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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

 

사극 드라마나 영화, 역사 소설을 보다 보면 시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거나 인기가 오르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인물을 평가할 때에는 그 시대가 어떤 가치를 강조하는 시대였느냐가 큰 영향을 미치죠.

 

소현세자는 그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소현세자에 대한 내용은 매우 짧고 섬소합니다. 그런데 그 짧은 생애를 보면 유명한 사도세자에 비해 더 큰 비극을 안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왕위를 이어받아야 할 세자의 몸에서 (아버지에 의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것까지는 같지만, 사도세자는 아들 정조가 왕위에 올라 어느 정도 한풀이를 할 수 있었던 반면 소현세자는 아들 손자에 이르기까지 참혹한 비극의 주역이 됐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대체 소현세자는 왜 이런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을까요. 드라마 '꽃들의 전쟁' 보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어땠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소현세자(1612~1645) 1

 

2010년 화제의 드라마 추노는 조선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추노꾼 대길(장혁)과 노비 태하(오지호)의 쫓고 쫓기는 대결을 그렸다. 본래 무관이었던 태하는 소현세자의 마지막 혈육인 왕손 석견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피난길을 떠나고, 대길은 영문도 모른 채 그의 뒤를 쫓는다. 태하는 본래 소현세자의 측근인 무관이었으나 세자 사후 정변에 휘말려 노비로 강등됐다는 설정이다.

 

맥락을 모르는 사람이 추노를 보면 의문이 들었을 법 하다. 대체 소현세자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본인이 급사한 뒤 부인인 세자빈 강씨도 사약을 받고, 어린 세 아들까지 목숨을 위협받게 된 것일까. 답은 권력의 비정함에 있다.

 

 

(이 아기가 바로 당시 인기 높았던 그 석견이죠.)

 

 

병자호란이 끝난 1637, 청은 조선의 두 왕자를 인질로 요구했다.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와 차남 봉림대군(뒷날의 효종)이 수많은 포로들과 함께 심양으로 끌려가고, 청은 명을 완전히 멸망시킨 1645년에야 이들의 귀국을 허락한다 

 

하지만 돌아온 소현세자를 바라보는 궁 안팎의 시선은 싸늘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껏 전해내려오는 야담에서 읽을 수 있다. 두 아들이 귀환하자 인조는 무엇을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소현세자는 용 모양의 벼루를 꺼내며 이것이 천하의 귀물이라는 용연석(龍硯石)으로 만든 벼루입니다. 아버님께 드리려고 천금을 들여 샀습니다라고 했다. 반면 봉림대군은 청 황제에게 간청하여 포로로 끌려간 우리 백성들을 힘 닿는대로 함께 데리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인조는 세자를 향해 너 따위가 무슨 세자냐고 호통을 치며 그 벼루로 머리를 내리쳤다. 세자는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곧 병들어 죽었다는 전설이다.

 

실체가 있는 기록 역시 소현세자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세자가 숨을 거둔 1645 426 실록에 실린 졸기(卒記)를 보면, “자질이 영민하고 총명하였으나 기국과 도량은 넓지 못했다는 말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학문에는 관심이 없고 무인들과 어울리는데 시간을 쏟았다. 오직 화리(貨利:사고 팔아 이익을 남김)만을 일삼았으며, 또 토목 공사를 즐기고 개와 말 따위를 기르는데 열중했으므로 크게 인망을 잃었다는 내용도 있다. 한마디로 소현세자가 일찍 죽고 효종이 왕위에 오른 것이 나라를 위해 큰 다행이었다는 주장. 이것이 일제시대까지의 전통적인 해석이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평가는 수정되기 시작했다. 소현세자가 청에 볼모로 끌려가 있을 때 독일 출신 선교사 탕약망(湯若望), Adam Schall von Bell, 1591~1666)과의 친교를 통해 많은 신문물을 조선에 소개했다는 이야기가 교과서에 실렸다. 소현세자가 왕위에 올랐다면 개혁군주가 되어 조선의 근대화를 앞당겼을 것이라는 아쉬움 섞인 주장이다.

 

 

 

 

사실 동시대인들이 눈살을 찌푸렸던 소현세자의 모습도 오늘날의 시각에선 그리 흠으로 보이지 않는다. 글이나 읽는 샌님보다는 건축과 이재에도 밝은 무인 풍의 세자가 훨씬 미래지향적인 인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종영한 마의의 정겨운 이나 현재 방송중인 꽃들의 전쟁의 정성운 모두 이런 시각의 소현세자를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대는 그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가 인질로 나날을 보냈던 심양은 지정학적으로한반도를 관리하는 대륙의 창구 역할을 했던 도시다. 고려말 원나라도 만주에 심양왕이라는 직책을 마련해 두고 고려 왕을 견제했다. 고려 25대 충렬왕이 마음에 들지 않자 심양왕으로 있던 아들 충선왕을 개경으로 보내 부자간에 왕권 다툼을 벌이게 한 적도 있다..

 

소현세자는 이 심양에서 예친왕 도르곤을 비롯한 청의 고위 인사들과 막역한 사이가 되어 갔다. 중원이 이미 청에게 넘어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판단이다. 자연스럽게 병자호란으로 권위가 실추된 인조보다 청 황실과 가까운 젊은 소현세자가 실세로 판단하는 세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미래 권력인 세자에게 투자하자는 계산이 서기 시작한 것이다.

 

인조와 정치적 생명을 함께 하는 김자점 등 반정 공신 세력들에겐 이보다 께름칙한 일이 없을 터. 이들은 날이 새면 인조에게 달려가 소현세자가 이미 왕이 된 듯 처신하고 있다며 속닥질을 했다.

 

언젠가 물려줄 왕위라 해도 당장 내놓으라면 불쾌한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게다가 충렬왕과 충선왕의 전례를 생각해 보면 어느날 갑자기 청이 양위를 요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한양과 심양의 거리 속에서 부자간의 관계는 날로 소원해져 갔다. (2부에 계속)

 

2부 소현세자, 죽은뒤에도 눈을감지 못했다. http://fivecard.joins.com/1141

 

 

 

 

그러니까 소현세자가 귀국하자마자 죽어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단 하나, '아버지를 불안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인조는 여러 차례에 걸쳐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에 대해 "심양에 있으면서 거의 왕과 왕비 행세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게 소현세자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힘들 듯 합니다.

 

당시까지 청의 수도인 심양에 세자가 있고, 포로 송환을 비롯해 수많은 외교 사안이 있었던 상황이고 보면, 세자와 수행원들은 오늘날의 대사관 역할을 넘어 아예 조선의 작은 정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차라리 세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성격이었다면 모를까, 말을 달리는 매 사냥을 즐기고 청 순치제의 숙부인 예친왕(도르곤)과 친분을 쌓는 호방한 성격이었으므로 그 존재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런 세자가 있었으니, 조선 내에도 세자야말로 조선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특히나 인조는 병자호란의 패전으로 정치적인 권위가 내려앉은데다 그를 둘러싼 인조반정 공신들, 그 중에서도 김자점의 세도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방송중인 사극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을 보시면 이 시기의 정국이 적나라하게 그려집니다. 김자점(정성모)이 수양딸로 삼아 궁에 들여보낸 궁인 조씨(김현주)는 인조의 총애를 독차지하며 두 아들을 낳고 내명부로서 소용을 거쳐 귀인에까지 이릅니다. 김자점은 한편으로 조씨가 낳은 공주를 손자며느리로 맞아들이는 등 인조를 둘러싼 김자점과 소용 조씨의 '인의 장벽'은 날로 두터워졌죠.

 

이들에게 최선의 결과는 인조가 인열왕후(이때는 이미 죽은 뒤)와의 사이에 낳은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그리고 인평대군을 제치고 조씨가 낳은 숭선군이 인조의 후사를 잇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김자점을 경원하는 세력이 세자 곁으로 모였으니 이들이 갈 길은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세자와 인조의 사이를 갈라 놓아야 했던 것이죠.

 

 

 

게다가 소현세자는 천주교에 귀의했을 가능성까지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2005년 막을 올린 연극 '흔적'은 한국 기독교의 첫 순교자로 소현세자를 꼽고 있습니다. 조선이 본격적인 기독교 박해에 나서기보다도 훨씬 전의 일인데, 어쨌든 당시 조선의 분위기로 보아 천주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교(邪敎)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P.S. 마지막으로 인조와 소현세자-봉림대군 사이의 벼루 이야기는 당시로선 꽤 신빙성있게 받아들여진 이야기인 듯 합니다. 실제로 소현세자가 귀환할 때 많은 문물과 함께 꽤 많은 재물을 가져왔다고 하니 그 이야기가 저렇게 윤색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하죠.

 

아울러 일설에 따르면 인조가 소현세자를 내리친 '용연석'이 요즘도 쓰이는 '요녀석'이라는 말의 어원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얼마나 공인된 학설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음 주장을 읽어 보시면 웃어 넘길 정도로 근거 없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http://www.unn.net/ColumnIssue/detail.asp?nsCode=21437

 

 

너무 길어졌습니다. 소현세자 사후에도 3대에 걸쳐 이어진 비극에 대해선 다음 또 한편의 글을 통해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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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문화가이드가 조금 늦었습니다. 물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건 아닙니다.

 

벌써 7개월째 소개를 하고 있는데 일정한 패턴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소개 드립니다. 1년 내내 시리즈로 펼쳐지는 공연들이 있습니다. 좋은 공연이고, 추천하고 싶은데 그 공연들을 줄줄이 소개하면 매달 똑같은 추천을 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죠.

 

이를테면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2년에 걸쳐 총 32곡을 4곡씩 8회의 공연으로 연주)나 국립극장의 완창 판소리 시리즈(6월22일에도 공연이 있죠) 같은 공연은 할 때마다 매번 소개하는 건 지면의 낭비인 듯 합니다. 물론 그 달에 추천할만한 적당한 공연이 영 없으면 다시 등장하겠지만(^^), 가능하면 한번도 소개하지 않은 공연을 추천하는게 의무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이달도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6월의 문화가이드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에 비해 6월은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야. ‘호국 보훈의 달’이라는 이름에다 현충일과 6.25가 있고, 예전부터 문화 행사보다는 추모/궐기 행사가 많은 달이지.


하지만 사실 6월에 행사가 적은 진짜 이유는,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로 이어진 5월의 지나친 지출로 6월은 조용히 그늘에서 쉬는 달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 그래도 잘 찾아 보면, 너무 큰 지출 없이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 바로 이런 칼럼이 필요한 달이지.

연재 시작할 때부터 ‘왜 뮤지컬은 소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꽤 있었어. 사실 안 한 건 아닌데, 아마도 클래식 공연에 비해 적다고들 느낀 모양이야. 사실 대부분의 뮤지컬 공연은 너무 고가라서 이 칼럼과는 인연이 없었지. 정한 예산이 10만원인데 ‘자, 20만원짜리 티켓을 사서 이 공연을 봐. 그리고 다음달은 쉬어’ 이럴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단가를 맞추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창작 뮤지컬들을 소개하기도 곤란해. 국산 뮤지컬 중에도 ‘빨래’나 ‘김종욱찾기’처럼 생명력이 검증된 작품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은 마니아용이야. 어지간한 라이선스 공연은 다 졸업하고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 눈을 반짝이는 관객들이 먼저 판단을 해 줘야 하는 공연들이지.

어떤 장르든 입문용 작품은 이미 추려져 있어. 오페라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 같은 걸 보여주면 한참 자다 일어나서 다음부턴 오페라란 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켜. 뮤지컬도 ‘그리스’나 ‘브로드웨이 42번가’ 같은 작품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초심자에게 ‘레미제라블’을 보여주면 의외로 지루하다는 반응이 많아.

 

 


그런 의미에서 서울 디큐브센터에서 6월30일까지 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 를 추천하고 싶어. 고전 중의 고전인데다 ‘이런 게 바로 브로드웨이 쇼구나’하는 화려함에 흠뻑 빠질 수 있거든. 역시 비싸지만 6월의 수요일(5,12,19,26일) 낮 공연은 30% 할인이야. A석이면 3만5천원.

출연자 개개인보다 전체의 앙상블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A석이라도 괜찮아. 그리고 이걸로 자신의 ‘뮤지컬 적성 테스트’를 해 보라는 거지. ‘아, 이거야말로 내 취향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적금을 들어. 극장에 취직하든지.

 

다음. 중급용으로 ‘멤피스’라는 뮤지컬이 있어. 본 조비 밴드의 키보드 연주자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작곡한 작품인데, 2010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작곡상/극본상/편곡상을 휩쓸었지. 2009~2012년 사이 브로드웨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추천 받는 공연이었는데 아직 한국에선 공연된 적이 없어.

 

 


그런데 메가박스에서 5월부터 ‘멤피스’의 2011년 브로드웨이 공연 실황을 상영중이야. 무대와 가장 비슷한 곳에서 현장감을 느끼며 볼 수 있는 기회지. 이런 상연의 기회가 반가운 건 나중에 국내에서 라이선스로 공연이 이뤄질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거지. 굳이 브로드웨이까지 가지 않아도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 있어. 2만원.

 

음악으로 넘어가 볼까? 6월에도 수많은 공연들이 있지만 가격대 성능비를 고려해 볼 때 '바흐 특집'인 디토 페스티발을 추천하고 싶어. 그 중에서도 6월15일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전곡 연주에 눈길이 가. 요요 마나 미샤 마이스키 같은 세계적인 첼로 비르투오조들에 의해 인기 높은 곡이지. 하지만 이 곡을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연주하는 걸 들어 본 사람은 흔치 않을 거야.

 

 

무반주 첼로 조곡 하면 생각나는 바로 이 곡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중 1번 곡의 전주곡입니다. 그러니까 '무반주 첼로 조곡 전곡'이라고 하면 이런 곡이 6곡씩 1번부터 6번까지, 총 36곡이라는 얘기죠.


 

6월1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013 디토 페스티발 에서는 ‘삼색바흐’라는 제목으로 리처드 용재 오늘(비올라),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디쑨 장(더블베이스)이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해. 세 사람이 각각 두 곡씩 맡아 독주로 들려주는 거지. 그야말로 날이면 날마다 오지 않는 이색 연주야. S석(4만원) 추천..

 

 

예산이 거의 찼네. 이번엔 살짝 초과해 보자고. 올 여름의 블록버스터 기대작 중에 ‘월드워 Z’라는 작품이 있는 걸 알고 있나? 사실 장르 문학, 특히 더 좁혀서 좀비 장르의 독자들에겐 너무나 유명한 소설 ‘세계대전 Z ’가 원작이야.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화화 판권을 놓고 경쟁을 벌인 끝에 피트가 이겼지. 물론 자기가 주인공도 맡고.

 

맥스 브룩스가 쓴 원작은 지금껏 나온 좀비 장르의 소설들 가운데 가장 스케일이 커. 그 전까지의 좀비 이야기들이 대부분 좀비 창궐로 인한 인류 문명의 멸망과 생존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건 아예 국가 단위의 ‘대 좀비 전쟁’ 판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읽어볼만 한 책이야.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8천400원 선.


6월은 이렇게 보내. 7월에 보자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낮 공연 A석                              3만5천원
뮤지컬 ‘멤피스’ 실황 상영                                                       2만원
디토 페스티발 - 삼색 바흐(무반주 첼로협주곡)                        4만원
맥스 브룩스, ‘세계대전 Z’                                                  8천400원

합계                                                                          10만3천400원

 

 

 

 

 

 

'세계대전 Z'는 형식면에서도 매우 독특합니다. 그냥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소설의 형식이 아니라 정교한 가짜 보고서와 가짜 인터뷰의 결합이죠. 그런데 그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작가 맥스 브룩스가 만만찮은 양의 정보를 종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밀리터리 매니어가 만들어 낸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인류의 상황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사회경제학적 통찰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소설 '세계대전 z'가 더욱 흥미롭기도 합니다.

 

사실 원작을 읽고 나면, 이 방대한 규모와 시각을 가진 작품을 그대로 영화로 옮기는 것은 재앙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한 사람의 주인공을 뽑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죠. 게다가 소설은 '할리우드적'인 영웅담을 조소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강조하는 인류애나 인권에 대한 생각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때에도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에 매우 회의적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미 만들어진 예고편만으로도 원작 마니아들은 대단히 영화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원작이 갖고 있는 정서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영화 제작자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세계대전Z' 처럼 지적이고 냉소적인 작품을 그대로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었다간 투자자들로부터 테러를 당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소수의 '독자'들에겐 통할 지 모르지만 대다수 '관객'들에겐 용납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아무도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를 통해 원작 '세계대전Z'를 평가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실 분이든 아니든, 원작 '세계대전 Z'는 꼭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단순한 '모험소설'이나 '공포소설'은 결코 아닙니다.

 

 

 

 

클래식계 훈남들이 늘 등장하는 디토 페스티발은 올해도 바흐를 주제로 다양한 공연이 열립니다. 위에서 소개한 무반주 첼로 조곡 3인 연주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지름은 각자 알아서 하시길.^

 

 

 

마지막으로 멤피스는 감명이 꽤 커서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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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어사전] 이란 제목의 연재 두 번째입니다. 제목은 거창하지만 어쨌든 '난 TV도 안 보고 영화도 안 보고 돈만 벌지만 그래도 세상 트렌드를 웬만큼 따라잡고 싶다'는 분들을 위한 연재물입니다. (네. 의외로 그런 목적을 갖고 일주일에 한 시간, '개그콘서트'만 보는 분들이 있답니다.)

 

그리고 웬만큼 TV도 보고 영화도 보는 분들이 아 그렇구나 하고 보실만한 요소도 꽤 있습니다. 어쨌든 글이라는 게 읽어서 쓸모도 있어야 하지만 일단 재미가 있어야 끝까지 읽어 보겠죠.

 

이번에는 사극에 갑자기 많이 나오기 시작한 이씨 성의 외자 이름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바로 제목의 이호, 이순, 이도 같은 이름들이죠. 여기에 하나 더 붙으면 TV를 잘 안 보시는 분들도 아 이게 그거구나 하고 느끼시게 됩니다. 바로 '이산' 이죠. 조선 왕들의 이름입니다.

 

 

 

 

문화어 사전(2)

  

이호, 이순 [인명]

이호(李岵)는 각각 드라마 천명: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에서 임슬옹의 역할, 이순(李焞)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유아인의 역할 이름이다. 모르면 낯설게 들리지만 사실은 각각 조선 인종과 숙종의 본명이다.

 

자주 쓰지 않아 잘 모를 뿐이지 왕들도 이름이 있었다. 다들 태조 이성계의 후손이니 성은 당연히 이씨. 개중엔 양녕대군은 이름이 이양녕이고 영창대군은 이영창인줄 아는 분들도 있는데 군()이나 대군(大君)은 모두 따로 책봉을 받고 붙이는 호칭이다.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이야 워낙 임금이 되기 전에도 유명인사였으니 친숙하지만, 그 후손 왕들의 본명이 드라마에 나오는 건 새로운 유행이다. 그 전까지는 소설과 영화 영원한 제국에서 노론 대신들이 홍재(弘齋)는 폭군이오!”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홍재는 홍재전서에서도 알 수 있듯 정조의 호().

 

 

왕의 이름을 쓰는 새 유행은 누가 뭐래도 2007년작 이산()’에서 시작됐다. 정조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이산은 생명의 위협을 받던 세손이 성군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 호평받았다. 이어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이도()라는 세종의 실명이 등장했다. 두 드라마에서의 이름 활용은 군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내는 데 신선하고 효과적이었다는 게 중론. 하지만 최근의 트렌디 사극에서 나오는 왕의 실명은 그냥 패션을 따른 것일 뿐 별반 목적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왜 왕들의 이름은 쉽고 편한 글자가 아니라 평생 가야 한번 볼까 말까 한 드문 글자로 되어 있는 걸까. 이유는 동아시아의 오랜 피휘(避諱) 원칙 때문이다. 피휘란 임금이나 조상의 이름에 포함된 글자를 존중의 뜻에서 아예 쓰지 않는 풍슴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당태종의 이름이 이세민(李世民)이었던 탓에 그 시대에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에서 자를 빼고 관음보살(觀音菩薩)로 고쳐 불렀고 그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물론 관음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만약 왕의 이름에 흔히 쓰이는 글자가 들어가면 백성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셈이었고, 따라서 왕손들은 모두 거의 쓰이지 않는 글자로 이름을 짓는 것이 관습이 됐다.

 

혹시 해를 품은 달의 이훤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해품달은 특정 왕을 모델로 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다. 숙종의 여섯째 아들로 연령군 이훤()이란 분이 있지만 조선시대에 이란 이름을 가진 왕은 없었다(물론 후백제에는 있었다). 

 

 

 

이양녕과 이영창은 너무 오버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정릉이 정조의 능이 아니냐고 생각했듯, 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내용입니다. 뭐 심지어 지금 방송되는 사극 중에는 인현왕후를 줄여 '인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걸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죠.

 

피휘는 기휘(忌諱)라고도 합니다. 휘(諱)라는 글자는 '꺼리다'라는 훈이 나오지만 그 자체로 '조상의 이름'이라는 뜻의 명사입니다. 그러니까 기휘나 피휘는 '꺼리고 피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름을 피하다'라는 뜻이죠.

 

피휘 때문에 빚어진 이상한 표기는 한둘이 아닙니다. 고구려 연개소문은 당나라 역사에는 천개소문이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나옵니다. 성인 연(淵)이 당태종의 아버지인 고조 이연의 이름 글자였기 때문에 뜻이 같은 천(泉)으로 바꾼 것이죠.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이 표기를 그대로 이용해 '천개소문'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니까 이연이나 이세민은 황제가 될 줄 모르고 지은 이름이기 때문에 흔한 글자를 이름으로 썼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많은 표기를 손대야 하는 민폐를 끼쳤습니다. 그래서 후대의 왕들은 어렵고 난해한 글자를 이름으로 쓴 것이죠. 그것도 외자로.^^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어떤 분이 후백제에 훤짜 들어가는 왕이 누구냐고 물으시던데 누구겠습니까. 견훤이죠.

 

알랑가몰라 [관용구]

한국어로 네가 알지 모를지 나는 모르지만(Wonder if you know)’라는 뜻. 싸이의 히트곡 젠틀맨의 후렴구에 등장하며 전 세계인들로부터 대체 저게 무슨 말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싸이는 한때 강남 스타일후속곡의 제목을 아싸라비아라고 붙일까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이 말이 아랍계 인구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지적(Ass+Arabia로 해석될 가능성)에 따라 포기했고, ‘알랑가몰라는 그 대체물이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선 영어로 ‘alangamola’라고 썼을 때 ‘gamo=이성간의 결합, la=감탄사이며, 그리고 가사의 ‘Mother Father Gentleman’아빠와 엄마가 모두 젠틀맨인 부부라는 뜻이기 때문에 젠틀맨은 전체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사탄의 노래라는 허황된 주장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젠틀맨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네 명의 노인이 바로 사탄(사탄의 별칭 중에는 old man이란 것도 있다)이며, 수가 넷인 것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파멸의 네 기사를 뜻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주장들이지만, 싸이의 퍼포먼스가 이래저래 엄숙주의자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주 오래 전에 KIA의 새 차 이름이 K-9이라는 데 대해 개와 관련된 다른 단어로 오인될 가능성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싸이는 한국인들에게 아무 의미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어떤 문화권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알랑가몰라나 묵시록적 해석, 혹은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을 가져다 붙이는 이상한 해석은 이제 지겨우시죠? 물론 싸이 말고도 많은 스타들이 겪고 있는 일인 만큼, 이런 걸 겪는게 오히려 '제대로 떴다'는 증표가 되기도 합니다.

 

 

영혼없는 [형용사]

용례: 그렇게 영혼없는 리액션만 남발하다간 오래 못 간다.

영어의 soulless를 그대로 번역했다고 해도 좋을 말. 단순히 영혼의 유체이탈을 가리킨다기 보다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건성인’, 방송이나 영화를 전제로 하면 대본에 있는 대로 할 뿐인정도의 의미가 정확하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 등을 통해 '영혼 없는 리액선...' 같은 자막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표현은 2008년 정권교체기의 한 고위 공무원이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 “관료에겐 영혼이 없다고 말한 이후 여기저기서 쓰이기 시작했다. 이 말은 곧 공무원은 (자기 주관보다는) 행정부의 국정 철학에 따라 일해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이를 두고 당시에도 영혼 없는 공무원은 떠나라는 등의 비판 여론이 거셌다. 유행에 민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곧바로 영혼 없는 진행’ ‘영혼 없는 리액션이란 말이 등장했다.

 

이 말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확산된 것은 올 연초, 배우 박보영의 매니저가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의 리얼리티에 대해 비판한 이후로 추정된다. 당시 김대표는 먹기 싫은 거 억지로 먹이고, 동물들 잡아서 근처에 풀어놓고 리액션의 영혼을 담는다고?”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이때부터 일반 직장의 회식 자리에서도 리액션의 영혼 유무가 이슈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살다 보니 영혼없는 리액션이라도 하는 편이 안 하는 편보단 사회생활에서 유리합니다. 물론 최고의 기술은 어떤 리액션도 영혼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기술은 태생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타고 나기 마련인데, 직장마다 한두명씩 '리액션의 여왕'들이 계십니다.

 

 

아무튼 최대한 리액션을 할 때에는 진심을 담아서. 군대에서 하듯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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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은 '문화어 사전'이라는 새로운 칼럼을 모아두는 곳입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여기 있는 글도 '매거진M'에 들어가는 정기 연재물입니다.

 

아니 왜 헷갈리게 이거 썼다 저거 썼다 하는거냐고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사실 처음에는 한달에 한번 쓰는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실(응?) '10만원으로 즐기는 이달의 문화생활'을 쓰는게 당초의 목적이었는데 이 책이 격주간이 되더니 끝내 매주 나오는 주간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만원으로 즐기는 이달의 문화생활'을 매주 쓸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이달의 문화인물'이 나오고, 그 사이에 '문화어 사전'까지 나온 겁니다.

 

아무튼 취지는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어'라는 것은 예전에 배웠던 '북한의 표준어'라는 뜻이 아니고, '그때 그때 시점에서 대중문화를 즐기기 위해 이해해야 할 말의 정확한 의미'라는 뜻입니다.

 

 

 

 

 

그럼 어디에 쓸모가 있느냐. 간단합니다. '문화어 사전'만 꿰고 계시만 굳이 취미도 없는데 TV 열심히 보면서 트렌드 따라잡으려고 노력하실 필요 없습니다. 개콘 봐도 재미도 못 느끼는데 일부러 애써 보실 필요 없습니다. 드라마, 일부러 세상과 호흡하는 척 하려고 인내를 시험해 가며 보실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과의 화제에 뒤떨어질까봐 억지로 참고 영화 보실 필요 없습니다.

 

문화어 사전이 앞으론 다 해결해드립니다. 만사 OK.

 

(단, 이 칼럼의 마감이 좀 빨라서 - 책으로 나오기 2주 전 - 조금은 OUT OF DATE 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힘으로 어쩔 수 있는게 아니라서. ㅜㅜ 대신 다른 쪽으로 그런 약점을 커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쪽이라면 뭘 말하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아시잖습니까. 그걸로 최대한 얘깃거리를 뽑아낼 수 있게 도와드리는 거.^^ 그러니까 1970년대풍으로 광고 카피를 뽑자면

 

"문화어 사전만 있으면 당신은 대화가 두렵지 않다! 이것만 있으면 화제의 왕!"

 

그럼 시작합니다. (제목의 날짜는 작성 날짜입니다.)

 

 

문화어사전 0408

 

반인반수(半人半獸) [명사]

동물과 사람이 결합해 태어난 상상 속의 존재. 염색체 수가 다른 동물 사이에서는 교배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류가 알아내기 전의 존재들. 또 나쁜 시력에서 기원한 것이란 설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말 반, 사람 반인 명사수 켄타우로스는 페르시아 기병에 대한 공포심과 착시현상이 낳은 괴물이라는 것. 서양 전설 속 인어(人魚) 역시 해양 포유류인 듀공을 멀리서 잘못 본 사람들이 지어낸 것라고도 한다.

 

      (이게 정설이긴 한데 듀공의 생김새로 봐선 대체 뭘 보고 인어...;;)

 

최근 MBC 드라마 '구가의서'에서 이승기가 연기하는 최강치의 캐릭터가 반인반수로 설정되어 있어 자주 거론. 하지만 최강치는 다른 반인반수와 달리 외견상 동물적인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다, 포니테일형 헤어스타일 등이 일본 만화 주인공 이누야샤(犬夜叉)와 너무 닮았대서 논란이 인다. 참고로 이누야샤의 설정은 반인반수가 아니라 반인반요(半人半妖: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 아버지인 요괴의 영향으로 개 꼬리와 뾰족한 귀가 달려 있다.

 

이승기가 연기하는 최강치는 저 위 사진, 이누야샤는 이렇게 생긴 녀석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누야샤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이누야샤의 이복형인 셋쇼마루. 진정한 차도남 스타일...

 

 

 

나쁜사람 [명사]

잘못이 없는 사람을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핍박하는 사람’. 본래 넓은 의미에서 모든 종류의 비양심적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을 가리키지만, KBS 2TV ‘개그 콘서트나쁜 사람이후 한정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나쁜 사람은 경범죄로 체포된 범인(이상구)를 반장(유민상)을 비롯한 형사들이 엄하게 취조하지만 캐면 캘수록 범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드러나 결국 부하들이 울먹이며 반장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항의하고, 반장 역시 얘 빨리 풀어줘!”라고 절규하며 끝맺는 내용. 최근에는 직장에서 사소한 착각으로 부서장이 부서원을 야단치고, 야단 친 이유가 오해로 드러나면 나머지 부서원들이 부서장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부르는 광경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브라더 [명사]

범죄단체 조직원들이 친근한 동년배나 아랫사람을 부르는 호칭. 실제 나이 차이보다는 서열에 준한 호칭이다. 촌스러운 발음으로 친근감을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이므로 어이(으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자들은 은근히 마음에 둔 한두살 연하 남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발음. ‘브롸더까지는 괜찮으나 ər]로 발음하면 뭔 개수작이냐는 소리 듣기 딱 좋다. 가장 좋은 용례와 발음은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일부 사람들은 이 말의 어원을 기타노 다케시의 2000년작 영화 ‘Brother’에서 찾기도 하나, 이 영화에서는 자기보다 윗 서열의 조직원, 즉 일본어 아니키(형님)’의 동의어로 쓰였으므로 전혀 의미가 다르다. [주의사항: 이 일본 영화 제목을 너무 정확하게 부라자(ブラザ)’라고 읽으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브라더'의 한 장면. 일본에서 사고치고 미국으로 쫓겨 간 조직의 '형님'이 미국의 아주 찌질한 뒷골목 양아치들에게 '조직의 법도'를 가르치면서 큰형님 역할을 한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내용인데, 제법 재미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 영화 답지 않게 플롯이나 촬영이 지나치게 깔끔해서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하우스'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흑인 배우 오마 엡스가 '아니키!' 하면서 울먹이는 장면은 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파견직 [명사]

일은 A회사에서 하되 B회사의 소속으로 되어 있는 사람의 총칭. 월급은 대개 A회사에서 B회사에 지불하고, B회사가 소정의 수수료를 공제한 뒤 당사자에게 지급한다. 일본에서는 평생고용의 신화가 무너진 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IMF 이후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실제 인력은 줄이지 않으면서 정규직을 줄이는 방안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전에 올라온 이유는 김혜수 주연 드라마 직장의 신때문. 현실에서 파견직의 99.9%는 참을성과 붙임성이 최고의 미덕이지만 김혜수가 연기하는 미스김은 복사기 수리에서 외국어 문서 작성, 중장비 운전에서 바리스타까지 못하는 게 없는 슈퍼 능력자다. 심지어 일본 드라마 원작인 파견의 품격(국내 방송 제목은 만능 사원 오오마에)’의 시노하라 료코는 헬리콥터까지 조종한다.

 

 

이 정도 능력자라면 1년에 6개월만 일하고 나머지 6개월은 스페인에서 휴식해도 뭐랄 사람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는 드라마. 2년 지나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하는 대다수 파견직의 한숨 앞에 자칫 이 드라마가 그거 봐, 스펙만 좋으면 저렇게 살 수 있잖아라는 어처구니없는 핀잔 거리로 쓰이지 않길 바람.

 

 

 

상남자 [명사]

한마디로 남자 중의 남자라는 뜻. 그러니까 천생 남자라는 뜻인데 흔히 천생천상으로 잘못 쓰다 보니 천상 남자에서 이 떨어져 나간 모양. 혹자는 ,,하 중에서 ()남자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별 설득력은 없음.

 

 

 

사용의 범위는 매우 넓다. 하정우나 엄태웅처럼 실제로 남자다움이 뚝뚝 떨어지는 인물들은 물론, 김범 장근석 같은 전형적인 꽃미남도 앳된 복근을 자랑하며 스스로 상남자라고 주장하곤 한다. 심지어 아빠 어디가에 나오는 성준(성동일 주니어)도 그 또래에서는 대표적인 상남자로 통한다.

 

아무튼 여자들에게 대체 어떤 남자가 상남자냐고 물어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시간 낭비다. 왜냐하면 그네들에게 상남자란 특정한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조지 클루니에서 조셉 고든 래빗까지, 그냥 내 마음에 드는 남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 용례로 느끼남이란 명사가 있음. 이건 그냥 내 마음에 안 드는 남자라는 뜻.) <끝>

 

그러니까 여자분들은 그 시대에 인기 있는 남자의 타입을 가리키는 말(예를 들어 위버섹슈얼, 꽃미남, 상남자 등등)의 원래 의미가 뭐건, 자기 눈에 멋져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그 카테고리에 든다고 주장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게 이상하다는 걸 그 자신만 모를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상남자' 항목에 장근석이나 김현중을 넣거나, '꽃미남' 항목에 에드워드 노튼을 넣거나 하면서 그 자신은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남자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하면 흔히 이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남: 여자들은 느끼한 타입을 좋아하지?

여: 누가 그래? 느끼한 남자 다 싫어해.

남: 좋아하더만.

여: 예를 들면 누구?

남: 조지 클루니도 그렇고...

여: 조지 클루니가 뭐가 느끼해!

 

결론: 그러니 여자분들과 대화를 하는 남자분들은 '대체 니가 생각하는 상남자의 정의가 뭐야?' 따위의 질문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것만 잘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첫회는 여기까지. 역시 써놓고 한달 지나니 좀 시대에 뒤지는 느낌도 있군요. 다음번엔 좀 더 앞당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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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문화가이드] 이달부터는 가능한 한 빨리 안내를 제공합니다. 일단 책과 조율해서, 책에 이 칼럼이 매달 마지막 주, 그러니까 '5월 가이드'는 4월 마지막 주에 실리도록 조정했습니다.

 

매년 5월은 엄청난 행사의 폭풍이 밀어닥치는 때입니다. 미처 이 지면에 소개하지 못한 수많은 소/대형 공연이 쌓이는 시절이죠. 특히 올해는 지난번, 지지난번에도 소개드렸듯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라 관련 공연/콘서트/행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 4월26일에는 서울시향이 콘체르탄테 형식(이게 뭔지는 아래 칼럼 참고)으로 베르디의 마지막 걸작으로 불리는 '오텔로'를 공연했습니다. 같은 시기, 오페라극장에서는 역시 베르디의 '돈 카를로'를 공연하고 있었죠.

 

정명훈의 '오텔로'는 유감없이 훌륭했습니다. 오텔로 역을 맡은 테너 그레고리 쿤드의 연기력은 정말 발군이더군요. 물론 오텔로가 갖고 있는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은 위대한 장군'의 모습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배신당해 비탄에 빠진 남편'이라는 두 모습 중 앞쪽의 표현에는 좀 아쉬움이 있었지만(특히 처음 등장하는 Esultate! 신에서 박력이 좀..), 후자 쪽의 연기는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에서 가장 빛을 발한 사람은 아무래도 이아고 역의 베이스 사무엘 윤(바로 위 사진)이었을 겁니다. 셰익스피어 원작 '오셀로'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역할인 이아고 역인 만큼 '오텔로' 역시 이아고의 연기력에 성패가 달린 작품이죠. 사무엘 윤은 그 역할을 넘치게 해 냈습니다. 왜 주변에도 있잖습니까.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는데, 워낙 마음이 꼬여서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자기도 망하고, 남도 망치는 그런 사람. 캐릭터 해석이 눈부셨습니다. 탄탄한 목소리는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레고리 쿤드, 사무엘 윤 등 26일 '오텔로'의 주요 출연진은 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베르디의 '레퀴엠' 공연에도 그대로 다시 등장합니다. 이건 아래 칼럼에선 소개하지 않았는데 올해의 추천 공연 중 하나죠. 별도 추천이라고 생각하고 시간 되시는 분들은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도 갑니다.)

 

그럼 이달의 추천, 시작합니다.

 

 

 

 

 

 

5월의 주제는 바그너.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2013년은 동갑내기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야. 시간과 돈만 해결된다면 올 여름 바이로이트로 날아가 한국인 베이스 전승현(Attila Jun)이 하겐 역으로 등장하는 니벨룽의 반지를 보고 싶지만 그건 이 칼럼의 영역은 아니지. 일단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두 개의 공연부터 살펴보자고.

 

첫째는 5 7일 열리는 서울시향의 바그너 특집 그레이트 시리즈 I(지휘 정명훈)’, 둘째는 522일 열리는 KBS교향악단의 바그너 콘체르탄테(지휘 카이 뢰리히)’. 전자는 지난 2월 예정됐던 공연인데 지휘자 정명훈의 허리 부상으로 연기된 거지.

 

공연 제목의 콘체르탄테(concertante)오페라 콘체르탄테를 줄여 쓴 것인데,  무대나 조명은 생략하고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가수들이 나와 노래로만 공연하는 오페라를 가리키는 말이야. 특히나 바그너 오페라는 무대를 구현하는 데 워낙 큰 돈이 들기 때문에,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하는 경우가 꽤 흔한 편이야. 서울시향도 지난해 역시 바그너 오페라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한 적이 있어.

 

아무튼 두 공연 모두 바그너의 대표적 기악곡으로 꼽히는 탄호이저서곡이나 신들의 황혼에 나오는 지그프리트의 죽음등을 빼놓지 않고 들을 수 있어. 그렇다면 가격을 비교해 보자고.

 

같은 공연장이니 A석끼리 비교하자면 KBS 교향악단은 5만원, 시향은 6만원. KBS 싸 보이지만 좌석배치도를 보면 또 다르지. KBS 쪽은 반드시 A석이라야 2층 사이드를 살 수 있고 B석은 모두 3층이지만 시향은 한 등급 아래인 B(3만원)을 사도 2층 사이드에 앉을 수 있어.

 

그러니까 정확한 비교는 KBS(A 5만원)와 시향(B 3만원) 사이에서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이 가격 차이가 바로 오페라 콘체르탄테의 가격이라고 해야겠지. ‘발퀴레의 줄거리를 이 짧은 지면에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날 공연되는 발퀴레1막은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통틀어 가장 로맨틱한 대목이라고 해도 좋아. 특히 지그문트의 아리아 겨울 바람은 우아한 달빛에 길을 열어 주고(Wintersturme wichen dem Wonnemond)’를 듣고 나면 바그너도 이런 서정적인 곡을 쓸 수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거야.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바그너 오페라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질 수도 있고.

 

 

골랐으면 그 다음엔 525,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완창 판소리, 임현빈의 강도근제 수궁가를 꼭 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 ‘아니 이제 판소리까지?’ 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토요일 오후, 한 네 시간 만 투자해 봐. 판소리라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나 하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거야.

 

단 공연장 앞에서 파는 가사집(2천원)은 꼭 사서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어. 아무래도 판소리 가사를 귀로만 듣고 이해하는 건 어려울 거야. 오페라 공연 처럼 무대 옆으로 자막을 넣어 주면 더 좋겠지만, 3월까지는 그런 서비스가 없었어. 그러니 가사집을 보면서 감상하는게 현명할 거라고 봐. 아무튼 재미있어. 믿어 봐.

 

 

오랜만에 전시. 리움 미술관에서 금은보화 미장센 전을 동시에 기획해 전시하고 있어. 전자는 삼한시대 이후 대한제국까지 우리 조상들이 금, 은과 옥, 수정, 호박 등 보석들을 이용해 만든 공예품의 정수를 보여줘. 글자 그대로 금은보화지. 저게 대체 시가로 따지면 얼마쯤 될까 생각하면서 보면 꽤 흥미로울 거야.

 

미장센 전은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사건들 속에서 한 장면에 집중해 연출 기법을 가미한 미술 작품들에 대한 전시야. 말로 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리움 홈페이지에서 설명을 읽으면 느낌이 올 거야. 아무튼 기획 전시 2개에다 상설 전시까지 모두 볼 수 있는 데이 패스(Day Pass) 13천원. 다 돌고 나면 퍽퍽한 다리와 함께 , 뭔가 문화적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냈구나하는 포만감에 절대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거야.

 

 

 

마지막으로 이달의 책 한 권.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가 쓴 심야치유식당이라는 책이 있어. 제목만 보고 이건 또 뭐야, 일본 만화 심야식당의 아류작인가?”하고 휙 던져 버릴 분도 있겠지만 한 챕터라도 읽어 보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 거야. 이미 꽤 알려져 시리즈 2권까지 나온 책이지만, 인생이 퍽퍽하고 고달프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겐 자못 실질적인 위안을 주는 책이야.

 

전직 정신과 의사인 철주가 노 사이드라는 바를 차리고, 병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을 갖고 있는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지. 읽다 보면 골치아픈 문제들이 서서히 씻겨 나가는 느낌이 들어. 그리고 저자인 하지현 박사가 술집을 내면 꼭 찾아가 보고 싶어져.

 

그럼 구경 잘 하고. 내달 말에 또 보자고.

 

 

서울시향, ‘그레이트 시리즈 I’(A 6만원, B 3만원)

KBS 교향악단, ‘바그너 콘체르탄테’(A 5만원)           1, 3만원~6만원

임현빈, ‘강도근제 수궁가완창                         2만원

리움 금은보화 전’ + ‘미장센 전                         13천원

하지현, ‘심야치유식당                                 13천원

 

합계                                                76천원~106천원 (끝)

 

 

이달은 참 풍성하고 가격대 성능비도 매우 높은 물건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흐뭇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두 개의 바그너 공연, 그리고 5월2일의 베르디 '레퀴엠' 공연을 한데 묶어서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겨울바람...'은 바그너의 가장 강력한 발라드 중 하나입니다. 혹자는 '바그너와 이런 달달한 사랑 노래는 어울리지 않아!'라고 하기도 하지만 '탄호이저'에 나오는 '저녁별의 노래'와 함께 '바그너도 발라드(?)를 작곡할 수 있다'는 증거로 보이는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존 비커스 풍의 다소 명징한 목소리가 이 노래의 이상에 더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위에 소개한 요나스 카우프만의 노래도 일품이죠.

 

그리고 처음에 소개한 전승현, 사무엘 윤 같은 베이스-바리톤 가수들은 서울대 연광철 교수를 비롯해 요즘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바그너 가수들입니다. 이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상식이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한국인 베이스가 없으면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을 치를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산 베이스의 성가가 높습니다.

 

요즘 '명 테너의 산지'는 전 세계로 흩어져 있지만 '발트해 연안 출신의 소프라노'와 '한국산 베이스'는 그야말로 믿고 쓰는 브랜드라고나 할까요.

 

연광철이 '파르지팔'의 구르네만츠 왕 역을 맡은 2012 바이로이트 실황입니다. 워낙 긴 영상인데 약 12분 쯤에 연교수님이 날개를 달고 첫 등장합니다.

 

 

 

(여담이지만 '파르지팔'의 메인 테마인 '성 금요일의 음악'은 아주 아주 오래 전 - 흑백 TV 시절 - MBC TV 뉴스 시그널로 쓰인 적이 있는데 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다음은 슈타츠호퍼의 '라인의 황금'에 거인(?) 파졸트 역으로 출연한 영상.

 

 

유명한 연교수님은 이쯤 해 두고, 베이스 전승현(Attila Jun)이 슈트트가르트에서 '발퀴레'에 출연한 영상입니다. 훈딩 역을 맡아 지글린데를 열심히 학대하고 있군요.

 

무대가 너무 미니멀해서 약간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만.^

 

 

 

이 전승현이 올해는 바이로이트에서 '신들의 황혼'의 하겐 역을 맡게 됐다고 합니다.

 

강렬한 카리스마의 하겐(어쩌면 '신들의 황혼'에서는 지그프리트보다 중요한 역으로 보이기도 하는) 역은 전 세계의 베이스 가수들에겐 꿈의 역할입니다. 물론 훌륭한 선배들이 이미 길을 닦아 놓은 역할이기도 하죠.

 

역시 한국인 베이스 강병운(Phillip Kang)이 하겐 역을 맡은 1992년 바이로이트 실황. 개인적으로 이 오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Hoi Ho 신입니다.

 

 

 

사무엘 윤은 직접 눈으로 보시도록 하고^^.

 

좋은 공연이 넘쳐나지만 빠뜨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 바로 완창 판소리 공연입니다.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비싸지도 않습니다. 2만원인데다 심지어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 가입만 해도 20% 할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연의 만족도는 최강입니다.

 

2천원짜리 가사집(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흥보가 사설이 들어 있습니다) 하나만 사시면 대비는 끝. 이걸 무시하고 자신의 귀만 믿으면 그건 판소리를 절반만 즐기겠다는 뜻이 됩니다. 분명히 한국어 공연이지만, 고사성어와 약간의 고어가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에 귀만으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에 성창순 명창과 제자들의 공연으로 '심청가'를 봤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여태 모르고 있었나 매우 아쉬웠습니다. 특히나 올해 우리 나이로 여든을 맞으신 성창순 명창의 관록과 재미는 명불허전. 이런 양반들이 나이드시는 게 진정으로 안타깝더군요.

 

마지막으로 '심야치유식당'. 어렵거나 시간 걸려 읽을 책이 아닙니다. 요즘 저자 하지현 박사는 민음사에서 나온 주력상품 '예능력' 홍보에 여념이 없지만 그래도 아직 대표작은 '심야치유식당'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나 정말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느낌.

 

'심야치유식당'이 마음에 드시면,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 되시면 '예능력'에도 관심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5월의 추천은 여기까지. 혹시라도 이 란의 추천때문에 보시고 만족하신 공연이나 볼거리가 있으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그런게 글 쓰는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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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올 거라곤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날'이란 싸이와 조용필이 신곡을 발표해 각종 음원 차트에서 경쟁을 펼치는 날을 말하는 겁니다. 빌보드 차트 히트곡인 싸이의 '젠틀맨'과 조용필이 내놓은 '바운스', '헬로' 세 곡이 차트 상위권에서 다투는 중입니다.

 

싸이가 글로벌 스타가 된 것도 놀랍지만, 노장의 신곡이 이렇게 새로운 감각을 담고 있을 지, 그리고 그 노래가 이렇게 대중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을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2003년 발표했던 18집에도 기존 팬들은 열광했지만 이렇듯 전 사회적인 화제가 될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어쨌든 며칠전 있었던 조용필 19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는 자우림, 박정현 등 후배들이 한 무대에 서면서 더욱 무대가 풍성해졌습니다. 가왕의 권위라면 더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문득 싸이와 조용필, 그리고 수많은 다른 가수들이 한 자리에 있었던 그 언젠가의 저녁이 생각납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참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날의 기억입니다. 2006년 1월4일, 가요계의 '대통령' 조용필이 후배 가수들과 신년 하례를 했습니다.

 

 

 

 

사실 이 모임은 2005년 연말에 이뤄졌어야 했습니다. 그 전의 모임이 2004년 연말에 있었으므로, 이때 '1년 뒤에 만나자'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2005년 연말에 송년회를 했어야 하는 거였죠. 하지만 "한번 해 보니 연말보다는 연초가 좀 더 모이기 쉬운 것 같더라"는 의견 때문에 송년회 대신 신년회를 하게 된 거였습니다.

 

2004년 모임에 가지 못한 게 좀 안타깝긴 했지만 2006년 모임은 좀 더 기대되는 바가 있었습니다. 모이는 장소가 라이브 클럽이었기 때문이죠. 2004년엔 식사 후에 흩어졌던 톱가수들이 올해는 '한잔' 씩을 걸친 뒤 노래를 뽑아낼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죽기 전에 이런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글을 읽다 보니 감흥이 되살아나 가슴이 콩당거립니다. 사실 옛날 블로그에 있던 글이지만, 이럴때 재활용하지 않으면 언제 재활용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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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송원섭의 through*2 조용필-이적-김종서의 3중창을 들어 보셨나요?

 

 

4일 오후(2006년 1월4일입니다), "조용필씨가 가수 후배들을 불러 모아 신년 하례식을 하려고 한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선약이 있었지만 취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요계의 대통령과 3부 요인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입니다. 어떻게 이런 자리에 안 갈 수가 있겠습니까.

 

오후 8시, 약속 장소인 서울 청담동 클럽 스타즈 앞에는 보디가드들이 서 있었습니다. 이날 연락을 맡았다는 이현우가 홍경민과 함께 약간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더군요. 대개 이런 행사 때에는 주최자가 가장 긴장하는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김정민을 필두로 가수들이 속속 도착했고, 60여석의 자리는 금세 꽉 찼습니다.

 

이문세,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 전태관), 이은미, 김종서, 신승훈, 조성모, 김현철, 김정민, 김민종, 패닉(이적 김진표), 김경호, 홍경민, 드렁큰타이거, 윤미래, 부가킹즈, 싸이, 빅마마, 린, 박효신, god(김태우 박준형), 자우림(김진만), 적우 등과 '위대한 탄생' 출신의 뮤지션인 송홍섭, 최희선, 최태완 등 30여 명이 모였으니 그야말로 한국 가요계의 중추가 움직였다고 할 수 있겠죠.

 

8시30분 쯤 '각하'가 도착하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서 맞았습니다. 조용필은 간단하게 "새해에 얼굴들을 좀 보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연말에 모여볼까 했는데 다들 콘서트 준비로 바쁜 것 같아서 아예 신년회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모처럼 모이니 정말 반갑다"는 덕담으로 '공식 개회'를 알렸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약간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가요계의 선후배들로 서로 얼굴이야 익은 사이였지만 연령차나 음악적 배경이 워낙 다양한 터라 쉽사리 섞이기는 쉽지 않더군요. 특히 어린 후배들은 조용필을 스스럼없이 대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싸이의 활약이 시작됐습니다.

 

싸이는 테이블을 돌며 '파도타기'를 외쳤고, 금세 술병이 비어갔습니다. 대신 급속도로 대화량이 늘어나고 분위기가 살아나더군요. 이날 조용필에게 "너 앞으로 공연 잘 하겠더라"라는 칭찬을 들은 터라 신이 날대로 난 싸이는 여기저기서 "브라질! 상파울로!"라는 특유의 환성을 올리며 흥을 돋궜습니다.

 

이때부터 현장에 있던 몇몇 기자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드림 스테이지가 펼쳐졌습니다. 만난 장소가 라이브 클럽이고, 모인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는 톱가수들인데 술이 한잔 들어가면 노래가 나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회자로 나선 이현우는 첫 가수로 박효신을 지목한 뒤, 노래한 사람이 다음 사람을 지명하는 규정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구름같은 선배들 앞에서 노래를 하려니 내성적인 박효신은 무척 떨렸던 모양입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박효신은 결국 스팅의 Shape of My Heart 를 골랐습니다. 노래 실력이야 누가 토를 달겠습니까. 나중에 물어보니 "한번도 안 해본 노래"라던데 아무리 박효신이지만 좀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2번타자는 린. "이런 자리니 제 노래보단 신나는 노래가 나을 것 같다"던 린은 장윤정의 짠짜라 를 멋지게 불러 숨겨놓은 트로트 실력을 뽐냈습니다. "가수 되기 전에 노래방 알바 출신이냐"는 의구심(?)을 자아낼 정도였죠.

 

이때 갑자기 지명도 받지 않은 김민종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선후배 사이에 의리가 두텁기로 소문난 김민종은 "막내들이 먼저 나설 게 아니라 중간급들이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며 평소 애창곡이었던 조용필의 <꿈> 을 불렀습니다. 이때부터 이날의 진짜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꿈> 이 2절로 접어들자 신승훈과 김종서가 무대에 올라 3중창이 됐습니다. 김민종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신승훈의 미성, 그리고 위편으로 '질러주는' 김종서가 한데 어우러진 이 무대는 그야말로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이때부터 여기저기서 "조용필 트리뷰트 콘서트가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죠.

 

다음 순서로 나선 신승훈은 자신의 노래가 아닌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를 부르다가 중간에 '깜짝 모창'을 보여줬습니다. 김민종, 김종서, 이문세의 목소리로 한 소절씩을 부른 것이죠. 김종서는 자신의 모창이 나올 때는 앞에서 '립싱크'를 하는 재치도 보여줬죠.

 

이어진 싸이의 무대. <여행을 떠나요> 를 부르겠다고 고집하던 싸이에게 신승훈은 "그래도 <챔피언>을 일단 들어 보자"고 설득했습니다. 싸이의 신들린 <챔피언>으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됐고, 싸이는 앵콜 곡으로 여행을 떠나요 를 불렀습니다. 이때 김태우와 박효신이 코러스로 등장했다가 결국은 코러스가 메인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한 구석에 설치된 드럼 세트에선 '드러머 김종서'의 모습도 볼 수 있었죠.

 

입대를 앞둔 김태우는 "다섯명 몫을 혼자 다 하겠다"며 <촛불 하나>를 부른 뒤 이은미를 지명하고 내려가며 "JYP 선배님, 사랑해요!"라고 외쳐 사람들은 배를 잡고 뒹굴었습니다. 여기서의 JYP는 김태우의 소속사가 아니라 조용필을 가리키는 것이었죠. "나도 좀 여자로 봐 달라"고 애교섞인 코멘트를 던진 이은미는 "조용필 선배님과 왕년에 이 노래를 부를 때 정말 행복했다"며 <모나리자>를 선곡했습니다. 오히려 조용필 본인보다 훨씬 묵직한 <모나리자>더군요.

 

다음으로 지명된 이문세는 후배들의 환호 속에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문세가 무슨 노래를 부를까 생각하기도 전에 후배들은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은 너뿐이야'를 불러제꼈고, 결국 이문세는 <붉은 노을>을 불렀습니다. 이문세는 마이크를 신승훈에게 맡긴 뒤 "난 이제 댄스가수"라며 멋진 안무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용필이형, 문세형 머리 쓰다듬는 장면 한번만 보여주세요"라는 신승훈의 코멘트도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이문세는 현장에 와 있던 3명의 빅마마 멤버들을 불러올리며 "3명이니 3곡은 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거부>로 포문을 연 빅마마는 <밤이면 밤마다>와 <남행열차>로 조용필을 비롯한 온갖 참석자들을 모두 무대 앞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마이크는 로커 김종서에게 넘어갔습니다. 라디오헤드의 'Creep'으로 문을 연 김종서는 열광의 박수가 이어지자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으로 열창을 이어갔습니다. 김종서는 "사실 목소리가 가늘다는게 컴플렉스였는데, 어딘가에서 '조용필은 하루에 담배 세 갑을 피는 골초'라는 기사를 읽고 이거다 싶었다. 담배를 피우면 조용필 선배의 멋진 탁성을 낼 수 있을 줄 알고 나도 담배를 세 갑씩 피웠다"는 사연을 얘기해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김종서의 마이크를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중간에 이현우가 등장, 자신의 <꿈>을 불렀지만 김종서는 잠시 후 다시 등장, "용필이형의 모창이라면 내가 최고일 것"이라며 <창밖의 여자>를 뽑아냈습니다. 이 노래가 신호탄이 된 듯 이때부터 가수들은 일제히 '조용필, 조용필'을 연창했습니다. 드디어 조용필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조용필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나도 90년대 초, 방송활동을 중단했을 땐 콘서트에 사람이 들지 않았다. 그때는 좌절했지만 이내 그래선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대중을 두려워하면 안되고, 대중 앞에서 노래하기를 멈추지 마라. 왜냐하면 우리는 노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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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시각이 밤 12시. 그때까지 귀가를 포기하고 심야의 '드림 콘서트'를 바라보고 있던 기자들의 눈이 번쩍 뜨인 것도 바로 이 순간입니다. "한류가 드라마와 영화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 가수들은 뭘 하나. 이래선 안된다. 수십만의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코리아 록 페스티발'을 한국 가수들의 힘으로 열자. 내가 추진하겠다."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 "방송사와 정부, 시민단체들의 힘을 빌테니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 물론 소속사 관계자 여러분의 협조도 필요하다. 누가 뭐래서가 아니라 우리 가수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조용필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때 김태우가 "R&B나 힙합도 끼워 주셔야죠"라고 크게 외쳤고, 김종진이 "'록 페스티발'도 좋지만 이름은 '코리아 뮤직 페스티발'이 좋을 것 같다"고 거들어 조용필은 이름을 정정, 다시 "'코리아 뮤직 페스티발'을 개최하자"고 선언했습니다.

 

또 "결국은 라이브의 힘이 가수의 힘이다. 방송사에서 요구하더라도 립싱크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가수가 필요하다"는 등의 당부를 마친 조용필이 그냥 무대를 내려가려 하자 후배들은 길을 가로막고 일제히 '노래, 노래'를 연호했습니다. 사방에서 신청곡이 난무하는데 정말 히트곡이 많긴 많더군요. 결국 첫곡으로는 <비련>이 채택됐습니다. 그렇습니다. '기도하는' 다음의 가사가 '꺄아악'인 바로 그 비련 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꺄아악'이 연출됐고, 조용필은 여기서 노래를 끊었습니다. 역시 거의 강요에 못 이겨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게 된 조용필 옆에 이적과 김종서가 나란히 섰습니다. 흔히 보기 힘든 3중창. 이어진 <모나리자>에선 조성모, <단발머리>에선 갑자기 나타난 김경호가 화음을 이뤘습니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에서 조용필은 다시 한번 '코리아 뮤직 페스티발'을 강조하며 위대한 탄생 출신의 건반 주자 최태완씨를 불러올렸습니다. <친구여>를 피아노로 반주해달라는 얘기였죠.

 

조용필이 가운데 서고, 20여명의 가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부르는 <친구여>를 듣고 있으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어디서 이런 무대가 다시 열리겠으며, 그런 광경을 이런 근거리에서 볼 기회가 언제 있겠습니까. 끝없이 이어질 듯 하던 친구여 가 끝났고, 조용필도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용필이형 노래 좀 듣자"며 무대로 올라가는 후배들을 뜯어 말리던 신승훈에게서도, 노래 한 곡 하지 않으면서도 온갖 퍼포먼스로 가수들의 노래에 양념 역할을 하던 홍경민의 표정에도 흡족한 빛이 가득했습니다. 아마도 곧 추진될 '코리아 뮤직 페스티발'의 피날레에서도 이런 장면이 연출되겠죠. 반드시 올해 안에 이 행사가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후에도 드렁큰타이거와 JK김동욱 등의 무대가 이어졌지만 사실 이날의 볼거리는 여기서 끝났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조용필 나오는 것 봤냐'는 속담도 있는 마당에, 조용필의 스테이지가 끝난 다음에 더 이상 뭘 바라겠습니까. 기자들 사이에선 "이 공연을 녹화하면 대박일텐데..." "진짜 드림콘서트보다 캐스팅이 낫잖아"라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아무튼 이날 하례식에 참석한 소감을 딱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이럴 겁니다. "음. 기자 되길 잘 한 것 같아." (끝)

 

 

 

 

 

 

윗글엔 쓰지 않았지만 이날 싸이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가왕으로부터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때도 워낙 붙임성이 좋아 기자들의 테이블에 온 싸이는 "'너 공연 좋아하지? 그래. 공연 계속 해. 공연 자주 하는게 가수야' 하시더라"며 연신 싱글벙글했습니다.

 

이날의 분위기로 봐선 이 신년하례식이 매년 열릴 정례행사가 될 것 같았는데 어찌 하다 보니 현재까지는 이게 마지막 모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 또 열리게 될지, 만약 열리게 되면 그때처럼 들뜬 마음으로 한 구석에서 행사를 지켜볼 수 있을지. 앞날이야 누가 알겠습니까.^

 

 

 

 

P.S. 조용필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예수 풍의 남자주인공 제임스 리 맥쿤(에 대해 트위터에 쓴 적이 있는데 여주인공은 메이메이 렌프로(Maemae Renfrow)라는 미국 모델이군요. 본명은 메건 리 렌프로(Megan Leigh Renfrow). 이미 우리나라 남성 중심 사이트에서는 '매매(Mae는 '메이'라고 읽습니다^^) 렌프로'라는 이름으로 지명도를 얻고 있습니다.

 

 

 

 

 

 

1997년생. 메가엘라풍의 짱구 앞머리가 인상적입니다. 아직 어린 나이라 앞날이 기대되는군요. 얼핏 보기보다 키가 크지만(5-8.5, 174cm) 모델보다는 다른 쪽으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진에서 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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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점의 난] '간신 김자점'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아마도 '임경업전'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장이라면 이순신과 김유신을 벗어나지 못했던 소년 시절, 문득 '명장 임경업'이라는 이름을 듣게 됐습니다. 아울러 비운의 명장 임경업을 몰래 죽인 사람이 바로 간신 김자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희대의 간신이었던 김자점의 명성에 비해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의 존재감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마도 병자호란이라는 큰 사건을 방송 화면으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들인 돈에 비해서, 사람들이 과연 '조선 역사상 최대의 치욕'으로 꼽히는 삼전도의 굴욕을 보고 싶어 하겠느냐는 생각도 들 수가 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김자점 역시 대중의 관심 밖으로 스물스물 사라져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방송중인 '궁중잔혹사-꽃들의전쟁'이 아니었다면 아예 얘기될 일 조차 없었을지도.

 

드라마 '꽃들의 전쟁' 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인물은 당연히 소용 조씨(얌전이, 김현주)와 인조(이덕화), 그리고 세자빈 강씨(송선미)이지만 제게 가장 관심 가는 사람은 김자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글도 '매거진 M'에 실리는 '문화인물탐구' 란에 실리는 글인데, 사실 지면의 한계라는 것이 매우 크게 작용합니다. 김자점처럼 다각도에서 조명 가능한 인물을 원고지 11~12매에 압축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아무튼 늘 하던대로, 원문을 전재하고 아쉬운 부분을 보충합니다.

 

 

 

김자점

 

조선 선조 때 전라도 낙안 땅, 천년 묵은 지네 귀신이 있어 주민들이 처녀를 바치고 복을 빌었다. 신관 사또가 어찌 벌레 따위를 신으로 모시냐며 군사를 풀어 지네를 잡아 토막 내 죽였다. 이때 단말마의 지네가 토한 핏방울이 사또의 미간에 튀었다. 그 직후 사또 부인이 태기가 있어 아들을 낳았는데, 놀랍게도 미간에 붉은 점이 있었다. 사또가 기이하게 여겨 처음에 붉은 점이라는 뜻으로 자점(紫點)이라 이름지었다가 뒷날 자점(自點)이라 고쳤다.

 

인조-효종 시대 매국노의 대명사로 불린 김자점(1588~1651)의 출생에 대한 전설이다. 지네의 저주로 태어난 괴물이었기에 희대의 간신이자 역적이 되어 마침내 집안을 멸문당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 부친인 김함이 벼슬을 산 적이 없으므로 지어낸 얘기임은 분명하지만, 500년 뒤까지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것은 당시 김자점이 얼마나 큰 증오의 대상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김자점이 영화나 드라마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별로 없었다. 최근에는 명종 때의 윤원형이나 연산군 때의 유자광에 비해 지명도에서도 뒤지는 분위기다. 1981년 컬러 TV 도입 기념으로 KBS가 큰 맘 먹고 제작한 대하 사극 대명에서 김순철이 김자점 역을 맡았고, 2009년 작 MBC TV ‘일지매에서 박근형이 같은 역을 맡은 정도다. 2013 JTBC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은 정성모가 연기하는 김자점을 전면에 내세워 눈길을 끈다.

 

각 드라마의 캐스팅은 김자점에 대한 해석을 그대로 반영한다. 김순철은 글자 그대로 원초적인 권력욕에 매달리는 저돌적인 간신의 모습을 연기했고, 박근형은 조정을 완전히 장악한 당대 최고 세도가의 면모를 보였다. 한편 정성모는 왕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정권 탈취를 노리게 된 교활한 야수를 연기하고 있다.

 

 

 

김자점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조와의 인연에서 시작해야 한다. 광해군을 내몰고 인조를 왕위에 올려 놓은 반정 과정에서 김자점은 절대적인 역할을 해냈다. 사실 이 반정은 성공한 게 신기할 정도로 허술했다. 몇 차례나 음모가 새나갔지만 김자점이 광해군의 총희인 개시 김상궁에게 뇌물로 줄을 대고 있던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김상궁은 보고가 올라올 때마다 김자점, 김류 따위는 그저 백면서생들인데 무슨 큰 일을 하겠습니까라며 무마했다. 실제 반정 전날인 1623 311일에도 고변이 들어왔지만 광해군은 김상궁과 술을 마시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결국 김자점은 1등공신에 올랐다.

 

하지만 관료로서 김자점은 대단히 무능했다. 청의 군사적 위협 속에 도원수에 오른 김자점은 정예병을 큰 길에서 벗어난 산성에 주둔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병자호란 때 청군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대로로 진격해 한양을 범했다. 심지어 김자점 본인도 황해도 토산에 정병을 주둔해 놓고 교전을 피한 죄로 죽을 위기에 몰렸다.

 

그래도 인조는 김자점을 외면하지 않았다. 삼전도의 치욕으로 권위를 잃은 인조에겐 김자점 처럼 까라면 까는저돌적인 충복이 필요했을 거란 해석이 일반적이다. 김자점은 재빠르게 친청파로 변신해 조정 중신들을 제압했고. 그가 후원하는 소용 조씨도 인조의 안방을 차지했다.

 

하지만 소현세자의 죽음(1645), 세자빈 강씨의 사사(1646), 임경업의 주살(1646) 등 의혹 짙은 사건이 이어자자 김자점에 대한 여론은 악화됐다. 특히 임경업의 죽음은 치명적이었다. 당시 민심은 군사력을 키워 청에게 복수하자던 명장 임경업에게 극히 동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소용 조씨의 딸 효명옹주를 손자며느리로 삼으며 권력은 더 강화됐지만 백성들의 지탄도 높아갔다.

 

                                          (충민공 임경업 장군 영정)

 

결국 인조의 죽음과 함께 파국이 왔다. 소용 조씨가 낳은 숭선군에게 밀려나는게 아닐까 은인자중하던 효종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김자점에게 칼을 뽑았다. 삭탈관직에 이어 유배령이 떨어졌다. 때맞춰 효종은 북벌을 국시로 내세웠고, 김자점은 청과 내통하는 매국노의 표본이 됐다.

 

마침내 효종 2. 숭선군을 앞세워 역모를 꾀했다는 고변과 함께 김자점의 일족이 몰살당하는 옥사가 펼쳐졌다. 소용 조씨에게도 사약이 내려졌다. 불안한 임금 자리를 지키려는 인조의 속내는 누구보다 잘 읽었지만 여론의 흐름은 무시한 결과였다. 효종은 그를 잘라 냄으로써 민심을 얻는 동시에, 인조반정의 공신들을 억누르고 자신의 사람들로 조정을 채울 수 있었다.

 

김자점은 정말 반란을 시도했을까. 최소한 효종이 그를 편치 않게 느낀 것은 분명하다. 인조는 죽기 두 달 전, 세자(효종) 앞에 김자점과 이시백을 불러 네가 왕이 되어도 이 두 사람은 중용하라고 당부했다. 명심하겠노라 대답했지만 효종의 속내는 달랐다. 즉위 후 김자점의 역모를 보고받은 효종은 당시 시백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자점은 오만했다. 그때 자점이 나를 섬길 뜻이 없음을 알았다고 냉소했다. 자만이 재앙을 부른 셈이다.

 

P.S. 김자점 일족은 멸문지화를 당하고 자취를 감추지만 20세기에 이르러 그 후손 가운데 불멸의 거인이 태어난다. 백범 김구는 백범일지첫 문장에서 자신이 멸족을 피해 황해도로 이주한 김자점 가문의 후예임을 밝히고 있다. (끝)

 

 

 

 

인조가 가장 신임했던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인 이시백(위 초상). 기억력 좋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시백은 인조반정의 핵심 인물인 이귀의 아들이며, 고전 소설 '박씨부인전'에 나오는 박씨부인의 남편입니다. 이시백이 치명적인 전란을 극복하고 복구의 선두에 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박씨부인의 지혜 때문이었다는 당시의 민심을 대변해주는 것이죠.

 

(박씨부인전이라면 또 잘 모르실 분도 있겠군요. 좀 나이드신 분들은 구 TBC 연속극인 '별당아씨'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별당아씨의 남편이 바로 이시백이라는 얘깁니다.)

 

어쨌든 인조 사후에도 이시백은 살아 남은 반면, 김자점은 반란의 주모자로 지목되어 일족이 멸문당하는 대란을 겪습니다. 대체 왜 김자점은 몰락했을까요. 당연히 효종과의 관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현세자와 강빈이 비명에 죽고, 인조의 둘째 아들인 봉림대군이 다시 세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윗글에서 보듯 소용 조씨(이 무렵 귀인이 됩니다)와 김자점의 세상이었기 때문이죠. 어린 아이이긴 했지만 소용 조씨가 낳은 숭선군이 언제 자신을 대신해 세자가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세자(봉림대군 = 뒷날의 효종)는 철저한 몸조심에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바보가 아니었던 세자는 자신이 왕위에 오르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해 차곡차곡 게획을 세워 놓고 있었습니다. 물론 '살아서 왕위에 오른다면'이라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일단 형 소현세자가 심양에 머물며 청나라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청의 문물을 적극 수용하려다 반대 세력에게 제거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한편으론 김자점의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이 누가 있을지를 찾아 봅니다.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선명한 입장을 갖고 있는 서인 재야 세력이죠. 송시열 송준길 등을 중심으로 한 인망 있는 집단이고, 송시열은 한때 봉림대군의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안 그래도 부국강병을 통해 나라를 다시 세우고 청에게 당한 치욕을 씻자고 주장하던 인물들이죠.

 

그렇게 해서 1649년 5월, 인조가 즉고 효종이 죽위하자 효종은 그 즉시 인조의 시호를 논의한다는 명분으로 지방에 은거하고 있던 송시열 등을 불러 올립니다. 심지어 송시열은 상경한 뒤, 불러 주신 은혜에 감사한다며 독대를 요청하고, 효종이 '몸이 불편하다'며 독대를 거절하자 그 즉시 짐을 싸서 귀향길에 오릅니다. 당황한 효종은 사람을 불러 송시열을 붙잡고 자신의 성의가 부족했음을 사과합니다. 이후에도 송시열은 '...이러이러한 일이 있는데 이건 모두 제 덕이 부족한 탓이니 사직하겠습니다'를 되풀이하고, 그때마다 효종은 극구 만류합니다. 이런 사직 쇼(?)를 거쳐 전 조정이 송시열이야말로 효종 시대의 실세임을 깨닫게 되는 겁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바로 알아차립니다. 송시열-송준길이 권력의 핵심이라면 과연 권력에서 소외되어야 할 사람은 누구일지.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제거되어야 할 것인지. 그 다음 수순은 알아서 돌아갑니다. 효종이 직접 누구를 지목해서 아니라, 수많은 선비들이 김자점 탄핵에 나섭니다.

 

결국 김자점은 1년 뒤인 1650년, 벼슬을 내놓고 귀양가는 몸이 되는데, 마침 청의 사신들이 '조선이 요즘 (우리와 가깝던)선왕의 대신들을 왜 이유 없이 내쫓는가. 혹시 우리와 적대하려는 뜻이 있는 것인가'를 추궁할 것이란 소문이 돕니다. 이 소문의 배경은 '(청와 가까운) 김자점이 위기에 몰리자 청의 힘을 업고 조정을 압박하려 한다'는 것이었죠.

 

효종이 왕위에 오른지 두달이 채 안된 1649년 6월22일, 실록의 기록입니다. 대신들이 처음으로 영의정 김자점이 불충하고 무능하니 관직을 빼앗아야 한다고 들고 일어났을 때의 기록. 처음엔 듣기 싫은 척(?) 하던 효종도 끝내 벼슬에선 물러나게 합니다.

 

...탄핵하기를 더욱 강력히 하였으나 상이 따르지 않다가 경인년(1650년) 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중도 부처(中道付處)를 명하여 홍천현(洪川縣)에 유배하였다. 이때 서울 안에는 자점이 죄를 입은 뒤로 노중(虜中)과 은밀히 내통하여 저들의 힘을 빌어 우리 조정을 위협할 계획을 한다는 등의 말들이 많이 나돌았다. 그런데 청나라 사신이 조사할 일이 있다는 핑계로 세 무리가 잇따라 출발하여 압록강도 건너기 전에, 장차 즉위한 처음에 구신(舊臣)을 축출한 이유를 힐문(詰問)하려 한다는 헛소문이 먼저 퍼지니, 사태가 매우 위급하여 조야(朝野)가 흉흉해서 분개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상도 자점을 의심하였으나 다만 그의 두 자식 연(鍊)식(鉽)을 내쳐 외읍(外邑)에 보임해서 그 모계(謀計)를 막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청나라 사신이 서울에 와서는 단지 우리 나라가 성을 쌓은 일만을 물었을 뿐이었다. 그러자 혹자는, 자점이 스스로 계획이 실패되어 탄로될 것을 알아차리고서 도리어 이형장(李馨長)을 시켜 청나라 사신에게 미봉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여름에 양사가 다시 자점의 죄를 탄핵하여 절도(絶島)에 안치(安置)시키기를 청하며 누차 아뢰어 마지않으니 곧 멀리 귀양 보내라 명하여 광양현(光陽縣)에 유배하였다.

 

 

이쯤 되면 왕의 뜻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효종 즉위 2년째를 넘기지 못하고 누군가가 "김자점과 조인형(소용 조씨의 친척 오빠)이 서로 몰래 오가며 모의를 하고 있다"는 고변을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김자점의 아들 김식과 손자 김세룡(소용 조씨가 낳은 옹주의 남편)을 지목합니다.

 

여기에 김자점의 역모가 보고됐을 때 효종의 반응이 널리 퍼집니다. 윗글에 있듯 효종은 인조가 이시백과 김자점을 불러 자신에게 "이 두 사람을 중용하라"고 했을 때의 일을 이야기하죠. 김자점이 얼마나 당시의 세자(효종)을 무시했는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상황. 이건 "빨리 김자점을 잡아다 죽이지 않고 뭘 하느냐"고 직접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과정을 살펴 보자면 과연 김자점이, 혹은 김식이 난을 일으키려 하기는 했을까 하는 의혹이 생깁니다. 김자점의 권세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인조가 죽기 전입니다. 김자점에게 가장 좋은 것은 세자를 폐하고 숭선군이 인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기회는 없었던 모양이고, 그 다음 방법은 효종이 즉위 후 일찍 죽고, 그 뒤를 이어 숭선군이 왕이 되는 것이었겠죠.

 

하지만 효종이 한발 빨랐습니다. 김자점의 예측에 비해 너무 손이 빨랐던 모양입니다. 1649년, 즉위 두달만에 벼슬을 빼앗고, 6개월만에 귀양을 보냅니다. 김자점에게 빌붙어 살던 사람들도 세상 판도를 파악하고 재빨리 등을 돌립니다. 마침내 난이 보고되고 김자점이 죽음을 맞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년6개월.

 

죽음을 맞은 김자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한비자에는 "미워할 사람을 미워하고, 미워하지 않을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것이 문제가 아니다. 미워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그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일"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효종은 이 교훈을 확실히 지켜 왕위에 올랐습니다. 김자점이 효종을 정말 위험한 인물로 생각했다면 어떻게 해서든 왕위에 오르기 전에 막았을테니 말입니다. 반면 김자점은 자만심에 빠져 이 교훈을 무시했던 셈이죠. 그것이 결국 김자점의 운명을 결정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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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문화 생활 가이드] 변명으로 시작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시간이 유수와 같다 보니 큰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뭐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이 '10만원으로 즐기는 문화생활 가이드'는 얼마전 창간된 주간 문화매거진 '매거진M'에 실리는 칼럼입니다.

 

이 칼럼이 실리는 시점이 3월 마지막 주였다면 아무런 부담 없이 이쪽으로 끌고 올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매달 첫호에 실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달의 경우는 4월 5일이었던 셈이죠.

 

지면에 칼럼을 쓰는 처지에, 아무리 제가 쓰는 것이긴 하지만 지면에 쓴 칼럼이 읽히기도 전에 블로그로 퍼올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기다리다가 깜빡 시점을 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추천 공연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공연 일정이 지나 버렸더군요. ;;; (아, 물론 제가 추천하는 공연을 제가 모두 보러 가는 건 아닙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4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이젠 봄내음이 물씬 나지? 3월이 발레의 달이었다면 4월은 음악의 달이야.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기념 행사로 치러지고 있는 코리언 월드 스타 시리즈. 신영옥(45), 장한나(429), 조수미(430) 등 진짜 월드스타들이 홈커밍데이 행사를 하는 셈이지. 특히 장한나는 첼로 연주자 아닌 지휘자로 황병기 교수와 협연한다니 관심이 아니 갈 수 없지.

 

문제는 가격이야. 화려한 출연진에 비하면 과히 비싸다고 할 수 없지만, 3~12만원은 약간 부담스럽기도 해. B석이라도 조수미 장한나의 무대를 놓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기회지만, 아무래도 이 지면이 지향하는 공연은 아닌 것 같아. 그래도 일단 소개는 했어.

 

 

대신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건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야. 설마 김선욱이 누군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피겨 스케이팅에 김연아, 수영에 박태환이 있다면 피아노에는 김선욱이 있다는 괴물이야. 백건우 정명훈 이후 한국을 빛낸 수없이 많은 스타 피아니스트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선욱은 특이해. 뭐랄까, 아이돌의 자질을 가진 클래식 스타랄까?

 

김선욱은 지난해부터 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 중이야. 그 다섯 번인 413일은 17번부터 21번까지 연주하는 날. 특히 첫 곡인 17템페스트’ 3악장은 영화 하녀에서 이정재가 연주한 곡으로도 유명하지. 비교될 거라고? 천만에. 연주하는 김선욱을 현장에서 보면 이정재가 오징어로 보인다는 사람도 많아. R석은 7만원이지만 3만원 짜리 A석으로 즐기는 게 바로 문화가이드 정신이지.

 

또 매년 4월은 예술의 전당에서 한달 내내 교향악축제가 열리는 달이지. 생소한 사람도 있겠지만, 매년 전국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이 서울 예술의 전당으로 상경해 각자 자존심을 걸고 공연을 펼치는 행사야. 평소 예술의전당 문턱이 높아 보였던 사람이라면 R3만원, S 2만원이라는 티켓 가격도 매력적이지. S석이면 충분해.

 

레퍼토리에 따라 취향 껏 찾아 보는 게 행사 취지에 맞는 감상이지만, 굳이 딱 하나만 골라 추천하라면 417일 열리는 수원 시향(지휘 김대진)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협연을 보라고 하고 싶어.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와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생상스 교향곡 3번이면 매치도 그만이지. 이제 손열음과 김선욱의 스승으로 더 유명한 마에스트로 김대진의 지휘를 즐겨 보도록.

 

 

모처럼 연극 한편? 마침 대학로에서는 연극 광해 21일까지 공연 중이야. 영화 광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고, 광해가 연극으로 개작되어 공연 중이라는 것도 꽤 알려졌을 거야.

 

사실 같은 줄거리를 놓고 영화와 연극을 어떻게 차별화할 지가 제작진의 고민거리였을 텐데, 그 부분에선 꽤 훌륭해. 오히려 대본의 완성도는 영화보다 우수하다고 해야 할 것 같아. 영화에서 구멍으로 보였던 부분들이 싹 사라졌어. 출연진의 화려함으로 치자면 이병헌-류승룡-한효주가 나온 영화에 비길 수 없겠지만, 광해/하선(배수빈, 김도현)-허균(박호산, 김대종)-중전(임화영) 라인업도 매력적이야. 특히 영화에선 상징으로 처리됐던 하선의 뒷얘기가 궁금한 사람들이 볼만한 작품이기도 하더군. S석은 35천원.

 

볼만한 공연이 많다 보니 나머지는 책 한 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4월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프라하의 묘지.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진자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이번엔 19세기 음모설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괴문서 유대 장로들의 의정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특유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했어.

 

그렇다 보니 이 책은 너무나 한국인들의 정서를 꿰뚫는 느낌이야.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폐부를 찔러. 예를 들면 극중 회의주의자 게동이 하는 이런 말을 들어 봐.

 

무엇하러 책을 쓰고 감옥에 간단 말입니까? 책을 읽는 사람들은 원래 공화주의자이고, 문맹이라서 책을 읽지 못하는 농민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보통 선거권을 얻어도 독재자를 지지하는 판에.” 물론 루이 나폴레옹이 제2공화정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스스로 황제가 되어 제2제정 시대를 연 당시의 프랑스 정국을 비꼰 것이지만, 오늘날에도 기막히게 와 닿는 얘기가 아닌가 싶어. 그런 의미에서 한번 읽어볼 만 한 책이야.

 

 

김선욱,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시리즈          3만원

연극 광해                                             35천원

교향악 페스티발 중 1                                 2만원

움베르토 에코, ‘프라하의 묘지                           12500원 내외

 

 

 

 

자칫하면 연극 '광해'의 종영도 지나쳐 버릴 참입니다. 21일까지.

지명도는 당연히 배수빈이 앞서지만 김도현-임화영 커플의 앙상블이 더 좋다는 평도 있습니다. 아무튼 보실만 합니다.

 

'프라하의 묘지'는 에코 선생의 전작들에 비해 그리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랜만에 보는 흥미진진한 책입니다. 솔직히 말해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 등과 이 분의 작품을 비교해 보자면, 단행본 3권짜리 어린이용 삼국지와 10권짜리 박종화 삼국지(혹은 이문열 삼국지)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아무튼 음모설 좋아하기로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듯한 한국인들이 꼭 봐야 할 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문득 또 위에 인용한 문장이 마음에 걸리네요. 음모설 따라다니는 분들이 이런 책을 읽을 리가 없고, 이런 책 읽을 사람은 이미 음모설은 그냥 음모설이라는 걸 아실 분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재미있습니다. 강추.

 

왠지 부실한 포스팅이 된 듯 한 느낌이라 사죄의 의미로 벚꽃 짤방.

 

 

 

 

찍어놓고 보니 천녀유혼 배경 같군요.

내년 봄까지 벚꽃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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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 사실 장옥정이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조선 숙종 때의 유명한 희빈 장씨의 이름이 옥정이라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꽤 긴 시간 동안 이 여인은 그냥 '장희빈'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습니다.

 

그리고 흔히 사람들은 조선 명종 때의 정난정, 연산군 때의 장녹수와 함께 '조선 3대 악녀'라는 이름으로 이 여인을 불러 왔습니다. 들으면 바로 아시겠지만 모두 TV 사극이 사랑해 온 여인들입니다. 이 뒤를 이어 광해군 때의 개시 김상궁, 인조 때의 소용 조씨 등이 '3대 악녀'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인물들이죠.

 

하지만 이런 인물들에게도 다 이유가 있는 법. 특히 장희빈 장옥정의 경우는 역사적 환경을 살펴보면 볼수록 그냥 '악녀'로 불리기에는 억울한 부분이 꽤 있어 보입니다. 물론 이번에 시작하는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이런 역사적 환경을 훌쩍 넘어서, 아예 새로운 판타지적 해석을 해 냅니다만...

 

 

 

 

어쨌든 장옥정이라는 여인의 삶을 한번 살펴 봤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런 구도입니다.

 

 

장희빈(1659?~1701)

 

사극이 시청률을 올리는 방법 중에 사약 신이 있다. 같은 사약이라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먹고 피를 토하는 게 훨씬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 사약의 성분상 피를 토하고 죽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사약 신이라면 아무래도 연산군의 어머니 폐비 윤씨와 장희빈을 떠올리게 된다. 폐비 윤씨의 경우엔 비단 섶에 피를 토하며(물론 기록엔 그냥 피눈물이다) “내 아들이 왕이 되면 이것을 전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강렬하다. 그리고 장희빈의 경우에는 조선 왕조 최고의 독부답게 약사발을 비운 뒤 그대로 쓰러지지 않고 한참 동안 몸부림을 치다가 죽음을 맞는 것이 보통이다. 장희빈을 연기한 수많은 여배우 중에서도 사약 신으로는 이미숙이 첫 손에 꼽힌다. 1981 MBC TV 드라마 여인열전에서 돌계단을 구르며 신음하던 이미숙표 장희빈의 모습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이문정의 수문록(隨聞錄)’ 에는 더 지독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야사에 따르면 장희빈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아들(뒷날의 경종)의 얼굴을 보기를 청한다. 허락을 받은 세자가 통곡을 하며 나타나자 장희빈은 내가 너희의 후손을 이어 줄 줄 알았더냐!”하는 악담을 퍼부으며 최후의 기력을 다해 왕자의 사타구니를 강타하고(反出不忍說之惡言肆其毒手侵及下部), 세자는 혼절한다. 장희빈은 그제야 깔깔 웃으며 사약을 들이킨다. 경종의 후사가 없었던 탓에 뒷날 만들어진 이야기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는 것만으로도 당시 사람들이 장희빈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진을 구할 수 없어 '동이'에서 이소연의 사약 신으로 대체했지만 당시 이미숙의 사약 연기는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댓돌 위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단말마의 모습... 아무튼 '수문록'의 기록에 따르면 어머니가 아들을 성불구로 만들었다는 말인데, 사실이라면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악의 경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경종은 병약했고, 후사를 두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숙빈 최씨-'동이'-가 낳은 연잉군이 왕위에 올라 영조가 되죠.) 

 

1990년대 이전까지 장희빈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는 이런 세평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정숙하고 현명한 인현왕후 민씨와 아름다운 악녀 희빈 장씨가 숙종을 놓고 삼각관계를 펼치고, 장희빈에게 빠진 숙종이 한때 총기를 잃어 어진 아내와 충신들을 멀리 하지만, 결국엔 제 정신을 차리고 악인들을 단죄한다는 교훈담이다. 이른바 김만중의 사씨남정기나 고대 소설 인현왕후전의 충실한 재현이다. 당연히 장희빈 역은 당대의 섹시 아이콘들이 돌아가며 맡았고, 인현왕후 역에는 청순미 넘치는 전통적인 미인들이 들어섰다. 팀 장희빈의 김지미 남정임 윤여정 정선경 김혜수 등과 팀 인현왕후의 이혜숙 박순애 박선영 박하선 등을 보면 그 특징이 확연하다.

 

하지만 김혜수가 타이틀 롤을 맡은 2003년작 장희빈(KBS)’ 이후 장옥정을 당쟁의 희생자로 보는 시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희빈 이전의 여자 장옥정은 여러 모로 역사적 의미를 갖는 인물이다. 중인 가문의 딸로 태어나 일개 궁녀에서 출발해 왕의 정실인 왕비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그 하나뿐이다. 비록 다시 희빈으로 강등된 뒤 사약을 받아 끝내 장희빈이란 이름으로 기억되지만 말이다.

 

 

일단 숙종 시대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남인과 서인의 대립이 치열했던 시기. 장옥정의 아버지인 역관 장경은 일찍 세상을 떠나지만 역시 역관 출신인 백부 장현은 당대 조선 최고의 갑부였다. 당시 역관들은 사신단의 일원으로 허가받은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특히 장현은 소현세자와 효종이 청에 인질로 갔을 때 호종한 공로로 위세도 등등했다.

 

그런 장현이 남인 세력의 재정적 후원자였으니 장옥정 또한 남인과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인현왕후 민씨는 그야말로 노론 핵심 가문의 딸이었다. 큰아버지 민정중과 아버지 민유중은 당대 서인의 영수였고, 친정 오빠들인 민진후, 진원 형제 역시 당쟁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만만찮은 왕, 숙종이 있다. 1674 13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숙종은 세 차례의 환국(換局)을 통해 왕권을 강화했다. 초기에는 남인이 다소 우세했지만 집권 6년째인 19세 때 경신환국(1680)으로 서인에게 권력을 넘겼고, 28세때엔 다시 기사환국(1689)으로 남인들의 세상이 왔다. 그리고 33세 때, 갑술환국(1694)으로 다시 서인들이 집권하게 된다.

 

이렇게 신하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 숙종은 할아버지 효종의 고굉지신(股肱之臣)이며 송자(宋子)라고 불릴 정도로 서인들의 추앙을 받던 송시열에게까지 사약을 내리는 냉혹함을 보였다. 숙종 이후 어떤 왕도 이 정도로 강대한 권력을 갖지는 못했다. 아무리 봐도 여색에 혹해 정치적 오판을 할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숙종이었기에 인현왕후를 내치고 장옥정을 중전으로 삼은 것이나(남인의 손을 들어 줌), 다시 인현왕후를 복위시키고 장옥정에게 사약을 내린 것(서인의 손을 들어 줌) 모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에겐 사랑도 정치의 연장선상이었던 것이 아닐까. 이런 삭막한 이야기를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을 듯 하니 김태희가 제9대 장희빈으로 나서는 SBS TV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패션에 뛰어났던 궁녀 장옥정과 청년 왕 숙종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장옥정의 죽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끝)

 

** 뒤늦게 보게 된 시놉시스에 따르면 '사랑하는 여인을 권력을 위해 결국 죽음으로 밀어 넣는 비운의 왕'으로 그려진다는군요. 그럴듯합니다.^^

 

 

이렇습니다. 벙자호란 이후 조선 정치사를 살펴보면, 그중 가장 강력한 왕권을 발휘한 왕은 성군으로 알려진 영조나 정조가 아니라 숙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정조 시대만 해도 신하들의 세력을 무시한 왕정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던 반면 숙종은 당쟁을 이용해 어느 한 파벌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게 왕권을 구축하는 노련함을 과시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정치적 격변에 따라 후궁이 요동을 칩니다. 결과적으로 숙종이 서인들의 손을 들었기에 장희빈은 악역, 인현왕후는 선인 역을 맡게 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당시 남인에게 최종 우승기가 돌아갔다면 우리는 또 다른 사극을 보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대중 일반에게 전해진 장희빈 이야기는 사실 역사의 승자였던 인현왕후의 친정 쪽, 즉 서인 쪽(그중에서도 노론)의 입장에서 다분히 강조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꽤 높아 보입니다.

 

 

어쨌든 장옥정이 그렇게 악인이 아니었다고 해도,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스토리는 역사적인 배경과는 꽤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이 드라마는 아예 시작부터 팩션이고, 판타지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역사적인 무게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예 종류가 다른 이야기니까요.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는 전통적인 사극의 인기 캐릭터인 악녀의 모습을 보기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시놉시스상으로는 한승연이 연기하는 최무수리(숙빈 최씨, 즉 '동이'의 한효주)가 오히려 악녀로 묘사될 것 같기도 한데, 어찌 될 지는 두고 볼 일.

 

아울러 김태희가 이번 작품을 통해 그동안 수없이 약점으로 지목됐던 연기력 논란을 떨쳐 버릴 수 있을지. 그 또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혹시 악녀 캐릭터가 아쉬운 분은 주말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쪽을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인조 때의 요부 소용 조씨(사실 궁녀로는 귀인의 자리까지 올라갑니다만, 이상하게도 소용 조씨로 불리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합니다) 역을 맡은 김현주의 연기가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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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든 드라마든, 유난히 제목이 헷갈리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비슷한 제목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어의 조합이 자연스럽지 않아 더 자연스러운 쪽을 찾아가는 경향도 있죠.

 

어떤 쪽이든 대개는 '제목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최근 1200만 관객을 넘어 선 '7번방의 선물'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할 사람은 설마 없겠죠. '홍보 부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흥행 성적입니다. 그렇다고 제목이 너무 길어서 헛갈리게 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생각해 보면 이렇게 제목이 헛갈리는 작품들이 대부분 흥행에서는 꽤 좋은 성적들을 냈더라는 것입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어떤 영화들이 있었는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바로 아래 포스터에 쓰여 있는 영화 제목을 한자 한자 정확하게 읽어 보시고, 스스로 반문해 보세요.

 

당신은 정말 이 영화의 제목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정확한 제목은 '내가 살인범이다'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으로 기억하고 있고, 심지어 '내가 살인자다', '나는 살인자다'로 착각한 분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바로 그런 작품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목: ‘세상의 끝’, 아니고요, ‘세계의 끝입니다.

 

관객 천만명이 넘었는데도 제목이 헛갈리는 영화가 있다. 바로 ‘7번방의 선물이다. 아마 아직도 ? 내가 본 영화는 ‘7번방의 기적인데…”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하다. ‘7번방의 기적이란 영화는 없다.

왜 이런 착시현상이 생겼을까. 크리스마스 영화의 고전인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 이후로 유사 제목이 특히 한국에서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기획에 참여한 1987년작 ‘Batteries not included’는 국내 개봉 때 8번가의 기적이란 제목이 붙여졌다. 임창정과 하지원이 주연한 1번가의 기적 도 흥행에선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왠지 제목만큼은 친근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에는 QTV에서 신동엽이 진행하는 7번가의 기적 이란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다.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7번방의 기적이 등장한 것이다.

지금이야 대박이 났으니 별 상관 없겠지만, ‘7번방의 선물관계자들은 엉뚱한 제목을 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덜컹 덜컹 내려앉았을 거다. 사실 필자도 요즘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 다름아닌 새 드라마, ‘세계의 끝세상의 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때문이다.

하얀 거탑’, ‘아내의 자격의 안판석 감독이 연출하고 윤제문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치사율 100%의 변종 바이러스가 한국을 덮치면서 일어나는 상황을 그린 드라마다. 316일부터 매주 주말에 방송되고 있다. 포스터에서부터 세기말적인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하며, 서울 시내가 아비규환으로 변한다는 설정 하며 세계의 끝이라는 제목은 참 잘 지은 제목이다 싶었다. 본래 배영익 작가의 원작 소설 전염병에서 비롯된 작품이니 그냥 드라마 제목도 전염병으로 했으면 좋았겠으나 2010년 보건복지부가 전염병이라는 단어를 아예 감염병이라는 말로 바꿔 버렸다. 그렇다고 감염병이란 생소한 단어를 드라마 제목으로 붙일 수도 없지 없지 않은가.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계의 끝이란 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소설, ‘세계의 끝, 하드보일드 원더랜드(世界りとハドボイルドワンダランド)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 역시 스키터 데이비스의 올드 팝 히트곡 ‘The end of the world’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절대 낯선 제목이 아니다.

그런데 제목을 확정한 바로 다음 날부터 혼란이 시작됐다. 많은 사람이새 드라마 세상의 끝말인데요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7번방의 선물아니라도 비슷한 제목이 있으면 헛갈릴 수 있다. 박시후 주연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나는 살인범이다로 잘못 쓴 기사만 해도 수백건이다. 당연히 나는 가수다 의 영향일 게다. 외화의 경우도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두 영화 디 아더스디 아워스를 혼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좀 더 코믹한 경우로는 슈퍼맨 비긴즈배트맨 리턴즈가 있다(물론 팀 버튼의 배트맨2’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어? 하는 순간 또 헷갈리는 분들. 네. 슈퍼맨은 '리턴즈'가 맞고 배트맨은 '비긴즈'가 맞죠. 하지만 그게 또 끝이 아니라는 거...^^ 저 아래쪽에 보충 설명 나갑니다.)

 

하지만 세상의 끝이란 제목은 어디에도 없는데 왜 혼동을 가져오는 것일까. 정정해 줘도 심각하게 “‘세계의 끝’? ‘세상의 끝이 아니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봐, ‘신세계신세상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잖아라고 항변했지만 그제야 알았다. 한국인에게는 세계보다세상이 훨씬 더 일상적인 단어라는 것을.

류시원 김희선이 주연한 왕년의 드라마도 세상 끝까지이고, 빔 벤더스 감독의 1991년작‘Until the end of the world’이 세상 끝까지로 번역됐다. 무라카미 하루키 탓을 해도 소용 없는 것이, 역시 일본 베스트셀러인 世界中心で、をさけぶ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번역됐다. ‘그 번역만 독특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재치있는 포털 검색 담당자 덕분에 세상의 끝을 검색해도 바로 드라마 세계의 끝이 뜬다. 그리고 위에서 예로 든 작품들 대다수가 흥행 성과가 썩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를 모으게 한다. 부디 세상 끝까지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드라마가 되길 기대해 본다. (끝)

 

 

아시는 바와 같이 '7번방의 선물'은 1200만, '내가 살인범이다'는 300만 고지를 넘어서며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끝'도 방송을 시작한 뒤까지 여전히 '세상의 끝'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는데 비해 아직 시청률 면에서는 아직 대박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놀라운 완성도와 스케일, 그리고 윤제문, 장경아 등의 탄탄한 연기가 호평받고 있습니다.

 

'슈퍼맨 비긴즈'와 '배트맨 리턴즈'는 당연히 영화 '슈퍼맨 리턴즈'와 '배트맨 비긴즈'를 혼동해서 쓴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아는 분들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놀란의 3부작 중 첫 작품은 분명 '배트맨 비긴즈'지만 '배트맨 리턴즈'라는 영화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팀 버튼이 만든 배트맨 시리즈의 두번째 영화, '배트맨 2'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영화의 부제가 바로 '배트맨 리턴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배트맨 리턴즈'라는 표기를 어디선가 보게 되면 혹시 팀 버튼의 영화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슈퍼맨 비긴즈'의 경우에도 미드 '스몰빌'을 국내에서 방송할 때 이 제목을 쓴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래 저래 확인이 필요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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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이란 영화가 개봉하니 링컨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조명해 보자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얼마 전부터 '이달의 문화인물'이라는 제목의 아티클을 '매거진 M'에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이 '문화인물'이긴 합니다만, 정작 내용은 '문화 속에 비쳐 그려진 유명인물의 실상' 쪽에 더 가깝습니다. 이렇게 쓰려니 너무 길어서 아마도 편집 측에서 그냥 '문화 인물'이라고 뭉뚱그려 묘사한 듯 합니다.^

 

아무튼 책에 나온 순서와는 달리 블로그에는 '링컨' 편부터 소개합니다. 앞선 사람들이 약간 타이밍이 안 맞기 때문이죠. 물론 그 사람들도 이쪽으로 모셔올 계획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1865 1, 에이브러햄 링컨은 어느 전장에서 말단 병사들과 격의 없이 농담을 나누고 있었다. 한 병사의 입에서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가 흘러 나오자 병사들은 앞다퉈 다음 문장을 줄줄 외운다. 소집 나팔이 울리고, 부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흑인 병사도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For the people, by the people…”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의 첫 장면.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게티스버그 연설은 1863 11월의 일이니 시간적으론 가능했겠지만 역사가들은 고개를 흔든다. 거의 모든 미국인이 이 연설문을 줄줄 외우게 된 건 링컨이 죽고 나서도 한참 뒤의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영화니까 ’.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2.12~1865.4.15)은 가장 유명한 지구인 중 한 사람이다. 그 지명도에 걸맞게 대중 문화 속에서도 넘치는 사랑을 받아왔다. 수많은 전기 영화가 일찌감치 만들어졌고(결정판은 존 포드의 1939년작 젊은 링컨이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류의 영화에선 미국을 대표하는 위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최근엔 뱀파이어(‘링컨:뱀파이어 헌터’)나 좀비(‘링컨 VS 좀비’)와 싸우는 히어로로 변신하기도 했다.

 

대중의 속성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중국 민중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삼국지의 영웅 관우는 사후 관성대제라는 이름의 신으로 승격됐고, 천년 넘게 악귀 퇴치와 재복 기원은 물론 무좀 치료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중의 친근감이 전쟁의 승리나 노예 해방 같은 거대한 업적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통나무집에서 성장한 어린 시절의 가난, 독학으로 변호사를 거쳐 대통령에 이른 입지전, 비극적인 최후 까지 성공 신화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여기에 유머 감각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패션에 둔감한 촌사람의 이미지를 스스로 비웃는 자학 개그의 달인이었다.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에도 그의 유머는 멈추지 않았다. 어느날 국무장관 에드먼드 스탠튼이 북군 총사령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이 전선에서 늘 술에 취해 있다고 험담을 했다. 링컨의 대답. “그 양반이 마시는 위스키 상표를 좀 알아 오게.” “왜요?” “다른 장군들에게도 돌리려고.” 싸워서 이기기만 하면 술 좀 마시는게 대수냐는 식이다.

 

고지식한 스탠튼은 이런 그가 못마땅했다. “각하, 왜 늘 농담만 하십니까.” 대답은 그것도 안 하면 난 당장 죽네.” 링컨의 가족을 살펴보면 이런 심정도 이해가 간다. 네 아이 중 셋이 미성년일 때 죽었고 장남 로버트만 성인이 됐다(영화에서 조셉 고든 래빗이 연기한 로버트는 뒷날 미국 육군 장관을 지냈다). 아내 메리 토드는 평생 강한 집착과 낭비벽으로 링컨을 괴롭혔고, 링컨 사후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링컨 본인도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영화 속 링컨은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도 미국 영토 내에서 모든 노예 제도를 금지하는수정헌법 13조의 의회 통과를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펼친다. 역사가들로부터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대목이다. ‘노예 해방은 영화 링컨의 시점 보다 2년 전(1863 1)에 링컨 자신에 의해 이미 실현됐고, 수정헌법 13조의 통과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영화는 영화다. 그리고 스필버그가 역설하고 있는 것은 링컨 같은 인물 조차도 목적 달성을 위해선 다소 치사해 보이는 정치적 행위를 불사해야 했다는 점이다. 측근을 이용해 은밀하게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의원들에게 남부 연합의 평화 사절단의 방문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 뇌물까지 사용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면서 정치적인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아마도 구체적인 정책의 실현 과정에 무관심한 이상주의자들, 타이핑만 하면 저절로 멋진 나라가 만들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교육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P.S. 많은 한국인들은 링컨이 아주 먼 옛날, 아무 상관 없는 먼 나라에서 위대한 일을 하다가 비명에 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의 시대에 이미 우리는 미국과 무관한 사이가 아니었다. 링컨이 사망하고 16개월 뒤인 1866 8, 대동강 입구에 제너럴 셔먼 호라는 미국 상선이 나타난다. 이 배는 조선 관민과의 시비 끝에 불태워지는 운명을 맞는다.

 

배 이름의 셔먼 장군은 바로 링컨을 도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윌리엄 T 셔먼 장군이다. 미국은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1871년 강화도로 함대를 보낸다. 이것이 신미양요. 만약 링컨이 암살당하지 않고 3선에 성공했다면, 위대한 대통령 링컨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한국을 침략한 대통령으로 기록됐을 수도 있었다. 참고로 신미양요를 일으킨 대통령은 위에도 나오는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였다. (끝)

 

 

 

 

 

역사가 길지 않은 미국에서 링컨은 세종대왕이고, 태종무열왕이고, 광개토대왕입니다. 'For the people, by the people, of the people'의 게티스버스 연설은 미국 초등학생들도 외우는 고전이고, 링컨 메모리얼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대표하는 조형물 중 하나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실 그렇게 옛날 사람도 아닙니다. 링컨에게 "여자들은 턱수염 기른 남자를 좋아하는데 아저씨도 길러보면 어때요?"라는 편지를 보내 턱수염을 기르게 한 전설의 소녀 그레이스 베델(Grace Bedell)은 1936년에 죽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생생한 인물일 수 밖에요.

 

링컨의 농담은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만도 수백가지지만 오늘날의 시각으로 볼 때 그렇게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기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스스로의 용모에 대한 자학 개그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

 

"내가 시골 살 때 어떤 놈이 총을 들고 눈을 부라리면서 술집에 들어와 '여기 나보다 못생긴 놈이 있으면 쏴 죽여 버리겠어!'라고 소리치며 나를 딱 바라보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너보다 못생겼다면 차라리 내가 내 머리를 쏘겠다!' 라고."

 

네. 딱 웃기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이런 식의 개그가 링컨의 특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링컨을 목격한 사람의 기록. "코트는 흉측하게 길고, 소매는 너무 짧고, 바지 한 쪽은 괜찮은데 다른 한 쪽은 양말에서 적어도 2인치는 모자라는 위치까지밖에 내려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극악의 패션 센스입니다.

 

 

 

 

영화 '링컨'은 좀 지루하다는 점만 빼면 매우 훌륭한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를 완성도보다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숭고하고 거룩한 메시지'에 따라 평가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게는 극찬을 받아도 부족할 영화죠. 이런 영화를 따로 떼어 성화(聖畵) 정도로 구분해야 할지도.

다만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예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1864년 11월, 링컨은 미국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지 B 맥클렐런(McClellan)에 압승을 거두고 연임에 성공합니다(물론 우리가 흔히 링컨을 16대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것은 재선을 감안하지 않고 사람 머릿수 대로 센 것입니다). '남부의 반란'에 대한 승리는 결정적이었고, 모든 국민 여론은 링컨에 대한 절대 지지로 나타났습니다. 한마디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업고 어떤 정책이든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

 

(영화에서는) 이 시기의 링컨은 이미 노예해방 선언(1863.1)을 해 놓고 있었지만, 전쟁이 끝나고 남부 각 주가 법원을 앞세워 이 노예 해방 조치에 대한 위헌 심판같은 것을 냈을 때, 소위 '법적인 판단'에 의해 이미 해방된 노예들이 다시 농장주들의 재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예, 개헌을 통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겠다고 다짐합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 수정헌법 13조'. 내용은 아주 짧고 간단합니다.

 

Section 1. Neither slavery nor involuntary servitude, except as a punishment for crime whereof the party shall have been duly convicted, shall exist within the United States, or any place subject to their jurisdiction.

Section 2. Congress shall have power to enforce this article by appropriate legislation

 

'그러니까 미국의 주권이 닿는 지역에서 모든 노예 제도와 비 자발적 노동 강요는,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닌 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헌법으로 규정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당연한 듯 보이는 훌륭한 정책에도 반발은 만만찮았고, 링컨은 이 수정헌법의 의회 통과를 위해 갖가지 꼼수를 쓰게 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남부에서는 때마침 평화 사절을 보냅니다. 북부의 입장은 '항복'이지만 남부에서는 끝까지 '평화 협상'을 요구하고, 즉각적인 항복이 있기 위해서는 '수정헌법의 통과'를 없던 일로 해 달라는 조건이 첨부됩니다.

 

여기서 링컨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것이죠. 며칠이라도 전쟁을 더 빨리 끝내 무고한 병사들의 희생을 막을 것이냐, 아니면 두고 두고 역사에 남을 옳은 일을 위해 얼마간 더 희생을 감수할 것이냐.

 

(이것이 영화 '링컨'의 내용. 이런 내용을 생각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 분들은 도대체 저게 뭔 소리냐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역사가들은 영화 '링컨'의 이런 내용들이 꽤나 과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답니다. 의회 통과를 위한 노력은 꽤 사실적인 것 같으나 일단 수정헌법 자체가 저 시점에선 그리 심각한 얘기가 아니었고, 따라서 남부 평화협상단의 요구 같은 것도 당시로선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는 주장들.) 

 

하지만 그런 요소들만 극복하면 대단히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당연하지. 누가 만든 영환데). 그리고 연기의 신(한때 연애의 신이기도 했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그야말로 소름이 쪽쪽 끼칩니다. 톰 행크스가 해내지 못한 남우주연상 3회 수상이 루이스에게 돌아간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링컨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릅니다. 위에서 언급한 존 포드의 영화 '영 링컨(바로 위 사진. 헨리 폰다)' 까지만 해도 링컨의 아내  메리 토드 역시 위대한 대통령을 잘 보필한 위대한 퍼스트레이디 정도로 미화됐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많은 다른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본래 명문가의 딸인 메리 토드는 오로지 '영부인'이 되기 위해 링컨과 결혼했고, 링컨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채찍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아이들과 남편을 잃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정신병이 발병하고, 장남 로버트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됩니다. 이 로버트도 '링컨의 아들'이란 후광을 업고 공화당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정치인으로 손꼽힌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다음에 반드시 따라오는 말, '링컨 아들이 왜 저 모양이야?'를 넘지 못하고 말았다는 이야기.

 

 

아무튼 영화 '링컨'이 주는 메시지는 자명합니다. 아무리 위대한 인물도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숭고한 이상을 관철시킬 수는 없다는 것. 일찌기 정조의 한글 서간이 공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반대파인 노론 대신들과 주고 받은 서신에서 때로는 욕을 하고, 때로는 어르고 협박하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인간적인 풍모'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죠.

 

위대한 성군으로 불리는 정조도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늘 입으로 도학을 주장하며 높은 이념으로 아랫사람들을 감화시키는 식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죠. 제대로 된 정치란, 곁에서 보고 '이건 잘 했고, 이건 잘못 했고' 하는 식으로 훈수나 늘어놓는 평론가들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 영화는 훌륭하게 설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왔던 제너럴 셔먼 호의 '제네럴 셔먼'이 그 셔먼 장군이라는 건 쓴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링컨이 3선만 했다면 '조선의 침략자 링컨'이 됐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여담이지만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증조부인 김응우가 제너럴 셔먼 호 격침 사건을 주도했다는 우상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P.S. 마지막 사진은 신미양요 때 미군에 의해 탈취된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帥字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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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신입생의 달입니다. 뭐 학생들이라면 딱 신입생이 아니더라도 신입생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맞는 달이기도 하죠. 직장인들에게는 크게 다를 것 없는 달이지만 말입니다.

 

3월에는 여기저기서 꽤 그럴싸한 문화행사가 펼쳐집니다. 지난달에 비해 매우 풍성해 보입니다. 특히 이번 문화가이드상으로 3월의 테마는 '발레'. 뭐 저도 개인적으로 크게 발레에 관심있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번 달엔 모처럼 저렴한 가격에 고품격 발레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좀 있어서 소개합니다.

 

어쨌든, 뭐든 최대한 가격 배리어를 넘고 보자는 문화가이드 정신.

 

3월분을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3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3월이야. 직장인들은 설 연휴나 스키 휴가가 이미 지나간 꿈이라는 게 안타깝고, 학생들은 뭔가 새 학기의 분주함과 설렘으로 마음이 바쁠 때지. 또 애인 있는 남자들은 314, 화이트데이를 어떻게 넘길까 고민하게 되어 있고, 솔로들은 이런 고민이 마냥 배부른 투정으로 보이는 달이기도 해.

 

사실 지난달에 발렌타인 데이용 스케줄을 소개하지 못해 좀 찜찜했는데, 올해는 314일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공연이 있어. 그것도 갑자기 생겼어.

 

본래 서울시향은 315일에 베토벤의 3중협주곡과 교향곡 7번을 공연할 예정이었어. 이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지. 그런데 표 못 산 분들이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14일에 추가 공연 스케줄이 생긴 거야.

 

베토벤 교향곡은 전부 9곡인데 그중 3,5,6,9번에는 부제가 있지. 사실 웃자는 얘긴데, 클래식에 별 조예가 없는 사람일수록 곡의 제목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 부제가 없는 다섯 교향곡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곡이 바로 7번이야. 개인적으로는 5운명다음으로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곡이라고 생각해(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타이틀로 괜히 쓰인 게 아님). 3만원짜리 B석 권장. 단 화이트데이 데이트라면 이날 교통 정체가 심할 테니 시간 잘 맞춰야 할 거야.

 

다음. 3월의 테마 장르는 발레야. 남자들 중엔 발레란 말만 들어도 낯빛이 어두워지는 사람이 있겠지만, 마침 이번 달엔 저렴한 가격에 클래식 발레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두 가지나 있어.

 

하나는 319일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 물론 이번 시즌 들어 열리는 6차례의 공연 중 세번째지만 이번엔 좀 특별해. 주제가 ‘17세기 말부터 19세기 말까지 클래식 발레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 이름도 유명한 백조의 호수라 바야데르를 소개해.

 

백조의 호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생략. 그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인도를 배경으로 한 라 바야데르지젤이나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클래식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이야. 게다가 국립 발레단은 올해 49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이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란 게 포인트야. 팬들로선 예술의 전당 공연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하이라이트를 미리 볼 수 있는거지. 해설까지 곁들여서.  2만원.

 

또 하나는 38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물론 비싸. R석은 10만원이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 없어. 1만원짜리 C(4)도 있으니까 내가 과연 발레를 좋아하는지, 한번쯤 테스트해 볼 수 있어. 혹시 알아? 지금부터 발레에 확 꽂힐 수도 있잖아. 나라면 이미 검증된 백조 강예나의 11일 공연으로 적성검사를 해 볼 것 같아.

 

 

, 그럼 DVD 코너. 아시겠지만 올해는 1813년생 동갑인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행사가 준비되고 있어. 여러분도 여기에 살짝 동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야. 현재 나와 있는 DVD 중에서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건 안나 네트렙코와 롤란도 비아존이 출연한 라 트라비아타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실황 공연이야.

 

DVD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어. 일단 전 세계적으로 오페라 DVD 시장을 살려 놓은 타이틀로 평가돼. 왜냐. 흔히 오페라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뚱보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가 폐병 걸려 애처롭게 죽어가는 장르라고 비웃곤 하는데, DVD를 보면 그런 말을 못 해. 당대의 미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주인공이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네트렙코가 노래도 못 하면서 얼굴로 미는 인물이냐면 절대 그렇지 않아.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도 A급이지. 게다가 빌리 데커라는 천재 연출가가 만들어 낸 미니멀한 무대도 감탄을 자아내. 그야말로 소장가치 100점의 DVD. 인터넷에서 2700~25000원 정도에 살 수 있어. (주의사항: 한글 자막이 있는 상품인지 꼭 확인할 것.)

 

마지막으로 3월의 책은 이시은 작 짜릿하고 따뜻하게.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일본의 히트 광고 카피와 해제를 모아 놓은 책인데, 만약 어떤 일에서든 새로운 영감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어. 후루룩 한번에 읽어 보기는 좀 아깝고, 생각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어보는 화장실 용 책으로도 활용가치가 높아 보여. 인터넷으로 11000원 정도.

 

말이 많았는지 작별할 공간이 없네. 4월에 만나.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 7                         3만원

국립발레단 해설이 있는 발레                          2만원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1만원

DVD ‘라 트라비아타                                  2700~25천원

책 짜릿하고 따뜻하게                                 11000

                                                     96천원

 

 

발레는 발레고, 여기서 저화질 동영상으로 보여드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발레는 현장에서 볼 때가 다르고, 뭔가 좌정하고 볼 때 또 다릅니다. 정말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나 발레 봤는데 그거 영 나랑 안 맞는 것 같아"라고 하시는 분들께 '뭘 봤냐'고 물으면 절대 다수가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합니다. 뭐 훌륭한 작품이지만,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 발레가 맞지 않는다고 하는 건 '해리 포터'를 보고 난 다음에 "난 영화는 이제 안 볼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만치 발레에도 여러 가지가 있죠.

 

특히 추천 공연인 11일 강예나의 공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백조 중 하나인 강예나가 스스로 '백조는 이제 마지막'이라고 부르는 공연입니다. 여러 모로 의미가 있죠.

 

그리고 이번 달에 추천한 '백조의 호수'나 '라 바야데르'는 '지젤'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등과 함께 고전 발레를 대표하는 명작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전 발레만 발레라고 생각하셔도 곤란합니다. 시대의 변천과 함께 모던 발레도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지 킬리안(Jiri Kylian: 이 스펠링에서 대체 왜 이런 발음이 나오는지 제가 설명할 길은 없지만 체코어로는 이렇게 표기한다고 합니다)의 발레 소품 'Petite Mort(작은 죽음)'을 보시면 '이런 발레도 있다'는 말에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은 오페라. '네가 뭘 안다고 되도 않는 오페라 타령이냐'고 할까봐 늘 겁나는 장르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 잘 모릅니다. 제대로 배운 적도 없습니다. 그냥 듣고 좋으면 좋다고 하는 겁니다. 유명한 아리아나 합창곡은 들어보면 아 이게 어디 나오는 뭐구나 좀 알지만, 레시타티보를 들으면서 음 좋구나 하는 분들은 신선의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런 수준이다 보니, 노래만 잘 하는 가수(특히 소프라노..;;)에게선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합니다. 인지상정이죠. '라 보엠'같은 오페라를 볼 때 덩치가 산만한 소프라노가 고혈압이나 당뇨가 아니라 폐결핵으로 죽어간다는 얘기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낄지는 솔직히 저도 의문입니다. 심지어 카라얀 선생도 일찌기 왜 뚱뚱한 소프라노들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네는 오페라 볼 때 눈 감고 보나"라고 반문하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안젤라 게오르규나 안나 네트렙코 같은 가수들은 신의 선물이라 여길만 합니다. 최근에는 네트렙코도 나잇살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2005년 '라 트라비아타' DVD에 출연할 때만 해도 인기는 하늘을 찔렀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축배의 노래(Brindisi)'를 비롯해 수많은 히트곡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소프라노 비올레타를 대표하는 곡은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그 노래.

 

 

들어 보시면 안나 네트렙코가 얼굴만으로 세계 유명 오페라 극장의 주역을 따내고 있는 가수가 아니라는 것은 금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 물론,

 

 

사실 문외한이 들어도 위 노래와 아래 노래 사이의 차이는 제법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한 세기에 몇명 안 될 겁니다. 게다가 보는 즐거움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죠. 모든 여배우가 메릴 스트립처럼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적으로 이 노래는 조운 서덜랜드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Memory'의 표준이 엘렌 페이지가 아니라 바브라 스트라이잰드가 되었듯 말이죠.)

 

 

 

아무튼 근래 들어 세계적인 주역 소프라노들의 외모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번에도 한번 거기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죠.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법의 다이어트에 나서다 http://5card.tistory.com/1042

 

그때 소개한 슈퍼모델 소프라노 발렌티나 나포르니타(Nafornita를 나포니타 혹은 나폴니타로 쓸 수 도 있을 듯 합니다)가 부르는 '라 트라비아타'의 브린디시입니다. 상대는 블라드 미리짜(Vlad Mirita). 

 

 

마지막으로 3월의 책 한권. 제목은 '짜릿하고 따뜻하게' 입니다. 산토리 올드 위스키 광고 카피인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이 아니다' 등 일본 광고의 명 카피들을 모아 해설한 책입니다.

 

'일본 광고는 참 착하다'는 하지현 박사님의 추천으로 보게 된 책입니다. 기한을 읽을 책도 아니고, 심각하게 공부하면서 볼 책도 아닙니다. 오히려 위에서 소개했듯, 화장실 문 앞에 두고 들어갈 때마다 한 장씩 읽고 나오면 너무나 적절할 그런 책입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달은 여기까지. 풍성한 3월 즐기시기 바랍니다. (물론 야구도 보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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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도 많은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여유 넘치는 분들은 2월이면 리오데자네이루로 날아가 카니발의 삼바 구경을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보고 즐길 것들은 날로 넘쳐납니다.

 

12월, 1월에 이어 2월의 문화가이드입니다. 물론 예산 10만원은 1인 기준. 홀몸이 아닌 분들은 이 금액에 x2(아 물론 책은 돌려읽을 수 있으니 빼고) 하셔야 하니까 제법 부담이 되는 금액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애인은 깨져도 문화적 소양은 남는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뭐 전혀 위안이 안 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럼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2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2월은 다른 달보다 짧아. 그리고 전반적으로 모든 공연의 비수기이기도 해. 또 많은 사람들에겐 졸업과 새 학기 준비의 달이기 때문에 문화 생활을 즐기기엔 그리 적절하지 않은 달이지. 하지만 영화광들에게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이 열리면서 반짝 특수를 노리는(평소 같으면 그리 호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예술성 높은 작품들이 우루루 밀려오기 때문에 행복한 시기이기도 해.

 

2월의 공연 스케줄을 보다가 눈이 번쩍 뜨였어. 벤 폴즈 파이브(Ben Folds Five)가 2월24일에 내한공연을 한다는거야. 벤 폴즈가 누구냐고? 아무래도 유튜브에 접속해서 ‘브릭(Brick)’이나 ‘매직(Magic)’같은 노래를 들어보는게 가장 좋은 설명이 아닐까.

 
한없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완 달리 팀의 리더 벤 폴즈는 무척 괴짜야. 얼마나 괴짜냐고? 일단 밴드의 구성이 기타 없이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라는 것부터 독특하지. 게다가 멤버가 세 명인데 밴드 이름이 ‘파이브(five)’야. 대체 왜 파이브냐고 물으니 “그게 쿨해서”라고 했다나. 문제는 티켓 가격이 11만원. 이 칼럼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좀 어긋나 있어서 이 얘기는 여기서 끝(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는 걸 보면 진심으로 강추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정식으로 소개하고픈 2월의 대표 공연은 이자람의 ‘사천가’야. 성남 아트센터라는 지역적인 약점이 있고, 5만원이면 이 칼럼에서 소개하는 공연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이런 무대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 왜냐고? 이자람이 나오기 때문이야. 물론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여.

 

 

 

 

이자람을 1984년 나온 동요 ‘예솔아/할아버지께서 부르셔’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의 이자람은 대한민국이 낳은 가장 빛나는 무대 예술인으로 꼽아 손색이 없어. 창작 판소리 ‘억척가’나 ‘사천가’, 뮤지컬 ‘서편제’ 등 그의 무대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거야. 정말 대단한 소리꾼이지.

다음. 오페라라는 장르를 소개하자니 좀 망설여지네. 더구나 어쨌든 제목만이라도 친숙한 ‘아이다’나 ‘라 트라비아타’도 아니고, ‘라보엠’도 아니고 ‘안드레아 세니에’라니. 베르디도 바그너도 아닌 지오르다노의 작품이라니.

 

그렇지만 메가박스에서 2월에 상영되는 ‘안드레아 셰니에(Andrea Chenier)’는 여러가지 면에서 볼만한 점이 있어. 혹시 유럽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이라면 브레겐츠(Bregenz)의 수상 무대 오페라를 들어 봤을거야. 유럽에서 가장 유니크한 오페라 공연장으론 브레겐츠의 호반 무대와 이탈리아 베로나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 오페라를 꼽는게 보통이지.


 

그러니까 이번 안드레아 세니에를 보는 건 단순히 오페라 한 편을 감상하는 이상으로, 브레겐츠 수상 무대라는 독특한 무대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인 거지. 특히 테너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좋은 아리아가 많아. 4막의 ‘5월의 어느 맑은 날에(Come un bel di di Maggio)’ 같은 아리아를 들어 보면 바로 느낄 수 있어. 게다가 정통 오페라 공연은 대개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이건 110분에 오페라의 정수를 한껏 보여준다는 점에서 입문용으로도 제격이야.

 

 

 

 

자, 이번 달엔 추천할 책이 세 권이야. 일단 ‘위대한 개츠비’. 나가사와 선배가 와타나베에게 “세번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그 책이야(멀뚱멀뚱 보고 있는 당신,  뭐야. 설마 ‘상실의 시대’ 도 안 읽은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위대한 개츠비’ 가 개봉해. 바즈 루어만이 감독인데 재즈 시대의 감성을 어떻게 일렉트로니카에 실어 낼지 무척 궁금한 작품이지.

 

아무튼 사설 빼고, ‘위대한 개츠비’(4800원)는 꼭 읽어볼 만한 작품이야. 그리고 민음사에서 나온 ‘스콧 피츠제럴드 단편선’ 두 권(각각 7000원, 6650원)을 추천하지. 저자가 생전에 썼던 수백편(?)의 단편 중에 10여편을 골랐어. 이 단편들을 읽으면 섬세하고도 풍부한 감성에 일단 놀라고,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소재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나 다시 한번 놀랄 거야.

 

 

 

 

아, 단편선 2권에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인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도 실려 있어. 물론 원작이라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지. 아무튼 읽고 나면 왜 겨울엔 피츠제럴드를 읽어야 하는지 느끼게 될거야.

 

참고로 위에 쓴 가격은 모두 인터넷 서점 yes24 가격이야. 세 권 합해 2만원이 채 안 돼. 이렇게 고전은 여러 가지로 이익이야.

그럼 다들 2월 잘 보내. 3월에 만나자고.


이자람 ‘사천가’                                                                  5만원
브레겐츠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3만원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단편선 1’ ‘단편선 2’     1만8450원
합계                                                                           9만8450원

 

 

 

브레겐츠 오페라의 호반무대입니다. '안드레아 세니에' 무대는 유명한 그림 '마라의 죽음'을 테마로 만들어졌더군요. 혁명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선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007 영화 '퀀텀 오브 솔라스'에서 이 브레겐츠 오페라 장면을 보신 적이 있습니다. 극중의 공연은 '토스카'였죠.

 

 

 

 

저도 브레겐츠는 가보지 못했지만 베로나는 가 봤습니다. 로마시대에 건설된 돌 건물을 아직도 쓰고 있다는게 참 놀랍기도 했고 분위기는 그만입니다만, 사실 저만한 크기의 경기장에서 마이크를 쓰지 않고 오페라를 공연한다는 건 살짝 만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본 공연은 '아이다'였는데 아쉽게도 라다메스 역의 테너가 이런 대공연장을 감당할 수 있는 음량을 가진 가수가 아니더군요. 물론 무대 앞쪽 분들에게는 별 문제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공연이 '아이다'였기에 원형경기장에 걸맞는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만으로도 불만은 없었습니다. (진짜 코끼리도 나오더군요.)

 

이제부터는 각론. '안드레아 세니에' 4막에서 죽음을 앞둔 세니에가 부르는 '5월의 어느 맑은 날에 Come un bel di di maggio'. 개인적으로 역사상 최고의 세니에라고 생각하는 마리오 델 모나코의 노래입니다.

 

 

 

 

1막에서 세니에가 부르는 '어느날 파란 하늘을 보다가 Un di all 'azzurro spazio (Improvviso)'. 마르첼로 알바레스의 절창. 호쾌하면서도 애절한 분위기가 그만입니다.

 

 

 

 

너무 '안드레아 세니에'로 몰고 가서 그렇습니다만, '사천가'는 그닥 따로 소개할만한 영상이 만만치 않군요. 직접 가서 감동을 느끼시길 권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소개했는데 정작 2월이 되자 메가박스 측이 브레겐츠 오페라를 아이다로 바꿔 버렸다는... ㅠㅠ 뭐 다시 안드레아 세니에로 돌아올 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를 새삼 이 공간에 풀어놓을 방법은 없는 듯 합니다. 흔히 이 이야기는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이야기로 소개되곤 합니다. 젊은 날의 열정을 잊지 않은 남자의 고독한 열정, 그리고 그 열정을 바쳤던 여신이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존재였는가 하는 처절한 반성이 읽는 이를 서늘하고 축축한 냉기 속으로 이끄는 작품이죠.

 

 

 

단편선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다시 찾아온 바빌론'입니다. 그리 많지 않은 장수 안에 한 남자의 반생과 반성, 그리고 재생의 가능성이 차곡 차곡 정리 잘 된 서랍 안처럼 담겨 있기 때문...이라면 너무 도식적인 표현이군요.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 영화 '내가 마지막 본 파리'의 원작 역할을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아시는 분이라면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지도. (위 사진의 남자는 무명 시절의 로저 무어.)

 

사실 피츠제럴드는 윗글에서도 얘기했지만, 한 가지의 정서를 수십개의 작품으로 풀어내는 재능이 기가 막힙니다. 열정과 의욕을 가진 젊은 남자가 있고, 그 남자의 혼을 뽑아낼 정도로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 젊은 미녀가 있습니다. 남자는 그 여자를 위해 인생을 걸기로 결심하지만, 여자는 그리 오래 기다릴 생각이 없습니다. 결국 남자는 어떻게든 여자를 차지하는 데 실패하고, 그 실패는 남자에게 좀 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

 

사실 피츠제럴드를 읽으면 읽을 수록 이런 식의 여성혐오(?)^^를 깊이 느끼게 됩니다. 그의 여주인공들은 남자에게 어떤 영감도 주지 않죠. 남자들에게 있어 인생의 트로피 역할을 합니다만 동시에 남자들을 파멸시키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와 아내 젤다의 사연을 보면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의 어떤 작품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신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당초 불균형을 전제로 쓰여진 작품들이기 때문에, 남자의 열정 역시 결국은 무의미한 집념으로 밝혀지고 맙니다. 가끔 '개츠비 같은 식지 않는 사랑'을 여자에게 말하는 남자들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그건 사실은 '당신에 대한 내 열정은 결국 착각에서 비롯된 인생의 낭비였다는 것이 증명될 거야'라는 뜻입니다. 피츠제럴드 식으로 말하자면.)

 

 

아무튼 2월이 무르익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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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대로 2013년 1월 문화생활 가이드를 내놨습니다.

 

사실 이쪽에 조금 더 빨리 공개하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만, '매거진 M'이 나오는 것이 1월4일이다 보니 너무 여기에 빨리 옮겨놓는 것도 약간 예의가 아닌 듯 하고, 뭐 그런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살짝 매월 초반보다는 후반 쪽의 행사에 집중하게 될 듯도 합니다. 뭐 어차피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걸 다 즐길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럼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1월의 문화생활 가이드'입니다.

 

 

 

 

2013 1월 문화생활 가이드

 

아직도 새해 계획 같은 거 짜고 있나? 혹시 자기계발서와 부동산 투자 관련서 잔뜩 사서 쌓아 놓고 인생역전을 노리는 중? ‘월 문화 예산 10만원같은 기특한 계획도 한번 생각해 봐.

사실 이번 달에 가장 추천하고 싶었던 공연은 118일 서울시향이 김선욱과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교향곡 5‘5+5’ 공연이었는데, 바로 매진이네.

 

지난 달에 이어 서울시향을 또 거론하니까 뭐 얻어먹은 거라도 있나 의심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나도 돈 내고 표 사서 공연 보는 사람이야. 김선욱의 황제와 정명훈의 운명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면 그건 당연히 강추지. 혹시 임박해서 취소되는 표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www.sac.or.kr)를 자주 방문해 봐.

 

 

그 다음 눈길을 끄는 이벤트는 20일 서울 홍대 앞 롤링홀에서 열리는 롤링홀 18주년 기념 콘서트 vol.7’ 이야. 원래 그 주간 내내 기념 콘서트가 열리는데, 이날 출연진이 유독 화려하더라고. 노브레인, 트랜스픽션, 갤럭시 익스프레스, 브로큰 발렌타인이 하루에 다 나온다는 거야. 예매가는 25000. 혹시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표가 있는지는 각자 알아보도록.

 

지난달에 이어서 하는 얘기지만,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한번 큰 돈 내고 보러 가기 전에 그 작품을 충분히 익혀야 본전을 뽑을 수 있어. 아무래도 그중에서 오페라는 심리적으로도 진입 장벽이 높을 테니 우선 뮤지컬부터.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를 통해  작품과 친해지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달에 추천할 작품은 고전 중의 고전 그리스. 개인적으로 저는 뮤지컬이란 걸 보면 연기하다 노래하다 하는 게 좀 웃기고 어색해요. 뭘 보면 뮤지컬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이런 사람 의외로 많아) 나는 꼭 이 영화를 추천해. 특히 영화 그리스는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래볼타라는 황금의 캐스팅이 압권이야. 좀 과장된 듯한 출연진의 헤어스타일이며 분장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작품의 배경이 1950년대 미국 고등학교니 그러려니 해. 그리고 다운받지 말고 DVD . 6600원밖에 안 해.

 

 

 공연 중인 뮤지컬 중에 딱 하나 고르라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어쌔신이야. 20세기를 대표하는 뮤지컬 작곡가를 꼽을 때 앤드류 로이드 웨버, 클로드 미셸 숀버그(‘레미제라블’), 알란 멘킨(거의 모든 디즈니 뮤지컬)과 함께 반드시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손드하임이지. 하지만 스위니 토드’ ‘컴패니등 손드하임의 작품들은 한국 취향은 아니라는 평 때문에 자주 공연되지 않아.

 

 

 

 

만약 당신이 보려는 공연이 그리스지킬 앤 하이드라면 그건 언제라도 몇 달 안에 새 프로덕션으로 공연을 볼 수 있어. 하지만 어쌔신을 볼 기회는 이번 아니면 5년은 있어야 할거야. 바쁘니까 어떤 작품인지는 각자 찾아보도록. 4장을 사면 1장은 공짜(그러니까 25% 할인) 등 이벤트도 많은 것 같아. 보고 나면 후회는 없을 거야.

 

 

 

 

돈이 남았으니 이런 겨울날 읽으면 좋을 단편집 하나 추천할게. 제임스 설터의 어젯밤이야. 이 사람의 글을 읽어 보면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라는 게 어떤 건지 실감이 날 거야. 하지만 읽고 나면 미묘하고 섬세한 잔향이 며칠은 가더라고. 9500.

 

마지막으로 이달의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이야. 인상주의? 그런데 프랑스가 아니고 미국? 그게 볼만 할까?

 

 

. 한번 생각해 봐. 서울에서 열리는 반 고흐 전이나 바티칸 박물관전에 과연 A급 작품들이 오긴 할까? 암스테르담이나 바티칸을 찾는 관람객들을 외면하고? ‘오페라의 유령이나 위키드를 서울에서 공연할 때 브로드웨이의 현재 출연진이 오는 경우가 있을까?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중국의 변검 시범단이나 일본의 가부키 극단이 서울에 온다면 진짜 최강의 공연진이 오겠지.

 

바로 그런 이유로 이 전시를 추천하는거야. 차일드 하썸, 라일라 캐봇 페리 등 이 장르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대표작이 망라되어 있고, 작품수도 130여개나 돼. 같은 돈으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모조품을 보러 가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야.

 

이번 달은 여기까지. 그럼 2월에 만나는 걸로.

 

 

요약

120, 홍대 롤링홀 개관 18주년 기념 공연 vol.7                          25000

뮤지컬 어쌔신         S 4만원, R 6만원(4인 관람시 1인당 각 3만원, 45000)

영화 그리스’ DVD                                                                   6600

제임스 설터 단편집, ‘어젯밤                                                       9500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12000

소계                                                                83100~113100

 

 

 

 

보충 사항 1. 일단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이미 '차세대'라는 말이 무색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 피아노 협주곡 5번' 공연은 당초 예정됐던 18일 공연이 이미 매진됐고, 이 때문에 추가로 마련된 17일 공연(같은 출연자, 같은 레퍼토리)도 매진 직전입니다. 지금이라도 서울시향이나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남은 표가 몇 장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연말 서울시향의 레퀴엠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이 매진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한 적이 있는데, 요즘은 매진을 기록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특히 연말의 '베토벤 교향곡 9번'같은 공연이 아닌데도 매진(이틀 연속 매진)이 이뤄진다는 건 아마도 이런 문화를 즐기는 저변이 상당히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 왠지 뿌듯합니다. (...이봐, 그런데 당신이 왜?)

 

보충 사항 2. '어쌔신'에 대한 글은 예전에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참고가 되실 듯 합니다. ( http://fivecard.joins.com/131 )

 

보충 사항 3.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소개하면서 잠시 들먹인 'A급 이론'은 꽤 오랜 시간을 문화적 변방에서 살아온 경험이 말해주는 교훈입니다. 세계 유명 박물관/미술관의 출장 전시회에 그 박물관이 자랑하는 A급 전시품이 오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최고'라고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특히 '피에타'를 비롯한 유명 작품들의 복제품(물론 복제품에도 '공인된 복제품'이라는 라벨이 붙기는 하겠습니다만)을 내놓는 전시회에서 '바티칸 박물관의 정수'를 느낀다는 건 좀 넌센스죠.

 

세계적인 연주 단체들의 내한 공연 때에도 늘 비슷한 이야기들이 따라다닙니다. 이들이 내한 공연을 한번 치르고 나면 '이번에 온 단원들은 2진'이네 '사실상 3진'이네 하는 말들이 돌곤 합니다. 두 사람만 가도 100만원이 넘는 엄청난 티켓 가격에 비하면 참 아쉬운 일이죠. 매번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굳이 그렇게 비싼 공연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바에는 '실속있는' 공연 위주로 즐기는 것이 현명한 소비가 아닐까요.

 

이 칼럼은 앞으로도 '가격대 성능비 최고'의 문화 소비를 지향합니다.^^

 

보충 사항 4. 이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그리스'를 다시 봤습니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사람을 유쾌하게 합니다.

 

유명한 'Glee'에서 이런 소재를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겠죠. 아예 에피소드 하나를 할애해서 사실상의 리메이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뭐, 아무래도 저 위에 소개한 오리지널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죠.^^

 

이건 좀 더 볼만 합니다. 글리 멤버들이 재현한 Greased Lightning 입니다.

 

 

 

물론 이쪽도 영화 원작 만은 못하다는 느낌. 혹시 궁금하실 분을 위해 영화판의 Greased Lightning도 붙여 봅니다.

 

 

 

그럼 1월도 즐겁게들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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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에 새로운 방식으로 기여하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새로 '매거진M'이라는 주간 영화전문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물론 계열사에서 나오는 기존의 '무비위크'가 건재하지만 이건 약간 스타일이 다릅니다. '무비위크'가 5000cc급 벤츠 세단이라면 '매거진M'은 2000cc 이하의 보급형 2인승 스포츠카라고나 할까요. 가볍고, 부담없는 편집입니다.

 

뭐 이렇게 길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제가 여기에 기여를 하기 때문이라는 걸 다들 눈치채셨을 겁니다. 고정란 제목은 '10만원으로 즐기는 *월의 문화 가이드'. 그러니까 예산이 10만원이라는 전제하에 대체 이 예산을 어떻게 집행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덜어 주는 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10만원은 꽤 큰 돈입니다. 특히 남자의 경우라면 대부분 이 돈에 x2를 해야 하기 때문에 20만원이 될 공산이 크죠. 물론 x2를 하지 않더라도 이 돈을 쓰기 위해 써야 하는 돈, 즉 교통비/식사비/커피값 등은 추가로 써야 하기 때문에(아, 물론 "자기가 공연을 보여주니까 밥은 내가 살게"라고 말하는 관대한 여자친구를 두신 분들은 예외겠죠. 하지만 현실은 "나는 자기 만나려고 머리도 하고 화장도 하고 구두도 샀으니 데이트 비용은 자기가 내"라고 말하는 여자들의 세계...) 10만원의 문화 예산은 실제 집행시에는 2배 이상으로 불어나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화란 어디까지나 공유가 기본. 추가 지출(?)이 두려워서 혼자 공연 보고, 혼자 책 사 읽고 하다 보면 어느새 주위에서 피하는 종류의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안 그래도 춥고 외로운 계절, 널리 함께 나누도록 하세요. ("누가 나누기 싫대? 나도 나누고 싶다고!"라고 울부짖는 분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일수록 정서를 가다듬기 위한 문화 소비가 필수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긴 솔로생활이야말로 당신의 정신 세계를 황폐화시킬 수 있으니.)

 

한가지 죄송한 건 글을 써 놓고 나서 실제로 책이 나올 때까지 예기치 못한 시간이 소요되는 바람에 글 머리에 나오는 서울시향의 '레퀴엠'은 이미 과거 얘기가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이야기들은 모두 지금도 유효.

 

책보다 블로그가 좋은 점이라면 일단 '1) 길이 제한이 없다' '2) 동영상을 첨부할 수 있다'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본책에서는 잘린 부분들을 일단 원문 그대로 소개합니다. 

 

그럼 시작. 

 

 

 

 

10만원으로 즐기는 문화생활 가이드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문화비라는 지출 항목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영화는 다운받아 보거나 케이블TV에서 보고, 음악은 다운받아 듣고그래. 나도 알아. 돈 쓸데가 좀 많겠어. 핸드폰 할부금 내야지, 맛집 순례도 해야지, 옷도 사 입어야지. 안다고.

 

한달에 10만원, 꽤 많은 돈이긴 해. 이 돈을 1년 모으면 120만원, 3년쯤 모으면 샤넬 클래식 백 하나쯤 살 수 있을거야. , 이제부터 선택이야. 이 돈을 3년 모아 명품 백 하나를 사는 것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정서적인 충족감을 느끼는 일. 당장 모르겠다고? 그럼 차근 차근 읽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아.

 

12. 공연도 많고 이벤트도 많아. 사실 10만원은 뽀대나게 쓰기에 그리 많은 돈은 아니야. 연말 기분 낸다고 이승철 이승환 콘서트를 가겠다면 표 한장 사기도 모자라. 그런데 이 글의 취지는 아까부터 얘기하듯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다양한효용을 누리는 데 있어. 뭐 굵고 짧게 쓰겠다면 그것도 방법이니 말리진 않겠어.

 

일단 12월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연은 6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레퀴엠이야. 레퀴엠이 뭔지 얘기하자면 하루 종일 할 수 있지만 여기선 그런 지면이 허락되지 않았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 아무튼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임선혜(소프라노) 같은 솔리스트들이 공연하는 모짜르트의 레퀴엠 3만원에 볼 수 있다는 건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해. 모짜르트 교향곡 41주피터까지 덧붙여서 말이야.

 

이 공연은 원래 127일 하루 공연이었는데, 지난 7월에 이미 매진돼 버렸어.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이 매진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거야. 표 못산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바람에 6일 공연이 추가된 거지. 물론 R석은 12만원이지만 3만원짜리 표도 결코 후지지 않아. 1층 사이드 자리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레퀴엠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려면 꼭 봐야 할 영화가 있어. 바로 밀로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망 덕분에 한국의 DVD 시장은 빈사상태고, 그 덕분에 이런 소장가치 200점의 걸작을 9900원에 살 수 있어. 그것도 코멘터리까지 들어있는 2 DISK 버전을 말이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영화 후반부, 죽어가는 모짜르트와 살리에리가 서로 협력해 가며 레퀴엠의 콘푸타티스(Confutatis)와 라크리모사(Lacrimosa) 부분을 작곡하는 장면을 본 뒤에 6일 예술의 전당으로 가서 전곡을 들으면 만점짜리 코스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네.

 

아직도 6만원이나 남았으니 연극도 한편 보면 어떨까 싶어. 좀 올드하긴 한데, ‘돌아서서 떠나라라는 작품이 12월 말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공연 중이야. 박신양 전도연 주연 영화 약속의 원작이라면 대략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갈 거야. 이번 출연진은 상당히 젊은데, 강영구-이만희 콤비의 작품이라면 믿어도 좋아. 추운 날, 가슴 뭉클한 얘기를 권하고 싶었어. 참고로 남자들한테 하는 얘긴데, 이 연극 같이 보고 안 우는 여자는 계속 사귈지 말지를 심각하게 다시 한번 고민해 봐.

 

뮤지컬은 대부분 고가라 추천하기가 쉽지 않네. ‘오페라의 유령같은 작품은 내년 1월 공연의 싼 표는 지금 사면 4만원 정도에도 구할 수 있는데 블루스퀘어홀의 악명 높은 2,3층 좌석 배치를 생각하면, 차라리 몇 달치 예산을 묶어서라도 꼭 좋은 자리를 사라고 권하고 싶어.

 

그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12월 영화로 개봉할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예습하는 거야. 국내에선 20년 전에 무허가(라이선스 없이) 공연한게 전부였으니 그동안 해외 공연 팀의 내한 공연을 보거나 해외에서 보지 않았다면 전막을 본 사람은 거의 없겠지.  일단 DVD를 사. 두가지가 있는데 새로 나온 25주년 기념 공연은 9900, 15년 전에 나온 10주년 기념 공연은 3900원에서 7500원쯤 해. 대체 어떻게 이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합법적으로 만원 이하에 살 수 있어.

 

왜 미리 보고 가야 하느냐고?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작품에 대한 지식이 감상의 폭을 좌우해.

 

 

 

둘의 차이는 리아 살롱가(Lea Salonga)‘I Dreamed a Dream’을 부르느냐(25주년), ‘On My Own’을 부르느냐(10주년)로 요약할 수 있어. 뭘 고를지는 취향인데 굳이 권한다면 후자 쪽. 여유 있으면 둘 다 사.

 

(참 15년 간격인데... 살롱가도 정말 놀라운 방부제 복용자...)

 

단 두 DVD 모두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뮤지컬 콘서트(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노래를 하되 연기는 하지 않음) 형식이라는 건 염두에 둬야 해. DVD 보고 영화도 보고, 욕심이 나면 지방을 돌아 내년 4월 서울에서 공연될 정성화 주연의 레미제라블도 질러 보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 원래 이 난에서 개봉 영화 얘기는 안 하기로 했어. 하지만 약간 경우가 다른 작품이 있더라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극장 상영중이야. 영화로 개작된 건 아니고, 무대 공연을 촬영한 버전인데 그래서 더 괜찮을 것 같아.

 

이 뮤지컬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일단 유튜브로 가. 마커스 로빗(Marcus Lovett)이 부르는 수퍼스타(Superstar)’나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가 부르는 게세마네(Gethsemane)’를 들어. 이렇게 친절하게 스펠링을 써 주는 건 이걸로 검색해 보란 뜻이야.

 

 

 

 

 

아무튼 들어. 그럼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야.

 

마지막으로 전시 하나. 12월 전시로는 바티칸 박물관전이 눈길을 끌지만 이 난을 볼 사람이라면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 본관)팀 버튼 전(12.12~)’을 권하고 싶어. 버튼의 드로잉, 스케치, 의상 등등 영화적 상상력의 근간이 된 작품들이 전시된대. 가격은 아직 미정인 듯 한데 시립미술관이니 비싸도 만원 안팎일 거야. 버튼 팬이라면 한번 가봐야겠지.

 

12월은 여기까지야. , 12월엔 술 약속도 많을 테니 여기까지.

 

요약

126일 예술의 전당 모짜르트 레퀴엠     B 3만원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S 3만원

영화 아마데우스(SE)’ DVD                      9900

뮤지컬 레미제라블 DVD                      3900~9900

극장 상영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9000

1212~ 시립미술관 팀 버튼 전             1만2000원

대락 9만 3천~ 7천원 정도..?

 

 

갑자기 반말이라 놀랄 분들도 있겠군요.^^ 평소 너무 공손했던 것 같아서 이미지를 바꾸는 중입니다. 새로운 컨셉트. 책에는 이렇게 들어갔습니다. 뭐 책 나오고 나니 바로 1월 문화생활 가이드 마감 직전이군요.

 

아무튼 앞으로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P.S.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제가 처음 본 '돌아서서 떠나라'는 한명구-정경순 주연이었군요. 세월이란 참.

 

P.S.2. 지금 메가박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시면 매거진M을 1년간 무료로 정기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놀랍지만 사실! http://www.megabox.co.kr/Event/EventsMegaDetail.aspx?eventkind=1&eventid=1763&rownu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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