으로 무장한 드라마 세 편이 동시에 시작했습니다. 올 연초에도 '공부의 신'과 '제중원', '파스타'가 동시에 출격하면서 상당히 관심을 모았지만 이번 대결과는 중량감이 다릅니다. 손예진의 '개인의 취향', 문근영의 '신데렐라 언니', 김소연의 '검사 프린세스'로 대표되는 세 작품이 과연 어떤 대결을 펼칠까요.

첫날 시청률에서는 일단 '신데렐라 언니'가 앞섰습니다. 나이 먹은 시청자들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시청률 면에서는 '신데렐라 언니'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듯 합니다. 세 드라마 중 '신데렐라 언니'와 '개인의 취향'의 비교 포인트를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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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예진 vs 이미숙

왜 손예진 vs 문근영이 아닐까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본 대로 얘기하자면 확실히 이랬습니다. '농익은 연기력'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이미숙은 당연히 - 딸 문근영에게 의붓아버지를 백만명씩 가져다 붙여 주는, 없느니만도 못한 엄마 역으로 너무나 적절한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도망가면서도 옷 구겨질 걸 걱정하는 여자, 장농에 감춰둔 반지 빼내 온 걸로 그 남자와의 인연을 정리했다고 생각하는 여자, 새로운 표적 앞에선 연기대상감의 솜씨를 보여주는 여자. 특히 김갑수와의 자전거 신은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반면 손예진은 첫회에서 너무 망가지는게 아닌가 걱정할 정도로 코믹 멜로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보여줄 수 있는 요소는 다 보여줬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어쩌면 이 배우가 자신의 미모를 이제 신뢰하지 못하고 연기파 배우로 완전히 지향점을 바꿔버린게 아닌가 할 정도로... 봉태규가 덮치는 장면에서의 박력(?)은 좀 아쉬웠지만 버스 안에서 청승맞게 우는 장면은 이제 이 배우가 어느 선을 넘어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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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민호 vs 문근영

이 두 배우가 한데 묶이는 것은, '나는 이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본다'는 동기를 제공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동년배 중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역시 어제 두 드라마의 첫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직은 조금 더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일단 문근영은 80점 정도. 앙칼지게 소리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더라는 점에선 좋았지만, 그 결과 발음이 뭉개져 대사 전달이 힘들었다는 점도 지적할만 했습니다(하긴 서우와 비교하면 발음 얘기는 할 수가 없겠죠). 너무 신경질적인 아이로 방향을 잡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늘 얘기 나오던 '성인 역할'과는 거리가 있지만 변신의 시도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이민호는 이보다는 좀 더 역할 적응력이 돋보였습니다. 두가지 톤으로만(감정이 실리지 않은 평상어와 화난 말투) 연기하면 충분했던 '꽃보다 남자'에서 실제 살아있는 남자를 연기할 때 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훌륭했습니다. 하긴 '꽃남' 전에도 꽤 탄탄한 솜씨를 뽐낸 이민호니까... 그런데 '완전히 나쁜 남자'일 때에 비해서는 매력이 덜하다는 지적(저의 동거인의 주장입니다)도 있더군요.

어쨌든 두 배우 모두 자기 몫의 시청자를 끌어들일만한 솜씨는 충분히 보여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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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은지 vs 강성진

사실 제 생각에 '개인의 취향'의 최대 강점은 손예진도 이민호도 아닌 조은지입니다. 정말 채널을 돌리다 '개인의 취향'을 보게 된 사람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건 조은지의 한방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달콜살벌한 연인'에서 정평이 난 조은지의 코믹 조연 연기는 일단 믿을만 합니다.

여기에 대응하는 '신데렐라 언니' 쪽의 카드로는 누가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강성진을 첫손에 꼽을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소년 정우는 코믹 카드로 훌륭하지만 이 소년이 곧 자라서 옥택연이 될테니...(어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 똥땡이 소년이 짐승남 택연으로 성장하다니... 뭐 이건, 진짜 신데렐라는 소년 정우더군요). 일단 주인공들을 소개하는데 바빠 첫회에는 강성진에게까지 눈길이 가지 않았지만 결국 이 드라마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하는 건 그의 역할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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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희 vs 김규완

일단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선 '피아노'의 김규완 작가가 단연 앞섭니다. 지나치게 어둡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수시로 등장하는 문근영의 독백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김갑수와 이미숙의 자전거 신 같은 부분은 다른 작가들이 흉내낼 수 없는 이 작가만의 독특한 잔혹 동화같은 느낌을 잘 살려 줍니다.

'개인의 취향'은 원작자인 이새인 작가가 직접 각색을 맡았는데 물론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몇몇 부분에서 좀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요즘 시청자들은 이민호가 건축 모형을 들고 버스에 탈 때부터 그 모형이 온전하지 않을 거란 점도 잘 알고,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남자가 시간을 끌 때 같은 장면에도 너무나 익숙해져 있죠. 물론 장르의 클리셰라는 것도 있어야겠지만 이 시간대에는 언제든지 채널을 돌리게 할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이 큰 부담입니다.

반면 전체적인 배우들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솜씨는 '개인의 취향'의 압승입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능숙한 배우들이 캐스팅됐다는 이점도 있겠지만, '신데렐라 언니' 쪽은 어떻게든 서우와 천정명을 나머지 배우들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느껴집니다. 천정명의 대사 솜씨가 하루 아침에 나아 질 리는 없겠지만, '파주'와 '탐나는도다'의 서우가 여기서 무너진다면 아마 그건 서우의 책임으로 비쳐지진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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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AM vs 2PM

뭐 당연한 얘기지만 '개인의 취향'으로 데뷔하는 임슬옹과 '신데렐라 언니'의 옥택연은 모두 연기 데뷔입니다. 개인적인 인기로는 옥택연이 단연 앞서지만 연기력은 임슬옹에게 훨씬 기대가 갑니다. 이유는 '패떳2'를 보신 분이라면 당연히 짐작하실....

하지만 뭔가 벗은 상태에서의 박력은 택연에게 대적할 사람이 대한민국에 많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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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두 드라마 첫회를 보고 느낀 점을 비교해 봤습니다. 두 쪽에 더 신경을 쓰느라 '검사 프린세스'는 별로 보지 못했다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나름 재미있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김소연의 새 머리 모양이 별로 어울리지 않아 실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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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시끄러웠고, 매년 잊혀졌습니다. 방송 3사의 연말 연기대상 결과 얘깁니다.

매년 연말 연기대상 결과가 발표되면 시청자들과 인터넷 게시판은 수상 결과에 대해 한 순간 파르륵 불타 오릅니다. 욕을 먹는 이유도 매년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상의 갯수가 많냐' 에서부터 '그 많은 상에 공동 수상은 또 왜 그리 많으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짜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못 받고 엉뚱한 데로 상(특히 대상)이 갔다'는 식의 푸념입니다.

올해만 그랬을 것 같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데, 내년에도 그럴 것입니다. 왜냐하면 방송 3사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은 진짜 시상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상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그야말로 남의 다리 긁는 얘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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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의 연기대상이 시상식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다시 한번 정확하게 풀어서 쓰자면, '비록 이름은 연기대상이라고 되어 있지만 개개인 연기자의 연기력에 대해 평가하는 상이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상을 주고 박수도 치니 시상식은 분명히 시상식이죠. 하지만 시상 기준은 일반 시청자들이 '상상'하는 것과 별 관계가 없습니다.

시청자들은 아마도 이런 연기대상을 볼 때에도 청룡상이나 대종상 같은 영화상 시상식을 연상하기 때문에 이런 착각을 합니다. 물론 이런 영화 시상식에서 주는 남우주연상이나 여우조연상도 냉정하게 말하자면 배우 개개인의 연기력만으로 수상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암묵적인 평가 기준은 '연기력 : 배우의 지명도 : 출연작의 흥행 내지는 화제성'의 비율이 5:2:3 정도라고 할까요? 물론 이건 심사위원 개개인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3:3:3(나머지 1은 전체 형평성)으로 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7:1:2 정도로 볼 수도 있죠. 여기에 '연기력'이라는 것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에 대한 평가가 심사위원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가끔씩 일반인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렇습니다.

하지만 방송사의 연말 연기대상 결과는 훨씬 예측하기 쉽습니다. 수상자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해당 방송사에 대한 공헌도'이기 때문입니다. 이 공헌도는 '시청률, 방송 기간, 화제성(혹은 스타성)'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시청률이 90%를 결정합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방송 3사 연기대상은 연기로 주는 상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어느 해, 어느 방송사도 '연기'를 제 1 조건으로 평가해서 연기대상을 준 적은 없습니다. 해당 방송사가 자국에서 방송된 1년간의 드라마들을 총정리하면서 거기에 '출연해 주신' 연기자들을 상대로 논공행상을 하는 자리입니다. 가장 높은 시청률과 가장 긴 방송기간으로 기여해주신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 연기대상의 본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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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네티즌들을 들끓게 했던 MBC 연기대상의 송승헌-김명민 공동 대상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에덴의 동쪽'과 '베토벤 바이러스'의 시청률은 일단 시청률 면에서 상대가 안 됩니다. '에덴의 동쪽'이 1.5배 이상 앞서죠. 방송 기간 역시 '에덴의 동쪽'이 2배 이상 깁니다. 그렇다면 '에덴의 동쪽'의 주인공인 송승헌이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김명민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두 배우의 극중 비중에 대해 따질 수도 있겠지만 통상 두 주인공은 각각 두 드라마를 대표한다는 것이 전제입니다.)

그럼 왜 송승헌의 단독 수상이 아니라 김명민과의 공동 수상일까요. 이건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합니다. 지난해 MBC는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에게 대상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배용준은 다리 부상을 이유로 마지막 순간까지 출연을 확실히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가 검은 목발을 짚고 나타나지 않았다면 대상은 누구의 것일까요. 당연히 '하얀 거탑'의 김명민이 차지했을 겁니다. 그리고 배용준의 부재시를 대비해 어느 정도는 김명민에게 '당신이 대상'이라는 귀띔이 들어갔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2008 대상도 송승헌이 차지하고 김명민이 2년 연속 최우수연기상(2등)에 머문다면, MBC는 최악의 경우 김명민과 등을 지는 상황을 각오해야 합니다. 물론 MBC는 현 상황에서 당대 최고의 배우 중 한명을 적으로 돌릴 만큼 어리석지 않습니다. 송승헌이야 단독 수상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시상식 목전에 벌어진 이다해 사건의 부담을 생각하면, 공동수상이야말로 두 사람이 윈-윈 하는 결과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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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KBS의 김혜자 수상은 누구나 인정할 상이겠죠. 단 이 경우에도 가장 큰 이유는 '연기력'이 아니라 '공헌도'라는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방송사마다 조금씩 다른 원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KBS의 경우에는 1980년대부터 1TV의 주말 시간대에 방송되는 대하 사극 주인공에게 강력한 어드밴티지를 주어 왔습니다.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같은, KBS의 간판 프로그램들이죠. 이 드라마들은 시청률에서도 선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논란이 있었던 것은 2005년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이었죠. 시청률이나 화제에선 '장밋빛 인생'의 최진실이 앞섰지만, KBS는 100회라는 긴 기간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을 놓고 들였던 고생(이병헌-정준호-최수종-송일국의 캐스팅 실패로 엄청난 애를 먹었습니다) 등 여러가지 이유로 김명민의 공헌도를 더 높게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대왕 세종'의 기세가 약했던데다 '엄뿔'의 성공이 너무 폭발적이었죠. 김수현 작가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03년, 이병헌이 '올인'으로 대상을 수상하자 자신의 작품인 '완전한 사랑'의 김희애가 받지 못한 데 흥분, '내 마음으로는 김희애에게 이미 상을 줬다'고 홈페이지에 쓰기도 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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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변은 SBS의 문근영 시상입니다. '바람의 화원'은 작품성은 몰라도 시청률 면에서는 절대 앞으로 내세우기 힘든 드라마입니다. 아마도 역대 방송사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의 출연작 가운데 가장 낮은 시청률(내내 10%대 초반)일겁니다. 그럼 문근영의 연기력(물론 칭찬할 만 했습니다)을 높이 평가한 결과일까요. 그렇게만 보면 너무 순진한 평가겠죠.

연기대상의 역사를 살펴보면 공헌도와 함께 미래 공헌도에 대한 기대가 대단히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미래 공헌도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스타에 대한 투자입니다. 방송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당근인 대상은 '두고 두고 우리와 잘 해볼 수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1994년 MBC의 최대 히트작은 심은하의 'M'이었지만 대상은 '서울의 달'의 채시라에게 돌아갔습니다. 간단한 이유에서였습니다. 당시엔 채시라가 훨씬 더 스타였기 때문이죠.

어찌 보면 잔혹한 얘기지만, 이런 면에서 SBS는 '조강지처 클럽'의 오현경이나 '일지매'의 이준기보다 문근영에게 빚을 지우는 쪽을 선택한 셈입니다. 그리고 '바람의 화원'은 방송사의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는 시청률 이상의 공헌을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기부천사 문근영'의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기도 하죠.

이렇게 보면 MBC는 공헌, KBS는 명실상부, SBS는 미래가치에 각각 투자한 모습입니다. 사실 KBS는 행운입니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배우(김혜자)의 주연작이 최고의 성과를 거뒀으니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거죠. 하지만 어떤 경우든, 수상자의 결정은 방송사의 몫, 기준은 방송사의 기준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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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누군가는 그럼 대체 '방송국 연말 공로대상'이라고 하지 왜 '연기대상'이라고 해서 사람을 헷갈리게 하느냐고 울분을 토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것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연말 연시에 '모범 사원'을 표창합니다. 이때의 '모범 사원'은 부모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서 정말 타에 모범이 되는 그런 사원일까요? 그럴 리가 없죠. 이 모범 사원이란 '최고의 실적을 올려서 회사의 수익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원'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겁니다. 원래 사회란 그런 거죠.

그래서 앞으로 매년 방송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을 볼 때면 저 상은 원래 그런 상이겠거니 하는 마음가짐으로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이 상은 본래 모범사원 표창 내지는 유치원의 재롱잔치같은 성격을 가진 상입니다. 방송사 입장에선 시상식에 온 배우들 중 어느 한 사람 고맙지 않은 사람이 없죠. 그래서 누구도 빈 손으로 돌아가게 하지는 않습니다. 마음 상하는 어린이가 없도록 배려하는 유치원 선생님의 마음처럼 말입니다. 이걸 알고 보신다면 '대체 저 상은 뭐야?' '왜 또 공동수상이야?'라는 생각은 안 하시게 될 겁니다. 이게 바로 한국 방송사들의 현재 수준입니다. 이런게 방송의 사유화라는 데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식의 시상식은 전파 낭비라고도 하는데 사실 전파 낭비가 맞습니다. 이런 식의 상이라면 내부적으로 큰 행사장을 빌려 파티를 열고 나눠 주는게 마땅할겁니다. 하지만 그러자면 큰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일 리가 없겠죠. 그래서 방송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생방송으로 대형 행사를 진행하는 겁니다. 권위의 추락이니 뭐니 하는 말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애당초 권위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불쾌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방송사에 대해 시청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납니다. 채널을 돌리는 거죠. 미리부터 욕을 하려고 마음 먹고 보신다면 모르지만, 이제 연말 연기대상의 본질을 아셨으니 앞으로는 공연히 스트레스를 받지 마시기 바랍니다.

p.s. 마지막으로, 세상의 어떤 시상식도 '연기력만 갖고' 사람에게 상을 주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매년 변희봉, 김혜자, 나문희, 김수미 같은 배우들이 상을 휩쓸고, 그 틈으로 간간이 송강호나 김윤석, 설경구, 김희애의 이름이 보이는 시상식만 보게 될 겁니다. 과연 시청자 여러분이 그런 시상식을 원하실지, 그건 정말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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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뉴스를 보다가 허걱 하고 놀랐습니다.

연예계 뉴스로 분류되지 않은 소식인 바람에 늦게 접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활동 10년을 결산하며 꾸준하게 거액을 내놓은 고마운 기부자들을 공개했더군요. 한데 개인으로서 가장 많은 액수를 기부하신 분이 연예인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20대의 여자 연예인인데 철저하게 익명을 요구, 이번 10주년 행사에서도 공개하지 못했다는군요. 참 놀랍고도 감격스러운 일입니다(물론 범인^^으로 밝혀진 문근영 양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20대라면 아직 어린 나이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세상의 한 구석을 밝히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말입니다. 더구나 도박이며, 대출 사기며, 귀족 계 사고며, 외제 승용차 사기 사건에 이니셜로 연예인들이 등장한 같은 날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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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익명으로 기부를 합니다. 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라는 말씀대로 선행을 감추는 것이 더욱 숭고한 행위라고 생각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과연 꼭 그럴까요? 현장에서 몇가지 경우들을 보고 나서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마침 그와 비슷한 주제로 최근 '무비위크'에 썼던 글이 있어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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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김장훈 때문에 선행을 못 하겠다고?

연예인에게도 등급이 있다. 최상위층에 오르기 위해선 이제 한국 안에서만 활동해선 곤란한 세상에 왔다. 이른바 한류 스타들이다. 장동건, 배용준, 이영애 쯤 되면 세상에 부러울 사람도 기죽을 사람도 없다.

인기나 수입은 이들보다 좀 덜하지만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으로 최상위층에 올라 있는 이들도 있다. 차인표-신애라 부부, 김장훈, 션-정혜영 부부 등 이른바 선행의 스페셜리스트들이다. 그 악플 천지인 인터넷에서도 이들을 욕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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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공짜 밝히기로 소문난 지인이 지난 연말 전화를 걸어 '김장훈 콘서트가 언제냐'고 물어 왔다. 표 부탁이냐니까 아니란다. "표 사서 가려고. '그런 분' 공연은 돈 내고 봐야지." 이 정도다.

사실 10년 넘게 연예계를 지켜보면서 참 우스운 꼴도 많이 봤다. 결혼 축의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겠다던 한 스타 커플은 "식장 대여비용과 피로연 대금을 치르고 나니 오히려 적자"였다며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축의금으로 북한의 결식 아동을 돕겠다던 다른 커플은 기사가 나간 뒤, 반공의식이 투철한 어른들로부터 '남쪽에도 도시락 못 싸 오는 아이들이 많은데 무슨 오지랖이냐'고 야단을 맞았다며 딸랑 50만원을 기부했다.

일찌기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였던 한 여배우는 이런 식의 성금 떼먹기에도 달인의 경지였다. 명절때면 으리으리한 선행 기사로 스포츠신문의 1면을 도배하기도 했던 이 스타의 주머니에서 실제 나온 돈의 액수가 얼마인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어느 해 6월, 연초의 기부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순진하게 체크해 봤을 때, 매니저의 반응은 이랬다. "아, 어디다 기부할지도 안 정해주고 돈 냈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나." 그러니까 무능한 기자때문에 기부를 못했다는 얘기였다.

물론 모든 연예인이 이런 건 절대 아니다. 심지어 악착같이 기자들의 눈길을 피해 몰래 사랑을 베푸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정작 기부를 받는 자선단체들은 이런 '몰래 선행'의 주인공들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피력하곤 한다. "연예인이 몰래 선행을 하면 그건 그 혼자만의 선행으로 끝나지만, 온 사방에 알리고 선행을 하면 그걸 보고 따라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라는 거다. 심지어 한 자선단체 간사님은 이렇게 얘기하기도 한다. "선행을 감추시는 분들의 뜻을 절대 모르는 건 아니지만, 흉내만이라도 기자들 잔뜩 달고 와서 사진찍는 분들이 더 고마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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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선행이란 부끄러워 할 이유도, 가식으로 보일까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주눅들어 어디 기부를 못하겠다"는 연예인들이나 관계자들이 꽤 있다. 바로 김장훈과 션-정혜영 부부 때문이라는 거다. 자기 집 한칸 마련할 여유도 없이 죄다 이웃 사랑에 기부하고, 독도 수호 운동에 기부하고, 사람들 모아서 서해안 눈물 닦아주기 운동 하는 이들 때문에?

설명인즉 너무나 강력한 선행 때문에 요즘은 어지간한 선행은 무시당하거나 비아냥의 대상이 된다는 거다. 농담이 아니다. 얼마 전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와 이런 얘기를 나눴다. "요즘은 몇백만원 기부하려면 몰래 하든가, 아예 안 하든가 해야 할 것 같다." "왜?" "요새 누가 뭘 어디다 기부했다, 봉사했다는 기사를 보면 밑에 꼭 김장훈과 비교하고 비웃는 댓글이 달려 있다. 돈 내고, 시간 내서 욕 먹을 바에야 그냥 가만 있는게 낫지."

너무나 다른 사람을 기죽이는(?) 기부가 이런 결과를 낳고 있었다니. 요즘 도움의 손길이 뜸해졌다는 게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었단 말인가. 그렇다고 기부왕들에게 자제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이젠 포털사이트에다 누가 뭘 기부했다는 선행 기사에도 댓글을 막아 달라고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참 별게 다 말썽이다. 댓글 몇개를 여론으로 인정해버리는 세태를 탓해야 할까. 그렇다고 인터넷을 없앨 수도 없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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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이런 얘기를 "뭐?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보다 날림으로 겉보기 선행 하는 놈들이 낫다고?"라고 곡해할 사람이 있을까 겁이 납니다(워낙 난독증이 만연한 시대라). 결단코 선행을 감추는 것이 갸륵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윗글에도 있지만, "선행은 널리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 공감하고 따를 수 있게 할수록 하는게 더욱 좋은 일"이라는 뜻을 강조하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선행은 다 자기 사정대로 하는 겁니다. 김장훈처럼 대출까지 받아 기부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이건 좀 무리한 경우죠. 웬만한 금액이나, 웬만한 정성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결코 '애개~~ 그렇게 돈 많이 벌면서!'라고 비방하지는 말자는 거죠. 기부는 꼭 돈 만으로 하는 건 아닙니다. 심지어 이효리가 요즘 밤에 잠을 못 이룬다는 최진실의 두 아이와 놀아 주러 갔다는 기사에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또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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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대중의 사랑을 받아 부와 명성을 얻은 분들이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선행입니다. 긴 세월이 지났지만 이 분의 모습이 아직도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이런 모습 덕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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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에도 비슷하게 귀감이 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 덕분에, 한참을 지긋지긋한 뉴스들에 시달리다가도 가끔씩 세상에 살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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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자나 이 주인공이 기왕이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천사의 면모로 이미지를 굳힌 문근영 말고, 다른 사람이 그 주인공이었으면 했는데 '정답'이 다시 답으로 확인됐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아닙니다. 천사는 많을 수록 좋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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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리고 뭣보다 1등한 익명의 기부천사에게만 관심을 기울이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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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코치를 비롯해 나머지 순위에 있는 분들도 기억합시다. 이런 데서도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는 걸 확인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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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문근영의 여장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그동안 젊은 화원 후보생들 사이에 끼어 선머슴아같은 옷차림과 말투로 귀여움을 과시하던 문근영이 마침내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거죠.

남장 연기에 그새 익숙해지다 보니 여장한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신윤복의 미인도를 재현하는 모습에서 작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문근영과 '바람의 화원'은 어떤 관계일까요. 과연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 문근영 개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볼 때 '바람의 화원'은 문근영이 최근 2-3년 사이 추구하던 '성인 역할로의 변신'에는 그리 도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기자 문근영'의 길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작품이 될 수 있는 드라마죠.

물론 세계 어디서나 아역 스타의 성인 변신은 꽤 힘든 과제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죠. 거기서 얻어진 교훈은, 분위기가 - 외모든, 체형이든, 정말 외적인 상황이늗 - 갖춰지지 않은 성인 변신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문근영이 '지금 스무살이 넘었으니 어쨌든 성인 여성으로서의 연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떨치고, 지금의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에 올인하는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선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 역할은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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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동생', 이젠 '국민 남동생' 노리나?

문근영 이전에 한국엔 '국민 여동생'이 없었다. 국민가수 이미자-조용필, 국민배우 안성기는 몰라도 국민 오빠, 국민 엄마 등 가족에 대응한 새로운 호칭들은 모두 문근영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문근영을 통해 임예진이 '70년대의 국민 여동생' 임예진이 주목받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문근영에게 쏟아진 관심은 2000년작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시작된다. 당시 주인공은 송승헌 원빈 송혜교 등 지금도 한류의 주축을 이루는 톱스타들이었지만 이 드라마의 인기를 낳은 것은 송혜교의 아역이었던 문근영과 선우은숙 사이에서 펼쳐졌던 눈물의 모녀 연기라고 보는 시각이 대세다. 당시 13세였던 문근영이 보여준 연기력은 이미 성인 배우의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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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항할 수 없는 귀여움'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2003년에서 2005년까지. 이 기간 동안 문근영은 '장화 홍련(2003)', '어린 신부(2004)', '댄서의 순정(2005)'까지 세 편의 영화로 대한민국의 모든 총각들을 오빠로 삼았다. 일각에서는 롤리타 컴플렉스를 들먹이기도 했지만 요즘의 원더걸스와 비교하면 참 어이없는 얘기다.

2006년, 19세의 대학 신입생(성균관대 국문과)이 된 문근영은 '첫 성인 연기 도전'이라는 문구로 포장된 '사랑따윈 필요없어'로 제 2기의 문을 열었다. 결과는 '잠시 쉬어 가라'는 진단. 사실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광고와는 달리 아예 성인 도전이 아니었다. 여전히 영화는 문근영의 하이틴 이미지에 매달렸고, 상대역 김주혁은 연인이 아닌 삼촌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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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실패와 대학 입학 과정에서 생긴 안티들('자력으로 수능을 치러 대학에 가겠다'고 했던 문근영이 결국 특례 입학한 것을 비판)로 인한 충격 때문인지 2007년 한해를 꼬박 쉰 문근영은 24일 첫 방송을 탄 SBS TV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통해 컴백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회가인 혜원 신윤복이 사실은 여자였다는 추정에서 출발하는 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이 원작. 문근영은 당연히 신윤복 역이다.

단 두 편이 방송됐지만 문근영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찬사 일색이다. 입을 삐죽거리는 앳된 소년 모습은 더없이 잘 어울렸고, 김홍도 역의 박신양을 향해 외치는 "야 이 그지같은 놈아!" 같은 대사는 이제껏 문근영이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수위 높은 대사로 기록될 만 했다. 하지만 문근영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바람의 화원'은 '성인 역할로의 변신'이라는 전 세계 아역 출신 배우들의 공통된 난관을 이번에도 슬쩍 피해 간 작품으로 보인다. 이번 신윤복 역할은 성적 이미지가 배제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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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여자 판타지는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다룬 중국의 양축 설화에서 유태인 율법학교에 몰래 들어간 여학생 이야기를 다룬 바브라 스트라이젠드 주연의 영화 '옌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문화를 넘어 폭넓은 인기를 모았다. 특히 남장 미녀의 등장은 동성애적인 분위기와 이성애의 느낌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고래로 수많은 이야기꾼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지만, 정작 그 대상이 되는 캐릭터는 중성적인 이미지로 희석되어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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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 첫회에 벗은 등을 노출했음에도 전혀 선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판타지 속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숙원인 성인 연기자 변신은 또 다음 작품으로 미루게 됐지만 변함 없는 탄탄한 연기와 사랑스러운 모습은 '안티'들을 제거하는 데에는 꽤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된다. 혹자의 말처럼 이 작품으로 '국민 남동생'이 되는 건 아닐지. (끝)






뭐 사진을 통해 순서대로 리뷰하자면 이렇습니다.

'가을동화' 모습은 이미 저 위에 있고, 2003년 '장화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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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어린 신부'. 혹시 이 광경을 보고 다들 마음 속으로 '김래원 이 자식!'하고 주먹을 불끈 쥐시지 않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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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5년의 '댄서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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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사이에도 성인 느낌이 나게 해 보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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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떻게 해도 섹스 어필이 강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더군요. 그리고 이번엔 남장 여자 역할입니다. 사실 예쁜 여자는 아무리 남장을 해 놓아도 예쁩니다. 게다가 어찌 보면 더 고혹적으로 보이기도 하죠. 그건 고도의 계산이 깔린 치장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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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는 좀 과장된 선머슴아 느낌을 내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진짜 남자보다 훨씬 더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기도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런 느낌도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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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경우든, 그 작품 자체로 '성인 여자의 느낌'을 주는 경우는 좀 드뭅니다. 사실 여자가 남장을 하고 오랜 기간 남자들과 지내는데도 여자라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물론 굉장히 남자같이 생기고, 체격도 남자다운 여자라면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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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미모의 여배우를 남장시켜 놨을 때 그 자체로는 성적인 느낌이 사라져버리는 게 정상적인 반응입니다(물론 여기서 정상이란 이성애자를 기준으로 얘기한 겁니다. 동성애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 자체가 현실이 아니라는 걸 보는 사람도 은연중에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판타지에 나오는 요정족이 어쩐지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같은 경우라면 아무래도 남장여자 쪽이 여장남자보다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제가 남자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런 건 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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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의 깜찍한 근영군, 끝까지 잘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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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두 편을 보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에 와서 털어놓자면, 박신양이라는 배우가 왜 그렇게 인기있는지 오랜 시간 동안 이해하지 못했더랬습니다. 프로필상으로는 1993년작인 '사랑하고 싶은 여자 &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데뷔작으로 되어 있지만 존재감 없는 역할인게 확실하고, 1996년 그가 처음 대중 앞에 등장했을 때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1996년 당시 MBC TV에서는 '사과꽃 향기'라는 드라마를 내놨습니다. '사춘기'에서 정준을 하이틴 스타로 만들고, 뒷날 '왕초'나 '복수혈전'같은 히트작을 만드는 장용우 PD의 작품이었죠. 유호정 김혜수 염정아 김윤정이 네 자매로 나오고, 김승우와 윤동환이 김혜수의 두 상대역으로 등장했습니다. 박신양은 김혜수를 짝사랑하는 직장(방송국) 동료 역이었죠. 남자 3번 정도의 역할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배우여서 내력을 물으니 김혜수의 동국대 선배였고 김혜수의 추천이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데 일조했다는 거였습니다. 러시아 유학을 다녀온 배우로 양윤호 감독(알고 보니 동국대 연영과 동기더군요. 나중에 함께 일하게 되는 IHQ의 정훈탁 대표와도 모두 동기생입니다)과 '유리'라는 영화를 찍어 놓고 아직 개봉은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아직 알려지진 않았지만 실력이 대단한 배우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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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초반에는 박신양의 재즈 댄스 장면이 삽입돼 있었습니다. 장PD에 따르면 "우연히 춤 실력을 보게 됐는데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내용을 수정해서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이런 설정이었죠. 김혜수의 직장 동료들이 회식 자리에서 나이트클럽에 갑니다. 다들 술을 마시고 떠드는데 워낙 내성적인 성격으로 설정되어 있던 박신양은 자연스럽게 소외되죠. 그때 말없이 앉아 있던 박신양이 스테이지로 나가 열정적인 춤을 춥니다. 물론 '나이트 댄스'와는 거리가 먼 춤이지만 대단히 역동적이었고, 극중에서 김혜수를 포함한 직장 동료들이 박신양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때 드라마가 폭발력이 있었다면 이 장면도 꽤 화제가 됐겠지만 불행히도 '사과꽃향기'는 시청률 면에서 그닥 신통한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박신양도 이 드라마로 주목받지는 못했죠. 뒤이어 '유리'도 개봉됐지만 난해하기로 소문난 박상륭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이 화제가 됐을 뿐, 실제로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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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신양은 이듬해인 1997년 최진실과 공연한 '편지', 98년엔 전도연과 공연한 '약속'을 히트시키면서 승승장구합니다. 특히 이 시기, 저는 참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건 박신양의 '외모'가 여성들에게 먹힌다는 거였습니다.

대다수 남자들이 보기에 박신양은 결코 미남이 아닙니다. 심지어 상당히 많은 남자들이 '그래도 외모는 내가 박신양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여자들은 비웃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자들은 박신양에게서 '젠틀함+순정을 지키는 남자+소극적이지만 정직한 남자=믿을 수 있는 남자'의 이미지를 읽어내더군요. 이런 이미지가 집대성+극대화된 것이 바로 '파리의 연인'이겠죠. 하지만 솔직히 '파리의 연인'을 보면서도 그런 열광을 이해하는 데에는 참 곤란함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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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배우는 그 바깥에 순수 야성에 가까운 이미지를 기르고 있습니다. 이 배우가 그렇게나 범죄자 역할을 많이 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쪽의 가능성은 대단히 풍부하다고 생각합니다. '킬리만자로'를 비롯해 '범죄의 재구성'이나, 거슬러 올라가 '약속'의 공상두처럼 자기 생각에 외곬수로 빠져 있는 양아치 연기를 할 때 박신양의 연기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대다수 남자들은 이 쪽에 훨씬 가까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바람의 화원'에서의 김홍도 연기는 이제까지 박신양의 이미지를 다져온 두 개의 선에서 어긋나 있었습니다. 물론 외곬수의 고집장이 캐릭터라고 하자면 지금까지 박신양이 지켜온 수많은 이미지의 교집합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 예술가 연기는 그중 어떤 캐릭터와도 좀 달랐습니다.

'바람의 화원'에서 박신양의 첫 등장이 어떤 장면일지가 참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첫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거의 광화사의 모습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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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는 나뭇잎을 잔뜩 꽃고 얼굴에는 흙칠을 한 김홍도의 모습. 이 인상적인 첫 장면을 통해 박신양은 '그림에 환장한 사람', 그리고 '그림을 위해서는 심지어 목숨까지 아랑곳않는, 그림에 미친 사람'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었습니다. 안경과 더부룩한 수염에서는 '빠삐용'에서의 더스틴 호프만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무튼 강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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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초기에는 박신양의 합류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예민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박신양의 성품과 초고액 출연료가 가장 많은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고 나니 박신양의 가치가 새삼 느껴집니다. 형식과 전통에 꽉꽉 갇혀 있던 당시의 화단에 일대 충격을 줄 수 있는 강인한 소신과 타고난 재능을 갖춘 대 화가이면서, 동시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린 아이와도 소리를 지르며 싸울 수 있는 천재 화가의 이미지를 첫회 30분 정도의 분량에 쉽게 각인시킬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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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채널에서는 또 다른 천재가 인기몰이에 한창입니다. '강마에' 김명민이죠. 이 천재는 천재이긴 하되 진짜 천재에 대한 컴플렉스를 안고 있는 가짜 천재입니다. 전형적인 살리에리 증후군 환자죠. 이런 억눌린 감정이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상대할 때에는 더욱 예술의 엄정성과 고귀함을 강조하는 권위주의로 발산되는 인물입니다.

참으로 복잡다단한 인물이지만, 김명민의 솜씨에 의해 이 인물은 너무나 편안하게 시청자들에게 소화됩니다. 인물을 분석하고 이해할 필요도 없이, 그냥 꿀꺽꿀꺽 마시면 '아, 이게 강마에구나'라는 느낌이 들게 요리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게 대단한 배우와 보통 배우의 차이일 겁니다.

사실 김명민은 데뷔할 때 일각에서 '제2의 박신양'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외모에(글쎄 남자들에겐 이렇게 보인다니까요;;) 선이 굵은 연기를 한다는 면은 공통점으로 꼽을 만 하죠. 그런데 두 배우가 이제 맞대결을 펼치고 있으니 참 흥미로운 일이죠. 시청자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 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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