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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입니다. 좀 늦었습니다. 연휴와 함께 약간 게을러진;;

 

기온의 급강하/급상승으로 인한 감기 몸살 환자가 급증하는 시절입니다. 유의하시길.

 

그럼 시작합니다. 다행히 아직 지나간 추천 무대는 없군요.

 

세월호 사태 이전에 마감된 글이라 거기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네. 이 칼럼은 이쪽으로 가져오기 전에 주간 '매거진M'의 끝에서 두번째 페이지에 실립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마감이 빠릅니다.^^;; )

 

그때문에 너무 태평스럽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아 주시리라 믿습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5월의 문화 가이드 (2014)

 

결혼 안 한 분들은 상관 없겠지만, 아이 키우는 분들에게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때문에 가외 지출로 마음이 무거운 달이야. 보통 사람들은 어린이날의 놀이공원이란 말을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인파와 교통체증이 떠올라 몸서리를 치게 되지만, 평소 바빠서 아이들 잘 못 돌보는 분들은 그런 고통의 현창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목말을 태워 데려가야 죄책감을 덜 수 있다고들 해.

 

이런 분들에게 공연이며 문화생활을 얘기하는 건 너무 대단한 사치일 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식의 희생을 아이들이 모두 기억하고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말로 착각이 아닐까 싶어.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의 인생이 자신의 보람이 될 수는 없다고. 뭐 당장 아이들의 학교 성적에 신경이 곤두선 부모들에게 이런 얘기가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5월의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야.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여러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이 열리지. 그 가운데서 보너스 스테이지라고 할 만한 공연이 눈에 띄었어. 518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올 댓 재즈라는 공연이야.

(홈페이지는 http://www.seoulspringnew.org/2014-ko/ )

 

 

 

실내악축제의 다른 공연들이 5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어떤 스폰서가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공연만은 전석 2만원이야. 일단 가격면에서 눈길을 끄는데 공연의 내용도 대단히 대중적이야. 재즈의 고전이라면 바로 꼽히는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를 비롯해 다양한 미국 작곡가들의 곡이 연주돼. 출연진도 프랑스의 클라리넷 연주자 로망 귀요를 비롯해 최나경(플루트), 강동석(바이올린) 등 대단히 화려해. 일단 예매부터 하라고 권하고 싶어.

 

다음은 523,24일 열리는 국립극장의 오페라 돈 카를로’. 유럽 오페라계에선 소프라노를 찾으려면 발트해 연안으로 가고, 베이스를 찾으려면 한국으로 가라는 말이 있대. 이런 분위기를 만든 개척자로 누구나 강병운을 꼽지.

 

강병운은 바그너 오페라의 베이스로도 유명하지만, ‘돈 카를로의 필리페 2세 역으로는 세계 최고라는 평을 듣는 분이야. 그가 이 역할을 맡는다는 것만으로도 이 공연은 가치가 다르다고 봐. 그리고 연출자가 엘라이저 모신스키라는 것도 가슴 뛰는 일이지. 모신스키가 누구인지는 각자 검색해 보도록.

 

 1만원부터 12만원까지 표가 있는데, 5만원짜리 A석도 1층에 좌석이 있어. 그 정도는 투자할 만 하다고 봐.

 

날씨가 좋으니 야외로 나가는 것도 좋지. 517일과 24일에는 예술의전당 야외무대(신세계 스퀘어)에서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발 갈라 콘서트가 열려. 야외 무대인데 표는 어떻게 파냐고? 무료야. 마음 편히 와도 돼.

 

이 공연을 보러 오는 김에 전시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일 것 같아. 여러 전시가 있지만 54일부터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쿠사마 야요이 전시가 눈에 띄네. 쿠사마 야요이가 누구냐고 묻고 싶은 분도 있을텐데, 포털에서 저 이름을 검색하면 바로 점박이 호박 사진이 뜰 거야. 그 호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

 

문득 기사를 보다가 발견한 건데 2014 47일은 르완다 대학살 사태가 마무리된지 20주년이 되는 날이었어. 크게 관심 없는 사람도 대강은 아는 얘기일거야. 민족분쟁으로 100만명 이상이 살해당한 사태 말이지.

 

그런 비극을 겪은 르완다가 이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보도도 있던데, 불행히도 중부 아프리카 전체를 놓고 보면 비극은 현재진행형이야. 자원 수탈을 위한 선진국들의 지원 아래 수많은 무장집단들이 끔찍한 학살극을 계속 펼치고 있고, 만년필보다 총이 흔하다는 지경이 끝날 줄을 모른다는 거지. ‘호텔 르완다블러드 다이아몬드같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대략 짐작할 수 있을거야.

 

이런 사태들에서 시작해 지독한 환경오염이나 핵 발전소 사고 같은 일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인류가 지구의 주인입네 할 자격이 있는 종()인지를 의심하게 돼.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 제노사이드의 출발점도 여기가 아닌가 싶은 거지.

 

이미 2년 된 책이라 읽은 사람도 꽤 있겠지만, 올해 5월엔(4월은 지나갔으니까) 한번 추천하고 싶은 책이야. 그리고 2년 지나는 사이 가격도 많이 떨어졌어. 처음엔 15천원 선이었지만 지금 사면 9천원, 잘 찾아 보면 7천원대로 파는 온라인 서점도 꽤 있어.

 

수입 생맥주 한잔 값도 안 돼. 물론 술 한잔에 좋은 사람들 사귀고 인생에 도움 될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겠지만, 절대 책값이 비싸서 책 못 읽는다는 얘기는 하지 말도록. 그럼 6월에 만나.

 

 

523~24일 오페라 돈 카를로’, 국립극장                  A 5만원

518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 댓 재즈’, LG아트센터       전석 2만원

54~  쿠사마 야요이 전. 한가람미술관                    15000

517, 24  서울 오페라페스티발 갈라콘서트, 예술의전당 야외무대      무료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소설                           7000~9000

 

 

 

 

위에서 말한 호박이란 못 보신 분이 없을 바로 이 호박이구요.

 

 

 

쿠사마 여사의 상징인 저 땡땡 무늬는 루이 뷔통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김남주가 입고 있는 의상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뭐 다들 잘 아실테니 호박 얘기는 여기까지.

 

성악가 강병운에 대해서도 감히 아는 척 하는게 민망합니다. 10년 쯤 전만 해도 "유럽 무대에서 각광받은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하면 "현지에서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며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만, 스마트 월드가 된 이후에는 현지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전해져 오면서 이런 얘기가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강병운의 경우엔 너무 일찍 유럽 무대에서 각광받는 바람에(혹은 주인공인 테너만 중요한 역이라고 간주되면서) 그 위력이 국내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합니다.

 

바이로이트 홈페이지의 '강병운 Philip Kang' https://www.bayreuther-festspiele.de/fsdb_en/personen/165/index.htm 페이지를 한번 보시면 80년대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 파프너와 훈딩 역은 거의 그의 전유물이었음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레퍼토리가 바그너 영역이긴 합니다만, 그 기록엔 1990년 안트워프에서 돈 카를로의 필리페(필립) 2세 역할을 한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다른 페이지 https://www.bayreuther-festspiele.de/fsdb_en/personen/421/index.htm 나  https://www.bayreuther-festspiele.de/fsdb_en/personen/160/index.htm   를 보시면 이런 분들의 활약 앞에 거대한 선배의 영역 개척이 있었다는 걸 훨씬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베르디의 후기 역작 돈 카를로 에 대해선 뭐 길게 설명하기도 그렇고, 가장 잘 알려진 1막(프랑스어 판에선 2막)의 2중창입니다. 평생을 약속하는 두 남자의 우정의 노래죠.

 

 

 

 

실제 역사와는 무관하게 이 오페라는 어쨌든 한 여자를 사랑한 부자간의 갈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돈 카를로 못잖게 아버지 필리페(필립) 2세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됩니다. 공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적인 왕의 고뇌를 그린 노래가 유명합니다.

 

 

 

 

이 오페라에는 묘하게도 에볼리 공주 역을 맡은 온갖 메조소프라노들을 좌절시키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저주받은 나의 미모'라는 제목의 노래죠. 노래가 어렵기도 하지만 사실은 제목 때문에...

 

그 제목에 굴하지 않았던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

 

 

 

 

수많은 영상물 중에서도 카레라스-프레니-발차 등의 슈퍼 캐스트가 빛니난 카라얀 판이 지금껏 역대 최강으로 꼽히지만 워낙 명연이 많은 작품이다 보니 최근작이 갖는 선명한 영상의 강점을 포기하실 이유도 없을 듯. 갖고 있는 파바로티-데시-레이미의 무티 판도 어떤 분들은 파바로티가 너무 대충 불렀다며 욕하시지만 개인적으론 만족스럽습니다. 지난해 짤스부르크에서 공연된 카우프만-햄슨 판도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 싶고.

 

(뭐 늘 하는 얘기지만 오페라를 즐기는 가장 싸고 효율적인 방법은 DVD를 이용하는 겁니다. 개인적으론 DVD라는 매체가 오페라를 위해서 나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 여담이지만 비슷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뮤지컬 부문에서는 아직 DVD가 그리 중요한 매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매우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글을 마감한 것이 세월호 사건 이전이라 '제노사이드'의 선정이 참 묘한 느낌을 줍니다.

 

안타까운 영혼들에게 안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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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피아노곡 소개]

 

'밀회' 3부 이후는 음악이 극의 중심이 아니어서 살짝 서운하셨던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7,8회는 음악의 역할이 다시 전면에 나섰습니다. "누가 뭐라구 그래! 음악이 갑이야" 라는 말씀대로. 특히나 강조된 곡은 아무래도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본래 팬이 많은 곡이죠. 그밖에도 많은 곡들이 소개됐습니다. 더 쌓이기 전에 일단 4부 이후, 8부까지 쓰인 곡들을 정리합니다.

 

3부까지 쓰인 곡들은 이쪽 포스팅에 있습니다. http://5card.tistory.com/1246

 

 

 

 

자, 먼저 드라마 진행 순서대로. 5부에서 선재와 혜원이 듀엣으로 연주해 눈길을 끌었던 곡이 있습니다.

 

모짜르트의 '네개의 손을 위한 소나타' KV 521. '네개의 손' 시리즈가 슈베르트에 이어 펼쳐졌습니다.

 

 

 

1941년생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1971년생인 에프게니 키신. 30년의 나이 차이가 있지만 음악을 통해서는 연인 같은 화음을 들려줍니다. 특히 가끔씩 키신의 재능 - 한때 피아니스트의 새로운 세대를 개척한 신동이었죠 - 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돌아보는 아르헤리치의 미소를 보면, 어딘가 '밀회'의 모티브가 이 연주 동영상에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다음은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

 

 

 

 

5부에선 제목만 언급되고 6부에서 선재가 입학 오디션을 위해서 연주하는 곡입니다. 정열적이고 파괴적인 곡이죠.

 

리스트는 아마도 최초로 그루피(groupie)를 거느렸던 피아니스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늘 검은 옷을 즐겨 입었던 리스트. 그의 연주를 보기 위해 유럽의 귀부인들이 마차를 빌려 연주 일정에 따라 유럽을 횡단하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택시를 전세 내서 '오빠들'을 뒤쫓고 다닌다는 사생팬들의 행태와 그리 다를 게 없습니다. 그만치 리스트의 외모와 초절정의 기교가 눈부셨다는 얘기죠. 그가 작곡한 곡들도 자신의 기교를 한껏 과시하듯 화려한 테크닉을 가져야만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 많습니다.

 

라자르 베르만은 '다자키 쓰구루'를 읽어 보신 분이라면 설명이 필요 없을 피아니스트.

(스페인 광시곡 이야기는 아래서 또 이어집니다.)

 

 

 

그리고 8부에선 대망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곡들 중 가장 대중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입니다. 파가니니는 사라사테와 함께 지금까지도 초 기교파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물이죠. 피아노에서의 리스트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파가니니의 일생을 그린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스트(Paganini: The Devil's Violinist)의 한 장면. 바로 이 곡이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 파가니니가 당시 어떤 카리스마로 무대에 임했는지 느낄 수 있죠. 요즘의 록 기타리스트와 사실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실제로도 없었을 겁니다.

 

위 영상을 보면 저는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1986년작 전설의 영화 '크로스로드(Crossroads)'. 기타 소년 랄프 마치오가 우여곡절 끝에 '악마에게 혼을 판 기타리스트'와 대결을 펼입니다. 그런데 그 기타리스트가 바로 스티브 바이라는게 웃음의 포인트. 누가 봐도 진짜 '악마에게 혼을 판 것 같은' 바이의 초절정 연주 기교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마치오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를 기타로 변주해 멋지게 역전승을 따냅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여기.

 

 

 

리스트의 피아노 광시곡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광시곡이라는 제목에서 피아노 독주를 연상하시겠지만 이 곡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협주곡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물론 광시곡답게 전통적인 협주곡의 악장 개념은 없고, 작게 나눠 24개의 변주로 이뤄져 있죠. 특히 유명한 곡은 바로 18 변주입니다.

 

스티븐 허프(Hough)가 연주한 위 영상에서는 대략 20분 15초 부근부터 들으시면 여러분이 찾는 '바로 그 멜로디'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찾아 듣기도 귀찮으신 분들은 아래 영상에서 딱 18번 변주만 들으시면 됩니다.

 

 

 

 

이 곡을 선재와 혜원이 연주하게 된 건, 두 사람이 국제 음악제 예심을 위해 DVD를 제작하기 위한 곡을 찾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혜원이 "너 협주곡 피아노 파트 다 외는 곡 뭐 있니?"라고 묻자 선재는 더듬 더듬 "슈만 협주곡하고...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변주곡" 이라고 대답합니다.

 

(사실 이건 아마도 정성주 작가님의 사소한 실수인 듯 합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입니다. '변주곡'이 아니죠. 정작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는 곡은 따로 있습니다. 브람스의 곡이죠. 바로 이 곡.)

 

 

 

 

이어집니다.

 

8부에선 협주곡 반주를 하다 말고 벌떡 일어선 혜원의 꾸지람에 그 자리를 모면해 보려던 선재가 "선생님, 그 손열음이 카푸스틴 치고 그렇게 일어날 때 좋았었는데..."하고 나름 애교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나가서 찬물에 세수하고 와"라는 싸늘한 대답.

 

여기서 카푸스틴은 러시아 출신 작곡가 Nikolai Girshevich Kapustin 을 말합니다. 손열음은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할 때 카푸스틴의 변주곡 41번을 연주했습니다. 그때 곡을 마무리하면서 벌떡 일어난 모습을 말하는 겁니다.

 

 

잘 아는 듯이 얘기하지만 저도 저렇게 벌떡 일어선 모습은 이번에 찾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손열음은 이때 위에서 언급한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도 연주했습니다. 여기서 은근히 선재가 손열음의 팬이라는 걸 알 수 있죠.

 

 

 

 

마지막으로 8부에 소개된 '선재의 모짜르트 교과서' 님은 포르투갈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 Maria Joao Pires 입니다.

 

 

 

 

포르투갈어의 표준 발음이 쉽지 않아 흔히 마리아 호아오(혹은 후아오) 피레스라고 소개됩니다만, forvo.com을 참고한 결과 포르투갈과 브라질에서 모두 '주앙'이라고 발음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같은 이름이 들어간 보사노바의 대가 Joao Gilberto는 요즘은 거의 '주앙 질베르토'로 교정이 이뤄지고 있더군요.

 

이 분의 모짜르트입니다. 피에르 불레즈와 협연한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1944년생. 2003년의 영상이니 극중에서 혜원과 선재가 얘기하던 '60세 무렵'의 모습입니다.

 

이상 4부~8부까지의 삽입곡들과 거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어 봤습니다.

 

매회 하기는 힘들고, 또 곡이 쌓이면 포스팅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협찬 광고 하나. 스피커는 역시 쿠르베. http://courbea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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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에서는 두 끼(첫날 점심과 저녁)를 밖에서 먹고 한 끼(이튿날 아침)를 민박집에서 해결했다. 민박집 식사는 총각 혼자 운영하시는 민박집 사정을 생각하면 딱히 뭐라 따질 수준은 아니었으나, 아무튼 광고대로의 '푸짐하고 영양가 넘치는 식단'은 결코 아니었다. 뭐 한끼 정도야 그러려니 하는 거다.

 

첫날의 두 끼는 모두 타파스로 해결했다. 일단 점심. 세비야에 도착하자 마자 짐을 두고 나가는 길에 식사를 해결했다. 민박집-카테드랄은 도보 5~10분 정도. 그 중간의 골목길에 Pimenton 이 있다.

 

 

 

주소는 Calle Garcia de Vinuesa 29, 41004 Seville, Spain. 트립어드바이저에 El Pimenton 이라는 이름으로 리뷰가 올라와 있다.

 

http://www.tripadvisor.co.kr/Restaurant_Review-g187443-d3742726-Reviews-El_Pimenton-Seville_Province_of_Seville_Andalucia.html

 

위 주소로 구글 검색을 해 보면

 

 

 

주위를 둘러볼 때 분명 같은 곳인데 다른 가게가 나온다. 생긴지 얼마 안 되는 가게인 모양이다. 민박집에서는 '새로 생긴 집인데 잘 한다고 소문이 났다'고 추천했다. 가게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차가운 타파스와 뜨거운 타파스 메뉴가 있고, 여기서 1인당 3가지를 고르면 음료와 빵, 커피를 포함해 8.95 유로에 준다는 착한 가게다. 당연히 두 사람이므로 차가운 접시 3개와 뜨거운 접시 3개를 시켰다.

 

 

실내. 그냥 깔끔하다. 으리으리하지 않고 실속을 차렸다는 느낌.

 

현지인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들어와 마냥 깔깔거리고 떠드는 품이 나쁘지 않다.

 

뭐, 현지인이 아니고 세비야에 오래 눌러 앉은 장기 여행자들일 수도.

 

 

가지 튀김과 크렌베리 소스 

 

 

 

야채 튀김. 한국식 야채 튀김과 매우 흡사한데 씹히는 맛이 좋다.

 

 

새우가 들어간 감자 샐러드. 왠지 '안전한 맛'을 위해서 시켰는데 다른 메뉴들도 전혀 입에 맞지 않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해도 좋았을 듯한 라따뚜이. 정작 메뉴에는 스페인어로는 Pisto Al la Italiana (이탈리아식 잡동사니 요리), 영어로는 Ratatouille 라고 써 있다. 아무튼 맛이 좋았다.

 

 

이게 아마... 버섯 크림으로 덮은 쇠고기 요리였던 듯. 아무튼 맛있었음.

 

 

Questo fritto con arandanos. 치즈 튀김과 크렌베리 소스.

 

흡족한 점심식사였다. 가격대 성능비로 보나, 냉정한 맛 평가로 보나 맛집으로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음.

 

저녁은 조금 더 넉넉하게 먹기로 했다.

 

그래서 간 곳이 대성당의 뒤편이 있는 이 집.

 

아무리 봐도 이름이 딱 써 있지 않다.

 

Bar La Catedral. 주소는 Calle Mateos Gago 5.

 

 

사실 처음부터 이 집으로 들어간 건 아니고, 맨 처음엔 카테드랄이 보이는 광장 한 구석의 꽤 운치있는 카페의 야외석에 자리를 잡으려 했다. 해가 막 기우는 시간.

 

 

 

그래서 이렇게 앉아서 관광객용 사진도 찍고 하면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일단 웨이터의 자세부터 '그 테이블이랑 의자랑 니들이 쉬라고 내놓은 거 아니다. 거기 앉으면 식사를 해야 한다' '우리는 코스만 취급한다. 단품은 안 판다' '와인 시켜라. 와인 좋은 거 있다. 와인을 안 마셔? 왜?' 뭐 이런 식이다.

 

게다가 살펴본 메뉴도 이건 '특제 슾' '세비야 식 스테이크' '새우를 곁들인 샐러드' 등 그냥 세계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기본 양식 정찬이다. 이런 걸 먹으려면 대체 왜 여기까지 왔겠나. 물론 가격이나 싸면 모르겠는데 1인당 30유로.

 

야. 야. 사진 다 찍었으니 됐다. 니네 집에서 밥 안 먹을란다, 하고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하고 가다 보니 눈에 띄는 웨이터 형. 실물은 이것보다 잘 생겼다.

 

옆에 보이는 메뉴처럼 줄줄이 이런 타파스가 한 접시에 3유로에서 12유로까지 다양하다. 이런 데를 가고 싶었다.

 

영어 메뉴와 스페인어 메뉴. 이제 여행 일주일에 접어드니 영어 메뉴만 보는 게 더 헷갈린다. 스페인어 메뉴와 영어 메뉴를 같이 보는게 훨씬 주문하는 데 편리하다.  

 

 

 

그리고 바쁜 웨이터 불러다가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주문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물론 바쁘니까 짜증을 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관광선진국 웨이터는 그러지 않더라는 거지. 게다가 이것 저것 물어봐서 시키려고 노력하는게 가상한지 추천도 막 해 주고, 재료를 집어다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게 여행의 재미라고 생각.

 

 

 

뭐 길가 바로 옆 테이블이라 그렇게 우아하지는 않다. 인도에 나와 있는 테이블이기 때문에 행인들이 옆으로 지나다니기도 하고.

 

그래도 저 골목 안의 가로수가 모두 라임이다.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서인지 떠다니는 공기결에 라임 냄새가 묻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라임들은 다 익어 땅에 떨어져 밟혀도 구린내가 나진 않겠지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봤다.

 

상그리아도 당연히 한잔.

 

 

 

치즈와 토마토가 들어간 신선한 샐러드 한판. 뭐 이건 괜히 시켰다 싶기도 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음식을 너무 많이 시킨 것 같아서.^^

 

 

또 음식마다 야채가 조금씩 딸려 나오기도 했기 때문에.

 

아무튼 첫 접시는 Chocos fritos con ali-oli. '마늘 소스 오징어 튀김'이다. 스페인에선 초코 Choco 즉 그냥 오징어와 세피아 Sepia, 뼈오징어가 매우 흔히 식재료로 쓰인다. 스페인 사람들은 세피아를 흔하게 먹어서 이번 여행 내내 세피아는 두세번 먹은 듯 하다.

 

이 오징어는 얼마나 큰 놈인지 모르겠으나 세피아에 비해 식감이 쫄깃했다. 오른쪽에 있는 마늘이 들어간 드레싱에 찍어 먹으면 맛이 아주 그만이다.

 

 

Langostinos Salsa tartara gratinados 큰 새우 타르타르 소스 볶음.

 

흔히 새우는 그냥 Gamba, 랍스터가 Langosta 라고 하는데 Langostino는 중간 정도 되는 큰 새우를 말한다고.

 

뭐 대하 수준으로 큰 새우는 아니고 아무튼, 저런 애가 몇마리 들어 있다.

 

 

 

이건 뭐 이름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요약하면 '메추리알을 곁들인 하몽 토스트' 정도 되겠다.

 

그래도 하몽은 하나 시켜야 스페인 관광객 아니겠어?

 

 

 

Solomillo Catedral (Salsa Sevillana Antigua) - 전통 소스로 조리한 카테드랄식 소 등심

 

여기서의 카테드랄은 이 식당의 이름을 말한다. 보기에 좀 저래서 그렇지 육질이며 육즙이며 흠잡을 데가 없는 맛이다. 스페인 쇠고기의 질에 대해서는 거듭 감탄하게 된다. 맛있다. Solomillo는 영어의 Sirloin에 해당하는 듯.

 

 

 

Turbante de Pimiento con Carne Picada y Salsa de Piquillo

터번            피망               간 고기             매콤한 소스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불러도 좋을 음식. 피망의 속을 간 고기로 채우고 그 상태에서 구워 매콤한 소스를 뿌린 음식이다.

 

아마도 완성된 형태의 모양 때문에 투르반테(터번)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Champinones Plancha. 버섯 구이. 집어 먹다 찍어서 좀 갯수가 적어 보이는데 원래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았다.

 

 

먹다가 찍어서 좀 지저분하긴 한데, 이렇게 테이블 가득 시켜 놓고 아구 아구 먹어댔다.

 

 

 

그렇게 해서 가격이 세금 포함해 34.1 유로. 전망좋은 광장 카페에서 먹었더라면 절대 느낄 수 없었던 포만감과 정신적인 만족감을 포함해서, 그 광장 카페 정식 가격의 딱 절반이다. 웨이터들이 번갈아 나와서 눈이 마주치면 '맛있어? 맛있지?' 라고 눈빛으로 물어본다. 좋다.

 

어느새 해가 져 깜깜해지고,

 

 

가게 안에는 불이 들어온다.

 

 

 

가게 안 곳곳에 소 머리가 장식돼 있다.

 

 

 

아마도 왕년에 투우에 나갔던 소들이겠지, 하고 생각해 본다.

 

 

 

가게 바로 앞에서 찍은 각도. 히랄다 탑과 대성당의 동쪽 면이 바로 보인다.

 

 

 

구글맵에서 본 이 식당의 위치.

 

 

 

지도에서 보면 이렇다.

 

 

 

밤에 보면 더 훌륭한 카테드랄. 금박을 씌운 듯한 조명도 훌륭하다.

 

 

 

 

 

카테드랄 앞의 번화가에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 부른 배를 안고 플라멩코를 보러 간다.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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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4월입니다.

 

이러다 곧 연말 공연 안내가 나갈 듯한 속도감...ㅠ

 

 

 

 

 

 

 

10만원으로 즐기는 4월의 문화가이드(2014)

 

4. 내한공연이 별들의 전쟁일세. 수잔 베가(42)도 오고 제프 벡 영감님(427)도 또 오시지만 다들 너무 비싸. 베가 공연은 제일 싼 표가 66000, 벡 영감님은 88000. 능력 있는 사람들에겐 볼만한 공연인 게 분명하지만 이 칼럼의 취지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여. 528일 폴 매카트니 옹의 내한공연 계획이 발표됐으니 거기에 맞춰 저금을 해야 할 사람도 있겠지?

 

현존하는 최강의 기교파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내한공연도 눈길이 가는데 레퍼토리가 너무 가곡 위주네. 물론 취향에 따라 이 쪽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불만이 없겠지만, 그래도 드세이가 공연을 한다면 오페라 아리아 위주로 리스트를 짜 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지.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다른 공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

 

이렇게 저렇게 다 빼고 추천할 공연은 따로 있어. 41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교향악 축제가 시작돼.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교향악단들이 모두 회심의 역량을 선보이는 기회지. 예당 홈페이지에서 연주 곡목들을 살펴본 뒤 맘에 드는 곡을 고르는게 아마 제일 간편할 거야. 제일 비싼 티켓이 4만원. 이럴 때 예당 콘서트홀의 중앙 자리에 앉아 보는 거야. 물론 같은 돈으로 1만원 짜리 표를 사서 4개의 공연을 보는 것도 추천. 개인적으론 419일 열리는 부천 교향악단과 서울대 최연소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의 협연이 궁금하네.

 

국립극장은 3월부터 셰익스피어 관련 공연이 한창인데, 3월에 이미 시작해 413일까지 공연되는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도 좋을 것 같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공연은 425일부터 27일까지 공연되는 한여름밤의 꿈이야.

 

 

 

 

공연 주체는 핸드스프링 퍼펫 컴패니라는 이름의 남아프리카 극단. 이름을 보면 눈치채겠지만 인형극단이야. 그게 뭘 어쨌느냐고 하는 사람들에겐 영국 국립극단(National Theatre)워 호스라는 연극을 검색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 표정까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말 인형을 무대에 등장시켜 기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팀이지.

 

당시 워 호스를 연출했던 톰 모리스가 연출을 맡아서 더 기대가 돼. 티켓은 4만원에서 5만원. 정교한 인형들의 움직임을 잘 보려면 과감하게 5만원을 투자하라고 권하고도 싶어.

 

돈을 많이 썼으니 4월의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Aimez-vous Brahms ’. 요즘 드라마나 영화 뿐만 아니라 현실 세상에서도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게 쏟아지고 있는데, 이 소설은 1959년작이니 그야말로 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인 셈이야.

 

 

 

당시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고, 그해 연말 한국에서도 출간됐어. 당시 한 신문에 실린 책 광고를 보면 싸강양() 쾌심(快心)의 일대역작(一大力作)’이라는 카피와 함께 크리스마스와 새해 선물로 추천하고 있어.

 

서른아홉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폴라는 부유한 애인 로제와 연애중이지만 그의 사랑을 진지하게 믿고 있지는 않아. 아니, 그 자신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지. 그런 폴라가 스물다섯살의 순수한 견습 변호사 시몽을 만나 느끼는 새로운 감정이 이 작품의 핵심이야.

 

당시에서는 서구에서도 남녀간 열 네살의 차이가 대단히 크게 느껴졌던 모양이야. 요즘은 한국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와 유아인이 극중 스무살 차이가 나는 남녀 사이의 감정을 다루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

 

사강은 1960년대와 70년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감정선을 지배했던 여류 작가의 대명사야. 그런데 정작 서른 아홉 독신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던 사강의 당시 나이가 24세였다는 건 어쩐지 뭔가 속는 기분이 들기도 해. 아무튼 지금 그의 문체를 다시 읽어 보면 어딘가 흑백 영화를 보는 듯, 마음이 촉촉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거야. 이 소설은 1961년 할리우드에서 잉그리드 버그만과 이브 몽탕, 앤서니 퍼킨스 주연으로 영화화됐어. 지금은 구해 보기 힘든 영화가 돼 버렸지만.

 

봄바람이 살살 불면 주말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가. 마침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전이 열리고 있어.

 

 

 

이타미 준의 본명은 유동룡. 재일교포야. 유족들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고인이 유품으로 남긴 스케치, 모형, 영상, 회화 등 500여점을 기증했고, 그 덕분에 이 전시가 열리는 거지. 참고로 고인은 평생 귀화하지 않을 정도로 민족의식이 강했던 분이고, 이타미 준은 귀화명이 아니라 예명이야.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여겨서 방주교회, 포도호텔 등 대표작들을 제주도에 지었지. 여기서 영감을 받으면 제주도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 날씨야. 다음달에 봐.

 

 

 

그 다음은 덧붙이는 이야기들.

 

 

톰 모리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연극 '워호스'는 전 세계에서 벌써 240만명이 직접 봤다는군요. 영화라면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연극이라면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직접 공연이 아닌, 무대 공연을 촬영한 영상물로 볼 수 밖에 없었지만(그것도 단 3일 동안 국립극장에서 개봉), 좀 기다리면 '워 호스'에 이은 충격이라는 '한여름밤의 꿈'은 직접 공연 팀이 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워 호스의 말 인형들 - 馬形 이라고 쓰는게 맞을런지도^^ - 들이 준 충격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 정교한 제작 기법과 조종술의 조화란.)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BBC의 소개 영상을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를 듯. 톰 모리스 인터뷰와 '워 호스', 그리고 '한여름밤의 꿈'을 다룬 내용입니다. 인형극과 연극의 경계를 넘은 환상적인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영화화한 할리우드 영화 '굿바이 어게인'이 나온 1961년 기준으로 잉그리드 버그만은 46세, 앤서니 퍼킨스는 29세였습니다. 실제 나이 기준으로 하면 현재 '밀회'에 나오고 있는 김희애-유아인과 거의 비슷한 차이지만, 사실 사진상으로는 그리 큰 차이가 나 보이지 않습니다.

 

 

 

 

퍼킨스에 비하면 유아인은 심하게 동안인 셈이죠.

 

 

요즘 밀회 때문에 피아노 다시 배우러 나가는 분들이 많다는 소문도. 아무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도 다시 보시면서 '밀회'를 즐기시면 더 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P.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끝 점 세개는 사강이 꼭 그렇게 해 달라고 고집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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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가 방송되기 전, 방송을 예고하는 기사에는 허튼 악플들이 많이 달렸습니다. 이모와 조카 같다느니, 저질스러운 불륜 드라마는 공해라느니 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딱 첫주 방송이 나간 뒤부터 이런 식의 이야기들은 싹 사라졌습니다.

 

한국 방송시장에서는 매주 20여편의 드라마가 방송됩니다. 개중에는 훌륭한 것도 쓰레기 같은 것도 다 있습니다. 하지만 '밀회'를 단 한 회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어떤 물건이든 직접 써 보면 대개 품질이 드러납니다. 흔한 두루마리 휴지가 같은 길이라도 처음부터 세 겹인 휴지가 있고, 가격은 싸지만 홑겹이라 몇번을 겹쳐 써야 제 구실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밀도가 다르죠. '밀회'도 그렇습니다. 압축도가 다른 드라마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밀회'를 본 많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시간이 짧게 느껴지냐" "앞부분 한 20분 못봤는데 흐름을 못 따라갈 것 같다. 왜 이리 진행이 빠르냐"는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허투루 버리는 시간, 잡담으로 시간만 늘려 놓은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다 보고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수도 있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대사에 군더더기 설명이 없고,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하듯 '피차간에 다 아는 얘기는 생략하고'라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생각하면서' 보지 않으면 안되고, 그래서 똑같은 70분 드라마라도 훨씬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감독의 자존심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그냥 삽화처럼 지나가는 장면도 나중에 보면 아, 그래서 저 장면이 들어갔고, 저 대목에서 저 사람이 그 말을 했구나 하는 것이 깔려 있는 드라마입니다. 제작비가 더 비싼 드라마 중에는 조연급까지도 시청자들이 알만한 배우들로 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만, 안판석표 드라마에는 허투루 나오는 조연들 중에도 어색해 보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실 시청자들이 몰라서 그렇지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역할로 나오는 분들도 대개는 연극 경력이 20년 이상 되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아내의 자격'이나 '하얀 거탑' 때 지나가는 역으로 보였던 배우들이 계속 눈에 띄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검증된 배우들은 계속 쓴다...는 것 역시 안판석 표 드라마의 특징이죠. 예를 들어 '아내의 자격'에 연변 아줌마로 나왔던 연극배우 길해연이 '밀회'에는 역술가 겸 투자전문가로 나오고, '아내의 자격'에서 김희애 동생 역이었던 장소연은 이번에도 김희애의 부하 직원으로 나옵니다.)

 

 

 

 

 

드라마 구조가 보여주는 세계는 무섭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고액연봉의 기획실장이지만 혜원(김희애)의 삶은 칼날을 밟고 산다, 혹은 담장 위를 걷는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나날입니다. 4부에서 김희애가 스스로를 지칭한 '3중 첩자'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김희애는 최종 보스인 서회장(김용건), 회장의 딸 영우(김혜은), 회장의 후처 성숙(심혜진)의 딱 중간에서 가려운 데를 긁어 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능했다면 애저녁에 눈밖에 나 버려졌을 겁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쪽에 붙었다면 그 역시 세 사람이 벌이는 신경전 속에서 녹아 버렸겠죠.

 

세 사람 모두 혜원에게는 은근히 자기 속내를 털어놓고, 다른 사람의 상황을 묻습니다. 말이 '3중 첩자'지 여기서 만약 다른 쪽의 기밀을 누설해 준다면 그날로 역시 버려지는 몸이 될 겁니다. 세 사람 모두 바보가 아닌 이상, '여기서 저쪽 얘기를 한다는 것은 저쪽에서도 여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임을 바로 알아차릴테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4회에 나온 서회장과 혜원의 대화는 그야말로 백전노장, 산전수전 다 겪은 여우와 여우의 대결입니다.

 

 

 

 

서회장: 뭣보다 성숙이가 널 안 내놓겠지.

혜원: (웃음)

서회장: 한 잔 해라.

혜원: 운전 땜에.

서회장: 그 밑에 있으믄 평생 실장일텐데.

혜원: 평생이믄 고맙죠. 직함이야 어찌됐든.

서회장: 한성숙이는 젖두 크구, 다 좋은데 딴주머니가 너무 커져버렸어.

혜원: (민망하지만 미소 지우지 않고,시선도 돌리지 않는다)

서회장: 그 자리에 너무 오래 앉혀 놨다.

혜원: 어떡하죠, 회장님? 제 원칙대루라면, 지금 그 말씀 이사장님께 보고 해야 하는데,

서회장: 허허 참, 이거, 니가 진짜 큰 여우다, 나한테 협박을 다 하구.

혜원: 죄송합니다.

 

 

이런 세계에서 버티는 혜원도 대단하지만, 어쨌든 힘을 가진 사람들은 혜원이 아니라 이들 셋입니다. 셋 중 어느 하나라도 거스르는 날이 혜원에게는 그 자리에서 버티기 힘든 상황이 시작되는 날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 지혜를 발휘해 살아남고, 회장을 위해 설렁탕 집의 음식 나르는 아줌마까지 섭외하는 혜원. 영우에게는 입만 열면 '윤리 도덕'을 말하는 것이 어쩌 보면 대단히 모순적입니다.

 

유명 음대를 나와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왕년의 피아노 수재, 선재(유아인)의 눈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초호화 스펙에다 다른 세상에 살 것 같은 혜원이지만 실제로는 적잖은 대가를 치르고 있습다. 잔혹하고 무서운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앨리스가 전사로 다시 태어난 셈입니다.

 

결코 사소하지 않은 모욕과 굴욕을 다 참고, 본래 갖고 있던 도덕적 원칙을 다 숙여 입시 비리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본래 도덕이라곤 모르는 듯한 재벌가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살아남은 혜원. 그 대가로 누리고 있는 것은 유명 음대 교수 부인이며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 만약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을 위협하는 일이 닥치면 혜원은 가차없이 그 싹을 잘라 버릴 인물입니다.

 

 

 

 

그런 혜원이 과연, 가진 것을 모두 내려 놓으면서 스무살 어린,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아무 것도 아닌 선재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려 할까요. 아직까지는 자신의 애정을 다른 감정, 즉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묻혀 버릴 선재의 재능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애써 속이며 행동하고 있지만, 드라마가 드라마가 되려면 그 감정이 곧 드러나고야 말 겁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드러날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성주 작가의 거침없는 필로를 생각하면 지레 겁이 납니다. 혜원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혜원을 여신으로 생각하는 선재가 혜원의 삶의 참 모습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혜원의 껍데기 남편 준형을 비롯한 나머지 인물들이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엇을 기대하든, 아마도 시청자들은 그 기대보다 훨씬 적나라한 현실을 보게 될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부터 은근히 두려움이 앞서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일 선물로 받은 16개의 초콜릿 가운데 벌써 네개나 포장지만 남기고 사라졌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물론 기획 단게에서 20부로 끝낼 수도 있다는 검토가 있었으니 기대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라흐마니노프. 보컬리제. 유자 왕의 연주입니다. ('밀회'에 나올 곡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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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에는 드라마 성격상 수많은 피아노 곡들이 등장합니다.

 

클래식의 세계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명곡들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곡도 어떤 상황에서 듣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아침에 들어 좋은 곡이 있고, 전날 밤에 그렇게 좋았던 곡이 다음날 눈 뜨고 들으면 대체 내가 왜 이런 곡을 좋다고 했는지 이상할 때도 있죠.

 

아무래도 영상과 결합된 곡들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긴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나온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나 '쇼생크 탈출'에 나온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2중창'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분들이 '밀회'에 나온 주옥같은 피아노 곡들을 기억하실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선재의 천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템포가 빠르고 높은 수준의 기교가 필요한 곡들이 많이 선곡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들린듯 건반 위를 달리는 번개같은 손'이 확실히 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겠죠.

 

가장 먼저 알려진 곡은 이미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저 곡 제목이 뭐냐"는 말을 들었던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여기서 네 손은 four hands 입니다. your hands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두 명의 호흡이 잘 맞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할 때 더 매력적인 곡입니다. 이 곡은 앞으로도 '밀회'의 주된 테마처럼 자주 쓰일 예정입니다. 선재와 혜원이 함께 이 곡을 연주하는 장면이 많은 것을 예고해 준다고 봐야겠죠.

 

 

 

의외로 남녀가 함께 연주한 버전은 많지 않아서 파울 바두라-스코다와 요르그 데무스 듀오.

 

그 전. '밀회' 1회에서 준형(박혁권)이 '나천재'라는 아이디로 선재(유아인)가 올린 영상을 보는 장면에 나온 곡은 바르톡의 피아노 모음곡(Op.14) 중 3번입니다. 준형이 "미친놈. 피아노로 개그하나"라고 말했던 바로 그 장면에 나오는 곡이죠.

 

 

 

 

2부에선 꽤 여러 곡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혜원(김희애)이 선재에게 "너 왜 평균율 칠때 페달 안 써?"라고 묻는 곡은 유명한 J.S.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아곡집 중 1번 전주곡(BWV 846) 입니다. 아무리 생각 없는 사람도 사색에 잠길 수 있게 한다는 곡이죠.

 

이 분야에서 신화적인 존재인 글렌 굴드 버전입니다.

 

 

바흐의 평균율을 연주할 때에는 이 굴드의 연주처럼 대개 페달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혜원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선재도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무슨 이유인지를 물은 것이죠. 선재는 "왠지 악보에 그렇게 하라고 써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 역시 혜원이 선재의 천재성을 파악하는 대목입니다. 선재가 '배우지 않고도' 작곡자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아 차리는 것이죠.

 

 

그 다음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Appassionata)' 3악장.

 

"열정 3악장 다시 해봐. 아니다. 코다부터."

"저, 틀렸나요?"

"아니. 다시 듣고 싶어서."

 

혜원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다리 위에서 미친듯이 난간을 건반 삼아 두드리는 선재의 모습. 바로 그 부분입니다.

 

 

 

 

코다(Coda)는 소나타 형식의 종결부를 뜻합니다.

 

요즘 상한가인 랑랑이 연주하는 '열정' 3악장. 선재의 코다 부분은 위 영상에서 7분10초 정도 되는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그 전까지 열정 3악장의 메인 테마가 계속 변주되다가, 한 순간에 새로운 주제가 제시되면서 폭풍처럼 몰아치는(물론 앞부분도 강렬합니다만, 거기서 한번 더 '강렬함'이 추가됩니다) 마무리가 인상적입니다.

 

 

 

물론 '열정'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고뇌에 가득 찬 1악장 부터 순서대로 듣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합니다. 이제는 지휘자로 더 유명하지만 다니엘 바렌보임의 손은 아직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제목만 나온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Wanderer Fantasie'. 입시 곡으로 뭘 치겠느냐는 준형과 혜원의 질문에 선재가 선택한 곡입니다.

 

일세를 풍미한 천재 예프게니 키신의 연주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선재가 꿈을 이뤘을 때 가질 수 있을 모습을 미리 보는 듯한 영상.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협연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입니다.

 

 

제목이 그래서가 아니고, 그야말로 모든 피아노 곡들 가운데 황제의 자리라고 봐도 좋을 듯한 곡이죠.

 

만석을 이룬 대형 콘서트 홀에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함께 '황제'를 연주하는 모습은 모든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꿈이기도 할 겁니다. '밀회'에서는 1회 음악제 장면에서 조인서(박종훈) 교수가 직접 지휘를 겸해 연주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런 다양한 곡들의 연주 연기를 위해 연기자들은 악보를 외우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준의 연주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손가락과 연주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의 숙달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드라마나 영화 속 연주 장면 중에서는 비교할 만한 작품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일단 대략 3부까지 등장하는 중요한 곡들을 훑어봤습니다. 뒤로 갈수록 더 다양한 곡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밀회'를 즐기는 좋은 방법, 음악과 함께 즐기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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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소문이 무성했던 화제의 [밀회] 1회가 방송됐습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얘기하는 것만큼 무모한 일은 없습니다. 대본을 아무리 읽어보고 잘 아는 배우들이 나와도, 편집을 마치고 방송되는 드라마를 보기 전엔 그 드라마가 어떤 드라마가 될 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던 '밀회'. 순산이었습니다.

 

 

 

 

'밀회' 첫회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설명에 소요됐습니다. 일단 인물관계도는 이렇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가 본질적으로 혜원(김희애)-선재(유아인)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둘의 관계가 한복판에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1회를 제대로 보신 분이라면, 그 주위를 둘러싼 인물들이 아직 살짝 감춰놓고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운 것인지 금세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가장 흥미로운 관계는 혜원을 중심으로 한 성숙(심혜진)과 영우(김혜은)의 관계입니다. 혜원은 예고 동창인 영우와 명목상 친구로 되어 있지만 재벌 회장의 딸이자 자신의 고용주 뻘인 영우의 시녀 역할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물론 혜원은 연봉 1억인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 자리에 그 시녀 역할까지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회장의 후처인 성숙이 있습니다. 교양미넘치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고급 룸살롱의 마담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영우로부터 절대 계모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실속을 차리려는 야심과 계략이 가슴에 가득하고, 총명하고 성실한 혜원을 자기 사람으로 곁에 두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성숙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건 자신을 '한마담'이라고 부르는 영우의 목소리. 그 한마디에 성숙은 애써 지켜 온 교양미의 허울을 벗고 영우의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암늑대가 되어 버립니다. (1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화장실 격투 신;;)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한 혜원의 '뺨 맞는 신'은 바로 이런 갈등이 표출된 결과입니다.

 

 

 

             

 

 

새파랗게 어린 남자 모델을 데리고 오피스텔에서 잠든 영우를 깨우러 간 혜원. 그 혜원이 "하려면 진짜 사랑을 하든가"라고 쓴소리를 하자 영우는 다짜고짜 뺨을 갈기며 쏟아붓습니다. "기집애야, 너는 진짜야? 너 정말 강준형 사랑해서 바람 안 펴? 니 남편 허당인거 누가 몰라?"

 

그리고 드라마는 서한예술재단이 운영하는 서한음대의 민학장(김창완)과 혜원의 남편인 교수 준형(박혁권)을 보여줍니다. 이 사회의 맨 꼭대기에서 여러 혜택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그리 향기롭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음을, 그리고 이 드라마가 그 군상들이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예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한때 기획 단계에서 이 드라마는 '음악판 하얀 거탑' 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얀 거탑'이 한국 의학계의 후진성과 어두운 단면을 보여줬다면 '밀회'는 한국 고전음악계의 병폐와 환부를 백일하게 드러낼 겁니다.

 

 

 

제법 긴 1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연히 서한재단 아트센터의 공연 날, 택배 물건을 갖고 현장에 도착한 선재가 무대 뒤에서 커튼 너머로 혜원 일행을 바라보는 지점입니다. 협연을 앞둔 조인서 교수(박종훈)와 민우(신지호)가 피아노를 조율하며 혜원과 함께 잡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선재에게는 감히 꿈꿀수도, 도달할 수도 없는 곳입니다.

 

이 장면을 트친 하나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재능이 있어도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청년의 눈빛은 가늘게 떨리며 촉촉하고 몽환적이다.

근데 심지어 그게 유아인이란 거지." (@hsjeong)

 

더 이상 적절할 수 없습니다.

 

 

 

숨가쁘게 달린 1회는 사전 공개 영상에서 드러났던 장면, 즉 혜원이 선재를 불러 피아노 실력을 테스트 해 보는 장면 바로 앞에서 끝났습니다.

 

이 예고에 대한 내용은 이쪽: 밀회, 보는 이를 압도하는 20분 http://fivecard.joins.com/1240

 

그러니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지만 - 두 주인공이 만난 것이 1회 끝나기 3분 전인 걸 보면 - 사실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머잖아 두 사람의 관계에선 불꽃이 튈 겁니다.

 

드라마가 나오기도 전에 설정만으로 이 드라마를 싸구려 불륜 드라마 취급했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1회를 보라'는 것 뿐입니다.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수준으로 이 드라마와 견줄 만한 작품은 올해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한마디 더 보탠다면, "이게 바로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있게.

 

혹시 1회를 보실 기회를 놓친 분들, 여기서 1회를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다행인 건, '이제 겨우 1회가 방송됐을 뿐'이란 겁니다.

아직도 15회나 더 남아 있습니다. 그만치 더 즐기실 수 있단 얘기죠.

 

P.S. '베토벤 바이러스' 까지만 해도 연주자의 손이 흘러나오는 음악과는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만 해도 '누가 그런 데까지 신경을 쓰느냐'는 게 일반론이었기 때문입니다.

'밀회'는 다릅니다. 진짜 피아니스트들인 박종훈, 신지호는 물론이고 김희애와 유아인도 정확하게 건반을 짚습니다.

사실 이 정도는 '밀회'가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작은 예일 뿐입니다.

두고 보시면 더 놀랄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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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12일. JTBC 드라마 '밀회' 제작발표회가 열렸습니다.

 

김희애-유아인 주연, '아내의 자격'의 안판석 감독, 정성주 작가의 재회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화제가 된 드라마였습니다만, 사실 어떤 드라마가 나올 지는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었습니다. 물론 일찌감치 대본을 읽어 보고 '이건 아마도 올해 최고의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만, 대본과 정작 만들어진 드라마는 또 다른 법이거든요.

 

그리고 제작발표회. 본래 JTBC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는 1회를 모두 보여드리는 것이 관례였습니다만 이번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20분 가량의 부분만이 먼저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당초 제작진은 '하이라이트'를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만, 만들어진 영상을 보니 하이라이트가 아니더군요. 일반적으로 하이라이트라고 하면 여기저기서 뽑은, 시청자들이 보기에 극적인 장면들을 편집한 영상을 말하는데, 이날 공개된 영상은 드라마 한 중간의 20분 정도를 통으로 잘라 낸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이 드라마 앞부분의 하이라이트가 되기는 합니다. 일단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선재(유아인)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피아노 천재입니다. 어려서 동네 피아노 학원에 다닌 것 외에는 제대로 배운 적도, 누가 지도해 준 적도 없지만 타고난 감각으로 피아노를 '가지고 놀아서' 기적적인 성취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택배 아르바이트.

 

혜원(김희애)은 재벌그룹에서 운영하는 예술재단의 기획실장. 재단 일은 물론이고 회장 사모님인 재단 이사장(심혜진)의 비서에서부터 재단 이사이자 동갑내기인 회장 딸(김혜은)의 뒤치닥거리까지 1인3역을 완벽하게 해 내는 슈퍼 우먼이지만 한때는 촉망받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손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연주자의 꿈을 접었지만, 지금도 음악인의 재능을 판별하는 '귀'는 국내 1인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 영상 바로 앞에 있었던 일: 혜원의 재단에서 주관하는 연주회 날. 우연히 그 공연장에 택배 일로 갔던 선재는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 놓인 그랜드피아노의 유혹에 빠져 놓여 있던 악보를 연주해 버립니다. 당연히 예정돼 있던 연주자가 리허설을 하는 걸로 알았던 사람들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자 경악합니다.

 

CCTV를 통해 택배 옷을 입은 청년이 피아노를 치는 걸 발견한 혜원은 선재를 찾아내 재능을 테스트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보신 영상 내용의 전개가 이어집니다.

 

 

 

 

 

사실 대사도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두 사람이 피아노를 치는 내용으로 이어지지만 간간이 나오는 대사를 통해 두 사람의 캐릭터가 모두 드러난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정말 정성주 작가의 내공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쌀쌀맞음을 가장한 혜원의 관심과 놀라움, 처음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준 사람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선재의 순수함과 진지함.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대목에서는 어떤 대사보다 뜨거운 교감이 시청자에게 전달됩니다. 대본의 완벽성이 전혀 손상 없이 보는 이에게 이어지는 안판석 감독의 연출력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 영상을 본 어떤 사람은 '어지간한 베드신보다 에로틱했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이 하나의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 짧은 연주를 통해 두 사람은 몇 시간 동안의 대화보다 더 깊은 교감을 나누고, 혜원은 선재를 알아갑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연주 전과는 전혀 다른 관계가 되었다는 것을 보는 이들이 새삼 느끼게 됩니다. 뭐랄까요, 영상과 음악과 두 배우의 연기가 어우러져 뿜어내는 마술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밀회'는 남편이 있는 40대 커리어 우먼과 세상에 기댈 곳 하나 없는 스무살 청년의 사랑이란 충격적인 설정 때문에 알려졌지만 드라마의 도입부에선 전혀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재의 발견되지 못한 재능, 혜원의 불행한 결혼생활, 예술계의 권력인 후원자와 음악대학, 예술재단을 둘러싼 상류층의 부덕함과 부조리가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드라마입니다. 처음 선재를 발견한 혜원의 눈은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기쁨과 자기 표현에 능하지 못한 소년 선재를 향한 귀여움으로 가득합니다.

 

아무튼 20분 가량의 드라마 발췌본을 보고 난 부작용은 '밀회' 본편이 너무 기다려진다는 겁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하루빨리 3월17일이 오길 바랍니다.

 

 

 

 

P.S.1.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곡은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입니다. 남녀가 같이 연주하는 버전을 찾다가 마르타 아르게리히와 에두아르도 델가도의 버전을 골랐습니다. 이 곡도 이제 유명해질 듯.

 

)

 

 

 

P.S. 2. 위 영상을 보시다 보면 특이하게 생긴 스피커가 화면 한켠에 등장합니다. 바로 저 왼쪽 끝 아래 있는 물건.

 

 

저것이 바로 유명한 쿠르베 스피커입니다. 관심있는 분은 http://www.courbea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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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엔 후다닥 올립니다.

 

3월 공연/음악계가 꽤 풍성합니다. 조카들 졸업/입학 선물로 지출이 많으셨던 분들은 주머니 사정이 안 좋으실 수도 있겠지만, 월 10만원 정도는 나만을 위한 지출로 남겨 두셔도 좋을 듯 합니다.

 

생각해 보면 꽤 좋은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그 돈 모아 봐야 다른 큰 일 못해요. 2년 모아야 명품 비슷한 백 하나 살 정도... 그러니까 마음을 살찌우는데 팍팍 쓰세요.^^

 

 

 

 

 

 

10만원으로 즐기는 3월의 문화생활가이드

 

 

우선 뮤지컬 마니아들이 흥분할 만한 소식. 지난해 7월 라민 카림루가 소리소문없이 내한공연까지 하고 나가더니 이번엔 알피 보 내한공연 소식이 들어와 있네. 315일 예술의전당.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면 알피 보는 현재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주연 테너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역으로 특히 잘 알려졌지. DVD로 발매된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을 통해 국내 뮤지컬 마니아들에게도 친숙한 편이야.

 

당연히 그리 싸지는 않아. R석은 13만원. 꽤 비싼 공연인데 노래 들으러 가는 거니까 C 4만원도 갈만 한 공연이라고 봐. 각자 사정에 맞게 좌석 선택하길 바라. 그리고 이 공연을 보러 갈 사람이라면 이미 갖고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25주년 기념 공연 DVD는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을 거야.

 

지난 2010 103일 런던 O2아레나에서 열린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은 지금껏 인구에 회자되는 명연인데, 사실 알피 보가 장발장 역을 맡은 건 이 공연이 처음이야. 그 뒤로 웨스트엔드에서 장발장 역을 맡아 명성을 떨쳤고, 지금은 현역 최고의 장발장이 됐지. 물론 개인적으론 초연 때의 코엄 윌킨슨이 더 마음에 들지만. 9900(1년 전에도 추천한 적이 있으니 이번 달 계산에선 뺄게).

 

 

전시. 38일부터 5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스팀펑크 아트전도 눈길이 가네. 스팀펑크(steamfunk)라는 말이 생소한 사람도 꽤 있을 거야.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 , 이런 거?’하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친숙한 물건들이지.

 

SF장르가 염세적인 분위기의 사이버펑크로 진화하던 무렵, ‘혹시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정서를 그대로 간직한 채 현대문명으로 진화한 세계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등장한 거야. ‘스팀펑크의 스팀은 당연히 증기기관을 말하는 거고, 증기기관 시대의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이 현대 문명과 결합됐을 때 이질적이면서도 옛스러운 느낌을 즐기는 거지. 이게 디자인에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어.

 

알기 쉽게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같은, 19세기적인 분위기에 최첨단 기술이 결합된 느낌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이런 분위기에는 유머 감각이 필수라서 꽤 즐거운 구경이 될 거야. 12000.

 

 

321일에서 2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무사시도 관심이 가네. 일본의 셰익스피어 극 전문가인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한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인데, 영화 데스노트의 주인공인 청춘 스타 후지와라 타츠야가 무사시 역을 맡아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야. 물론 국내 공연에도 후지와라가 온대. 무사시의 라이벌인 사사키 고지로 역도 드라마 신참자시리즈로 인기 높은 미조바타 준페이라니, 얼굴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베가본드로만 무사시 이야기를 접한 사람은 벙어리인줄 알았던 사사키 고지로가 말을 하는 걸 보고 당황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노우에의 설정일 뿐, 사사키가 벙어리였다는 기록은 없어. 어쨌든 본 적 없는 연극을 추천하는 게 약간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자는 취지에서 일단 추천. 티켓은 7만원에서 3만원까지인데, 주인공들 얼굴 표정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3만원 짜리 추천.

 

지난해 12월 조용히 콜린 윌슨의 부음이 떴어. 아는 사람들은 저 이름을 보는 순간 아웃사이더라는 책이 떠올랐을 거야.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아웃사이더의 원작이냐고? 아니, 그건 수잔 힌턴의 소설이고, 아웃사이더콜린 윌슨의 독특한 시선으로 본 세계 문명사라고 해야 할 그런 책이야.

 

이 책을 접하면 누구나 참 벼라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인간이 있었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케사르, 징기스칸, 바그너, 히틀러 등 인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대의 아웃사이더라는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거든. 그런데 그 다음 순간, 이 책을 썼을 때 콜린 윌슨이 25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이 오지.

 

물론 읽다 보면 스물 다섯 청년만이 할 수 있는,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은 듯한 치기 어린 오만함을 느끼고 미소를 지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나이에 이만한 성과를 낸 해박함과 기발함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이지. 이 책 한권만을 읽고 나도 콜린 윌슨만큼 박식해졌다고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야. 대략 12000.

 

3월은 아무리 봄이라도 쌀쌀해. 다들 감기 조심하고, 4월에 만나.

 

 

315일 알피 보 내한공연          C 4만원

321~23일 연극 무사시           C 3만원

38~518일 스팀펑크 아트전    12000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              12000

(선택: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 DVD      9900)

 

합계                              94000(103900)

 

 

 

 

미야모토 무사시 이야기 처럼 잘 정리된 신화도 적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요시카와 에이지 원작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의 권위가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죠.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이 1954년부터 내놓은 영화 '미야모토 무사시' 3부작도 원작 소설의 길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사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베가본드' 역시 몇가지 새로 만들어 넣은 에피소드와 몇몇 설정(예를 들면 사사키 고지로를 벙어리로 설정해 둔 것 같은)을 제외하면 원작 소설의 스토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본 적 없는 작품을 추천한다는 건 꽤 꺼려지지만, 공연의 스펙으로 볼 때 안목을 넓히는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할 듯.

 

스팀펑크라는 장르는 위에 설명한 이상은 힘들 듯 합니다. 그러니까,

 

 

 

 

윌 스미스 주연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는 전형적인 스팀펑크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19세기 유럽의 낙관적인 분위기 + 첨단 과학기술을 그려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장르는 유머가 필수가 돼 버렸습니다.

 

 

 

황정민 엄지원 주연 영화 '그림자 살인'은 한국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스팀펑크의 분위기를 가진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알피 보. 뭐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마는.

 

 

 

 

 

레미제라블 관련 곡들은 많이 들어보셨을테니. 알피 보가 부르는 'Music of the Night'입니다.

 

 

 

 

다음은 영화 '물랑 루즈' 수록곡인 'Come What May'를 왕년의 걸 그룹 스파이스 걸스 멤버 멜라니 C와 함께 부르는 모습. 왜 듀엣 상대를 멜라니 C로 골랐는지 모르겠지만 두 가창자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좋은 듀엣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아무튼 목적은 알피 보의 솜씨를 보자는 것이니 일단 들어 보시길.

 

 

 

마지막으로 알피 보가 본래 정통 테너였음을 보여주는 영상. 그가 부르는 Nessun Dorma를 듣고 나니 그가 뮤지컬 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기존 테너들에게는 큰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오페라 스타로도 요나스 카우프만을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을지도. (외모지상주의)

 

 

 

노파심에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번 공연의 이름은 '알피 보 내한공연'이 아니라 '2014 봄의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알피 보의 단독 공연이 아니라는 말씀이고, 보가 부르는 노래는 전체 레퍼토리 중 7곡입니다(듀엣 포함).

 

왜 이런 구성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알피 보를 한국에서 만날 기회라는 것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소개했습니다. 혹시라도 '단독 공연이 아니었어!' 라는 실망을 하실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http://www.sac.or.kr/program/schedule/view.jsp?seq=21400&s_date=201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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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대성당의 명물이라면 역시 히랄다 Giralda 탑이다.

 

높이 105m. 38층이라고 표기되는 히랄다 탑은 느낌 그대로 아랍 문화의 유산이다.

 

어쨌든 유럽에서도 크기로 손꼽히는 대성당의 상징이 됐고, 산지가 적은 안달루시아의 대평원에서 수백년 동안 멀리 멀리까지  그 종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고 있다.

 

 

 

 

38층이라는 말에 다소 긴장했지만 다행히 층고가 그리 높지는 않다.

 

여름에 올라간 사람들은 퍽 고생을 했을 거란 생각. 아무튼 도전. 오늘의 입장객수가 곧바로 표시된다.

 

 

 

 

계단이 아니라 네 면을 따라 비스듬히 경사면을 오르게 되어 있다.

 

계단이 없는 이유는 단 하나. 왕이 말을 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말이라면 좀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올라가며 짬짬이 창밖을 내다 본다.

 

 

역시 성당의 명물 중 하나인 오렌지 나무 정원. 파티오 같은 게 아니라 그냥 파티오다. 내놓고 이슬람 양식.

 

 

조금씩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성당의 지붕을 통과하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거의 다 올라왔다.

 

 

마침내 정상. 시원한 바람이 분다.

 

 

산지가 없다는 게 실감날 정도로 일망무제의 평원이 펼쳐진다.

 

알록달록 예쁜 건물들. 문득 장난을 쳐 보고 싶다.

 

이렇게.

 

 

 

 

 

 

 

 

뭐 다른 쪽도.

 

 

정말 예쁜 거리다.

 

 

 

오렌지 정원도.

  

 

 

정말 모형처럼 보인다.

 

 

 

세비야 대성당의 지붕. 용의 등뼈와 날개를 봉인한 듯한.

 

거대한 소음과 함께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상상.

 

런던의 상징 중 하나인 세인트 폴 성당을 건설하던 크리스토퍼 렌이 지붕의 무게 때문에 고민했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이 세비야 대성당도 마찬가지. 지붕 쪽에 실리는 하중을 분산해 주기 위해 세워진 보조 기둥들의 위용이 인상적이다.

 

 

 

멀리 투우장이 보인다.

 

그 부근에 밤에 플라멩코를 보기로 한 공연장이 있다.

 

 

 

 

 

탑에서 내려가 오렌지 정원으로.

 

어쩐지 회랑에 악어가 매달려 있다. 무슨 사연일지.

 

 

오렌지 나무 사이로 정상이 보인다.

 

정상의 바람이 느껴지는 듯.

 

저 꼭대기의 여인상은 '왕자의 문' 앞에 있는 여인상과 같은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한번.

 

 

 

성당에서 오렌지 정원으로 나오는 문.

 

'수태의 문' Puerta de la Concepción 이라고 해석해야 할 듯 하다.

 

그냥 이해의 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하지만 이 성당은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것이고 보면.

 

(영어의 컨셉션에 그런 뜻이 있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성당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히랄다 탑과 성당의 지붕에게.

 

안녕.

 

성당을 나서 동쪽으로 담을 돌아가면 알카자르가 나타난다.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1. 유료다. 2. 민박집에서 "그라나다에서 오시는 길이면 실망하실 거에요. 안 보셔도 돼요"라는 말을 들은 뒤였다. 굳이 알함브라를 보고 와서 다시 이슬람 양식의 정원을 보고 싶진 않았다.

 

 

 

어쨌거나 담벼락은 멋지다.

 

 

 

 

 

담벼락이 끝나는 곳에서 산타 크루즈 지역이 시작된다.

 

 

세비야의 구 시가 지역. 좁다란 골목길 속에 알록달록 칠해진 다양한 가게와 건물들이 빼곡 들어찼다.

 

 

 

골목 골목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흔적과 관광객을 맞이하는 구역의 구별이 없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세비야를 찾은 사람들이 이곳의 정취를 얘기하는 이유를 알 듯 하다.

 

장난감처럼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진 골목이 마냥 예쁘다.

 

 

 

 

 

사람 사는 모습을 한껏 보여주는 동네다.

 

물론 다들 속으론 먹고 살기 바쁘겠지만.

 

 

 

 

마돈나가 왔다 갔다는 산 마르코 San Marco 라는 맛집.

 

소개는 받았는데 별로 뭘 시켜 먹어 보고 싶진 않았다. 마돈나가 별거냐.

 

 

그보다 더 원래부터 유명하다는 Bodega Santa Cruz 라는 식당.

 

뭐 그리 끌리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정작 들어간 집은 이 집. 이름은 La Catedral.

 

나중에 다시 나온다.

 

 

 

이렇게 히랄다 탑과 산타 크루즈를 헤매고 다녔다.

 

 

 

 

마지막으로 느낌이 좋았던 종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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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미친 것 같습니다.

 

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아무튼 늦었지만 아직 하나밖에 안 지나갔군요. ^^;;

 

나머지 추천 문화생활을 충분히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2월의 문화가이드

 

1년 중 가장 짧은 달, 2월이야. 그래도 문화적으론 꽤 풍성한 달이지. 직장인들은 설 연휴에 목돈이 빠져나가 여유가 없을 수도 있지만, 학생들은 세뱃돈을 받아 풍성해졌을 테니 문화생활의 갈증을 한껏 풀어 보도록.

2월의 음악 공연 중에는 세계 정상급 솔리스트 두 사람이 참여하는 공연들이 눈길을 끄네. 바로 하피스트 라비니아 메니에르와 플루티스트 엠마누엘 파후드야.

 

14. 발렌타인데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로맨틱 라흐마니노프에 라비니아 메니에르가 나와.  연주할 곡은 모짜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메니에르는 몇해 전 화제가 됐던 다큐멘터리 라비니아의 귀향주인공이야. 네덜란드로 입양 간 한국인의 핏줄이지. 태어나자마자 해외로 입양을 보낸 처지에 굳이 한 민족이니 뭐니 하는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게 인지상정. 물론 연주력도 극강이니 믿어 봐.

 

이날의 메인 곡은 스테판 애즈베리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 피아노 협주곡이 아니라 교향곡 2번이야. B 2만원 추천.

 

22일 공연은 엠마누엘 파후드와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이란 제목이야. 한 번에 안 외워지지? 엠마누엘 파후드는 22세에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플루티스트로 뽑혔다는 천재야. 그 뒤에도 플루트의 세계에선 최고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이지.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많겠지만,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 중에서 바로크 음악에 특화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유닛이야. 더 설명이 필요할까?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을 비롯해 텔레만의 플룻 협주곡 등 친숙한 곡들을 연주해. 아마 연주의 정교함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협연이라고 생각해. 3만원짜리 C석도 있긴 한데 형편에 따라 B 5만원까진 써도 아깝지 않을 듯.

 

이번엔 국악 차례. 국립극장에서 19일부터 23일까지 공연되는 창극 숙영낭자전이야. 숙영낭자전은 신재효가 기존의 판소리 열두마당을 여섯마당으로 정리한 뒤로 판소리 사설이 전해지지 않아. 그래서 고전소설 숙영낭자전을 창극으로 개작한 작품이지.

 

달오름극장은 그리 크지 않으니 2만원짜리 A석이 목표인데 할인행사가 많아서 잘 찾아보고 가길 권해. ‘이름이 숙영인 분은 50% 할인같은 것도 있어.

 

 

공연에 돈을 많이 썼지만 아직 할 일은 많아.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선 117일부터 316일까지 박수근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려. 고인의 작품 90여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상당히 뜻깊은 일이라는군. 또 국제갤러리에선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영국 화가 줄리언 오피의 개인전을 323일까지 개최해. 참고로 이 두 전시는 무료.

 

 

책은 그동안 소설 위주로 추천했는데 이번엔 흥미로운 역사+심리분석서를 한권 소개하려고 해. 나시르 가에미가 쓴 광기의 리더십(A first-rate madness)’.

 

제목을 보면 히틀러나 스탈린이 제일 먼저 생각날텐데, 물론 히틀러에 대한 내용도 있어.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링컨, 처칠, 간디 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대접받는 위인들이야.

 

저자는 각 인물들의 삶에 대한 기록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정상인에 비해 상당히 심각한 정신병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병은 조증과 우울증인데,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가에미는 이런 병증들이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데 상당히 필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예를 들면 조증 환자는 전쟁처럼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고도의 집중력과 함께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지칠 줄 모르고 일하는 타입이라는 거지. 물론 다 좋다는 건 아냐. 예를 들어 2차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처칠에 대해 그는 하루에 100개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런데 그중 4개 정도만 쓸만하다고 비아냥거렸다는 일화도 소개하고 있어.

 

사실 자신의 판단 한번에 수백만, 수천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자리에 있다 보면 제정신일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그래서 어쩌면 지도자를 고를 때도 너무 반듯하고 흠 없는, 모범생만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야.

 

2월은 금세 지나가. 3월에 만나.

 

14일 로맨틱 라흐마니노프                                               B 2만원

22일 엠마누엘 파후드와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                     B 5만원

19~23일 창극 숙영낭자전                                                B 2만원

국제갤러리 줄리언 오피전                                                 무료

가나인사아트센터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무료

나시르 가에미, ‘광기의 리더십                                       16000원 선

합계                                                                      106000

 

 

 

 

줄리언 오피는 제가 좋아하는 화가라 좀 사진이 편향되게 많이 들어갔습니다. 위에 보시는 이 블러의 앨범 재킷도 오피의 작품이죠. 또 한번 보면 처음 보는 작품도 그 사람의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맨 위에 있는 그림의 제목은 '신사동을 걷다'. 따지고 보면 한국과 무관한 사이가 아닙니다.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빌딩(구 대우빌딩)에 걸렸던 작품 '군중'도 유명하죠. 저 동그란 머리가 바로 오피의 상징입니다.

 

 

 

일본 오모테산도 힐즈를 장식한 벽화들도 딱 보면 그의 작품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추천해놓고 제가 서울 전시를 못 가보고 있다는 ㅜㅜ)

 

에마누엘 파후드는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시면 수없이 많은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곡 제목인 쉬링크스(Syrinx)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명을 받은 헤르메스가 천개의 눈을 가진 괴물 아르고스를 잠재우기 위해 만들었던 피리의 이름이죠. 당대의 '피신'으로 통하는 파후드에게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물론 이번 공연의 색채와는 좀 다른 곡이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습니다.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과의 협연도 자료가 있군요. 바흐 관현악모음곡 2번(BWV 1067) 중 7곡 바디네리입니다.

 

 

 

(제목만 보고 뭐야 하시는 분들, 들어 보시면 다 아시는 그 곡입니다.^^)

 

 

 

라비니아 메이에르의 영상을 찾아 보면 필립 글래스의 곡만 나와 좌절하시는 분들이 있을 법 합니다(개인적으로 필립 글래스는 공포의 대상...). 몬테베르디의 바로크 곡 연주를 들으시면 기분 전환이 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웃자는 내용. 파후드는 흔히 이런 모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드물지 않다는 거. (찾아보시면 더 심한 모습도 많습니다.)

 

남자도 사진빨, 크게 작용합니다.

 

그럼 늦은 2월 인사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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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인(아랍인)들로부터 국토를 되찾기 위한 스페인 카톨릭의 노력 결과, 세비야는 비교적 일찍, 13세기에 이미 기독교인의 땅이 되었다. 그 뒤로 세비야는 내륙의 교역 도시로 발달했고, 1401년에는 이슬람 예배당이 있던 자리에 카톨릭의 위엄을 세계에 떨칠 수 있는 거대한 성당을 세울 계획이 세워졌다.

 

착공 100년이 되기 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뭐 틀린 말인 건 다 알지만 그냥 이렇게 쓰자)했고, 세비야는 이 새로운 대륙 개척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실제로 배가 드나드는 항구로는 세비야 서쪽의 우엘바와 남쪽의 카디스가 발달했지만, 신대륙 항해를 위한 법적 절차나 인허가는 모두 세비야에서 이뤄졌다. 신대륙에서 들어온 막대한 부 역시 세비야에 집결됐다. 거대한 문서보관소와 황금의 탑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역시 세비야가 바로 신대륙 개척의 상징 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스페인식으로 크리스토발 콜론의 묘가 세비야에 있는 것도 당연한 일.

 

 

 

 

스페인은 세계에서 52번째, 유럽에서 다섯번째, 그것도 유럽이라고만 하기엔 좀 껄끄러운 러시아와 터키를 빼면 세번째로 큰 나라(프랑스, 우크라이나 다음)다. 남북한을 합친 크기의 두배 이상 크다. 제국 스페인의 남쪽 해안선은 지브롤터를 경계로 동쪽은 지중해로, 서쪽은 대서양으로 열려 있다.

 

스페인의 대항해시대는 곧 대서양으로 열린 항구의 발전을 뜻하며, 우엘바와 카디스, 두 개의 항구를 끼고 있는 세비야는 제국 남부의 중심지로 줄곧 발달할 수 있는 요충지였다. 유난히 큰 성당, 유난히 금박을 많이 씌운 성상을 구축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 부와 권위의 상징인 세비야 대성당을 보러 갔는데, 입구의 박물관을 들어서자마자 에그머니.

 

 

식도와 척추의 단면이 너무도 선명하게 묘사된 사람의 목부터 보게 됐다.

 

 

 

산 후안 바우티스타(San Juan Bautista)가 대체 누군가...했더니 Saint John Baptist. 그러니까 우리 말로 세례 요한이었다.

 

살로메의 복수 때문에 목이 잘렸다는 그 양반. 그런데 그 머리를 이렇게 정교하게 묘사해 놓은 조각품은 대체....;;

 

 

 

두 성스러운 존재가 세비야 대성당의 상징인 히랄다 탑을 가호하는 그림이다. 한쪽은 아마도 성모 마리아일 듯 한데 다른 한 쪽은 대체 누구... 아무튼 손에 종려나무를 든 이런 수호신의 묘사는 세비야에 대단히 흔하다. 종려나무 가지가 바로 세비야의 상징이라서.

 

아무튼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뜨왓.

 

 

 

 

 

정말 거대하고...길다.

 

 

지난번에 본 세비야 대성당의 모습. 그림 앞쪽이 북쪽이고, 그림에서 보이지 않는 남쪽에 관광객 용 입구가 있다.

 

 

 

 

그리고 북쪽이 위로 가게 그려진 지도. 남쪽 입구가 관광객의 출입구라고 했지만 사실은 입구 왼쪽으로 돌아서 정작 성당 내부로 들어서게 되는 건 위 지도의 숫자 10번이 그러진 지점 부근이다.

 

지도의 11, 12, 16, 17, 23, 24, 27 등으로 되어 있는 작은 방들은 스페인어로 카필라(Capilla), 즉 영어의 chapel에 해당하는 예배당이다. 지도의 왼쪽 상단에 있는 성소 교회에서도 보았듯 큰 대성당 안에, 세비야 유력 가문들이 각각의 예배당을 운영해 온 셈이다.

 

 

 

그 각각의 예배당들은 이런 식으로 자기네만의 제단을 화려하게 장식해 가문의 영광을 뽐냈다. 무리요나 엘 그레코 같은 유명 화가들의 그림, 동방에서 가져온 희귀한 성상 등 갖은 보물들이 이 안을 장식했다.

 

 

 

 

세비야 대성당은 길이가 긴 쪽이 135m, 짧은 쪽이 100m인 직사각형의 모습이다. 천장의 가장 높은 곳이 42미터, 물론 첨탑인 히랄다 탑을 뺀 천장 얘기다. 히랄다 탑 꼭대기는 105m에 달한다. 그 기둥과 내부의 공간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위압한다.

 

 

각각의 카필라들은 이런 스테인드 글라스 하나와,

 

 

이렇게 요란하게 장식된 제단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제단의 양쪽 벽면은 이런 식으로 온갖 고전 회화들로 가득하다.

 

한마디로 카필라의 규모가 각 가문의 세 대결인 셈이다.

 

이런 카필라들을 구경하며 동쪽으로(동쪽에 주 제단이 있으므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거대한 볼거리가 눈길을 장악한다.

 

 

합창대석의 양쪽에 장착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정말 크고 위압적이다. 다른 표현이 필요 없다.

 

 

 

이런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합창대석의 좌우에 하나씩 배치돼 있다.

 

나무로 조각된 디테일 하나 하나가 섬세하기 이를데 없다.

 

합창대석을 지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네 사람이 떠받든 관이 나타난다.

 

바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묘지다.

 

 

 

 

 

지도의 파란 별 모양이 있는 곳이 바로 콜럼버스의 묘지. 별 왼쪽 위의 Coro는 코러스, 즉 합창석을 말하며 그 바로 옆의 Capilla Mayor는 흔히 말하는 High Altar, 즉 이 성당의 주 제단을 말한다. 물론 그보다 더 동쪽 끝에는 Capilla Real, 즉 왕실 예배당이 있다.

 

 

 

콜럼버스의 묘를 상징하는 이 거대한 석상은 네 사람의 왕이 콜럼버스의 관을 들고 대성당의 남쪽 문을 통해 성당 안으로 들어오는 형상이다. 네 왕은 각각 카스티야, 아라곤, 레온, 나바라, 즉 스페인이 통일되기 전에 있던 네 왕국의 왕들이다.

 

그러니까 이 네 왕이 운구를 할 정도로 대단한 위업을 남겼다는 얘기다.

 

 비록 죽은 뒤이지만 대단한 예우다.

 

 

 

문득 관 바닥이 궁금해졌다.

 

 

이렇게 생겼다.

 

 

그의 업적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지금껏 여러모로 말이 많지만,

 

대장부로 태어나 죽어서 이런 예우를 받는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콜럼버스의 묘를 지나면 오른편(그러니까 남쪽)으로 성구실과 보물창고에 이른다.

 

 

같은 실내고 별다른 조명이 없는데도 성구실은 무척 밝다.

 

천장을 보면 바로 이유를 알 수 있다.

 

 

다중 쿠폴라를 통해 빛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밖에서 보면 이런 식으로 돔의 상부에 채광창을 두어 빛을 성당 안으로 스며들게 한 배치다.

 

 

 

물론 사진에서 보듯 필요한 곳에는 각각 조명이 배치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쪽 보물창고는 훨씬 밝다.

 

 

 

언뜻 보기에도 어지간한 공력으로는 만들기 어려웠을 보물들이 즐비하다.

 

 

그, 어린아이(아무리 아기 천사라고는 하지만)들의 머리통을 밟고 선, 인자하기보단 잔혹해 보이는 성모상.

 

 

 

 

몇 안되는 출처를 알 수 있는 작품 중 하나.

 

조각가 페드로 롤단(Pedro Roldan)이 만든 카스티야 왕 페르난도 3세의 조각이다.

 

뒷날 '산 페르난도(성 페르난도)'로 추앙받은 페르난도 3세는 13세기 중엽, 세비야를 탈환해 기독교도의 품으로 되돌린 왕이다. 이때문에 산 페르난도라는 지명은 라틴 아메리카 문화권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이런 성구실 안에도 작은 파티오가 있고, 파티오 안에 분수가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이슬람 양식의 반영임을 알 수 있다.

 

 

 

 

 

 

 

 

 

 

 

뭐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아무튼 보물의 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날따라 주 제단 Altar Mayor와 왕실 예배당 Capilla Real 이 보수중.

 

보수막이라도 찍어 올 걸 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주 제단은 목각에 신대륙에서 가져온 1.5톤의 황금을 들이 부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생겼다.

 

세비야 관광 진흥 사이트에서 퍼옴.

 

 

 

 

 

 

뭐 대신 이 성당을 대표하는 사이트 중 하나인 은의 제단 Altar de Plata.

 

 

 

 

흔히 보는 기독교적인 상징과는 거리가 먼 모양이다. 사실 이런 건 처음 봤다.

 

오히려 태양신 숭배의 상징이라면 모를까.

 

 

 

아무튼 이렇게 해서 일단 세비야 대성당의 내부 관람을 마쳤다.

 

 

흔히 서양의 대성당을 들어가면, 건물 전체가 왠지 드래곤을 형상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성당 내부를 들어서면 거대한 용의 몸속에 들어온 것 같다는 느낌.

 

특히나 이 거대한 세비야 대성당의 천장은 용의 등뼈를 보는 듯한 상상을 자아냈다.

 

 

사실, 밖에서 보기에도 좀 그렇게 보이는 구석이 있다.

 

 

 

 

어느 카필라엔가 있었던, 아무리 봐도 엘 그레코의 작품인 것 같은 그림 한 점.

 

(뭐 영향을 받은 화가일 가능성도 당연히.)

 

 

어떤 카필라는 이렇게 문을 열어 놓고 청소중이기도 했다.

 

위쪽의 초상화들은 아마도 자랑스러운 역대 귀족 가문의 조상들인 듯.

 

자. 이제 히랄다 탑을 오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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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의 오페라 제목이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세비야 Sevilla 의 이발사'로 바뀌어 자리잡은 건 아마도 1992년 세비야 엑스포를 전후해서였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1992년은 '투우와 태양, 다혈질의 나라'였던 스페인이 '세련되고 매력적인 나라'라는 브랜딩을 위해 전력투구했던 해인 듯 하다.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같은 해다.

 

세비야는 이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흔적으로 유명한 도시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두 개의 문화 유산, 투우와 플라멩코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정착시킨 곳이 바로 세비야라고 한다. 프랑스 소설가 메리메는 세비야의 담배 공장을 배경으로 소설 '카르멘'을 썼고, 이를 비제가 불멸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카사노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설적인 바람둥이 돈 후안의 근거지도 세비야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를 거쳐 마드리드로 가는 일정. 과연 중간에 어디를 거쳐야 할까 하는 걸 놓고 잠시 고민했는데, 가 보고 싶은 곳은 많았지만 그래도 일단 세비야를 빼놓을 수는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고? 일단 대성당 Catedral de Santa María de la Sede 이 있기 때문에.

 

스페인의 도시 치고 카테드랄이 없는 도시는 없지만, 그래도 세비야의 카테드랄은 다른 도시와는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세비야 대성당 안에 있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묘.

 

15세기 말. 당시 전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던 대국은 포르투갈이었다. 항해왕 엔리케를 비롯해 바스코 다 가마, 바솔로뮤 디아스 등 명성 높은 탐험가들의 활약에 의해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해안을 따라 인도양으로 진입해 인도 서안에 이르는 무역로를 개척하고 거대한 부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비롯한 많은 선각자들은 생각했다. 지구는 둥글다(많은 사람들이 '지구는 둥글다'는 주장을 갈릴레오가 처음 한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지동설이나 지구 자전설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별개의 주장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이미 기원 3세기 이전,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널리 알린 주장이다). 만약 남쪽으로 돌아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서 인도가 나왔다면, 반대로 서쪽으로 똑바로 나아가도 인도에 도달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많은 모험가들(당시의 벤처 투자자들)이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대개의 투자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콜럼버스는 1492년 1월, 코르도바에서 역사적인 영토 회복으로 한창 들떠 있던 이사벨라 여왕을 후원자로 삼는 데 성공했다(물론 6년이나 공을 들인 끝의 성공이었다). 그리고 1492년 4월3일, 콜럼버스는 니냐, 핀타, 그리고 산타마리아라는 이름의 세 범선을 이끌고 지금 우엘바(Huelva)의 일부인 작은 항구 팔로스 델 라 프론테라(Palos de la Frontera)를 출발했다.

 

제노바 출신의 이탈리아인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코르도바에서 이사벨라 여왕에게 투자 허락을 받고, 산타페(그라나다 부근의 소읍)에서 '발견된 땅의 총독이 되고, 신대륙 수입의 10%를 갖는다'는 약정에 서명했고, 팔로스에서 1차 원정을 출발했고, 서인도제도에 도착했다가 바르셀로나로 귀환,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라 여왕 부부를 알현하며 원정의 성공을 알렸다.

 

저 많은 인연 있는 땅을 두고 왜 세비야에 콜럼버스의 묘가 있을까. 그 이유는 세비야야말로 대항해시대 스페인의 영광을 가장 크게 누린 도시였기 때문이다. (다음 글로 이어짐)

다시 시점은 그라나다를 출발할 때로 거슬러 올라감. 

 

 

 

그라나다에서 세 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세비야. 입구의 야자수 가로수가 손님을 반긴다.

 

그라나다-세비야 구간은 기차 버스 모두 가능하고, AVE가 아직 다니지 않아 시간도 얼추 비슷하다. 단지 버스가 약간 싸다.

 

뭐 꼭 가격이 싸서라기보다, 스페인의 고속버스는 어떤지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ALSA 버스는 깨끗하고 편했다. 3시간 짜리 노선이라 그런지 중간에 정차는 없었고, 시속 100Km를 준수했다. 물론 도로 중간을 봐도 한국식의 거대한 휴게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 주유소와 편의점, 화장실 정도만으로 구성된 휴게소는 중간에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오래 전 이탈리아의 아우토스트라다에서 들렀던 휴게소는 그래도 커피숍과 카페테리아 정도의 설비를 갖춰 놓고 있었는데, 이게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차이인지, 아니면 그라나다-세비야 구간이 짧아서 없었던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무튼 ALSA 버스는 와이파이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터지지는 않았다. 옆자리 미국인의 아이폰도 마찬가지. 그 외에는 깨끗하고 쾌적했고, 인터넷으로 예매도 할 수 있어 간편했다.

 

물론 한국의 우등버스와 비교할 수준은 결코 아니었지만.

 

 

 

세비야 고속버스 터미널. 나름 운치있게 꾸며져 있다.

 

공식 명칭은 프라도 데 산 세바스티안(Prado de San Sebastian) 터미널.

 

그냥 Estacion 은 역, Estacion de Autobuses는 버스 터미널이다.

 

 

 

밖으로 나오면 이렇다.

 

 

 

단 1박만을 위해 구한 민박 숙소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장점은 세비야 구시가와 가깝다는 것.

 

투우장 바로 옆이었고, 대성당까지 빠른 걸음으로 5분 정도 걸렸다. 또 직접 제작한 지도를 나눠주고 포스트를 설명해 주는데, 특히 식당 추천이 좋았다. 초행길에 꽤 도움이 됐다. 침구류에서도 불쾌한 냄새 같은 것은 나지 않았다.

 

단점은 대부분의 민박이 그렇듯 바닥이 아예 맨발로 다닐 수 없는 돌 바닥이고, 욕실에서 방까지 신을 신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 2인실이라도 방 안에 욕실이 있는 구조와 복도를 지나 공용 욕실이 있는 구조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식사는 전혀 기대할 바가 못 된다. 그냥 혼자 자취하면서 먹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르셀로나에서 워낙 대단한 대접을 받아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주요 관광 포스트와의 연결점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추천. 나머지 요소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면 비추.

http://cafe.naver.com/sevilla5happy.cafe

 

 

 

지도에서 B지점이 민박집, A지점이 대성당 모퉁이(대성당이 워낙 거대하다. 농담 아니고 지도상의 저 구획이 모두 성당이다).

 

도보로 5분은 조금 과장이고 7,8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지도 왼쪽의 큰 M자가 써 있는 곳이 프라도 데 산 세바스티안, 즉 버스를 내린 고속터미널.

 

거기서 꽤 큰 공원(공원 이름도 프라도 산 세바스티안인 모양이다. 버스 터미널 이름과 같다)을 건너가면 바로 스페인 광장 Plaza de Espana이다.

 

그러니까 작정하고 대성당 부근, 그리고 에스파냐 광장만 보기로 맘먹은 사람에겐 좋은 입지가 아닐 수 없다.

 

 

 

숙소에서 대성당으로 가는 길에 있는 식당 피멘톤(Pimenton)은 반드시 들러 볼만한 곳. 나중에 자세히 소개한다.

 

 

저 피멘톤 앞길로 죽 내려가 도착한 카테드랄(Cathedral, 대성당)의 남쪽 면(엄밀히 말하면 성소교회의 남면).

 

세비야를 대표하는 교통 수단인 트램이 마침 지나갔다.

 

 

 

트램의 뒷모습. 1.5유로에 시내의 주요 지점을 연결해 주는데 꽤 편리하다.

(카테드랄 앞에서 고속터미널까지 단 2정거장. 5분이면 도착)

 

표를 끊고 차를 탔는데, 전혀 검표와 관련된 수단이 없어 매우 당황했다.

물론 처음엔 당황하지만, 다음엔 매우 기뻐하게 된다.

 

 

 

꽤 걸어야 카테드랄과 성소교회(Iglesia del Sagrario: Church of Sanctuary)의 경계면에 도착한다.

 

왼쪽은 왕실예배당의 입구, 오른쪽은 카테드랄의 서쪽 문.

 

 

 

그러니까 저 빨간 동그라미를 친 곳이 바로 대성당의 부속 건물인 성소교회다.

 

지금 서 있는 길이 저 빨간 선이 그어진 길이고.

 

 

 

전에도 말했듯 스페인의 카테드랄 앞길은 그리 넓지 않아서 전경을 찍기가 편치 않다.

 

그래서 꼭 이렇게 올려찍기를 해야 한다.

 

그래도 이 서문, 즉 승천의 문(Fuerta del la Asuncion)이 이 거대한 성당의 메인 도어라니 찍어 둬야지.

 

 

 

서문의 좌우를 자세히 찍은 뒤, 옆의 성소 교회로 입장한다.

 

 

 

성소교회 의 내부. 천장의 흰 천은 보수공사를 위해 씌워 놓은 것인데, 제법 잘 어울렸다.

 

성소교회, 즉 영어로 하면 Church of Sanctuary 인데, 무엇을 위한 성소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지도 않고... (보기에 따라선 깊숙한 곳일 수도 있다.)

 

아마도 예수의 유골이나 성인의 유골을 안치했다는 의미로 Sanctuary라고 한 듯.

 

 

 

왕실예배당만 해도 규모가 상당하다. 물론 잠시 후 보게 될 대성당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

 

스페인식 성당의 배치를 보면, 복도(?) 양쪽으로 있는 작은 방 하나 하나가 모두 예배당 역할을 한다.

 

이런 작은 방들을 카필라 Capiilla 라고 한다.

 

 

 

작은 방 하나 하나마다 이런 식의 성상 배치가 되어 있다.

 

대부분은 성모 마리아에게 바쳐진 예배당이다.

 

 

 

중앙의 주 성상만이 예수를 모시고 있다.

 

 

 

조금 자세히 보면 이런 모습.

 

예수의 유해 일부가 안치되어 있다면 아마도 이 제단 뒤편일 것 같다.

 

나머지는 거의 모두 성모상이다.

 

 

이렇게 금빛으로 찬란하게 묘사된 성모상.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성모의 발 아래를 받치고 있는 올망졸망한 아기 천사상들이다.

 

신체의 다른 부위는 보이지 않고 얼굴만 강조되어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좀 징그럽기도 하고, 성모가 아이들의 머리통을 밟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식으로 천사의 몸통을 다 묘사하고 있다면 그나마 낫긴 하다.

 

아무튼 좀 적응하기 힘든, 스페인 식의 묘사법이다.

 

 

주 예배석 위쪽의 쿠폴라에서 들어오는 빛. 흰 천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보수중이라 조금 더 돋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카테드랄의 앞길로 이렇게 한가롭게 관광객 용 마차가 다닌다.

 

 

 

서쪽 문 근처에서 죽 내려와 왼쪽으로 꺾어지면 대성당의 남쪽 문, 즉 관광객을 위한 일반 입구가 나타난다.

 

위 사진의 파란 세모가 있는 곳. 바로 여기다.

 

 

 

이것이 세비야 대성당의 대략의 입면도. 아까 위에서 본 승천의 문(Puerta de la Asuncion)이 오른쪽(그러니까 서쪽)에 있고, 지금 서 있는 면은 저 입면도에서 안 보이는 남쪽이다.

 

그 남쪽에는 왕자의 문(Puerta de la Principe)이 있다.

 

바로 이 문. 이 문 왼쪽이 관광객용 출입구다.

 

 

 

남쪽면에 위치한 카테드랄의 동쪽 출입구. 개인 입장객은 이곳으로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단체 입구는 북쪽, 히랄다 탑 옆구리에 따로 있다)

 

입구의 청동상은 세비야의 문장이 든 깃발과 세비야의 상징인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다.

 

 

입구로 처음 들어가면, 세비야 대성당과 관련된 박물관을 먼저 보게 되는데,

 

 

 

 

에그머니나. 이게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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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호텔에 부탁했다.

 

"산 건너편에서 알함브라의 야경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매우 로맨틱한 식당이 있다고 들었다. 거기서 제일 전망이 좋은 자리를 예약해 다오."

 

스페인 사람답게 잘 생긴 직원은 씩 웃으며 최고의 장소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테라스 자리를 달라고 했더니 웃으며 10월 밤 날씨면 테라스에서 밥 먹다가 얼어 죽을 수 있단다. 대신 창이 넓은 식당을 추천하겠다며 '나만 믿어'라는 눈빛을 쏜다. 말로만 듣던 스페인 남자의 눈빛이다. 남녀 안 가리고 쏜다.

 

그래서 간 곳이 여기. 에스뜨레야스 데 산 니콜라스 Estrellas de San Nicolas.

 

Callejón Atarazana Vieja, 1, 18010 Granada, ; +34 958 28 87 39

 

 

산 니콜라스 는 흔히 말하는 '알함브라 앞산' 동네, 즉 알바이신 지구의 꼭대기 쯤에 있는 전망대의 이름이다.

 

본래 건너편에 있는 알함브라를 보는데 최적화된 전망대고, 그 전망대 바로 옆에 이 레스토랑이 있다.

 

 

 

식당의 외부 전경.

 

 

 

낮에 알카사바에서 바라본 산 니콜라스 전망대. 가운데 사람들이 서 있는 공터가 산 니콜라스 전망대고, 오른쪽 동그라미 친 곳이 바로 이 레스토랑이다.

 

 

 

식당 내부는 그냥 흔한 산장식 레스토랑. 그닥 운치는 없다. 오직 알함브라의 아경이 있을 뿐이다.

 

창가 테이블을 달라고 분명히 요청했는데 '이미 그 자리는 오래 전에 예약된 자리라' 어쩔 수 없단다.

 

성질 같아선 나가버리겠는데, 비까지 내리는 이역만리. 치안도 좋지 않다는 지역에서 무리하면 안 된단다.

 

아쉬운 마음에 창 너머 풍경을 도촬하는데 그도 쉽지는 않다.

 

창가 자리를 내놓으라고~~

 

 

 

 

자료 사진을 보니 여름철엔 아예 창틀을 뜯어내는 모양이다. 이편이 훨씬 잘 보이긴 하겠다.

 

 

 

 

첫 메뉴. 세가지 치즈와 견과류가 들어간 샐러드.

 

머리에 떠오르는 바로 그런 맛이다. 맛있는 재료들을 모아 만들었으니 당연히 맛이 있을 수밖에.

 

 

 

여전히 마음은 창가 자리에 있는데,

 

 

 

그라나다 지역의 좋은 물로 만들었다는 탄산수.

 

물맛 좋다.

 

냉수 먹고 속 차리자.

 

 

 

메인 디시. 안달루시아 풍의 쇠꼬리 찜.

 

와인 소스가 진한 맛을 내는데, 사실 쇠꼬리를 갖고 한 요리를 골라 먹으라면 한국식 꼬리찜을 먹겠다.

 

꽤 유명한 음식이라 맛이 궁금했는데, 한국식 꼬리찜을 먼저 먹어 본 사람이라면 이걸 먹고 감동하긴 쉽지 않다.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비추.  

 

 

 

 

식후. 디저트 와인과 함께 저 통 안에 계산서를 꽂아서 내 온다.

 

나름 귀염을 떤다.

 

 

 

 

창가 자리 손님이 먼저 자리를 뜬 김에 다시 촬영 시도.

 

아니 왜 알함브라는 잘 안 나오고 뚱보만 나와.

 

이때까지만 해도 식당의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 종업원에게 산 니콜라스 전망대가 어디냐고 물으니 건물 바로 바깥이란다.

 

진작 얘기하지.

 

 

 

밖으로 나왔다. 비에 젖은 알함브라가 훨씬 잘 보인다.

 

사진 왼쪽의 높은 건물이 대사의 방이 있는 코마레스 탑, 그리고 그 뒤로 약간 높이 보이는 흉물이 카를로스5세 궁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높은 성벽이 알카사바.

 

 

건물 측면도.

 

바로 옆에 있는 산 니콜라스 전망대로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 목적인 알함브라.

 

 

생각만큼 잘 나오진 않는다. 아무튼 이런 분위기다.

 

 

 

비 때문인지 문 닫은 앞집 식당.

 

날씨 좋은 날이면 이 집에 가서 노천 테이블을 잡는게 여러 모로 좋을 듯 하다.

 

 

 

 

어쨌든 호텔로 귀환.

 

 

 

밤에 보면 정말 그럴듯한 로비가 있다.

 

 

그리고 방 밖으로 내다 본 그라나다 시가 야경. 멋지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한 공간도 나쁘지 않다. 이 호텔, 꽤 추천할 만 하다.

 

다만 성수기 때는 꽤 비쌀 것 같다.

 

 

 

아침 식사 후. 안달루시아를 고속도로로 가로질러 세비야로 향했다.

 

잇힝, 세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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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가 아닙니다. '꽃보다 할배'도 아닙니다.

 

가상 결혼 프로그램이면서 새롭게 등장한 실버 예능의 기수입니다. 제목은 '님과 함께'.

 

티저를 보시면 느낌이 확 올 겁니다. 제목은 '재혼자들'.

 

 

 

 

그러니까 임현식-박원숙씨가 드라마 아닌 예능에서 가상 부부 체험을 하는 얘깁니다.

 

두 분은 수없이 많은 드라마에서 커플 연기(주로 서민적인 정서가 뚝뚝 떨어지는)를 보여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작은 뭐니 뭐니 해도 '한지붕 세가족'.

 

그 변형입니다. 2차 티저. '한지붕 새가족'.

 

 

 

 

'산업 폐기물 같은 맛'...이란.

 

그런데 문득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추억의 드라마가 솔솔 생각납니다. 바로 '한지붕 세가족'.

 

 

 

'봄바람 분다고 장독대 꽃피나'로 시작하는 김창완의 국악풍 주제가가 인상적인 오프닝.

 

 

 

 

 

'한지붕 세가족'은 자료에 따르면 1986년 11월9일부터 1994년 11월13일까지 방송됐습니다. 방송 시간은 몇번 바뀌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일요일 아침을 고수했던 작품입니다. 참 지금 보니 젊은 모습.

 

 

 

제목이 한지붕 세가족인 것은 주인 집(현석)이 집의 2층과 별채를 세놓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서민 거주 지역에선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거주 형태였죠. 그 시절을 잘 모르는 분들은 영화 '완득이'에 나오는 동네를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워낙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빠 임현식, 엄마 박원숙, 아들 이건주로 구성된 순돌이네는 동네의 전파사 및 만물 수리점이었죠. 그리고 순돌 아빠의 라이벌(?)로는 동네 세탁소 주인인 만수 아빠 최주봉이 있었습니다. 건강하지 못했지만 우등생인 만수와 늘 노는 것과 먹는 것만 밝히는 순돌이의 캐릭터가 대조를 이뤘습니다.

 

세월이 흘러 집 주인이 임채무로 바뀐 뒤에는 임채무의 처남 강남길과 애인 차주옥, 그리고 강남길의 어린 시절 친구인 김영배가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위 사진은 90년대 '한지붕 세가족'의 모습인 듯 합니다.)

 

 

 

 

특히 강남길의 고교 동창이며, '시골 고등학교에선 동네와 학교를 주름잡는 멋진 친구였지만 나이를 먹어 이제는 허세밖에 안 남은' 김영배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죠.

 

 

 

사실 작가와 연출자들은 소재도 떨어지고 시청률도 고르지 않아 몇번이고 종영이 검토됐지만 그럴 때마다 "'한지붕 세가족'을 없애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MBC로 빗발쳤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드라마에 '회장님'과 '사모님'이 나오던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 시절엔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이런 드라마가 있었죠.

 

또 수많은 스타들이 '한지붕 세가족'을 통해 안방극장에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한석규 음정희를 비롯해 김혜수 차인표 등도 이 드라마를 거쳐갔죠.

 

그래도 화려한 스타 후보생들보다는 역시 서민적인 정취를 가진 연기자들이 '한지붕 세가족'에선 더 빛을 발했습니다.

 

 

 

 

 

그렇게 8년을 방송한 '한지붕 세가족'도 막을 내리고, 다들 나이를 먹었습니다.

 

개구장이 꼬마였던 순돌이 이건주가 어느새 어른이 됐죠.

 

 

 

 

 

 

 

 

그리고도 몇해 더 세월이 흘러 순돌아빠와 순돌엄마는 예능 속에서 맺어졌습니다.

 

재혼을 염두에 둔 가족 예능인 '님과 함께'에는 순돌이네 커플과 함께 이영하-박찬숙 커플도 출연합니다.

 

 

인생에서 일어날 법 한 웬만한 일들은 다 겪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

 

과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청춘들과는 또 다른 재미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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