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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 돌아와 복수하는 이야기, 참 많고도 많습니다. 특히 한국 안방극장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꽤 많이 인기를 누렸습니다. 다들 잘 아시는 '점 하나 찍고'의 원조인 '아내의 유혹' 이후 특히 많아졌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JTBC '가시꽃'도 그런 유형의 드라마입니다. 억울하게 모든 것을 빼앗긴 여자가 죽음을 가장하고 기회를 노린 다음, 새롭게 태어나 돌아와서 자신을 망가뜨린 사람들에게 복수한다... 많이 듣던 얘기긴 합니다.

 

물론 '아내의 유혹'이 이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의 원조라고 보기에 '아내의 유혹'은 참 젊은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의 원형을 살펴보려면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 합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복수 이야기, 특히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 돌아와 벌이는 복수 이야기의 고전은 뭐니뭐니해도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빼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 작품이 쓰여진 것이 1845년이고 보면 그 전이라고 이런 이야기가 없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작품의 지명도나 완성도, 대표성 등을 고려할 때 '원조'라는 이름을 가질만 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이 남자라는 점. 여자의 복수 이야기도 장화홍련전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널렸지만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귀신이 주인공이면 안 될 듯한 분위기입니다.

 

(물론 웃자는 얘기지만, 시각을 좀 돌려 보면 셰익스피어의 '헛 소동'이 살짝 떠오르기도 합니다. 여주인공 히어로가 행실이 나쁘다는 모함을 받아 결혼이 깨지고, 히어로가 죽음을 가장한 뒤 진실이 밝혀지자 히어로의 아버지는 남자들에게 '내 딸은 이미 죽었지만 똑같이 생긴 조카딸이 있는데 그 아이와 결혼하라'고 하죠. ...네. 사실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죽은 여자가 돌아오는' 상황은 아마도 '헛 소동'이 원조일 것 같다는 얘기.)

 

그러다 문득 한 후배가 "선배, 혹시 예전에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 돌아와서 잘나가는 모델로 변신해 복수하는 외국 드라마 본 기억 나지 않아요?"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앗.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날듯 말듯. 남편이 아내를 악어 밥으로 던졌는데 여자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성형수술로 더욱 미인이 되어 복수하는....?

 

그래서 찾아냈습니다. 바로 '에덴으로 돌아오다'.

 

 

 

1983년작 호주 드라마 '에덴으로 돌아오다(Return to Eden)'는 이런 내용입니다.

 

부유한 40세 여성 스테파니(레베카 질링)는 유명 테니스 선수이자 미남인 그렉(제임스 레인)과 결혼, 온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 찬 상태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렉의 진짜 연인은 스테파니의 절친인 질리(웬디 휴즈). 세 사람은 늪지대로 여행을 떠나고, 배 위에서 악어를 바라보며 스테파니가 탄성을 지르고 있을 때 그렉은 스테파니를 뒤에서 밀어 버립니다. 악어 밥을 만들어 버리고자 한 거죠.

 

그렉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스테파니를 향해 총을 겨눕니다. 악어가 시원찮으면 구하기 위해 악어를 쏘다가 실수로 스테파니를 맞혔다고 하려고 했던 듯. 하지만 악어는 생각보다 효과적으로 스테파니를 공격하고, 피투성이가 된 스테파니는 조용히 물 속으로 사라집니다. 어쩔 줄 모르는 질리를 한 팔로 제지하며 지는 해를 향해 총 한방을 쏘는 냉혹한 그렉.

 

(이 장면은 위 동영상 27분30초 지점부터 꽤 실감나게 나옵니다.)

 

 

 

 

"말도 안 돼! 악어한테 저렇게 물려 가서 살아났다고?" 라고 화내실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악어의 평소 습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악어는 일단 잡은 먹이를 그 자리에서 토막낸다거나 하지 않고, 일단 물속으로 끌어들인 뒤 익사시키는 쪽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엔 바로 먹지 않고 물 속의 수초 줄기나 돌 틈에 끼워 '저장'해 두기도 한다는군요. 그러니 '저장'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스테파니가 살아 나올 가능성도 있는 셈이죠.

 

(어디까지나 가능성!)

 

 

1983년의 '미니시리즈(한국 미니시리즈는 16부가 기본이지만 70~80년대 영미권에서는 3~6회 정도의 연작 드라마를 미니시리즈라고 불렀습니다)' 판 '에덴으로 돌아오다'는 불과 딱 세편짜리 소품이었지만, 호주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만만찮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1986년에는 22부작의 정규 시리즈로 제작되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이 시리즈도 제목이 'Return to Eden'이라 혼동의 여지가 있습니다. '미니시리즈'라는 설명이 붙은 것이 원편.)

 

 

 

 

 

한국에서는 1989년 신년 특집으로 방송돼 상당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연히 여러 차례 앵콜 방송됐고, 얼마 뒤에는 '시드니 셸던 원작'의 소설이 발간되기도 했죠. 왜 ' '를 쳤느냐... 이유는 이 소설이 시드니 셀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놀랍지만 사실. 이 시절만 해도 한국이란 나라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수법이 통할 정도로 허술한 나라였다는 겁니다. (또는 그럴 정도로 시드니 셀던은 구매력 있는 작가였다든가.)

 

 

 

아무튼 결론.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 돌아와 복수하는 이야기'라는 장르에서 원조격인 작품을 찾으라면 이 '에덴으로 돌아오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음을 가장한 트릭은 샤론 스톤, 이자벨 아자니 주연 '디아볼릭'의 원작인 1955년작 프랑스 영화 'Les diaboliques'이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여자의 죽음이 소재가 아니라서 제외.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한국에서도 '아내의 유혹'이 인기를 얻었고, 현재는 '가시꽃'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유망한 신인에서 깜짝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은 세미(장신영). 하지만 세미에게 그 기회를 빼앗긴 유명 스타 지민(사희)은 복수를 다짐합니다. 세미는 재벌집 외동딸인 지민의 집 별장 관리인의 딸이었기 때문에 지민은 깨진 자존심에 몸을 떨었던 거죠.

 

그 별장에서 파티가 열리고, 세미는 술에 취한 지민의 오빠 혁민(강경준)에게 강간당할 위기에 놓입니다. 결국 혁민을 피해 달아나던 세미는 2층에서 추락해 식물인간이 되고, 혁민 일행을 저지하려던 세미의 아버지도 계단에서 밀려 떨어져 죽음을 맞습니다. 재벌 2세와 국회의원 아들 등으로 구성된 혁민의 일행 특성상 부모들은 모든 연줄을 동원해 사건을 무산시키고,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던 세미의 어머니도 사고를 위장해 살해합니다.

 

  (실제 드라마 장면과는 좀 다른, 장신영의 여유 컷)

 

남은 것은 식물인간이 된 세미. 일당은 세미마저 조용히 없애 후환을 없애려 하지만 세미는 깨어나고, 혁민/지민의 집안에 원한을 갖고 있는 남준(서도영)의 도움으로 복수를 준비합니다. 물론 집에 불을 질러 세미가 죽은 것으로 꾸미는 것은 필수. 그리고 7년 뒤, 세미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복수를 시작합니다.

 

 

 

 

...이런 어디서 살짝 본 듯한 스토리. 하지만 '가시꽃'은 스피디한 전개(어차피 다 짐작하실 만한 내용은 과감히 통과!)와 적절한 악역들의 배치(특히 악당 중에서도 잡초같은 3류 악당 백춘 역을 맡은 이철민씨가 압권입니다. 보신 분이라면 이해하실 듯...)로 놀라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방송 7회만에 시청률이 3배로 급상승중입니다. (아, 물론 출발점이 좀 낮긴 했죠.^^)

 

전형적인 복수극의 외양을 갖춘 '가시꽃'이 어느 정도까지 주부 시청층을 흡수할 지 개인적으로 참 궁금합니다.

 

(보너스는 1~7회까지의 하이라이트 요약. 이 정도면 지금부터 '가시꽃'을 보시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모든 주요 사건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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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도 많은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여유 넘치는 분들은 2월이면 리오데자네이루로 날아가 카니발의 삼바 구경을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보고 즐길 것들은 날로 넘쳐납니다.

 

12월, 1월에 이어 2월의 문화가이드입니다. 물론 예산 10만원은 1인 기준. 홀몸이 아닌 분들은 이 금액에 x2(아 물론 책은 돌려읽을 수 있으니 빼고) 하셔야 하니까 제법 부담이 되는 금액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애인은 깨져도 문화적 소양은 남는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뭐 전혀 위안이 안 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럼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2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2월은 다른 달보다 짧아. 그리고 전반적으로 모든 공연의 비수기이기도 해. 또 많은 사람들에겐 졸업과 새 학기 준비의 달이기 때문에 문화 생활을 즐기기엔 그리 적절하지 않은 달이지. 하지만 영화광들에게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이 열리면서 반짝 특수를 노리는(평소 같으면 그리 호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예술성 높은 작품들이 우루루 밀려오기 때문에 행복한 시기이기도 해.

 

2월의 공연 스케줄을 보다가 눈이 번쩍 뜨였어. 벤 폴즈 파이브(Ben Folds Five)가 2월24일에 내한공연을 한다는거야. 벤 폴즈가 누구냐고? 아무래도 유튜브에 접속해서 ‘브릭(Brick)’이나 ‘매직(Magic)’같은 노래를 들어보는게 가장 좋은 설명이 아닐까.

 
한없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완 달리 팀의 리더 벤 폴즈는 무척 괴짜야. 얼마나 괴짜냐고? 일단 밴드의 구성이 기타 없이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라는 것부터 독특하지. 게다가 멤버가 세 명인데 밴드 이름이 ‘파이브(five)’야. 대체 왜 파이브냐고 물으니 “그게 쿨해서”라고 했다나. 문제는 티켓 가격이 11만원. 이 칼럼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좀 어긋나 있어서 이 얘기는 여기서 끝(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는 걸 보면 진심으로 강추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정식으로 소개하고픈 2월의 대표 공연은 이자람의 ‘사천가’야. 성남 아트센터라는 지역적인 약점이 있고, 5만원이면 이 칼럼에서 소개하는 공연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이런 무대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 왜냐고? 이자람이 나오기 때문이야. 물론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여.

 

 

 

 

이자람을 1984년 나온 동요 ‘예솔아/할아버지께서 부르셔’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의 이자람은 대한민국이 낳은 가장 빛나는 무대 예술인으로 꼽아 손색이 없어. 창작 판소리 ‘억척가’나 ‘사천가’, 뮤지컬 ‘서편제’ 등 그의 무대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거야. 정말 대단한 소리꾼이지.

다음. 오페라라는 장르를 소개하자니 좀 망설여지네. 더구나 어쨌든 제목만이라도 친숙한 ‘아이다’나 ‘라 트라비아타’도 아니고, ‘라보엠’도 아니고 ‘안드레아 세니에’라니. 베르디도 바그너도 아닌 지오르다노의 작품이라니.

 

그렇지만 메가박스에서 2월에 상영되는 ‘안드레아 셰니에(Andrea Chenier)’는 여러가지 면에서 볼만한 점이 있어. 혹시 유럽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이라면 브레겐츠(Bregenz)의 수상 무대 오페라를 들어 봤을거야. 유럽에서 가장 유니크한 오페라 공연장으론 브레겐츠의 호반 무대와 이탈리아 베로나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 오페라를 꼽는게 보통이지.


 

그러니까 이번 안드레아 세니에를 보는 건 단순히 오페라 한 편을 감상하는 이상으로, 브레겐츠 수상 무대라는 독특한 무대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인 거지. 특히 테너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좋은 아리아가 많아. 4막의 ‘5월의 어느 맑은 날에(Come un bel di di Maggio)’ 같은 아리아를 들어 보면 바로 느낄 수 있어. 게다가 정통 오페라 공연은 대개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이건 110분에 오페라의 정수를 한껏 보여준다는 점에서 입문용으로도 제격이야.

 

 

 

 

자, 이번 달엔 추천할 책이 세 권이야. 일단 ‘위대한 개츠비’. 나가사와 선배가 와타나베에게 “세번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그 책이야(멀뚱멀뚱 보고 있는 당신,  뭐야. 설마 ‘상실의 시대’ 도 안 읽은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위대한 개츠비’ 가 개봉해. 바즈 루어만이 감독인데 재즈 시대의 감성을 어떻게 일렉트로니카에 실어 낼지 무척 궁금한 작품이지.

 

아무튼 사설 빼고, ‘위대한 개츠비’(4800원)는 꼭 읽어볼 만한 작품이야. 그리고 민음사에서 나온 ‘스콧 피츠제럴드 단편선’ 두 권(각각 7000원, 6650원)을 추천하지. 저자가 생전에 썼던 수백편(?)의 단편 중에 10여편을 골랐어. 이 단편들을 읽으면 섬세하고도 풍부한 감성에 일단 놀라고,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소재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나 다시 한번 놀랄 거야.

 

 

 

 

아, 단편선 2권에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인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도 실려 있어. 물론 원작이라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지. 아무튼 읽고 나면 왜 겨울엔 피츠제럴드를 읽어야 하는지 느끼게 될거야.

 

참고로 위에 쓴 가격은 모두 인터넷 서점 yes24 가격이야. 세 권 합해 2만원이 채 안 돼. 이렇게 고전은 여러 가지로 이익이야.

그럼 다들 2월 잘 보내. 3월에 만나자고.


이자람 ‘사천가’                                                                  5만원
브레겐츠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3만원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단편선 1’ ‘단편선 2’     1만8450원
합계                                                                           9만8450원

 

 

 

브레겐츠 오페라의 호반무대입니다. '안드레아 세니에' 무대는 유명한 그림 '마라의 죽음'을 테마로 만들어졌더군요. 혁명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선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007 영화 '퀀텀 오브 솔라스'에서 이 브레겐츠 오페라 장면을 보신 적이 있습니다. 극중의 공연은 '토스카'였죠.

 

 

 

 

저도 브레겐츠는 가보지 못했지만 베로나는 가 봤습니다. 로마시대에 건설된 돌 건물을 아직도 쓰고 있다는게 참 놀랍기도 했고 분위기는 그만입니다만, 사실 저만한 크기의 경기장에서 마이크를 쓰지 않고 오페라를 공연한다는 건 살짝 만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본 공연은 '아이다'였는데 아쉽게도 라다메스 역의 테너가 이런 대공연장을 감당할 수 있는 음량을 가진 가수가 아니더군요. 물론 무대 앞쪽 분들에게는 별 문제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공연이 '아이다'였기에 원형경기장에 걸맞는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만으로도 불만은 없었습니다. (진짜 코끼리도 나오더군요.)

 

이제부터는 각론. '안드레아 세니에' 4막에서 죽음을 앞둔 세니에가 부르는 '5월의 어느 맑은 날에 Come un bel di di maggio'. 개인적으로 역사상 최고의 세니에라고 생각하는 마리오 델 모나코의 노래입니다.

 

 

 

 

1막에서 세니에가 부르는 '어느날 파란 하늘을 보다가 Un di all 'azzurro spazio (Improvviso)'. 마르첼로 알바레스의 절창. 호쾌하면서도 애절한 분위기가 그만입니다.

 

 

 

 

너무 '안드레아 세니에'로 몰고 가서 그렇습니다만, '사천가'는 그닥 따로 소개할만한 영상이 만만치 않군요. 직접 가서 감동을 느끼시길 권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소개했는데 정작 2월이 되자 메가박스 측이 브레겐츠 오페라를 아이다로 바꿔 버렸다는... ㅠㅠ 뭐 다시 안드레아 세니에로 돌아올 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를 새삼 이 공간에 풀어놓을 방법은 없는 듯 합니다. 흔히 이 이야기는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이야기로 소개되곤 합니다. 젊은 날의 열정을 잊지 않은 남자의 고독한 열정, 그리고 그 열정을 바쳤던 여신이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존재였는가 하는 처절한 반성이 읽는 이를 서늘하고 축축한 냉기 속으로 이끄는 작품이죠.

 

 

 

단편선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다시 찾아온 바빌론'입니다. 그리 많지 않은 장수 안에 한 남자의 반생과 반성, 그리고 재생의 가능성이 차곡 차곡 정리 잘 된 서랍 안처럼 담겨 있기 때문...이라면 너무 도식적인 표현이군요.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 영화 '내가 마지막 본 파리'의 원작 역할을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아시는 분이라면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지도. (위 사진의 남자는 무명 시절의 로저 무어.)

 

사실 피츠제럴드는 윗글에서도 얘기했지만, 한 가지의 정서를 수십개의 작품으로 풀어내는 재능이 기가 막힙니다. 열정과 의욕을 가진 젊은 남자가 있고, 그 남자의 혼을 뽑아낼 정도로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 젊은 미녀가 있습니다. 남자는 그 여자를 위해 인생을 걸기로 결심하지만, 여자는 그리 오래 기다릴 생각이 없습니다. 결국 남자는 어떻게든 여자를 차지하는 데 실패하고, 그 실패는 남자에게 좀 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

 

사실 피츠제럴드를 읽으면 읽을 수록 이런 식의 여성혐오(?)^^를 깊이 느끼게 됩니다. 그의 여주인공들은 남자에게 어떤 영감도 주지 않죠. 남자들에게 있어 인생의 트로피 역할을 합니다만 동시에 남자들을 파멸시키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와 아내 젤다의 사연을 보면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의 어떤 작품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신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당초 불균형을 전제로 쓰여진 작품들이기 때문에, 남자의 열정 역시 결국은 무의미한 집념으로 밝혀지고 맙니다. 가끔 '개츠비 같은 식지 않는 사랑'을 여자에게 말하는 남자들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그건 사실은 '당신에 대한 내 열정은 결국 착각에서 비롯된 인생의 낭비였다는 것이 증명될 거야'라는 뜻입니다. 피츠제럴드 식으로 말하자면.)

 

 

아무튼 2월이 무르익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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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이 시사회를 연 뒤부터 '물건이 하나 터졌다'는 소문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간간이 '재미있는데 와 닿지 않는다'는 평도 섞여 있었지만, 아무튼 최근에 개봉했던 수많은 영화들에 비해 [베를린]이 '급이 다르다'는 느낌은 확실히 전달됐습니다.

 

사실 직접 보기 전에 오는 이런 호평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이런 호평들에 발맞춰 기대치도 그만치 급격하게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기대치가 오른 상태에서 영화를 보면 실망하기도 쉽고, 사소한 꼬투리도 크게 보이는 면이 있죠. 반면 많은 사람들이 '너무 기대는 안 하는게 좋겠다'고 말하는 영화에서는 의외의 장점이 보이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 홍보사 직원들은 시사회에 오는 기자들에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도 합니다. 무조건 걸작이라고 칭찬하는게 능사는 아니라는 거죠.^^)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큰 기대를 하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물건'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사실 그 정도를 넘어서 최근 수년 내 개봉했던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베를린의 한 호텔. 러시아인 무기상과 아랍 테러리스트, 그리고 북한 요원 표종성(하정우)이 한 객실에서 비밀리에 모의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산 무기를 아랍 조직에 팔기 위한 비즈니스 미팅인 것이죠. 호텔 밖에는 이 미팅을 감시하는 정진수 반장(한석규)의 국정원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현장을 덮치려는 순간, 스스로를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요원들이라고 밝히는 무리들이 먼저 방을 습격합니다. 이들은 북한 요원인 표종성에게 '너에겐 관심 없으니 자리를 뜨라'고 요구하죠. 정진수 팀은 방을 떠난 표종성을 추적해 결국 머리에 총을 겨누기까지 하지만 현장에서 놓쳐 버리고 맙니다.

 

국정원 베를린 지부는 초상집. 반면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 리학수(이경영)은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샌 것일까 의아해 하고, 북한은 베를린 대사관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판단 아래 군부 실세의 아들이며 엘리트 요원인 동명수(류승범)를 파견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사관 통역요원이며 표종성의 아내인 련정희(전지현)에 대한 의혹이 발생합니다.

 

 

 

 

'베를린'은 굳이 강점과 약점을 말하기가 힘든 영화입니다. 우선 시나리오 단계에서 완결성이 압도적으로 뛰어납니다. 한마디로 '말 안 되는 장면', 그리고 감정선을 강화한답시고 영화의 스피드를 떨어뜨리는 지루한 장면이 없습니다. 액션이 화면을 지배하고, 질주하는 스포츠카에서 물건을 떨구듯 관객에게 액션 틈틈이 사건을 툭툭 던지는 진행이지만, 그렇다고 뒤에 가서 설명되지 않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빈틈이 거의 없습니다.

 

이야기 부분이 이럴진대 액션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그 부분은 이미 10년 전에도 국내 1인자였던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니 말입니다. 배우들은 더더욱 할 말이 없죠. 많은 사람들이 한석규-하정우-류승범-전지현이라는 라인업에서 이미 사기 라인업이라는 생각을 했을테니 말입니다. 여기에 이경영 곽도원 최무성 김서형 같은 조연진들까지, 짜임새로는 '도둑들'을 능가하는 올스타 팀입니다.

 

특히 90년대의 최강 멜로드라마 주역에서 '색깔있는 악역' 중심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짜고 있는 한석규의 모습도 흥미롭지만, 이 영화에서 하정우와 류승범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21세기 이후 한국 영화 최고의 대결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전부터 류승완 감독의 능력 중에서 '류승범이라는 동생을 갖고 있다'는 점이 적잖은 부분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베를린'에서 이 생각이 더욱 굳어집니다.

 

(얼마전 '무비위크'에 '왜 돈 들인 영화일수록 촌스러워질까' 라는 식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아마도 '베를린'을 보고 난 뒤에는 그런 글을 쓰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아래 부분,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영화 보시는 데 방해될 것 같진 않습니다. 혹시나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게 좀 불편하신 분이라면, 미리 보시는 것도 좋을 정도 수준입니다.

 

이번엔 알아서 판단하시길.^^

 

그리고 어쩌나 저쩌나, '베를린'은 강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한국판 본 시리즈' 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제이슨 본이 생각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본 시리즈'를 단 한편도 보지 않은 사람일 겁니다. 하이테크 시대에 걸맞지 않는 맨손 격투 위주의 액션 신, 그리고 숨쉴 새 없이 흘러가는 진행 속도, 마지막으로 개개인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 없이 국가와 조직 사이의 '큰 그림' 속에서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점 등에서 이 영화는 '본 시리즈'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본 시리즈'가 한 획을 그은 뒤, 스파이 액션 장르의 영화 가운데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영화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일단 본 시리즈보다 훨씬 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007 시리즈가 아예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린 채 '007판 제이슨 본 시리즈'로 간판을 바꿔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점을 두고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제임스 본드 무비들을 비판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몇몇 국내 관객들은 '베를린'을 가리켜 '본 시리즈의 복사판'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는 듯 합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이런 생각을 가장 강하게 하는 분들은 본 시리즈와 '베를린' 외에는 본 영화가 거의 없는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미국 드라마 '24'와 '베를린'만을 본 사람이라면 "이거 뭐야. '24'의 복사판이잖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죠.

 

(이런 예는 사실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음악 쪽 얘기지만, 한 10년 전에는 "모든 애시드 재즈 뮤지션들은 스티비 원더의 표절"이라는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죠. 90년대에는 신해철이 "오오 듀스는 서태지의 표절이구나"라는 말로 댄스 뮤직에 무지한 사람들을 비꼬기도 했고. 또 일부 관객들은 '한국판 본 시리즈'라는 말을 칭찬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밖에 의외의 반응 중에는 '와 닿지 않는다' 는 것이 있었는데, 오히려 이 영화의 강점으로 '불필요한 감정선을 제거했다'는 점을 꼽는 저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든 반응입니다. 하정우와 전지현의 묘한 부부관계는 많은 부분에서 구체적인 설명을 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설명은 생략한다'는 입장인데, 그 부분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당과 국가의 명령이 인생에 있어 최우선인 '공화국 영웅' 표종성과 부부로 살기 위해서 련정희는 많은 것을 희생했을 겁니다.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부부로 맺어졌는지, 그리고 첫 아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같은 쪽은 관객의 상상력이 채워 줘야 할 부분이죠. 영화상으로는 전지현의 쓸쓸한 눈빛이면 충분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전지현의 발전은 참 놀랍습니다. 이미 인생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게 된 여자. 수많은 상처를 안으로 향하게 해서 가슴 속 응어리가 천근은 될 듯한 여자의 눈빛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승맞으면서도 강인함을 품은 이런 여자의 역할을 전지현이 제대로 연기하는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역시 세월과 경험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엄밀히 말해 가장 동기가 불분명한 인물은 한석규가 연기하는 정진수 반장인데, 이 부분은 표종성의 대사인 "난 외려 당신(정진수)이 왜 이 일에 목숨거는지 이해가 안 되오"로 만사 OK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어디에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영화 보면서 엄청나게 웃었던 장면.)

 

 

 

 

그밖에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는 평에 대해서는 감히 반박하기 쉽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모사드와 CIA, 아랍 테러 조직이 한 자리에 있으면 대략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북한의 해외 대사관이 외화 벌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사전 이해가 없는 사람(더 단적으로 말해 모사드가 이스라엘 정보기구의 이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 영화의 도입부는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아니, 아마도 이 영화 전체가 그리 친절하지 않게 만들어졌다고 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영화 앞 부분에 '모사드' '슈퍼노트(자막에는 그냥 '위조지폐'라고 나왔죠)' 같은 단어들이 아무 추가 설명 없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이거 말 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여기에 대한 불만이 적잖이 있는 듯 합니다.

 

이 맥락에서 더 많은 관객을 위해서 좀 더 친절한 영화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의견은 일리가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부분은 감독보다는 제작자가 더 강력한 입장을 내세웠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런 '불친절함'이 약점이라면 약점일 수 있겠습니다.

 

(뭐, 그런데 "대체 블라디보스톡은 생뚱맞게 왜 가는 거냐?"는 수준의 관객들도 적지 않은 것 같고...^^  <- 영화를 보신 분이라야 무슨 말인지 아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한국 영화가 발전하는 데 있어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품들을 벤치마킹 하는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베를린'과 본 시리즈의 관계는 'R2B'와 '탑 건'의 관계 혹은 '타워'와 '타워링'의 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적이고 깔끔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취향도 있겠지만 '베를린'을 보지 않고 2013년에 영화를 봤다고 말하시면 참 곤란할 듯 합니다. 초대행 배급사의 극장 싹쓸이 만행이 불쾌하신 분들이라도, 그런 어마어마한 힘이 이런 영화를 만드는 데 쓰인다면 고개를 끄덕이실 수 있지 않을까요.

 

P.S. 많은 분들의 생각과는 달리 속편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하네요.

 

P.S.2. '세계에서 가장 밥을 맛있게 먹는 배우' 하정우의 솜씨는 그 짧은 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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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행복자판기] 새로운 회사,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융단폭격하듯 이미지를 쏟아내는 방법이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나 그 널리 알려야 할 새로운 브랜드가 방송사인 경우에는 참 난처합니다.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는 지상파 4개 채널입니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노력을 해도, 지상파 3사에서 다른 채널 홍보를 위한 콘텐트를 방송해 줄 리는 없겠죠. 그러다 보니 신생 방송사는 스스로를 알릴 방법이 참 마땅치 않습니다.

 

특히나 그 브랜드가, 별 이유 없이 몇몇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다거나, 실제 담고 있는 콘텐트와는 달리 뭔가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을 피하고 싶을 때 참 할 일이 막막해집니다.

 

그래서 별별 생각을 다 해 본 끝에 나온 게 'JTBC 행복자판기'였습니다.

 

 

 

처음 봐선 뭐라 하기 힘든 기계입니다.

 

 

이렇게 생긴 기계가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1층 광장에 나타났습니다.

 

(물론 끝난게 아닙니다. 26일과 2월2일에도 같은 장소에 서 있을 겁니다.)

 

 

 

일반 음료수 자판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크기. 그리고 컨셉트는 맨인 블랙입니다. 요원들의 보호를 받는 비싼 기계죠.

 

(사실 기계를 보호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계 앞에 모이실 분들의 안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행사 전반을 간단하게 보시려면 이 동영상이 도움이 될 겁니다.

 

청소 아주머니를 당황하게 한 기계의 정체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담고 싶은 생각은 아주 간단합니다.

 

"저희는 여러분과 행복을 나누고 싶습니다. 기존의 방송사들이 하지 않는 참신한 방법을 통해서. 그리고 여러분 곁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런 메시지를 위해 직접 유동인구 많은 공간으로 나섰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저렇게 성황이었던 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좀 눈치 보는 시간이 필요하죠. 그러다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건 터칭 게임. 화면에 나타나는 숫자만큼 정해진 시간 동안 버튼을 두들기면 상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머리? 감각? 전혀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건 체력과 끈기. 두들기면 두들기는 만큼 상품이 나옵니다. 상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죠?

 

동남아 2인 여행권이 최고상품입니다. 그리고는 2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역시 20만원 상당의 목걸이(여자용), 5만원 상당의 외식상품권, 장미꽃다발, 그밖에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한 무릎담요, 보온병, 장갑, 목도리, 그리고 핸드폰 거치대에서 (간신히 꽝을 면한 분들을 위한^^) 뻥튀기까지 다양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다수 이벤트와는 달리 제세공과금도 저희가 부담합니다. 도전자들은 몸만 있으면 됩니다.

 

아, 몸으로 하실 일은 참 많습니다.

 

 

 

제기를 차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몸을 쓴다면 춤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이런 외국인에서,

 

 

 

이런 어르신까지 다양한 분들이 도전합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프로 수준의 열정!

 

 

 

 

 

이런 어린이들은 저희 맨인블랙 요원들이 나서기도 합니다.

 

 

물론 커플들이 도전하시면 더 할 일이 많습니다.

 

연인 안아 올리기는 기본이죠.

 

 

아, 물론 모든 남자친구가 연인들을 솜사탕처럼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안전요원들을 긴장시키는 분도...^^

 

 

 

 

뭐 풍선 터뜨리기 게임은 어린애 장난 같을 수도 있겠죠?

 

 

 

 

 

약간 과격한 분들.... 아, 커플댄스 현장입니다.^ (저 아래 동영상 3편을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관심 많은 어린이들은 단체로 댄스 경연대회를 펼치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TV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등장하는 '대박 터뜨리기' 게임이 현장에서 대 히트였는데, 사진상으로는 보여드릴 방법이 없군요. 저 위에 있는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벤트 첫날 진행 후 가장 많이 놀란 것이 젊은이들의 거침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댄스나 미션 도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커플 미션 가운데 가장 쉬운 것(?)이' 키스 10초' 미션이더군요. 당당하고 깔끔하게. 음;;; (개인적으로도 좀 늦게 태어나 볼 걸 하는 아쉬움이...^^)

 

그리고 이번 주, 다음 주 이어질 2, 3차 이벤트 때에는 또 어떤 모습들이 나올 지 기대가 더욱 커졌습니다. 물론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나, 구경하는 분들이나 모두 웃음을 띄우고 계셨다는 점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보람이 더욱 커졌습니다.

 

아무튼 다양한 도전자들이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은 동영상 한 편에 다 담기엔 모자라더군요. 아래 동영상들이 더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커플들의 키스 퍼레이드가 담긴 2탄...^^

 

 

 

 

그리고 화려한 댄스 위주로 편집된 3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지.

 

JTBC 행복자판기 이벤트는 이번 26일(토), 그리고 2월2일(토)에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집니다. 대략 피크 타임은 낮 12시에서 오후 5시 사이 쯤 될 듯 합니다. 물론 상품이 다 떨어지면 시간 전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한번쯤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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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그물건]이라는 제목을 보면 많은 분들이 김정운 교수의 저서 [남자의 물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가 숨어 있습니다.

 

상품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광고만 보고 물건을 고르는 시대가 아니죠. 많은 사람들이 광고 대신 블로그 후기나 상품평을 읽고 구매를 선택합니다. 그것도 뭔가 판매자의 입장을 대변한 듯한 사용후기는 외면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중에도 진짜 소비자의 입장에서 쓴 상품 후기(판매자의 지원을 받지 않은)는 드물기 때문에, 더욱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입니다.

 

[남자의 그물건]은 바로 그런 심리를 꿰뚫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그 첫회, 대한민국의 4대 휴대폰을 비교하는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4대 휴대폰이란: 다들 이름만 대면 아시는 전화기들입니다.

 

프로그램에서는 실명을 감추기 위해 갤선생, 아선생, 옵선생, 베선생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아마 각각 어떤 전화기를 가리키는지 알아보시기가 무척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가지 전화기는 세 번의 가혹한 테스트를 거칩니다. 세 차례의 실험을 통해 어떤 전화기가 최강의 성능(...이라기보다는 내구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자, 첫번째 실험. 전화기를 사용하다가 수세식 변기에 빠뜨렸다는 경험담은 꽤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전화기를 주머니에 확실하게 넣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황에서 소변을 위해 바지를 풀다가 풍덩 빠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변기 안에서, 그러니까 물에 빠진 폰의 입장에서 바라 본 모습입니다.^^)

 

실험 조건은 10초간 변기에 빠뜨린 전화기를 건져 내 (1) 깨끗한 물로 세척한다 (2) 분리시킨 뒤(물론 분리할수 없는 폰도 있죠) (3) 1시간 동안 건조시키고 (4) 다시 전원을 넣는다는 과정입니다. 전원이 켜져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OK, 아니면 실패죠.

 

 

 

 

상식으로는 '물에 빠뜨리면 스마트폰은 끝장'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 실험은 4개의 대표 폰 모두 통과했습니다. 10초간 물에 빠뜨렸어도 제대로 말리기만 하면 다시 작동시키는 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는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당장은 문제가 없어도 남아 있는 습기 때문에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여지는 있을 듯도 합니다만, 그건 방송이라는 환경에서는 측정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두번째 실험. 상당히 가혹한 조건입니다. (1) 빵 굽는 오븐의 온도를 섭씨 100도로 맞춰 놓고 (2) 1시간 동안 가열해 '구운' 다음 (3) 1시간 동안 다시 식히고 (4) 다시 작동해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보겠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미친 실험 조건이지만(실제 전화기의 사용 온도는 섭씨 0~50도로 규정돼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혹한 조건을 통과해 작동되는 전화기가 있는지는 솔직히 궁금합니다. 사실 위 자막에서 보듯, 전화기를 사용하다 보면 거의 100도에 가까운 환경에 전화기가 노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고온 때문에 기계 외면은 다들 조금씩 변형(우그러지거나 들뜨거나) 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4개 중 3개가 제대로 작동됐습니다.

 

 

  

 

 

 

갤선생과 아선생, 베선생이 작동에 성공한 겁니다. 아선생은 약간 액정의 가장자리에 손상이 가고 화면의 선명도가 좀 떨어지는 변화가 있었지만, 아무튼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명하신 것은 옵선생. 변기 테스트에서도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난 옵선생이었지만 이번엔 한번 잠들어 다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세번째 테스트는 더 무식합니다.

 

 

스쿠터, 중형차, 5톤 트럭을 갖고 차례로 전화기를 깔고 지나가는 겁니다. 일단 첫번째 스쿠터는 큰 무리 없이 모두 통과.

 

 

 

 

중형차에서도 대부분 통과. 하지만 세번째 트럭은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일순간에 액정이 산산조각나는 갤선생.

 

 

그래도 전원은 이상 없이 들어옵니다. 기능도 제대로 작동됩니다.

 

한번으로는 승부가 가려지지 않아 2차 승부에 들어갑니다. 트럭으로 '한 놈만 살아남을 때까지' 깔아뭉개는 순서인 것이죠.

 

 

5톤 트럭에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뭉개짐을 당하고는 당당한 갤선생, 아선생, 베선생이 모두 불귀의 객이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주자인 옵선생. 특히나 가열 실험에서 탈락한 불명예를 안은 터라 더욱 긴장되는 상황!

 

 

 

놀랍게도 트럭으로 두번이나 밟고 지나간 옵선생의 전원이 들어옵니다.

 

이로써 충격에는 가장 강한 휴대폰이란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렇게 해서 '남자의 그 물건' 첫회가 끝났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무식하게' 실제 상품을 가혹한 조건에서 실험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회 전화기가 던진 충격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지금부터 발열내의, 패딩 등 계절 상품부터 수만가지 상품들과 유명 브랜드들이 맨몸으로 실험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애당초 상품 협찬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서지는 전화기들은 모두 제작비로 산 것들입니다. 사실 누가 꼴찌가 될지 모르는데 협찬은 쉽지 않겠죠.^^ 결과가 1등이라면 모르지만 줄줄이 꼴찌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아무튼 '남자의 그 물건'의 실험이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상품 선택에 기준으로 작용하는 날이 올지, 한번 기다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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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대로 2013년 1월 문화생활 가이드를 내놨습니다.

 

사실 이쪽에 조금 더 빨리 공개하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만, '매거진 M'이 나오는 것이 1월4일이다 보니 너무 여기에 빨리 옮겨놓는 것도 약간 예의가 아닌 듯 하고, 뭐 그런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살짝 매월 초반보다는 후반 쪽의 행사에 집중하게 될 듯도 합니다. 뭐 어차피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걸 다 즐길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럼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1월의 문화생활 가이드'입니다.

 

 

 

 

2013 1월 문화생활 가이드

 

아직도 새해 계획 같은 거 짜고 있나? 혹시 자기계발서와 부동산 투자 관련서 잔뜩 사서 쌓아 놓고 인생역전을 노리는 중? ‘월 문화 예산 10만원같은 기특한 계획도 한번 생각해 봐.

사실 이번 달에 가장 추천하고 싶었던 공연은 118일 서울시향이 김선욱과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교향곡 5‘5+5’ 공연이었는데, 바로 매진이네.

 

지난 달에 이어 서울시향을 또 거론하니까 뭐 얻어먹은 거라도 있나 의심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나도 돈 내고 표 사서 공연 보는 사람이야. 김선욱의 황제와 정명훈의 운명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면 그건 당연히 강추지. 혹시 임박해서 취소되는 표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www.sac.or.kr)를 자주 방문해 봐.

 

 

그 다음 눈길을 끄는 이벤트는 20일 서울 홍대 앞 롤링홀에서 열리는 롤링홀 18주년 기념 콘서트 vol.7’ 이야. 원래 그 주간 내내 기념 콘서트가 열리는데, 이날 출연진이 유독 화려하더라고. 노브레인, 트랜스픽션, 갤럭시 익스프레스, 브로큰 발렌타인이 하루에 다 나온다는 거야. 예매가는 25000. 혹시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표가 있는지는 각자 알아보도록.

 

지난달에 이어서 하는 얘기지만,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한번 큰 돈 내고 보러 가기 전에 그 작품을 충분히 익혀야 본전을 뽑을 수 있어. 아무래도 그중에서 오페라는 심리적으로도 진입 장벽이 높을 테니 우선 뮤지컬부터.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를 통해  작품과 친해지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달에 추천할 작품은 고전 중의 고전 그리스. 개인적으로 저는 뮤지컬이란 걸 보면 연기하다 노래하다 하는 게 좀 웃기고 어색해요. 뭘 보면 뮤지컬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이런 사람 의외로 많아) 나는 꼭 이 영화를 추천해. 특히 영화 그리스는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래볼타라는 황금의 캐스팅이 압권이야. 좀 과장된 듯한 출연진의 헤어스타일이며 분장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작품의 배경이 1950년대 미국 고등학교니 그러려니 해. 그리고 다운받지 말고 DVD . 6600원밖에 안 해.

 

 

 공연 중인 뮤지컬 중에 딱 하나 고르라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어쌔신이야. 20세기를 대표하는 뮤지컬 작곡가를 꼽을 때 앤드류 로이드 웨버, 클로드 미셸 숀버그(‘레미제라블’), 알란 멘킨(거의 모든 디즈니 뮤지컬)과 함께 반드시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손드하임이지. 하지만 스위니 토드’ ‘컴패니등 손드하임의 작품들은 한국 취향은 아니라는 평 때문에 자주 공연되지 않아.

 

 

 

 

만약 당신이 보려는 공연이 그리스지킬 앤 하이드라면 그건 언제라도 몇 달 안에 새 프로덕션으로 공연을 볼 수 있어. 하지만 어쌔신을 볼 기회는 이번 아니면 5년은 있어야 할거야. 바쁘니까 어떤 작품인지는 각자 찾아보도록. 4장을 사면 1장은 공짜(그러니까 25% 할인) 등 이벤트도 많은 것 같아. 보고 나면 후회는 없을 거야.

 

 

 

 

돈이 남았으니 이런 겨울날 읽으면 좋을 단편집 하나 추천할게. 제임스 설터의 어젯밤이야. 이 사람의 글을 읽어 보면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라는 게 어떤 건지 실감이 날 거야. 하지만 읽고 나면 미묘하고 섬세한 잔향이 며칠은 가더라고. 9500.

 

마지막으로 이달의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이야. 인상주의? 그런데 프랑스가 아니고 미국? 그게 볼만 할까?

 

 

. 한번 생각해 봐. 서울에서 열리는 반 고흐 전이나 바티칸 박물관전에 과연 A급 작품들이 오긴 할까? 암스테르담이나 바티칸을 찾는 관람객들을 외면하고? ‘오페라의 유령이나 위키드를 서울에서 공연할 때 브로드웨이의 현재 출연진이 오는 경우가 있을까?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중국의 변검 시범단이나 일본의 가부키 극단이 서울에 온다면 진짜 최강의 공연진이 오겠지.

 

바로 그런 이유로 이 전시를 추천하는거야. 차일드 하썸, 라일라 캐봇 페리 등 이 장르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대표작이 망라되어 있고, 작품수도 130여개나 돼. 같은 돈으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모조품을 보러 가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야.

 

이번 달은 여기까지. 그럼 2월에 만나는 걸로.

 

 

요약

120, 홍대 롤링홀 개관 18주년 기념 공연 vol.7                          25000

뮤지컬 어쌔신         S 4만원, R 6만원(4인 관람시 1인당 각 3만원, 45000)

영화 그리스’ DVD                                                                   6600

제임스 설터 단편집, ‘어젯밤                                                       9500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12000

소계                                                                83100~113100

 

 

 

 

보충 사항 1. 일단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이미 '차세대'라는 말이 무색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 피아노 협주곡 5번' 공연은 당초 예정됐던 18일 공연이 이미 매진됐고, 이 때문에 추가로 마련된 17일 공연(같은 출연자, 같은 레퍼토리)도 매진 직전입니다. 지금이라도 서울시향이나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남은 표가 몇 장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연말 서울시향의 레퀴엠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이 매진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한 적이 있는데, 요즘은 매진을 기록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특히 연말의 '베토벤 교향곡 9번'같은 공연이 아닌데도 매진(이틀 연속 매진)이 이뤄진다는 건 아마도 이런 문화를 즐기는 저변이 상당히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 왠지 뿌듯합니다. (...이봐, 그런데 당신이 왜?)

 

보충 사항 2. '어쌔신'에 대한 글은 예전에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참고가 되실 듯 합니다. ( http://fivecard.joins.com/131 )

 

보충 사항 3.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소개하면서 잠시 들먹인 'A급 이론'은 꽤 오랜 시간을 문화적 변방에서 살아온 경험이 말해주는 교훈입니다. 세계 유명 박물관/미술관의 출장 전시회에 그 박물관이 자랑하는 A급 전시품이 오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최고'라고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특히 '피에타'를 비롯한 유명 작품들의 복제품(물론 복제품에도 '공인된 복제품'이라는 라벨이 붙기는 하겠습니다만)을 내놓는 전시회에서 '바티칸 박물관의 정수'를 느낀다는 건 좀 넌센스죠.

 

세계적인 연주 단체들의 내한 공연 때에도 늘 비슷한 이야기들이 따라다닙니다. 이들이 내한 공연을 한번 치르고 나면 '이번에 온 단원들은 2진'이네 '사실상 3진'이네 하는 말들이 돌곤 합니다. 두 사람만 가도 100만원이 넘는 엄청난 티켓 가격에 비하면 참 아쉬운 일이죠. 매번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굳이 그렇게 비싼 공연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바에는 '실속있는' 공연 위주로 즐기는 것이 현명한 소비가 아닐까요.

 

이 칼럼은 앞으로도 '가격대 성능비 최고'의 문화 소비를 지향합니다.^^

 

보충 사항 4. 이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그리스'를 다시 봤습니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사람을 유쾌하게 합니다.

 

유명한 'Glee'에서 이런 소재를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겠죠. 아예 에피소드 하나를 할애해서 사실상의 리메이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뭐, 아무래도 저 위에 소개한 오리지널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죠.^^

 

이건 좀 더 볼만 합니다. 글리 멤버들이 재현한 Greased Lightning 입니다.

 

 

 

물론 이쪽도 영화 원작 만은 못하다는 느낌. 혹시 궁금하실 분을 위해 영화판의 Greased Lightning도 붙여 봅니다.

 

 

 

그럼 1월도 즐겁게들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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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기 전부터 엄청난 호평이 밀려왔습니다.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이안 감독은 정말 최고다, 그 중에서도 이 영화는 최고다,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가 없다.... 이 정도로 호평 일색인 평가는 그야말로 오랜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은근히 불안하기도 하더군요. 스스로 그리 일반적이지 않은 취향인 것도 잘 알고 있는데다 지나친 호평은 기대를 낳고, 역시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대는 항상 실망을 낳는다는 것도 이미 익숙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불허전. '라이프 오브 파이'는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로 꼽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3D IMAX, 최소한 반드시 3D로는 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그 말에 동의합니다. 수많은 액션 대작들, 심지어 '호빗'과 비교해 보더라도, 이 영화만치 3D가 효과적인 작품도 드물 듯 합니다.

 

 

 

 

일단 줄거리. 영화는 얀 마텔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작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대략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없는 듯 합니다.

 

소재 고갈에 시달리던 작가는 인도 폰티체리에서 만난 노인의 조언에 따라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인도인 파이(이르판 칸, 연령대에 따라 여러 배우가 연기합니다)를 찾아갑니다. 거기서 파이는 '신의 존재를 믿게 할만한 이야기를 해 주겠다'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폰티체리에서 동물원 주인의 아들로 태어난 파이의 본명은 피신 몰리토 파텔. 파리의 한 수영장 이름에서 따 온 것이지만 피신(pscine: 프랑스어로 '수영장'이란 뜻이더군요)이란 이름이 영어의 오줌싸기(pissing)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고,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원주율을 뜻하는 파이로 개칭합니다.

 

힌두교와 기독교, 이슬람까지 모든 종교에 빠져들던 소년 파이는 부모의 캐나다 이주 계획에 따라 일본 화물선을 타고 긴 항해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배는 필리핀을 지나 태평양 한복판에서 침몰해 버리고, 우여곡절 끝에 파이는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벵갈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함께 구명보트에서 위험천만한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예고편에서도 보여지듯, 영화의 3/4 정도는 망망대해 위의 배 안에서 파이와 호랑이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전 궁금해합니다. 대체 좁디 좁은 배 안에서 어떻게 호랑이와 소년이 공존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지? 당연히 드는 생각일 겁니다. 물론 그 내용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이기 때문에 굳이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한 지인은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고 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죠. 영화 속의 바다는 그야말로 환상의 대우주입니다. 특히 수천마리의 해파리가 이뤄내는 바닷 속 장관, 고래의 등장, 해뜰 때와 해질 때의 수평선, 날치떼의 습격 등은 그야말로 CG의 영상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장면들입니다. 이런 장면들만으로도 '라이프 오브 파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이안 감독의 영화답게, '라이프 오브 파이'는 표면적인 이야기 속에 또 한 층의 이야기를 깔아 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정교하게. 다만 이 이야기는 아직 안 본 분들의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따로 떼어 놓고 하고자 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반드시 영화를 보신 뒤에 와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경고!

 

 

 

 

 

 

 

 

 

소설가가 파이를 찾아가 만나는 첫 장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웨인 왕 감독의 '스모크'입니다. 폴 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모태로 하고 있는 바로 그 영화죠.

 

물론 소설가들은 언제나 소재를 찾아 해메기 마련이고, 소설가가 누군가로부터 독특한 이야기를 듣는 데서 시작하는 스토리는 매우 흔합니다. 그런데 '스모크'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설가는 오기 렌에게 말하죠. "자네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야." 그리고 '라이프 오브 파이'의 엔딩 역시 이 장면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마지막 장면, 멕시코의 병원에서 파이는 실제로 '그 자리에서 생각해 낸 그럴싸한 이야기'로 위기를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이렇죠. 멕시코의 병원에서 파이는 사고 수습을 위해 찾아온 일본 해운회사 직원들에게 시달립니다. 이들은 "호랑이나 식인 섬이 등장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 말고, 납득할만한 '진짜 이야기'를 해 달라"며 파이를 괴롭히죠. 파이는 이들에게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파이가 '그냥 생각해 낸 이야기' 일까요?

 

지금까지 관객이 본 영화와는 달리 이 이야기에는 동물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리 다친 얼룩말은 실제로도 다리를 다친 선원으로, 오랑우탄은 파이의 엄마로, 하이에나는 배 위에서도 파이 가족을 괴롭혔던 주방장으로 묘사됩니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안 감독은 이 대목에서 의도적으로 제2의 해석을 열며 관객의 의심을 자극합니다. 파이는 정말 배 위에서 동물들과 살았던 것일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구명 보트 위에서 서로 죽고 죽인 것은 실제론 사람들이었지만 차마 인간들이 이런 짓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파이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그들을 모두 동물로 바꿔 놓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대체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누구일까요. 파이 자신이 아니라면 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미친 주방장이 선원과 엄마를 죽이자 파이는 내면의 야수성이 폭발하며 주방장을 죽여 응징합니다. 하지만 파이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죽인 자신을 호랑이로 삼아 본래의 자아와 떼어놓습니다.

 

파이의 분열된 자아는 배 안과 배 밖에 있습니다. 참극이 일어난 배를 떠나 구명대 위로 피신한 파이는 자신의 야수성을 배 안에 남겨두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찾기 싫은 파이는 '보트로 돌아가면 호랑이가 나까지 해칠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이안 감독은 이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해석'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를 여기 저기 깔아 두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하이에나가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살해하기 전까지 '존재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숨어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공간에 하이에나와 공존하기도 하죠. 진짜 호랑이라면 하이에나가 '죄'를 지어 응징해야 할 때까지 가만히 살려두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호랑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파이가 배 안의 식량과 물을 모두 구명대 위로 옮겨 놓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릴 이유 또한 없겠죠.

 

물론 이안 감독은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이거였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의도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은 그냥 암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심지어 파이 자신도 -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은 그냥 가능성일 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집착하는 것은 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대로 감상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어쨌든 이야기는 계속.)

 

 

 

 

그러던 어느날, 파이는 우연한 사고로 보급품을 모두 잃고, 마침내 '리처드 파커'와 공존해야 할 필요를 깨닫습니다. 채식을 포기하고 야수성을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그래서 파이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파괴적인 본능을 달래기 시작합니다. 고기 한점 한점을 먹이며(먹으며) 말이죠.

 

식인의 섬은 참 기묘한 상징입니다. 특히나 미어캣으로 가득 찬 섬이라니... 파이의 환상 치고는 참 희한합니다. 정답이라는 근거는 없지만(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답'이라는 말 자체가 이 영화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한가지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어쩌면 파이는 바다 위에서 또 다른 표류자를 만나거나, 인간이 살고 있는 어떤 섬에 도착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굳이 그 존재들이 미어캣으로 표현된 것은, 자신에 의해 희생된 - 자신의 먹이가 된 - 존재들이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의 발현일 수 있습니다.

 

그 존재를 인간이라고 보는 것은 미어캣 - 두 다리로 걷는 동물 - 이라는 형상에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어린 아이였는지도 모르지요.

 

 

 

 

여기서 파이는 꽃인지, 과일인지 모를 덩어리 안에서 인간의 이빨을 발견합니다. 끼워 맞추자면 이건 파이 자신의 용변일 수도 있습니다(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에 용변을 매화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와 마주치는 순간입니다만, 파이는 역시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섬(식인이 일어난 공간)이며, 그 섬을 떠나면 자신은 더 이상 자신의 죄악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는 섬을 떠나는 배 안에 '리차드 파커를 위한 식량(미어캣)을 챙기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인간이 사는 문명의 땅에 도착한 파이. 이제 더 이상 야수성과 공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파커는 밀림 속으로 떠나갑니다. 다시는 볼 일이 없겠죠. 파이가 또 한번 야만의 환경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면 언제든 호랑이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고 나면 '파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많은 한줄 평들은 '자연과 소년의 아름다운 조화' '공존의 미학'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이면은 무시무시한 이야기거든요. 마지막 장면, 파이가 평범한 가장으로 단란한 가정을 꾸민 장면은 인간이 얼마나 다층적인 존재인지를 드러내 주는 장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여전히 채식주의자인 '온화한 파이'의 모습도.

 

인간은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비유와 상징이라는 기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사건을 그대로 서술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 보다는 실제 일어난 일을 다른 사물이나 동물에 비유해 우회적으로 표현하곤 했죠. 넓게 보면 인격화된 신의 존재도 결국은 이런 비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영화 '파이 스토리'는 인류가 어떻게 해서 우화라는 것을 탄생시켰는지, 혹은 어떻게 해서 비유법과 과장법을 발달시켜 왔는지에 대한 깔끔한 설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아름답다기보다는 소름끼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대자연 전체를 대상으로 볼 때 삶이라는 것은 항상 우아한 행위로만 설명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이의 교훈은 오히려, '삶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낸 사소한 교훈이나 도덕, 가치나 율법 따위보다 항상 상위에 있다'는 준엄한 가르침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문명은 낳은 자와 태어난 자,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와 섬김에 대해 가르치지만 여왕개미는 위기에 놓이면 자기가 낳은 알과 애벌레를 먹고 생존하라는 본능에 따릅니다. 이것은 선악 이전에 존재하는 생명의 법칙이죠. 자연은 본래 도덕 이전에 존재합니다. 이른바 노자가 말한 천지불인(天地不仁)의 가르침입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파이가 망망대해에서 야수의 공포를 길들이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물아일체의 경지(크리쉬나의 입안에 있는 우주처럼..) 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한켠에서는 그 이면에 엄연히 존재하는 치열한 생존의 원칙을 - 인간들이 문명을 앞세워 가끔 부정하곤 하는 - 일깨워주기도 하는 매혹적인 작품입니다. 어쩌면 이런 감춰진 이야기가 없었다면, '라이프 오브 파이'는 흔한 어린이용 영화에 지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더없이 매력적이고, 감동적입니다. 이른바 '우화의 탄생에 대한 우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S. 인도 철학...까지는 몰라도 인도 신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본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전까지 온갖 신들을 주워섬기던 파이는 정작 번개를 보면서 인드라를 떠올리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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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연애대전]이라는 새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프로그램을 짜내라는 압박은 창작자들에겐 천형과도 같은 것입니다. 특히나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서와 작가들에겐 더없이 무거운 압박입니다. 그렇게 기를 쓰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연구하는데도 사실 수많은 프로그램들 가운데 그다지 특이하다거나 창의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만치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지고, 경쟁도 치열하다는 뜻이 되겠죠.

 

JTBC의 '상상연애대전'은 일단 '새롭다' '참신하다'의 차원에서는 종래의 어떤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새로운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죠. 못 보던 것이라고 해서 죄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 이게 보다 보면 빠져드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굳이 솔로대첩이 벌어지고 있는 날 이런 포스팅이라니, 분개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항상 우리에겐 '정신승리'라는 비전이 있지 않습니까. 어떤 프로그램인지 일단 한번 감상.

 

 

 

 

프로그램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미녀 연예인 여자친구의 마음에 드느냐'입니다. 세트에 네 명의 젊은 일반인 남성이 출연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니터를 통해 여자 연예인 출연자와 1:1로 소통을 하면서(물론 이건 상상이구요^^) 연애 현장에서 수시로 맞닥뜨릴 수 있는 디테일한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합니다.

 

최종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포상은 그 미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첫회에는 다비치의 강민경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세트에서 문제를 풉니다.

 

 

 

문제는 이런 식.

 

 

물론 당연히 고르는 답변에 따라 점수가 다르게 적용됩니다.

 

점수의 기준은? 그건 당연히 데이트 상대인 강민경의 취향이죠.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실제로 데이트를 한다 해도 남자들은 똑같은 입장입니다. 앞에 있는 여자분이 '대다수 일반적인 여자들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상식적인 여자' 라는 것을 전제로 데이트를 진행하지만, 사실 이 여자분이 어떤 특정 분야에서는 '아주 독특한 비상식적 취향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복불복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상식선에서 판단이 이뤄집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문제가 분명 있죠.

 

 

예를 들면 이런 경우. 상대방의 성격에 따라 답에 큰 변화가 있습니다.

 

 

 

이렇게 비교적 정상적인 문제도 있는 반면, 무서운 문제도 있죠.^^

 

바로...

 

 

 

이렇게 온 세상 남자들을 전율에 떨게 하는 문제도 나옵니다. "오빠, 오빠는 내가 몇번째 여자친구야?"

 

(참고로 말씀드리면 강민경양은 "네가 세번째지만, 난 네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타입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난 네가 처음이야. 정말이야. 무조건 네가 처음이야"라는 답을 정답으로 생각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당당했던 선수들이

 

 

 

 

 

 

 

이런 선언을 받고 나면

 

 

 

이렇게 좌절하는게 보통입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아무튼 세 차례의 대결을 통해 최종 승자가 된 1인은 강민경양과 커피 한 잔을 나누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민경양은 손수 케이크를 떠 먹여주고, 미스트를 뿌려 주는 등 치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40이 넘은 남녀 시청자들에겐 어쩌면 '이게 뭐 하자는 짓'인지 모를 뜨악한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아직 피가 뜨거운 남자 시청자들은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고 합니다. '나도 모르게 문제를 따라 풀고 있더라'는 남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마음이 젊어지는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요.

 

 

 

세 MC들의 입담도 보는 재미에 한몫을 합니다.

 

주로 남자 출연자들을 질타하는 쪽이지만, 어느새 도저히 남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강민경양의 만행(?)에 분개해 '나 같으면 안 만나고 그냥 집에 가겠어요!'라고 외치고 있는 MC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뭐 시청자들의 충실한 대변자라고나...

 

표면을 볼 때 누가 뭐래도 남성 취향의 프로그램이라고 해야겠지만 여자분들이 보시기에도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기서 저걸 고를 수가 있지?'라며 경악하는 동안, 어느새 당신은 남자들이 특정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게 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 어느새 당신은 연애 고수가 되어 있습니다.

 

 

 

 

두번째 출연자는 시스타의 다솜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3주간. 누가 다솜과의 만남에 성공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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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을 극장에서 보기를 무척이나 기다렸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클로드 미셸 숀버그의 [레미제라블]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입니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무대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원작의 스펙터클은 어떻게 구현됐을까, 일단 이름값으로는 최강인 스타들이 어떤 식으로 노래를 소화할까. 당연히 궁금했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얘기는 톰 후퍼 감독의 고민과 노력에 대한 칭찬입니다. 이번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고 나면, 왜 여태까지 이 뮤지컬의 영화화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 원작 소설 '레미제라블'은 최근 5권으로 완역본이 나왔을 정도의 대작입니다. 이미 수차례 영화화됐지만 만만찮은 규모의 물량이 투입되어야 하는 대작이죠. 이런 규모의 작품과 무대용 뮤지컬을 조화시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시카고'나 '아가씨와 건달들'과는 다른 작품이라는 얘기죠.

 

물론 '그래서 그 결과물이 보는 이를 압도하는 걸작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좀 망설이게 됩니다만. 

 

 

 

 

'레미제라블'을 모르는 분은 없겠지만 - 오래 전 이 뮤지컬에 대해 처음 글을 썼을 때도 했던 얘기지만 -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은 '레미제라블'이 그냥 "미리엘 주교가 전과자 장발장에게 '자네 왜 은식기만 가져가고 은촛대는 놓고 갔나'라고 말해 그를 새 사람으로 만드는 이야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프랑스 혁명이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19세기 초, 한마디로 격동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던 하층민들의 세계를 진지하게 그려보려 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죠. 결국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는 1832년 6월 파리 슬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봉기로 이어집니다. 물론 민중의 힘에 기반한 혁명이 아니고 일부 학생들의 봉기였기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죠.

 

 

 

 

뮤지컬에서도 수많은 명곡들이 있지만 스토리의 진행상 가장 중요한 노래는 학생들이 봉기를 결의하고 부르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과 봉기 전날 밤, 등장인물 전원이 다음날 아침 각자의 운명이 어떻게 갈릴까를 놓고 부르는 'One Day More'입니다. 각자 흩어져 자기의 삶을 살던 인물들이 이 봉기를 통해 같은 시공간에 모이고,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되죠.

 

(그 결과도 대단히 현실적입니다. '레미제라블'에서도 이 봉기의 핵심 지도자인 앙졸라는 실패와 함께 이슬로 사라지지만 본래 명문가의 후손인 마리우스는 장발장에 의해 구조되어 본가로 돌아가 코제트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게 되죠. 여담이지만 80년대 운동권 학생들 중에서도 비슷한 궤적을 걸은 분들이 적지 않다는...)

 

 

 

 

아무튼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 위해 톰 후퍼 감독은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 결과 내린 결정은 '아무래도 영화라는 장르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노래를 희생시키자'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무대 뮤지컬에 익숙한 분들이 팡틴 역의 앤 해서웨이가 부르는 'I Dreamed a Dream'이나 에포닌 역의 사만사 바크스가 부른 'On my own'을 들으면 뭔가 아쉽고 싱겁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자베르 역의 러셀 크로가 부른 'Stars'는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

 

많은 분들이 '아무래도 영화배우들이 전문 뮤지컬 배우들보다 노래를 못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합니다. 게다가 무대 뮤지컬에서 당연히 사용하는 전용 극장의 울림(심지어 노래방 마이크도 에코 빼고 들으면 이상하죠^^)이 사라진 노래들이라 더욱 박력 없게 들리기도 합니다. 사만사 바크스는 레미 25주년 기념 공연에도 출연한 정통 뮤지컬 배우 출신이지만 이 영화에선 완전히 힘을 빼고 부릅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영화 전편을 볼 때 톰 후퍼 감독은 이 작품을 제대로 영화화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무대 뮤지컬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판단은 영화 전반부까지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앤 해서웨이가 부르는 'I Dreamed a dream'은 무대 뮤지컬과는 기능이 다릅니다. 무대에선 이 노래가 공연 시작 후 40분 가량이 경과된 상황에서 관객들을 강하게 움켜쥐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관객을 압도하는 파워가 필요합니다.

 

(아래 예고편에서 그 노래의 하이라이트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노래만 따로 들었을 때에는 '고작...?'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 속에서 들으면 확 달라집니다.)

 

 

 

무대 뮤지컬과는 달리 톰 후퍼의 영화에서 이 노래는 배우의 가창력이 아니라, 영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 주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 무대판에서 이 노래의 시점은 팡틴이 창녀가 되기 전이지만, 영화에서는 창녀가 된 뒤에 신세한탄을 하는 시점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감독은 그 상황에서 무대의 배우들이 부르듯 절규하는 팡틴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어색하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의도야 어떻든 해서웨이의 가창은 매우 성공적입니다. 이 노래는 영화 '레미제라블'을 대표하는 트랙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독의 선택은 뒤로 가면서 조금씩 문제를 드러냅니다. 중간 휴식도 없이, 모든 대사가 노래로 처리되는 영화를 계속 본다는 것은 일반 관객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대라면 관객들도 박수를 쳐야 할 노래와 쉬어 갈 노래 사이에서 나름 체력관리(?)를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생동감이 떨어지는 영화 관객들은 90분쯤 지나면 눈에 띄게 지쳐갑니다. (제 옆자리의 중년 남성 관객은 어찌나 한숨을 크게 쉬던지...)

 

무대든 극장이든 가장 힘을 줘야 할 부분인 바리케이트에서의 대치 장면도 그리 매끄럽지 않습니다. 그래도 극장용 영화에서 뭔가 민중 봉기를 그려내려면, 관객들이 기대하는 최소한의 스펙터클이 있기 마련인데, 그렇게 배경을 펼쳐 놓으면 톰 후퍼 감독이 기대하는 '배우들이 현장에서 노래하며 연기하는' 뮤지컬로 그려내기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극장용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바리케이트 장면은 골목 하나를 배경으로 한 초 미니 사이즈로 표현됩니다.

 

 

(위 사진의 거대한 바리케이트는 엔딩 신에만 잠깐 등장할 뿐입니다. 오해 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레미제라블'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일단은 워낙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원작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 다음엔 정상급 배우들의 열기 넘치는 호연 때문이죠. 톰 후퍼 감독은 노래 하나 하나에 클라이막스를 두기 보다는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데 역점을 뒀고, 배우들은 그 연출에 맞춰 최고의 기량을 뽐냈습니다.

 

주요 배우별로 얘기하자면 최고의 캐스팅은 아무래도 앤 해서웨이입니다. 노래로 전설적인 브로드웨이 스타들과 경쟁하는 대신 팡틴의 캐릭터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영화 전체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냈다고 할만 합니다.

 

 

 

 

휴 잭맨도 노래와 캐릭터 모두 AA급으로 매길만 합니다(사실 장발장 역은 노래에 큰 비중이 있는 역할은 아니죠^^). 반면 러셀 크로. 연기야 흠잡을 데가 없지만 노래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습니다. 기본은 해 줬어야 하는데 말이죠.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좀 아깝습니다. 코제트 역 같은 단역을 이런 배우에게 맡기는 건 누가 뭐래도 낭비죠.

 

 

 

 

결론적으로 '레미제라블'을 보고 나서, 뮤지컬의 영화화가 성공적이려면 노래/춤의 비율이 최소한 6:4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카고'나 '그리스'같은 작품이죠. '레미제라블' 처럼 노래와 춤의 비율이 9:1 이고 처리해야 할 드라마의 볼륨이 큰 작품을 '뮤지컬 영화'로 만들기 위해선 타협이 불가피합니다. 어떻게 해도 입체감이 희생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감독이 숭숭 생략하고 넘어가는 무대 뮤지컬과는 달리 원작의 스토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의지까지 갖고 있다면 더욱 더 힘든 작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은 최고라고 하기엔 좀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최선의 영화화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어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영화화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이보다 더 잘 만들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서를 달자면,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아무래도 무대 공연을 봐야 할 것 같군요.

 

 

 

P.S. 사실 콤 윌킨슨의 출연은 전혀 모르고 영화를 봤기 때문에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윌킨슨이 출연해 줘야 한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런데 미리엘 주교 역이라니.^^

 

오리지널 웨스트엔드의 장발장으로 유명한 윌킨슨이지만 아무래도 그에게 가장 어울렸던 역할은 '맨 오브 라만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국내건 국외건, 누구도 그가 불렀던 'The Impossible Dream'을 능가하지는 못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안 들어주면 또 서운하겠죠.^^)

 

 

 

P.S. 가장 감독에게 불만이 컸을 것 같은 배우는 앙졸라 역의 아론 트베잇. 훌륭한 목소리와 외모를 보여줬지만, 앙졸라 역의 핵심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앞부분 독창을 없애 버렸으니, 발코니 신이 없는 로미오가 된 셈이죠.

 

앙졸라 뿐만 아니라 이 노래의 배경을 야외로 끌고 나오자는 발상은 오랜 고민의 결과인 듯 하지만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카페를 배경으로 했을 때 훨씬 효과적이었을 거라는 생각. 뭐 이 장면도 영화로 이 작품을 처음 접한 분들에겐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전해지지만, 그런 분들에겐 반드시 무대 공연의 박력을 느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대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대한 글:   http://fivecard.joins.com/130

현재 국내에서 투어 중인 '레미제라블'에 대한 글:   http://fivecard.joins.com/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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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에 새로운 방식으로 기여하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새로 '매거진M'이라는 주간 영화전문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물론 계열사에서 나오는 기존의 '무비위크'가 건재하지만 이건 약간 스타일이 다릅니다. '무비위크'가 5000cc급 벤츠 세단이라면 '매거진M'은 2000cc 이하의 보급형 2인승 스포츠카라고나 할까요. 가볍고, 부담없는 편집입니다.

 

뭐 이렇게 길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제가 여기에 기여를 하기 때문이라는 걸 다들 눈치채셨을 겁니다. 고정란 제목은 '10만원으로 즐기는 *월의 문화 가이드'. 그러니까 예산이 10만원이라는 전제하에 대체 이 예산을 어떻게 집행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덜어 주는 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10만원은 꽤 큰 돈입니다. 특히 남자의 경우라면 대부분 이 돈에 x2를 해야 하기 때문에 20만원이 될 공산이 크죠. 물론 x2를 하지 않더라도 이 돈을 쓰기 위해 써야 하는 돈, 즉 교통비/식사비/커피값 등은 추가로 써야 하기 때문에(아, 물론 "자기가 공연을 보여주니까 밥은 내가 살게"라고 말하는 관대한 여자친구를 두신 분들은 예외겠죠. 하지만 현실은 "나는 자기 만나려고 머리도 하고 화장도 하고 구두도 샀으니 데이트 비용은 자기가 내"라고 말하는 여자들의 세계...) 10만원의 문화 예산은 실제 집행시에는 2배 이상으로 불어나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화란 어디까지나 공유가 기본. 추가 지출(?)이 두려워서 혼자 공연 보고, 혼자 책 사 읽고 하다 보면 어느새 주위에서 피하는 종류의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안 그래도 춥고 외로운 계절, 널리 함께 나누도록 하세요. ("누가 나누기 싫대? 나도 나누고 싶다고!"라고 울부짖는 분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일수록 정서를 가다듬기 위한 문화 소비가 필수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긴 솔로생활이야말로 당신의 정신 세계를 황폐화시킬 수 있으니.)

 

한가지 죄송한 건 글을 써 놓고 나서 실제로 책이 나올 때까지 예기치 못한 시간이 소요되는 바람에 글 머리에 나오는 서울시향의 '레퀴엠'은 이미 과거 얘기가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이야기들은 모두 지금도 유효.

 

책보다 블로그가 좋은 점이라면 일단 '1) 길이 제한이 없다' '2) 동영상을 첨부할 수 있다'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본책에서는 잘린 부분들을 일단 원문 그대로 소개합니다. 

 

그럼 시작. 

 

 

 

 

10만원으로 즐기는 문화생활 가이드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문화비라는 지출 항목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영화는 다운받아 보거나 케이블TV에서 보고, 음악은 다운받아 듣고그래. 나도 알아. 돈 쓸데가 좀 많겠어. 핸드폰 할부금 내야지, 맛집 순례도 해야지, 옷도 사 입어야지. 안다고.

 

한달에 10만원, 꽤 많은 돈이긴 해. 이 돈을 1년 모으면 120만원, 3년쯤 모으면 샤넬 클래식 백 하나쯤 살 수 있을거야. , 이제부터 선택이야. 이 돈을 3년 모아 명품 백 하나를 사는 것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정서적인 충족감을 느끼는 일. 당장 모르겠다고? 그럼 차근 차근 읽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아.

 

12. 공연도 많고 이벤트도 많아. 사실 10만원은 뽀대나게 쓰기에 그리 많은 돈은 아니야. 연말 기분 낸다고 이승철 이승환 콘서트를 가겠다면 표 한장 사기도 모자라. 그런데 이 글의 취지는 아까부터 얘기하듯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다양한효용을 누리는 데 있어. 뭐 굵고 짧게 쓰겠다면 그것도 방법이니 말리진 않겠어.

 

일단 12월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연은 6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레퀴엠이야. 레퀴엠이 뭔지 얘기하자면 하루 종일 할 수 있지만 여기선 그런 지면이 허락되지 않았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 아무튼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임선혜(소프라노) 같은 솔리스트들이 공연하는 모짜르트의 레퀴엠 3만원에 볼 수 있다는 건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해. 모짜르트 교향곡 41주피터까지 덧붙여서 말이야.

 

이 공연은 원래 127일 하루 공연이었는데, 지난 7월에 이미 매진돼 버렸어.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이 매진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거야. 표 못산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바람에 6일 공연이 추가된 거지. 물론 R석은 12만원이지만 3만원짜리 표도 결코 후지지 않아. 1층 사이드 자리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레퀴엠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려면 꼭 봐야 할 영화가 있어. 바로 밀로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망 덕분에 한국의 DVD 시장은 빈사상태고, 그 덕분에 이런 소장가치 200점의 걸작을 9900원에 살 수 있어. 그것도 코멘터리까지 들어있는 2 DISK 버전을 말이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영화 후반부, 죽어가는 모짜르트와 살리에리가 서로 협력해 가며 레퀴엠의 콘푸타티스(Confutatis)와 라크리모사(Lacrimosa) 부분을 작곡하는 장면을 본 뒤에 6일 예술의 전당으로 가서 전곡을 들으면 만점짜리 코스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네.

 

아직도 6만원이나 남았으니 연극도 한편 보면 어떨까 싶어. 좀 올드하긴 한데, ‘돌아서서 떠나라라는 작품이 12월 말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공연 중이야. 박신양 전도연 주연 영화 약속의 원작이라면 대략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갈 거야. 이번 출연진은 상당히 젊은데, 강영구-이만희 콤비의 작품이라면 믿어도 좋아. 추운 날, 가슴 뭉클한 얘기를 권하고 싶었어. 참고로 남자들한테 하는 얘긴데, 이 연극 같이 보고 안 우는 여자는 계속 사귈지 말지를 심각하게 다시 한번 고민해 봐.

 

뮤지컬은 대부분 고가라 추천하기가 쉽지 않네. ‘오페라의 유령같은 작품은 내년 1월 공연의 싼 표는 지금 사면 4만원 정도에도 구할 수 있는데 블루스퀘어홀의 악명 높은 2,3층 좌석 배치를 생각하면, 차라리 몇 달치 예산을 묶어서라도 꼭 좋은 자리를 사라고 권하고 싶어.

 

그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12월 영화로 개봉할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예습하는 거야. 국내에선 20년 전에 무허가(라이선스 없이) 공연한게 전부였으니 그동안 해외 공연 팀의 내한 공연을 보거나 해외에서 보지 않았다면 전막을 본 사람은 거의 없겠지.  일단 DVD를 사. 두가지가 있는데 새로 나온 25주년 기념 공연은 9900, 15년 전에 나온 10주년 기념 공연은 3900원에서 7500원쯤 해. 대체 어떻게 이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합법적으로 만원 이하에 살 수 있어.

 

왜 미리 보고 가야 하느냐고?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작품에 대한 지식이 감상의 폭을 좌우해.

 

 

 

둘의 차이는 리아 살롱가(Lea Salonga)‘I Dreamed a Dream’을 부르느냐(25주년), ‘On My Own’을 부르느냐(10주년)로 요약할 수 있어. 뭘 고를지는 취향인데 굳이 권한다면 후자 쪽. 여유 있으면 둘 다 사.

 

(참 15년 간격인데... 살롱가도 정말 놀라운 방부제 복용자...)

 

단 두 DVD 모두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뮤지컬 콘서트(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노래를 하되 연기는 하지 않음) 형식이라는 건 염두에 둬야 해. DVD 보고 영화도 보고, 욕심이 나면 지방을 돌아 내년 4월 서울에서 공연될 정성화 주연의 레미제라블도 질러 보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 원래 이 난에서 개봉 영화 얘기는 안 하기로 했어. 하지만 약간 경우가 다른 작품이 있더라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극장 상영중이야. 영화로 개작된 건 아니고, 무대 공연을 촬영한 버전인데 그래서 더 괜찮을 것 같아.

 

이 뮤지컬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일단 유튜브로 가. 마커스 로빗(Marcus Lovett)이 부르는 수퍼스타(Superstar)’나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가 부르는 게세마네(Gethsemane)’를 들어. 이렇게 친절하게 스펠링을 써 주는 건 이걸로 검색해 보란 뜻이야.

 

 

 

 

 

아무튼 들어. 그럼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야.

 

마지막으로 전시 하나. 12월 전시로는 바티칸 박물관전이 눈길을 끌지만 이 난을 볼 사람이라면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 본관)팀 버튼 전(12.12~)’을 권하고 싶어. 버튼의 드로잉, 스케치, 의상 등등 영화적 상상력의 근간이 된 작품들이 전시된대. 가격은 아직 미정인 듯 한데 시립미술관이니 비싸도 만원 안팎일 거야. 버튼 팬이라면 한번 가봐야겠지.

 

12월은 여기까지야. , 12월엔 술 약속도 많을 테니 여기까지.

 

요약

126일 예술의 전당 모짜르트 레퀴엠     B 3만원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S 3만원

영화 아마데우스(SE)’ DVD                      9900

뮤지컬 레미제라블 DVD                      3900~9900

극장 상영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9000

1212~ 시립미술관 팀 버튼 전             1만2000원

대락 9만 3천~ 7천원 정도..?

 

 

갑자기 반말이라 놀랄 분들도 있겠군요.^^ 평소 너무 공손했던 것 같아서 이미지를 바꾸는 중입니다. 새로운 컨셉트. 책에는 이렇게 들어갔습니다. 뭐 책 나오고 나니 바로 1월 문화생활 가이드 마감 직전이군요.

 

아무튼 앞으로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P.S.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제가 처음 본 '돌아서서 떠나라'는 한명구-정경순 주연이었군요. 세월이란 참.

 

P.S.2. 지금 메가박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시면 매거진M을 1년간 무료로 정기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놀랍지만 사실! http://www.megabox.co.kr/Event/EventsMegaDetail.aspx?eventkind=1&eventid=1763&rownu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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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우연한 여행(이하 '호빗')]은 개봉 전 말이 많았던 영화입니다. [호빗]을 본 많은 사람들이 - 심지어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 이 영화가 3부작으로 기획됐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도 큰 작용을 한 듯 합니다. '뭐야, 왜 이렇게 끝나?'에서부터 '아니 왜 사건의 진도가 이렇게 안 나가?' 까지 다양한 불만이 나왔습니다.

 

사실 '호빗'이 3편의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건 좀 무리로 보이긴 합니다. '반지의 제왕'이야 원작이 3권(한국에선 6권)이니 3부작이라도 뭐랄 사람이 없겠지만 '호빗'은 원작도 그리 두껍지 않은 1권인데 대체 그걸로 어떻게 영화 세 편을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하지만 그런 혹평들이 기대를 털어내게 해 준 덕분인지, 직접 본 '호빗'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피터 잭슨은 '호빗'을 원작 그대로 3부작으로 쪼갤 생각은 애당초 없었던 모양입니다. 큰 줄거리는 소설 '호빗'을 따라가되, 원작에 나오지 않는 부분들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메꿔 넣어, '반지의 제왕' 마니아들이 즐거워할 만한 프리퀄의 요소를 훨씬 풍성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의도적으로 '반지의 제왕'의 구도를 재현하려 한 근거는 바로 이런 인물에서 드러납니다. 사진상으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난쟁이' 킬리입니다.

 

...이런게 난쟁이라니! 이건 사기야! 게다가 활도 잘 쏜다니. 아무래도 이건...^^

 

 

 

일단 간단한 줄거리.

 

전혀 모험 따위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호빗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은 어느날 회색 마법사 간달프(이언 맥캘런)의 방문을 받습니다. 빌보는 '함께 모험을 떠나자'는 간달프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지만, 바로 다음날 '참나무 방패 소린'(리처드 아미티지)이 이끄는 열 세 난쟁이들의 방문을 받습니다.

 

난쟁이들의 목표는 강력한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난쟁이들의 도시 예레보르를 탈환하겠다는 것. 난쟁이들의 먹성에 식품 저장고가 텅 비는 참사가 벌어지지만, 곡절 끝에 빌보는 소린 원정대의 일원이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는 길은 초원, 눈덮인 벼랑, 오크, 고블린, 트롤, 엘프 등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실 영화는 아주 친절한 편은 아닙니다. '본래 호빗들은 손님 접대를 좋아한다' '호빗들은 요리를 잘 한다' '난쟁이들은 매우 조용히 움직이고, 호빗들은 그보다 더 조용히 움직이기 때문에 은밀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호빗만큼 이점을 가진 종족이 없다'는 등의 설명이 있다면 영화 '호빗'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설명들은 영화에선(대화 중에 나오긴 합니다만...) 전혀 중요하지 않은 말로 그냥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아무런 부담 없이 받아들입니다. 온 국민이 다 극장에서 본데다 기회만 있으면 케이블TV 영화 채널에서 시도 때도 없이 틀어 준 결과, 초등학생에서 할아버지까지 전 세대가 너무나 친숙하게 여기게 된 '반지의 제왕' 3부작 덕분이죠. 영화의 국적을 불문하고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사상 이보다 더 친숙한 영화는 없을 지경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이 분까지 나오시니 뭐 친숙함은 이루 말할수가...)

 

영화의 흐름은 어쩌면 피치 못하게 '반지의 제왕' 1편의 진행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원정대가 조직되고, 주인공 호빗이 예기치 못하게 그 일원이 되고, 험한 길을 가면서 괴물들과 싸운다는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원정대의 실질적인 리더는 (그때나 지금이나) 간달프. 그리고 원정대의 표면적 리더는 (그때나 지금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미중년 전사.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원정대에 활기를 불어 넣는 꽃미남 궁수가 있습니다. 아라곤이 했던 역할을 소린이, 레골라스가 했던 역할은 킬리가 한다고 보면 딱 떨어질 구도입니다. 김리 역할은.... 뭐 10명이나 있습니다.

 

한마디로 '반지의 제왕'의 구도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속셈이 너무 보인다는 얘기.

 

 

(카리스마틱 리더 소린 역의 리처드 아미티지,)

 

 

(기형 난쟁이 킬리 역의 에이단 터너. 이제 올란도 블룸은 끝난 거죠.)

 

 

(열 세 난쟁이 중 하나인 이분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주역 김리의 아버지인 글로인입니다. 배우 이름은... 근데 알아서 뭐 하실라구요?)

 

이런 구도는 사실 약간 위험하기도 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편안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면도 있지만, '뭐야, 재탕이야?'라는 느낌을 줄 여지도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지루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관객들은 '고작 세 편'으로 끝난 '반지의 제왕'을 좀 더 오래 오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 '호빗'을 세 편으로 만든다는 의도 자체가 바로 이런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봐야 할 겁니다.

 

 

 

'호빗'의 주인공 마틴 프리먼이 엘라이자 우드만큼의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의외로 대사도 별로 없는 킬리 역의 에이단 터너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다른 난쟁이들이 체형 비율에서도 난쟁이 표준인 4~5등신을 유지하는 반면 킬리는 키만 작을 뿐 신체 비율도 8등신입니다. 여성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 캐스팅의 냄새가 뚜렷합니다.

 

'호빗'을 보기 위해 원작 '호빗'을 새로 사서 읽을 필요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사실 원작을 읽어도 큰 방해는 되지 않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경우와는 달리 원작보다 영화가 훨씬 풍성하니까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에 앉으시면 다른 고민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다만 다소 쫓기듯 진행됐던 '반지의 제왕'에 비해 '호빗'은 훨씬 여유있고, 느긋한 영화라는 점만 기억하시면 세 시간이 짧게 느껴지실 겁니다.

 

 

단지 이렇게까지 '반지의 제왕'의 주역들이 다 나와버리면 전편의 아라곤과 아르웬이 참 그리워진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케이트 블랜칫이 시리즈 최고의 미녀라는 건 아무래도 '호빗'의 최대 약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그렇다고 수염 난 드워프 여주인공을 등장시킬 수도 없고...^^)

 

시리즈 2편에 가면 타우리엘이라는 새로운 엘프가 나올 듯 한데 그거나 기대해봐야겠군요.

 

 

 

 

P.S.1. HFR(High Frame Rate)을 적용한 초당 48프레임의 3D로 봤는데 기존의 영화와는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너무 선명해서 영화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즉 판타지 영화 특유의 약간 부드러운 터치와 몽환적인 영상이 사라지고, 장시간 카메라를 고정하고 찍는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화면이 이어지다 보니 오히려 영화의 현실감이 떨어졌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반면 HFR을 먼저 보고 그냥 디지털 2D로 다시 보신 분은 '두번째는 화면이 뿌예서(?)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 하시는 걸 보면, 역시 적응하기 나름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영화가 아니라 자연 다큐 혹은 전편을 거대한 세트에서 촬영한 시트콤 같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 낮 장면이.)

 

P.S.2.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절대 알아볼 수 없는 두가지 역으로 모두 합해 약 20초간 나옵니다. 출연료를 받았을지가 매우 궁금.^^ 아무튼 셜록과 왓슨의 대결은 1편엔 없습니다.

 

P.S.3. 과이히르(영화에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호빗' 후반부를 보시면 누군지 저절로 아시게 됩니다)를 불렀으면 좀 더 태워달라고 하지 그렇게 엉뚱한 데에 내려주면...^^

 

 

 

 

P.S.4. 본래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드워프 종족의 특징은 '키가 작고, 손재주가 뛰어나고, 협동심이 강하고, 배타적이며, 보기보다 싸움도 잘 한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이 드워프가 어찌어찌해서 북유럽 지역으로 흘러들어온 아시아 계 민족일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물론 톨킨이나 잭슨의 해석과는 아무 상관 없는 얘깁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어쨌든 피터 잭슨, 마틴 프리먼, 엘라이자 우드는 현실에서도 호빗 사이즈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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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사다]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됐습니다. 정식 명칭은 JTBC TV '당신을 구하는 TV - 우리는 형사다'입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만족했던 제목은 아닙니다.

 

방송이 나가기 전, 개인적으로도 '왜 이렇게 길고 설명적인 제목이 필요할까'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만큼 좀 더 감각적인 제목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제목은 경찰들의 일상이나 수사 과정을 6mm 카메라로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제목, 특히 '당신을 구하는 TV'에 강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방송을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의 목숨을 왔다갔다 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던 겁니다.

 

 

 

'우리는 형사다'는 한국 최초(그리고 제작진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형사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범죄 현황과 그 예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 첫회 후반부에는 실제 범죄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을 알려주는 '긴급전화 SOS' 코너가 방송됐습니다. 오래 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생극장' 코너를 연상시킵니다. '한밤에 택시를 타는 경우'에 대한 안전 대처법입니다.

 

예를 들어 한밤중 길에 나선 여성 출연자 앞에 두 대의 택시가 서 있습니다. 1번 택시에는 온화한 얼굴의 운전기사가, 2번 택시에는 다소 험상궂은 운전기사가 타고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느 택시를 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자, 1번 차

 

 

 

 

2번 차입니다.

 

 

 

어떤 차가 더 안전한 차일까요?^^

(정답은 저 아래쪽으로 내려가시면 있습니다.)

 

아무튼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조금만 더:

 

'우리는 형사다'의 스튜디오에는 강력, 사이버, 성폭력, 조직폭력, 장기미제 사건, 프로파일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던 대한민국 최고의 형사들이 직접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범죄 예방에 대한 지식을 전달합니다.

 

물론 그렇게만 있으면 너무 딱딱해 질 것을 대비해 MC는 이휘재가 기용됐습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형사들에 대해 잘 아는 연예인,

 

 

 

지금은 손 씻은(?) 왕년의 스트리트파이터 김창렬도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첫회의 주제는 성범죄. 폭증하는 성범죄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이 소개됐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천사가 되려고 하지 마라'.

 

여성들의 동정심을 이용해 못된 짓에 사용하는 흉악범들이 늘고 있는 상황. 예를 들어 길을 잃은 척 하는 어린이의 집을 찾아 준다며 어린이가 이끄는대로 으슥한 뒷골목으로 갔다가 범죄의 위기에 노출됐던 여성의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이밖에도 '요 옆 건물 3층까지만 짐을 좀 거들어 달라'는 할머니의 청을 들어 줬다가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공범에게 노출된 사례도 있었죠.

 

 

 

또 여성들의 노출이 성범죄의 온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등장, "실제 사건 발생 비율을 보면 바지 입은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오히려 더 많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구에 비해 한국의 성범죄 재범률이 높은 것은 낮은 형량과 합께, 성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는 위축되어 조용한 생활을 하므로 모범수로 감형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

 

한마디로 성범죄의 주역들이 얼마나 비열한 존재들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여성에게는 못된 짓을 하지만 자기보다 강한 남자 죄수들 사이에서는 기가 죽어 지낸다는 얘기죠.

 

 

 

 

 

 

 

후반부. 위에서 소개했던 택시 퀴즈가 포함된 '긴급전화 SOS' 코너입니다.

 

 

한밤중에 혼자 택시를 타는 상황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꽤 있을 겁니다. 실제로 꽤 많은 사건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1번과 2번 택시 중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택시는 무엇일까요?

 

 

 

 

현장 방청객 중 약 75%가 '1번 택시'를 선택.

 

아무래도 운전기사의 인상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한국에서 합법적인 택시는 모두 번호판의 가나다라 표지가 '아, 바, 사, 자' 로 되어 있다는 것. 그 밖의 번호판은 모두 무허가 택시입니다. 1번 택시의 번호판은 '가'로 되어 있죠.

 

정식 등록된 택시가 아닌 만큼, 범죄에 이용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즉 택시 기사의 인상을 보기 전에 일단 번호판을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달리는 차에서 음료를 권하는 기사,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는 기사에겐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도 나왔습니다. 상황에선 기사가 통화를 하다가 "내 전화기의 배터리가 다 닳았다"며 손님에게 전화기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화기를 건네자 기사는 창을 열고 밖으로 전화기를 던져 버린 다음 광란의 질주를 시작합니다.

 

특히나 휴대전화는 한밤의 생명줄과 같다는 지적. '강호순도 위장 택시를 몰면서 피해 여성들에게서 제일 먼저 전화기부터 빼앗았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방청객들의 얼굴에도 충격이 스쳐갑니다.

 

한밤에 택시를 타는 경우엔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행선지나 현재 위치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 그리고 여자 승객은 무조건 뒷자리에 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물론 대다수 선량한 택시기사들께서 이런 프로그램을 보시면 '우리가 무슨 범죄집단이냐'고 불쾌하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을 이용한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를 예방하기 위해 택시 승객들이 조금은 예의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더라도 이해해 주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이를테면 택시를 탄 승객이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 자기가 탄 택시 번호를 불러 준다든가 할 경우에 말입니다.

 

 

 

 

첫회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실시간으로 SNS 반응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필요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느낌.

 

범인 체포에는 귀신이지만 방송에는 초보인 형사님들이 긴장이 좀 풀리시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소개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당연히 놀자판이 되면 안 되겠지만.^^)

 

 

 

매주 목요일 밤 11시.

 

'무릎팍 도사'가 당신의 생명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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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들에서 주역은 청춘들입니다. 아무리 '제빵왕 김탁구'같은 드라마에서 '실질적인 주연'은 전인화와 정성모 같은 중년 배우들이었다고 해도 제목이 '김탁구'인 이상 김탁구 역의 윤시윤이 드라마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마찬가지. '우리가 결혼할수 있을까'(이하 우결수)도 실질적인 주인공은 한 딸의 이혼과 한 딸의 결혼을 온 몸으로 추진하고 있는 억척 엄마 들자 역의 이미숙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드라마의 핵심은 정훈(성준)과 혜윤(정소민) 커플입니다. 이 두 젊은이의 가파른 결혼 길이 드라마의 갈 길이고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 두 사람이 드라마의 커플 1번, 그리고 공기준(김영광)-동비(한그루) 커플이 2번으로 드라마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혼 위기에 있는 혜윤의 언니 혜진(정애연) 부부가 3번이죠. 그런데 4번 커플이 드라마 전면으로 죽죽 치고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민호(김진수)와 들래(최화정)의 중년 커플입니다.

 

 

극중 민호는 세 번의 이혼 경력을 갖고 결혼생활에 질려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 타는 취미로 사는 40대 중년남입니다. 그래도 '건물 하나 정도 갖고 있는' 재력 덕분에 사는 데 지장 없고, '20대 아니면 여자로 보이지 않는' 생활을 계속해 왔습니다.

 

반면 혜윤의 이모 들래는 50세의 노처녀 어린이집 교사. 예전엔 예쁘다는 말도 수없이 들었고, 소녀적인 정서를 아직 갖고 있는 탓에 이상형의 남자는 어디까지나 미소년-미중년으로 진화했을 뿐 무식하고 교양없는 중년의 아저씨에겐 눈길조차 줄 생각이 없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도 참 사람 일이라는게, 하다 보니 들레가 모터사이클에 대한 묘한 동경을 갖고 있고, 그러다 보니 민호와 들래 사이가 남녀 사이가 됩니다. 과연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론 꽤 있습니다.

 

 

들레 같은 스타일의 노처녀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 분들의 특징은 몸도 늙고 마음도 늙어가는데, 유독 취향은 늙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신들의 현실과는 아무 상관 없이, 이 분들의 이상형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발견됩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은 만큼 대부분 먹고 사는데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현실에서의 로맨스는 그만치 멀리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소녀시절의 판타지가 날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에 대한 하명희 작가의 시선은 코믹하지만 냉엄합니다. 이미 지난주 10회에서 드러났듯, 나이 50에 생물학적으로 처녀인 들레의 꿈 속에서 저승사자로 변한 언니 들자(이미숙)는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는 말 알죠? 아직까지 성경험이 미개봉 상태이기 때문에 그 몸으론 저승에 갈 수 없어요. 영원히 구천을 떠돌게 될 거에요"라고 악담을 던진 뒤 주저없이 들레의 관 위로 삽질을 해 댑니다.

 

 

 

"언니 나는 어디로 가?"

 

 

"생전에 날 알던 사람인가본데, 난 저승사자가 되어 전생의 기억이 없어요."

 

 

"어디보자. 혼전순결이 미개봉 상태라서 이 상태론 저승에 갈 수가 없어요. 사랑하지 않은 자 유죄란 말 알죠?" 

"...그럼 전 어떻게 되나요?"

"이대로 구천을 떠돌게 되는 거죠."

 

 

이 뒤로는 이런 상상에 충격을 받은 들래가 민호에게 "중간 과정 생략하고 빨리 자자"고 재촉하는 코믹한 장면이 이어집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나이 50에 처녀라는게 생매장당할 죄라고 한다면 분노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세상이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하실 분도... 뭐 따지다 보면 정말 억울한 분들도 있겠죠.;; (이런 얘기는 여기까지.)

 

사실 민호-들레 커플이 인기를 얻는 것은 실제 생활에서 그런 처지에 있는 분들이 이 커플을 좋아하시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반대로 그와는 전혀 거리가 먼 분들에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입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이 커플에 대한 하명희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눈길을 끕니다. 아마도 이 커플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겉으로는 자신만만한 척, 언제라도 젊은 여자들과 어울리면서 센 척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민호도 외롭습니다. 남자 생각 따위는 전혀 없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들레가 외로운 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눈에 보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의 외로움을 자신의 외로움에 겹쳐 보면서, 두가지 외로움이 서로 닮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민호의 별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들레는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외롭구나. 이렇게 같잖은 짓을 하면서까지 친해지고 싶어하는구나. 내가 뭐 잘났다고. 나도 아는데. 외로운 게 뭔지."

 

여기서 핵심은 바로 '내가 뭘 잘났다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데에는 사실 긴 시간이나 논리적인 설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개는 첫 눈에 서로 눈이 맞아 뭔가가 시작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즉 일단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먼저 호감을 갖기 시작한 경우라면 바로 이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내가 뭘 잘났다고.' 거기서부터 공감과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우결수'는 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이 보게 만들어진 드라마인 듯 하지만 사실은 퍽 어른용 드라마입니다. 대사 하나 하나마다 통찰이 숨어 있고, 인생이 녹아 있습니다. 웃음 속에 페이소스가 있고, 한숨 속에 지혜가 있습니다.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하고, 이해를 구한게 잘못이야?" "잘못이지. 그럼. 왜 다 알게 해. 생각만 복잡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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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인생의 뮤지컬'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우습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본 뮤지컬 중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레미제라블'을 꼽게 됩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님의 수많은 걸작들이 눈에 밟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음악의 완성도나 구성을 볼 때 '레미제라블'을 능가할 작품은 아직 인류의 뮤지컬 역사에 나오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클로드 미셸 숀버그(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현대 음악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같은 이름이고, 한때 친척이라는 정체불명의 소문이 돌았지만, 본인이 직접 아무런 혈연 관계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과 알랭 부브릴이 만들어 낸 이 위대한 작품은 1985년 초연 이후 한국과는 별 인연이 없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라이센스와 무관하게 해적판(?) 공연이 이뤄진 적이 있었고, 1996년과 2002에 해외 공연진의 방문이 있었을 뿐입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를 갈 기회가 있었던 일부 운 좋은 사람들 외에 대다수 국내 팬들은 이 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0주년 기념 DVD에는 '레미제라블'이 공연된 17개국에서 온 각국의 장발장들이 등장하지만 그 가운데 한국은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공연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그것도 묘하게 할리우드 영화판 '레미제라블' - 물론 수십번 영화화된 작품이지만 이번엔 영화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영화입니다 - 의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말입니다.

 

 

 

일단 이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2008년 포스팅에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그쪽으로 가 보시기 바랍니다. 똑같은 동영상을 자꾸 퍼 오거나, 똑같은 얘기를 자꾸 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http://5card.tistory.com/130

 

지난주 용인 포은아트홀까지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제작사의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왜 용인에서 초연을 하고 지방 순회를 한 뒤 다시 서울에서 공연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하루 빨리 이 공연을 봐야겠다고 몸이 달아오른 사람들은 많았고, 평일인데도 객석은 빽빽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의 공연. 만약 이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레미제라블'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본래 '레미제라블'의 상징으로 꼽혔던 회전무대는 사라졌지만 무대의 깊이며 볼거리에서는 조금도 손색이 없었고, 역시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앙상블은 관객의 전율을 자아낼 만 했습니다.

 

예를 들어 1막의 끝곡인 'One Day More'나 두 차례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에서 잘 조율된 파워풀한 합창은 왜 사람들이 '레미제라블'을 사상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부르는지 충분히 보여줬다고 할만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몇몇 장면만으로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정말 대단한 공연을 보았다'고 느낄 것이고, 평생을 잊지 못할 감동을 간직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레미제라블' 마니아들에겐 역시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듯 합니다. '레미제라블'은 웅대한 합창과 비주얼 외에도, 수많은 뮤지컬 스타들이 일생을 두고 부르고 싶어하는 솔리스트용 명곡들로 채워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장발장의 'Bring him home', 팡틴의 'I dreamed a dream', 자베르의 'Stars', 에포닌의 'On my own' 같은 곡들이 그렇죠. 또 중반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들어 보면 앙졸라라는 배역이 왜 젊은 뮤지컬 지망생들의 피를 끓게 하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최고의 배우들을 모았다는 캐스트가 이런 명곡들을 얼마나 소화했나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이건, 사람들이 알피 볼이나 코엄 윌킨슨, 리아 살롱가나 마이클 볼 같은 일세를 풍미한 명가수들의 목소리로 이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앙졸라를 한번 시도해 보련만, 아저씨의 로망은 역시 자베르가 부르는 Stars...정말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노래.)

 

게다가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 해도, 이번 '레미제라블'의 가사 번역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영어 가사에 맞게 만들어진 노래를 다시 한국어 가사에 맞추는 일이 쉬울리는 없습니다만, 그동안 수없이 많은 공연들이 번안 공연되었다는 점에 비쳐 생각할 때, 이번 공연의 한국어 가사는 아무래도 많은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일각에서 '한국어 가사가 좋았다'는 리뷰들을 볼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음표에 맞게 가사를 꽉꽉 채워넣다 보니 한국어의 특성에 맞는 의미 전달은 무시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관객들이 가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 데에는 뭔가 아직 박자가 맞지 않는 듯한 음향 조절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큰 책임은 한국어 가사에 있습니다.

 

(물론 모든 노래의 가사에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이 오페라처럼 송스루 스타일이다 보니, 오페라의 레시타티보에 해당하는 부분의 한국어 가사에서 집중적으로 문제가 노출됩니다. 끊어읽기라는 한국어의 특징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가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은 상대적으로 가사가 자연스러웠던 떼나르디에 부부에게 관객들의 호응이 매우 컸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할 듯 합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문제들을 고려한 다음 '레미제라블'의 주역들이 살려 줘야 할 핵심적인 명곡들의 처리를 놓고 평가하자면, 역시 장발장 역의 정성화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더군요. 공연 전에는 '과연...?'하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지만, 공연을 보고 나니 정성화야 말로 최선의 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 서막 부분에서는 미묘한 조바꿈에서 섬세함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지만 후반부, 특히 'Bring him home'에서 정성화는 '국가대표 장발장'으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대작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의 카리스마도 다른 배우들을 압도했습니다.

 

 

 

팡틴 역의 조정은은 오케스트라에 묻혀 'I dreamed a dream' 후반부의 노랫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배우의 음량을 고려해 전체 음향을 조절하는 데 실패한 것이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에포닌 역에 더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지만(몇년 전에 이 공연이 들어왔다면 단연 조정은이 에포닌 역으로 관객의 눈물을 쪽 빼는 명연을 보여주지 않았을까요),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아 낮은 평가를 받는다면 개인적으로 참 아쉬울 듯 합니다. 이번 공연의 에포닌 박지연도 물론 매우 훌륭합니다.

 

(아쉬움에 올려 보는 조정은의 On my own)

 

 

반면 앙졸라, 마리우스, 코제트 역할은 여러가지로 아쉽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앙졸라 역에서 좀 더 남성적이고 결의에 찬 목소리를 기대했습니다. 앙졸라가 마리우스 같아선 곤란하지 않을까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배우들이 '뽕끼 있는 발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물론 전체 공연의 틀 안에서 보면 위에 든 아쉬움은 정말 소소한 아쉬움에 불과합니다. 일단 공연을 보신 분이라면 무슨 말인지 심히 공감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또 사소한 문제는 다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원작이 매력적입니다.

 

지난 6월 뮤지컬 어워즈에서 갈라 형태로 보여진 One Day More 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출연진을 더 사랑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포은아트홀로 지금 가신다면, 이 버전의 One Day More는 학예회라고 생각하시게 될 겁니다. 그만치 현재 공연 팀의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용인이 너무 머신 분은 내년을 기약하시길. 뭐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꽤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뮤지컬 팬이라면 어쨌든 한번은 봐야 할 작품이니 말입니다.

 

 

P.S. 곧 개봉할 영화판의 예고편입니다. 앤 해서웨이가 부르는 'i dreamed a dream'이 나옵니다만, 글쎄 그닥 인상적이지는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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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수]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본래 긴 제목은 '우리가 결혼할수 있을까' 입니다. 많은 분들이 보고 계시지만, 아직도 모르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이 드라마는 지난주부터 매주 월,화요일 저녁 9시50분에 방송됩니다. 10시대는 본래 KBS 2, MBC, SBS 지상파 3사의 드라마가 격돌하는 시간이죠. 그런데 과감하게 그 시간에 뿌리를 박았습니다.

 

사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습니다. 그만치 드라마의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여러가지 이유로 힘들긴 하지만 어지간한 드라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건 분명했습니다. 지금도 기대 이상의 성원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만한 성원을 받게 된 것은 바로 SNS 덕분이라는 것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결수'는 처음부터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홍보에 힘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방송 1주일 전,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우결수' 1회가 먼저 공개됐습니다. 그러니까 정규 편성으로 방송되기 1주일 전에 드라마 1회를 인터넷으로 먼저 볼 수 있게 한 것이죠. 예고편이나 편집본이 아니라 정규 1회를 말입니다.

 

 

 

그리고 1회 영상을 SNS로 공유하기만 해도 선착순으로 캔커피를 그냥 드리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방송 전 1주일간 이 1회는 13만회나 플레이됐습니다. 지금까지 총 20만 네티즌이 이 1회 영상을 보셨습니다.

 

방송이 시작된 뒤, 출연진들이 적극적으로 SNS를 통해 자신의 출연작 홍보에 나섰습니다.

 

남자 출연진 중 최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진수.

 

 

 

물론 가장 영향력 크고(?) 열심한 사람은 정훈 역으로 출연중인 성준입니다.

 

 

 

성준의 가장 큰 위력은 파급력. 성준이 한번 트위터에 글을 남기면 수많은 팔로워들이 그 글을 널리 퍼뜨립니다. 그런데 성준 팔로워들은 "오빠, 키스신이 너무 많아서 못 보겠어요"라는 하소연을 할 때도 있더라는...^^

 

뒤늦게 트위터 활용에 나선 김영광.

 

 

 

이 역시 300여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하는 위력이 엿보입니다.

 

성준-김영광 투톱의 힘은 SNS에서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정애연,

 

 

한그루도 열심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편의 드라마를 방송했지만 이렇게 출연진이 자기 드라마에 애정을 갖고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는 처음 보는 듯 합니다.

 

이렇게 출연진이 열심이다 보니 다른 쪽으로도 전파됩니다.

 

이 드라마와 전혀 상관 없는 김수로도.

 

 

 

지금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을 이용해 '우결수'를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연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남긴 호평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가 쓴 리뷰보다 생생합니다. 그만치 이 드라마가 볼만한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게 해 주죠.

 

결론은: 얼른 동참하십쇼.^^ 지금부터 보셔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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