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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4회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헝가리 로케이션 장면인 4회에서 정준호가 타고 다니는 차에 눈길이 갔는데, 그게 '먹통차'였던 겁니다. 상표가 있어야 할 자리가 까맣게 비워져 있었죠.

물론 자동차 중에는 특유의 마크가 잘 보이는 차도 있고, 아예 안 보이는 차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든 한국 방송에서는 간접 광고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제작진은 상표가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차도 상표 없는 차로 분장(?)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한번 보시죠. 어떤 차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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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저 라디에이터 그릴의 한복판에 있는 밥풀같이 생긴 까만 타원형이 바로 상표가 들어가 있어야 할 자리인 거죠.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한눈에 알아보셨겠지만 저는 내가 저 차를 어디서 봤더라 잠시 고민해야 했습니다.

바로 이 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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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로체 이노베이션입니다. 확인을 위해 정면샷 몇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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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관심이 없어 몰랐더니 KIA가 '아이리스'의 공식 스폰서더군요. KIA가 준비하고 있는 세단 K-7도 이 드라마에 나온다고 하는데 벌써 나왔는지, 앞으로 나올 예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차는 이병헌의 차로 등장한다는 보도는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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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 어쩐지 로체 이노베이션과 앞얼굴이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주는군요. 그랜저 TG와 N 소나타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것이 패밀리 룩인 모양입니다.

문득 오래 전, '올인'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올인'에서 이병헌의 차로 나온 차는 수입차였습니다. 당시 제작진에게 "기왕이면 국산 차를 쓰지 왜 외제차를 썼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대답이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국내에서 가장 큰 승용차 회사에 협찬 요청을 했답니다. 그런데 대답이 "차량은 제공할 수 있지만 돈은 곤란하다"고 하더랍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한국 드라마에는 한국 차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왕이면 드라마 만드는데 애국한다고 생각하시고 국산차를 좀 쓰시죠" 하면서 오히려 힐난하는 눈초리더랍니다. 그래서 결국 외제 차를 쓰게 됐다는 겁니다.

그 다음에 일어났을 일은 뻔합니다. '올인'에 나온 차는 대만에서 일단 대박이 났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큰 붐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올인'에 이병헌의 차로 나왔기 때문이었죠. 아마 이런 사실을 알면 그 회사에서 당시 '올인' 측의 협찬 요청을 걷어차 버린 담당자에게 징계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만 해도 '한류'라는 말이 아주 없던 시절도 아닌데, 어쩌면 그렇게들 아무 생각이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번에는 '이병헌의 차'라는 이름을 단 저 차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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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김승우 일행이 타고 다니던 차는 클로즈업이 되지 않던데(당연히 협찬사인 기아 차가 아니어서 그렇겠죠), 이 차도 무슨 차인지 궁금합니다. 그림자만 봐도 무슨 차인지 아시는 고수분들이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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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가 있다면 저 차의 조수석 바로 앞에 HYBRID라는 글자가 박혀 있더라는 것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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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그나자나... 참 아이리스 전반부는, 예상대로이긴 하지만 그 예상보다도 더 너무 뻔하게 진행되는군요. 타로 카드의 복선 하며... 이거야 원. 좀 신선하게 하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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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의 난'. 이번주 방송된 MBC TV '선덕여왕'의 핵심은 미실이 일으킨 정변입니다. 정변의 기본은 누군가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세력이 등장했다'고 크게 소리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대의명분과 함께 진짜 거병이 이뤄집니다.

'선덕여왕'에 나오는 미실의 난은 이런 기본 원칙에 아주 충실하게 진행됐습니다. 유신과 알천의 무력 도발이 유도됐고, 이어 석품에 의한 세종 습격 자작극으로 혼란을 유발한 뒤 수도 서라벌 인근의 정규군이 수도로 진격, 일시적인 계엄 상태를 만드는 것 하나 하나가 쿠데타의 기본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었습니다. 불만이 있다면 사건을 보는 눈이 지나치게 현대적이라는 것 정도.

그런데 미실의 난이 정말 일어났다 해도, 금세 정리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지금 시작은 대단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 난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게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남아 있는 기록으로 볼 때 이 난 이후에도 미실과 그 측근 인물들은 멀쩡히 살아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하고, 덕만공주와 그 측근인 유신이나 알천, 비담 가운데서도 이 난으로 다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는 누가 이 난의 희생양이 될 것인지를 분명히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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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번 포스팅에서는 '화랑세기'의 미실 관련 기록들을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리고 나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기록과 최대한 맞춰 보는 걸로 시도해 보겠습니다.

작가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미실의 난'을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는 '칠숙/석품의 난'과 같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반란이든 이 반란은 실패합니다. 실제 역사가 이 반란을 진압하고 선덕여왕이 왕위에 오르는 것으로 이미 결과가 결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반란을 미실이 주도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미실과 미실의 남편인 세종, 그 아들인 하종, 정부인 설원, 역시 그 아들인 보종, 미실의 동생 미생 등은 모두 참살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찬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세종이 난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건 삼국사기에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거대 사건입니다.

하지만 세종이 삼국사기에 나오는 것은 단 한번, 그것도 진지왕 2년의 무훈에 대한 기록입니다.

겨울 10월, 백제가 서쪽 변경의 주군을 침범하자, 이찬 세종으로 하여금 군사를 거느리고 출동하게 하였다. 세종은 일선 북쪽에서 이들을 격파하고, 3천7백 명을 목베었다. 내리서성을 쌓았다. (冬十月, 百濟侵西邊州郡, 命伊찬世宗出師, 擊破之於一善北, 斬獲三千七百級. 築內利西城)

그리고 아무런 기록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화랑세기'에도 미실이 반란에 관여했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죠. 미실과 설원은 잘 늙어 죽었고, 이들의 아들 보종 또한 유신의 뒤를 이어 풍월주에 오를 몸입니다.

한마디로 '난은 무슨 난?'입니다. 반란의 주모자들이 이렇게 좋은 대접을 받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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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역사의 기록이 지목하고 있는 반란의 주범은 칠숙과 석품입니다. 이미 이 부분은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삼국사기 원문을 한번 확인합니다.

여름 5월, 이찬 칠숙과 아찬 석품이 반역을 도모하였다. 왕이 이를 알고 칠숙을 잡아 동쪽 시장에서 참수하고, 구족을 처형하였다. 아찬 석품은 백제 국경까지 도망하였으나, 처자가 보고 싶어 낮에는 숨고 밤이면 걸어서 총산까지 돌아왔다. 그는 그 곳에서 나무꾼 한 사람을 만나 그의 헤어진 옷과 바꾸어 입은채 나무를 지고 몰래 집에 돌아왔으나 곧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夏五月, 伊찬柒宿與阿찬石品謀叛, 王覺之, 捕捉柒宿, 斬之東市, 幷夷九族. 阿찬石品亡至百濟國境, 思見妻子, 晝伏夜行, 還至叢山, 見一樵夫, 脫衣換樵夫衣, 衣之, 負薪潛至於家, 被捉伏刑)

석품의 말로가 참 불쌍합니다. 아무튼 반란은 미실이 일으켰는데 칠숙과 석품은 척살당하지만 미실과 주변 인물들은 멀쩡하다.... 이건 참 불공평하기도 하지만, 과연 작가들이 어떻게 드라마를 풀어 나갈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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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덕만공주와 비담의 활약으로 미실은 큰 무력 충돌 없이 스스로 병력을 거둘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애당초 미실이 난을 일으킨 이유가 비담의 장래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비담의 요청에 따라 난을 거두는 것도 가능할 듯 합니다. 애당초 '미실이 직접 왕이 된다'는 황당무계한 목표는 무시해도 좋았을 듯 합니다.

그러고 나면 덕만공주와 미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겠죠. (혹은 아래 댓글로 다른 분이 지적하셨듯 진주군 사령관 주진공과 덕만 사이에 먼저 합의가 타결될 수도 있겠습니다) 미실이 덕만에게 강요하려 했던 것과 반대로, 미실과 미실의 측근들이 모든 정무에서 손을 떼고 재야에 칩거하는 대신 난의 주모자로서의 처벌은 모면하게 해 주는 선에서 대략 대화가 끝날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정변이 있었고 군이 출동했는데 그냥 덮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여기선 누군가 희생양이 되어야겠죠. 그리고 칠숙과 석품이 그 굴레를 뒤집어 쓰게 될 겁니다. (아마 드라마 속 칠숙의 충성심으로 봐선 스스로 죄를 자처할 수도 있을 겁니다. )

이렇게 해서 비담과 유신, 춘추는 덕만공주를 옹립하는 세 축이 되고, 선덕여왕의 즉위에는 걸림돌이 사라집니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 유신과 춘추가 한 편이 되어 비담을 배척하고, 결국 궁지에 몰린 비담이 난을 일으키는 지경에 다다르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일입니다. 당장은 가장 확실한 같은 편일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지난번에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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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역사를 바꾸지 않는 한 필연입니다. 다만 남은 궁금증은 대체 덕만공주가 어떤 제안으로 미실로 하여금 뽑은 칼을 거두고 반란을 무마시킬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어떤 명분을 대든 참 황당무계한 진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담과 덕만의 혼인...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만, 그 정도로 뽑은 칼을 스스로 거두고 정국에서 물러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21세기도 아닌 7세기에 말입니다. 고작 몇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변을 마무리한다는 건 그만큼 정변이 신속하고 별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을 때에나 가능한 일인데, 과연 무엇이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부디 작가진이 지혜를 발휘해서 보다 설득력있는 스토리를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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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케이블채널 tvN에서 '80일만에 서울대가기'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됐습니다(우선 가장 궁금하실 것부터 보면 비밀번호는 dream80이랍니다^.) 아무튼 제목부터 참 관심을 끕니다. 한국 중년 남녀의 공통적인 관심사라면 돈과 교육이 1,2위를 다툴텐데 그중 하나를 정면으로 겨냥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겁니다. 진지하게 성적을 올릴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EBS를 보는게 낫겠죠. 이 프로그램은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공부'를 갖고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를 시험해보는 프로그램이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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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프로그램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일찌기 MBC에서는 '공부의 제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의 왕도를 가르쳐주겠다'고 나선 적이 있고, 또 '꼴찌탈출'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학능력이 매우 낮은 학생들의 성적을 단시일내에 끌어올려 보겠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희한하게도 이 두 프로그램의 MC였던 이윤석과 김진수가 이번 '80일만에...'를 진행하는군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과 '80일만에...'의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열등생을 데리고 하건, 우등생을 데리고 하건 '성적을 끌어올린다'는 전제는 분명히 같습니다만 예전의 프로그램들은 어딘가 느슨한 면이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즉, '언제까지 어느 정도나 성적을 올린다'는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좀 더 폭넓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여지가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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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다릅니다. '80일'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서울대'라는 공간적인 제약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즉 '80일 안에 (현재 성적으로 보아 서울대에 가지 못할 학생들이) 서울대를 가게 하겠다'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설정이 정직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첫 방송에서는 7명의 고3 및 재수생들을 모아 놓고 합숙 수험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화면상으로 나타난 수능까지의 시간은 80일도 아닌 75일. 7명 가운데 과연 서울대를 가는 학생이 나올까요?

유력한 후보자는 지난해 연세대와 고려대를 지원했다 낙방했다는 재수생입니다. 이 정도라면 단기간에라도 입시에 도가 튼 유능한 강사들이 본격적으로 지원한다면 서울대를 갈 수 있을 듯 합니다. 그 나머지 학생 가운데서도 서울대를 진학하는 학생이 나온다면 이 프로그램은 꽤 성공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꽤 큰 금액이 될 제작비는 스타 강사들의 홍보비와 입시관련 용품의 PPL로 상당 부분 커버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의 제목, '80일만에 서울대 가기'는 다소 기만적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그만이지만,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뭐 어쨌든 나머지 학생들도 성적이 꽤 오르기만 한다면 뭐라 탓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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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프로그램은 입시지옥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한국의 입시현장을 고발하는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과도한 기대는 금물입니다. 세상에 공부의 왕도라는게 있을리가 없죠. '성적올리기의 왕도'라면 어느 정도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일곱명의 학생들이 과연 성적이 오르는지 안 오르는지에 대한 변형 게임 쇼일 뿐입니다.

지원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최정예 전문가들로부터 무료로 지도를 받는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만치 방송으로 인한 귀찮은 요소들도 감내해야 합니다. 조명과 카메라의 방해로 공부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가끔은 '좀 더 재미있는 방송'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일장일단이 있는 조건을 이겨내고 예상보다 좋은 학교를 간다면 뭐 누구라도 불만 없겠지만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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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학생들에게 과도한 동정을 할 필요도 없을 듯 합니다. 대개 자체 경쟁을 통해 단 한 사람만 살아 남는 절대 다수의 서바이벌 쇼에 비해 이 학생들은 그 안에서의 경쟁 같은 것은 경험하지 않아도 좋기 때문입니다. 이것만 봐도 이들은 결코 불행한 편이 아닙니다.

또 이 프로그램의 성공에서 최대의 관건은 이들의 입시 결과겠지만 그 사이에 시청자들을 잡아 놓으려면 아무래도 출연자들이 드라마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들이 공부하는 중간에 보이는 감정의 변화나 발산이 화면으로 드러나야 할텐데, 과연 수험생들을 상대로 그런 밀착된 카메라 워킹이 가능할지도 궁금합니다.

아무튼 현재 가장 큰 관심은 이 영악한 쇼 프로그램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에 몰려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계속 시청자들의 관심을 잡아 놓을 수 있을까요. 첫회는 비교적 성공적이었지만 2회에서도 그런 호응이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성공한다면 최초의 '성공한 교육 버라이어티 쇼'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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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비슷한 소재의 일본 드라마 '드래곤 사쿠라'도 내년 1월쯤 한국 드라마로 리메이크 될 예정입니다. 그야말로 교육 붐이군요.


P.S.2. 오랜만에 이윤석과 김진수를 보니 '허리케인 블루'가 절로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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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란 안 훙 감독의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the rain)'을 보고 왔습니다. 캐스팅 소식을 듣고 제목은 저런데 왜 비는 안 나오고 이병헌이 나오느냐는 농담을 한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국내에 공개되다니, 세월 참 빠릅니다.

트란 감독은 잘 알려진대로 90년대 '시클로'와 '그린 파파야 향기'로 국제적인 주목을 끈 감독입니다. 그리고 2000년 이후 8년만에 이번 작품,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내놨고, 2010년 개봉 예정으로 현재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90년대의 트란 안 훙이 눈길을 끈 것은 베트남이라는 아열대 공간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끈끈함이 감도는 화면 안을 꽉 채우던 관능적이고 탐미적인 영상과, 순수와 현실의 대립이라는 소재가 잘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면 과연 지금도 그게 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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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 '나는 비와...'는 액션 느와르의 외피를 쓰고 있습니다. 당연히 총도 몇발 발사되죠. 일단 줄거리입니다.

경찰 출신인 탐정 클라인(조시 하트넷)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세계적인 갑부('세계 최대 제약회사의 주인'이란 설명이 붙여집니다)로부터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실종된 아들 시타오(기무라 타쿠야)를 찾아 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시타오의 행적을 쫓아 홍콩까지 온 클라인은 홍콩 경찰인 친구 멩지(여문락)를 찾아 도움을 청하는데 이 과정에서 악질인 갱단 보스 수동포(이병헌)를 알게 됩니다. 어떤 것도 무참하게 살해해 버리는 잔학한 범죄자인 수동포에게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인인 릴리(트란 누 엔 케)가 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분들은 여기까지만 보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제목과 관련된 얘기는 영화 내용을 건드리게 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꼭 보시겠다는 분들은, 나머지 이야기도 영화를 본 뒤에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볼까 말까 하시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권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트란 감독은 '시클로'를 만들고 나서 13년 이상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걸작들은 시대를 넘어 서는 힘을 갖지만, 어떤 작품들은 그 시대가 지나면 용도폐기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 '나는 비와...'는 시대를 넘어서는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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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형사인 탐정과 현직 강력계 형사, 그리고 악당 보스와 미녀가 나오는 이 작품은 전형적인 느와르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이 트란 안 훙인 이상, 관객의 위장을 쥐어 짜는 긴장감을 이 영화에서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졸음을 이길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이 영화를 특이하게 보이게 하는 것은 이른바 구세주 캐릭터입니다. 영화 속에서 기무라 타쿠야가 연기하는 시타오는 사람의 상처나 병을 치유하는 신비로운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대신 치료의 방법은 좀 독특합니다. 이미 알려진 치료사들과는 달리 시타오는 타인의 병이나 상처를 자신에게로 흡수해 그 사람을 낫게 합니다. 자연히 그 사람이 겪고 있던 고통은 그대로 시타오의 차지가 되죠. 시타오는 불사신의 몸이라 죽지는 않지만, 대신 상처가 나을 때까지 끔찍한 고통을 대신 겪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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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대신 겪는다는 것은 '타인의 죄를 대신 속죄한다'는 것을 곧바로 연상시킵니다. 그렇습니다. 시타오는 누가 보기에도 예수의 재림이었던 겁니다. 이 비유는 대단히 노골적입니다. 아름다운 창녀에서 그의 추종자로 변신하는 릴리는 막달라 마리아가 아니면 누구일까 싶습니다. 시타오는 자신을 죽이러 온 수동포를 살인자 바라바를 대하듯 합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는 비와...'는 이 추악한 욕망과 범죄의 시대에 잘못 찾아온 재림 예수에 대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여기에 곁다리로 붙은 것은 클라인의 기억 속에서 계속 클라인을 괴롭히는 과거의 연쇄 살인마 이야기입니다. 이 연쇄살인범에 대한 기억은 클라인의 뇌리에 박혀서 그로 하여금 선과 악의 실체를 혼동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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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설정이 이제는 너무나도 흔해빠진 것이란 점입니다. 일찌기 니체가 말한(어느 책인지는 모릅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도 당신을 들여다 본다(Whoever fights monsters should see to it that in the process he does not become a monster. And when you look long into an abyss, the abyss also looks into you)'는 경구를 연상시키는 스토리는 더 이상 울궈먹을 게 없을 정도로 진부한 얘기가 돼 버렸습니다. 심지어 드라마 '아이리스'에도 나옵니다.

트란 안 훙 감독이 이 영화를 약 10년 전쯤 내놨더라면 아마도 이보다는 훨씬 우호적인 평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트란 감독이 '시클로'의 세계에 만족하고 있는 사이 세계는 2009년이 되어 버렸습니다. 유명 배우들을 끌어들이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런 진부한 영화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성찰에 관객들이 탄복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 듯 합니다. 차기작인 '노르웨이의 숲'은 오히려 통째로 회고적인 작품이니 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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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영화에서 기무라 타쿠야는 - 나름대로 열연하긴 했지만 - 이 영화에서 '2046'에 이어 또 한번 굴욕을 겪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사라곤 서너마디 뿐인, 그리고 나머지 장면에서는 모두 괴성을 지르며 굴러다니는 연기로 일관해야 하는 이런 캐릭터를 과연 일본 최고의 톱스타가 해야 하는지는 정말 의문입니다.

도대체 왜 기무라가 이런 역할을 수락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한 영화라고는 '무사의 체통'과 '히어로' 정도가 전부인 기무라가 뭔가 좀 배우로서의 새로운 돌파구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이 영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납득할 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캐릭터로 대체 뭘 얻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엑스트라로 전락했던 '2046'의 경험에서 별로 배운 것이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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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지아이조'에서 주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작품이나 감독보다 캐릭터의 힘이 컸다고 보아야 합니다. 문제는 감독이 뭘 보고 그런 캐릭터를 맡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이병헌은 기무라 다쿠야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장점을 갖고 있죠. 영어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의 영어 대사를 들어 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영어 실력이 배우로서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자국어로 연기하는 배우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도 당연히 아닙니다(꼭 이런 헛소리를 하실 분이 있을 것 같아 노파심에서 덧붙이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굳이 '해외 진출'이라는 걸 원한다면, 아무래도 영어 실력은 필수일 듯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괴성을 지르는 벙어리 연기 외에는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교훈 중 하나라고나 할까요.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는 연예인이라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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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제목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성경 구절이 아닐까 했는데 딱 맞는 구절이 없더군요. 이사야 55장이나 에제키엘(에스겔) 13장에 뭔가 끌어다 붙일 수 있는 구절이 있긴 합니다만... 딱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내리는 눈이 하늘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흠뻑 적시어 싹이 돋아 자라게 하며 씨뿌린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내주듯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역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나에게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As the rain and the snow come down from heaven, and do not return to it without watering the earth and making it bud and flourish, so that it yields seed for the sower and bread for the eater, so is my word that goes out from my mouth: It will not return to me empty, but will accomplish what I desire and achieve the purpose for which I sent it (이사야 55:10,11 - 해석은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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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권상우 부부의 화보가 눈길을 끈 적이 있습니다. 이 화보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다른 부부의 이름이 떠올랐을 겁니다. 바로 데이비드 베컴 - 빅토리아 베컴이겠죠.

스타 커플들은 가끔 부부라는 이점(?)을 이용해 카메라 앞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애정표현을 하곤 합니다. 가끔은 '화보 찍으려고 결혼한거냐!'는 얘기가 나오고 싶도록 말이죠.^ 뭐 당연히 그럴 리는 없겠습니다만.

문득 권-손, 그리고 베컴 부부를 제외한 다른 커플들은 어떤 화보를 찍었는지 한번 살펴보고 싶어졌습니다. 뭐 그리 사례가 풍부하지 않아도 그냥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직접 찾아보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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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체 이런 화보의 가장 큰 목적은 뭘까요? 돈? 명예? 그건 아닌 것 같고... 사람들을 부러움이나 좌절감에 빠뜨리려는게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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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미남 미녀 커플은 이미 결혼 직전에도 다른 사람들의 염장을 지른 적이 있습니다. 벌써 기억이 안 나는 분들이 있겠지만 그때도 이런 화보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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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화보의 경우, 국산품의 수준은 강도 면에서 뚝 떨어집니다.

속옷 광고니 잡지 화보니 해서 꽤 많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는 베컴 부부의 경우. 어떤 사진들은 좀 낯뜨거울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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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포즈를 맘놓고 취할 수 있고, 남들도 뭐 그러려니 넘어가는게 바로 부부 사이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비하면 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은 장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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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윌리스는 이들을 살짝 따라하는 듯한 화보를 내놨습니다. 'MR. AND MRS WILLIS'라는 것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표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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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스의 새 아내는 22세 연하의 영국 출신 모델 겸 배우 에마 헤밍입니다. 젊은날의 데미 무어를 닮았다는 평을 꽤 많이 듣고 있습니다. 사람의 취향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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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안에는 이런 SM 느낌의 화보도 있다는군요.

W지의 특징인가봅니다.


머라이어 캐리도 남편 닉 캐논과 함께 이런 포즈를 잡아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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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보를 찍는데 꼭 부부가 필요한 건 아니죠.

'하이스쿨 뮤지컬' 커플인 잭 에프런과 바네사 허진스도 동화 느낌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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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제시카 비엘... 이건 연출된 화면인지. 파파라치 샷이라기엔 너무 여러모로 완벽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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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용 사진은 아니지만 진짜 커플들은 러브신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이 '돌이킬수 없는'에서 보여준 후반부의 베드신은 자연스러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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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직업이 연기인 배우들은 화보 촬영 때에도 그럴싸한 감정을 뽑아내는게 당연합니다. 별 사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소지섭과 이지아가 얼마 전 진행한 이 화보도 꽤 느낌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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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화보를 보고 있으면 제목에 쓴 '스타커플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무색해지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아니면 두 배우가 화보를 찍는 동안만이라도 무슨 감정을 느꼈을지도.^

자, 진짜 커플 사진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느낌이 좀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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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커플의 이권 남용(?)은 클래식에서도 있습니다.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무대에서 수시로 '애정행각(?)'을 보여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죠. 특히 갈라 쇼 무대 같은 데서는 너무 천연덕스럽게 키스 등을 연출해 '뭐냐...'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아무튼 좋은 일입니다.




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추천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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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천둥번개 속에서 귀가들은 잘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꽤 젖었습니다.^

미리 2000만에 가까웠다고 설레발을 친 탓인지 뭘 들고 오셔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여럿 계셨던 모양입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 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뭐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 키보드에 머리를 박고 쓰러지지 않는 한 2000만이 곧 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괜히 설레발이 앞섰나 잠시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지난번의 예에 따라 오신 분들을 되새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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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임 장소에 도착했을 때 다섯 분이 와 있었습니다.

1. 아무래도 늘 가장 멀리서 오시는 분
2. '정말 또 와도 되냐'고 묻고 또 오신 기러기 한분
3. 오후 네시에 퇴근하고 오신 분(맨 첫 모임에 나타났다가 몇해만에 컴백하셨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분은 신인이었습니다.

4. 늘 가장 멀리서 오시는 분보다 더 멀리서 오신 놀라운 분(밤은 어떻게...)
5. 새로운 노래방 몬스터의 출현을 알린 분


그리고는 대략 오신 순서대로

7. 어렸을땐 신체조건(키)의 이점이 뭐가 좋은지 모르셨다는 분
8. 이제는 대략 개근을 하고 있는 엄친아 한분
9. 전출
10. 말은 거의 전출이지만 실제로는 이제 겨우 두번째 방문인 분
11. 왜 블로그를 안 하는지 참 궁금한 선생님
12. 그분의 부인
13. 새로운 삶에 놀라운 적응을 보이시는 분(...분실사고는 안타깝습니다)
14. 최근 가족이 늘어나신 분(댓글 1위)
15. 날 잡은 놈

이렇게 해서 총 열 다섯명이 모였습니다. (오시기로 하고 나타나지 않은 분은 두분.)
 

예의 몸풀기 수다...가 있었고, 당연히 퀴즈...가 있었습니다.

2번, 11번, 12번님의 상품 협찬 덕분에 역대 모임 사상 선물이 가장 풍부했던 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설마 그 가운데서도 뭐 하나 챙겨가지 못한 분은 안 계시겠죠?) 그 와중에도 꽝표만 세개를 집어가신 분은 참...

새로 가족이 늘어난 14번의 살림 챙기기 실력이 돋보였던 하루였습니다.



2차. 이날 모임의 가장 큰 수확은 고리대금업자의 외모를 갖추고 2NE1을 소화하는 놀라운 뉴 페이스(5번)의 확인입니다. 아울러 오랜만에 재등장한 '말로만 전출' 씨(10번)의 실력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하면 셋이 노래방 24시간도 가능할 듯 합니다.

다음번쯤에는 이렇게 세 멤버가 소방차를 결성해서 보여드릴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멤버는 정원관 1, 정원관 2, 정원관 3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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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밤 12시 전후해서 1, 2차가 정리된 느낌이라 3차까지 여덟 분이나 남았습니다(숫자로 하자면 2, 3, 4, 5, 6, 9, 10, 13번^^). 그런데 1, 2차에서 많이 달리신 탓인지 아무래도 3차에서는 살짝 횡설수설 분위기가 나더군요.

다음번에는 좀 더 바람직한 대화 분위기 형성을 위해 2차와 3차의 순서를 좀 바꾸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2차에서 칼로리 소모가 꽤 있었던 터라 그걸 보충할 3차가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3차에서는 누가 계산하셨는지 아물아물합니다만, 계산해주신 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P.S. 어제도 몇가지 '1박2일'에 대한 제안이 나왔습니다. 왠지 이제는 MT로 가는 길이 역사의 필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 역사의 길에 몇분이나 동참하실지도 궁금합니다.^ (그런데 1박2일 하면 절반은 야외에서 자는 건가요?)


P.S.2. 어제 받은 선물 가운데 '앙금으로 구운 쿠키'는 2차에서 안주로 제몫을 했습니다. 그리고 '말로만 전출^^'님의 케이크는 비 때문에 손잡이가 파손돼 차량 보유자들에게 눈물을 머금고 양도했습니다.

그래도 그 빗속에서 악착같이 남은 선물들을 고수해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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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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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드신 호두 파이, 롤 케익, 딸기잼 파이, 쿠키입니다. 한결같이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곧 개업하시면 꼭 성공하실 겁니다.

이 대목에서 레진사마가 부럽지 않아! 라고 하면 살짝 거짓말이겠지만^  참가해 주신 분들, 그리고 이밖에도 아주 고소한 선물을 보내 주신 분(사진은 생략합니다), 오시지는 않았지만 늘 성원해주시는 분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2차 안 가고 도망가신 분들, 원망은 안 하겠습니다. 다만 앙금이 남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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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에서 가장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이병헌에서 빅뱅의 탑에 이르는 엄청난 캐스팅입니다.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등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충분히 주연을 맡을 배우들이 모두 조연급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기만 합니다.

'이죽사'의 김규태PD와 '리베라메'의 양윤호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고 있긴 하지만 이런 캐스팅은 아무래도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전면에서는 빠져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작품을 컨트롤한 최완규 작가(초기에는 작가명이 드러나 있었지만 어느새 크레딧에는 '극본-김현준 조규원 김재은'이라는 표기로 바뀌어 있습니다)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완규-이병헌이라는 라인이 아무래도 '올인'의 향기를 다시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지만 '아이리스' 1부는 그동안 흘러나왔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은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고 대놓고 자랑하는 화력시범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전체적으로 흠잡을데가 별로 없는 드라마에서도 위험 요소 하나가 보입니다. (당연히 이 이야기는 맨 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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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내용을 살짝 요약하자면 -

헝가리에 와 있는 NSS 소속 요원 현준(이병헌)은 부국장(김영철)으로부터 북한의 최고위 요인을 저격하라는 임무를 받습니다. 현준은 임무를 수행하지만 북한의 엘리트 요원이 철영(김승우)과 선화(김소연)의 추격을 받아 총상을 입습니다. 하지만 부국장은 현준의 구조 요청에 굳은 얼굴로 전화를 끊습니다.

이어지는 과거 회상. 707특임대 소속인 현준(이병헌)은 대학에 나가 공부를 하라는 기이한 특명(?)을 받고 학교 강의실에서 여학생 승희(김태희)를 만나 첫눈에 반해버립니다. 한편 현준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특임대의 에이스 자리를 다투는 사우(정준호)는 선배 상현(윤제문)과의 술자리에서 승희를 만나 역시 반해버립니다.

그리고 며칠 뒤, 현준과 사우는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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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모를수록 감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눈치 빠른 시청자들이라면 이후의 진행이 대략 짐작될 겁니다. 사전에 알 수 있는 줄거리는 홈페이지상에도 나와 있죠. 검은 양복들에게 끌려간 현준과 사우는 고문 테스트를 받고 부국장 김영철이 이끄는 비밀 기구의 요원이 됩니다. 신분을 가장하고 두 사람을 각각 만난 승희는 그 기구의 선배 요원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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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회에서 보여준 물량과 빠른 편집은 시청자들이 갖고 있던 '드라마'의 한계를 넘어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만 합니다. 두 연출자의 역할분담은 대략 스토리 라인은 김규태 PD가, 외부 촬영과 스펙터클은 주로 양윤호 감독의 몫으로 나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양윤호 감독의 작품들이 극악의 스토리라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그런 부담을 씻고 자신의 장기인 '볼거리'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수없이 많은 외화들을 통해 저격 장면들을 보아 온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간단하게 피격 포인트를 파악하고 너무 간단하게 저격 장소로 이동하며, 역시 너무 간단하게 현준의 은신처를 알아내 버리는 진행이 좀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진행은 '총감독 정태원'의 스타일이라 매우 익숙합니다.

(흔히 정태원 대표는 작가, 감독, 제작사 대표를 모두 겸임해 '정태원 총감독'이라는 우스개로 불리곤 합니다. 그리고 이분의 스타일은 '귀찮고 머리 써야 하는 부분은 모두 삭제'라는 쪽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든 이분이 아니면 '아이리스'같은 대작은 나올 수 없었다는 데 모든 사람이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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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익숙한 장면. 사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런 장면은 '앞으로 두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걸 예고하는 장면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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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파격적인 스타 파워와 물량의 결합은 '아이리스' 1회에서 좋은 효과를 냈습니다. 대학 생활 장면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었겠지만 1회의 하이라이트인 고문 장면에서 이병헌의 힘은 충분히 드러났습니다. 화면을 꽉 채워버리는 압도적인 연기력은 시청자들을 충분히 납득시키고도 남음이 있었죠.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쉬리'와 '올인'의 유산들입니다. 여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국가로부터 오해받는 요원'이라는 키퍼 서덜랜드의 '24'가 오무라이스의 계란처럼 덮입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일은 아닙니다. 일찌기 '쉬리'를 만든 강제규 감독 팀의 구호가 '한국에서도 블럭버스터를 만들 수 있다'였다면 '아이리스' 제작진의 정서는 '미드에서 한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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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드라마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여주인공입니다. 김태희는 이미 1회에서도 몇차례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지나치더군요. 어떤 연기를 할 때에도 변화 없는 표정을 보면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비밀 요원의 역할에 적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1회에서도 이렇게 불안요소를 드러낸다면 본격적인 멜로드라마(순간 '메롱드라마'라고 쓸 뻔 했습니다)가 진행되어야 할 때에는 진짜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병헌은 지금까지 혼자 연기할 때는 물론 상대 여배우로부터 멜로드라마 연기를 이끌어내는 데에 발군의 솜씨를 보여왔습니다. 반면 김태희는 상대역이 누구든 간에 아무런 변화 없는 연기로 사람들을 놀라게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조현재-김래원-정우성은 물론이고 설경구조차 끌어내지 못했던 김태희의 '연기'를 과연 이병헌은 끌어낼 수 있을까요?

아이리스는 첫회만으로도, 어쩌면 방송 전부터 어느 정도의 성공은 보장된 작품이란 게 분명해졌습니다. 이 점을 인정하고 나면, 바로 이 '위험 요소'의 처리 결과가 '아이리스'가 한국 드라마사에 남는 대작이 될지, 아니면 수많은 성공작 중 하나가 될 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가능성은 정말 반반이군요.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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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천사의 유혹'이 방송 초반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아내의 유혹'에 중독됐던 주부층을 다시 사로잡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작품도 도입부부터 '놀랍도록 빠른 전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 '천사의 유혹'의 스토리가 새롭게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천사의 유혹'이나 '아내의 유혹'과 자주 비교되는 아침드라마들의 경우, 비슷한 엽기성 스토리가 날이면 날마다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왜 아침부터 이런 얘기들이 먹혀드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천사의 유혹'이나 '아내의 유혹'의 인기는 수십년간 축적된 아침 드라마 시장의 소비자들과 분리해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이 드라마를 놓고 방송의 공익성이 어쩌네 저쩌네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안정된 시청률과 광고 판매의 효자인 이런 드라마를 없앤다는 건 방송사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이런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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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드라마에 대해 모르는 분들을 위해 '천사의 유혹'의 베이스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주아란(이소연)은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원수의 아들 현우(한상진-나중엔 배수빈)와 결혼합니다. 그리고 주아란을 돕는 의사 남주승(김태현)과는 내연의 관계죠. 주아란은 현우의 집안을 박살내는데 성공하지만 식물인간이 됐던 현우는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성형수술을 통해 다른 인물로 변신해 다시 주아란에게 복수합니다.

딱 보면 아시겠지만 배신과 복수, 그리고 다른 인물로의 변신이 주요 소재입니다. 네. '아내의 유혹'에서 익히 봤던 소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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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작가의 이 드라마들은 왜 인기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화 보시는 분들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만화 많이 본 독자일수록 만화 한 권을 보는 속도가 빠릅니다. 소설도 사실 마찬가지일 겁니다. 영화를 1년에 100편 이상 보시는 분들은 가끔씩 빨리감기로 보는 영화가 있을 겁니다.

이 '유혹'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이야 이미 수십년간 아침드라마들을 시청하며 첫장면 봐도 끝장면이 보이는 높은 내공의 주부 시청자들에게, '당연히 생략해도 좋을' 장면들은 과감하게 날려 주는 것이 이 '유혹' 시리즈의 서비스입니다.

'유혹' 시리즈는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긴 하지만 다른 막장성 드라마들처럼 시청자를 짜증나게 하는 요소들이 과감하게 생략돼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건 너답지 않아!'라며 말리는 친구에게 '그럼 나다운게 뭔데?'라고 반문하는 여주인공 같은 장면들입니다. 이런 구태의연한 장면은 '유혹' 시리즈에서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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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좀 더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엊그제 결혼한 새색시가 사실은 강남 텐프로 룸살롱의 에이스 출신이고(이름은 웬 로즈마리?) 악당 회장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룸살롱에서 007 쇼를 벌입니다.

여기에 주아란과 남주승은 와인 잔을 부딪히며 자신들의 음모가 성공하는 걸 자축하다가 그 자리에서 눈에 불이 붙어 바로 뜨거운 키스와 함께 베드신으로 직행합니다. (어딘가 외국 영화에서 본듯한 장면입니다만, 연출이며 연기가 사실 좀 낯뜨거울 정도로 어설펐습니다.)

어쨌든 이 드라마의 매력은 1.5배속, 혹은 2배속으로 아침 드라마를 보는 재미입니다. 지루한 부분은 확실히 생략. 괜히 시간만 끌고 러닝타임만 잡아먹는 똑같은 줄거리의 드라마에 비해 '유혹' 시리즈의 만족도가 높은 건 너무 당연한 얘깁니다. 그리고 가끔은 상상을 초월하는 '말도 안 되는' 장면이 등장해 시청자의 기대를 무너뜨려 줍니다.

그런데 기껏 애쓰고 돈들여 만든 드라마보다는 이런 드라마들이 확실한 효과를 주고 있으니, 방송사 입장에서도 어찌 보면 답답한 노릇입니다.

아, 처음에 얘기한 해결 방법은 왜 안 나오냐구요. 네. 지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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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이 드라마의 장르 표기를 바꿔 버리면 됩니다.

그러니까 '미니시리즈 천사의 유혹' 이라고 부르는 대신, '코미디 극장 천사의 유혹' 이라고만 부르면 만사 해결입니다(마침 강유미도 나오지만, 강유미가 나와서 코미디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이미 이 드라마는 드라마가 가지고 있어야 할 대체적인 미덕을 넘어서서 '황당무계한 상황'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는 웃음'을 주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개콘'이나 '웃찾사'를 보면서 '저게 세상에 말이 되는 얘기야? 말도 안돼!'라며 흥분하지 않죠. 다소간의 과장은 코미디의 미덕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방송사측에 권합니다. 그냥 제목과 장르 표기만 바꾸시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어떤 시청자 단체가 코미디라는데 토를 달겠습니까. 게다가 '천사의 유혹'은 현재의 '웃찾사'보다 훨씬 더 많은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그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오는 헛웃음인지, 정말 즐거워서 나오는 웃음인지는 굳이 구별하지 맙시다. 어쨌든 웃음은 웃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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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유혹'을 보면서 TVN의 '롤러코스터'에 나오는 '막장로맨스'나 '막장극장'과 혼동을 느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들 코너들은 '막장드라마의 엑기스만을 모아' 드라마처럼 꾸며 방송하는 패러디 코너들이죠. 그런데 '천사의 유혹'을 보다 보니 어느 것이 원작이고 어느 것이 코미디 프로그램의 패러디인지 구별을 못하게 돼 버렸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는 '천사의 유혹'의 장르 표기만 코미디로 바꾸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출연하는 배우들이 항의할까요? 에이, 사실은 다들 알고 출연했을텐데요. 그리고 요즘 왕비호한테 욕 한번 먹으려고 줄 선 배우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자, 오늘 저녁부터 '코미디 극장 천사의 유혹', 어떻습니까?


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화끈한 추천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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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두 작가 중 하나인 박상연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선덕여왕'이 너무 기록된 역사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가능하면 사람들이 이를 계기로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더군요.

솔직히 참 무책임한 얘기입니다. 사극도 드라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유로운 역사 해석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신라시대를 조명한 사실상 두번째 사극(그리고 첫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아예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삼국기'라는 사실을 생각하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역사의 '의미'에 충실한 드라마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요즘 춘추의 역할이 드라마의 활력소가 되고 있긴 합니다만, 이 드라마의 춘추 해석은 좀 무리한 구석이 많아 보입니다. 드라마 속의 춘추는 스스로 '왕이 되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진평왕 치하의 춘추는 그렇게 마음 편한 상태였을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영조 후기의 세손 이산과 비슷한 처지였다고 보는게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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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무열왕 김춘추에 대한 '삼국사기' 기록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太宗武烈王立. 諱春秋, 眞智王子伊龍春之子也.母, 天明夫人, 眞平王女

태종무열왕이 즉위했다. 이름은 춘추. 진지왕의 아들인 용춘의 아들이다. 어머니 천명부인은 진평왕의 딸이다. (드라마만 보시던 분은 용춘은 숙부인데 무슨소린가 하시겠지만 '삼국사기'는 용수와 용춘을 동일인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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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26대 왕인 진평왕이 아들이 없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로써 남자 성골이 사라졌고,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 등장합니다. 여왕 등극에 반대하는 반란이 일어났을 정도로 여자가 왕이 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게 환영받지는 못하는 사건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이때 27대 왕인 덕만공주=선덕여왕이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면 과연 누가 왕이 됐어야 했을까요. 남자 중에서 왕위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춘추입니다. 폐위당한 진지왕의 손자이며, 어머니 또한 진평왕의 딸이므로 사실상 성골입니다.

그렇다면 왜 춘추가 있는데도 덕만공주가 왕위에 올랐을까요?



 진흥왕(24대왕) -   동륜태자           -   진평왕(26대왕)      -   덕만(27대왕)
                           진지왕(25대왕)   -   용수(용춘)           -   춘추(29대왕)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모계에만 주목했기 때문에 덕만공주가 춘추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따뜻하기만 합니다. '비명에 간 언니 천명공주의 아들'이라는 시선만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계에 따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들은 6촌 남매의 같은 항렬인 왕위 경쟁자입니다. 덕만공주 대신 춘추가 왕위에 올라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 왜 춘추는 바로 왕위에 오르지 못했을까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진평왕과 당시의 지배 세력들이 춘추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그 정도로 - 여자를 왕위에 올려 놓을 정도로 - 꺼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춘추와 춘추의 아버지 용수(혹은 용춘)는 진지왕이 폐위당하지 않았다면 적통으로 왕위에 올랐을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 용수의 장인인 진평왕은 진지왕과 그 후손들인 용수(용춘)의 왕 자리를 빼앗은 인물인 것이죠. 아울러 진평왕을 왕으로 만든 사람들은 모두 용수-춘추 부자의 적들인 셈입니다.

진평왕은 숙부인 진지왕을 내쫓은 대신 그 아들이며 자신의 사촌인 용수를 사위로 삼아 포용하는 정책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왕위를 물려 줄 정도로 믿지는 않았습니다. 설사 진평왕이 믿었다 해도 진지왕을 내쫓고 진평왕을 옹립한 세력들은 용수를 왕위에 올려놓는 것은 자신들의 목을 용수의 정치적 보복 앞에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춘추는 감히 덕만의 경쟁자가 될 수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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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용수-춘추는 한 다리 건너 조선시대 정조의 위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왕위에 올랐으나 이내 빼앗긴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을 갖고 있는 신세였기 때문입니다.

비록 진평왕이 용수를 사위로 삼으며 감싸긴 했지만, 폐위된 왕의 자손이라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 죽음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존재들입니다. 또 진평왕을 왕위에 올려놓은 사람들은 춘추가 왕위에 오르면 정치 보복이 시작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는 면에서, 영조때의 노론 벽파와 다를 게 없습니다.

결국 용수, 용춘, 춘추가 살아남는 길은 '왕위에는 아무런 욕심이 없음을 강조'하는 길 뿐입니다. 다른 마음이 없음을 증명하고 진평왕-선덕여왕에게 적극 협조하는 길 뿐이죠. 이 대목에서 '나도 왕위계승권이 있다'고 설치는 길은 '나를 죽여주세요'하는 거나 마찬가지일겁니다. 똑똑하기로 유명했던 춘추가 안 그래도 주목을 받는 처지에서 이런 자살행위를 할리는 없겠죠.

오히려 춘추는 대외적으로 신라의 위치를 높이는 외교 활동으로 큰 공을 세우고, 안으로는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신라 무장 세력의 핵심인 유신과 연합합니다. 이 연합은 자신이 유신의 여동생과 결혼하고 거기서 태어난 조카를 다시 유신에게 시집보내는 겹사둔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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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합은 선덕여왕 사망 직전에 발발한 비담-염종의 난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대체 선덕여왕의 치세에 반대한 세력이라면 왜 여왕이 죽기 직전에 난을 일으켰을까요. 이것은 난의 상대가 여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다시 말하면, 비담-염종은 이미 신라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춘추-유신의 세력에 대항해 난을 일으킨 것입니다. 즉 비담과 염종의 난은 춘추의 등극을 원하지 않고 있던, 진지왕 폐위 세력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던 것이죠.

비담과 염종의 난을 진압하기에 앞서 춘추-유신은 진덕여왕을 옹립, 자신들이 '왕위에 사심이 없음'을 천명하고 반대세력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7년 동안 이 겹사둔 콤비는 신라 안팎을 다져 춘추의 등극을 위한 준비를 마칩니다. 결국 이런 오랜 준비의 결과로 춘추, 즉 태종무열왕 이후 약 100년간 이 가문에 도전할 사람은 없어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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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깐 이런 식의 희화화도 좋고, 촌장의 목을 한방에 날리는 결단력있는 여왕 덕만의 모습도 좋습니다. 다 좋지만, 역사가 가야 할 방향을 너무 엉뚱하게 돌려 놓는 시도는 좀 곤란하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천추태후'와 비교하면 양반이지만 말입니다.


방문의 완성은 한방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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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가 하실 분들이 꽤 있을 줄로 압니다.

옆의 숫자가 1900****로 접어들었다는 뜻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1904**** 정도로군요. 이게 저는 가끔 날짜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19040805라면 1904년 8월5일이라는 얘기겠죠.

곧 1910년 한일합방을 거쳐 19450815, 19480815, 19500625, 19530727 등 한국사에 의미있는 숫자들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그러다보면 19670608 같은 중요한 숫자도 지나가겠죠. 공화당 정권 치하의 부정이 심했던 총선 날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숫자들이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21세기의 숫자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건 이 블로그의 방문자 수가 2000만을 넘어설 거란 뜻입니다.



뭐 구구절절 사설이 긴 이유는 가을도 깊어가는데 한번 뵙자는 뜻입니다.

날짜는 이번주 금요일, 10월16일로 하겠습니다. (이유 없습니다. 뭔 이유가 필요합니까.)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 전과 똑같이 - 비밀댓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단 참가 자격은 이 블로그에 최소한 두번 이상 댓글을 다신 분에 한합니다.

(댓글때문에 참가가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지금부터 빨리 댓글을 두개 달고 오세요.)



가장 최근의 모임 공고입니다.
http://isblog.joins.com/fivecard/435

그리고 가장 최근의 모임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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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1박2일'에서는 연평도 꽃게 요리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세 팀으로 나뉘어 진행된 꽃게 요리 대결에서 흔히 '몽장금'으로 불리는 MC몽과 김C 조는 꽃게탕과 게살 볶음밥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상식적인 요리죠. 이어 강호동과 이수근 조는 카레 소스로 꽃게를 버무린 꽃게 카레범벅을 만들었고 누가 봐도 요리와는 거리가 먼 은지원-이승기 조는 꽃게 간장조림(?) 등의 희한한 음식을 내놨습니다.

사실 심사위원들도 지적했지만 꽃게라는 재료의 특징은 아무리 엉망으로 만들어도 맛있게 만들기보다 맛없게 만들기가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재료 자체의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요리를 해서 엉망이란 판정을 받기는 쉽지 않죠. 그런데도 누가 봐도 엉망이었던 은지원-이승기 조를 뺀 상태에서 예상을 뒤엎고 강호동-이수근 조가 1등을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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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와 꽃게의 결합. 사실 이건 한국 요리의 영역은 아닙니다만, '신세대 퓨전'이라고 추켜세울만한 뜻밖의 음식은 아닙니다. 태국 요리에서는 게와 카레의 결합이 상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유명한 음식인 푸 팟 퐁가리(Pu Phad Pong Gari) 입니다. 영문표기는 제각각입니다. Boo Pod Pong Kharee 까지 다양한 표기가 존재합니다. 어쨌든 발음이 '뿌빠뽕가리' 비슷하게 나면 그걸로 대략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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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가 보신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태국 요리의 특징은 대부분 재료와 조리법이 그대로 요리의 이름이 된다는 점입니다.

푸 팟 퐁가리에서 푸는 게, 팟은 풀어 볶다, 퐁가리는 노란 커리를 가리킵니다. 즉 글자 그대로 그냥 '노란 커리에 볶은 게'라는 뜻이 됩니다.

이 정도는 기본입니다. 쿵팟크라티얌프릭타이라는 음식 이름도 기억하실만 합니다(맛있습니다). 쿵(또는 쿰)은 새우, 팟은 역시 볶다, 크라티얌은 마늘, 프릭타이는 후추입니다. 즉 마늘후추새우볶음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요리 이름이 재료와 조리법으로 이뤄진 것은 태국만의 특징이 아니군요.^^ 한국도 갈비찜은 갈비를 넣고 찐 음식, 김치찌개는 김치로 끓인 찌개죠. 물론 부대찌개나 궁중전골같은 변형도 있지만 아무튼 기본은 요리 이름이 재료와 조리법으로 이뤄진게 전 세계 공통적으로 기본인 듯 합니다. (별거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아, 푸팟퐁가리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요리들이 모두 똑같은 형상인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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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흥건한 국물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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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짝 소스 형태로 얹힌 것도 있습니다. 게다가 게도 꽃게는 아니군요. (어떤 게로도 할 수 있는 듯 합니다. 태국에서는 분명히 꽃게로 만든 푸팟퐁가리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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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애프터 더 레인'이라는 국내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소프트셸 크랩으로 만든 푸팟퐁가리입니다. 소스도 아니고 아예 계란찜(?) 처럼 커리 양념이 얹혀져 있다는 게 특이합니다. 아무튼 맛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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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리들과 비교해 볼 때, 강호동과 이수근도 조리과정에서 직접 넣고 함께 볶았더라면 좀 더 본고장(?)의 풍미가 도는 음식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꽃게와 카레 양념이 따로 따로 조리됐다는 게 약간 아쉽습니다. 아무튼 맛은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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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랬겠지만, 역시 가장 군침도는 음식은 몽장금의 꽃게탕이더군요.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꽃게탕의 국물은 역시 된장 베이스가 최고입니다. 가끔 전문 꽃게탕 요리점에서도 고추장 국물의 꽃게탕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꽃게에 대한 모욕입니다. 은은한, 결코 진하지 않은 연한 된장 국물에 꽃게를 넣고 끓여내기만 하면 기본적으로 맛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몽장금의 말 그대로 "꽃게 자체에서 단맛이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MC몽의 요리 내공은 역시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좀 '특이한 요리'에 점수가 더 갔다는 점은 인정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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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날 요리 대결의 백미는 상품의 향방. 이들은 '집으로' 편에서 정을 쌓았던 기산리의 노인들에게 꽃게를 선뜻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감동의 한방을 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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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꽃게를 자주 드셔보시지 않았다는 노인들이 꽃게 조리는 잘 해서 드셨을지 걱정입니다. 뭐든 자주 드셔 보시는 분들이 맛나게 드시기 마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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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평도를 떠나는 강호동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꽃게에 대한 열망을 되새겼습니다. 이번주에는 꼭!

P.S. 그런데 MC몽은 왜 스키장 제설작업을 자청하면서 제무덤을 판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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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축구라는게 본래 발로 하는 거다 보니 눈으로 보기엔 답답할 때가 많죠. 세 골째를 먹었을 때에는 저절로 채널이 돌아가더군요. 그렇게 어렵게 골을 넣고, 그렇게 쉽게 골을 내주다니..

물론 8강이면 훌륭한 성적입니다. 당초 이번 대회가 시작할 때만 해도 목표는 16강 진출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20세 이전부터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리던 선수들이 팀을 이룬 상태에서도 16강 진출에 계속 실패해왔고, 이번 대회에도 카메룬-미국-독일과 한 조를 이루면서 '죽었구나'하고 생각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브라질-스위스-나이지리아와 붙어야 했던 2005년, 브라질-미국-폴란드와 한 조였던 2007년에 비해 유난히 나쁜 대진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사실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1983년의 기억이 되살아난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의 찬란했던 기억과 함께 그 시절의 아쉬움도 함께 다시 살아나더군요. 그래서 써본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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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소년 강국

 청소년 축구 대표팀이 이집트에서 선전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에게 잊혀졌던 기억 하나가 되살아났다. 1983년 6월 16일 오전 8시. 일찌감치 출근한 사람들은 TV 앞에서 일손을 잡지 못했다. 각급 학교에서도 수업은 뒷전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은 멕시코에서 열리고 있던 한국과 브라질의 U-20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준결승 경기에 쏠려 있었다.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경이적인 연승으로 세계 4강에 진출, 온 국민의 가슴을 들끓게 했다. 비록 접전 끝에 1대2로 아깝게 패하긴 했지만 외신들은 붉은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들의 분전에 ‘마치 붉은 악마들 같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 뒤로 이 말은 한국 축구의 상징이 됐다.

박종환 감독과 주축 선수들은 귀국해서도 영웅 대접을 받았고, 19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신군부는 “이 팀이 88년 올림픽 대표팀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집중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온 국민이 ‘88팀’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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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공 신화는 여기까지. 박종환 감독은 1986년 대표팀을 맡았지만 88년 7월, 올림픽 개막을 2개월 남기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됐다. 결국 그해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는 2무1패로 조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83년 멤버’ 가운데 소기의 목적대로 88년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뛴 선수는 수비수 김판근 정도였을 뿐, 신연호와 김종부 등 발군이었던 선수들은 여러 이유로 한국 성인 축구의 간판이 되지 못했다. 83년 당시 한국을 꺾고 우승한 브라질의 베베토와 둥가·조르징요 등이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가 되어 1994년 미국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 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축구에서만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분야에서 ‘한국 청소년’은 세계 수준의 기량을 과시했다.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나 과학 올림피아드 무대에서도 한국 고교생들이 지난 20여 년간 거둔 성적이 좋은 예다. 하지만 이들이 성인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라났는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어느 분야에서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즉시 점수를 딸 수 있는 편법만 판을 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홍명보 감독의 데뷔작인 이번 젊은 영웅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로 커나갈 수 있을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끝)


1983년 청소년 팀의 기적같은 4강 신화는 이미 리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브라질만 베베토나 둥가 같은 저런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8강에서 탈락한 네덜란드 멤버 가운데에도 그 이름도 거룩한 마르코 반 바스텐이 포함돼 있더군요.

잘 키운 청소년 대표팀이 미래의 주축이 되는 경우는 여러 차례 목격됐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1991년, 피구와 코스타 등이 이끈 포르투갈의 '황금세대'죠. 이들의 힘으로 포르투갈은 유로 2000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일약 유럽 축구의 주도국 대열에 진입했습니다. (사실 이들이 가장 화려하게 꽃필 것으로 예상됐던 2002 월드컵 무대는 주최국 한국과 같은 조가 되는 바람에 망쳐졌다는 느낌도 있죠. 이 대목에서 잠시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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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98년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 당시 공포의 투톱이었던 앙리와 트레제게도 바로 1년 전인 97년 U-20 대회에서 곧바로 두각을 보였습니다. 이때의 프랑스도 8강 진출국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와 예선 같은 조였던 한국은 앙리와 트레제게에게 각각 두골씩을 내주며 2대4로 참패했습니다. 이관우가 이끌던 당시 한국 팀은 박진섭이 두 골을 넣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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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한국이 국제대회 대진운이 별로 안 좋은 편이긴 하지만 이 해의 대진은 참 볼만합니다. 브라질-프랑스-남아공과 한 조. 아, 물론 이 대회 전까지 프랑스의 느낌은 지금 같은 강팀의 느낌은 아닙니다. 이 대회를 계기로 프랑스도 축구 강국의 면모를 되찾았죠.

이 대회 최고의 참극은... 당시 브라질에게 당한 3대10의 참패입니다. 지금 볼로냐에서 뛰고 있는 아다일톤에게 무려 6골을 먹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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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등등의 성공사례들이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83년 멤버들은 그 뒤로 화려하게 개화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모으고 집중적인 지원을 약속받은 멤버들 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입니다.

88년 대표팀에 속했던 83년 멤버들은 김판근 김종건 김풍주의 세 사람입니다. 이중 주전으로 자리잡은 것은 김판근 정도였죠. 물론 2년 전에 열린 86년 월드컵 대표에 속했던 김종부가 있지만 프로 진출과 관련, 복잡한 스카우트 파문에 휘말려 운동을 쉬면서 성인 무대에서는 기대했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골감각을 자랑했던 신연호는 물론이고 '제2의 스트라이커'였던 이기근 역시 88년 K-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지만 국가대표와는 별 인연이 없었습니다. 이건 물론 당시의 기형적인 대표팀 운영과도 관련이 깊죠. 90년대까지 역대 K-리그 득점왕들은 대부분 국가대표에서는 소외된 선수들입니다.

(많은 분들이 왜 김주성은 거론되지 않나 하실테지만 김주성은 '88팀'의 주요 멤버였긴 했지만 '83년 멤버'는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김주성도 83년 멕시코에 뛴 것으로 착각하시는데 김주성은 83년 4강 이후 88팀의 육성 과정에서 최진한 김삼수 황영우 여범규 등과 함께 뒤늦게 발굴된 선수들 중 하나였던 것이죠.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 축구의 주축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만, 윗글은 '83년 멤버'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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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거듭 주장하고 싶은 것은 한국은 그동안 유독 '청소년만 강한 나라'의 면모를 여러 분야에서 보여왔다는 것입니다. 수학과 과학 올림피아드의 예도 들었지만 그에 앞선 기능올림픽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스포츠의 여러 종목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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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은 2012년 올림픽까지 일단 지휘권을 보장받았습니다. 이번 대회가 U-20(20세 이하)이고 올림픽은 사실상 U-23 대회인 만큼, 2009년과 2012년의 연관성은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물론 축구계의 비주류였던 박종환 감독과 대한민국 축구의 적자인 홍명보 감독의 입지를 비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당연히 훨씬 좋은 여건과 지원이 이뤄지겠죠. 부디 어젯밤 눈물을 흘리던 선수들이 3년 뒤 런던에서는 활짝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때에는 8강 이상의 성적을 내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한번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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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 축구가 U-20 대회에서 오는 9일 26년만에 세계 4강에 재도전합니다. 이런 경사가 없습니다. 박주영과 신영록 같은 특급 골잡이들이 활약하던 시절에도 16강 진출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미 18년만에 8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칭찬을 아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스타가 없다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막상 대회에 나가자 수비수 출신인 김민우가 3골을 터뜨리며 난세의 영웅으로 거듭났습니다.

8강 진출은 1991년, 포르투갈 대회에 출전한 남북한 단일팀이 이룬지 18년만의 성적입니다. 그리고 9일 가나를 꺾고 4강에 오르면 지난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박종환 사단이 이끈 '기적의 4강'에 이어 무려 26년만의 쾌거가 되는 셈입니다.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이때 아예 태어나지 않은 분들도 꽤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을 겪어 본 분들은 당시의 열기가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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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한국이 멕시코에서 열리는 U-20 대회에 나간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박종환 감독의 이름을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박종환 감독은 2년 전인 1981년에도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고 호주로 날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에이스는 최순호.

한국은 첫 경기에서 최순호의 2골을 포함, 이탈리아를 4대1로 격파하며 기염을 토했지만 이후의 경기를 연패하며 예선탈락의 쓴맛을 봤습니다. 그리고 2년 뒤, 83년 대회는 처음부터 행운이 잇달았습니다. 당초 이 대회 출전권을 딴 것은 북한이었지만 북한 성인 팀이 아시안게임에서 폭행 사건을 벌이며 2년간 국제대회 출전권을 박탈당했고, 그 결과 공석이 된 티켓이 한국의 차지가 된 것입니다.

그 뒤로 박종환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벌인 고된 훈련은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경기가 주로 멕시코의 고원지대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 저산소 상태에서도 뛸 수 있도록 마스크를 착용한 채 훈련을 했다는 얘기도 유명하죠.

당시의 선수단입니다.

감독 박종환, 코치 원흥재
이문영 김풍주(GK) 김판근 문원근 유병옥 장정 이승희 최익환(FB) 김흥권 노인우 김종건 최용길(HB) 이현철 강재순 이태형 이기근 김종부 신연호(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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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얘기를 들을 때, 다들 1983년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들어 주셔야 할 겁니다. 당시의 한국은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도, 월드컵 4강에 이른 적이 있는 나라도 아니었습니다. 1954년 이후 한국이 처음으로 월드컵에 진출한 것은 이보다 3년 뒤인 1986년의 일입니다. 월드컵 예선은 번번이 호주의 벽에 막혀 탈락했고, 한국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고치의 성적이 아시안게임이나 아시안컵 정도였던 시절(물론 지금이라고 이 목표들이 쉬운 건 아니지만)의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해 6월, 마침내 한국 팀은 멕시코로 날아갑니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에겐 갔는지 안 갔는지도 모를 일이었고,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첫 경기에서 스코틀랜드에 0대2로 패했다는 기사를 보고 청소년대회가 시작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첫판부터 졌다는 소식에 뭐 이번에도 별건 없겠지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그런데 둘째 판, 한국은 신연호와 노인우의 골로 멕시코에 2대1 승리를 거둡니다. 이어 스코틀랜드가 호주에 패하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 줍니다. 결국 한국은 A조 예선 최종전에서도 김종건과 김종부의 골로 호주에 2대1 승리를 따내며 스코틀랜드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오릅니다. 이때는 대회 참가국이 16개국이었으므로 예선 통과하면 8강이었죠.




마침내 6월11일 4강 진출을 앞둔 우루과이와의 대전이 펼쳐집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6월12일 일요일이었습니다. 현지시간 오후 5시 경기였으므로 한국에서는 아침 8시부터 중계가 시작됐죠. 익히 알려진대로 박종환 감독의 당시 대표팀은 뛰고 또 뛰는 숏패스의 축구였습니다.

한국은 후반 9분 신연호의 골로 앞서가지만 후반 26분 마르티네스에게 동점골을 내줘 1:1.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결국 연장 14분 신연호가 대망의 결승골을 터뜨립니다.

온갖 신문은 한국의 4강 진출 소식으로 도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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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에게 낯익은 이 소식. 바로 붉은 악마라는 이름이 처음 만들어 진 것이 이 때라는 걸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당시 외신이 "한국의 붉은 악마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선전에 대한 기사를 타전하면서 생겨난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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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등교를 했을 때 다른 화제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아는 건 학교 뿐이지만 아마 회사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온 세상이 축구 열기에 휩싸였습니다. 물론 온 국민이 거리로 달려나간 2002년만은 못했지만, 대략 WBC 급의 화제는 됐던 것 같습니다.

한국시간으로 16일 오전 준결승 상대는 브라질. 2년 전 0대3으로 패한 기억도 있고, 누가 뭐래도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어쨌든 한국이 세계청소년대회 4강전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싸운다는데, 온 국민의 관심은 불타올랐습니다.

그 주 내내 문교부에서 학생들이 중계방송을 볼 수 있도록 임시 휴교령을 내릴 거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아마도 학생들의 희망사항), 대신 전날인 15일, "학교로 TV를 가져오겠다"는 열혈남아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저희 반은 담임선생님의 "헛소리 하지 마랏!"에 시청의 기회는 얻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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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교도 무시할 수 없었던 대사건인터라, 16일 오전 8시부터 학교 방송 스피커로 중계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당시 저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는데 그때까지 11년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방송으로 스포츠 중계를 틀어준다는 건 살다 살다 처음 겪는 일이었죠. (인터뷰를 보니 홍명보 감독은 중3때 버스로 등교하다가 라디오로 중계를 들었다던데, 아마 축구부라서 늦게 등교했던 모양입니다.^^)

찍소리 하나 내지 않고 전교생이 방송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14분. 김종부의 선제골이 터지자 대한독립만세를 방불케하는 함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어느 반에선가 유리 깨지는 소리까지 났습니다. 하지만 22분, 브라질의 동점골 때도 그 못잖은 비명이 터져나왔죠.

결국 팽팽하던 경기는 경기 종료 9분 전, 브라질의 결승골로 끝났습니다. 온 나라가 비탄에 빠졌습니다. 교실에 들어와 있던 선생님도 "자, 이제 수업 하자"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할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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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브라질 대표팀 멤버들을 보면 - 그땐 전혀 알지 못했지만 -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팀을 상대로 싸웠는지를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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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더에 17번 올리베이라와 16번 둔가라는 이름이 보입니다. 모두 축구선수 이름으로는 꽤 흔한 편이지만, 이중 둔가는 현재 브라질 대표팀의 감독인 그 둥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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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올리베이라, 그때는 성으로 표기하는 국내 원칙 때문에 이렇게 보도됐지만 그 뒤로 이 선수는 다른 이름으로 더 유명해집니다. 바로 베베토라는 이름이죠. 90년대 초, 호마리우와 함께 브라질 A대표팀의 투톱으로 활약하던 그 베베토입니다.

둥가와 베베토는 1994년 월드컵 우승 멤버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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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힌 다 실바는 나중에 88올림픽 브라질 대표팀(은메달) 멤버로군요. 83년 당시 최다득점으로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이 선수는 브라질 A대표팀에 드는데에는 실패합니다.

관심을 끄는 건 감독의 이름. 당시 보도로는 '페레이라'라는 이름의 감독이 지휘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브라질에 페레이라, 혹은 파헤이라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부지기수입니다. 축구 선수중에도 한둘이 아니죠.

이 사람이 그 유명한 카를로스 알베르투 파헤이라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이 명장 파헤이라는 이미 82년에 쿠웨이트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으니 같은 사람일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아 보이지만 혹시 맞다면... 후덜덜이죠. 아무튼 당시 브라질 감독은 경기 후 호텔에 가서 "지금도 다리가 떨린다"고 한국과의 격전에 대한 소감을 털어놨다고 합니다.

그렇게 브라질에게 치열한 접전 끝에 패하고, 3-4위 전에서 한국은 주전 스트라이커 신연호가 빠진 가운데 폴란드에게 패해 4위에 그칩니다. 맥이 좀 풀린 탓도 있었겠죠. 한국을 이긴 브라질은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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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90분 내내 안 보여도 골 넣을 때 보면 그 앞에 있다'는 신비로운 스트라이커로 온 국민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신연호 감독. 올해는 김민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부디 이번 홍명보호는 1983년의 전설을 넘어 2009년, 우승까지 가 보는 새로운 전설의 주역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상의 마무리는 추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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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본 총선에서 만년 여당 자민당이 침몰하고 사실상 최초의 정권교체가 일어난게 지난 8월의 일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조용히 묻혀 지나간 사건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이쪽으로 가져올 타이밍을 놓쳐 버렸는데, 바로 일본 최고의 스타, 여자들이 매년 뽑는 '최고의 남자 연예인'에서 10년 넘게 일본 최고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기무라 타쿠야와 소속 그룹 SMAP이 관련된 사건입니다. 만약 한국에서 SMAP 정도로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여당인 한나라당을 공개 지지하며 '구관이 명관'이라고 옹호하고 나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기 있는 연예인의 한마디 한마디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가 되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일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굳이 이름을 달자면 'SMAP의 자민당 지지사건'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미 전해 들은 분도 있겠지만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비교할만한 한국 사례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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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타의 한마디

1987년 6월 10일, 민주정의당 전당대회장에 당대 최고 인기 코미디언 김병조가 등장했다. 그가 “민정당은 국민에게 정을 주는 당, 통민당(당시 통합 야당이던 통일민주당)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당”이라고 말하자 박수와 웃음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사실이 다음 날 언론에 보도되자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김병조는 하루아침에 방송·광고계에서 퇴출돼 '자숙'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받은 대본대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도 소용없었다.

일본의 총선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 8월 26일, 대표적인 우익 언론인 산케이 신문에 희한한 광고가 실렸다. 신문을 완전히 싼 4페이지짜리 래핑 광고. 겉보기엔 일본 최고의 인기 그룹인 남성 5인조 스마프(SMAP)의 새 음반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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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안쪽 두 페이지 내용.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방법'이란 제목의 글이 SMAP 멤버들의 명의로 실려 있었다. 내용은 '경기가 좋으면 총리도 인기가 있고, 경기가 나빠지면 인기도 떨어진다' '행복한 미래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남 탓하기는 쉽지만 막상 자기가 직접 하려 하면 뭐든 힘든 법이다' 등등.

긴 글 어디를 봐도 '자민당'이나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누가 봐도 의미는 불 보듯 선명했다. 위기에 몰린 집권 자민당을 응원하는 노골적인 메시지였던 것이다.

서구 언론들은 이런 기이한 현상을 크게 보도했다. 일본 주오 대학의 스티븐 리드 교수는 영국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프가 정치 캠페인에 동원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자민당이 얼마나 절박했는가를 보여준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해외에서의 이야기다. 정작 일본 내에서는 이 사건을 거론한 언론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광고가 실린 신문은 품귀현상 속에 인터넷 경매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지만, 그 내용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최고 인기 코미디언이 강요된 말 한마디로 방송에서 퇴출되는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만약 한국의 인기 아이들 그룹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글 한 줄이라도 미니홈피에 쓴다면 그 다음 날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한해협 양쪽에서 '연예인의 발언'에 실리는 무게가 이토록 다른 이유가 궁금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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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펼쳐 놓으면 이런 내용의 광고입니다.

위에 대략 정리를 했지만 주제만 얘기하면 '지금 있는 사람들도 선거로 뽑은 정치인들 아니냐. 사실 막상 일 시켜 놓으면 거기가 거기다. 구관이 명관이다. 그냥 지금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지해라. 바꿔 봤자 별수 없다...' 이런 내용입니다.

정말 자민당이 얼마나 다급했나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죠. 하지만 일본의 수많은 신문-방송 가운데 이 문제를 짚고 나선 곳은 거의 없는 듯 합니다. 블로고스피어가 좀 시끄러웠고, 그걸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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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팬들은 그 래핑 광고가 담긴 신문을 서로 사고 파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일본 옥션의 매물 페이지입니다. 꽤 전에 캡처한 화면이라 지금은 다 없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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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문이 옥션에서 거래될 정도로 인기 높은 SMAP인데 정작 그 메시지는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니.... 이건 광고를 낸 쪽이 서운해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SMAP 쪽에서 서운해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이 사건은 일본 정치를 바라보는 해외 매체들 사이에서만 화제가 됐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쟈니즈쪽에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광고를 한 것이냐'고 문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답은 '이건 아무런 정치적인 의도가 없는, 그냥 SMAP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글일 뿐'이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제정신인 사람 가운데 저 글을 SMAP 멤버들이 직접 썼다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누가 보나 쟈니즈와 극우 언론 산케이의 합작품이겠지만 이런 일에 말려들어 이름을 내주고도 아무 소리 없는 SMAP 멤버들이나, 거기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 SMAP 팬들이나, 언론 매체들이나 한국적인 시각에서 보면 참 신기합니다.

한국같으면 이런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작이 통했을까요. 어림도 없겠죠.

문득 떠오르는 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윗글에 나오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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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1987년 6월10일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하신 말씀은 이런 식으로 보도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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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내용이었지만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1987년 6월. 바로 뜨거웠던 '6월 항쟁'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앞선 4월29일 전두환 대통령의 호헌선언이 있었고, 6월10일 전당대회에서 노태우 후보가 민정당의 차기 대권 후보로 지명됐습니다. 이때를 전후해 민심은 들끓었고, 마침내 6월29일 노태우 후보는 당시 헌법의 대통령 간접선거 조항을 포기하고 직선제 개헌을 통해 87년 연말 대선을 치르겠다고 선언합니다.

아무튼 이건 좀 지난 다음 얘기고, 바로 다음날 신문 만화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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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시청자들의 항의로 MBC는 김병조씨의 방송 출연을 제한할 것을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김병조씨가 출연하는 방송은 모두 MBC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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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일만인 6월13일. 김병조씨는 스스로 '당분간 쉬겠다'고 선언합니다.

'지구를 떠나거라' 등의 유행어, '나도 리도 샴푸를 써야겠다'는 등의 광고로 세상에 거칠 것이 없던 인기 코미디언이 하루 아침에 야인이 돼 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연예인이 무슨 힘이 있나. 시키는데 어떻게 안 하냐"는 항변은 일면 일리가 있는 얘기였지만 성난 여론은 그런 변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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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나는 이름들이 몇명 더 있지만, 아무튼 김병조씨는 당시의 뜨거웠던 정치 열기에 애매하게 희생된 케이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한국과 너무나 대조적인 일본의 반응. 과연 어디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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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추석 특집이 없었던 짧은 추석 연휴였습니다. 매년 과도한 성형 논란(?)을 일으켰던 동안 선발대회는 이제 시청자들이 이런 포맷에 식상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들도 너무 젊어지는 바람에 대회 출연자들이 그리 돋보일 것이 없게 된 것인지 예전만큼의 폭발력은 없더군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주말 예능에다 '추석특집'이라는 간판만 붙여 단 이번 연휴 중에서 그래도 '1박2일'의 추석 놀이가 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1:1:1 윷놀이는 방송이라는 시간 제한 때문에 말 수를 네개에서 두개로 줄여 진행됐지만 적절한 편집과 강호동 팀의 대역전이라는 화끈한 진행 덕분에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진행 도중, 강호동 팀은 만만찮은 - 어쩌면 결정적일 수도 있는 -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다른 분들도 눈치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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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앞의 말들이 모두 잡혀 꼴찌가 된 강호동-이수근 팀이 던지는 족족 개만 나와 '개잡이=게잡이'라는 평을 듣고 있을 때, 갑자기 터져나온 장타였습니다.

이승기-은지원 팀이 1등으로 나간 상황. 몽-김c 팀과 강호동-이수근 팀이 살아남기 위해 2등 자리를 노리고 있을 때 강호동 팀은 두 개의 말을 업은 상태였고 몽-김c팀은 두 말이 따로 따로 저만치 앞서 가고 있었습니다. 이때 강호동 팀의 업은 말과 몽 팀의 뒤쳐진 말은 네 칸 차이. 윷이 나와야 잡을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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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강호동이 그림같은 윷을 던지며 뒤쳐진 말을 잡아 기적같은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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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보너스 샷으로 이수근이 개를 던지면서 역전 분위기가 무르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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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에도 2칸 차이로 쫓기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역시 마지막에 적시에 터진 걸 한방으로 추격전은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강호동 팀은 1번 더 던질 수 있는 기회를 넘기고 그냥 몽 팀에게 공격권을 넘겨 버립니다. 이 부분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더군요.

바로 김c팀의 말을 잡았을 때 던져 나온 결과가 윷이었기 때문에, 이후에 강호동 팀은 2번 더 윷을 던질 수 있었죠. 하지만 1번만 더 던졌습니다. (말의 위치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편집상 삭제된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동네에 따라 윷으로 상대의 말을 잡아도 1번만 더 던지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알고 있는 윷놀이의 상식은 윷이나 모로 상대의 말을 잡으면 2번 더 던지는 것입니다. 즉 윷이나 모로 1번, 상대의 말을 잡았으므로 1번을 따로 따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전혀 논란이 되지 않고 넘어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윷놀이를 보다 흥미진진하게 하기 위해(즉 '예능의 정석'을 위해) 일부러 강호동 팀에서 한번을 덜 던졌는지도 모르겠지만(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전략가라고 할 수밖에...) 그게 아니라면 큰 실수였던 셈입니다. 만약 강호동 팀이 윷놀이를 졌다면 패인은 바로 그거였다고 부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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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연평도 꽃게찜과 꽃게 라면은 정말 침이 꿀꺽 넘어가게 하더군요. 특히 라면 끓일 때 꽃게를 넣으면 국물에서 풍기는 풍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다는 건 경험해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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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까운 꽃게를 왜 라면 끓이는 데 넣느냐고 하실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얘기는 다리라도 넣어 보라는 겁니다. 전문 업소에서는 큰 찜통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지만 가정이나 펜션에서는 작은 솥에 여러 마리의 꽃게를 넣고 찌다 보면 서로 얽히고설킨 게들이 몸부림을 치기 때문에 다리가 많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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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떨어진 다리만 주워 라면 끓일 때 넣어도 맛이 그만입니다. 찌기 전에 게를 깨끗이 씻었다면, 찐 물로 끓여도 좋습니다. 게라는 동물은 어쩌면 이렇게 무슨 짓을 해도 맛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연평도는 배로 다섯시간...살짝 부담스럽지만 언제 또 게를 좀 해치우러 한번 떠야겠군요. 올해는 꽃게 시세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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