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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2019년에는 개취 10대 영미 드라마, 2020년에는 개취 10대 외국 드라마를를 포스팅했는데 이제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K-콘텐트 원년, 그냥 한국을 포함해 2021년 본 드라마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들 것 꼽겠습니다. 이른바 개취로 꼽는 전 세계 드라마 TOP 10’. 물론 제가 본 것 중에서만 꼽았습니다. (별로 꼽을 게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한국 드라마까지 합하고 보니 좀 넘치네요. 양해해주세요.) 

그래도 제목은 수정하지 않겠습니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폼나는 건 TOP10일 때잖아요.

(매년 보시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2021년의 드라마라고 해서 꼭 2021년작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2021년에 본 것 중에 최고라는 뜻이죠.)

 

 

라인 오브 듀티 Line of Duty

경찰 조직의 건강성 확보를 위해 부패 경찰을 수사하는 내사 조직 이야기. 그런데 어느 순간, 내사 조직이 오염되고 있다는 경보음이 들리고, 형사들은 이제 바로 옆의 동료를 의심하게 된다. 시즌1~5까지 왓챠에 있고 시즌6을 기대하고 있음.

개인적으로 2021년에 본 작품들 중 단연 최고. 인생 드라마 중 하나. 

라인 오브 듀티, 이런게 바로 드라마다 (tistory.com)

 

라인 오브 듀티, 이런게 바로 드라마다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을 말하자 사람들이 이유를 물었다. '성질 급한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2배속 기능이 없기 때문' 이라고 대답했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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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랙  Flack

셀럽들의 사생활에서 터지는 사건사고를 어떻게든 커버해 그들의 몰락을 막아주는 여성 위기관리전문가 이야기. 그 주인공이 <피아노>의 안나 파퀸이라는 걸 알아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일반인들이 알면 기절초풍할 수준의 사기와 조작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뇌하는 주인공. 나는 정말 괜찮은 인간인가, 아니면 괴물인가. 이것도 왓챠에서 봄.

 

조용한 희망 Maid

세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천둥벌거숭이 미혼모는 어떻게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찾나. 그건 그의 행운인가, 타고난 자질 덕분인가. 보고 나니 실화라고.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Maid, 너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려면 (tistory.com)

 

조용한 희망 Maid, 너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려면

영어 제목이 Maid라니까 많은 사람들이 혹시 전도연 나오냐는 드립을 쳤다. 한국 제목은 <조용한 희망>. 사실 잘 지은 제목은 아니다. 스무살 나이에 아기 엄마가 된 주인공.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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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탈영은 수시로 일어난다. 스무살 안팎의 피 끓는 청춘들을 대체 무슨 수로 통제할 것인가. 그런 청년들의 일탈을 군법이란 무시무시한 단어로 억눌러도 될까. 아무도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약자 D.P.

(요번 링크는 리뷰가 아니라 잡담입니다. ㅎ)

D.P.를 보다 생각난 드라마 만들던 시절 (tistory.com)

 

D.P.를 보다 생각난 드라마 만들던 시절

1. 6년 전. 드라마팀에 있던 시절. 뭘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까 눈에 불을 켜고 찾던 무렵이다. 김보통이란 작가의 '아만자'를 재미있게 봤는데 누군가 'D.P. 개의 날'이라는 작품도 좋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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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게임

놀이와 스포츠는 언제부터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나?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스포츠라는 것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은 과연 어떻게 해서 출현하게 되었을까? 공을 차서 골에 넣는 것은 즐겁지만, 그 즐거움을 먹고 사는 수단으로 삼아도 되는 것일까? 영국에서 프로 축구라는 것이 탄생할 무렵, '돈을 받고 축구를 하는 것'이 부도덕한 행위로 여겨지던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낯선 문제에 접근해 보는 것도 어떤 이들에겐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아직 넷플릭스에 있나?)

잉글리시 게임, 프로 스포츠란 어떻게 만들어졌나 (tistory.com)

 

잉글리시 게임, 프로 스포츠란 어떻게 만들어졌나

1.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태곳적부터 있었던 거라고 쉽게 생각해버리곤 한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냉장고나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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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차차차

도대체 왜 망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영화 <홍반장>TV 리메이크. 뒤늦게라도 한국 로맨틱 코미디 사상 가장 멋진 캐릭터 중 하나인 홍반장이 부활한 기쁨. 물론 조용하지는 않았으나… tvN.

 

괴물

선악이 불분명한 주인공을 선호하는 취향 저격. ‘누구도 믿을 수 없는마음 속 어둠의 심연과 내가 너를 못 믿으면 누굴 믿겠니가 여전히 살아 있는 시골 마을 정서가 교묘하게 한데 어우러지는 부분이 비슷비슷한 다른 작품들과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다. 심나연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 어려운 완성도. 여진구 신하균은 말할 것도 없고, 김신록은 <지옥>의 김신록 이전에 <괴물>의 김신록. JTBC.

 

지옥

어느날 찾아온 지옥의 겁벌. 그런데 그 겁벌이 대체 무슨 기준으로 주어지는 지 알 수 없게 된다면 세상이 어찌 될까에 대한 이야기. 모든 종교의 오랜 질문을 CG로 풀어낸 K-CONTENT의 수작. 연상호 감독의 한 칼. 

지옥,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방법 (tistory.com)

 

지옥,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방법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지옥으로 소환되기 시작하고, 어떤 수단도 그 소환을 막을 수 없다. 이 소환은 신의 심판일까? 그럼 그 소환되는 자들은 모두 죄인일까? 그렇게 믿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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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희생양      The Victim

2019BBC. 범인도 피해자도 미성년자인 과거의 사건. 당연히 범인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어느날 피해자의 엄마는 한 남자가 어린 시절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라고 SNS에 게시해 버리고, 남자의 일상은 그때부터 지옥이 된다. 법이란. 제도란. 그리고 그걸 운영하는 사람의 태도란.

 

나쁜 아이들(은비적각락)        隱秘的角落

10대 초반 청소년들이 우연히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 일반적인 드라마라면 아이들은 살인범에게 쫓기게 되겠지만 이 드라마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음. 후반의 다소 무리한 진행 때문에 점수를 깎아먹기도 하지만, 예상을 빗나가는 나쁜아이들 이야기는 중독성이 극강.

 

프로페서T          Professor T

하다 하다 벨기에 드라마까지 보게 될 줄은. 결벽증 환자인 천재 범죄심리학 교수인 T 선생이 일선 형사들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몽크와도 다르고 하우스 박사와도 또 다른 이상성격 교수님의 좌충우돌 활약이 포인트. 형사들간의 로맨스와 T 교수의 아련한 앳 사랑도 시청자의 즐거움.

 

그리고 막상 또 하다보니 열개로 끝내기가 좀 아쉬워서 몇개 더 꼽아 봅니다. 물론 이것들도 추천작.^^

플레이크드

영웅/반영웅을 넘어 이제는 과연 인간 쓰레기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를 얘기해야 할 듯한 시대. 중년에 갓 접어든 한 남자가 있다. 허우대는 멀쩡하고 자칭 직업은 목수. 하지만 실제론 주위 사람들의 호의에 얹혀 살고 있고, 매일 하잘것없는 사기와 몽상, 엽색(?)으로 세월을 보내는게 일이다. 과연 이 남자의 인생도 제 길을 찾아 갈 수 있을까?

플레이크드, 좀 심하게 적나라한 중년남의 실체 (tistory.com)

 

플레이크드, 좀 심하게 적나라한 중년남의 실체

넷플릭스 드라마 <플레이크드 Flaked>를 조금씩 쪼개 시즌 2까지 봤다. 미친듯이 정주행한 건 아니고 시간날때마다 곶감 빼먹듯 계속 보고 있었다. 낄낄대며. 주인공 이름은 칩. 그럭저럭 관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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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 조지아 Ginny and Georgia

첫눈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엄마와 딸 이야기지만 한꺼풀 까고 들어가면 미스터리, 그리고 두 모녀가 각각 펼치는 연애 이야기. 10대 안에서의 다문화 환경 이야기까지 담으며 세상의 변화까지 엿볼 수 있는 엄청나게 풍성한 보따리가 되었다.

지니 앤 조지아, 가족 드라마의 미래일까. (tistory.com)

 

지니 앤 조지아, 가족 드라마의 미래일까.

왜 이 드라마를 보게 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아무튼 가장 최근 끝까지 본 드라마. (다들 그러시겠지만, 요즘은 끝까지 보고 싶은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30세의 엄마 조지아(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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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올해의 작품으로 거론할 만한 드라마들은 <해피니스><철인왕후>, 그리고 <악마판사>입니다. 기본적인 재미도 재미지만, 세 작품 모두 각각 기존의 드라마 틀을 깨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국 배우 휴 로리 팬으로서 <로드킬>도 올해의 드라마로 꼽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강추!

여러 사람에게 강하게 추천을 받았던 <석세션>을 비롯해 항간에 화제가 됐던 작품 중 <완다비전>, <록키>, <스위트홈>, <플라이트 어텐던트>는 사뭇 실망스러웠습니다. <브리저튼>, <갱스 오브 런던>, <오징어게임>은 나름 괜찮았으나 추천까지 할 작품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취)

 

, 여러분의 2021년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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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드라마를 보게 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아무튼 가장 최근 끝까지 본 드라마. (다들 그러시겠지만, 요즘은 끝까지 보고 싶은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30세의 엄마 조지아(브리앤 하위)와 15세 딸 지니(안토니아 젠트리)의 이야기다. 백인 금발 미녀인 조지아가 가출 소녀 시절에 흑인 예술가 자이온을 만나 지니를 낳았고(그래서 지니의 외모는 흑인), 바로 헤어지는 바람에 조지아는 혼자서 아빠가 다른 남매를 키우느라 죽을 고생을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미모와 사악한 지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어두운 구석이 많다. 

<지니 & 조지아>는 이들 모녀가 백인 중산층이 모여 사는 미국 동부 소도시로 이사오면서 시작된다. 이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당시 조지아의 남편(몇번째 남편인지는 분명치 않다)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 조지아가 유산을 받기 때문인데 과연 이 죽음이 자연사인가는 드라마 후반까지 이어지는 미스테리다. 

워낙 미모가 출중한 글래머 엄마와 매력적인 딸은 새로운 환경에 오자마자 각자 삼각관계에 휘말린다(몇몇 분들이 기대하시는 것처럼 엄마와 딸이 삼각관계의 꼭지점을 이루지는 않는다). 엄마+두 남자, 딸+두 남자의 구도. 요즘 한국 드라마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정통 삼각관계’를 미국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두 남자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도 최대한 선의와 정성을 다해 자신을 어필하는 구조다. 이런 이중 연애 드라마 구조는 한때 미국 드라마의 주류 중 하나였던 영 어덜트 장르가 <가십걸>로 소멸하고, 새로운 시장 확보를 위해 성인 연애 장르와 결합하려는 시도로 보여 매우 신선했다. 

연애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결국 이 이야기는 ‘엄마가 나에게 그렇게 많은 걸 감추다니 기분나빠’라는 틴에이저 딸과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는데 이런 배은망덕한 것이’라는 엄마의 갈등 이야기로 압축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건 <브레이킹 배드>의 변주이기도 하다. 

아무튼 근래 본 몇몇 작품 가운데 가장 다음편이 궁금해 후다닥 볼 수 밖에 없었던 작품. <위기의 주부들> 풍의 중산층 주택가 미스터리에다 미남 미녀가 넘쳐나는 하이스쿨 러브스토리, 그리고 시대에 걸맞는 PC함까지 한 편에 담으려 애쓴 역작이다. 흑인인 지니의 두 남친 중 하나는 대만계 중국인 2세다. 남친 집에 놀러간 지니는 또렷한 한국어로 “저, 지금 무지 떨려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요즘 ‘쿨한 것’이 어떤 것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이라는 점에서, 현재 미국 콘텐트 기획자들의 고민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어떤 걸 만들어야 최대한 넓은 폭의 OTT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라는 느낌도 든다. 연애, 미스터리, 영 어덜트, 가족, 상당히 많은 키워드로 묶일 수 있다.

아무튼 속편이 곧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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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지옥으로 소환되기 시작하고, 어떤 수단도 그 소환을 막을 수 없다. 이 소환은 신의 심판일까? 그럼 그 소환되는 자들은 모두 죄인일까? 그렇게 믿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 믿음은 곧 깨져간다. 

<지옥> 단상. 

1. <오징어게임>이 무서워서 못 봤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니 그러면 대체 <추격자들>이나 <곡성>은 대체 다 누가 본 거였나 의아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슬래셔 계열의 호러는 매우 싫어하고 윤종찬의 <소름>이나 장재현의 <사바하>같은 영화에 열광하는데, 이런 장르에서 <지옥>은 오랜만에 재미있게 몰입할수 있었던 작품이다. 

2. 다만 넷플릭스 오리지날 시리즈를 볼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옥>도 예외가 아니다. 주제와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고 연출도 좋지만, '좀 길다'. 물론 주관적으로 길다. 1~3부까지 훌륭한데 4~6부는 정말 작품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 2회 정도로 줄였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3. 여기에 개인적인 취향으로, 묵시록적 세계관을 가진 작품들의 몇가지 뻔한 캐릭터 고구마 공식들(이를테면 스토리를 이끌어야 할 기자나 형사 캐릭터는 고독한 고집쟁이라서 남의 말을 안 듣고, 남들도 그의 말을 안 듣고, 늘 혼자 움직이는데다 항상 판단도 관객보다 한박자 늦어서 결국 곤경에 처한다는)을 매우 싫어하는 편인데, 굳이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안이함이 좀 아쉽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이런 초자연적인 재난에 대해서는 과학계와 군, 경찰 등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결과는 별 차이 없다고 해도 현재 인류가 갖고 있는 과학기술의 수준에 비해 사회적인 대응이 너무 무기력하고 별 고민이 없다. "지구상에 없는 물질이랍니다" 만으로는 아무래도 아쉽다.



4. 개인적으로 전편을 통해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6부에서 이동욱(캐릭터 이름임)과 새진리회 최고간부들이 스피커폰을 켜고 대화하는 장면. 이런 장면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걸. 

5. 유아인이 교주 역을 맡는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누구나 아 이건 대박이구나 생각했겠지만, 역시 유아인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과연 이 역할을 누가 이보다 더 잘 소화할 수 있었을까 싶다. 

P.S. 글로벌하게 또 터진듯. 뭐랬어요. <오징어게임> 말고도 앞으로 줄줄이 많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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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목이 Maid라니까 많은 사람들이 혹시 전도연 나오냐는 드립을 쳤다. 한국 제목은 <조용한 희망>. 사실 잘 지은 제목은 아니다. 

스무살 나이에 아기 엄마가 된 주인공. 알콜중독과 폭력성을 슬슬 드러내기 시작한 남편에게서 아이를 떼놓기 위해 대책없이 집을 나온다. 기댈 곳?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자칭 예술가 엄마는 딱 봐도 사기꾼인 연하 남친에게 빨대를 꽂혀 살고 있다. 일찌감치 재혼한 아빠도 새엄마 눈치에 선뜻 뭘 어쩌지 못하는 상태. 주머니엔 잔돈 몇푼 뿐이고 일자리는 아예 가져본 적도 없다. 대체 이 주인공은 뭘 할 수 있을까. 좋은 길이건 나쁜 길이건, 선택지란게 있긴 할까? 

여기까지만 들어도 고구마를 10000개 먹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지실 분들이 많겠지만 이건 그냥 시작이다. 과연 이 정도로 아무 대책이 없는 상태가 있을까 싶은데, 보다 보면 문득, 이 주인공의 경우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형편상 진학은 못했지만 대학 장학생으로 뽑힐만한 재능이 있고, 매력적인 외모도 갖고 있다. 낙천성과 의지는 캔디급이고, 신라면에 물을 부어 먹는 수준(이봐 그건 컵라면이 아니라 봉지라면이라고!!)의 식생활에도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 강인한 체력도 갖췄다. 마약은 쳐다도 안 본다. 

그러니 비슷하게 암담한 생활의 늪에 빠진 다른 많은 여성들에겐 이 드라마는 '주인공 혼자 잘나서 갖은 어려움을 헤치고 인생을 설계하는 판타지'로 보일 여지가 충분히 있다. 드라마다 보니, 주인공은 우연히 마주치게 된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는데, 주인공에게 저런 능력치들이 없었다면 과연 저런 호의를 제공받을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얄팍한 가난 포르노에 그치지 않는 것은, 시청자에게 무엇을 보여주려는지에 대한 분명한 방향과 애정이 굵은 명조체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끔 생각한다. 대체 내가 낸 세금은, 그 많은 복지예산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그 많은 공무원들은 뭘 하길래 신문 기사엔 늘 안타까운 가난과 한숨이 실리는 걸까. 아버지 간병을 떠안았다가 빚만 지고 존속살해로 재판을 받고 있는 청년이 그 지경에 빠지도록 이 사회는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바로 이런 감정을 일으키는데 최적화된 영화였다면, 드라마 <조용한 희망>은 흔히 말하는 '사회 안전망'이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어떤 때 쓸모가 있는지에 대한 차분하고 설득력있는 접근을 보여준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지만 결코 복지 선진국은 아니라는 평을 듣는다. 그런 사회에서 누군가 인생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과연 누가 당신을 받쳐 줄 수 있을까에 대한 충실한 조명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난국을 맞은 사람들을 찬찬히 보면 80~90%는 자업자득이라고. 대개 그런 이들은 실패가 유전자에 박혀 있고, 누군가 손을 내밀면 그 손까지 진흙탕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도 한다.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코로나 사망자보다 자살자가 훨씬 많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이런 시각이 있는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조용한 희망>은 그런 시각에 맞서 차분하게 질문을 던진다. 어떤 시스템도 세상 모든 루저를 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 특히 어떤 젊은이가, 조금만 도와주고 믿어주면 자기 힘으로 헤쳐 나올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데도 그토록 힘들어한다면, 그것 하나 구제할 능력이 없다면 과연 이런 나라를 소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나. 별 것 아닌 당신의 도움 하나로 한 인생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까지 마다할텐가. 정말 당신이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매년 매달 내는 세금이 너무너무 아까운 분들은 한번쯤 보셔도 좋을 드라마. 반면 내 아이들이 늘 남들보다 앞서가며 번듯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사회라는게 원래 밑에 깔아주는 애들이 충분히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절대 보면 안 될 드라마. 어쨌든, 강추. 

P.S. 웬만하면 이미 아시겠지만 엄마 역 앤디 맥도웰과 주인공 마거릿 퀄리는 실제 모녀간. <원스...>에 단역으로 나왔다. 살짝 미국 한효주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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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을 말하자 사람들이 이유를 물었다. '성질 급한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2배속 기능이 없기 때문' 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적응이 빠른 넷플릭스는 어느새 1.5배속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얼마전 화제가 된 어떤 작품의 특정 회차에 대해 지인과 대화를 나눴다. "재미있던데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네. 2배속으로 보니 볼만하던데요." 

어떤 드라마를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요즘 이렇게 대답한다. '스킵이나 2배속 기능을 쓰지 못하게 하는 작품'.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오갈 때마다 결말에 대한 예측이 달라지는 작품, 그런 미묘하고도 스릴 넘치는 힘겨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감히 스킵해가며 볼 수 없는 작품을 보고 싶었다. 

최근 그런 작품 하나를 봤다. 영국 드라마 <라인 오브 듀티 Line of duty>. 흔히 내사 internal affairs 라고 불리는 조직이 이 드라마에선 반부패 Anti-corruption 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실제 영국 경찰에 있는 편제인지는 모르겠다. 이 부서의 역할은 일선 경찰들의 직무 수행중 탈법행위를 조사하고, 궁극적으로는 외부 세력과 결탁한 현직 경찰들을 적발하는 데 있다. 

적이 어디 있는지 알고 나서 공격해 격파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진짜 문제는 도대체 어디를 때려야 하는가, 즉 적의 좌표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있다. 고문과 협박으로 털어놓게 할 수 있다면 조금 쉬워질 수도 있겠으나, 조사하는 자도 조사받는 대상도 경찰이라면 모든 것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드러나 봤자 경찰 조직의 위신 추락이라는 이유로 수사 자체를 꺼리는 조직의 생리도 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정의의 실현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것인지를 뼛속 깊이 느끼게 해 준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재미없고 답답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법도 한데, 정말 놀라운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랬더라면 시즌 6까지 절대 가지 못했을 듯. 어지간한 내공의 작가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물이다. 

가장 선명한 특징은 여배우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 킬리 호스, 탠디 뉴튼, 지나 맥키, 폴리 워커 등 탄탄한 중년 연기자들이 극의 흐름을 쥐락펴락한다. 반면 잘생긴 남주도, 그럴듯한 러브라인도, 입이 떡 벌어지는 액션도 전혀 없지만 몰입감은 보장할수 있다. 

진심으로, '이런게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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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D.P, 개의 날

 

1. 6년 전. 드라마팀에 있던 시절. 뭘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까 눈에 불을 켜고 찾던 무렵이다. 김보통이란 작가의 '아만자'를 재미있게 봤는데 누군가 'D.P. 개의 날'이라는 작품도 좋다는 얘기를 했다.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2인조 헌병 이야기. 흥미진진. 이거 너무 재미있잖아! 

2. 원작을 사자고 제안했는데 전원 반대. 군대 얘기를 누가 보냐(아...). 칙칙하다(아닌데). 너무 어둡다(아닌데). 아무튼 좌절. 누군가 원작을 샀다는 소문을 들음. 

3. 6년 뒤. '이거봐! 내가 뭐랬어! 잘만 만들었고만!' 이라는 생각보다는 '하긴. 6년 전 환경이면 안 먹혔을지도 몰라. 방송에선 안 통했을지도. 16부작 얘깃거리는 안 나왔을지도...'라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좋은 원작이 좋은 제작진을 만나는 건 드문 운이다. 얼마나 많은 좋은 원작들이 주인을 잘못 만나 얼마나 묻히고 있는지. 한준희 감독을 만난 건 '개의 날'의 행운이다.

4. 꼭 사서 만들어보고 싶던 웹툰이 '개의 날' 말고 세개 정도 더 있었다. 하나는 사려다 경쟁에 밀려 못 샀고(그러나 그 제작자는 드라마를 만들지 못했다), 다른 한편은 열심히 우겨 원작을 확보했지만 제작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결과를 보지 못했다. 기약도 없다. 

5. 마지막 한편은 사자고 했을 때 '개의 날' 때보다 더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번엔 "정말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냐"는 반문을 몇 차례나 들었다. 무책임한 어른들 때문에 엉뚱하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이들 이야기라서 한국 학원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열심히 주장했지만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 검색해 보니 그새 누군가 사서 열심히 만들고 있고, 2022년 쯤에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잘 만들어주길. 

6. 모든 일은 천.지.인이 합쳐져야 이뤄지는 법. 이 작품은 지금이 제 때일까? 만약 2017~18년에 나왔다면 제작단계부터 관심이 뜨거웠을텐데.

...어쩌면 나는 너무 빨랐던 걸까? ㅎㅎㅎ

#아니 #깜냥이안됐던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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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읽은 책도 없는데 어떻게 10권이나 꼽지, 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쓰다 보면 꼭 10권이 넘어가게 되더라는. 이상하게 작년에도 막상 써보니 13권이었는데 이번에도 써 보니 15권이네요.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이 리스트는 너무나 순수하게 개인적인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겁니다. 제가 1년에 책을 50권 100권씩 읽는 사람도 아니고, 당연히 권위 없습니다.

물론 제게 <올해의 책>이 무슨 책인지는 너무나들 잘 아실 것이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고 익사이팅한 책입니다. 읽어 보신 분들은 충분히 이해하실 듯...

아무튼, 본격적인 리스트는 여기부터 시작입니다.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트랜스휴머니즘의 현재와 미래 /이브 해롤드

2020년의 드라마로 단연 탑이었던 <이어즈 앤 이어즈>를 보신 분들에겐 트랜스휴먼이란 말이 낯설지 않으실 듯. 작가가 미치오 가쿠의 책을 읽었는지 육신의 제약을 딛고 하드디스크 안에 안주한 인간이 트렌드가 되는 근미래를 묘사했다. 개인적으로 2020년의 은근한 화두는 트랜스휴먼이었던 듯. 그 의미를 참 읽기 쉽게 풀이한 책으로, 이 책을 읽고 <이어즈 앤 이어즈>와 아마존 드라마 <업로드>를 보시면 개념 정리 끝. 상상력이 뭉클뭉클.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구정은 이지선

헬렌 켈러는 우리가 알던 그런 가엾은 장애인 소녀가 아니었다. 메건 마클은 그냥 왕실을 시끄럽게 만든 제2의 사라 퍼거슨이 아니었다. 그리고 산드라는 인간 여성이 아니었다. 앙겔라 메르켈이 아직도 독일인의 반성과 전체주의에 대한 단호한 투쟁을 지금껏 말하고 있는 것은 과거라는 것의 청산이란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작년에도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을 추천 리스트에 슬쩍 얹었는데, 구정은 작가의 시선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책값이라면 참 싸다.

 

 

 

위험한 생각들 /존 브록만 편

존 브록만이라는 놀라운 인맥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슈퍼 편집자(?)의 슈퍼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책. 100명의 석학들이 당신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각자 그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예를 들어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는 문명의 발달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지성체들은 아주 시시한 일들에만 관심을 갖는 지적 나르시시즘에 빠져 자멸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는 한 문명이 태어나 사라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내용으로 채워진 책. 어찌 보면 미친 책일 수도, 어찌 보면 책 100권을 읽는 느낌일 수도. 2007년 책이지만 아직 흥미롭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사실 한 저자의 책을 두 권 넣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개인적인 느낌으로 두 책은 결국 똑 같은 주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공부란 무엇인가가 표면적으로 공부인(?)’의 자세를 다루고 있다면 앞의 책은 그 구체적인 예로 공자와 논어를 들고 있다. 공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입체적 조명이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결국 평생 잊을 수 없을 한 줄이 남았다. 道之不行, 已知之矣

 

공간이 만든 공간 /유현준

르 꼬르뷔지에 같은 대가들이 동양 건축의 요소를 원용했다, 이런 얘기는 여기저기서 듣곤 한다. 그런데 그게 대체 뭘까. 이 책에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통찰은 아무래도 '액자의 비유'다. 동양 건축에서 자연은 건축의 일부가 되고, 안방에 누워서도 장지문을 열면 앞산 뒷산이 눈에 들어온다. 그럼 처마는 액자의 역할을 하고, 처마 안쪽의 단청은 그 자연을 바라보는 액자의 장식 역할을 한다는 얘기. 이런 인사이트는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비밀의 계절 /도나 타트

어느 대학도시. 도대체 현실에서 쓸모라곤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리스 고전 문학에 심취해 고전 교수를 스승으로 모시는 폐쇄적인 학생 동아리. 그리고 그들 사이에선 서로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 오고 가고, 마침내 그 결과는 비극으로 이어지지만 아직 끝은 멀었다. 밀접한 사람들 사이의 애정과 갈등 묘사는 러셀 웨스트브룩의 드리블 솜씨를 연상시킨다. 긴 소설이지만 책장이 엄청나게 빨리 넘어가는 책.

 

요리본능 /리처드 랭엄

원제는 Catching Fire. 인류학자가 음식에 주목해 온 것은 마빈 해리스 이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랭엄은 매우 좁은 주제, 불의 사용에 초점을 맞춘다. 찰스 다윈도 언어를 제외하면 아마도 인간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했다지 않는가. 불로 익힌 음식을 먹은 것이 문명의 발달에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는 다들 어렴풋이 생각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냈을지에 대해 이렇게 깊이있게 추적한 사람은 많지 않을 듯. 참고로 침팬지도 구운 고기와 날고기 중에서 구운 고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염감이 흘러 넘치지 않는가?

 

플로리다 /로런 그로프

개인적으로 2020년의 소설. ‘플로리다라는 말 속에 깃든 낭만적인 태양, 긴 해변, 레게 뮤직과 모히또, 디즈니 월드 같은 이미지를 싹 날려 버릴 수 있는 단편집. 굉장히 좋았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도 그랬듯 플로리다는 어쩐지 낙원 같지만 한꺼풀 들추면 전혀 다른 곳이라는 비유로 쓰이는 느낌이다. 이 단편집 속의 플로리다는 파충류들이 또아리를 틀고, 태풍이 불고, 진흙과 모래 틈으로 발이 빠지고, 야생 표범이 밀림 속에서 눈을 빛내는 곳이다. 가장 치열한 삶의 공간이다. 여러 단편 중에서도 뱀과 파충류 사이에서 감정을 잃고 성장한 한 소년 이야기, <둥근 지구, 그 가상의 공간에서 At the round earth's imagined corners> 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내용상으로는 잘 짜여진 책이 아니다.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고, 하나의 주제를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풀고 있지도 못하다. 하지만 그런게 문제가 아니고, 참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해준책이다. 특히 이 나라의 공적처럼 된 중년 남자로서 참 아무것도 모르고 쉽게 살았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책. ‘양복 옷 태가 망가질까봐 전화기는 비서가 휴대해야 하는사람, KTX를 타도 자기 자리 앞에는 아무 것도 두지 않는 사람과 일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모시는 방법에 대한 인수인계 리스트가 두 페이지나 되는 사람과 일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노동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책.

 

나쁜짓들의 역사 /로버트 에반스

재미와 교양? ‘인간은 어떻게 해서 술을 마시게 되었을까 등의 소재를 설득력있게 풀어 주는 책. 이런 식의 사소한(혹은 사소하지 않은) 악덕들이 인류의 문명을 보다 풍성하게 해주고, 때로 결정적인 발전을 이루게 했다는 내용의 책. 물론 대부분의 문명은 이런 사소한 악행보다는 보다 많은 인간으로부터 아주 많은 것을 착취하려는 본격적이고 거대한 악의에 의해 더 많이 발전했겠지만, 이런 식의 시선을 슬쩍 바라보는 것도 상당한 지적 포만감을 준다.

 

화이트호스 /강화길

2020년의 한국 소설. 2019년 박상영을 제외한 요즘 잘 나가는 젊은 작가들에게 많이 실망했던 터에 단편 <음복> 한 편을 읽고 이야, 이 작가는 진짜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단편집 <화이트 호스>를 읽고 나니 이 작가의 본진은 고딕 소설. 사실 몇몇 작품들은 그냥 배경만 한국으로 옮겼을 뿐 그냥 서구의 낡은 성을 배경으로 한 인물과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느낌도 든다. 그런 자신의 본진에서 나와 한국과 화해하려는 첫 본격적 시도가 <음복> 아니었을까. 단편집을 읽고 나니 이 작가의 다음 행보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갈라테아 2.2 /

1990년대의 시선으로 인공지능을 상상했던 결과들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로 나와 있다. 그걸 문학에 적용시켜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사실 이 소설의 리뷰를 썼다가 저장을 하지 않아 날려 먹은 적이 있다. 어찌 보면 영화 ‘Her’의 원작 같은 느낌. 물론 이 속도로 인공지능을 교육하다간 어느 세월에 교육이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 고색창연하고 비장한 느낌에 스윽 빠져드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P.S. 마지막 대사는 고전 영화 <메리 포핀스>에서 따 온 것.

 

일 잘 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박소연

요즘 기업에서는 어떤 이야기에 관심이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다 얻어 걸린 책. 정말 기업내/조직내 커뮤니케이션이란 어떤 것인가를 간명하게 설명하는 책. 물론 현실의 문제에 대한 모든 해답이 실려 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읽어 두면 도움이 될 책. 특히 선배들이 내 말을 도무지 이해하는 것 같지 않아 고민하는 젊은 사회인들이 읽으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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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과 영화는 아마도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분야 중 하나. 개인적으로도 극장을 몇번이나 갔나 싶습니다. 이번에 꼽는 영화들도 거의 모두 방구석에서 본 것들이죠.

그런데 문제는 만인의 극장이 된 넷플릭스의 단편, 영화분야가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장편 시리즈 부문이 상대적으로 훨씬 낫고, ‘영화라고 할 수 있는 2시간 내외의 단편 작품들은 유명 감독과 유명 배우의 이름이 간판에 걸려 있어도 신뢰감이 뚝 떨어집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길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장용 영화는 프로듀서건, 투자사건, 배급사건, 온갖 시누이들이 적절한 길이를 요구합니다. 아주 긴 영화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 그 길이를 줄이라는 요구를 해대죠. 아예 <인피니티 워><신과함께> 처럼 1,2부로 나누어 개봉을 하든가.

하지만 상대적으로 OTT는 시간에 너무 관대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상영시간표가 없는 플랫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작가(즉 감독)의 요구를 프로듀서들이 최대한 받아준다는 느낌. 그러다 보니 러닝타임은 한없이 길어지고, 아무리 집에서 본다 해도 관객의 인내심 가장자리를 맴돌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평단의 호평을 한몸에 받았던 <로마><아이리시맨>도, 최근 호평이 있었던 <미드나이트 스카이>도 저렇게 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솔직히 지루했습니다.

아무튼 액션 대작 블록버스터가 없는 2020년은 참 우울했습니다. <매버릭>을 꽤 기대했는데 볼 수 없었고, 2020년 기대했던 작품 중 유일하게 개봉한 <테넷>이나 미국 평단이 극찬했던 <멩크>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취향 밖. 그리고 OTT로 직행한 액션 대작들은 어찌나 이렇게 죄다 함량 미달인지. 여러 모로 우울했습니다.

그래도 몇몇 작품들은 여전히 참 좋았습니다. 늘 그렇지만 기준은 <내가 2020년에 본 영화>. 가능한 한 최근 작품들 위주로 고르지만, 어쨌든 제작 연도는 일단 무시합니다.

 

작가미상 Never Look Away  Werk Ohne Autor

플로리안 폰 도너스마르크. <타인의 삶>의 감독. 2019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하나의 예술가가 태어나기 위해 그 시대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또는 예술은 그 시대와 어떻게 호흡하고, 어떻게 그 시대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영화. 좀 늦긴 했지만 2020년 본 영화 중에는 단연 최고. 특히 태어나서 본 미술 소재의 영화 중에는 최고.

작가 미상, 역사는 어떻게 작가를 만들어내나 (joins.com)

 

작가 미상, 역사는 어떻게 작가를 만들어내나

1.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쉽게 외워지지 않는다. <타인의 삶>으로 알려진 이 독일 감독의 2018년 작품. <작가 미상>은 독일어 원제인 , 즉 ‘작가 없는 작품’에서 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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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Weathering With You の子

날씨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소녀와 그 소녀를 사랑하게 된 소년. 지독한 장마 중에 봐서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신카이 마코토의 다른 영화에 비해 훨씬 선명한 메시지. 이것이 일본에서 새로운 세대(밀레니얼이라고 해야 할지,     MZ라고 해야 할지)를 바라보는 시선인가. 아니면 MZ가 기성 질서에 대해 내는 목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듬. 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던 문제 해결 방식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느낌.

날씨의 아이, 일본인도 달라졌다 (joins.com)

 

날씨의 아이, 일본인도 달라졌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나날. 비슷한 또래의 한 믿을만한 분이 극찬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포스터 속 파란 하늘이 끌려서 <날씨의 아이>를 선택했다.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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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

<뉴스룸>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한 애런 소킨이 직접 연출까지 맡은 작품.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시카고에 모인 반전주의자들이 한 법정에서 나란히 선 상황을 그린 영화. 당시 반전 세력을 구성하던 대학생, 히피, 무정부주의자, 그리고 무장흑인세력인 블랙 팬서까지 다양한 이들이 말도 안 되는 법정에서 재판받는 과정이 때론 웃기고 때론 서글픔. 선명한 수작.

 

세상을 바꾼 변호인 On the Basis of Sex

다스 베이더 아니고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전기 영화. 그렇게만 보면 뻔할 것 같은데, 뻔하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 자칫하면 연애도 잘 하고, 자식 농사도 잘 짓고, 남편 봉양도 잘 한 데다 경력도 관리해낸슈퍼우먼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고비 고비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도 빠지지 않아 마음이 놓임. 아무래도 여성 감독 미미 레더의 역할인 듯도 하고 펠리시티 존스의 인생작.

 

브렉시트: 치열한 전쟁  Brexit

토비 헤인스라는 연출가를 주목하게 된 작품.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실존 인물들이 등장해 공과를 가리는 드라마는 아마도 영국 미디어의 독보적 생산품인 듯. 특히 브렉시트라는 거대한 역사적 결과물을 만들어 낸 도미닉 커밍스라는 인물을 통해 세계적인 반 이성주의의 흐름이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였는지를 보여줌. ‘현대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이 보셔야 할 작품.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잘생김을 포기하고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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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살아 움직이는 역사를 영화로 본다면

영국이라는 나라의 전통이겠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 과감한 극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영화 <브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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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  Midsommar

아리 애스터의 <유전>도 인상적이었지만 <미드소마>는 그 결정판. 북유럽의 민속(?) 행사를 관찰하러 간 대학생들에게 악몽이 찾아오는 이야기. 애스터에게는 공포의 구현을 위해 으슥한 지하실도, 컴컴한 밤도, 갑작스런 조명의 변화도 필요없는 듯. 그냥 백주 대낮에 일어나는 일들도 얼마나 사람을 소름끼치게 할 수 있는지 보여는 작품. <작은 아씨들>을 보고 플로렌스 퓨에 대해 반감이 생긴 분들을 위한 치료제 역할도.

 

오피셜 시크릿   The Official Secret

이라크전 참전을 앞둔 미국과 영국 정부의 불법적인 움직임을 알게 된 감청요원 키이라 나이틀리. 과연 국익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놀랍도록 공감 가게 풀어냄. 소품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기반한 정서 묘사가 아주 뛰어남. 개빈 후드 감독을 잘 모르는 분들은 반드시 <아이 인 더 스카이>를 보실 것. 어찌 보면 연극적인 소품이지만 놀라운 감동과 현실을 요약하는 통찰이 담긴 명작.

 

그레이하운드  Greyhound

이런 식의 영화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건가 하고 포기할 때쯤 나타난 대작 전쟁 영화. 2차대전 초반, 독일 U보트들의 기습으로부터 수송선단을 지켜야 하는 구축함 함장 톰 행크스의 열연이 실감나는 전투와 맞물림. 개인적으로 잠수함 영화 마니아를 자처하는 터라 애정이 좀 과장되었을 수도 있지만 박진감 넘치는 고전적 전쟁영화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특히 강추. <U-571>같은 엉터리를 연상하시면 곤란.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Rose Island

한 몽상가 엔지니어가 이탈리아 영해 바로 바깥에 가로 세로 20m 크기의 인공섬을 만들면서 시작되는 영토분쟁(?). 놀랍게도 실화 기반. 시대가 바로 세계적인 격동기였던 1968년이라는 데서 뭔가 슬슬 반체제의 냄새가 난다. 좀 더 톡 쏘는 맛을 살릴 수도 있었을 영화지만 이탈리아 영화라 그런지 어딘가 <인생은 아름다워>의 새로운 버전 같은 느낌도 그럴 듯. 넷플릭스로 볼 수 있음.

 

조조 래빗 Jojo Rabbit

연말에 이 영화 얘기를 하자니 사뭇 뒷북이긴 하지만 어쨌든 훌륭한 작품. 스칼렛 요한슨은 아카데미시 여우조연상을 받았어야 미땅하다고 생각. 소년의 눈으로 본 2차대전중의 독일에서 현실과 환상의 교차를 매혹적으로 그려낸 작품. 이 영화 이후 타이카 와이티티라는 감독은 <토르: 라그나로크>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유머감각을 보유한 연출자로 기억될 듯.

기본적으로 2019년을 대표하는 영화를 뽑으라면 <기생충>, <조조 래빗>, <포드 v 페라리>, <결혼 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정도를 꼽게 됨. <1917><아이리시맨>, <페인 앤 글로리>, <두 교황>, <나이브스 아웃>은 거기 비하면 아무래도 좀 처지는 느낌. <조커><작은 아씨들>은 만들어지지 않는게 나았을 것 같은 작품들. 그 중에선 역시 <기생충>의 진정한 경쟁 상대는 <조조 래빗>뿐이었다는 생각. (물론 개취입니다. 존중해주세요.)

 

괜찮은 영화가 없다 없다 했는데 그래도 10편은 금세 채워집니다. 그런데과연 내년에는 어찌 될지. 이 리스트의 영화 대부분이 2019년에서 이월된 작품들이란 점을 생각하면 과연 2020년에 이월될 영화가 있을까 싶은

다 꼽고 나서 한국 영화를 한 편도 꼽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밥정

물론 본 영화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한편 넣으려면 얼마든지 넣을 수 있겠으나 큰 영화 몇 개가 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결함들이 보여 탑10에 꼽기에는 다들 좀 아쉬운. 그 가운데서 <밥정>이 마음에 꽂힘. 방랑식객이 외딴 데 사는 할머니들을 만날 때마다 밥을 해드리는 이야기. 그 배경에는 두 어머니에 얽힌 그의 사연이 있다. 박해령 감독. , 개인적으로는 <해치지 않아>도 괜찮았음.

 

그리고 2018~2020년 작품은 아니지만 어쨌든 번외로 추천.

 

카페 드 플로르 Cafe de flore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시작으로 <데몰리션>, <와일드> 등 장 마크 발레 감독의 영화를 몰아보던 중 2011년 작이지만 공유하고 싶은 영화라 리스트에 슬쩍. 전생과 인연, 본능과 감각을 연결시킨 작품. 작중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DJ다 보니 음악도 인상적(물론 이 감독의 영화들은 대부분 OST가 인상적). 잠 못드는 겨울밤에 보시면 좋을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The Legend Of 1900

올해의 재개봉 러시 중 한편(본래 2004년작). 필자가 원천적으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광팬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는 단연 초강추작. 배 위에서 태어나 그 안에서 일생을 보내는 한 천재 피아니스트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토르나토레/모리코네 듀오는 피아니스트 이야기라는 소재를 만나 관객을 초토화시키는 화력을 과시. 그런데 이 영화는 대표적으로 관객의 평가가 높은 데 비해 평론가 평점은 낮은 작품(rotten tomato에서 9점대 vs 5점대). 이런 세상에서 평론가란 대체 무엇인가. 

 

P.S. 그리고 이런걸 써 올리는 이유는 여러분이 보신 것 중에서 좋았던 것들도 추천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올해 방콕하시면서 많이들 보셨죠? 많은 추천 기대합니다.

그리고 작년 리스트도 첨부합니다.

개취로 뽑아본 2019년 10대 영화 (tistory.com)

 

개취로 뽑아본 2019년 10대 영화

아주 오랜만에 올해의 10대 영화를 꼽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기준은 개취구요, 대상은 '올해 본 영화 중 2018, 2019년에 제작된 영화'로 하겠습니다. 대상은 약 70~80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

fivecard.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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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라는 나라의 전통이겠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 과감한 극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영화 <브렉시트, 치열한 전쟁(원제는 그냥 'Brexit')>. 한국으로 치면 '역사적인 평가가 완성되지 않은 사안'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건드려도 될까. 명예훼손이나 사실 왜곡 시비로부터 제작진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작품이다. 면전에서 사실상 욕설을 퍼붓고도 "Nothing personal"이라고 퉁칠 수 있는 문화랄까. 


영화 <브렉시트..>의 주인공인 도미닉 커밍스(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실제로 브렉시트의 심장으로 불리는 인물. 당시 'EU 탈퇴'라는 이슈를 놓고 수많은 주장으로 뒤섞여 있던 탈퇴파의 오합지졸들을 하나로 규합, 아무도 예상 못한 승리를 거둬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이 '승리'에 대한 공헌 덕분에 보수당의 압승과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에까지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존슨의 최순실'이라고까지 불렸지만 몇가지 실수와 함께 스캔들이 생기자 존슨은 커밍스를 손절했다. 지난달 커밍스의 사임 소식은 국내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아주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토사구팽'이란 타이틀이 달려 있었다. 



[영화 이야기로 넘어와서] 커밍스의 대척점에는 크레이그 올리버(로이 키니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카메론 총리의 공보비서관. 존슨 내각에서 커밍스가 하던 것과 비슷한 역할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EU 잔류 운동의 홍보를 진두지휘한다. 그런데 이게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 

1차적으로 커밍스는 정확한 캠페인의 정석을 따른다. 너저분한 주장과 다양한 탈퇴세력 메시지를 'vote leave'와 'Take back control', 단 두마디로 정리한다. 탁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커밍스가 집중 공략한 사람들이 누구로부터도 관심받지 못했던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이들은 'Take control'을 했던 적이 없다. 그런 이들에게 'back'이라는 환상을 심어 준 것이 천재의 솜씨란 생각이 든다. 

여기 맞서는 올리버의 진영에는 훨씬 유능한 인력들이 붙어 있기는 했으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커밍스 진영이 집요하게 SNS 등으로 퍼뜨리는 가짜 뉴스(예: "EU의 국경 개방때문에 터키인 7천만이 영국으로 유입될 것이다")에 공식적인 채널로 방어하는 올리버 진영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공세를 취하면 '지킬게 많은' 사람들은 버틸 재간이 없는 법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올리버가 탈퇴 지지층을 분석하기 위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지켜보다가, 너무 답답했던 나머지 직접 그룹 속에 뛰어들어 '왜 EU에 잔류해야 하는지' 설득하려 시도하는 부분. 올리버의 언어, 올리버의 논리는 이들과 전혀 섞이지 않는다. 올리버를 비롯한 영국 정치의 엘리트들이 밑바닥 민심과 얼마나 유리되어 있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토비 헤인스 감독의 역량을 느끼게 한다. 

두번째는 커밍스와 올리버가 투표 직전, 맥주 한잔을 마시며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 올리버는 커밍스에게 '영국 정치를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아사리판으로 만드니 좋으냐'고 공격한다. 하지만 커밍스 역시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며 '너와 네 동료들은 너무 오래 권력에 익숙해진 탓에 사람들이 왜 변화를 원하는지 모른다'고 일축한다. 자신은 새로운 룰에 따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그에겐 룰이 바뀐 걸 모르고 반칙을 주장하는 적들이 우습게 보일 뿐이다. (이런 대화가 실제로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영화적 허구겠지만 탁월하다.) 



물론 커밍스는 승리를 거뒀지만 그 승리가 과연 승리 이상의 무언가를 가져왔는가에 대해선 답을 할 수 없었다. 과연 민중은 권력을 되찾았을까? 커밍스의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인 양극화는 조금이라도 해결됐을까? 지금 커밍스는 밖에서 보기에 그렇게 쉬워 보였던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가를 곱씹고 있는 건 아닐지. 

딱딱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감각적인 영상과 툭툭 터지는 영국식 유머 때문에 보기 힘들지 않다. 브렉시트에 이어 트럼프의 승리와 좌절로 이어지는 세계적인 '반 이성' 흐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왓챠에 있음. 알고 보니 2019년 초 이미 TV로 방송된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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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룩주룩 오는 나날. 비슷한 또래의 한 믿을만한 분이 극찬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포스터 속 파란 하늘이 끌려서 <날씨의 아이>를 선택했다. 어쩌면 며칠 전 한강을 건너다 본, 침수된 한강시민공원과 텅빈 올림픽대로의 잔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을수도. 한번 보시기를 권함. 개인적으로, 보고 난 느낌은 <파이트 클럽>때와 매우 비슷하다.^^)

섬에서 무작정 도쿄로 올라온 16세 소년 호다카는 우연히 비를 그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18세(!) '날씨 소녀' 히나를 알게 되어 그 능력을 활용할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날씨 소녀에게는 능력의 댓가로 겪게 되는 어떤 운명이 있다.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감성보다는 새로운 세계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끝없이 내리는 비는 누가 봐도 일본의 쇠퇴를 상징하는 느낌. 이미 1980년대 정점을 찍었던 일본은 아직 당시의 호황과 번영을 기억하는 어른들이 권력을 쥔 국가다. 그런 시대를 모르는 다음 세대는 그 후유증만 고스란히 떠 안았다. 심지어 그 다음, 지금의 청소년들은 그런 갈등조차도 남의 얘기다. 잃어버린 몇년 어쩌고 하지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세상이었는데 어쩌라고. 그런 세상을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고.

결국 히나는 자신의 '소명'을 다 하는 길을 선택하지만 호다카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왜 그걸 우리가 감당해? 남들보다 뛰어나서? 할 수 있으니까? 천만에. 설령 나 하나 희생해서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해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럴 이유는 없지. 왜 내가 그렇게 해야 하지? 남들이 나에게 대체 뭐길래?

이 대목에서 눈이 번쩍 뜨인다. 결국 <날씨의 아이>는 우리 세대가 교육받을때 일제때 교육받은 선생님들이 늘 염불처럼 외웠던, 그리고 아직도 태극기 할배들이 '한국이 일본 발뒷꿈치도 못 따라가는 이유'로 철석같이 믿고 있는 멸사봉공과 메이와쿠의 문화에 한마디로 빅엿을 날리는 얘기였던 거다. 



물론 에바 팬들은 이미 그런 정서의 애니메이션을 몇십년전에 봤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음습한 오다쿠 문화와는 결이 다르다. 그렇게 뒤에 숨어서 아무도 못 알아듣게 혼자 중얼중얼하는 느낌이 아니라, 어른들의 눈을 똑바로 보고 웃으며 얘기하는 느낌이랄까. <날씨의 아이>는 두 주인공의 선택에 의해 도쿄가 어떻게 변하는지까지 보여준다. 웃음이 나온다. 그래. 까짓거 그러면 어때.

<너의 이름은>이나 <초속 5cm>의 서정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할 작품. 결국 이 작품은 그들에겐 그들의 세상을 만들 권리가 있다, 라고 허락하듯 말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꼰대스러운 짓이라고 말해주는 영화다. 아직까지도 세상과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눈을 꼭 감은 채, 30여년 전 책에서 읽은 '도덕적 당위'가 불변인 줄 알고 있는 한국의 21세기 사대부들이 제발 봐야 할 영화일수도 있다.

다 떠나서 작화와 연출은 압도적. 음악 역시 많은 부분 <천공의 성 라퓨타>를 연상시키는데, 연주곡에 비해 보컬이 들어간 곡들은 매우 실망스럽다. ...뭐 이건 개취라 어쩔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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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쉽게 외워지지 않는다. <타인의 삶>으로 알려진 이 독일 감독의 2018년 작품. <작가 미상>은 독일어 원제인 <Werk ohne Autor>, 즉 ‘작가 없는 작품’에서 직역한 것. 영어 제목인 <Never look away>는 소년 쿠르트에게 이모 엘리자베트가 해 준 말에서 따 왔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작품.

2. 알려진 대로 이 작품은 독일 드레스덴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이야기를 상당 부분 따라가고 있다. 나치 독일 치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동독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가로 두각을 보이던 시점에 서독으로 망명했다는 점, 동독에서 그렸던 대형 벽화는 그가 탈출한 뒤 즉시 지워졌다는 점 등이 영화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물론 대부분의 가족사 디테일은 사실과는 다르다고. 

3. 나치 치하에서 수용소로 끌려가 가스실의 원혼이 된 사람들은 유태인만이 아니었다. 히틀러와 조언자들은 집시, 정신병자, 심신장애인, 심지어 소아마비 환자들까지도 우월한 순수 게르만 민족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거세하거나 수용소에 가둬버렸다.


4. 2차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군사법정에서 나치 부역자들을 심판했다. 처음에는 군 지휘자와 정치가들을 처단했고, 나중에는 위에서 말한 인종청소에 가담한 의사, 판사, 경찰 등을 피고인석에 세웠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기 무섭게 냉전이 시작됐고, 미군 점령하의 서독은 소련의 서진을 저지하는 전진기지의 역할을 맡아야 했으므로 독일의 재무장과 생산력 회복은 필수적인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독일인들의 자발적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으므로, 전범 심판은 ‘더 이상 생채기를 내지 말자’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1948년까지 집중적으로 펼쳐진 전범 재판의 피고인들은 상당수가 실형, 특히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1961년 이전에 모두 석방되었다. (이상은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뉘른베르크 재판>의 주제)

5. 주인공 쿠르트는 어려서는 나치에 의해, 성장기에는 소련을 추종하는 동독 정부에 의해 ‘예술이란 국가와 사회의 목적을 위해 봉사할 때에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피를 뿌리며 싸운 상대방이지만 의외로 똑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지 말라(never look away)’ 는 메시지에 힘이 실린다.


6. 189분. 만만찮은 시간인데 어느 주말 새벽 1시쯤 보기 시작해서 4시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흐름이 빠르거나 대단한 사건이 이어지는 것도 아닌데, 일단 쿠르트의 운명을 걱정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그걸로 끝. 3시간 순삭이다.

7. <타인의 삶>에 만족하신 분이면 무조건 봐야 할 영화.

 


<여기서부터는 아마도 스포일러.>

8. 영화는 한 세대를 휩쓴 전체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한 예술가가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투영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성공이 예견되는 엔딩은 일면 해피엔딩으로 보이지만, 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영화는 결코 할리우드적인 해피엔딩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지나간 시대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 같다. ‘굳이 지나간 세월의 묻혀진 진실을 파헤쳐서 새삼 또 무슨 상처를 내겠다는 것인가. 다른 무엇보다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인간은, 예술은 무엇을 위한 도구도 아니며 무엇을 위해서도 봉사하지 않는다고.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선 속 시원한 단죄는 일어나지 않는다. 원치 않게 그 유산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다음 세대에게 그 무게를 전가시키지 말자는 이야기일까. 이모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엔딩은 왠지 그렇게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고 말하는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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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드 영드가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플랫폼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ABC, NBC 등 메이저 채널과 HBO, STARZ, LIFETIME 등 몇몇 전문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미드로 끝나지 않고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등등에다 디즈니, 피콕 등등 대형 스튜디오들이 직접 공급하는 채널까지…. 어디서 뭘 하는지 솔직히 다 알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미국 시청자들은 과연 알려나.

그런 무수한 작품들 가운데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경로는 넷플릭스와 왓차, 그리고 아마존 정도일 듯 합니다. 요즘 OCN같은 영화 전문 채널의 미드 신작 공개는 거의 사라진 느낌이고, KBS에서 간혹 BBC 계열의 걸작드라마를 방송해 주는 정도? 이렇게 보면 한국에서 미드 영드를 볼 수 있는 경로는 매우 제한적인데, 이 제한성은 또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걸러져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단 방송 현지에서 시청량이든 작품성이든 뭔가 의미있는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우선 들여와 자막화 등 과정을 거칠테니까요.

(이 부분에서 넷플릭스는 다시 한번 예외. 솔직히 양적으로 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느낌? 옥과 돌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추천 알고리듬? 아직도 이걸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이 계신가요? ^^)

어쨌든 개인적으로 2020년에 본 것들 중의 베스트입니다. 하나 꼬릿말을 달자면 저 총 쏘고, 달리고, 구르고, 닥치는대로 부수고 이런거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제발 그런 드라마나 영화 중에서 좀 볼만한 것들 좀 만들어 주세요. 그 쪽 방향으로는 개실망의 연속인 2020년이었습니다.

이어즈 앤 이어즈 Years and years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 아직도 안 보신 분이 있나 싶을 정돕니다. 2019년 공개되어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해 무서울 정도의 예측력을 보여준 작품. 일종의 찰스 디킨스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 처럼 니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런 세상이 올 거야. 하지만 이건 드라마야. 아직 기회는 있어. , 얼른 일어나.”  [왓챠]

 

나의 눈부신 친구 My Brilliant Friend

BBC-RAI(이탈리아의 KBS) 합작. 나폴리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20세기를 관통하는 두 여인의 성장/인생/사랑 드라마. 두 친구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흔히 이 작품을 우정의 드라마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필생의 라이벌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은. (그런데 여자들의 친구 관계에는 이 요소가 결코 빠지지 않는다고도 하는군요. 이상 여자분들의 말씀. 제가 한 얘기 아닙니다.)  [왓챠]

 

퀸즈 갬빗 Queens gambit

아마도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 체스보드 위에서 성장하는 한 천재 소녀의 종횡무진 활약담. 더욱 놀라운 것은 기존의 성장드라마들이 갖고 있는 불우한 출생 닥쳐오는 환난 주위의 악의 각성과 능력 발휘 끝없는 도전 최후의 승리 같은 식의 도식적인 전개를 한방에 날려 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앞을 가로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시원함이 전편을 관통합니다. 저렇게 이야기를 배배 꼬아 고구마를 만들지 않아도 성공 스토리가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례. 음악과 패션도 화려합니다.  [넷플릭스]

 

그리고 베를린에서 Unorthodox

뉴욕 티파니 본점 같은 보석 거리 주변에서 눈에 띄는, 납작한 사각모자에 귀밑으로 곱슬머리를 늘어뜨린 약간 시대착오적 검은 복장의 유태인들을 보신 적이 있는지. 첨단 도시 한복판에서 원리주의적 신앙을 고집하는 사람들 속에서 도망쳐 나오기로 결심한 한 여인(19…)의 이야기입니다. 신기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이런 드라마들이 어딘가에 잘 숨어있다는 걸 안 것도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만달로리안 1 & 2 Mandalorian

이미 보신 분들에겐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리고 스타워즈 마니아라면 안 본 사람이 없을. 개인적으로는 스타워즈 영화 1~9 시리즈 본편보다 훨씬 작품성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배경을 모두 설명하기도 귀찮고, 훨씬 자세히 설명해두신 분들이 많으니 각자 찾아보시길. 핵심적인 사항 두가지만 말씀드리면 1)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영화 기준으로 에피소드 6이 끝나고 수년 뒤, 67의 사이 정도라는 것, 2) 여기 나오는 아기 요다는 우리가 잘 아는 그 요다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꼭 알아 두시길.  [디즈니]

 

데브스 Devs

만장일치는 아닌 작품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간이 과연 어떻게 하면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혹은 신이라는 존재의 권능을 구체적으로 기술한다면 어떤 것이 될까를 고민해 보신 분이라면 강추. 흐름이 좀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음악과 분위기가 충분히 커버합니다.   [왓챠]

 

장야 1 長夜

길이가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랑야방> 이후로 가장 재미있게 본 중국 드라마. 녕결(영결?)이라는 주인공의 무협 성장담인데, 이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 하나로 먹고 들어가는 작품입니다.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 진비우의 아버지는 진개가라는 영화감독입니다. 이렇게 쓰면 아무도 모르실테니… ‘첸 카이거’. 연기력은 아직 좀 부족한 부분이 보이나 시원시원한 얼굴과 190 가까운 기럭지는 분명 아시아의 슈퍼스타가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주의: 진비우의 위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주인공 배우가 바뀌는 시즌2는 재앙입니다. 아무리 궁금해도 절대….    [왓챠]

 

컨페션 A Confession

왓슨마틴 프리먼 주연의 수사극. 젊은 여성의 실종 사건이 일어나고,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나고, 실종자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여기서 범인으로부터 자백을 받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취한 고참 형사의 선택이 두고 두고 그의 발목을 잡습니다. ‘한 남자의 외로운 투쟁이야기 가운데 단연 뛰어난 수작. 탄탄하게 정석을 지키는 영웅 이야기. 영국 드라마 특유의 감칠맛이 잘 살아 있습니다. 한번 영드 보기 시작하면 미드는 싱거워서 보기 힘들어집니다.   [왓챠]

 

디 아워  The Hour

한때 기자생활을 했기 때문에 기자 이야기를 그리 재미있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더군요. TV라는 매체가 사람들의 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무렵, 아주 옛날 영국 TV의 뉴스 프로그램 이야기입니다. 사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와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이야기, 비슷한 주제지만 <뉴스룸>과는 매우 다른 색깔을 보여줍니다. 비교해서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 늘 그렇지만 벤 위쇼의 연기도 발군.   [왓챠]

 

퀴즈 Quiz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퀴즈 프로그램 포맷입니다. 한국에서도 <퀴즈가 좋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적이 있죠. 그런데 이 퀴즈 프로그램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이 포맷의 허점(?)을 노려 거액의 상금을 노린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정말로 조작에 성공한 것일까요? 아니면 우연히 행운이 따른 것이었을까요. 짧고 밀도높은 드라마가 그날의 진실에 접근합니다. 3부작, 짧고 강렬합니다.  [왓챠]

 

사실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보긴 무수히 봤습니다. 그런데 보다가 왠지 아닌거 같아서 끄고,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끊고, 나중에 봐야지 했다가 잊고생각보다 건진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탑10을 꼽아 보니 이렇습니다. 왓챠에서 본 드라마가 많은 건 아무래도 왓챠가 믿고보는 HBO와 BBC 드라마를 많이 들여온 결과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탑10에 들까말까 경합했던 작품으로는 아마존 프라임의 <업로드 Upload>가 있습니다. 사후세계에도 적용되는 하드 용량의 무서움...

작년에 좋았던 작품들의 시즌2(2019년 리스트 참조)는 다 믿고 보셔도 될 듯. 넷플릭스에서 <코민스키 메소드 2>, <폴리티션 2>, <빌어먹을 세상 따위 2> 다 좋습니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별나도 괜찮아 Atypical>도 재미있게 보실 듯.

그리고 올해는 넷플릭스가 좀 적은데 드라마는 아니지만 HM 차원에서, 올해의 넷플릭스 콘텐트는 단연 <라스트 댄스 Last Dance>. 개인적으로는 역시 <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도 강추작입니다.

한국 드라마로는 <비밀의 숲2>를 필두로 전설이 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리고 <방법>이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쀼의 세계>는 아무래도 좀 취향이 아니라서….^^

P.S. 그러고보니 일본 드라마는 한 편도 없네요. 요즘은 주위에서 추천하시는 분들도 별로 없고... 일드 화이팅.  혹시나 해서 작년 리스트를 첨부합니다.

 

개취로 뽑아본 2019년의 10대 영미 드라마 (tistory.com)

 

개취로 뽑아본 2019년의 10대 영미 드라마

사실은 2019년에 다 본 것도 아니고, 대략 지난 1년간 본 드라마들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것들입니다. 이 어지러운 시국에 제가 세상에 뭘로 봉사할 수 있나 잠시 생각을 해 보다가, 아무래도 실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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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2019년에 다 본 것도 아니고, 대략 지난 1년간 본 드라마들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것들입니다.

이 어지러운 시국에 제가 세상에 뭘로 봉사할 수 있나 잠시 생각을 해 보다가, 아무래도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이런거나 좀 보시면서 시름을 달래시라고 권해 드리고자 합니다. 요즘 일본 드라마는 통 본게 없어서 추천을 못 합니다. 혹시 재미있었던 것들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매일 매일 뉴스 보신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울분만 더 쌓이고, 욕하고 싶은 사람만 늘어납니다. 그러느니...

리스트 들어갑니다.

1. 더 보이즈 The Boys

아마도 2019년에 본 것들 중에 재일 재미있었던 걸 꼽으라면 이 드라마를 들겠습니다. 출장 다니고 정신없던 틈틈이 위안이 되었던 작품입니다.

어벤저스가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 그 어벤저스는 거대한 돈벌이의 소재가 되어 있습니다. 어벤저스를 관리해 주는 기업이 초우량기업이 되어 있죠. 이 기업은 미국 정부와 거래해서 미국의 치안 유지를 외주로 관리해주는 일을 합니다. 게다가 어벤저스가 나오는 드라마,영화, 다큐, 책, 그리고 수없이 많은 머천다이즈 상품 개발까지 안 하는 분야가 없습니다.

이렇게 슈퍼히어로가 잘 되는 사업이다 보니 미국 시골 동네마다 슈퍼히어로 선발대회(아메리칸 아이돌 풍의)가 열리고,청소년들 중 일정 정도의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스타 슈퍼히어로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런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아마존 프라임의 작품 선정 능력에 신뢰를 갖게 한 작품.

2. 배리 Barry

전통의 명가 HBO의 걸작. 내심은 착하지만 갖고 있는 거라곤 사람 죽이는 기술밖에 없는 사이코패스 킬러가 어느날 연기를 통해 자아실현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됩니다. 사이코패스가 연기를? 감정의 공유가 안 되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연기를? 그러니까 드라마죠. ㅎ

 

3. 코민스키 메소드 Kominsky Method

왕년에도 그리 잘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자 깨나 울렸던 배우 역으로 마이클 더글러스가, 그리고 그의 평생 친구 겸 에이전트(변호사) 역할로 앨런 아킨이 나옵니다. 실제 노인들이 노인 역을 하죠.

연기 학원을 운영하는 마이클 더글러스(이거 때문에 Barry와 몇 장면이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는 여전히 철딱서니 하나 없고, 상처를 한 앨런 아킨은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합니다.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모두 '선량한 노인'은 아니라는 것. 제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마음은 사실 별로 안 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우 공감이 갑니다. 아무튼 2019년의 넷플릭스 시리즈라면 이걸 꼽겠습니다. 시즌2도 재미있네요.

 

4. 폴리티션 The Politian

약간 취향을 탈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2020년 넷플릭스 최고의 드라마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무래도 올해 안에 넷플릭스에서 더 재미있는 드라마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은.

구조는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인데 하는 짓들은 프로 정치인들을 넘어섭니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브릭 Brick> 같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가 빠를 듯. 주인공 벤 플랫은 왕년에 토니상을 받았던 뮤지컬 스타 출신으로, 극중에서도 몇 차례 뛰어난 노래 실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엄청나게 몰입감있는 드라마입니다.

5. 빌어먹을 세상따위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의 수많은 콘텐트들 가운데 넘버 1은 이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뽑은 작품들이 전부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는 주인공이 뭔가 살아남아서 이뤄 보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들이네요. 그게 제 취향인 모양입니다. 그렇게만 얘기하면 어두운 이야기로 보이기 쉽지만, 엄청난 코미디입니다.

이 작품 역시 도라이 중의 상 도라이인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 대한 애정 혹은 호감만으로 어떻게든 이 거지같은 세상을 살아가 보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웃기기도 하면서 몇몇 장면에선 눈물을 자아내기도. 시즌 2가 시즌 1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6. 굿 오멘스 Good Omens

아마도 많은 분들이 영화 <오멘>에 대해서 들어 보셨을 겁니다. 6월6일6시에 악마의 자손이 인간 아기의 형상으로 태어나고, 그 아들이 명문가의 아들로 둔갑해 성장하면서, 몇몇 사람들이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이 아이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 고전 공포영화 오멘> 패러디입니다. 즉 코미디라는 뜻이죠. 천국과 지옥은 두 개의 진영으로 묘사되고, 지상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들과 함께 살아온 천사와 악마가 있습니다. 당연히 천사의 역할은 그 아기를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고, 악마는 그 아이가 자라나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때까지 보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인간세상의 재미를 다 알아 버린 천사와 악마(당연히 수천년 동안 적수로 지내다 보니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습니다)에겐 아마겟돈이며 세상의 종말이며 이런 것들이 다 귀찮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선택은...?

닐 게이먼의 원작도 탄탄하고, 냉전시대 미소 양대진영의 노숙한 스파이들을 연상시키는 두 주인공의 연기가 그만입니다. 이건 아마존 프라임에서 보시면 될 듯.

7. 잭 라이언

톰 클랜시 소설을 보시거나, <긴급 명령> 같은 영화들을 보신 분이라면 잭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를 잘 아실 듯. 영화에서는 해리슨 포드가 주로 맡았던 역할이기도 합니다. 물론 알렉 볼드윈도, 벤 애플랙도 한 작품씩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영화속의 잭 라이언은 이미 박사로 산전수전 다 겪은 cia 분석가였지만 드라마 속 잭 라이언은 그 잭 라이언 박사의 젊은 날이라고 보시면 될 듯. 아무튼 액션은 상큼하고, 시원합니다. 특히 존 크라신스키라는 주인공, 왕년에 <오피스> 같은 작품에 나오던 찌질이 배우가 이런 매력이 있다니 참 신기하기도.

 8. 트레드스톤 Treadstone

,제이슨 본이 출연하는 <본> 시리즈에 나오던 기관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혹할만한 시리즈. 제이슨 본 처럼 과거 잃은 전사들을 키워내던 비밀조직 트레드스톤의 잔재가 전 세계에서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그중에 북한도 있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에 나오는 북한은 <사랑의 불시착>에 나오는 북한과는 천지차이. 그리고 거기서 북한 출신의 여성공작원으로 한효주가 나옵니다(그 밖에도 한국 배우들이 깜짝 출연을…). 긴장감 넘치는 수작. 아직 시즌2가 결정되지는 않은 모양인데, 시즌2가 나온다면 생각보다 엄청난 장편이 될지도.

 

9. You

생각해보다가 좀 지났지만 이 작품도 재미있게 봤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캐럴라인 캐프리스 원작 소설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이게 그 얘기더군요. 그런데 출연 배우들의 호연으로, 책보다 드라마가 확실히 생동감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드라마를 그냥 무서운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기도 하시던데, ‘스토커는 자신의 어떤 감정을 사랑이라고 느낄까라는 시각에서 보면 매우 흥미로운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포인트, ‘어떻게 보면 스토커보다 더 무서운 여주인공을 발견하신다면 매우 만족스러운 시청이 되실 거라고 생각. 남자주인공 펜 베즐리는 <가십걸>의 그 남자 맞습니다.

 

10. 디스커버리 오브 위치즈 Discovery of Witches

사실 좀 망설이다 10위에 넣었습니다. 10위의 경합작품은 <킬링 이브> 인데, 앞부분은 흥미로웠지만 뒤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의 지능이 뚝뚝 떨어지면서 애정이 식었습니다.

<디스커버리 오브 위치즈>는 뱀파이어인 남주와 위치인 여주의 사랑을 중심으로 한 비인간 종족들의 치고 받는 과거사가 주 내용은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어찌 보면 성인 버전의 <트와일라이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남주 역의 매튜 굿 같은 좋은 배우들이 나오면서 뭔가 설정의 빈 구석이 채워진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근래 보았던 화제의 판타지 드라마들, <위처>나 올란도 블룸의 <카니발 로우> 보다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더 크라운> <아웃로 킹> <메시아> <종이의 집> 등은 강한 추천이 있었지만 보고 나니 결국 제 취향은 아닌 것으로…. , 이제 여러분이 보신 것들을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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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2019년에 읽은 책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10권을 골라 보기로 했습니다. 고른 이유는 제각각. 어떤 책은 재미있어서, 어떤 책은 유익해서, 어떤 책은....

뭐 아무튼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 열권인데 제대로 읽은 책이 이 10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본 책들 중에는 음식에 대한 책(이건 왜 그런지 다들 아실듯), 그리고 이 변화하고 있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에 대한 책들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돈을 벌자'는 책들은 좀 무의미한 것 같구요, 지금 이 세계가 변화하는 방향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풀어 주는 책을 찾고 싶었던 것 같네요.

아무튼 10권입니다. 순서는 무의미.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한국 소설을 거의 보지 않은 한해였지만 그중 발군.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소재가 새롭고 필치는 재기발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비슷하게 읽히는 장류진의 첫 단편집도 처음 발표된(책 수록 순서 아님) 두 개의 단편은 좋았지만 나머지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수필 같았다는 점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을 더 인정하게 된다.

 

산 자들 (장강명)

소설이라기에는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아무튼 좋았던 책. 여러 가지 입장을 볼 수 있어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다만 이야기가 끝나는 부분에서 현실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더 치열하게 파고 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

안녕 인간 (해나 프라이)

알고리듬을 왜 한국에서는 알고리즘이라고 쓰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고리듬이라는 것의 실체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주는 책. AI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지나친 두려움도 사실은 알고리듬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마음의 미래 (미치오 가쿠)

마음이란 내 것인가? 내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나인가, 나의 뇌인가? 나는 앞으로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원해도 죽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까?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들. ‘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첨단 기술의 발달 위에 놓고 설명해주는 책.

 

컬처 쇼크 (존 브록만)

미래의 문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문화란 사회와 어떤 관계로 지속될 것인가? 브라이언 이노가 리처드 도킨스의 밈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통해 음악의 히트 과정을 설명하는 등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책. 존 브록만이 일련의 책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 자체가 정말 놀랍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굽시니스트)

아편전쟁에서 한 중 일 3국이 외세와 부닥뜨리면서 1840년대 이후 풍운의 19세기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 정말이지 칼날 끝에 서서 이를 악물고 뛰어야 했던 시기에 상황을 몰랐던 조상님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피어나기도 하지만, 일단 무엇보다 너무나 보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하는 책.

숨(테드 창)

이 SF의 신에 대해 더 이상 어떤 찬사가 필요할까. 사실 중편으로 이미 출판됐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는 것이 약간 아쉽긴 했지만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의 통찰이나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 감춰진 엄청나게 폭넓은 사고의 흔적을 또 어디서 발견할 수 있으랴. 지존에게 경의.

 

앞으로의 교양 (스가쓰케 마사노부)

무엇이 달라질까에서, 어떤 점을 다르게 살아야 할 것인가 놀라운 인터뷰. 특히 교양부서 담당자로서 생각의 방향이 달라진다.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역시 다르게 보기의 일환으로 중요한 책. 세계는 성장하고 있고, 모든 것은 변화하고 있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곤란.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셰일가스와 미국없는 세계 (피터 자이한)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두 권의 책. ‘정통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사마외도 취급을 받는 책이라고 하지만, 트럼프 시대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일본의 식문화사/ 음식의 문화를 말하다 (이시게 나오미치)

둘로 나누기 쉽지 않은 두 권의 책. “개발도상국에서는 음식문화에 대한 연구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뭔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나 음식의 맛에 관심이 생기고, 그 다음에는 음식의 연원과 발전 원리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일본은 그 부분에선 한국보다 30년 정도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고르다 보니 13권이네요. 굳이 빼지 않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밖에 좋은 책들이었다는 생각을 주는 책들은

교수처럼 문학읽기 (토마스 포스터)

생각을 빼앗긴 세계 (프랭클린 포머)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김서령)

피로 물든 방(앤젤라 카터)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구정은)

등입니다. 특히 <피로 물든 방>은 페미니스트가 쓴 새로운 동화^^ 라는 면에서 매우 흥미로웠고 <사라진 남겨진 버려진>은 근래 읽은, 현직 기자가 쓴 책 중에는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유능한 사진작가와 팀을 이뤄서 같이 책으로 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1년동안 읽은 책을 정리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한번 해보고 나니 이것도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 복많이들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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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올해의 10대 영화를 꼽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기준은 개취구요, 대상은 '올해 본 영화 중 2018, 2019년에 제작된 영화'로 하겠습니다. 대상은 약 70~80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들입니다. 순위는 크게 의미 없고, 생각난 순서?

1. 던 월 Dawn Wall

올해 최고로 이 영화를 고르는 데 전혀 고민이 필요 없었습니다. 요약하면 많은 일들을 겪고 난 한 남자가 묵묵히,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암벽 오르기에 끝없이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뻔하고 지루할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왠지 눈가가 촉촉해지고, 주인공 토미 콜드웰을 응원하게 됩니다. 정말이지 '미친 영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듯.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2. 포드 v 페라리

결국 한 남자는 다른 남자에게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믿음을 받은 남자는 그 보답으로 평생 한번도 해 보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남자라면 피가 끓어오르지 않을 수 없는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영상에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단지 회사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 쯤 느껴 보았을, '누가 일 다 해 놓으면 잽싸게 숟가락을 얹는 XX'에 대한 묘사가 너무 리얼해서 감동을 좀 해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죠.

지금까지 과소평가되어 온 느낌이 있는 제임스 맨골드가 드디어 인정받았다, 는 감동도?

3. 원스어폰어타임인 할리우드

아마도 구세대라서 반응할 수 있었던 영화. 스파게티 웨스턴, 그린 호넷, 스티브 맥퀸, 대탈주, 로즈마리의 아기, 샤론 테이트, 찰리 맨슨... 머리 속에 저절로 각주가 달리는 느낌. 마지막 뭔가 느슨한 듯한 엔딩도 어쩌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훈훈함이 감돌더군요. 타란티노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

4. 기생충

뭐 이 영화를 언급하지 않고 2019년을 넘길 수 있을 도리가. 봉준호의 최고작으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올해 최고의 영화들 중 하나. 특히 비오는 날, 저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가족의 발걸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모든 영화 교과서에 남을 신이라고 생각. 그리고 아무래도 주제가상은 박소담이 받아야..하지 않을까요.

5. 콜드워

제목이 저렇긴 하지만 정치가 중요한게 아니라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이야기. 파리에서 만난 남녀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을 때립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믿음을 잃었고, 남자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선택을 하고.... 그 결과는. ㅜㅜ

결론적으로 사랑의 완성이 과연 해피엔딩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죠. 음악영화로서도 주목할 만 하고. 파벨 포리코브스키라는 감독의 이름을 새로 인식.

6. 어느 가족

네. 너무 늦게 봤습니다. 여전히 좋더군요. 그렇지만 이 영화도 고레에다의 최고작은 아니라는 생각. 개인적으론 역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정점을 찍은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놀라운 연출.

7. 좀비랜드 더블탭

이쯤에서 이뭥미 하시는 분들 다수 출현 예상. 전작 <좀비랜드>를 아시는 분이라면 그리 놀라지 않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만... 처음부터 개인적 취향이라고 못박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무턱대고 찡그리지 마시고, 마음을 여세요. 1편과 2편의 다른 점이라면, '좀비도 진화한다'? 뭔가 짜증나고 지루할 때 권장합니다.

아, 아래 오프닝을 보시고, 이건 도저히 내 취향이 아니야, 하시는 분들은 안 보셔도 됩니다.^^

8. 블라인드멜로디

인도 영화고 영어 제목은 Shoot the pianist 인가 그럴텐데 한국에선 저런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프랑스 고전 '피아니스트를 쏴라'와 혼동할까봐 그랬을까요? 블라인드 멜로디야말로 뭔가 장님 피아니스트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같은 어색함이 감돕니다만.

어느 장님 피아니스트가 살인사건에 말려들어 겪는 파란만장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웃기고 기발합니다. 네. 저 이런 영화 좋아합니다. 지루하지 않아요.

9. 바이스

결국 정치란 무엇인가. <하우스 오브 카즈>는 픽션이 아니었다, 그리고 최순실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뭐 그런 이야기 되겠습니다. 미국이라고 대통령이 다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삶은 계속되고, 대통령은 누군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한번 할 수도 있는 일인데 그건 취임 전과 취임 후의 인생에 대해서도 충분히 계산한 다음에 저지를 수 있는 도박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도와줘야 하는데....

이하 생략. 어쩌다 보니 크리스천 베일 영화가 두 편이네요. 우연임.

10. 결혼 이야기

누워 있는 사진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죄 누워있는 사진. 그래도 이 사진만큼 이 영화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은 없을 듯 합니다. 딱 저 구도죠. 너무 여자의 입장에서 판타지를 그려 놓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내 맘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주제는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거죠. 그걸 다른 사람에게 의탁할 때 비극은 이미 시작된 거니까요. 이것도 넷플릭스 오리지날.

 

고민했던 영화라면 너무 길어서 빠진 '아이리시맨'. 그리고 '엑시트'?. '벌새'? '하이웨이맨'? '두 교황'? 음...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이 약진하고 있네요. 이 정도가 11~15위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개취.

생각해 보면 '인피니티 워' 두번째 편도 넣을 만 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캡틴 마블'? 글쎄... 아쉬가르 파라디의 '누구나 아는 비밀'이 좀 아쉽군요. 그동안 파라디가 만들어 왔던 걸작들에 비하면 좀 떨어지는 느낌. '더 페이보릿'? 아뇨, 그런 취향 아닙니다. 란티모스 영화는 이제 앞으로 안 보기로 결심.

아, 그러고보니 '그린북'은 확실히 탑10에 넣어도 될 것 같은데 이미 10개 올렸으니 그냥 그걸로 된 걸로 하죠. 이게 무슨 상도 아니고. 아무튼 전반적으로 작년에 본 영화들에 비해 올해 영화들은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리 빌보드'나 '팬텀 스레드' 처럼 머리가 띵 하는 걸작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죠.

P.S. 혹시 폰 도너스마르크의 '작가 미상 (Never Look Away)' 이라는 영화를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아시는 분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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