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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동성애와 관련된 발언이 나왔던 일은 아마 거의 찾아보기 힘들 듯 합니다. 물론 그런 상황을 패러디한 코미디는 많았지만, 실제 인물이 자신의 사례나 다른 사람의 사례에 대해 자신의 성적 취향을 농담의 소재로 사용한 경우는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12일 방송된 SBS TV '강심장'에서 홍석천이 조용히 한방을 터뜨렸습니다. 크게 화제가 되거나 요란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의의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농담입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최근 방송을 마친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이승기와 신민아의 키스신을 패러디하는 순서가 마련됐습니다. 여자 출연자들 가운데 서인영이 신민아의 역할을 이승기와 함께 재현하는 역할을 맡았죠.


이승기와 포옹하는데까지 진행한 서인영은 "아 좋다"라며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대가 당대 최고의 인기남이며 흔히 '황제'라고 불리는 이승기였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서인영이 자리로 돌아와서도 '아 좋다'를 연발하고, 다른 여자 출연자들이 꺅꺅 소리를 내는 가운데 홍석천이 조용히 한마디를 던진 겁니다. "난 인영이가 참 부럽네."

현장에선 당연히 폭소가 터졌고, 시청자 가운데서도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네. 이승기가 그만치 매력적이라는 뜻인 거죠. 그리고 홍석천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빗대 한 농담이라는 것도 모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물론 홍석천이 실제로 이승기를 덮치겠다거나 하는 뜻은 아닐겁니다. ㅋ )





최근까지 이뤄졌던 한국 사회, 한국 연예계에서의 동성애 담론에 비교해 보면 상당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가까운 일로는 SBS TV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정체 불명의 '어머니 단체'가 낸 신문 지면 광고 사건이 있었습니다. '동성애는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무너뜨립니다'라는 구호가 보여주듯 이 사회의 일각에는 동성애를 비정상적인 죄악으로 보는 시각이 분명 존재합니다.



예능에서의 '동성애 관련 발언'이라는 건 꽤 오래 전 김구라가 '명랑 히어로'에서 '어떤 남자가 목욕탕에 T팬티를 입고 왔더라'는 다른 출연자의 말에 '석천이 아니야?'라고 반문했다가 '성적 소수자에 대한 비하'라는 이유로 타박을 받은 게 사실상 유일한 사례일 정도입니다.

커밍아웃한 연예인도 극소수인데다 그나마 홍석천 외에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상태이고 보면, TV에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나 농담을 할 일도 없거니와 그런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가 돼 버립니다.

이런 환경에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이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물론 '김수현'이라는 대 작가의 이름이 없었다면 이런 내용이 들어 있는 드라마가 지상파에 편성된다는 것 역시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였다면, 홍석천의 작은 농담 한마디는 예능에서의 금기를 한번에 뛰어 넘은 시도로 볼만 합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시청자들의 욕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한번이 아니라 홍석천이 비슷한 수위의 발언을 계속 한다면, 자연히 '강심장'을 보는 사람들이 이런 농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겁니다. '강심장'이 그 수준을 소화할 수 있다면,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그런 수위에 대한 판단이 있을 테지요.

한 편에는 드라마 속 동성애 커플의 등장에 발끈한 보수 단체가 거액을 들여 신문에 5단 광고를 내고, 다른 한 편에서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농담에 출연자와 시청자들이 깔깔 웃는 현상이 공존합니다. 시대착오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의견의 다양성이라는 차원에선 크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같은 드라마라도 '개인의 취향'에서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코미디가 큰 문제 없이 넘어간 반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신문 광고에까지 이어진 것 역시 그 프로그램의 시청층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강심장'에서 괜찮았다면 '무한도전'이나 '1박2일'에서는 어떨까요? 혹은 '세바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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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란이 있었습니다. 타블로의 학력에 대한 의심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의 운영자 왓비컴즈가 미주 중앙일보(시카고)와의 인터뷰에서 '타블로가 승자다. 더 이상 의혹을 제기하지 않겠다. 승자로서 관용을 베풀어 고소를 취하해 줬으면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왓비컴즈는 타진요 카페에 글을 올려 '보도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 나는 나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카페 회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기사 제목은 “더 이상 타블로에게 학력 인증 요구를 않겠다. 고소를 취하해 주기 바란다” 지만 기사 내용을 보면 '고소 취하'의 대상이 고소된 사람 전체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왓비컴즈가 '나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큰 차이는 아닙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것은, 거기에 대한 타진요 회원들의 반응입니다.




일단 기사를 못 보신 분들은 순서대로 보시기 바랍니다. 미주 중앙일보가 왓비컴즈를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타블로가 이겼다'고 말하고 있지만 자신은 여전히 검증된 사실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타블로 측이 고소한 사람은 7명이다. 이 중 2명만 타진요 회원이고 나머지는 아니다. 승자로 이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대화합으로 끝내기 바란다”며 인터뷰를 끝냈다. (http://news.joins.com/article/aid/2010/10/12/4045561.html?cloc=nnc)

그리고 이 기사가 자신의 진의를 왜곡했다며 왓비컴즈가 어젯밤 타진요에 올린 글입니다.


물론 그동안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나 타블로에 대한 사과의 뜻은 전혀 없습니다. 너무도 당당한 모습입니다.

놀라운 건 이 인사에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여전히 '그동안 수고하셨다' '건강하시라' 등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 인사에 왓비컴즈는 일일히 댓글을 달아 주며 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 탐진강님의 블로그에서 타진요의 한 회원이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에 썼다는 '반성의 글'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 http://jsapark.tistory.com/1152 에 가면 전문이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실만 합니다.^^)

그 글 역시 반성의 의미로 읽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언뜻 보면 타블로와 가족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반성하는 듯도 하지만, 오히려 타블로에게 '몇십분이면 밝힐 수 있는 일을 쉽게 밝히지 않고 스스로 고난의 길로 갔느냐, 나같은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서였느냐'고 따지는 부분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여겨집니다.



소위 악플러의 밑도 끝도 없는 주장과 악성 루머라는 이름의 허위 사실 유포, 그리고 턱없는 공격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유명인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피해에 대한 구제는 커녕,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도 사실상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당연합니다. 대다수 피해자들이 인기로 먹고 사는 유명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타블로 이전까지, 최진실의 자살 사건 이전까지 악플러들과 싸우는 연예인들은 사건이 어느 정점을 지나가면 '이제 다 밝혀졌는데 그만 하지 그래' '뭐 사실 피해본 것도 없잖아. 연예인들 알고 보면 다 그렇지' '아니, 가해자라는 것도 알고 보니 다 어린 학생들인데 끝까지 죄를 추궁하겠다고? 어쩌려고? 알고 보니 정말 인정사정없고 독한 * 아냐?' 이런 식으로 여론이 바뀌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당한 입장에선 참 펄쩍 뛸 일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분명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관용과 선처가 미덕'이라고 권하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이걸 거부하면 천하의 독종 취급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은 이런 이상한 여론 때문에 아무리 억울해도 어느 시점에서는 '가해자가 대부분 미성년자들이라 잘 몰라서 한 일이고, 지금은 자신들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니 선처를 요청한다'는 발표를 하는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가해자들을 잡은 사이버수사대 요원들에게도 참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해자 측에서 신고를 하고 발을 동동 굴러도 '어차피 다 놔 주자고 할 거면서...'라는 생각이 들면 수사에 열의가 있을 리 없겠죠. 언젠가 접촉한 경찰 관계자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기껏 잡아 놔도 나중에 처벌 의사가 없다고 다 풀어주자고 할 거라면, 누가 굳이 잡아 들일 의욕을 느끼겠느냐'는 겁니다.

이제 변할 때가 됐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악성 루머의 유포와 이유 없는 증오의 표출은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나 모욕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이해할 때가 됐습니다. 왜곡된 온정주의야말로 그동안 악플러들이 활개칠 수 있었던 환경이라는 걸 이제 아실 때가 된 겁니다.

아울러 악플러 여러분, 사소한 처벌 따위가 두려워 짐짓 반성을 가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뜻 있는 자의 삶이란 본래 가시밭길인 법입니다. 일각의 동정 따위에 나약해져선 곤란합니다. 정의의 칼을 휘두를 때의 기개와 배짱을 끝까지 간직하시고, 끝까지 소신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찬바람이 몰아칠수록 자신의 행동을 끝까지 책임지는 용자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끝까지 분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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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8일 방송된 TOP4 대결에서 결국 강승윤이 탈락, TOP3는 존 박, 장재인, 허각으로 압축됐습니다. 초기에 많은 사람이 예측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TOP 11이 처음 발표됐을 때 TOP4, TOP3에 들 것으로 예측됐던 사람들 중 김지수 하나만 바뀐 셈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평가하는 것은 그저 '어떻게 노래를 부르느냐(다시 말해 잘 부르나 못 부르나)'의 문제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지난 2주에 걸쳐 '어떻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어떤' 노래를 부르는가 하는 것임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미션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가장 미션을 잘 소화한 두 후보가 탈락 위기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슈퍼스타K'가 짧은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좋은 선생님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처음 시작할 땐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고, 이미 외국에서 여러 차례 검증된 시스템을 사실상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그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던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올해가 국내에선 두번째인 만큼 여러가지 실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날 미션도 마찬가지. 세 명의 심사위원이 남은 네 도전자를 나눠 갖고 자기 노래를 지도해 부르게 한다는 미션입니다. 이렇게 해서 장재인은 엄정화의 '초대'. 강승윤은 윤종신의 '본능적으로', 허각과 존 박은 각각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와 '잠도 오지 않는 밤에'를 불렀습니다.

물론 '잠도 오지 않는 밤에'는 엄밀히 말하면 이승철의 히트곡이라고 할 수 없죠. '안녕이라고 말하지마'와 함께 1989년 이승철의 1집에 들어 있었지만 당시엔 그리 주목받지 못했고, 작곡자인 박광현이 이듬해 자신의 앨범에 넣으면서 알려진 곡입니다. 김건모의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에도 삽입되면서 유명해졌죠.

(처음에 쓴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저는 이승철이 뒤늦게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작곡자 박광현이 이승철에게 먼저 이 곡을 주고 나중에 자신이 다시 불러 자기 앨범에 수록한 것입니다. 공교롭게 이날 허각이 부른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도 박광현 작곡입니다.)




솔직히 말해 장재인과 존 박에겐 대딘히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첫번째는 장재인. 엄정화의 노래 중에는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4강에서 부를만한 곡이 없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처음부터 대부분의 곡 자체가 가창력을 뽐내기보다는 춤과 노래를 함께 하기 위해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춤과 노래를 함께 할 때라야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노래들인데, 제아무리 장재인이라 한들 이런 노래를 그냥 서서 부른다면 그 결과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대'는 매력적인 곡이지만 장재인과는 1만 광년쯤 떨어져 있는 노래였고, 이날 장재인의 존재감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존 박은 아마도 이승철이 녹음했던 노래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자신의 색깔과 맞는 곡을 골라 냈습니다. 이 노래는 처음부터 블루스의 색채가 깊이 배 있는 곡입니다. 존 박은 그런 곡을 잘 소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과연 블루스를 들고 나오는 것이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좋은 전략인가 하는 것은 상당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그건 다른 경쟁자들, 허각과 강승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허각은 이승철의 대표적인 히트곡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에 자신의 색깔을 입혀 '제대로' 소화해냈습니다. 타고난 미성과 고음 처리 능력을 유감없이 뽐낼 수 있었습니다.

강승윤도 끝내 따라다니던 '인물로 올라왔다'는 평을 씻어낼 수 있는 좋은 활약을 펼칩니다. '무심한 듯 거만하게' 부르라는 윤종신의 조언을 잘 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정작 윤종신 자신의 점수는 그리 좋지 않더군요^^).



그렇게 해서 만약 이날 대결로만 평가했다면 허각과 강승윤이 안전한 자리를 차지하고 존 박과 장재인이 피말리는 마지막 대결을 폈어야 했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간단합니다. 대다수 투표자들이 이미 표심을 굳혔기 때문입니다.

TOP11이 발표됐을 때, 이미 엘리트 그룹과 비 엘리트 그룹의 구분은 거의 바뀌지 않을 정도가 돼 있었습니다. 장재인과 존 박 등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죠.

여기서 다양한 라이브 미션을 통해 비 엘리트 그룹의 구성원들이 느낌을 바꿀 계기가 주어졌다면 모르겠는데, 역시 초반 2회의 라이브를 통해 절반인 5명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엘리트 그룹의 환상이 씻길 시간, 그리고 비 엘리트 그룹이 성장할 시간이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의 순위가 그냥 굳어져 버렸습니다.

아마도 이날의 TOP4 미션은 그 순위를 한번 바꿔 보자는, 사실상 첫번째 시도였다고 할 수 있을 듯 한데 불행히도 이제 너무 늦었습니다. 4명밖에 안 남은 이상 투표자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후보를 하나로 줄여 놓고 있습니다. TOP6 정도까지는 자신이 올려 놓고 싶은 후보를 두명까지는 수용할 여지가 있지만 TOP4 이후엔 자칫하면 자신의 넘버 원 후보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인 된 겁니다. 그러니 강승윤이 아무리 TOP4 미션을 잘 끝냈어도 그게 순위를 바꾸는 건 이미 늦었다고 해야 할 겁니다.



결국 TOP4까지 오고 나면 이미 정해진 순위에 변화를 준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건 아마도 앞으로 내년 이후의 '슈퍼스타K' 제작진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까지의 제도라면 TOP4 이후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필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너무 빨리 도전자의 숫자를 줄인 것이 그 주 요인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겁니다.) 물론 현재보다 더 뛰어난 도전자들이 많이 나와서 마지막까지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면 그보다 좋은 건 없겠죠.

그리고 강승윤에겐 이제 리얼 월드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TOP1이 아니었던 가수가 성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나이도 어린 강승윤,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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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합창 미션이었던 '하모니'의 최종편이 재방송까지도 10%대를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파장이 쉬이 식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인터뷰 제의를 고사하던 박칼린 캡틴도 끝내 몇몇 매체와 인터뷰를 해 기사가 나오고 있고, 배다해 선우 서두원 등 합창단의 주역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이 대목에서 심심찮게 '하모니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하모니'의 마지막편 방송에서 단원들이 박칼린 선생에게 "6개월 뒤에 꼭 다시 봅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됐고, 연출진도 인터뷰에서 '시즌2'의 가능성을 시사하더군요. 그리고 주요 멤버였던 선우 역시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꼭 거기 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시즌2는 나오는 걸까요?


일단 시즌2가 나온다는 건 제작진에겐 대단한 호재입니다. 시청률 면에서는 그만한 확보된 자산이 없을 겁니다. 물론 감동이나 신선감은 이번 미션만 못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시청자들은 추억을 되새김질 하기 위해 그 방송을 지켜볼 겁니다.

반면 반발도 꽤 있습니다. 일단 '하모니' 미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에게 비판의 빌미를 또 한번 제공해주는 셈입니다. '하모니' 미션을 치르면서 이경규를 비롯한 기존 멤버들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죠. 솔직히 말해 합창대회 참가를 위한 연습 장면에서 이경규의 존재감은 합창단 맨 앞줄에 섰던 박슬기에 비해 별로 나을 게 없었습니다. 노래할 때에는 목소리를 안 내는게 나았을 김국진은 더 말할 것도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쪽입니다. 물론 101가지 미션을 수행하려면 아직도 '남자의 자격' 팀은 갈 길이 멀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에게 이 정도의 몰입을 주었던 아이템은 전혀 없었던 만큼 '한번 더'에는 원칙적으로 찬성입니다. (물론 제 의견이 중요하다거나, 제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시청자 중 한 사람의 의견일 뿐입니다.)

단 개인적으로는 몇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6개월이든 1년이든, 충분한 시간 간격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간격이 좁으면 좁을수록 비판의 여지는 훨씬 커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가능한 한 첫번째 도전에 참가했던 멤버들이 그대로 다시 출연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재소집'이 좋겠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일단 시청자들은 '그때 그 멤버들'의 재회 장면을 굉장히 보고 싶어 할 겁니다. 시청자들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시청자들은 남자의 자격 합창단 멤버들이 사회적인 지위나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하나의 목소리로 뭉쳐지는 것을 보고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족같은 느낌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도 당연한 겁니다. 'god의 육아일기'를 본 시청자들이 god 멤버들과 재민이가 계속 친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그런 의미에서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 참가했던 멤버들이 계속 그런 유대를 유지하고, 옛 친구로서 다시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는 상당히 큰 선물이 될 겁니다.



반대로 기존 멤버들과 박칼린 선생만을 남겨 두고 새로운 멤버들을 뽑는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이제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첫번째 합창단 미션이 재미있었던 것은 기존 멤버들을 제외하고 새로 들어온 멤버들이 '노래는 제법 하지만 합창이라는 조건에는 초보'였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 2기 멤버들을 모집한다면 그야말로 올스타 합창단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하모니' 미션의 위력을 이미 사람들이 알아 차린 만큼, 이 미션을 통해 곧바로 스타의 자리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겁니다. '여기만 들어가면 나도 뜰수 있다'는 것이 동기가 되고 나면 어지간한 노래 실력이 아니면 끼기도 힘들어 지는 건 물론이고, 이미 상당한 지명도를 확보한 아이들 그룹 멤버들까지도 그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겁니다.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마추어다운 어설픈 모습이 사라진 '하모니' 미션이 과연 최초의 '하모니' 미션때만큼 흥미로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그보다는 '하모니' 1기 멤버들을 재소집해서 그동안 그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합창 연습과 합창제 참가가 그들 개인에게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짚어 보며 새로운 곡을 연습하는 것이 훨씬 나을 듯 합니다.

물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그 멤버들이 다시 만나 함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P.S. 아울러 기존 멤버들은, '하모니' 미션의 성과를 너무 남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3일 방송에서 '개그콘서트' 출연을 준비하는 이경규 등 네 멤버들이 "거기서 그럼 넬라판타지아 한번 부르지" 하고 불렀던 '넬라 판타지아'는 과연 합창대회에 나갔을 때 이 분들이 정말 같이 노래를 부르긴 불렀을까 싶을 정도로 참 듣기 힘들더군요. 그리고 윤형빈이 '개그 콘서트'에 출연한 배다해와 선우에게 "니들이 할게 뭐 있니. 나와서 넬라 판타지아나 한번 불러"라는 식으로 대하는 건 왠지 시청자들의 감정에 찬물을 끼얹은듯 한 느낌입니다.

아무리 방송은 방송이고 현실은 현실이지만, 시청자들은 그 합창 미션 때 멤버들이 보여줬던 감동이 실제이기를 바랍니다. 비록 그게 착각이더라도, 시청자들이 그 착각을 좀 더 오래 유지하는게 출연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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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마다 신화를 낳고 있는 슈퍼스타K가 4강으로 압축됐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존 박, 허각, 강승윤, 장재인으로 정리됐습니다. 뜻밖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을 듯 합니다. 김은비도 김은비지만 뭣보다 실력으로는 top3 급이라고 꼽혔던 김지수의 탈락이 놀랍기도 합니다.

아울러 존 박과 강승윤의 4강행을 놓고 벌어진 논란은 이 대회의 정당성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지수가 떨어지고 강승윤과 존 박이 올라간 건 노래 실력과 무관하게 여성 팬들의 무분별한 몰표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마이클 잭슨 미션은 그런 논란을 충분히 씻을 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미션에서 선곡과 그 가수에 대한 이해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 미션'이란 말을 들었을 때부터 생각난 건 딱 하나였습니다. 과연 Man in the Mirror를 누가 부를까 하는 거였죠.



김은비 Heal the World
강승윤 Black or White

이번 미션을 하면서 'Heal the World'를 처음 들었다는 김은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슈퍼스타K를 보면서, 가수 지망생들의 음악 청취 폭이 너무 좁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더군요. 당대의 동년배 가수들 노래만 줄줄 꿰어선 결코 음악에 대한 이해가 늘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Heal the World는 안전한 선택이기도 하고, 김은비의 소화도 괜찮았지만 딱 짚어낼만한 포인트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은 곡의 이해가 성패를 갈랐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심사위원 이승철이 'Come together 같은 노래를 선곡할 줄 알았다'고 말한 건 강승윤이 Rocker를 표방하는 만큼, 잭슨의 노래 가운데 록의 느낌을 강조한 노래를 부르지 않겠느냐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Come Together'는 사실 비틀즈의 곡을 마이클 잭슨이 리메이크한 곡이죠. 진정한 의미에서 잭슨의 리메이크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Black or White는 뮤직비디오에서도 보듯 록에 대한 잭슨의 헌정곡이라고 할 정도로 록적인 느낌이 넘치는 곡입니다. 강승윤으로선 좋은 선곡입니다. 물론 Dirty Diana나 They Don't Care About Us 같은 노래도 좋았겠지만 Black or White 만한 호응은 없었을 겁니다. 뭣보다 피치가 강조된 강승윤의 해석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안무를 곁들여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건 강승윤의 재능을 입증한 것이죠.



김지수 Ben
장재인 The Way You Make Me Feel

김지수의 평소 목소리를 생각하면 훌륭한 선곡이란 생각이 듭니다. 'Ben'은 나지막한 노래인 듯 하지만 사실은 대단히 드라마틱한 노래죠. 하지만 문제는 부르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정상적으로 불러야 할 높이보다 올라가 버리는 바람에 제 맛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또는 컨디션이 심하게 안 좋았는지도...). 이 때문에 평소 그의 매력인 고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조심스럽게 얘기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지수의 기타 솜씨를 생각하면 Ben 보단 Who is it을 기타 편곡과 함께 불렀으면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잠시.
장재인의 선곡은 최악이었습니다. 색다른 시도를 시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래의 분위기는 전혀 살아나지 않더군요. 가사 전달이 엉망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박자를 따라가기 급급한 분위기 또한 장재인의 실력을 가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점수가 너무 호의적이었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벌어 놓은 점수의 힘이 컸습니다.


허각 I'll Be There
존 박 Man in the Mirror

허각의 선곡은 사실 좀 위험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I'll Be There는 어린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보다 사실 머라이어 캐리의 리메이크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노래입니다. 더구나 캐리가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데뷔 초의 노래죠. 누구에게나 호쾌하고 하늘을 뚫을 듯한 시원시원한 초고음으로 익숙해 있는 노래입니다. 이런 노래를 남자의 목소리로 들으면 누구라도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위험천만한 선택에서 살아남은 건 허각의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허각의 노래 실력을 가졌다면 She's out of My Life'에 도전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반면 존 박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곡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다른 도전자들에 비해 마이클 잭슨에 대한 이해의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 어떤 경쟁이든, 마이클 잭슨의 노래 중 단 한곡을 뽑아 경연에 나가야 한다면 남자의 경우는 이 'Man in Mirror'를 넘어설 만큼 드라마틱한 곡이 없을 정도입니다(코러스를 조율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Will you be there가 있겠지만 그건 이런 도전에서 쉽지 않겠죠^^). 이 노래가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 때 엔딩 곡으로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물론 음정을 한참 낮춰 불러야 하는 존 박은 이번엔 좁은 음역 때문에 앞부분의 저음에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이승철의 평에는 동의할 수 없더군요^), 곡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달력(발음...) 덕분에 결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목소리보단 감정 처리가 우선이란 걸 보여준 무대였다고 할까요.


결론적으로 이날 마이클 잭슨 미션은 대다수 도전자들이 마이클 잭슨에 대한 이해가 극히 부족한 상태에서 도전에 나섰다는 게 확연했고, 그런 가운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건 강승윤과 존 박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슈퍼스타K'에서 폴 포츠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비난처럼 얘기하는데, 이건 번지수를 잘 못 찾은 얘기입니다. '슈퍼스타K'는 '아메리칸 아이돌'을 지향하는 방송이지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폴 포츠를 찾는 건 갈비집에서 짜장면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강승윤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 점점 드물어지고 있는 거칠고 야성미 넘치는 목소리와 표현력을 갖췄고, 존 박은 음역대가 좁다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흡인력 강한 목소리와 다른 가수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본고장 흑인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누구누구에 비해 실력이 딸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후보들입니다. 특히 10년 뒤의 모습을 본다면, 가장 큰 가수가 되어 있는 건 강승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될 정도입니다.




이하늘의 농담처럼 존 박이 외모와 스타일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존 박의 실력을 폄하하거나 분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김지수나 장재인, 허각을 지지하실 분들은 존 박을 깎아내릴 게 아니라 자신들이 선호하는 가수에 대한 애정을 더 키워나가는 게 좋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지수의 탈락이 매우 아쉽지만, 대중이 김지수를 선택한다면 '슈퍼스타K 도전자' 김지수가 아닌 '가수 김지수'의 모습은 계속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나자나 빅4... 정점 흥미진진이군요.


P.S. 개인적으로 이날 최고의 의외는 장재인이 김윤아를 못 알아봤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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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남자의 자격' 하모니 미션이 마침내 막을 내렸습니다. 근 2개월에 걸쳐 하나의 미션에 대한 방송이 진행된 것도 처음이지만 살을 찢는 것도 아니고, 마라톤을 하는 것도 아니고, 번지 점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종격투기를 하는 것도 아닌 합창 하나로, 그것도 인기 스타들의 집합도 아니고 글자 그대로 '어중이 떠중이 듣보잡'이 모인 33명의 합창단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마지막 방송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사람은 '챔프' 서두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물은 곧 다른 합창단원들에게도 전염됐습니다. 이 대형 미션의 마지막 초점이 그에게 맞춰진 이유는 뭘까요. 이 미션에서 '서두원'이 상징했던 것을 생각하면 답은 간단합니다. 그건 바로 '꿈'이라는 단어입니다.



서두원은 "노래하는 것이 꿈이었고, 평생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는 꿈이었는데 이렇게 이뤄졌다"며 눈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지휘자인 박칼린 음악감독에게,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에게, 더 나아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전국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는 노래방 간판만 봐도, '노래할 곳이 없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을 겁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녹음해서 CD까지 만들어 주는 곳이 즐비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걸로는 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노래하는 걸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도 혼자 노래방에 가지는 않습니다(뭐 굳이 필요하다면 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당연한 얘깁니다. 누구든 내가 노래를 하면, 누군가 그 노래를 듣고 호응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노래에 자신이 있다면, 어떤 큰 무대에서 노래하고 그 노래를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 주기를 바랄 겁니다. 이게 더 나아가면 왜 '슈퍼스타 K'에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지를 설명하는 이유가 될 겁니다.

서두원은 격투기 선수라는 스스로 선택한 직업과, 그 분야에서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버리고 뛰어들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이것도 죽기 전에 꼭 한번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은 꿈인 건 분명합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이경규는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는 단원들에게 "이거, 아무 것도 아니야. 이게 잘 되고 안 되고가 여러분의 인생에 무슨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그냥 잘하건 못하건 하면 돼"라고 얘기합니다. 분명한 사실입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서 노래하기 위해 당장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할 정도로 대단한 희생을 치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건 더 절실한 꿈이기도 합니다. 그런 꿈을 이룬 서두원은 비록, 합창대회에 나와 장려상을 받았다고 해서 인생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죽는 날까지 기억할만한 추억을 갖게 됐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것이고, 그 기쁨은 많은 사람들의 감동과 부러움을 샀습니다.

본래 '남자의 자격'에 속해 있던 이경규와 다른 멤버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어쩌면 모두 크고 작은 서두원입니다. 단복을 차려 입고 무대에서 노래하던 사람들 중에는, 노래하고 사람을 웃기는 것이 평소의 직업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아무런 보상을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노래할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심지어 그 중에는 점심때 순두부백반을 먹고 들어와 하루 종일 재미없는 액셀 프로그램을 돌리던 사람도 있고, 뉴스 시간이면 원고를 챙겨 들고 마이크 앞에 앉는 아나운서도 있습니다.



두어달 동안 방송된 '남자의 자격'을 통해 가장 강조되고, 끝없이 반복된 단어는 바로 '꿈'입니다. 이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 중 절대 다수는 하루 일과 중 점심시간때가 가장 행복한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드라마 보는 게 유일한 낙인 주부들입니다. 그리고 '남자의 자격'은 이 사람들에게 은근히 심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떤 질문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은 대체 꿈이 뭔가. 정말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에도 지금처럼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정말 그랬나. 혹시 지금이라도 예전의 꿈을 기억해 낼 수 있나. 꿈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생각은 없나.'



물론 이런 질문들은 살면서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질문들입니다. 누가 자극을 주지 않아도 불현듯 담배 연기와 함께, 소주잔 너머로 보이는 TV 화면 속에서, 집안 식구들이 황급히 비우고 나간 아침 식탁 너머로 고개를 들었다 금세 사라지곤 합니다.

'남자의 자격'을 보고 나서 가슴을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은 분들 중에도 90% 정도는 이 '하모니' 미션이 끝남과 동시에 그 질문을 잊어버리고 그냥 살던 대로 계속 살아갑니다. 하지만 나머지 10%, 아니 5%만 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면 '재미없는 세상'은 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마지막 연습때 단원들이 박칼린 음악감독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장면이 소개됐습니다. 그리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 방송에 출연한 박칼린 선생에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제가 보기에도 영화같았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꿈꾸는 법을 가르쳐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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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이면 일반 대회에서는 준준결승에 해당합니다. 살아남으면 4강이죠. 물론 '슈퍼스타 K'에서는 살아남아도 6강입니다만, 8명까지 왔으면 그래도 '할만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만 합니다.

'슈퍼스타 K' 10회차는 이문세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미션이었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선곡에 따른 불이익을 지적했는데, 이번 방송에서는 선곡 장면이 나와 좋았습니다. 특히 존 박은 처음에 선곡됐던 노래를 이문세의 지적에 따라 바꿨는데, 그 결과는 대적중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가수도 아니고, 작곡가도, 뮤지션도, 음악 선생도 아닙니다. 그냥 제 귀로 듣고 제가 판단한 내용입니다.


이런 대회에서는 가끔 '노래빨'이라는 말이 등장하곤 합니다.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적절하게 노래를 고른 덕분에 실력 이상으로 주목받는 도전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대체 이런 공개 오디션의 경우에는 어떤 노래를 해야 할까요?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장 좋은 선택의 기준은 '얼마나 드라마틱한 노래인가'라는 것이 될 듯 합니다. 짧은 시간 사이에 듣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노래 자체에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는 곡들이 좋습니다.

수전 보일이 'I dreamed a dream'으로, 그리고 폴 포츠가 'Nessun Dorma'로 스타덤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노래 자체의 힘이 가수의 매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좋은 선곡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어떤 오디션이건 노래를 시켜 보면 남자 출연자 중 80%는 'This is the moment(지금 이순간)'을, 여자는 영화 '드림걸스'에 나오는 'Listen'을 부른다는 이유로 심사위원들이 진저리를 치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니죠. 분명 이 두 곡의 노래 역시 그리 어렵지 않은 노래이면서 부르는 사람의 매력을 최대한 증폭시킬 수 있는 드라마틱한 곡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노래도 자주 들어 지루해지면 효과는 반감할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오디션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 두 곡은 제외하고 연습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그렇다면 이문세의 노래 가운데서는 어떤 노래가 선곡되었어야 할까요?



강승윤 '그녀의 웃음소리'
박보람 '이별 이야기'

일단 이문세의 히트곡 가운데 드라마틱한 요소로 치자면 최고의 선곡은 '그녀의 웃음소리'입니다. 잔잔한 서주에서 시작해 마지막의 폭발에 이르는 구성이 그야말로 한폭의 드라마 같은 곡이죠. 반면 '이별 이야기'는 그리 좋은 선곡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듀엣곡을 혼자 부른다는 것도 좀 벅찰 뿐만 아니라, 이 곡의 매력은 마지막 '서러워-' 부분에서 뜨겁게 엉켜드는 남/녀의 하모니에 있기 때문입니다.
단 선곡에서의 유불리를 넘어서는 것은 곡의 소화 솜씨입니다. 강승윤은 좋은 선곡에도 불구하고 노래의 분위기를 100%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저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장 높은 곳에서 폭발시키는 힘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반면 박보람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박보람의 탈락이 이날 보여준 퍼포먼스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앤드류 넬슨 솔로예찬
김지수 사랑이 지나가면

그동안도 아슬아슬했던 앤드류 넬슨에게는 지옥같은 미션이었을 겁니다. 이문세의 노래 가운데 앤드류 넬슨이 불러서 괜찮을 듯한 노래가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붉은 노을' 정도가 어떨까 싶었지만 이 노래는 단체 공연곡으로 지정된 노래였죠. 아무튼 넬슨에게 '솔로예찬'은 무리였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가사의 표현(이해도)은 50점 이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지수도 좋은 선곡이라고는 보기 힘들 듯 합니다. '사랑이 지나가면'은 드라마틱한 표현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그야말로 나지막히 읊조리듯 불러야 맛이 나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김지수의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살아나려면 '난 아직 모르잖아요'나 '깊은 밤을 날아서'같은 노래들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심사위원들이 그나마 좋은 점수를 준 것은 그동안 김지수가 보여준 실력에 대한 예우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가창이었습니다.



허각 조조할인
김은비 알수없는 인생

허각의 모험이 멋지게 성공한 무대입니다. 사실 어떤 노래든, 이문세의 대다수 히트곡 가운데 허각이 소화할 수 없는 노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 중에서 골라 든 곡이 '조조할인'이라는 건 약간 의외였죠. 하지만 허각은 '미성의 발라드 가수'로만 이미지가 고정되기를 거부하고, 춤과 함께 무대를 꾸미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석합격이 당연한 활약.
김은비도 비슷한 도전을 한 셈인데, 앤드류 넬슨과 마찬가지로 가사나 노래의 분위기에 대한 이해가 기대 이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살아남았지만 김은비는 이제 남아 있는 멤버들 가운데서 가장 쉽게 떨어뜨릴 수 있는 멤버라는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다음주에라도 뭔가 강력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김은비는 top6가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됩니다.






장재인 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면
존 박  빗속에서

마지막 교체는 두 사람 모두에게 적절했다고 생각됩니다. '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면'은 이문세의 노래 가운데 드라마틱한 면에서는 '그녀의 웃음소리'와 어깨를 겨룰 정도로 강력한 곡입니다.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이후의 부분은 그야말로 '쩡'하는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부분이죠. 물론 '광화문 연가'같은 곡을 불러다면 장재인에겐 쉬운 선택이었겠지만, 장재인도 새로운 도전을 택했습니다. 어쨌든 장재인이 처음에 부르려고 하던 '가을이 오면' 보다는 새로 선택한 곡이 훨씬 좋은 선곡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재인이 이 노래를 그리 잘 소화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강약의 안배가 부족했고, 폭발해야 할 때 제대로 폭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곡의 매력이 제대로 살지 않았습니다. 물론 쌓아 놓은 점수만으로도 통과는 쉬운 일이었겠죠.
반면 존 박은 확실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대체 쟤는 왜 계속 올라가는 거야?'라는 의구심을 떨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가로수 그늘에 서면'을 불렀다면, 이런 의심은 계속됐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 대목에서 주효했던 것이 이문세의 권유입니다. 존 박의 두툼한 음색이 블루지한 감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죠. 그리고 그 판단은 적중했습니다. 심사평을 하던 이문세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라고 말한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이 곡 하나로 존 박은 되살아났고, 4강을 향한 강력한 후보가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장재인-김지수-허각의 3각편대에 존 박이 따라붙는 모습이 형성됐고, 강승윤과 김은비는 아슬아슬해진 상황입니다. 과연 다음주에는 위기를 맞은 두 어린 도전자들이 어떤 새로운 무기를 갖추고 나올지 궁금합니다.

물론 시청자 투표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일단은 아직 모두 '신인'도 아닌 후보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이라도 더 가능성을 보이는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설령 여기서 탈락한다 해도 그 다음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선 안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들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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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은 가끔씩 호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다 들리는 한국어를 굳이 자막으로 넣는 과잉친절도 친절이지만, 수시로 맞춤법이 틀리는가 하면 엉뚱한 비속어나 필요 없는 외국어로 도배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9일, KBS 2TV '남자의 자격'을 보다가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바로 실버합창단이 나왔을 때였죠. 언뜻 봐도 70대가 주류인 듯한 노인합창단이 무대에 서서 'Eres tu'를 부르는데, 정말 왠지, 아무 이유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겁니다. 그 분들 가운데 아는 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노래에 무슨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움직이는 겁니다. 자막에 나오는 대로, 정말 '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남자의 자격' 하모니 미션 7주째. 같은 미션으로 주간 프로그램이 7주를 간다는 건 좀 비정상적이기도 하고, 이날 방송 초반까지 뻥을 슬쩍 보태자면 시청자들까지도 다 외울 지경이 된 '넬라 판타지아'가 두번이나 완창으로 나올 때에는, 이제 '남자의 자격' 제작진이 인기가 있으니 슬슬 연장방송에 들어가는 일일연속극을 본받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잠시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날 밤 연습을 마치고 대회장에 들어가면서 신기하게도 다시 방송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사실 지난번 '남자의 자격 밴드', 줄여서 '남격밴드' 미션 때만 해도 굳이 대회에서 다른 참가자들이 부르는 노래까지 다 소개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합창 미션에서는 다른 찹창단의 노래가 소개됐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이, 굳이 다른 합창단의 노래를 들려준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남자의 자격' 멤버 대다수에게 있어 이번 거제 합창제 참가는 절대 인생의 목표가 아닙니다. 아무리 '남자의 자격'의 부제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고 해도, 이건 크게 봐야 그 101가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다른 합창단에겐 다르죠. 그들에겐 이 대회가 일상으로부터 자신을 벗어나게 해 줄 엄청난 의미가 있는 무대입니다. 몇달 동안 애써 노력하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정을 나누고, 의상을 맞추고,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밤을 지새고, 곱게 화장을 하고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서고, 천명이 넘는 관객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또 박수를 받는다는게 '보통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의미인 겁니다. 물론 참가한 합창단의 수준은 아마추어를 갓 면한 레벨에서 해외 공연을 수시로 다니는 사실상 프로까지 다양하지만, 아무튼 이 분들에게 '합창'은 '남자의 자격 합창단'보다 훨씬 큰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도전 도중에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들어 보는건 꽤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특히나 실버 합창단의 노래 장면에선 제작진의 세심함이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합창단이 서는 계단식 무대의 30cm 남짓한 턱도 한번에 넘지 못하는 멤버가 있는 합창단. 할어니들 사이에 약간 쑥스러운 듯 서 있는 유일한 할아버지 멤버, 가끔씩 박자를 놓치는 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합창단의 힘은 객석을 순식간에 장악해버립니다.

그 노래의 원곡입니다. 아마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노래일 겁니다. 80년대 웬만한 합창단이나 중창단이면 이 노래를 편곡해서 불러보지 않은 분들이 없을 정도로.


 

'에레스 투(Eres Tu)'는  본래 1973년 스페인 출신의 모세다데스(Mocedades)라는 7인조 혼성 중창단이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한 노래입니다. 국내에서는 1978년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상투스라는 팀이 '그대 있는 곳까지'라는 제목으로 번안해 불러 히트한 적이 있었죠. 이날 실버 합창단이 부른 가사도 '영원히 사랑한다던 그 맹세'로 시작하는 당시 상투스 버전을 그대로 쓴 듯 합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던 그 맹세/ 잠깨어 보니 사라졌네

지난 밤 나를 부르던/ 그대 목소리 /아 모두 꿈이었나봐


그대가 멀리 떠나버린 후/ 이 마음 슬픔에 젖었네

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 바람아 너는 알겠지


바람아 이 마음을 전해다오/ 불어라 내 님이 계신 곳까지


그댈 잊지 못하는 이 마음 전해다오

바람아 불어라 / 내님이 계신 곳까지



수잔 보일이 스타가 되는 데 'I Dreamed a dream'이라는 노래 자체가 갖고 있는 폭발력이 큰 힘을 발휘하기도 했듯 실버 합창단의 노래가 감동을 자아내는 데에는 이 'Eres Tu'라는 노래의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멜로디가 큰 힘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힘은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웬만한 달고 쓴 맛을 모두 보셨을 나이, 자손을 다 키우고 만년을 보내고 있을 분들이 한 음절 한 음절, 음표 하나 하나 마다 제대로 힘을 주어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 아마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 볼 수는 없었지만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은 절로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노래 한 곡이 사람의 삶을 바꿔 놓을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무대에서 그렇게 열심히 노래하고 내려오면 누구라도 이제 무슨 목표를 향해야 하나 하는 허탈감이 앞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순간이라도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세상의 다른 일들을 잊게 하는 힘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고 음악의 사명이 아닐까요. '실버 합창단'을 자르지 않은 긴 편집은 아마도 그런 사실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P.S. 이번 주면 끝날 줄 알았던 하모니 미션이 다음주까지 이어지겠군요. 그런데 과연 이런 하모니 미션의 여파에서 정작 '남자의 자격' 팀은 어떻게 벗어날지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그동안 겉저리^ 내지는 조연, 아니면 '합창의 걸림돌'로 전락한 기존 멤버들은 어떻게 다시 자기 자리를 회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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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의 첫 생방송 대결이 펼쳐지고, 하루에 무려 3명이 탈락했습니다. TOP11이 하루만에 TOP8이 된 거죠. 원래 계획이라면 TOP10  중에서 TOP8이 되는게 목표였겠지만 심사위원간 의견 불일치로 11명이 선발되는 바람에 3명을 한방에 떨어뜨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시청자 투표 평점이 너무 높았다'는 지적에 의해 심사위원의 평가 비중을 높여 시청자 투표 60, 심사위원 투표 30, 인터넷 투표 10이라는 배점 기준이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심사 기준과는 별개로, 첫번째 미션인 '리메이크 미션'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과연 주어진 미션이 실력 발휘를 위해 적절했느냐 하는 것이죠.

이런 시스템이라면 도전자들이 정말 다 마음속에서 자신들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승복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날 리메이크 미션은 '한국 가요사의 불멸의 히트곡들을 돌이켜본다'는 목적에 따라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수많은 히트곡들을 도전자들이 리메이크해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창작곡을 부르지 않는 한 '슈퍼스타K'에서 도전자들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리메이크인 셈입니다. 원작을 부른 가수와 도전자가 동일인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지금까지도 도전자들은 모두 기존의 히트곡들을 살짝 자기 스타일로 불러왔죠. 오히려 도전자 중 허각은 박진영의 히트곡 '너의 뒤에서'를 "너무 박진영 카피처럼 불렀다"는 이유로 탈락 위기에 놓인 적도 있습니다. 또 도전자 김보경은 "너무 기존 가수들처럼 '올드한 창법'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떨어지기도 했죠.

그런데 새삼스럽게 '리메이크 미션'을 마련한 것은 결국 위에서 말한 것처럼 1980년대 이전의 히트곡들을 재조명해보자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니 이게 정말 공평한 미션 평가 방법이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날 미션 마스터였던 작곡가 조영수가 아무리 최고의 뮤지션이라고 해도, 모든 노래가 히트할 수 없듯 11곡의 리메이크를 맡아도 그중 잘된 리메이크가 있고, 원곡에 비해 손색이 있는 곡이 나올 수도 있는 법입니다. 이론상으로 생각해봐도 어떤 도전자는 좋은 노래를 받을 수 있고, 어떤 도전자는 덜 좋은 노래를 받게 됩니다. 이 좋고 나쁘고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그 도전자에게 맞는 노래냐 아니냐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전자들은 배정받은대로 노래를 불렀고, 거기에 따라 혜택을 받은 사람도, 불이익을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어찌 보면 복불복인 셈입니다.

'슈퍼스타K'의 모델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는 최소한 출연자들에게 자신이 부를 노래는 끝까지 스스로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를테면 '1970년대 노래', '디트로이트 사운드', '퀸의 히트곡', '홀 앤 오츠의 히트곡' 등등 노래를 고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뒤 도전자들이 스스로 자기의 기량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노래를 선정해 도전에 임하는 시스템입니다. 당연히 노래를 어떻게 바꿔 부를까 하는 것도 도전자들이 직접 선택합니다.




결국 '슈퍼스타K'와 '아메리칸 아이돌'의 이런 차이는 출연자를 최고의 가수가 되기 위한 후보들로 대우하느냐, 아니면 그냥 방송사가 마련한 잔치를 빛내 주기 위한 소품으로 간주하느냐는 기본적인 이념의 차이에서 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슈퍼스타 K'의 출연자들은 모두 크건 작건 '나 자신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 기나긴 예선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모두 '자기 스타일'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어 왔습니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접어들고, 매회 '미션 대결'을 펼치게 되면서 출연자들은 점점 방송을 위한 도구가 되어가고, 최종 승자 선발의 기준은 점점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뒤로 가면 김지수나 허각이 댄스 실력까지 보여줘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TOP11 중 댄스 부문을 대표한다고 보여졌던 김소정과 이보람이 '한방'에 모두 탈락한 것 역시 대체 기준이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동안 이들의 후원자 역할을 해 왔던 박진영이 심사에서 빠지면서 바로 탈락하게 된 것인지도 그렇지만 다른 출연자들은 순수하게 '가창력'을 평가받고 있는데 두 사람은 댄스 도전자라는 이유로 춤을 추면서 함께 노래까지 해야 한다면, 그리고 나서 결국은 '노래 실력'으로 평가받게 된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게 너무도 당연해집니다.

그런 거라면 애당초 TOP11에 뽑을 이유가 없었던 셈이죠.




김그림을 좀 더 돋보이게 했던(?) 편집은 어차피 방송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생방송 선발 과정은 어떻게 해서든 '쇼적인 요소' '게임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도전자들의 '진짜 실력'을 평가하는 쪽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 시청자들은 남아있는 도전자들의 실력에 대해 마음 속으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누구를 찍을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이 굳어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장재인 김지수에 비해 다른 도전자들도 자기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복불복'의 요소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관심의 크기에 부응하는 신인 선발의 기회는 사라지고, 그저 한편의 오락 프로그램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게 걱정됩니다.

서바이벌 쇼의 특성상 분명 누가 떨어져도 떨어집니다. 결국 승자는 마지막 한 명이 되는 겁니다. 그 전까지 11명중 10명은 분명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 떨어지는 과정에서 이 대결이 '정당했다'는 느낌, 그리고 떨어진 도전자들에게도 이 세상이 예의바르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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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거제 전국합창대회 출전 내용이 방송될 줄 알았더니 합창 대회 내용이 한 주 더 방송되는군요.^ 상대적으로 이날은 '1박2일'이 그냥 쉬어 가는 분위기라 '해피선데이'의 주력 코너가 앞으로 배치된 느낌이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도 주인공은 6명의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아니라 지휘자 박칼린이었습니다. 한 후배 기자는 "2주 전에 박칼린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긴가민가 하는 사이 1주일이 지났다. '남자의 자격'을 보고 부리나케 인터뷰 섭외 전화를 했더니 '이미 50통 이상의 전화를 받았는데, 너무 심한 제의 물결에 질려서 인터뷰는 안 하겠다고 하더라"며 아쉬워 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박칼린은 한국 방송연예계에서 갑자기 가장 HOT한 인물이 돼 버렸습니다. 이미 '박마에'니 '여자 히딩크'니 하는 표현과 함께 그녀가 왜 인기인지에 대한 분석까지 끝났습니다. 그럼 '남자의 자격'이 다음 주면 끝나는 이 마당에 이런 인기는 어느 방향으로 갈까요?


엊그제 KBS 2TV '음악창고'를 보다가 새삼 감탄했습니다. 요즘 TV 예능에서 가장 HOT한 인물인 박칼린 음악감독이 진행한 길지 않은 순서를 보면서 TV 음악 쇼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이날 박칼린은 이은정, 최재림, 옥주현과 함께 무대를 이끌었습니다. 물론 선곡과 진행도 박칼린의 몫이었지만 음악감독의 몫만이 아니라 함께 노래까지 하는 모습이 나왔죠.



노래는 너무나 유명한 '지킬 앤 하이드'의 'Once upon a dream'입니다. 옥주현과 박칼린이 함께 불렀습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현재 뮤지컬의 주역 여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옥주현보다 박칼린 쪽에 훨씬 더 힘이 실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가수의 능력을 묘사할 때 '가창력'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 가창력이란 결국 글자의 의미대로 풀면 '노래하는 능력'이니 '가수의 능력=가창력'이란 건 동어 반복일 뿐입니다. 물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가창력'이란 그냥 '소리를 내는 능력'이란 뜻으로만 한정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즉 '표현력'의 상대적인 뜻으로 쓰이죠.

이를테면 가창력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로, 얼마나 일반인이 낼 수 없는 높은 음역의 고음이나 힘이 넘치는 소리를, 얼마나 안정되게 낼 수 있느냐 하는 능력을 가리킨다면 표현력이란 그와 상관 없이 듣는 이에게 얼마나 노래가 호소력있게 들리느냐를 종합한 능력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저 좁은 의미의 가창력이 절대적인 가수의 기준이라면, 김창완이나 김장훈, 장기하 같은 보컬들은 감히 가수를 하려고 나오면 안 될 사람들인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이 분들의 노래를 듣고 나면 대체 가창력이란 무엇인가 하는 혼란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노래는 표현'이면서 '노래는 연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저는 수없이 많은 Don't Cry For Me Argentina 중에서도 마돈나의 노래를 능가하는 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래 실력으로 보면 사라 브라이트먼을 비롯해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디바들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마돈나만큼 가슴에 와 닿는 노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간이 길었는데, 박칼린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바로 이 표현력에 감동하게 됩니다. 자기가 하려는 내용이 어떤 의미인지, 그 내용을 어떻게 듣는 이에게 전하려고 하는지를 속속들이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동영상의 음질은 전혀 권할만 하지 않습니다. 아래 버전은 동영상이 없는 대신 소리는 대단히 선명합니다. 위의 동영상은 분위기만 참고하시고, 노래는 아래쪽에서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 '물랭 루즈'에서 니콜 키드만과 이완 맥그리거가 함께 부른 'Come what may'입니다.

 

사실 마라도나가 감독이라고 해서 메시 앞에서 드리블 시범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박칼린이 현역 가수들 앞에서 노래를 이렇게 하라고 시범을 보여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무대를 보고 있으면 이 양반이 가수들보다 노래를 잘 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뭐 저만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 겁니다.

어쨌든 제목을 보면 다 느낌이 오시겠지만 이제 남은 건 '박칼린의 음악쇼'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걸 그룹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넘치는 무대는 지금으로도 족합니다. 그걸 없애자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각 방송사에서 어찌 보면 체면치레로 갖고 있는 라이브 프로그램들도 아무튼 좋습니다. 여기에 색채가 좀 다른 라이브 프로그램 하나를 추가한다 해서 나쁠 것이 없어 보입니다.

박칼린이 전문가의 색채로 꾸미는 음악 프로그램,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이 기대가 빨린 실현되기를 바라는 분들은 이 포스팅을 밀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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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인터넷에 4억 명품녀라는 검색어가 뜬 걸 보고 이 존재를 알았습니다. 케이블TV M.net의 '텐트 인 더 시티'에 '지금 몸에 걸친 것만 4억원어치'라고 자랑하는 24세 여성이 등장한 이후에 얻은 별명입니다.

자기가 쇼핑몰을 해서 4억원을 벌었다는데도 악플을 다는 세상인데 '직업은 백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24세 여성이 부모가 준 용돈으로 온 집안을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살고 있다니 세상이 조용할 리가 없겠죠. 저주에 가까운 악플이 쏟아진 이후, 일부는 국세청 홈페이지에까지 여기에 대한 분풀이를 했고, 국회에서까지 이 문제가 거론되며 국세청장이 “방송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조사가 필요하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진짜 코미디는 그 다음부터 이어졌습니다. 이 '4억 명품녀'가 진짜냐 가짜냐는 논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세청에서는 이 '4억 명품녀'에 대해 진위 조사에 나선 모양입니다. 그런데 국세청에서는 그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국세청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김씨의 부모는 수십억원의 용돈을 줄 정도로 부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미혼이 아니라 기혼자이며 남편 역시 봉급생활자로 부유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방송에서 밝힌 대로 논현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남편 이름으로 등기된 집도 연립주택으로 호화스럽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방송에서 자랑한 ‘3억원짜리 고급 승용차’도 김씨 명의로 소유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는 방송 이후 주변 인사에게 “방송사가 마련한 대본대로 읽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기사)

하지만 이런 국세청의 주장과는 달리 방송사 M.net 측은 방송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자 엠넷은 보도자료를 내고 “과장방송, 조작방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일본에 체류중인 김씨와 어렵게 통화를 한 결과 김씨는 ’대본대로 읽었을 뿐’이라는 발언을 한적이 없으며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엠넷은 “나름의 검증과 출연자 의사 및 인터뷰를 통해 방송을 결정했다. 방송 내용 역시 본인이 직접 발언한 것이며 방송에 대해서도 동의했다”며 “일말의 조작이나 대본 강요는 전혀 없었다. 대본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가 직접 촬영해 온 집 내부의 영상 및 촬영 직전 인터뷰, 방송 원본 테이프 등을 통해 조작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기사)

이에 대해 제작진은 "과장방송, 조작방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일본에 체류중인 김씨와 어렵게 통화를 한 결과 김씨는 '대본대로 읽었을 뿐'이라는 발언을 한적이 없으며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또한 "나름의 검증과 출연자 의사 및 인터뷰를 통해 방송을 결정했다. 방송 내용 역시 본인이 직접 발언한 것이며 방송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일말의 조작이나 대본 강요는 전혀 없었다. 대본 자체가 없었다. 김씨가 직접 촬영해 온 집 내부의 영상 및 촬영 직전 인터뷰, 방송 원본 테이프 등을 통해 조작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OSEN 기사)



여기에 대해 KBS 뉴스도 이 김씨를 잘 안다는 지인까지 방송에 소개하며 김씨가 평소에도 명품을 주로 걸치고 다녔다는 증언을 방송, '텐트 인 더 시티'의 방송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면 참 씁쓸해집니다. 일단 분명한 것은, '국세청이나 관계 당국이 파악한 내용'과 'M..net의 방송 내용'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둘 중 하나는 사실이 아니란 얘기가 됩니다.

만약 M.net의 방송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세청은 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사실 확인'을 했는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완전히 농락을 당한 셈입니다. 그렇게 분명치도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린 데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하겠죠.

반면 국세청이 파악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M.net은 그때부터 대체 어떻게 해서 그렇게 근거 없는 내용이 전파를 탈 수 있었는지, 역시 책임 소재를 밝혀 엄격한 제재 조치가 있어야 할 겁니다. 어느 쪽이든, 분명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국민을 우롱한 쪽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4억 명품녀 포스팅이라니까 "정신없는 미친 * 욕이나 실컷 하려고 했는데 뭔 엉뚱한 소리만 자꾸 나와?"라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 여러분이 죽이고 싶어 하는 된장녀보다 이런 게 진짜 큰 문제인 겁니다.)




그런데 그 다음, 과연 M.net의 방송 내용이 대략 사실로 밝혀지면 '텐트 인 더 시티' 제작진은 책임이 없는 걸까요? 그렇게 가볍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이 진행되면서 '텐트 인 더 시티' 제작진 중 어느 누구도 김씨가 진짜 '4억 명품녀'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어 “김씨가 직접 촬영해 온 집 내부의 영상 및 촬영 직전 인터뷰, 방송 원본 테이프 등을 통해 조작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과장방송, 조작방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일본에 체류중인 김씨와 어렵게 통화를 한 결과 김씨는 '대본대로 읽었을 뿐'이라는 발언을 한적이 없으며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그러니까 방송 내용에 대한 검증은 모두 김씨 자신의 입을 통해서 이뤄졌고, 방송된 영상 자료 역시 모두 김씨가 직접 가져온 것이라는 겁니다. 단적으로 말해 그 집이 김씨의 집인지, 그 명품 백들이 모두 김씨의 것인지, 김씨가 주장한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입각한 것인지를 사전에 조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방송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제작진이 충분히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거의 10년 전 일입니다만, TV의 짝짓기 프로그램에 한 여성 출연자가 학력과 경력을 조작한 뒤 출연해 꽤 큰 문제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너무나 당연히' 그 출연자의 선의를 믿었고 별다른 검증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런 수많은 사고를 거친 뒤, 각 지상파 방송사들은 일반인 출연자들의 신상 정보나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엄격하게 확인하는 시스템이 정착됐고, 그 뒤로는 이런 사건이 거의 일어난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케이블TV에서는 여전히 이런 일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진 것이죠.

이번 '4억 명품녀' 사건에서는 제작진이 '조작방송'이라는 주장에 대단히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번 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방송 이전에 출연자의 발언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일종의 직무유기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수많은 케이블TV 프로그램에 역시 수없이 많이 등장한 일반인 출연자들의 가지각색 사연이 과연 얼마나 사실 여부가 검증된 뒤에 방송된 것인지 점검해 보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할 듯 합니다.



P.S. 일단 누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국민의 귀를 어지럽혔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있어야겠지만, 거기에 앞서 또 한번 '네티즌 수사대'라는 이름으로 아무 자격 없는 사람들이 함부로 남의 신상정보를 파헤치는 일 역시 없어져야 할 듯 합니다. 당사자들은 그게 무슨 정의를 구현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런 식의 폭로나 수사라는 것이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보안 불감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인 만큼(예를 들어 쇼핑몰 관리자나 이동통신사 관련 담당자가 고객의 구매 정보나 신상 내용을 유출하는 경우), 이런 종류의 무책임한 행동도 근절되어야 합니다.



P.S.2. 물론 대체 어떤 손님을 '고귀한 손님'이라고 불러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이 수준인 제작진이라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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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K'의 시즌2가 지난해 시즌1에 비해 훨씬 더 독하고 재미있어졌다는 건 대략 합의된 얘기인 듯 합니다. 그 '악랄하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마침내 생방송으로 승부를 겨룰 본선 진출자 11명을 공개했습니다. (이미 한달 전에 가려졌는데도 참 비밀유지하느라 관계자들이 애를 썼을 듯 합니다.)

11명은 이보람, 박보람, 김지수, 김그림, 존 박, 허각, 앤드류 넬슨, 김소정, 장재인, 김은비, 그리고 막차로 합류한 강승윤입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그냥 개인적으로 본 11명에 대한 생각입니다. 대체 왜 이 11명을 뽑은 걸까요? 그리고 각자는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을까요?

가능한 한 가나다순으로 했습니다.


1. 강승윤:
어린 나이에 록 스타일의 보컬을 구사하는 도전자입니다. 목소리를 너무 굵게 내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오히려 R&B 스타일의 보컬 천지인 요즘 세상에서 훌륭한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확고한 자기 스타일이 있지만, 그건 본선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미션을 소화해야 하는 '슈퍼스타 K' 스타일의 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프로듀서 박진영의 취향이 아니라는 점이 좀 걱정거리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실전 가수로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선호? ㅋ)




2. 김소정:
카이스트 재학생이란 학벌과 어린 시절의 이제니를 연상시키는 앳된 미모가 주목받은 케이스. 수재 출신(?)인 만큼 당연히 정신적으로도 안정돼 보입니다. 춤 실력도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프리 스타일의 춤으로 강점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보컬을 함께 소화해야 하는 미션을 만났을 때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톱11에 뽑히는 데에는 화제성이 크게 기여한 듯 한 느낌. TOP 4에 들 수준은 아닌 듯 합니다. 특히 이보람에게 1:1에서 패했다는 게 계속 따라다닐겁니다.





3. 김은비:
존재감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다른 도전자들에 비해 강렬한 면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순진해 보이는 눈빛과 깨끗한 목소리가 강점. 심사위원들이 늘 강조하는 '발전 가능성'이라는 말에 의해 톱11까지 올라왔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라이벌 대결에서도 유독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TOP11 생방송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든 타입으로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약해 보이는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고,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느냐가 과제일 겁니다.




4. 김그림:
그룹 미션때 조를 바꿔달라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며 네티즌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던 도전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해가 안 가는 선택이었죠. 본래 있었던 조가 2명의 악기 연주자들(도전에서는 허수)을 포함하고 있었고, 새로 간 조는 5명 모두 보컬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혀 득이 없는 선택을 한 셈입니다. 1:3의 경쟁률을 1:5로 만든 거죠.
외모와 노래 솜씨에서 김그림은 손색 없는 후보입니다. 다만 앞날이 그리 평탄할 거라는 기대는 좀 무리입니다. 시청자 투표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슈퍼스타K'라는 경쟁의 특성상, 절대적으로 남자가 유리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게다가 시청자들은 장재인이나 김지수 같은 독특한 캐릭터에 호의적이고, 김그림은 지금까지 축적된 '인성 평가'를 역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5. 김지수:
실력과 독특한 스타일을 겸비한 재목이라고 평할만 합니다. 20대 초반이지만 기타 테크닉도 완숙. 라이벌 대결에서 장재인과 붙은 게 위기였지만 오히려 당당한 솜씨로 장재인을 탈력시키는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미남형은 아니지만 듬직한 체구와 스타일에서는 강한 스타성이 느껴집니다. 독특한 목소리, 지금까지 방송을 통해 보여준 성실성, 노래에 대한 빠른 적응력, 음악을 이해하는 감각 모두 수준급입니다.
나이에 비해 노안^^이라는 점이 약점일 수도 있겠지만, 스타가 되기 위해선 모두 꽃미남 꽃미녀야 하는 건 아니죠. 개성있는 용모는 절대 약점이 아닙니다. 현재까지는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입니다.




6. 박보람:
현승희와 마지막까지 각축을 벌였는데, 심사위원들이 모두 '정말 대조적인 스타일'이라고 말한 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승희의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표현력에 비해 박보람은 쭉쭉 뻗어나가는, 거침없이 던지는 강속구 투수같은 느낌의 재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박보람의 또 한가지 장점은 듣는 사람까지 밝게 만들어주는 성격입니다. 지난 2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야기를 했을 때에는 잠시 눈물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일입니다. '살 많이 뺀거다' '할머니가 대회 나간다고 보양식을 해주셔서 다시 쪘다' 는, 꾸밈없어 보이는 말솜씨에 빵 터졌습니다.
현실적으로 박보람이 TOP4 정도에 들 거라는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가장 응원하는 도전자가 될 듯 합니다.




7. 앤드류 넬슨:
닉쿤을 연상시키는 금발의 미남 소년. 천진난만한 표정과 고운 목소리에서 보장된 스타성이 느껴집니다. 특히 김은비와 함께 라이벌 예선을 마친 뒤, 눈을 가리고 우는 모습은 모성애를 잔뜩 자극했을 듯 합니다.
...만, 솔직히 말해 합께 TOP11에 뽑힌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노래 실력이나 준비 정도에서 역시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들 중 특히 박모씨의 편애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실로 미지수. 가장 이해가 안 가는 TOP11로 꼽고 싶습니다. '슈퍼스타K'보다는 기획사 오디션을 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8. 이보람:
TOP11에 들기에 충분한 재능과 실력을 갖췄다는 건 분명하지만,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것은 대단한 약점입니다. 나이와 외모, 그리고 노래와 춤을 겸비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화제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슈퍼스타K'는 단순히 노래자랑이 아니라 미래의 스타를 뽑아내는 교묘한 경쟁의 축소판입니다.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저 개인의 능력보다 더 큰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의 이보람은 'TOP11용' 출연자입니다. TOP4에 들기 위해서는 생방송 미션 초기에 좀 큰 반전이 있어야 할 듯 합니다.




9. 장재인:
'묘한 스타성'을 갖고 있는 후보입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기타를 메고 바닥에 책상다리로 노래하는게 편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고, '재학시절 왕따였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성장기의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회성의 부족이 가수로 성공하는데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건 누가 쉽게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박자 뒤지는 듯한 모습이 대중으로부터 더 큰 성원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과연 장재인의 이런 독특한 스타일이 과연 심사위원들에게도 끝까지 먹힐 수 있을지, 시청자들이 계속 성원을 보낼 지. 어쨌든 지난해의 조문근과 비교할 수 있을 도전자입니다.




10. 존 박:
많은 논란을 만들고 있는 출연자. 과연 실력이 정말 최고 수준이냐는 논란에서 이번 대회 자체가 '존 박 스타 만들기'아니냐는 논란까지, 가장 많은 화제를 달고 다니는 인물이죠.
일반적인 부드러운 목소리보다는 다소 쇳소리가 섞인 독특한 목소리, 안정된 음감,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은 확실히 스타의 재목이라는 걸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막상 대결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도 이런 '가능성' 때문에 계속해서 올라오고 올라오고 하는 것입니다. 심사위원들이나 제작진이나, 이런 재목을 그냥 떨궈 버리긴 너무 아까운 거죠.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존 박의 장기 생존은 낙관하기 힘들 듯 합니다. 특히 허각 같은 후보와 비교선상에 놓이면 존 박은 시청자들로부터 의외의 반감을 살 수도 있습니다.




11. 허각:
이름이 '허걱'을 연상시켜서 웃었는데 쌍둥이 형제의 이름은 '허공'이더군요. 아버님의 유머감각이... 아무튼 평범한 외모와는 달리 현재까지 숙성된 목소리와 노래 솜씨는 이번 참가자들 중 김지수와 함께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굳이 문제점을 꼽자면 '너무 전형적'으로 잘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너무 고운 목소리는 감동을 전하는 데 좀 약점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승훈보다 이승철의 목소리가, 이승철보다는 임재범의 목소리가 더 감정을 싣고 있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이유죠.
TOP11을 놓고 볼 때 허각은 나이와 외모에서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절대 열세입니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건 실력에서 확실히 인정을 받았다는 뜻일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환풍기 수리를 하며 놀이공원에서 공연을 해 왔다는 사연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노래만큼 좋은 무기는 없겠죠.




솔직히 김보경이 TOP11에 오르는 것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참가자들의 수준이 훨씬 높았다는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다른 TOP11 선발자들 가운데서 김보경만 못해 보이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TOP11 역시 꽤 잘 추려진 멤버들입니다. (소녀가장이라서 뽑자는 건 아닙니다. 심사위원들의 '올드한 창법'이라는 주장에 좀 아쉬움이 있다는 얘기.)

각자의 개성이 강하고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라 딱 잘라 말하긴 쉽지 않지만, 실력으로만 본다면 김지수, 장재인, 허각을 TOP3로 놓고 싶습니다. 가능성과 스타성을 염두에 둔다면 강승윤, 박보람, 김소정이 역시 TOP3가 될 겁니다. 물론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나머지 다섯 후보들은 이 두가지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할 듯.



어쨌든 전체적으로 좋은 평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심사위원 중에서 확실한 후원자가 있느냐 하는 겁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보면 앤드루 넬슨과 존 박은 박진영, 김지수는 윤종신, 그리고 강승윤은 이승철(물론 잠시 현승희 지지로 돌아서기도 했지만)로부터 상당한 후원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심사위원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박진영. 아무래도 '가장 성공한 제작자'라는 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지금부터는 심사위원들이 지원하는 데 상당히 한계가 있겠지만 어쨌든 '박심'이 누구를 향하는지, 그리고 심사위원 가운데서 비교적 조용했던 엄정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재미를 더할 것 같습니다.

누가 우승할지는 생방송 대결을 조금이라도 본 뒤에 찍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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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은 전혀 없었습니다. MBC TV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나온 주진모는 스스로도 "그동안 예능은 전혀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하더군요. 그 이유에 대해 "본래 깊이 생각하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무슨 말을 하게 될지 몰라서"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리고 방송을 보다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입담. 물론 30대 중반 이상의 남자 배우 가운데 기본적으로 화술을 겸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아무래도 좋은 작가들이 써 준 좋은 대사들을 수십차례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화술 연마에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위험 수위(?)를 슬쩍 슬쩍 넘나드는 주진모의 직설화법은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성인용 토크쇼 스타'의 출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진모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와 몇 차례 대화를 해 보고 '참 솔직담백한 사람이구나'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기가 잘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속임수를 쓸 타입으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무릎팍 도사'에서도 주진모는 가리지 않는 입담으로 큰 호감을 샀습니다. 이를테면 주진모를 처음으로 주목받게 했던 박카스 광고 농구편. 거친 농구 경기를 마치고 땀을 흘리며 땅바닥에 누워서도 '한게임 더 할까?'라고 말하는, 지치지 않는 젊음을 과시한 광고였습니다. 아마 지금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이 광고에 대한 주위 반응을 강호동이 묻자 주진모는 "그 광고가 자정 전후에도 많이 방송이 됐다고 들었다. 그래서 부부끼리도 이 대사를 많이 사용했다고 하더라"는 충격 발언(?)을 합니다. 물론 누군가로부터 들은 얘기겠지만, '무릎팍 도사' 정도의 토크에서도 흔히 등장하지 않는 19금 발언이라고 할만 합니다.



주진모의 거침없는 입담은 한때 장안의 화제였던 영화 '해피 엔드'에서 전도연과 함께 촬영한 베드신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1999년 당시 촬영을 마친 정지우 감독이 전도연에게 "존경한다"고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더욱 화제를 불렀던, 당시로서는 한국 영화의 한계를 넘었다고 평가되던 베드신입니다. (물론 10여년 전의 얘기죠. 드라마에서도 가끔씩 베드신이 나오는 요즘과는 다릅니다.^)

여기서도 주진모는 촬영장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촬영장으로 가 보니 한켠에 각종 주류^가 차려져 있더라는 얘기, 전도연의 제의로 어색함을 좀 지우기 위해 아침 7시부터 술을 마시고 촬영에 임한 이야기 등을 털어놨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든 것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야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경력 없는 신인 배우'가 '톱스타 여배우'를 만나 부담스러운 신을 찍을 때 당황하고 정신이 없었던 경험을 털어놓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주진모의 말투에서 그 당시 그가 얼마나 어리둥절해서 진땀을 흘렸는지, 그 풋풋함이 그대로 묻어나 분위기는 전혀 이상해지지 않았습니다.

문득 이런 상당한 수위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보는 이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 것이 주진모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7세. 40을 바라보는 나이의 성인 남자가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면서 거부감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장점입니다.



최근에는 40을 전후해 방송을 멀리 했던 남자 연기자들이 예능계로 진출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박중훈과 김승우가 토크쇼 호스트로 데뷔했고 본래 예능인(?)이던 신현준은 '연예가중계'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하고 있죠. 정준호도 신현준과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김수로도 예외가 아니고, 오히려 '천부적인 예능감'을 자랑하는 차승원은 조금 머뭇거리고 있는게 의외로 여겨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피' 주진모의 출현은 '예능도 하는 배우'의 판도에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직은 본인도 어색한 면이 있겠지만, 선배들의 경우를 보면 아직 시간은 충분한 편이죠. '예능인 주진모'의 장래를 기대해 봅니다.


   P.S. 이 주진모씨도 당연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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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포털을 뒤덮었던 기사 가운데 '연예인 해외봉사의 실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 해외로 봉사활동을 가는 것으로 포장됐던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봉사라는 개념에 전혀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해 빈축을 샀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죠. 봉사활동을 떠났다는 사람들이 주렁주렁 스태프를 달고 오고, 비즈니스석을 요구하고, 당연히 특급호텔을 원하고, 사진이나 영상에 찍힐 때를 제외하면 호텔 안에 꼭꼭 숨고, 심지어 마실 물도 부족한 지역에서 고급 생수로 샤워를 했다... 등등의 내용들입니다.

네. 분명히 기사 내용은 사실일 것이고, 그건 욕 먹을 일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이 있습니다.



기사를 아직 못 보신 분은 이 링크로 가 보시기 바랍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9/03/2010090301482.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8

저런 행동을 한 사람이 욕을 먹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철없는 사람의 행동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기사를 보다 보면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문제의 기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올 초 국내의 한 잡지사는 여배우 A씨에게 국제구호단체와 함께 중앙아시아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 4박6일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유명 사진작가 B씨가 이 모습을 화보로 담을 예정이었다."

솔직히 말해 (1) 4박6일의 봉사 (2) 잡지사의 화보 (3) 유명 사진작가의 동행, 이 세가지 면에서 이미 답은 나와 있었던 셈입니다. 과연 4박6일 동안 봉사를 한다면 얼마나 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다음 호 잡지에 공간은 잡혀 있었고, 사진작가는 그 지면을 메우기 위해 쉴새없이 셔터를 눌렀어야 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여행은 애당초 처음부터 '그 여배우'의 봉사와는 별 상관이 없었던 것이죠. 말이 나온 잡지사의 화보용 기획이었을 뿐입니다. 이 여행이 결국 순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배우만의 책임도, 사진작가만의 책임도 아닌 잡지사와 구호단체, 그리고 참가한 배우까지 모든 사람의 공동 책임인 셈입니다.




사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 물론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 이런 기사로 인해 연예인들의 봉사 활동 자체가 위축되거나 선행을 하더라도 숨어서 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사 말미에 보면 긍정적인 봉사의 경우가 나오곤 합니다. 직접 사비를 털어 봉사 물품을 마련해가는 사람도 있고,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에 "어떻게 이렇게 일정이 짧으냐"며 서운해 하는 연예인도 있습니다. 김장훈이나 차인표, 정준호처럼 아예 선행 자체가 브랜드가 된 스타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아닌 경우에는 '모양만 봉사'인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그런 구호단체들이죠.

그럼 대체 이렇게 '부실한 봉사'가 될 수 있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구호기관들은 왜 연예인을 굳이 봉사활동에 끼워 넣으려고 할까요. 거기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 장면이라도 연예인들이 개입될 경우,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구호기관에서 일하는 한 간사님과 대화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때는 연예인들의 형식적인 봉사'에 꽤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나: 이렇게 봉사활동 하시다 보면 얄미운 사람도 있지 않으세요?
간사: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고) 그런 분들도 있죠.
나: 얼굴만 비치고 가거나, 와서 빈둥거리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떠세요?
간사: 물론 그런 분들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저희 입장에서 보면 또 달라요. 일단 와 주시는 분들은 모두 고마운 분들이거든요.
나: 그렇게 와서 자기 홍보에만 이용하는 건 더 나쁘지 않을까요?
간사: 아니에요. 그렇게 30분만 있다 가더라도, 그런 분들이 오시는 것과 안 오시는 건 엄청나게 차이가 커요. 그런 분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많은 분들이 따라 하시거든요. 그게 저희한테는 고마운 거에요. 다른 분들한테 이런 데가 있다는 걸 알린다는게.

아,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일단 봉사활동을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제대로 하는게 당연하고, 그게 옳은 겁니다. 하지만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그 한 사람의 봉사가 도움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세상에 그런 도움의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명인의 구호 활동은 일반인 한 사람의 몇백배, 몇천배 의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저는 줄곧, 유명인의 봉사는 '절대 숨어서 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주위에 얘기해 왔습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여기 저기 알리고 선행을 하는 것은 선행을 하는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유명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선행을 하고 있거라 선행을 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그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들의 선행이 진정한 의미를 갖게 하는 일인 것입니다.

맨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그 구호단체가 어디건, 아마 문제의 여배우를 데려갈 때 이런 부정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여행은 그 여배우 한 사람의 봉사가 목적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그 구호 활동에 유치하기 위한 홍보'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물론 여기서 그 구호단체가 -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과연 얼마나 투명한가 하는 것 등은 여기서는 언급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최소한 없는 것 보다는 나은 단체라고 생각하기로 하죠.)




결과적으로,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그 문제의 여배우가 욕먹을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런 이상한 폭로(?)로 인해 유명인들의 해외 봉사활동이 위축된다면, 그거야말로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는 전혀 득 될 것이 없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논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 해외 봉사 일정을 포기하거나, 도움을 주더라도 널리 알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숨어서 선행을 하는 사람보다는 자기 과시를 위해서라도 널리 알리면서 생색을 내고 봉사하는 유명인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셨으면 하는 의도에서 쓴 글입니다. 일면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신 것은 분명 아름다운 말씀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따라하게 할 일은 분명 다릅니다.


P.S. 그리고 '여배우' '올 연초' '중앙아시아' '카레' 등으로 문제의 여배우 A씨가 누군가 찾는데 열을 올리시는 분들, 그럴 시간에 과연 나는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살아왔나 한번쯤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그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P.S. 한 분의 지적에 따라 덧붙입니다. 이 글에 사진으로 등장하는 분들은 '당연히' 포장만 요란한 얼치기 봉사 활동으로 미꾸라지 역할을 한 사람들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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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방송된 KBS 2TV '1박2일'의 주제는 아마도 지리산의 둘레를 걷는 아름다운 시골길과 함께 KBS의 화력시범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지미집과 스테디캠 같은 고가의 장비들(물론 요즘은 사용이 일반화된 것들이긴 하지만)은 물론이고, 헬리콥터까지 동원돼 고공에서 주인공을을 카메라로 잡아내는 건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이죠. KBS에서도 사용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헬리콥터를 동원할 수 있었다는 건 '1박2일'이 갖고 있는 위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비록 계단식으로 층층이 산을 깎아 만든 다랭이논(산을 계단식으로 깎아 지형의 불이익을 극복한 논)의 절경을 찍은 고공 촬영 화면이 더없이 아름답긴 했지만 - 이날 방송을 살린 것은 헬리콥터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수근과 청개구리 한 마리였죠.


(방송에 나온 청개구리 장면을 구하지 못해 청개구리의 적절한 이미지를 빌려 왔습니다. 출처는 http://blog.daum.net/ssas39/17970488 입니다.)

여섯 멤버가 다섯개의 노선으로 흩어져 진행한 이날 방송에서 이수근은 시골길을 걷다가 스스로 이날의 방송 컨셉트를 '탐구생활'이라고 잡았습니다. 시골 길을 걸으며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사물들을 다시 보는 기회로 삼겠다는 거였죠.

그리고 나서 이수근의 눈에 띈 것은 작고 예쁜 청개구리 한마리였습니다. 사실 청색이라기보다는 녹색이지만, 손가락 끝에 겨우 올라갈 정도인 청개구리는 아직도 자연과 함께 살아 숨쉬는 '시골'의 풍경을 압축해서 보여준 주인공이었습니다.


(사실 청색이라기보단 녹색 또는 연두색이라고 봐야겠지만 우리 말에서 녹색과 청색이 혼동되어 온 건 대단히 오래된 일인 듯 합니다. 어려서 배운 바로는 본래 우리 말에서 녹색은 '푸르다', 청색은 '파랗다'로 표기되었다고 합니다. 즉 '푸른 산'과 '파란 하늘'이 제대로 된 표현이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푸른 색'과 '파란 색'이 구분 없이 쓰여 오늘날에는 둘 다 그냥 청색을 가리키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얼마나 근거 있는 설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시 출신들은 대부분 청개구리라고 하면 그냥 개구리 중에서 푸른 빛을 띤 것으로 생각하거나, 어머니 말을 듣지 않고 장마철에 어머니 묘를 잃어 버린 전래 동화 속의 동물로 여기는 게 보통이지만 청개구리라는 종류는 따로 있습니다. 물론 개구리의 일종이지만, 다 자라도  4cm가 되지 않는 작은 동물이죠.

'본래 시골 출신이라 이런 시골 풍경이 하나도 신기하지 않다'던 이수근은 길가의 도랑에서 밝은 연두색의 청개구리 한 마리를 골라내 카메라 앞으로 데려왔습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의 배수구에 맑은 물이 흐르고, 그 곁에 청개구리가 앉아 있는 동네. 비록 시골에 살아 보거나 살고 있지 않아도, 그 정경은 그대로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더없는 청량감을 전해줬습니다.

이 방송을 보고 시골에 간 도시 어린이들은 '이수근 아저씨가 보여준 청개구리'를 발견하고 좋아라 할 것이고, 용감한 어린이들은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손 위에 청개구리를 올려 놓고 본 다음, 이수근이 했듯 다시 자연 속으로 돌려보내 줄 겁니다.


(위 사진과 마찬가지로 http://blog.daum.net/ssas39/17970488 에서 빌려온 청개구리 사진입니다. 앙증맞지 않습니까? )

'1박2일'을 싫어하는 시청자들은 천편일률적이라거나 세련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곤 합니다. 하지만 방송은 세련된 사람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나 가족 시간대인 주말 저녁 방송은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29일 '1박2일'에서 가장 얘깃거리가 될만한 것은 아마도 고가 장비 가운데서도 초고가 장비, 그것도 연료 문제로 한번에 2시간 밖에 기동할 수 없다는 헬리콥터를 예능 프로그램에 끌어들여 촬영한 화면이었을 겁니다. 아마도 올 연말 '1박2일'의 1년을 결산하는 프로그램이 나간다면 그때에도 반드시 이 화면은 빠지지 않고 등장할 듯 합니다.

하지만 이날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의 마음에 남은 70분의 주인공은 이수근과 청개구리 한마리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몸 개그와 온갖 책략, 속고 속이는 기술로 재미를 주다가도 한껏 자연스럽게 시골 풍경 속으로 젖어들 수 있다는 게 바로 이 프로그램의 경쟁력이고, 더 나아가 흔히 말하는 '공영 방송'의 가치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어린이들이 모방할 우려가 있다'는 바로 이 장면으로 경고조치를 받게 한 이수근은 이로써 면피(?)를 한 셈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차가 움직인다면 정말 끔찍한 사고가 나겠죠.

P.S. 2. 혹시 어제 방송에 나온 청개구리 장면의 캡처 샷을 갖고 있는 분은 fivecard@naver.com 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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