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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에 여성 3인조 밴드의 리더였던 도나(메릴 스트립)는 그리스의 한 섬에서 작은 호텔을 경영하며 스무살 난 딸 소피(아만다 세이프리드)의 다소 이른 결혼식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게 한이 된 소피는 도나의 일기장을 뒤져 '날짜상' 자신의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세 남자를 하객으로 초청해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섬에 나타난 건축가 샘(피어스 브로스넌), 여행가  빌(스텔란 스카스가드), 은행가 해리(콜린 퍼스)의 세 남자. 과연 이들 중 누가 자신의 친아버지인지를 알아내려는 소피의 막무가내 무용담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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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뮤지컬 '맘마미아'(아바가 인기있던 시절만 해도 이 노래의 제목은 그냥 '마마미아'였는데 한번 뮤지컬 제목을 저렇게 지어 놓으니 그냥 저게 표준이 되어 버립니다)는 영화화하기 그리 쉬운 작품은 아닙니다.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무대에 올려졌던 작품들을 놓고 보면 아무래도 이야기가 강한 쪽이 스크린에 옮겨놓기가 훨씬 쉽습니다.

작품별로 설명하자면 '사운드 오브 뮤직'같은 작품이 '에비타'나 '시카고'보다는 훨씬 쉽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오히려 영화화로 득을 보기도 하죠. 무대에 올려진 '사운드 오브 뮤직'도 훌륭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스크린으로 보면 잘츠부르크의 그림같은 절경이 보너스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뮤지컬은 아니지만 '아마데우스' 같은 작품도 연극보다는 영화로 만들어 놓았을 때 훨씬 더 관객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줄거리보다는 무대 연출의 묘미를 살린 작품일수록 극장에서는 삐거덕거리기 쉽습니다. 영화판 '시카고'가 극찬을 받은 것도 그런 한계를 잘 넘어섰기 때문이죠. 연극 무대에서는 당연히 무시해도 좋을 부분을 영화에서는 '뭔가'로 채워 넣어야 하는데, '시카고' 처럼 미니멀한 무대가 빛났던 작품에서 그 '뭔가'를 잘못 채워 넣으면 군더더기로 보이기가 십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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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본래 무대 연출가 출신인 필리다 로이드 감독은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지원사격을 해 주는 가운데 '맘마미아'의 화려한 무대를 깔끔하게 화면에 옮겨놓는데 성공했습니다. 51세인 로이드 감독은 브로드웨이판 '맘마미아'의 연출가이기도 했으니 작품에 대한 이해는 뭐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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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뮤지컬의 외견상 차이는 미세합니다. 노래 몇 곡이 빠진 정도죠. 새로 추가된 곡은 없습니다. 위에서 말한 '무대에선 필요없는 뭔가'에 섬 주민들로 구성된 익살스러운 표정의 코러스와 지중해의 그림같은 풍광이 들어서니 분위기도 확 살아납니다. 특히 'Voulez Vous'나 'Does your mother know' 등에서 펼쳐지는 군무 장면은 영화에서 훨씬 큰 규모를 보여주고, 완성도도 매우 높지만 전체적으로 뮤지컬판의 균형을 깨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치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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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다른 건 연출자의 의도가 드러나는 시선이죠. 물론 뮤지컬 '맘마미아'도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훨씬 더 좋아하는 작품이었겠지만, 영화 '맘마미아'는 이미 '여성 영화'라는 걸 여러 군데서 표방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를 볼 때 '댄싱 퀸' 시퀀스에서 온 섬의 아줌마들이 함께 행진을 한다거나 굳이 메릴 스트립을 여주인공으로 삼는다거나 하는 건 우연히 빚어진 일이 아니라는 걸 여러 번 느낄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 영화라고 과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여성 관객들에게 가능한 한 더 어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게 보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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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가장 두드러진 건 주인공 도나 역으로 메릴 스트립을 기용했다는 모험입니다. 스트립은 1949년생, 올해 59세입니다. 그럼 도나는 몇살일까요. 정확한 나이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대략 45세 전후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고, 많아 봐야 50 아래일 것으로 보입니다. 딸 소피가 만 20세인데 결혼을 한다는 점, 임신 때문에 어머니에게 의절을 당했다는 점(Well, didn't really have much choice, did I? Couldn't really go back home an unmarried Mum in the 70's. My mother disowned me...라는 대사. 이미 30대였다면 혼자 애 낳아 키우는게 의절당할 정도로 심각한 일은 아니었겠죠) 등으로 미뤄 볼 때 임신한 도나는 20대, 그것도 아마 25세 이하였을 겁니다.

만약 도나가 메릴 스트립의 나이였다면, 나이 40에 세 남자와 일주일 간격으로 애정행각을 벌였다는 얘기가 되죠. 물론 메릴 스트립을 옹호하시는 분들은 배우에게 나이가 어디 있느냐고 하시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냉정하게, 이 영화의 메릴 스트립이 40대로 보입니까? 제게는 소피 역의 아만다 세이프리드와 함께 서면 사이 좋은 손녀와 할머니로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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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 좋습니다. 왜 스트립을 골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나 역에 50대를 쓰건 60대를 쓰건, 혹은 70대를 쓰건 그건 모두 제작진의 권리죠. 그렇다면 스트립의 도나 연기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를 따져 보겠습니다. 일단 대다수 여성 관객들 - 물론 제가 아는 사람들입니다 - 은 스트립이 이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에 대해선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노래는 좀 더 잘 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더라"고들 하더군요.

이 대목에서 또 불끈해서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어머니의 주름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 배은망덕한 사람들이며, '세월의 풍상과 흠집이 느껴지는 갈라진 스트립의 목소리에서 진정한 나이든 여성의 아름다움과 카리스마를 느꼈다' 운운 하실 분들은 잠시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역할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맘마 미아'의 도나는 왕년에 잘 나간 것 못잖게 현재 상태에서도 세 남자의 입에서 "도나, 20년 전이나 변한 게 없군"이라는 감탄을 자아내야 하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상대역이 누군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죠. 007 피어스 브로스넌이 '21년간 당신만 기억해왔다'며 불타는 사랑을 고백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역할에 메릴 스트립이 어울릴까요? '마지막 시퀀스에서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는 분들이 꽤 됩니다. (물론 한 인터뷰에서 브로스넌은 '무슨 영화인지도 모른 채 메릴 스트립과 공연한다는 얘기만 듣고 사인을 했다. 내게 그녀는 여신이었다'고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취향은 참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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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스넌의 의견과는 달리 제가 아는 한 선배는(세계 시니시즘협회 한국 지부장은 너끈히 하실 분입니다) 이 영화에 여성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누가 봐도 할머니인 메릴 스트립 정도만 되면 피어스 브로스넌 같은 남자와 연애를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여자들에게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휙 내친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을 보고 '음, 내가 저런 글을 쓰면 악플이 한 350개 정도 달리겠군'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더군요. 오래 전 한 영화평론가는 '할리우드 영화 속에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애정행각이 자주 나오는 건 할리우드 스튜디오 오너들의 정신나간 성적 환상이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맹렬하게 비난한 적이 있었긴 합니다만, 어느새 세월이 그걸 역전시킨 걸까요?^

결론은 그렇습니다. 영화 '맘마미아'는 무대에서 봤을 때의 흥과 속도감을 떨어뜨리지 않는, 훌륭한 영화화 작업으로 평가할 만 합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은 좀 더 신경써서 고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가능한 한 그런 생각을 억제하려 했지만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두 장면, 'Winner takes it all' 시퀀스와 마지막에 보너스로 나오는 'Dancing Queen' - 'Waterloo' 시퀀스에서는 너무나 맥이 풀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최소한 납득할 수 있는 도나라면, 마지막 시퀀스의 반짝이 옷을 입었을 때 노망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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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물론 스트립이 일생일대의 적역이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인정한다니까요.


p.s.2 아무래도 노래가 없으니 너무 아쉬워서 딱 두곡만 붙입니다. 아바가 'Waterloo'를 부르던 유로비전 송 컨테스트를 기억하는 사람들끼리는 아바 노래가 좋네 어쩌네 하는 거야말로 일생의 쓸데 없는 소리죠.

어린 시절 '이혼'이라는 게 어떤 건지를 처음 막연히 느끼게 해 준 곡입니다.




다음은 영화에서 빠진 최고 명곡 중 하나. 물론 끝까지 기다리시면, 크레딧이 올라 갈 때 아만다 세이프리드의 목소리로 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m singing

Thanks for all the joy they're bringing

Who can live without it, I ask in all honesty

What would life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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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되고 싶은 깡패 vs 깡패보다 더한 배우'라는 슬로건은 이 영화의 아주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욱하는 성질과 주먹잡이 실력으로 가는 데마다 사고를 치는 배우 장수타(강지환)는 어느날 우연히 룸살롱에서 잘생긴 건달 보스 이강패(소지섭)를 만납니다. 강패는 왕년에 배우가 꿈이었다는 사실을 은근히 털어놓지만 오만으로 똘똘 뭉친 수타에게 무시만 당합니다.

곡절 끝에 강패에게 영화에 같이 출연해달라고 종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수타. 하지만 이런 수타에게 강패는 결정적인 제안을 합니다. '액션 신에서 연기를 하지 않고 실제로 맞고 때리면서 찍겠다면 찍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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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는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33세 장훈 감독의 데뷔작입니다(앞서 말한 월간 키노 출신의 장훈 감독과는 동명이인이군요.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사실 대자본을 들인 영화도 아니고, 유명 감독의 영화도 아닌 이런 작품에 소지섭과 강지환 수준의 유명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다는 것은 공력도 공력이지만 일단 시나리오가 대단히 빼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진 '영화는 영화다'는 역시 탄탄한 시나리오에서 좋은 영화가 나온다는 불멸의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줬습니다.

사실 영화를 좋아하는, 혹은 영화계를 동경하는 '거리의 남자' 이야기는 전혀 드물지 않습니다. 일단 할리우드에서만 봐도 '브로드웨이를 쏴라'에 나오는 치치(채즈 팔민테리)나 '겟 쇼티'의 칠리 파머(존 트래볼타)처럼 아예 연예계로 나오고 싶어하는 건달 이야기는 수시로 영화에 등장합니다. 게다가 한국에는 왕년의 서방파 두목 조양은이 직접 출연한 '보스'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어쩌면 '영화는 영화다'의 출발점이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이 영화감독인 친구의 촬영장에 놀러 가서 빚어지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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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영화는 영화다'는 태어나 누구도 해본 적 없을 법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는 아니지만, 반대로 생각해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두고, 그 상황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을 충실하게 발전시켜 키워낸 시나리오가 빛을 발하는 경우로 보입니다. 장면 장면마다 유머감각이 살아있고, 남자 이야기에 흔히 등장하는 은원의 드라마가 좀 너무 많이 보던 이야기가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 역시 거슬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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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 주연 배우는 모두 100점짜리 연기를 보여주지는 않더군요. 강지환의 연기는 매 신을 떼놓고 본다면 그리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전체를 연결해놓고 보면 역시 완급의 조절이라는 면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막 나가는' 부분을 좀 어색해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원래 성격이 너무 좋은 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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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소지섭은 워낙 설정이 좋았기 때문에 흠이 보이지 않는 경우입니다. 강패는 원래 생각이 표정에 잘 드러나지 않고, 감정 표현에 둔감한 인물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소지섭의 연기 역시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본인에게 어울렸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예'라고 대답할 수 있겠죠. 특이한 캐릭터의 소화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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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영화 속에 빛을 발하는 인물은 감독 역의 고창석입니다. 지극히 속물이면서 예술가인척 하는, 또 힘의 균형과 상황의 변화를 놀랍도록 빨리 파악하는 감독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 낸 고창석이야말로 이 영화의 숨은 주역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여배우들은 그리 언급할 부분이 없을 것 같습니다. 홍수현이 나오고, 장희진이 우정출연하는데 비중은 거의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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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뻘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혈투는 그야말로 한국 영화 격투사에 남을 정도의 명장면입니다. 제대로 서서 걷기도 힘든 뻘에서 두 사람이 얼마나 고생해서 찍었을지가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글의 제목을 '소지섭은 영화다'라고 잡은 것은 이 영화에서 '소지섭'이라는 풍경이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소간지'라고 불리는 소지섭은 이 영화에서 스스로 미장센이며 스스로 스펙터클입니다. 그 '간지'를 실컷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실 만한 분들도 꽤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 물론 '영화는 영화다'는 그 외의 부분도 훌륭합니다. 아마도 '추격자'와 함께 신인감독이 만든 올해의 수작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합니다.





p.s.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소지섭의 영화 데뷔작이 '***고*'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으시길. 당연히 그 장면은 합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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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환을 알고 지낸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만난 건 그가 데뷔한지 1년 쯤 된 1997년의 어느 날이었을 겁니다.

당시 MBC의 자회사인 MBC 프로덕션에서 공채 탤런트들의 프로모션을 담당했더랬습니다. 안재환은 MBC 25기, 1996년 신인입니다. 매 기수마다 20여명의 신인이 데뷔하지만 선발될 때만 해도 이들중 가장 주목을 받은 건 1등으로 뽑힌 김세아였고, 강성연과 서유정이 가능성을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톱스타가 된 건 당시 '별은 내 가슴에'에 단역으로 간신히 출연하던 김정은이었으니 사람 일은 정말 모를 일입니다.

이들 중의 하나였던 안재환은 그나마도 주목받을 거리가 없었지만 그의 프로필을 보면 '서울대 공예과 출신'이라는 표지가 달려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서울대 출신이라면 어떻게든 여론의 주목이 쏟아지게 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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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사진이 당시의 모습에 가장 가까울 것 같습니다.)

결국은 그걸 빌미로 인터뷰를 한번 하게 됐는데 얼굴을 보는 순간,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당연히 짙은 윤곽의 미남 미녀들만 상대하다가 이렇게 선이 둥글둥글한 선한 얼굴을 보게 되자 연예인으로 대할 느낌이 잘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인적사항을 확인하니 주민등록상의 생일이 같더군요(물론 나이는 제가 한참 위입니다만). 여러 가지로 친근감을 주는 청년이었습니다.

여자 앞에 가서 말도 잘 못할 줄 알았더니 웬걸, '작업왕'이라는 겁니다. 비결을 물었더니 전공 얘기를 하더군요. 금속공예가 전공인 터라 웬만한 반지나 장신구는 모두 직접 만들 수 있답니다. 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드는 거니 사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싸게 먹히겠죠. 게다가 목걸이며 반지를 주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자, 이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거야. 너만을 위한 거.'
 
그거 참 탐나는 비결이더군요. '그런거 하려고 차려놓은 건 아니지만 집에 공방도 하나 만들어 놨어요.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세요.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말만이라도 참 고마웠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그는 물을 많이 마셨습니다. 알고 보니 워낙 쉽게 살이 붙는 체질이란 걸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데뷔 초부터 조절에 신경을 썼던 듯 합니다.

아무튼 둥글둥글한 안군은 여러분이 다 아시다시피 둥글둥글 연예계 생활을 썩 잘 해 나갔습니다. 비록 톱스타로 군림하진 못했지만 자기 자리를 잘 잡아 갔습니다. 아무리 그냥 평범한 일반인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 안에 누구보다 유별난 끼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2005년에 드러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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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에게 CF를 선물한 엽기송 '인생의 참된 것'입니다. 지난 2005년 '브레인 서바이벌'에서 개인기로 등장한 이 노래는 그가 고등학교 때 만들었다는 노래였죠.

어떤 지역에선 노래방에도 있다고 합니다.

인생의 참된것

1.아침엔 아침밥 점심엔 점심밥 저녁엔 저녁밥 그리고 잠잔다.
  이것이 인생의 의미 인생의 참된 것 야~~이것이 인생의 의미 인생의 참된 것

2.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이 닦자 그러나 중요한 건 이빨 이빨 이빨 이빨을
   닦을 때는 하루 세번 삼분씩 이쪽 저쪽 깨끗이 이빨을 닦자
   이것이 인생의 의미 인생의 참된 것 야~이것이 인생의 의미 인생의 참된 것
3. 세탁기 돌릴때 세제는 적당히 그러나 중요한 건 양말 양말 양말
  양말을 빨 때는 섞어 빨면 안 된다 수건하고 같이 빨면 얼굴에 무좀 난다
  이것이 인생의 의미 인생의 참된 것야~~ 이것이 인생의 의미 인생의 참된 것
  미팅할 땐 무조건 있는척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엽전 엽전 엽전 열 닷냥 ~

평소 그의 모습을 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노래기도 하죠.^




그의 열정은 영화 제작으로 이어집니다. 일각에서는 영화 제작이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가 아주 신인일 때부터 장래의 꿈을 '영화 감독' 혹은 '영화 제작'이라고 말해 온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말하기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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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의 대표적인 재녀(才女)와 결혼해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안재환의 2008년이 어땠는지는 여러분이 익히 알고 계실 것으로 보입니다. 8일 하루 동안 참 많은 게 밝혀졌습니다. 일단 목돈이 되고 나면 아무리 갚으려 해도 결국 이자에 맞아 죽고 만다는 사채. 안재환을 잘 안다는 지인은 그의 채무 총액에 대해 "아마 20억원 쯤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선희의 측근은 40억원이라고 주장하더군요. 어느 쪽이 정확한 액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사채가 대부분이었다면 어느 쪽이든 그 돈이 두 배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사채에 대해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은게 벌써 5개월 전이군요. 우연히 자신의 스타일리스트가 저와 통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저도 그 스타일리스트가 그의 일을 보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얼른 전화기를 빼앗아 들고 "형, 이게 얼마만이야, 반가워요. 우리 빨리 만나서 밥 먹어요" 하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8일, '안재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는 제보를 받고 즉시 그의 번호를 눌러 봤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습니다. 그 불안한 침묵이 사실로 나타나는 데에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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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안재환은 투명인간이 되어 버리기로 결심했고, 그 결말은 이렇게 났습니다. 무엇이 그렇게도 야심만만하고 여유있던 36세 청년의 꿈을 이렇게 꺾어 놨는지는 더 천천히 밝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냥 고인의 명복을 빌 때겠죠.


p.s. 가능한 한 그의 밝았던 모습을 모아 봤습니다. 결코 고인을 가볍게 보이고자 하는 의도는 아닙니다. 고인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련있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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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에 가까운 물고기'인 마이클 '펠피쉬' 펠프스가 드라마에 들어가기로 했군요. 이미 지난달 말에 결정되고 곧 방송도 될 모양인데 뒤늦게 소식을 접했습니다.

펠프스의 출연작은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앙투라지'. 미국에서도 물론 인기 절정의 드라마지만 지금은 '앙투라지'의 주인공 에이드리언 그레니어는 물론 어떤 톱스타라도 감히 펠프스의 인기를 넘보지 못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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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앙투라지가 어떤 드라마인지 모른다는 분들을 위한 글:




마이클 펠프스에 대한 미국 연예인들의 반응을 다룬 동영상입니다. 우연인지 '앙투라지'에서 상당히 중요한(?) 로이드 역을 맡고 있는 한국계 배우 렉스 리(39)의 코멘트도 들어 있습니다. 여배우들도 섹시하다고 난리군요.^






베이징 올림픽 이후 펠프스의 일정은 여느 톱스타 못잖게 분주합니다. 최근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100만달러의 청소년 후원금 전달식을 가진 뒤 디즈니랜드에서 퍼레이드에 참석하고, MTV 비디오 어워드에 참석한 뒤 다시 뉴욕에서 장수 인기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도 출연합니다.

'앙투라지'에 출연하는 것은 그가 이 프로그램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라는군요. 드라마 출연 소식에 대한 미국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환영 일색입니다. 뭐... 박태환군이 '크크섬의 비밀' 같은 데 나온다면 한국 팬들도 당연히 좋아했겠죠. 물론 '운동이나 제대로 햇'이라고 했을 분들도 있겠지만.

뭐 이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은 이미 써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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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외신에는 앙투라지의 주인공 중 하나인 케빈 코놀리와 함께 찍은 사진도 올라와 있습니다. 물론 역할로는 대단치 않겠지만 또 모르죠. 의외의 재능을 보여 줄지도.

(옷 다 입고 나오면 여성 팬들의 항의가 대단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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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미드 팬들의 공통된 아쉬움이겠지만 지난 시즌 작가 파업으로 중간에 끊겨 버린 '앙투라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기쁨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제작자 중 하나인 마크 월버그(사실 이 드라마에 케빈 딜론이 출연하는 점이나, 케빈 딜론의 캐릭터는 집안에 연예인이 드글드글하는 딜론 집안이나 월버그 집안의 분위기와 아주 긴밀하다고 할 수 있죠)가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로 출연한다는 예고도 있었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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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옛날 블로그에서 퍼온 글입니다.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가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내용에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아 퍼 왔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얼마전 '온에어'가 방송계의 현실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관심과 인기를 끈 적이 있었죠. 근처에서 맴도는 사람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정도면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저래?'싶은 장면이 예전의 다른 드라마들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적나라한' 편에선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물론 문화의 차이도 있고, 감출 건 감추는게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 드라마들 중에는 이보다 훨씬 연예계의 이면을 확실하게 '까발리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드라마로 '앙투라지'가 있습니다.

(물론 '앙투라지'는 할리우드 이야기고, "니가 할리우드 애들이 저러고 노는지, 저 드라마가 정말 리얼한지 알게 뭐냐?"고 물어보시면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본 한국 연예계 풍경을 보면, 충분히 저 정도는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또 '앙투라지'가 진짜 '리얼'한 드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 어디 한번 본격적으로 들여다 볼까?'라는 식의 접근 방법에선 감히 한국 드라마들이 따라갈 수가 없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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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ourage는 불어로 '측근' 정도의 뜻을 갖고 있는 말인데, 이 단어를 알고 보니 의외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흑인 래퍼들이 나오는 장면에 이 단어가 많이 등장하더군요. 연예인 하나가 움직일 때 옆에 별 할일 없는 친구들을 포함해 그 family들 대여섯명이 따라 다니죠. 그들을 흔히 '앙투라지'라고 칭하더라구요.

드라마 '앙투라지'도 바로 그 측근들의 이야기입니다. 잘 나가는 20대 초반의 스타 빈센트 체이스(에이드리언 그레니어)가 뉴욕 퀸즈(썩 좋은 동네는 아닙니다. 한인 타운도 퀸즈 가까이 있죠)에서 함께 자란 형 조니 '드라마'(케빈 딜론)와 두 친구, 에릭(케빈 코널리)과 터틀(제리 페라라)을 LA로 불러 함께 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빈센트는 죽마고우이자 생각이 깊은 에릭을 자신의 매니저로 고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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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줄 왼쪽부터 빈센트, 아리, 터틀, 드라마, 에릭.)

하지만 에릭은 전문지식은 커녕 전 직장이 피자집 주방이었습니다. 그래서 빈센트의 에이전트이자 하버드를 포함한 으자자한 MBA 학력을 갖고 있는 아리 골드(제레미 피븐)는 대놓고 에릭을 무시합니다. 그래도 빈센트의 측근이니 늘 으르렁거리면서도 두 사람은 어떻게든 빈센트를 톱스타의 자리로 올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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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와 매니저 에릭


자, 매니저는 뭐고 에이전트는 뭔지 아리송해지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길게 말하면 끝이 없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매니저와 에이전트의 역할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영화 출연, 광고 출연을 포함해 한 배우가 맺는 모든 법적인 계약은 에이전트를 통해 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신 에이전트는 영화나 음반을 직접 제작할 수 없죠.

그럼 매니저는 뭘 하냐, 늘 스타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필요한 일을 챙겨 줍니다. 대신 매니저는 계약에 관여하지 못하고, 스타로부터 급여를 받습니다. 물론 매니저는 에이전트와는 달리 영화나 음반 제작을 할 수도 있고, 직접 투자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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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에이전트 아리


제가 읽은 간단한 설명에는 이런 게 있었습니다. "대학 밴드의 경우를 예로 들자. 별볼일 없는 대학가 밴드에도 매니저는 있다. 이들은 악기 운반, 공연장 섭외, 티켓 판매, 포스터 부착 및 홍보, 트럭 운전 등을 맡는다. 이 밴드가 스타가 되더라도 학생 시절의 매니저가 그대로 매니저 일을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반사나 방송사와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도 에이전트를 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에이전트 중에는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무튼 '앙투라지'는 절반 이상이 에릭과 아리가 빈센트의 장래를 두고 다투는 이야기입니다. 닳고 닳은 아리는 작품의 질은 어쨌든(대본을 읽지 않습니다) 돈이 실제로 생기는 방향을 고집하죠. 하지만 에릭은 궁극적으로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빈센트(물론 대본을 읽지 않습니다)의 소망에 맞추기 위한 노선을 잡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타를 빼앗기 위한 에이전트들끼리의 암투, 영화사와의 갈등, 영화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 등이 실감나게 펼쳐집니다.

에릭과 아리의 대립은 때로 '톰과 제리'를 연상시킵니다. 똑똑하고 지나치게 합리적인 아리에게는 '머리도 텅 빈 주제에 빈센트와 친한 것 하나 믿고 설치는' 에릭이 눈의 가시고, 에릭의 눈에는 '실제론 빈센트를 위한 마음따위는 없고 대본은 읽지도 않으면서 돈만 밝히는 냉혈한' 아리가 좋게 보이질 않죠. 하지만 서로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은 수시로 힘을 합치고, 또 서로 삐치곤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리' 에릭보다 '톰' 아리가 더 많이 당합니다. 나중엔 아리가 좀 불쌍해 질 정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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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앙투라지'는 그냥 직업 드라마가 아닙니다. 일단 네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드라마의 나머지 절반은 네 친구들이 벌이는 헌팅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빈센트는 정말 많은 상대들을 차지합니다. 에릭도 그만그만. 문제는 조니와 터틀입니다. 이들은 정말 '건지면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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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드라마 체이스 역의 케빈 딜런.


주인공은 빈센트와 에릭이지만 사실 조니의 캐릭터는 대단히 눈길을 끕니다. 이 인물은 본래 마크 월버그의 사촌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사실 배우 케빈 딜런의 이력이 더 눈길을 끕니다. 그의 한살 위인 형이 바로 맷 딜런이기 때문이죠.

기타 등장인물들 중에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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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자 쇼나 역의 데비 마자. 아리를 우습게 아는 앙투라지 4인조도 설설 기는 공포의 입심을 가진 아줌마죠. 아리에게는 좋은 파트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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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의 비서이며 중국계 게이 로이드 역을 연기하는 렉스 리. '전국 에이전트 비서 연합'의 중심 인물이기도 합니다. 동성애 혐오자인 아리의 심한 언어 폭력에도 절대 굴하지 않으면서 아리를 위해 대단한 위기 돌파력을 보여줍니다.

'앙투라지' 후반부에서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아, 한국계로 밝혀지기도 했었죠. 69년 생입니다. 뒤늦게 성공하느라 애썼을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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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상 천재인 빌리 월쉬 역의 리스 코와로. 다루기 힘든 기인이며 이상할 정도로 빈센트하고만 잘 맞는 궁합 때문에 아리를 환장하게 하는 영화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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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때문에 연기 경력을 포기한(?) 전직 여배우인 아리 부인 역의 페리 리브스.

그밖에 제시카 알바를 비롯,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할리우드의 진짜 현역 스타들이 각자 himself, 혹은 herself 역으로 등장합니다. 그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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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난해 작가 파업으로 대부분의 미국 드라마가 중단됐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드라마가 바로 이 '앙투라지'였습니다. 언제쯤 새로운 시리즈가 재개될지 정말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연예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죠. 단 'E!뉴스'를 봐도 저게 무슨 세상 얘긴가 싶은 분들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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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얘기를 하다 말았지만 올림픽 스타들의 방송 출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미란이나 이용대가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큰 반향을 잇고, 진종오 이배영 등 많은 메달리스트들이 스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들에겐 모처럼의 영광이자, 기쁜 조명일 겁니다.

그런데 벌써부터(사실 아직 그리 문제가 생길 정도로 과열됐다는 조짐도 없었습니다. 하나 있었다면 이용대가 출연한 아침 프로그램 중 한 쪽이 방송 날짜를 어기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했다는 정도..) 미디어들이 '올림픽 스타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아우성을 칠 조짐을 보입니다. 사실 저는 이쪽이 더 우려됩니다.

박태환과 가족들은 이미 '방송 출연은 일체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물론 너무도 당연히 이 결정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본인이 싫다는데 강제로 출연할 이유는 없겠죠.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방송 토크쇼에도 나가 보고 싶고, 평소 좋아하던 '웃찾사' 무대에도 개그맨들과 함께 출연해 보고 싶고, 좋아하는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걸 욕할 이유는 아무 데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메달리스트들 중 누군가가 '난 더 이상 운동은 안 하겠습니다. 방송인(혹은 가수, 혹은 연기자, 혹은 주차장 관리인)이 되겠습니다'라고 선언을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욕을 한다는 건 온당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생각이 다른 분들도 아마 꽤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런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벌써 2주나 됐군요. 너무 빨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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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두루두루] 박태환의 장래가 걱정되신다면

미디어는 스타가 될 재목을 발견할 때마다 기쁨에 넘친다. 특히 이번 올림픽처럼 수영의 박태환에 이어 야구의 김광현, 배드민턴의 이용대까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타들이 잇달아 등장한다면 더 바랄 일이 없다.

튼튼하고 미끈한 몸에다 시원스레 잘 생긴 얼굴, 쉽게 얼어붙지도 않는 자연스러움까지 고루 갖춘 이들은 이른바 미래형 한국인의 표상이라 불러도 좋을 듯 하다. 이들 신세대 꽃미남들이 미소라도 한번 지으면 나이와 무관한 여성 팬들의 한숨 소리가 사방에 가득 찬다.

반면 같은 이유로 이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귀국하는대로 이들을 덮쳐 관객 앞에 내놓으려는 각종 미디어의 극성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TV 오락 프로그램의 손길이나, 이들과 친분을 과시하는 연예인들을 전염병 보균자 보듯 하는 목소리가 지금부터 드높다.

아마도 몇몇 스포츠 영웅들이 연예계를 엿보다 추락의 길을 걸었던 과거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 출연 정도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몇몇은 연기에 도전했고, 몇몇은 음반을 냈다.

막상 연예계로 나서는 순간 그들에 대한 사랑이 싸늘한 눈길로 바뀔 거라는 걸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들과 친하게 지낸 죄밖에 없는 연예인들까지 비난의 표적이 됐다. 순진한 선수들에게 헛바람을 불어넣고 타락시킨 주범이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좀 억울한 일이다. 스스로 운동을 그만 둔 스포츠 영웅들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건 금메달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시절의 유산일 뿐이다. 메달 하나 딸 때마다 '빛내자 빛을 내자 대한의 건아야'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던 시절이라면 그런 귀한 인재가 다른 길에 빠지는 걸 국가적 손실로 취급했어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연봉 수억원의 엘리트 회사원이 어느날 갑자기 귀농을 선언하면 멋지다고 박수치는 세상 아닌가. 만약 장동건이 연예계에서 은퇴해 팔리지도 않을 그림만 그리고 살겠다면 그게 과연 욕할 일일까.

물론 누구나 박태환이며 이용대가 두고 두고 금메달을 따면서 존경받는 체육인으로 더 성장하길 바란다. 하지만 설사 이들이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겠다며 본래의 길을 벗어난다 해도, 스스로의 선택이라면 제3자가 토를 달 수는 없다. 마이클 조던이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해보고 싶었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형편없는 타자가 됐을 때처럼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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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 선수의 경우를 얘기합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보고 싶었던 그의 모습은 빙판에서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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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이런 장면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과연 모든 경우에 남들의 기대에 부응해 행동했는지도 궁금합니다. 결국 어떤 경우든, 가장 중요한 건 자기의 선택이 아니겠느냐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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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주익의 영웅도 이어진 승리 이후 특정 연예인들과 친분이 줄곧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그로 인해 선수 생명이 짧아졌다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국제대회에 나가는 선수가 몸 관리를 잘못 해서 성적을 그르쳤다면 당연히 비난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그가 '발톱이 빠져도 달렸다. 발바닥의 물집 따위는 고통도 아니었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힘든 일을 그가 그만두고 싶어 했다고 해서 욕할 자격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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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이나 이용대는 충분히 이런 모습을 즐길 자격이 있고, 또 이런 모습으로 등장하는 게 누구에게도 나쁠 리가 없습니다. 본인들이 싫다는데 강제로 따라다니며 시키는 건 부작용이 있을 지 모르지만, 하고 싶다는 걸 왜 말리겠습니까.

물론 이런 스타플레이어들이 나중에 다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패퇴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당연히 욕 먹을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걸 지금부터 내다보고, 팬이라는 이유로 '너 방송 출연 같은 거 하면 헛바람 들어. 그러니까 하지 마' 라는 식으로 반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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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이 정말 변변치 않은 야구선수가 됐을 때 야유할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선수에 대한 애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라도 결국은 '자기 마음'이 가장 우선입니다.



p.s. 아, 물론 팬들이 욕하는 것도 팬들의 선택이라면 그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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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은 유명 공연의 티켓 가격이 비쌀까. 이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들어 공연 단가가 더욱 더 치솟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보는 쪽에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송원섭의 두루두루] 싼 가격에 수준급 공연을 보고 싶으시다구요.

런던에 있는 세계적인 음악 공연장 로열 알버트 홀은 7월말에서 9월초까지 매일 서너 차례씩 총 60여회 공연을 한다. 1895년 시작돼 올해로 104년째 계속되고 있는 프롬스(Proms)라는 행사다.

본래 산책하다(promenade)라는 말에서 비롯된 이 프롬스는 '서서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을 표방하고 있다. 무대와 기타 객석은 평소와 다름 없지만 평소와는 달리 1층 객석이 입석으로 개방되는게 관례다. '서서'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서서 듣는 사람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 앉아서 듣건, 누워서 듣건 자기 맘대로다.


(이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글)



그렇다고 아무나 나오는 마구잡이 공연이냐면 천만의 말씀이다. 영국의 자존심 런던 필하모닉이나 로열 필하모닉을 비롯해 세계 정상급 지휘자와 독주자들이 스케줄을 빼곡 채우고 있다. 단 가격은 한국 관객들에겐 상상 밖이다.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도 가장 비싼 표가 약 11만원, 좌석 중 가장 싼 표는 1만원이다. 지난 2월 평양 공연을 마친 뉴욕 필하모닉의 서울 공연은 최고가 20만원이었다. 체인점의 햄버거 세트 가격이 1만원대인 런던의 살인적인 소비자 물가를 생각하면 티켓 가격의 체감 온도는 더 내려간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좀 더 좋은 공연을 싸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올 가을 내한 예정인 한 유명 교향악단 공연의 VIP석이 45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사정을 알 수록 비싼 티켓 값만 탓할 수는 없다. 한국 '청중'에겐 '되는 공연(세계 톱클래스의 유명 연주자가 서는 공연)'과 '안 되는 공연(그 밖의 모든 공연)'의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그나마 '되는 공연'에 고가를 매길 수밖에 없다는게 공연업계의 오랜 하소연이다.

사실 국내 청중들에게도 꽤 염가에 수준급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널려 있다. KBS 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는 비싸야 3~5만원이다. 매달 예술의 전당이 개최하는 '11시 콘서트'는 2만원이지만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나선다. 대중음악 대신 클래식을 들으라는 게 아니다. 관객들이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선택의 기회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지금도 꽤 넓게 구비되어 있다는 얘기다.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뮤지컬이든 오페라든 가장 싼 공연부터 가장 비싼 공연까지 골고루 관객이 드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할 때, 한국 공연 시장의 허약한 구조는 확연히 드러난다. 싼 공연이 외면당하지 않을 때 비싼 공연의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건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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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출처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1/2008061102182.html)


솔직히 국내 유명 공연 단가는 너무 비쌉니다. 최근 몇년 사이 내한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나 셀린 디옹, 비욘세의 공연 티켓 가격은 일본의 두배를 넘는 고가였죠. 클래식은 그 정도 차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할 정도로 비쌉니다.

올해 11월 내한 예정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티켓 가격은 제일 비싼 자리 기준으로 45만원. 그야말로 두 사람이 보면 '돈 백'이 깨지는 공연입니다. 윗글에서 얘기한 올해 프롬스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도 들어 있었습니다. 9월3일, 이들이 로열 알버트홀에서 가진 공연의 티켓 가격은 뉴욕 필하모닉과 똑같이 10파운드-54파운드였습니다. 최저가 2만원, 최고가 11만원이었죠. (...못 보고 온게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평생의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물론 유럽과 한국의 티켓 가격을 그대로 비교한다는 건 항공료나 이동 비용을 무시한 바보짓이라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런 부대 비용이 포함되어야겠죠. 여기서 '시장이 좁다'는 문제가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단원 1명당 해외 공연에 드는 돈이 약 500만원이라고 칠 때(가정입니다), 공연이 2회가 되면 원가 부담은 250만원으로 줄어들겠죠. 이런 식으로 1회 늘릴 때마다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개 이런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2회 정도 공연을 합니다. 하지만 일본만 해도 7-8회 공연하죠. 그래서 한국보다 싼 가격에 관객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럼 한국도 공연을 여러번 하면 되겠죠. 그런데 그 자리를 누가 메운단 말입니까. 그만한 관객이 없는 걸요.

비욘세나 셀린 디옹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선 이런 슈퍼스타들은 전국을 돌며 10회 정도의 공연을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서울이 아니면 이런 공연을 수용할 만한 지역이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들어 부산보다는 대구가 좀 더 큰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도죠. 아무튼 아무리 큰 스타라도 내한공연은 3회를 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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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업자들은 그나마 이 정도의 큰 공연이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정쩡한(?) 지명도의 공연은 아예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러니 결론은... 국내 공연의 티켓 가격을 내리는 길은 공연 시장을 키우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좀 싼 공연부터 비싼 공연까지 관객이 적절히 퍼지는 형태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니죠.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저런 자잘한 공연을 보면서, 혹은 이것 저것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일 나이에 학생들은 죄다 학교 공부를 하거나 컴퓨터에 머리를 박고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면서 '님 쫌 짱인듯'을 타이핑하고 있습니다. 밖에 나가도 핸드폰 관리에 들어가는 돈 때문에 다른 데 쓸 돈이 없죠. 학부형들은 학부형대로 학원비 대기에 급급합니다. 한마디로 다른 데 쓸 돈이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프롬스가 BBC 프롬스가 되어 있듯, KBS와 KBS 오케스트라가 나서서 프롬스처럼 매년 방학때마다 콘서트홀을 빌려 염가의 음악 축제를 정기적으로 가져 보는건 어떨까요. 아, 물론 10년, 20년에 무슨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지 말고 말입니다. 위에도 썼지만 프롬스는 103년 전에 시작된 행사입니다. 우리도 100년 쯤 꾸준히 하고 나면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p.s.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수준높은 클래식을 많이 듣자는 내용이 아닙니다. 팝, 재즈, 뮤지컬, 클래식, 국악 등 공연 전반에 걸쳐 한국 공연시장이 너무 작고, 그것이 티켓 가격 인상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걸 바꾸는 데엔 결코 5년, 10년이 길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도. (자꾸 엉뚱한데로 빠지려는 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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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이 MBC TV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를 완전히 뒤집어 놨더군요. 정말 그 재치있으면서도 조리있고, 돌아봐야 할 사람 하나 하나를 모두 짚고 넘어가는 완벽에 가까운 화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 방송인입네 하는 어줍잖은 비슷한 또래의 연예인 100명을 데려다 놓고 '장미란 식 화법'에 대해 공부라도 시키고 싶은 심정이 되더군요. 아무튼 이건 주제가 아니니 패스.

하려는 얘기는 이런 겁니다. 이런 장미란을 두고 '예쁘다' '미인'이라고 말해 주고, 노사연이 방송에서 장미란 흉내를 냈다고 해서 욕설을 퍼붓는 건 사실 위선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이날 방송은 장미란을 새롭게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습니다. 장미란은 미녀가 아닙니다. 아무리 뉴욕 타임즈의 아름다운 몸매 BEST 5에 뽑혔다 해도 예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죠.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장미란이 누구보다 예쁘게 보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더군요. 저렇게 재기발랄하고 매력 넘치는 아가씨를 누가 싫어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다 꼭 '예쁘다' '미녀다'라는 말을 갖다 붙이고, 또 이걸 무슨 대단한 공치사처럼 생각하는 처사에는 반발하는 마음이 절로 들더군요. 이건 마치 '넌 예쁘지 않지만 금메달을 땄으니 지금부터 예쁘게 봐 줄게'라는 식의 범 사회적 선심쓰기처럼 보입니다. 그게 무슨 대단한 선심이기라도 한 듯 말이죠.

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한국어의 '예쁘다'는 말은 반드시 외모가 예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네. 그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어젯밤 '무릎팍도사'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장미란을 수식하는 말에 '미녀 장미란'(방송 자막으로도 계속 나왔죠), '미인 장미란'이라는 말이 계속 등장하는 데서는 그런 '너 예쁘다(장하다)'의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가 눈에 띕니다. 그냥 장미란을 미스코리아 같은 미녀의 범주에 포함시키려는 억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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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샤인 볼트는 잘 뜁니까? 탁월하게 잘 뜁니까. 유재석은 말을 잘 하나요? 잘 합니다. 신봉선은 재미있나요? 네. 아주 재치있습니다. 이들에 대해 굳이 '유재석은 미남이다' '신봉선은 예쁘다'라고 일일히 말을 해 줘야 합니까? 그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장미란에게는 탁월한 재능이 있습니다. 일단 역도라는 올림픽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대단한 선수입니다. 게다가 1급 방송인들도 감히 따르지 못할 재치있는 말솜씨에다 겸손한 태도, 그리고 선량한 인품까지 보여줬습니다.

이런 훌륭한 인물에게 반드시 '미인'이라는 말까지 덧붙여 줘야 비로소 그에게 바치는 우리 사회의 헌사가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공정성 과다에서 오는 기괴한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장미란을 계기로 외모지상주의를 들먹이는 것 역시 올바르게 보이진 않습니다. 외모지상주의란 '외모를 다른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것'에서 오는 폐해를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장미란은 다른 재능 덕분에 외모와 무관하게 높은 평가를 받는 좋은 사례가 될 인물입니다. 장미란이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는다고 해서, 그와 비슷한 체격을 갖춘 사람들이 모두 동등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예쁜 사람은 예쁘다는 이유로 좋아하고, 장미란은 장미란이 갖고 있는 이유로 좋아하면 됩니다. 거기에 다른 설명이나 이상한 죄책감을 결부시킬 필요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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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하지만 억지로 '장미란은 미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미인이 아니라면 장미란조차도 사랑받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을 드러내 보여 줍니다. 대체 왜 미인이 아니면 사랑받을 수 없는 걸까요.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 부족합니까? 다른 대중 스타들도 부를 때마다 결핍돼 있어 보이거나 결핍돼 있을지 모르는 부분을 보충해줘야 할까요? '장동건은 IQ도 150이다' '김태희는 성격도 테레사 수녀다' '이영애는 개그우먼급이다' '강호동은 미남이다'라고 말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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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울러 다 저희 동업자들이 하는 일이긴 합니다만, 제발 올림픽 스타들이 TV에 몇번 나오는 걸로 '몸살'이네 '도배'네 하는 얘기 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오히려 지금만 불티나게 다루고, 나중에 다루지 않는게 문제가 된다면 모를까 지금 이용대나 박태환이 TV 토크쇼에 나와 시청자들을 만나는게 뭐가 문제란 말입니까. 모든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스타들을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나 볼 수 있겠느냔 말입니다.

헛바람 헛바람 하지만 정작 헛바람 들 사람들이 TV에 출연 못해서 바람이 안 들겠습니까. 세상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사람들을 너무 바보 취급 하는 것 같아 보기에 좀 언짢더군요. 이 얘기는 또 나중에 할 기회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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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2008년이 마무리 4/4분기로 달려가는 마당에 이런 포스팅을 하게 된게 참 민망하기도 하지만, 제가 이런 게 있는지 알게 된 것이 최근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제목을 보시면 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듯. TIME은 시사주간지 TIME 맞습니다. 보다 보면 우리 정서와는 좀 안 맞는 듯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문화 차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기도 하죠.


1위. 오프라 윈프리와 데이비드 레터맨의 슈퍼볼 광고



미국 TV의 두 거성이 파자마 바람으로 출연해 슈퍼볼을 광고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슈퍼볼 날 방송되는 Late Show를 광고하는거죠.)

레터맨: 당신은 베어스, 나는 콜츠를 응원하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하니 둘 다 이긴게 아니겠소.
윈프리: 여보, 제발 입에 뭐 넣고 말좀 하지 말아요.
레터맨: 미안해.

...뭐 미국에서 뽑은 거니까요.




2. 아디다스: 리오넬 메시 스토리



11세때 호르몬 이상으로 키가 자라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아르헨티나 소년 메시. 하지만 스피드와 땅에 붙이고 공을 모는 능력을 키워 세계적인 선수가 되다!

훌륭합니다. 이견이 없습니다.



3. 게토레이, 도루편



투수는 존 래키(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인데 데렉 제터가 1루에 나가 있으면 하비 카이텔이 귀에 속삭이며 도루하라고 부추깁니다. "IT'S A BEAUTIFUL THING."



4. 도브, '리얼 뷰티' 프로그램



도브는 "미용산업이 당신의 딸에게 얘기하기 전에 먼저 말하라"며 세상에 가득 차 있는 "younger, smaller, tighter"의 신화를 경고합니다. 상품 광고 아닌 캠페인. 뭐 그리 광고적으로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5. 애플 아이폰 광고, 증언형



결국 꾸역꾸역 또 찾아 봤습니다. 증언자와 여자친구가 상사 커플을 발견한 순간, 상사의 여자친구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애인을 위해 아이폰의 인터넷 기능을 활용, 즉석에서 웹사이트를 검색해 이름을 찾고 위기를 모면한 경험담을 담담하게 얘기합니다.

자연스러움이 높은 점수의 요인인 듯. (물론 그렇다고 진짜 일반인이란 보장은 없지만)




6.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티나 페이 편



알렉 볼드윈이 능글맞은 방송국 경영인으로 나오는 '30 ROCK'을 보신 분이라면 티나 페이에게 빠지지 않을 재간이 없을 겁니다. 아멕스 카드 광고는 티나 페이가 나오는 연작 시리즈로 방송됐는데, 이건 그 중 하납니다.

티나 페이가 '30 ROCK' 중의 작가로 나오는 나머지 시리즈와는 달리 이 광고는 '배우 티나 페이'로 등장, 마틴 스콜시스 감독을 우연히 공항에서 만나 캐스팅 얘기를 하자는 가슴떨리는 제의를 받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라운지에 가서 얘기하자'는 스콜시스. 이 위기를 어떻게...?

p.s. 미드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 '30 ROCK' 아직 안 보신 분들 있다면 꼭 보시길.




7. 코카콜라, 해피니스 팩토리




국내에도 잘 알려진 광고. 뭐 더 설명이 필요할까요?




8. DOS EQUIS 맥주.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남자.




맥주 이름은 '다세끼스'라고 읽는다고 합니다. 일단 브랜드가 생소하고, 어떤 맛인지를 모르니 와 닿질 않더군요. 아무튼 아저씨 참 재미있게 사셨구나... 하는 생각.



9. 도리토스, Live the Flavor



도리토스가 와작와작 씹어먹는 과자라는 건 알지만 이 정도가 과연 10대 광고일까 하는 생각도 드는 작품. 어쨌든 메시지는 충실하죠?




10. 보험사 Nationwide Insurance: "Rollin' VIP" (Kevin Federline)
"Life comes at you fast."



가장 많이 웃은 광고입니다. 케빈 페덜라인이 누군지 모르는 분이 아니라면(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전남편입니다) 아마도 이 광고의 메시지가 너무도 와 닿겠죠. "니 인생이 앞으로 뭐가 될지 어떻게 알겠니. 있을 때 미리 미리 대비해야지"라는 메시지의 보험 광고가 페덜라인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상입니다. 본래 50대 광고까지 있는데 10개만 소개합니다. 나머지는 직접 찾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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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BC TV 드라마 '내 여자'가 방송중입니다. 고주원 박솔미 박정철 최여진 주연의 드라마인데, 여자에게 버림받은 한 남자의 복수극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매번 지켜보게 되지는 않지만, 왠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 왠지 정이 가는 드라마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내 여자'는 1980년작인 MBC TV 드라마 '종점'의 리메이크입니다. 이병주 원작 '망향'을 각색한 작품으로, 이제 방송작가 중 최고 원로급인 이희우 작가가 '종점'에 이어 여전히 '내 여자'도 집필하고 있더군요.

당시 '종점'의 네 주인공은 현재 고주원 역이 이정길, 박솔미 역은 김자옥, 박정철 역은 박근형, 그리고 최여진 역은 김보연이 연기했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바보같은 보도자료 때문에 최여진=고두심이라는 보도가 몇번 나온 것 같은데, 김보연이 재벌집 딸 역이었습니다.
 
사실 '청춘의 덫'이 방송되고 몇년 지난 뒤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방송 당시에도 '청춘의 덫'과의 유사성이 여러 번 지목됐던 것 같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남자의 배신으로 상처받은 여자가 복수한다는 부분에서 성별이 바뀐 걸 제외하면 재벌 남녀가 각각 문제의 '헤어진 남녀'를 좋아한다는 내용, 그리고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이정길, 박근형)이 같다는 점 등에서 유사점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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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이 방송된 건 중학교 2학년 때. 그리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청춘의 덫'과 '종점'은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이정길이 연기한 남자주인공의 이름이 '안현상'이었다는 것, 그리고 김자옥이 변심해 갈라서는 장면이 선명합니다.

재벌집 아들 박근형은 마음에 두고 있던 김자옥을 비서로 기용한 다음 지방으로 함께 출장을 갑니다(당시만 해도 해외 로케이션은 힘들던 시절이라...). 하지만 가 보니 출장은 허울 좋은 핑계일 뿐이었어고, 박근형은 김자옥을 호텔 나이트클럽으로 데리고 가 술을 마시고 춤을 청합니다. 카메라는 박근형의 어깨 너머로, 뭔가를 결심하려는 표정의 김자옥을 클로즈업하죠.

이들의 관계가 만들어진 뒤, 모든 것을 알게 된 남자와 여자가 만납니다. 밤의 공원 정도로 설정된 세트. 배경의 서울 야경이 사진인 태가 너무도 역력한 세트였지만 연기는 진지했습니다.

"...말 해!"
"뭘 말하라구요."
"...가난이 싫어서 가는 거라고 말해! 쪼들리기 싫어서 가는 거라고!"
"그래요. 토큰 짤랑거리면서 버스 타기 싫어서 가는 거에요. 됐어요?"
(그 당시엔 버스를 탈 때 토큰이란 걸 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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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귀를 때리는 짜악 소리와 함께 남자는 떠나갑니다. 이런 장면에서 이정길-김자옥의 연기는 불꽃을 튀깁니다. 옛날 배우와 요즘 배우를 비교하는 건 좀 가혹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런 장면에서의 연기는 희미한 기억으로도 절로 비교가 됩니다.

그래서 이정길은 회사에서도 묘한 혐의로 해직당하고, 용달차 사업을 하면서(구레나룻을 기른 이정길의 모습은 사극 외에선 처음 본 듯 합니다) 살아가다가 어찌어찌해서 복수의 꿈을 키우게 되죠. 남자의 복수 앞에서 배신자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후반의 볼거리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현재까지의 '내 여자'는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참 많은 변명거리를 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28년 전보다는 지금의 드라마 분위기가 '악역도 미워할 수 없게 해 줘야 한다'는 쪽의 생각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따지고 보면 이런 것도 최신 유행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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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엔딩은 어찌 될 지 모르지만, '종점'은 재벌집 딸 김보연과 이정길이 맺어지는 걸로 끝납니다. 이정길에게 사랑을 고백한 김보연은 "나 현상씨 시골 집 가서 현상씨가 좋아하는 반찬 다 알아왔어요. 그거 매일 만들게요. 나 요리도 꽤 잘 해요"라고 눈물을 흘리며 웃습니다.

'내 여자'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뭐 제작진이 제정신이라면 용서와 재결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고, 결말에는 상당히 제한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주제를 살리려면 박정철-박솔미 커플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고, 원작의 김자옥처럼 박솔미가 병상에 눕게 될지는... 그건 작가의 선택이겠군요.

아무튼 왕년의 '종점'에 비해 '내 여자'는 큰 스케일의 기업드라마로서도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특히 조선산업이라는 한국의 심장 같은 사업을 배경으로 한 점도 눈에 띄더군요. 그래도 드라마 자체의 얼개가 옛날 드라마이다 보니, 21세기의 분위기를 내는 데 제작진의 고민이 꽤 따를 것 같습니다.


 




p.s. 1980년 당시엔 드라마와 함께 주제곡 '종점'도 꽤나 인기를 끌었습니다. 김추자라는 가수는 당시 이미 공개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 노래만큼은 드라마의 인기를 업고 상당히 히트했죠. 훨씬 나중에 나온 '서울의 달'의 느낌도 꽤 납니다만.

이 노래를 들어 보실 곳은 이쪽입니다. 온 인터넷을 다 뒤져도 '종점'의 스틸 컷 하나 구할 수 없던데 이분은 어디서 이런 슬라이드까지 만들어 놓으셨는지 놀랍습니다.

http://blog.naver.com/kurt0181?Redirect=Log&logNo=20027459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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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역사가 그리 오래진 않지만,  이 장르는 현대 문명 사회에서 전통적인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의 간극을 연결하는 고리 문화의 역할로 충실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긴 두 문화의 세계 사이에 끼어 있다 보니 한 쪽으로부터는 너무 가볍다는 비판을 받는 반면, 다른 쪽으로부터는 오히려 어렵고 생경하게 느껴진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 여행의 모토 중 하나는 '원없이 공연을 보자'는 거였습니다. 에딘버러와 런던에서 여덟 밤을 지새는 동안 뮤지컬 4편(에딘버러에서 '어새신'과 '리틀 샵 오브 호러', 런던에서 '빌리 엘리어트'와 '레미제라블'), 클래식 공연 2회(에딘버러에서 부다페스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와 런던에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퍼포먼스 1회('패밀리'), 무용 공연 1회('도리언 그레이')를 달렸습니다. 본래 창작 뮤지컬 한 편을 더 볼 계획이었지만 체력관리상 휴식이 필요하더군요.

그중에서도 압권이라면 아무래도 런던 퀸스 시어터의 '레미제라블'을 꼽아야 할 듯 합니다. 무려 22년째 공연되고 있는 대작 중의 대작.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는 별 이유 없이 저평가되고 있는 듯(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이 아니라서?) 합니다만 세계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평이 아깝지 않은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류가 만들어 낸 단 두편의 뮤지컬을 꼽으라면 웨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이 작품을 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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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모르시는 분은 없으실테지만 동화(?)로 이 작품을 접하신 분들에게는 오히려 뮤지컬의 뒷부분이 대단히 낯설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이 작품의 뒷부분이 1832년, 민중왕 루이 필립 치하의 파리에서 일어나는 6월5일과 6일의 민중 항쟁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항쟁에서 마리우스는 공작가의 자손이지만 민중의 지도자 앙졸라에게 감화돼 시민군의 바리케이트에서 선봉에 섭니다. 장발장은 친딸처럼 키워 온 코제트의 연인인 마리우스가 바리케이트에서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전장에 몸을 던지고, 마리우스를 짝사랑한 에포닌도 그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죠(뮤지컬에서의 처리는 좀 다릅니다).

본래 소설에 다 나와 있는 진행이긴 하지만, 우리가 잘 아다시피 왕년의 한국 사회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민중봉기에 몸을 던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해 줄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죠.^^

그래서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있어 '레미제라블', 혹은 '장발장 이야기'는 은식기를 훔친 장발장에게 "왜 촛대는 가져가지 않았나, 친구?"라고 말해 19년의 옥살이 기간 동안 사회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 찼던 장발장을 선인으로 회개하게 하는 미리엘 주교의 감동 스토리만 기억되게 된 것입니다. 뒷부분의 민중 항쟁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는 구성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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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혁명'에 초점을 맞춘 뮤지컬이기 때문에 'One Day More'나 'Do you hear the people sing'같은 불온한(?) 노래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이 빛나는 것은 이런 아름다운 선동의 노래들 때문만이 아니죠. 팡틴이 부르는 'I Dreamed a dream', 에포닌이 부르는 'On my own', 심지어 피도 눈물도 없는 철혈형사 자베르에게도 'Stars'와 같은 명곡을 줍니다.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에게 다양한 히트 넘버를 주는 뮤지컬로는 비교할 만한 작품이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이 아름다운 스코어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는 요령부득의 스토리 때문에 감동이 반감되는 부분이 있다면, '레미제라블'은 탄탄한 원작의 힘과 재치있는 각색 덕분에 스토리와 음악의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클로드 미셸 숀버그의 역량은 이 작품에서 최절정의 힘을 보여주죠.

아무튼 포스팅의 특성상 노래를 안 들어보면 얘기가 안 되겠죠. 자,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를 가장 잘 정리한 화면을 고르라면 아무래도 신화적인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에게 헌정된 공연 '헤이! 미스터 프로듀서' 중의 한 장면이 제일 나을 것 같습니다.

이 화면에는 코러스의 At the End of the Day, 자베르의 Stars, 에포닌의 On my own, 장발장의 Bring him home, 그리고 전원이 부르는 One Day More가 담겨 있습니다. 출연진은 전에 소개한 적 있는 레미제라블 10주년 기념 공연 때의 멤버와 거의 동일합니다.




물론 이 방대한 뮤지컬에 담긴 전곡을 수없이 많은 가수들의 노래로 다 들어 볼 수는 없고, 일단 두 곡만 추려 보렵니다.

먼저 'I Dreamed a dream'입니다. 이 곡은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이 사생아를 몰래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쫓겨나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하는 장면의 노래죠. 거친 운명 때문에 마음에 품을 꿈 하나 없어진 여인의 비참한 심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10주년 기념 음반에는 루디 헨셜의 노래로 실려 있습니다. 다시 한번 들어 보시죠.



다음은 웨스트엔드 초연 때의 팡틴이었던 패티 루폰의 노래입니다. 앞의 사설이 좀 깁니다.





다음은 브로드웨이 초연 때의 팡틴이었던 랜디 그라프.




90년대 브로드웨이의 에포닌이었던 레아 살롱가는 21세기 재공연 때에는 팡틴 역으로 변신했습니다. 2007년, '브로드웨이 온 브로드웨이' 행사의 일환으로 설치된 거리 무대에서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을 누가 찍어 뒀군요.

이런 종류의 영상 치고는 화면과 소리가 들을 만 합니다. 그리고 이 가수가 얼마나 가공할 실력을 갖췄는지도 함께 보실 수 있죠.





다음은 'One day more'와 함께 이 뮤지컬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입니다. '민중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분노한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이것은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을/ 사람들의 음악이다'로 시작되는 가사처럼 혁명을 품은 사람들의 노래입니다.

아무래도 10주년 기념 DVD의 힘을 빌어야 되겠군요. 앙졸라 역의 마이클 매과이어가 빛나는 장면입니다.




이 노래는 온갖 합창단에 의해서도 합창으로 불려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만한 버전은 1996년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유로 96 축구대회 개막식에서 불려진 버전입니다. 웅장하기로는 압권이죠.




10주년 기념 음반의 피날레입니다. 아무래도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결정판이라면 이 장면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1987년부터 96년까지 전 세계 17개국에서 장발장 역을 맡았던 배우 17명이 등장해 이 노래를 함께 부릅니다.





자, 지금부터 제가 본 공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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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명연들을 일찌기 듣고 있었지만, 웨스트엔드 퀸스 시어터의 '레미제라블'은 여전히 훌륭한 공연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약간 할인 판매를 하고 있긴 하지만 평일인데도 저녁 공연은 여전히 만원.

22년간 조금씩 보완됐겠지만, 회전 무대를 기본으로 한 무대의 배치와 운영도 완벽합니다. 아쉬운 건 팡틴 역의 배우가 저 위의 스타들에게는 비교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는 점 정도. 장발장 역의 드루 자리치가 너무 젊다는 점도 살짝 걸렸지만, 보는 공연 마다 코엄 윌킨슨을 기대할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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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과 장발장을 거론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코엄 윌킨슨은 '라만차의 사나이'에서의 돈키호테로도 절창을 보여준 가수입니다. 중년의 바리톤 역으로 그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뮤지컬 배우는 현재로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아, 물론 한때는 팬텀 역으로도 등장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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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본 공연의 엔딩 인사입니다. 맨 왼쪽의 여자 빼고 그 다음부터 앙졸라, 테나르디에 부인, 테나르디에, 에포닌, 장발장, 자베르, 팡틴, 마리우스, 코제트입니다.

그동안 몇 차례 기회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인연이 닿지 않았다가 이번에야 직접 보게 된 공연이라 더욱 가슴에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날 귀국을 앞두고 몸은 피곤하고 부상(?)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이 공연을 그냥 넘어갔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마지막 화면은 지난 2006년, 바로 이 퀸스 시어터 무대에서 있었던 런던 초연 때 멤버들의 재결합 무대입니다. 윌킨슨을 비롯해 마리우스 역의 마이클 볼, 팡틴 역의 패티 루폰, 에포닌 역의 프란시스 루펠, 코제트 역의 레베카 케인 등이 무대에 서서 One More Day를 불렀습니다.





이 공연이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아마도 초연 때 가브로슈 역을 맡았던 소년이 자라 장발장 역을 맡을 때까지는 충분히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 됐기 때문이죠.

현재 이 뮤지컬을 자국 버전으로 공연한 나라는 21개국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하루 빨리 한국 배우들로 이뤄진 '레미제라블'을 볼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많은 분들이 김진태, 남경주 주연 버전을 얘기하시는군요. 그렇게 무대에 올려진 적이 있는줄 몰랐습니다. 이제 저변도 더 넓어졌으니 다시 한번 '제대로'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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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귀국해서 가장 먼저 보게 된 TV 프로그램이 반찬 재활용에 대한 거였습니다. KBS 1TV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이더군요.

저녁 손님들은 거의 점심 손님들이 먹다 남긴 반찬을 먹게 된다, 점심도 12시30분 넘어서 가면 거의 재활용 반찬이다... 심지어 제육볶음은 먹다 남은 걸 그대로 남비에 부어 다시 볶아온다... 손님 상에 올랐던 김치는 당연히 찌개용이다...

솔직히 말해 먹고 남긴 순두부를 그자리에서 모아 다시 끓여 내놓는다든가, 먹던 밥을 모아 누룽지를 만든다든가 하는 몇몇 장면을 빼면 그리 놀랍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반 식당에서 손님들이 남기는 반찬을 모두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 많았다는게 신기할 정도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그냥 먹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밖에서 일하는 사람의 숙명이죠.)

여담이지만 얼마 전 세계적으로 깨끗한 걸로 유명하다는 일본의 고급 식당에서도 다른 손님이 먹던 회를 재활용했다는 보도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139557 를 보고 체념과 함께 '어디나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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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제 심각합니다. 고쳐지면 당연히 좋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먹으러 다니는 사람들부터 고쳐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두가지. '싸고 반찬 많이 줄 수 있는 식당은 없다'와 '이유 없이 싸고 맛있는 식당은 없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아직도 '백반 1인분에5000원인데 반찬이 20가지 나온다'고 좋아하든가, '1인분에 4000원인데 국물 맛이 기가 막히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 속으로는 답답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반찬 재활용 안 하고 5000원에 20가지씩 반찬 주면서 니가 장사 해 봐라. 안 망하나"라고 얘기를 해 줘도 막무가내더군요. "에이,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맙니까. 반찬 20가지 깔아 놔 봐야 무게로 따지면 최하 30%, 평균 40%는 다시 상 물릴 때 나갑니다. 그걸 다 버리다간 재료 값도 재료값이지만 음식물 쓰레기 수거하다 일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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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한국 음식의 특성을 생각하면 식당 주인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식당에서 함께 모여 밥을 먹을 때 가장 '위생적인' 그릇이라면 눈 앞에서 화력을 가해 끓여 먹는 찌개 종류일 겁니다. 어제 방송에선 이 찌개도 재료를 재활용할 경우 세균이나 미생물은 죽어도 독소가 사라지지 않아 위험하다고 했지만 그건 재료가 부패-변질된 경우를 좀 과장되게 얘기한 것이고 - 실제로 얼마 전까지 일식집 주방에서 나온 상한 생선으로 매운탕을 끓여 먹고 식중독으로 사망한 노숙자들 얘기가 뉴스에 실리기도 했죠 -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끓여 먹는 음식은 일단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찌개는 같이 간 사람들끼리 '위생적으로' 나눠 먹으라고 그릇을 주지만, 반찬 나눠 먹으라고 그릇 주는 식당은 못 봤습니다. 아, 앞접시를 주긴 하지만 그 앞접시에 자기가 밥 한끼 먹을 반찬을 한번에 다 덜어놓고 먹는 사람이 있나요? 다 자기가 먹던 젓가락으로 다시 집어다 먹죠. 그럼 이미 한국식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각자 자기 찬을 챙겨 먹기 전에는 이미 '남의 침 섞인 음식'을 먹는다는게 전제된 겁니다. 앞 사람이 방금 집어 먹은 콩나물이나 잡채 그릇에 젓가락을 갖다 대면서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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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따지면 내 앞에 있는 사람 -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먹던 음식이나, 내가 얼굴을 보지 못한 다른 사람이 먹던 음식이나 위험성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얼굴을 보지 못한 그 어떤 사람이 치명적인 병에 걸려 있을 확률이 있다면, 그건 내 앞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도 같은 가능성이 있는 셈이죠. 특히 직업상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을 일도 숱한 저로서는 그런 위험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이 먹던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그 반찬을 다시 수거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더 불쾌하죠. 혹시라도 며칠씩 그렇게 방치되어 있는 반찬, 또는 설겆이통 바로 옆에 반찬통을 두고 있어서 개숫물이 튀어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반찬(방송에서 이런 식당이 나왔습니다)이 더 끔찍했습니다.

아무튼 반찬 재활용이라는 건 분명히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당 주인들만 노력해서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먹는 사람이 일단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 음식을 남게 시키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음식을 넉넉하게 시켜야 보기 좋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일단 돈 들어서 아깝고, 음식 남아서 아깝고, 그 음식이 또 비위생적으로 유통될테니 더더욱 아깝습니다. 특히 내가 돈 낼 때에는 더 아깝죠.

짠돌이 소리 듣더라도 음식 시킬 때 먹을 만큼만 시킵시다. 또 남이 돈 낼 거라고, 회삿 돈으로 먹는 거라고 팍팍 시키는 것도 안 될 일이죠. 남이 호기 있게 많이 시키더라도 옆에서 말려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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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 많이 나오는 집, 푸짐한 집 너무 좋아하지 말자

아직도 특정 지방 출신들은 "우리 고향에선 라면 하나 시켜도 반찬이 네가지씩 나오는데"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 그 인정많은 고향 아주머니는 음식 아까운 것도 잘 아시는 분들일 겁니다. 당연히 먹던 반찬도 잘 아껴서 다시 쓰시겠죠.

요지는 반찬 가짓수 많은 집을 너무 선호하지 말라는 겁니다. 시킨 양보다 유난히 많이 나오는 집도 경계해야 합니다. 예전에 가던 집 중에 세종문화회관 뒤의 광화문집이라는 김치찌개집이 있었습니다. 요즘도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가끔 소개되는 집입니다.

회사가 그 근처일 때 참 많이 갔습니다. 뭘 시켜도 2인분이 4인분처럼 나오고, 맛도 좋아서 다들 신나하며 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음식에서 재활용을 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오물이 두어번 나왔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절대 그 집에 가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맛집이라며 멀리서 찾아가는 사람이 있더군요.)

식당 주인들 바보 아닙니다. 일단 너무 푸짐한 집은 멀리 하세요.



* 설겆이를 도와줘라

사실 한때는 학교 앞 중국집이 단무지, 양파를 모아서 다시 쓰는 걸 보고 갈때마다 남은 단무지에 모두 구멍을 내고 나오던 적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주인이 와서 사정을 하더군요. "다른 손님들이 이상하게 본다. 앞으로 남은 단무지 다 그냥 버릴테니 제말 그러지 좀 말아 달라"구요. (물론 그 뒤로 고쳐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요즘도 시간 있으면 잔반은 모두 찌개나 전골 남비, 국그릇에 다 부어 놓고 나오곤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반찬을 다시 쓸 수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기 보다, 손님이 '반찬 다시 쓰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는 걸 주인이 알 수 있어야 합니다.


* 재활용을 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진 집을 도와줘라

김치 깍두기며 밑반찬을 아예 손님 상에 두고, 알아서 덜어 먹으라는 집들도 요즘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집에 가도 반찬을 산처럼 덜어 두고 다 남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면 어느 식당 주인이 초심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일단 처음에 주는 반찬의 양이 적은 집들도 칭찬할만한 집입니다. 이런 집들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서라도 반찬 리필은 꼭 먹을 만큼만 시킵시다. 괜히 먹지도 못할 양을 욕심내고 달라고 해서 다 남기면 그보다 미안한 일이 없죠.




아무튼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될 식당들도 있을 겁니다. 어제 방송에 나온 토속촌(02-862-2027, 서울 관악구 신림 8동 소재라고 합니다. 간판을 보면 확인 가능할 겁니다) 같은 식당들은 이제 상당히 영업에 도움이 되겠죠.

자신있는 식당 주인들은 다같이 <우리 식당은 음식 재활용을 하지 않습니다>같은 간판을 써 붙이는 운동을 해도 좋을 겁니다. 그리고 뭣보다, 손님들이 믿을 수 있도록 바퀴달린 큰 잔반통 같은 도구를 활용해서, 상을 치울 때 보란듯이 거기에 잔반을 모아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대신 이렇게 운영하는 식당의 운영비는 불가피하게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 5000원 하는 째개백반이 6000원, 7000원으로 올라가게 되겠죠. 하지만 어떤 경우든 싼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상표 달린 컴퓨터 안 쓰는 분들은 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뭐든 제대로 소비하려면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게 아마 가장 큰 교훈일 겁니다. 돈은 안 내고 소비자 주권(?)만 주장하는 것도 문젭니다. 5000원짜리 물건 사면서 10만원짜리 애프터 서비스를 기대하거나, 20만원짜리 패키지 여행 가면서 100만원짜리 여행급의 품위를 요구하는 것도 사실 양심불량이죠. 소비자의 권리는 언제든 거기에 걸맞은 돈을 낼 때 의미를 갖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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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프로그램들은 다 좋은 취지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소비자를 위한다는 방송을 할 때에도, 항상 소비자들에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점을 확실히 알려 주는 내용이 포함되기를 바랍니다. 가끔씩 4000원짜리 햄버거에 쇠고기가 4000원어치 들어 있지 않다고 '고발'하는 식의 내용을 볼 때면 불편해지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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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지만 매년 8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에딘버러 페스티발에는 공식 행사인 인터내셔널 페스티발과, 그 주변에서 열리는 프린지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공식 페스티발은 브로드웨이, 프린지는 오프 브로드웨이 식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겠죠. 세계적인 공연단체와 아티스트들이 으리으리한 공연장에서 뽀대 있게 공연하는 공식 페스티발이 열리는 동시에 온 시내의 수백개 공연장에서 수천개의 곁다리 공연이 열립니다. 연극, 음악, 뮤지컬 등 장르에도 아무 제한이 없죠.

당연히 한국 공연도 꽤 있습니다. 올해도 10여개 단체가 공연했다더군요. 물론 올해 열린 2000여개의 전체 공연 중에선 결코 눈에 띌 정도가 아닙니다만, 꽤 늘어난 숫자입니다. 지난 2002년에 갔을 때 한국 공연을 하나도 안 보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이번엔 챙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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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는 태권도 가족과 B-BOY 가족이 최고의 가족을 뽑는 콘테스트 결승에서 맞붙어 각자 기량을 뽐내 대결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서 태권도 가족의 최고 연장자인 할머니와 B-BOY 가족의 할아버지가 눈이 맞아 므흣한 관계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태권도 패밀리는 태권도 선수 출신, B-BOY 팀은 B-BOY 출신들이 공연에 나섭니다. 전혀 연기 경력이 없는 선수들을 연습시켜서 만든 공연이더군요.

공연장 입구는 이렇습니다. 이 공연장에선 '패밀리'외에도 인도의 민속 공연이 3개, 그리고 다른 한국 공연팀의 '아리랑 파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헤비메탈 드러머 출신인 최소리씨의 퍼포먼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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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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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패밀리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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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석 조금 넘는 작은 공연장이었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더군요. 두 아이를 데려온 현지인 관객 맥클라런드씨에게 물어보니 "공연을 본 친구에게 추천 받아 아이들을 데려왔다. 너무 재미있었다. 나도 다른 가족에게 추천하겠다"고 하더군요.

왠지 뿌듯했습니다.




매일 하루 2회씩 공연을 한 팀이라 지칠만도 하지만, 이른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곧바로 다시 가두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건 몸풀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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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딘버러 페스티발 기간중엔 온 거리가 공연장이 되고, 가두 홍보도 허가받은 장소와 시간에만 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패밀리' 팀은 불행히도 그런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한국식의 게릴라 홍보로 승부를 걸었다는군요.

그냥 몸으로 밀어붙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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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중 B-BOY 팀의 박성배군(정말 박지성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맨유 유니폼이라도 있었다면.^^)의 묘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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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붕붕 나는 건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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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군의 후배. 다른 단원들은 이 주변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높이며 공연 전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좀 더 집단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러면 금세 공연 단속팀이 출동해서 처벌 대상에 오른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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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여기가 로열 마일. 에딘버러 구시가의 중심입니다. 페스티발 기간중에는 인파로 넘쳐나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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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단속을 피해(?) 두 사람 정도의 팀 퍼포먼스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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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기 이를데없습니다. 이러고 있으면 수십명이 "무슨 공연이냐?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고 전단을 받아 갑니다.


태권도 팀도 가만 있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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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역의 김미란양이 품세를 시작했습니다. 구경하는 관객들이 늘기 시작합니다.

사실 무허가 홍보라 너무 관객이 몰려도 안됩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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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시범단 출신답게 동작에서 절도가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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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발차기. 구경꾼들의 박수가 터집니다.

공연 막바지라 다들 파스로 도배가 된^^ 몸들이었지만, 에딘버러 하늘을 지르는 발차기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기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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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공연장이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런던 한복판에 있는 로열 알버트 홀입니다. 2008년 8월 25일, 드디어 이곳에 들어오는데 성공했습니다. 감격의 눈물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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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로열 알버트 홀은 하이드 파크 남쪽에 붙어 있는 유서깊은 공연장입니다. 굳이 이름을 댈 필요도 없는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이 섰던 꿈의 무대죠.

20년 전, 홍안소년의 모습으로 이곳에 와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언젠가 이 안에서 공연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세상 참 좋아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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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본 공연은 BBC가 주최하는 프롬(PROMS)이라는 여름 특별 공연 시즌 중의 하나였습니다. 로열 알버트 홀과 BBC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셈 치고 저렴한 가격에 여름 내내 유수의 공연자들을 불러 모아 하루에도 3-4회씩 공연을 합니다.

저희가 본 건 그중 53번 공연, PROM 53였습니다. 다니엘 가티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 순서였습니다. 3층의 2만원 정도 하는 티켓을 예매했습니다. (그래도 한국까지 배송을 해 줍니다. 더 싼 표를 샀다면 운송료가 더 들지도 모릅니다.^ )

28일, 이번 프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뉴욕 필하모닉 공연도 가장 비싼 2층의 박스석 표는 54파운드(약 11만원?)까지 있지만 저희가 본 3층의 서클석은 5파운드(1만원)짜리 표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자리도 충분히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학생증(아무 학생증이나)만 있으면 절반 가격입니다. 대개 이 정도의 충격적인 가격이죠. 안타깝게도 저희는 이 공연까지 볼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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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안에 들어와서 바라본 로열 알버트 기념탑입니다. 네. 저 위의 홀 사진에 보이는 세로 휘장 뒤에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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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내부는 명목상 4층까지가 객석입니다. 물론 4층은 좌석 없는 갤러리 입석. 3층에는 저렇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매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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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매점이라고 했지만 간단한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파는 공간. 관객들이 와인이며 맥주를 마시면서 온갖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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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는 눈 높이로 로열 알버트 기념탑이 보입니다. 소박하고 고풍스럽지만 정감 있는 공간입니다. (사실 실제 색은 위 사진보다 좀 더 우중충합니다. 캐논 카메라의 고질적인 왜곡^^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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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돈만 많다면 이렇게 분위기 있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바로 엘가(Elgar) 레스토랑. 영국인이 사랑하는 작곡가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안 물어봤지만 가격은 상당히 비쌀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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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3층 입장. 빨간 재킷의 안내원이 일일히 자리를 가르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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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수용인원은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큰 홀인데, 공연 시작 30분 전에 거의 차 있습니다.

1층 가운데 자리는 입석인 어레나(Arena)석. 4층의 갤러리와 함께 입석은 당일 현장에서만 팝니다. 가격은 확인해보지 못했는데 좌석 최하가 5파운드였으니 그보다는 싸야겠죠(록 공연이라면 스탠딩이 더 비싸니 혹이 이것도...?).

3층 서클석에서 바라본 공연장의 전체 모습입니다.



대단하죠?

오케스트라 자리는 아직 비어 있습니다. 조명이 근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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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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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제가 아는 사람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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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머리 위로 보이는 자리가 바로 갤러리석입니다. 입석. 난간에 기대서 봅니다.

한번 올라가 볼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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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오케스트라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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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려 드릴 수는 없고...

프로코피에프는 이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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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5번은 이런 느낌.

가티의 지휘는 무척 가볍고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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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어레나 석은 분방하기 짝이 없습니다. 배낭 베고 누워서 듣는 사람도 몇명 있을 정도.

위 사진은 중간 휴식시간이지만, 휴식이 끝나도 저 주저앉은 사람들은 그대로 있습니다. 물론 오케스트라 바로 앞 사람들은 일어서죠.

연주가 끝나고 사람들은 열광적인 커튼콜에 들어갑니다.

얼마나 열광적인지 한번 보시죠.



연출기법상의 과장(^^)이 좀 있긴 했지만 분위기가 이랬습니다. 수천명의 관객들이 일제히 발을 구르니 공연장이 흔들흔들 하더군요. 물론 가티는 끝까지 앵콜을 아꼈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공연이 모두 끝났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복도에서도 관객들은 차이코프스키 5번의 테마(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와 매우 흡사합니다)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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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밖의 포스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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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레녹스, 존 레전드, 브라이언 아담스, 게스트 스타 주드 로... 줄리언 로이드 웨버, 전설의 무디 블루스라니. 정말 런던에 살고 싶어졌습니다.

프롬 콘서트, 올해는 좀 늦었지만 여름 런던에 가실 분들은 꼭 한번 시도해 볼 만 할겁니다. 특히 배낭여행 간 지갑 얇은 학생들도 저 정도 가격이 비싸서 못 갈리는 없겠죠. 런던에는 60파운드짜리 뮤지컬만 있는 건 아닙니다.

p.s. 글이 잘 올라가야 할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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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에딘버러 페스티발에서 지난 22일 초연된 매튜 본의 신작 '도리언 그레이'를 봤다는 얘깁니다. 아시다시피 매튜 본은 '백조의 호수'를 남자 무용수들로 채운 걸로 유명한 안무가죠.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1890년 당시에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공포소설의 하나로 받아들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남자간의 금지된 사랑을 은근히 비치고 있는 줄거리(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 파문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에 경악한 사람도 있었겠죠.

이 시절에 비하면 매튜 본은 대단한 표현의 자유를 타고 난 셈입니다. 네. 마돈나의 남편인 가이 리치의 친구이며 클라우디아 쉬퍼의 남편인 영화감독 매튜 본이 아니라 무용계의 스필버그 취급을 받고 있는 바로 그 매튜 본입니다. 지난 23일, 매튜 본의 신작 '도리언 그레이'를 봤습니다. 22일 밤 공연이 월드 프리미어였으니 세계에서 두번째로 무대에 올려진 공연을 본 셈이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내용을 잠깐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런던 사교계의 중심 인물인 귀족 청년 헨리 경은 친구인 화가 바질이 그리고 있는 초상화를 통해 그림의 모델인 미남 도리언 그레이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바질은 그레이에게 끌리는 자신에 대해 두려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레이를 만난 헨리는 자신의 분방한 도덕관으로 그레이를 '오염'시키죠. 헨리의 영향으로 그레이는 자신의 미모가 갖는 위력을 마음대로 휘두릅니다.

그는 잠시 여배우 시빌에게 끌리지만, 자신이 무대 밖의 그녀에게 아무련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싸늘하게 변해 버리죠. 결국 시빌은 자살하고, 그는 자신이 악행을 저지를 때마다 바질이 그린 초상이 점점 늙은 모습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영원한 젊음과 미모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야기는 18년 뒤의 시점으로 넘어갑니다. (혹시 스포일러라고 하실 분도 있을테니 이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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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도리언 그레이'는 이 이야기를 21세기의 패션과 광고 산업으로 끌고 옵니다. 그레이는 무명의 웨이터에서 일약 톱모델로 올라서는 꽃미남 스타로, 바질은 '당연히' 사진작가가 됩니다. 이렇게만 바뀌면 너무 평이하겠지만 여기서 헨리 경은 연예계의 권력자(에이전시 사장? 광고주? 미디어의 실력자?)인 레이디 H로, 여배우 시빌은 남성 무용수 시릴로 성별이 바뀝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초상화는 그저 사진으로 대입되는 것이 아니라, 그레이의 내면을 상징하는 분신(도플갱어)로 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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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리언 그레이와 레이디 H.)


스타가 된 그레이의 타락을 그려내는 소재로 마약과 술, 바이섹슈얼과 오만방자함 등의 부덕이 무대를 수놓습니다. 매튜 본의 타고난 흥행감각 덕분에 '도리언 그레이'는 훌륭한 대중용 상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무용극이라지만 조금도 지루하거나, 전문적이라거나, 난해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기발한 회전무대는 수시로 광고 스튜디오에서 사진작가의 침실로, 화려한 파티장에서 은밀한 사랑의 공간으로, 플래시를 받는 현장에서 그레이의 방 사이를 수시로 오갈 수 있게 합니다. 이 이중 회전 무대와 도플갱어의 존재는 너무도 간단하게, '자아의 분열'이라는 주제가 오스카 와일드와 매튜 본을 관통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죠. 아무튼 이 작품은 19세기 고전의 현대화라기보단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에 더욱 가까이 있습니다. 도리언 그레이가 광고하는 향수의 이름이 불멸(Immortal)이란데선 무릎을 탁 치게 하기도 합니다.
 
매튜 본의 작품을 처음 본 저같은 사람에게 있어 '도리언 그레이'는 매우 흥미롭고 강추하고 싶은 수작입니다만, 이미 '백조의 호수'에서 '에드워드 가위손'까지 그의 작품을 여럿 경험한 평론가들에게 있어선 그리 매력적인 작품이 아닌 듯 합니다. '가디언'과 '더 타임즈'는 모두 인상적인 혹평이더군요. '가디언'은 새로운 것이 없다는 쪽, '타임즈'는 심지어 '게이 포르노가 너무 자주 나온다'는 식입니다. 사실 중요한 러브 신이 모두 남자 무용수들 사이의 것이긴 합니다. 하긴 아주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사실 어찌 보면 매튜 본의 주요 고객들인 '배운 여성 관객'들의 취향에 맞춘 고급 야오이 무용극(?)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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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리뷰 모두 그레이 역을 맡은 리처드 윈저(Richard Winsor)에겐 호감을 갖고 있더군요 윈저나 레이디 H역의 미카엘라 메짜(Michaela Meazza) 모두 본과는 '에드워드 가위손' 등에서 손발을 맞춘 사이입니다.

자, 지금부터는 염장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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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연 장소인 킹스 시어터는 에딘버러 성 남서쪽에 있습니다. 매튜 본 정도의 지명도를 가진 인물이 초연을 하기엔 좀 초라해 보일 정도로 낡은 극장이란 느낌. 1906년에 지어진 극장답게 외양은 꽤 쇠락했고(왕년의 단성사나 스카라 극장 느낌입니다), 아주 규모가 큰 홀도 아닙니다. 하긴 이런 걸 보면, 한국 공연문화는 지나치게 외양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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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는 사람도 있군요. (네. 휴가중이란 뜻입니다.)


아무튼 극장 안은 '에딘버러 페스티발의 60년 역사상 무용 작품으로는 최고 히트작'이라는 설명답게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찼습니다. 올해 날씨와 올림픽 때문에 에딘버러 페스티발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는 데서 더욱 이례적인 히트로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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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갈채와 함께 공연이 끝났습니다. 무대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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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마지막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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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는 9월2일부터 런던으로 자리를 옮겨 공연된다고 합니다만, 매튜 본의 인기를 생각하면 언제든 국내 무대에도 올려지겠죠. 매튜 본 빠순이(?)를 자처하시는 분들은 곧 비행기 티켓을 사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입가심으로 두 사람의 도리언 그레이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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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 하트필드는 1945년작 영화의 타이틀 롤인 도리언 그레이입니다. 왠지 신성일씨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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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그레이는 영화 '젠틀맨 리그'의 스튜어트 타운젠드입니다. 하긴 뭐 리처드 윈저 정도라면 그레이 역으로는 손색이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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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번 실패하고 오기로 올리니 올라가는군요. 이놈의 유럽 인터넷. 오랜만에 훈훈한 포스팅이라고 좋아하실 분들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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