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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먼 산으로 가고 있는 본방에는 사실 흥미를 잃었습니다. 뭐 이제 와서 드라마가 망가지고 있네 어쩌네 해 봐야 몇회 안 남지도 않았더군요. 사실은 이미 '삼한일통' 때부터 드라마는 산소호흡기로 숨쉬기 시작했고, '미실의 난'이 시작될 때에는 맥박이 멎었습니다. 네. 드라마로서의 '선덕여왕'은 미실보다 먼저 운명하셨습니다.

드라마가 히트할 때마다 가끔씩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을 할리우드로 옮겨 캐스팅해보면 어떨까 하는 장난이 유행하곤 하는데, '선덕여왕'의 경우에는 아직 그런 경우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종방 기념으로 한번 짝을 맞춰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꽤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인물들의 캐릭터가 워낙 흔들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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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선덕여왕'이라고 쓰고 '여걸 미실'이라고 읽는 드라마이다보니 미실 역할이 가장 핵심적입니다.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족적이 너무도 선명하기 때문에 누구를 올려놓으면 좋을까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습니다.

결국은 제 맘대로 모니카 벨루치를 낙점했습니다. 영어 연기가 안 된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정규 할리우드 배우로서의 경력은 일천하지만, 웃으면서 군사들의 목을 칠 수 있는 '잔혹한 아름다움'이라면 가장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합니다. '매트릭스2'나 '그림형제'에서의 이미지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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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당연히 덕만인데 이 역할부터는 정말 생각이 잘 나질 않더군요. 이유는 도대체 덕만이라는 캐릭터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어린 덕만은 다코타 패닝이라는 안전한 카드를 씌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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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덕만은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하고(변덕이 죽끓듯), 어려서의 총기는 어디론가 내다 버린 듯,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점에서 '이제 여자이고 싶어요'를 외쳐 대는 짜증 캐릭터가 되어 버렸습니다. 리메이크를 한다 해도 별 비중 없는 캐릭터가 될 것 같으니 그냥 여전사 이미지만 살려 보겠습니다. '니벨룽겐의 반지'의 크리스티나 로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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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엄태웅. 설정대로라면 대단히 멋진 남자 중의 남자이며 장군 중의 장군이어야겠지만, 실제로는 이름만 탱크일 뿐, 보도블록도 넘어가지 못하고 반드시 턱에 걸리는 출력 부족의 무늬만 무한궤도 답답이 캐릭터가 됐습니다. 어쨌든 이름 값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엄태웅의 본래 포스를 고려해 좋은 배우를 골랐습니다. 크리스천 베일.

잠시 중간광고: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http://www.gmarketstory.co.kr/883
맨 아래 기호 4번, '송원섭의 스핑크스'에 한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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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은 예측불허의 캐릭터일 때에는 매력 만점이었지만 이제 질투쟁이에다 칭얼대기나 즐겨 하는 어른 놀이 상대등이 되면서 매력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드라마의 엔딩을 이룰 비담의 난 조차도 스스로 일으키지 못하고 남들에게 떠밀려 벌어질 모양이니 참...

어쨌든 예측불허의 매력남이라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잭 스패로 선장을 빼놓고 누구를 떠올리겠습니까. 조니 뎁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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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풍알천'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알천 또한 지금의 상태에선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말로만 하는 캐스팅이므로 최고 수준으로 꼽아 봅니다.

알천의 매력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일을 완성하는 의기와 충성(뭐 대사가 너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입니다. 가장 신뢰감 가는 얼굴이라면 맷 데이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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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처음 3회 정도 매력있었던 춘추는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지금은 이상하게 주위 배우들 다 늙어가는데 혼자 수염 한 가닥 나지 않는 요괴동안의 지진아 캐릭터가 돼 버렸습니다.

설명해봐야 답답해질 뿐이니까 일단 캐스팅. 할리우드의 유승호라면 누가 좋을까요. '어거스트 러쉬'의 프레디 하이모어가 꽤 자랐습니다. 크면서 이상해진 할리 조엘 오스몬트나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가볍게 제칠만한 미소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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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모습을 기억 못하실까봐 - 어린 시절의 유승호군 못잖은 귀염둥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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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재기발랄하고 재미있던 죽방조차도 여왕이 등극한 뒤로는 어쩌다 한마디 하는 내시 캐릭터가 돼 버렸습니다. 과연 이 드라마에서 세 개 이상의 캐릭터를 동시에 관리하는 건 정녕 무리란 말입니까.

가끔 자기 무릎을 찍기도 하는 꾀돌이 캐릭터라면 드라마 '앙투라지'의 제레미 피븐을 꼽고 싶습니다. 사진은 에미상 수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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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상으로는 잘한 게 하나도 없는데 미중년이라며 칭송받고 있는 설원공이 남았군요. 설원공 좋아하는 분들, 나이든 어르신들이 전두환 장군의 측근들에게 호감을 갖는다고 욕할거 하나 없습니다. 댁들도 똑같습니다.

어딘가 음흉한 눈빛을 풍기지만 머리 좋은 미중년. '트로이'의 션 빈을 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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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는 애당초 웃기려고 들어간 캐릭터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매번 무게만 잡고 있더군요.

본분을 되찾으란 뜻에서 강한 캐스팅으로 밀어 봅니다. '이어 원'의 잭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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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노를 빼면 좀 아쉽겠습니다. 가장 고민 없이 한 캐스팅입니다. 깊은 눈빛, 미중년, 칼이 어울리는 사나이, 진중한 한마디 한마디, 뭐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 이상 있겠습니까. 비고 모텐슨 낙찰.

마지막 커플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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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추천 한방! (왼쪽의 손가락 마크를 눌러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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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출 좀 받게 보증 서 달라는 얘기 아닙니다.

돈 받아서 지방 빼고 성형수술하는데 쓰겠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유명한 지마켓에서 블로그 네 군데를 골라 100만원씩 모임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얘깁니다. 이런걸 보고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냉큼 지원했습니다. 지금 8군데가 남아 있고, 여기서 4등 안에 들면 100만원의 예산 지원이 나옵니다.

4등 안에 들면 되는줄 알았더니 1등에게만

100만원 지원이 된답니다. 이런 된장



사실 여덟군데 목표들을 보니 다들 좋은 데 쓰실 모양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공약으로 낼 수 있는 건 돈 받아 몽창 여러분을 위한 이벤트 비용으로 쓰겠다는 겁니다.

돈 받으면 뭐 할거냐길래 '뽀대나는 장소 빌려서 영화/공연 동영상 존 거 감상하면서 유명한 전문가 모셔서 강연 비스무레하게 서로 얘기도 나눠 보고, 술도 한잔 하고, 늘 하던 퀴즈 이벤트도 상품 그럴싸한거 걸어 놓고 하면서 연말연시를 신나게 보내 보겠다'고 썼습니다. (뭐 이거보다는 점잖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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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블로그 오프 이벤트라면 꽤 해 봤잖습니까.

돈 있으면 더 뽀대나게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폭발적인 지원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이 블로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셨던 분들

위아래 짜잘한 클릭질 아까워 하셨던 분들

이번이 기회입니다.

로그인 같은거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아래 주소로 가셔서, 맨 아래 투표란에 클릭 두번만 하시면 됩니다.

http://www.gmarketstory.co.kr/883

기호 4번입니다.

그냥 이렇게만 얘기하면 보고 지나치실 분이 많을 것 같아서

이번 투표로 여러분의 신임을 묻겠습니다.

지지가 저조하면 주제에 블로그는 무슨 블로그냐는 뜻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니 4등 안에 들면 주는게 아니라 1등에게만 100만원을 지원해 준답니다.

간이 작아져서 신임은 나중에 묻겠습니다.

그래도 1등 하면 좋겠습니다.

마이 찍어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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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의 치명적인 매력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시절부터 존재했습니다. 드라큘라 백작은 매력적인 귀족 남성입니다. 그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그런 매력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이후에도 수많은 픽션들이 뱀파이어를 다루고 있었지만, '못생기고 추악한 흡혈귀'에 대한 작품은 '노스페라투'외엔 그닥 생각나지 않습니다.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 시리즈를 봐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뱀파이어 연대기'의 주요 주인공인 레스타(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는 톰 크루즈가 연기한 역할입니다)가 록스타로 변신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아예 '인간보다 아름답고 인간보다 우아한' 흡혈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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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뉴 문

흡혈귀의 원형은 그리스 신화의 라미아(Lamia)나 로마 신화의 스트리고이(Strigoi)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뱀파이어라는 단어가 발생한 것은 빨라야 17세기, 영어로는 18세기의 일이다.

로런스 리켈스(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는 최근 국내에 출간된 저서 『뱀파이어 강의』에서 이 시기 유럽에서 뱀파이어에 대한 공포가 급격히 확산된 것은 서유럽인들이 느끼던 동유럽의 야만성이나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사망 후 '무덤으로부터 되돌아와 사람들의 피를 빨 가능성이 높은 자들'로 분류됐다. 알코올 중독자, 자살자, 몽유병자, 세례받기 전에 죽은 아이, 매춘부, 동성애자, 심지어 '언청이로 태어난 아이' 등이다.

공통점을 추려 보면 소외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사람들, 다시 말해 죽어도 애도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임을 알 수 있다. 한 번 더 생각하면, 누군가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공동체에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공리적인 경고가 전설 속에 숨어 있는 셈이다.

브램 스토커가 1897년 소설 『드라큘라』로 뱀파이어를 픽션 소재로 이용한 이후 이 괴물들은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과 영생의 덧없음을 일깨워주는 비유로 성장했다. 하지만 요즘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꽃미남들은 이전의 뱀파이어들과는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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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시리즈 2편 '뉴 문'은 미국에서 이미 2억50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고, 최근 국내에서도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 속 뱀파이어들에게 영원한 삶의 고뇌와 죄의식 따위는 없다. 인간을 죽이지 않아도 혈액은행을 통해 허기를 해결할 수 있고, 신비로운 외모와 초능력에다 '네가 숨쉬는 것 자체가 내겐 선물이야'라고 속삭이기까지 한다. 상대가 반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이런 '뉴 문'의 열기 속엔 마이너리티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소박한 흡혈귀의 전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주인공 로버트 패틴슨을 바라보는 여성 팬들의 시선은 하이틴 스타들을 바라보는 10대 소녀 팬들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하다. 아무리 진지한 고민은 일단 거리를 두는 시대라지만 초승달(New moon)에서 밝게 빛나지 않는 부분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끝)



'뉴 문'을 볼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보고 나서 그리 유쾌해지지 않을 거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이런 세계적인 문화현상을 외면한다는 것은 직업윤리(?)에 어긋난다는 생각 때문에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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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줄거리는 요약하고 말고도 없을 정도입니다. 일단 악한 뱀파이어들이 자취를 감추자 고민거리가 없어 고민인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도 따라 죽을 수가 없을까?"하는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자신과 함께 있는 한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안전할 수 없다는 (좀 납득은 가지 않지만)결론을 내리고, 깔끔하게 벨라와의 관계를 정리해버립니다.

에드워드가 하루아침에 떠나자 벨라는 산 송장이 되어 버리는데, 그런 벨라를 여전히 노리는 악한 뱀파이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하지만 벨라 곁에는 어느새 자신이 늑대인간임을 자각한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이 있습니다. 제이콥이 벨라를 보호하고, 어느새 벨라와 제이콥은 감정을 공유하게 되지만... 벨라는 여전히 에드워드를 잊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미친 짓을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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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에게 이성적인 사고나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절대 금기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뭐 등장인물들이 모두 10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상당히 리얼하다고 볼 여지도 있죠.)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흥분하는 관객들은 - 10대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 상당히 넓은 연령대에 포진해 있습니다. 20대는 물론 30대, 40대 관객들도 꽤 있습니다. 이것 역시 남성 아이들 그룹의 '이모 팬들' 현상을 생각하면 전혀 놀랄 일은 아닙니다. 잘생긴 청년과 닭살 로맨스에 대한 열정은 점점 더 연령을 무시한 전체 여성층으로 퍼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치명적인 매력'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이 잘생기고 멋진 인물들로 그려진 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력적이고 위험한 뱀파이어의 캐릭터는 기존의 뱀파이어에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나오는 '불노불사의 미남 청년' 이미지가 입혀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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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이 상징하는 것 역시 그동안 너무도 분명했습니다. 이런 캐릭터들은 '과연 사람이 늙지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영원한 젊음과 미모를 간직하고, 먹고 살 걱정도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모든 고민과 번뇌가 사라질까'에 대한 상상의 결과입니다. 냉정하게 생각을 해 보면 결코 그렇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영생을 가진 존재들은 필연적으로 고독과 권태를 상대로 싸워야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등장합니다. 이 시리즈의 뱀파이어들은 매우 새롭긴 하지만 사실은 상상력 부족의 소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에 걸친 뱀파이어 픽션의 전통을 싹 무시해 버리고, 영생과 불멸이라는 소재에 대한 인간의 축적된 사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거죠. "잘 생겼는데 늙지도 않아? 그럼 좋은 거 아니야? 돈도 많아? 그럼 더욱 좋지. 몸도 날쌔고 초능력도 있어. 어머, 그럼 내가 위기에 빠지면 언제든지 구해줄 수 있겠네? 그런데 피를 먹는다고? 뭐 내 피만 아니면 어때. 아, 사람은 안 죽여도 된다고? 그럼 문제될 게 없잖아? 완벽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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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에드워드와 크리스틴 커플이 생각해 낸 가장 큰 문제라는 게 2편인 '뉴 문'에 나오는 "내가 늙어서 할머니가 되어도 너는 나를 사랑할거야?" 정도입니다. 이건 '하이랜더' 시리즈만 해도 시작하고 10분만에 등장하는 문제죠. 네네. 어디까지나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아무 생각 없는 10대들입니다.

젊은 꽃미남들에게 온 세상 여성들이 환호하는 분위기를 너무나 잘 아는 처지에서 새삼 '뉴 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인 뱀파이어는 그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발전하고 육성돼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정리된 뱀파이어는 인간이 갖지 못한 장점들을 엄청나게 갖고 있지만, 결코 인간보다 우월해 질 수는 없는 반면교사의 의미였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들을 상대로 '인간들이 원하는 것을 다 갖는다 해도 그것이 곧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철학적인 배경을 가진 존재들이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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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그 모든 걸 한방에 날려 버린 얄팍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깊이 있는 사유의 중요성을 아예 부인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고 있죠. 영화 속의 뱀파이어 집단은 스타이며 셀레브리티인 이들이고, 영화 속 여주인공이나 관객들은 이들의 밝은 면만을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입니다.

영화 바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죠. 아이들 그룹의 멤버들도 죽을 때까지 춤과 노래를 연습해야 하고, 때로는 성공을 위해 야비해져야 하고, 치열한 경쟁 속의 삶을 살아야 하며, 언젠가는 나이를 먹어 팬들의 사랑을 잃는다는 사실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는'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깊은 사랑은 아닙니다. 명품 백에 대한 사랑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깊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뉴 문'은 현실을 떠난 판타지이기는 커녕 현실의 무시무시함을 더욱 강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고 나서도 몸서리가 쳐 집니다. 제목에 대한 답은 '여자들은 항상 뱀파이어 캐릭터를 사랑했다'입니다. 하지만 뱀파이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 이후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사랑하게 된 것은 처음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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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이돌 걸스'와 '짝퉁 소녀시대'로 인터넷이 요란했습니다. 중국에서 우리의 소녀시대를 모방한 9인조 걸 그룹이 나왔다는 얘기더군요. 궁금증이 도졌습니다. 대체 얼마나 비슷하길래...?

찾아 본 결과는 - 물론 말씀 안 드려도 알겠지만 - 비슷하다는 정도일 뿐, 사실 약간 실망스럽습니다. 지난 11월30일 처음 등장했다는 아이돌 걸스는 멤버가 9명, 중국식으로는 애타여해(爱朵女孩, 중국어 발음은 모르겠습니다)라고 불립니다. 애타(爱朵)는 중국어로 idol을, 여해(女孩)는 여자 아이 즉 girl을 가리킵니다. 애타문화(爱朵文化)라는 말은 중국쪽 문건에 많이 등장하죠.

백문이 불여 일견. 지금부터 아이돌 걸스(爱朵女孩)의 모습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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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간판 사진입니다. 현재 뉴스에 떠올고 있는 '소원을 말해봐' 컨셉트의 사진과는 어쩐지 약간 얼굴이 달라 보입니다. 이쪽이 11월30일 나온 EP의 자켓 사진인 듯 합니다. 이번 EP의 대표곡은 '순진연대(纯真年代, 역시 중국어 발음은 모릅니다. 그런데 노래 제목에서부터 어떻게든 소녀시대의 느낌을 풍겨 보려는 노력이 눈물겹군요)'. '순수했던 시절' 정도의 뜻인 모양입니다. 뭐 노래에서 한국의 소녀시대와 비교할만한 포스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4곡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또 하나의 노래는 '기이여정(奇异旅程)'이라는 제목입니다. 글자 그대로 '기이한 여행'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뮤직비디오가 따로 있지는 않은 듯 하고, 멤버들의 얼굴을 좀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한번 발병하면 잘 치료되지 않는게 불치병입니다. 도대체 멤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더군요. 개인 샷을 찾아 봤습니다. 발빠른 중국 네티즌들이 올려 놓은게 있더군요.

자, 지금부터 아홉 멤버를 모두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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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文名:张薰元 • 英文名:Kileko • 出生日期: 1/09 • 星座:摩羯座 • 身高:163公分 • 体重:42公斤 • 个性:外向,开朗,可爱

장훈원이라고 불리는 멤버가 위 사진의 한 복판에 있습니다. 한국 소녀시대로 치면 윤아인 셈인데 스타일은 태연에 가깝군요. 일단 공식적으로 중국 측 발표는 '9명의 멤버 나이 평균이 18세'라는 것인데, 이 친구는 1989년생입니다.

중국어를 몰라서 자세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어려서부터 원원(元元)이란 이름으로 아역 활동을 한 듯 합니다. 그래서 이번 아이돌 걸스에서도 뭔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듯 합니다. 킬레코(Kileko)라는 이름을 따로 갖고 있는 건 아마도 해외 활동(?)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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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진인 모양입니다. 상당히 귀여운 모습입니다. 아무튼 꽤 알려진 인물이라는 정도 외에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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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文名:宋翊菲 • 英文名:Fiona • 出生日期: 3/24 • 星座:白羊座 • 身高:163公分 • 体重:45公斤 • 个性:知性,温柔

송익비라는 이름 때문에 2위에 올렸습니다(종씨라서...). 상당히 귀염성있는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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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文名:王晶 • 英文名:Crystal • 出生日期: 1/12 • 星座:摩羯座 • 身高:168公分 • 体重:42公斤 • 个性:温文尔雅

홍콩의 왕정 감독과 혼동하면 곤란. 중국에도 크리스탈이 있군요. 아무튼 이 팀에서는 이 친구가 최장신입니다. 소녀시대의 수영 역할 정도? (그런데 168에 42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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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文名:陆丹蓝 • 英文名:Genie • 出生日期: 4/20 • 星座:金牛座 • 身高:161公分 • 体重:42公斤 • 个性:精灵可爱

육단람(우리에게 친숙한 한자론 陸丹藍). 어딘가 카라의 니콜을 벤치마킹한 듯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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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文名:唐小雅 • 英文名:LUcky • 出生日期: 12/04 • 星座:射手座 • 身高:163公分 • 体重:45公斤 • 个性:幽默,假小子

당소아. 영문명은 러키. 역시 귀여움 담당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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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文名:曾惜 • 英文名:carina • 出生日期: 10/11 • 星座:天枰座 • 身高:162公分 • 体重:44公斤

증석. 카리나. f(x)의 앰버를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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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文名:李佳遥 • 英文名:Donna • 出生日期: 1/15 • 星座:摩羯座 • 身高:168公分 • 体重:40公斤 • 个性:内外兼修

이가요. 공동 최장신인데 심지어 이번엔 168에 40... 어떻게 걸어다니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과장이 심한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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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文名:索菲娅 • 英文名:Sophia • 出生日期: 9/15 • 星座:处女座 • 身高:165公分 • 体重:44公斤 • 个性:古灵精怪,活泼可爱

색비아라는 한자 이름이 이미 소피아의 차음인걸 보면 교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나 티파니의 작명법을 참고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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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文名:李雨晴 • 英文名:Elsa • 出生日期: 5/23 • 星座:双子座 • 身高:167公分 • 体重:45公斤 • 个性:四次元少女,迷糊的小女人

이름은 이우청. 용모에는 별 특한 점이 보이지 않는데 개성에 '4차원소녀'라는 말이 보입니다. 중국 연예계에서도 쓰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뭐랄까... 직수입 용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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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상의 키와 비교해보면 포샵으로 다리 늘리기는 시대의 대세인 듯. 물론 이것도 전체적으로 벤치마킹의 결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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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렇게 해서 짝퉁 소녀시대, 아이돌 걸스(爱朵女孩)의 멤버들을 살펴봤습니다. 눈길이 가는 멤버가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살펴본 소감을 말하라면 - 이미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 오리지널과는 비교 불가. 우리의 소녀시대와는 '감히 어따대고' 수준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카피 그룹이 나올 정도로 소녀시대가 성장했다는 얘기로 받아들이면 기분 나빠할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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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우리의 우월한 소녀시대를 아끼고 사랑합니다. (근데 이래도 되는걸까...)



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추천 한방! (아래 손가락 마크를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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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시민'의 기본 골격대로 평범한 사람이 복수의 열정으로 슈퍼맨이 되어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는 너무나 흔합니다. (한국에선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주로 성형수술을 하지만)할리우드 영화 중에도 수백편은 쉽게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난해, 할리우드제가 아닌 액션 영화 하나가 한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후, 할리우드에서도 큰 성공을 거둡니다.

그 영화의 제목은 바로 '테이큰'. 영어로 된 영화지만 프랑스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는 뭘까요. 아무래도 이것 저것 따지고 가리는, 그리고 사람을 죽이거나 과감하게 행동을 해야 할 때 갑자기 햄릿으로 돌변하는 할리우드식 소심형 주인공에 대한 반발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모범시민'은 '할리우드에서도 아무 것도 가리지 않는 무대포 주인공을 등장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언더 시즈'의 스티븐 시걸 류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그만치 제라드 버틀러가 연기하는 클라이드 쉘튼은 특이한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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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장 클라이드(제라드 버틀러)는 어느날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아내와 딸이 죽음을 당하는 참변을 경험합니다. 범인들은 곧 모두 체포되지만 경찰의 현장 훼손으로 증거들의 법정 채택이 어려워지고, 유죄판결률(즉 검사의 승률) 96%를 자랑하는 출세지향형 검사 닉(제이미 폭스)은 클라이드에게 '이 상태에선 둘 다 무죄로 판결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두 범인(다비와 에임스) 중 한쪽으로부터 증언 협조를 받아 다른 한쪽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증언하겠다는 쪽이 주범인 다비라는 것. 클라이드는 다비가 증언의 대가로 5년 이내의 형을 받을 거라는 데 경악하지만 닉은 어쩔수 없다며 클라이드를 외면합니다. 10년 뒤, 에임스의 사형이 집행되는데... 이때부터 클라이드의 진짜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네. 클라이드는 그냥 평범한 가장은 아니었던 거죠.

이 영화의 홍보 문구에는 닉이 '부패한 검사'라는 표현으로 등장하지만, 닉은 통상적인 의미에서 부패한 검사는 아닙니다. 오히려 범죄자를 더 많이 잡아 넣는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검사라는 쪽이 맞습니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검사로서의 실적, 즉 재판에서 자신이 기소한 범인이 더 많이 유죄판결을 받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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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드가 분노하는 것은 그가 부분적인 승리를 위해 진짜 처벌되어야 할 사람과 거래를 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사소한 이유(이 영화에선 그런 부분을 자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로 결정적인 증거를 무시하고 명백한 흉악범에게 중형을 선고하지 않는 법정, 그리고 '누구나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이유로 그런 법 제도의 활용에 도움을 주고 있는 법률가들에 대한 분노가 등장합니다.

최근 조두순 사건을 통해 한국 법정에 만연한 온정주의와,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우선해서 고려되는 듯한 분위기,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는 일부 인권옹호론자들의 위선적인 면모에 대한 분노가 한국 사회를 쓸고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법과 질서는 썩었고,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한다. 내가 직접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상당히 큰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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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의 시선은 참 특이한 데가 있습니다. 이런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면 당장 검사인 닉, 그리고 다비가 가벼운 징역만 살고 풀려날 수 있게 해 준 변호사, 기타 법정 주변 인물들이 좀 더 악랄한 사람들로 그려지는게 인지상정일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그런 시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그저 평소대로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며, 영화가 어느 정도 진척될 때까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게다가 클라이드가 폭주하면서 죽어 나가는 사람 중에는 정말 무고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즉 클라이드의 동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막상 클라이드가 행동을 시작하고 나면 그의 행동에 일방적으로 사람들이 동조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F. 개리 그레이 감독의 입장입니다. 아마도 '테이큰'의 제작자가 이 영화를 만들었자면, 클라이드는 좀 더 박수받는 존재가 됐을 지도 모릅니다. (클라이드의 희생자들을 더 나쁜 놈들로 그려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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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과 '모범시민'의 이런 차이는 그 사회와 영화의 관계에 기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법치국가에서 사적인 정의의 실현이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가치임이 분명합니다. 아무래도 주류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족의 가치'와 '사적인 정의 실현의 실현 금지'라는 대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이었을법 합니다.

과연 한국 관객들이라면 클라이드의 '단독 행동'에 어디까지 박수를 보낼까 하는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현재의 법률제도와 정의 실현에 대한 불만에서 클라이드에게 동조할 수도 있고, 이미 잊혀져 가는 '김회장님의 아들 구출작전' 사건 때 쏟아진 공분처럼 누구나 법에 의한 해결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능력에 따라 정의 실현(?)에 나설 때의 부작용에 대한 거부감을 다시 느낄 수도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당시 이 김회장님 사건 때에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내 아이가 밖에 나가 그런 일을 당하고, 내가 그 사건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와 다르게 행동할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을 드러내는 '아버지'들이 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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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퀼리브리엄'과 '리쿠르트' 같은 영화를 쓴 커트 위머의 대본에 대해서도 찬반 양론이 다양합니다. 물론 영화를 107분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아귀가 딱딱 맞게 하는' 치밀한 구성은 어느 정도 희생되어야 했을 겁니다.

흑인인 F. 개리 그레이 감독은 '이탈리안 잡'의 감독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일찌기 사무엘 잭슨과 케빈 스페이시의 격돌을 그린 '니고시에이터'에서 흑/백 두 남자의 대립을 그리는 데 재능을 발휘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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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리:  '모범시민'은 '테이큰'과 '친절한 금자씨'의 딱 중간 정도에 머무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사적인 정의 실현'이란 주제에 대해 보여주는 시선도 그렇고, 전자의 호쾌함과 후자의 우울함 사이에서도 딱 중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심각한 척 하지만, 절대로 고민을 위해 엔터테인먼트를 희생시키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고 특이한 액션 영화'입니다. 관객을 고민하게 하는 결말이었다면 이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제작비의 두 배나 벌어들이진 못했을 겁니다. 특히 클라이드의 '시원시원한(?)' 행동은 미국 관객들보다 한국 관객들의 취향에 훨씬 잘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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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원제 'Law Abiding Citizen'은 '법을 준수하는 시민'이란 뜻으로, 영화 속에선 법정에 서게 된 클라이드가 로라 버치 판사에게 직접 보석을 요구하는 대사의 첫 머리로 사용됩니다. 특별히 '타의 모범이 되는 시민'이라기보단 '잘못한게 없는 사람'이란 뜻에 가까워서 '모범시민'과는 약간의 의미 차이가 있지만 그만하면 괜찮은 제목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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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의 연간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24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간밤에 끝났습니다. 당연히 끝나고 나면 아쉬움도 많지만 올해는 유난히 다사다난한 가운데(?) 진행됐던 터라 그저 잘 마무리됐다는 생각입니다.

수많은 수상자들이 박수를 받고 자축 공연을 펼쳤지만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하하. 물론 이런 사심이 절대 수상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다짐해 둡니다(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날도 소녀시대는 세번이나 의상을 갈아입으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뭐 관심이 관심인 터라 제목대로 눈물 흘리는 모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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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대상 수상이 발표된 뒤, 수영양이 대표로 소감을 얘기하는 동안 뒷줄 멤버들 사이에서 울음보가 터졌습니다. 서현, 윤아, 제시카가 가장 눈물이 많더군요.

시간순으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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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카펫은 흰 차림입니다. 백조의 호수 컨셉트였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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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느끼는 거지만 한국 스타들은 레드 카펫에서 너무 소극적입니다. 팬들이 환호할 때 쳐다보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여유는 대체 언제쯤 생길까 답답합니다. 하긴...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슈퍼주니어도 레드카펫에서는 절에 간 색시처럼 얌전하게 걸어들어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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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포토월에서나 살짝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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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렇게 입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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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용 테이블에 착석. 수상자들은 이렇게 차례를 기다리게 됩니다.

2부 시작할 무렵엔 마이클 잭슨 안무조로 변신합니다. 언젠가도 보여줬던 듯한 효연-수영-유리의 'Smooth Criminal' 댄스 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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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가면서 군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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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원 부문 본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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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때까진 울진 않는군요. 자축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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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는 역시 음원 부문 본상 수상입니다. 이때부터 본격 감동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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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군의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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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좀 마른 상태입니다. 수상 소감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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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형식적으로라도 수상자들을 정리합니다.

디스크 대상 = 슈퍼주니어
음원 대상 = 소녀시대
디스크 본상 = 슈퍼주니어, 2PM, 이승철, 드렁큰타이거, SG워너비
음원 본상 = 소녀시대, 다비치, 이승기, 손담비, 백지영
신인상 = 포미닛, 티아라
록상 = 장기하와 얼굴들
힙합상 = 에픽하이
인기상 = 샤이니, 슈퍼주니어
공로상 = 송창식
제작자상 = 이호연 DSP 대표


이쯤에서 아쉬워하실 분들이 있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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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마치... 택미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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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소녀시대도 빛났지만 이날의 드레스 퀸은 단연 손담비였습니다. 스와슬롭스키로부터 공수해 온 드레스는 조명을 받아서 정말 찬란하게 빛을 뿜더군요. 물론 다른 사람이 입었더라면 이렇게 빛이 나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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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시상자로 나선 윤은혜도 이색적인 스타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겨울 속의 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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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날 시상자들은 묘하게도 여전사 스타일로 미리 스타일리스트들이 손발을 맞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활기찬 가수들이 많이 나오는 행사인 만큼 짧은 전투형 스타일이 어울릴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전혜빈과 정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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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도 여태까지의 조신한 스타일에서 확 과감해졌습니다. 못알아볼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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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도 이 대열에 동참. 아직 레드카펫에선 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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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아에 이르면 공통점이 점점 확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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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와 김정화 정도만 드레시한 스타일을 고수했습니다. 공동 시상자인 한광섭 삼성전자 상무님이 워낙 장신이라 늘씬한 김정화와 퍽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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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중에 빼놓을 수 없는 분들. 20년 동안 세 차례 본상을 수상한("3년 연속 수상하는 것보다 이게 더 힘든 거야") 이승철 옹과 공로상을 수상한 송창식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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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은 손담비의 '빛나는' 레드 카펫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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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올해 행사가 끝났습니다. 내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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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이 한국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비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정지훈(비)이 주연한 '닌자 어쌔신'의 미국 흥행 성적은 지난 주말까지 3000만달러 정도. 실제 제작비는 예상보다 적은 4000만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제 미국내 흥행만으로 손익균형을 이루기는 조금 힘겨워 보입니다.

하지만 비에게는 막강한 아시아의 응원 세력이 있죠. 모국인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정도만 밀어 주면 '닌자 어쌔신'은 시리즈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비를 주인공으로 채택했을 때부터 아시아권 흥행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일각에선 비의 출연이 결정됐을 때부터 "왜 하필 (일본의 고유 캐릭터인) 닌자 역이냐"고 불만을 드러낸 분들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생각할 때 닌자 캐릭터가 있었기에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 진출이 수월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분나빠할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마워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닌자와 한국 영화인들의 인연에 대한 간략한 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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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닌자

1676년 일본에서 출간된 『반센슈카이(萬川集海)』라는 책을 보면 일본인들에게 닌자(忍者)는 단순한 암살자나 특수요원 이상의 의미임을 느낄 수 있다.

흔히 닌주쓰(忍術)라고 불리는 닌자의 온갖 기술과 무기 사용법, 철학을 집대성한 이 책은 닌자의 역사를 '중국 고대 복희씨와 황제 때부터'로 거창하게 잡고 있다. 일설엔 '고지키(古事記)'에 나오는 4세기의 왕자 야마토 다케루(日本武)가 닌자의 시조라고도 한다. 그는 여자로 변장하고 적진에 침투해 두 적장을 살해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상상하는 복면 닌자는 14세기 이후 기록에 등장한다. 각지의 영주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전국(戰國)시대 들어 닌자는 전문직으로 승격됐고, 이가(伊賀)와 고가(甲賀) 지역은 우수한 닌자들의 출신지로 명성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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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에도 도쿠가와 막부는 '정원지기'라는 뜻의 오니와반슈(お庭番衆)라는 닌자 비밀 조직을 운영했다. 피터 루이스의 『닌자 이야기』에 따르면 비교적 근세인 1853년, 페리 제독이 이끄는 미국 함대가 막부에 개항을 요구했을 때에도 닌자들이 미군 군함에 침투해 문서를 훔쳐왔다는 기록이 전한다.

화려한 전설은 현대전과 함께 막을 내렸지만 닌자들은 20세기 후반 일본 대중문화의 꽃으로 되살아났다. 한국에서는 '왜색'이란 이유로 배제됐지만 닌자가 나오는 영화들은 홍콩제 권격 액션 영화들과 나란히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모았다. 1970년대의 소니 지바, 80년대의 쇼 코스기 같은 '닌자 스타'들은 아직도 매니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최근에는 닌자 캐릭터가 한국 영화인들의 할리우드 진출 경로 역할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상옥 감독은 1995년부터 할리우드에서 저예산 영화 '닌자 키드' 시리즈의 제작자로 성공을 거뒀고 시리즈 3편 '닌자 키드 3(3 Ninjas Knuckle Up)'은 직접 연출했다. 이병헌도 할리우드 대작 'G.I.조'에서 닌자 캐릭터를 맡았다. 정지훈(비)이 주인공인 '닌자 어쌔신'은 말할 것도 없다.

하필 왜 죄다 닌자 역할이냐는 비판도 있지만, 오히려 일본 국내에서는 “할리우드에서 요즘 제작되는 영화의 닌자 역을 왜 모두 한국 배우들에게 빼앗기는 거냐”라는 시각이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 동양인 소프라노들의 세계 진출 창구 역할을 해왔듯 닌자 캐릭터는 남자 배우들의 문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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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의 캐릭터는 '일본'이라는 독특한 문화권을 세계에 설명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떠올릴 때 첨단 기술이나 자동차를 생각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사무라이나 닌자를 떠올립니다. 복면과 검은 옷으로 온몸을 감싸고 칼을 들고 있는 캐릭터를 보면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닌자다'라고 속으로 중얼거릴 겁니다.

과연 한국의 문화 요소 중에서 이 정도로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 있나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깟 자객 따위, 라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세계인들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닌자'는 흉폭한 살인자의 이미지보다는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 히어로 캐릭터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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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닌자 캐릭터는 일찌기 문화 상품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거칠게 얘기하자면 이소룡이 너무 일찍 사망한 뒤, 그 뒤를 이은 '아시안 액션' 상품의 주도권은 일본으로 넘어갔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 흐름을 주도한 것이 소니 지바(치바)와 쇼 코스기라는 스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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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치바는 많은 사람들이 '킬 빌'에서 칼 만드는 아저씨 역으로 기억하고 있는 배우이지만 왕년의 일본제 액션 영화에서 단골 스타였습니다. 기억을 도와드리자면 오키나와에서 초밥 만들다 말고 우마 서먼에게 칼을 만들어주는 아저씨죠. 이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의 이름인 '핫토리 한조'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보디가드였던 전설적인 닌자의 이름에서 따 온 것입니다.

물론 소니 치바가 한창 때 활동하던 영화들은 국내에는 전혀 반입되지 못한 영화들이기 때문에 그가 어느 정도 알려진 것은 곽부성과 정이건의 사부 역으로 출연한 '풍운' 등 중국 무협 영화가 개봉된 뒤의 일이라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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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에 정지훈의 사부 역으로 등장한 쇼 코스기는 미국으로 진출해 미국산 닌자 영화 시리즈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닌자 어쌔신'에 출연한 것도 당연히 그 이유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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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연기한 닌자 캐릭터 스톰 쉐도우와 정지훈이 연기한 닌자 라이조 역을 두고 혹자는 '닌자 캐릭터로 밤낮 할리우드 진출 어쩌고 해 봐야 결국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은 무술 전문 배우 역할이나 하고 말 뿐'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된 얘기는 전에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단지 동양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언어 구사 능력과 그쪽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연기력, 그리고 그 배우가 끌어들일 수 있는 관객의 규모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1950년대 미국에서 황인종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무협이든, 아니든)를 개봉한다 칠 때 과연 그 영화가 흥행성이 있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대단히 비관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배우들이 닌자 역할을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봐야 할 것이고, 그 배우들이 거기서 그칠지 혹은 그 이상으로 발전할지의 여부는 그 다음에 생각할 부분입니다. 도전해 보지도 않고 '가서 닌자 역이나 할 걸 뭐하러 가'라고 말할 얘기는 아니죠. 그리고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백인 여성 관객들이 정지훈군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광경을 머잖게 보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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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헌터스'를 둘러싼 논란에 눈길이 갔습니다. 멧돼지 문제라는 것은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멧돼지 사냥을 오락 프로그램으로 한다는 건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대로 반발이 만만찮더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멧돼지는 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른 어떤 '동물사랑'의 말로 표현을 하더라도 현재 농가가 입고 있는 멧돼지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멧돼지 개체수의 과잉 증가에 있습니다. 개체수를 강제로 줄이지 않으면 피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TV 화면에서 피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 역시 당연한 한계. 그러고 보면 무엇이 무리였는지는 자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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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에 썼던 글입니다.

제목: 멧돼지

세종 13년(1431년) 8월. 강원도 회양부에서 강무장(講武場)의 사냥 금지령을 해제해 달라는 상소가 올라왔다. 강무장은 임금과 신하들이 사냥을 하며 무예를 단련하던 곳이라 사사로운 사냥을 금하던 터. 그 결과 멧돼지가 늘어나 주변 농가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금렵령을 해제하고 피해를 막으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문종 1년(1451년)에도 같은 보고가 올라오자 이번엔 아예 사복시(司僕寺)의 공권력을 투입해 멧돼지를 퇴치하라는 명이 내려진다.

중종 13년(1518년) 1월에는 경기도 파주에서 멧돼지가 예종의 비 장순왕후 한씨의 능인 공릉(恭陵)을 파헤치는 괴변이 발생했다. 중종은 “멧돼지의 소행이라 하나 예사롭지 않은 재앙(災異)이니 마땅히 대신을 보내 제를 지내게 해야 한다”고 대응, '자연의 경고'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경부고속도로에서 200㎏짜리 대형 멧돼지가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터졌다. 멧돼지의 크기가 놀라울 뿐, 이미 새로운 사고는 아니다. 멧돼지 떼의 습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심각한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심지어 최근 3~4년 사이 서울 시내를 질주하다 포획되는 멧돼지들도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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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의 과잉 번식과 대형화는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난여름 개봉된 영화 '차우'에서 인간을 공격하던 거대 멧돼지의 규모는 아니지만 2004년 6월 미국 조지아주 알라파하에서는 무게 450㎏의 괴물이 잡힌 기록이 있다. 일본 지자체들도 전기 울타리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피해 방지 대책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멧돼지 파동이 금렵 조치로 인한 개체수 조절 실패의 결과라면 21세기의 멧돼지 창궐은 인간이 포식자들을 대신 청소해준 탓이다. 다양한 개발로 서식 공간이 줄어드는데도 호랑이나 늑대 같은 천적들이 없으니 수가 줄지 않는 것이다. 멧돼지와 집돼지 사이의 잡종들이 산으로 돌아가 더욱 왕성한 번식력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에서 멧돼지는 본래 산신의 상징이지만 인간들로 인해 설 자리를 빼앗기면서 재앙신으로 변해 횡액을 끼친다. 결국 포획만이 현실적인 대안인 상황, 멧돼지들이 진짜 재앙으로 변하기 전에 인간이 건강한 포식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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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스'에서는 환경단체나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우리가 동물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피해가 싫을 뿐"이라는 농민들의 말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장 고충을 겪고 있는 농민들은 누군가 멧돼지를 없애 주기를 기대하고 있고, 거기에는 이해 당사자인 농민들과 당국의 합의만 있으면 됩니다.

'일밤' 제작진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온 국민이 멧돼지 문제를 알 수 있도록 계도(홍보)하는 것이 '헌터스'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만... 사실 이런 문제는 온 국민이 알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전체 국민의 주의를 환기해서 새삼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온 국민이 몽둥이나 죽창을 들고 멧돼지 사냥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해안 기름 파동 때의 바위 닦기 운동과는 사안이 다르다는 얘깁니다.

오히려 '헌터스'의 영향으로 자꾸만 '야생동물을 함부로 죽이면 안된다'는 보호 논리가 개입되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건 멧돼지 문제 해결에 상당히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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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스' 첫회에서 제작진은 초대형 멧돼지 포획틀(덫)을 마련했습니다. 자, 이 덫에 멧돼지가 걸린다고 칩시다.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죽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어디론가 깊은 산속에 놓아 준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멧돼지의 양이 전국 산야가 수용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면 멧돼지는 사람들 주변으로 넘쳐 내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선가 떠도는 글을 보면 사람들이 도토리를 너무 많이 긁어 가서 멧돼지가 먹을 게 없어 농가에 피해를 준다고도 하는데, 이미 그런 수준은 지나간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한번 농산물의 맛을 본 멧돼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의 양과 질에 비해 밭에 일렬로 서 있는 맛있는 먹이들은 대단히 강렬한 유혹이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이 살아갈 권리를 얘기하기 전에 인간은 현재 상황에서, 멧돼지에 대해 최상위 포식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적절한 수로 멧돼지를 줄여 줘야 멧돼지 때문에 축소되는 다른 종에게도 살 공간을 줄 수 있습니다. '멧돼지가 마음놓고 살 권리'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멧돼지가 과잉 번식한 탓에 먹이를 빼앗기는 다른 작은 동물들의 권리에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은 본래 '인간적'이지 않습니다. 동물과 인간에게 똑같은 '인간애'를 적용시킬 수는 없습니다. 물론 채식주의를 실천하시는 분들은 여기에 반박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본래 인간은 다른 동물의 살을 먹고, 그 껍질과 뼈를 이용하며 살아가게 돼 있습니다. 아울러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한 것이 인간이라면 그 흐트러진 균형을 바로 잡는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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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헌터스'가 몰고 올 문제를 예견하지 못했다면 그건 '헌터스'나 '일밤' 제작진이 너무 안이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과 멧돼지의 문제는 '웃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누군가는 피, 누군가는 눈물을 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결국 적정 수 이상의 멧돼지를 죽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걸 '멧돼지와 인간의 공존을 도모한다'는 식으로 아름답게 포장해 예능 프로그램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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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기미는 보였는데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의 지훈(최다니엘), 정음(황정음), 세경(신세경), 준혁(유시윤) 러브라인이 결국 선형이 아니라 원형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커플링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 돌고 도는 라인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영어로 메리 고 라운드(Merry-Go-Round)라고 부르는 스타일의 앞만 보고 달리는 구도입니다.

물론 한 회 한 회가 다른 시트콤인 만큼, 내일이라도 원형 구도가 깨지고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뭉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최근 몇주 동안 보여준 구도는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좋아함을 당하는 네 사람이 보일 뿐입니다. 4각관계라는 말이 무색해 지고 있는 것이죠.

지금까지 드러난 방향은 정음 -> 준혁 -> 세경 -> 지훈특히 7일 세경이 뜨게질한 목도리에서 이런 구도는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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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음 -> 준혁

이건 문제의 노트 그림 사건에서 대략 판가름이 났습니다. 준혁이 노트에 그린 얼굴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정음은 한동안 웃고 지내지만, 그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 세경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급 우울에 빠집니다. 단순한 실망의 선을 넘은 반응이고, 급기야는 술을 마시고 준혁에게 찾아가 '너 나 좋아한 적 없어?'라고 진실게임을 빙자해 질문에 들어갑니다.
이때까지 분명치 않았던 관계를 어느 정도 결정하는 장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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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준혁 -> 세경

워낙 노골적인 관계이다 보니 뭐라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 합니다. 세경 자매에게 바다를 보여주기 위해 용돈을 털어 낡은 스쿠터를 사고, 학교 시험도 포기하고 집으로 달려오는 준혁의 정성이야 뭐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죠.
다만 세경이 뜨고 있는 목도리가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준혁이 삼촌 지훈에게 그 목도리가 가 있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가장 큰 갈등의 요소일 것으로 보입니다. '삼촌-조카 사이에 한 여자를 놓고 벌이는' 갈등은 전작 '거침없이 하이킥' 때에 비해 한 단계 심화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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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경 -> 지훈

병원 사람들이 세경을 여자친구로 착각하는 것이나,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세경 자매를 돌봐주는 지훈의 모습은 착각을 유발시킬 수 있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치과에서 흘린 세경의 눈물은 세경의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눈치채게 해 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7일 방송에서 지훈이 손뜨게 목도리의 보답으로 사 준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웃고 있는 세경의 모습에서, 세경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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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훈 -> 정음

이 부분은 아직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이 시트콤에서 묘사되고 있는 지훈의 캐릭터 상 누구를 좋아한다고 해도 확실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타입은 아닐테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습니다. 하긴 겉으로 드러난 지훈의 스펙으로 볼 때, 지훈이 누구를 좋아한다면 상대편에서 지훈을 좋아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할테니 극의 흐름을 위해서라도 이 부분의 감정은 좀 더 감춰져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평생 책임지기' 사건에서 드러났듯 지훈에게 정음은 좋은 장난 상대이지만, 그 '자꾸만 장난치고 싶어지는 상대'라는 건 그만큼 편안한 상대라는 걸 암시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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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위의 화살표 방향으로 돌고 도는 관계가 이 시트콤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위의 화살표는 언제든지 반대 방향으로 역전될 여지를 갖고 있습니다. 워낙 세심한 '하이킥' 팀인지라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시청자들을 위해서는 모두 상처만 받는 회전목마형의 관계보다는 하루빨리 커플이 완성되는게 좋겠지만 한동안은 이런 구도가 관심을 끌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결과는 병욱신께서 알아서 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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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김명민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충분히 받을만한 상이라는 생각입니다. 특히나 올해는 '박쥐'의 송강호, '국가대표'의 하정우 같은 쟁쟁한 상대들과의 대결을 통해 따낸 주연상이라 가치가 유난히 돋보입니다.

김명민의 연기에는 누가 토를 달지 않았지만, '내사랑 내곁에'라는 작품에 대해서는 평가가 좀 엇갈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김명민의 이번 수상이 영화에 대한 평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듯 합니다. 물론 극단적으로 달라지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단 하나 아쉬움이 있다면, 여전히 수많은 보도들이 '20kg를 감량하는 연기 투혼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식의 도식적인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일전에 썼던 글을 뒤늦게 이쪽으로 가져옵니다. 이 글이 지면에 실리고 나서 상당한 김명민 팬들의 오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쩌면 '해명의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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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우의 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1983)를 본 많은 사람은 리얼리티에 대한 광적인 집착에 혀를 내둘렀다. 중세 일본 어느 산골 마을의 기로(棄老) 풍습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은 3년간 실제로 오지의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흙냄새를 피부 깊숙이 묻혀냈다.

특히 할머니 역의 배우 사카모토 스미코는 돌벽에 이를 부딪혀 부러뜨리는 연기를 조작 없이 실제로 해내는 열의를 보였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이 영화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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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를 돌이켜 보면 과감하게 몸을 혹사해 전설이 된 배우들이 적지 않다. 많은 배우가 극중 인물로의 완벽한 변신을 위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신체 변형을 감행했다. 가장 대표적인 배우는 로버트 드 니로다. '분노의 주먹'(1980)에서 한 복서의 전성기와 쇠퇴기를 모두 연기한 그는 23㎏의 중량 변화를 실제 몸으로 표현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언터처블'(1987)에서도 갱 보스 알 카포네로 변신하기 위해 27㎏을 불리는 한편 앞쪽 머리숱을 뽑아 대머리가 되는 열의를 보였다.

24일 개봉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김명민이 20㎏을 감량했대서 화제다. 영화에서 루게릭병 환자 역을 맡은 김명민은 평소 체중인 72㎏에서 극중 환자의 상태에 맞게 감량을 시작, 사망 직전에는 52㎏의 앙상한 몸을 드러낸다.

체중의 변화가 연기 열정의 표상처럼 여겨지는 것은 제아무리 명배우라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던 시절의 유산이다. 말런 브랜도는 영화 '데지레'(1954)에서 나폴레옹 역할을 맡아 감쪽같은 매부리코를 분장으로 만들어 냈지만 1m83㎝의 키까지 어쩌지는 못했다. 요즘 같으면 '반지의 제왕'에서 1m67㎝의 배우 일라이저 우드가 키 1m20㎝ 내외인 난쟁이로 변신하는 게 예사지만 말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일상화된 2009년에도 배우의 실제 신체 변형에 가산점이 주어져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글자 그대로 '뼈를 깎고 살을 찢는' 고통을 감수해 가며 성형수술을 통해 불멸의 젊음과 새로운 미인형에 도전하는 여배우들에게 세상은 왜 그리 냉담한 것일까. 첨단 기술의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열정이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갖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사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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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분들은 이 글이 김명민의 연기 열정에 대한 폄훼라며 흥분하시기도 한 모양인데, 분명히 그게 아니라는 점을 전달하고 넘어가야 할 듯 합니다. 이 글에서 공격하고 있는 것은 '살빼기=명연기(혹은 명배우)'라는 식의 단세포적인 시각입니다. 영화 개봉 당시를 생각해보면 어디를 봐도 '살을 뺐다'는 얘기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그게 영화의 질이나 김명민의 연기의 질을 설명해주는 결정적인 요소인 양 말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얘기해서 김명민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연기를 잘 했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살을 많이 뺐기 때문입니까. 연기는 지독하게 못 하는 배우가 다이어트에는 재능이 있어서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20~30kg씩 체중을 늘였다 줄였다 한다면, 과연 그럴 때에도 '연기 투혼'이라는 말로 칭찬하고 '연기상을 줘야 한다'고 칭찬해야 한단 말입니까.

연기란 '실제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관객의 눈에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을 위한 예술입니다. 만약 '실제로 그런 것'만이 진정한 연기라면 전쟁터에서 총에 맞아 죽어가는 병사 연기는 그 누구도 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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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자신의 육체를 희생해가며 자신이 연기하려는 상태에 최대한 근접해 보려는 시도는 대단히 숭고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희생의 의지만으로 칭찬받을 수는 없습니다. 축구경기의 예를 들어 보자면, '투혼이 빛났다'는 이유로 우승컵을 줄 수는 없지요. 우승컵은 이긴 사람에게 주어지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명민의 연기력은 '연기력' 자체, 혹은 관객에게 '보여진 결과'를 통해서 칭찬받아야지 '20kg를 감량해 건강에 위협이 왔다'는 이유로 칭찬받아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김명민은 눈빛만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이 연기는 살을 뺐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게 아닙니다.

애를 낳아 보지 않은 여배우가 애 셋을 둔 여배우보다 관객들이 보기엔 더 훌륭한 연기를 해 낼 수도 있습니다. 우주에 한번도 나가 보지 못한 배우가 무중력상태에서의 격투 연기로 갈채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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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성형 수술 이야기는 당연히 농담입니다. '만약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것'만으로 배우가 칭찬받아야 한다면 가장 칭찬받아야 할 사람들은 수시로 자신의 몸을 고통과 마취의 위협을 감수하고 수술대에 올려놓는 여배우들이야말로 진짜 찬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 아니냐는 얘기죠.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하면 김명민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탁월한 '연기력' 때문입니다. 살을 빼는 '투혼'이 빛나서가 아니라, 그 결과로 관객 앞에 드러난 연기가 훌륭하게 비쳤기 때문이죠.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살 아니라 팔을 하나 잘랐어도 그것만으로 훌륭한 배우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배우의 실제 신체 변형에 가산점을 줄 수는 없다'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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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나자나 한번 빠진 살이 잘 돌아오지 않는군요. 요요로 걱정하시는 분들에겐 참 부러운 일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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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번씩 되풀이되는 희망고문의 역사가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물론 2002년은 예외로 치고 하는 얘깁니다. 매번 월드컵 조추첨이 있을 때면 '한국의 탄식'이 시작됐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은 기억하시겠지만 한번도 한국은 '죽음의 조'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사실 월드컵이라는 대회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너무도 당연한 거였죠. 정상적으로 조편성이 될 경우 탑시드(말하자면 세계 8강) 팀 하나와 바늘구멍같은 유럽 예선 통과팀 하나를 같은 조에 넣고 시작해야 하는게 정상이니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국 같은 축구 약소국의 입장에선 월드컵 조편성은 '죽음의 조'가 기본이고 어쩌다 아주 운이 좋으면 행운의 조가 되는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무슨 전문가는 절대 아니지만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상식선에서 볼 때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맞붙게 된 2010년 조편성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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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른 조는 어떤가 한번 비교해 봅니다.

A조 남아공 멕시코 우루과이 프랑스
B조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한국 그리스
C조 잉글랜드 미국 알제리 슬로베니아
D조 독일 호주 세르비아 가나
E조 네덜란드 덴마크 일본 카메룬
F조 이탈리아 파라과이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G조 브라질 북한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H조 스페인 온두라스 칠레 스위스

척 보기에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아시아 대표들, 일본/북한/호주는 그 자리에서 묵념 분위기입니다. D조의 호주, G조의 북한은 맡아놓은 최하위에다 냉정하게 말하면 승점 1도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E조 일본의 16강은 그 자리에서 포기 수준이군요.

이 세 이웃에 비하면 한국은 - 물론 절대 무시할 수 있는 나라들은 아니지만 -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나이지리아와 그리스는 그나마 아프리카와 유럽 국가들 중 상대해볼만 하다고 꼽히는 팀들이고 아르헨티나 역시 스타 감독 마라도나씨의 활약(?) 덕분에 정상적인 위력을 뽐내지 못하고 있으니 '지더라도 개망신은 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한국은 희한하게도 월드컵 본선에서 두번째 상대한 나라에게는 웬만하면 성적이 나아졌다는 희한한 징크스(?)도 갖고 있습니다. 과연 아르헨티나에게도 이게 통할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모두 첫판에선 졌지만 두번째 대결에선 비기거나 이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2002년 독일에게 져서 4강 탈락했던 걸 깜빡했군요. 수정했습니다.)

역대 조편성과 이번 조편성을 비교해 보시면 이번 조가 그나마 얼마나 편한 조인지 알 수 있습니다. 1986년 이후를 보겠습니다. 조 추첨 전 언론이 자꾸 남아공 얘기를 해서 짜증이 났습니다. 솔직히 2002년에 포르투갈 축구 팬들이 '한국과 같은 조'라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얼마나 좋아했을까요. 현실적으로 제가 살펴 본 1986년 이후, 주최국이 16강에 못 간 대회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주최국'은 브라질 이상으로 무서운 존재입니다. 남아공과 같은 조가 안 된 게 대단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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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아르헨티나(1대3패), 불가리아(1대1), 이탈리아(2대3 패), 한국
아르헨티나-서독 결승서 아르헨티나 우승, 이탈리아 16강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조편성입니다. 물론 이때는 조3위도 잘하면 16강 진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2무1패만 거뒀어도 가능성이 있었다는 아쉬움도 따릅니다. 아무튼 당시의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강. 마라도나가 5골, 발다노가 5골을 넣으며 우승해버립니다.
개최국인 멕시코는 본래 잘 하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조 1위로 8강까지 승승장구하다 이 대회 준우승국인 서독에게 승부차기로 패해 운이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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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벨기에(0대2 패), 스페인(1대3 패), 우루과이(0대1 패), 한국
벨기에, 스페인 16강. (서독 우승)

스페인이야 여전하지만 당시의 벨기에는 지금과는 천양지차. 이탈리아 국가대표를 마다하고 벨기에 소속으로 뛴 엔조 시포(위 사진)라는 세계 최고 레벨의 게임메이커가 뛰고 있었습니다. 86년 대회에서 4강에 올랐던 막강한 팀이었죠. 물론 그 벨기에도 16강에서 돌풍이 그쳤지만 한국에겐 버거운 조편성.
뭐 이번엔 별 의미 없지만 개최국 이탈리아의 성적은 4강(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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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스페인(2대2) 볼리비아(0대0) 독일(2대3 패), 한국
독일, 스페인 8강 (브라질 우승)

당연한 얘기지만 스페인과 독일을 상대로 4골을 넣으며 분투했다는 것 때문에 94년의 김호 사단은 2002년을 제외하곤 가장 선전한 팀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스페인전에서 서정원의 동점골은 온 국민을 환호로 들끓게 했죠. 비록 탈락했지만 이 끔찍한 조편성에선 할만큼 했다는 평입니다.
개최국인 미국은 스위스, 루마니아, 콜롬비아와 같은 조가 되어 1승1무1패, 조3위로 16강에 오릅니다만 바로 브라질을 만나 꼬리를 내립니다. 어쨌든 당시 미국 전력으론 과분한 16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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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멕시코(1대3 패), 네덜란드(0대5 패), 벨기에(1대1), 한국
멕시코 16강, 네덜란드 4강

스포츠에서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 대회. 예선과 평가전까지만 해도 사상 최강을 운운하던 대표팀은 본선 직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전력의 핵인 스트라이커 황선홍이 부상으로 출전 불가 상태(2002년 한국과의 평가전 이후 지단이 빠진 프랑스의 운명과 유사합니다)가 되는 비운을 맞습니다. 게다가 첫판인 멕시코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하석주가 곧바로 퇴장당하면서 분위기는 급냉각. 결국 세 골을 내주며 역전패.
이 두 사건만 없었어도 히딩크 사단에게 '오대영'의 참변을 당할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경기를 계기로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게 된 게 전화위복이라면 축구의 신의 섭리는 참 오묘하다고 해야 할까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주최국 프랑스는 우승. 좋은 전력이었지만 무적 브라질까지 이긴 건 좀 이상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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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폴란드(2대0 승), 미국(1대1) 포르투갈(1대0 승), 한국

너무나 다들 생생하게 기억하시니 자세한 내용 생략. 목이 터져라 외친 감격도, 지저분한 잡음도 다 기억하실테니 생략. 조편성때까지만 해도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폴란드 국민들도 만세를 외쳤겠죠 아마.
공동개최국인 일본 역시 벨기에 러시아 튀니지와 한 조를 이뤄 무난히 16강 진출. 글쎄 1986, 90년 때의 벨기에가 아니더라니까요. 아무튼 국제대회에서 일본의 조편성 운빨은 늘 한국을 앞질렀습니다. 이번엔 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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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토고(2대1 승), 프랑스(1대1), 스위스(0대2 패), 한국
스위스 16강, 프랑스 준우승

그동안 워낙 극악의 조편성에 시달려 온 터라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몰랐던 거죠. 스위스가 이 무렵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는 걸. 아무튼 1승2무 세 팀에 토고가 3패 팀이 되는 경우를 예상해 골득실을 조절하면 16강이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이건 '결과론'이 아니라 대회 직전에 웬만한 축구팬이면 다 예상(기대)했던 결과입니다. 그래서 토고전의 후반부에 아드보카트 감독이 수비 위주의 안전 플레이를 했을 때 탄식이 나왔던 거죠. 이건 이겨도 16강은 못 올라간다...는 슬픈 예감 때문에.
그런데 이 예상이 너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간겁니다. 스위스-프랑스, 한국-프랑스가 비겨 버린 가운데 토고를 상대로 한국은 2대1, 프랑스와 스위스는 2대0의 성적을 거둔 거죠. 한국은 스위스와 비겨도 조3위로 탈락하는 운명이 됐고, 결국 맞불을 지르다 2대0으로 패하고 맙니다. 물론 이 결과로 아드보카트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토고전에서 한골을 더 얻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길이 길이 남습니다.
역시 이번엔 별 의미가 없지만 개최국인 독일은 4강(3위)에 오릅니다.



2010년엔 결국 C조의 미국이나 F조의 뉴질랜드 정도가 우리보다 나은 조편성으로 보일 뿐, 이만하면 해볼만 하다는 쪽으로 다시 기대를 걸어 보렵니다. 이번엔 정말 주최국이 아닌 위치에서 처음으로 16강에 갈 수 있을지... 허정무 사단 빠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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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을 보러 간 동행인으로부터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네. '닌자 어쌔신'은 신개념의 슬래셔 무비였습니다. 지금까지 본 어떤 영화보다 많은 양의 선명한 피가 화면을 가득 채우더군요. '신 시티'처럼 흑백 영상으로 핏빛의 거부감을 살짝 속이거나, 팀 버튼의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처럼 사람 목을 뎅겅 잘라도 피 한방울 비치지 않는 영화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칼에 베이면 바로 피를 흘립니다. 그것도 한 사발씩.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선 일단 핏빛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합니다. 그동안 나온 수많은 영화에서 사람 목이 날아가면 '으익' 하면서 눈을 가리던 심약한 여성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1) 아무 것도 본 게 없어서 영화 내용에 대해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거나 (2) 이 영화 덕분에 피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서 극장 문을 나서면서 초고추장에 밥을 비벼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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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폴(뭐 인터폴의 유럽판이겠죠)의 자료분석요원 미카(나오미 해리스)는 일련의 살인 사건이 기존의 테러 조직이 아닌 수백년 된 닌자들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를 포착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순간, 미카는 알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에 휩싸입니다.

라이조(이준/정지훈)는 어려서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비밀의 닌자 조직을 거느린 오즈누(쇼 코스기)에 의해 살인병기로 사육됩니다. 하지만 그는 비인간적인 닌자로 살기를 거부하고 조직을 이탈하죠. 당연히 조직의 살해 명령이 떨어져 쫓기는 처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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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5분만 영화를 보거나,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의 얼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줄거리 혹은 플롯을 극도로 슬림하게 한 뒤, 나머지를 모두 피칠갑의 전투 신으로 채우기로 했습니다. 심지어 이런 영화에서 필수일 '쫓기는 킬러와 여주인공 사이의 멜로드라마' 까지도 생략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정지훈군은 그 나머지 시간을 종횡무진 닌자들을 도륙하는데 사용합니다. 얻어맞고, 칼로 쓸리고, 피를 흘리고, 복근을 보여주면서 어쨌든 끝까지 달립니다. 당연합니다. 주인공이 죽거나 하면 그걸로 영화는 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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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닌자들은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존재들입니다. 물이나 음식 따위의 기초적인 생명 유지 조건에 전혀 구애받지 않으며, 심지어 나중에는 상처의 자연 치유능력까지 보여줍니다. 그런 닌자 수십명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라이조는 뭐 말할 것도 없겠죠.

애당초 이 영화는 '딱 그런 관객'들을 위한 맞춤 상품입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보고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영화를 볼 필요가 없겠죠. 마찬가지로 피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거나 물리적인 타당성이 결여된 액션을 혐오하는 사람은 아예 극장 근처에도 가면 안 될 작품이죠.

반면 그런 장르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닌자 어쌔신'은 충분히 제 몫을 하는 영화입니다. 액션 연출은 진부하지 않고, CG도 훌륭합니다. 스파이더맨이나 '매트릭스'의 니오는 왜 100대 1로 싸우면서도 적을 해치우지 않고 톡톡 때려서 꼭 다시 반격하게 만들까 짜증을 냈던 분들에게는 강추작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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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정지훈군의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 정지훈에겐 그리 많은 대사도 주어지지 않았고, 대부분 감정을 배제한 채 의미만 전달하면 되는, '킬러의 대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 TV 드라마에 나오는 T모군을 보면 그런 대사도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정지훈군의 연기력을 인정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속편이 제작된다면 정지훈이 연기하는 라이조의 캐릭터가 좀 더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실 영화의 마무리나, '닌자에게는 아홉개의 오랜 파벌이 있다'는 설정 등은 속편 제작을 향한 제작진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만, 개봉 첫주에 박스 오피스 6위를 기록한 미국 시장에서의 흥행 성적으로 볼 때, 속편 제작 여부는 그리 낙관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만약 속편이 나온다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여자 마법사 나오미 해리스보다는 좀 더 젊고 예쁜 상대가 나타나 주길 기대합니다. 억지로든 뭐든 약간의 '느낌'을 내려 시도한 부분이 보이긴 합니다만, 이건 아무리 봐도 이모와 조카 사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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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왕년의 닌자 마스터 쇼 코스기의 등장은 '킬 빌'에 나오는 소니 치바의 등장만큼 올드 팬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합니다. 반면 한때 아시아계의 별로 꼽혔던 릭 윤의 캐릭터는 '몰락'이란 두 글자를 너무나 선명하게 새기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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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여서 눈 깜빡할 사이에 청룡영화상 날짜가 돼 버렸군요. 수상자 맞추기 놀이를 한번 해 보려고 했는데 오늘이 시상식이라... 최소한 하루 전에는 하려고 했는데 다 제가 게으른 탓입니다.

올해는 MBC의 대한민국영화상도 예산 부족(?)으로 아예 행사가 취소됐고, 대종상은 여러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결국 올해 한국 영화의 정리는 청룡영화상에게로 넘어간 듯 합니다. 뭐 예년에도 그랬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아무튼 우울한 얘기는 뒤로 미루고, 올해는 누가 수상자가 될 지 한번 점쳐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를 다 보셨건 안 보셨건,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재미로 찍어보는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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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는 당연히 제 맘대로입니다. 먼저 남녀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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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경우, 김무열(작전)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수상자는 김지석(국가대표)과 양익준(똥파리) 사이에서 나올 듯 합니다. 특히 워낭소리에 이은 작은 영화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과감하게 양익준을 찍어 봅니다.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과속스캔들'에서 아직도 후보작이 나온다는게 참 문제로군요. 이런 경우 항상 지나치게 오래된 후보작은 불리한게 인지상정입니다. 기억에서도 희미하고...이미 상도 탈대로 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신인상은 박보영이 받는게 마땅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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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조연상은 저보고 뽑으라면 김인권(해운대)과 진구(마더) 사이에서 꼽겠습니다. 둘 다 유감없는 호연이고, 누가 받아도 뭐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굳이 순서를 정하라면... 김인권이 1순위, 진구가 2순위로 하겠습니다.

'애자'를 못봤습니다만 역시 여자 부문도 김보연(불신지옥)과 김해숙(박쥐)으로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김해숙에게 기웁니다만, 여러가지 고려의 요인이 있을 듯 합니다. 아무튼 김해숙-김보연의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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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감독상은 작품상 부문의 2등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한국 처럼 대부분 감독이 각본을 겸하는 경우에는 작품상이 1등, 감독상이 2등, 각본상이 3등이라고 불릴 만 합니다. 뭣보다 작품-감독-각본을 한 영화가 휩쓰는 경우는 한국에선 대단히 드물죠.

하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지는 구도이긴 합니다만, 일단 감독상으로는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을 찍어 봅니다. 그 다음 각본상으로는... 박은교 봉준호(마더)와 이해준(김씨표류기)으로 추리겠습니다. 마더가 1번, 김씨표류기가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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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주연의 구도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일단 남자는 사상최고의 경합이군요. 작품 요인을 고려해서 장동건/김윤석에게 좀 미안하지만 김명민/송강호/하정우로 압축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송강호/하정우의 대결이라고 생각하지만 김명민 지지세력도 만만찮을 듯 합니다. 그동안 송강호를 좀 등한히했던 청룡영화상의 사죄 기회로 보고 1번 송강호, 2번 김명민, 3번 하정우를 찍겠습니다. 이건 정말 누구라고 점찍기 힘들군요.

여자는 김혜자(마더)가 받지 못한다면 이변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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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이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작품은 '국가대표'입니다. 물론 나머지 작품들도 훌륭합니다. 다만 윤제균 감독을 감독상으로 점찍었으므로(물론 제 맘대로) 작품상은 '국가대표'와 '마더'의 경합으로 보고 싶습니다.

국내 시상식을 '나눠먹기'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솔직히 '국가대표' '마더' '박쥐' 등 일장일단이 있는 수준작들이 있을 때 이 중 하나에만 상을 몰아 주는 건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이쪽에 작품상을 주면 감독상은 이쪽으로... 뭐 이런 식의 배치가 이뤄지곤 하죠. 단 심사위원이 많을수록 이런 배려(?)는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저는 이렇게 찍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상을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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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물론 상보다 궁금한 건 올해는 이 분이 과연 어떤 차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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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직도 MBC TV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똑부러진 이유를 대기는 쉽지 않습니다. 분명 재미도 전만 못하고,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이 이어지는 걸 바라보고 있으면 가끔 분통이 터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선덕여왕'에서 생기가 도는 캐릭터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동안 그토록 재기발랄하게 극의 흐름을 끌어가던 죽방(이문식)과 염종(엄효섭)까지도 지금은 사실상 병풍이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왜 이 드라마를 지켜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 시작은 창대했던 드라마가 어떻게 무너져가는지를 증언할 의무감 같은 걸 느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 드라마는 시청률 30%를 넘는 인기 드라마입니다. 이 수치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고, 다른 드라마들이 언감생심 넘보지 못할 시청자들이 덕만과 유신의 갈팡질팡을 지켜볼 것입니다.

이 드라마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할 때마다 '사극에서 역사왜곡이 무슨 문제냐' '드라마는 드라마고 다큐는 다큐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분명히 말합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역사왜곡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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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드라마가 다루고 있는 역사가 문제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은 아마 대야성의 성문을 연 배신자의 이름이 검일(黔日)이라는 데서 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겁니다. 당시 백제의 장군 이름이 윤충일 뿐, 계백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야성 함락은 선덕여왕 11년(642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당시 검일이 성문을 열어 항복하는 바람에 백제에게 대야성이 넘어간 것도 역사에 기록된 사실입니다. 그런데...문제는 당시 대야성을 지키던 성주가 품석이라는데 있습니다. 품석은 춘추의 사위죠. '삼국사기'는 딸과 사위를 잃은 춘추의 비탄에 대해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춘추는 이 소식을 듣고 기둥에 몸을 기대 선 채로 하루 종일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고, 자신의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도 의식하지 못했다. 이내 말하기를 "아아! 대장부가 어찌 백제를 무너뜨리지 못한단 말이냐!" (春秋聞之, 倚柱而立, 終日不瞬, 人物過前而不之省. 旣而言曰 "嗟乎! 大丈夫豈不能呑百濟乎)

실제 역사의 흐름은 이렇게 격노한 춘추가 고구려와 연합해 백제를 치기 위해 단신으로 고구려에 넘어가 연개소문과 협상을 벌이고, 여기서 여의치 않자 당나라로 가 외교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또 진덕여왕 원년(647년), 유신이 백제군의 침입을 격퇴하고 대승을 거둔 뒤 생포한 백제 장군 8명과 품석 부부의 유해를 교환해 신라로 가져오자 춘추가 감격을 금치 못하고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다른 배우들이 백발과 콧수염을 달고 나올 때에도 여전히 솜털 하나 없는 얼굴로 샤방샤방 눈웃음을 날려 주시고 있는 꽃미소년 춘추공이 징그럽게도 사위와 장성한 딸을 거느리고 있는 아저씨였다는 겁니다. 네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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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이 문제가 아니라고 해놓고 왜 역사 얘기냐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 드라마가 역사를 다루는 수준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콩쥐팥쥐 이야기를 다루는 수준입니다. 그만치 경외심도 없고, 이해하는 수준도 낮습니다. 그런데 왜 문제가 아니냐, 그건 역사 왜곡의 정도보다, 사극 드라마로서의 기본, 아니 드라마로서의 기본에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여왕마마의 충신 유신공이 거짓말장이로 몰리게 된 계기, '대야성에는 이름이 흑으로 시작하는 관원이나 군사가 없다'는 것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유신이 고한 것은 '대야성에 있는 첩자가 내응해 관문을 열 것이고, 그 첩자의 이름은 백제 작전지도에 흑 뭐시기라고 쓰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온갖 신라의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흑 뭐시기라는 사람은 대야성에 없으니 유신 저놈이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들끓기 시작합니다. 어이 상실 시퀀스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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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상황이 다 정리될 즈음에서야 그중 똑똑하다는 비담이 '부수일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다시 명단을 뒤져 봅니다. 기절해 쓰러질 일입니다. 한글로 '흑'이라고 써 놓고, '검'이라고 써 놓으면 전혀 다른 글자겠지만 한자로 '黑'을 써놓고 그 옆에 '黔'을 써 놓으면, 똑같은 黑자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생도 명단을 보면서 여기 있네 흑, 하고 찾아 낼 겁니다.

게다가, 한글이 아니라 한문을 베이스로 생각한다면, 단지 한자로 선명한 黑 한 글자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黑으로 암시할 수 있는 비슷한 글자들을 모두 생각의 범위에 넣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를테면 먹을 뜻하는 묵(墨)이라거나, 검은 색을 뜻하는 현(玄), 칠(漆) 등도 일단 의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저같으면 얼굴이 검은 사람도 일단 용의선상에 놓겠습니다.^^)

한번만 더 생각하면, 그 글자가 올라간 곳이 백제의 작전지도라면... 애당초 간첩의 본명이 써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007은 007이니까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자신의 실명을 까고 활약하지만 세상 어디의 스파이가 실명으로 활동하며, 스파이를 보낸 자가 스파이의 실명을 아무데서나 거론한단 말입니까.

애당초 '적의 스파이가 있다'는 것만 알아도 대야성의 수비진을 소환해 단속하는게 보통이겠죠. '첩자가 성문을 연다'는 구체적인 행동까지 알고 있다면 그걸로 막을 생각은 않고, 이름이 있네 없네만 따지고 있다는게 과연 정상적인 행동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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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어린애 장난 같은 수준으로 미실 사후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국면을 이끌어가고 있는게 현재 '선덕여왕'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넓게 전체를 봐도 상황은 모순 투성이입니다. 미실의 도전을 물리치고 왕이 됐건만 덕만의 주변에는 여전히 미실의 세력이 득시글거리고, 덕만은 미실 코스프레와 성대모사에 빠져 있을 뿐 왕으로서의 면모는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덕만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아니고, 유신은 이순신 장군이 아니건만 '선덕여왕' 제작진에게는 이미 자신들이 어디서 본 두 역사적 인물의 캐릭터를 '선덕여왕'의 두 인물에 덮어 씌우려는 생각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이제 좀 더 지나면 '주인공 고립시키기'를 위해 '우리 편' 인물들이 억울하게 죽어갈 일밖에 없을 듯 합니다. 서현, 용춘, 알천, 필탄, 죽방, 고도 등은 이제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나날입니다. 하긴, 이젠 그냥 죽고 쉬는 게 나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제작진에게 한번 묻고 싶습니다. 신라를 이렇게 바보들의 나라로 만들어 놓고도 과연 덕만이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영명한 여왕으로, 유신이 통일과 구국의 일념으로 사랑조차도 제쳐놓은 영웅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P.S. 이제 남은 욕은 '재미없으면 보지마 이 시키야' 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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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형법상의 처벌 규정이 위헌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물론 혼인빙자간음에 대한 헌법소원이 처음 있었던 일도 아니지만 이번에야말로 이 규정이 사라질 때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뭐라고 한마디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어찌어찌 하다 보니 여기에 대해 한줄 글을 남기게 됐습니다. 시간에 쫓기다가 쓴 부끄러운 글이지만, 그러다 보니 좀 불친절한 글이 된 듯도 해서 거기에 대해 뭔가 해설의 성격을 가진 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글의 출발점은 이것입니다. 혼빙간(이젠 그냥 이렇게 쓰겠습니다)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여자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이 법을 옹호해왔습니다. 하지만 과연 진짜 '보호'가 이뤄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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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인빙자간음

최근 영미법의 이슈 중 하나는 ‘기만에 의한 강간(Rape by deception)’의 성립 여부다. 지난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최고법원은 동생으로 가장하고 동생의 애인과 성행위를 한 남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성이 성행위에 동의했을 경우는 강간죄를 적용할 수 없으며, 동의가 기만에 의한 것인지는 법이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의사로 위장한 병원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의 사례 등을 들어 ‘기만’도 강간의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6일 한국에선 혼인빙자간음죄에 56년 만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한국 사법행정학회가 2006년 펴낸 ‘주석 형법’ 교과서에 따르면 이 죄는 1953년 9월 대한민국 형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존재했다. 당시 일본도 유사한 법을 제정하기 위한 초안을 갖고 있었으나 실제 반영하지는 않았다. 현재는 미국의 일부 주와 터키·쿠바·루마니아 등에 유사한 죄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의 의미는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남성들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것이었지만 이 법 제정 2년 뒤에 일어난 박인수 사건을 볼 때 과연 그 취지가 받아들여졌는지는 의문이다. 55년 7월 미남의 전직 해군 대위가 20여 명의 여대생을 유린했다는 스캔들은 장안의 화제였고 결국 박인수는 2심에서 혼인빙자간음으로 1년형을 선고받지만, 대중은 도리어 피해자(?)인 여대생들에게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68년작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유부남 사업가(신영균)와 사랑에 빠진 여교사(문희)가 남자를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했다면 관객은 여주인공을 애잔한 마음으로 바라봤을까. 물론 세월이 흘러 지난해엔 남편(김주혁)을 둔 아내(손예진)가 미혼 남성과 또 한번 결혼한다는 파격 소재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가 화제가 됐다.

이런 변화를 봐선 혼인빙자간음죄의 퇴장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 여성의 성적 결정을 존중하게 된 것일까. 지금이야말로 여성에게만 일방적인 정조를 강요하는 봉건적인 시선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를 자문해 볼 때다. 분명한 것은 ‘기만에 의한 강간’의 성립 여부를 논의하기까지엔 아직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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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의 박인수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을 때 판결문에 있었던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만을 보호한다"는 명언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본래의 취지가 어쨌든, 박씨를 혼빙간으로 고소한 수많은 '피해자'들이 이미 법적인 보호대상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타락해 있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혼빙간'으로 여자가 남자를 고소한 경우 일반 대중의 비난의 시선은 '당연히 나쁜 놈'인 남자에게만 머물지 않습니다. 여자 역시 '가볍게 행동한, 아무 생각 없는 여자' 취급을 받기 마련입니다. 전문가이든 아니든 누군가의 설레발에 넘어가 '천금같은' 정조를 함부로 아무게나 줘 버린 여자 취급인 것이죠.

또 '혼빙간'의 고소인이 되는 순간 여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피해자를 보는 따뜻한 시선'에서 벗어나 버립니다. 윗글에서 '미워도 다시 한번'의 경우를 예로 든 것은 이 부분에 대한 얘깁니다. 이 영화가 당시의 관객들에게 먹혔던 것은 유부남을 사랑한 유치원 여교사가, 시골에서 남자의 본처와 아이가 상경했을 때에 그냥 조용히 물러날 마음을 먹고 혼자 아픈 가슴을 달랬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자가 '내 청춘을 물어내라'며 남자를 고소했다면, 많은 관객들은 오히려 이 극중 캐릭터를 '독한 년'이라고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요.

(물론 혼빙간의 요소가 성립하려면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감췄어야 하지만, 고소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여자 쪽에서는 어쨌든 '나는 남자가 유부남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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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도 많은 여자들이 '사짜(의사, 변호사 등등)' 스펙을 들이미는 남자들의 '결혼하자'는 말에 몸을 던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결국 많은 여자들이 결혼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어쨌든 '조건'이라는 것이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게 현실일겁니다.

좋은 조건을 이용해 '혼인을 빙자'해서 여성의 몸을 농락하는 것과, 윗글 맨 위에서 소개한 '기만을 통한 강간(Rape by deception)'은 꽤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두 경우 모두 여자가 남자에게 속아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은 경우에는 사회적인 징벌이 있어야 한다는 시선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과연 '피해자'인 여성을 순수한 의미에서 피해자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논의의 대상이 되는 여성의 지각 능력을 보는 수준에서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의 '혼빙간' 규정이 여자를 보는 시선은 금치산자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시선이 제 높이로 올라오고 나서야 비로소 '기만에 의한 강간'을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여성계가 혼빙간의 폐지에 적극 찬성하고 나선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혼빙간이라는 죄가 존재하건 안 하건, 한 여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한 남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헤픈 X' 취급을 받는 사회에서는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를 해 두고 싶습니다. 1955년의 박인수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1심에서 박씨를 무죄로 풀어 준 재판부의 '놀라운 명판결'이 아니라, 판결이 어떻든 이미 대중의 여론은 그 사건의 고소인들(혹은 피해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 지난해의 아이비 사건만 돌이켜 생각해 봐도 이 부분에서 한국 사회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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