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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벤자민 버튼, 21세기의 포레스트 검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런 영화가 또 있었나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데이빗 핀처는 잘 알려진대로 '에일리언 3'에서 '세븐', '파이트 게임'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묵직한 작품들을 남겨왔습니다.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나서 만든 듯한 '조디악'에서는 좀 달랐지만 그의 영화 세계는 보는 사람이 눈치채든 그렇지 않든, 언제든지 과감한 시각적 모험을 시도했습니다. 이번에 그가 시도한 영화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남자에 대한 거였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비주얼만 요란한 영화들을 가리켜 'CG로 떡칠을 한 영화'라고 비아냥대기도 하죠. 하지만 핀처는 'CG로 떡칠을 하건 말건' 그건 좋은 영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몸소 보여.. 더보기
화피, 중국 대작영화의 위기 명나라로 추정되는 시대. 중국 북서쪽 변방의 한 요새를 지키던 장군 왕생(진곤)이 유목민족과의 전쟁터에서 미녀 소유(주신)을 데려온 이후부터 성 안에서는 심장을 도려낸 시체들이 잇달아 발견됩니다. 왕생의 아내 왕부인(조미)은 소유를 의심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소유에게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없죠. 이때 왕부인을 사모하던 도법의 달인 방용(견자단)이 성으로 돌아오고, 우연히 여우 요괴를 쫓던 항마사 하빙(손려)과 마주칩니다. '화피(畵皮)'의 원죄라고나 할까요,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열 중 일곱 사람은 '천녀유혼'을 떠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천녀유혼'의 영어 제목이 Chinese Ghost Story라는 데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혜안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 제목은 영화 한 편의 제목.. 더보기
미쓰 홍당무, 알이 꽉 찬 꽃게같은 안면홍조증이란 약간의 감정 변화, 심지어 약간의 온도 차이만 느껴도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새빨갛게 변하는 증세를 말합니다. 이것이 일종의 병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갖가지 치료 방법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피부병이나 마찬가지로 '절대 죽을 병은 아니지만 완치도 되지 않는' 증세인 듯 합니다. 안면홍조증에다 외모 컴플렉스가 심각하고 스토커 기질을 보이는 여주인공. 대체 이런 주인공을 누가 만들어 낼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요. 더구나 어떻게 이런 주인공을 가지고 사람들을 웃길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미쓰 홍당무'는 해냈습니다. 영화는 피부과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양미숙(공효진)의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여중 영어교사인 미숙은 고교시절 스승이자 이제는 같은 계열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종철(이.. 더보기
아내가 결혼했다? 그걸 내버려둬? 이해심 많고 매력적인데다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의 열혈 팬이라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여자. 다소 소심한 회사원 덕훈(김주혁)은 자신만을 위해 창조된 것 같은 인아(손예진)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지만 인아는 길들일 수 없는 여자입니다. 어떻게 한번에 한명만 사랑할 수 있느냐는 자유연애 신봉자인 인아를 결국 포기하지 못한 덕훈은 결혼으로 인아를 묶어 두려 합니다. 하지만 해피엔딩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인아가 '남편 하나를 더 두겠다'고 나섰기 때문이죠(이건 제목에 있는 내용이니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아내를 다른 남자와 나눠 가질 위기에 놓은 덕훈. 과연 덕훈은 어떻게 이 위기에 대항할 수 있을까요. 박현욱의 베스트셀러 '아내가 결혼했다'는 수많은 영화 제작자들과 드라마 제작자들이 탐냈던 작.. 더보기
이글 아이, 창의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영화 머리는 좋지만 남들의 기대에 따라 살기를 거부하고 밑바닥 생활을 하고 있는 제리(샤이아 라보프)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계좌에 75만달러라는 거금이 입금된 사실에 깜짝 놀랍니다. 잠시 후 들어간 자취방에는 첨단 무기가 가득 쌓여 있고 전화벨이 울립니다. "30초 안에 달아나지 않으면 FBI가 덮친다. 어서 달아나"라고 말하는 감정이라곤 담기지 않은 여자 목소리. 이 목소리를 무시한 제리는 엄청 곤욕을 치릅니다. (이상은 예고편에 나오는 장면) 알수 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리는 그의 명령에 반항해 봐야 소용이 없고,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제목에 나오는 '이글 아이'.. 더보기
고고70, 누가 한국 딴따라를 죽였나 1972년, 대구 부근의 기지촌에서 컨트리 뮤직을 연주하던 상규(조승우) 패거리는 낯선 흑인음악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만식(차승우) 패거리를 만나 의기투합, 6인조 밴드를 결성합니다. 팀 이름은 데블스. 때맞춰 서울에서 보컬그룹 페스티발이 열린다는 사실을 안 이들은 서울 진출을 노립니다. 하지만 이들의 서울 진출은 결코 쉽지 않죠. 시민회관 화재 이후 막 피어나던 그룹사운드들은 설 자리를 잃고, 은근히 이들의 후원자 역할을 하던 주간지 기자 병욱(이성민)은 통행금지와 밴드의 공연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건 바로 통금 해제 시간인 4시까지 올나잇으로 영업하는 나이트클럽이었습니다. 최호 감독의 '고고70'은 한국 최초의 '본격' 록 밴드 영화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음익 영화를 표방한 .. 더보기
맘마미아, 왜 메릴 스트립이? 왕년에 여성 3인조 밴드의 리더였던 도나(메릴 스트립)는 그리스의 한 섬에서 작은 호텔을 경영하며 스무살 난 딸 소피(아만다 세이프리드)의 다소 이른 결혼식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게 한이 된 소피는 도나의 일기장을 뒤져 '날짜상' 자신의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세 남자를 하객으로 초청해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섬에 나타난 건축가 샘(피어스 브로스넌), 여행가 빌(스텔란 스카스가드), 은행가 해리(콜린 퍼스)의 세 남자. 과연 이들 중 누가 자신의 친아버지인지를 알아내려는 소피의 막무가내 무용담이 펼쳐집니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뮤지컬 '맘마미아'(아바가 인기있던 시절만 해도 이 노래의 제목은 그냥 '마마미아'였는데 한번 뮤지컬 제목을 저렇게 지어 놓으니 그냥 저게 .. 더보기
46세 주성치, 원숙의 '장강7호' 찢어지게 가난한 아버지(주성치)와 아들(서교). 하지만 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구김살이 없는 부자간이고, 예쁜 선생님(장우기)도 이들을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그들 앞에 어느날 아버지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외계인의 애완동물 장강 7호가 나타납니다. 장강 7호는 대체 어떤 능력을 갖고 있을까요? 사실 그렇습니다. 이런 내용의 영화 '장강 7호'는 재미있는 영화긴 하지만 결코 주성치의 대표작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주성치가 쌓아 올린 수많은 매력적인 영화들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를 분석하고 자시고 하는 건 주성치에 대한 모욕이 되겠죠. 씹을 것 하나 없이 그냥 훌훌 들여마셔도 좋은, 아주 편안하고 유쾌한 영화입니다. 다만 21일 '장강 7호'의 개봉에 맞춰 한번쯤 주.. 더보기
월 E,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영화 가끔 호평 일색인 영화를 볼 때면 '흥,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자' 같은 심정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보고 있으면 이런 투지가 뚝 부러지는 느낌을 주곤 합니다. 한마디로 전의를 빼앗아 버리는 영화들이죠. 사실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을 두고 잘 만들었느니, 걸작이라느니 하는 수식어를 쓰기를 포기한 지 이미 오랩니다. 아마도 단일 제작사 이름만으로 영화를 볼지 말지를 정하라고 한다면, 이 회사만큼 신뢰도가 높은 이름이 지구상에 존재할까 싶습니다. 굳이 '토이 스토리'며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며 '인크레더블'을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겁니다. 물론 초창기라면 몰라도, 현재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돈을 쓰지 않고 단지 아이디어나 땀방울만으로 만들어진 건 절대 아닙니다. '니모를 찾.. 더보기
다크 나이트, 멋지지만 한국 입맛은 아닌데... 배트맨(크리스천 베일)은 레이첼(메기 질렌할)의 새 연인인 고담 시의 새로운 지방검사 하비 덴트(아론 에커트)가 범죄에 맞설 수 있는 강한 의지와 인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습니다. 배트맨과 덴트, 그리고 고든 반장(게리 올드만)은 조직범죄를 싹쓸이하기 위해 힘을 합칩니다. 한편 고담시에는 유례가 없는 대악당 조커(히스 레저)가 등장, 시민들뿐만 아니라 조직 보스들도 공포에 떨게 합니다. 배트맨과 덴트가 조직들의 자금줄을 죄자 보스들은 마침내 조커에게 배트맨을 제거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거죠. 1989년 팀 버튼의 '배트맨'으로 시작된 네 편의 영화는 그나마 음침함을 유지하고 있던 팀 버튼이 손을 떼면서 완전히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더보기
인사이드 맨, 완벽한 플롯을 원하신다면. 4명의 은행털이범들이 맨하탄 한복판의 은행을 점거합니다. 경찰이 출동해 인질극이 벌어지고, 엄청난 대치상태가 계속되다가 갑작스레 상황이 끝나지만 범인은 사라지고 은행의 피해도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은 처음부터 묘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관객에게 만만찮은 도전장을 내밉니다. '자, 네가 그렇게 영화 보는 눈이 까다롭다면 이 영화에 맞서 봐라.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겠어?'라는 식입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을 알면 호승심이 일어날 만도 합니다. 스파이크 리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벌어지는 NBA 뉴욕 닉스의 홈경기에는 빠지지 않고 예의 수건 패션으로 열렬한 응원을 퍼붓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후로 백인 주도의 미국 사회에 대한 치열한 비판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스파이크 리가 수.. 더보기
괴물, 너무 많은 상징으로 숨이 가쁜 영화 한강시민공원의 흔히 볼 수 있는 박스형 매점에 사는 한 가족이 있습니다. 아버지(변희봉)의 속을 무던히도 썩히는 덜떨어진 장남 강두(송강호)는 딸 현서(고아성)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여동생 남주(배두나)의 양궁 경기로 채널을 돌립니다. 그러나 이날 괴물이 한강 밖으로 몸을 드러내고, 강두는 두 눈 앞에서 딸이 괴물에게 납치되는 광경을 봅니다.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물을 먹었지만 운동권 출신으로 날건달처럼 지내고 있는 둘째 아들 남일(박해일)은 현서의 영정이 놓인 합동 영결식장에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 와중에 아버지의 한마디가 관객들의 웃음보를 풀어놓습니다. "현서야~~ 너때문에 다 모였다~~ 우리가~~." 의 기자시사회가 치러진 이후 전국은 을 칭송하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온갖 언론과 평론들이 입을.. 더보기
미이라 3, 다섯편쯤 나온줄 알았는데 사실 '미이라'가 처음 만들어 질 때만 해도 3편까지 나올 거라고 기대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스티븐 소머즈가 대단한 기대주였던 것도 아니고, 브랜든 프레이저 역시 관객동원력 있는 배우가 아니었죠. 하지만 이 샘은 파도 파도 제법 단 물이 나오는 명천이었습니다. 누구나 아다시피 '미이라' 시리즈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를 생각하지 않으면 존재하기 힘든 시리즈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내셔널 트레저' 시리즈까지 등장해 박스오피스를 휘젓는 바람에 올해 개봉되는 '미이라' 시리즈가 3편이라는 말에 '어? 3편은 벌써 보지 않았나?'하고 잠시 생각했더랬습니다.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서로 설정을 꿔다 쓰는 바람에 한 4편 정도는 이미 나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미이라 3' .. 더보기
'님은 먼곳에'와 영화 속 월남전 노래들 당연히 '님은 먼곳에' 때문에 시작한 포스팅입니다. '님은 먼곳에'와 그 노래들에 대한 포스팅은 다른 쪽에 있습니다. 이 글은 거기서 시작돼 본격적으로 다른 영화들과 그 수록곡들을 살펴보는 내용입니다. 월남전을 소재로 한 작품의 음악 중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건 개인적으로는 역시 롤링 스톤스의 Paint It Black입니다. 실제로 당시 월남에 있던 병사들이 즐겨 듣던 음악이기도 하고, TV 시리즈 '머나먼 정글'의 주제곡으로 명성을 떨쳤죠. (그런데 정작 '머나먼 정글'이 국내 방송될 때 이 노래는 금지곡 - 반전, 퇴폐성이라는 이유로 - 이었습니다. 그걸 모르고 오프닝을 그대로 살려 놓았던 담당자는 뜨악했죠. 하지만 그걸 문제삼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조용히 넘어갔다는 엄청난 얘기가 있습니다.).. 더보기
핸콕, 독수리에 감춰진 의미는? -슈퍼 영웅 존 핸콕(윌 스미스)은 항상 사람들을 돕지만,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성격 때문에 감사보다는 욕을 더 많이 듣는 캐릭터입니다. 어느날 그에게 도움을 받은 이상주의자 PR전문가 레이(제이슨 베이트먼)는 그의 나쁜 이미지를 고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지만, 그의 아내 메리(샤를리즈 테론)는 헛수고 하지 말라며 남편을 설득합니다. 어쨌든 핸콕과 레이는 의기투합해 이미지 쇄신 작전을 짭니다.- '핸콕'을 보고 나오는데 영 느낌이 깔끔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기대했던 영화가 아니더군요. 미국의 '유치한 흥행작의 대가'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 아키바 골즈먼(2편의 배트맨 시리즈와 '아이 로봇', '뷰티풀 마인즈' 등등을 쓴 시나리오 작가 겸 제작자)이나 조나선 모스토가 손을 댔다 하면 모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