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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할리우드에서 전설의 지존 이소룡의 출연작 리메이크 소식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이소룡이 출연했던 TV 시리즈 '그린 호넷'의 주역으로 권상우가 물망에 올랐다더니 결국 중국의 인기 가수 겸 배우 주걸륜이 이 역할을 따냈습니다.

그와 함께 이소룡의 영화 빅4('사망유희'는 차마 여기에 포함시킬수가 없더군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인 '용쟁호투'의 리메이크에는 이소룡의 역할로 한국의 정지훈이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주걸륜은 캐스팅 확정이고 비는 검토중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단계에서는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 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소룡의 리메이크작에서 이소룡 역을 맡는다는 것은 아시아 출신 배우들에게는 더없는 영광이면서 기회인 좋은 조건입니다. '이소룡의 후계자'라는 이름만으로도 대단한 의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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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9월 8일 처음 방송된 '그린 호넷'은 이소룡이 복면 속의 쿵후 영웅으로 출연했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이소룡이 연기한 카토는 낮에는 평범한 일본인 운전사고 밤에는 악당을 물리치는 가면 영웅이 되는 캐릭터였죠. 이소룡은 '그린 호넷'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고 있던 아담 웨스트의 TV판 '배트맨'에도 몇 차례 특별출연했습니다.

'그린 호넷'은 꽤 인기를 끌었지만 한 시즌만에 끝났고, 여러 편의 TV 드라마와 영화에 그리 크지 않은 역으로 출연하던 이소룡은 1971년 홍콩으로 와 골든 하베스트의 레이먼드 초 회장과 의기투합, '당산대형'을 만듭니다. 일설에는 이 영화의 히트와 함께 TV 시리즈 '쿵후'의 주역이 자신이 아닌 '백인' 데이비드 캐러딘에게 넘어갔다는 데 대한 분노로 이소룡은 홍콩에 그대로 남아 '정무문'과 '맹룡과강'을 만들며 영화 속에서 백인 거한들을 때려눕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단 세편의 영화로 홍콩-중국어권 최고의 스타가 된 이소룡에게 할리우드는 다시 손을 뻗어 왔고, 이렇게 해서 할리우드와 홍콩의 합작으로 '용쟁호투(Enter the Dragon)'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1973년 7월 이소룡은 의문의 죽음을 맞고, 그의 사망 한달 뒤 미국 전역에서 개봉된 '용쟁호투'는 대단한 성공을 거둡니다.

이렇게 그가 저 세상 사람이 된 뒤에는 생전 촬영했던 일부 필름을 짜깁고 붙여서 '사망유희'라는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로 그의 이름은 전설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당시 이소룡과 닮았다는 이유로 캐스팅된 당룡(唐龍: 김태정)이란 이름의 한국인 배우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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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따지고 보면 '그린 호넷'보다는 '용쟁호투' 쪽이 더 끌리는 작품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일단 '그린 호넷'은 당시 시대가 갖고 있던 '허드렛일 하는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깊이 깔려 있는 작품인데다 감독이 '이터널 선샤인'의 미셀 공드리이고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 세스 로건이 주연과 시나리오를 맡았습니다. 원작의 분위기나 감독의 스타일을 볼 때 진지한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코미디로 리메이크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주걸륜의 캐스팅도 비슷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주걸륜에게서 액션 스타의 이미지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니셜 D'나 '쿵푸덩크'가 있고 '황후화'에서는 무협 액션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주걸륜이 보여준 가장 훌륭한 모습은 피아노를 두드리는 로맨틱 가이의 모습입니다. 그에게서 이소룡의 카리스마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물론, '그린 호넷'의 카토라는 캐릭터 자체가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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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비가 물망에 올라 있다는 '어웨이큰 더 드래곤(Awaken the Dragon)'은 '용쟁호투'의 배경을 그대로 현대로 옮겨 놓았다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동양인 무술가가 미국 정보기관의 의뢰로 비밀 무술대회에 침투해 범죄조직의 실체를 파악한다는 내용이죠.

'용쟁호투'는 지금까지도 서구인들이 기억하는 이소룡의 전설을 만든 작품이면서, 그 자체로 미국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입니다. '용쟁호투'에서 이소룡의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은 이소룡의 후계자로 불릴 만한 자격을 갖춘다는 뜻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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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까짓게 뭐라고'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소룡은 그냥 흔히 치부하는 '무술 액션 잘 하는 중국인 배우'의 범주를 넘어 선 사람입니다. 어찌 보면 한 시대에 있어 동양인 배우의 한계를 넘고, 백인들에게 아시아인의 새로운 이미지를 남긴 사람이기도 합니다.

현대 중국어권 영화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성룡과 주성치, 이연걸이 모두 '정무문', 혹은 '신 정무문'이라고 불리는 영화를 통해 이소룡의 역할을 연기했던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들은 모두 '제 2의 이소룡'이 되기를 기원했죠. 물론 세 사람 모두 각기 다른 스타일로 최고 스타의 자리에 올랐지만 본래의 이소룡이 갖고 있던 강인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셋 중에서는 이연걸이 가장 가까이 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역시 근본부터 스타일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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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종합적으로 볼 때 두 작품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용쟁호투'의 리메이크 쪽입니다. 단지 우려되는 것은 '그린 호넷' 쪽이 유명 감독과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인 반면, '어웨이큰 더 드래곤'은 영화 경험이 없는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비 측에서 '어웨이큰 더 드래곤'에 관심이 있다면 전체 제작비와 공연하는 배우, 전문적인 무술 감독의 기용 등 주변 조건들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닌자 어새신'도 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인 만큼 후속작을 그보다 못한 영화로 고를 이유는 없을 겁니다.

아무튼 정지훈군이 그냥 '제2의 이소룡' 에서 그치지 않고 '브루스 리의 신화를 계승한 배우'로 각인되길 바랍니다.



'용쟁호투'의 오리지널 예고편입니다.
70년대의 정서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이건 21세기의 이소룡 팬이 다시 편집한 버전.
편집만 다시 했는데도 상당히 새로운 감각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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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탐나는도다' 첫회를 봤습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재미있는 설정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끌렸던 드라마입니다. 조선 인조 때를 배경으로 제주도에 표류해 온 영국 귀족 청년과 조선의 선비, 그리고 순진무구한 해녀가 펼쳐가는 드라마라는 건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원작 만화는 보지 못했지만 영국 귀족 청년 역에 프랑스 출신인 금발의 미남 청년이 등장하고 선비 역에 임주환, 해녀 역에 서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훌륭한 진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탐나는도다'는 실망이 앞서는 드라마였습니다. 뒤로 가면서 좀 더 나아질 지도 모르지만 요즘 드라마의 스타일로 볼 때 이런 1회를 만든 드라마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서우의 열연이 아깝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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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포장된 도입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1회에 방송된 '탐나는도다'는 시퀀스들이 너무 깁니다. 아마 다른 드라마들이라면 '탐나는도다'의 1회에 방송된 분량은 20분 정도면 정리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1회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영국 귀족 청년 윌리엄(황찬빈-피에르 데포르트)은 아시아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네덜란드를 넘나드는 일본 상인 얀(이선호)과 함께 나가사키행 배에 올랐다가 폭풍우를 만나 제주도 해안에 표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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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양의 선비 박규(임주환)는 부녀자 희롱죄(?)로 제주도로 유배를 오게 되고, 여기서 천방지축에 난채 그대로 있는 해녀 장버진(서우)과 엮이다가 결국 버진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처지가 됩니다. 버진은 우연히 바닷가에서 윌리엄을 발견하고, 몰래 감춰준 뒤 보살피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내용으로 한시간 가까운 분량을 만들었다는게 놀라울 지경입니다. 물론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소개되고, 이런 저런 '코믹' 에피소드들이 끼어들지만 문제는 이 코미디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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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윌리엄과 버진이 만났을 때 윌리엄이 버진을 virgin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걸 모를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마찬가지로 박규를 만나게 되면 fuck you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이 드라마의 코미디는 대개 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네. 한국 드라마에 외국인 캐릭터가 처음 등장하던 1970년대 수준입니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이 조선시대 사람들과 만나 벌이는 해프닝이 한동안 방송에 나오지 않아서 신선할 거라고 생각한걸까요. 혹시 보다 보면 윌리엄이 고추장을 보고 "오! 케첩!"하고 퍼먹다가 매워 매워 물좀 줘 하는 내용이 나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진의 연구가 영 부족해 보입니다.

버진과 해녀들, 박규와 버진이 벌이는 해프닝도 영 어설프기는 마찬가집니다. 한번 뒤져보기나 하면 될걸 계속 진상패를 내놓으라는 버진과 그런거 안 갖고 있다는 박규의 승강이는 정말 지칠 정도로 이어집니다. "진상패 내놔요!" "어허, 네가 지금 정녕 진상을 떨고 있구나" 이런 식의 말장난이 시청자들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는게 놀랍습니다.

용변 해결을 위한 버전아비(변우민)와 박규의 나무 판자 놀이...도 제작진은 아마 '너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라고 느꼈을 것 같습니다. 이 제작진은 매주 '개그콘서트'라도 보면서 요즘 시청자들의 수준을 익힐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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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를 지켜보고 나서 든 생각은 "서우가 아깝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선 볼거리도 서우, 앞으로 발전이 기대되는 것도 서우밖에 없더군요. 조선시대의 4차원 해녀라는 생뚱맞은 캐릭터지만 서우가 연기하고 있으면 생기가 느껴집니다. 이 드라마가 어떤 결과를 내든 서우에게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임주환도 재능있고 매력적인 배우이긴 합니다만, 이 드라마를 통해 얻을 것은 별로 없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탐나는도다'는 매력적인 설정과 관심 가는 배우들로 이뤄진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느린 전개와 설정 자체에서 한발도 더 나가지 못한 지루한 대본은 이 드라마를 나락으로 밀어넣는 느낌입니다. 첫 주말이 지나고 나면 제작진도 느끼는 바가 있겠지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p.s. 사실 제주도 사투리가 낯설기는 박규나 윌리엄이나 별 차이 없었을 듯 한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더군요.


p.s.2. 댓글들을 보니 이 드라마에 만족하신 분들이 꽤 많군요. 워낙 관심이 가던 작품이라 제가 이 드라마에 너무 많은 걸 기대했었나봅니다.

이렇게 '탐나는도다'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니 드라마의 앞날이 생각보다 밝은 듯 하군요. 부디 닥본사하셔서 '탐나는도다'가 흥행면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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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이 할리우드보다 한발 빨리 한국에서 공개됐습니다. 시차를 감안하면 약 사흘 빠른 셈이죠. 이병헌이 연기하는 스톰 섀도우를 마침내 봤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이병헌의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배역이 스톰 섀도우라는 걸 알고 마음이 놓였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치게 악당으로 묘사된 부분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2연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근래 한국인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맡은 역할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지.아이.조'는 대체 어떤 영화고 이병헌은 어떤 역이었을까요? 그리고 왜 이병헌의 선택이 좋았다고 하는 걸까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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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무기제조업체인 MARS사의 대표 맥컬렌(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은 NATO의 투자를 유치해 수술이나 의료 목적에 사용되던 미세 로봇 나노마이트를 무기로 개발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나노마이트가 장착된 탄두를 이송하던 듀크(채닝 테이텀)는 정체불명의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받는데, 습격자 중 하나가 자신의 애인이었던 애나(시에나 밀러)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괴한들이 탄두를 차지하기 직전, 역시 정체불명의 특공대가 나타나 괴한들을 쫓고 탄두를 되찾습니다.

이들의 정체는 초국가적인 정의의(?) 특전부대 G.I.조. 이들의 리더인 호크 장군(데니스 퀘이드)은 탄두 탈취 시도의 배후에 맥컬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합니다(영화의 진행으로 보아 그건 의심할 바가 없죠^^). 그리고 맥컬렌은 최강의 닌자 스톰 섀도우(이병헌)를 동원해 탄두를 다시 빼앗을 계획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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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정도는 이 다음에 진행될 사건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이번 '전쟁의 서막' 편은 앞으로 주구장창 나올 '지.아이.조' 시리즈의 맛뵈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터지는 사건들은 글자 그대로 잠시도 관객을 쉬게 두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건들과 전투 장면을 보여주면서 결코 적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모두 설명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비슷한 경우였던 'X맨' 1편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느낌도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X멘' 1편에서 브라이언 싱어가 시도했던 철학적인 고민의 흔적은 싹 사라지고 없다는 점입니다. 'X멘' 시리즈를 지배하고 있는 '선택된 민족', 혹은 인종 차별과 인종 청소에 대한 은유 같은 것은 '지.아이.조'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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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자리를 차지한 것은 쉴새 없이 뛰고 달리고, 그러면서도 연애질도 하고, 할말 다 하는 만화적인 주인공들과 엄청난 돈이 투입되어 구현한 만화적 비주얼입니다. 네. '지.아이.조'는 그야말로 '대놓고 활극'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대뇌는 쉬고 있어도 됩니다. 무릎 반사가 가능할 정도만 살아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진행의 연속이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설사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두 시간 본 값은 충분히 했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겁니다.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G.I.JOE라는 완구-만화-애니메이션의 3종 시리즈가 갖고 있는 위력을 생각하면 쏟아 부은 제작비가 아깝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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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섀도우는 그 다양한 인물들 가운데서도 꽤 인기있는 캐릭터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캐릭터는 시리즈에 따라 어디서는 G.I.조의 편에서, 다른 쪽에서는 G.I.조의 상대편인 코브라 조직의 일원으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본래 일본인 캐릭터(이름은 토미 아라시카게)이고, 최고의 기술을 가진 닌자이며, G.I조의 핵심 멤버인 스네이크 아이즈와는 어려서부터 동문수학한 형제 같은 사이라는 설정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스네이크 아이즈와 '어찌 보면' 철천지 원수의 관계라는 점이 강조됐는데, 앞으로는 변화의 여지가 있을 겁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앞으로는'이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천하의 스톰 섀도우가 이렇게 한번 나오고 말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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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의 수많은 배우들이 아시아의 영역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진출을 향해 발을 내딛었습니다. 사실 남자 배우들보다는 여배우들의 경쟁력이 더 뛰어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남자 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캐릭터는 21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무술의 달인이나 '무표정한 동양인 암살자'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이병헌이 맡은 스톰 섀도우도 그런 역할의 범주 안에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 안에서 이병헌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 배우가 맡았던 어떤 역할보다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물론 '블러드'를 할리우드 영화로 친다면 전지현의 비중이 훨씬 크겠지만, 그 영화와 '지.아이.조'를 비교하는 건 2차대전때의 제로센 전투기와 F-22를 비교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영화에서 이 정도 비중의 캐릭터를 맡는다는 건 결코 그냥 무시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이 역할이 이병헌에게 들어온 것은 행운이지만 이 역할에 전념해서 따낸 것은 이병헌의 탁월한 선택이라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병헌은 이 작품을 통해 '영어로 연기가 되는 배우'라는 점을 인식시켰습니다. 이번에 함께 일한 스티븐 소머즈가 아닌 다른 감독이나 제작사도 동양인 역할이 있는 영화를 만들 때 염두에 둘 수 있는 배우의 선에 오른 셈이죠. 배우를 설명할 때 "그 왜, '블러드'라는 영화 있었잖아. 그 영화에서...."라고 설명하는 것과 "'G.I조'에서 스톰 섀도우 역으로 나왔던 배우"라고 설명하는 것은 천지 차이죠. 아무튼 이병헌이 앞으로 할리우드에서 어떤 족적을 남길 지,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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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은 똑부러지게 누구라고 할만한 톱스타는 없지만, 알려진 배우들이 꽤 많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일단 설정상 주인공인 채닝 테이텀은 앞날이 크게 기대되는 스타는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이 배우는 '스텝업' 시리즈를 통해 인기 스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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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미남형 주인공이라기보단 '유주얼 서스펙트'의 가브리엘 번의 젊은 날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10년 뒤에 살아남아 있다면, 주인공보다는 성격파 배우로 변신해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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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밀러가 이병헌과 공연했다는 건 참 감동적인 일이기도 하고... 감독이 스티븐 소머즈이다 보니 '미이라' 군단인 브랜든 프레이저와 아놀드 보슬루(바로 '미이라' 역이죠) 등이 그리 큰 비중 없이 얼굴을 비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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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얼굴과 대사가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스네이크 아이즈. 어떤 분은 이 배우의 이름이 레이 파크(Ray Park)라는 이유로 '혹시 또 하나의 한국계 배우가 있는게 아니냐'고 추론하기도 합니다만, 이 배우는 무술 전문 연기자로는 대단히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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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스타워즈 - 에피소드 1'의 다스 몰 역을 맡았던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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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보시는게 불편한 분을 위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결코 영화사에 남을 걸작이 아닙니다. 올해의 '수작'으로 꼽기도 좀 모자랍니다. 하지만 시원시원하게 쏟아 붓는 물량을 생각하면 본전 생각이 나는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등급은 '볼만한 영화'입니다. 아, 물론 뵹헌사마의 팬들에게는 '놓치면 후회할 영화'인게 분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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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스톰 섀도우가 한국인(영화 중간에 나오는 회상 신에서 어린 시절의 스톰 섀도우가 "도둑놈이다!" 등 두 마디의 한국어 대사를 합니다^^)으로 바뀐 것은 이병헌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아역으로 나오는 태국계 배우에게 직접 한국어 지도까지 했다는군요.

노력이 가상합니다. 그런데 스톰 섀도우가 워낙 독한 악역으로 나오다 보니 바꾸지 말고 그냥 두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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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 뛰어든 비담 김남길은 단 2회 출연만에 온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축구로 치자면 아주 적절한 시기에 투입된 조커라고나 할까요.

사실 비담이 인기를 모으는 건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그동안 미실 고현정, 덕만 이요원, 천명 박예진 등 여자 주인공들이 판을 치던 드라마에서 혼자 남자 주인공의 역할을 감당하던 유신 엄태웅은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답답한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목검으로 나무등걸을 천번 내리치다가도 한번 정신이 어긋났다고 다시 하나부터 시작하는 에너자이저 유신랑은 진지하고 진솔한 면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도대체 잔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비담 김남길은 첫 등장부터 광기가 흐르는 눈빛으로 예사롭지 않은 앞날을 예고하더군요. 특히 약초 캐던 농민들이 비담의 미소를 보고 질겁하는 장면은 이미 비담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거슬렀다간 명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신라의 정예 10화랑과 혼자 붙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 엄청나게 강한 무공과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텅 빈 머리 속, 때로 어린애같은 성정은 비담을 사뭇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 아니죠. 분명 어디선가 본듯 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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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을 봤을 때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캐릭터는 바로 이 친구였습니다. 당연히 많은 분들에게 친숙할 겁니다. 바로 '슬램 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베가본드'의 무사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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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바와 같이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전국시대의 지독하게 강한 검객입니다. 긴 검과 짧은 검을 함께 써서 니토류(二刀流)의 대가로 불리는 무사시는 일본의 역사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졌고, 1950년대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뒤 3편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베가본드' 역시 같은 원작을 취하고 있으므로 내용은 똑같습니다. 단지 '베가본드'의 무사시에게선 조금 더 강백호의 냄새가 난다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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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건 만화건 이 시리즈에 나오는 젊은 날의 무사시는 그야말로 야수같은 매력을 뿜어냅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베어야 한다는, 엄청나게 강하지만 선악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캐릭터죠. 아니, 아예 감정이란 요소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는 게 나을 겁니다. 어찌 보면 요즘 스릴러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캐릭터의 원형은 중국 고전 '수호지'에 나옵니다. 바로 108영웅들 중 하나인 흑선풍 이규입니다. 쌍도끼를 휘두르는 천하장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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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더 원형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규의 원형은 삼국지의 장비입니다만, 장비는 어쨌든 배운 사람이고 정규군의 장수이므로 이규처럼 무차별 살인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살성(天煞星)을 타고 난 이규는 피를 보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살인을 즐기는 인물이죠. 그런데도 송강의 명이라면 절대 복종하는 어린이같은 면모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 뒤로 각종 무협지에 나오는 '천살성'이란 말은 하나의 캐릭터로 정립됐습니다. 선악이나 정사 따위는 가리지 않고 거스르는 자는 무조건 죽이고 보는 단순무식막강한 캐릭터를 가리키는 말이 됐죠.

얼마전에 한 분이 최근 한 일본 만화에 나오는 무겐이라는 캐릭터를 비담의 닮은꼴로 추천하셨는데, 무겐이 나오는 작품을 본 적은 없지만 대략 그림만 봐도 어떤 캐릭터인지 느낌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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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캐릭터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연기하는 배우가 엉망이라면 인기가 있을 리 없습니다. 비담이란 인물이 성공한 데에는 그 역할을 맡은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역량이 절대적인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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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 IS 연예팀은 '올해의 유망주'로 15명의 각 부문 신인을 선정했습니다. 당시의 명단은 '고아라·민효린·이선호·유연지·정일우·최시원·지서윤·하정우·이한·한효주(이상 연기자)와 김현중·남규리·민선예(가수). 신봉선·정성호(개그맨)'입니다. 이때의 이한은 '굳세어라 금순이'의 금순이 남편과 '굿바이 솔로'의 냉정한 친구 유지안 역을 맡아 연기력보다는 외모로 주목을 끌던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08년 초, 연기자 이한에 대한 평가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함'이었습니다.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870705) 3단계 평가에서 맨 아래 순위였죠(아, 물론 김현중과 하정우도 이때까진 '좀 더 노력이 필요함' 등급이었습니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와 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성애 소재의 '후회하지 않아'는 애당초 흥행이 될 영화는 아니었고, 이 영화에서의 이한은 장래에 대한 기대를 더욱 크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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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춤거리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김남길이라는 본명을 되찾은 뒤 이한은 특유의 '섬뜩한 눈빛'을 빛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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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역은 아니었지만 '공공의 적 1-1'을 본 사람은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차가운 매력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김남길은 한 자루의 날선 칼날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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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던 보이'.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김남길은 친구 해명(박해일)을 싸늘하게 버리는 일본인 검사 신스케 역을 맡아 우아한 잔혹함을 연기해냅니다. 이 정도면 동년배 배우들 중에서는 연기력으로 단연 돋보이는 모습을 보인 셈이죠.

그리고 나서 이번 비담 역할은 김남길의 앞날에 어느 정도 길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려도 하나 떠오릅니다. 어떤 배우에게 쉽게 굴레를 씌우고 싶어 하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판의 속성상 김남길에게도 앞으로 계속 이와 유사한 역할만이 몰려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김남길이 잘생긴 얼굴에 머물지 않고 탁월한 성격 연기의 길을 개척한 것은 칭찬할 만 합니다. 하지만 연기를 잘 하는게 오히려 족쇄가 되어 '이상성격 전문배우'의 길을 걷게 되는 것도 걱정스럽습니다. '선덕여왕'이 끝난 뒤,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비담의 활약은 '선덕여왕'의 앞날을 더욱 탄탄대로로 만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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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이 날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선덕여왕이 아직 감춰두고 있는 카드(혹은 떡밥, 혹은 비밀무기)'들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비담 김남길 떡밥을 빼먹었더군요. 비담 공개는 최상의 선택인 듯 합니다. 비담과 문노를 한방에 공개한 걸 보면 꽤 쏠쏠한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 '드림'을 초반부터 아예 밟아 버리겠다는 살의(?)가 번득입니다.

사실 비담 얘기로 포스팅 하나를 때우려는 건 아니고... 딴 얘깁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는 가운데 요즘 그 원작격인 '화랑세기'를 직접 읽어보겠다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그냥 읽는 분들은 아마 놀라실 일이 많을 겁니다. 사실 '선덕여왕'이 처음 시작할 때에는 미실의 복잡다단한 남자관계에 눈살을 찌푸리셨던 분도 많았겠지만, '화랑세기'를 직접 보신 분이라면 그게 얼마나 빙산의 일각인지도 아실만 합니다.

사실 '화랑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들 중 차마 점잖은 자리에서 거론하기 힘든 얘기는 미실과 관련된 이야기뿐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화랑세기'가 진짜 역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력한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걸 다 지어냈다고 치면 참 그 상상력도 대단한 상상력이란 생각도 듭니다.

드라마에서 다 볼 수 없었던 19금판 선덕여왕, 용어해설로 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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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덕여왕, 제대로 만들었으면 19금

MBC TV '선덕여왕'은 왜 인기일까. 타이틀 롤인 선덕여왕 이요원도 잘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 드라마의 일등 공신은 미실 역의 고현정이다.

미실. 장희빈도 아니고 정난정도 아니고, 웬만한 시청자들이라면 이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까지 생전 듣도 보도 못했을 이 캐릭터가 어떻게 이렇게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고 있을까. 더구나 이 미실이라는 인물은 한국 사극에서 전례를 보기 힘들 만큼 문란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남편 세종(독고영재)이 있으되 정부인 설원(전노민)도 버젓이 옆에 버티고 있고, 진흥왕(이순재)와의 관계가 암시되는가 하면 그 아들인 진지왕(임호)과는 아예 '왕위에 오르면 왕비로 삼겠다(아니, 남편이 뻔히 있는 여자가!)'는 보장을 받고 몸을 섞는다. 아무리 '천추태후'가 사극 여주인공의 사생활의 한계를 넓혔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늘 그렇듯 TV 드라마가 전부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드라마의 원작 격인 '화랑세기'를 보면 더욱 입이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진짜 역사라는 주장과 1930년대에 쓰여진 창작물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물려 있는 책이지만, 아무튼 '화랑세기'의 미실은 훨씬 과감하다.

진흥-진지왕에 이어 근 30세 연하인 진평왕과도 몸을 섞는다. 예를 들자면 이런 수준이다. 드라마 속에서 김유신(엄태웅)의 라이벌인 보종(백도빈)이 태어나게 된 계기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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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8년(579년), 미실궁주가 옥새를 맡아보는 새주(璽主)가 되어 정사당에서 문서들을 보다가 낮 꿈을 꾸었는데 흰 양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길한 꿈임을 알고 급히 왕(진평왕)를 끌고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왕은 아직 어려서 궁주의 기분에 제대로 따라 주지 못했다. 이에 설원랑을 불러 들여 보종공을 낳았다. (따라서 누구의 아들인지 분명치 않았지만)보종은 자라면서 모습이 설원랑과 같았으므로 궁주가 설원에게 내려 아들로 삼게 하였다.' 이런 식이다.

사실 내용인 즉 허균의 '홍길동전'에서 홍판서가 길동이를 낳게 되는 대목 - 용꿈을 꾸고 부인에게 동침을 요구하지만 부인이 대낮부터 망측하다며 거절하자 여종 춘섬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 이나 '삼국유사'의 지철로왕 관련 기사(지철로왕은 지증왕의 다른 이름. 궁금하면 찾아 보시라)를 생각해보면 뭐 충격 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아무튼 '화랑세기'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런 얘기들의 연속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흔히 '화랑'이란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육사 생도들이나 보이스카우트의 이미지는 싹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역사책이다 보니 그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름하여 'TV에는 안 나오는 진짜 선덕여왕 용어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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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공(色供) = 글자 그대로 색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일, 즉 잠자리를 같이 하는 일을 말한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왕을 모실 수 있는 모계 혈통에는 진골 정통과 대원 신통이 있는데, 이들의 가문은 왕의 총애를 차지하기 위해 특별한 재능을 갖춘 여자들을 계속 배출했음이 암시되어 있다.
미실의 어머니인 묘도와 이모인 사도(진흥왕의 왕후)는 미실이 세종과 결혼할 때 "우리 가문은 대대로 색공을 바치는 집안"임을 강조하며 어찌 왕의 서자 뻘인 세종 따위(?)에게 시집을 가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미실은 태연히 "어찌 남편이 있다 하여 임금을 모시지 못하겠느냐"고 맞받아쳤다는 기록이 있다.

음사(陰事) = 군주와 잠자리에 드는 것. 즉 방사(房事)의 높임말이다. '선덕여왕'의 사실상의 주인공 미실은 음사에 특히 능해 그와 한번 잠자리를 같이 하면 군왕들도 헤어나지 못했다. 특히 진흥왕은 미실을 잊지 못해 남편 세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미실을 불러들였다. 심지어 임신중에도 미실을 입궁시킨 기록이 있다.

마복자(磨腹子) = 현대인의 시각으로 볼 때 가장 기이한 성풍속의 하나. 윗사람이 임신한 아랫사람의 아내를 받아들여 관계한 뒤 낳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보살피는 것을 말한다. '화랑세기'는 시작부터 제 1대 풍월주인 위화랑이 비처왕의 일곱 마복자들인 이른바 '마복칠성' 중 하나임을 밝히고 있다. 그의 어머니 벽아부인이 그를 임신한 채로 비처왕의 후궁으로 들어가 낳은 아들이란 얘기다.

방외우(方外友) = 글자대로 풀면 그냥 '신분을 벗어나 사귀는 사이'라는 의미지만, '화랑세기'의 사이에서는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여자들과 관계하면, 그 여자들 주변의 사람들과도 친구 뻘이 된다는 뉘앙스의 말로 사용됐다.
예를 들어 방탕했던 동륜태자(진평왕의 아버지)는 미실에게 혹하자 신분이 한참 아래인 설원이나 미실의 동생인 미생과도 친구가 된다. 이것이 바로 방외우의 기본 형태인 것이다.

유화(遊花) = 낭도들의 짝이 되는 신분이 낮은 여자들. 본래는 이들도 크게 볼 때 화랑도 조직의 일원인데 역할은 궂은 일에서 밤일에까지 넓게 걸쳐 있다. '화랑세기'의 진흥왕 대창 원년(568년) 기록엔 이런 대형 난교 파티의 기록이 있다.
'...이날 밤, 왕(진흥왕)과 미실은 남도의 정궁에서 합환을 하였다. 낭도와 유화들로 하여금 새벽까지 돌아다니며 노래하고, 서로 예를 갖추지 않고 합방(奔)하게 하였다. 성중의 미녀로서 나온 자가 만여명이었다. 등불의 밝음이 천지에 이어졌고 환성이 사해의 물을 끓어오르게 하였다. (중략) 낭도들이 각기 한 명의 유화들을 이끌고 손뼉치고 춤추며 난간 아래를 지나갈때마다 만세 소리가 진동했다.'
이 광경을 바라보며 진흥왕과 미실은 군중들에게 돈을 던져주며 즐겼다고 한다. 이 땅에서 있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환락의 도가니였던 모양이다. 물론 이날의 기록 외에도 유화와 화랑 사이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난 기록이 전해진다.

용양신(龍陽臣) = 최측근. 항상 곁에 두는 총신의 의미이지만 '화랑세기'의 기록을 살펴 보면 이 단어에서 남색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미실의 첫사랑인 사다함의 가계를 살펴보면, 스페인 영화 '하몽하몽'을 연상시키는 난맥상을 발견하게 된다. 사다함은 구리지공과 금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미남으로 유명했던 구리지공은 한 촌부와 정을 통했는데, 이 촌부는 이미 유화로 나가던 시절 이름도 모르는 화랑과의 사이에서 설성이라는 아들을 두고 있었다. 설성은 어려서부터 '얼굴이 아름답고 교태를 잘 부려' 구리지공은 얼마 뒤 설성을 자신의 용양신으로 삼았다. 어머니와 아들을 모두 파트너로 삼은 셈이다.
그러나 구리지공이 전쟁터에 나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금진은 설성을 잠자리로 끌어들였고 그 사이에서 설원이 태어났다.
이렇게 어지러운 사연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요즘 '선덕여왕'에 나오는 설원랑이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뒷날 이 가문에서 원효대사와 설총이 나왔다.

신선골(新善骨) = 출세를 위해 낭도들 가운데 화랑에게 딸을 바치고 청탁을 하는 자들이 나타났다. 이렇게 딸을 바쳐 화랑과 연을 맺은 자들을 신선골이라고 불렀다. 물론 이때의 '골'은 골품(骨品)을 의미한다. 13세 풍월주 용춘 때 대남보라는 낭도가 신선골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말을 듣고 용춘이 기특하게 여겨 승진을 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아내를 바쳐 그 아들을 마복자가 되게 하는 것과 딸을 바쳐 신선골이 되는 것, 과연 어느 것이 더 부도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삼서지제(三壻之制) = 한 여자에 대해 세 명의 남편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제도. '화랑세기'에는 이에 따라 선덕여왕은 용춘과 흠반, 을제 등 세 남편을 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이 여왕의 경우 후사를 얻지 못할 때 세 명까지 남편을 둘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 여성들의 경우에도 세 명의 남편을 둘 수 있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불행히도 정사인 '삼국사기'에는 선덕여왕의 남편이 몇명이었는지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러나 후대의 진성여왕이 자신의 숙부뻘인 각간 위홍을 연인으로 삼았다가 위홍이 죽자 수십명의 미남 청년들을 끌어들였다는 기사를 싣고 있어 여기에 비쳐 볼 때 선덕여왕의 세 남편 이야기도 그리 황당무계한 것은 아님을 보여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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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자라는 희한한 풍습에서는 어쩐지 손님에게 아내를 주어 동침하게 하는 북방민족의 풍속이 연상됩니다. 사실 이 방법보다 더 손님-혹은 나그네-에게 '우리는 적이 아니다. 너와 나는 한 가족이다. 내게 무슨 일이 있으면 네가 내 아내와 자식을 보살피기 바란다' 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없을 듯 합니다.

마찬가지로 마복자 제도 역시 '뱃속의 아이는 네 아이지만 내 아이기도 하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 어머니와 관계를 하겠다. 너의 아내 역시 내 아내인 셈이다' 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정말 엽기적이지만, 일부 기마민족 사이에서는 이와 유사한 풍습들이 전해진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역사이건 위작이건, '화랑세기'는 오늘날의 잣대가 아닌 신라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느낌을 갖게 합니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현대적인 시각으로 짜여져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에 지치면 '화랑세기'를 한번 펼쳐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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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 캐릭터, 굳이 말하자면 천살성(天煞星)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상당히 낯익은 캐릭터이면서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공개되지는 않은 캐릭터입니다. 나중에 여기에 대해서도 좀 공을 들여 들여다 보겠습니다.

 




그나자나 이제 남은 떡밥은 김춘추-유승호 떡밥 하나인 셈이군요. 언제 나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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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스포츠 드라마 '국가대표'는 '이 영화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각색한 것'이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서 영화는 스키 점프라는 비인기종목에서 어느날 갑자기 세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한국 대표팀의 이야기를 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아직도 등록선수는 5명뿐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 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는 점, 국내 유일의 스키점프대인 무주 스키점프대는 사실상 동계 시즌에는 가동된 적이 없다는 점 등등은 확실히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와 현실이 다른 부분도 꽤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속성상, 부분적으로 과장이 있을수밖에 없는 게 정상입니다.

영화 '국가대표'에서 사실과 같은 부분, 사실과 다른 부분들을 한번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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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대표'를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국가의 도움 없이 개인이 이뤄낸 성과'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에게 '신성한 의무'와 '어깨를 누르는 책임감'을 강조하던 지나간 시대의 관념에 찬물을 끼얹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죠.

영화 리뷰는 이쪽입니다.

그런데 그런 시각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제작진이 무시하고 싶은 내용은 깔끔하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의 발전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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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은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가운데 1997년 창단돼 곧바로 1997년 12월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 월드컵에 참가해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고, 이듬해 2월의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나가 아슬아슬하게 메달권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이야기처럼 봉고차 지붕에 스키 부츠를 매달고 훈련해서 1년만에 올림픽에 나가 세계 수준의 성적을 낸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한마디로 '영화니까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죠.

실제로 한국에 스키점프가 도입된 것은 1991년. 그리고 1994년에는 이미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간 기록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스키점프의 대명사인 네 명의 선수들, 김흥수(현 코치) 최용직 최흥철 김현기 등은 이미 10대 시절부터 유망주로 발탁돼 육성된 선수들입니다. 한국 스키점프 선수 중 최초로 국제대회 개인성적을 낸 최용직은 1997년 오베르스트도르프 대회에 만 16세의 나이로 참가해 40위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의 기록은 확실치 않지만, 21세기 들어서는 매년 1-2차례씩 해외 전지훈련을 다녀온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가 2003년 타르비시오 동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로 이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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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흥철, 최용직, 김현기, 강칠구 선수.   사진출처=세계일보

물론 해외 전지훈련을 간다고 해서 호화 훈련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하이원이 실업팀을 창단해 최흥철과 김현기가 입단하기 전까지 이들 국가대표 선수들의 공식 수입은 연봉 38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유니폼이 모자라 기워 입어야 하고, 선수들이 직접 스키 날에 왁스를 입혀야 하는 열악함도 사실입니다. 다만 영화에서 보듯, '국가가 스키점프라는 종목을 버리려 했는데 선수 개개인이 살려냈다'는 식의 기술은 사실과 꽤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선수들이 개인 생활 유지를 위해 각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는 얘기는 영화에서 생략되어 있더군요.)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체육회를 비롯한 국가 기관에서는 스키 점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그래도 해외 전지훈련 등의 지원을 했고, 그 결과 도입 12년만에 동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이라는 성과가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에는 실업팀도 생겼습니다. 비인기 종목의 레벨로 따지면 이보다 못한 종목도 수두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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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보듯 황무지에서 어느날 뚝딱 대표팀이 만들어지고, 그해 겨울에 국제대회에 나가고, 그 이듬해에 올림픽에 나가고...하는 식의 황당무계한 스토리는 오히려 스키 점프 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선수-지도자 외에 측면에서 지원한 많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꽤나 서운한 얘기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열정만으로 되는 일은 꽤 제한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런 부분들은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스스로를 구제한 작은 영웅들 이야기'라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생략된 것입니다. 물론 전에도 한번 강조했지만 이런 부분들이 오락 영화로서 걸작인 '국가대표'의 가치를 해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영화는 영화일 뿐, 영화를 현실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현실은 현실, 영화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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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으로 하나 끼워넣는 얘기라면, 이들 스키 점프 대표팀 선수 가운데 해외 입양 후 귀국한 선수는 없습니다. 해외에 입양됐던 스키 선수의 뿌리 찾기 이야기는 토비 도슨의 실화에서 따온 것인 듯 합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스키 스타 도슨은 자신의 뿌리인 한국을 찾아 아버지와 동생을 만났고, 이어 약혼녀와 한국에서 전통 혼례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도슨은 이후 골프 선수로 변신, 2007년 이후 각종 대회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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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영화 마지막에 봉구가 점프하기 직전, 키를 재고 방코치가 "키가 크니까 스키 더 긴거 타도 돼"라고 어필하는 장면은 시점의 착각입니다. 현재는 스키 점프 선수가 이용할 수 있는 스키의 길이가 자신의 키의 146%로 제한되어 있지만 이 규정이 생긴 것이 바로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이 3개중 2개의 금메달을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선수들이 큰 스키를 쓰는 전법으로(영화에도 나오는 얘깁니다) 스키점프에서 강세를 차지했고, 나가노 올림픽 이후 유럽 각국이 이 전략을 차단하기 위해 신장 대비 스키 길이 규정을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당시에는 없던 규정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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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해운대'때 얘기했지만 예고편만 놓고 봤을 때 올 여름 한국영화 3총사의 기대 순위는 '국가대표', '해운대', '차우'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까놓고 보니 '해운대'와 '차우'가 전혀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체 왜 예고편을 그렇게밖에 못 만들었나 의아할 지경이더군요. 그리고 그와 함께, 그렇다면 과연 '국가대표'는 어떨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가끔씩, 예고편은 환상적인데 본편은 영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막상 본 영화.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막상 진짜 스키 점프 장면이 시작된 뒤로는 시계 볼 생각도, 영화 끝나고 뭘 할까 생각도, 그 시점까지 영화의 앞부분에서 뭐가 좋았고 뭐가 안 좋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우생순'을 포함해서, '록키'를 포함해서 이렇게 가슴 벅찬 스포츠 신은 처음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을 되새겨보려니 가슴이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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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라인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그리 벗어나지 않습니다. 미국에 입양돼 주니어 시절 알파인 스키 대표선수까지 지냈던 헌태(하정우)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어머니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방코치(성동일)의 꼬임에 넘어가 난데없이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됩니다.

하지만 방코치가 모아들인 선수들은 오합지졸. 고교시절 약물파동으로 스키 입상을 취소당한 흥철(김동욱)과 그 뒤를 따라다니기만 하던 파파보이 재복(최재환), 그리고 가난이 유죄로 군대를 안 가기 위해 운동을 결심한 칠구(김지석)까지 간신히 4인 1조, 스키점프 단체전에 나갈 수 있는 한 팀이 꾸려집니다.

여기에 방코치의 딸이며 섹시하지만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수연(이은성)이 갑자기 끼어들면서 훈련은 코믹하게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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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과정은 '쿨 러닝'을 보신 분이라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원지의 폐허에서 사용되지 않는 워터슬라이드를 점프대 대신 이용하기도 하고, 사철 눈이 내리지 않는 한국의 특성상 흘러내리는 물을 대체품으로 이용합니다. 자동차 위에 스키부츠를 고정시키는 위험천만한 장면도 연출됩니다.

마냥 동화 속 이야기같은 '쿨 러닝'과는 달리 이 영화는 '어른들의 세계'에도 한 발을 걸칩니다. 사실 이런 과정이 이야기들에는 점수를 많이 줘 봐야 5점 만점에 3.5점 정도 이상은 주기 힘듭니다. 이야기는 때로 무리한 진행을 보이기도 하고,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중간에 튀는 듯한 부분도 몇 번 있습니다. 게다가 심각한 장면을 강제로 해소하기 위해 갑작스레 코미디로 전환하는 장면들은 그리 효과적이지도 않을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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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30분,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이들 선수들의 경기 장면은 그동안 약간 위태롭게 보이던 이 영화의 앞부분을 싹 잊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감히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한국 영화의 클라이막스 가운데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 박상민이 혼마찌에 단신으로 쳐들어가 벌이던 격투 신 이후로 이렇게 피가 끓어오르는 장면은 처음입니다.

이런 강력한 클라이막스 덕분에 '국가대표'는 올해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CG의 도움이 컸겠지만, 수만의 관중 앞에서 펼쳐지는 스키점프의 박력과 정교한 스토리의 배치는 김용화 감독의 역량을 다시 한번 높이 평가하게 해 줍니다. 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 영화의 스키 점프 신은 한국 스포츠 영화, 아니, 한국 영화 전체를 꿰뚫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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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보시면 그 감동의 0.1% 정도를 공유하실 수 있게 됩니다.

배우들의 연기로 따지자면 수훈갑은 하정우보다는 김동욱입니다. 물론 하정우가 맡은 캐릭터의 개연성이 좀 부족했다는 점을 먼저 꼽아야겠지만, 아무래도 하정우보다는 김동욱의 영화라는 쪽이 맞을 듯 합니다.

그 밖의 배우들에게선 이들과 비교할만한 비중을 두기 힘듭니다. 특히 이은성이 좀 더 좋은 연기를 보였다면 영화는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을 겁니다. 여배우 조련에 꽤 뛰어난 걸로 알려진 김용화 감독도 이렇게 손을 들었을 정도면 앞으로 이은성은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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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더욱 볼만하게 만드는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주제가로 쓰인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입니다. 지난해 이 노래가 크게 히트하지 못한 점이 안타까웠는데, 이번 기회에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지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실 '국가대표'는 이게 전부인 영화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얘기하려면 어쩔 수 없이 영화 줄거리의 세세한 부분을 건드리게 됩니다. 그게 싫으신 분들은 아래로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게 좋을 겁니다. 어쨌든 약간 정리해서 얘기하자면, 오락 영화로서 '국가대표'는 강추작입니다. 사소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라스트의 박진감이 모든 것을 보상해 줍니다.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그럼 나머지는 안 보셔도 될 얘기들. (그런데 써놓고 보니 제목에 해당되는 부분은 이 아래쪽에 다 있군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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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맨 첫 부분. 어머니를 찾아 한국에 온 헌태-바비는 TV의 아침 방송에 나가 사연을 얘기합니다. 헌태가 "함께 입양된 여동생이 결혼해 아기를 낳았는데 너무 귀엽다"고 말하자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다가, 갑자기 방청석이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헌태의 얼굴 뒤 화면에 여동생 가족의 사진이 나오는데 남편이 흑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헌태는 사람들이 왜 웅성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헌태는 "이 나라가 나를 3천만원에 외국에 팔았어! FUCKING KOREA!"라며 분노를 토로하기도 합니다. 영화 앞부분에서 헌태가 말하는 '우리 나라'는 미국입니다. 또 재복이 임신한 연변 처녀 순덕이와 결혼하겠다고 말하자 재복의 아버지는 "우리집 독자인 놈이 중국년과 결혼을 한다고?"라며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일련의 장면들이 보여주려 하는 것은 자명합니다. 한국인들의 이중성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죠. 외국인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면서도 일본을 제외한 여타 아시아 국가 사람들이나 흑인들에 대해서는 경멸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주는 대다수 한국인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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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이 영화는 주인공인 스키점프 선수들을 지나치게 사회적인 약자로 몰아가려는 무리한 시도를 계속합니다. 이들에게 '나라'와 '어른'들은 줄곧 거짓말을 하고, 무책임하고, 여차하면 자신들을 버리려는 존재들입니다. 이런 식의 배치가 보여주는 것 역시 자명합니다. '세상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데 벌떡 일어선' 주인공들을 더욱 영웅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시도죠.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도들이 영화 '국가대표'의 발랄한 스텝과 그리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끔은 이런 부수적인 요소들이 잘 흘러가는 영화에 짐이 되는가 아닌가 아슬아슬할 때도 있습니다. 다행히, 아주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김용화 감독이 왜 이 영화에 이런 부수적인 요소를 넣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생각 있어 보이기 위해서'라면 대단한 위험을 감수한 셈입니다. 정말 다행히도 이런 요소들이 영화를 크게 해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보실 분들에게도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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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이 인기 궤도에 오르면서 '이 드라마에는 세 개의 떡밥이 있다'는 얘기를 기자들과 나눴습니다. 굳이 떡밥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시청자를 붕어로 비하하는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 듯 합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떡밥이란, 이 드라마가 후발 주자들의 추격으로 위기(?)에 놓일 때 터뜨릴 수 있는 세 가지 비밀 무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말하자면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비단 주머니 같은 역할이죠.

첫번째 떡밥은 당연히 덕만(이요원)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문노(정호빈)의 재등장이죠. 세번째는 유승호로 정해져 있는 김춘추의 등장입니다. 이 세가지 무기가 이미 장착돼 있기 때문에 '선덕여왕'은 탄탄한 독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이고, 이번에 첫번째 떡밥이 뿌려졌습니다. 아마도 SBS TV '드림'의 방송 시작에 맞춰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덕만이 천명(박예진)의 동생이라는 것이 공개되면서 '선덕여왕'은 34%로 치솟았고 '드림'은 여전히 5%대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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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드라마에는 예고된 이벤트가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베테랑 작가들은 한껏 긴장을 고조시켜 놓고 '터뜨릴 수 있는' 사건이나 인물들을 배치해놓고 전략을 짜기 마련이죠. 이미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들은 시간순에 따라 전략적인 사건 배치로 후발 작품들의 추격을 피하려 합니다. 반대로, 후발 작품들은 기를 쓰고 이런 상대방의 계산을 깨기 위해 현재 방송중인 작품을 1,2회 연장해 흐름을 깨려 하고, 특집방송을 끼워 넣는 등의 형태로 가장 중요한 첫회의 방송 시점을 미루곤 합니다. 시청률이란 작품의 수준에 따라서도 결정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진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덕만의 출생의 비밀'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끝나긴 했지만 상당히 반성의 여지도 남겼습니다. '덕만의 고민이나 반응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안 덕만의 "나는 없어야 하는 사람이라면서요"라는 반응은 누가 봐도 20세기 이후에 태어난 사람의 것입니다. 7세기 사람이라면 저런 식의 '자아 우선' 반응을 보일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공주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덕만아 덕만아' 하는 유신랑(엄태웅)의 태도 역시 무엄하기 짝이 없는 것이죠. 최소한 둘만 있을 때라도 존대를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아무튼 아직 '덕만이 공주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이 전제가 되고 있으니 한동안 드라마가 골치아픈 방황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작가진이 스스로 만든 이 난제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궁금합니다. 어려서 이미 죽어야 할 몸이었다면, 다 커서 돌아왔다 한들 내버려둘 수 없는 것은 분명하고 또 미실이 이를 묵과할 리가 없는데 과연 어쩔 작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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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번째와 세번째 떡밥으로 넘어갑니다.

사실 이 떡밥들이 언제 나올지는 제작진의 영업 비밀이므로 미리 알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주변 상황으로 추측해 볼 수는 있습니다. 일단 문노 부분입니다. 처음 몇 회 나오지 않았지만 '정의롭고도 강한 남자' 문노의 이미지는 워낙 강렬했고, 다시 등장하면 악의 무리(?)들을 단칼에 정리할 수 있을 듯 하기 때문에, 문노의 출현은 그 자체로 상당히 큰 이벤트가 될 겁니다.

하지만 문노의 재등장은 당분간 좀 어려울 듯 합니다. 국선 문노께서 제주도에 바쁜 볼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SBS TV 수목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에 상당히 중요한 역으로 출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쪽에서의 비중이 계속 커지는 한 양다리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따라서 SBS가 '드림'을 간접 지원하는 방법 중에는 '태양을 삼켜라'에서 정호빈의 출연 신을 계속 늘리는 것도 있을 겁니다. 아직도 '선덕여왕' 시청자 가운데 "대체 문노는 언제 나오는 거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반면 정호빈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문노의 복귀는 그만큼 앞당겨 질 수 있겠죠. (물론 심각해지면 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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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떡밥 역시 '드림' 쪽에는 치명적입니다. '드림'이 겨냥하고 있는 주 시청층이 10대와 20대를 핵심으로 하는 여성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승호의 등장은 만만찮은 위협입니다.

유승호는 별다른 최근 히트작 없이도 수많은 누나 팬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 티아라의 뮤직비디오에 출연, 멤버 지연과 나눈 키스신 때문에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왜 벌써 그런 걸 시키냐'는 '누나 팬'들의 분노(?)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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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승호의 등장은 정말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그리 앞당겨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28일 방송에서 가만히 천명공주의 어깨를 감싸던 유신랑의 손길처럼, 유신랑을 둘러싼 두 자매의 미묘한 감정 대립이 상당 기간 이 드라마의 주제가 되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래 한 쪽은 애 딸린 과부고 한쪽은 처녀라는 점에서 그리 팽팽하지 못한 대결인데, 심지어 그 미망인에게 유승호같은 장성한 아들이 불쑥 등장한다면 이건 멜로드라마로선 치명적이겠죠.

그러니 제작진으로서는 '유승호의 등장 = 박예진의 멜로의 끝'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박예진과 이요원은 설정상 쌍둥이 자매입니다. 어느 한쪽만 확 늙고, 어느 한 쪽은 여전히 젊은 채로 있다는 것도 비웃음을 자아낼 상황이죠. 즉 '유승호 같은 장성한 아들의 등장'은 곧 이요원에게도 '나도 제때 낳았으면 너만한 아들이 있다'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아무튼 이런 난제 때문에 유승호군의 등장은 그리 빨리 기대할 수 없겠습니다. 왕자 옷 입은 유승호군의 미태를 빨리 보고 싶은 시청자들은 안타깝지만 좀 더 기다리시든가, 아니면 '선덕여왕'의 시청률을 확 끌어내리든가 하는 방법을 써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그게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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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 손담비 김범. 세 주인공의 이름값만으로도 기본은 먹고 들어갈듯한 SBS TV 새 월화드라마 '드림'(극본 정형수, 연출 백수찬)이 27일 첫 방송을 마쳤습니다. 이종격투기와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다소 낯선 소재에 대한 접근이 눈길을 끕니다.

일단은 속도감있는 연출이 안정감 있게 다가오는 첫회였습니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도 간명하게 펼쳐졌고 세 주인공의 엇갈림도 인상적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거침없는 진행이 돋보였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를 차별화하는 요소는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지금껏 방송됐던 수많은 드라마들과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첫회에 나온 그 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기존의 드라마 상식선에서 볼 때 '착한 인물'이 당최 보이질 않는 겁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예의없고 못된^^ 드라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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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투수 유망주 출신으로 어깨가 망가진 뒤 스포츠 에이전트로 전향한 제일(주진모)은 냉정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에이전트계에서 두각을 보이지만, 어느날 친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 기탁(연정훈-우정출연인 듯 합니다)이 스테로이드제 강제 복용을 폭로하고 야구계를 떠나버리는 대형 사고를 당합니다. 그동안 제일을 키워준 사장 경탁(박상원)은 곤란한 지경에 놓이자 제일을 헌신짝처럼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한편 소년원을 출소한 장석(김범)은 진짜 아버지인지 의심스러운 영출(오달수)를 만나고 가는 길에 드림체육관을 엿보다 관장 딸이자 태보 지도자인 소연(손담비)에게 혼쭐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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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1회의 대략 스토리. 그리고 앞으로는 경탁에게 버림받은 제일이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하다가 이종격투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장석(척 보면 당연하죠)의 에이전트가 되고, 그를 선수로 단련시키는 과정에서 소연과 두 남자가 삼각관계가 될 거라는 건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보지 않았어도 드라마 세편만 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진행 방향입니다.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특이한 건 정말 한결같이 싸가지없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입니다. 에이전트들인 경탁과 제일은 천하 제일의 냉혈한들이고 장석 역시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결심은 했다지만 결코 선량한 성격은 아닙니다. 소연 역시 만나자마자 재수없게 구는 제일을 그냥 두고 볼 성격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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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장석의 아버지 영출부터 제일이 마음대로 주무르던 주기자(이름부터 참 의미심장합니다)에 이르기까지, 뭔가 생각을 추스려서 말하는 인물이 없습니다. 다들 생각나는대로 내뱉는 인물들 투성이고, 도대체 제대로 된 인물이 없습니다. 정말 쓰레기같은 세상이고 그 못잖은 등장인물들입니다.

이전까지 '다모'나 '주몽'같은 점잖은(?) 사극을 쓰던 정형수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버릇없음'은 참 뜻밖입니다. 아마도 이런 식의 거침없는 인물 됨됨이들은 바로 20대 이하 연령층을 겨냥한 의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옆에서 '마마' 하는 사극 '선덕여왕'이 굳게 버티고 있으니 이런 식의 직설 화법을 쓰는 드라마가 눈길을 끌 수가 있겠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시청률을 확인해보니 5%대에 머물렀군요. 아직은 '선덕여왕'의 벽이 엄청나게 높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선에서 침몰할 드라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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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에서 유난히 돋보인 것은 손담비의 활용입니다. 사실 1회에서의 손담비는 대사 처리도 나쁘지 않았고, 뛰어난 연기 적응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연기보다 중요한 것은 손담비 그 자체더군요. 흔히 말하는 '자체발광'이란 말에 걸맞게, 그저 손담비가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럴때 저는 '자연 다큐멘터리적인 연출'이라는 말을 씁니다. 손담비를 다루는 '드림' 제작진의 손길은 히말라야의 비경이나 이과수 폭포를 다루는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접근 방식과 비슷하더라는 것입니다. 그저 카메라를 갖다 대면 그냥 볼거리더라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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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첫회 스토리의 초점은 주진모에게, 그리고 스토리와 무관하게 영상의 초점은 손담비에게 맞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김범의 비중은 작았지만 첫회에선 그 정도면 충분할 듯 합니다. 언제쯤 김범이 단련된 복근을 꺼내 여성 시청자들을 넋나가게 할지도 지켜볼 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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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범의 복근은 전략적으로 아껴 둘 수도 있겠지만(예상보다 시청률이 더디게 오를수록 빨리 등장하겠죠), 줄리엔 강(위 사진)을 비롯한 다른 근육질 출연진들의 대거 등장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자극이 될 듯 합니다.

결국 '드림'의 성패가 전 연령층의 여성 시청자들, 그리고 30대 이하의 남성 시청자들을 '선덕여왕'과 '결혼 못하는 남자'로부터 얼마나 빼앗아 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때 김범과 기타 출연진의 복근이 맡을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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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이런 드라마에 과연 언제쯤 '괜찮은 기자'도 하나쯤 나올까 하는 겁니다. 보통 사람보다 유별나게 괜찮지 않더라도, 대략 그냥 보통 사람 정도만 되는 기자 하나만 구경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뭐 판타지이긴 하지만 스포츠 백 안에 가득 든 돈다발...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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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는 개봉 전부터 큰 우려의 대상이 됐던 영화입니다. 당초 올 여름을 겨냥한 한국 영화계의 카드로는 '해운대', '차우', '국가대표'가 있었죠. 이 가운데서도 '해운대'는 한국 영화 사상 초유의 재난 블록버스터로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아무리 CG 기술이 발달했다 한들 관객들의 눈높이 역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재난 블록버스터란 엔간한 제작비로는 감히 시도하기 힘든 장르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처음 공개된 예고편의 수준은 2년 동안 '해운대'를 기다렸던 관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대재난이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오가곤 했죠.

하지만 극장에서 개봉된 '해운대'는 이런 사람들의 걱정을 상당 부분 가라앉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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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과 '해운대'의 초기 홍보 방향은 '재난'에 올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 무렵까지 대중들에게 홍보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설경구도, 하지원도, 박중훈도 아닌 '쓰나미'였던 것이죠.

하지만 이건 대단히 위험하고 초보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재난 영화도 '재난'을 주인공으로 해서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재난 영화의 고전들인 스티브 맥퀸의 '타워링'이나 진 해크만의 '포세이돈 어드벤처(리메이크 말고 오리지날)'에서 비교적 최근작인 '투모로우'에 이르기까지, 재난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져야 할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건 제왕 제임스 카메론이 '타이타닉'의 대사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속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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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어떤 재난영화도 재난을 보여주는 걸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습니다. 쓰나미가 덮쳐 폐허가 된 파라다이스 호텔이나 씨클라우드 호텔의 모습은 한 몇초 정도 사람들을 '아' 하게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 영화가 성공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결국 그 재난에 연루된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어떻게 영화에 녹아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재난'만을 강조한 예고편에 쏟아진 혹평이 본편 영화 '해운대'가 지금의 모습으로 개봉되는 데에는 상당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한 관계자는 "예고편에 대한 반응을 보고 나서 편집 방향이 상당 부분 수정됐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아마도 이때 휴먼 스토리에 대한 부분이 좀 더 강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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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입니다.

2004년, 원양어선을 타고 가다가 쓰나미에 휘말린 만식(설경구)은 같이 타고 있던 연희(하지원) 아버지를 구하지 못하고 늘 마음의 짐을 느낍니다. 2009년. 연희는 해운대에서 낮에는 생선 행상, 밤에는 횟집을 운영하며 어렵게 살고 있고, 이웃 상가 번영회장이 된 만식은 늘 안쓰러운 눈으로 연희를 바라봅니다.

지질학자 김휘박사(박중훈)는 홋카이도 인근에서부터 차츰 남하하는 해저 지진의 진앙지를 보고 한반도에 쓰나미가 닥칠 가능성을 경고하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특히 해운대에서 각국 VIP들과 함께 포럼을 준비하고 있는 김박사의 전처 유진(엄정화)은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김박사가 짜증스러울 뿐입니다.

만식의 동생인 구조대원 형식(이민기)은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온 삼수생 희미(강예원)를 구해 주다가 엉뚱한 인연이 닿게 됩니다. 이런 세 커플의 사연 위로 쓰나미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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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재난영화지만 진짜 재난이 닥치는 것은 영화가 시작하고 90분이 지나서입니다. 그 전까지 세 커플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사연이 구구절절 소개됩니다. 이 부분에서 윤제균 감독은 충분히 재능을 발휘합니다.

지나치게 신파조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이런 영화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야말로 신파 스토리라는 것은 지난 세기부터 시작된 재난영화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타이타닉' 만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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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일일히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베테랑 배우들답게 다들 자기 몫을 해 주지만,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득을 본 사람을 꼽으라면 백수건달 동춘 역의 김인권과 구조대원 형식 역의 이민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동춘 캐릭터는 영화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민기는 이 영화를 통해 '멋진 남자' 이미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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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얘기했듯 쓰나미는 이 영화에서 단역입니다. 사람들의 갈등과 사연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죠. 그리고 '해운대'는 그런 재난영화의 기본에 충실한 영화가 됐습니다.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면 그걸로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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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연히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쓰나미에 대한 연구가 좀 부족해 보입니다. 그저 거대한 파도가 해운대를 덮친다는 얘기만 강조될 뿐, 쓰나미라는 재난을 당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한 연구가 좀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재난영화에서 과학을 얘기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것은 잘 알지만, 이를테면 2차 쓰나미가 올 때 1차 쓰나미에서 온전했던 건물까지 쓸려가는데 광안대교 아래에 둥둥 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멀쩡한지, 그리고 왜 호텔 복도는 그냥 걸을 수 있는 정도인데 엘리베이터 안에는 사람 키까지 물이 차는지 등등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하긴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끝이 없긴 없죠.^^ 사람이 평지에서 볼 수 있는 수평선은 맑은 날도 5-7km를 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영화 속 쓰나미의 속도는 시속 700km. 수평선 끝에서 파도가 보이고 약 30초 뒤면 뛰고 어쩌고 할 새도 없이 끝장이 난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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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쓰나미 이전의 사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쓰나미 이후의 삶에 대한 조명 역시 지나치게 부족합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바로 마무리입니다. 당연히 대 재난이 덮쳤으므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칩니다. '해운대' 제작진의 마무리는 그 죽고 다친 사람들의 뒷애기를 담담하게 지켜보는 선에서 그칩니다.

뭐 그걸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선택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재난영화의 결말은 재난이 재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건을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승화되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해운대'의 상영시간은 2시간 10분. 이런 규모의 영화라면 3시간은 되어도 충분할 듯 한데, 이야기의 살려내지 못한 부분들이 좀 아쉽긴 하지만 초유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할 몫은 충분히 다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평점을 매기라면, 저의 평점은 '볼만하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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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이 영화의 무대가 '한국 어느 항구도시'가 아니라 부산이라는 구체적인 지역, 그리고 그 중에서도 해운대로 설정되어 있었다면 좀 더 노골적인 결말이 나와도 나쁠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왜 제작진은 결말에서 부산 시민들의 애향심을 좀 더 자극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결말은 '재난을 극복하고 도시를 재건하려는 부산 시민의 의지'를 강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부산적인 요소'는 영화 내내 나오는 사투리와 롯데 자이언츠 신 만으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부산 시민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결말이 있었다면 '친구' 때의 경험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최소 100만명 이상의 관객은 더 동원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실지... 너무 장삿속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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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현역 소주 모델인 하지원이 다른 회사 소주병을 놓고 앉아있는 모습... 물론 부산이라는 향토색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겠지만 광고주가 보면 좀 분노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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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왕자'가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 가면 시내 한 복판에 조안 K. 롤링이 '해리 포터' 시리즈를 구상할 때 들렀다는 카페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 카페는 '해리 포터가 태어난 곳'이라는 선전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에딘버러는 여름 기온도 20도 위로 잘 올라가지 않는 북유럽형 도시입니다. 그나마 여름에는 맑은 날씨가 꽤 계속되지만 그 밖에는 쌀쌀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는 곳입니다. 여름 한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miserable" 하다고 표현하길 꺼리지 않습니다. 해가 지면 중세 도시의 면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교회와 종탑의 그늘에서 스물스물 귀신들이 기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절로 연출됩니다. 묘지와 지하실들을 도는 '유령 투어'가 인기를 끌기도 하죠.

이런 도시를 배경으로 탄생한 '해리 포터' 시리즈는 아주 처음부터, 밑바닥에 결코 아동소설답지 않은 어둠을 깔고 있었습니다. 1부에서 2부, 3부로 넘어갈 수록 조금씩 고개를 들던 이 음울한 기운이 극에 달하는 것이 바로 6부,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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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15세?)가 된 해리 포터와 친구들. 시리우스 블랙의 죽음 이후 호그와트는 학교로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짐 검사를 할 정도로 위기감에 휩싸입니다. 덤블도어는 옛날 볼드모트가 호그와트 학생일 때 그를 지도했던 슬러그혼을 다시 교수로 불러들이고, 해리 포터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죽음을 먹는 자(볼드모트의 추종자)가 됐다는 확신을 갖고 그의 뒤를 쫓습니다.

이런 사건들 사이로 성장한 해리와 론의 여자관계가 전면으로 부상합니다. 해리는 론의 여동생 지니가 다른 남학생과 데이트하는 것을 안타깝게 쳐다보고 매일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던 론과 헤르미온느(허마이오니라고 쓰지는 않겠습니다) 사이에서도 뭔가 일어날듯 일어날듯 하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마침내 해리와 덤블도어는 볼드모트의 가장 중요한 비밀에 접근하지만, 그 비밀을 안 대가는 생각보다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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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혼혈왕자'는 해리가 우연히 얻게 된 마법약 교과서를 옛날에 썼던 학생의 별명입니다. 사실 그 학생이 왜 그런 별명을 얻게 됐는지, 그가 누구인지는 꽤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기는 합니다만, 이름 자체가 극의 흐름에 큰 의미를 갖지는 않습니다.

이미 소설로는 7부까지 다 나와 있는 상태이기도 하지만 6부와 7부는 그저 드라마를 끝내기 위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영화도 마찬가지. 6편은 7편에서 거대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단계에 해당합니다.

이전까지 '해리 포터'의 매편은 볼드모트라는 거대악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항상 해리 포터의 성장과 희망을 담은 마무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6편은 그런 기대를 여지없이 짓밟습니다. 스토리의 음울함은 극단으로 치닫고, 볼드모트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어린 시절의 모습만 나옵니다), 악의 세력은 이미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는 전체 여덟 편의 영화 시리즈(마지막 7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두 편의 영화로 각각 2010년과 11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중 한 편으로 의미가 있을 뿐,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기엔 어려운 영화가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이 영화의 관객들은 인질이 되어 버린 상태이니, 꼬박꼬박 극장에 출석해야 하는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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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6부나 7부가 이런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저자 조안 K. 롤링을 포함해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오늘날의 결과를 낳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다니엘 래드클리프라는 배우라고 봐야 합니다.

2001년만 해도 너무나 동화 속 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했던 그가 '아즈카반의 죄수' 때부터 턱이 넓어지기 시작하고, 아무리 좋게 봐 줘도 10대 후반의 얼굴이 되어 버린 것이 소설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이미 소설과 영화가 한 배를 타고 나아가고 있는 마당에, 가장 핵심적인 인물인 해리 포터가 얼굴이 삭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으로 바꿔 버릴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스토리도 그에 따라 성장해야 하는 것은 작가로서는 불가항력의 일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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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러다 보니 무리도 꽤 따릅니다. 배우가 성장하고, 작가가 거기에 연령대를 맞췄으니 해리 포터와 친구들은 꽤 자란 상태이건만 하는 짓거리는 1, 2부때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나이와 몸은 성장했으되 정신적으로는 취약한 상태 그대로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죠.

사춘기의 주인공들을 그리다 보니 당연히 멜로드라마가 강조됐고, 여러 가지로 연애담들을 펼치고 있지만 이건 우리나라의 요즘 중학생들에 비해도 턱없이 유아적인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몸만 어른에 가까워지도 보니 불균형이 꽤 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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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섯 편의 전작이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성공 탓에 6편과 7편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책은 팔리고, 영화는 대박이 나는게 정상인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에서 초기의 발랄함과 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중간에도 얘기했듯, 어쩌겠습니까. 차라리 시작하지 말았다면 모를까, 이제 두 번만 더 견디면 결말을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텨야죠. 6편과 7편의 세 작품은 2009, 2010, 2011년 3년간 매년 개봉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전의 작품들처럼 2년 간격으로 개봉했다간 래드클리프가 30대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제작진을 마구 몰아치게 된 듯 합니다. 그때까지만 래드클리프가 버텨 주길(?)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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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래도 세 주인공 중 하나는 건졌다는 것이 6편의 유일한 위안거리입니다. 참... 잔인한 자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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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태양을 삼켜라'는 일명 '올인 2'라고 불립니다. '올인'의 두 주역인 최완규 작가 - 유철용 PD가 다시 뭉친 작품이기도 하고, 지성이나 진구, 정호빈 등 '올인' 때 호흡을 맞췄던 멤버들이 다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밑바닥에서부터 다져 올라가 야망에 젊음을 거는 주인공 김정우의 모습에서는 '올인'의 김인하가 언뜻언뜻 보입니다.

하지만 15일 방송된 2회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올인'이 아닌 다른 작품의 향기가 짙게 풍겼습니다. 설정은 극중 장회장(전광렬)이 제주도에서 발견한 정우(지성)를 쓸만하게 여기고 아들 태혁(이완)의 곁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타리스트 태혁이 어떤 여자와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을 본 정우가 태혁에게 아버지가 보내서 왔다고 하자 태혁은 "우리 아버지가 보냈으면 양아치 아니면 쓰레기"라며 아버지에 대해 극도의 경멸을 표현합니다.

자, 이 대목에서 어떤 영화가 떠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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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클레망 감독의 1960년작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는 20세기 최고의 미남 배우로 꼽히는 알랑 들롱의 25세때 모습을 볼 수 있는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이 영화에서 들롱이 연기하는 톰 리플리는 한 백만장자의 부탁을 받고 비뚤어진 아들 필립(모리스 로네)을 찾아가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합니다. 어찌어찌하다가 필립과 톰은 친구가 되는데 톰은 어느새 필립의 애인 마지(마리 라포레)에게 연정을 품게 됩니다. 물론 친구라고 해도 둘 사이에는 엄밀히 신분의 격차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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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맷 데이먼 - 주드 로 - 기네스 팰트로가 주연한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1999)'의 오리지널인 바로 그 영화입니다.

드라마 보기 30여년의 경력으로 짐작해 볼 때 '태양을 삼켜라'의 다음 진행은, 당연히 수현(성유리)과 태혁을 맺어주려 애써야 하는 입장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수현을 좋아하게 되는 정우의 내면 갈등이 될 것 같습니다. 뭐 '태양은 가득히'나 '리플리'를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구성이죠.

정우와 톰 리플리는 재능은 있지만 배경이 없고, 가진 것에 비해 야심만만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태혁이나 필립은 성공의 끈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끈을 놓칠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한눈에 반하게 된 여자에 대한 갈증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합니다.

물론 톰 리플리는 이 정념때문에 파멸의 길을 가겠지만, 정우의 운명은 좀 다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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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태양을 삼켜라'의 전략은 '올인 2'라는 평가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른 드라마들이라면 '올인 2'라는 이름에 다소 짜증섞인 반응을 보일 법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예 내놓고 '올인'과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현재 TV 드라마의 시청층을 생각할 때 익숙한 코드와 영상의 재현은 그리 나쁜 전략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최근 들어 '선덕여왕'이 다소 유치한(?) 구도로 돌아서면서 그동안 걸려 있던 30% 벽을 훌쩍 뛰어넘은 데서도 알 수 있듯 적절한 선에서의 '어디선가 본듯 한 느낌'의 재현은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물론 이런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을 갖춘 드라마가 성공했던 전작의 자기 복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작품성을 평가할 때에는 엄연한 감점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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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묘하게도 지성의 얼굴에서 자꾸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이 보이는 듯한 착각이... 뭐 여기까진 괜찮은데 정작 심각해야 할 장회장의 얼굴에서는 어쩐지 '씁쓸한 인생'의 김준호가 연상되어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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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은 끊임없이 화제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초반의 기대에 못 미친다, 자꾸만 '궁정 내 싸움'으로 작은 드라마가 되어 가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있지만 경쟁작들의 추월 가능성은 이제 거의 희박해졌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이런 인기와 관련해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선덕여왕'의 메시지입니다. 굳이 옛날의 예를 들지 않아도 모든 사극은 현대인들에게 주는 메시지의 자유로운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시대, 어떤 사건을 소재로 삼느냐부터 바로 이 '메시지'는 시작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덕여왕'은 현대의 위정자들이 보기에 두 가지 두드러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관련된 문제, 또 하나는 위정자의 도덕성과 능력 사이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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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과연 화랑들은 누구의 아들들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바로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명문 귀족의 자제들이 모두 화랑을 이끄는 화반들이고, 아무리 명문 거족의 후예라도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지 못하면 고위직에 발탁될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진흥왕의 동생이며 미실의 남편인 세종도 일찌기 장군으로 수차 전장에 나갔고, 세종과 미실의 아들인 하종 또한 전투에 나가지 않았으면 관직에 나갈 명분이 없다는 내용이 수차 방송됐습니다.

비단 이런 내용은 드라마 '선덕여왕'이나 '선덕여왕'이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화랑세기' 만의 기록은 아닙니다. 이른바 정사인 삼국사기를 통해서도 귀한 가문 출신의 화랑들이 앞다퉈 목숨을 내던졌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일찌기 구리공의 아들이며 5세 풍월주인 사다함도 16세의 나이로 선봉의 중책을 맡아 대가야 정벌에서 큰 공을 세운 것을 비롯, 김유신 또한 약관의 나이에 백제와의 국경을 지키는 중책을 맡아 무장으로서의 경력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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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가장 잘 말해주는 인물들은 너무 유명해서 다시 거론하기가 힘들 지경인 반굴과 관창이 있습니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김유신의 신라군은 황산벌에서 계백의 5천 결사대를 돌파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역사의 기록입니다.

관창에 가려 명성이 덜 알려진 반굴은 유신의 동생인 흠순의 아들이니 신라군 총사령관의 조카인 셈입니다. 반굴이 먼저 단기로 적진에 달려들어 용맹을 뽐내고 죽은 뒤 관창이 풀려나면 달려들고 풀려나면 다시 달려들어 오늘날까지 이름을 남겼습니다.

조카를 희생시킨 마당에 아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죠.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뒤 펼쳐진 나-당 전쟁에서 김유신은 전장에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원술을 아들로 인정할 수 없다고 내칩니다. 고위층 자제들이 가끔 병역 문제로 물의를 빚는 오늘날의 모습과 관련해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다른 분위기인지 실감이 납니다.

얼마전 '선덕여왕'의 전투신에서 부상당한 화랑 알천이 자신은 퇴각의 짐이 될 뿐이니 죽이고 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작가의 창작이겠지만, 전반적인 화랑의 분위기를 볼 때 크게 벗어남이 없는 진행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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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권력을 쥔 자들이 어떻게 정당성을 얻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14일 방송분으로 볼 때 '선덕여왕' 제작진이 제시한 미실의 권력 기반은 한발 앞선 정보력과 기술력에서 온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어찌 보면 속임수이고, 또 미실은 당시 세계 최첨단의 과학 기술을 먼저 도입했고, 비록 그 기술을 사사로이 사용했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그들이 아니었다면 신라가 혜택을 보지 못했을 새로운 문명을 접하게 한 것 역시 미실 일파의 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미실과 '선덕여왕' 속 권력자들은 세계의 흐름과 문명의 발전에 있어 일반 국민이나 그들에게 도전하는 다른 세력에 비해 한발 앞서 있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주장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90% 이상 창작이니 사실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첨단 기술에 의한 사회의 변화 속도가 날로 빨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제작진이 굳이 '정보와 기술의 이해'를 권력의 핵심으로 본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가 있다면 그런 권력은 뒤로 밀려나 마땅하다는 생각도 도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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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덕만에게 '미실이 악이냐'고 묻습니다. 이미 미실은 정권을 잡기 위해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것을(드라마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그런 분위기를 짙게 풍깁니다) 전제라고 하고 있고, 지금도 공포를 정치의 근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덕만은 미실이 악에 더 가깝다고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게다가 미실은 민본주의자도 아닙니다. 말하자면 덕만은 미실의 도덕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실은 '지금 신라에 나보다 더 이 나라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나보다 더 세계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고, 나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잘 읽으며, 나보다 더 국민들의 신망이 두텁고, 나보다 더 무사 집단이 존경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당당하게 던질 수 있고, 여기에 대해 누구도 이론을 제기할 수 없는 위정자라면, 과연 국민들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요. 과연 우리는 이 시대에 이런 위정자나 거기에 걸맞은 대안을 갖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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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BC TV '선덕여왕'이 한창 인기인데, 거기에 대한 포스팅을 너무 자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사실 선덕여왕을 열심히 보다 보니 거기에 대해 쓸 거리가 많아지는 것은 아마 자연스러운 현상일 겁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신라사나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책인 '화랑세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보니 집필의 의욕을 좀 많이 느끼게도 합니다.

그 중에는 특히 문노, 미실, 칠숙, 대남보, 보종 등 기존의 역사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 인물(심지어 실존 인물인지도 아리송한)들에 대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서라벌의 10화랑이라든가, 또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긴 하지만 김유신의 드라마 밖 이야기 같은 것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등등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포스팅할때마다 지난 포스팅들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게 좀 아쉽더군요. 또 그렇게 적극적으로 찾아서 보실 분들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고... 그래서 아예 인덱스 포스팅을 하나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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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포스팅들에 대한 목록과 안내의 성격을 갖는 포스팅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서 찾아보시면 될 듯 합니다.


천추태후 덕을 본 선덕여왕

첫번째로 쓴 글입니다. 미실이란 어떤 인물이며, 그 복잡다단한 사생활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선덕여왕'이란 드라마를 보실 때 꼭 필요한 내용일 겁니다. 물론 미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젊은 날의 사랑을 알아야 합니다. 그건 다음 포스팅의 주요 내용입니다.




미실의 첫사랑, 사다함
 
신라를 이끌어갈 젊은 화랑이던 사다함이 어떻게 해서 요절하게 됐는지, 그리고 미실과 그의 관계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주로 다뤘습니다. 지금 방송되는 '선덕여왕'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부분입니다.



사다함과 미실의 진짜 비밀은

사다함이 마침내 어린 미실과 함께 드라마 '선덕여왕'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다함과 미실의 관계에는 상당히 큰 의혹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 김정현이 연기하는 미실의 아들 하종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것이죠.



터미네이터, 칠숙의 정체

이 칠숙은 의외로 실존인물입니다. 그리고 정사에 나오는 칠숙의 모습은 앞으로 이 드라마에서 안길강이 연기하는 칠숙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슬슬 엿보게 합니다. 그리고... 드라마 속 칠숙의 모습은 정말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더군요.^^




선덕여왕의 문노, 진정한 화랑

많은 분들이 '선덕여왕'을 보면서 '도대체 왜 문노는 말로만 나오고 실제로는 안 나오는 거냐'고 궁금증을 느끼곤 합니다. 선덕여왕 최대의 떡밥 문노. 그는 대체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김유신의 어린시절, 화랑세기 기록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는 10권의 열전 중 3권을 김유신의 전기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김유신이란 인물은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유명한 인물이죠. 이런 유명한 인물고, '선덕여왕'의 등장인물들은 어떤 관계로 묘사되었는지 '화랑세기' 기록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드라마에 없는 김유신의 첫사랑

지금까지 김유신이 등장한 모든 드라마에는 천관녀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말 목을 베는 에피소드는 김유신이란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유명한 일화죠. 이를 포함해 삼국사기 기록에 나오는 김유신의 실제 여자관계를 살펴봤습니다.



서라벌 10화랑, 총정리

화랑세기 기록과 '선덕여왕' 작가진의 상상력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신라시대의 F10, 서라벌 10화랑에 대한 참고 사항 총정리입니다. 각 화랑의 성격과 그 역할을 맡은 연기자들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위정자들이 봐야할 선덕여왕
 
드라마 선덕여왕이 과연 오늘날에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일까를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측면에서 본 글입니다.


선덕여왕 3대떡밥 언제 다?

'선덕여왕'이 위기에 놓이면 드라마에 등장할 세가지 비밀무기에 대한 글입니다. 첫째가 덕만의 출생의 비밀, 둘째가 문노의 재등장, 그리고 세째가 김춘추=유승호의 등장입니다. 이때는 비담의 등장이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비담 캐릭터 어디서 봤다

비담에 대한 내용은 별도 포스팅으로 처리했습니다. 비담과 '베가본드'에 나오는 무사시의 공통점, 그리고 이런 캐릭터의 역사와 김남길(이한)의 경력에 대한 간략한 정리입니다.


무삭제로보는 19금 선덕여왕
 
'선덕여왕'을 제대로 만들면 19금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 '선덕여왕'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문의 사서 '화랑세기'에 나오는 '마복자' '용양신' 등의 특수 용어를 통해 신라인들의 성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재미로 본 화랑들의 전투력 랭킹
 
과연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누가 가장 강한 전투력을 갖고 있을까요? 화랑 전투력 랭킹 베스트 5를 꼽아 봅니다.



'선덕여왕'에서 소외된 화랑들
 
진지왕-진평왕대에 이름을 날렸으면서도 드라마 '선덕여왕'에는 등장하지 않은 많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특히 세속오계를 남긴 원광법사, 원광으로부터 오계를 받아 화랑들에게 전파한 귀산과 추항 등이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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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함의 매화'가 호기심을 자극한 MBC TV '선덕여왕'의 한편이었습니다. 물론 일부러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시도이니 6일 방송에서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것은 뻔하지만 아무튼 정보 빠른 네티즌들에 의해 이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사다함의 매화는 월력, 즉 달력이었죠. 미실이 기우제를 지내자 바로 비가 온 것도 사실은 미실이 선진 책력을 이용해 천기를 짐작한 덕분이었던 겁니다.

과학 기술 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은 김영현 작가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미 '서동요' 때, 시청자들이 기대하던 신라와 백제의 패권 다툼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전파 이야기에만 주력하다가 시청률이 고비(30%)를 넘기지 못한 기억이 여전하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김작가는 다시 과학 이야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물론 '서동요'때는 지나치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꽤나 근거 있는 이야기가 될테니 - 어차피 드라마 후반에 첨성대 이야기가 나와야 할테니까요 - 너무 과학 기술 이야기에 깊이 빠지지만 않는다면 이번엔 시청률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아무튼 달력은 달력이고, 사실 사다함과 미실 사이에는 다른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화랑세기'가 부인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의혹이 짙은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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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다함의 매화'가 달력이라는 것은 제작진의 1급 비밀이었지만 드라마가 끝난 직후 검색해보니 이미 '매화의 정체는 달력'이라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더군요. 뭐 짐작으로 맞췄다 해도 사실 그리 엄청난 건 아닙니다. 소화와 덕만 얘기에서도 달력 이야기가 나왔고, 6일 방송 끝자락, 다음회 예고에 보여준 '책력(冊曆)'이라는 글자(위 사진이죠)가 이미 답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의 각국은 이미 모두 국가 지정 달력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미실 혼자 독점했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듯도 하지만, '보다 정확한 달력'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몰래 감춰 둔 승려는 그걸 신라의 날짜에 맞춰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봐야 하겠죠.

아무튼 아쉬웠던 것은 미실과 사다함의 러브스토리가 너무 축소됐다는 것입니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이 이야기는 그 자체가 드라마 한편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을만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지난번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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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빠진 내용에 대해 몇가지 기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사다함은 삼국사기 열전 4권에 전기가 나오는 실존 인물입니다. 실존 여부가 분명치 않은 미실이나 설원 등 '화랑세기'의 주요 인물들(혹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물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뜻이죠.

 

그런 의미에서 '화랑세기'는 사다함을 중심으로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실은 사다함의 옛 연인이며, 설원은 사다함과 어머니가 같은 형제입니다. 둘 사이는 참 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사다함의 아버지 구리지공이 설성(설원의 아버지)의 어머니를 첩으로 취하자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은 소년 설성을 정부로 취해 설원을 낳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설원랑의 입장에서 보면 구리지공은 할머니의 정부이면서 어머니의 남편이라는 복잡한 촌수입니다.^

하지만 '화랑세기'의 이런 기술과는 달리 정사인 삼국사기 열전에 나오는 사다함은 그냥 씩씩한 화랑일 뿐입니다. 16세의 나이로 5천 병력을 거느리고 대가야 정벌의 선봉을 맡았고,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지만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조한 친구 무관랑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병들어 죽어간 비운의 화랑입니다.

그러나 '화랑세기'에 따르면 사다함이 죽은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다시 한번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첫번째 이유는 전쟁에 나간 사이 연인이던 미실이 세종전군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무관이 자신의 낭도들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화랑세기' 기록에 따르면 금진은 미실 못잖은 남자 밝힘증 환자입니다. 설성을 비롯해 다섯 남자를 동시에 거느렸고, 아들의 친구인 무관랑도 정부로 삼습니다.

사다함은 이를 알고도 뭐라 하지 못했지만, 사다함의 낭도들은 풍월주의 어머니를 탐한 무관을 용서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무관은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오는 사다함의 낭도들로부터 달아나다가 해자에 떨어져 죽고, 무관이 비참하게 죽어간 데 대해 사다함은 비애를 이기지 못합니다. 두 겹의 슬픔이 사다함을 일찍 숨지게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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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함 역의 박재정과 미실 역의 유이... 대사가 하나도 없는게 영 아쉽군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 세종과 미실 사이에선 아들 하종이 태어납니다. 네. 지금 김정현이 연기하고 있는 바로 그 하종입니다. 과연 이 하종의 친아버지가 누구냐 하는 것이 오늘의 미스터리입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에 대한 '화랑세기' 세종전의 기록입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 천주사에서 사다함의 명복을 빌었는데 그날 밤 과연 사다함공이 미실의 품에 들어오며 "나와 그대가 부부가 되기를 원하였으니, 그대의 배를 빌려 태어날 것이다" 하였다. 미실이 세종공에게 아뢰니 공 또한 이상하게 여겼다. 바로 임신이 되어 하종공을 낳았다. 하종공은 모습이 사다함과 심히 비슷하였다. 그러므로 세상에서는 혹 사다함과 정을 통할 때에 이미 임신을 하고서 입궁하여 낳은 아들이라 하나, 그렇지 않다.

누가 봐도 저 '그렇지 않다' 가 너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또 미실이 진흥왕의 총애를 독차지하여 권세가 날로 높아가는 대목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사다함의 영혼이 미실의 가슴 안에 있으며 좋은 계책으로 도와주는 덕분이라고 하였다.

물론 '화랑세기'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이 자손을 낳을 때 한 여자가 아버지가 제각각인 아이들을 낳는 것은 흉이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이미 아버지가 죽고 없는 아이라면, 왕의 아들인 전군의 아들로 포장하는 것이 죽은 화랑의 아들이 되는 것 보다는 장래를 위해 훨씬 나을 것입니다. 세종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하종은 뒷날 전군의 칭호를 달고 왕자 대접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봐도 하종의 생부는 세종이 아니라 사다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아무튼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이 '사다함의 좋은 계책'이 바로 달력이 된 셈입니다. 혹시 '선덕여왕'에서도 나중에 언젠가 세종의 입으로 "하종이 내 아들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뭐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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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나저나 대남보가 미생의 아들이었다니, 실망입니다.

미실이 왜 조카를 못 알아보는지 궁금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본래 미생은 수많은 첩들로부터 수많은 아이들을 낳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선덕여왕'에서도 미실이 미생에게 "아우님은 자기 아이들 이름은 다 압니까?"하고 면박을 주는 장면이 나왔죠.

 

대남보가 누군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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