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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Z]

 

영화 '월드워Z'는 아시다시피 맥스 브룩스의 유명 원작 '세계대전Z(World War Z)'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될 무렵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마징가Z'를 먼저 연상하는 바람에 진지한 대접을 받지 못한 요소도 있지만, 사실 '좀비 문학'이라는 것이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는 데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좀비물은 책 보다는 영화에서 먼저 장르로서의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습니다. 그 유명한 조지 로메로 감독의 70년대 좀비물은 제작자와 관객 모두를 환호하게 만든 새로운 시장의 개적을 알렸죠. 이후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한 좀비물은 마침내 소설 '세계대전Z'로 하나의 기념비를 남겼고, 영화 '월드워Z' 역시 좀비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 만 합니다. (물론 칭찬입니다.)

 

그런데, 물론 재미있게 잘 봤지만, '월드워Z'는 참 예상과는 다른 영화였습니다.

 

 

 

 

먼저 줄거리. 전 UN 조사관이었다가 은퇴한 뒤 가족과 함께 조용히 살던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는 가족과 함께 필라델피아 시내에 나갔다가 갑작스런 좀비의 습격으로 도시가 생지옥이 되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곧이어 미국 전역, 아울러 세계 전체가 좀비의 공격으로 인류 문명이 말살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걸려온 한 통의 전화. UN 당시의 상관으로부터 헬리콥터를 보내주겠다는 연락이 옵니다. 간신히 탈출해 UN 소속 함대에 합류한 제리에게 "다시 현역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가족을 보호해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제리는 UN의 비밀 조사단을 인솔하고 좀비 바이러스가 최초로 보고된 한국 평택(Camp Humphreys)으로 향합니다.

 

 

 

 

영화 '월드워Z'는 공개되기 전, 예고편 단계에서부터 소설 팬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습니다. 원작의 설정과 매우 다른 장면들이 속출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사실 원작은 전통적인 소설의 작법이 아닌, '좀비와 인간의 세계대전'을 가상 설정으로 두고 거기에 참가했던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아마도 이 원작 하나만 갖고도 이런 저런 영화를 30편 정도는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가상 논픽션'입니다. 그런데 영화 '월드워Z'는 그런 원작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영화는 분명히 아닙니다.

 

맥스 브룩스의 소설 '세계대전Z'와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는 처음부터 좀비의 특성과 그 공략법, 현대 사회의 취약성 등에 대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설정을 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원작의 완벽한 설정을 영화가 상당 부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원작 팬들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이를테면 소설 원작의 좀비들은 '느리고, 기본적으로 1대1에서는 인간보다 체력이 약하고, 사다리가 있어도 그걸 타고 위로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지능과 균형 잡힌 운동 능력이 0에 가까운'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영화 '월드워Z'의 좀비들은 거의 표범 수준으로 날렵하더군요.

 

'뇌를 파괴하지 않으면 그 무엇으로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소설과 영화가 일치하지만, 영화에서는 뇌가 아닌 다른 부위에 총을 맞아도 좀비들은 일단 동작을 멈추고, 거의 전투불능상태에 빠집니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목 윗부분만 남아도 쉴새없이 이빨을 딱딱 마주치며 무엇이든 물어뜯으려 드는 원작 소설 속의 좀비들보다는 어찌 보면 공포감이 덜하기도 합니다.

 

물론 어떤 영화도 원작 속의 설정을 100% 재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영상화를 위해선 적절한 변화를 두는 것이 훨씬 성공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영화 '월드워Z'의 경우에는 역대 어느 영화에서보다 '빠르고 전투력 강한' 좀비상을 설정하는 바람에(아무래도 '28일 후'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영화의 진행에 다소 무리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왜 굳이 원작과 다른 길을 갔는지 상당 부분 아쉽습니다.

 

원작에 나오는 생생한 인간과 좀비군단의 전투, 왜 현대의 첨단 무기가 좀비 군단을 막는데 역부족이었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 단순한 전투력 뿐만 아니라 공포심과 무기의 본질에 대한 탁월한 성찰 등이 영화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워서 이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늟어놓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도, 이 장르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소설 '세계대전Z'를 꼭 읽어 보시기 권합니다.

 

 

 

 

안 좋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원작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 영화만으로 판단했을 때, '월드워Z'는 훌륭한 오락 영화입니다. 특히 좀비와 액션을 앞세운 블록버스터적인 특성보다는 온 가족용 코미디로서 탁월합니다. 예를 들어 슈퍼히어로 장르라고 가정한다면, 겉으로 보기엔 '아이언맨'이나 '다크나이트'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인크레더블'이나 '슈퍼배드', 혹은 '스카이 하이'에 가까운 영화였던 겁니다.

 

(전형적인 좀비 마니아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얘기지만, 잔혹한 장면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보다도 덜 잔인합니다. 좀비 영화의 기본인 좀비의 산 사람 먹방, 사지 절단 등의 장면은 그냥 상상력으로 커버해야 할 수준입니다. 상상 이상으로 다릅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영화 '월드워Z'를 지배하는 건 다소 시니컬하고 허무주의적인 유머감각입니다. 사소한 좀비 패러디도 아니고, 대사 하나 하나마다 지적인 유머가 감춰져 있다고 할까요. 

 

피트가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고 난 뒤 아내와 나누는 전화 대화("여보. 내가 아까 전화했는데..." "응. 알아." <-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지만, 보신 분이라면 이 장면이 얼마나 배꼽빠지게 웃기는 장면인지 아실 수 있습니다^^) 처럼 아주 노골적으로 웃기는 장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건 냉소적인 허무개그의 정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전반부에 '인류의 희망'이라며 강조하던 패스바크 교수의 운명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죠. 그래서 영화 보는 내내 진심으로 유쾌했습니다.

 

 

 

 

아울러 이 영화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애가 철철 넘쳐 흐릅니다. 어떻게 해서든 가족에게 돌아가려는 영웅 브래드 피트의 파란만장 일대기 - 이를테면 '오딧세이' - 인 것이죠.

 

이렇게 가족영화적 요소와 코미디적 요소를 강조한 작품이다 보니 이 영화는 어마어마한 물량을 투입한 제작비 2억 달러짜리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큰 작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유명 배우라고는 브래드 피트 혼자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제작비가 2억 달러일 정도로 비주얼에 공을 들인 영화인데, 이렇게 비주얼이 인상적이지 않다는 건 참 놀라운 일입니다.

 

(그나마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데이빗 모스나 매튜 폭스는 우정 출연 수준. 물론 데이빗 모스는 그 짧은 출연 시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죠^. 사실 이렇게 쓰면 영화에 대한 비판인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재미있게' 할 거라면 돈은 훨씬 덜 써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얘깁니다.^^)

 

 

 

 

이건 아무래도, 비록 '퀀텀 오브 솔러스'를 만들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의 감독이 아닌 마크 포스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인간 내면을 표현하는데 장점을 가진 그의 특기가 잘 살아난, 성공적인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영화 '월드워Z'가 이런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된 데에는 매튜 마이클 카너핸(Matthew Michael Carnahan)이라는 각본가의 공로를 빼놓을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들인 'Lions for Lambs'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그리고 '킹덤'에서 보듯 카너핸은 저널리스트적인 통찰이 돋보이는 세계관과 다소 염세적인 부분도 있지만 아무튼 현실 세계의 국제 정세를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던 작가입니다. (물론 완성도 높은 유머는 누구의 기여일 지 매우 궁금합니다.)

 

어쨌든 결론은 강추. 요약하면

 

1. 원작과는 너무나 딴판이다.

2. 좀비 블록버스터 액션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큰 실망.

3. 반면 가족 코미디로서는 대단한 수작. 장르 선입견 없는 사람이라면 대만족일듯.

 

개인적으론 언젠가 용자가 나서서 '월드워Z, 더 리얼 무비' 정도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주길 기대합니다. 제임스 카메론이나 잭 스나이더면 진짜 인간과 좀비의 세계대전을 실감 넘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P.S. 원작에서 인상적이었던 인물이 영화 속에서 구현된 경우는 위르겐 바름브룬 외에는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제리 레인이 소설에도 나오는 인물인지는 찾아 보려다 포기했습니다. 혹시 기억나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P.S.2. 이 도표를 봐도 영화 '월드워Z'의 좀비들은 역사상 '가장 날쌘 좀비들'로 보이는군요.^^ (표는 클릭하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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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 강철의 사나이)'은 슈퍼맨의 수많은 별명 중 하나이고, 슈퍼맨을 다룬 수많은 DC코믹스 원작 중 여러 편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사실 탄생 10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슈퍼맨에 대해 뭔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약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워낙 많은 텍스트가 워낙 긴 세월에 걸쳐 축적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근 80여년에 걸쳐 축적된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온 역사와 변천 과정, 다양한 외전과 작품 사이에 서로 상충되는 설정에 대해 다 알 리가 없을 겁니다(거론되는 텍스트의 양으로 보아 한 학자가 평생을 바쳐 연구해야 할 과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저스티스 리그' 처럼 배트맨이나 원더우먼 같은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같은 우주에서 만나기 시작하면, 그건 정말 총체적 혼란이 와야 정상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코믹스 팬들, 정말 존경합니다.)

 

아무튼 잭 스나이더와 크리스토퍼 놀런이라는 최강의 조합으로 새롭게 시리즈를 시작하는 '맨 오브 스틸'을 봤습니다.

 

 

 

일단 줄거리.

 

지구에서 엄청나게 먼 행성 크립톤은 고도로 과학을 발달시킨 문명을 갖고 있었지만 지나친 자만으로 행성의 소멸을 막지 못합니다. 늘 문명의 종말을 경고해왔던 과학자 조엘(러셀 크로)은 갓 태어난 아들을 캡슐에 태워 종족의 미래를 잇게 하려 합니다. 한편 무능한 원로들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군인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은 조엘을 죽이지만, 반란 혐의로 체포되어 우주 유형에 처해집니다.

 

지구에 도착한 어린 슈퍼맨은 미국 캔자스 주 스몰빌(!)에 사는 조나산 켄트(케빈 코스트너)와 마사 켄트(다이언 레인) 부부의 아들로 성장하고, 사춘기가 지나 슈퍼맨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북극 기지에서 크립톤의 선조들이 날려 보낸 우주 정찰선을 발견하는 과정에 유능한 기자 조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의 눈길을 끌게 되고, 결국 레인의 추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족쇄에서 풀려난 조드 장군이 지구에 나타나 '조엘의 아들'을 요구하고 나섭니다. 대체 누가 친구고 누가 적인지 알지 못하는 인류는 혼란에 빠집니다.

 

 

 

 

우선 맨 처음 경고. '맨 오브 스틸'을 보면서 스토리의 개연성을 따지자는 것은 이 영화를 보지 말자는 것과 같습니다. 배트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비교해도 슈퍼맨의 경우는 특히 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설정 자체가 너무 막강하기 때문이죠.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날 수 있고,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고, 다치게 할 수도 없습니다. 왕년에는 크립톤 별에서 나온 광석, 즉 크립톤나이트를 접하면 약해지는 약점이라도 있었지만 '맨 오브 스틸'에서는 그조차도 없어졌습니다.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그냥 신입니다. '토르'같은 히어로는 참 신이라고 불릴 가치도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슈퍼맨 이야기는 아무리 정교하게 꾸미려 해도 그냥 동화의 수준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슈퍼맨이 '아무 이유 없이(혹은 성격상의 문제로)' 자신의 능력을 덜 쓰지 않는 한, 패배가 불가능한 캐릭터이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꽤 정교해질 수 있는 배트맨 이야기와는 달리 슈퍼맨 이야기는 오랜 세월 동안 '이건 원래 그냥 유치한 옛날 이야기에요' 라는 자세를 유지해왔습니다. 오죽하면 슈퍼맨이 성장한 동네 이름은 '작은 동네(smallville)'고 성장한 슈퍼맨이 기자 클락 켄트로 활동하는 대도시는 '대도시(metropolis)'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슈퍼맨 이야기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뇌의 회전을 멈추고, 그냥 영화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에 비해 비판하지 않고 어린 시절 옛날 이야기를 듣듯 받아들이는 것 뿐입니다. 그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 오브 스틸' 제작진은 최대한 이 이야기가 마치 지성에 근거한 것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도입부에서 크립톤 행성의 의사결정기관이 반란죄로 체포된 조드 일당을 굳이 행성 밖으로 추방하는 데 대해 조드 장군이 "나를 죽일 용기도 없는 놈들!"이라고 욕을 하는 대목 등이 그렇습니다(하지만 사실은 이 '유배형'이야말로 크립톤 행성의 소멸에서 조드 일행이 살아남는 계기가 됩니다. 한마디로 최고의 문명이 발달한 크립톤 행성 사람들은 반란군에게 - 죄 없는 사람들보다 우선해서 - 최대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문명이었던 것이죠).

 

뭐 이런 대목을 세다 보면 역시 날을 지샐 수 있으니 그냥 덮어 두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를 즐기려면 많은 걸 [덮어 둬야] 합니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본 이 영화는 너무나 신나는 엔터테인먼트의 총체입니다. 며칠 전에 본 '스타트렉:다크니스'의 비주얼이 갖고 있는 장대함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슈퍼맨과 조드 일당이 벌이는 액션의 강도는 역대 최강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 쌓인게 많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절대 비아냥 아닙니다. 정말 신납니다)

 

아무튼 보다 보면 이 영화의 슈퍼맨은 두 다른 맥락의 영웅을 생각나게 합니다.

 

하나는 '맘만 먹으면 지구를 파괴할 수도 있는 선과 악의 두 존재가 지구를 무대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드래곤 볼 시리즈죠. 슈퍼맨과 조드가 싸우기에는 지구라는 무대,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스 같은 대도시는 매우 취약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싸움에 허망하게 부서져가는 고층건물과 차량 및 시설물들이 참 안쓰러울 뿐입니다. 싸우려면 좀 사막 같은 데 가서 싸우든가...하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드래곤 볼 시리즈의 손오공 역시 외계에서 온 인류의 구원자. 신과 죽음을 초월한 능력자. 자손 대대로 이어진 히어로 계보와 팬덤의 확장 등을 보면 무척 비슷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또 하나는 바이블 스토리. 슈퍼맨을 예수에 대입시키는 해석이나 시도는 결코 새롭지 않습니다. 심지어 '슈퍼맨 리턴즈'에서는 '부활'이란 설정까지 등장해 수많은 관객들에게 떡밥을 던졌죠. 그런데 '맨 오브 스틸'에선 또 다른 식으로 이런 해석을 밀어붙입니다. 물론 의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의도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은 외계 세균의 존재 어쩌고 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스와닉 장군에게 "33세까지 아무도 감염시킨 적이 없다"며 은근히 나이를 공개하는 대목입니다.  33세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나이죠. (슈퍼맨의 나이가 33세라는 것이 슈퍼맨 일대기의 공식 설정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다른 의견 있는 분이 계시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예수와 슈퍼맨(특히 영화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많은 성장기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친아버지를 모르는 채 양아버지에 의해 양육됐고 ▲정체성 때문에 고민했고 ▲인류와는 엄청난 능력 차이를 가졌고 ▲기적을 일으켰으며(광신도 엄마가 "Act of God"이라며 흥분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왜 친아버지가 자신을 인류에게 보냈는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하며 ▲공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구금되기도 하지만 ▲언제든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이런 슈퍼맨을 의심하고, 괴물 취급하고, 욕하는 인간들은 빌라도 앞에서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친 유태인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존재들인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맨 오브 스틸'의 많은 장면은 '21세기에 예수라는 존재가 인류 앞에 나타났다면' 이라는 상황을 상상하게 합니다.

 

(한편으론 '너무나 신에 가까운' 슈퍼맨이란 캐릭터 자체가 반 기독교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슈퍼맨도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의 피조물일까요? 그도 구원받을 영혼을 갖고 있는 존재일까요? 이런 이유로 '맨 오브 스틸' 중간에 삽입된 슈퍼맨과 신부의 대화는 묘하게 코믹하게 느껴집니다.)

 

 

 

 

영화가 '슈퍼맨'이다 보니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지나가는 청소부 역까지 맡을 정도로 화려한 캐스팅이 눈길을 끕니다. 이런 배우들이 몇마디 안 되는 대사로 슥슥 지나가는게 아쉬울 지경입니다.

 

개인적으론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로이스 레인은 매우 흡족하고 다이언 레인의 주름살이 참 가슴아프더군요.

 

 

 

뭐 가장 중요한 슈퍼맨 역의 헨리 캐빌은 기대 이상입니다. 당초 '전형적인 각진 턱 미남'이 아니라는 점에서 살짝 우려가 있었지만 연기력으로 충분히 커버되는 수준입니다. (뭐 한때 니콜라스 케이지도 거론된 적 있었던 슈퍼맨 역할이고 보면...^)

 

 

 

 

헨리 캐빌이 얼굴만 지나치게 잘 생긴 브랜든 라우스에 비해 좋은 캐스팅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2:8 가르마가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왕년의 그분, 크리스토퍼 리브야말로 진정한 역대 최강의 슈퍼 페이스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철거된 국제극장을 몇바퀴 감았던 살인적인 매표 라인을 뚫고 이 영화를 보러 간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납니다.

 

 

 

(이렇게 세 사진을 놓고 보니 슈퍼맨 수트의 색깔 변화가 더 확연합니다.)

 

자, 이제 정리 들어갑니다.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 리턴즈'로 인해 위축됐던 무비 스타 슈퍼맨의 위치를 다시 세우는 데 더 없이 훌륭한 성취를 보여줬습니다.

 

주요 스태프들이 워너 브라더스와 3편으로 계약을 했다니 당연히 후속작이 나오겠지만(일부 보도에 따르면 다음 한 편은 그냥 속편, 그리고 3편째는 저스티스 리그-배트맨 같은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함께 활약하는-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고 합니다), 1편에서 워낙 기대 강도를 높여 놓은 터라 대체 2편째에는 어떤 악당이 슈퍼맨과 대결을 펼칠 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이래갖고는 어디 렉스 루더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어쨌든 결론적으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대작. 개인적인 취향으론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더 다음에 들지만, 이 정도면 그리 실망하실 분은 없을 듯 합니다. 강추.

 

 

 

 

P.S.음악은 '누가 들어도 한스 짐머'였는데, 슈퍼맨과 조드 일행(정확하게는 페이오라)이 처음 대면하는 장면의 음악은 '누가 들어도 영웅본색' 이더군요. 기억 안 나시는 분들은 이 동영상의 6분45초쯤부터 나오는 음악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개인적으론 역시 존 윌리엄스가 더 취향.^^

 

 

아울러 이 친구의 장래가 기대됩니다. 딜런 스프레이베리 Dylan Spray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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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다크니스]

 

'스타트렉 다크니스(Startrek into the darkness)'는 J.J.에이브럼스의 두번째 스타 트렉 시리즈 영화입니다. '스타 트렉-더 비기닝(2009)' 이후 4년만에 나온 영화죠. 대부분의 시리즈 영화들이 2년 간격을 준수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간격이 좀 길었던 편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다려 온 팬들에게도 기다림은 상당히 지루했죠.

 

그리고 그 지루함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관객에게 선물합니다. 그야말로 순수한 엔터테인먼트의 정수라고나 할까요. 밀림 속에서 갑자기 앙코르와트를 발견하는 듯한 즐거움입니다. 아이맥스나 큰 화면을 강추.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렉' 오리지널 TV 시리즈의 등장인물과 설정을 깔고 시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자, 다 아시는 내용은 생략하고 시작합니다'라는 식의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스토리텔링의 제왕인 J.J 에이브럼스는 과거 팬들의 향수('스타트렉' 시리즈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60년대에 이 오리지널 시리즈를 봤던 세대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새로 생성된 수많은 '젊은' 팬들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드 팬이라고 해서 반드시 60~70대라고 생각해선 안된다는 거죠)를 달래면서도 새로운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리부트의 형식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되, 시점을 오리지널 시리즈보다도 한참 더 앞선, 그러니까 유명한 등장인물들이 처음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부터 새로 벽돌 쌓기를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커크나 스팍 같은 유명한 캐릭터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보면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나 처음 우주함대에서 인연을 맺게 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에이브럼스의 새 영화 시리즈를 보는 사람들은 올드 팬이나 새로운 팬이나 동등한 위치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불만 많은 올드 팬들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죠. 몇몇 팬들은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아주 느슨하게 영향을 받은 왕년의 영화 '스타트렉: 칸의 분노(Star Trek: the Wrath of Khan, 1982)과의 관계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리메이크면 떳떳하게 리메이크라고 해라!'라는 식인데,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일단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줄거리.

 

미지의 행성을 관찰하고 있던 우주전함 엔터프라이즈. 외계에서 어떤 문명을 접하든 그 문명의 역사에 관여해선 안된다는 것이 우주함대(Starfleet)의 절대 의무(Prime Directive)지만 이들은 그 행성에서 두 부분의 선을 넘습니다. 첫째는 스팍(재커리 퀸토)이 화산을 진정시켜 행성의 멸망을 막은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커크(크리스 파인)가 스팍을 구조하기 위해 엔터프라이즈의 모습을 행성민들에게 드러낸 것입니다.

 

그로 인해 우주함대로부터 징계를 받고 커크는 함장직을 내놓게 됩니다. 한편 모종의 음모에 의해 우주함대의 수뇌부에 테러 공격이 가해지고 고위 지휘관들이 살해당합니다. 테러의 배후에는 존 해리슨(베네딕트 컴버배치)이라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다시 우주함대가 출동합니다.

 

그리고 이 테러의 배후에는 정치적인 음모와 과거의 배신이 있었다는 사실이 서서히 밝혀집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환상에 가까운 비주얼의 도가니입니다. 내용은 없고 비주얼만 화려한 영화만큼 관객을 짜증나게 하는 것도 없지만, 적절한 플롯의 배치에 가해진 비주얼의 위력은 정말 '궤멸적'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효과적입니다.

 

특히 곳곳에서 등장하는 스펙터클은 더욱 효과적입니다. 화려하기만 할 뿐만 아니라, 장려하기까지 하죠. 영화 초반, 미지의 행성에서 벌어지는 추격 신과 함께 바닷 속에서 물살을 가르며 하늘로 솟구치는 엔터프라이즈의 모습은 제아무리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려 마음 먹은 관객도 한방에 무장해제시키는 힘을 발휘합니다.

 

 

 

젊은 주인공들 역시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기존의 시리즈가 커크-스팍의 관계에 집중됐던 느낌(이래서 이 둘의 관계를 BL쪽으로 풀어 보려는 마니아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이라면, 의사 맥코이(칼 어반)나 기관장 스코티(사이먼 펙), 그리고 항해사 우후라(조이 살다나) 등의 비중이 만만찮습니다. 조타수 술루(존 조)나 엔지니어 체코프(안톤 옐친)도 시리즈를 거듭하다 보면 주연급이 될 지도...

 

(아니면 아직 그리 핵심 멤버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에 사소한 트러블이 생기면 다음 시리즈에서는 다른 배우로 교체될지도...^^)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시리즈를 살리는 핵심적인 키는 바로 이 괴물같은 배우에게 있습니다. 사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조금 더 빨리 스타덤에 올랐더라면 이번 악역 대신 스팍 역을 제안받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외계인스러운 외모는 물론이고, 일반 지구인의 감정을 잘 이해 못하는 이성 제일주의자의 컨셉트라면 스팍이나 셜록이나 막상막하. 하긴 제안을 받았다 해도 '너무 똑같은 역할을 계속 맡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컴버배치가 거부했을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컴버배치라는 거물 악역의 등장으로 시리즈는 또 한번 힘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최소한 한번 이상은 우려먹을 듯한 느낌.

 

 

 

4년 전, '스타트렉 - 더 비기닝'을 보고 나서 '60년대 SF로의 회귀'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때는 '과학 기술의 미래에 대한 낙관', 내지는 '미국적인 프론티어 정신에 대한 존중'이라는 의미에서 그랬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정서가 90년대 이후 '지나치게 심각해진' SF 영화들에 싫증났던 기존 관객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했던 것이고, 이번 '다크니스'에서도 그런 경향은 여전히 유지됐습니다. 오히려 거기서 더 나아가, 아예 2대차전 시절의 할리우드 영화같은 느낌이 추가됐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 분위기'야말로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9.11과 테러의 위협에 노출된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해석하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메시지라면, 꽤 의미 있는 변화가 느껴집니다.

 

'스타트렉' 시리즈에선 사실 꽤 강도 높은 군국주의가 읽히곤 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늘 강조되는 모토는 '소수의 희생을 통한 다수의 번영'입니다. 주인공들은 '나 하나를 희생시켜서 이 전함이, 혹은 이 전함 한 척을 희생시켜서 전 함대가, 혹은 이 함대를 희생시켜서 인류 전체가' 보호받을 수 있다면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는 각오로 가득합니다.

 

(어떤 때 보면 전함 엔터프라이즈가 아니라 '진충보국'을 가슴에 새긴 1940년대 전함 야마토의 승무원들 같기도 하죠.)

 

이 맥락에서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특히나,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적(테러)과 맞서기 위해선 우리도 적잖은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안온한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적들만 파괴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은 없다. 희생이 없으면, 승리도 없다'고 강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쩐지 이 영화는 2차대전 시절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이던 애국주의를 보강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입장은 영화 초반에 견지됐던, '외부 문명의 운명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우주함대 본연의 프라임 디렉티브와는 분명히 서로 상충되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교묘하게 가려져 있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건 현실에서도 '최강의 문명국가'가 겪는 딜레마이기도 하죠. 보편적인 도덕률에 따라 개입할 것인가, 누군가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켜볼 것인가.

 

 

 

 

뭐, 이 양반에게 깊이 파고 들면, '어차피 먼 미래의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할테지만요. 아무튼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올 상반기 최고의 오락영화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개인적인 순위에선 '아이언맨3'를 이미 제쳤습니다.^)

 

마지막은 참 코믹한 패러디. 눈빛만으로도 엮으면 이렇게 엮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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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문화가이드가 조금 늦었습니다. 물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건 아닙니다.

 

벌써 7개월째 소개를 하고 있는데 일정한 패턴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소개 드립니다. 1년 내내 시리즈로 펼쳐지는 공연들이 있습니다. 좋은 공연이고, 추천하고 싶은데 그 공연들을 줄줄이 소개하면 매달 똑같은 추천을 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죠.

 

이를테면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2년에 걸쳐 총 32곡을 4곡씩 8회의 공연으로 연주)나 국립극장의 완창 판소리 시리즈(6월22일에도 공연이 있죠) 같은 공연은 할 때마다 매번 소개하는 건 지면의 낭비인 듯 합니다. 물론 그 달에 추천할만한 적당한 공연이 영 없으면 다시 등장하겠지만(^^), 가능하면 한번도 소개하지 않은 공연을 추천하는게 의무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이달도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6월의 문화가이드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에 비해 6월은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야. ‘호국 보훈의 달’이라는 이름에다 현충일과 6.25가 있고, 예전부터 문화 행사보다는 추모/궐기 행사가 많은 달이지.


하지만 사실 6월에 행사가 적은 진짜 이유는,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로 이어진 5월의 지나친 지출로 6월은 조용히 그늘에서 쉬는 달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 그래도 잘 찾아 보면, 너무 큰 지출 없이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 바로 이런 칼럼이 필요한 달이지.

연재 시작할 때부터 ‘왜 뮤지컬은 소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꽤 있었어. 사실 안 한 건 아닌데, 아마도 클래식 공연에 비해 적다고들 느낀 모양이야. 사실 대부분의 뮤지컬 공연은 너무 고가라서 이 칼럼과는 인연이 없었지. 정한 예산이 10만원인데 ‘자, 20만원짜리 티켓을 사서 이 공연을 봐. 그리고 다음달은 쉬어’ 이럴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단가를 맞추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창작 뮤지컬들을 소개하기도 곤란해. 국산 뮤지컬 중에도 ‘빨래’나 ‘김종욱찾기’처럼 생명력이 검증된 작품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은 마니아용이야. 어지간한 라이선스 공연은 다 졸업하고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 눈을 반짝이는 관객들이 먼저 판단을 해 줘야 하는 공연들이지.

어떤 장르든 입문용 작품은 이미 추려져 있어. 오페라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 같은 걸 보여주면 한참 자다 일어나서 다음부턴 오페라란 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켜. 뮤지컬도 ‘그리스’나 ‘브로드웨이 42번가’ 같은 작품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초심자에게 ‘레미제라블’을 보여주면 의외로 지루하다는 반응이 많아.

 

 


그런 의미에서 서울 디큐브센터에서 6월30일까지 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 를 추천하고 싶어. 고전 중의 고전인데다 ‘이런 게 바로 브로드웨이 쇼구나’하는 화려함에 흠뻑 빠질 수 있거든. 역시 비싸지만 6월의 수요일(5,12,19,26일) 낮 공연은 30% 할인이야. A석이면 3만5천원.

출연자 개개인보다 전체의 앙상블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A석이라도 괜찮아. 그리고 이걸로 자신의 ‘뮤지컬 적성 테스트’를 해 보라는 거지. ‘아, 이거야말로 내 취향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적금을 들어. 극장에 취직하든지.

 

다음. 중급용으로 ‘멤피스’라는 뮤지컬이 있어. 본 조비 밴드의 키보드 연주자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작곡한 작품인데, 2010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작곡상/극본상/편곡상을 휩쓸었지. 2009~2012년 사이 브로드웨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추천 받는 공연이었는데 아직 한국에선 공연된 적이 없어.

 

 


그런데 메가박스에서 5월부터 ‘멤피스’의 2011년 브로드웨이 공연 실황을 상영중이야. 무대와 가장 비슷한 곳에서 현장감을 느끼며 볼 수 있는 기회지. 이런 상연의 기회가 반가운 건 나중에 국내에서 라이선스로 공연이 이뤄질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거지. 굳이 브로드웨이까지 가지 않아도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 있어. 2만원.

 

음악으로 넘어가 볼까? 6월에도 수많은 공연들이 있지만 가격대 성능비를 고려해 볼 때 '바흐 특집'인 디토 페스티발을 추천하고 싶어. 그 중에서도 6월15일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전곡 연주에 눈길이 가. 요요 마나 미샤 마이스키 같은 세계적인 첼로 비르투오조들에 의해 인기 높은 곡이지. 하지만 이 곡을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연주하는 걸 들어 본 사람은 흔치 않을 거야.

 

 

무반주 첼로 조곡 하면 생각나는 바로 이 곡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중 1번 곡의 전주곡입니다. 그러니까 '무반주 첼로 조곡 전곡'이라고 하면 이런 곡이 6곡씩 1번부터 6번까지, 총 36곡이라는 얘기죠.


 

6월1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013 디토 페스티발 에서는 ‘삼색바흐’라는 제목으로 리처드 용재 오늘(비올라),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디쑨 장(더블베이스)이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해. 세 사람이 각각 두 곡씩 맡아 독주로 들려주는 거지. 그야말로 날이면 날마다 오지 않는 이색 연주야. S석(4만원) 추천..

 

 

예산이 거의 찼네. 이번엔 살짝 초과해 보자고. 올 여름의 블록버스터 기대작 중에 ‘월드워 Z’라는 작품이 있는 걸 알고 있나? 사실 장르 문학, 특히 더 좁혀서 좀비 장르의 독자들에겐 너무나 유명한 소설 ‘세계대전 Z ’가 원작이야.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화화 판권을 놓고 경쟁을 벌인 끝에 피트가 이겼지. 물론 자기가 주인공도 맡고.

 

맥스 브룩스가 쓴 원작은 지금껏 나온 좀비 장르의 소설들 가운데 가장 스케일이 커. 그 전까지의 좀비 이야기들이 대부분 좀비 창궐로 인한 인류 문명의 멸망과 생존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건 아예 국가 단위의 ‘대 좀비 전쟁’ 판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읽어볼만 한 책이야.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8천400원 선.


6월은 이렇게 보내. 7월에 보자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낮 공연 A석                              3만5천원
뮤지컬 ‘멤피스’ 실황 상영                                                       2만원
디토 페스티발 - 삼색 바흐(무반주 첼로협주곡)                        4만원
맥스 브룩스, ‘세계대전 Z’                                                  8천400원

합계                                                                          10만3천400원

 

 

 

 

 

 

'세계대전 Z'는 형식면에서도 매우 독특합니다. 그냥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소설의 형식이 아니라 정교한 가짜 보고서와 가짜 인터뷰의 결합이죠. 그런데 그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작가 맥스 브룩스가 만만찮은 양의 정보를 종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밀리터리 매니어가 만들어 낸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인류의 상황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사회경제학적 통찰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소설 '세계대전 z'가 더욱 흥미롭기도 합니다.

 

사실 원작을 읽고 나면, 이 방대한 규모와 시각을 가진 작품을 그대로 영화로 옮기는 것은 재앙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한 사람의 주인공을 뽑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죠. 게다가 소설은 '할리우드적'인 영웅담을 조소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강조하는 인류애나 인권에 대한 생각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때에도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에 매우 회의적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미 만들어진 예고편만으로도 원작 마니아들은 대단히 영화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원작이 갖고 있는 정서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영화 제작자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세계대전Z' 처럼 지적이고 냉소적인 작품을 그대로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었다간 투자자들로부터 테러를 당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소수의 '독자'들에겐 통할 지 모르지만 대다수 '관객'들에겐 용납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아무도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를 통해 원작 '세계대전Z'를 평가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실 분이든 아니든, 원작 '세계대전 Z'는 꼭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단순한 '모험소설'이나 '공포소설'은 결코 아닙니다.

 

 

 

 

클래식계 훈남들이 늘 등장하는 디토 페스티발은 올해도 바흐를 주제로 다양한 공연이 열립니다. 위에서 소개한 무반주 첼로 조곡 3인 연주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지름은 각자 알아서 하시길.^

 

 

 

마지막으로 멤피스는 감명이 꽤 커서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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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도시 정경호]

'무정도시' 라는 드라마가 월/화요일 밤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동시간대에 방송된 쟁쟁한 지상파 드라마들의 몇배나 되는 검색량이 밀어닥쳤습니다. 검색어 순위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그만치 이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그 화제의 핵심에는 '정경호'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안 되는 배우. '무정도시'에서는 국내 최대 마약 거래 조직의 하부 조직을 이끄는 중간 보스 시현 역을 맡았습니다.

 

드라마에 대해서도 '영화 보는 것 같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정경호에게 저런 면이 있는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인도 아니고, 주연을 안 해 본 것도 아니고, 이미 수많은 출연작과 꽤 많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에게 이런 평이 나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입니다.

 

정경호 본인과 제작진에겐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고 말이죠.

 

 

 

'무정도시'가 방송되기 전까지, '정경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사람들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활짝 웃는 미소년의 얼굴이었습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런 모습이나

 

 

 

'개와 늑대의 시간'의 이런 모습.

 

 

 

 

그런데 '자명고'에서는 슬쩍 남자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더니,

 

 

 

 

그것이 '무정도시'에서는 활짝 피어납니다.

 

흔히 말하는 '리젠트 스타일'의 머리와 수트 차림의 색다른 모습. 단정한 듯 하지만 감정의 동요가 없는 냉정함이 빛납니다.

 

 

 

대개 '리젠트 스타일'이라고 하면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하는데, 뭐 사실 서양에선 리젠트 스타일이란 말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폼파두르 스타일 Pompadour style 을 일본에서 '리젠트 스타일'이라고 부른다는 얘기가 있군요. 그런데 누가 봐도 콩글리시같은 올빽 All-back'은 엄연히 쓰이는 표현이라니... 참 어렵습니다.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

 

아무튼 리젠트든 올빽이든, 아무나 함부로 따라할 수 없는 머리 모양입니다. 일단 머리칼 외의 얼굴 각 요소들과 전체적인 윤곽이 받쳐 주지 않으면 그 사람의 결점을 백일하에 드러내 주는 공포의 헤어 스타일.

 

 

 

 

그런데 저런 수준의 외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머리 모양으로 남성미를 극대화해서 표현하신 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어린 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바로 누아르의 제왕, 험프리 보가트 선생이십니다. 물론 머리숱이 적어서 저런 머리 모양밖에 안 될 수도 있었겠지만, 저런 허무와 냉정이 깃든 눈빛은 아무한테서나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무정도시'의 정경호에게서 그런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장면에서의 대사.

 

"수야... 이 거리, 우리가 다 먹어 보자."

 

남자다움을 강조하기 위한 거친 말투나 과장된 몸짓은 없습니다. 말투도 조용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거역하기 힘든 카리스마가 담겨 있습니다. 상복에 가까운 검은 수트는 원래 '그쪽' 남자들의 유니폼 같은 것이지만, 정경호의 스타일은 결코 그 안에서 땀을 흘리거나 칼을 휘두를 것 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20대1로 '다구리'를 뛴 뒤에도 땀방울 하나, 숨결 하나 가빠질 것 같지 않은 모습입니다.

 

물론 저 수트 안에 탄탄한 근육이 감춰져 있긴 하지만, 결코 근육을 강조하는 표현 방식이 아닙니다. 정경호는 스스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을 익힌 듯 합니다.

 

(혹은 이정효 감독의 디렉션이 정경호의 내면을 제대로 끌어낸 것인지도.)

 

 

 

지난번 리뷰에서도 얘기했지만 '무정도시'에는 유난히 등장인물들이 거리를 바라보는 뒷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좋게 말하면 꿈,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욕망의 표현이죠.

 

누구의 눈에서 바라본 미래가 현실이 될까요. 물론 '무정도시'는 꽤 길고 잔혹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의 주인공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 미래를 보지 못합니다. 그건 지금부터 드러날 이야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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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 김건모]

그동안 화제를 모았던 '히든싱어' 시즌1이 14회, 김건모 편을 통해 정리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지난 연말 박정현, 김경호 편이 파일럿 형식으로 방송됐고 3월부터 성시경을 시작으로 김건모까지 다시 열두명의 가수가 '히든싱어' 무대에 섰습니다. 총 14명의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시청률 면에서도 꽤 큰 반향이 있었고, 온라인에서는 그 몇배나 되는 화제가 쏟아졌습니다(혹자는 온라인에서의 반응을 보고 '히든싱어'가 동시간대의 '세바퀴'보다 시청률이 훨씬 높은 줄 알았다고도 합니다만 현재의 계산 방식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제기한 의견이 있습니다.

 

"대체 왜 원조 가수가 한번도 탈락하지 않느냐"는 것이죠. 누가 됐던 한두번은 원조 가수 대신 출연 모창자들이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입니다.

 

 

 

 

사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몇 차례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김종서 편이 상당히 아슬아슬했고, 그 외에도 많은 가수들이 1,2라운드에서는 혼란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4라운드까지 가서 '원조 가수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사람은 아직 없었습니다.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원조를 꺾으면 1000만원을 주겠다'는 떡밥을 내걸고 시작한 프로그램인 만큼, 누군가는 그 돈을 가져가는 것이 프로그램의 흥미를 위해서도 좋을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프로그램을 매회 보면서 느끼게 된 것인데, 솔직히 말해 처음 생각했던 것에 비해 원조 가수를 탈락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가수의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이전에 보이스 컬러가 워낙 독특해서 모창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백지영과 김종국이었습니다. 이 두 가수의 방송분은 워낙 모창자들과 원조 가수의 음색에 차이가 있어서 경쟁은 큰 의미가 없었던 회차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수의 출연분은 역설적으로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의 포맷이 '반드시 똑같이 부르는 모창자가 없어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회차였다고 생각합니다. 모창자들의 기능은 약화됐지만 대신 다른 요소 - 백지영 편에 출연한 미모의 모창자나 김종국 편의 케이윌 같은 요소 - 들을 강화해 보는 재미는 다른 회차에 비해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느 정도까지의 얘깁니다. 전혀 비슷하지 않은 모창자들이 나오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겠죠.^^)

 

아무튼 백지영이나 김종국, 김건모 처럼 A+급 가수들 가운데서도 '독특한 음색'을 주 무기로 하는 가수들이 선택될 경우, 도전자들이 이길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그리고 더 본질적으로, 뭐니뭐니해도 실력의 문제입니다. '히든싱어'에 출연할 정도의 가수라면 최소한 온 국민이 다 아는 히트곡을 4곡 이상은 갖고 있는 가수들인데다 최소 10년 이상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인물들입니다. 가수로서의 검증이 끝났다는 얘기죠.

 

이런 인물들도 처음 1,2라운드에서는 약간의 호기심과 함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전자들의 실력을 보고, MC 전현무의 깐죽거리는 위협성 발언을 들으며 3,4라운드에 가면 '내가 떨어져서 프로그램 최초로 망신살이 뻗치는 게 아닌가'하는 위기감이 생깁니다. 그럼 그때부터 '본 실력'을 발휘하는데, 그 다음에는 정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대부분 유감없이 보여주더군요.

 

사실 도전자들이 아무리 조홍경 원장의 트레이닝을 받는다 해도, 엄연히 아마추어입니다. 간혹 음반을 내고 활동하는 신인급 가수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 다수는 다른 생업을 갖고 있는 분들이죠. 이런 분들이 나와 같은 마이크를 잡고 원조 가수를 능가하길 바라는 건 엄밀히 말해 사회인 야구 에이스가 프로 구단의 1,2선발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길 바라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히든싱어'는 원조 가수로 출연한 인기 가수들이 왜 지금껏 지존으로 군림해 왔는지, 그들의 위력을 유감없이 드러낸 화력시범의 장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그럼 아마 이런 반론이 나올 듯 합니다. '그렇게 불가능한 거라면, 대체 왜 상금을 준다고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냐?'는 얘기가 나올 법 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 솔직히 말해 제작진도, '이렇게까지 현격한 차이가 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겁니다.

 

'슈퍼스타K'나 '보이스 코리아'에 나왔던 무시무시한 목소리 병기들을 보면, 이 친구들이 특정 가수의 노래를 집중적으로 훈련하면 시청자나 방청객들의 귀를 현혹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을 실제로 만들어 보니 역시 아마추어는 아마추어, 프로는 프로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번도 뒤집히는 경우가 없자 출연하는 가수들도 '첫번째 희생양이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서 더욱 더 분발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모창 출연자들이 이길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는 뭐 그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또 하나 확인한 것은 - 위에서 말한 백지영이나 김종국의 경우와 별개로 - 대다수 시청자들 역시 '끝까지 가면 결국 원조 가수가 이기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즐기게 됐다는 점입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지속적으로 상승한 시청률도 이를 반영합니다. 오히려 많은 분들이, '(누가 진짜 가수인지) 내가 더 잘 맟출 수 있는' 회차를 더 선호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그래서 '원조 가수는 명실공히 언터처블'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도 '히든싱어'의 공로 중 하나이며, 시청자들도 이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국민가수는 괜히 국민가수가 아니더라는 것이죠.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얘기했듯 사실 '히든싱어'는 그냥 노래 잘 하는 모창자들이 나와 원조 가수를 물리치고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그런 프로그램만은 아닙니다. '히든싱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확실히 알려준 것은 한 원조 가수의 노래를 그 수준까지 따라 부를 수 있으려면, 그 모창자의 삶에 이 원조 가수의 노래가 '단지 좋아하는 가수' '좋아하는 노래' 정도의 의미로만 남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 모창자들은 필연적으로 그 가수의 열렬한 팬일 수밖에 없고, 그들을 좋아하고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자기만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연이 '히든싱어'에서 공개되고, 많은 출연 가수들이 자신을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준 팬들과의 만남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그런 과정이 시청자들의 감동을 산 것입니다. '히든싱어'는 이미 이런 감동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돼 버렸습니다.

 

이번주부터 3주간 방송되는 총정리 '레전드 오브 히든싱어'와 왕중왕전은 그런 출연자들에 대한 보은의 기회입니다. 상금을 받아 간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왕중왕전 치러 최종 승자를 뽑자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왕중왕전이야말로 진정한 '히든싱어'의 축제라는 생각입니다.

 

 

P.S. 1. 노래도 노래지만 참 가장 인상적인 장면 하나는 바로 이 장면.

 

 

그리고 모창 출연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분은 역시 인간복사기, 이 분.

 

 

 

P.S.2. 그리고 위에서는 '원조 가수 탈락은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썼지만, 시즌 2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제작진은 어떻게 해서든 '시즌2에서는 반드시 원조가수를 탈락시키고 말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슈퍼 신인을 데리고 올 지, 룰을 좀 더 어렵게 바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시즌2에 출연할 가수들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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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이란 영화가 조용히 개봉했습니다. 아, 물론 주인공들이 '라디오 스타'에 출연도 했고, 유시민 전 장관이 공개적으로 추천한 영화입니다. '조용히'라고 얘기한 건 '아이언 맨', '전국노래자랑'이나 '스타 트렉'처럼 요란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뜨거운 안녕'이라는 제목을 보고 자니 리라는 옛날 가수를 떠올리려면 꽤나 아저씨여야 하겠지만, 이 영화는 1970년대 히트곡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원래 제목은 '불사조'였다고 합니다.

 

영화 '뜨거운 안녕'은 '인기 절정의 사고뭉치 아이돌 스타가 죽을 날만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한 호스피스에 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가정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가정에 굉장히 충실하게 사람을 웃기고 울립니다.

 

 

 

 

줄거리. 인기는 최고고 실력도 있지만 성질머리는 최악인 아이돌 록스타 충의(이홍기). 어느날 술집에서 사고를 치고 '당분간 자숙'하는 의미로 지방에 있는 한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겠다고 서약합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 직전부터 자신의 감독자인 다른 자원봉사자 안나(백진희)에게 정통으로 찍혀 버립니다. 험난한 병원 생활을 예감하고 한숨짓는 충의. 봉사고 뭐고 병원에서 도망쳐 잠수를 탈까 고민하는 그의 앞에 다른 환자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환자 주제에 자원봉사자에게 담배를 달라는 건달 출신 무성(마동석), 밤마다 병원을 빠져나가는 봉식(임원희), 대체 왜 병원에 있는지 의심스러운 어린 소녀 하은(전민서)... 충의는 외칩니다. "대체 이 병원 정체가 뭐야?"

 

 

 

 

호스피스(hospice)라는 개념이 한국에 상륙한지도 30년이 넘었고, 꽤 많은 병원들이 호스피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런 곳이 있다'는 곳 조차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호스피스란 말기암 등 불치병으로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한 환자들이 평온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정신적인 안정과 위안에 초점을 맞춘 병원을 말합니다.

 

충의군이 처음부터 호스피스의 개념을 머리에 담고 갔다면 큰 혼란이 없었겠지만 불행히도 그는 그런 걸 몰랐습니다. 그래서 어른이든 아이든, 병원 전체가 이미 가망 없는 환자들로 채워져 있다는 걸 알고 그는 꽤 큰 혼란에 빠집니다.

 

사실 이런 병원의 존재는 코미디 소재라기보다는 뭔가 음울하고 측은한 분위기일 것 같지만, 오히려 '뜨거운 안녕'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남택수 감독은 그 분위기를 영화의 소재로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떠돌이 악사가 조폭 출신에게 "그래, 쳐 봐라, 아주 죽여라. 뭐 제삿날 받아 놓은 놈이 뭐가 겁나겠냐?" 라는 식으로 함부로 대들 수 없겠죠.

 

오래 전의 못된 농담 중에 할아버지가 소방관과 싸우면 이기는 이유로 상대가 '물불을 안 가리는' 소방관이라도 '막 가는 인생'인 할아버지를 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입원 환자 전원이 '막 가는 인생'인 상황입니다. 시트콤 등 TV 예능 PD 출신인 남택수 감독에겐 이런 설정이 아주 편안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막 가는 인생들에게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늘 적자 투성이인 병원이죠. 그 병원을 지키기 위해 환자들이 뭔가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게 바로 밴드 '불사조'라는 설정입니다.

 

사실 충의는 '아이돌'이라고는 하지만 뮤지션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아이돌이라도 슈퍼주니어 멤버보다는 실제 이홍기의 모습인 FT아일랜드의 보컬에 충실한 설정입니다. 하긴 그래야 악기도 연주하고 곡도 쓰는 배경과 맞을 수밖에.

 

 

 

이홍기와 백진희가 담당한 영화의 비주얼은 상큼하고 쾌적합니다. 물론 연기력을 따진다면 둘 다 어느 정도 점수 이상은 아직 무리겠지만, 다행히도 '뜨거운 안녕'은 그리 심각한 수준까지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착한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을 울리기 위해 넣은 장면도 심각하게 정서적인 장애를 낳을 정도는 아닙니다.

 

 

 

대신 이 영화를 끌고 가는 중심 축은 마동석에게 가 있습니다. 얼마 전 백상예술대상에 신설된 남우조연상의 첫 수상자였던 마동석은 "연기상 수상자가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줍니다. 전직 조폭이지만 이제는 시한부 인생이 되어 '많이 착해진' 무성. 유난히 소시지에 탐닉하고 담배도 수시로 피워대는 무성이지만 그래도 말기암이라는 환경은 그의 마지막 동심을 끌어냅니다. 죽을 날이 되어서야 지나온 날들을 반성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한가지 희망을 제대로 들어 주지 않는 하느님을 원망하는 무성의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이 영화는 자신이 갖고 있는 웃음과 눈물의 70% 이상을 마동석에게 빚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를 차별화해주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음악의 존재. 어린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엄마 환자(심이영)에게 충의가 불러 주는 이문세의 '소녀'를 비롯해 영화 곳곳에 박혀 있는 노래들은 충분히 힐링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사실 시장에는 '무공해 영화' 혹은 '힐링 영화'를 표방하면서 지독하게 눈물 짜내기의 설정을 통해 보고 난 관객의 피로감을 더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런 영화들을 보다 보면 '뜨거운 안녕'은 오히려 지나치게 양심적인 영화가 아닐까 하는 느낌을 주는 작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도 깔끔하고 쾌적한 느낌, 인공 조미료를 지나치게 쓰지 않은 정갈한 산채 정식같은 느낌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짜 강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힐링 무비는 바로 이런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생활 주변을 돌아볼 때 힐링이 필요하다 싶은 분들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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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어사전] 이란 제목의 연재 두 번째입니다. 제목은 거창하지만 어쨌든 '난 TV도 안 보고 영화도 안 보고 돈만 벌지만 그래도 세상 트렌드를 웬만큼 따라잡고 싶다'는 분들을 위한 연재물입니다. (네. 의외로 그런 목적을 갖고 일주일에 한 시간, '개그콘서트'만 보는 분들이 있답니다.)

 

그리고 웬만큼 TV도 보고 영화도 보는 분들이 아 그렇구나 하고 보실만한 요소도 꽤 있습니다. 어쨌든 글이라는 게 읽어서 쓸모도 있어야 하지만 일단 재미가 있어야 끝까지 읽어 보겠죠.

 

이번에는 사극에 갑자기 많이 나오기 시작한 이씨 성의 외자 이름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바로 제목의 이호, 이순, 이도 같은 이름들이죠. 여기에 하나 더 붙으면 TV를 잘 안 보시는 분들도 아 이게 그거구나 하고 느끼시게 됩니다. 바로 '이산' 이죠. 조선 왕들의 이름입니다.

 

 

 

 

문화어 사전(2)

  

이호, 이순 [인명]

이호(李岵)는 각각 드라마 천명: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에서 임슬옹의 역할, 이순(李焞)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유아인의 역할 이름이다. 모르면 낯설게 들리지만 사실은 각각 조선 인종과 숙종의 본명이다.

 

자주 쓰지 않아 잘 모를 뿐이지 왕들도 이름이 있었다. 다들 태조 이성계의 후손이니 성은 당연히 이씨. 개중엔 양녕대군은 이름이 이양녕이고 영창대군은 이영창인줄 아는 분들도 있는데 군()이나 대군(大君)은 모두 따로 책봉을 받고 붙이는 호칭이다.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이야 워낙 임금이 되기 전에도 유명인사였으니 친숙하지만, 그 후손 왕들의 본명이 드라마에 나오는 건 새로운 유행이다. 그 전까지는 소설과 영화 영원한 제국에서 노론 대신들이 홍재(弘齋)는 폭군이오!”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홍재는 홍재전서에서도 알 수 있듯 정조의 호().

 

 

왕의 이름을 쓰는 새 유행은 누가 뭐래도 2007년작 이산()’에서 시작됐다. 정조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이산은 생명의 위협을 받던 세손이 성군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 호평받았다. 이어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이도()라는 세종의 실명이 등장했다. 두 드라마에서의 이름 활용은 군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내는 데 신선하고 효과적이었다는 게 중론. 하지만 최근의 트렌디 사극에서 나오는 왕의 실명은 그냥 패션을 따른 것일 뿐 별반 목적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왜 왕들의 이름은 쉽고 편한 글자가 아니라 평생 가야 한번 볼까 말까 한 드문 글자로 되어 있는 걸까. 이유는 동아시아의 오랜 피휘(避諱) 원칙 때문이다. 피휘란 임금이나 조상의 이름에 포함된 글자를 존중의 뜻에서 아예 쓰지 않는 풍슴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당태종의 이름이 이세민(李世民)이었던 탓에 그 시대에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에서 자를 빼고 관음보살(觀音菩薩)로 고쳐 불렀고 그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물론 관음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만약 왕의 이름에 흔히 쓰이는 글자가 들어가면 백성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셈이었고, 따라서 왕손들은 모두 거의 쓰이지 않는 글자로 이름을 짓는 것이 관습이 됐다.

 

혹시 해를 품은 달의 이훤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해품달은 특정 왕을 모델로 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다. 숙종의 여섯째 아들로 연령군 이훤()이란 분이 있지만 조선시대에 이란 이름을 가진 왕은 없었다(물론 후백제에는 있었다). 

 

 

 

이양녕과 이영창은 너무 오버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정릉이 정조의 능이 아니냐고 생각했듯, 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내용입니다. 뭐 심지어 지금 방송되는 사극 중에는 인현왕후를 줄여 '인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걸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죠.

 

피휘는 기휘(忌諱)라고도 합니다. 휘(諱)라는 글자는 '꺼리다'라는 훈이 나오지만 그 자체로 '조상의 이름'이라는 뜻의 명사입니다. 그러니까 기휘나 피휘는 '꺼리고 피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름을 피하다'라는 뜻이죠.

 

피휘 때문에 빚어진 이상한 표기는 한둘이 아닙니다. 고구려 연개소문은 당나라 역사에는 천개소문이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나옵니다. 성인 연(淵)이 당태종의 아버지인 고조 이연의 이름 글자였기 때문에 뜻이 같은 천(泉)으로 바꾼 것이죠.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이 표기를 그대로 이용해 '천개소문'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니까 이연이나 이세민은 황제가 될 줄 모르고 지은 이름이기 때문에 흔한 글자를 이름으로 썼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많은 표기를 손대야 하는 민폐를 끼쳤습니다. 그래서 후대의 왕들은 어렵고 난해한 글자를 이름으로 쓴 것이죠. 그것도 외자로.^^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어떤 분이 후백제에 훤짜 들어가는 왕이 누구냐고 물으시던데 누구겠습니까. 견훤이죠.

 

알랑가몰라 [관용구]

한국어로 네가 알지 모를지 나는 모르지만(Wonder if you know)’라는 뜻. 싸이의 히트곡 젠틀맨의 후렴구에 등장하며 전 세계인들로부터 대체 저게 무슨 말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싸이는 한때 강남 스타일후속곡의 제목을 아싸라비아라고 붙일까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이 말이 아랍계 인구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지적(Ass+Arabia로 해석될 가능성)에 따라 포기했고, ‘알랑가몰라는 그 대체물이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선 영어로 ‘alangamola’라고 썼을 때 ‘gamo=이성간의 결합, la=감탄사이며, 그리고 가사의 ‘Mother Father Gentleman’아빠와 엄마가 모두 젠틀맨인 부부라는 뜻이기 때문에 젠틀맨은 전체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사탄의 노래라는 허황된 주장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젠틀맨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네 명의 노인이 바로 사탄(사탄의 별칭 중에는 old man이란 것도 있다)이며, 수가 넷인 것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파멸의 네 기사를 뜻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주장들이지만, 싸이의 퍼포먼스가 이래저래 엄숙주의자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주 오래 전에 KIA의 새 차 이름이 K-9이라는 데 대해 개와 관련된 다른 단어로 오인될 가능성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싸이는 한국인들에게 아무 의미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어떤 문화권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알랑가몰라나 묵시록적 해석, 혹은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을 가져다 붙이는 이상한 해석은 이제 지겨우시죠? 물론 싸이 말고도 많은 스타들이 겪고 있는 일인 만큼, 이런 걸 겪는게 오히려 '제대로 떴다'는 증표가 되기도 합니다.

 

 

영혼없는 [형용사]

용례: 그렇게 영혼없는 리액션만 남발하다간 오래 못 간다.

영어의 soulless를 그대로 번역했다고 해도 좋을 말. 단순히 영혼의 유체이탈을 가리킨다기 보다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건성인’, 방송이나 영화를 전제로 하면 대본에 있는 대로 할 뿐인정도의 의미가 정확하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 등을 통해 '영혼 없는 리액선...' 같은 자막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표현은 2008년 정권교체기의 한 고위 공무원이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 “관료에겐 영혼이 없다고 말한 이후 여기저기서 쓰이기 시작했다. 이 말은 곧 공무원은 (자기 주관보다는) 행정부의 국정 철학에 따라 일해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이를 두고 당시에도 영혼 없는 공무원은 떠나라는 등의 비판 여론이 거셌다. 유행에 민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곧바로 영혼 없는 진행’ ‘영혼 없는 리액션이란 말이 등장했다.

 

이 말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확산된 것은 올 연초, 배우 박보영의 매니저가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의 리얼리티에 대해 비판한 이후로 추정된다. 당시 김대표는 먹기 싫은 거 억지로 먹이고, 동물들 잡아서 근처에 풀어놓고 리액션의 영혼을 담는다고?”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이때부터 일반 직장의 회식 자리에서도 리액션의 영혼 유무가 이슈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살다 보니 영혼없는 리액션이라도 하는 편이 안 하는 편보단 사회생활에서 유리합니다. 물론 최고의 기술은 어떤 리액션도 영혼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기술은 태생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타고 나기 마련인데, 직장마다 한두명씩 '리액션의 여왕'들이 계십니다.

 

 

아무튼 최대한 리액션을 할 때에는 진심을 담아서. 군대에서 하듯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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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도시]. 한때 극장에 '느와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멋도 모르고 온갖 영화들이 따라 하던 표현입니다. 느와르(noir)란 검다는 뜻의 불어지만, 필름 느와르는 정작 프랑스와는 무관하고, 1950년대를 전후해 쏟아져 나오던 암흑가를 그린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더쉴 해밋을 비롯한 하드보일드 스릴러 문학의 거장들이 큰 영향을 미쳤죠.

 

이 필름 느와르가 긴 세월을 거쳐 1980년대 홍콩에서 한번 용트림을 합니다. 주윤발의 선글래스와 함께 '홍콩 느와르'가 아시아를 넘어 퀜틴 타란티노를 비롯한 미국/유럽의 오다쿠들까지 사로잡은 것이죠.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흘러 홍콩 느와르는 전설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이고, 외래어 표기도 '누아르'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그러는 사이 유위강 감독이 '흑사회'와 '무간도' 시리즈로 새로운 누아르 열풍을 일으켰고, 한국에서도 '비열한 거리',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신세계'가 나와 그 맥을 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TV에선 마침내 드라마 '무정도시'가 나왔습니다.

 

 

 

 

 

서울. 현대. 경찰 고위 간부 민홍기 국장(손창민)은 마약 조직과 조폭의 결합체인 거대 조직 저울파를 제거하기 위해 보스 저울(김병옥)에 대한 그물을 좁혀갑니다. 하지만 조직에 신분을 감추고 침투시켜 놓은 핵심 언더커버 요원이 살해되고 덫은 실패합니다.

 

경찰대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 검사를 지망했던 형민(형민)은 일선에서 마약 조직과 일전을 벌일 각오로 경찰에 돌아와 특설팀의 팀장을 맡습니다. 애인인 경미(고나은)는 그의 선택이 불만이지만 어쨌든 그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경미에겐 어려서부터 친동생처럼 함께 자란 보육원 출신의 동생 수민(남규리)이 있습니다.

 

한편 저울의 약을 내다 파는 하부 조직을 거느린 시현(정경호)은 통칭 '박사 아들'이라고 불리는 암흑가의 엘리트. 하지만 이익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는 저울과 마찰이 일고, 마침내 친형제같은 현수(윤현민)와 함께 암흑가의 패권을 노리는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1회를 온라인으로 미리 공개했습니다.

 

60분입니다. 한번 보시죠.

 

 

 

(선공개 영상과 실제 방송 1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일부 장면이 다를 수 있습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미리 고지된대로 '무정도시'는 '무간도' 풍의 언더커버 드라마입니다. 심지어 원제가 아예 '언더커버'였는데, 많은 시청자들이 '언더커버'라는 말을 듣고 '대체 언더커버가 무슨 뜻이냐'고 반문하는 통에 새로운 제목이 붙었다고 합니다.

 

(뭐 잘 아시겠지만 undercover는 잠복, 잠행, 또는 아예 신분을 감추고 벌이는 위장 침투 등을 가리키는 말이죠. 그런데 드라마 제목을 저렇게 하자니 "박명수 나오는 그 사장님 얘기 비슷한 거냐?"는 질문이.... <- 참고로 '언더커버 보스'에는 박명수가 출연하지 않습니다. 나레이션을 했을 뿐이죠.)

 

아무튼 이 드라마에 깊이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막상 드라마를 본 건 20일 제작발표회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일단 제가 처음 읽어 본 버전의 대본에 비해 훨씬 시청자 친화적으로 바뀐 부분은 참 마음이 놓였습니다. 

 

제가 읽어봤던 시점의 대본은 막이 오르면 곧바로 조직간의 치열한 전쟁 신이 시작됩니다. 바로 위에서 설명한 시현의 쿠데타죠.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이 쿠데타가 시작됐다면 대다수 시청자들은 누가 누구편인지 엄청나게 헷갈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는 수시로 시현의 뒷모습을 비춥니다. 어떤 때는 밤의 도시를 바라보는 모습을, 그리고 어떤 때는 길을 걷는 시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액션 스타치고는 그리 떡 벌어진 편이 아닌 정경호의 어깨가 이 장면에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빛나는 밤의 도시 전경. 그리고 그 도시를 모두 차지하고 말겠다는 남자의 야망. 하지만 뭔가 야망보다는 우수가 느껴지는 남자의 뒷모습.

 

 

 

 

 

1회에서 제작진이 가장 힘을 준 부분은 아무래도 지하보도에서 벌어지는 1대10 정도의 액션 신입니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의 좁은 복도 액션을 연상시키는 장면. 실제로 1대10 정도의 싸움이 가능하려면 배후를 차단할 수 있는 좁은 길이라야 가능할 겁니다. 한번에 한명씩 상대할 수 있으니까요.

 

이정효 감독이 한번 해 보고 싶었던 액션을 마음껏 구현한 듯한 느낌입니다.

 

 

 

 

반가운 얼굴 중 하나는 김병옥.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보디가드 역으로 눈길을 끌었던 바로 그 배우입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암흑가의 거물 저울 역을 맡아 마음껏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긴 드라마(20부작)다 보니 저울보다 더 지독한 최종 보스도 나중에 등장합니다만... 1회에 나오는 저울의 모습은 꽤 충격적.

 

 

 

아울러 이 드라마를 통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배우는 이재윤입니다.

 

얼마전 끝난 '야왕'에서 수애 오빠 역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 신예. 아직 신인 태가 가득하지만 버들가지같은 꽃미남형이 아니라 선이 굵은 남성미를 제대로 풍길 줄 아는 배우입니다. 일단 비주얼에선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분은 바로 이 분.

 

'청담동 살아요'에서 보신 분들은 그냥 인상만 나쁜 성형외과 의사로 기억하시겠지만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그야말로 악마의 친구 역으로 적나라한 악마성을 드러냈던 인물이죠.

 

이번 드라마에서도 당연히(?) 좋은 역은 아닙니다. 공포 그 자체라고나 할까요. 1회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앞으로의 활약이 매우 기대됩니다.

 

무정도시. 27일 월요일 밤 10시부터 제대로 시작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JTBC 홈페이지 jtbc.co.kr 를 방문하시면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중입니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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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다른 수많은 유명한 고전 문학 작품들이 그렇듯, [위대한 개츠비]는 실제로 읽은 사람에게나 읽지 않은 사람에게나, 어느 정도 일정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하얀 색 랄프 로렌 풍 수트로 대표되는 1920년대 풍 패션을 떠올립니다. 이건 당연히 레드포드가 주연한 1974년작 영화의 영향이겠죠.

 

그리고 참 의외였던 것은 많은 남자들이(그리고 심지어 많은 여성들도) 제이 개츠비를 한 여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이상적인 남자의 표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소설은 본질적으로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그려낸 이 유명한 인물은 한 여자에 대한 한 남자의 집요한 집착(^^)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단면을 섬세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즈 루어만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주인공으로 앞세워, 놀랍도록 완벽하게 원작의 정서를 재현해 내고 있습니다. 이건 누가 뭐래도, 원작과 원작자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에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줄거리.

 

1922년 뉴욕. 중서부 명문가 출신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아 뉴욕에서 성공하겠다고 결심한 예일대 출신의 닉 캐러웨이(토비 맥과이어)는 8촌 여동생 데이지(캐리 멀리건)와 그 남편이며 자신의 대학 동창이자 대부호 가문의 후계자인 톰(조엘 에저튼)을 방문합니다. 거기서 여성 골프 선수인 조던 베이커(엘리자베스 드비키)로부터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남자 이야기를 듣습니다.

 

닉이 알게 된 옆집 남자 개츠비는 '엄청난 저택의 주인이며 뭘로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지만 주말마다 수백명을 불러다 파티를 여는' 신비한 남자. 어느날 닉에게 개츠비의 파티 초대장이 전달됩니다. 파티장에서 닉은 조던과 재회하고, 신비의 인물 개츠비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놀랍니다.

 

그리고 닉에게 계속 호의를 베풀던 개츠비는 어느날 예기치 못한 부탁을 해 옵니다.

 

 

 

 

이 이야기를 단순히 데이지를 향한 사랑에 일평생을 바친 제이 개츠비의 이야기로만 보는 것은 너무 협소한 시각입니다. 일단은 조금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개츠비와 스콧 피츠제럴드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1920년대라는 시점에 대해 어느 정도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919년 내려진 금주법에 의해 공식적으로 술을 사고 팔지 못하게 된 시대. 그렇다고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술을 마시지 않을 리는 없으니 엄청난 밀주 조직과 비밀 클럽, 사설 파티가 유행하게 됩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위선을 강요하다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이 몰락하고, 경로가 확실치 않은 자금이 투기에 사용되며 경제적으로는 대단히 풍요로운 시대가 됩니다.

 

풍요를 바탕으로 문화적으로는 재즈가 대중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듀크 엘링턴과 루이 암스트롱의 시대, 즉 뒷날 재즈 에이지 Jazz Age라고 불리게 되는 시대인 것이죠. 아울러 플래퍼 Flapper의 등장과 함께 여권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런 시대에 등장한 개츠비는 전통적인 '미국의 질서'에 대한 도전입니다. 전통적인 세습 명문가 출신이 아닌 갑부. 그런 개츠비에게 데이지를 빼앗길 수 없다는 톰의 분노는 기존 주류 사회의 집단적 반발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반대로 은근히 개츠비를 응원하는 닉의 시선 역시 우연의 소산은 아니죠. 도덕적 리더십을 잃은 세습 부유층의 이기적인 행태를 바라보는 피츠제럴드의 시선이기도 합니다.

 

(물론 피츠제럴드 본인의 경험이 깔려 있죠.)

 

 

 

 

사실 개츠비며 데이지는 모두 그 시대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들입니다.

 

개츠비는 20세기 이후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교육/문화의 측면에서 상류층과 격차를 좁힌 젊은 세대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적 격차를 극복하는 것은 그와 전혀 다른 차원의 장벽이라는 것이죠. 이런 시각에서 보면 데이지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성공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의 상징인 셈입니다.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스토커 적인 집착(^^)을 단순히 '일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낭만적인 이야기'로 보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개츠비는 데이지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그 당시의 시점에서 자신이 데이지를 행복하게 해 줄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볼 때도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은 이건 순전히 '개츠비 혼자의 생각'이라는 점입니다. 산업 사회에서 많은 젊은 개츠비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데, 이때 어떤 여자들은 개츠비(부자가 되기 전의 가난한)를, 어떤 여자들은 톰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개츠비들은 여자에게 선택을 요구하기 이전, 스스로 '지금의 내 상태론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어. 가슴아프지만 지금은 내가 더 커야 해. 내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뒤 돌아와 말하겠어. 이제 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것이 절대적으로 자기 혼자의 생각인데 개츠비는 '당연히 데이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바로 '위대한 개츠비'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피츠제럴드의 개츠비 이후 수많은 개츠비들의 비극이 뒤를 따르는 것이죠.

 

(물론 '많은 여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능력이 없더라도 젊은 개츠비를 선택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개츠비의 판단은 실제로 정확했을 겁니다. 돈이 없으면 개츠비는 결국 마지막 순간에 비참하게 제외되고, 데이지는 어딘가에 있을 재력가 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겠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게 결과적으로 맞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순전히 '개츠비의 시선에서 내려진 판단'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일단 지금은 내가 더 커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개츠비에게 '미래의 어느 시점에 데이지를 되찾을' 기회가 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살아 보시면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걸 아시게 됩니다.

 

(네. 이렇게 해서 많은 개츠비들이 과거의 데이지들을 '건축학 개론'의 수지로 만드는 겁니다. 바로 '쌍년'으로 말이죠.)

 

그런데 스콧 피츠제럴드의 개츠비는 그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나로부터 그녀를 앗아간' 그 남자보다 훨씬 더 큰 재산과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 남자. 그럼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문제는 그가 생각하는 그 '절대적인 사랑'이 과연 얼마나 진짜 사랑이냐는 데 있습니다.

 

 

 

 

개츠비에게 있어 데이지는 사랑하는 여자의 수준을 넘은 '전 인생에 대한 보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라도 톰을 사랑한 적이 있어선 안 되는', 그러니까 '완벽하게 나만의 것'인 존재여야 하는 거죠.

 

당연히 그렇기 때문에 '한 여자를 만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뿌려 가며 주말마다 초대형 파티를 여는' 광기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건 돈만 많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바즈 루어만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갖고 있는 그런 함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루어만의 특기인 비현실적인 과장의 미학이 바로 이런 개츠비의 허세와 아주 좋은 궁합을 보이고 있다고 할까요.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호오가 엇갈린다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그건 루어만의 원작에 대한 애정과 원작자에 대한 존경에 대해 관객이 어느 정도 공감하느냐에 달린 거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부분은 이 리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원작과 원작자이기 때문에, 저는 그 의도를 잘 살렸다고 보여지는 이 루어만의 영화에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까지 반드시 그렇게 느낄 거란 보장은 없겠죠.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절대적인 강추. 놓쳐서는 안 될 영화입니다. (그런데 3D로 봐야 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P.S.1. 울프심 역을 맡은 아미타브 바흐찬은 인도 영화계의 절대적인 스타. 한때 '세계 최고의 미녀'로 불렸던 인도 여신 아이슈와라 라이의 시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사실 원작에 개츠비가 미남이란 얘기는 없죠.

 

그래도 레드포드가 낫냐, 디카프리오가 낫냐 하는 얘기는 무의미한 듯.

(답이 너무 뻔한 거 아닌가요.)

 

 

 

 

P.S.2. 패션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1920년대, 재즈 에이지라 불리는 시대의 스타일을 보는 재미도 물론 빼놓을 수 없겠죠.

 

 

 

 

 

P.S.3.  많은 분들이 화려한 음악 - 감독이 바즈 루어만이니 이건 너무나 당연 - 을 얘기합니다. 그 중에서 한 곡, 위의 파티 장면에서 화려하게 편곡되어 등장하는 조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가 이 시대를 상징하는 명곡인 건 맞는데, 사실 이 곡의 발표 시점은 1924년입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 설정이 1922년이니 역사 왜곡인 셈이죠. (아, 물론 비욘세의 Crazy in love도 나오지만 그건 그냥 패스.^^)

 

P.S.4. 원작에서든 영화에서든, 개츠비와 닉이 처음 대화를 트게 되는 계기는 군대 얘기였는데, 원작과 영화에서 표현되는 소속 부대가 다릅니다. 루어만은 왜 부대를 바꿨을까요?

 

P.S.5. 많은 분들이 "대사를 글자로 화면에 띄우는 건 너무 오바 아니냐"는 지적을 하시더군요. 이건 아무래도 '자, 재미있지? 원작 읽어보고 싶지? 원작 사서 읽어'라는 루어만의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만치 루어만이 원작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이 크다는 뜻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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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도시]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물론 아직 잘 모르실 겁니다. 방송에 나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JTBC 드라마고, 오는 27일 오후 9시 50분에 첫 방송이 나갑니다. 주인공은 정경호-남규리, 한국 TV 드라마에서 흔히 보지 못한 본격 느와르 드라마입니다. 아무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상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김남길 손예진. 박찬홍(연출)-김지우(극본) 콤비의 작품입니다(JTBC 개국작인 '발효가족' 팀이죠). 같은 27일 밤 10시에 시작합니다. 드라마의 지명도나 방송사의 힘에서 영 딸립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별 짓을 다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드라마를 알리기 위해 한 이벤트 중에서는 아마 가장 규모가 큰 '이상한 짓'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5월13일. 명동에 이상한 아저씨들이 우글우글 모였습니다. 장소는 명동의 한 중심인 명동예술극장 사거리. 명동예술극장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메이지좌(明治座)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던 고급 문화 공간으로 한때 국립극장으로 사용된 적도 있습니다. 이후 다른 용도로 쓰인 적도 있었으나 2009년 과거의 모습을 되찾고 극장으로 복원된 유서깊은 공간입니다.

 

(네. 명동예술극장에서 도와주신 게 많아 이 정도는 해야 합니다.^^)

 

 

 

 

명동예술극장 앞 작은 사거리에 한 패는 명동성당 쪽에서, 다른 패는 명동 전철역 쪽에서, 또 다른 패는 롯데백화점 건너편 쪽에서 진입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매우 불량해 보이는 패거리인데다 검정 양복 차림이라 한 눈에도 뭐하는 사람들인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사거리 앞에 모이더니 대뜸 대거리를 시작합니다. 금방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듯 합니다.

 

 

 

 

 

 

시비가 몇번 오가더니,

 

가장 인상이 나쁜 빨간 띠 편에서 먼저 외칩니다. "안되겠다, 얘들아! 쳐라!"

 

똘마니들이 일제히 함성을 올리며 돌진합니다. 그런데 무기가 좀...

 

 

 

 

네. 총천연색 물총입니다.

 

 

 

 

 

 

 

 

현장 영상입니다.

 

 

 

 

구경하던 관광객들만 신났습니다.

 

 

 

물총 싸움이 한참 벌어지다 사이렌이 울리고, 명동예술극장 벽면에서 현수막이 내려옵니다.

 

 

 

 

 

그리고 마이크를 들고 깜짝 등장한 남자.

 

바로 이재윤입니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야왕'에서 수애의 오빠 역으로 지명도를 높였죠.

 

실물로 보니 엄청 건장합니다.

 

 

 

 

"'무정도시'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는 이재윤의 인삿말로 이벤트는 끝.

 

그런데 뜻밖에 이재윤의 팬들이 엄청 많습니다. 이벤트가 끝나고도 이재윤은 한동안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건 일본에서 온 관광객 아주머니들. 대체 언제 이재윤을 보셨는지, 반가워서 펄쩍펄쩍 뜁니다.

 

모처럼 명동 나들이에 팬들의 반응이 좋아 이재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관광객들도 즐거워 하시고, 구경하는 사람 모두 좋아했던 한 폭의 이벤트였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취재해 주신 덕분에 검색어 순위에도 죽죽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편집한 영상이 나왔습니다.

 

 

 

 

이건 이재윤씨 팬들을 위한 보너스.

 

 

 

 

3분 정도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더랬습니다. 기획서를 썼다 찢기를 수십번. 마침내 이벤트의 틀이 마련됐고 수많은 장소를 물색하다가 결국 명동예술극장 앞 사거리가 선택됐습니다.

 

 

 

 

일단 명동예술극장에 현수막을 드리운다는 게 정상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더군요. 물리적으로 아예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쨌든 해결했습니다.

 

그 다음은 배우들. 제작비 절감을 위해 사전 리허설은 하지 못하고(ㅠㅠ), 대신 당일 새벽부터 여의도 공원에서 치열한 연습이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솔로대첩'이 이뤄졌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한 듯 웃던 배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조직의 일원이 되어 갔습니다. '우리 형님'이 '저쪽 형님'에게 학대를 당하자 나중에는 진심으로(?) 흥분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아무튼 행사가 무사히 끝나 다행. 그리고 이제 드라마가 잘 되는 게 남았습니다.

 

 

 

 

 

http://drama.jtbc.co.kr/moojeong/?cloc=jtbc|header|drama

 

현재 '무정도시' 홈페이지에서는 4개의 이벤트가 동시 진행중입니다.

 

입맛대로 골라잡으시면 푸짐한 상품이 쏟아집니다. 관심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조 아래 숫자 눌러 추천 한방만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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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은 '문화어 사전'이라는 새로운 칼럼을 모아두는 곳입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여기 있는 글도 '매거진M'에 들어가는 정기 연재물입니다.

 

아니 왜 헷갈리게 이거 썼다 저거 썼다 하는거냐고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사실 처음에는 한달에 한번 쓰는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실(응?) '10만원으로 즐기는 이달의 문화생활'을 쓰는게 당초의 목적이었는데 이 책이 격주간이 되더니 끝내 매주 나오는 주간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만원으로 즐기는 이달의 문화생활'을 매주 쓸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이달의 문화인물'이 나오고, 그 사이에 '문화어 사전'까지 나온 겁니다.

 

아무튼 취지는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어'라는 것은 예전에 배웠던 '북한의 표준어'라는 뜻이 아니고, '그때 그때 시점에서 대중문화를 즐기기 위해 이해해야 할 말의 정확한 의미'라는 뜻입니다.

 

 

 

 

 

그럼 어디에 쓸모가 있느냐. 간단합니다. '문화어 사전'만 꿰고 계시만 굳이 취미도 없는데 TV 열심히 보면서 트렌드 따라잡으려고 노력하실 필요 없습니다. 개콘 봐도 재미도 못 느끼는데 일부러 애써 보실 필요 없습니다. 드라마, 일부러 세상과 호흡하는 척 하려고 인내를 시험해 가며 보실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과의 화제에 뒤떨어질까봐 억지로 참고 영화 보실 필요 없습니다.

 

문화어 사전이 앞으론 다 해결해드립니다. 만사 OK.

 

(단, 이 칼럼의 마감이 좀 빨라서 - 책으로 나오기 2주 전 - 조금은 OUT OF DATE 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힘으로 어쩔 수 있는게 아니라서. ㅜㅜ 대신 다른 쪽으로 그런 약점을 커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쪽이라면 뭘 말하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아시잖습니까. 그걸로 최대한 얘깃거리를 뽑아낼 수 있게 도와드리는 거.^^ 그러니까 1970년대풍으로 광고 카피를 뽑자면

 

"문화어 사전만 있으면 당신은 대화가 두렵지 않다! 이것만 있으면 화제의 왕!"

 

그럼 시작합니다. (제목의 날짜는 작성 날짜입니다.)

 

 

문화어사전 0408

 

반인반수(半人半獸) [명사]

동물과 사람이 결합해 태어난 상상 속의 존재. 염색체 수가 다른 동물 사이에서는 교배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류가 알아내기 전의 존재들. 또 나쁜 시력에서 기원한 것이란 설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말 반, 사람 반인 명사수 켄타우로스는 페르시아 기병에 대한 공포심과 착시현상이 낳은 괴물이라는 것. 서양 전설 속 인어(人魚) 역시 해양 포유류인 듀공을 멀리서 잘못 본 사람들이 지어낸 것라고도 한다.

 

      (이게 정설이긴 한데 듀공의 생김새로 봐선 대체 뭘 보고 인어...;;)

 

최근 MBC 드라마 '구가의서'에서 이승기가 연기하는 최강치의 캐릭터가 반인반수로 설정되어 있어 자주 거론. 하지만 최강치는 다른 반인반수와 달리 외견상 동물적인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다, 포니테일형 헤어스타일 등이 일본 만화 주인공 이누야샤(犬夜叉)와 너무 닮았대서 논란이 인다. 참고로 이누야샤의 설정은 반인반수가 아니라 반인반요(半人半妖: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 아버지인 요괴의 영향으로 개 꼬리와 뾰족한 귀가 달려 있다.

 

이승기가 연기하는 최강치는 저 위 사진, 이누야샤는 이렇게 생긴 녀석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누야샤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이누야샤의 이복형인 셋쇼마루. 진정한 차도남 스타일...

 

 

 

나쁜사람 [명사]

잘못이 없는 사람을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핍박하는 사람’. 본래 넓은 의미에서 모든 종류의 비양심적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을 가리키지만, KBS 2TV ‘개그 콘서트나쁜 사람이후 한정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나쁜 사람은 경범죄로 체포된 범인(이상구)를 반장(유민상)을 비롯한 형사들이 엄하게 취조하지만 캐면 캘수록 범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드러나 결국 부하들이 울먹이며 반장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항의하고, 반장 역시 얘 빨리 풀어줘!”라고 절규하며 끝맺는 내용. 최근에는 직장에서 사소한 착각으로 부서장이 부서원을 야단치고, 야단 친 이유가 오해로 드러나면 나머지 부서원들이 부서장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부르는 광경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브라더 [명사]

범죄단체 조직원들이 친근한 동년배나 아랫사람을 부르는 호칭. 실제 나이 차이보다는 서열에 준한 호칭이다. 촌스러운 발음으로 친근감을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이므로 어이(으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자들은 은근히 마음에 둔 한두살 연하 남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발음. ‘브롸더까지는 괜찮으나 ər]로 발음하면 뭔 개수작이냐는 소리 듣기 딱 좋다. 가장 좋은 용례와 발음은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일부 사람들은 이 말의 어원을 기타노 다케시의 2000년작 영화 ‘Brother’에서 찾기도 하나, 이 영화에서는 자기보다 윗 서열의 조직원, 즉 일본어 아니키(형님)’의 동의어로 쓰였으므로 전혀 의미가 다르다. [주의사항: 이 일본 영화 제목을 너무 정확하게 부라자(ブラザ)’라고 읽으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브라더'의 한 장면. 일본에서 사고치고 미국으로 쫓겨 간 조직의 '형님'이 미국의 아주 찌질한 뒷골목 양아치들에게 '조직의 법도'를 가르치면서 큰형님 역할을 한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내용인데, 제법 재미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 영화 답지 않게 플롯이나 촬영이 지나치게 깔끔해서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하우스'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흑인 배우 오마 엡스가 '아니키!' 하면서 울먹이는 장면은 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파견직 [명사]

일은 A회사에서 하되 B회사의 소속으로 되어 있는 사람의 총칭. 월급은 대개 A회사에서 B회사에 지불하고, B회사가 소정의 수수료를 공제한 뒤 당사자에게 지급한다. 일본에서는 평생고용의 신화가 무너진 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IMF 이후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실제 인력은 줄이지 않으면서 정규직을 줄이는 방안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전에 올라온 이유는 김혜수 주연 드라마 직장의 신때문. 현실에서 파견직의 99.9%는 참을성과 붙임성이 최고의 미덕이지만 김혜수가 연기하는 미스김은 복사기 수리에서 외국어 문서 작성, 중장비 운전에서 바리스타까지 못하는 게 없는 슈퍼 능력자다. 심지어 일본 드라마 원작인 파견의 품격(국내 방송 제목은 만능 사원 오오마에)’의 시노하라 료코는 헬리콥터까지 조종한다.

 

 

이 정도 능력자라면 1년에 6개월만 일하고 나머지 6개월은 스페인에서 휴식해도 뭐랄 사람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는 드라마. 2년 지나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하는 대다수 파견직의 한숨 앞에 자칫 이 드라마가 그거 봐, 스펙만 좋으면 저렇게 살 수 있잖아라는 어처구니없는 핀잔 거리로 쓰이지 않길 바람.

 

 

 

상남자 [명사]

한마디로 남자 중의 남자라는 뜻. 그러니까 천생 남자라는 뜻인데 흔히 천생천상으로 잘못 쓰다 보니 천상 남자에서 이 떨어져 나간 모양. 혹자는 ,,하 중에서 ()남자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별 설득력은 없음.

 

 

 

사용의 범위는 매우 넓다. 하정우나 엄태웅처럼 실제로 남자다움이 뚝뚝 떨어지는 인물들은 물론, 김범 장근석 같은 전형적인 꽃미남도 앳된 복근을 자랑하며 스스로 상남자라고 주장하곤 한다. 심지어 아빠 어디가에 나오는 성준(성동일 주니어)도 그 또래에서는 대표적인 상남자로 통한다.

 

아무튼 여자들에게 대체 어떤 남자가 상남자냐고 물어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시간 낭비다. 왜냐하면 그네들에게 상남자란 특정한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조지 클루니에서 조셉 고든 래빗까지, 그냥 내 마음에 드는 남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 용례로 느끼남이란 명사가 있음. 이건 그냥 내 마음에 안 드는 남자라는 뜻.) <끝>

 

그러니까 여자분들은 그 시대에 인기 있는 남자의 타입을 가리키는 말(예를 들어 위버섹슈얼, 꽃미남, 상남자 등등)의 원래 의미가 뭐건, 자기 눈에 멋져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그 카테고리에 든다고 주장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게 이상하다는 걸 그 자신만 모를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상남자' 항목에 장근석이나 김현중을 넣거나, '꽃미남' 항목에 에드워드 노튼을 넣거나 하면서 그 자신은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남자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하면 흔히 이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남: 여자들은 느끼한 타입을 좋아하지?

여: 누가 그래? 느끼한 남자 다 싫어해.

남: 좋아하더만.

여: 예를 들면 누구?

남: 조지 클루니도 그렇고...

여: 조지 클루니가 뭐가 느끼해!

 

결론: 그러니 여자분들과 대화를 하는 남자분들은 '대체 니가 생각하는 상남자의 정의가 뭐야?' 따위의 질문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것만 잘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첫회는 여기까지. 역시 써놓고 한달 지나니 좀 시대에 뒤지는 느낌도 있군요. 다음번엔 좀 더 앞당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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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하루가 다르게 전세계적인 인기곡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강남스타일'에 이은 2연속 히트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미 온라인은 해외의 형제자매(?)들이 만든 패러디로 가득합니다.

 

특이한 건 '강남스타일' 때와는 달리, 멜로디와 비디오를 살려 두고 가사는 자국어로 변환한 패러디들이 '젠틀맨' 발표 직후부터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남스타일' 때에는 한참 뒤에 등장했던 현상이죠. 이미 '강남스타일'을 통해 '어떻게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갖고 놀지'에 대한 학습이 끝났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싸이의 노래가 세계적인 인기곡, 싸이가 세계적인 팝스타로 거듭나기 위해 또 하나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싸이의 악마설', 그리고 '싸이의 노래에 악마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는 주장들입니다.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악마적 메시지(Satanic Message)가 들어있다는 주장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제목의 '젠틀맨' 자체가 영어권에서 악마를 상징하는 호칭 중 하나이며, 초반에 등장하는 네 명의 노신사가 이른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4기사를 상징한다는 주장입니다. 아시다시피 요한계시록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의 심판이 어떻게 내려지는가에 대한 내용이고, 그 종말의 과정에서 네 명의 기사가 지상에 등장합니다. 네 기사는 백,적,흑,청의 4색을 갖고 있으며 각각 정복, 전쟁, 기근, 죽음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활당무계하기 짝이 없지만, 뭐 그렇게 주장하시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20세기도 아닌 21세기에 '문화제국주의 첨병'이라는(이게 대체 언제적에 써먹던 얘기야...) 유령같은 논리로 싸이를 욕하는 무슨 교수님도 계신데 이 정도로 뭐랄 수 있겠습니까.

 

 

 

 

최근에는 또 이 노래의 후렴구인 '알랑가몰라'에 대해서도 해괴한 해석이 등장했습니다. 이를테면 alangamola를 쪼개서 alang(=a band), gamo(=coupling), la(=ah! 같은 감탄사) 이기 때문에 이 말이 '음란한 결합에 대한 찬사' 혹은 '동성애에 대한 옹호'를 뜻한다는 겁니다.

 

참 생각도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사실 근거는 전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일단 monogamy같은 현대어에서 보듯 gamo가 결혼이나 성적인 결합을 뜻하는 어근인 것은 맞고, la라는 단어도 실제로 있지만 alang이 a band(띠)를 상징한다는 것은 어디서 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저 부분들이 모두 저 뜻이라 해도 저런 해석은 견강부회일 뿐입니다.

 

사실 싸이에 대한 이런 기괴한 해석은 '강남스타일' 때 이미 시작됐습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각종 악마의 행위들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동영상.

 

 

 

 

싸이와 말의 관계... 등은 참 상상력이 흥미롭기도 하군요.

 

뭐 비슷한 게 많습니다. 싸이가 비밀결사 일루미나티의 악마적인 상징들을 뮤직비디오에 끼워넣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놀랄 게 없습니다. 웬만한 영화에 다 나오기 때문입니다.

 

저런 식의 주장을 하는 분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들끓었습니다.

 

 

 

 

왜 이런 주장이 자주 등장하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분들이 심심하기 때문  이런 분들은 이미 할리우드와 미국 대중문화계가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의 손에 장악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은 수시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내보내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경계를 무디게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도 한때 널리 퍼졌던 레이디가가 사탄설을 기억하실 겁니다.

 

 

 

저 뿔이 진짜 뿔이라는 주장부터... '팝음악에 나타난 사탄의 역사'라는 괴서를 한번 읽어 보시면, 사람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이 생깁니다.

 

이런 류의 주장은 끝이 없습니다. 폴 매카트니는 이미 60년대에 죽었는데 비틀즈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음모 때문에 지금까지 누군가가 대역을 맡고 있다는 주장.

 

 

 

반면 이미 죽은 엘비스는 지금도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목격되고 있다는 주장. 일각에서는 노인이 된 엘비스를 목격했다고도 하지만 또다른 일각에선 그가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기 때문에 영원이 젊은 모습이라고도 하죠. 그런 얘기가 싸구려 신문에 버젓이 실리기도 합니다.

 

 

 

싸이에 대한 음모설, 혹은 싸이의 악마설 등은 싸이 이전에도 수많은 팝스타들이 이미 딛고 지나간 자리일 뿐입니다. '***의 노래에 사탄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말에서 ***의 자리에는 우리가 아는 어떤 뮤지션을 넣어도 그 증거들이 인터넷에 넘쳐납니다. 비틀즈, 마이클 잭슨, 저스틴 비버까지 말 그대로 아무나 넣어도 됩니다. (심지어 사이먼 앤 가펑클을 넣어도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싸이의 노래에 악마의 메시지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아, 싸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팝스타가 된 거구나'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참 성장이 빠른 편이죠.

 

그리고 그런 얘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분이 있다면, 현재의 상황은 이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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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문화가이드] 이달부터는 가능한 한 빨리 안내를 제공합니다. 일단 책과 조율해서, 책에 이 칼럼이 매달 마지막 주, 그러니까 '5월 가이드'는 4월 마지막 주에 실리도록 조정했습니다.

 

매년 5월은 엄청난 행사의 폭풍이 밀어닥치는 때입니다. 미처 이 지면에 소개하지 못한 수많은 소/대형 공연이 쌓이는 시절이죠. 특히 올해는 지난번, 지지난번에도 소개드렸듯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라 관련 공연/콘서트/행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 4월26일에는 서울시향이 콘체르탄테 형식(이게 뭔지는 아래 칼럼 참고)으로 베르디의 마지막 걸작으로 불리는 '오텔로'를 공연했습니다. 같은 시기, 오페라극장에서는 역시 베르디의 '돈 카를로'를 공연하고 있었죠.

 

정명훈의 '오텔로'는 유감없이 훌륭했습니다. 오텔로 역을 맡은 테너 그레고리 쿤드의 연기력은 정말 발군이더군요. 물론 오텔로가 갖고 있는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은 위대한 장군'의 모습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배신당해 비탄에 빠진 남편'이라는 두 모습 중 앞쪽의 표현에는 좀 아쉬움이 있었지만(특히 처음 등장하는 Esultate! 신에서 박력이 좀..), 후자 쪽의 연기는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에서 가장 빛을 발한 사람은 아무래도 이아고 역의 베이스 사무엘 윤(바로 위 사진)이었을 겁니다. 셰익스피어 원작 '오셀로'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역할인 이아고 역인 만큼 '오텔로' 역시 이아고의 연기력에 성패가 달린 작품이죠. 사무엘 윤은 그 역할을 넘치게 해 냈습니다. 왜 주변에도 있잖습니까.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는데, 워낙 마음이 꼬여서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자기도 망하고, 남도 망치는 그런 사람. 캐릭터 해석이 눈부셨습니다. 탄탄한 목소리는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레고리 쿤드, 사무엘 윤 등 26일 '오텔로'의 주요 출연진은 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베르디의 '레퀴엠' 공연에도 그대로 다시 등장합니다. 이건 아래 칼럼에선 소개하지 않았는데 올해의 추천 공연 중 하나죠. 별도 추천이라고 생각하고 시간 되시는 분들은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도 갑니다.)

 

그럼 이달의 추천, 시작합니다.

 

 

 

 

 

 

5월의 주제는 바그너.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2013년은 동갑내기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야. 시간과 돈만 해결된다면 올 여름 바이로이트로 날아가 한국인 베이스 전승현(Attila Jun)이 하겐 역으로 등장하는 니벨룽의 반지를 보고 싶지만 그건 이 칼럼의 영역은 아니지. 일단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두 개의 공연부터 살펴보자고.

 

첫째는 5 7일 열리는 서울시향의 바그너 특집 그레이트 시리즈 I(지휘 정명훈)’, 둘째는 522일 열리는 KBS교향악단의 바그너 콘체르탄테(지휘 카이 뢰리히)’. 전자는 지난 2월 예정됐던 공연인데 지휘자 정명훈의 허리 부상으로 연기된 거지.

 

공연 제목의 콘체르탄테(concertante)오페라 콘체르탄테를 줄여 쓴 것인데,  무대나 조명은 생략하고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가수들이 나와 노래로만 공연하는 오페라를 가리키는 말이야. 특히나 바그너 오페라는 무대를 구현하는 데 워낙 큰 돈이 들기 때문에,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하는 경우가 꽤 흔한 편이야. 서울시향도 지난해 역시 바그너 오페라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한 적이 있어.

 

아무튼 두 공연 모두 바그너의 대표적 기악곡으로 꼽히는 탄호이저서곡이나 신들의 황혼에 나오는 지그프리트의 죽음등을 빼놓지 않고 들을 수 있어. 그렇다면 가격을 비교해 보자고.

 

같은 공연장이니 A석끼리 비교하자면 KBS 교향악단은 5만원, 시향은 6만원. KBS 싸 보이지만 좌석배치도를 보면 또 다르지. KBS 쪽은 반드시 A석이라야 2층 사이드를 살 수 있고 B석은 모두 3층이지만 시향은 한 등급 아래인 B(3만원)을 사도 2층 사이드에 앉을 수 있어.

 

그러니까 정확한 비교는 KBS(A 5만원)와 시향(B 3만원) 사이에서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이 가격 차이가 바로 오페라 콘체르탄테의 가격이라고 해야겠지. ‘발퀴레의 줄거리를 이 짧은 지면에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날 공연되는 발퀴레1막은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통틀어 가장 로맨틱한 대목이라고 해도 좋아. 특히 지그문트의 아리아 겨울 바람은 우아한 달빛에 길을 열어 주고(Wintersturme wichen dem Wonnemond)’를 듣고 나면 바그너도 이런 서정적인 곡을 쓸 수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거야.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바그너 오페라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질 수도 있고.

 

 

골랐으면 그 다음엔 525,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완창 판소리, 임현빈의 강도근제 수궁가를 꼭 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 ‘아니 이제 판소리까지?’ 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토요일 오후, 한 네 시간 만 투자해 봐. 판소리라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나 하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거야.

 

단 공연장 앞에서 파는 가사집(2천원)은 꼭 사서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어. 아무래도 판소리 가사를 귀로만 듣고 이해하는 건 어려울 거야. 오페라 공연 처럼 무대 옆으로 자막을 넣어 주면 더 좋겠지만, 3월까지는 그런 서비스가 없었어. 그러니 가사집을 보면서 감상하는게 현명할 거라고 봐. 아무튼 재미있어. 믿어 봐.

 

 

오랜만에 전시. 리움 미술관에서 금은보화 미장센 전을 동시에 기획해 전시하고 있어. 전자는 삼한시대 이후 대한제국까지 우리 조상들이 금, 은과 옥, 수정, 호박 등 보석들을 이용해 만든 공예품의 정수를 보여줘. 글자 그대로 금은보화지. 저게 대체 시가로 따지면 얼마쯤 될까 생각하면서 보면 꽤 흥미로울 거야.

 

미장센 전은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사건들 속에서 한 장면에 집중해 연출 기법을 가미한 미술 작품들에 대한 전시야. 말로 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리움 홈페이지에서 설명을 읽으면 느낌이 올 거야. 아무튼 기획 전시 2개에다 상설 전시까지 모두 볼 수 있는 데이 패스(Day Pass) 13천원. 다 돌고 나면 퍽퍽한 다리와 함께 , 뭔가 문화적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냈구나하는 포만감에 절대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거야.

 

 

 

마지막으로 이달의 책 한 권.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가 쓴 심야치유식당이라는 책이 있어. 제목만 보고 이건 또 뭐야, 일본 만화 심야식당의 아류작인가?”하고 휙 던져 버릴 분도 있겠지만 한 챕터라도 읽어 보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 거야. 이미 꽤 알려져 시리즈 2권까지 나온 책이지만, 인생이 퍽퍽하고 고달프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겐 자못 실질적인 위안을 주는 책이야.

 

전직 정신과 의사인 철주가 노 사이드라는 바를 차리고, 병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을 갖고 있는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지. 읽다 보면 골치아픈 문제들이 서서히 씻겨 나가는 느낌이 들어. 그리고 저자인 하지현 박사가 술집을 내면 꼭 찾아가 보고 싶어져.

 

그럼 구경 잘 하고. 내달 말에 또 보자고.

 

 

서울시향, ‘그레이트 시리즈 I’(A 6만원, B 3만원)

KBS 교향악단, ‘바그너 콘체르탄테’(A 5만원)           1, 3만원~6만원

임현빈, ‘강도근제 수궁가완창                         2만원

리움 금은보화 전’ + ‘미장센 전                         13천원

하지현, ‘심야치유식당                                 13천원

 

합계                                                76천원~106천원 (끝)

 

 

이달은 참 풍성하고 가격대 성능비도 매우 높은 물건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흐뭇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두 개의 바그너 공연, 그리고 5월2일의 베르디 '레퀴엠' 공연을 한데 묶어서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겨울바람...'은 바그너의 가장 강력한 발라드 중 하나입니다. 혹자는 '바그너와 이런 달달한 사랑 노래는 어울리지 않아!'라고 하기도 하지만 '탄호이저'에 나오는 '저녁별의 노래'와 함께 '바그너도 발라드(?)를 작곡할 수 있다'는 증거로 보이는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존 비커스 풍의 다소 명징한 목소리가 이 노래의 이상에 더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위에 소개한 요나스 카우프만의 노래도 일품이죠.

 

그리고 처음에 소개한 전승현, 사무엘 윤 같은 베이스-바리톤 가수들은 서울대 연광철 교수를 비롯해 요즘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바그너 가수들입니다. 이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상식이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한국인 베이스가 없으면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을 치를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산 베이스의 성가가 높습니다.

 

요즘 '명 테너의 산지'는 전 세계로 흩어져 있지만 '발트해 연안 출신의 소프라노'와 '한국산 베이스'는 그야말로 믿고 쓰는 브랜드라고나 할까요.

 

연광철이 '파르지팔'의 구르네만츠 왕 역을 맡은 2012 바이로이트 실황입니다. 워낙 긴 영상인데 약 12분 쯤에 연교수님이 날개를 달고 첫 등장합니다.

 

 

 

(여담이지만 '파르지팔'의 메인 테마인 '성 금요일의 음악'은 아주 아주 오래 전 - 흑백 TV 시절 - MBC TV 뉴스 시그널로 쓰인 적이 있는데 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다음은 슈타츠호퍼의 '라인의 황금'에 거인(?) 파졸트 역으로 출연한 영상.

 

 

유명한 연교수님은 이쯤 해 두고, 베이스 전승현(Attila Jun)이 슈트트가르트에서 '발퀴레'에 출연한 영상입니다. 훈딩 역을 맡아 지글린데를 열심히 학대하고 있군요.

 

무대가 너무 미니멀해서 약간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만.^

 

 

 

이 전승현이 올해는 바이로이트에서 '신들의 황혼'의 하겐 역을 맡게 됐다고 합니다.

 

강렬한 카리스마의 하겐(어쩌면 '신들의 황혼'에서는 지그프리트보다 중요한 역으로 보이기도 하는) 역은 전 세계의 베이스 가수들에겐 꿈의 역할입니다. 물론 훌륭한 선배들이 이미 길을 닦아 놓은 역할이기도 하죠.

 

역시 한국인 베이스 강병운(Phillip Kang)이 하겐 역을 맡은 1992년 바이로이트 실황. 개인적으로 이 오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Hoi Ho 신입니다.

 

 

 

사무엘 윤은 직접 눈으로 보시도록 하고^^.

 

좋은 공연이 넘쳐나지만 빠뜨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 바로 완창 판소리 공연입니다.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비싸지도 않습니다. 2만원인데다 심지어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 가입만 해도 20% 할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연의 만족도는 최강입니다.

 

2천원짜리 가사집(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흥보가 사설이 들어 있습니다) 하나만 사시면 대비는 끝. 이걸 무시하고 자신의 귀만 믿으면 그건 판소리를 절반만 즐기겠다는 뜻이 됩니다. 분명히 한국어 공연이지만, 고사성어와 약간의 고어가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에 귀만으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에 성창순 명창과 제자들의 공연으로 '심청가'를 봤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여태 모르고 있었나 매우 아쉬웠습니다. 특히나 올해 우리 나이로 여든을 맞으신 성창순 명창의 관록과 재미는 명불허전. 이런 양반들이 나이드시는 게 진정으로 안타깝더군요.

 

마지막으로 '심야치유식당'. 어렵거나 시간 걸려 읽을 책이 아닙니다. 요즘 저자 하지현 박사는 민음사에서 나온 주력상품 '예능력' 홍보에 여념이 없지만 그래도 아직 대표작은 '심야치유식당'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나 정말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느낌.

 

'심야치유식당'이 마음에 드시면,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 되시면 '예능력'에도 관심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5월의 추천은 여기까지. 혹시라도 이 란의 추천때문에 보시고 만족하신 공연이나 볼거리가 있으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그런게 글 쓰는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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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3], 개인적으로 가장 기다렸던 슈퍼히어로 무비입니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극장판을 전제로 생각할 때 제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영웅은 아이언 맨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존 파브로의 유머러스한 연출이 큰 역할을 했던 듯 합니다.

 

이번 '아이언맨3'는 처음으로 존 파브로가 감독하지 않은 시리즈입니다. 그래서 약간의 불안감도 갖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어진 속편입니다. 히트작의 속편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툭툭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3편 이상 상승세를 이어가는 시리즈가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세 편도 쉽지 않죠.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합니다. 지금까지 '아이언맨' 시리즈를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강추.

 

그런 면에서 '아이언맨3'는 '믿고 쓰는 아이언맨 표'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입니다. 대다수 기존 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에선 반발도 있더군요. 한 쪽은 '어벤저스'의 지나친 개입이 기존 아이언맨 시리즈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 또 한 쪽은 어설픈 배트맨 흉내가 아이언맨의 정체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간단한 줄거리.

 

스토리는 '어벤저스'에서 바로 이어집니다. 뉴욕에서 죽음 직전까지 갔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의 저변에는, '과연 아이언 맨 수트를 입지 않은 나는 대체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악당 만다린(벤 킹슬리)이 등장해 전 세계를 위협하고, 미국 정부는 로드 대령에게 아이언맨 개량 수트를 입힌 뒤 새로운 슈퍼히어로 '아이언 패트리어트'라고 홍보하기 시작합니다.

 

한편으론 새로운 싱크탱크의 주역 킬리언(가이 피어스)이 뇌의 특정 구역에 화학물질을 투입해 인간의 형질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를 가져와 스타크 컴패니와의 협업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스타크 사의 경영자인 페퍼 포츠(기네스 팰트로)는 자칫 인간을 무기화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에 협조를 거절합니다.

 

 

 

 

'아이언맨3'는 여러 가지로 시리즈의 전환점이 되는 영화입니다. 우선 아이언맨이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 다양한 주인공들과 공조해서 액션의 규모가 전 우주적으로 확대된 '어벤저스' 이후 처음 나오는 시리즈입니다. '우주의 괴물들'과 싸우다 온 수준의 아이언맨이 다시 지구 수준의 악당들과 싸워야 한다면, 왠지 갑자기 적이 왜소해 진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드래곤볼로 치자면 셀과 싸우다 갑자기 다시 피콜로와 싸워야 한다는 수준으로 설정이 축소된다면 누가 봐도 어색하겠죠.

 

하지만 슈퍼맨도 아닌 아이언맨이 갑자기 범 우주적인 적들을 맞아 싸울 수도 없는 일이니 제작진은 머리를 쥐어 짤 수 밖에.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 집필진도 싹 바뀌고, 감독도 셰인 블랙으로 교체됩니다. 1,2편의 감독 존 파브로는 이번엔 그냥 해피 역으로 연기에 전념하게 됐습니다. 감독 겸 연출을 맡던 배우가 같은 시리즈에서 감독을 그만두고 배우로만 남게 되는 것 역시 드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일단 악당들이 엄청나게 강력해졌습니다. 약물을 이용해 인간을 강화하는 익스트리미스를 사용하면 인간 개개인이 별다른 장비 없이도 아이언맨을 맞아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해집니다.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킬 정도죠.

 

(솔직히 아무리 인체를 강화한다 해도, 맨주먹으로 강철 인간을 상대한다는 건 일단 피부가 배겨내지 못할 일이지만 '아이언맨3'는 그런 건 간단히 무시해버립니다. 하긴 뭐 맨손으로 탱크를 때려부수는 헐크도 있다고 하면 그만인가요... 아무튼 '아이언맨3'의 세계에서 아이언맨은 별다른 슈퍼히어로도 아닙니다. 익스트리미스 강화 인간과 1:1로 싸우는 것도 힘겨워 보일 정도.)

 

여기에 하나 더 보태면, 평소 고민 안 하기로 유명한 토니 스타크가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어벤저스'의 연장선에서라면 논리상으론 충분히 그럴 법 합니다. 다른 슈퍼히어로들은 어쨌든 자신들에게 내재된 능력을 통해 자신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아이언맨은 다르죠. 수트가 그의 아이덴티티이기 때문입니다.

 

그 고민이 중요하다보니 '아이언맨3'는 전작들에 비해 토니 스타크의 맨손 활약이 훨씬 많은 작품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해서 말하자면 이 영화는 '아이언맨3'인 동시에 '토니 스타크1'인 셈이죠.

 

 

 

 

 

과연 이게 관객들에겐 어떻게 여겨질까요. 1,2편의 팬들에게라면 3편은 위에 든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이단적입니다. 고민이라는 걸 할 이유가 없는 캐릭터인 토니 스타크가 심각한 표정이라니. 이건 팬들에 대한 배신이죠.

 

물론 원작 팬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얘기하는 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통해 구현된 스크린 상의 '아이언 맨' 시리즈를 말하는 겁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미덕은 '관객을 걱정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나치게 대의명분에 집착하는 슈퍼맨이나, 안 그래도 심각한데 크리스토퍼 놀란 이후 더 심각해진 배트맨과는 다른 면이죠. '마스크 속에 있는 나와 마스크를 통해 표현되는 나' 사이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건 배트맨으로 충분합니다. 굳이 '아이언 맨'을 보러 와서까지 그런 찌질궁상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아이언 맨' 시리즈가 '순수하게 시작했던 과학자들의 타락'이나 '새로운 인지 영역의 개발에는 그만한 책임과 도덕성이 따라야 함' 같은 교훈을 심는 도구로 변질되는 것 또한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토니 스타크는 일촉즉발의 시한폭탄 같은, 하지만 동기는 순수하고 판단은 나름 합리적인 그런 존재일 때가 매력적이지 인상을 쓰면서 윤리 강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은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언 맨3'는 약간 위태로운 부분이 있긴 했습니다만 전체적인 톤에서는 아직 '아이언 맨' 시리즈의 전통을 벗어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토니 스타크의 수다도 여전하고, 한마디 한마디가 함축적인 개그도 전과 같습니다. '어린이라고 봐 줄줄 아냐' 야말로 토니 스타크 스타일이죠.

 

결론적으로: '아이언 맨3'는 '어벤저' 이후 마블 코믹스의 각 시리즈들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그 이후 첫 결과를 보여줬다는 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사실 위에서 든 점들 처럼 약간 아슬아슬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만 합니다. 특히 지하에 잠자고 있던 다양한 형태의 아이언맨 수트들이 총동원되는 모습도 좋았구요.

 

다만 '좀 더 깊이 있어 보이기 위해' 자꾸만 아이언 맨을 배트맨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절대 사양입니다. 이런 시도는 시리즈의 성격을 아예 바꿔 버릴 여지가 있기 때문에 매우 우려됩니다. 원작 코믹스에는 아이언맨도 이런 고민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극장판 아이언 맨 시리즈'의 팬들은 자신들의 히어로가 같잖은 철학을 깔고 나오는 걸 원치 않을 겁니다. (아이언 맨이니까 鐵學일까요.^^)

 

 

 

 

 

P.S.1. 아무튼 마블 코믹스의 앞으로 나올 시리즈들은 '어벤저스'를 중심으로 모두 한 타임라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라는 유기적 관계를 보다 강화할 조짐입니다. '아이언맨 3'에서도 필요 이상으로 다른 히어로들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심지어 브루스 배너(헐크, 마크 러팔로)는 쿠키 영상에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쿠키 영상들에 비하면 굳이 볼 이유가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 끝나면 바로 극장을 뜨셔도 좋습니다.

 

 

 

P.S.2. 토니 스타크가 대머리 악당에게 한방을 먹인 뒤 'Did you like it'인가 'Did you get it'이라고 말한 뒤 이 악당을 'Westwolrd?'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마이클 크라이튼의 초기작인 영화 'Westworld'를 말하는 겁니다.

 

미래의 어느 시점, 성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과거 서부를 재현한 로봇 공원 'Westworld'가 개관되는데 갑자기 기계 이상으로 로봇들이 관광객들을 살육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왕년의 대머리 스타 율 브리너가 무표정한 총잡이 로봇으로 등장하죠(바로 위 사진). '아이언맨3'의 악역들은 이 웨스트월드나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적잖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 나오는 제임스 배지 데일이 약간 율 브리너와 닮은 듯도 하군요.

 

P.S.3. 담요(판초 대신^)로 몸을 감고 눈밭에서 아이언맨 수트를 끌고 가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은 어딘가 관을 끌고 가는 오리지널 '장고'의 모습을 연상시키더군요. 타란티노의 '장고'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 장면이.

 

P.S.4. 영화 내내 '크리스마스'를 강조하는 건 아마도 이 영화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되었어야 할 작품이라는 걸 강하게 암시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개봉이 5개월이나 늦어진 걸까요.

 

 

 

 

P.S.5. 알록달록한 아이앤 패트리어트. 어느 나라나 공무원들이 하는 짓은 다 비슷하더라는 고급 유머.

 

P.S.6. 이 글 제목은 당연히 황석영 선생의 북한 방문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의 패러디입니다. 거기선 좋은 제목이었지만, '아이언 맨' 시리즈에까지 이런 식의 식상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미로 써 봤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타이타닉'의 마지막 시퀀스가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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