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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골드미스가 간다'의 시청률이 두 배로 뛰었더군요. 이 시간의 고정시청자 중 상당수에게 있어 '골드미스가 간다', 줄여서 '골미다'는 평균 시청률 8%의 상당 부분을 '1박2일'이 끝난 뒤쪽 시간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6월14일 방송분은 무려 15.6%를 기록했습니다. 평소의 두 배로 뛴 셈이죠. 이건 이 프로그램이 낳은 커플, 노홍철-장윤정이 열애설 공개 후 처음으로 함께 있는 모습이 공개된 상황 때문입니다. 뭐든 처음이 중요한 법인데, 이때문에 '골미다' 제작진은 촬영장에 각종 연예 정보 매체의 취재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먼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고 나면 14일 방송의 신선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죠.

그걸로도 마음이 안 놓인 제작진은 노홍철과 장윤정의 녹화장 도착 시간에 차이를 두어 두 사람이 녹화장 밖에서 함께 있는 모습이 촬영당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예상대로 제작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날 녹화가 있었던 서울 청담동의 카페 앞에는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뤘지만 두 사람은 각각 도착해 각각 코멘트를 했고,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골미다' 제작진을 위한 배려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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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 사귀게 된 커플은 대단히 많습니다. 이미 알려졌고 사귀다 깨진 커플이 무수한데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사라진 커플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하지만 이 커플은 유난히 독특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MC와 출연자, 출연자와 출연자 간에 사귀게 된 경우는 많지만 고정 출연자끼리 연인이 된 경우는 상당히 드물죠.

게다가 이런 경우라도 본격적으로 사귀는 것은 두 사람이 더 이상 함께 진행하지 않을 때부터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팀 안에 소속돼 있을 때는 스태프들의 눈치도 봐야 하고, 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관계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대부분은 서로간의 감정을 확인한 뒤라도 본격적으로 만나는 건 프로그램이 끝난 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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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은 프로그램 한 중간에 두 사람의 열애를 사실상 스스로 공개해버렸고, 그리고 나서도 하차 없이 계속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참 독특한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바로 옆 채널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실제 커플인 김용준-황정음이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충격이 좀 덜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색다른 경우인 건 분명합니다.

이 커플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미 노홍철이 수없이 시청자들과 세상 사람들을 향해 '사인'을 보냈는데도 아무도 그 사인을 제대로 읽어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날 방송에서 다뤄진 지난 2월9일 방송분을 봐도 그 부분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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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은 갑자기 "내가 연예인에게 대시했다가 차인 적이 있다"며 묻지도 않은 고백을 시작했고, 그게 누구냐고 묻는 멤버들에게 "그래서 내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할지 말지를 고민했다"고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인적 구성으로 보아 상대가 될만한 사람은 장윤정뿐이었죠.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장윤정을 지목했고, 그 자리에서 과거의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노홍철은 "지금이라도 다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고(물론 지금 보니까 '분명하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다시 그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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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보고 나면 '아, 그게 그거였구나'라고 생각되는데 사실 이와 같은 언급은 또 있었습니다. 1월25일 방송에서도 노홍철은 장윤정에 대한 속마음을 내비친 적이 있었습니다. 멤버들이 모두 설을 맞아 역술가를 찾아 간 대목이었죠.

"노홍철씨가 촛불이면 신봉선씨는 안개다. 촛불은 안개가 끼면 더욱 멋지게 빛날 수 있다"고 말문을 연 사주 전문가는 "신봉선씨는 굉장히 보기 드문 귀한 사주를 타고 난 사람이다. 인동초 같은 사람인데 연예인으로서는 김혜자씨나 전원주씨 말고는 이처럼 귀한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노홍철은 신봉선과의 인연을 거부하며 "신봉선과 장윤정은 같은 동갑내기인데 장윤정은 어떠냐"고 물었고 이에 사주 전문가는 "장윤정씨는 (노홍철씨가) 담기에는 너무 큰 그릇이다. 장윤정씨는 자신보다 더 큰 그릇을 만나야 한다"고 말하며 노홍철에게는 신봉선이 최고의 연분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고 2월15일, '골미다' 촬영장에 기자들이 초청됐을 때의 일입니다. 이때도 노홍철은 장윤정을 지목합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기사의 일부입니다.

노홍철은 강렬한 키스를 하지 않으면 행성이 폭파된다고 가정하고 한 명을 고르라는 신동엽의 질문에 "한 명을 꼽는 게 아니라면 두 명만 아니면 될 것 같다. 전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고 말했다. 노홍철이 꼽은 '아닌 2명'은 송은이, 신봉선.

노홍철은 이어진 누구와 결혼하고 싶냐는 신동엽의 끈질긴(?) 질문에 "진재영 씨하고 장윤정 씨하고 두 명으로 좁히겠다"며 "장윤정 씨한테 가고 싶다. 돈은 아니다. 저도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고 멋쩍은 듯 웃었다.

다른 연예인 같으면 벌써 몇번 주위의 주목을 끌고, 열애설로 비화될 수 있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하고도 전혀 화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어찌 보면 노홍철의 복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들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이때는 두 사람이 아무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별일 아닌 일로 넘어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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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날 방송은 지난 8개월간을 함께 보낸 멤버들에 대한 예의이자 이 프로그램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내용이 닭살스러울 건 당연한 일이었고, SBS 예능 특유의 한박자 늘어지는 편집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워낙 내용이 온 국민의 관심사였기 때문에 시청률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날 방송의 의미는 앞으로의 프로그램이 갈 길과도 맞물려 대단한 중요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노홍철과 장윤정의 만남은 미세하나마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의 '골미다'의 성격에 상당히 손해가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죠. 즉, 노홍철도 여자 변호사와 맞선을 봤고, 장윤정은 어릴적 이상형이라는 김민종에게 어느 정도 끌리는 모습이 방송됐습니다. 두 사람의 애정은 '이런 모든 방송 내용이 설정 아니냐' 는 주장 앞에 한없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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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윤정이 노홍철의 머리를 만지는 부분을 주목하고 눈치를 챘다는 신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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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두 사람이 만나는 동안 과연 눈치 100단이라는 나머지 멤버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하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한번쯤은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될 부분입니다. 정말 100% 실제인지는 모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봉선이 '나는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고 말하는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아무튼 이날 방송을 통해 '골미다' 팀은 장윤정과 노홍철의 열애 이야기를 자신들의 방송 소재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그나자나 이제 시청자들은 두 개의 채널을 통해 리얼 러브 스토리를 보게 됐군요. 이제부터는 '골미다'와 '우결'을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이 프로그램이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의 기로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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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먹을거리들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가...에 대한 위협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특히 최근들어 육고기보다 더 인기있는 곱창에 대한 얘깁니다.

사실은 방송 내용보다 더 충격적일지도 모르지만, 10일 MBC TV '불만제로'에서 곱창과 관련된 고발 내용이 방송됐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상당수의 곱창집 곱창에서 가정용 세제의 주 성분인 계면활성제가 검출됐고, 이 계면활성제는 곱창의 구불구불한 구조 때문에 웬만큼 물로 씻어서는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몸에 안 좋은지는 그리 분명치 않습니다만, 계속 먹다 보면 위장 등 소화기관에 꽤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몸에 좋을 리는 없겠죠.

그런데 보고 있자니 아주 오랜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합니다. 20년 전, 그 곱창과 세제에 얽힌 얘깁니다. 세 가지 얘기가 되겠군요.



첫번째 얘기는 미국으로 유학가셨던 은사님의 추억담. 미국인들은 당연히 소 내장을 먹지 않으니 다 버리는 부위였는데 은근히 고향의 곱창전골이 생각났던 은사님과 친구가 내장을 잔뜩 얻어왔답니다.

내장이라는 것이 dung이 지나가는 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당연히 열심히 씻었답니다. 씻고 또 씻어서 내장이 뚫리는게 아닐까 싶을 때까지. 그리고서 갖은 양념을 하고 드디어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전골. 그런데 한입 맛을 보니 입안에 도는 것은 바로 그 dung 맛이더라는 겁니다. 우엑! 씻는다고 그렇게 열심히 씻었는데도 내부의 융털 사이사이에 박힌 그 .... 아무튼 대실패.

그 뒤로 곱창전골집에 가서 물어 보니, "곱창은 고리를 걸어서 훌떡 뒤집은 다음 소금과 밀가루로 범벅을 해서 닦아 내야 dung이 다 빠진다"고 하더랍니다. 가끔 우리가 곱창을 씹으면서 '혹시 이게 그 무엇 아닐까'하는 부분은 절대 그 무엇이 아니라는군요. 그만큼 곱창이라는 것은 속 청소가 힘들고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셨다는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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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얘기. 약 20년 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옆으로 슬쩍 가면 J모 시장이 있었습니다(지금도 물론 있죠). 이 시장에는 다른 학교 근처의 술집들이 전부 문을 닫은 뒤에도 영업하는 술집들이 꽤 있어서, 양이 덜 찬 술꾼들이 몰려가곤 했습니다. 당연히 값도 저렴했고 곱창집, 국수집, 횟집, 감자탕집 등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워낙 2차, 3차 대상의 업소들이라 낮에 이런 가게를 가는 손님은 거의 없었죠. 그런데 전날 술자리 끝에 우산인가 뭔가를 곱창집에 두고 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이 오후 서너시쯤에 문을 열고 식당에 들어섰는데, 당연히 아무도 없는 식당 안에선 정적이 흘렀죠. 그래서 학생은 인기척을 찾아 주방 뒤쪽으로 난 마당으로 갔답니다.

처음 학생의 눈에 띈 것은 아기들이 수영장 대신 들어가서 노는 커다란 고무 대야를 앞에 두고 뭔가 열심히 빨래를 하고 있는 주인 아저씨의 뒷모습이었답니다. 그 다음, 거품이 부족한 듯 하이*이 봉지를 쏟아 붓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약 1,2초가 지난 뒤에야 학생은 문제의 빨래가 빨래가 아니라는 걸 눈치챕니다.

순간적으로 입에서 헉 소리가 나더랍니다. 당연히 인기척을 느낀 아저씨가 뒤를 돌아봤고, 범죄의 현장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뻔질나게 드나들던 단골인 학생을 알아본 아저씨가 씨익 - 약간은 어색한 -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가 그렇게 소름이 끼치더라는군요.

그 자리에서 뒷걸음치던 학생은 아저씨의 "학생! 학생!"하는 소리도 뿌리치고, 우산이고 뭐고 다 잊고, 그냥 문을 박차고 달아났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전혀 도망칠 일은 아니죠. 아저씨가 증거인멸;;을 위해서 살인멸구;;를 시도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아저씨가 빌어도 시원치 않을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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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뒤로 학생은 그집에 발을 끊었고, 주변의 친구들도 당연히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학생은 졸업을 했고, 취직도 했습니다. 근 10여년이 흐른 뒤, 학생은 옛 친구들을 만나러 학교 앞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어찌 어찌 하다가 3차 쯤에서 다시 옛 추억의 곱창집...으로 가게 된 거죠. 뭐 당연히 잊었을 리는 없지만 워낙 오래 전 일이고,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나 궁금하기도 했던, 이제는 학생 아닌 직장인 아저씨도 자연스럽게 뒤를 따랐습니다. 물론 약간 께름칙하기도 했겠죠.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문이 끝났을 때, 학생 아닌 직장인 아저씨는 주인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짧은 순간, 두 사람의 눈길을 타고 수많은 사연이 교차했죠. 학생(인제 귀찮아서 그냥 이렇게 씁니다)은 금세 시선을 피했습니다. 아저씨는 짐짓 사이다를 서비스로 주더라는군요.

그리고 술자리가 이어졌는데, 학생은 그래도 이 곱창을 집어 먹는 건 어쩐지 찜찜하더랍니다. 그래서 묵묵히 소줏잔을 기울이다가 화장실을 갔는데, 나와 보니 아저씨가 손목을 잡아 끌더라는군요.

학생: 왜, 왜 이러세요.
주인: 학생, 미안해. 사실 나도 그 뒤로 반성 많이 했어.
학생: 뭐, 뭐, 뭘요;;
주인: 에이, 그날 다 봤잖아. 사실 나도 그게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란거 알아.
학생: ...;;
주인: 그래서 학생이 그날 너무 놀라는 거 같아서, 나도 바꿨어.
학생: 뭘 바꿔요?
주인: 그거 있잖아. 하이*이 인제 안 써. 퐁*으로 바꿨어. 괜찮아. 인제 먹어도 돼.

... 뭐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닙니다만, 아무튼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아, 그리고 '불만제로' 팀에 따르면 빨래 하는 세제 대신 설거지용 세제를 쓴다고 해서 안전한 건 절대 아니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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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10여년 전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 당시 야구 취재 때문에 대구에 한달에 두번 이상 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쪽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구 하면 막창구이죠. 경기가 끝난 늦은 밤이면 막창구이 집으로 걸음을 옮겨놓곤 했더랬습니다.

유명한 막창집인데, 막창이야 본래 쫄깃쫄깃한 맛에 먹는다고 하지만 함께 주문한 곱창도 꽤 질겼습니다. 서울에서 먹던 곱창과는 큰 차이가 있었죠. 그래서 물었습니다.

나: 서울 곱창들은 연하던데 이집은 왜 이렇게 질긴가요? 곱창과 대창 차이인가요?

그랬더니 사장님이 픽 웃으면서 하는 말.

사장: 오래 살고 싶으면 연한 곱창 너무 좋아하지 마소.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사장: 내가 소 밥통 창자 주무른지 25년인데, 약 쓰지 않으면 곱창이란게 꾸버 놨을 때 연해 질 수가 없는기라.

그리고는 그 다음부터 무슨 말을 해도 더 이상 얘기를 안 하더군요. 그러니까 자기네 막창이나 곱창은 약품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니 그냥 먹어도 좋다는 것이겠죠. 아무튼 그때도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곱창이 도마에 오르니 참 별 생각이 다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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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럴 때마다 먹을 것 갖고 장난하면 천벌을 받아도 싸다는 말이 나오지만, 참 아직도 이런 사건이 TV에 나오는 걸 보면 짜증이 다시 솟구칩니다.

다행히 꽤 많은 업소들의 곱창에서 이런 계면활성제가 검출되지 않았고(이건 모두 돼지곱창의 얘깁니다), 소곱창 집 중에서는 검출된 곳이 없다고 합니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1. 세제는 세척보다는 돼지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목적으로 쓰인다

2. 돼지곱창은 60여군데, 소곱창은 10군데를 조사한 걸 보면 역시 제작비가 변수다

정도겠군요. 소곱창은 안심하고 드셔도 좋을 지 모르겠지만 워낙 비싸서... 아무튼 결과적으로 세제로 빡빡 닦은 곱창이 상에 오르는 데에는 결국 경제 원칙도 큰 몫을 합니다. 세제 아니라 사람 손으로, 밀가루와 소금을 동원해 씻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건 긴 시간의 힘과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들고, 이는 식당에서 파는 곱창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앞으로 위생적인 곱창을 공급하려면, 곱창구이의 생산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조금 돌려서 생각하면, 이 방송 이후에도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곱창집은 종전의 생산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듯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깨끗한 곱창을 먹기 위해서는 그 위생에 들어가는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가격은 싼게 좋고, 음식은 깨끗한게 좋고... 세상이란게 본래 항상 좋은 것만 가질 수는 없는 거죠.

...아무튼 저는 저런 일을 듣고 보고도 아직 어디 식당에 가면 곱창을 처걱처걱 잘 먹습니다. 전골이든 구이든 순대 볶음이든 다 좋아합니다. 특히나 추운 겨울날 먹는 곱창전골과 소주 한잔(딱 한잔입니다)은 마음까지 훈훈해지죠. 어째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머리는 못 믿는데 몸이 그냥 믿어 버리는 걸까요?

 

예전에 반찬 재활용 식당에 대해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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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케이블TV를 보다 보면 '스타일리스타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프로그램을 마주치게 됩니다. 유명 패션지 '엘르'의 패션 에디터를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서 뽑는 프로그램이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뭐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시대가 됐습니다. '어프렌티스'를 보면 미스터 도널드 트럼프가 자기가 키울 핵심 인재를 방송을 통해 뽑곤 하죠. 고든 램지 선생은 미래의 스타 주방장을 뽑고, 사이먼 코웰씨는 미래의 톱스타 가수를 뽑습니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연인을 게임을 통해 선발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기자를 뽑는 건 어떨까?

그래서 그런 프로그램이 실제로 생겼습니다. 물론 아직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는 8월 초, Q채널을 통해서 그런 프로그램이 방송될 겁니다. 제목도 나왔습니다. 가제로 '열혈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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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를 크게 보실 분은:
http://www.qchannel.co.kr/event/200905_editor/event.asp
http://isplus.joins.com/event/2009/06/journalist/


갑자기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당연히 그 기자를 뽑는 곳이 바로 제가 일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 기자를 뽑으면 그 뽑힌 사람은 저와 함께(좀 더 전문 용어를 사용하자면 제가 데리고)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원 마감이 사흘 남았습니다. 6월 10일이 마감일입니다.

일단 인턴으로 뽑힌 사람은 2-3개월 정도의 시간을 저희 팀과 함께 보내게 되는데, 그 과정은 요즘 많이들 뽑고 있는 일반적인 인턴 사원들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그 과정이 TV를 통해 방송된다는 것이죠.

사실 Q채널이 계열사이기도 합니다만, 굳이 뽑는 분야를 연예기자로 한 것은 뭐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가장 많기 때문일 겁니다. 대략 취재 분야로 나눠 볼 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굉장히 많은 분야가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프로그램의 입장에서는 연예 분야가 나오는 것이 가장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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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팀의 입장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 사실 귀찮은 부분이 꽤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만 - 연예 기자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들에 어느 정도는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TV 앞에 앉아 있거나, 인터넷의 연예 게시판을 뒤져서 감상문이나 쓰고 있는게 기자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먹고 살면서 스스로 기자라고 자칭하는 친구들도 꽤 있는게 현실이긴 합니다. 남이 쓴 기사를 가져다 베껴서 올려놓고 흐뭇해 하는 자칭 기자들도 꽤 있겠지만, 그래도 진짜 기자들이 아직 꽤 남아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이 베껴 쓸 기사의 원본을 쓰는 기자들이죠. 그런 기자들은 어떻게 취재하고 일하는지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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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기회는 취업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나쁜 조건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든 현재까지는 최종 승자 1명만을 선발할 계획입니다(물론 이런 조건은 수시로 바뀌기도 합니다만...). 1등에게는 부상으로 승용차 1대를 준다는 방침이지만, 만약 1등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일반적인 언론사 시험 준비에 소요될 시간에서 상당 부분을 그냥 날릴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얼굴만 팔리고' 말 수도 있죠. 미션 수행 과정도 상당히 혹독할 겁니다. 잘못하면 수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래의 미디어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기회에 한번 방송 출연자로서, 새로운 스타일의 서바이벌 쇼에 직접 참여해 볼 기회를 갖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일간스포츠/JES와 Q채널 등 JMNET의 다양한 매체들은 새로운 인재들을 선발할 때에도 결코 종래의 딱딱한 기준 - 토익 성적, 작문 실력, 대학교 학점 - 만으로 보지는 않을 겁니다. 선발 과정이 방송이라고 생각하면 응시자가 얼마나 방송에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것도 꽤 중요한 조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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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도 적잖은 지원자들이 있지만, 한명이라도 이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지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상당히 흐뭇한 일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혹시 나중에 면접이라도 보게 될 때 그런 얘기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까...^^)

지원하실 분은 이쪽 링크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두군데 모두 똑같습니다).

http://www.qchannel.co.kr/event/200905_editor/event.asp

http://isplus.joins.com/event/2009/06/journ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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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엄밀히 말하면 저 위의 모집 공고에는 좀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연예 전문기자'를 뽑으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똘똘해 보이는 젊은 친구를 뽑아서 '연예 전문기자'로 육성하겠다는 뜻입니다.

사실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선발 과정에서, 그리고 선발해 놓은 뒤에 상당히 혹독하게 다룰 거라는 것 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혹독하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디 가서도 한 사람의 기자로서 제 몫을 할 수 있을 만큼'이라고 해 둬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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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바둑용어지만 정석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예능에도 정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보여준 것이 31일 방송된 KBS 2TV '1박2일'입니다. 강호동은 은근히 이날 '예능의 정석'이라는 걸 들먹이는데, 사실은 들먹이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요체를 직접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나주 2부작에서 전반부의 히어로는 MC몽입니다. 속담 표현의 귀재로 등장하면서 그동안 퀴즈를 통해 '바보 형제' '무식한 원숭이'로 낙인찍혔던 체면을 확실하게 회복합니다. 그리고 2부째, 강호동이 '스태프 대 출연자'라는 초유의 구도를 마련합니다.

강호동이 동원한 '예능의 정석'이란 '여섯 명 중 세명은 밖에서 자야 한다'는 1박2일의 원칙에 대한 뒤집기에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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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하면 복불복, 복불복 하면 잠자리라는 것은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당연히 상식으로 받아들일 내용입니다. 그런데 강호동이 여기에 대해 전복을 시도한 것입니다.

여기서 강호동은 "왜 출연자만 밖에서 자야 하느냐"며 "스태프 대표와 6대6 대결"을 제의합니다. 출연자 6명이 이길 경우 출연자들은 전부 실내에서 자지만 스태프 80명이 모두 '텐트에서 자건, 박스를 깔고 자건' 야외에서 자자는 것입니다.

이것을 강호동은 '예능의 정석'에 나와 있는 비결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예능의 정석이란 책이 진짜 있다 해도 스태프와 대결하라는 얘기가 있을 리 없습니다. 강호동이 짚어낸 진짜 '예능의 정석'은 따로 있습니다. 그건 '반복은 지루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매주 3:3 복불복을 보아 온 시청자들로서는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날은 좀 다릅니다. 지지난주 방송 이후 줄곧 '1박2일' 멤버들은 게임을 해 왔기 때문입니다. 첫날 내내 벌칙을 고르기 위한 미션 플레이를 했고, 그 직전까지도 나주 곰탕 획득을 위한 게임 대결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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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결들과 비교해 볼 때 잠자리 복불복으로 어떤 종목을 한들, 이어지는 게임 대결이 지루함을 유발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MC중의 MC인 강호동이 간파한 것은 바로 그 부분이죠. 어떻게 편집을 해 놓더라도 31일 방송분은 '죽어라고 앉아서 게임만 하는' 형태가 될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그래서 초유의 '스태프와 대결'이 추진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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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보여준 또 하나의 '예능의 정석'은 뭐든, 언제든 웃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1박2일'의 기본 정신이고, MC몽이 자다가 일어나서 보여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가 본보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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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제작진이 아니기 때문에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스태프와 출연자 6인조의 대결이 이뤄진 것이 사전에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방송 분량을 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전 계산대로라면 이날 방송의 최종 하이라이트는 출연자 6인조가 펼치는 꼬막캐기 대혈전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 정작 꼬막 캐는 광경은 10분 정도밖에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촬영하는 시간이나 그동안의 노력에 비하면 10분은 대단히 아쉬움을 자아낼만한 길이죠. 이건 제작진의 입장에서 보면 '꼬막캐기'보다 훨씬 앞부분을 살리는게 시청률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당초 그런 볼거리가 예정돼 있었고, 남는 시간이 10분 정도일 거라고 예측했다면 꼬막캐기 같은 '독한' 아이템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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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이것도 예능의 정석 중 하나입니다. '뭐든 남게 찍어라'. 모자라는 것 보다 남는 것이 선이라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의 철칙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 같으면 30분 넘게 편집해서 처리했을 꼬막 캐기도 10분 내외로 처리해 버릴 수 있는 '1박2일'의 위력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꼬막 캐기 같은 중노동은 방송에 10분 분량이 나가든, 30분 분량이 나가든 똑같이 힘들다는 점을 생각하면, 출연자들이 공짜로 놀면서 출연료를 챙겨가는 건 아니라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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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 물론 꼬막을 캐다가 "어머님들은 이걸 1년 내내 하세요?"라는 멘트를 잊지 않는 것도 '예능의 정석' 중 하나죠. 그리고 그 코멘트가 강호동의 입에서 나왔다는 건 그 '정석'을 꿰뚫고 있는 것이 누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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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보일이 확실하게 '제2의 폴 포츠'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30일 열린 영국 ITV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의 시즌 3 결승전에서 보일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우승을 하기엔 좀 모자라지 않느냐는 예측이 적중한 셈인데, 결과적으로 우승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될 전망입니다.

영국 미러(Mirror) 지의 보도에 따르면 수잔 보일은 다음주가 시작하자마자 프라하에서 체코 필하모니와 녹음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폴 포츠가 우승했을 때에 비해 모든 것이 한 템포 빠릅니다. 이유는 당연히 폴 포츠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죠. 또 녹음이 끝나고 음반이 출시되는 것과 때를 같이 해 전미 투어가 예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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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선 결승 퍼포먼스를 일단 보시겠습니다. 세미 파이널에서 혹평을 받았던 Memory를 접고 다시 예선 때의 I Dreamed a Dream을 불렀습니다. 변한게 있다면 패션입니다.

(언제 잘릴지 몰라서 링크를 덧붙입니다. 요즘 유튜브가 BGT 관련 동영상에 민감해서.
http://www.youtube.com/watch?v=b2xiAQCTy2E)


역시 감동이 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받으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감동이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사람들의 열광도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많이 다뤄지고, 순간의 열기가 뜨거울수록 식어가는 속도도 빠르기 마련입니다.

준결승에서 불렀던 노래는 왜 혹평을 받았는지도 확인해 보시죠.

 http://www.youtube.com/watch?v=YpJsinIr_8Q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수잔 보일이나 폴 포츠나, 진지한 가수의 길을 걷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실력의 소유자들입니다. 단지 그들의 인생사와 극적인 장기 자랑 대회의 후광이 덧씌워지면서 부족한 부분들이 메워지는 효과를 낳고 있을 뿐이죠.

그렇긴 하지만 이 Memory에 대한 부분에서는 좀 억울한 면이 있을 겁니다. 그만큼 Memory는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그 이상으로 부르기 힘든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수잔 보일이 첫 음부터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이 노래는 빼어난 기교는 물론이고, 그 기교로 극복할 수 없는 엄청난 성량을 필요로 하는 노래입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어려운 노래로 만든 주역은 이 노래를 유명하게 만든 엘레인 페이지가 아니라, 초절정의 위력으로 이 노래를 녹음한 바브라 스트라이젠드입니다. 잘 알려진 스트라이젠드의 Memory가 표준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어떤 가수가 부른 노래도 거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어떤 가수도, 어떤 뮤지컬 배우도 스트라이잰드가 개척한 영역에 감히 필적하는 노래를 부르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스트라이잰드도 라이브로 부르는 모습을 제가 보거나 들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비교는 좀 무리일 수도 있겠죠.)

그런 만큼 보일이 저 노래를 기대 이하로 부르는 건 어찌 보면 아주 정상적인 일입니다. 아마 이 노래의 원조격으로 꼽히는 엘레인 페이지가 부른 노래를 들어 보셔도 비슷한 느낌을 가질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Memory는 선곡의 극악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러거나 말거나, 보일은 이제 돈방석에 앉았다는 것이 보도 내용의 요지입니다. 폴 포츠의 전례를 따라 대강 계산해 본 결과, 수잔 보일이 벌어들일 돈의 규모를 600만 파운드(약 120억원) 정도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수잔 보일의 새 매니저는 "한번 공연당 보일의 개런티가 약 6만 파운드(1억2000만원 정도) 쯤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는군요.

물론 폴 포츠에 비해 수잔 보일은 꽤 말이 많은 편입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모습으로 비쳤던 포츠에 비해 보일은 적극적이고 수다스러운 편이라 말이 많으면 실언도 나오게 돼 있죠. 이미 몇몇 타블로이드로부터 공격을 받았습니다.

말인즉 보일이 무대 뒤에서 다른 출연자인 소년 샤힌 자파골리에게 심사위원들이 칭찬을 던지자 "집어쳐(Fuck off)"라고 욕설을 했고, 런던에서 머물고 있는 호텔 로비에 모르는 사람들이 다가오자 욕설을 퍼부었다는 식의 주장입니다. 물론 제작진은 "전혀 사실이 아닌 얘기"라고 공식 부정했습니다. 아무튼 결승을 앞두고 "출전하지 말라"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흠집이 허물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수잔 보일의 스타덤은 공고합니다. 유튜브를 통해 기록된 6000만회라는 기록적인 조회수가 뒷받침해주는 셈이죠. 물론 언제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폴 포츠처럼 2집을 낼 수 있다는 보장도 물론 없죠.

(폴 포츠 2집에 대해 써둔 글도 곧 이리로 옮겨 오겠습니다.)


아무튼 1등을 한 다이버시티는 어떤 팀인지도 한번 보시죠.

 http://www.youtube.com/watch?v=KJIz8BgRQc0

 

그리고 제가 아까워하는 소녀 가수 홀리 스틸의 결승 모습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cqxzWBV1qc4

이번엔 팬텀에서 크리스틴이 부르는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 을 불렀군요.
 


영원한 크리스틴, 사라 브라이트먼이 부른 버전입니다. 앞에 다른 노래가 좀 깁니다.

 


물론 홀리 스틸이 자라면 더 잘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p.s. 관련 자료를 찾다가 희한한 Memory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누군지 맞춰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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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시티홀'이 요즘 김선아의 시장 출마로 요란합니다. 일각에서는 돈 없고, 빽 없고, 서민을 위해 출마한 신미래 - 극중 김선아의 이름 - 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는 듯 하다고 해서 뉴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찌기 '프라하의 연인'때에도 대통령 역을 맡았던 이정길(여주인공 전도연의 아버지 역)에게서 노 전 대통령의 향취가 묻어나게 했던 김은숙 작가인 만큼 이번 '시티홀'의 주인공에게 그런 느낌을 투사한다 해도 놀라울 것은 없습니다.

드라마 '시티홀'의 입장에선 사실 신미래의 출마 이야기가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신미래와 조국(차승원)을 중심으로 한 코믹한 분위기가 축소되고, 신미래가 현실과 맞닥뜨리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중심이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딱딱한 분위기를 해소하는 인물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박전진 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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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5번 신미래에 앞서 기호 4번으로 등장한 박전진 후보는 '황당 공약'으로 웃음을 주는 후보였습니다. 그의 공약이란 '세금낸 만큼 돌려주겠다. 현금 백만원씩 당일 계좌이체, 노총각 노처녀 주 1회 미팅 의무화'.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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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박전진 후보의 스샷을 구할수 없어서 죄송. 왼쪽이 기호 4번 박전진 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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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역할을 맡은 분은 이 분.)


한때 허본좌라고도 불렸던 허경영. 인터넷에서는 꽤나 인기를 떨쳤던 인물입니다.

그분의 주요 공약을 슬쩍 훑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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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건국수당으로 매월 50만원씩 지급

-결혼하면 남녀 각 5000만원, 애 낳으면 1명당 3000만원 지급

-중소기업 취업자 100만원 쿠폰, 5년 이상 근무자에게 3억 지원

-400만 신용불량자에게 20년 무이자 융자 실시.

-국회의원 출마자격 고시제 실시

-정당제 폐지

-경기도 전체를 서울특별시로

-상속세 폐지

-농약생산 금지

-택시 기사 민정경찰 임용

그리고 대망의 최대 공약,

-UN본부 판문점 이전

이 분의 지지율은 0.4% 정도였습니다. 96756표를 얻었죠. 그리 적다고는 보기 힘든 숫자입니다. 성인 10만명이 - 물론 그냥 사는게 따분하고 짜증스러워서 그런 분들이 꽤 있다고 생각하지만 - 저런 황당무계한 공약에 마음을 돌렸다는 뜻입니다.

뭐 이 블로그에도 가끔 나타나시는 '그분'들을 생각하면 저 공약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분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 듯 합니다. 그래서 정치란 참 알수 없는 것이겠죠. 앞으로 저런 분이 다시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고. 허경영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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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전진 역을 맡은 배우에게도 관심이 갑니다.

이름은 이도경. 1953년생이니 56세의 관록파 배우입니다. 이분을 처음 본 것이 대학로에서 공연된 '불좀 꺼주세요'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최근에 영화에서도 몇 차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로 악당 역이었죠. 양동근 주연 '와일드 카드'에서도 룸싸롱 사장 역으로 나왔고, 류승범 황정민의 '사생결단'에서도 지하세계의 마왕 역으로 나왔죠.

요즘도 연극계에서는 활발한 현역이라고 합니다. '용띠 위의 개띠'.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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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나날이 나날인데 '시티홀'에서의 선거열기를 보다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나서 포스팅이 산만합니다. 오늘은 그냥 이걸로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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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김제동의 황금나침반'이 첫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바로 '텐프로(룸살롱) 아가씨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그 방송입니다. 시청률은 동시간대에 방송된 세 프로그램 중에서 꼴찌를 했습니다.

'텐프로 아가씨 출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인터넷은 들끓었습니다. 꽤 인기있다는 연예 블로거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더군요. 한마디 하고도 싶었지만 방송을 볼 때까지 참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는 '텐프로 아가씨'가 출연한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질문입니다. 대체 '텐프로 종사자'가 방송에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정당한 일입니까? 그 방송이 그 '텐프로 종사자'를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다루는지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 욕부터 하는 것이 온당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15일, 이 프로가 방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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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의 김시은(가명). 현재 대학생이고 텐프로 룸살롱에 나가고 있습니다. 텐프로 룸살롱이라는 세계는 사실 이 세상에 있는 90%의 사람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세계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소위 최고급 룸살롱이라는 '텐프로'에 나가거나, 변두리 대폿집에 나가거나, 술집여자이기는 마찬가집니다. 웃음과 교태, 때로는 몸을 파는 가격에 차이가 있을 뿐 그 본질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텐프로'에 가는 손님이나 업소 종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손님들은 손님들대로 그런 비싼 술값을 감수하고 그런 업소에 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엘리트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게 보통입니다. 마찬가지로, 종사자들 - 즉 '텐프로 아가씨' 들 역시 자신들이 최상위의 엘리트들만을 상대하는, 최고 수준의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식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더욱 웃기는 것은 그런 업소에 가는 손님들 - 거액의 술값을 지불하는 그 사람들 - 가운데는 이런 아가씨들과의 성적인 관계를 '사귄다'고 포장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방송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왔지만, 돈과 명품 선물, 심지어 살 집까지 제공해주며 갖는 성관계를 '사귄다'고 지칭하는 것은 일반인들은 참 받아들이기 힘든 얘깁니다. 이처럼 이 세계의 사람들과 바깥 세계의 일반 사람들 사이에는 만만찮은 인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날 방송에 나온 김시은씨는 그런 기만적인 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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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의 패널들은 나름대로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이행했습니다. 김시은씨는

"월 1000만원 정도 벌어서 700만원 정도 쓴다"

"가게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만나고 있다. 평균잡아 월 400만원 정도를 용돈으로 받고 있다. 그래도 나는 '오빠'에게 내가 300만원 정도를 쓰기 때문에 돈을 받는 것이 그를 만나는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텐프로 아가씨들? 그 사람들은 스폰서를 만난다"

"집에서 받는 용돈은 고작 70만원 정도 뿐이다.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집세는 누가 내 주나? 공주만 택시를 타고 다니는 건 아니다"

는 식의 이야기를 태연하게 해서 패널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아마 절대 다수 시청자들도 분개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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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느꼈을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한 사람은 김어준씨였습니다. 김시은씨의 논리를 가장 잘 파헤친 사람은 단연 김어준씨였죠. 물론 방향을 잘못 잡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패널1: 혹시 그 일을 하면서 보람같은걸 느낀 적 있나
김시은: 뭐 힘든 일이 있는 사람을 위로해줬다든가 할때...
김어준: 그렇다고 그런 일을 하러 업소에 나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김시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것도 이유 중 하나로...
김어준: 생각해보라. 돈을 안 줘도 가게에 나가서 술마시는 손님들을 상대하겠나?
김시은: 오빠(김어준을 지칭)는 돈 안 줘도 이 프로에 나오시겠어요?

네. 이런 부분은 좀 논리의 부족이 눈에 띄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도 돈을 안 받고 환자들의 고민을 들어 주지는 않죠. 위 대화에서도 보듯 김시은씨는 만만찮은 '말빨'을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이 화법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만 했습니다. 논지를 슬쩍 슬쩍 비껴가는 교묘한 화법이었죠. 김어준씨는 "핵심적인 비판은 슬쩍 흘려보내는 화법이다. 말하는 태도를 보니 술집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정곡을 찔렀습니다. 김시은씨도 "그 말이 가장 기분이 나빴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날 대화의 핵심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스스로 술집에 나가야 하는 이유를 나름대로의 논리를 들어 합리화하고 있지만 정작 "술집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는 것. 이것이 그녀의 모순을 요약해서 보여준 대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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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황금나침반' 첫회의 룸살롱 아가씨 출연은 제가 보기엔 할만 한 방송이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대체 정신이 어떻게 박혔길래 멀쩡한 여대생이 룸싸롱에 나가냐"고 혀를 끌끌 차지만, 실제로 그 사람들의 '정신이 어떻게 박혔는지'를 알 기회가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얼마나 황당무계한 논리가 있는지 들어 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적절한 비판과 함께라면 말입니다.

게다가 당사자의 나이가 23세.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황금나침반' 첫회는 이 사회 안에 존재하는 '텐프로'라는 기형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비판과, 이상한 세계에 발을 들여 놓고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 23세의 한 개인에 대한 조언이라는 두 개의 차원 사이에서 비교적 적절한 균형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김제동이라는 MC가 자기 몫을 다 했다는 얘기도 됩니다. 단지 시간이 너무 짧았던 탓에 그런 조언과 비판이 명백하게 구분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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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어준씨와 다른 패널들 사이의 기량 차이가 너무 심했습니다. 다섯 패널 가운데 자기 역할을 다 한 사람은 김어준 김현숙 두 사람 뿐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별 존재감이 없었고, 특히 요즘 유난히 포장되고 있는 이외수씨는 대체 왜 앉아 있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젊어서 아내가 술집에 나간다면 말렸을 거다. 지금 아내가 술집에 나간다면 대 환영이다"라는 식의 얘기를 유머라고 하고 있는 이외수씨의 모습을 보니 한숨이 나오더군요.

결론적으로, '황금나침반'의 텐프로 아가씨 출연은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막연히 비판받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이 방송은 '텐프로 아가씨'를 돈 잘 버는 신세대 직장인으로 묘사하지도 않았고, 그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비판의 초점을 놓쳐 버리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후반부에 방송된 '바람둥이 남자' 쪽에 비판의 여지가 훨씬 많더군요. 별로 관심 갈 만한 얘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p.s. 그나자나 케이블TV에서 방송중인 '화성인 바이러스' 팀이 참 박탈감을 느끼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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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피아르라는 꽤 잘 알려진 조사기관이 지난 3월1일부터 31일까지 전국 5대 도시 13~65세 남녀 1천3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한국 최고의 인기 남녀 배우는 장동건 - 김태희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조사에서 최고 인기 개그맨은 유재석-신봉선, 최고 인기 스포츠 스타는 박지성-김연아, 가수는 빅뱅-소녀시대라는군요. 모두 수긍이 가는 조사 결과고, 어쩌면 당연한 정답인 듯 합니다.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조사 기준에 붙은 '2009년 상반기 최고'라는 기준이 약간 의아합니다. 2009년 상반기에 장동건, 김태희는 대체 어떤 활동을 했을까요? 그리고 한국인이 생각하는 '배우'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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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비비디 바비디 부'를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장동건씨가 연기하는 모습을 본 게 언제인지 한번 기억을 되살려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2004년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니었을까요.

물론 그 뒤로도 2006년 진개가 감독의 '무극', 2005년 곽경택 감독의 '태풍'이 있었지만 그리 많은 관객들이 보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최근 3년간,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장동건씨는 CF 모델 혹은 가수(히트곡이 두개나 있습니다. '생각대로 송'과 '비비디 송')였던 셈입니다.

그런데도 최고 인기 배우로 꼽히는 건 대한민국 국민들이 CF를 심각하게 대중문화 장르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아무튼 3년째 아예 출연작이 없는 배우가 '인기순위 1위'라는 건 참 뜻밖이기도 합니다.

아, 물론 조사에 응한 1천여명의 '일반 국민'들이 이런 응답을 한 것이니까 결과는 인정해야 합니다. 인기라는 건 일반 대중이 '인기 있다'고 인정하면 있는 겁니다. 관객 동원 수나 TV 시청률보다, 이런 직접 조사 결과가 훨씬 더 확실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단지 다른 배우들, 그 5년 동안 열심히 활동하고 히트작을 낸 배우들은 참 자존심 상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인기 배우'는 드라마나 영화(더 나아가 연극, 뮤지컬...) 등 작품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또 한번 증명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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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김태희씨까지 돌아봐야 할까요? 단역으로 나온 걸 빼면 이 분의 활동 경력에는 5편의 드라마와 2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아보자면, 권상우와 최지우가 주연했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김태희는 꽤 중요한 역이었지만 주인공은 아니었죠.

주연작 중 최고의 히트작이라면, 빅 히트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화제작이었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더 꼽기가 어렵습니다. 영화 '중천'이나 '싸움'은 뭐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죠.

아무튼 이번 조사에 응한 분들의 확실한 생각은, '어쨌든 배우는 잘생기고 예뻐야 한다'는 것인 듯 합니다. 아무리 많은 관객을 동원하든, 아무리 연기를 잘 하든 미남 미녀가 아닌 한은 최고 스타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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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고의 미남 미녀가 최고 인기 스타가 되면 안된다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실적' 없이도 인기는 유지된다는 게 신기하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일본 최고의 스타는 기무라 다쿠야죠. 그를 '일본 최고의 미남'이라고 불러도 어폐가 없겠지만, 그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건 일본 역대 시청률 톱10을 거의 모두 차지하고 있는 그의 드라마 출연작 리스트입니다.

홍콩/중화권은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사대천왕'이냐고 물어볼 분들도 있겠지만, 성룡/ 이연걸과 사대천왕(유덕화, 여명, 곽부성, 장학우)은 여전히 음반이며 영화며 나오는 족족 히트하며 그 위명을 잇고 있습니다. 결코 한때 전성기를 누리고 그 위세로 버티고 있는 배우들은 아닙니다. 오히려 남자 배우로는 후배들이 아직도 그 기세를 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죠.

그렇다면 또 하나 궁금해집니다. 대체 왜 한국인들은 '최고 인기 배우'의 출연작을 외면하는 것일까요? 정상적인 사고방식에 따르자면, '최고 인기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당연히 대박이 나야 하는 게 아닐까요?

함께 조사한 다른 세 분야에서는 이런 상관관계가 분명합니다. 유재석, 신봉선, 빅뱅, 소녀시대, 박지성, 김연아, 모두 흥행의 제왕들이죠. 유독 '연기자'의 경우에만 이렇게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 이유는 대체 뭘까요?  농담을 하거나 비아냥거리는게 아니라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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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즈 갓 탤런트' 인기의 주역인 수잔 보일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홀리 스틸과 한 무대에 선 동영상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지미 키멜 쇼에서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섰다는군요. 지미 키멜은 지난번 소개했던, 맷 데이먼이 나오는 'I'm F***ing Matt Damon' 시리즈의 무대를 제공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어떻게 됐냐구요? 직접 영상을 보시면 압니다. 참고로 47세와 10세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다정하거나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보시기를 권합니다. 충격적인 무대가 연출될 지도 모릅니다. (일단 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제목이 낚시라는 이유로 저를 죽이고 싶을 분도 있겠지만, 화면의 완성도로 보아 뭔가 착각할만 하다든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든가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해서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찾아 봤습니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하를 보게 됩니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15093629&q=%BC%F6%C0%DC%20%BA%B8%C0%CF%20%C8%A6%B8%AE%20%BD%BA%C6%BF

물론 이런 경우 현실과 조작을 구별못한다는 건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얼마전 주말에 좀 심각한 경우를 발견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우연히 TV를 보다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송되는 '로스트 테이프(Lost Tapes)' 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습니다. 당연히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었죠. '몬테레이의 바다 괴물(Monster of Monterey)이라는 작은 제목으로, 일반적인 다큐멘터리같은 화면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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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1977년 일본 어선이 건져올린, 이상하게 목이 길고 거대한 해양 생물의 시체를 보여주더군요. 그리고는 흔히 장경룡이라고 불리는 플레지오사우루스(Plesiosaurus)에 대한 설명이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지난 2007년, 샤론 노박이라는 여성 저널리스트가 요트로 세계일주를 하던 도중 미국 서부의 몬테레이 앞바다에서 겪은 일이라는 부제의 영상이 시작됐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샤론 노박(Sharon Novak)은 요트 여행을 모두 온라인으로 중계하기 위해 마스트 끝을 비롯해 보트 곳곳에 카메라를 부착했고, 배 위에 있는 노박의 모습은 잡지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팬(?) 혹은 독자들에게 공개되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선상 트루먼 쇼인 셈이죠. 심지어 노박의 잠수복에도 카메라가 달려 있습니다.

문제의 날, 노박은 배를 타고 육지를 향해 오다가 우연히 조난 신호를 포착합니다. 주변에 다른 배가 없다고 판단한 노박은 일단 구난을 위해 신호 위치로 향하죠. 하지만 문제의 장소, 배는 있지만 배 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배 한 켠에 낭자한 핏자국만 있을 뿐입니다.



공포에 질린 노박은 요트의 엔진을 가동해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하지만 엔진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바람으로 항해하기 위해 돛을 펴던 노박은 밧줄을 풀던 도중, 무언가가 배에 부딪히는 바람에 배 밖으로 떨어집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노박. 그리고 마스트에 달린 카메라는 노박을 향해 물 밑에서 헤엄쳐가는 뭔가 거대한 물체를 슬쩍 보여줍니다. 노박의 몸에 달린 카메라로 볼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만... 아무튼 노박은 "살려줘! 수영할수가 없어!"라고 외치며 서서히 배에서 멀어져갑니다.



이 화면의 화질로는 뭘 볼 수가 없죠. 좀 더 선명한 영상을 보기 위해선
http://animal.discovery.com/videos/lost-tapes-top-10-scariest-moments/ 를 방문한 다움, 10위부터 1위까지의 영상 중 '1. Sharon Novak's Disappearance'를 클릭하면 됩니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물 밑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노박을 향해 움직이는 장면을 100번쯤 다시 돌려 보여줬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냉정합니다. 테이프가 끝나는 시점에서 방송을 딱 끊어 버리고 엔딩 타이틀이 흐릅니다.



아무튼 이 '로스트 테이프'라는 방송을 본 뒤로 상당히 짜릿한 충격이 왔습니다. 그러니까 제목을 잃어버린 테이프라고 지은 것은, 탐험자들 본인은 사라지고, 테이프만 남아 있는 경우의 충격적인 영상들을 모아 방송한다는 뜻이겠죠. 이런 테이프를 통해 전설 속 동물들의 실체를 조명한다는 시도도 신선한 듯 했고... 아무튼 흥미로운 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를 느끼고 뒷조사를 좀 해보려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샤론 노박이라는 여성 저널리스트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나오질 않는 겁니다. 이 정도의 사고라면 이렇게 정보가 없을 리가 없는데 말이죠. 테이프야 디스커버리 채널이 독점으로 점유해서 관련 영상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하다못해 샤론 노박이라는 사람의 존재 여부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온갖 미국내 게시판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진위 여부를 놓고 아귀다툼이 한창이더군요. '이 바보야 그럼 니 눈엔 저게 진짜로 보이냐'와 '넌 디스커버리 채널(엄밀히 말하면 애니멀 플래닛)을 호구로 아냐'가 격돌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보면서도 영화가 떠오르긴 했던 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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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결정타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역시 없는게 없는 imdb.com. 거기서 찾아 본 '로스트 테이프'에는 엄청난 수의 제작진이 붙어 있었고, 출연한 배우(!)들의 명단도 있었습니다. 제가 본 '몬테레이의 괴물'편에는... '샤론 노박 역을 한 로렌 올리프라(Lauren Olipra)라는 여배우의 얼굴도 나와 있더군요. 어쩐지 여류 저널리스트치고는 너무 예쁘다 했더니...

완전히 속았습니다. 보는 동안은 진짜 다큐인 줄 알았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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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TV에서 부지불식간에 어느새 리얼 다큐와 픽션의 경계가, 현실과 조작의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미국 TV에서 그렇습니다. '제리 스프링거 쇼'나 '치터스'가 사실이냐 연출이냐의 논란 속에서도 별탈없이 계속 방송을 타고 있고, 위에서 말했듯 디스커버리 채널까지도 유사 다큐멘터리로 낚시질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 한국 방송도 이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참 모골이 송연합니다. 그때 되면 꽤 심각한 문제가 될 듯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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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요즘 한창 많이 나오고 있는 삼성 파브(PAVV) LED TV 광고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웬만한 분은 얇기가 손가락 같다는 핑거슬림 메시지를 기억하실 듯 합니다. 워낙 많이 방송에 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상한 탓인지, 이 신기술을 사용했다는 PAVV LED 광고가, 특히 거기에 징글처럼 사용되는 광고 음악이 희한할 정도로 귀에 거슬립니다. 너무 자주 나오는 탓인지, 아니면 케이블 TV에서는 한번 광고를 했다 하면 같은 광고를 한 텀에도 여러번 틀어 주기 때문인지, 한번 이 광고가 나왔다 하면 그 '딩동 딩동 딩동'이라는 멜로디가 머리 속에서 계속 울리는 느낌입니다. 편두통 환자에게는 거의 죽음이죠.

저만 이상한 건지, 다른 분들도 혹시 이런 경험을 해 보신 적이 있는지 한번 다시 보시기 바랍니다.



이 광고에 사용된 음악은 재일교포 양방언씨의 작품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엠마(Emma, Victorian Romance)'에 사용된 Rondo of Lilybell이라는 작품이더군요. 하프시코드로 연주돼 고풍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일단은 피아노로 연주한 버전이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네, 확실히 음악만 들었을 때에는 그다지 거부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 cf 버전으로 계속 반복해서 이 광고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됩니다. 누군가 조급하게 계속 초인종을 누르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기분이 듭니다.

사실 이건 개인적인 취향 탓도 있을 겁니다. 과거 테크노가 유행할 때, 저는 그 장르의 특징인 무한 반복 루프에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약에라도 취했다면 모를까, 그 지루한 음악을 계속 듣고 있을 수가 없더군요. 꼭 인도 전통 음악이나, 필립 글래스 풍의 미니멀리즘 음악을 듣는 것 같아서 짜증이 솟구쳤습니다.

뭐 경우는 좀 다르지만 왕년에 삼성 하우젠 세탁기 광고가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산 적이 있었죠. 2005년의 일입니다. '살균세탁하셨어요오오'하는 높은 여자 목소리가 부르는 징글 성 CM송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끔찍하다'는 반응을 낳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노이즈가 '하우젠 세탁기'라는 브랜드의 인지도 상승에는 큰 도움을 줬겠지만, 이미지 형성에는 별 도움이 안 됐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 광고는 꽤 오래 방송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이 광고에서의 '딩동 딩동 딩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지, PAVV나 LED TV에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사실 실물로 본 적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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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어느 지역에서 방송중인지는 모르지만 양들을 이용한 삼성 PAVV LED TV의 광고 동영상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촬영 지역은 아일랜드라고 하는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국내에서도 그냥 이런 광고나 틀어 주면 어떨까 싶은데...



양들이 참 놀랍지 않습니까? 하긴 양이 놀라운 건지, 저렇게 양들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놀라운 건지... 아무튼 대단한 장관입니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특히 귀나 눈에 거슬리는 광고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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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 김태원의 예능 적응기가 여기저기서 박수를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의 본격적인 도전은 3-4년 전, 김구라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 활동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요즘에는 예능인으로서의 기량이 점점 각광받고 있는 듯 합니다. 특히 '남자의 자격'이나 '놀러와' 등 프로그램에서 토크 솜씨가 빛을 발하고 있죠.

하지만, 젊은 시청자들이 김태원이라는 이름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다는 건 한국 방송의, 음악의, 대중문화의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물론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능 프로그램으로만' 그를 알고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안타깝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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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씨의 유머감각은 방송에 나가기 전부터 이미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그와 인터뷰를 할 때면 웃음보가 절로 터졌습니다. 이웃들이 '얼굴도 잘 모르는 남자가 뭘 하는지 매일 집에 있다'며 이상하게 본다는 이야기, 그리고 늘 집에 있다 보니 '살림의 제왕'이 됐다는 이야기 등이 생각납니다.

김: 심지어 내가 분리수거의 제왕으로 불리잖아요. 동네에서.
나: 대체 어떻게 하면 제왕이 됩니까.
김: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요구르트를 먹잖습니까?
나: 네.
김: 요구르트에서도 뚜껑은 금속으로, 통은 플라스틱류로 분류합니다. 나눠야죠.

그래서 그 무렵에도 이 분 방송에서 이런 재주를 보여주시면 대박 나겠구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 이렇게 '늦깎이 예능 스타'로 거듭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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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대목에서 다 아는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1985년, 그가 록밴드 부활을 만들어 한국 헤비메탈 붐을 이끌었다는 전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을 겁니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라디오 스타' 등을 보신 분들은 그가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비롯한 부활의 명곡등을 만들어 낸 바로 그 사람이란 사실을 아셨을 겁니다. (네, '희야'는 양홍섭 곡이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동으로 그냥 들어갔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그 시기의 부활은 시나위나 외인부대처럼 그 무렵 전성기를 맞고 있던 LA메탈을 지향하는 헤비메탈 밴드가 아니었습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에 가까웠죠. 특히 2집의 '회상'이나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인용한 '천국에서' 같은 곡은 흔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이승철 탈퇴 직전의 부활은 당대의 날리던 기타리스트 손무현을 영입해 정상의 라이브 솜씨를 보여주기도 했죠. (아실 분은 다 아시겠지만 손무현은 나중에 '제목없는 시'를 불렀고,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보고 웃지', 이주원의 '아껴둔 사랑을 위해' 등 명곡들을 남긴 작곡가입니다.)

그 뒤로 부활의 노래가 발라드로만 알려진 건 좀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현실에서 그 이상을 요구하기는 힘들었죠. 보컬을 계속 바꿔가며 김재기가 부른 '사랑할수록', 박완규의 'Lonely Night', 다시 이승철의 '네버 엔딩 스토리', 정단의 '아름다운 사실(영화 '내머리속의 지우개' 예고편에 나왔죠)' 등 걸작들이 나왔습니다.

'아름다운 사실'을 아무래도 잘 모르실 것 같아서 가져옵니다. 부르는 사람은 당시 부활의 보컬이었던 정단. '네버엔딩 스토리'의 히트 다음에 나온 곡이었지만 아무래도 이승철과 부활의 결별이 준 실망감이 너무 컸던 듯 합니다. 영화 본편에서 노래가 빠진 것이 이유일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노래인데 안타깝습니다.




이쯤 되면 작곡가 겸 밴드 리더로서의 김태원은 한국의 어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기타리스트 김태원은 '누구?' 할 상황이 됐습니다. 알려진 건 '재능있는 예능 신인 김태원'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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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태원씨보다 몇백배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오지 오스본도 예능 스타가 된 적이 있습니다. 전설의 밴드 블랙 사바스와 자신의 밴드 오지 오스본을 이끈 록 보컬 오스본은 몇해 전 M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스본 패밀리(The Osbournes)'에 출연, 아내와 딸까지 스타로 만드는 요절 복통 쇼쇼쇼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오스본의 과거 업적(?)을 묻어버린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잊혀져 가던 왕년의 '흡혈귀' 오스본을 다시 대중들 앞에 부활하게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아무도 '예능 신인 오스본' 따위로 그를 포장하지 않았죠.

충분히 이유가 있는 일이겠지만, 그리고 보태 드린 것도 사실 없지만 반주도 없이 노래하는 예능 스타 김태원을 보는 기분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현실입니다. 누구든 예능에서 뜨려면 어깨에서 힘을 빼야 한다는 것 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한 부문의 대가가 마땅이 받아야 할 예우나 평가 없이 그냥 '예능 신인'이 되고 마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노래나 몇곡 더 -

현재 보컬인 정동하가 부르는 'Lonely Night'입니다. 그런데 원곡의 박완규가 너무 절창이어서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되는군요. ^

 

아무래도 엔딩은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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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제시카 고메스는 한국 연예인?'의 후속입니다. 분명히 외국인이고, 해외에서도 연예인으로 활동을 하던 차에 한국에 와서 아예 한국 연예인이 되다시피한 사람들은 꽤 있습니다. 제시카 고메스는 사실 여기서 좀 빠지는 듯도 했지만, 기왕이면 한국 연예인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고 할 수 있죠.^ 고메스는 곧 화장품 CF를 위해 다시 들어온다니 당분간은 '한국 연예인'으로 남아 있을 듯 합니다.

물론 해외에서도 우선 연예인이었어야 한다는 조건이므로 다니엘 헤니나 데니스 오, 산다라 박 같은 연어파들은 제외합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전략적으로 '한국에서 먼저 성공한 뒤 본국에서의 활동'을 노리는 닉쿤이나 슈주의 한경, 장리인 같은 경우도 제외합니다. 그럼 대체 누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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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유민, 그러니까 후에키 유코 가 한국에서 한참 활동할 때 제가 어느 기사에다 이런 말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해방후 50년이 넘도록, 일본이 한일간의 화해와 우호 친선을 위해 했던 그 어떤 노력보다 강력한 무기'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유민 앞에서 항일정신은 봄눈 녹듯 사라져갔습니다.^^ 그게 그거랑 같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아마 유민을 보고서 처음으로 '일본 여자와 결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사람도 꽤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좀 빨랐던 분들은 요시나가 사유리를 보고도, 혹은 구도 시즈카를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하셨겠지만, 그 숫자로 볼 때 이분들과 유민은 비교하기 힘들 겁니다.

유민이 처음 데뷔하던 드라마 '우리집', 농아 역할로 등장했을 때 참 많은 분들이 '대체 쟤 누구냐'고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곤 대사 한 마디 없이도 일약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죠.

유민의 인기는 남자 연예인들의 대시로 이어졌습니다. 유민은 꽤 자주 열애설에 등장했던 셈입니다. 그중에는 최근에 입대한 친구도 있었죠. 이 친구가 유민에게 구애하던 시절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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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의 소속사 측에서는 이 친구가 유민에게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당연히 노발대발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 친구가 소속사 대표에게 '제가 좀 뵙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 온 겁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대표는 그러라고 했답니다. 어쩌나 보려고 한 것이기도 하고, 오면 와락 겁을 줘서 떼 놓을 참이었죠.

그런데 이 친구, 들어오자마자 넙죽 절을 하더니 뭘 주섬주섬 꺼내더랍니다. 뭔가 보니 소주와 오징어를 사왔더라는군요. 그러더니 "형님, 한잔 하십쇼"하고 대표에게 잔을 권하더랍니다.

그러고서 얘기인 즉, 자신은 여자친구를 사귀어도 누구한테 누가 될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자기는 이 친구를 가볍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으며, 특히 객지에 와서 고생하는 유민양을 데뷔때부터 줄곧 보살피고 있는 대표님은 늘 좋은 분이라는 얘기를 유민양으로부터 듣고 있다. 오빠나 마찬가지라서 항상 감사드리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형님으로 모시고 싶다. 그러니 교제를 허락해 달라....고 청산유수로 얘기를 하더랍니다. 중간에 몇번 버럭 화를 내려고도 했으나 전혀 겁을 먹거나 놀라는 기색도 없더라는군요(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 대표의 회고입니다. "직접 만나 보니 잘 생긴데다 말도 똑부러지게 하고, 믿음이 가요. 그리고 참 이렇게 찾아와서 이런 얘기 하는 것도 남자답지 않습니까. 비슷한 일이 있으면 다른 놈들은 일부러 도망을 다니는데 말이죠." 그래서 "오냐. 좋다. 대신 잘 해줘야 한다"며 그냥 사귀라고 허락을 해 버렸다는 겁니다. 참 드문 일이기도 합니다.

얘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친구의 소속사는 대표가 목포 출신이라 그 근방에서 뭔가 힘을 쓴다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가 '유민 소속사에 인사를 하러 가겠다'고 하자 주위의 '형님들'이 '너 그렇게 갔다가 그쪽 성질을 돋궈서 맞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우리가 주변에 차 대놓고 기다리고 있을테니, 위급해지면 신호를 보내라. 우리가 당장 들어가서 구해 오마' 하고 준비를 해 놨다는 겁니다. 평소 이런 분위기에서 생활을 했으니, 누가 웬만큼 화를 내선 겁을 먹을 일이 없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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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에게 최대의 시련은 남자 스타들과의 스캔들이 아니라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촬영한 영화 한 편이었습니다. '신 설국'이라는 영화였죠. 정말 쌍팔년도 스토리에다 쌍칠년도 촬영 기술을 갖고 만든 영화라 끝까지 보는 것이 인내력을 시험하는 그런 영화였지만 뒤늦게 한국에 수입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유민의 베드신이 나오기 때문이었죠.

더구나 수입사는 흥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유민의 노출을 널리 널리 홍보했습니다. 현재 '잘가는 청순미의 스타 유민'을 보유하고 있던 소속사에서는 격분했지만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찍어 놓은 영화를 뭘 어쩌겠습니까.

3년 이상 한국에서 활동했지만 참 신기한 건 정말 더디 느는 한국어 실력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심지어 한국 남자친구까지 있었는데도 참 말이 늘지 않더군요. 결국 '올인'에 출연할 때까지도 한국어 연기는 더듬더듬 수준을 넘지 못했습니다. 알아듣기는 다 알아듣는데 입으로 나오는 말은 발전이 없으니 참 답답할 노릇이었죠. 그래서 결국 유민은 자신이 목표라고 말하던 '한국인 역할'은 데뷔작에서의 청각장애인 연기 외에는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유민은 누릴 건 다 누린 셈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서 한국에 있는 일본 홍보대사 자격으로 고이즈미 총리를 만나기도 했고, 지금까지 한국 상륙을 시도했던 일본 연예인들 중에서 가장 높은 인기와 지명도, 수입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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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일본으로 돌아간 다음의 성적표는 당연히 한국 시절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애당초 일본에서 통하는 외모와 한국에서 통하는 외모에는 좀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연기력도 한국어로 연기할 때나 일본어로 연기할 때나 큰 차이가 없었다는 약점도 있었습니다. '어텐션 프리즈' 등 화제작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조연의 벽은 넘지 못했습니다.

최근 유민이 화제작 '아이리스'에 출연해 '올인'에 이어 이병헌과 다시 만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국 팬들이 아직도 유민을 잊지 않았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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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댓글에 잠깐 등장했던 캐리 앤 론 도 이 계열의 연예인들입니다.

독일의 남녀 컨트리 듀오인 이들은 심지어 allmusic.com에도 프로필이 올라 있지 않을 정도로 독일 국내를 제외하면 초 무명 가수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뜻하지 않게 한국에서 대 성공을 거둔 것은 유동근-황신혜 주연의 드라마 '애인'이었습니다.

신감각 불륜 드라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이 드라마에 이들의 노래 'I.O.U(I Owe You)'가 삽입되면서 이들의 인기는 하루 아침에 절정으로 치솟았습니다. 전 세계 앨범 판매량의 80% 이상이 한국에서 팔렸다는 거죠. 그 결과 내한공연까지 열게 되는 뒤늦은 호황을 맞았지만 이들은 드라마가 끝남과 동시에 다시 무명 그룹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아직도 애청곡으로 꼽히는 'I.O.U'. 참 그러고 보면 이렇게 '한국에서 먹힐' 곡들을 찾아내는 음악 프로듀서들의 능력도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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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우 중 하나로 역시 캐롤 키드 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캐롤 키드는 엘라 피츠제럴드를 위시해 흑인 아줌마들이 판을 치던 여성 재즈 싱어의 세계에서 백인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가수였습니다. 그나마 지금 꼽고 있는 부류의 가수들 중에서는 가장 지명도가 높은 편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한국에 왔을 때 보니 정말 인상 좋은 할머니더군요.


아무튼 키드 할머니는 'When I Dream'이 영화 '쉬리'에 삽입되면서 늘그막에 한국에서 최고의 재즈 가수로 각광받습니다. 내한 공연도 매진사례. 아무튼 1998년을 전후해 제시카의 Goodbye가 담긴 '약속', 이 'When I Dream'이 들어간 '쉬리', 그리고 사라 본이 부른 'A Lover's Concerto'를 비롯해 올드 팝의 명곡들이 주르르 박힌 '접속' 등 훌륭한 외국 곡을 들여온 사운드트랙이 대대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O.S.T로 인기를 얻은 가수들을 제외하면 단연 첫 손에 꼽힐만한 것이 이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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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하트 하면 She's Gone, She's Gone 하면 스틸하트. 참 떼놓고 생각하기가 힘들죠. 그런데 한국 밖으로 나가서 'She's Gone'이라는 노래 제목을 대면 아는 사람이 참 드뭅니다. 록 밴드의 노래라고 하면 그제서야 '아~~~~~~~~~ 블랙 사바스의 노래?'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을 정도입니다. 밴드 이름을 가르쳐 줘도 '갸우뚱*갸우뚱'입니다.


초 고음 보컬 마이클 마티예비치가 이끌던 스틸하트는 1991년 발표한 'She's Gone'으로 한국에서는 어느 록 밴드에도 밀리지 않는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이들은 진짜 '한국 가수'가 되어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도 없는 삼성영상사업단. 이들이 만든 삼성뮤직이라는 레이블에서 놀랍게도 스틸하트를 소속 가수로 둔 앨범을 내놨습니다. 세계적인 음악 레이블을 지향하던 삼성뮤직은 당시 꽤 많은 외국 가수들과 계약하고 음반을 냈습니다. 그 중에는 미국 국적이지만 독일과 터키 등지에서(만) 뜨거운 인기를 모으던 다섯 명의 남성들로 구성된 보컬 그룹이 있었습니다.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백 스트리트 보이즈라고.

그러나 불행히도 이들은 한국 가수였을 때에는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고, 계약이 풀린 뒤 자이브 레코드와 함께 본격적으로 미국 공략에 나서자 그때부터 무시 못할 반향을 일으킵니다. 만약 이들이 조금 더 '한국 가수'로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똑같은 성공을 거뒀을까요, 아니면 그냥 무명 그룹으로 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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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시카 고메스 때문에 시작된 포스팅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참 곁길이 굵고도 길군요.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한국으로 들어와 인생의 반짝 하던 시기를 보낸 연예인들은 의외로 꽤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우리가 아니면 누가 기억해 주겠습니까. 다들 반가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시리즈의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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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보일(Susan Boyle)을 배출한 영국 ITV 쇼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2009년 세번째 방송에선 10세 소녀의 등장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이름은 홀리 스틸(Hollie Steel). 멘체스터 예선에 등장한 소녀는 그냥 보기에도 깜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워낙 신동이며 재능있는 어린이들은 TV를 통해 많이 소개되어 왔지만, 이번엔 정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노래는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에 나왔던 ‘아이 쿠드 해브 댄스드 올 나이트(I Could Have Danced All Night)'. 오드리 헵번이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도 여전히 무도회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를 표현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깜찍한 열살짜리 아가씨가 부르니 어떻게 들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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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이 노래의 유튜브 동영상은 거의 대부분 퍼오기 금지 상태입니다. 조치가 점점 빨라지는군요. 유튜브 쪽의 조치인지, ITV 쪽의 조치인지 모르겠지만 딱 장사가 될 몇명, 즉 수잔 보일이나 폴 포츠, 샤힌 자파골리에 이어 이번엔 홀리 스틸이 퍼오기 금지가 된 걸 보니 강력한 우승후보로 이미 꼽히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영상도 언제 끊길지 모릅니다. 안 나오면 이 주소로 가서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LmmbH7iGzTw

발레리나 옷을 입은 소녀 홀리 스틸이 등장해 무대에서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사실 춤 실력은 그리 대단치는 않습니다. 스텝이 꼬이자 까칠이 사이먼 아저씨가 중단 벨('전국 노래자랑'의 '땡'에 해당합니다)을 누르려고 손을 들어 올립니다. 바로 그때, 꼬마 아가씨가 노래를 시작합니다.

초정약수같은 쨍쨍한 목소리. 듣자마자 객석은 열광합니다. 노래를 들은 뒤 아만다 홀든에게 소감을 묻자 대답이 걸작입니다. "거울 보는 것 같았어요." 어린 시절의 자신과 똑같았다는^ 얘기죠. 실제로 홀든은 홀리 스틸이 노래하는 동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더군요.

이 소녀가 준결승에 진출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자, 원곡을 들어 봅시다.



오드리 헵번이 런던 뒷골목의 막 자란 꽃파는 아가씨 일라이저 역으로, 렉스 해리슨이 자만심 가득한 언어학 교수 역으로 출연한 '마이 페어 레이디'는 뮤지컬의 고전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이죠. 특히 자신이 창조한 여신에 대한 사랑은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 이야기에서부터 면면히 내려 오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노래는 오드리 헵번이 직접 부른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시작 부분의 한두 소절을 빼고는 뮤지컬 배우 마니 닉슨(Marni Nixon)이 부른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집요한(?) 네티즌이 오드리 헵번이 부른 목소리만으로 영상을 합성해 복원해 놓은 게 있더군요. (참 대단합니다.) 이게 오드리 헵번의 진짜 목소리입니다.



실망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배우는 성량으로만 노래하는 게 아니죠. 감정을 실어 부르는 목소리는 결코 일류 가수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영원한 마리아 수녀님, 줄리 앤드류스의 목소리입니다.



홀리 스틸은 방송 뒤 부모의 인터뷰에서 네살 때 한쪽 폐를 절단할 것을 권유받는 등 큰 병마를 딛고 일어난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번 주목을 끌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렇게 큰 병을 앓았던 딸이 이렇게 예쁘게 자라 춤과 노래까지 할 수 있다는게 대견하기 짝이 없겠죠. 게다가 지방 극장에서 뮤지컬 '애니' 역을 따낸 뒤에는 흔히 재능 있는 아이들이 그런 일을 겪듯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수잔 보일, 샤힌 자파골리, 홀리 스틸이 과연 결선에서는 어떤 승부를 펼칠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보너스는 25일 방송에 출연해 관객을 웃긴 한 아줌마. 사이먼이 가수가 꿈이라는 아줌마에게 가수로서의 목표를 묻자 당당하게 "차트 1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노래는 아이린 카라의 고전 '페임(Fame)'.

자, 어떤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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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에 대한 1차 마무리가 있었습니다. 결국 우선 실제 사법처리 대상은 3명으로 좁혀졌더군요. 온갖 언론 보도가 '뭔가 제대로 해 보겠다고 시끄럽더니 이게 뭐냐'는 비난 일변도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경찰로서는 꽤 억울할 법 합니다. 한 방송사 뉴스는 이달초 경찰이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말한 걸 꼬투리를 잡아 비판하더군요. 아니 그럼, 수사 시작할 때 '이번 수사는 해봐도 잘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는 경찰도 있단 말입니까.

더구나 이번 사건을 '시끄럽게' 만든 건 경찰이 아니라 바로 언론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판은 언론이 키워 놓고 경찰을 비판하는 건 좀 우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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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온갖 선정적인 요인을 다 갖고 있었습니다. 여자 연예인의 죽음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죽은 이유는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음모설이 가세됐고, 그 음모설에 금융권, IT 산업, 그리고 '유력언론사' 대표가 함께 거론되면서 온 국민의 구미에 딱 맞는 스릴러 3종 세트가 탄생한 셈이죠. 드라마보다 재미있고 영화보다 박진감넘치는 성상납 스캔들 뉴스가 매일 밤 9시 뉴스와 온갖 매체로 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끝까지 수사해 밝혀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의 입증 문제입니다. 술자리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낸다 해도 과연 술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장자연씨가 술자리에 어떤 경로로 가게 됐는지를 밝혀 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또 한 사람은 해외에 꼭 박혀 있습니다. 그럼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또 '박연차 수사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장자연 수사는 왜 그렇게 허술하냐'는 주장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무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00만원도 아니고 억 단위로 움직이는 돈은 흔적이 남습니다. 더구나 계좌를 이용했다면 결국엔 그 흐름이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 돈의 흐름이라는 증거를 갖고 하는 수사와, 사람의 말만 갖고 해야 하는 수사의 진도를 같은 선에서 비교한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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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게 제대로 된 수사 의지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정말 의지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수사 당사자들이 알 일이지만, 수사 의지와 관련해 추궁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일본에 있는 장자연의 전 매니저 김모씨의 신병 확보에 대한 부분 하나입니다. 일본에 도피해 있는 수사 대상자를 발견해 데려오는 일이 쉽냐, 어렵냐의 문제죠. 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계속 경찰을 욕할 것이고, 이렇게 숨어 버리면 대책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 겁니다. 저도 하루속히 김씨의 신병이 확보되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수뢰 사건과 이 사건이 같은 선에서 다뤄질 사건일까요? 국민이 흥미로우면 그저 중요한 사건입니까. 또 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시는 분들 중 얼마나 많은 분들이 사건의 요체를 이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비관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을 유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한달 전에 썼던 글인데 타이밍을 놓쳐서 블로그로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그냥 여기에나 붙여 둬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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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상납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물랑루즈’는 격동의 시대인 19세기 말 파리의 쇼 비즈니스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최고의 흥행사 지들러는 종전에 없었던 규모의 새로운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권력자인 공작은 투자 대가로 물랑루즈 최고의 미녀 사틴과의 하룻밤을 요구한다.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도입부는 사당패가 판을 벌인 대가로 그 고을 수령에게 하룻밤 노리개로 바쳐진 공길(이준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공길은 남색의 희생물이었지만 1927년 출간된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에 나오는 ‘여사당 자탄가’를 보면 비슷한 일은 주로 여사당에게 일어났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랜 옛날부터 예인의 세계엔 세인의 관심을 모을 만한 매력적인 남녀가 모여들었고, 그런 만큼 항상 그 주변에는 권력과 돈을 이용한 유혹이 존재해 왔다. 특히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그 결탁은 때로 공공연히 꽃을 피웠다. 에밀 졸라의 소설 『나나』는 여배우와 창부의 구별이 쉽지 않을 지경이었던 시대의 타락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은밀한 거래의 역사가 워낙 장구하다 보니 그 고리를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발적인 거래와 강요된 거래의 구분 역시 물 위에 그은 금처럼 불분명하다. 한 젊은 여배우의 죽음으로 드러난 일단의 사실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연예계에선 이미 똑 부러진 활동 없이도 CF를 독식하고 있는 일부 스타에 대해 광고주와의 은밀한 결탁을 수군대온 지 오래다. 하루아침에 떠오른 스타에게는 항상 ‘뭔가 있다’는 소문이 따라다니곤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누군가 여배우에게 성을 이용한 접대를 강제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고, 일부 관련자의 처벌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2의 장자연’이 사라지게 할 방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투명한 계약관계나 공개 오디션의 확대, 영세 기획사의 수익구조 개선 등이 모두 해결된다 해도 어두운 거래를 원하는 사람은 쉽사리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과 돈이 갖고 있는 특혜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른바 특권층이 연예인에 대한 유혹의 손길을 멈추지 않는 한, 법이나 제도로 막을 수 없는 추악한 거래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자가 일찍이 말한 ‘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함이 없다(知足不辱 知止不殆)’는 유혹하는 쪽이나, 유혹에 끌리는 쪽이나 귀담아들어야 할 경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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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 대한 범 국민적인 열광을 지켜보면서 참 씁쓸한 뒷맛을 지우기 힘듭니다.

이 글을 쓴지가 한달쯤 됐습니다. 이 글을 읽은 어떤 분의 지적에 따르면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가 서구에 뒤지게 된 이유는 사회 문제의 개혁을 개인 도덕의 차원으로 돌린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합리성을 앞세우는 나라에도 장점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나라에서 매년 수해가 날 때마다 수재의연금이 답지하고, 아뭇소리 없이 서해안으로 가서 기름 묻은 돌을 닦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 사회의 기준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죠.

규칙과 원칙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깨닫게 됩니다. 성상납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 사라져야 할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배금주의입니다. 걸친 것, 타는 차, 먹는 밥 하나로도 얼마짜리인지 가격을 매기고, 그 가격에 따라 인격까지 평가받는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두고서는 무슨 제도나 어떤 법을 가져와도 이런 풍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은 정의를 추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연히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엄격한 징벌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올바른 가치의 변화 없는 정의의 실현이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뜻이죠.

교육제도에 비교해 볼까요. 대학 나온 사람이 대학 안 나온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제아무리 수없이 입시제도를 갈아 치워도 성적이 떨어진 것을 비관해 죽는 청소년은 끊이지 않고 나올 겁니다. 그건 입시제도가 신통치 않아서 생긴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대학 못 나와 설움 겪는 사람을 없앤답시고 대학 수만 늘려 준 결과, 대학 나온 사람이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에 지원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그 많은 대학은 대학대로 신입생을 못 받아서 망하는 학교까지 나올 지경입니다. 그릇된 가치관의 문제를 어설프게 제도로 해결하려다 더 큰 부작용이 생긴 것이죠.

아무튼 결과적으로 고인을 제외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연예계 종사자들입니다. 몇몇 물을 흐린 업계 관계자들로 인해 제대로 해 보려던 사람들까지 사기꾼 취급을 받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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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장자연씨의 49재가 열렸군요. 고인은 지금 이런 진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또 한번 죽은 사람만 불쌍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 글과 관련해서는 댓글을 받지 않겠습니다. 동의하시는 분이건, 반대 의견이신 분이건 할 말이 있는 분들은 트랙백을 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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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가 마침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기존의 네 커플을 모두 퇴장시키고 가상 커플이 아닌 진짜 커플, SG워너비 멤버 김용준과 슈가 출신 연기자 황정음을 투입한다는 것이죠.

진짜 연인들의 '가짜 동거' 생활. 과연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어찌 보면 한국 방송에서는 초유의 일이라 결과를 짐작하기에는 이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제시카 심슨이 왕년 닉 라세이와의 결혼 생활을 할 때 방송됐던 '밀착취재! 스타의 신혼(Newlyweds)'의 취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뜻이었는데, 잘 될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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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출범 당시부터 '밀착취재! 스타의 신혼'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단지 마땅한 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아예 가상 커플을 쓰는 것은 어떨까 하는 구상이 맞아 떨어져 인기 프로그램으로 급부상한 것이죠.

그리고 진짜 커플 투입은 '일밤'의 위기 의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전통의 일요일 오락 프로그램인 '일밤'은 현재 KBS와 SBS의 협공으로 대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예능 MC인 강호동과 유재석이 각각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로 양쪽에서 압박해오고 있기 때문이죠. '일밤' 측에서는 둘 중 하나라도 빼내 오고 싶겠지만, 유재석이든 강호동이든 이 상태에서 어설프게 몸을 뺐다가는 그 방송사와 철천지 원수가 되는 상황이라 감히 함부로 몸을 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밤'의 상징이던 이경규까지 KBS로 옮겨 타 서서히 반응을 얻고 있고, 야심차게 시작했던 '대망'은 처참한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정형돈의 열애 뉴스는 그나마 버티던 '우결'에까지 치명상을 입혔습니다. 뭔가 화끈한 돌파구를 열지 않으면 안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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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웬만한 걸로는 화제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최근 2주 동안 '우결'팀은 연예계의 진짜 커플들을 찾아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여러분도 금세 머리에 떠올리실 수 있는 수많은 커플들이 문의를 받았죠. 하지만 출연 결정은 쉬운 게 아닙니다. 남자 쪽에서야 손해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자 쪽은 심각합니다. 잘 되어서 둘이 맺어진다면야 문제될 게 없지만 행여 갈라서기라도 하면 그 때는 결혼도 하기 전에 이혼녀 취급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뭐 이미 사귄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냥 사귄다고 막연히 알고 있는 것과 '동거생활'을 보여주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탤런트 아무개씨도 가끔씩 그 전 결혼을 약속했던 다른 연예인과 '너무 다정한 모습'이 방송에 여러 차례 공개됐었던 탓에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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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자 쪽보다야 타격이 적겠지만 남자 쪽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최근 이경규와 남희석이 왕비호 윤형빈에게 방송을 통해 "그렇게 매번 '국민요정 정경미 포에버'를 외치다가 행여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날로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더구나 이런 식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죽고 못 사는 모습까지 보여준 다음이라면, 시청자들의 배신감도 꽤 클테니 말입니다.

어쨌든 이런 모든 위험 요소를 뚫고 마침내 한 커플이 용감하게 나섰습니다. 이제는 제작진이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 진짜 커플인 만큼 정형돈 사태의 재발은 없겠지만, 이제는 과연 어느 선에서 방송과 현실의 선을 그어야 할지가 문제가 될 겁니다. 이를테면, 진짜 연인들인 만큼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 훨씬 원활하게 이뤄질텐데, 과연 그걸 어느 선에서 차단하느냐 하는 것도 결정되어야 할 듯 합니다.

당초 제작진의 목표는 진짜 커플 두 팀이라고 들었는데 두 팀 모두를 진짜 커플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 경우 나머지 한 팀은 '서로 실제 호감을 가진 두 연예인', 혹은 '한 연예인이 이미 자기의 이상형이라고 밝힌 연예인'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이 쪽이 더 흥미진진할 수가 있습니다. 제작진이나 시청자가 모두 바라마지 않는 '리얼 버라이어티 끝에 진짜로 사귀게 되는' 경우, 즉 '실제 커플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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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서로 사귀는 것은 모든 버라이어티 쇼 제작진의 꿈이죠. '강호동의 천생연분' 때도 제작진은 '리얼 스캔들'을 지향했고, 'X맨' 역시 실제를 방불케 하는 커플링 설정으로 왠지 사귀지 않고도 충분히 사귀었던 사이로 느껴지는 '김종국-윤은혜 커플'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결'팀은 더욱 두 사람에게 적절한 분위기를 제공해 주며 '커플 인큐베이팅'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내놓고 드러내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지만 실제로 '우결' 제작진은 지금까지 출연했던 커플 중의 한 커플에게 "두 사람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걸 실제 관계로 '방송과 함께' 발전시켜 볼 생각은 없느냐"고 권유를 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시청자들의 관심은 100배쯤 증폭되겠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출연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무튼 '진짜 커플의 알콩달콩 사랑 키우기'도 새로운 시도인 만큼 흥미롭겠지만, 솔직히 진짜 관심은 '방송을 하면서 커플 만들어 보기' 쪽에 더 쏠립니다. 과연 이런 식으로 제작진의 후원 하에 만들어진 커플은 어떤 양상을 보일지, 그리고 만약 그 쪽 커플이 방송이 끝난 뒤에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가 모두 관심사가 되겠죠. 물론 이런 리얼 버라이어티의 실험은 구경꾼들에게는 더없이 흥미롭겠지만, 그 당사자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과연 누가 용기있게 이 실험에 참여할지가 궁금합니다.



p.s. 이렇게 해서 리얼 버라이어티는 마침내 환상의 벽을 깨고 현실 진출을 시도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일반인들이 연예인들의 뒤를 이을 겁니다. 이미 부분적으로는 시작되고 있는 셈이죠. 아마 이 쪽이 더 흥미로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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