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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rious Basterds, 이하 '바스터즈')'을 보면서 설마, 설마...? 하신 분들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결정타가 터졌을 때, 뭔가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당연히 '선덕여왕'이 떠올랐습니다.

현대사든 고대사든, 뭔가 실제 일어난 일을 토대로 서사물(영화든, 드라마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을 만들 때에 작가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는 여러 갈래로 갈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중에는 '바스터즈...' 처럼 아예 역사를 싹 무시하고 자기가 갈 방향으로 가 버리는 작품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막 달리기는 마찬가지인데, '선덕여왕'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해선 안되는 걸까요? 창작자의 권리는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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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참 특이합니다. 일반적으로 영어의 욕으로 사용되는 저 단어의 스펠링은 basterd가 아니라 bastard죠. 그러니까 한국식으로 하면 이 영화의 제목은 '개새끼들'이 아니라 '개세끼들'인 겁니다. 단순히 1977년 영화와 구별하려는 의도인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장난을 치고 싶었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바스터즈'는 엄청나게 많은 등장인물과 사건, 긴 이야기 때문에 간략하게 요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대한 정돈해서 얘기하자면 이렇습니다. (물론 최대한 모르고 보시는게 더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별로 원치 않는 분들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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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미군의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는 유태인으로만 구성된 8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독일 점령지역 프랑스에서 독일군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하는 특공대를 운영합니다.

나치에 의해 온 가족을 잃고 파리에서 신분을 감추고 살고 있는 쇼샤나(멜라니 로랑)는 우여곡절 끝에 극장을 운영하게 되는데, 어쩌다 그 극장에서 나치 고위 장성들과 핵심 요인들이 모인 가운데 나치만을 위한 영화 시사회를 갖게 됩니다. 쇼샤나는 이를 복수의 기회로 삼으려 합니다.

한편 영국군도 영화전문가 윌콕스 소위(마이클 파스빈더)를 보내 이 극장을 폭파하는 특수 작전을 수행하려 합니다. SS의 수사전문가 란다 대령(크리스토퍼 월츠, 발츠라고 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은 이들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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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의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펄프 픽션'에 열광하고, '킬 빌'에 환호했겠지만 안 그런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물론 그의 작품에도 높낮이는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포 룸'이나 '데스 프루프'는 그닥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역시 그의 작품 중 최고봉은 '펄프 픽션'과 '저수지의 개들'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이번 영화는 그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뭣보다 첫 장면부터 타란티노 특유의 장난기가 뿜어나오죠. 영화 '알라모'의 주제가였던 'Green Leaves of Summer'가 깔리는 가운데 지평선 멀리서 농가를 향해 달려오는 독일군의 오토바이가 보입니다. 오토바이가 아니라 몇필의 말이었다면, 그냥 그대로 마카로니 웨스턴의 도입부일 겁니다.

그의 작품에서 인간의 내면에 대한 성찰이나 후세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찾는 건 바보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런 액션 없이 대화만으로 서스펜스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그의 솜씨에서, 진정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을 느끼는 것은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특히 영화 도입부, 란다 대령이 프랑스인 농부를 신문하는 장면에서 서서히 높아져가는 긴장감과 공포는 마치 관객이 직접 심문당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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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만으로 사람 긴장시키기' 기법은 영화 여기저기서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그 대화 끝에는, 제법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관객을 바보로 만드는 기상천외의 결말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관객의 기대는 더욱 부풀어 오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소 잔인하다고는 하지만 그 잔인함이 영화의 재미를 해치지는 않습니다.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데이빗 보위의 'Cat People'과 온 사방에 깔려 있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들을 배경으로 온 관객들을 롤러코스터에 올려놓고 주무르는 타란티노의 솜씨는 이번에도 절대 실망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소감은 여기까지. P.S. 이후는 나머지는 제목에 대한 설명입니다. 스포일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감상을 위해선 건너 뛰셔도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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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최고의 배우라면 역시 란다 대령 역의 크리스토퍼 발츠를 꼽아야겠지만, 브래드 피트의 연기도 만만찮게 빛을 발합니다. 벤자민 버튼으로서도 훌륭하다고 칭찬할 만 했지만, 역시 그가 가장 빛날 때는 건달 비슷한 계열의 연기를 보여줄 때입니다.

그 외의 배우들은 - 어쩌면 타란티노의 장난감 노릇을 한 - 뭐라 말할 부분이 그리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들도 자기 몫은 다 했습니다. 배우로서든, 장난감으로서든. (이젠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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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영화의 결말입니다. 영화를 마무리하면서 타란티노는 지금껏 관객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멍- 하니 저 세상으로 날려버립니다. 마치 영화 속에서 '곰 유태인' 역을 맡은 일라이 로스의 방망이로 후려치듯 말입니다.

이런 결말에 환호하면서 '선덕여왕'이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고 짜증내는 건 이율배반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의 시작 부분부터, 그리고 '타란티노'라는 브랜드에서부터 이 영화는 '자, 지금부터 우리는 무슨 짓이든 맘대로, 막 나갈테니 알아서 하게'라고 선언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영화에서의 일탈은 그 자체로 관객을 즐겁게 하는 한 방식인 셈입니다. 이 영화가 현실을 무시한다고 화를 내는 건 '맨 인 블랙'을 보면서 외계인이 어디 있냐고 성을 내는 거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선덕여왕'은 나름 진지한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굳이 홈페이지로 찾아가서 '신라의 혼을 되살리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나름 숭고한 기획의도를 다시 찾아 읽지 않아도, 이 드라마가 '화랑들이 등장하는 만화같은 풍경'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지만, 제가 '선덕여왕'이 잘못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선덕여왕'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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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선을 떠났지만 다시 한번 눈이 동그래지는 사건을 접하게 됐습니다. 만약 이런 일을 현역 때 맞았다면 정말 흥분됐을 듯 합니다. 바로 장동건-고소영 커플의 등장 소식입니다. 근래에도 설경구-송윤아 부부의 탄생 등 스타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화제가 됐지만 이만한 볼륨감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1999년 영화 '연풍연가' 때 처음 만났고, 두 사람이 사귄 것은 2년 정도 됐다는 것이 공식적인 발표의 내용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알고 지낸 것은 90년대초 장동건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고소영이 '내일은 사랑'으로 데뷔한 직후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들이 친구 사이로 지낸 건 무려 17년 정도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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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편의 드라마에서는 90년대와 현재까지도 톱을 달리고 있는 수많은 젊은 연기자들이 배출됐죠. '우리들의 천국'에서는 염정아 유호정 김찬우 박철 전도연 등이 있었고 '내일은 사랑'에서는 신인 박소현과 이병헌이 나왔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공연하게 된 것이 '연풍연가'였죠.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장동건은 이 작품으로 영화에 발을 들여놨고 청룡상 신인상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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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살짝, 2000년 연말과 2001년 초 사이에 장동건과 고소영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문은 실체가 없으면 그냥 사그러들기 마련입니다. 그 전후로 이들이 실제로 만났다는 모습을 전하는 사람은 없었고, 다른 소문이 엇갈리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냥 '없었던 일'이 돼 버렸습니다.

그런데 거의 9년 뒤인 지금에 와서 두 사람이 사귄다고 인정을 한 걸 보면 참 놀라운 일입니다. 두 사람의 위치나 나이로 볼 때 '사귄다'고 인정하는 것은 거의 '결혼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셈인데, 그렇다면 정말 대한민국 연예사에 남을 초대형 커플이 탄생하는 단계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들과 비견할만한 대형 커플에는 누가 있었을까요. 한번 되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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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성일-엄앵란

지금까지 등장한 수많은 스타 커플 가운데 과연 이들을 앞지를 커플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특히 1964년 결혼한 이들이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로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감동적입니다. 히트작 '맨발의 청춘'에서 공연하면서 곧바로 결혼으로 이어진 케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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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무룡-김지미

어쩌면 부부 양쪽의 스타덤을 따져 볼 때 단연 1위라고 해도 좋을 듯 하지만 결혼 생활이 그리 길지 못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어쩌면 나훈아-김지미 커플을 더 위로 놓아야 할지도...). 아무튼 대한민국 최고 스타들끼리의 결합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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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수종-하희라

결혼할 당시의 인기,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으로 볼 때 현역 커플 가운데 최고의 스타 커플이라고 할 만 합니다. 특히나 5년간 열애를 하면서도 귀신같이 관계를 감춰왔다는 점에서 대단한 커플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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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최불암-김민자

물론 두 사람이 결혼할 때만 해도 최불암이 '국민 아버지'급의 스타는 아니었겠지만, 결혼 이후 꾸준히 쌓아올린 스타덤을 고려할 때 최고 커플로 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민자가 결혼 후 상대적으로 활동이 적어, 부부 동반으로 시골에 가면 촌로들이 "아니 진짜 마누라(김혜자)는 어쩌고 엉뚱한 여자를 데리고 왔느냐"고 했다는 전설도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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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동근-전인화

'왕과 왕비' 커플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한 톱스타 커플입니다. 물론 결혼 당시에는 유동근이 지금만큼의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그 뒤로 명실상부한 왕족 부부가 됐죠.

물론 대중 스타의 폭을 좀 더 넓게 보면 백건우-윤정희, 조성민-최진실 커플의 화제가 결코 이들보다 작지 않았습니다. 또 그 아래로는 현재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는 유동근-전인화, 차인표-신애라, 김승우-김남주, 손지창-오연수, 이재룡-유호정, 김호진-김지호 커플 등이 당대의 스타 커플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들 화제 속에 결혼하며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커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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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장동건-고소영 커플이 맺어진다면 이들은 대한민국 커플사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놓여야 할까요. '일상생활이 화보'인 이들 커플이 함께 CF라도 촬영할라 치면 대체 모델료는 얼마나 내야 할까요. 다들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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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그대로 한국의 '브란젤리나'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그럼 한국식으론 뭐라고 해야 할까요. 장동영? 고소건?  

P.S. 상처받은 팬 여러분. 과음해 봐야 자기 건강만 해칩니다. 아무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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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로 해놓고 시간만 잡아먹고 있는 일... 계획했던 대로 안 돼서 처음부터 안 한거나 마찬가지가 된 일... 처음에는 호랑이를 그린다고 시작했다가 고양이도 안 된 일... 뭘 하는지 모르고 시작해서 막상 끝나고 보니 아쉬움만 남는 일... 제때 처리하지 않아서 결국 부담이 되고 만 일...

달력이 달랑 두장 남고 보니 일, 일, 일, 2009년의 일들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특히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이 더더욱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뭐 간교하게 '남들도 별 수 없을거야'라고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 된 건 안 된 겁니다. 정말 만사 다 치워버리고 단풍 구경이라도 가고 싶은 나날이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터라.

이런 느낌이신 분들이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이 친구는 참 일(공부)과의 갈등이 일찍 시작됐군요.

저렇게 공부가 하기 싫었던 적도, 저 나이때 잠을 설쳐가며 공부를 한 기억도 없는데, 어머니가 워낙 극성인 건지, 아니면 얼마나 공부가 싫다고 떼를 썼으면 엄마가 저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 친구도 자기가 쓰고 있는 '내가 이래갖고 우째 살겠나'라는 말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 합니다. 그냥 주변 어른 중에 저 말이 말버릇인 사람이 있는데 그걸 무작정 따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안 살면 어쩔래?'하는 엄마의 반문에 '뭘?'하며 당황하는 걸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 갑자기 뭣부터 처리해야 좋을지 어정쩡한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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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휩쓸고 있는 '디스 이즈 잇'의 열풍에서 한국은 슬쩍 빗나가 있는 느낌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디스 이즈 잇'의 2주 한정 상영 방침이 바뀌어 연장 상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지방 몇개 극장에서 상영관이 축소되면서 '상영기간 단축'에 대한 헛소문이 돌고 있다고도 합니다.

마이클 잭슨 같은 대형 스타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에 대한 예우 치고는 좀 초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물론 개인적인 감상일 뿐입니다. 아무리 세계적인 스타라도 '추모의 열기' 혹은 '사후의 영광' 같은 것은 만들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순수하게 팬들로부터 시작된 감정이 일정한 임계치를 넘어섰을 때에나 조성될 수 있는 것일 뿐입니다.

문득 지난 세기를 장식했던 다른 스타들이 남긴 마지막 흔적들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정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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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완성 유작

1973년. 홍콩 권격 스타 이소룡은 인기 절정의 순간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그해 미주 대륙에 공개된 '용쟁호투(龍爭虎鬪)'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지만 흥행업자들은 그가 더 이상 새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군가가 이소룡이 사망 직전 차기작을 위해 촬영한 10여 분가량의 액션 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5년 뒤 개봉된 영화 '사망유희(死亡遊戱)'는 이 촬영분에 스토리를 덧붙여 만들어졌다. 앞부분을 만들기 위해 이소룡과 닮은 한국 배우 김태정이 기용되기도 했다.

그래도 '사망유희'까지는 이소룡의 작품으로 인정받지만 그의 마지막 출연작으로 알려진 1981년작 '사망탑(死亡塔)'은 지나친 장삿속의 상징으로 남았다. 이 영화엔 이소룡이 나오는 몇 개의 자투리 장면이 스쳐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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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마릴린 먼로가 사망했을 때에도 그가 출연 중이던 영화 '섬싱스 갓 투 기브(Something's Got to Give)' 제작진은 어떻게든 영화를 살려 보려 했다. 하지만 촬영 분량이 너무 짧아 결국 이 영화는 그냥 '먼로의 마지막 작품'이 아닌 미완성작으로 남았다.

곧 개봉될 히스 레저의 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좀 더 기발한 방법을 썼다. 2008년 레저가 죽기 직전 연기한 부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영화의 나머지 부분에서 세 배우가 '얼굴이 변했다'는 설정으로 레저의 역할을 연기한 것이다. 그의 유작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패럴 등 정상급 배우들이 선뜻 나섰다는 미담도 전해진다.

지난 6월 사망한 마이클 잭슨이 준비하고 있던 생애 마지막 공연의 리허설 광경을 편집한 다큐멘터리 '디스 이즈 잇'이 지난 28일 세계 99개국에서 공개됐다. 잭슨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라 팬들은 앞다퉈 극장으로 향하고 있지만 몇몇 측근은 본인이 이 영상의 공개를 원했을 리 없다며 개봉을 반대하기도 했다. 누나 라토야 잭슨은 “리허설 때 최선을 다해 춤추고 노래하는 가수는 없다. 마이클이라면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리가 있는 얘기지만 이번엔 팬들의 손을 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미완성으로 남은 이 공연의 기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잭슨이 살아서 이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면 얼마나 대단한 공연이 됐을지'를 더욱 아쉽게 하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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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과 '사망유희'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사망유희'를 만들기 위해 제작진이 짜낸 스토리는 대략 이런 것입니다.

홍콩 최고의 스타 빌리(이소룡)가 의문의 범죄 조직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당하고, 그 실체를 찾기 위해 죽음을 가장했던 빌리는 자신의 장례식이 성대하게 펼쳐지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빌리는 생전의 자기를 위협했던 조직을 하나하나 파괴해갑니다.

그럴싸한 스토리이고, 스토리상에 등장하는 장례식 장면에는 진짜 이소룡의 장례식 장면을 쓸 수 있으니 여러모로 안성맞춤입니다(당연히 이런 부분을 계산한 스토리죠). 다만 진짜 문제는 그 나머지 스토리를 연기할 이소룡이 없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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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축구'와 '킬빌'은 물론 '사망유희'의 '노란 추리닝'은 이소룡의 이미지를 타고 끝없이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빈약한 퀼리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의미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국이라면 죽기 전의 이소룡 역에 다른 배우를 쓰고 '복수를 위해 성형수술을 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겠지만 홍콩에서는 아시아 전역에서 그를 대신할만한 배우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발탁된 것이 한국의 당룡(唐龍: 위에서 말한 김태정의 예명)과 뒷날 톱스타가 되는 홍콩의 원표였습니다. 특히 당룡은 '선글라스만 씌워 놓으면 똑같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죠. 상대적으로 고난도의 액션 연기는 원표의 몫이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화의 퀄리티가 그리 높을 리는 없겠죠. 이소룡의 명성을 쫓아 '사망유희'를 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실망 뿐입니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당대의 이소룡을 사랑했고, 그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사람들의 몫일 뿐입니다.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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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패럴이 각각 1차 변화후, 2차 변화후, 3차 변화후의 모습을 연기한다는군요. 히스 레저가 테리 길리엄 감독과 만나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스스로 인생을 정리했는데, 레저의 유작을 살리기 위해 감독이 이들 배우들을 만나 "조금씩만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다들 흔쾌히 응해 한 역할을 네 배우가 연기하는 희한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군요.

테리 길리엄 감독의 좀 너무 어두운 유머 감각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튼 어떤 영화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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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디스 이즈 잇'의 퀄리티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보는 사람들 역시 충분히 이런 부분을 고려하고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 절대 다수의 반응이 "저걸 무대에 올리지 못하고 가서 (잭슨은) 얼마나 원통할까"인 것으로 봐도, '불완전한 공연'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듯 합니다.

오히려 '디스 이즈 잇'은 일각에서 유포되는 별 근거 없는 이야기들 - 2000년대 이후로 잭슨은 노래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든가, 이미 모든 공연은 립싱크로 이뤄지고 있었다든가 하는 내용들 - 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도 얘기했듯 화려한 춤사위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공연 전체를 놓고 봤을 때에는 이런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유능한 무용수들과 그들을 지도하는 안무가로서의 잭슨이 갖고 있는 무대 장악력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아무튼 '사망유희'가 있어 이소룡을 추억하는 팬들을 위로하고, '디스 이즈 잇'이 잭슨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된다면 이런 작품들에까지 완성도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담긴 의미만으로도 존재의 가치는 충분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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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드라마가 이렇게 야매로 성형수술한 콧날처럼 무너져 내릴 수도 있군요. 아무개 사극처럼 초반에 제작비를 다 써버리는 바람에 후반에는 종이에 돌을 그려 붙인 성이 나오거나, 30만 대군이 나와야 할 장면에 30명 대군이 소리치며 개싸움을 하던 모 드라마도 아닙니다. '선덕여왕'입니다.

초기의 '선덕여왕'은 미실이라는 새롭고도 강력한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 낸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열연과 함께 2009년 한국 드라마의 빛으로 떠올랐습니다. 명대사와 명장면이 이어졌고, 몇몇 캐릭터가 좀 삐끗했지만 다양한 화랑 군상들이 나타나면서 위기를 탈출해냈습니다.

하지만 '미실의 난' 이후로 드라마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무슨 얘기를 감춰놓고 있는 것인지, 당초 48회에서 최후를 맞았어야 할 미실이 50회까지 살아가게 되는 바람에 줄거리를 질질 끌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인지, 스토리도 요령부득이고 등장인물들 중 납득이 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주인공 덕만공주는 과연 지금 몇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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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실의 난'이라는 것이 역사에 기록된 바 없는 사건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선덕여왕' 제작진이 생각하는 '미실의 난'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칠숙-석품의 난'을 모태로 한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극중의 '현재'는 서기 631년이어야 합니다. 바로 진평왕 53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드라마 속의 온갖 정황이 모두 엉망으로 꼬여 시간을 알아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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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몇가지 사건들을 실제 시간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579년 진평왕 즉위

595년(진평왕 17년) 김유신 출생

604년(진평왕 26년) 김춘추 출생

611년(진평왕 33년) 진평왕, 수나라에 재차 원병 요청

618년(진평왕 40년) 당 건국

621년(진평왕 43년) 당에 사신 보낸 첫 기록

626년(진평왕 48년) 당 태종 이세민 즉위

631년(진평왕 53년) 칠숙,석품의 난

632년(진평왕 54년) 진평왕 사망, 선덕여왕 즉위


일단 월요일 방송에서 미생은 당나라 사신이 온 데 대해 "당나라는 건국한지 10년도 안 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의 건국은 618년입니다. 그럼 이 해로부터 13년 전이군요. 뭐 이 정도는 미생의 착각이라고 치고 넘어갑시다. (앞으로 나올 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자, '선덕여왕'에 따르면 춘추는 신라로 귀환할 때 수나라로부터 귀환했습니다. 최대한 늦게 잡아 춘추가 618년에 망하기 직전의 수나라를 멋지게 탈출한 것으로 칩시다. 그렇다 해도 춘추가 귀국한 때부터 현재까지는 역시 1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신기하군요. 드라마상으로는 몇달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여기에 소화는 죽어가면서 칠숙에게 "30년 동안 돌고 돌아 결국 우리의 운명이..."라며 쌍팔년도 영화에 자주 나오던 "할말 다 하고 죽기" 신공을 펼칩니다. 소화가 칠숙의 추적을 받은 것은 바로 덕만과 천명이 태어나던 그날 밤 부터입니다.

이걸 보면 덕만은 30세 정도란 얘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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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선덕여왕' 제작진은 덕만과 천명의 출생을 진평왕 원년으로 잡아 놓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깁니다. 마야부인이 임신한 상태에서 진평왕이 왕위에 올랐기 때문이죠.

여기서 집필진의 혼란이 시작됩니다. 진평왕의 출생이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서기 579년 왕위에 올라 632년 숨을 거뒀다는 것은 역사에 기록돼 있습니다. 만으로 53년, 햇수로 54년을 재위한 초장수 왕이었던 것이죠.

이건 확실한 모순입니다. 소화의 말을 따라 소화와 칠숙이 쫓고 쫓긴지 30년 정도 되는 해라면 '현재'는 진평왕 31년 전후, 서기 609년의 언저리여야 합니다. 그러자니 여러가지로 말이 안 됩니다. 우선 이 시기는 아직도 중국을 수나라가 다스리고 있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춘추공은 604년생이므로 젖먹이는 아니지만 세발자전거나 타고 다닐 나이입니다. 595년생인 유신낭 역시 14세, 지금처럼 분전하기에는 좀 어린 나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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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칠숙의 난'에 초점을 맞춰 다시 631년으로 돌아가 보면 이것 역시 골치아파집니다. 춘추는 27세, 좀 징그럽긴 하지만 엄청난 동안이라고 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나이입니다. 칠숙과 소화가 처음 쫓고 쫓길 때 스무살 안팎이었다고 하더라도 70세가 넘은 노인들이어야 합니다. 워낙 고령이라서 "쫓고 쫓긴지 54년"이라고 해야 할 것을 착각해 "30년"이라고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 그러고 나면 덕만은 몇살일까요. 이미 작가들이 '덕만의 출생=진평왕이 즉위한 그 해'라고 못박아 놓았기 때문에, 631년 칠숙의 난 현재 덕만공주의 나이는 53-54세 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미실이 늙지 않는다고 무슨 신공을 익힌 게 아니냐고 말하지만, 이쪽도 만만찮습니다. 50대의 덕만이 36세의 유신과 함께 도망치자며 징징 울어대고, 젊은 화랑들 못잖게 산야를 뛰어다닙니다. 대단한 신공입니다. 역시 미실의 적수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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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소화가 죽어가면서 "쫓고 쫓긴지 30년..."이라고 한 걸 보면 작가들은 시청자들이 그냥 천명(당연히 덕만과 동갑)이 15세 정도에 아들 춘추를 낳고, 그 춘추가 지금 15세 정도가 되었다는 설정을 따라와 주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초반에 진평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마야부인이 쌍둥이를 임신한 걸로 묘사했던 걸 시청자들이 그냥 다 잊어주길 바랐던 것이겠죠. 아니면 아무도 대체 진평왕이 왕위에 몇년이나 있었는지를 궁금해 하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 반복해서 말하게 되지만, '선덕여왕' 작가들은 이미 마야부인이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주인공 덕만공주가 선덕여왕이 되기까지는 53년이 걸린다는 것을 슬쩍 잊어버린 듯 합니다. 그리고 칠숙과 석품의 난이 진평왕이 죽기 1년 전에 일어난다는 것 역시 슬쩍 무시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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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가지고 노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퀜틴 타란티노처럼 아예 "자, 한판 놀아 볼까?"하고 시작하고 대체우주를 설정했다면 그건 그냥 그렇게 봐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름 정통 사극을 표방했다면 최소한 인물들의 나이 정도는 맞춰 놓고 극을 구성했어야죠.

당나라 사신에게 당당하게 맞받아치는 미실의 모습을 보고 몇몇 시청자들은 환호할 지 모르지만, 그런 인기전술을 쓰는 사이 드라마 '선덕여왕'의 품질에는 수정하기 힘든 금이 갔습니다. '미실의 난'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 모르지만, 그리고 40%대의 시청률도 그대로 유지되긴 하겠지만, '얼렁뚱땅 사극'이라는 오명은 피하기 힘들 듯 합니다.




P.S. /몰아서/ '드라마는 다큐가 아니다' 라는 분들께:

드라마는 다큐가 아니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흑백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드라마에는 전적인 창작의 자유가 있고, 다큐에는 사실을 그대로만 전달하는 의무가 있다는 식으로 기계적인 구분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든 '허용되는 정도'라는 것이 있는 법이죠. 그리고 이 글은 '선덕여왕'이 그 도를 넘어섰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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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점잖게 '방문자 수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를 표방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런 얘기 하는게 경박해 보이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아예 카운터를 떼 버리고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기념 포스팅을 해 두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맘에 안 드시더라도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옛날집(blog.joins.com/fivecard)에서 블로그를 시작한게 2006 년 5월, 새 집을 지은게 지난해 5월, 이사온게 7월... 그리고도 어찌나 세월이 빠른지 지난 3월에 새 집에서 천만을 맞았고, 이번에 2000만을 기록했습니다. 옛날 집도 800만대에서 버려뒀는데 그래도 손님들이 찾아와서 930만대까지 카운터가 올라갔습니다. 내년이면 그쪽 집도 천만 정도 손님을 기록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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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하면서 참 많은 걸 얻었습니다.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읽히는지를 지금처럼 직접적인 피드백을 통해 안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반응을 알 수 있다는 것이지 그 전보다 잘 이해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해를 구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냥 소통 자체가 즐겁습니다. 악플도 무시하거나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동안 들러 주신 분들, 매일 격려해주시는 분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별로 좋지 않은 뜻으로 들르신 분들에게도 당연히 감사를 드려야겠죠. '글이 너무 짜증나서' rss 해지하신 분들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글을 읽으실 때 맘에 드시면 추천 한방이나 ....(이 부분은 알아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그냥 넘어가기 뭐해서 이번에는 2000만 돌파 기념 퀴즈를 마련했습니다.

요령은 전과 동입니다. 혹시 요령을 모르시는 분이 있다면 - 모든 문제의 힌트는 그냥 2000만입니다(2000은 없습니다). 해당 사진이 2000만이라는 숫자와 관련이 있는지를 맞추셔야 합니다. 물론 상식으로 풀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구글과 친해지셔야 풀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는 분들은 예전 퀴즈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blog.joins.com/fivecard/9440027

http://blog.joins.com/fivecard/9167565

http://blog.joins.com/fivecard/9637461

그럼 문제 나갑니다.


1. 첫 문제는 워밍업입니다. 물론 2000년산이라는게 답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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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에서 무통 로칠드 2000 5리터 세트를 2000만원에 내놨었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9&aid=0001938886&


2. 두번째 문제도 (전에 비해)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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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 Million Miles To Earth(1957)'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레이 해리하우젠의 손길이 담긴 작품입니다.



3. 이건 아예 아무 것도 안 찾아보고 바로 답을 대실 분도 있을 듯. 근사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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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에 의해 희생된 러시아인의 수는 흔히 2000만으로 불립니다.


4. 심심풀이 문제. 물론 진짜 정확한 숫자인지는 알 길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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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파란 가재가 나올 가능성은 2000만분의 1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중국 사이트에 나온 거라서...^^
http://china.naeil.com/news/news_view.asp?nnum=15937



5. 이것도 굳이 얘기하자면 상식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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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m를 처음 정했을 때 쓰이던 1m 원기(prototype)입니다.
1m는 자오선의 길이의 2000만분의 1을 기준으로 정해진 것입니다.




6.  저도 몰랐는데 아직도 이 술이 생산돼 팔리고 있다는군요. 가게에선 보기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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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큐는 이제는 일반 소매보단 가짜 양주 원료로 흔히 쓰입니다.
가짜 양주 제조장을 신고하면 포상금은 2000만원.




7. 뭐 쉽다면 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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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20 Million Is Always the Hardest(2002)
아담 가르시아 주연 영화.



8. 복합적인 사고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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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공 민영환 묘소입니다.
충정공이 남긴 유서에는 '대한 이천만 동포에게 남기는 글'이란 제목이 붙었죠.




9. 물론 상식으로 이런 걸 아실 분은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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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은하단은 머리털자리 은하단으로 지름이 2000만광년 가량 된다..고 합니다.
http://www.encyber.com/search_w/ctdetail.php?masterno=249023&contentno=249023



10. 남자 쪽은 얼마나 유명한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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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람은 조각가 마크 퀸. 그가 만든 케이트 모스의 황금 조상 가격이 2000만달러. 제작비만 300만달러 들었다는군요. 그래도 7배 장사.
http://thefuturists.wordpress.com/2008/10/08/gold-kate-moss-sta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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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퀴즈 이벤트를 마감합니다.

정답자에게는 상품을 보내드리도록하겠습니다.

머리를 싸매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가장 빨리 맞추신 분에게는.. 뭔가 소정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단, 해외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당첨자는 다른 조건 없이, 이 블로그의 댓글로 가장 빨리 올려주시는 분으로 하겠습니다. 열 문제 모두 정답이라고 확신하시고, 상품에 사심이 있는 분은 정답을 응모하시고 그 아래에 '비밀댓글'로 주소를 써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블로그를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처음부터 주소를 안 쓰셔도 됩니다. 정답이 인정되면, 그때 비밀댓글로 주소를 주셔도 될 듯 합니다. 물론 문제부터 풀어 보시고.

P.S. 모든 문제에는 '인정 정답'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생각했던 답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일리가 있고 수준있는 답이라고 인정되면 정답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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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2번'이라는 말은 드라마 관계자들이 흔히 쓰는 말입니다. 언젠가부터 한국 드라마에서는 남-녀 각 2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이 기본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가끔 남자 투톱, 여자 투톱의 드라마 같은 변형이 있지만, 현재 만들어지는 드라마의 80% 이상은 이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 구도에서 '진짜 주인공'은 각각 '남자1번'과 '여자1번'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남자2번'과 '여자2번'은 주연급이면서 각각 남자1번과 여자1번의 삼각관계 파트너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전형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재벌가의 반항적인 후계자(남자1번)와 가난한 집 출신이지만 당찬 또순이(여자1번)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라면 여자 2번은 역시 유력가의 딸이며 남자1번의 약혼자로, 남자2번은 어린시절부터 여자2번을 지켜봐 온 동네 오빠라는 식으로 구도가 짜여지곤 했죠.

어떤 경우든 '2번이 1번의 영역을 넘볼수는 없다'는 것 역시 드라마 업계의 상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두 편의 대박 드라마에서 모두 2번이 1번을 누르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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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현정의 미실이 일반적인 의미에서 여자2번 캐릭터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당초 미실의 비중이 통상적인 여자2번에 머물러 있었다면 고현정 같은 빅 스타가 캐스팅에 응했을 리도 없죠.

하지만 드라마의 제목이 '악녀 미실'이 아니라 '선덕여왕'인 이상, 어쨌든 이 드라마를 끌고 나갈 책임은 덕만공주-선덕여왕의 몫입니다. 드라마의 전반을 미실이 이끈 것도 사실이지만 전편을 꿰뚫어 볼 때 이 드라마는 누가 봐도 덕만의 드라마입니다. 덕만이란 인물의 일생을 통해 작가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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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그 과정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더욱 선명해지게 하는 역할일 뿐, 그 스스로 이야기의 방향을 돌릴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강렬하고 선명하다 해도 그 선명함은 덕만의 보색처럼 덕만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선명하게 그려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당초의 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선덕여왕'은 과연 '선덕여왕'인지, '악녀 미실'인지 보는 사람이 혼동할 때도 있습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연기 역량이 원인입니다. 고현정의 호연 때문에 미실은 잠시라도 2선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이러다 보면 제작진도 당초의 의도를 망각(?)하고 미실이 드라마를 이끌어가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실은 곧 퇴장해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덕만에게도 기회가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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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 드라마의 축은 이병헌-김태희이고, 지금도 제작진은 이 커플을 고수하려 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우려대로 이 커플은 제작진이 처음 기대했던 위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이 드라마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이 선화 역의 김소연입니다. 어찌 보면 그동안 미모나 연기력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받아온 김소연이 이제서야 개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뒤지는 김태희가 김소연이 빛을 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물론 김태희가 빛을 내지 못하는 것이 김태희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맞는 말이긴 합니다. 대본 단계에서 캐릭터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연출진이 김태희의 능력을 온전하게 뽑아내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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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똑같은 요소가 김소연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됩니다. 바로 위 사진 같은 부분이 애매하게 배우만 욕먹게 하는 연출의 좋은 예입니다. 김소연이 사격 때에는 개머리판을 어깨에 밀착해야 한다는 걸-무슨 말인지 모르는 분은 옆의 남자 배우와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어떻게 알겠습니까.

게다가 김태희 캐릭터 못잖게 김소연의 캐릭터도 보다 보면 어지럽습니다. 갑자기 이병헌에게 사로잡혀 이병헌을 좋아하게된 이후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연기력, 혹은 배우의 능력이 드러나는 것은 이런 부분입니다. 좋은 배우에게는 아무리 얼토당토 않은 캐릭터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어쩐지 그럴듯 한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힘이 있는 법입니다. 반면 애당초 약점이 있는 캐릭터라면, 신통찮은 배우일수록 그 약점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네. 보는 이로 하여금 '대체 쟤 저기서 뭐하니?'라는 평이 나오게 하는 연기죠.

그런 면에서 김소연은 확실히 이번 '아이리스'에서 전자 쪽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눈빛이나 숨결, 목소리, 신체의 모든 요소들이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김소연이 아무리 이 드라마에서 여자2번의 역할을 120% 소화한다 해도 결말이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끝나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때에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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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1번급의 배우인데 2번의 역할을 맡아 1번의 임무를 수행한 고현정과 최근 줄곧 2번의 역할을 맡으며 에너지를 비축하다가 이번에 1번을 압도하는 2번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킨 김소연의 입장은 매우 다릅니다. 따라서 한 방에 이 둘을 묶어 얘기하는 건 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당겨 봤습니다. 이런 글들이 혹시라도 현재 2번들에게 다소간 밀리고 있는 1번들에게 자극이 되어 불꽃튀는 1번과 2번의 연기 대결이 펼쳐진다면 그건 시청자들에겐 매우 좋은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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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작품성 있는 영화'라고 칭찬받는 작품들을 '영화제용 영화'라며 아예 취급을 안 하던 마나님이 "'파주' 언제 개봉하지? '파주' 좀 보러 가자"고 할 때부터 '아, 이 영화가 한 건 했나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주'에 대한 평 중에는 좀 유치하다 싶은 '아름다운 불륜' 류의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형부와 처제라는 '공식 불장난 우려 관계'를 바탕으로 진짜 인생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 한 편이 만들어졌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박찬옥 감독이 사람의 내면을 파고 들 때 '확 깨게 만드는' 솜씨는 이미 '질투는 나의 힘'에서 익히 본 바가 있었습니다만,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는 서우의 영화입니다. '미쓰 홍당무'에 이어 이 배우에게 두번째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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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도시로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파주. 3년 전 '대학 입학금을 들고 인도로 날아갔던' 은모(서우)가 갑자기 나타납니다. 형부 중식(이선균)을 다시 만나지만 둘 사이에는 편안하지 않은 긴장이 흐릅니다.

8년 전, 중식은 구속된 운동권 선배의 집에 은신하고 있다가 선배의 아내이자 자신의 첫사랑인 자영(김보경)과 불륜에 이르게 되지만 산 같은 죄책감만 안은 채 서울을 떠나 파주로 도피합니다. 거기서 공부방을 운영하다 반 아이들 중 하나인 은모의 언니, 은수(서이영)와 결혼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짜여진 세 사람의 가족의 행로는 순탄치 않습니다. 은모의 가출과 은수의 죽음, 그리고 형부와 처제가 함께 사는 삶. 그런 곡절을 안고 돌아온 은모는 언니가 죽은 이유를 궁금해 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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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속에서 설악산을 오른 적이 있습니다. 오른쪽 등산로 밖으로 난 길 아래가 천길 낭떠러지일지도 모른다는 스릴도 짜릿했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슬며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웃 봉우리를 보면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천년 전쯤으로 와 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파주'는 짙은 안개 속에서 은모가 파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안개 속'은 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살을 맞대고 살아도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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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는 DIY 영화입니다. 완성품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민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됩니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대체 왜 중식은 저기서 혼자 술을 마시는 걸까. 대체 왜 은모는 사과는 안 하고 엉뚱하게 저 말을 하는 걸까. 그리고 많은 관객들이 '생뚱맞다'고 하는 중식의 '고백(?)'은 왜 나오는 걸까.

얼마 전 '선덕여왕'을 보다가 '대체 저 캐릭터들은 자신에게 카메라가 오지 않을 때에는 서로 대화도 안 하는 거냐'고 한탄한 적이 있습니다. 극이 실제 인물들의 삶을 비쳐주는 거라면, 모든 캐릭터는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삽니다. 극은 그중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돌아다니면서 비추죠. 즉 모든 캐릭터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때에도 뭔가 행동하고, 생각하고, 시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선덕여왕'의 캐릭터들은 카메라 앞에서만 모든 의미있는 행동을 하고, 카메라 밖에서는 관 속으로 들어가 누워 있는 듯 할 때가 있습니다. 카메라가 비치지 않을 때에는 전원이 꺼진 인형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죠.

하지만 '파주'의 등장인물들은 카메라의 프레임 밖에서 너무 많은 일들을 합니다. 그래서 카메라에 비치지 않은 부분은 관객이 추측하고, 영화의 빈 자리를 관객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메꿔야 합니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질색을 할 수도 있습니다만, 제대로 따라 간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이야기'가 수백 페이지 분량의 텍스트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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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귀찮은 관객에게 이 영화는 생뚱맞음의 연속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는 작업 자체가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을 뚫고 들어가는 모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던 날라리가 어느날 갑자기 종교철학이니 사회복지학이니 하는게 어처구니없다'고 하기도 하고, 이 영화에 나오는 몇몇 장면들이 '너무 뜬금없어서 어처구니 없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런 관객들에게 '파주'의 뜬금없음과, 재벌집 아들인 남자 주인공이 가난한 집 출신의 여주인공에게 따귀 몇대 맞고 '날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 하면서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식의 '뜬금없음'은 전혀 다르다는 걸 이해하길 바라는 게 무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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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공은 배우들에게 돌려야 할 듯 합니다. 어찌 보면 운명(?)에 질질 끌려 다니는 비운의 남자 주인공 역을 이선균이 연기하지 않았더라면, 이만한 반향을 일으키는 건 쉽지 않았을 듯 합니다. 아내 역의 심이영과 평생의 로망인 선배 역의 김보경(무슨 특별출연이 이렇게 비중이 크단 말입니까^^) 역시 기대 이상의 호연입니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힘은 서우에게서 나옵니다.

서우가 연기한 은모는 그 자체로 불가해한 캐릭터입니다. 흔히 기성세대가 10대들을 보고 "대체 요즘 너희 세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니?"라고 말할 때, 이 말은 그저 '한심하다'는 뜻을 넘어 '정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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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모는 비논리와 즉흥성, 즉물성의 상징 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생각과 행동이 흔히 엇나가기 마련인 사춘기의 방황과 속단이 숨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성의 눈으로 볼 때에는 외계인처럼 보이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를 서우가 연기하면서, 관객들은 '그래. 저런 캐릭터가 실제로도 있었지', 혹은 '나도 저런 때가 있었어'라고 납득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불가해한 캐릭터를 납득이 가게 만드는 힘, 아마 이런게 배우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서의 서우는 어딘가 '와호장룡'에서의 장자이를 연상시키게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연기를 만들어 낸 것이 배우 혼자만의 힘일 리는 없습니다. 박찬옥 감독의 디렉션이 서우와 맞아 떨어진 결과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서우의 앞날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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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들의 투쟁 장면과, 중식이 운동권 출신의 활동가라는 점이 이 영화를 짐짓 오해하게 만들 여지가 있지만 정작 이 영화의 고갱이와는 별 상관 없는 부분들입니다.

플롯상에는 몇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그리고 이런 부분은 제가 평소 엄청나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주'의 울림은 영화를 본 다음날까지 지속됩니다. 겉으로 잔잔하게 보이는 수면 속에서 엄청난 격랑이 일고 있는 광경을 감지해 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파주'는 절대 심심한 영화가 아닙니다. 어쩌면 올해 최고의 영화들 중 하나가 될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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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늦은 밤이었지만 객석은 꽤 많이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오는 관객들 중 상당수가 '낚였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위 화보를 비롯해 '안된다고 하니까 더 갖고 싶어졌다'류의 홍보 문구를 생각하면 그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네. 형부와 처제의 짜릿하고 자극적인 불륜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그냥 집에서 비슷한 제목의 야동을 보시는게 나을 듯 합니다.

P.S.2. 은모가 중식에게 '대체 왜 이런 일을 하는거에요. 어떤 의미에요?'라고 물을 때 중식은 '젊었을 땐 ....했고, 지금은 잘 모르겠어. 계속 일이 생겨'라고 대답합니다. 중식은 영화 속에서 66년생. 박 감독은 68년생입니다. 말하자면 '불혹에 맞은 미혹'인 셈입니다. 문득 80년대생 젊은이들이 이 영화의 함의를 모두 읽어내길 기대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화끈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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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세 사람의 대통령이 나옵니다. 평생을 민주화에 힘쓴 고령의 김정호 대통령(이순재), 정치인 2세인 젊은 엘리트 출신 차지욱 대통령(장동건), 그리고 대법원 판사와 법무장관을 역임한 한경자 대통령(고두심)까지 세 사람입니다.

세 사람 모두 모델이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합니다만(굳이 말하자면 세번째 대통령의 모델 선정은 너무 노골적입니다), 아예 생각 않는게 보기에 편합니다. 주된 평가는 잔잔하고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인데, 정치 드라마건 로맨틱 코미디건 드라마의 강도는 매우 약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아주 옅은 커피라서 숭늉인지 커피인지 잘 분간이 안 가는데 어쨌든 커피라니까 커피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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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 대통령 모두 개인적인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노년의 김대통령은 이미 잘 알려진대로 244억원짜리 로또에 당첨되면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아직 젊은 홀아비 차대통령은 연애 문제와 장기 이식 문제로 갈등에 빠집니다. 마지막으로 성공한 여성 한대통령은 자신에 비해 영 수준이 떨어지고 사고뭉치인 남편이 고민거리입니다.

2. 또 세 대통령은 동시에, 우리 사회가 봉착하고 있는 세 가지 문제 해결을 놓고 고민합니다. 김대통령은 과거사 청산과 갈등 해결, 차대통령은 대일-대북관계, 한대통령은 땅값과 부동산 투기 해결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의 구조는 장진 감독의 작품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1은 코미디적인 장치와 구성을 말하고, 2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작가로서 감독의 목소리입니다. 1을 위주로 한 즐거운 코미디인가 하고 있으면 어느새 등장인물들은 2를 얘기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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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은 1 만을 갖고 깜빡 넘어가게 웃기는 영화를 그리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경우든 2를 추가하는 것이 그의 취향이자 전략이죠. 이 전략엔 장점이 있습니다. 1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2는 영화가 지나치게 싸구려(?)로 보이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때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의 영화를 볼 때 진짜 원하는 것은 1인데도, 자신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만족하는 것은 2 때문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합니다. 이런 관객들의 다소 이율배반적인 속내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장진 감독은 순수하게 1로만 구성된 작품을 내놓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의 영화에서 2는 1이 확 살아나는데 방해로 작용하곤 합니다. 그가 직접 감독을 맡지 않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는 1과 2의 비율이 잘 어우러졌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2가 1을 짓누르고 일어서곤 합니다. 아, 물론 2가 자취를 감췄던 '아는 여자'가 호평을 받은 것도 우연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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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도 2는 자꾸 1을 위태롭게 합니다. 세 개의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이순재가 대통령을 연기하는 첫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이순재라는 탁월한 연기자의 능력 덕분에 2의 딱딱함이 잘 감싸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리 유연한 연기자가 아닌 장동건에게 공이 넘어오면 더 이상 영화는 매끄럽게 굴러가지 못합니다. 장동건에게 맡겨진 2는 지나치게 딱딱해서, 그 속을 파내고 1을 넣을 자리를 만들기가 힘들어집니다. 그저 길을 이탈하지 않고 계속 굴러가는 게 다행으로 여겨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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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동건이 자기 하나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배우는 아닙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영화에서는 최악의 파트너를 만났습니다. 신은 한채영에게 눈부신 미모와 세계 굴지의 S라인을 내려줬지만 안타깝게도 연기력까지 주지는 않았죠. 긴장을 풀어 줄 둘 사이의 관계에서는 아무런 화학적 반응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흔히 어떤 연기자들을 보고 "제발 국어 책좀 그만 읽으라"고 불평을 하곤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조차도 아쉽습니다. 국어책을 또박또박 읽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의 한경자 대통령은 가장 불리한 입장에 놓였습니다. 누가 봐도 2는 분명한데, 이 경우에는 1도 2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사안은 분명 코미디의 재료가 되어야 할텐데 한대통령의 경우에는 1이 되어야 할 것이 '사회 안에서 성공한 여성이 겪어야 할, 내조와 외조의 문제'라는 2가 돼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미디는 사라지고,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관객은 시계를 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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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이 영화는 '잔잔하긴 하지만 그냥 볼만한 영화'라는 정도의 평은 얻을 만 합니다. 그런데 실제 본 사람들의 평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살짝 실망 쪽으로 기우는 건 왜일까요. 그건 이 영화를 보러 간 관객의 대략 2/3 정도는 '대통령 장동건의 가슴뛰는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즉, 홍보단계에서 이 영화는 마이클 더글러스의 '대통령의 연인'이나 '러브 액추얼리'에서 영국 총리 휴 그랜트의 구애 스토리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영화인 양 포장됐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영화에서 그런 걸 기대할 수는 없더군요.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장동건과 한채영 사이에선 사실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갑돌이와 갑순이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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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아무리 첫번째 에피소드가 설득력이 있어도 뭔가 성공을 기대하긴 힘들어집니다. 그렇다고 영화에 뚜렷하게 나쁘게 볼만한 대목이 없기 때문에 굳이 악평을 들을 일도 없습니다. 어쨌든 '착하디 착한 영화'인 건 분명합니다.

발을 구르며 '야, 이거 정말 재미있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이 영화는 살짝 부족합니다. 대다수 관객들의 평이 '너무 밋밋하지 않아?'와 '장동건 잘생겼더라' 사이에서 맴도는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장동건이 나온 '박중훈 쇼'도 재미있게 보신 분이 있었을테니 이렇게 잘라 말하는 건 좀 무리일 수도 있겠군요. 그냥 '절반은 성공'이라고 하는게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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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최근 현대가 대통령전용차를 납품하기 전까지 한국 대통령은 벤츠 방탄차를 써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BMW가 등장하더군요. 이것도 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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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입니다. 어찌 어찌 하다가 모델 대회 심사를 하게 됐습니다.

S맥주의 모델 콘테스트였는데 이게 제가 일하는 회사와 관련된 행사다 보니... 싼맛에 불려 나가게 된 겁니다. 본래 이런 행사의 심사위원들은 많건 적건 심사료는 받는게 보통인데, 마케팅팀의 이규철 팀장은 "점심은 드릴게요" 한마디 해놓고 시치미를 뚝 떼더군요.

뭐 그런데 이런 장소는 한번쯤 가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평소 이런 행사의 결과(?)로 배출되는 친구들을 보고 "도대체 왜 저런 친구들을 뽑는 거지?"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고(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해 보셨을 걸로 압니다), 정말 현장에서 보면 성형미인과 자연미인을 척 보고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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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인 호텔의 무대. 그리고 아래쪽은 이 행사의 포스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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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은 당연히 작년에 같은 대회를 통해 선발된 인물이죠. 소개는 아래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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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홈페이지입니다.
www.s-beer.com으로 들어가면 있습니다. 아직 행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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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런 사진을 한번 찍어 보고 싶었습니다. 얼굴이 드러나면 불쾌해 할까봐 다리만 찍었습니다. 뭐 제가 무슨 발 페티쉬 같은게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이하의 사진들은 하이트맥주 측에서 제공된 겁니다. 심사하다 말고 이렇게 사진 찍고 돌아다니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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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가 만나 본 모델 지망생은 약 30명. 이렇게 4인 1조로 밖에 대기하고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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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심사를 하게 됩니다. 1차 심사는 흰 탱크탑과 핫팬츠로 복장 제한을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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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은 모두 여섯명이었습니다. 본사 직원, 모델관련사 대표, 다이어트 업계 대표, 드라마 제작사 대표, 영화감독, 그리고 저더군요. 제 등짝도 만만찮게 우람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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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친구들은 어디서 본 듯도 하더군요. 얼굴을 다 소개드렸으면 좋겠지만, 혹시 꺼려할 친구들도 있을 듯 해서 이렇게 어느 정도 활동한 친구들 둘만 골랐습니다.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저의 심사 방향이나 전체 심사 결과와는 아무 상관 없이, 그냥 어떤 친구들이 왔는지 보여드리기 위해 선택한 인물들입니다. 이 친구들이 어떤 식으로든 선발 결과와 무슨 관련(내정?)이 있을 거라는 오해는 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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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심사는 자유복입니다. 여기에는 개인기 테스트가 포함돼 있더군요. 춤과 노래가 대표적이고 춤 가운데서도 재즈댄스나 발레 등 특이한 쪽으로 재주를 보여주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개그'는 없더군요.

제공받은 사진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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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좁다며 바닥까지 내려와 춤추는 친구의 발을 찍어 봤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 발 페티쉬 아닙니다. ;;

행사에 가본 소감으로 가장 먼저 드는 것은 참 뭐랄까... 포토샵 기술이 너무 많은 폐해를 끼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이번 행사에 지원한 사람은 무려 1500여명. 그 인원을 모두 만나볼 수는 없고 당연히 사진 심사를 통해 30명을 골랐는데, 사진만큼 실물이 뒷받침되는 사람은 10명 내외였습니다.

바로 앞에 실물이 있어도 이 사진이 대체 누구 사진인지를 알아볼 수가 없다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절세미인이 아닌 친구들이 없다는 게 놀라웠지만 역시 실물은 절대 그렇지 않았고, 간혹 개중에는 사기죄로 사법처리를 해야 하는게 아닐까 할 정도도 있더군요. (이러다 보면 포샵 안 쓰고 진짜 사진으로 승부하다가 억울하게 떨어진 피해자도 꽤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이런 선발대회에서는 '적극적인 친구가 예쁘게 보인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이건, 경력이 있건,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들이 역시 매력적이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자질의 차이를 자신감이 극복할 수는 없겠죠. 아무리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갖고 있다 해도 자신감만으로 100m를 9초대에 뛸 수는 없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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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모델 심사'였긴 했지만 전문적인 패션 모델 선발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이름을 알려 연예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친구들이라고 생각하면, 참 이쪽 일을 원하는 친구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도 새삼 들었습니다. 뭣보다 용모는 몰라도 몸매들, 특히 다리 길이는 정말 훌륭하더군요. 1500명에서 30명으로 추린 친구들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제가 자랄 때와 비교해 볼 때 품종 개량은 확실히 이뤄진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 대회를 하고 나면 '내가 떨어진 건 뭔가 음모가 있기 때문이야. 다들 인맥과 빽으로 미리 작업을 해 놔서 합격자는 내정돼 있었을 거라고!'라고 생각하거나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어떻게 나를 보여주라는거야? 조금 더 시간이 주어졌어야 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항상 있습니다.

좀 더 나이먹은 사람으로서 충고하자면, 늘 그런 태도 - 항상 잘못은 내게 있는게 아니라 내 밖에 있다 - 를 갖고 있는 한, 주어질 기회라는 건 영원히 없을 거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어떤 경쟁이든 내가 탈락했다면, 과연 내게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를 냉정하게 분석해 보고, 문제점을 정정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변하지 않고 세상의 기준이 변해 주기를 바라는 건 경쟁에 참여하는 사람의 태도로는 최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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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포스터의 주인공이자 지난해 1등인 김은선 양입니다. 지난해 '연예가중계' 리포터로도 출연했고 SAT라는 이름으로 가수로도 활약했습니다. 최근에도 MNET의 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는군요.

부디 2009년 선발된 모델도 훌륭하게 성장하길 바라겠습니다.

음... 뭔가 마무리 코멘트가 생각나지 않는군요. (그냥) 앞으로도 S맥주를 애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화끈한 추천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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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주만 제한 상영된다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This is it)'을 첫날 보고 왔습니다. 2주라도 시간이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도저히 궁금해서 첫날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디스 이즈 잇'은 잭슨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기획하고 있던 공연의 이름이자, 그가 준비하고 있던 신곡의 제목입니다. 그리고 영화 '디스 이즈 잇'은 그가 준비하던 공연의 리허설 광경, 아주 짧은 인터뷰 등으로 구성된 그의 생애 마지막 날들을 담은 작품입니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그를 성형수술과 메이크업, 친자 여부와 사소한 스캔들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디스 이즈 잇'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대중의 관심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가운데서도 그는 결코 멈춰 서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를 잘 아는 분들이라면 '디스 이즈 잇'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과연 그는 그의 생애 마지막 공연(그의 죽음 이전에 이미 그는 이번 공연이 자신의 '은퇴 공연'이라고 공언했죠)을 어떻게 준비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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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잇'의 부제는 '마치 당신이 그를 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처럼((Like you've never seen him before)'입니다. 이 말은 그만치 '디스 이즈 잇'이 우리가 사전에 본 그의 공연과는 다른 공연이라는 것을 가리켜주고 있습니다.

일단 '디스 이즈 잇'의 예고편부터.



잭슨이 오프닝으로 애용하는 'Wanna be startin somethin'에서 잭슨의 장례식 때 엔딩 곡으로 사용된 'Man in the Mirror'까지 14곡의 음악이 등장하고, 각각의 노래들을 잭슨이 마지막 무대에서 어떻게 활용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영화 '디스 이즈 잇'의 내용입니다. 유일한 신곡, 'This is it'은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 배경 음악으로 사용됩니다.

14곡의 노래들 중 그 전까지 그닥 사용되지 않았던 노래들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모두 MJ의 정수를 고른 히트곡들입니다. 귀에 익을 대로 익은 노래들이죠. 하지만 이 노래들을 활용하는 방식은 모두 전과 같지 않습니다. 무대에서 이 노래들을 토대로 보여주는 퍼포먼스 역시 연구를 거듭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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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잭슨 자신에게서도 느껴집니다. 이 영상에서 잭슨은 그리 큰 몸짓을 하지 않습니다. 10년 전처럼 과격한 움직임은 하지 않는 반면, 노래에는 좀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이더군요.

물론 이건 신체 나이와 무관하게 이 영상이 리허설 광경을 촬영한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가 공개되기 전, 잭슨의 가족들은 일제히 이 영화의 공개에 반대했습니다. 특히 누나 라토야 잭슨은 "마이클은 항상 자신이 한 최고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려 했다. 어느 누구도 리허설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춤추지 않는다. 따라서 마이클은 이 영화의 일반 공개를 원치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디스 이즈 잇'을 볼 때 감안해야 할 부분입니다.)

(가족의 반대 가운데에는 "그 영화에 나오는 건 마이클이 아니라 누군가가 연기한 대역일 뿐"이라는 아버지 조 잭슨의 발언도 있었습니다. 영화를 본 느낌에 따르면... 원래 헛소리 잘 하기로 소문난 이 아저씨는 이제 제발 좀 가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잭슨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눈부십니다. 사실 '은퇴 공연'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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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의 연출자이자 마이클 잭슨과 함께 공동 대표였던 케니 오르테가는 영화 '하이 스쿨 뮤지컬'의 감독이자 안무가입니다. 그리고 '디스 이즈 잇'을 보면 그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력자들의 힘은 20세기의 스타 MJ를 어떻게 21세기에 적응시킬까에 대한 많은 연구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를테면 백댄서 10여명으로 만들어 낸 이런 '디지털 백만대군'의 영상 삽입 등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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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잭슨은 공연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노련한 제작자의 모습으로 변신하곤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관객이 이렇게 박수를 칠거야. 그래서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해."

본래 잭슨은 '디스 이즈 잇' 공연을 10회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연장인 런던 O2 아레나는 대략 2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으니 20만 정도의 관객에게 자신의 마지막 퍼포먼스를 보여주려 한 것이죠. 하지만 그 즉시 몰려든 관객의 수요를 보고 진행 측은 공연을 순식간에 50회로 늘렸습니다. 물론 이 50회도 개표 즉시 매진됐죠. 한 도시에서 한 공연으로 100만 관객을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는 얘깁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숫자입니다.

그리고 영상으로 일부분만 볼 수 있었던 '디스 이즈 잇'은 그런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 되었을 거라는 걸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쉽습니다. 아마 케니 오르테가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이 영상을 기를 쓰고 공개하려 한 것은 - 물론 돈 문제도 있겠지만 - 이런 아쉬움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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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스 이즈 잇'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잭슨의 백 보컬이었던 주디스 힐을 꼽게 될 듯 합니다. 힐은 이미 지난번 잭슨의 장례식 때 '힐 더 월드'를 불러 세계인의 주목을 끈 바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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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힐은 영화에서도 'I just can't stop loving you'를 잭슨과 함께 부르는 영예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잭슨은 원곡의 시다 가렛을 비롯해 수많은 여가수들과 이 곡을 불렀지만 힐의 가창은 단연 최고 수준으로 꼽힐 만 하더군요. 특히 이 노래의 끝부분에서 잭슨과 힐이 보여주는 1분 가량의 애들립은 두 보컬의 수준을 가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진짜 가수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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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주만의 제한 상영이란 이 영상을 담은 dvd 등의 상품이 곧 나올 것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극장에 걸어 두면 그냥 관객들이 올(한국은 몰라도 최소한 미국에서는) 이런 자료를 2주만 틀고 폐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될 일이고, 2주간의 제한 상영은 이 영상물의 수익 모델이 극장 공개가 아니라 '영구 보관을 위한 판매' 쪽으로 맞춰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래도 이 영상을 굳이 보실 분들이라면 극장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숨을 죽이며 보는 쪽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노래나 기가 막힌 퍼포먼스가 나올 때마다 하! 하고 탄성을 터뜨리면서 말이죠. 어떤 상영관에서는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도 터져나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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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의 블록버스터 토크쇼 '강심장'이 방송 4주째를 맞았습니다. 대개 새로 시작된 예능 프로그램의 4주째는 적응기 내지는 숙성기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퀸의 'Seven Seas of Rhye'로 시작해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JCST'에서 'Superstar'로 이어지는 오프닝 뮤직도 이제야 귀에 익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강심장'은 이제 딱 네번 방송을 한 프로그램치고는 이례적으로 '이제 보여줄 건 다 보여준게 아닌가'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시작은 정말 장대했습니다. 다른 토크쇼에서 한두명씩 나올 출연진이 무려 20여명이나 쏟아져 나왔고, 이들이 각자 감춰놓은 사연들을 털어놓는 광경은 그럴싸한 볼거리였습니다. 그리고 그게 불과 4회만에, 슬슬 끝을 보인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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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은 왜 조기에 정착할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이유 1번은 '강호동+이승기'라는 슈퍼 MC 조합입니다. 2번은 이런 MC진의 힘에 걸맞는 화려한 게스트 섭외력이었고(물론 1번의 힘이 작용합니다), 3번은 새로운 포맷에 대한 이해가 필요 없는, 아주 단순하고 익숙한 포맷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3번은 왕년의 인기 프로그램 '서세원쇼'에서 '토크 1위'를 바꾸던 방식과 같습니다.

아, 물론 그걸 모르시는 분은 없을 거고, 분명히 말하지만, 이미 사용된 포맷이라고 해서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오래됐다는 것 자체가 나쁠 수는 없습니다. 미국 얘기지만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나 '오프라 윈프리 쇼'가 무슨 대단히 새로운 포맷을 갖고 있어서 오래 가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개그 콘서트'가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대단히 독특한 포맷이 있어서 장수하고 있는 건 결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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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토크'가 너무 얄팍하고 소모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강심장'이 초반에 보여준 '20여명 게스트'의 본질은 이미 드러났습니다. 말하자면 '뒷줄'의 고정(혹은 반 고정) 게스트들은 '앞줄'에 앉은 진짜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가질 뿐, 토크쇼의 게스트로서 결코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들입니다. 케이크의 포장 상자일 뿐이죠. 그 고정(반 고정) 게스트 가운데서도 '붐 아카데미'라는 식으로 자력 구제에 나선 팀도 있지만 어쨌든 그 역할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진짜 '얘기'를 할 사람은 '앞줄'의 6-8명 정도에 국한됩니다. 물론 이 숫자도 '해피투게더'나 '놀러와', '상상더하기'에 비하면 많은 편이죠. 어쨌든 이 숫자가 많고, '뒷줄 멤버' 들에게도 얼마간의 시간이 할애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출연자들은 모두 '편집과의 전쟁'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휘발성 토크'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지금은 '서세원 쇼'가 독주하던 시대가 아닙니다. 온 채널에 비슷한 류의 폭로성 토크 프로그램들이 널려 있죠.

물론 초기처럼 빅뱅이나 2NE1같이 예능 출연이 적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빅 게스트들이 계속 나와 준다면 뒷줄 멤버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생명력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국내의 뻔한 토크쇼 게스트 풀에 비쳐 볼 때 이걸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결국은 몇달 안에 '너 또 나왔니' 성 게스트들이 뒷줄 멤버들과,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자학성 치고 받기로 생명을 유지하게 될 거라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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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작진이 설정한 몇가지 장치가 보입니다. 이를테면 '붐 아카데미'라든가 '솔비-낸시 랭'의 경쟁구도, 그리고 김태훈의 분석 코너 등이 있지만 사실 이런 장치들은 메인인 토크가 살아 줄 때 빛을 발하는 것이지, 그 자체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는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강심장' 특유의 어수선한 포맷은 이른바 빅 게스트들의 기피 요인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강호동이 길 건너편에서 진행하고 있는 '무릎팍 도사'급의 게스트들은 이런 식의 마트 형 토크쇼에 나올 의미를 느끼지 못할 겁니다.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포맷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아래 선에서 좀 더 밀도 있는 얘기를 원하는 게스트들은 '라디오 스타' 정도에서 타협이 이뤄질 겁니다.

얘깃거리가 상대적으로 풍성한 중년 게스트들은 '세바퀴'가 훨씬 편안하게 느껴지겠죠. 반면 '강심장'이 선호하는 아이들 그룹 멤버들은 어쨌든 인생 경험 자체가 얇은 만큼 얘기할 만한 에피소드 역시 곧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박규리처럼 아역때 강호동과 키스를 해 본 건 아니겠죠.

이런 저런 요인들을 둘러보고 나면 '강심장'에 남는 것은 이승기와 윤아의 러브라인 뿐입니다. 매우 강력합니다. 하지만 과연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입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사귀어 준다면 꽤 폭발력이 있겠지만, 설마 그런 자살행위를 하도록 양쪽 회사가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겠죠(혹시 모르겠습니다. 엄청난 프로모션을 위해 아예 작정하고 '둘이 사귀어야 해!'라고 나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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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27일 방송된 '강심장'은 불과 네번 방송된 프로그램답지 않은 익숙함-지루함을 줬습니다. 물론 당장 시청률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또 모든 예능프로그램들은 시간이 가면 질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와 '1박2일'이 한창 최고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관계자들은 누구나 1년 늦게 시작한 '패밀리가 떴다'가 먼저 힘이 빠질 거라고 예상했고, 지금 그 예상이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뭐 '6개월(혹은 1년)이면 충분해. 뽑아 먹을 것 다 뽑아먹었는데 뭘'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면 할 말은 없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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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샤키라 삼고무'라는 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샤키라는 아는데 삼고무가 뭐더라... 하고 보니 샤키라가 방송 출연 때 한국 전통 무용단을 앞세우고 노래를 불렀다는 얘기더군요. 놀라웠습니다.

한국 가수가 미국에 간 것도 아니고, 샤키라 정도의 톱스타가 한국 무용을 자신의 퍼포먼스에 이용하고, 자기의 뮤직비디오에 넣었다는 건 정말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원더걸스가 빌보드 싱글 차트에 들어간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빌보드 싱글 탑10 히트곡을 여러 곡 갖고 있는 샤키라 정도의 스타가 이렇게 한국 문화 홍보(?)에 앞장선 것도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체 그럼 거기 함께 출연한 한국 무용수들은 누굴까요? 또 샤키라는 대체 왜 한국 무용수들을 기용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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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키라 무대의 한국 무용수는 재미 무용가 캐슬린 고


세계적인 팝스타 샤키라의 무대에 한국의 전통 무용 삼고무(三鼓舞)가 등장해 화제다.

최근 샤키라는 NBC TV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ABC TV '댄싱 위드 더 스타즈' 등 미국 지상파 방송의 유명 쇼 프로그램에 잇달아 한국 전통 무용단과 함께 등장해 신곡 '디드 잇 어게인(Did It Again)'의 무대를 꾸몄다. 샤키라와 함께 한복을 차려 입은 무용단이 장고춤과 삼고무를 보여주는 광경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국내 네티즌들에게도 알려졌고, 자연히 이 영상에 등장하는 한국인 무용수들이 누구냐는 궁금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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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결과 이들은 재미 한국무용가 고수희씨(53)의 맏딸 캐슬린 고(21)가 이끄는 단원들이었다. LA에서 고수희 무용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고수희씨는 샤키라와의 협연에 대해 "샤키라가 신곡의 안무를 위해 전 세계의 전통 북 퍼포먼스를 검색하다가 한국의 삼고무를 직접 점찍었다고 들었다. 마침 딸 캐슬린이 다니고 있는 연기학교 관계자가 샤키라의 안무가인 하이햇(Hihat)과 친한 사이여서 우리에게 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캐슬린 고와 고수희 무용단은 이번주 공개될 '디드 잇 어게인' 뮤직비디오에 참여한 것을 비롯, 다음달로 예정된 샤키라의 런던 공연에도 동행할 예정이다.

1981년 도미한 고수희씨는 88년 LA에 고수희 무용연구소를 설립, 한국 전통 문화를 보급해왔다. 고씨는 "이번 샤키라와의 공동 작업을 본 현지인들로부터 '한국 춤이 저렇게 멋진 줄 몰랐다'는 관심어린 인사가 쏟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춤과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출신의 여가수 샤키라는 현재 라틴 음악의 여왕으로 자리하고 있는 월드 스타. 지난 2001년 '휀에버, 웨어레버(Whenever, Wherever)'가 일약 빌보드 싱글 차트 6위까지 오르며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6장의 앨범을 연속으로 빌보드 라틴 차트 1위에 올려 놨다.
송원섭 기자 f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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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가 고수희씨 모녀. 분홍 스카프 한 사람이 고수희씨, 그리고 그 왼쪽이 딸 캐슬린 고입니다. 샤키라와 함께 찍은 사진은 그쪽 입장을 몰라서 공개할 수가 없다더군요.

처음 소니뮤직 측에 "도대체 샤키라와 함께 나온 한국 무용팀이 누구냐"고 물으니 "LA에 있는 고수희 무용단이라는 것 까지는 알아봤는데, 그 뒤로는 연락이 안 됐다"고 하더군요.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전화번호는 있는데 불통. 그런데 알고 보니 무용 연구소가 두 군데더군요. 나머지 한 군데로 연락해 고수희씨와 통화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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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캐슬린 고. 단체사진을 받아서 "대체 누가 캐슬린이냐"고 묻자 고수희씨는 "아유, 당연히 제일 예쁜 애죠"라며 웃습니다. 아, 어머니 마음이 아니라도 물론 미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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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샤키라는 어떻게든 타악기 퍼포먼스를 하나 가져다 쓰고 싶었고, 유명 안무가 하이햇 (Hihat)을 졸라 갖가지 퍼포먼스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다가 한국의 삼고무에서 딱 꽂혔다는 겁니다. '옷이 너무 예쁘다'고 했다는군요. 정해 놓고 샤키라는 자신의 곡과 춤을 국립무용단 등 국내 전통무용단의 유튜브 영상과 맞춰 봤다고 합니다. 샤키라의 안무가 하이햇도 유명하지만 샤키라는 그 자신이 소문난 안무가일 정도로 춤과 퍼포먼스의 전문가이기도 하죠.

그래서 합격점이 나오자 그때부터 미국 내에서 한국 전통 무용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고수희 무용연구소에 연락이 닿은 겁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Did it again'의 뮤직비디오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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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샤키라의 퍼포먼스의 의의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쇼 프로그램에 한국의 전통문화 퍼포먼스가 들어갔다는 데 있습니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줄여서 SNL은 1975년부터 무려 35년째 방송되고 있는 유서깊은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 이름을 대면 미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프로그램이죠. 초대되는 스타도 최고 레벨입니다. 이번 시즌은 지난 9월26일부터 방송이 시작됐는데 메건 폭스, U2, 드루 배리모어, 레이디가가가 나왔습니다. 샤키라와 같은 주에는 제러드 버틀러가 나왔군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또 하나, '댄싱 위드 더 스타즈(DANCING WITH THE STARS)는 현재 전 미국에서 시청률 3,4위권에 드는 쇼입니다. 지난 10월12일 방송분은 10.8%(시청자 수 약 1600만)를 기록했군요. 한국 기준으로 10.8%면 별볼일 없는 숫자지만 워낙 다매체 사회인 미국에선 그 주에 시청률 10%를 넘은 프로그램은 셋 뿐이었습니다.
http://en-us.nielsen.com/rankings/insights/rankings/television

물론 한국의 전통무용이란 설명이 붙어 나간 건 아니지만, 아마 이 퍼포먼스를 계기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 무용을 보게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앞으로는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국 무용에 대해 설명할 때에는 "이봐, SNL(혹은 '댄싱 위드 더 스타즈')에서 샤키라가 춤출 때 뒤에 나오던 유니크한 무용 못봤어? 그게 한국 무용이야"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Shakira - Loba [She Wolf] Mp3 Lyrics Letras mp3 download rint...


샤키라... 이뻐해야겠습니다.

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화끈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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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해피 선데이'의 두 축은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입니다. 후자가 이미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 됐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이 블로그의 포스팅 목록을 보시면 제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는지 충분히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간판은 분명히 '1박2일'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자의 자격'이 만만찮은 포스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박2일'의 앞 시간대에서 최강자는 단연 SBS TV의 '패밀리가 떴다'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패밀리가 떴다'의 힘이 부쩍 빠지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죠. 뒤늦게 투입된 멤버 때문이다, 빠져나간 멤버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문제다 등등 분석이 엇갈리는데 그중 한 요소는 '남자의 자격'의 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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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아 연예인들의 체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남자의 자격'의 포맷이 크게 독특할 것은 없습니다. 초기의 이 프로그램은 사실 큰 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다소 억지스러웠기 때문이죠. 최근 몇해 동안 이경규가 출연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는 이윤석이 있었습니다. 어떤 포맷의 프로그램이든 호통치고 다그치는 이경규와 거기에 벌벌 떠는 심약+신약 이윤석의 구성은 21세기 들어 방송된 '이경규 예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습니다.

그런데 '남자의 자격'은 전형적인 이경규 예능이면서 멤버 구성에 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윤석이 너무 많았던 거죠. 진짜 이윤석은 물론이고 김태원과 김국진도 사실상 '변형 이윤석'이었던 겁니다. 특공대 훈련을 가건, 뭘 하건 '몸' 쓰는 예능에서는 일단 먼저 쓰러지고 보는 멤버가 셋이나 되다 보니 차별화도 없고 지루하기만 한 그저 그런 쇼가 될 위기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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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21세기 예능의 화두는 캐릭터. 오래 되지 않아 촐삭대는 김성민과 시니컬한 할머니 김태원의 캐릭터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김성민은 '환상의 커플'의 얼떨떨한 남편 빌리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가는, 철없는 개구장이 역할로 자신을 부각시키기 시작했죠.

이에 비해 김태원은 대단히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어떤 때에는 세상 이치에 통달한 중년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떤 때에는 철없는 중학생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비호감이지만 어찌 보면 젊은이들이 보기에 '(쎈 척 하지 않는)귀여운 중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가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고 있는 '무기력한 중년 남자'를 대변하는 데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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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재 '남자의 자격'의 세 축은 이경규-김태원-김성민이고 나머지 멤버들은 말하자면 그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형국입니다. 윤형빈은 좀 더 버라이어티 적응기가 필요할 것 같고, 이정진은 처음부터 제작진과 본인의 의사에 차이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김태원 없이 맞게 된 '하늘을 날다2' 프로젝트에서는 김성민의 역할이 단연 빛을 발했습니다. '하늘을 날다2'는 F-16에 조종사와 함께 탑승해 초음속 전투기를 체험해 보는 순서. 남자라면 언젠가 한번쯤 꿈꿔봤을만한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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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빨간 마후라를 매고 '자신을 위한 프로젝트'에 뛰어든 김성민은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따발총 멘트'로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물론 효율로 보면 많이 떨어집니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하면서 다 웃길 수는 없죠. 하지만 이런 따발총 멘트는 주변의 다른 멤버들이 웃길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실제 방송에서도 김성민의 멘트는 거의 다 편집됐지만 그가 없었다면 이경규의 "쟤(김성민) 미친 거 다 찍었지?"같은 멘트가 살지 못했을 겁니다.

생방송이든 녹화방송이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시간은 죽은 시간입니다. 그리고 김성민은 고품질이든 저품질이든, '죽은 시간'을 최소화해 주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자의 자격' 멤버 구성상, 이런 '깔아 주는' 멤버의 의미는 각별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김봉창'이라는 별명대로 엉뚱한 대로 가기도 하는 멘트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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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진 공군 조종사 육성 훈련 코스 탐방. 아무래도 가장 기대를 모은 것은 평상시 중력(흔히 1G라고 표기됩니다)의 6배에 달하는 6G 중력의 체험이었습니다. 여기서 바로 화장실로 직행한 김국진, 중간에 실신한 이윤석은 이 훈련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죠. 이럴 때는 또 상대적으로 '건강체'인 윤형빈 이정진 김성민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이정진이 6G를 경험한 뒤 '생각보다 그리 심하지 않더라'고 하자 김성민은 아예 실제 조종사들이 초음속 모드에서 경험하게 되는 9G 체험을 해 보겠다고 '나섭니다'. (참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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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창' 김성민은 어쩌면 연기자로서의 스펙트럼을 한 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 '국민할매' 김태원은 진지한 록 뮤지션으로서의 색채를 무너뜨릴 위험을 무릅쓰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변신에 나섰습니다. 일단 예능계에서는 확실히 자리를 잡았지만 과연 본래의 영역에선 각각의 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아직 뭐라고 딱 잘라 얘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 둘의 활약이 계속되고, 여기에 기존 멤버들 중 2명 정도만 분명한 캐릭터를 잡아 준다면 '1박2일'과의 자리 바꿈도 결코 꿈은 아닐 듯 합니다. '남자의 자격'의 분전에 부쩍 눈길이 갑니다.

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화끈한 추천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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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 딸 원더걸스의 빌보드 싱글차트 상륙이라는 승전보가...라는 식의 70년대식 표현을 쓰고 싶은 나날입니다. 원더걸스가 빌보드 싱글100 차트에 76위로 올라갔더군요.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의 경사가 아닐수 없습니다. 정말 감개가 무량합니다.

그동안 어설프게 '빌보드 마케팅'에 나섰던 몇몇 팀들이 있긴 했지만 사실 전부 군소 차트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대중음악전문지 빌보드가 내놓는 차트는 수십가지죠. 그래도 그 중에서 핵심은 핫100 싱글 차트와 핫 200 앨범차트입니다. 물론 아직도 빌보드 차트가 판매량 순위라고 알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빌보드 차트는 음반의 판매량과 예상 판매량, 방송 회수 등의 여러 가지 지표(물론 구체적인 내용은 빌보드의 영업 비밀로 되어 있습니다)를 종합해 매겨지는 '예측 순위'입니다. 즉 빌보드 차트상의 순위는 '우리가 예측하건데 2주 뒤면 이런 판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의미의 예상 차트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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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부동의 권위를 갖고 있는 빌보드 차트에서 원더걸스가 인정받았다는 점은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이들은 미국 활동을 하는 동안, 별 희한한 말들을 다 들어야 했었죠. 언플(언론 플레이)이다, 과대포장이다, 그러다 한국에서도 잊혀지고 공중에 붕 뜬다... 참 요란했습니다.

어쨌든 이제 첫 성공을 거뒀으니 모두 옛날 일로 웃어 넘길 일입니다. 그런데 모든 기사마다 '원더걸스는 아시아에서 데뷔한 가수 가운데 네번째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 올랐다'고 되어 있습니다. 물론 원더걸스에 앞서 빌보드에 상륙했던 아시아 가수들은 모두 일본 소속이었습니다. 그럼 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이들이 걸은 길을 보면 원더걸스의 방향도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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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혁을 따지자면 무려 196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일본인은 물론 아시아 출신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 오른, 그것도 영어 가사도 아닌 일본어 가사로 된 노래로 오른, 심지어 그냥 차트에 오르기만 한 게 아니라 무려 3주간이나 1위를 한 가수의 이름은 사카모토 큐(坂本九)입니다. 그리고 노래는 흔히 '스키야키(Sukiyaki)', 혹은 '스키야키 송'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아시다시피 스키야키는 불고기와 비슷한 일본의 쇠고기 전골 요리 이름이죠. 물론 원제가 아닙니다. 원제는 '위를 보고 걷자(上を向いて歩こう)' 였습니다. 그럼 대체 왜 미국에선 엉뚱한 제목을 갖게 된 거냐, 뻔한 얘깁니다. 일본어로 된 노래 제목을 외우지 못하는 미국 음악 관계자들이 그냥 친숙한 일본 요리 이름을 써서 '스키야키 송'이라고 불러 버린 겁니다. 또 처음 이 곡이 미국에 소개될 때에는 연주곡이었기 때문에 가사 내용은 아무 상관 없었습니다. 어쩌면 '스시 송'이나 '템푸라 송', '우동 송'이 될 수도 있었단 얘기죠.

(미국식이란 건 가끔 이런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원더걸스도 노래 제목이 '노바디'였으니 망정이지 '총맞은 것처럼'이었다면 그냥 '김치찌개송'이나 '비빔밥송'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을 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이 노래는 애조를 띤 듯 하면서도 가볍고 산뜻한 멜로디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고, 1000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수십명의 가수들이 이 노래의 리메이크에 나섰고, 그중 가장 히트한 곡은 1981년 여성 듀오 테이스트 오브 허니(A Taste of Honey) 버전입니다. 싱글 차트 3위에 올랐습니다. 그래도 원곡만은 못했네요.
 "

그리고 나서 한참 세월이 지난 뒤, 1979년 핑크 레이디가 다시 세계 무대를 노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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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979년 'Kiss in the Dark'로 빌보드 싱글 차트 37위에 오르며 Top 40 안에 드는 성공을 거뒀고,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해집니다. 특히 서울 국제가요제에 참가해 그랑프리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당시 한국의 문물 수준으로는 빌보드 싱글차트 37위의 노래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서울 국제가요제의 영향으로 핑크 레이디는 꽤 유명해졌습니다. (저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서울 국제가요제가 아닌 다른 행사였고, 그랑프리가 아니라 특별 초청 공연이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확인이 힘들 듯 합니다만 이 분들의 지적이 맞는 듯 합니다. 추가 정보 환영.)

심지어 미국에서도 말입니다. 미국 TV에 처음 소개된 핑크 레이디의 모습입니다. 그들을 소개하는 사회자의 얼굴을 보시면 깜짝 놀랄 분들도 있을 겁니다. 바로 이 시절, 숭의음악당에서 내한 공연을 해 한국 언니들을 자지러지게 했던 레이프 개릿이기 때문입니다.

 

노래가 참 묘하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 무렵, 디스코의 물결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저 스타일이 첨단 유행이었습니다. 바로 같은 해에 아니타 워드가 명곡으로 꼽히는 'Ring My Bell'로 인기가도를 달립니다.

다이나믹 듀오에 의해 리메이크됐던 바로 그 노래입니다.

 

정말 비슷한 느낌 아닙니까?

하지만 핑크 레이디의 선풍적인 인기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한번도 진지하게 미국을 활동의 근거지로 삼으려고 노력하지 않았고(어디까지 이들의 시장은 일본이었습니다), 미국 진출 2년만인 1981년, 핑크 레이디라는 체제로는 일본 음악 시장에서 성인으로서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 하에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합니다. 그리고는 꽤 성공적인 솔로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마 세계적인 디스코 열풍의 퇴조도 한 몫을 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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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1년 뒤인 1980년, 일본이 자랑하는 '시대를 앞서간 트리오' YMO가 1978년 발표한 앨범에 수록된 'Computer Game'으로 뜻하지 않은 성공을 거둡니다.

이 곡의 히트와 함께 YMO는 앨범 2장을 빌보드 앨범 차트에 올려놓는 쾌거를 이룹니다. 하지만 요즘의 시각에서 보면 대체 어떻게 이런 노래가 히트할 수 있었는지 어처구니없어 하실 분들이 꽤 될 겁니다. 6분이란 긴 러닝타임에 도입부만 1분30초,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난해한 화면 등이 그렇습니다.

YMO는 일본에서 1978년, 사카모토 류이치(키보드), 타카하시 유키히로(드럼), 호소노 하루오미(베이스)가 모여 결성한 일렉트로니카 그룹입니다. 그야말로 '최소한 10년 이상은 빨랐다'고 평가받는 혁신적인 뮤지션들이었죠. 문제의 노래 'Computer Game'입니다. 고전 게임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이펙트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이번 원더걸스의 쾌거를 보도한 국내 매체들의 기사를 보면서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의 모든 매체가 YMO를 '옐로우 멍키 오케스트라' 라고 표기해놓고 있더군요. YMO는 YELLOW MAGIC ORCHESTRA의 약자입니다. MAGIC이 어쩌다 MONKEY가 돼 버린 걸까요.

거의 모든 매체가 공히 틀린 것으로 보아 아마도 보도자료 배포 축의 실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자료를 받으면 그 자료를 검증해 보려는 노력이라곤 전혀 하지 않는 매체가 이렇게 많다는 게 다시 한번 드러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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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YMO는 무명 뮤지션도 아닙니다. 최소한 그 멤버들 중 한 사람은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다시 성장했습니다. 바로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맡았던 사카모토 류이치가 그 사람입니다.

 

아무튼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일본 대중음악은 세계와 리얼 타임으로 맞붙을 수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장르도 다양했죠. 이 무렵에 등장한 메탈 밴드 라우드니스도 앨범을 빌보드 차트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90년대를 거치면서 그런 도전정신이나 경쟁력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90년대 일본 최고의 프로듀서였던 고무로 테츠야를 비롯, 아무로 나미에에서 우타다 히카루까지 수없이 많은 빅 스타들이 미국 시장 상륙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흔히들 말하듯 일본 음악시장이 거대해지면서 굳이 세계 무대를 노릴 의욕을 느끼지 못했다든가 하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엔 '진출'을 시도한 톱스타들의 면면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대체 왜 일본 대중음악이 80년대 초의 에너지를 잃었는지는... 누군가 알고 있겠죠.^ 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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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레이디와 비교해 볼 때 원더걸스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영어 실력도 점점 나아질 겁니다. 뭣보다 미국 사정을 잘 알고 비즈니스 감각도 뛰어난 프로듀서가 아예 옆에 붙어 있다는 것도 꽤 바람직한 상황입니다.

이번 진입은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이번 일도 대단히 기쁘고 의미 깊은 일이지만, 앞으로 원더걸스가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바로 지금부터 지켜봐야 할 일이라는 게 더욱 보는 사람을 기대하게 합니다. 아무쪼록 더 나은 모습이 있길 바랍니다.

뮤직비디오는 국내에서 만든 걸 그대로 쓰는 모양이더군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이라면 원더걸스의 영어 발음을 한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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