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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목요일 밤이 즐겁습니다. SBS TV '시티홀' 때문입니다. MBC TV '신데렐라 맨'과 KBS 2TV '그저 바라보다가'도 각각 화려한 캐스팅과 나름대로의 매력으로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시티홀'이 갖고 있는 화려한 '대사빨'의 마력 앞에는 한수 양보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대부분 예상했던 일이지만, 김은숙 작가는 이번에도 또 해냈습니다.

물론 아무리 좋은 도다리라도 칼잡이를 잘못 만나면 손님의 타박을 면할 수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시티홀'의 호조는 그 맛깔나는 대사를 착착 입에 붙게 소화해내는 차승원과 김선아의 매력에 상당 부분을 빚지고 있다고 봐야죠. 특히 코믹 연기라면 누구에게도 뒤질 리 없는 차승원이 김선아가 마음대로 특유의 오버 액션을 펼칠 수 있게 조용히 받아주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호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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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홀'의 출발점은 어찌 보면 그리 독창적이지는 않습니다. 일개 민초의 눈으로 소위 '잘 나가시는 분들'이 얼마나 나라를 형편없이 다스리고 있는지를 통쾌하게 비판하고 풍자하자는 생각은 그리 새롭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방송 전부터, 이 드라마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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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닙니다.^^ 기무라 다쿠야가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에서 어찌어찌하다가 일본 총리가 되는 이야기, 바로 지난해 5월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된 '체인지(chang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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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빠글 파마 머리로 초등학생들과 씨름하고 있던 아사쿠라 게이타(기무라 다쿠야)는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출마하라는 강력한 권유(?)를 받습니다. 망설이던 아사쿠라는 출마하자마자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에 꽤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 일본 정치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천재 선거 전문가 니라사와(아베 히로시)의 도움으로 당선됩니다.

아사쿠라의 상품성을 알아본 일본 여당의 실력자 간바야시(데라오 아키라)는 아사쿠라를 일본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깜짝 총리로 만들었다가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간바야시의 힘으로 하루아침에 총리가 되어 버린 아사쿠라. 하지만 일단 하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의 아사쿠라는 간바야시의 생각대로 허수아비가 되려 하지 않고, 스스로 일본을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죠. 여기서부터 아사쿠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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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드라마 사이의 공통점은 '정치라곤 아무 것도 모르던 평범한 사람이 어느날 권력을 쥐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 정도입니다. 이런 설정을 가져오면 당연히 '부패한 기존 권력의 거두' 캐릭터가 나오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지만 그리 타락하지는 않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건 1+1=2가 될 것처럼 당연한 일이죠. 드라마 '체인지'에서 조력자라면 니라사와 역의 아베 히로시, 권력자라면 간바야시 역의 데라오 아키라가 대표적입니다.

전혀 다른 얘기긴 하지만 '시티홀'의 구상에 '체인지'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시티홀'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 것은 '체인지'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체인지'는 아사쿠라라는 인물의 수직상승폭이 너무 크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단조로우면서도 황당무계해지는 약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시티홀' 팀은 김선아를 대통령을 만드는 대신 시장 정도로 조정한 듯도 합니다.

부언하자면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사쿠라가 얻은 지혜가 나라를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건 좀 너무 비약이 심해서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김선아가 10급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얻은 지혜는 충분히 인주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이용될 수 있겠다는 것이 시청자에게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죠. (물론 시장은 아무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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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봐 거듭 강조하지만, 발상 자체는 그리 중요한게 아닙니다. '시티홀'이 성공적인 드라마인 것은 발상 때문이 아니라, 디테일과 전개, 그리고 화려한 대사와 두 주인공의 매력 넘치는 연기 덕분입니다. 차승원과 김선아가 1:1로 연기 배틀을 벌이는 장면들은 그냥 한번 보고 지나치기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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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아베 히로시와 차승원의 비교입니다. 두 배우 모두 훤칠한 키의 미남형 배우이면서도, 스스로 웃지 않고 남을 웃기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외모...도 비슷하다면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까칠한 수염이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죠. 저는 사실 '트릭' 시리즈나 '드래곤 사쿠라'보다 'Hero'를 먼저 본 탓에 처음에는 아베 히로시가 그렇게 웃기는 배우인 줄 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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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가 간바야시 의원 역의 데라오 아키라>

당초 '시티 홀'팀의 구상을 보면 차승원이 연기하는 조국은 '체인지'의 간바야시를 빼닮은 악역이 될 것처럼 보입니다. 철저한 야심 덩어리인 조국이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신미래를 시장의 자리까지 끌어올리지만 신미래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악당을 만들기 싫어하는 한국 드라마의 특성상 절대 이렇게 끝나지는 않겠죠. 어느새 신미래의 열정과 헌신이 조국을 개과천선시켜서 이름 그대로 조국을 위한 큰 인재가 되게 하는 식의 진행이 예상됩니다. 그러다 보면 차승원은 절로 아베 히로시와 이미지가 다시 겹쳐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시티홀', 경쟁작들을 잘못 만나는 바람에 15%대의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시청률로 1위를 달리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머잖아 제대로 바람을 타면 올 상반기 드라마들 중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드라마로 꼽힐 만 합니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은 김선아가 모처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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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대회 개최면 개최, 도배면 도배, 연설이면 연설, 뭐 하나 못하는게 없는 슈퍼 10급 공무원 김선아의 캐릭터를 보고 있자니 절로 이 캐릭터가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혹시 이 드라마의 김선아를 보다가 '홍반장'의 김주혁을 떠올리신 분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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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 등 F4와 구혜선의 일본 방문이 화제입니다. 16일 공식 팬미팅에는 2회에 4000명의 팬들이 몰렸다고 하는군요. 이 4000명이 모두 국내에서 따라간 팬들은 아니겠죠.^

이민호와 김현중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방송되는 동안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시점에서 볼 때, 아무래도 이 대결에선 이민호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한류 시장을 놓고 벌이는 F4 2라운드, 일단 김현중이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오는 여름방학에나 일본에서 방송될 예정이지만, 15일 당일의 TV 출연과 약식 팬미팅에 운집했던 김현중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놀라움을 던졌습니다. 또 김현중은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일본에서 F4의 대표 및 대변인 자리를 굳히는 듯한 느낌을 던졌습니다. 누가 MC라도 일본어로 즉답이 가능한 김현중에게 질문을 집중할 수밖에 없겠죠.

사실 관계자들에게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4월15일 방일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그동안 김현중과 SS501이 미래를 내다 보고 했던 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 거였으니까요. SS501이 일본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7년 3월. 벌써 만 2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을 거둘 시점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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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SS501의 일본 활동이 시작된 것은 2006년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이때는 단발성 활동이었고, 일본은 커녕 국내에서도 SS501의 팬덤은 그리 탄탄하지 않았던 시점입니다.

하지만 SS501의 소속사 DSP는 2006년 연말 일본 홈페이지를 오픈하면서 열도 공략 계획을 본격화합니다. 그리고 2007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가량을 일본에서 머물며 활동을 한다는 과감한 작전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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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501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5년이니 데뷔 만 2년을 맞아 일본행을 하는 셈이었죠. 솔직히 말해 가요계에서도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엔 '국내에서 잘 안 풀리니까 일본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또 보아나 윤하 등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한류 가수들은 한국에서의 인기를 배경으로 하고 일본에 진출하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할 때 과연 당시의 SS501이 갖고 있던 지명도가 '한국만으로는 좁아서 일본으로 넘쳐 가는' 상황이었느냐 하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던 겁니다. 2007년 첫 싱글 '코코로'가 오리콘 데일리 차트 5위에 올랐고, 지난해 3월에는 일본 골드디스트 대상에서 뉴 아티스트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신인 10팀 중 하나로 꼽힌 거죠. 도일 1년만의 성과로는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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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큰 자산은 다양한 일본 내 활동을 통해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과 일본 내 지명도를 높였다는 것입니다. 또 SS501의 외모와 퍼포먼스가 일본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죠.

여기가 끝은 아닙니다. 사실 이 정도로 만족하려고 그렇게 객지에서 멤버들이 고생했을 리는 없죠. 여기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스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뭔가 극적인 이벤트가 필요했고 마침내 그게 2009년 터졌습니다. 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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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꽃보다 남자'가 일본에서 큰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방송된다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던 SS501, 그리고 김현중의 팬덤을 확대시키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면 김현중의 외모가 누군가와 꽤 닮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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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김현중을 몰랐던 사람들(SS501의 일본 내 팬덤은 기존 한류 팬들인 중년 이상층과는 좀 맞지 않았죠)에게 이런 외모가 주는 효과는 꽤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김현중과 SS501에게 일본 시장은 잘 차려놓은 밥상처럼 보이는 시점입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겠죠. 이를테면 일본 팬들에게 있어 김현중과 김형준의 이름 구분은 설탕 알갱이를 젓가락으로 집어먹으라는 수준의 난제일 겁니다. (대부분의 일본 팬들은 그래서 김현중을 그냥 '리다(leader)'라고 부른다는군요. 그래서 일본에서 그냥 김횬쥰이라고 하면 그냥 김형준이라네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수는 노래가 좋아야 히트한다는 만고의 진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 '캡틴'은 뭔가 전달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듯 합니다. 다시 확인해 보니 '리다'가 맞군요. 그리고 팬들의 지적에 따르면 김형준군은 '막내'나 '스에꼬'라고 불린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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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김현중이 다른 멤버들보다 한발 앞서 가지만 F4의 나머지 멤버들의 폭발력은 드라마 방송 이후인 오는 7월에나 확인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똑같은 듯 하면서도 미묘한 취향의 차이가 있어서 정말 한국에서와 같은 붐이 일어날지는 그때를 지켜 봐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한국에서의 1라운드 때에도 드라마 방송 전까지는 김현중의 인기가 단연 이민호나 다른 멤버들보다 앞서 있었다는 점 또한 잊어선 안되겠죠. 진짜 승부는 7월 이후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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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 이민호가 태국에 가 있다는 건 팬들이면 다 아실만한 얘기죠. 시위 때문에 걱정하신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현지에서 보내온 소식 중에 '송크란(Songkran) 기간인데도 정말 많은 취재진과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태국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죠. 송크란 때 사람들이 이런 일에 신경을 쓴다는 건 좀 이례적인 일입니다.

송크란이란 굳이 말하자면 태국의 설날에 해당합니다. 저도 태국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여러 해 전 마침 송크란 기간에 태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그때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태국에는 설날이 셋 있죠. 양력설, 음력설, 그리고 송크란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신나는 설날은 바로 송크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마도 태국 기자들은 이민호의 갑작스런 방문 앞에서 "왜 하필 송크란때 오고 난리야"라고 중얼거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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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민호 관련 이야기. 방콕에서 한류 행사를 주로 맡아 하시는 분 가운데 KTCC의 이유현 사장님이 계십니다. 한때는 현장을 누비는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 기자였고, 그 뒤로는 연예 기자로 변신해서 역시 업계의 최고로 인정받았던 분인데 이제는 한류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우연히 다른 일로 통화하다가 이민호의 태국 입국 일정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딱 송크란 기간이더군요. 이사장님도 "송크란 기간 중에는 대개 무슨 행사가 열리건 사람들이 무관심하기 마련인데, 이민호의 영향력이 대단하더라. 아직 태국에서는 '꽃보다 남자' 방송 얘기도 없는데 다들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봤는지, 이민호에 대한 성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태국의 시위 때문에 걱정했는데 시위대는 마주치지도 않았다는군요. 태국도 사람들이 워낙 시위에 둔감해져서 한쪽에선 시위를 해도 관광이나 일상생활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유현 사장님은 "시위 때문에 집회 금지령이 내려졌는데도, 그리고 무엇보다 송크란 기간인데도 이만한 취재진이 모인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더군요.

사실 이민호는 기자회견 하러 간 게 아니라 바빠서 못 찍은 화장품 CF를 찍으러 간 거였는데, 현장에서 겸사겸사 행사를 갖게 된 거였습니다. 이민호로서는 뜻깊은 생애 첫 해외 기자회견인데 다행히 성황을 이뤘다는군요. 최근 파타야에 소녀시대와 샤이니가 다녀가는 등 요즘 태국의 한류 붐이 한껏 물이 올랐다는데 이민호가 그 뒤를 곧 이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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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뿐만 아니라 구경 온 팬들도 만만찮습니다. 아직 드라마는 방송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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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크란은 매년 4월 13일에서 15일까지 열리는 축전인데 주말과 겹치면 자동 연장됩니다. 기후를 따지자면, 태국에는 건기와 우기, 그리고 그 중간의 봄철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늦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양력 3월까지는 건기입니다. 태국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씨죠. 파란 하늘과 무덥지 않은 날씨가 그만입니다. 그리고 송크란은 건기의 끝, 그러니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전입니다. 이때부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하고, 한국의 여름철이 되면 본격적인 우기를 맞아 매일같이 비가 내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송크란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고, 생명의 근원인 물을 기념하는 축제가 곳곳에서 열립니다. 뭐 굳이 축제랄 것도 없더군요. 거리를 달리는 차들(픽업 트럭이 유난히 많습니다)에는 물을 가득 담은 드럼통과 물총을 든 사람들이 빼곡 타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물총을 이용한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좀 심하게 노는 사람들은 밀가루나 색소를 뿌리며 물총을 쏘아대기도 합니다.

문득 한 9년 전에 송크란을 구경하고 돌아온 감상을 쓴 글이 생각나서 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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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크란: 1년에 계절이 3개인 태국에서 건기(dry season)가 지나고 여름(hot season)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명절. 과거 태국의 설날. 4월 13~15일 정도를 가리키며 이 기간중에 비가 와야 풍년이 든다는 뜻에서, 길거리에서 마구 서로 물을 쳐 뿌리는 축제 기간이기도 하다...

  라고 여행안내서에는 써 있었다. 사실 무슨 아침 여성프로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세상에 길 다니는 사람에게 마구 물을 뿌리다니, 뭐 저런 무식스런 놈들이 다 있어. 거기다 그 물에서 냄새가 얼마나 나겠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어떤 후배 한 놈(노는데 환장해서 미친듯이 놀면서도 여자들도 수십명 거느리고, 이번엔 박사학위를 한꺼번에 3개를 따는 아주 요상한 놈이다)이 "형, 금요일 출발로 대한항공타고 방콕 파타야 3박5일가는 34만원짜리 투어가 나왔는데 갑시다. 마침 송크란이야. 송크란"하고 나섰다. 그 바람에 송크란이 뭔지 확실히 알게 됐다.

  으윽.. 금요일 가는걸 월요일에... 라고 잠시 고민했지만 어느새 "마일리지는 얼마나 쳐 준대냐?"를 물어보고 있었다. 아. 이 충동구매 인생.

  그러던 수요일, 나보다 한술 더 뜨는 충동구매 황제 한놈까지 자기도 가겠다고 나서 결국 남자 셋이 여행을 떠났다. 가보니 투어 전체 인원이 남자 셋. 분위기 싸아 했을건 다들 보이지? 이 정도 인원이면 원래 투어 취소했어야 정상이지만 남자 셋이니 어디 음흉한데 가서 부수입이라도 짭짤할줄 알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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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크란, 가보니 장난 아니었다. 태국은 세계에서 픽업트럭이 두번째로 많은 나라다. 방콕에서 파타야로 가는 도로 위에 가득 찬 그 많은 픽업 트럭 뒤에 애들이 빼꼭 타고, 가운데 커다란 드럼통 하나 가득 물이 실려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애녀석들이 전부 손에 손에 물총을 들고 있는 거다. 달리는 차에서 서로 물총을 쏴 대느라 정신이 없다. 개중에는 밀가루 탄 물도 있어서 잘못하면 바로 문둥이 꼴이 된다. 우리는 그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철없는 가이드는 판촉에 헛고생만 한다.

가이드: 씨푸드(가이드 가격 40불, 실제 가격 15~20불)라도 드시죠?
우리: (멀뚱멀뚱 창밖만 본다)
가이드: 알카자쇼(게이쇼. 가이드 가격 30불, 실제가격 10불) 아세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한밤 시내 투어 어떠세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악어농장이라도 함 가실래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마사지(가이드 가격 20불, 실제 가격 5불), 이거 꼭 하셔야 합니다.
우리:(멀뚱멀뚱. 한놈이 창문을 열고 애들한테 소리지르는 걸 말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가이드: (포기한듯) 개인적으로 시내 가시게요?
우리: (헤벌레)
가이드: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기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나리에요. 뭐 불교국가라지만 범죄율, 만만치 않습니다. 또 송크란 축제 기간이라 교통 엄청 막혀요. 시내까지 한 40분 걸릴겁니다. 택시비도 한 400바트(10불) 나올거구요. 영어 쓰는 사람 한명도 없습니다. 무슨 일 생기시면 전 절대 책임 못 집니다.
우리: (멀뚱멀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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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까지 150바트에 딱 10분 걸렸다. 시내 나가자 마자 숙원사업인 50바트짜리 물총(거대한 주사기에서 바늘을 뺐다고 생각하면 된다)을 샀다. 잠시 후, 이 '물총을 들고 있는 행위'가 바로 '제발 날 좀 물총으로 쏴 주세요'라는 뜻임을 알게 됐다. 다행인 것은, 이 사람들이 반드시 깨끗한 물로 물총을 쏜다는 에티켓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다(밤에만 그런 모양이다). 양놈 일본놈 조선놈 태국놈 할것 없이 죄 물총들고 시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야아. ... 다 젖었다.

  외국 나가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도 별로 없었다.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은 내년 송크란때 태국에나 가 보길. 편하게 입고 한번 뛰어 보라니까. 애 있는 사람들은 애들 물총 하나씩 사서 들려 주고 말이야.

  암튼 가이드를 울리면 여행이 즐겁다. "제발 여러분같은 분들은 웬만하면 패키지 여행 하지 마세요"라던 가이드의 마지막 절규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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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예전의 송크란은 여행 성수기가 아니라서 요금도 싸고, 덤핑 패키지도 많이 나올 때였습니다. 지금도 사방에서 물총 쏴 대던 어린이들, 어른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올해는 벌써 지나갔지만 내년쯤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물총 하나씩 들고 태국으로 가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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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미워도 다시한번'이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결국은 근친상간 테마의 드라마였던 거죠. 박상원-최명길 부부의 아들 정겨운으로부터 청혼을 받은 박예진이 사실은 자신이 박상원-전인화 사이의 불륜에서 태어난 딸이란 걸 알게 된 거죠. 죽은 걸로 알려져 있던 이들 커플 사이의 첫 딸이 살아서 자라난 거였습니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공포영화 수준으로 죽었던 사람이 반드시 되살아나는 막장 드라마의 무서움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렇다고 정겨운-박예진이 모두 박상원을 아버지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드라마가 아예 여기서 끝나 버려야겠죠. 다행히도(?) 정겨운은 최명길이 박상원과 결혼하기 전, 옛 애인인 화가 선우재덕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기 때문에 정겨운과 박예진 사이의 혈연은 아슬아슬하게 꼬이지 않고 비껴 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게 아니겠지만, 이런 진행 왠지 너무 낯익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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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안방극장을 흥분시켰던 '하늘이시여'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남자주인공 이태곤은 여주인공 윤정희와 갖은 고난을 극복하고 결혼을 하죠. 그런데 자신의 어머니 한혜숙이 사실은 윤정희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물론 한혜숙은 이태곤이 태어난 다음 그의 아버지와 재혼한 계모이기 때문에 자신과는 혈연이 닿지 않지만, 윤정희의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한 순간에 친어머니로 둔갑하는 순간입니다.

윤정희의 아이를 두고 이태곤의 여동생인 이수경이 하던 대사가 걸작입니다. "그럼 얘는 내 친조카야, 외조카야?" 이 사실을 윤정희에게 알린 못된 계모 박해미에게 분노를 폭발시키던 이태곤이 화장대 거울을 깨던 소란스러운 장면만 기억에 남지만, 아무튼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틀어 놓으면 또 보게 되는 중독성 강한 막장 드라마였죠.

시아버지가 친아버지가 된 박예진, 시어머니가 친어머니가 된 2005년의 윤정희. 그대로 베꼈다는 평을 피하기 위해 살짝 성별을 바꿔 가는 패턴도 고전적인 스타일을 따랐습니다. 정말 '미워도 하늘이시여 다시한번' 혹은 '하늘이시여, 미워도 다시한번' 이라는 제목을 붙여야 딱 어울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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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전개는 새롭거나 특이한 건 아닙니다. 문득 오래 된 서양 농담이 생각납니다. 한 청년이 사귀던 아가씨를 데려가 아버지에게 결혼 승락을 받으려 합니다.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흡족한 표정을 짓던 아버지는 아가씨의 출신 내력과 부모 이름을 듣더니 갑자기 얼굴이 흐려졌습니다. 서둘러 아가씨를 돌려보낸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미안하다. 아들아. 그 아가씨의 어머니는 예전에 나와 사귀던 사람이란다. 우리가 불륜의 만남을 갖던 시기에 저 아가씨의 아버지는 해외 체류중이었지. 태어난 달을 보니 저 아가씨는 분명 내 딸이다. 너희는 남매가 되는구나. 이뤄질 수 없는 사이니 어서 잊도록 해라."

비감한 마음을 견딜 수 없던 아들은 그날로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 누웠습니다. 병이 깊어져 사경을 헤메던 아들에게 병상을 지키던 어머니는 고민이 있어 보이는 아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몸을 해치느냐고 묻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찌르던 아들은 결국 어머니에게 모든 비밀을 털어놔 버리죠. 하지만 어머니는 얘기를 다 듣고도 냉소를 지을 뿐입니다.

"걱정마라, 아들아. 너도 네 아버지 아들이 아니야. 너희는 결혼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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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이야기를 자기 작품으로 가장 먼저 승화시킨 사람은 무협의 거장 김용 선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의 작품 '천룡팔부'를 보신 분이라면 무슨 뜻인지 금세 이해하실 걸로 믿습니다.

'천룡팔부'는 한 세대를 풍미한 무협지의 주인공이 가장이 되어 아들을 낳은 다음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무협지의 장르 파괴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초반의 '미워도 다시한번'을 보고 중년 스타들의 연기력에 혹해 '명품 드라마' 운운 하셨던 분들이 이제 이 드라마의 본질을 보시고 충격을 받지나 않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정겨운이라는 새로운 연기파 배우의 등장을 알리는 작품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그 외의 부분들은 김종창이라는 명 연출가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이야.. 그 분들이 연기 잘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대한민국에 있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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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누구나 조금씩 했을 겁니다. 이민호는 KBS 2TV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라는 캐릭터를 만나 일생 일대의 기회를 잡았고, 대변신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캐릭터라도 같은 캐릭터를 또 맡을 수는 없는 일이죠. 팬들이야 1년 뒤든 2년 뒤든 구준표와 금잔디의 결혼을 그리는 속편이 나오길 바랄 수도 있고, 주구장창 두 사람의 부부생활을 그린 100부작 일일드라마가 나와도 좋아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민호나 소속사가 제정신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사진을 보니 이미 이민호는 '탈출 구준표'를 시작했더군요. 물론 이번 달과 5-6월까지는 '꽃보다 남자'의 일본 프로모션이 잡혀 있으니 다시 구준표 이미지로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다른 모습의 이민호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이 순서입니다. 사진은 카스 모델로 나서 제시카 고메스와 포즈를 취한 이민호입니다. (나머지 사진들은 글 맨 아래 첨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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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의 카스 뮤직비디오 프로모션입니다. 2x송이라는 노래를 이민호가 직접 불렀다는군요. 가창력은 일반으로선 훌륭하지만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팬들의 귀에는 천상의 소리로 들리겠죠.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궁금증은 이런 겁니다. 과연 짧게는 2-3년, 길게는 5-10년이 지난 뒤에 살아 남을 것은 이민호일까요, 구준표일까요. 어느 쪽이 과연 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을까요.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이민호는 구준표라는 강력한 캐릭터를 벗어나서도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할까요? 

여기에 답을 하기 위해선 우선 역사의 교훈을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왕년의 선배 구준표들은 과연 어떻게 한방에 벼락같은 인기를 얻었고, 어떻게 그걸 유지했을까요. 과거를 돌이켜 보면 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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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호(차인표)

1m80에 탄탄한 근육질의 체구. '기름바른 머리'가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선진국형 용모. 빼어난 영어 실력. 다소 어색한 듯 하지만 과묵함으로 커버한 연기력. 이상이 신인 차인표의 스펙이었다면 강풍호는 재벌 2세, 느끼함과 귀여움의 겸비, 뛰어난 두뇌, 손가락 액션과 색소폰 연주에 이르는 다양한 개인기를 갖춘 캐릭터였습니다. 둘이 만나자 저절로 시너지가 폭발했고,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결혼에 이르며 전설이 완성됐습니다.

이후 차인표의 행보는 '단색 귀공자 연기에 머물지 않겠다'는 몸부림의 연속이었죠. '허리케인 블루'가 가장 대표적인 행보였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심하게 망가진 연기 한 번'+'귀공자 연기 한 번'의 패턴을 계속했지만 사실 '망가진 연기' 쪽에서의 히트작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대한민국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라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투철한 신념과 실천으로 장동건과 문근영을 제치고 '안티 제로'라는 신기원에서 독주하고 있는 거죠. 냉정하게 말해 연기력 면에서는 그보다 앞선 사람이 널려 있지만 '강풍호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멀리 날아오른 걸 따지자면 대단히 성공한 인물입니다.

이민호를 위한 교훈: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인격의 성숙은 연기력과 외모를 뛰어 넘어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 된다. 오만과 방종, 나태로 인해 스스로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스타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리고 연예인과의 사귐은 결코 나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여자 연예인'과 만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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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이정재)

"감독님, 정말 잘생기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간지가 납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연기력이 아직 좀..." "그래? 그럼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되겠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전설 속 '침묵의 보디가드'. 그 뒤로 수많은 연출자들이 잘생긴 신인을 섭외할 때마다 "야, 너 이거만 하면 불같이 뜬다. 어떤 역이냐고? 왜 있잖아. '모래시계 이정재' 역할. 니가 아직 연기가 안 돼도 이건 할 수 있어." 물론 그 수많은 이정재의 복사본들이 다 떴다면 지금껏 '모래시계 이정재'가 전설로 남아 있을 리가 없죠. 대사 없이 가만히 서 있어도 멋있어지는 건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 약 10년 간, 이정재는 '모래시계 이정재'를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물론 연기력 면에서는 괄목상대의 변화를 겪었죠. '태양은 없다'에서의 능글맞은 매니저 연기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까지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무시할 수 없는 배우가 된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흥행 운이라는 건 영 따라 주질 않았습니다. 일단 본인이 작품 수를 매우 제한하는 정책을 취했는데, 이 경우 한번 떴을 때 오래 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번 실패하면 후유증도 오래 간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민호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작품 수를 너무 제한하는 것도 곤란하다. 지나치게 작품성 위주로 출연작을 선택하는 것도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항상 대중과의 호흡을 의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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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윤(이서진)

이서진은 이때까지 절대 무명이 아니었습니다. 나름 주연급 배우로 평가도 받았습니다. 히트작이 없었을 뿐이었죠. 그런데 분명 똑같은 이서진이었는데도 수염을 붙이고 상투를 틀자 갑자기 여자들이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투박하게 생겼다'는 평을 듣던 광대뼈가 갑자기 귀골의 상징으로 탈바꿈한 거죠.

그리고 나서의 이서진은 최고의 섹시 스타로 대접받게 됐습니다. 다만 '다모'의 성공이 다시 이어지지 않은 것 뿐이었죠. '불새'가 히트했지만 황보 종사관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은 한풀 꺾인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인기는 상투를 틀자 마자 다시 살아났습니다. 바로 '이산'이죠. 이산가족이 됐던 이서진의 팬들은 어느새 다시 뭉쳤습니다. '그때 그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거죠. 아무튼 두 편의 작품을 통해 이서진이 확인한 것은 시대극에서의 폭발력이 훨씬 앞선다는 거였습니다.

이민호를 위한 교훈: 왠지 일이 잘 안 풀린다는 생각이 들 때는, 가장 잘 나갔을 때의 모습으로 잠시 돌아오는 것도 괜찮다. 야구선수들도 슬럼프 때는 '제일 잘 맞을 때의 폼'을 확인하기 위해 옛날 비디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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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안재욱)

돌이켜 생각해보면 안재욱 역시 '별은 내 가슴에' 이전에도 꽤 촉망받는 배우였습니다. '눈먼 새의 노래' 이후 '연기력은 동년배 중 최고'라는 평가를 얻고 있었죠. 다만 '외모가 주는 임팩트가 약해 원톱 주인공은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을 뿐입니다.

'별은...'에 캐스팅될때만 해도 이 드라마의 최초 구상은 차인표-최진실 커플을 축으로 한 것이었죠. 하지만 앞머리를 기른 가수 강민역의 안재욱이 보여준 폭발력은 드라마의 결말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여느 배우들을 뛰어넘는 가창력은 '가수 겸엄 안재욱'의 시대를 열었죠.

그 뒤로도 안재욱은 4-5년간 절정의 인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약간 소강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일이지만 지나간 나날을 해석해 보자면 당시의 틴 아이들 이미지가 신인 시절의 안재욱이 추구하던 연기파 배우로서의 꾸준한 성장을 잠시 가로막은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게 안재욱의 경력에 쉼표나 마침표를 찍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지금도 비슷한 또래에서 안재욱을 뛰어넘을 진지한 연기파 배우는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나이와 함께 오히려 그동안 '강민 이미지'에 묻혀 있던 안재욱의 진짜 강점이 드러날 시기가 온 것 뿐이죠.

이민호를 위한 교훈: 한때 주춤할 지는 몰라도 연기력에는 슬럼프가 없다. 용모는 언젠가 쇠퇴할 수 있어도, 연기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짝 아이들 이미지에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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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이민호는 그 나이 때의 차인표나 이정재보다 훨씬 뛰어난 연기력, 이서진이나 안재욱보다 훨씬 뛰어난 신장과 외모라는 좋은 조건을 갖췄습니다. 현재로서는 성장을 가로막을 장애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험요소는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일단 위에 나오는 선배들은 반짝 스타로 끝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왜 성공했나, 혹은 왜 한때 주춤했나를 알아 두는 것이 본인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본인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말입니다. 위에서는 기술하지 않았지만 이준기가 '개념준기'로 큰 가닥을 잡은 데에는 '스타는 개념이 있어야 한다'고 계속 채찍질한 팬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민호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팬들은 또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자못 기대가 큽니다. 본인은 올해 학교에도 좀 다니고 싶다고 했다는데...^^

보너스컷을 몇장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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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진은 다니엘 헤니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마지막 컷은 카스 광고와는 무관하지만 남성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너무 한국에서 활동이 많다보니 이제 고메스는 한국 연예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고 보면 꽃남에 대한 글을 꽤 썼지 말입니다.

이건 꽃남 출연자들에 대한 얘기,
 

그리고 이건 PPL에 대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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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꽃보다 남자'의 후속으로 박용하 박시연 주연의 '남자 이야기'가 6일 처음으로 방송됐습니다. 첫회에는 사회적 이슈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는 듯한 시도가 엿보이더군요. 박용하가 석궁을 들고 방송사 생방송 스튜디오로 난입하는 장면이나, 박용하의 형이 경영하는 만두 공장이 쓰레기 만두 파동에 휘말리는 장면 등이 그랬습니다.

그런데 좀 어처구니없는 것은 아직도 그 시절의 '만두 파동'에 대해 엉뚱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쓰레기 만두'라는 말을 유행시킨 당시의 만두 파동은 한국 언론의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만한 사건인데, 아직도 그 실수를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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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박용하의 형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만두가게를 만두공장으로 끌어올린 성공적인 기업인입니다. 하지만 회사로 찾아온 방송사 기자가 만두의 제조 공정을 오도할만한 화면을 촬영해 방송하면서 '비위생적인 만두가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를 터뜨립니다.

이어 각종 언론사가 이를 이어받아 보도하고, 네티즌들은 '먹을 것 갖고 장난치는 놈들은 사형대로 보내라'며 들끓어 오릅니다. 사태가 커지자 식약청은 제대로 조사도 해 보지 않고 일단 여러 개 업체의 만두를 불량식품으로 낙인찍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조사결과가 밝혀졌을 때, 각종 매체에 보도가 나가지만 이미 그때는 1단짜리 기사만 나갈 뿐입니다. 이미 공장은 망해 있고, 명예는 회복되지 않은 채 박용하의 형은 자살에 가까운 죽음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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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은 지난 2004년 한국을 뒤흔들었던 소위 '쓰레기 만두 파동'을 대략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의 파동은 방송사 기자가 독자적으로 엉터리 취재를 한 것이 아니라, 각 방송사가 경찰이 촬영한 자료 화면을 그대로 쓰면서 경찰의 초기 수사 결과를 아무 검증 없이 방송하면서 이뤄진 것입니다. 문제의 보도는 '만두 소를 공급하는 소형 식품사들이 단무지 공장에서 버리는 쓰레기 단무지로 만두 소 원료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죠. 이 보도는 대기업 식품사들도 이 소형 식품사들이 공급하는 만두 소로 만두를 만든다는 사실로 이어지며 대대적인 폭풍을 일으켰습니다.

폭등한 여론은 "즉시 '쓰레기 만두'를 만드는 회사의 이름을 공개하라며 관계 당국을 압박했고, 식약청은 여론에 밀려 제대로 조사도 해 보지 않고 25개 업체를 공개합니다. 결국 이 리스트에 오른 만두 회사들은 거의 폐업 위기에 몰리고, 그중 한 회사의 대표는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자살을 감행합니다.

조사 결과는 씁쓸했습니다. 문제의 '쓰레기 단무지'라는 것의 정체가 밝혀진 것이죠. 단무지 회사들은 단무지를 담근 다음 상품으로 포장할 때 둥글게 쓸 수 없는 무우의 양쪽 끝 부분은 '버립니다'. 이 '버리는 부분'이 만두 원료로 만두 소 회사에 팔려갔다는 것이죠. 즉 '모양 때문에 상품화할 수는 없지만 먹는 데에는 지장 없는 부분'을 판 겁니다. 문제될 게 없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어 다르고 아 다른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건 말하자면 김밥을 예쁘게 썰어 도시락에 담기 위해 각 줄에서 양쪽 끝 부분은 '버린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즉 예쁘지 않기 때문에 '버리는' 것이지, 그걸 '쓰레기'라고 불러서는 안 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한탕'을 위해 이를 '쓰레기 단무지' 혹은 '단무지 공장의 폐기물'이라고 불렀고, 이런 선정적인 표현이 언론을 통해 증폭되면서 사람들의 감정을 끓어오르게 한 것입니다.

뒤늦게 식약청 조사 결과 많은 업체가 누명을 벗게 되지만 이미 이때는 사람들의 마음이 돌아서 있었던 터라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불신을 표명합니다. 또 언론의 본질상 '터뜨릴 때는 크게, 해명은 조용하게'가 여기서도 적용됩니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를 '반성'하는 두 개의 기사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4&oid=036&aid=0000005505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0&aid=0000276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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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번 머리에 박힌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입니다. 최근들어 '남자 이야기' 방송을 앞두고, 1회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는 여러 인터넷 매체의 기사들입니다. 한번 보시죠.

'남자이야기'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극중 ‘김신’(박용하 분)의 형 ‘김욱’(안내상 분)이 운영하는 만두공장이 ‘쓰레기만두’라는 오명을 쓰게 되는 사건이다. ‘쓰레기만두’ 파동은 지난 2003년 거대 만두제조업체들에서 단무지 공장에서 버려진 쓰레기 단무지를 만두속 재료로 사용해 사회적으로 큰 파동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실제로 쓰레기 만두 파동은 2003년 거대 만두제조업체들에서
단무지 공장에서 버려진 쓰레기 단무지를 만두속 재료로 사용해 사회적으로 큰 파동을 일으켰던 사건. 우리 사회가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해 주었던 실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 같은 사건은 지난 2003년 거대 만두제조업체들에서 단무지 공장에서 버려진 쓰레기 단무지를 만두속 재료로 사용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아이템.


아주 사이 좋게 연도도 틀린데다(위에서도 말했듯 2004년 6월의 일입니다. 누가 하나 잘못 쓰면 끝없이 베껴 쓰는 인터넷 보도의 특징이 잘 살아 있습니다), 다시 한번 '쓰레기 만두'를 들고 나와 당시 처참한 피해를 입은 만두 회사 관계자들을 두번 죽이고 있습니다. 결국은 '사고는 크게 치고 해명은 작았던' 당시의 보도 행태가 이런 식으로 또 한번의 오류를 낳은 것이겠죠. 이 사건은 식품 위생에 대한 경각심도 경각심이지만 언론의 선정적 보도 행태에 경종을 울린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억되어야 하는데, 비록 인터넷 매체라지만 아직도 저런 보도가 나오고 있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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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이야기'가 또 하나 지적하고 있는 것은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흥분의 폐해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댓글 알바'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식품 회사의 M&A를 위해 만두 파동을 조작하고 크게 확대시키는 주범들이 알바들을 동원해 뉴스 댓글로 만두 사건을 확대시키는 장면이었죠.

알바 몇명으로 여론이 좌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정확한 정보 없는 속단이 대중들의 기호에 영합하는 경우, 그 폭발력은 지금까지 수없이 지켜본 바와 같습니다. 집단지성이라는 말도 있지만, 가끔은 과연 집단에 지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 드라마에 등장한 두번째 소재, '석궁 테러 사건'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법치 국가에서 피고인이 판사를 석궁 같은 흉기로 쏘아 부상시킨 것은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입니다. 한데 이런 사건을 놓고도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겠느냐'는 여론과 함께 사건 당사자를 로빈 훗이라도 되는 양 포장하는 여론이 일어난 것은 도저히 합리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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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식으로 꽤 생각할 여지가 있는 사건들을 드라마로 풀어내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자칫하면 사건의 의미를 엉뚱하게 오도하는 우스꽝스러운 드라마가 되는 일도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이야기' 첫회는 '역시 송지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드라마였습니다.

박용하와 박시연의 연기도 칭찬할만 했습니다. 박용하는 본래의 모습인 터프가이로 유감없는 매력을 발산했고, 박시연은 이제 연기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프트가 인프라를 따라가지 못한다(죄송합니다. 전문용어라서^)를 평가는 이제 접어도 좋을 듯 합니다.

전반적으로 괜찮았지만 '아빠와 크레파스' 신, 뱅 앤 올룹슨 오디오를 이용한 '고급 악당' 김강우의 연출 등은 좀 의욕 과다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첫회가 이 정도라면 꽤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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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 물론 성공한 드라마들은 다 겪는 일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악착같아지는 PPL의 러시가 시청자들에게는 상당히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작진의 변명은 '이렇게 해서라도 수지를 맞추지 않으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꽃보다 남자'가 생각보다 회당 제작비도 많이 들었더군요. 자세한 수지는 준비가 되면 나중에 다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회는 다들 보셨습니까? 25회는 그냥 '시리즈를 끝내기 위한 60분'에 충실한 의미였군요. 후반부(13회 이후) 들어 윤지후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던 구준표는 마지막회를 맞아 윤지후를 제치고 다시 주인공의 위용을 회복했습니다.

혹시 못보신 분들을 위해 살짝 결말 설명부터 잠시 하자면, 구준표는 금잔디의 졸업식날 미국으로 함께 유학가자고 청하지만 잔디는 한국에서 의대 입학을 위해 더 공부하겠다고 말합니다. 결국 4년 뒤, 준표는 의젓한 차세대 경영자가 되어 돌아오고, 3수끝에 의대에 들어간 잔디가 봉사활동을 간 지방으로 헬기를 타고 찾아갑니다. 스웨덴으로 유학갔던 소이정도 돌아오고, 윤지후는 의대 상급생으로 여전히 잔디 곁에 있습니다. 불쌍한 송우빈만 4년 뒤에도 뭘 하는지 전혀 설명이 나오질 않는군요. 아무튼 네 남자와 잔디가 해지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멋진 엔딩 장면을 연출합니다.

다른 결말을 기대한 분들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제목이 '꽃보다 남자'인 이상 츠쿠시는 츠카사와 맺어지는게 순리죠. 변화를 준답시고 결말을 바꿨다가는 열혈 시청자 몇명쯤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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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드라마의 성격에 맞는 결산을 뭘로 할까 생각하다가, 혜택받은 연기자들을 지난번에 했으니 이번엔 혜택받은 사물 위주로 정리를 해 볼까 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이 드라마의 꽃은 찬란한 PPL이었죠.

물론 이 순위는 전적으로 제가 개인적인 편견으로 추린 겁니다. 다른 분들은 각자 자기 생각으로 순위를 매겨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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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는 뭐니뭐니해도 애니콜 햅틱팝입니다. 극중에서 '구준표가 쓰는 전화기'로 소문났지만 사실은 F4 모두가 쓰는 전화기였죠. 특히 구준표가 사용하던 일명 추파춥스폰, 즉 색동무늬 커버 버전이 대단한 인기를 모았습니다.

사실 이 전화기는 이민호에겐 영욕이 함께 어린 상징입니다. 시청자들로부터 일찌감치 '구준표폰'이라는 영예의 명칭을 얻었지만 정작 이 전화기 CF의 메인 모델은 김현중에게 양보하게 됐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LG텔레콤과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은 당사자들에게도 '광고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롭게 느끼게 해 주는 계기가 됐을 듯 합니다.

그나자나 이 전화기 사 달라는 자녀들 때문에 고민하시는 부모님들이 꽤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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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는 배스킨 라빈스와 본죽의 공동 수상으로 하겠습니다. 잔디와 가을의 아르바이트 장소로 늘 등장하던 '봄죽'이 노출로는 단연 앞섰다고 볼 수 있겠지만, 수시로 등장해 신제품 아이스크림을 먹는 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 배스킨 라빈스의 수혜도 만만찮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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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부터는 배경이 된 장소들이 대거 등장할텐데, 아무래도 장소라면 남산 N타워만큼 혜택을 본 곳도 없을 듯 합니다. 일단 서울 시내에 있는데다 이 드라마를 통해 서울 최고의 데이트 장소로 강조됐으니 관광객 유치에도 꽤나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꽃보다 남자'가 한류 드라마로도 뜬다면 곧 남산 케이블카 정거장 앞에서 두 손을 꼭 모으고 줄서 있는 일본 아줌마들을 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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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는 하얏트 호텔입니다. 각종 객실과 볼룸이 수시로 등장했지만 아마도 서울 남산 하얏트에서 가장 멋진 장소로 꼽을 수 있는 수영장과 풀사이드가 집중적으로 노출된 점이 큰 소득이라 하겠습니다.

이 수영장은 겨울에는 스케이트 링크로 변신해 수많은 남녀들에게 역사가 이뤄지는 장소를 제공해왔습니다. 마지막회의 풀사이드 파티 신도 괜찮았지만 아마 내년 겨울이면 '그 스케이트 신을 찍은 곳'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제법 될 것 같습니다. 워낙 비싸서 만만치 않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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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는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사실 드라마 노출의 정도는 훨씬 심했지만 드라마를 광고 영상으로 삼았다는 반발이 드러나며 마케팅 효과가 오히려 감소한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경우라도 드라마라면 사람이 주인공이어야지, 건물이나 배경이 주인공이어서는 안 됩니다. 돈 들여 드라마에 협찬을 제공한 쪽에서는 가능한 한 자신들의 시설물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좋다고 하겠지만, 실제로는 적당한 선을 지키는게 훨씬 낫습니다. 공연히 반감을 불러 일으켜 봐야 득 될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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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가 말 많은 누벨 칼레도니아. 초기에 잔디가 준표에서 지후로 미끄러져가는 중요한 부분이 촬영된 곳인데 본 드라마의 촬영 이전이었으므로 배우들이 꽤나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아시다시피 누벨 칼레도니아는 신혼 여행 장소로 꽤나 뜨고 있는 장소입니다. 하트섬을 비롯해 이 섬의 풍불과 리조트 풍경이 자세히 소개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 역시 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살짝 눈썹을 찌푸리게 됩니다. 또 배우들 몇몇이 "보기보단 참 개발이 덜 됐더라"는 식으로 현지 촬영중의 고생담을 털어놔 한때 필화 사건으로 번질 뻔 한 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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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는 농심...을 꼽아야 할 듯 합니다. 유난히 라면을 좋아하는 준표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농심은 초기 스폰서가 아니었죠. 그래서 '스폰서 유치를 위한 의도적인 장면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는데 제작진의 해명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라는군요.

아무튼 라면 먹는 장면은 많이 봤건만 어느 라면인지를 구별해서 생각나지 않으니 라면 PPL은 그리 큰 성공이라고 보기는 힘들 듯 합니다. 그냥 김현중의 라면 CF를 더 자주 방송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게 나을 듯. (그런데 정작 '꽃보다 남자' 방송 때에는 이들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CF가 그리 많이 방송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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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는 로터스. 스포츠카의 명성이 국내에서까지 그리 높지 않던 로터스는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젊은이들의 드림카로 꼽힐만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구준표가 몰고 다니던 파란색 유로파 모델과 소이정이 타던 주황색 엑시지 모델이 강한 인상을 남겼죠. (여기서 또 불쌍하게도 송우빈의 차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윤지후가 타던 모터사이클은 엠비 아구스타라는 명품이라는데, 특이하게도 모델명이 F4라는군요. 잘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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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가 아쉬운 빈폴. 물론 초기에만 해도 프레피 룩이라는 이 드라마의 간판 스타일과 함께 대단한 호응을 얻은 듯 합니다만, 뒤로 갈수록 쏟아지는 명품 러시 속에서 좀 빛을 잃었다는 느낌입니다. 재벌가 자제들의 의상이라 워낙 화려했던 탓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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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 봤던 구준표의 이 트레이닝(추리닝이라고 해야 느낌이 나는데..) 복도 사실은 대단한 명품이라는군요. 프레드 페리라는 브랜드인데 국내에는 정식 수입도 되지 않은 브랜드랍니다.





정식 순위는 이 정도로 해 두고... 이밖에도 수많은 협찬사들이 있지만 다 기억이 나질 않아 여기서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아차상이라면 '부산오뎅연합회' 정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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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단일 브랜드였다면 대단한 성공을 누렸을텐데요. 아깝습니다. 날씨가 아직도 쌀쌀하던데, 혹시 여자친구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한번에 오뎅 20개씩 먹는 젊은이들 덕분에 포장마차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으로 '꽃남의 유산'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또 어떤 브랜드가 꽃남의 수혜자로 우뚝 설지 궁금합니다. 혹시 제가 기억 못한 브랜드가 있으면 추가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나자나 다음주 월,화요일부터 심각한 금단 증상에 시달릴 분들이 꽤 있겠군요. 뭐 떠나 보낼 건 떠나 보내야죠.






p.s. 물론 아무리 상품들이 크게 성공했다 해도 가장 성공한 건 이 드라마에 출연한 꽃미남 꽃미녀들이죠. 과연 누가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큰 성장을 이뤘을까요. 그건 지난번에 따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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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끝납니다. 막판에 영 힘이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래도 아쉬워하는 분들이 꽤 많은 듯 합니다.

쉬운 퀴즈를 하나 내자면: '꽃남' 출연자 중에서 가장 출연료가 비쌌던 배우는 누구일까요? 정답은 이혜영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의 출연료가 가장 비쌀 것'이라는 드라마의 기본 원칙과 동떨어진 답이긴 합니다. 그만치 이번 '꽃남'은 신인들로 채워져 투자 대비 압도적인 효율을 기록했습니다. 주인공 F4는 물론이고 그 주변의 수많은 출연진이 모두 '꽃남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럼 '꽃남' 출연을 통해 최고의 수혜를 누린 사람은 누구일까요. 물론 개인적인 편견을 기준으로 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순위를 매겨 보겠습니다. 불만 있는 분은 오늘이라도 블로그를 개설하시고 자신의 순위를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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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이민호

아마도 이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무슨 기준을 적용한다 해도 이민호 개인으로 보나, 드라마 제작진의 입장에서 보나 최고의 소득은 이민호의 발굴입니다.

외모에 대해서는 굳이 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은근히 연기력(특히 코믹 연기에 대한 감각)을 요하는 구준표 역할을 이렇게 잘 소화해냈다는 건 정말 기대 이상의 소득일 겁니다. 어찌 보면 '인재는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낭중지추의 법칙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요즘 케이블TV로 재방송되는 '달려라 고등어'를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이민호의 스타성에는 큰 차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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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김현중

사실 김현중이 1위라고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굳이 김현중이 2위인 것은 이 드라마 출연 직전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또 멀게는 SS501의 캡틴 역할을 통해 이미 만만찮은 스타덤이 형성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 이만치 성과를 거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평가를 해 줄 수 있습니다. 아직 연기가 부족하다는 점 역시 인정해야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5년, 6년씩 연기를 하고 있는 선배들 중에도 아직 용모에 연기력이 끌려다니는 사람들이 널려 있죠. 굳이 연기 첫 경험인 김현중에게만 냉랭하게 대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단지 용모와 재능만으로도 김현중은 윤지후를 충분히 빛냈고, 자신도 그 과실을 다 충분히 따 먹었습니다. SS501이 그로 인해 받은 후광까지 감안하면 '꽃남' 출연의 소득은 이민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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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이민정

일본 드라마를 참고한다면 이 역할은 전형적인 '치고 빠지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한국판 드라마에서는 4각 관계에 너무 깊이 빠져들다보니 이민정이 연기한 하재경의 비중이 너무 커졌습니다.

이민정이 거둔 최대의 성과라면 쉬크해 보이는 외모와는 정 반대로 엉뚱한 성격인 하재경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평가를 얻은 것이죠. 두번째로는 도회적인 미모와는 달리 '수더분하고 털털한' 이미지를 덤으로 얻은 것입니다.

물론 배우로 갈 길은 아직 꽤 멉니다. 특히 '앵앵거리는' 목소리는 다른 역할을 맡는 데 있어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보완된다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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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김소은

'천추태후'와 '꽃남'의 동시 출연이 훌륭한 시너지가 된 경우입니다. 물론 앞으로 한동안 단독으로 주연을 한다든가 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풋풋하고 상큼한 이미지는 '김소은'이라는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심는 데 큰 역할을 했죠.

김소은이 이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소이정-추가을 커플이 지금처럼 높은 지지를 얻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나이를 감안하면 아직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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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김준

F4의 나머지 두 멤버, 김준과 김범의 활약상을 비교하자면 당연히 김범의 극중 비중이 훨씬 앞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이익'을 따지자면 김준을 더 위로 놓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역시 이유는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드라마 출연 전까지 김준이 누군지, 티맥스가 누군지 알던 사람들은 대단히 한정되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위치를 보면 김준이 얻은 것이 훨씬 더 많다고 보게 됩니다.

또 김준은 당당한 F4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F3에 비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동정표의 주역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F3가 모두 여성 상대역과의 신이 있고, 심지어 단독으로 등장하는 신마저 얼마 안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김준에게 쏟아진 많은 관심과 격려는 모두 그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앞날은 그 하기에 달렸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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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이시영

사실 효과로만 본다면 김소은보다는 이시영을 4위에 올려놓는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명도의 상승이나 부수적으로 누리게 된 인기의 크기, 화제성 등을 감안할 때 이시영이 얻은 것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시영의 현재 지위는 '꽃남'에 출연함으로써 얻은 것이라기보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엉뚱한 모습, 또 인터뷰 과정에서 보여진 오다쿠(?)적인 면모가 화제를 촉발시킨 것이라는 생각에서 한 단계 아래로 뒀습니다. 어쨌든 이런 모든 것들이 결국 '꽃남'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이었을테니 이 정도 대접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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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김범

물론 김범 역시 이 드라마의 수혜자입니다. 단지 7위까지 밀려 온 것은, 당초 이 드라마를 통해 김범이 얻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것에 비해 다른 젊은 배우들이 훨씬 잘 치고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꽃남'이란 드라마가 나오기 전까지 올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에덴의 동쪽'의 김범이었습니다. 그만치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연기력을 일찌감치 평가받은 것이죠. 그에 비해 '꽃남'의 소이정 역할을 연기하는 김범의 모습은 어쩐지 살짝 어색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바람둥이 역할이 좀 불편한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까지 거론된 모든 배우들 중에서 연기자로서의 강점을 생각하면 김범을 최우선으로 놓는 데 별로 주저하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소년이 아닌 청년의 모습으로 성장할 김범의 모습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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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출연진들 가운데 '꽃남' 출연으로 굳이 뭔가를 얻었다고 할 만한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부모 세대의 연기자들 가운데서도 그렇고,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지위에 올라 있는 구혜선이나 박지빈이 특별이 뭔가 소득을 얻었다고 보기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됩니다.

너무 상식적인 순위일까요? 여러분의 순위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결산에 맞춰 그동안 '꽃보다 남자'에 대해 썼던 글들을 대략 모아 봤습니다.

이민호의 정체(?)에 대한 글
 

그 시리즈로 김범의 실상에 대한 글


꽃남들의 운명에 대한 글




벌떡 일어선 이민호가 뿌린 화제에 대한 글



관련이 있다면 있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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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꽃보다 남자'가 이렇게 온 사회를 들썩거리게 하는 화제작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제작진도 잘 알고 있겠지만, 탄탄한(?) 원작의 힘도, 탁월한 연출이나 극본의 힘도 아닙니다. F4로 불리는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의 완벽한 캐스팅이 다른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한 덕분입니다.

특히나 신인이라지만 이미 지난 3년간 만만찮은 수련을 쌓은 준비된 신인 이민호는 빼어난 용모 못잖은 연기력으로 이 드라마의 최대 수혜주가 됐고, 연기력은 아직 미숙하지만 용모만큼은 만화책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김현중의 파워 게임이 이 드라마 최고의 자산입니다.

이처럼 네 명의 남자 주인공이 날마다 화제를 뿌리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그 상대역들인 여배우들은 어떨까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금잔디를 둘러싼 논란은 전혀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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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뭐니뭐니해도 금잔디. 이 부분은 두 가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한국판 드라마의 금잔디가 과연 원작의 츠쿠시가 가져야 할 미덕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는 것은 '꽃보다 남자'의 츠쿠시는 풀(나물)의 이름인 츠쿠시라는 이름대로 강인하고 잡초같은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즉 안하무인인 으리으리한 재벌가의 도련님들을 상대해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기 앞길을 자기가 헤쳐가는 단단한 소녀죠.

그런데 한국 드라마의 금잔디는 여기서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 있습니다. 잔디도 잡초는 아니지만, 잔디보다는 온실 속 화초라는 편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금잔디는 이미 도련님들 앞에서 홀로 서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커녕 기회 있을 때마다 기대고 의지하는 캐릭터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이들이 주는 고가의 선물도 넙죽넙죽. 한마디로 F4, 더 한정시켜 말해 윤지후가 없으면 혼자 살아갈 수도 없는 연약한 여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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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금잔디라면 대체 F4가 무슨 매력을 느낄까요. 일본 드라마에서 이노우에 마오(위 사진)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원작이 정해놓은 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극중에서도 금잔디는 외모 면에서는 별로 주목할 게 없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외모도 그저 그런데 성격은 예쁜이들보다 더 의존적이고 칭얼대는 공주형이라면 과연 금잔디의 매력은 어디서 오느 걸까요. 불가사의합니다.

두번째는 애당초 그런 금잔디(혹은 츠쿠시)라는 캐릭터와 구혜선이라는 배우의 궁합이 맞느냐 하는 것입니다. 구혜선은 지금껏 청순가련형의 역할을 주로 맡아 왔고, 그건 구혜선이라는 배우가 가진 분위기와 꽤 맞아 떨어졌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져 내릴 것 같은 큰 눈은 구혜선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물론 배우들은 모두 역할에 적응하고, 역할에 따라 이미지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구혜선이 연기하는 금잔디는 초반의 발차기 신 등 몇 장면을 제외하면 측은하고 가녀린, 구혜선 본연의 청순가련형 캐릭터로 어느 새 돌아가 있습니다.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남자 캐릭터들에게 의존하는 금잔디라니, 이건 솔직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에 한국판의 제작진이 구준표-윤지후-금잔디의 삼각관계를 너무 깊숙히 끌고 가는 바람에 금잔디는 거의 된장녀나 꽃뱀같은 캐릭터가 되어 버린 부분도 있습니다. 안 어울리는 것도 안 어울리는 거지만, 구혜선이라는 연기자의 장래를 위해서도 이 금잔디 역할은 별로 권장할만한 캐릭터가 아니게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약 한달 전에도 이 캐릭터가 이 드라마의 불안요소라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 지금으로선 그 예상이 맞은 듯 합니다.

(p.s. 구혜선양의 팬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는게 당연할 듯 하지만, 아무튼 저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게 현실입니다.

캐스팅이 나쁘다는 것은, 배우가 나쁘다거나 연기를 못한다는 뜻과는 전혀 다릅니다. 구혜선양이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그렇게 말한 적도 없습니다. 단지 금잔디라는 캐릭터에 구혜선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리고 금잔디 역이 산으로 가고 있는 것이 구혜선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쓴 적도 없습니다. 그건 당연히 작가와 연출자의 몫입니다. 윗글에도 그렇게 되어 있군요.

공연히 흥분해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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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다음으로 비중이 큰 캐릭터는 이민정. 구준표의 약혼녀 하재경 역을 맡은 이민정은 일단 외모가 주는 분위기에서는 성공적인 캐스팅입니다. 특히 이번 역할을 위해 채비한 헤어스타일이 일등공신입니다. 이전의 긴 머리였을 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개성이 살아났습니다.

물론 이민정에게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목소리입니다. 아직까지는 연기자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새 소리가 나더군요. 그리고 캐릭터에서도 지나치게 일본판 드라마의 시게루(위 사진 왼쪽의 가토 나츠키)를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건 사소한 부분이고, 아무튼 이 드라마를 통해 얻는 게 있는 여배우가 있다면 그건 이민정과 추가을 역의 김소은 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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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에서 처음 등장한 소이정의 첫사랑(이름을 모르겠군요) 역을 맡은 박수진은 다행히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 몇 장면만으로도 극악의 캐스팅이었다는 걸 확실히 증명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이 캐릭터는 지금 최강의 바람둥이가 되어 버린 소이정이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는, 고향 같은 캐릭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박민영(^^)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소이정이 기댈 수 있는 푸근함을 갖고 있는 캐릭터여야 합니다.

하지만 박수진의 모습은 거기선 거리가 멀더군요. 이건 연기력이 미치고 못 미치고 보다 훨씬 전 단계의 문제입니다. 캐릭터 구축을 위해 시청자들에게 적응기간을 줄 수 있는 캐릭터도 아니고 보면 첫 눈에 알 수 있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텐데, 무슨 생각으로 이뤄진 캐스팅인지를 궁금하게 합니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 역할에 에이미가 나오는게 아니냐고 경계했는데, 차라리 에이미가 나오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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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한채영과 김현주가 등장한 것은 화제를 모으는 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내용은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한채영과 김현중의 초반 앙상블은 많은 시청자들이 리모콘을 찾게 만들었고, 김현주와 재벌가 맏딸의 캐릭터는 그리 좋은 조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도 진선미 삼총사와 지금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잘 나가고 있는 이시영이 남는군요. 워낙 비중도 작고 지나간 얘기라 굳이 뭐라 토를 달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꽃보다 남자'의 완벽에 가까운 F4 캐스팅에 비해 여성 캐릭터들의 선정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여배우들 때문에 '꽃남'을 보는 시청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제작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큰 다행이라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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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를 싸고 돌던 교통사고의 망령이 끝내 구혜선에게까지 미쳤습니다. 김범이 두 차례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이민호 김현중 김준이 모두 타고 가던 차가 사고가 났고(그 가운데도 인조인간 구준표군은 차만 다쳤을 뿐 사람은 멀쩡했습니다^), 구혜선 역시 촬영중 다이빙 사고로 액땜을 하나 했지만 끝내 교통사고로 세 바늘을 꿰메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본인의 안타까움은 말할 것도 없고, 한창 잘 나가던 KBS 2TV '꽃보다 남자' 제작진에겐 치명타가 됐을 법 합니다. 결국 방송 한 회가 못 나가게 됐죠. 2일 방송분은 급히 F4 토크쇼가 편성돼 구멍을 메우고 3일부터 다시 드라마가 재개되게 됐습니다.

반 넘게 방송된 드라마가 연기자의 부상으로 아예 방송이 못 나가게 되어 버리는 이런 '생방송 드라마'의 폐해는 이미 여러번 지적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문근영의 부상으로 '바람의 화원' 방송이 중단됐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이번 구혜선의 부상을 '꽃보다 남자' 팀보다 더욱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굴까요. 바로 9일부터 방송 예정인 SBS TV '자명고'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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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지켜보신 분들은 무슨 얘긴지 충분히 짐작하실 겁니다. '자명고'는 당초 예정대로라면 '떼루아'가 끝난 다음 주인 지난 2월 23일부터 이미 방송을 시작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 차례 방송을 미뤄 3월 9일로 첫 방송이 잡혔습니다.

연기된 이유는 촬영이 미진해서가 아닙니다. 연기를 결정한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30%에 육박하고 있던 '에덴의 동쪽'을 어떻게 피해 가느냐는 것이었죠. 당초 50부작으로 예정된 '에덴의 동쪽'은 54회로 연장하면서 3월3일까지 방송되는 걸로 결정됐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SBS는 '자명고'를 다시 2주 늦춰 3월9일로 첫 방송 시점을 잡은 것이죠. 여기에 당초에는 별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했던 '꽃보다 남자'가 돌풍을 일으키며 '에덴의 동쪽'을 앞질러버리자 SBS 측은 '그나마 늦춘게 다행'이라며 판단하고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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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바람이 무색하게 MBC는 후속작의 촬영 지연을 이유로 '에덴의 동쪽'을 다시 2회 연장, 3월10일까지 방송하겠다고 발표해버렸습니다. '자명고' 쪽에서는 첫회와 2회가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에덴의 동쪽' 결말 부분과 맞붙게 되어 버린 셈입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SBS는 다시 3월9일 시작을 포기하고, 3월10일 '자명고' 1회와 2회를 연속 방송한다고 다시 물러섰습니다.

이렇게 시작 전부터 굴욕을 당한 '자명고'에 구혜선의 부상은 또 다른 충격입니다. 사실 '꽃보다 남자' 팀은 1회 결방에 그리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입니다. 오히려 F4 멤버들의 팬들은 "잘 됐다. 배우들 얼굴이 홀쭉해졌던데 이 기회에 쉬어 가게 하라"며 성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2일 시청률이야 일시적으로 떨어지겠지만 상황이 변한게 없으니 3일에는 충분히 회복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당초 24일 24회로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던 방송이 3월30일까지 밀려가는 건 '자명고' 쪽의 악재죠. 원래대로라면 6회만 겹쳐도 될 '꽃보다 남자'와의 대결이 7회나 겹치게 됐습니다. 게다가 KBS 2TV 측이 '기왕 이렇게 된 것, 1회만 더 연장해 화요일(3월31일)에 끝내는 것으로(본래 월-화 드라마이므로) 조정하자'는 의견이라도 내놓게 되면 무려 8회가 겹쳐지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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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그리 아름답지는 않지만, '자명고' 팀이나 SBS 드라마국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자명고'의 제작비는 어림잡아 회당 3억원, 50부작이면 150억원 정도가 투입되는 대작입니다. 올해 SBS 드라마 중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작품인데 이런 작품이 무너지면 타격이 이만저만 아닌 셈이죠.

게다가 드라마든 예능이든, 초반의 기선 제압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대개는 1-4회 이내에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그 시간대에 30-40%대의 시청률을 장악하고 있는 히트작이 있는 경우, 아예 새로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의 모습을 보일 기회를 빼앗겨 버린다는 점입니다. 가끔은 1-2회, 혹은 3-4회의 재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유입되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드문 경우죠.

최근의 일로 예능의 경우지만 '스타킹'이 '무한도전'의 아성을 무너뜨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건 바로 MBC의 파업이 계기가 됐죠. 평소 '무한도전'을 보아 오던 시청자 중에는 아예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을 단 한번도 보려고 시도하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무한도전'이 파업을 겪으며 사실상 결방 사태를 맞고, 이때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스타킹'을 접하게 된 시청자들 중 상당수가 파업이 끝나 '무한도전'이 정상 방송을 하고 있는 시점에도 계속 '스타킹'을 시청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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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타킹'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으니 가능한 얘기지만, 만약 파업으로 '무한도전'이 계속 정상적인 방송을 했더라면 그 시청자들은 여전히 '스타킹'이 무슨 내용을 방송하고 있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그런데 현재 '꽃보다 남자'는 30%대, '에덴의 동쪽'은 2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 드라마를 합하면 55%선. 현재의 HUT(전체 가구시청률)을 감안할 때 이 시간대에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은 약 5%의 시청자들만을 겨냥하고 첫 시위를 당기는 무모한 행동인 셈입니다.

그래서 똑같이 구혜선이 다쳐 방송이 한회 쉬게 되더라도, 3월 2일이 아니라 3월10일 방송이 결방이라면 '자명고' 팀에는 대단한 호재가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다쳐서 오히려 방송이 밀리게 됐으니 이건 엄청난 악재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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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자명고'가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해 '자명고' 팀은 정려원과 박민영의 목욕신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성패는 결국 두 여배우에게 달려 있는 셈이죠.

그건 이 드라마가 유난히 '와호장룡'을 의식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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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가 끝나기 전까지 40대 이하의 절대 다수 여성팬들이 F4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가정한다면 이 드라마가 겨냥할 수 있는 것은 전체 남성 시청층, 특히 고연령대의 시청층일 겁니다. '에덴의 동쪽'과 '꽃보다 남자'가 모두 미남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이 드라마는 두 미녀가 톱에 서 있는 점도 대조적이죠. 그런 의미에서 두 여배우가 얼마나 '와호장룡' 풍의 액션을 매끄럽게 소화해내느냐가 이 드라마를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50회 내내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최하 1-4편까지는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는 작전이 펼쳐질 겁니다. 대하사극의 경우 특히나 여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건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죠. 과연 '자명고' 도입부가 '에덴'과 '꽃남'의 수비를 뚫고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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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거침없이 하이킥'을 볼 때만 해도 김범이 이렇게 빨리 정상으로 치고 올라올 연예인인 줄은 몰랐습니만, '에덴의 동쪽'을 보다 보니 이미 그냥 한낱 미소년이 아니라 연기력 면에서도 정상급인 배우가 되어 있더군요.

아무튼 이 글은 그토록 연기 잘 하고 잘 생긴 김범이 왜 KBS 2TV '꽃보다 남자'에서는 주인공이 아니냐...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민호나 김현중이 김범만 못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지난번 '구준표의 정체는 인조인간?' 때 워낙 어처구니없는 댓글이 많아서 미리 말해 둡니다. '심각하게 보는 사람 바보.'

물론 이 블로그를 꾸준히 보신 분이라면 정답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꽃보다 남자'에서 김범이 주인공이 아닌 이유는 이미 지난 번 포스팅에서 밝혔다시피, 김범이 현재 이중생활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소이정, 혹은 김범이라 불리는 이 소년은 '꽃남 월드'와 '하이킥 월드'라는 두 개의 세계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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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시작하기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단 밝은 세계, '꽃보다 남자'의 세계에서 김범은 소이정이라는 이름의 천재 도예가이자 유명 미술가의 아들로 등장합니다. 아버지 소**(김종진) 교수님은 대단한 재산가이자 미대 교수지만 딸같은 여자들을 수시로 농락하는 바람둥이이기도 하죠.

한편 그에게는 또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그는 김범, 혹은 하숙범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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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김범이 자기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민호(김혜성)나 윤호(정일우) 형제까지도 김범의 집에 가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합니다.

이 세계는 소이정이 김범이라는 이름으로 구축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삶입니다. F4 친구들과의 부자 놀음에 질렸을 때, 그는 이쪽 세계에서 서민으로 위장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 겁니다. 바람둥이 아버지와 그에게 버림받은 어머니 때문에 가정의 따뜻함을 느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하이킥'의 이원장 댁에서 늘 아무 음식이나 먹고, 구박을 받으면서도 버티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이정이 금잔디나 추가을 같은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는 듯한 눈빛을 보이는 것은, 실제로 그가 일반인들의 생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소이정은 심지어 수업도 민호, 윤호네 학교에서 들어왔습니다. (사실 소이정이 신화고에서 수업을 들어가는 장면을 본 사람이 없는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신화고에서 소이정이 머무는 건 F4 멤버들과 어울릴 때 뿐이죠. 그 외의 시간은 모두 이원장 댁에서 죽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꽃보다 남자'에서 소이정의 아버지는 나왔지만, 어머니는 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어딘가에서 아버지 때문에 속이 썩을 대로 썩어 있다는 설정일 겁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그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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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를 찾아 이원장네 집을 방문한 범이 엄마는 범이보다 더 이 집을 재미있어 하면서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범이네 엄마가 '우리 집은 재미 없다'고 한 이유는 뭘까요. 당연히 남편의 바람기 때문이죠. 이때만 해도 아마 이혼 전이었던듯 합니다.

중간 결론: 소이정은 김종진-최화정 부부의 아들이었다.


물론 간과해선 안될 것은, 이 시기는 소이정-김범의 고1때라는 겁니다. '꽃보다 남자'보다 2년 전이란 얘기죠. 그래서 '하이킥'은 '꽃보다 남자'의 프리퀄 역할을 합니다. '꽃보다 남자'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소이정의 프로필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형을 향한 열등감에 갇혀 밀어낸 첫사랑의 상처를 숨기고 산다. 대안이 없어 선택 되었다는 콤플렉스도, 당주로서 지위도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 혼란스럽고 싫다. 불특정다수의 여자들과 깊이 없는 만남을 전전하며 F4 최고의 플레이보이로 부유하는 이유일 거다.
 
그렇다면 소이정의 첫사랑은 누구일까요?

이미 웬만한 분들은 다 알고 있죠. 소이정-김범이 첫 키스를 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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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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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가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어디론가 종적을 감춰 버린 여자입니다. (...이러다 '꽃보다 남자'에 박민영이 나오는거 아닐까요.)

그래서 그날 이후로 소이정-김범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고, 더 이상 '하이킥'의 이원장 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외국으로 이민간다는 핑계로 김범은 사라지고, 소이정만 남게 됩니다. 이런 비틀린 첫사랑의 기억 때문에 아무에게도 진정으로 대하지 못하고, 바람둥이가 되어 버린, 알고 보면 불쌍한 소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그렇다면 가을(김소은)은 왜 소이정을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이건 이 두 사람의 전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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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김소은은 많은 사람들이 아시다시피 천추태후(채시라)였죠. 그리고 김범은 전생에 천추태후의 연인이었던 김치양(김석훈)이었습니다.

무슨 근거없는 얘기냐구요? 근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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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정은 한때 신분을 감추고 서민으로 살던 시절, 왕건이라는 부하를 거느린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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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왕건이는 전생에 사가문이라는 이름으로 김치양을 모신 적이 있었죠. 잘 보시면 왕건과 사가문은 동일인물입니다(당연합니다. 김형민이라는 같은 연기자기 때문이죠). 이걸 보면 소이정이 다시 태어난 김치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전생에 천추태후였던 가을은 그렇게 소이정을 그리는 겁니다.

이렇게 사연을 알고 보면 '꽃보다 남자'의 캐스팅은 참 신비롭고 정교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역시 또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물론 심각해지면 지는 겁니다.)

이상이 김범-소이정의 이중생활에 얽힌 비밀들이었습니다.




위에서 말하는 '저번 글'이란 이걸 얘기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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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KBS 2TV '꽃보다 남자'의 연출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10일 방송된 12부를 보다가 쓴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구준표(이민호)는 이날 제하(정의철) 패거리에게 죽도록 맞다가 나머지 F3에 의해 구출됩니다.

다음 장면. 구준표가 여기 저기 다친 얼굴로 금잔디(구혜선)의 병상을 지킵니다. 이어지는 닭살 신을 생략하고, 사채업자들에게 납치된 금잔디 아버지를 건너 뛰어 F4와 금잔디는 스키장으로 갑니다. 놀랍게도 구준표의 모든 상처가 말끔히 나아 있군요! 얼굴 어디에도 죽도록 맞은 상처의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타박상과 멍이 그렇게 말끔하게 다 가시려면 한달은 걸렸을텐데(폭행 내용으로 보아 갈비뼈도 몇개 부러졌을텐데 스키 타는 몸놀림을 보면 전혀 부상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갈비뼈가 붙으려면 최소 두달은 걸릴텐데...^^), 그 한달 동안 구준표의 어머니 강희수 여사(이혜영)는 구준표의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거겠군요. 그리고 금잔디가 돈도 돌려줬으니, 그 한달 동안 금잔디의 아버지는 사채업자들에게 과연 무슨 꼴을 당했을까요. 그걸 뻔히 알면서도 구준표와 먹을 계란말이 도시락을 싸고 있는 금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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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런 식으로 보기 시작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습니다. 스키장. '강원도 일대의 폭설로 교통이 두절되고...'라는 뉴스를 윤지후(김현중)가 보고 있고, 가을(김소은)이 달려와 잔디가 없어졌다며 걱정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교통이 두절'됐다는 그 순간, 구준표를 서울로 데려가는 보디가드들의 차는 깨끗한 고속도로를 씽씽 달리고 있습니다. 구준표가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건너편의 길도 마찬가지. 눈은 커녕 얼음 한조각 보이지 않는 길에서 차들이 쌩쌩 구준표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차가 빨리 달려서 폭설구역을 이미 지나갔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구준표는 다시 폭설 속의 스키장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럼 구준표는 대체 무슨 수로 폭설구역을 지나서 금잔디를 찾으러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이 두 장면을 종합해 볼 때 구준표는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입니다. 그래서 포장마차 오뎅을 한 자리에서 50개씩 먹을 수 있는 것이고, 상처도 며칠이면 싹 나아 버리고, 차도 다닐 수 없는 폭설의 강원도 산길을 무서운 속력으로 달려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장면에서 약한 척 하는 건... 아무래도 금잔디에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연극인 거죠. (남산타워에서도 감기 증세를 보인 걸 보면 외계인이기 때문에 지구의 감기 바이러스에는 약점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의 실제 모습은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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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자식을 두지 못한 구본형 회장과 강희수 회장이 만들어 낸 인조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신화전자의 첨단 공학의 집합체인 셈이죠. 그래서 고교생으로 설정되어 있고 극강의 전투력과 체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은 두세살바기 아기의 지능만 갖고 있습니다. 대신 인공지능에 학습능력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물에는 대단히 호기심을 느끼죠(계란말이도, 오뎅도, 김장도 모르는 건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시 늘 보던 쭉쭉 빵빵 아이들과 전혀 다른 금잔디에게도 연구 의욕을 느끼는 겁니다. 나머지 F3는 이 비밀을 알고 있지만, 신화그룹의 후계자로 구준표를 키워내야 하는 비밀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에 항상 구준표를 뒤에서 따라다니며 그의 결점을 감춰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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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 마지막에서 강회장이 긴급히 중국으로 구준표를 데려가는 것도 구준표의 인공지능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한 강회장이 중국 오지에 있는 신화전자 비밀연구소에 가서 정밀진단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13부에서 금잔디는 마카오에서 구준표를 만나지만 싸늘한 대접에 놀랍니다. 강회장이 칩을 몇개 바꿔 넣었기 때문입니다. (쓰다 보니 자꾸 말이 되는 것 같아서 제가 중독되는 느낌입니다. 그만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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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돌아와서...

사실 스키장에서의 조난 장면 역시 아무리 이해하려 해 줘도 어이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스키장에서 과연 조난을 당하는게 가능한지를 접어 둡니다. 드라마의 진행상 금잔디는 스키 극 초보인데, 그럼 가 봐야 가장 완만하고 낮은 초보자 코스였을 겁니다. 초보자 코스 꼭대기에 대체 무슨 장작까지 있는 피난용 오두막이 있는지도 참 안습입니다. 심지어 금잔디를 구하는 구준표의 저 머리 뒤로는 스키장 콘도의 불빛이 반짝이더군요. 대단한 눈보라입니다. 바람을 피할 오두막에, 장작불까지 피워 놓고, 두 사람 모두 방한복을 입은 상태에서 얼어 죽을 것 처럼 호들갑을 떠는 건 뭐 요즘 애들의 특징이라고 치겠지만,

아무튼 제작진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장면을 넣었는지 궁금합니다. 뭐 요즘처럼 우울한 시절에 웃을 일을 많이 만들어 주는 건 좋은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정교한 내러티브나 한 회 한 회의 완결성을 기대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좀 너무 막 나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제 꼭 절반 지났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무책임한 진행을 보인다면 마지막 무렵엔 과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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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다음번에는 유령 아니면 닌자일 듯한 윤지후(서울 시내 어디에 있든 금잔디의 위치를 찾아낸다)의 정체나, 대체 소이정 김범이 왜 '꽃보다 남자'에서 조연의 자리에 만족하고 있는지(정답을 슬쩍 공개하자면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고 있지 않을 때에는 하숙범으로 변신, 이원장 댁에 놀러가서 정일우 - 김혜성 형제와 놀고 있다는...)에 대해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공약을 지켰습니다.


p.s.2. 그러고보니 '꽃보다 남자' 시작 이후 F4 멤버들은 모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멤버가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반면, 구준표 이민호만큼은 전혀 다치지 않았죠.

...그럼 혹시 구준표가 아니라 이민호가... (심각해지면 지는겁니다.^)



꽃남들의 운명에 대한 글



벌떡 일어선 이민호가 뿌린 화제에 대한 글



관련이 있다면 있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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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의 인기, 그 가운데서도 이민호와 김현중의 인기 다툼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오는 27일 열리는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후보로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현재도 온라인으로 진행중인 인기투표 득표 현황(http://isplus.joins.com/100sang/vote/vote.html)으로 들어가 보면 정말 박빙의 대결이라는 말이 어떤 상황을 가리키는 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득표율 면에서 0.1% 단위까지 차이가 없는 40.4% 동률. 줄곧 0.1% 이내의 승부입니다. 투표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0.2% 이상 벌어진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3위인 이준기가 10%도 안 나올 정도로 두 사람에게 투표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기존의 지명도나 단순한 꽃미남으로서의 외형에서는 김현중이 훨씬 앞서 있었지만 막상 드라마가 방송을 타자 무명시절 다져온 연기력과 결국 금잔디와 맺어질 것이라는 주인공 구준표 캐릭터의 위용, 그리고 남성적인 매력에선 이민호가 한발 앞서 나가는 모습입니다. 좋은 라이벌이죠. 이런 인기투표 등을 보면 두 사람이 경쟁자인 것처럼 보이고, 벌써 어느 한쪽의 광팬들은 다른 한쪽을 깎아내리기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습니다.

최소한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은 공동운명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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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은 짧은 시간에 네 주인공의 매력, 워낙 유명한 원작의 지명도, 만화적인 상상력과 1회의 폭력 논란이 불러 일으킨 화제, 여기에 별 관심 없던 사람까지 몰입하게 했던 설 연휴의 집중 재방송까지 호재로 작용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모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짧은 시간에 확 떠 버렸다는 겁니다. 2일 방송이 9회. 총 24부작이니 이제 3분의 1 가량 달려온 셈이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지난 7, 8회에서 스토리는 구준표 - 금잔디의 아기자기한 사랑 만들기 이야기에서 구준표 - 윤지후 - 금잔디의 삼각관계로 급속히 전환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대결을 거쳐 금잔디는 다시 준표 쪽으로 기울죠. 윤지후는 언제 경쟁자로 나섰냐 싶게 후원자로 변신했습니다. 구준표는 김장과 오뎅 먹기 등 서민 생활 체험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더욱 높였죠.

지금까지 이 드라마가 걸어 온 길을 생각하면, 앞으로 다뤄질 사건은 어머니의 방해 - 잔디의 TOJ(한국식이면 TOK쯤 되려나요?) 출전 - F4의 졸업 - 준표의 유학 등일 겁니다. 어쨌든 총 24부 중에서 전반 12부는 준표와 금잔디가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일어나는 사건, 그리고 후반 12부는 F4가 졸업한 뒤(또는 금잔디도 졸업한 뒤까지) 일어나는 상황이 다뤄질 겁니다. 후반 12부 중에는 어머니의 적극적인 개입에 의한 준표-잔디 관계의 위기와 우연한 사고로 인한 준표의 기억상실 등이 중요한 사건이 되겠죠. 그리고 13회부터 등장하는 준표의 약혼녀도 꽤 중요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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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사건들이 진행되면서 드라마의 투톱은 구준표-금잔디에서 윤지후-금잔디로 슬몃 이동하는게 순리라는 점입니다. 구준표-금잔디의 관계만으로 24편의 드라마를 끌고 가는 건 누가 봐도 무리입니다. 일본은 비슷한 기간을 1부 9편, 2부 11편의 20부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2부(리턴즈)의 주인공은 하나자와 루이(윤지후)"라고들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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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부 얘기를 잠깐 하자면, 츠카사(구준표)는 미국 유학을 간 뒤 츠쿠시(금잔디)를 멀리합니다. 어머니의 음모에 의해 세계적인 대재벌의 후계자가 지녀야 할 몸가짐에 지나친 강박관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게 곧 알려집니다. 게다가 가문을 위해 정략결혼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주어집니다.

당연히 츠쿠시는 상처를 받고, 이런 츠쿠시를 위해 루이가 백마 탄 기사처럼 나타납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츠카사가 "어떻게 친구의 여자에게..."라며 항변하지만 루이는 "내가 말했지. 네가 츠쿠시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면 절대 내가 가만 있지 않을 거라고"라며 당당하게 맞섭니다.

(솔직히 말해 대체 츠쿠시가 왜 이런 남자를 두고 츠카사 같은 천둥벌거숭이에게 한눈을 파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일본판 '꽃보다 남자' 2부에서 루이의 활약은 눈부십니다. 물론 오구리 슌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오구리 슌의 스타일은 영화 '크로우즈 제로' 쪽이 하나자와 루이 역보다는 훨씬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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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판 드라마가 이렇게 나갔다고 해서 한국판 '꽃보다 남자'도 이런 식으로 진행될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가 결국 원작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사소한 에피소드를 빼고 중요한 사건들이 그대로 재현됐다는 점(9부의 더블 데이트 신도 그중 하나입니다)을 감안 한다면, 24부작이라는 긴 드라마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구준표-금잔디의 사이가 쉽게 맺어져서는 안되고, 그 사이에서 누군가는 긴장을 유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할 사람은 바로 금잔디의 첫사랑인 윤지후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윤지후가 멋져 보이지 않으면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빛을 잃는 겁니다. 윤지후가 멋진 놈으로 그려질수록, 그 멋진 놈을 뛰어 넘어 구준표와 금잔디가 맺어질 때 시청자들이 긴장을 잃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에 출전해 우승을 하려면 브라질을 꺾고 우승을 해야 하는 거죠. '슬램 덩크'는 북산이 산왕과 붙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겁니다. 만약 산왕이 엉뚱한 학교에게 졸전 끝에 진다면 북산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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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김현중의 윤지후가 살지 못하면 그건 구준표에게도 치명적입니다. 윤지후가 강적일수록 구준표가 부각되기 때문이죠. 윤지후는 거의 마지막까지 - 시청자들에게는 "혹시 작가가 미쳐서 구준표와 금잔디 대신 윤지후와 금잔디를 맺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져야 합니다.

이민호는 이제 뜰만큼 다 떴는데 무슨소리냐...고 하실 분들도 있지만 24부작이 다 방송되려면 줄잡아 3개월. 꽤 긴 시간입니다. 지난 연말만 해도 '에덴의 동쪽'이 이렇게 고전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겁니다. 한 발 삐끗해서 지루해지기 시작하면 그동안 벌어 놓은 시청률 까먹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꽃보다 남자'에 달려든 수많은 휘발성 팬들은 질리는 시간도 짧습니다. '...짜증나' 한마디면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두 사람은 공동운명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최소한 이 24부작이 끝날 때까지는 긴장감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어느 쪽 팬이건, 다른 한 쪽을 깎아내리는 것은 곧 자신이 응원하는 쪽에게도 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편이 낫습니다. 오히려 모자라 보이면 격려하고 부추겨 줘야 한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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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이런 구상에 가장 부족한 부분은 김현중의 연기력일 겁니다. 드라마라고는 처음(시트콤은 드라마가 아닙니다)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본인의 진짜 성격에 비해 윤지후의 대사는 "너무나 낮간지럽고 쑥스럽다"는 김현중의 설명을 볼 때에는 차라리 작가가 '우결'에 나오는 김현중의 캐릭터에 맞게 윤지후 역을 좀 다듬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이건 뒤로 갈수록 나아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 드라마의 진짜 위험은 금잔디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비하면 김현중의 연기력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벌떡 일어선 이민호가 뿌린 화제에 대한 글



관련이 있다면 있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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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의 이민호가 인기 상종가를 누리고 있습니다. 스타들 중에는 가끔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딱 한 작품이나 노래 한 곡으로 곧바로 톱스타 진용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이민호는 그렇지 않습니다.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이래, 아슬아슬하게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그 작품은 대박이 나고, 천신만고끝에 캐스팅된 작품은 조기종영을 하거나 흥행에서 참패했기 때문입니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성형수술을 한 것도 아니죠. 이런 건 그냥 운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마침내 '꽃보다 남자'의 히트가 이런 설움을 모두 씻어버리는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이민호가 뜬 걸 보고 가장 아쉬워하는 건 누굴까요. 뭐니뭐니해도 영화 '울학교 이티'의 제작진입니다. 5개월 정도만 버티고 개봉을 했더라면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이민호 하나면 사실 아쉬움은 그리 심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이 영화에는 무명의 똘망똘망한 배우들이 학생들로 줄줄이 출연하고 있었죠. 어떤 얼굴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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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학교 이티'는 강남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철밥통 생활을 즐기고 있던 천선생(김수로)이 어느날 체육시간을 줄이고 국-영-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학교 방침에 따라 직장을 놓칠 위기에 놓이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일이 되려다 보니 어찌어찌하다가 대학 재학 시절에 따 놓은 영어교사 자격증이 있었다는 사실이 기억납니다. 이 자격증을 발판으로 천선생은 영어 교사로 변신을 노립니다. 이것이 바로 이티(ET: English Teacher)의 정체죠.

이 영화는 시사회 직후엔 각계의 호평으로 "잘하면 300만 정도는 가능하겠다"는 기대를 자아냈지만 불행히도 스크린에 걸렸을 때에는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1주일 앞서 개봉한 '맘마미아'와 '신기전'이 의외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같은 9월11일 개봉한 '영화는 영화다'도 선전하는 가운데 묻혀 버린 피해자가 됐죠. 적절한 웃음과 따뜻함이 조화를 이룬 영화라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착한 영화'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극장 관객 70만은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아쉬운 숫자인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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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영화가 지금 개봉한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나오는 겁니다. 지난해 9월11일 개봉 당시만 해도 이 영화는 김수로의 원맨 무비로 홍보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만치 다른 배우들의 지명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죠.

아역 출신으로 고정팬을 어느 정도 확보한 백성현이 있었지만 극중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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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바로 F1 이민호가 꽤 큰 비중으로 나오기 때문이죠. 이민호는 이 영화에서 부잣집 아들 출신의 반항아로 우여곡절을 거쳐 천선생을 마음으로부터 이해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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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이민호라면 극중 비중도 편집 과정에서 훨씬 더 커졌을 겁니다. 지금의 웨이브 머리 모습이 다소 느끼하다면 저 때는 보다 야성미가 강조된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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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영화가 개봉된지 2주 뒤,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박신양 문근영이야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서 기생 정향 역을 맡은 문채원이 각광을 받았죠. 네티즌들이 문근영과 문채원의 묘한 관계를 '닷냥커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서 문채원의 고전미 넘치는 마스크가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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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원은 영화에선 가난으로 시달리다가 원조교제에 나서는 여학생 은실 역을 맡았습니다. 물론 정의감 넘치는 이티 천선생의 도움을 받는 캐릭터죠. 그늘진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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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 3개월 뒤, 아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 '과속스캔들'이 바람을 탔습니다. 현재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코미디 사상 두번째로 많은 관객('미녀는 괴로워'의 661만 바로 다음)을 기록하고 있죠.

이 영화를 통해 가장 큰 덕을 본 것은 신인 박보영이었습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던 박보영이라는 이름이 '제2의 전도연'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집중적인 조명이 쏟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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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은 '울학교 이티'에서는 반의 모범생이자 전교 1등 송이로 출연하죠. 공부도 잘 할 뿐만 아니라 마음 속 깊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천선생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최고의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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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울학교 이티'가 지난해 9월11일이 아니라 올해 1월에 개봉했다면 어땠을까요. 박보영-문채원은 몰라도 이민호의 덕은 확실히 볼 수 있었을 듯 합니다. 지난해까지는 영화를 다 찍어 놓고도 홍보비 문제로 개봉이 미뤄지는 영화들도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깔끔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울학교 이티'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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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오뉴월 하루 볕이 다르다고 한장 자랄 나이의 청춘들이라 그런지 벌써 이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사뭇 달라 보이는군요.





꽃보다 남자에 대한 다른 이야기:



무명시절 이민호가 겪었던 고초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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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가 불같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당연히 예상됐던 궤적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요 소구 대상인 10대 후반-20대 후반의 여성층 중에서 원작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사실 이 원작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이 이해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네 명의 엄친아들에게 전교생이 노예처럼 굴종하는 상황이라는 건 남자들이 상상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한마디로 '꽃보다 남자'는 자신의 모습을 여주인공 츠쿠시에게 투영하는 여성들을 위한 완벽한 판타지 상품이죠.

이런 부분을 일단 접고 볼 때 현재 방송중인 KBS판 '꽃보다 남자'는 꽤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에피소드끼리의 연결이 억지스럽지 않고, 다소 설익은 듯한 주인공들의 연기도 싱싱합니다. 일본 드라마 '부호형사' 식의 부자들에 대한 희화화도 충분히 웃음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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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완성되어 방송중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는 드라마 내용과는 별도로 흥미로운 부분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들의 행동을 제어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실종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어떻게든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성인들은 고교생인 주인공들 만큼의 이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준표에 의해 '마귀할멈'이라고 불리는 어머니(이혜영)이나 동전 한푼에 목숨을 거는 희화화된 금잔디의 부모(안석환, 임예진)는 청소년들의 눈에 비쳐지는 속물적이고 한심한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배울 게 없는 어른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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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 비해 F4의 지각은 다 자란 듯 합니다. 금잔디와의 연애로 희희낙락하는 준표에게 던져지는 F4 동료들의 충고를 보시죠. "우리의 자유는 연애까지야.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권리는 부모님에게 있다는 걸 잊지 마." 이미 어른들의 세계 따위는 다 꿰뚫고 있다는 식입니다.

그나마 전직 대통령 이정길이나 신화그룹의 비서실장 정호빈 정도가 '철든 어른'의 모습을 앞으로 보여 줄 걸로 기대되지만 그 나머지 어른들은 모두 '어른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의 어른들의 공백은 만화에서는 흔한 설정이죠. '슬램 덩크' 이후로 청소년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만화에서 부모들이 의미 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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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교생들의 현실은 겉으로 보기엔 '꽃보다 남자' 속 세상과 꽤 다릅니다. 일상생활에서 진로선택까지 모두 부모의 교육열과 과보호 속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게 지나쳐서 서른이 넘을 때까지 부모의 보호 속에서 사는 캥거루족이 되는 경우도 널렸죠. 아무튼 현실의 고교생들은 부모의 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 속에서도 어른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을까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현상은 권위의 부정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값싼 지식의 확산과 함께 전통적인 '어른과 아이' 사이의 장벽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의 의미는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것이죠. 여행 감상문과 진짜 여행의 체험은 직접 그 땅을 밟아 본 사람이 느낄 수 있습니다. 맛집 기행문과 진짜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의 느낌은 천지차이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아직 아무 것도 먹어 보지 못한 사람, 직접 거기에 가 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마치 가 본듯 그 느낌을 줄줄 외울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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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지식민주화와 함께 너무나 많은 정보가 쏟아지면서, 웹 검색 기술이 기존의 '어른들'이 일생 동안 읽은 도서목록을 일시적으로 추월해버리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무식한 어른들'을 인정하지 않게 돼 버렸죠. 여기에 몇몇 어른들이 동조하면서 '아이들'의 '어른들'에 대한 태도는 권위의 부정을 넘어 아예 멸시의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꽃보다 남자'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는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관계는 우리 사회에서 한창 빚어지고 있는 권위의 공백을 그대로 묘사한 듯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성인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권위의 기준은 돈 뿐입니다. 돈으로 청소년들을 지배할 수 없는 어른들은 반대로 돈을 가진 청소년들에 의해 지배당하는 존재들로 묘사됩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꽃보다 남자'는 그저 유치하고 낯간지러운 드라마에서 보고 있으면 무서워지는 드라마로 슬쩍 변신하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시각의 얘깁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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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참 대만판이나 일본판의 캐스팅을 보면 한국산 F4의 위용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더군요. 어찌나 다들 쭉쭉 빠지고 잘생겼는지. 아니면 이런 부분이 한-중-일간의 미묘한 취향 차이를 보여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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