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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콩을 들다'가 얼마나 선전할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트랜스포머 2'가 전체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개봉관을 많이 잡지 못한 것은 분명한 일일 듯 한데 관객은 꽤 몰리고 있는 듯 합니다.

'킹콩을 들다'는 그 배경이 현재이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들과 많은 부분에서 겹칩니다. 장미란이 금메달을 딴 2008 베이징 올림픽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장미란은 출연하지 않았지만 한국 역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병관 감독과 이배영 선수가 나옵니다. 실명으로도 여러번 거론되는 전병관은 국가대표 감독 역으로, 이배영은 역도 심판 역으로 나오죠.

그런데 시점이 친숙하다 보니 과연 영화의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집니다. 일단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역도 동메달을 딴 이지봉 감독'은 실존 인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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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를 살짝 살펴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앞둔 여자 역도 선수 박영자(조안)은 출국 직전 옛 친구들로부터 소중한 추억이 담긴 앨범과 이지봉 선생님(이범수)이 남긴 동메달을 건네받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옛 추억에 잠깁니다.

10여년 전, 한 시골 여자중학교 교장이 테니스부와 사격부에 이어 역도부를 신설합니다. 하지만 코치로 내려온 '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지봉 선생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역도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그는 역도부를 형편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급식하는 곳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꿈은 그렇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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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떠오르는 궁금증은 88올림픽에서 역도는 어떤 성적을 거뒀나 하는 겁니다. 당시 52kg급의 전병관이 은메달, 82.5kg급의 이형근이 동메달을 땄습니다. 이형근 감독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때 남자 역도 팀의 감독을 맡았던 그 분입니다. 일단은 동메달이라는 점에서, 아예 없는 얘기는 만들어 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병관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다음 대회,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입니다.)

하지만 이형근 감독은 운동을 때려 친 적도, 술집 웨이터를 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범수와는 체급이 좀 다르죠. 이범수의 체격에 82.5kg급은 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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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재혁의 팔을 번쩍 들어주는 분이 이형근 감독입니다. 사진이 어찌나 없는지.)

'킹콩을 들다'가 끝날 무렵이면 이 영화가 실제 모델로 삼았던 고 정인영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화에선 이지봉 코치의 지도를 받은 학생들이 전국체전을 휩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지난 2000년 정인영 감독이 지휘하던 전북 순창고 여자 역도 선수들이 남긴 기록을 모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순창고는 5명의 선수가 출전해 15개 부문 중 14개의 금메달을 가져가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당시 박은진 이현정 등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습니다. 이밖에 순창고 출신 남자 선수로는 이배영이 있죠.

정인영 감독은 역도 영웅 전병관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분입니다. 본래는 역도 문외한일 뿐, 그냥 체육교사였던 이 분은 전북 진안 마령중학교에서 역도부를 창설하고 그때부터 이론서적을 읽어가며 선수들을 훈련시켰다고 합니다(이 분의 경력을 보다 보면 수영과 롤러스케이트 코치로도 명성을 떨쳤더군요). 이때 그 학교에 전병관이라는 소년이 발굴됐죠. 그리고 2000년, 전국체전 순창고의 신화를 남긴 뒤 그해 뇌출혈로 작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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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지도하던 선수들과 함께 한 정인영 감독의 모습. 영화에도 잠깐 이 사진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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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조안이 이 영화에서 박영자라는 이름의 선수로 나오는데, 박영자라는 실제 역도 선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01년 전국체전 당시 전북체고의 박영자 선수는 48kg급에 출전해 3관왕이 됐습니다. 이 선수 역시 순창여중 시절 정인영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전북체고로 진학해 여자 역도 유망주로 명성을 떨쳤더군요. 하지만 이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 무대를 밟지는 못했습니다. (굳이 진짜 선수의 실명을 쓴 이유는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라면 이 영화의 무대는 정작 보성이 아니라 순창이어야 했을 것 같은데, 여기에도 무슨 사연이 또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제 영화 얘기로 넘어갑니다. 많은 분들이 '우생순'과 비교하는 이 영화는 두 가지로 평이 갈릴 여지가 있습니다. 좋은 말로 하자면 정석에 충실하고 진정성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이를 나쁘게 말하면 굉장히 도식적이고 촌스러운 영화로 보일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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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의 역자도 모르는 소녀와, 역도에 더 이상 미련이 없어진 지도자가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극장에 가면, 여러분이 상상한 모든 것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극빈자 소녀, 다른 운동부와의 신경전, 미남 소년에 대한 짝사랑, 못된 다른 코치, 부상, 세상의 몰이해.... 순서대로 나옵니다. 그리고 주로 이범수의 대사에 나오는 70년대풍의 '공자님 말씀'도 가끔 몰입을 방해합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보는 사람들을 자지러지게 웃게 하고, 눈물을 짜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마 진정성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1등공신은 여섯명의 역도소녀들입니다. 정말 고교 운동부 선수처럼 보이는 이 아가씨들은 그야말로 영화 찍는 내내 죽을둥 살둥 뛰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이범수도 여느 때처럼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필생의 명연기로 꼽기엔 대본이 너무 정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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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사람이라면 교장 역의 박준금을 꼽게 됩니다. 아주 오래 전,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에서, 김수현 작가의 리메이크 '사랑과 야망'을 통해 연기파 중년 배우로 변신해(이유리의 시어머니 - 전노민의 어머니)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분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작살인' 코믹 연기를 보여줍니다. 아마도 '킹콩을 들다'에서 가장 창의적인 부분을 꼽자면 이 교장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이 영화도 '우생순'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트랜스포머의 압박이 무척 거세긴 하지만 이번 주말을 넘기고 이 영화가 얼마나 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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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보성여중은 실제로 있는 학교입니다. 서울에도 남산 자락에 보성여중-여고가 있지만, 차 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에도 보성여중이 있습니다. 역도부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있으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중앙여고라는 학교는 없는 지역이 없는 듯 합니다. 서울과 광주에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제주, 김해, 포항, 창원에도 있다고 합니다. 더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중 지리적으로 보성과 가장 가까운 곳은 여수 중앙여고인 듯 한데, 이 학교도 역도부가 있다는 정보는 전혀 없습니다. 학교와 관련된 부분은 그냥 이름만 빌려 왔다고 알고 있으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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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시사회에 온 장미란 사재혁 선수. 영화에 장미란이 나왔으면 정말 대박이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쉽습니다. '무릎팍도사' 때의 말솜씨를 생각하면 연기도 천연덕스럽게 잘 할 것 같던데.. 물론 선수는 경기에서 좋은 성적 보여주는 것이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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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에 드디어 서라벌 10화랑이 공개돼 활약하고 있습니다. '화랑'이란 말을 들으면 당연히 '꽃같은 남자'라는 뜻이라는게 떠오르겠죠. 올 한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F4의 F가 FLOWER의 약자라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테고, 그러니 서라벌 10화랑은 F10이라고 불러도 별 무리가 없을 겁니다.

물론 캐스팅을 놓고 보면 정작 '꽃'이라는 이름을 과연 붙여도 좋을까 싶은 친구들도 몇명 섞여 있습니다만^^, 알천랑 역의 이승효가 무섭게 뜨고 있는 걸 보면 역시 드라마는 캐릭터가 최고라는 생각도 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풍월주인 호재랑은 10대 화랑에 속해 있지 않고 유신랑도 빠져 있으니 현재 '선덕여왕'에서 활약하고 있는 화랑들은 모두 F12라고 할 수 있겠죠.

대부분 신인들이라 누가 누군지 잘 모르실 겁니다. 이 기회에 한번 싹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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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고윤후

'화랑세기'에 나오는 14세 풍월주의 이름은 호림(虎林)입니다. 굳이 이름을 호재라고 살짝 바꾼 것은 아마도 '화랑세기'와 드라마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호림공은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뒷날 진덕여왕때 함께 국사를 논했다는 여섯 명의 중신, 즉 유신, 호림, 임종, 알천, 염장, 술종의 여섯 사람 중 하나입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비처왕의 증손이고 어려서부터 문노의 제자였으며 문노의 사위이기도 하죠. 당연히 문노의 진전을 잇는 화랑입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좀 달라지겠죠.

고윤후는 잘 알려진대로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의 적대자에서 심복이 되는 독사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올백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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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성도 보종 백도빈

'화랑세기'에 나오는 미실의 막내 아들. 드라마에는 강인하게 나오지만 '화랑세기'에는 오히려 상당히 나약한 성격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보종의 성격과 유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설명했기 때문에 여기선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화랑 풍월주의 계보상 유신이 보종에게 풍월주의 자리를 물려주는 관계입니다.

백도빈은 잘 알려진대로 백윤식 주니어입니다. 얼마 전 정시아의 남편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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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익도 석품 홍경인

역사에는 진평왕 말년 선덕여왕의 왕위 계승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킨 귀족들의 이름으로 칠숙과 석품이라는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드라마 '선덕여왕'의 구상에서는 칠숙(안길강)과 석품이 형제간으로 설정되어 있더군요. 터미네이터 칠숙이 혹시 살아 돌아오면 강력한 형제 듀오가 생성될 듯 합니다. 드라마에선 보종의 오른팔처럼 등장합니다.

홍경인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테죠? 제대 후 눈에 띄는 복귀작이 없었는데 여기서 보게 됐습니다. 이 드라마에서의 눈매를 보니 군대에서 후임병들 깨나 갈궜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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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도 덕충 서동원

화랑세기에는 나오지 않는 화랑입니다. 꽃 이름의 문파 이름이 미실의 지지세력임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석품-박의와 못된 놈 3총사라는군요.

군 입대 전의 서동원은 '말죽거리 잔혹사',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을 통해 살짝 가벼운 조연으로 두각을 보였습니다. 제대 후에도 활발하게 움직이더니 이런 역을 맡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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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매도 박의 장희웅

역시 화랑세기에는 등장하지 않는 석품의 패거리. 박의라는 이름은 신라시대의 작명으로는 대단히 어울리지 않는 무신경한 이름입니다. 화랑 알천이 소씨의 시조이듯 다른 화랑들도 모두 성이 따로 있는데, 굳이 성을 붙여서 표기한 것이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박박의도 아니고...

장희웅은 '이산'에서 호위무사 '레골석기'로 인기를 끌던 배우입니다. 이번엔 악역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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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선도 임종 강지후

'화랑세기'에 따르면 호국선도라는 이름은 문노를 추종하는 세력의 이름입니다. 세상에서 문노의 낭도들은 호국선, 설원의 낭도들은 운상인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죠.
문노가 행방불명이라 '선덕여왕' 제작진은 임종을 용춘의 측근으로 놓고 그 이름을 호국선도라고 한 듯 합니다.
임종은 앞서 말했듯 실존하는 화랑 출신 중신의 이름입니다. 배역은 '뉴하트'에서 레지던트 역이었던 강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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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지도 알천 이승효

호림(호재) 부분에서 설명했듯 알천은 뒷날 유신, 호림 등과 함께 선덕-진덕여왕 때 국사를 맡았던 여섯 대신 중 한 사람입니다. 특히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용맹무쌍한 인물인데 이 드라마에서도 그런 기백이 잘 살아 있습니다. 물론 삼국유사의 기록은 김유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었죠. '그런 용맹스런 알천도 유신의 위엄 앞에 항상 한 수를 양보했기 때문에 나라가 잘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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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효라는 이름은 정말 낯설었습니다. '대조영'에 이해고(정보석)의 부장으로 나왔다는군요. 충주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이렇다 할 출연작도 그다지. 이준기와 닮았다는 주장에는 그다지 찬성하고 싶지 않군요. 쌍꺼풀이 없다는 것 외에는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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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지도 필탄 이상현

기록에는 없는 인물인가...했지만 삼국유사에 나오는군요. 선덕여왕의 세가지 신묘한 예측 가운데 '한겨울 옥문지에서 개구리가 울자 백제군의 공격을 알았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때 선덕여왕은 '알천과 필탄을 보내 백제군을 섬멸시켰다'고 되어 있더군요.
드라마의 설정으로는 10화랑 중에서 알천에 이어 두번째로 유신을 인정하는 인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역할은 신인 배우 이상현이 연기합니다. 아무튼 참 스샷도 어렵게 찾았습니다. 다른 화랑들에 비해 좀 나이들어 보이는 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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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상인도 선열 최성조

호국선도 편에서 설명한대로 '운상인도'라는 이름 자체가 설원랑의 추종자들이라는 뜻입니다만, 드라마에서는 또 어떻게 갈지 지켜 볼 일입니다. 이름으로 봐서는 미실계의 주축이어야 합니다만.

배역은 '간고등어 코치'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최성조. 차승원 등 연예인들의 헬스 트레이너로 TV에 자주 등장했었죠. 특기를 고려할 때 아마도 화랑들의 노출 신을 담당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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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시원도 왕윤 김동희

F10 중에서 마이너 그룹의 주자입니다. 솔직히 왕윤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유는 박의 부분에서 얘기한 바와 같습니다. 진성여왕 때의 왕거인으로부터 왕씨가 있었다는 추정을 했는지 모르지만, 10화랑에 들 정도면 중앙 귀족이었을텐데... 이런 이름은 참 어색합니다. 삼국지도 아니고. 아무튼 사진상으로는 맨 왼쪽입니다. 그 옆으로 선열(최성조), 임종(강지후)가 나란히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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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하기 전부터 명성을 얻은 김동희는 김혜수의 막내 동생입니다. 닮았다고 보기는 힘들 듯 합니다만... 잘 생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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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비도 대남보 류상욱

사진 왼쪽 인물입니다. 드라마에선 아직 부각될 일이 없지만 대남보는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이름입니다. 13세 풍월주 용춘공의 시절에 기록이 있죠.

대남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용감하고 일을 잘 처리하였으며 급인지풍(急人之風: 남의 위급함을 구해주는 성격)이 있어 무리들이 모두 우러러보았다. 그런데 골품이 없고 균등의 힘이 없었다.

용춘은 대남보가 딸을 바쳐 출세하기를 거절했다는 소문을 듣고, 낮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으로 발탁해 재능을 키워 줍니다. 이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문노를 찾아가 항의하지만 문노 역시 "현재 풍월주의 말을 따르는 것이 옳다"며 용춘의 판단을 지지합니다.

이런 배경을 그대로 가져 온 거라면 대남보는 당연히 유신에게 우호적인 용춘의 지지 세력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냥 이름만 가져온 거라면... 장래는 알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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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욱은 '신데렐라 맨' 등에 출연한 예비 스타 꽃미남입니다. 가끔 주상욱과 헷갈리시는 분이 있지만 다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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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에 나오는 그림입니다만, 어쨌든 10화랑에는 보종이 들어가야 하고 호재가 빠져야 하니 이 그림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면 풍월주 호재는 중립이라고 치고 보종과 석품, 덕충, 박의는 미실계로 보입니다. 선열 역시 이름으로 보아 미실계일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문노의 후예이며 용춘계인 임종, 유신에게 기우는 알천과 필탄, 그리고 이름은 당연히 용춘계인 대남보까지가 대적 세력이 되겠군요. 왕윤은 이름으로 보아선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당분간 '선덕여왕'은 미실-천명의 수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유신이 10화랑을 어떻게 하나 하나 자기 편으로 만드는가의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걸로 10회 이상은 버텨야 할테니 좀 지루해질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걸 막기 위해 사극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주인공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또 시작될 전망인데, 이게 얼마나 재미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난주의 예고 생략으로 보아 제작진은 촬영분 축적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합니다만, 시청률이 30% 장벽에서 맴도는 것은 추진력 부족을 상징합니다.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그럴 여력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마음에 드셨으면 추천이라도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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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내린 비가 이미 부산 앞바다를 장악한 비키니 열풍을 잠잠하게 한 주말, MBC TV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그냥 '친구')' 1회와 2회가 방송됐습니다.

과연 800만 관객을 동원한데다 글자 그대로 전설이 되어 버린 영화를 어떻게 드라마로 다시 만들까, 굳이 드라마로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1회에서 현빈과 장동건의 연기 논란이 뜨겁게 일기도 했지만, 결국 1회와 2회의 의미는 '이 드라마를 왜 만들었는가'에 대한 곽경택 감독의 대답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1회에선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니가 가라, 하와이" 시퀀스가 방송됐습니다.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드라마의 결론, 뭐 감출 필요가 있겠느냐는 계산이었겠죠. 배우는 달랐지만 전복되는 얼음 트럭까지 영화 그대로 재현된 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1회와 2회에 걸쳐 과연 동수의 죽음과 준석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한 첫 단서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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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를 보고 난 사람들 중 절대 다수는 당연히 동수(장동건)의 죽음은 준석(유오성)이 지시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두 조직간의 갈등이 갈 데까지 가 있었고, 수습하기 위해선 동수와 준석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할 상황이었죠. 그리고 준석이 동수의 아지트를 떠나기 전 던진 담배가 '타협의 여지는 없다. 동수를 제거하라'는 명령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기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동수의 죽음과 준석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준석의 모습과 '건달은 쪽팔리면 안되잖아'라는 대사를 증거로 댑니다. 즉 준석은 동수 살해와 무관하지만 조직의 논리에 의해서, 혹은 죽은 동수의 체면을 위해서 자신이 배후라고 자백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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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들으면 해석 과잉이란 생각도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조직과 조직간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동수는 양쪽 조직 모두로부터 제거 대상 1호가 됩니다. 동수와 준석은 모두 조직의 보스는 아니고, 더 상위에 있는 보스의 지휘를 받는 입장입니다. 양쪽의 최고 보스들이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사태를 수습하려면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동수를 제거하는 것으로 '성의 표시'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준석이 상관이 없다면 동수의 죽음은 (1) 준석의 조직 상부로부터 준석을 건너 뛰고 내려진 암살 지시 (2) 동수의 조직 상부로부터 내려진 제거 명령 등 둘 중 하나로부터 나온 결과라는 얘기가 됩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동수의 심복이었던 은기(정호빈)이 동수 살해의 순간 뒤에서 동수의 팔을 잡고 암살에 협조하는 장면이 보이기 때문에 (2)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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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드라마. 2회에서 준석(김민준)은 진숙(왕지혜)에게 "동수는 내가 죽인 거나 다름 없다"며 괴로워합니다. 진숙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며 위로하죠. 그리고 1회에서는 동수의 보스(이재용=영화와 같은 역입니다)가 "그놈들(동수와 준석)이 우정 생각을 할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곽경택 감독은 영화를 만든지 8년만에 드라마 '친구'를 통해 동수는 조직의 논리에 따라 같은 편에 의해 제거된 것이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 셈입니다.

이런 해석이 마음에 드는 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처음 생각했던 대로 '친구끼리도 죽고 죽이는 이야기'라는 쪽이 보다 현실에 맞는 얘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자칫하면 지금의 드라마 이야기는 '좋은 건달과 나쁜 건달이 있다'는 허황된 이야기로 흐를 가능성이 보입니다.

아무튼 영화 '친구'는 누가 뭐래도 진하디 진한 건달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과연 방송용 소재로 적합한가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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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모자이크로 떡칠을 하면서까지 굳이 방송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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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에는 그리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현빈은 영화보다 훨씬 더 비중이 커진 동수 역할을 소화하는 데 있어 할만큼 했다는 느낌입니다. 문제의 '니가 가라 하와이' 신에서는 현빈이 문제가 아니라 김민준의 연기가 눈에 걸렸습니다.

수세에 몰렸지만 자존심을 잃지 않고 친구에게 도피를 권유하던 영화판의 준석 유오성에 비해 드라마 친구의 준석 김민준은 누가 봐도 겁에 잔뜩 질려서 제발 하와이로 도피해달라고 비는 얼굴이더군요. 이런 준석은 영화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유오성이 너무 명연을 펼친 터라 김민준으로서는 좀 역부족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드라마 '친구', 다음 주부터는 진숙을 둘러싼 세 친구의 첫사랑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듯 합니다. 아무래도 폭력성 시비를 줄이려면 액션은 최소화하고 개인사를 파고 드는 수밖에 없겠죠. 영화만 봐서도, 동수 역시 진숙을 좋아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부분이 보다 적극적으로 묘사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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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똑같았나 했더니 옷 색깔과 머리칼 방향이 바뀌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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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2 - 패자의 역습'을 보고 왔습니다. 사정상 두번 볼 수밖에 없었는데, 두번째 관람은 생각보다 편하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느낌은 마이클 베이의 전작인 '나쁜 녀석들'과 '나쁜 녀석들 2' 를 보았을 때와 거의 같습니다. '분명히 더 커지고, 나빠진 건 없는 듯 한데 만족감은 전만 못하다'는 걸로 요약할 수 있겠죠.

'트랜스포머 2'는 실시간으로 관객과 함께 움직입니다. 영화의 첫 시퀀스는 중국 상하이에서 격돌하는 오토봇 군단(이 세계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좋은 로보트 군단')과 디셉티콘(역시 같은 의미로 '나쁜 로보트 군단)의 국지 전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나중에 '상하이의 절반을 날려 버렸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초반부터 '트랜스포머 2'는 물량을 쏟아 붓는 것으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1편에서 메가트론(디셉티콘의 리더)이 죽은 뒤에도 전투는 끊이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스토리 진행을 위해 심해에 버려진 메가트론은 되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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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샘(샤이아 라보프)은 대학 진학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합니다. 물론 대학 따위는 가지 않을 미카엘라(메간 폭스)와는 여전히 뜨거운 관계입니다. 하지만 1편 때 파괴된 큐브의 조각이 샘에게 이상한 영향을 미칩니다. 갑자기 이상한 외계 문자가 눈앞을 스쳐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인간들과 공조하고 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오토봇의 리더)은 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샘은 이제 조용히 살고 싶다며 거부하죠. 하지만 그러면 영화가 될 리가 없습니다. 여차여차에서 부활한 메가트론은 디셉티콘의 초기 대부(?) 격인 노장 로봇 폴른을 찾아가 아직 지구에서 얻을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백배합니다.

당연히 이런 얘기는 샘에게 나타나는 외계 문자와 관련이 깊고, 결국 샘과 미카엘라는 다시 전쟁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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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봤을 때만 해도 관객들을 압도한 감정은 '이야~~~~~~~~~~~~ 로보트다!'라는 것이었을 겁니다. 실제 화면에서 뛰어다니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서로 쿵쿵 부딪히며 싸우는 로보트들을 본 순간, 머리 속에 다른 생각은 모두 지워지고 말았습니다. 이를테면 스토리가 유치하다든가, 뭔가 전개가 부실하다든가.... 이런 생각들은 '야, 시끄러, 로보트나 봐'라는 생각 앞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1편 때의 감흥이 어땠는지는 그때 썼던 '마음속의 소년이여 일어나라'라는 글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동했었죠.

1편 때의 리뷰입니다. 흥분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감동이 2년을 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2편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1편과 2편을 비교한다면, 2편은 훨씬 더 많은 돈과 볼거리를 쏟아 부은 역작입니다. 2편에서는 양쪽에서 나오는 로보트 캐릭터만 42종이나 된다는군요(몇개나 확인하실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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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화려하고 과감한, 그리고 탁월한 CG 액션을 보면서도 2편을 대하는 심정은 '이거 뭔가 좀 비어 있는 것 같은데'라는 쪽으로 기울고 맙니다. 네. 사실 비어 있는 걸로 따지면 1편도 꽤 비어 있었죠. 그런데 1편에 비해 2편에선 영 정교한 전개가 아쉬워집니다.

이를테면 영화 중반 이후, 그러니까 샘의 대학 진학 에피소드가 지난 뒤 과연 샘의 부모가 계속 등장하는게 좋았을까, 그리고 그냥 큐브 조각이 아무 다른 조치 없이 메가트론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또 다른 큐브 조각으로 그냥 옵티머스 프라임을 다시 일어나게 해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와 같은 진행상의 이의 제기가 마구 하고 싶어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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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플롯의 돌아가기 문제입니다. 누가 봐도 우리의 주인공은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멀고 먼 길을 빙빙 돌아갑니다. 그럴 때 당연히 제작진은 관객들에게 '이건 이래서 돌아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을 해 줘야 하죠. 바로 그것이 잘 된 플롯과 엉성한 플롯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2'의 플롯은 열살만 넘어도 허점을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입니다.

'누가 이런 영화를 보면서 그런걸 신경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플롯이 정교해진다고 해서 소년 관객들이 실망하지는 않을 거란 점을 생각하면, 역시 이런 부분이 베이의 한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괜찮아, 내 영화 보는 사람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써"라는 식의 자세로는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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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역시 전혀 연구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1편보다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건 냉각수를 펑펑 쏟으며 통곡하는 연기를 보여준 범블비밖에 없습니다. 이야기가 장황해지고 액션 비중이 커지다보니 연기를 할만한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은 존 터투로(어떤 역으로 나오는지는 비밀입니다) 뿐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이클 베이는 2편을 향해 혹평을 퍼붓는 평론가들을 향해 "흥, 너희들 1편때도 망한다고 그랬잖아"라고 콧방귀를 끼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1편 때와 2편 사이에 2년의 시간이 있다는 걸 베이도 인정해야 합니다. 충분히 사랑이 식고 관객들이 냉정을 되찾을 만한 긴 시간이었던 거죠. (아, 물론 트랜스포머2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지 꽤 실망스럽다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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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 자꾸 반복될 우려가 있으므로 여기서 한번 정리합니다.

1. 트랜스포머2의 플롯은 극악이다.

2. 물론 1편때도 그랬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그때는 그런게 눈에 띄지 않았다.

3. 관객들도 2년 사이 서서히 냉정을 찾아갔다.

4. 결국 이제 그 플롯의 구멍은 로보트에 대한 감동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5. 그래서 2편을 보고 1편 때의 흥분과 감흥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여전히 가슴이 뛰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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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다 보니 어른 관객들에게 위안거리는 미카엘라의 등장 뿐인데, 미카엘라는 이번 영화에서 오히려 1편보다 역할이 축소되어 버렸습니다. 1편이 액션이었다면 2편은 그냥 평이한 멜로에다 손 잡고 뛰는 게 전부더군요. 그 달리는 액션 만으로도 흥분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아무튼 메간 폭스는 엄청난 물량이 투입돼 만들어진 CG에 결코 뒤지지 않는 볼거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대단합니다.)

2편의 결말은 누가 봐도 '3편도 만들테니 또 보러 와 주세요' 였습니다. 3편을 만든다면 어쩔 수 없이 또 보러 가긴 하겠지만, 그땐 미카엘라가 좀 더 나은 대본을 받아들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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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편에 비해 인간과 오토봇-디셉티콘간의 화력 차이가 너무 좁혀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1편 때의 디셉티콘이 인간의 화력으로는 감히 맞설 수 없는 강력한 존재들이었다면 2편에서는 인간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디셉티콘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연약하더군요. 이래서야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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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서 성인 연기자들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10화랑을 비롯해 청소년 역으로 나오던 배우들이 모두 어른으로 바뀌었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김유신(엄태웅)과 천명(박예진), 덕만(이요원)의 세 등장인물입니다. 이 셋은 앞으로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아무튼 오묘한 감정의 흐름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덕만공주와 김유신은 꽤나 진척된 연인 관계가 될 것 같기는 하나, 어쨌든 드라마가 역사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맺어지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초등학생이라도 '삼국 통일의 명장 김유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김유신의 여자관계도 제법 잘 알려진 편입니다. 각종 자료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김유신의 일생에는 최소한 서너 명의 여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드라마에서는 선덕여왕과의 로맨스(?) 때문에 기존의 여자관계는 모두 묻힐 듯 합니다.

그 사이에 묻힌 다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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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김유신의 첫사랑'으로 묘사되는 천관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절대 나오지 않지만, 훨씬 후대의 문헌인 '파한집' 등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유명한 이야기였던 듯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백년이 지나서까지 이렇게 인구에 회자될 리가 없지요.

내용은 잘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김유신은 기녀 천관에게 정을 두고 향락에 빠지지만, 어머니 만명부인의 엄한 꾸짖음에 정신을 차리고 천관에게 가던 발을 끊기로 맹세합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유신을 태우고 가던 말은 늘 가던 길대로 천관의 집 앞으로 갔고, 늘 하던대로 천관은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제서야 술이 확 깬 유신이 그 자리에서 말의 목을 쳐서 결심을 확인하고, 그 다음부터 향락을 멀리해 뒷날 통일의 영웅이 되었다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은 것은 그 교육적인 가치 때문일 겁니다. 당시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후대의 유학자들에게도 구미에 맞는 얘기였겠죠. 사실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성공을 향해선 사랑 따위는 가볍게 버릴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의 이야기로 비쳐지기도 합니다만..^^

가장 최근에 천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SBS TV '연개소문'입니다. 김유신 역으로는 이종수, 천관 역으로는 박시연이 나왔죠. 이 드라마에도 미실이 나오긴 합니다. 천관의 양어머니 역이고 서갑숙이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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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천관녀 얘기도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이 드라마에 천관녀까지 나왔다가는 영웅 김유신이 어째 너무 난잡한 남자로 보일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덕만과의 애틋한 관계까지 해칠 우려가 있죠. 여기서 천관녀는 아쉽지만 삭제될 듯 합니다.


'화랑세기'에 나오는 유신의 여인은 하종의 딸 영모입니다. '선덕여왕'을 보시는 분들을 잘 아시겠지만 하종이 미실의 아들이니 유신은 미실의 손녀사위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혼맥을 봐도 미실이 유신을 멀리 할 생각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죠. 나중엔 영모의 동생 유모도 첩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미실로서도 가야계의 핵심이자 떠오르는 무장인 유신을 자신의 품에 안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하종과 보종이 모두 유신과 지극히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은 이미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특히나 보종은 유신을 두려워 할 정도로 존경했다는 이야기가 '화랑세기'에 나옵니다. - 물론 '화랑세기'의 기록을 신뢰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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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화랑세기 식으로 하자면 이 분이 바로 유신랑의 장인 되실 분.


세번째. 진짜 사서에 나오는 김유신의 부인은 지소부인입니다. 오래 전 교과서에도 나오던 유치진의 '원술랑'에 원술의 어머니로 나오는 바로 그 분입니다.

그런데 이 지소부인과 유신은 사실 나이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야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이 지소 부인은 김유신의 조카이기 때문입니다.

김유신과 김춘추 사이의 유명한 일화로 '누이 동생 태워죽이기 쇼'가 있죠. 김춘추가 유신의 동생 문희와 정을 나누고도 혼례를 올리려 하지 않자 김춘추가 선덕여왕을 모시고 산에 오른 날 유신이 '불륜을 저지른 문희를 태워 죽인다'며 집에 장작을 쌓아놓고 연기를 피워 올려 혼인을 성사시킨 이야기 말입니다.

사연을 안 여왕이 혼인 허락을 하고, 김춘추가 즉시 집으로 달려와 장작에 불을 끄고 문희를 품에 안았다는 해피엔딩입니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김춘추가 바람둥이라서 책임지기를 거부했다기 보다는, 두 사람 모두 나라의 중신이라 해도 왕가의 직계인 김춘추와 가야에서 넘어 온 가문의 후손인 김유신 사이에는 함부로 혼인할 수 없는 신분의 벽 같은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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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천관녀 이야기와 연결시켜 볼 때 이 이야기 역시 왠지 아름다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장차 왕이 될 귀인과 인척 만들기에 골몰한 성공지상주의자의 일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참 지모가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김춘추와 왕비가 된 문희는 잘 사는데, 뒷날 김춘추는 손위처남인 김유신에게 문희가 낳은 딸 중 지소 공주를 내려주어 혼인을 시킵니다. (...난감하죠.) 뭐 당시 신라의 분위기로 보아 이 정도가 큰일 날 근친혼은 아닌 듯 하고, 오히려 공주와 결혼하는 것은 가문의 영광일 듯도 합니다.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유신의 아버지 서현은 만명공주와 몰래 사통을 해서 멀리 도망친 끝에 유신을 낳습니다. 이걸 봐도 김유신의 가문이 함부로 왕가와 혼인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죠. 그러니 만년에 진짜 공주와 결혼하는 영광을 안게 된 김유신은 - 비록 조카라고 해도 - 이를 절대 거부하지 않았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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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과 장군의 로맨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이야기를 보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선덕여왕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엘리자베스 1세의 이미지에 덧씌워진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만, 뭐 상상으로는 나쁠 것이 없겠죠.

사실 기록에 나타난 김유신의 모습으로 보아 만약 여왕의 남편이 될 기회가 있었다면 그를 거부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도록 해야겠죠.

어쨌든 위 사진에서 보듯 여왕마마와 유신랑의 로맨스는 저렇게 가학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어째 이쪽 방향으로 자꾸 상상을 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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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자나 10화랑이 모두 등장을 하는데 다들 한 미모 하는군요. 아마도 F4에 대응하기 위한 신라시대 F10의 등장이 아닐까 싶은데(미모로 따지자면 엄포스 장군은 아무래도 좀 뒤로...), 나중에는 이쪽으로 정리를 좀 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름부터 '화랑'이니 F10이라고 해도 이쪽이 더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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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달린다'가 전혀 거북이같지 않은 걸음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는 딱 세 글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김.윤.석'.

애당초 김윤석 이외에 내세울만한 스타가 출연한 것도 아니고(설마 '내조의 여왕'의 선우선을 보러 이 영화를 선택하신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별히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10배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블러드' 같은 영화를 새까맣게 뒤로 제쳐 놓고 있습니다.

'거북이 달린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봐도 이 영화의 촌스러움이 그 한 비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북이 달린다'는 물론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입니다만, 재미있고 재미없고를 떠나서, 분명히 이 영화의 어느 한 모서리에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김윤석이라는 뛰어난 배우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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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싸움 대회를 앞두고 있는 예산 경찰서. 이미 형사들도 치안보다는 소 싸움 대회 사무국 직원들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형사 조필성(김윤석)은 다섯 살 연상의 아내(견미리)에게 무능한 남편으로 찍힌 지 오랩니다. 형사라는 무게감? 만화가게를 차릴 때 빌린 돈의 이자 갚기도 급급한 소시민의 지위에 깔려 버린 상태죠. 촌지 봉투를 거부할 자존심 같은 건 애당초 저 멀리 날아가 버린 뒤입니다.

그런데 이 소읍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가 나타납니다. 잘생긴 용모와 5:1로 싸워도 끄덕 없는 신출귀몰한 싸움 실력이 전설이 되어 인터넷에 팬카페가 있을 정도의 인물이죠. 우연한 사고로 정직을 당한 필성은 아내 몰래 목돈을 만들려고 아내의 통장을 슬쩍했다가 어찌어찌 해서 송기태와 마주 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인 강철중 형사도 아니고, 한낱 시골 형사가 전국 최강의 탈주범과 1대1로 맞붙어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필성은 개망신을 당합니다. 이렇게 해서 바닥까지 떨어진 필성의 복수, 혹은 체면 회복하기 대작전이 시작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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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가 대표하던 정서가 부산 사투리로 구현되는 '경상도 사나이'의 정서라면,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은근슬쩍 눙치고 넘어가는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입니다. 물론 매우 효과적입니다. 개그맨 가운데 충청도 출신이 많다는 건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한마디로 '액션은 경상도, 코믹은 충청도' 사투리가 최고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듯 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대립의 구도를 촌스러움 대 세련됨, 중년 대 청춘, 시골 대 서울, 생활 대 낭만, 현실 대 판타지라는 식으로 선명하고 잡고 있습니다. 탈주범 신창원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송기태를 세련미 넘치는 꽃미남으로 설정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라도 중년의 시골 형사보다는 미남 탈주범을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말입니다. 이런 경우 많은 구경꾼들의 머리 속에는 어느 쪽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어느 쪽이 해가 되는 존재인지 따위는 뒷전으로 밀려 버립니다.

바로 그런 대목에서, 과연 우리가 응원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짚어 내는 것이 이 영화의 순기능이라면 순기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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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발맞춰 주인공 조필성이 등장합니다.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안 다음에도 조필성은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개발에 땀난 듯, 뜨거운 철판 위에 놓인 거북이라도 된 듯 있는 힘을 다해 달립니다. 이 조필성은 정리해고 당한 도시의 40대 가장일 수도, 한 학기 500만원이나 되는 등록금 때문에 자식에게 대학 진학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아버지일 수도 있습니다.

촌스럽고, 술이나 퍼 마시고, 배는 불룩 나온데다 머리는 숭숭 빠지고, 입만 열면 저질스러운 소리나 해 대는 그런 '동네 아저씨'들이 사실은 구멍 뚫린 아내의 팬티에 속상해서 어쩔 줄 모르고 딸이 다니는 학교 1일 교사를 뽀대나게 치르는게 일생일대의 중대사인 아버지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어떻게든 세상이 돌아가게 하는 이 사회의 주축 구성원들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를 더욱 가치있게 합니다.

이런 영화가 깔끔하고 똑똑 떨어지는 영화 문법을 구사해서는 정나미가 떨어질 지도 모릅니다. 촌스러울땐 제대로 촌스러워야죠. 사실 담고 있는 내용 못잖게 '거북이 달린다'의 만듦새는 그리 유려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조명은 지나치게 어둡고, 음향은 울리기까지 합니다. 90년대 초반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매무새가 희한하게도 시골 소읍이라는 공간과 잘 어울린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김윤석이 무슨 인도 액션 영화 주인공처럼 나온 이 포스터는 뭐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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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영화엔 '후줄근한 아저씨 연기'라면 국가대표급인 김윤석이 있죠. '거북이 달린다'를 통해 김윤석은 송강호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을 또 한번 넓혔습니다. 물론 차이는 있습니다. '추격자'에 송강호가 출연했다면 아무래도 '추격자'는 소름끼치는 추격전 사이 사이에 훨씬 유머가 많이 개입된 영화가 됐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거북이 달린다'의 필성 역을 송강호가 맡았다면, 필성이 느끼는 무력감이나 좌절감은 많이 희석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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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태 역이 잘 어울리는 정경호를 보고 있자니 '자명고'가 더 안타까워지는군요. 그러니까 정경호가 전념해야 했던 건 '거북이 달린다' 쪽이었던 겁니다. '자명고'에서 조명과 의상에 기대기보다는 송기태 같은 캐릭터로 내실을 다져야 했던 단계였다는 게 훨씬 더 선명하게 부각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로 부각되는 두 명의 조연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 분이 1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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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쪽 사진에 나오는 배우의 이름이 신정근이라는 걸 알고 계신 분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사채업자나 나이트클럽 사장 역, 조폭 두목 역이 적역이었던 이 분이 출연한 작품 가운데 가장 싸움을 못하는 역으로 나오는 게 바로 이 '거북이 달린다'일 겁니다.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가 이 분의 입에서 나옵니다. "그러니까 누가 5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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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은 사진 왼쪽의 김희원. 필성의 후배인 특공무술 사범 역을 맡아 그리 길지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연기로 이 영화에 힘을 불어 넣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될 분인 듯 합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전국에 있는 어깨 처진 아저씨들을 위한 응원가입니다. 절대로 '젊고 잘생긴 놈들'과의 경쟁에서 포기하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물고 늘어지라는 격려의 박수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영화의 그런 분위기가 가끔 바퀴벌레도 지나가는 비닐 장판처럼 관객들을 쩍쩍 달라붙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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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네. 저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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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선우선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화면에 나오는 것 만큼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내조의 여왕'을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도 '어, 저 배우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는 충분히 해 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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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2009 외인구단'이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40대 정도의 시청자 중에는 원작 만화는 거의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외우다시피 하는 분들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만, 드라마 시청률은 지리멸렬을 면치 못했습니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경제 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가벼운 이야기 쪽에 눈과 귀를 기울이게 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가 21세기의 풍조와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무엇보다 원작을 뜯어 다시 드라마를 만든 솜씨가 어쩐지 허술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가장 안됐다 싶은 사람은 주인공 까치 역을 맡은 윤태영입니다. 윤태영이 까치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뭔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은 분도 아마 별로 없었을 겁니다. 그동안 윤태영이라는 배우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까치 오혜성이라는 주인공에서 겹쳐지는 부분은 별로 없는게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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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첫번째 이유는 윤태영이든 누구든, 까치 오혜성 역할을 한다고 나섰을 때 어떤 한 사람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바로 1986년의 최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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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인시대'의 마루오카나 지금 방송중인 '천추태후'의 강조를 통해 최재성을 알 젊은 시청자들에겐 황당무계한 얘기겠지만 당시의 최재성은 지금의 조인성이나 송승헌이 부럽지 않은 초절정 꽃미남 스타였습니다. 거기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반항아 특유의 눈빛은 여성 관객들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죠.

그 시절을 못 본 분들을 위해 퍼왔습니다. 왕년의 '외인구단' 주제가로 한창 유행했던 정수라의 '난 너에게' 뮤직비디오입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 '.



그렇기 때문에 윤태영에게 가해지는 평가에는 좀 부당한 요소들이 많이 개입해 있다는 게 사실입니다. 워낙 원작과 영화판의 최재성이 동일시되는 까닭에, 다른 사람을 그 이미지에 덧씌우기가 쉽지 않은 거죠.

사실 윤태영의 노력은 이미 촬영 전, 1년 전부터 시작된 야구 트레이닝에서부터 잘 알려졌습니다. 이 작품이 준비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부터 윤태영은 몸 만들기를 했고,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긴, '아르바이트로 연기하는거죠?'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던 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전-현직 야구인들의 도움으로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 결과 직구 최고 시속이 120km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일반인이 130km의 공을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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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되는 '외인구단'을 보고 있으면 그 고생이 절로 느껴집니다. 방송이 시작된 뒤로 장염에다 크고 작은 부상까지 겹쳐서 발병해서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죠. 가뜩이나 까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살을 뺀 뒤라 더욱 수척하게 보입니다. 나이들어보인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으면 참...

물론 윤태영에게도 장점이 있습니다. 영화판의 최재성에 비해 훨씬 진짜 선수같다는 것이죠. 실제 윤태영의 체격은 야구선수로 직접 나선다 해도 그리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탄탄합니다.

연기력 부분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1980년대 중반의 최재성은 '얼굴로 사는 배우'였죠. '외인구단'에서는 워낙 적절한 이미지 때문에 그냥 넘어갔지만 연기력은 사실 크게 기대할 게 없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윤태영의 연기가 훨씬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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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니뭐니해도 2009 외인구단이 영화판에 비해 갖는 강점이라는 것은 CG의 힘입니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4, 5, 6이 어찌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이 1, 2, 3과의 CG 차이죠.
영화판을 만들던 시절의 제작진은 투수가 던진 공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투명한 아크릴 판 위에 야구공을 올려 놓은 다음 회전하는 모습을 찍어 보자는 식이었죠. 당연히 써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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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판 외인구단은 철저하게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특수효과(?)라면 검도 사범 출신의 나한일을 외팔이 최관 역으로 기용한 것이죠. 검도인답게 나한일은 한팔로 배트를 잡고(자세히 보면 짧습니다) 공을 쳐내는 연기를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2009년 드라마에서는 이 역할을 야구선수 출신 이정준이 맡았다더군요.

영화판을 통해선 나한일 외에도 하국상 역의 권용운, 조상구 역의 조상구(아예 이 배역때문에 이름을 바꿨습니다) 등이 데뷔했죠. 이 조상구씨는 외화 번역가로 이름을 떨치기 전에 다른 한 편의 이현세 원작 영화에서 오혜성 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지옥의 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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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과 드라마 '외인구단'의 공통점이라면 최대한 유명 연기자의 캐스팅을 피하고, 무명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인생 역전을 노린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실제 생활에서도 외인구단'이라는 것이죠.

드라마 '외인구단'의 실패와 극장판 '외인구단'의 성공 사이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원작에 대한 태도입니다. 영화판은 물론 20여년 전의 작품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최대한 살리고, 새로운 에피소드의 추가를 기피했습니다. 가능하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한 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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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는 가능한 한 많이 뜯어고치겠다고 작정한 듯한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까치와 마동탁이라는 주축 캐릭터는 물론이고 이해할 수 없이 커진 현지의 비중, 지지부진한 진행 등은 원작에 대한 경외심의 부족과 함께 대체 원작이 왜 성공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과일 뿐입니다.

드라마 '외인구단'은 오우삼의 '적벽대전' 상-하편과 함께 전설적인 원작을 무시하고 사소한 잔재주에 의존한 결과가 어떤 재난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로 남을 듯 합니다. 윤태영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땀방울은 대체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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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 나오라는 문노는 3회 연속 낚시질만 한 끝에, 마침내 소년 김유신이 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미 지난주 6회에서 얼굴은 잠깐 등장했지만 이번 주에는 천명공주(신세경)를 구해내는 역할을 맡았더군요. 어린 김유신 역으로는 최근 방송된 '돌아온 일지매'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이현우군이 등장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서현과 유신 부자가 미실과 좀 적대적인 관계인 양 그려지고 있습니다만, 물론 기록과는 좀 다릅니다. 아무튼 소년 김유신이 천명공주를 포로로 잡아 놓은 상황에서 코믹한 장면이 연출되더군요. 당장 자신을 태수 김서현(김유신의 아버지) 앞으로 데려가라는 천명공주에게 소년 김유신은 "수련이 끝나면 안 그래도 데려갈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합니다. 그리고는 짚 인형을 목검으로 내려치는 수련을 시작하죠. 갯수를 셉니다. "하나" "둘"

이렇게 세기 시작한 숫자가 점점 늘어납니다. "천 하나" "천 둘", 천번이 넘어도 안 끝납니다. 그리고는 "구천구백구십육"... 굉장합니다. 1초에 한번씩 쳐도 만번이면 세시간을 꼬박 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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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면 끝나겠지 싶었던 내려치기가 10,000개 가까워지면서 천명공주의 얼굴에는 피로와 짜증이 역력합니다. 그런데 만개를 채우나 싶었는데 여기서 소년 김유신은 다시 "하나, 둘, 셋"을 세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천명공주가 버럭 화를 내죠. 왜 만개를 채우려다 말고 다시 시작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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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답이 이걸 줄 알았습니다.

"세다가 까먹어서."

혹시 저 말고도 이걸 연상하신 분이 있지 않나요? 이건 바로 백만돌이 에너자이저의 모습입니다.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세다가 갯수를 잊어버린 에너자이저, "에이, 처음부터 다시 하지 뭐" 하고 열심히 팔굽혀펴기에 들어갑니다.


물론 소년 김유신이 만개를 채우지 않고 다시 시작한 것은 마지막 순간 정신 집중이 풀어진 자신을 경계하는 의미였다고 설명하지만 아무튼 그 대목의 소년 김유신이 에너자이저를 연상시켜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딱 그 푸시업 광고는 구할 수가 없고... 비슷한 느낌이 나는 추억의 광고를 찾았습니다.



아무튼 지난번에는 터미네이터가 등장하더니 이번엔 에너자이저까지... 참 '선덕여왕' 작가들의 유머감각이 끝이 없군요.^

지난번의 터미네이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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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 무력, 아버지 서현 등 김유신의 직계 조상들은 가야 출신으로서 신라와의 융합에 가장 앞장 선 사람들입니다. 김유신의 증조부는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해왕(구충왕)이고, 이들은 신라에 항복해 신라 조정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구해왕의 아들 무력은 장군으로 여러 차례 군사를 이끌고 공을 세웁니다. 그 결과 이들 가문은 신라를 대표하는 무장 가문이 되죠.

화랑세기에는 서현이 지금 드라마의 무대가 된 만노(충북 진천)으로 가게 된 계기가 자세히 나옵니다.

15세 풍월주 유신공은 서현 각간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만명부인인데 곧 만호태후의 사녀(남편 이외의 관계로 낳은 딸)이다. 아버지는 숙흘종인데 또한 입종 갈문왕의 아들이다. 처음 만명과 서현이 야합하여 임신했는데 태후는 서현이 대원신통류이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만노로 도망하여 무릇 스무달 만에 (유신공을) 낳았는데 꿈의 상서로움이 많았다. 진평왕은 사매(만명부인)가 괴로움을 받자 서현공을 만노(태수)에 봉하였다.

공은 자라자 태양과 같은 위용이 있었다. 태후가 보고 싶어하여 돌아올 것을 허락하여 보고는 기뻐하며 "참으로 나의 손자다" 하였다. 이로써 가야파가 마침내 받들었다. 호림공의 부제 보종공은 미실궁주의 막내 아들인데 아버지는 설원이었다. 유신공이 중망이 있다 하여 그 자리를 양보하였다. 이는 대개 (미실)궁주가 (만호)태후를 위로하기 위해 명한 것이다. 공의 나이가 15세였는데 커다란 도량을 가지고 있어 낭도들을 능히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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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호태후는 진평왕의 어머니이므로 만명부인은 진평왕의 여동생 뻘이 됩니다. 그래서 서현은 매제, 유신은 조카가 되는 셈이죠. 지금까지의 '선덕여왕'을 봐선 서현과 유신이 뭔가 미실의 반대세력이 될 듯한 기미를 보이지만 이는 화랑세기의 기록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일단 만호태후와 미실이 적대관계가 아니었고, 유신의 할머지, 즉 서현의 어머니인 아양공주가 미실의 직계 상사라고 할 수 있는 사도태후의 딸입니다.

이 드라마에는 사도태후나 만호태후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미실이 감히 넘보지 못할 절대적인 지위에 있던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당대의 권력을 손에 쥔 미실을 그리면서 미실이 고개를 숙이고 섬기는 '윗분'들이 나오면 곤란하겠죠.

게다가 서현 또한 미실 쪽의 추천으로 처음 출세를 합니다. 12세 풍월주 보리공 때의 기록.

(12세 풍월주 보리공은) 건복 8년(591년) 정월 (미실의 아들인) 하종으로부터 풍월주의 자리를 물려받아 서현랑을 부제로 삼았다. 서현랑은 아양공주의 아들인데 영특하고 통달한 기운이 있어 태상태후(사도-아양공주의 어머니)가 사랑하였다. 이에 하종공에게 명하여 전방화랑을 삼았고, 건복 2년에 (보리)공과 더불어 우방화랑이 되었다. 건복5년 하종공이 풍월주가 되자 (보리)공을 부제로 삼고 서현랑을 우방대화랑으로 삼아 공에게 속하도록 하였다. 이에 이르러 공이 서현랑을 부제로 삼고, 용춘랑을 우방대화랑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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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보면 미실-하종과 서현-유신의 나이가 너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미실과 서현이 비슷한 또래로 보일 지경이지만 사실은 서현은 미실의 아들인 하종이 자신의 휘하에 두었던 화랑인 만큼, 아들보다도 어린 세대인 것입니다. 유신은 손자뻘이란 얘기가 되겠죠. 아무튼 드라마와는 이렇게 해서 다른 길로 빠집니다.

게다가 미실의 아들인 보종은 유신을 믿고 따르는 사이로 기술되어 있는데,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유신은 자신의 다음 풍월주로 보종을 천거해 앉힙니다.

...(보종공은) 유신공을 엄한 아버지와 같이 두려워하였다. 유신공이 웃으며 "형이 어찌 아우를 두려워합니까"하고 묻자 "유신공은 바로 천상의 일월이고 나는 곧 인간의 작은 티끌입니다. 감히 두려워하고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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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계속 등장하는 서라벌 10화랑은 그냥 작가의 창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10화랑과 비슷한 것이 '화랑세기'에 나오기는 합니다. 바로 칠성우(七星友)라는 것입니다. 14세 풍월주 호림공에 대한 기록에 이 말이 나옵니다.

알천, 임종, 술종, 염장, 유신, 보종, 호림이 칠성우를 이루어 남산에서 만나 놀았다. 통일의 기초가 공 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성대하고 지극하도다.

이들 일곱명 중 보종을 뺀 여섯명은 나중에 모두 재상이 되어 함께 국사를 논하던 사이라는 기록이 '삼국유사'에도 있습니다. 여섯 사람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산에서 호랑이가 뛰어 나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는데, 알천은 태연히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아 용맹을 뽐냈다. 그러나 그런 알천도 유신의 위엄 앞에서는 항상 양보했다... 이런 내용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죄송. 지금 책을 갖고 있지 않아서 결국 틀렸군요. 알천공으로 수정합니다.)

임종과 보종이 이미 10화랑의 일원으로 나오고 있으니 이 칠성우에 몇명을 더 추가해서 만든 것이 10화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 또 10화랑의 하나로 나오는 석품은 진평왕 말년 선덕여왕이 후계자가 되는 데 반대해 난을 일으킨 인물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파트너의 이름이 칠숙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번 포스팅에 소개한 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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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무튼 좀 막 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드라마 '선덕여왕'은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천명공주 역의 신세경은 한국 아역사에 남는 새로운 기록을 남기겠더군요. 무슨 기록일까요? (정답은 내일 공개)


 

지금까지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입니다.

 


드라마의 전체 개관. 첫번째 글
 


미실과 사다함의 옛 사연, 그리고 미실은 왜 사랑을 잊었나..
 


쉬어가는 글 - 칠숙의 정체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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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언급 때문에 몸살을 겪은 MBC TV '트리플' 1회가 방송됐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라게 되더군요. 기대 이상의 품질이었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생각해 봅시다. 대한민국에서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드라마를 만든다 치면, 그 얘기를 처음 들은 사람의 머리 속에는 세 글자가 새겨집니다. '김.연.아.' 그렇습니다. 김연아가 지금처럼 스타가 아니라면 이런 드라마를 만들 일도, 만들 PD도 없었을 겁니다.

이 드라마가 기획된 것은 2008년 초.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지난 겨울 쯤에는 이미 방송됐어야 했겠지만 이윤정 PD의 교통사고 등으로 조금씩 늦어지다 보니 지금까지 밀려온 셈입니다. 주인공 민효린이 스케이팅 연습을 한지는 1년이 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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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자신이 '트리플' 제작진이라면, 당연히 최고의 국민 스타인 김연아에게 뭔가 도움을 얻고 싶었을 겁니다. 크게 기대하면 우정출연이고, 적게 기대하면 김연아의 경기 영상 정도는 쓰고 싶었겠죠. 그런데 김연아 측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냉담합니다. 초상권과 성명권을 앞세워 "절대 드라마 속에서 이름도 언급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흥분한 것은 "세계대회를 앞두고 강훈 중인 김연아에게 드라마를 출연하라는게 말이 되냐"는 대목인데, 김연아는 1년 내내 대회 기간도 아니고, 이 드라마가 한달 사이에 다 찍는 드라마도 아닙니다. 김연아가 '무한도전'에 출연했고, KBS의 특집 쇼에 출연했으면 드라마에 출연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물론 연출진이 이런 저런 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연아 측의 입장이)너무 빡빡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다소 경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어떻게 기사화될 지, 그리고 그 말이 거의 모든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김연아 팬들에게 어떻게 들릴 지는 너무도 자명했기 때문이죠. 아무튼 사정을 되짚어 생각해 볼 때 다소 경솔했을 지는 모르지만, '무개념'이라고 욕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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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경솔함이 더욱 아쉬운 것은 만들어진 '트리플'이 기대 이상의 탄탄한 만듦새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가 약간 복잡합니다. 신활(이정재)과 하루(민효린)는 부모가 재혼하면서 만들어진 남매입니다. 하루의 어머니가 하루를 데리고, 신활의 아버지와 결혼한 거죠. 하지만 교통사고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사망하고, 어찌 어찌 하다가 하루는 시골로 내려가 친아버지(즉 하루 어머니의 전남편)와 살게 됩니다. 본래 전도유망한 피겨 선수였던 하루는 이렇게 해서 스케이팅을 그만두게 되죠.

하지만 고교 진학 후 다시 꿈을 찾으러 나선 하루는 서울로 가서 스케이트를 계속하고 싶다고 아버지를 졸라댑니다. 몇가지 자연스러운 우연과 오해가 겹쳐 하루는 신활이 자기를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서울로 이주합니다. 그런데 사실 신활은 전혀 하루를 다시 자기 인생에 받아 들일 생각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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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설정상 주인공은 민효린이지만 이 드라마를 볼 시청자 층의 대부분이 '커피프린스'의 팬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작 초점은 신활과 함께 사는 조해윤(이선균)과 장현태(윤계상)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들은 직장에서도 AE(신활)-아트디렉터(조해윤)-카피라이터(장현태)로 광고업계 한 팀의 필수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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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렇게 잘생기고 유능한 세 남자가 한 집에 모여서 이렇게 깔끔하고 조용하게 사는 모습은 현실에선 거의 기대하기 힘들지만 아무튼 이 드라마의 소구 대상에게는 매우 끌리는 구도임에 틀림없습니다.

첫회의 스토리만 놓고 보면 뭔가 좀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는데 이정아 작가-이윤정 PD 팀의 손길은 매우 매끄럽습니다. 왜 신활의 의사와 관계 없이 하루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는지가 퍽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광고회사의 주변 인물들이나 시골 집의 주변인물들의 캐릭터가 보는 사람들에게 슬쩍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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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놀라운 것은 잘 다듬어진 민효린의 뚱보 연기입니다. 당연히 오버액션인데도 어색하지 않더군요. 목소리를 지적한 평가도 있지만, 오히려 목소리가 캐릭터의 일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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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드라마 첫회가 발굴한 명배우라면 뭐니뭐니해도 하루의 친아버지 역을 맡은 최백호입니다. 중년층에겐 '영일만 친구'로, 그 이후의 태생에겐 '낭만에 대하여'로 잘 알려진 이 가수가 이렇게 연기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과묵해서 경상도 사투리가 더욱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정이 깊은 아버지 역인데, '혹시 최백호 닮은 배우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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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없지만 피겨계에는 인물이 많더군요. 민효린의 라이벌 선수 역으로 출연한 최선영은 들국화 멤버 최성원의 딸이라고 하는데, 본래 피겨 선수 출신이라는군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배우인데 스케이트를 연습한 것인지, 스케이트 선수가 연기를 따로 배운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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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계스케이트계에서 따로 미녀를 찾자면 김연아와 동갑인 신나희가 있죠. 용모만 놓고 보면 주인공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피겨를 하면 예뻐지는 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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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결론은, 드라마의 수준으로 볼 때 굳이 김연아를 들먹여 안티 바람을 불게 할 필요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더욱 아쉽습니다. 현재 동시간대 1등인 '시티홀'이 3주 더 방송될 상황. 과연 '시티홀'의 막판 질주에 '트리플'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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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간 폭스와 메건 폭스가 거의 반반이군요. 어느 쪽으로 통일을 해야 할지... '메건' 쪽이 좀 더 정통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아무튼)

메건 폭스가 서울에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비행기가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오후 8시로 예정됐던 행사가 뒤로 미뤄지고 미뤄져 결국 '하기는 했는데' 그 장면을 기록한 사진이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오전 기자회견 전까지는 공항에서 찍힌 사진이 전부입니다.

온 이유는 당연히 '트랜스포머 2' 때문인데, 6월 초부터 폭스는 계속 외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이른바 '폭탄발언' 들 때문이죠. 남성지 GQ와의 인터뷰에서 폭스는 이른바 '여배우는 창녀다'로 요약되는 발언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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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대조 들어갑니다. (사실 메건 폭스가 하는 말은 버락 오바마가 하는 말보다 훨씬 번역하기 힘듭니다. 무슨 뜻인지 모를 말들이 너무 많이 나와요.;;; U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직 GQ 인터뷰의 전문은 구할 수가 없더군요. 대신 문제가 된 부분의 세 문단입니다. 사실 저 위의 사진은 지난해 GQ의 표지고, 이번 GQ의 표지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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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와 창녀의 비교에 대한 내용: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 배우들은 창녀(혹은 남창)과 같아요. 우리는 사랑에 빠진 척 하는 연기를 하는 대가로 돈을 받죠.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키스하거나, 만지거나, 정상적인 일부일처제하에서는 파트너 아닌 사람과 절대 하지 않을 짓들을 하는 걸 보고 그 대가로 돈을 내요. 그건 정말... 멍청한 짓이에요."

Comparing actors to prostitutes:  “When you think about it, we actors are kind of prostitutes.  We get paid to feign attraction and love. Other people are paying to watch us kissing someone, touching someone, doing things people in a normal monogamous relationship would never do with anyone who’s not their partner. It’s really kind of gross.”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나는 난잡할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성적으로 엄청나게 적극적이고, 내가 막나갈거라고 추측하죠. 그런데 난 전혀 아니에요. 난 차라리 내가 늘 올곧게 살기 위해서 내 방식을 바꾸는 것 보다는, 그냥 그렇게 난잡한 이미지를 갖는게 나을 것 같아요."

Her image:  “I have this sort of promiscuous image. People assume I’m really overtly sexually aggressive and that I’m this wild child. And I’m not like that at all.  I would rather have an image that is wild and promiscuous than to go out of my way to be proper all the time.

남자들이 그녀를 보는 시선에 대해:
"어떤 남자들은 내가 그저 눈이나 깜빡이면서 자신들의 노리개 구실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당장 꺼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On guys perception of her: “There are some guys who think I’m going to be this little cupcake who’s going to bat my eyes and be like a receptacle for them. I shut them down immedia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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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발언은 글자 그대로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그동안 '스크린에 비쳐지는 러브신이나 베드신'을 신성화하는 데 동원된 수많은 미사여구와 수사학을 생각하면 이 한마디의 위력은 정말 엄청난 거죠. 보는 사람들이 어떻든, 그걸 연기하는 사람이 저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건 한마디로 말 다 한 거니까 말입니다.

즉 포르노와 성애영화, 혹은 성인 클럽에서의 라이브 쇼와 '영상예술가'들이 말하는 고품격 에로티시즘이 과연 어떻게 다르냐는 해묵은 얘기에 대해, 지금까지 수많은 수사학의 방어벽 뒤에 숨어있던 여배우가 불쑥 튀어나와서 "그게 그거 아니야? 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라는 폭탄을 던져 버린 셈입니다. 참 재미있는 배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인터뷰에서 메건 폭스는 "마리화나는 하루 빨리 합법화돼야 한다. 합법화되는 날, 나는 가게 문 열기를 기다리는 긴 줄 맨 앞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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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메건 폭스의 폭탄 발언사는 지난해 이전부터 이어집니다. 특히 지난해 GQ와의 인터뷰에서는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고백했고, 그러면서도 "나는 양성애자지만, 양성애자인 여자는 상대하기 싫다. 내가 상대하는 여자에게서 남자의 냄새가 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일 것"이라는 얘기를 해 빈축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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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의 클라이막스는 동료 여배우인 올리비아 와일드(바로 위 사진)를 지목하며 '그녀는 정말 섹시하다. 안아 보고 싶다"고 러브콜을 한 것입니다. 동성애자가 아닌 와일드의 기분이 어땠을지 참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해 남자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할리우드 스타들의 '폭탄 발언사'는 뭐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죠. 특히 더 강렬하고 와일드하게 보이려는 쪽의 경쟁은 늘 치열합니다. 엊그제는 요즘 인기 상한가인 레이디 가가가 "조나스 브라더스와 자고 싶다"고 말했다더군요. 세 형제가 아직 어리다는 건 차치하고, 한번에 한명씩인지 동시에 세명 다를 원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막나가는 스타들 사이에서 리즈 위더스푼은 "이제 아이들을 생각해서 노출 신은 자제하고 싶다"고 말해 대조를 이뤘습니다. 아, 물론 위더스푼의 자세가 올바르고 메건 폭스는 글러먹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도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거죠.

아무튼 메건 폭스가 갖고 있는 생각이야 어떻든, '트랜스포머 2'는 무척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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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폭스의 모습입니다. 어젯밤 용산 CGV에서의 검은 드레스가 멋졌다고 하는데 어디를 봐도 사진 찍은 매체가 없군요. 기자회견 사진은 곧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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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서 드디어 한동안 사라졌던 문노가 돌아올 조짐입니다. 덕만(뒷날의 선덕여왕)은 문노(文奴)라는 두 글자가 쓰인 서찰을 보고, 신라로 돌아가 문노를 찾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갖죠. 하지만 신라로 돌아와도 문노는 어디론가 사라져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록은 문노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화랑세기' 기록과는 전혀 다릅니다. 문노는 신라를 대표하는 화랑 중의 화랑이고, 당대 최고의 검술가라는 것 까지는 일치하지만 미실과 적대관계였다는 등의 묘사는 사실과 상당히 다릅니다.

정호빈이 연기하는 문노가 '화랑세기'에는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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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노에 대한 기록은 4세 이화랑이 어린 사다함을 자신의 후계자(5세 풍월주)로 지목하는 무렵부터 등장합니다. 이때 이미 문노는 검술의 대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다함은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했던 미실의 첫사랑인 유명한 화랑이며, 이화랑은 세속오계를 남긴 원광법사의 아버지로 화랑 계보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입니다.

사다함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이쪽 참조



- 이 무렵 비조공의 아들 문노 또한 호걸로 격검을 잘했다. 공(이화랑)은 사다함으로 하여금 문노에게 검을 배우게 했다. 문노가 말하기를 "검은 곧 한 사람만을 대적하는 것인데 어찌 고귀한 사람이 알 필요가 있습니까?" 하자 공이 말하기를 "한 사람을 대적하지 않으면 어찌 만인을 대적할 수 있겠는가. 이 아이(사다함)는 호협을 좋아하니 비록 무리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네가 그를 보호하라" 하였다. 문노가 이에 낭도 오백으로 따르니 그 위세가 토함(사다함의 친형) 보다 컸다. -

당연히 5세 사다함의 기록에도 문노 이야기가 나옵니다.

- (사다함은) 나이 12세에 문노를 따랐는데 격검에 능했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좋아했다. 낭도들이 서로 "구리공(사다함의 아버지)의 음덕으로 받은 복이다"라고 했다. -

사다함이 죽고 세종이 풍월주에 올랐을 때 문노는 세종에게 순종합니다. 하지만 설원랑이 세종의 뒤를 이어 풍월주가 되자 문노는 반발합니다.

- (설원랑이 풍월주가 되었을 때) 문노 일파가 세종을 따라 지방에서 전공을 세웠는데, 위를 얻지 못하여 설원랑에게 불복하고 일문을 새로 세웠다. 이때 낭도들이 마침내 나뉘었다. 설원랑의 파는 정통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하고, 문노의 파는 청의가 자기들에게 있다고 하여 다퉜다. 미실이 걱정하여 세종에게 화합을 권고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중략) 이에 왕에게 권해 문노를 국선으로 삼고 비보랑을 부제로 삼았다. 문노의 낭도들은 무를 좋아했고 호탕한 기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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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중 많은 수가 따르는 문노를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설원랑이 풍월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문노에게 국선이라는 호칭을 주어 거의 동등한 대우를 해 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기록을 보면 문노의 무리는 무를 좋아해 '호국선', 설원의 무리는 향가를 짓고 도를 닦는 것을 좋아해 '운상인'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또 명문거족 출신은 설원을 따르고, 한미한 집안 출신들은 문노를 따랐다고 되어 있습니다.

결국 미실은 진지왕을 폐위하기에 앞서 문노를 자기 편으로 하기 위해 풍월주와 국선을 없애고 스스로 원화가 되어 화랑의 총 자휘자가 됩니다. 그러면서 문노의 파벌이 자연스레 귀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죠.

- 이로써 문노의 무리는 미천한 사람으로서 고관에 발탁되는 사람이 많았다. 평민 출신의 사람들과 투항하고 귀순한 무리가 (문노를 통해) 출세하는 문으로 삼았기에, 이들은 문노를 신과 같이 받들었다. -

미실의 문노에 대한 호의적인 움직임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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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실은 이에 설원랑이 문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고, 문노를 선도(仙道)의 스승으로 삼는다는 명령을 내리고 설원랑과 미생 등에게 스승으로 섬기게 했다. 설원랑의 무리 가운데 불평하는 자가 있었으나 설원이 "미실 총주의 명을 거역할 수 없다" 하므로 모두 무릎을 꿇고 섬겼다. 그러자 문노의 무리 역시 설원에게 기꺼이 복종하였다. 미실이 기뻐하며 다음 풍월주의 자리를 문노에게 물려주게 했다.

그러자 문노는 "국선이 이미 풍월주보다 낮은 자리가 아니요, 내가 스승인데 어찌 제자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겠는가" 하니 설원은 "국선은 정통이 아니고, 세종전군도 왕자의 귀한 몸으로 사다함공의 뒤를 이어 풍월주가 된 적이 있으니 하물며 내가 사형(문노)을 받을어 섬긴 것은 미실의 명을 따른 것인데, 이제 미실이 양위를 명하니 감히 거역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문노 또한 "궁주가 이미 명령한 것이니 나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는가" 하고 차기 풍월주가 되었다. -

이를 통해 미실의 권세가 다양한 안배와 깊은 계책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오는 미실은 자기 무리를 이끌고 다른 파를 배척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화랑세기'상의 기록에 나오는 미실은 설사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품고 따르게 할 수 있는 대단한 그릇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자신의 아들 하종 - 드라마에서는 바보로 나오지만 뒷날의 당당한 풍월주입니다 - 을 문노의 제자로 보내 검술을 배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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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미실이 문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화랑의 파벌 싸움은 계속됐을 것이고,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 지 모릅니다. 그리고 문노가 미실을 따른 것은 세종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문노가 처음에는 설원의 스승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설원의 뒤를 이은 풍월주가 되어 후배의 예를 취하게 된 데 대해 문노의 무리 중에도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문노의 입장입니다.

- (그런 주장에 대해) 문노가 꾸짖어 말하기를, "궁주(미실)는 전군(세종)이 받드는 바이다. 어찌 감히 말이 있을 수 있는가?" 하였다. 이에 문제를 제기한 자는 다시 말하지 못하였다. 대개 문노의 뜻은 미실보다는 세종을 위한 것이었다. 세종이 미실을 지극히 받들고 섬기면서도 오히려 모자람이 있을까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문노는 굽히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미실은 자신의 사촌인 윤궁과 문노를 결혼시키는 등 문노와의 화합에 온 힘을 기울입니다. 윤궁은 본래 동륜태자의 아내였지만 문란했던 동륜태자가 개에게 물려 죽어 과부가 된 뒤 문노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문노는 '화랑세기'에서 정말 드물게 한 아내에게 정성을 다 한 인물입니다. "단 한번도 유화와 물의를 빚은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정말 끝까지 철저한 바른생활 사나이의 모습이죠. 오히려 윤궁이 "공은 환락을 좋아하지 않아 내가 불편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아무튼 윤궁은 미실과 문노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그 자손들도 번창합니다. 두 사람은 3남 3녀를 두는데 그중 막내아들 금강은 뒷날 이찬과 상대등의 자리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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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보면 문노의 일생은 화랑의 무력에 대한 상징이면서 서민들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휘하에서 통일의 기초가 된 용사들이 다수 배출됐고, 그는 또 권력을 독점하던 귀족들에 맞서 서민 출신들이 출세하는 길을 연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권력의 중심을 떠나지 않았고, 세종과 미실의 권위를 인정하고 따랐습니다. 부귀와 권력, 공명이나 환락에 머물지 않은 진정한 바른생활 사나이이자 화랑의 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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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화랑세기'의 기록을 보다 보면 정작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은 덕만공주쪽이 아니라 문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비밀일까요. 그건 다음 시간에 - . (아, 사실은 진평왕의 본명이 준표였다 뭐 이런 건 아닙니다. 연기자 정호빈에 대한 얘기도 내일로 미루겠습니다.)


             15일 방송에선 또 어린 김유신이 나와서 뭔가를 생각나게 하더군요.


 

 

그동안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입니다.

드라마의 전체 개관. 첫번째 글
 


미실과 사다함의 옛 사연, 그리고 미실은 왜 사랑을 잊었나..
 


쉬어가는 글 - 칠숙의 정체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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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를 보고 난 뒤 '이게 뭐야'라는 식의 반응도 꽤 나오고 있습니다. 또 아주 단순하게, '대체 그 장면은 왜 그런 거야?'라는 질문도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죠.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봉준호 감독은 몇 차례 안되는 인터뷰를 한 뒤 잠적해 버렸습니다. 쏟아지는 인터뷰 제의에 "이제 내 손을 떠났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엄밀히 말하면 그 대답은 봉준호 감독에게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감독이 '이건 이런 의미였어'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니 그건 내가 보기엔 ...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데?'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몇몇 사람들의 의견에 제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물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함께 생각해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 당연한 얘기로,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의 도가니입니다. 다른 생각의 개입이나 결말에 대한 지식 없이 영화를 보실 분은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시면 곤란합니다. 두번 경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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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준이는 진짜 바보인가?

도준이가 실제로는 바보, 혹은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인터넷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천재적인 사고력과 기억력을 갖고 있는데 일부러 본색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죠. 그럼 그는 왜 바보인 척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가 '바보인 척'을 하고 있다면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어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죠. 어머니가 다섯살 때 그를 죽이려 했다는 걸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는 일부러 살인을 저지르고, 어머니를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어머니가 자신을 풀어주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증거까지 확보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어머니의 양심을 끝까지 쥐어짭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처구니없는 얘기일 뿐입니다. 만약 '어머니를 괴롭히겠다'는 일념만으로 이런 온갖 짓을 저지른다는 건 그 자체가 바보라는 증거일 뿐입니다. 약간 의미가 다를 뿐이죠. 아무튼 무시해도 좋은 의견입니다.
그럼 도준이는 언제 바보가 된 것일까요. 암시하는 바로는 다섯살 때 먹은 농약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 같지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그럼 끝까지 바보일까요? 그건 마지막 질문으로 남겨두죠.

2. 진태와 엄마는 어떤 사이?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엄마가 진태를 범인으로 몬 뒤, 찾아온 진태가 하는 한마디입니다.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아무리 화가 나 있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친구의 어머니를 함부로 '너'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데서 나온 추론입니다.
또 이 장면 바로 앞에서 웃통을 벗고 있는 진태의 모습이 도준과 겹쳐지는 것은, 진태가 '(아들처럼)옷을 벗고 함께 자도 좋은 사이'라는 암시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고삐리들이 "도준이 엄마랑 그냥 잠만 잘까"라고 할 때 진태가 분노하는 것 역시 엄마와 진태가 보통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란 추정도 나오죠. 물론 이 부분에선 '확실하다'고 말할 만한 단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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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엄마는 왜 도준이를 죽이려 했나?

이 질문은 '도준의 아버지는 어떻게 됐나'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도준이의 아버지는 죽은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엄마는 벽장을 뒤져 도준이가 누군가와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절반을 찢은 다음 나머지를 사진관으로 가져가 깨끗하게 뽑아달라고 합니다.
사진을 왜 찢었을까요. 당연히 옆에 있던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도준의 아버지이기 때문이겠죠. 만약 아버지가 사별한 것이라면, 굳이 사진을 찢을 필요까지는 없을 겁니다. 도준의 아버지는 그때 어떤 이유에선가 엄마와 도준을 버리고 떠났고, 그로 인해 좌절한 엄마는 도준과 함께 죽으려 했을 것입니다.
혹자는 아버지가 떠난 이유는 다른 여자와의 불륜이었고, 그 결과로 태어난 것이 진태일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엄마는 아버지와 그 여자를 독살했고, 자신과 도준도 따라 죽으려다 실패했다는 것이죠. ...뭐 그냥 이런 해석도 있다는 정도.

(아래 트랙백을 보시면 엄마의 아들은 도준과 기도원 종팔이이며, 뽑아달라고 한 사진은 도준과 종팔이가 나란히 서 있는 사진 중 종팔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흥미롭습니다.)


4. 고물상 할아버지는 왜 그 자리에 있었나.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노인은 엄마에게 회상할때는 그냥 '그전부터 그 빈집에 몇번 갔는데'라고 하지만, 영상은 노인이 비닐 돗자리를 깔고, 쌀 봉지에 쌀을 옮겨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쌀은 당연히 아정에게 줄 화대인 것이죠. 노인이 경찰에 일찌감치 사건의 진상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도 이것으로 충분히 설명이 됩니다. 엄마가 마지막에 노인에게 '이 쓰레기야'라고 부르는 것도 그가 하려던 행동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왜 카메라에 다른 모든 남자들은 옆모습, 뒷모습, 잠자는 얼굴로 찍혀 있는데 이 노인만은 정면 얼굴로, 그것도 카메라를 보고 있는 모습으로 찍혀 있는 것일까요. 사실 저는 이 부분이 궁금합니다. '떳떳한 내부 고발자'임을 암시하는 대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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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정 친구를 뒤쫓던 두 고삐리는 왜 그렇게 쉽게 제압되나?

의외로 이걸 이해못하는 분도 있더군요. 세상을 너무 곱게 사신 분들이 아닐까... 그 친구들은 본드를 흡입하던 중이었습니다. 대개 비닐 봉지 안에 본드를 짜 넣고, 그 봉지로 코와 입을 가린 상태로 호흡을 하면 환각상태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맛이 간 상태이므로 저항하지 못하는 것이죠.

6. 왜 엄마는 출감을 맞이하러 가지 않았나

이 부분도 사실 의문입니다. 굳이 설명하려면 '남의 자식을 내 자식 대신 죄인으로 만든 데 대한 죄책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그냥 '엄마 없이도 혼자 살아갈 수 있게 된 도준'에 대한 암시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마지막 질문에서 다시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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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담배 피우는 임신부의 의미

엄마가 아정의 빈소에 갔을 때, 친척 여자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엄마에게 다가가 단박에 따귀를 올려붙이는 여자가 나옵니다. 만삭의 임부인데 담배를 꼬나물고 있죠.
아정의 유족들이야말로 아정의 죽음에 가장 책임이 큰 사람들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부모야 어찌 됐는지 모르지만 그 많은 친척들이 아정을 할머니와 단둘이 살게 하고, 먹고 살기 위해 매춘에 나서게 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죠. 만삭의 임부가 담배를 피고 있다는 것만큼 '무책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요.

8. 왜 외국인들이 현장검증을 지켜보고 있을까

현장검증 신에서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분명 무슨 의도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모르겠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본질적인 비극에 대한 목격자의 의미일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의 조국인 3세계 국가들을 후진국이라고 무시하는 이 나라에서, 먹고 살기 위해 매춘을 하는 여고생이 있다는 현실을 그들이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하는 문제 제기일 수도 있겠죠.
또는 그들이 범행에 어떤 관련이 있을 거라는, 혼선을 주기 위한 가짜 단서일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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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침자리의 효능은 무엇인가?

혹자는 도준이 이렇게 된 것이 다섯살 때 농약 사건이 있은 뒤, 엄마가 도준에게 모든 것을 잊게 하기 위해 침을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도준은 순간의 기억만 잊은 게 아니라 바보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죠.
이 주장을 그냥 웃어 넘길 수 없는 것은 약재상 주인이 얘기하는 '엄마가 작년에 (침을 놓다가) 친 사고'와도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즉 엄마는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는 아마추어 침쟁이라는 것이죠. 그 침이 원하는 대로 고통만을 잊게 해 줄지, 아니면 모든 것을 잊고 자기까지 잃어버리게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럼 마지막 엄마의 춤은 괴로움의 몸부림으로도, 망각의 환희일수도, 또는 아예 자아를 잃어버린 무의미한 몸놀림일 수도 있습니다.


10. 도준은 끝까지 바보인가?

어쩐지 마지막의 도준은 영화가 시작할 때보다 좀 똑똑해져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걸 중간에 농약 사건을 기억하면서부터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처음으로 엄마 곁을 떠난 것'이 도준에게 미친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도 없고 진태도 없는 공간에서 살아 본 도준은 이제 어느 정도 지각을 찾은 듯 합니다. 그럼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도 알아차린 걸까요. 아니면 엄마가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인 것도 알고 있는 걸까요?
거기에 대한 대답은 사실 열려 있습니다. 태연하게 엄마 앞에서 살인범이 왜 옥상에 시체를 옮겨 놓았을까 얘기하는 도준은 살인의 기억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듯 하지만, 엄마에게 침통을 건네 주는 도준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도준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엄마에게 불쑥 "엄마는 내가 죽인 거 알고 있어?"라고 말할지도 모르죠. 이것이 엄마를 한없이 절망하게 하고, 자신의 허벅지에 침을 찌르고 미친듯이 춤추게 하는 진짜 이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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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 이 영화를 볼 때는 '정신적으로 미숙하지만 사회의 주도 세력으로부터 절대적으로 옹호받는 존재', '특정 존재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애정과 집착으로 보호하는 존재', 그리고 '스스로는 정당하지만 과거의 잘못에 연루되어 있다는 이유로 정당성을 의심받는 고발자'에 대한 알레고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더군요.

이 영화는 영화 밖의 의미를 찾기 보다는 영화의 맥락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할 듯 합니다. 과연 '엄마'라는 이유로 그렇게 무한한, 때로 무책임한 애정을 퍼부어도 좋은가...하는 질문이죠. 그리고 출연하는 분량은 적지만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은 여고생 아정입니다. 어찌 보면 엄마와 도준, 그리고 사건 모두가 '어느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비참한 비극'에 대한 고발로 보이기도 합니다. 도준이 아정을 죽인 것이 살인이라기보다는, 지역 사회 전체가 이미 아적의 목을 누르고 있었다는 식의.

아무튼 봉준호 감독의 지난 영화들이나 마찬가지로 '마더' 또한 보고 난 사람들이 이런 저런 생각으로 완성해가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는 듯 합니다. 다양한 생각의 댓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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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런데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칸에서 '마더'를 본 관객들이 저 관광버스 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또 하나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인물들은 서로 성 없이 이름으로 통하는 사이입니다. 그만큼 작고 결속도 강한 사회임을 의미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자막을 잘 단들, 과연 그 의미가 외국 관객들에게도 전달될까요. 문득 우리가 외국 영화를 볼 때도 결국은 이런 문제에 봉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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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의 '블러드'의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난데없는 '왜색 논란'이 검색어로 떠 있군요. 참 흥미로운 반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작자도 일본 사람인데다 배경도 일본인 영화에 출연하는 걸 뻔히 다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왜색 논란이라니, 이건 어디서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정말 지능이 의심스러운 얘기더군요.

사실 영화를 본 사람의 입장에선 왜색 논란이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왜색 논란'이 더 크게 일어나서 영화의 작품성에 대한 논의가 거기에 가린다면 정말 다행일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 영화가 재난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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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골격은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애니메이션이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인 것으로 착각하고 계시는데, 오시이는 이 애니메이션의 연출자가 아니라 이 애니에 모티브를 제공한 소설 '야수들의 밤'을 쓴 원작자입니다. 사실 소설 '야수들의 밤'에 나오는 사야는 그냥 스쳐 가는 인물일 수도 있지만 이미지는 강렬합니다. 세라복에 일본도를 휘두르는 뱀파이어 킬러... (소설은 절대 비추입니다. 궁금증에 읽어봤지만 그 다음엔 집어 던지게 됩니다.)

일본 관동 지방의 미군 기지. 이유 없이 살인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령관의 딸 앨리스가 다니는 기지 내 미국인 고등학교에 일본 여학생 사야가 전학생으로 등장합니다. 이어 앨리스의 주변은 피로 물들고, 앨리스는 자신의 주변이 인간의 피를 먹고 사는 요괴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 요괴들을 상대하는 집단인 '협회'와 요괴들의 대혈전이 막 벌어지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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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두 문단 정도는 써 보려고 했는데, 더 이상 쓰면 결말까지 다 나올 것 같아 더 쓸 수가 없군요. 영화는 대단히 간결합니다. 우연히 앨리스와 사야가 만나면 결말까지 한 호흡입니다. 제작진은 뱀파이어 요괴들의 대장인 오니겐과 사야의 관계가 반전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절대 반전 아닙니다. 한마디로 줄거리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기는 매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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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미 수없이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CG의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우울합니다. 격투 장면에서 나오는 피를 진짜 피처럼 보이지 않게 한 것이 연출상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CG 처리가 된 피는 생사를 건 싸움의 심각성을 완벽하게 제거해 버립니다. 둥근 핏방울이 뭉클뭉클 떠 다니는 걸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요괴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의 처리 역시 1933년작 '킹콩'의 한 장면을 보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날 정도입니다.

전지현은 이 영화에 출연해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영어 대사로 연기할 수 있다는 믿음? 영어 발음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지만, 어차피 사야가 영어를 잘 해야 하는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에 거기서 점수를 딸 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사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하거나 증오 어린 표정만 지으면 되는 캐릭터입니다. 연기력을 보여 줄 기회는 더더욱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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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전지현은 앳되고 예쁘게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가장 큰 미덕이 100분 미만이라는 겁니다. 조금 더 길었다면 꽤 괴로울 뻔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속편 얘기도 나오던데, 과연 속편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 좋을까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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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분이라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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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가 칼 들고 나오면 됐다는 분들, 차라리! '엘렉트라'를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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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왜색 논란 운운 하시는 분들, 그럼 우동을 우동이라고 불러도 왜색입니까?
(요괴의 우두머리인 오니겐 역의 고유키입니다. 미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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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쿵푸'의 스타 데이비드 캐러딘이 73세로 운명했습니다. 1936년생. 4일 방콕의 한 호텔에서 목을 매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군요. 70대에 자살이라니...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로 왕년의 인기를 되찾았던 캐러딘은 올해에만도 두 편의 영화를 완성해가는 등 한창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죽음이 참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단 제게는 '킬 빌'의 캐러딘보다는 '쿵푸'의 캐러딘이라는 것이 훨씬 더 와 닿습니다. 아마도 캐러딘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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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쿵푸(Kung Fu)'는 1972년부터 3시즌에 걸쳐 방송된 인기 드라마였습니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국내에서도 TBC TV에 의해 '쿵후'라는 제목으로 방송됐습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 케인(데이비드 캐러딘)은 어찌 어찌 하다가 소림사 스님들에 의해 절에서 길러집니다. 당연히 고수가 됐겠죠.

그를 기르는 두 사부, 장님인 포 사부(케이 루크)와 칸 사부(필립 안)는 케인에게 무술 뿐만이 아니라 강한 자가 가져야 할 인격에 대해서도 빠짐 없이 가르칩니다. 그러던 어느날, 포 사부가 오만방자한 황제의 조카에 의해 살해당하고 분노를 참지 못한 케인은 황제의 조카를 죽여 복수합니다.

그리고 나서 케인은 미국 서부로 도피하죠. 당시는 쿨리(苦力)라는 이름으로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미국 서부의 금광-철도 건설 지대로 이동하던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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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건너간 케인은 미국인인지 중국인인지 구별하기 힘든 묘한 외모(미국인들의 시각에 따르면 그렇다고 합니다)로 박박머리에 모자를 눌러 쓰고, 쿵후 실력 하나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를 누빕니다.

이것이 드라마 '쿵푸'의 줄거리입니다.

첫번째 영상은 어린 케인에게 무술을 지도하는 포 사부와 칸 사부의 모습입니다.

 

한국인들에게 더욱 잊을 수 없는 것은, 이 드라마에서 칸 사부 역을 맡은 배우 필립 안이 바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이라는 이유 때문이죠. 아래 사진의 오른쪽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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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안 선생은 한국인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아시아계 배우로서 대표적인 인물이었지만 불행히도 맡은 배역의 90%는 중국인이었습니다. 당연히 당시의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인 캐릭터가 나올 일이 없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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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두번째 동영상은 특히 개인적으로 감회가 깊습니다. 이 당시 '쿵푸'를 보고 난 소년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꼽는 장면은 바로 소림사에서의 무술 단련이 끝났음을 알리는 통과 의식이었습니다.

숯불이 이글이글 피어나는 거대한 청동 화로를 양 팔뚝 사이에 끼어 옮겨놓는 것이었죠. 이 과정에서 양쪽 팔에 용과 호랑이의 부조가 화상으로 남는 겁니다(그때는 화상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문신이라고 해 버렸죠^^). 이 화상은 뒷날에도 케인이 소림사의 무승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그 옛날의 박진감은 온데간데 없군요. 아무튼 한번-.

 

 

캐러딘이 주인공 케인 역을 맡을 때, 당시의 경쟁자 중 우리가 기억할만한 인물은 이소룡입니다. 누가 봐도 이쪽이 더 적격이었지만 당시 제작진은 "아직 중국인이 미국의 메인 TV 시리즈 주인공으로 나서는 건 빠르다"며 캐러딘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소룡도 서양 혈통이 꽤 섞여 있지만 어쨌든 그랬다는군요. 아무튼 캐러딘이 어디서 무술을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액션 실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거의 슬로비디오 화면을 보는 것 같죠.

이 드라마가 3시즌 만에 끝난 것은 단지 캐러딘이 "그만 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시즌에도 드라마는 인기 일로를 달리고 있었지만 캐러딘은 너무 잦은 부상에다 이미지가 지나치게 고정되는 것을 우려해 이 시리즈를 끝내고 싶어 했다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미지는 이미 굳어질대로 굳어져 있었고, 다른 무슨 역할을 하건 사람들은 캐러딘이 그 자리에서 '호오!'하는 기합과 함께 적을 쓰러뜨리기를 기대했죠. 기억나는 건 미니시리즈 '남과 북'에서의 모습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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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쿵푸' 시리즈의 인기는 캐러딘을 몇 번이고 되살려냅니다. 영화판도 있었고, 1993년에는 '쿵푸: 전설은 계속된다(Kung Fu: The Legend Continues)'라는 제목으로 속편이 제작돼 4시즌 동안 인기리에 방송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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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는 2003년과 2004년 '킬 빌'의 1편과 2편에 나오면서 젊은 층에게도 강렬한 이미지를 남깁니다. 영화의 제목에 들어가는 '빌'역이니 어찌됐건 타이틀 롤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당연히 캐러딘의 출연은 어린 시절 '쿵푸'에 열광했던 타란티노의 취향입니다. 죽이 잘 맞지 않을 수가 없었겠죠. 그러던 그분이 그새 고인이 되셨다니 참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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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에 대한 추모곡은 좀 경쾌합니다. 많은 분들이 TV 시리즈 '쿵푸'의 주제곡이었다고 오해하고 계신 칼 더글러스의 '쿵푸 파이팅'입니다. '오호호 호-'하는 전주와 함께 불멸의 댄스 히트곡으로 유명하죠. 단 이 곡은 드라마 '쿵푸'나 데이비드 캐러딘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그 영향을 받은 것만은 분명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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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PD를 뽑으라면 여러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모래시계'의 김종학,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장미빛 인생'의 김종창, '첫사랑'의 이응진, '별은 내 가슴에'의 이진석... 하지만 딱 한사람만 꼽으라고 하면 이병훈 감독님을 뽑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연출한 작품이 지나치게 사극에 편중되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같은 사극이라도 그 안에서 엄청난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개척하신 공로가 적지 않습니다. 더구나 '임진왜란', '암행어사', '허준', '서동요', '대장금', '이산' 등 30여년에 걸친 대단한 히트작들을 생각하면 한국 방송 드라마의 산 역사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병훈 감독님이 직접 쓰신 '꿈의 왕국을 세워라'라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지난 40년간 드라마를 만들어 오신(스스로 "아마 대한민국에서 드라마 연출을 가장 많이 해 본 PD가 나일 것"이라고 말하시곤 합니다) 이 분의 내공이 담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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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일반인들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이국장님(다들 이 분을 이렇게 부릅니다)과 함께 일한 톱스타들에 대한 이야기죠. 그 중에서도 관심 가는 내용은 이 분이 작품을 연출할 때마다 가장 먼저 주인공으로 떠올린 것이 송윤아라는 것입니다. 내용을 보시면 이국장님의 송윤아에 대한 구애가 얼마나 절절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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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허준'의 예진 아씨 역입니다. 송윤아의 고운 선을 좋아했던 이국장님은 송윤아에게 제일 먼저 이 역을 제의했지만 퇴짜를 맞았습니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이 역은 황수정에게 돌아갔죠.

이어 '상도'의 다녕 역(김현주가 맡았습니다)을 제의했다가 역시 퇴짜. '대장금'의 장금이 역도 역시 퇴짜... 마지막으로 '서동요'의 선화공주 역(이보영이 맡았죠) 까지 제의하려다가 "자존심도 없느냐"는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영애 이야기는 지난해 이국장님이 한 강연에서 얘기해 화제가 됐지만 황수정 얘기는 처음입니다. 물론 송윤아가 지금까지 연기자로서 걸어 온 길도 훌륭했지만, '허준'이 끝난 직후의 황수정이나 '대장금'의 이영애를 생각한다면 예진아씨나 장금이 역을 거절하고서 후회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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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코믹한 것은 황수정과 이영애가 모두 7순위로 선택된 연기자들이라는 것이죠. 예진아씨는 송윤아를 시작으로 김지수 오연수 등에게 줄줄이 퇴짜를 맞았고, 대장금은 역시 송윤아 이후 김하늘 장진영 명세빈 등에게 연거푸 고배를 마신 끝에 이영애에게 돌아갔습니다. 참 흔한 말이지만, 역시 모든 배역에는 주인이 있는 듯 합니다.

그럼 왜 이영애에게는 처음부터 이 역할이 가지 않았을까요?

'허준' 때 이미 정상급 여자 연기자를 사극에 캐스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안 이국장님은 아예 "이영애 정도의 톱스타는 언감생심"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 기자가 "왜 이영애에게는 제의하지 않느냐"고 말한 데서 용기를 얻어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죠. 그 공로로 이 기자는 국장님의 저서에 이름을 올려 놓는 영광을 누립니다. (아, 저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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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은 '드라마 연출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반가운 책일 수 있습니다. 겉에서 보는 드라마 세계와 속에 들어가 보면 어떻게 다른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40년 경력 연출자의 통찰이 담긴 한마디 한마디가 참 무릎을 치게 합니다. 저도 나름 곁눈질로 그 세계를 꽤 엿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아하'하는 대목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시청자들 중에서도 그저 방송만 보고 있는 데서 한 단계 올라서 프로 시청자가 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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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장님의 주변에 있는 드라마의 거장들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최완규 김영현 김이영 작가는 물론이고 '모래시계'의 김종학 PD 얘기도 나옵니다. 그분이 이국장님의 조연출이던 시절, 엄동설한에 조선 포로들이 왜군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대신 촬영하게 했더니 포로 역 엑스트라들을 모두 맨발로 출연하게 한 것을 보고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이: 아니 날이 추우니까 엑스트라들 발 얼지 않게 조심하라니까...
김: 그런데 왜군이 조선 포로들 끌고 갈때 신발을 신겼겠어요?
 
그래서 엄동설한인데 모두 신발을 벗기고 찍었다는 얘깁니다. "저렇게 독하니(?) 장차 훌륭한 PD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입니다. 이런 비슷한 얘기는 수도 없이 책에 나옵니다.^^

이밖에도 이영애가 '대장금'을 촬영하던 시절 왜 살이 찌는 것을 무릅쓰고 매일 밤마다 라면을 먹었는지, 최진실은 왜 신인상을 수상하고 "이병훈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는지, 지상렬은 어쩌다 '이산'에 출연하게 됐는지, 임현식은 왜 중간에 연기를 포기하고 목장을 경영하려 했는지, '왜 여주인공은 무조건 예쁘게 찍어야 하는지' 등등의 흥미진진한 일화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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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국장님을 생각하면 참 많은 전설들이 떠오릅니다만, 그중에서 이 책을 보다가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이국장님은 1944년생, '대장금'이 종영하던 2004년 회갑을 맞으셨습니다. 바로 그 '대장금'을 찍을 때 스태프 한 사람과 얘기를 나눴던 기억입니다.

나: 고령이신데 그렇게 전국을 누비고 다니면 힘들어하시지 않나요?
스: 글쎄요, 워낙 체력이 좋으셔서.
나: 그래도 온 산이고 들이고 다 직접 다니시나요? 산 위 같은데는 공동연출이...
스: (정색) 무슨 말씀을, 우리가 못 따라가요.
나: 에이 설마...
스: 아니라니까요. 맨 앞에서 엄청나게 빨리 올라가세요. 우리가 따라가려면 숨이 차요.

그런데 이 책에서 그 당시의 일화를 읽어보고 혼자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진실(?)이 담겨 있더군요. 궁금하시겠지만 책을 사서 읽어보셔야 진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냥 힌트를 드리자면 '이 산이 아닌개벼...' 스토리입니다.


p.s.2. 이국장님의 차기작은 '동이'라는 제목으로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http://isplus.joins.com/enter/star/200906/04/200906040945265006020100000201040002010401.html 이번엔 누가 주인공이 되어 차세대 한류 스타로 성장할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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