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골드미스가 간다'의 시청률이 두 배로 뛰었더군요. 이 시간의 고정시청자 중 상당수에게 있어 '골드미스가 간다', 줄여서 '골미다'는 평균 시청률 8%의 상당 부분을 '1박2일'이 끝난 뒤쪽 시간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6월14일 방송분은 무려 15.6%를 기록했습니다. 평소의 두 배로 뛴 셈이죠. 이건 이 프로그램이 낳은 커플, 노홍철-장윤정이 열애설 공개 후 처음으로 함께 있는 모습이 공개된 상황 때문입니다. 뭐든 처음이 중요한 법인데, 이때문에 '골미다' 제작진은 촬영장에 각종 연예 정보 매체의 취재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먼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고 나면 14일 방송의 신선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죠.
그걸로도 마음이 안 놓인 제작진은 노홍철과 장윤정의 녹화장 도착 시간에 차이를 두어 두 사람이 녹화장 밖에서 함께 있는 모습이 촬영당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예상대로 제작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날 녹화가 있었던 서울 청담동의 카페 앞에는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뤘지만 두 사람은 각각 도착해 각각 코멘트를 했고,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골미다' 제작진을 위한 배려였겠죠.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 사귀게 된 커플은 대단히 많습니다. 이미 알려졌고 사귀다 깨진 커플이 무수한데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사라진 커플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하지만 이 커플은 유난히 독특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MC와 출연자, 출연자와 출연자 간에 사귀게 된 경우는 많지만 고정 출연자끼리 연인이 된 경우는 상당히 드물죠.
게다가 이런 경우라도 본격적으로 사귀는 것은 두 사람이 더 이상 함께 진행하지 않을 때부터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팀 안에 소속돼 있을 때는 스태프들의 눈치도 봐야 하고, 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관계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대부분은 서로간의 감정을 확인한 뒤라도 본격적으로 만나는 건 프로그램이 끝난 뒤가 됩니다.
그런데 이들은 프로그램 한 중간에 두 사람의 열애를 사실상 스스로 공개해버렸고, 그리고 나서도 하차 없이 계속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참 독특한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바로 옆 채널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실제 커플인 김용준-황정음이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충격이 좀 덜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색다른 경우인 건 분명합니다.
이 커플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미 노홍철이 수없이 시청자들과 세상 사람들을 향해 '사인'을 보냈는데도 아무도 그 사인을 제대로 읽어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날 방송에서 다뤄진 지난 2월9일 방송분을 봐도 그 부분이 드러납니다.
노홍철은 갑자기 "내가 연예인에게 대시했다가 차인 적이 있다"며 묻지도 않은 고백을 시작했고, 그게 누구냐고 묻는 멤버들에게 "그래서 내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할지 말지를 고민했다"고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인적 구성으로 보아 상대가 될만한 사람은 장윤정뿐이었죠.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장윤정을 지목했고, 그 자리에서 과거의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노홍철은 "지금이라도 다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고(물론 지금 보니까 '분명하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다시 그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방송을 보고 나면 '아, 그게 그거였구나'라고 생각되는데 사실 이와 같은 언급은 또 있었습니다. 1월25일 방송에서도 노홍철은 장윤정에 대한 속마음을 내비친 적이 있었습니다. 멤버들이 모두 설을 맞아 역술가를 찾아 간 대목이었죠.
"노홍철씨가 촛불이면 신봉선씨는 안개다. 촛불은 안개가 끼면 더욱 멋지게 빛날 수 있다"고 말문을 연 사주 전문가는 "신봉선씨는 굉장히 보기 드문 귀한 사주를 타고 난 사람이다. 인동초 같은 사람인데 연예인으로서는 김혜자씨나 전원주씨 말고는 이처럼 귀한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노홍철은 신봉선과의 인연을 거부하며 "신봉선과 장윤정은 같은 동갑내기인데 장윤정은 어떠냐"고 물었고 이에 사주 전문가는 "장윤정씨는 (노홍철씨가) 담기에는 너무 큰 그릇이다. 장윤정씨는 자신보다 더 큰 그릇을 만나야 한다"고 말하며 노홍철에게는 신봉선이 최고의 연분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고 2월15일, '골미다' 촬영장에 기자들이 초청됐을 때의 일입니다. 이때도 노홍철은 장윤정을 지목합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기사의 일부입니다.
노홍철은 강렬한 키스를 하지 않으면 행성이 폭파된다고 가정하고 한 명을 고르라는 신동엽의 질문에 "한 명을 꼽는 게 아니라면 두 명만 아니면 될 것 같다. 전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고 말했다. 노홍철이 꼽은 '아닌 2명'은 송은이, 신봉선.
노홍철은 이어진 누구와 결혼하고 싶냐는 신동엽의 끈질긴(?) 질문에 "진재영 씨하고 장윤정 씨하고 두 명으로 좁히겠다"며 "장윤정 씨한테 가고 싶다. 돈은 아니다. 저도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고 멋쩍은 듯 웃었다.
다른 연예인 같으면 벌써 몇번 주위의 주목을 끌고, 열애설로 비화될 수 있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하고도 전혀 화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어찌 보면 노홍철의 복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들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이때는 두 사람이 아무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별일 아닌 일로 넘어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날 방송은 지난 8개월간을 함께 보낸 멤버들에 대한 예의이자 이 프로그램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내용이 닭살스러울 건 당연한 일이었고, SBS 예능 특유의 한박자 늘어지는 편집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워낙 내용이 온 국민의 관심사였기 때문에 시청률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날 방송의 의미는 앞으로의 프로그램이 갈 길과도 맞물려 대단한 중요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노홍철과 장윤정의 만남은 미세하나마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의 '골미다'의 성격에 상당히 손해가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죠. 즉, 노홍철도 여자 변호사와 맞선을 봤고, 장윤정은 어릴적 이상형이라는 김민종에게 어느 정도 끌리는 모습이 방송됐습니다. 두 사람의 애정은 '이런 모든 방송 내용이 설정 아니냐' 는 주장 앞에 한없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장윤정이 노홍철의 머리를 만지는 부분을 주목하고 눈치를 챘다는 신봉선.
게다가 두 사람이 만나는 동안 과연 눈치 100단이라는 나머지 멤버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하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한번쯤은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될 부분입니다. 정말 100% 실제인지는 모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봉선이 '나는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고 말하는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아무튼 이날 방송을 통해 '골미다' 팀은 장윤정과 노홍철의 열애 이야기를 자신들의 방송 소재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그나자나 이제 시청자들은 두 개의 채널을 통해 리얼 러브 스토리를 보게 됐군요. 이제부터는 '골미다'와 '우결'을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이 프로그램이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의 기로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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